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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서울대가 '꼭두각시' 용역업체 쓰는 이유?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7일자 기사 '서울대가 '꼭두각시' 용역업체 쓰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용역업체만 22개… 청소·경비 노동자들 "직접 고용해라"

서울대가 약 400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22개 용역업체로 잘게 쪼개 간접고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 다른 대학들이 많아야 5개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의 사례는 이례적이다.

특히 이들 용역업체는 표준계약서상 월 '0월'의 이윤을 얻거나, 심지어 월 15만 원 상당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가 청소·경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용역업체 이름만을 빌려, 간접고용의 형식만을 갖추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6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관악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9월 시행한 서울대 청소·경비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2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 중 5명의 노동자를 선정해 심층 면접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대는 현재 단과대별 공개입찰을 통해 22개의 청소·경비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2001년에는 2개에 불과했던 용역업체가 2003년 6개, 2006년 15개, 2007년 2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간접고용을 하는 사업체에서 용역업체의 개수를 늘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주로 사용된다. 서울대 총학생회 소속 이하나 씨는 "2001년 청소·경비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학교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용역업체 개수가 늘어남으로써 단과대마다 임금, 4대 보험 적용 여부 등 노동조건에 차이가 생겼다"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 사이에 친밀감이 낮아지고, 노조의 교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 학교 건물을 청소하고 있는 노동자 모습.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대, 용역업체 명의만 빌려 사실상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서울대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월 0원의 이윤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악주민연대 공동대표 남우근 노무사는 이날 (프레시안)에 서울대 자연대, 인문대, 대학본부가 올해 용역회사들과 체결한 청소·경비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계약서를 보면, 각 대학이 용역업체에 지급한 용역료와 업체가 산출한 용역비가 정확히 일치한다. 다시 말해 이 업체들이 서울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0원'이라는 얘기다.

남 공동대표는 "자연대, 인문대, 대학본부 외에도 중앙도서관, 농생대, 수의과대학, 시설관리국, 행정대학원 등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도 올해 '0원'을 벌었다"며 "이는 용역업체들이 실제로 청소·경비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간접고용 형식을 갖출 수 있도록 업체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공동대표는 "설문·면접 조사 결과, 용역회사가 아닌 서울대가 직접 인사권한을 행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정년이 돼서 사람이 나가면, 그 빈자리를 용역회사가 아닌 각 단과대 행정실 직원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서울대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장 직접고용이 어렵더라도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며, 악질적인 용역업체를 우선 퇴출해야 한다"며 "서울대는 교육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범적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쌍용차 파업 때 용역 업체 ‘폭력’ 등 대가 83억 벌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6일자 기사 '쌍용차 파업 때 용역 업체 ‘폭력’ 등 대가 83억 벌었다'를 퍼왔습니다.

ㆍ한탕벌이 후 자진폐업… 쌍용차 2009년 경비지출 문건 확인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쌍용차 경비용역을 맡았던 두 곳의 경비업체가 4~5개월 동안 각각 62억원,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15일 쌍용차가 2009년 법원에 제출한 ‘용역업체 대금지급 허가 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입수·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노사분규 현장 일감을 맡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다”는 용역경비 업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쌍용자동차가 2009년 노조 파업 당시 법원에 제출한 ‘용역업체 대금지급 허가 신청서’에 28억여원의 용역경비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제공

경비업체인 ㄱ사는 2009년 4~8월에 쌍용차 용역경비를 맡으면서 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본금 1억원인 이 업체는 당시 쌍용차 한 곳에서만 매달 12억여원씩 벌어들여 5개월 만에 자산의 62배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파업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인 2009년 6월에는 한 달간 28억2150만원을 벌었다. 

ㄱ사는 2009년 8월 쌍용차 파업 사태가 끝나자 자진폐업했다.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등 경비업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ㄱ사는 당시 쇠파이프, 헬멧, 방패 등으로 중무장한 용역경비들을 공장 안으로 들어가게 해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폭력 등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쌍용차 노조원이 부상을 입었다.

ㄱ사에 이어 쌍용차 용역경비를 맡은 ㄴ사도 승승장구하며 성장했다. ㄴ사는 2009년 9월 ㄱ사가 폐업을 하자마자 쌍용차 용역경비를 맡았다. 

ㄴ사는 파업은 끝났지만 노사분쟁이 지속됐던 2009년 9~12월 4개월간 21억원을 벌어들였다. 

현재까지 4년째 경비를 맡고 있는 이 업체는 지난 6월 말까지 모두 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ㄴ사도 회사 설립 자본금이 1억원의 영세업체였지만 쌍용차 한 곳에서만 자본금의 102배에 이르는 매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비업계 관계자들은 전국 주요 파업 현장에 개입한 노사분쟁 전문 경비업체들이 모두 쌍용차 용역회사와 유사한 조건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용역경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경비업체 대표는 이날 “노사분쟁 전문 경비업체에 쌍용차와 같은 일감은 ‘로또 중 로또’로 불린다”며 “최근 파업 현장에 나서는 경비업체의 매출 규모는 일감을 맡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 단가 면에서 보면 3년 전 쌍용차 사태 때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안산 SJM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용역 폭력’은 쌍용차 경비용역을 맡았던 ㄱ사처럼 한탕 크게 하고 빠진 뒤 문제가 되면 자진폐업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에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SBS 앵커 “경찰이 용업업체 직원인가” 비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2일자 기사 'SBS 앵커 “경찰이 용업업체 직원인가” 비판'을 퍼왔습니다.
편상욱 기자 컨텍터스 노조 폭행·경찰 방관에 정면비판

SJM 조합원 폭행을 저지른 컨텍터스가 2년 전에도 상신브레이크 조합원에도 폭력을 휘두른 과정에서 경찰이 방관하는 장면의 영상을 본 SBS 앵커가 “경찰 스스로 용역업체 직원이라 생각했느냐”고 정면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편상욱 SBS 주말앵커는 12일 저녁 뉴스 말미의 ‘클로징 멘트’에서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경찰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그런 경찰이 용역업체가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걸 옆에서 보고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편 앵커는 “노조원들은 보호받아야 될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경찰이 스스로를 용역 업체 직원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해진다”고 비판했다.
편 앵커가 이렇게 강한 톤으로 클로징멘트한 것은 이날 SBS가 입수 보도한 2년 전 컨텍터스의 상신브레이크 조합원 폭행 사건 때 경찰의 행태에 대한 영상 때문이었다.

12일 저녁 방송된 SBS <8>의 편상욱 앵커

SBS는 이날 10번째 리포트 ‘물대포 쏘는 용역 경찰 수수방관’에서 지난 2010년 9월 상신브레이크의 노사갈등 현장에 들이닥친 컨텍터스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소화기와 물포를 쏘며 공봉까지 휘두른 영상을 공개했다.
편 앵커는 이 영상에 대해 “경찰과 마치 합동작전이라도 펼치는 듯한 모습이 생생히 포착됐다”고 소개했다.
리포트에서 최재영 SBS 기자는 “바로 눈 앞의 경찰은 그냥 지켜보며 서 있다”며 “심지어 경찰과 유사한 장비와 복장을 하고 있는 불법 행위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유성기업 파업 당시 영상에 대해서도 SBS는 “쇠파이프까지 손에 든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을 위협하고 소화기를 던지기까지했다”고 전한 데 이어 지난 2009년 용산 참사에서도 용역업체 직원들이 물대포를 쏘고, 폭력을 휘두르는 동안 경찰이 방조했다는 비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SBS는 “경찰은 뒤늦게 용역폭력 전담반을 꾸리고 용역 업체를 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경찰이 경비용역 업체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 방조해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12일 저녁 방송된 SBS <8>의 편상욱 앵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


이글은 한겨레21 201208-13일자 제923호 기사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을 퍼왔습니다.
[특집] ‘제3자’ 용역업체 등이 철거 등 행정 대신하고 비용은 ‘원인 제공자’ 철거민 등에게 징수하는 행정대집행… 철거지역 경비, 이주 업무까지 맡는 용역업체들은 강제 철거 전에도 세입자 등에게 폭행·협박 자행

‘2230만원’.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청이 판자촌인 일명 ‘포이동 재건마을’(현 개포동 1266번지) 주민대표 조철순씨에게 이런 비용을 청구했다. 그해 6월 화마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임시주택 세 채를 강제 철거하는 데 들어간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른바 ‘행정대집행’ 비용이다. 행정대집행이란, 행정상 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나 제3자가 이를 대행한 뒤 소요 비용을 의무자에게 징수하는 강제집행 제도다.

명도 소송 통한 철거, 계고장도 필요 없어

강제 철거가 있던 지난해 8월12일 새벽 6시, 강남구청 직원 60명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80명이 포이동 재건마을로 들이닥쳤다. 주거 대책을 놓고 주민과 구청이 두 달째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주민과 용역 간 충돌은 불 보듯 뻔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주민 3명이 다쳤다. 앞서 구청은 이재민들에게 서울시 7개 구에 위치한 임대주택 50가구를 마련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대료와 보증금조차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어르신이 많았다. 더구나 구청이 1991년부터 ‘시유지 무단 점유’를 이유로 집집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부과한 토지변상금을 떠안은 상태에서 섣불리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재건마을은 1981년 도시빈민·부랑인 등으로 구성된 자활근로대 일부가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돼 형성된 가난한 동네다. 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대집행 비용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철거 현장에 집행 책임자가 나오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고,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라는 행정대집행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청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위험이 있는 ‘불법 건축물’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맞섰다.
취약 주거계층, 미군기지 건설 등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 재개발 지역의 영세 세입자, 노점상 등의 집이나 가게를 합법적으로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1954년 제정된 뒤 거의 바뀐 부분이 없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따르거나, 민사집행상 명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공공의 이익, 또는 사적 재산권을 수호한다며 이뤄진 법 집행 과정에서 늘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이 방조돼왔다. 적절한 보상 대책이나 제대로 된 이주 합의가 없었다는 근원적인 문제는 고려 사항이 되지 못했다. 강제 철거는 효율적인 집행을 내세워 불시에 일어난다. 특히 명도 소송을 통한 강제 철거의 경우, 거주민에 계고장을 발부하는 등의 고지 의무조차 없다.
과거엔 하루라도 빨리 개발 이익을 보려는 시행사가 인력을 고용해 구청과 짜고 공권력인 양 위장해 현장에 투입시켰다. 지금은 철거용역업체라는 허울 좋은 외피를 쓴 외주화된 폭력이 그 자리를 꿰찮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서울시의 한 구청 공무원은 “정비 업무 때 대개 용역업체 인력을 쓰는데, 이 업계엔 조직폭력배 출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런 업체들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주차장 경비 업무 등을 위탁받아 돈만 받은 뒤 사업장을 폐쇄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 집행관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등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상도11구역 에서 빈 집을 대상으로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1980년대 이래 성장가도 달리는 철거용역회사
최근 물의를 일으킨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정관을 보면 사업 목적에 ‘행정대집행업’이나 ‘가로정비업’ 등이 명시돼 있다. 물리력을 필요로 하는 행정대집행 역시 이런 업체들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행정대집행을 수행한 용역업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지자체가 이를 집행해왔다. 이런 이유로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행정대집행 비용 산정 기준 개선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행정청이 별다른 검증 없이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재 ‘민중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민철연) 연대사업국장은 이런 문제를 두고 “나라가 노점상에게서 돈을 걷어 용역업체에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합법적 강제 철거 및 퇴거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나 세입자 등은 퇴거를 종용하는 폭력과 공포에 시달린다. 재개발조합 등과 계약을 맺은 철거용역업체들은 이주 업무까지 함께 수행한다. 이런 철거용역회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등장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업체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자로 규정되는데 동시에 경비업 허가를 보유한 경우도 있다. 2009년 1월20일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 남일당이 포함된 용산 4구역에도 시공사 및 조합과 ‘건설물 해체 및 잔재처리공사 도급계약’을 맺은 호람건설과 현암건설산업이라는 철거용역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맺은 계약서에는 ‘약정 기간 내에 철거를 끝내지 않으면 지체 1일에 대해 공사 금액의 1천분의 1을 보상금으로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2008년 2월께부터 철거용역업체는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폭행·협박·영업방해 등을 통해 퇴거를 압박했다. 상가 세입자들은 철거용역업체의 폭력과 압박에 맞서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랐다 참변을 당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의 폭력과 충돌은 거주민뿐 아니라 용역들의 목숨도 위협한다. 2005년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 현장에서 주민들과 대치하던 20대 용역 직원이 숨진 경우가 그렇다.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철거 현장에 거의 무방비로 투입된 용역 직원 43명 대부분이 단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들은 경찰과 대한주택공사 직원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위험한 상황을 통제하기는커녕 수수방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위 개선 권고에도 변함없는 현실

용사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2월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강제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해왔는데도 이를 최소화하려는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충분한 사전고지·협상 및 적절한 보상 없는 강제 철거,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강제 철거 등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 정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 예방·금지 규정 및 불이행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 △경찰청장에게 강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하는 철거 및 경비업체 직원에 의한 폭력 문제, 법적 자격 없이 경비업체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권고했다. 2012년 8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들어온 공권력 및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 서울국토관리청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농지를 비우지 않으면 8월6일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법이라는 방패막 뒤로 난무하는 폭력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용역업체엔 파업·철거 현장이 로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0일자 기사 '“용역업체엔 파업·철거 현장이 로또”'를 퍼왔습니다.

ㆍ경비업체 대표가 밝힌 실상… “일감 따면 큰돈”

“(노사 분규) 일감을 맡으면 ‘로또’에 당첨됐다고들 합니다. 법망을 피해 잘만 하면 1~2년 사이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도 벌 수 있습니다.” 

9일 경기지역 한 공단에서 만난 김철민씨(56·가명)는 “파업, 철거 현장에 용역경비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째 경비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서는 밥 먹고 살기가 힘든 게 이 업계의 실상”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단순 경비보다 몇 배나 많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이 세계에서 흔히들 말하는 ‘노조 때려잡기’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파업이나 철거 현장에 동원되는 용역경비 일당은 1명당 15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가 이 세계의 ‘공정가격’ ”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경비원 일당 5만~6만원에 비하면 많게는 5배나 되는 액수이다.

▲ 업체, 1명 일당 최고 30만원
일상 경비일보다 5배 많아
쌍용차, 한 달간 28억 지출

김씨는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사용자(회사) 측의 요구대로 폭력 진압에 나서면 일당은 더 높아지고 ‘성공 사례비’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쪽 시장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용역경비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용역경비의 폭력과 불법행위가 상식을 넘어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2009년 6~8월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파업 때 쌍용차 회사 측은 경비업체에 1인당 일당 24만7500원씩 한 달간 380명에게 용역경비를 맡기면서 28억2150만원을 지출했다.

김씨는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돼 허가가 취소되면 조건을 갖춰 또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대표를 바꾸거나 아예 법인을 폐업하고 새로 등기를 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사분쟁 전문 경비업체가 일부 공인노무사 사무소 등과 업무계약을 맺고 노사갈등 사업장의 정보를 공급받은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며 “사용자들을 컨설팅해주는 노무법인은 용역경비의 중요한 정보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만원이 됐든 30만원이 됐든 실제 용역경비가 받는 일당은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 이 업계에도 하도급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세한 경비업체의 경우 일감이 들어오면 일종의 프리랜서 격인 ‘프리팀장’을 통해 필요한 인원을 채운다”며 “프리팀장은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사람을 끌어모은다”고 밝혔다. 그는 “용역경비 100명 정도가 필요하다면 프리팀장은 3~5명 정도가 동원된다”며 “프리팀장 한 명당 용역 20~30명을 모집하지만 많게는 100여명을 데리고 다니는 프리팀장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일감을 수주한 원청 경비업체가 1차로 돈을 깎아 먹고, 하청업체와 프리팀장이 소개비조로 또 깎아 먹는다”며 “그러다 보면 사용자 측에서 아무리 일당을 후하게 줘도 실제 용역경비 한 명이 손에 쥐는 돈은 6만~7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업종별 전국 경비업체 수는 4151곳으로, 지난 4년간 639곳이 늘었다. 노사분규나 철거를 담당하는 시설경비업종이 3351곳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나머지 19%는 호송경비(52곳)·신변보호(514곳)·기계경비(140곳)·특수경비(94곳) 등이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커지는 파문, 지역사회·가족까지 SJM 총력투쟁 나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05일자 기사 '커지는 파문, 지역사회·가족까지 SJM 총력투쟁 나선다'를 퍼왔습니다.
사측-컨택터스 사전공모 정황 확인에 경찰 부적절 대응 여부 감찰까지

ⓒ이승빈 기자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 공장 정문에서 규탄집회 중인 노조원들과 연대한 통일대행진단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용역업체의 무차별 폭력 행사와 함께 직장폐쇄를 당한 경기도 안산의 SJM 노조원들과 가족, 지역사회가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여름 휴가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폭력 침탈과 직장폐쇄를 당한 금속노조 SJM지회 조합원들 대다수는 이미 자발적으로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현장투쟁을 이어왔다. 이들은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안산시청 앞에서 사측과 용역업체의 폭력행위를 알리고 공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계속 해왔다. 전체 조합원 250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매일 모여 투쟁을 벌여온 SJM지회는 6일부터 휴가 복귀자들까지 합류해 본격적인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SJM지회 조합원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대책위도 꾸려져 힘을 보태고 있다. 40여명으로 이뤄진 가족대책위는 6일 오후 2시 지역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가족대책위에 참가한 엄미야(38)씨는 "우리의 남편과 아버지가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지 가족들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며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황을 공유하고 전체 조합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 폭력사태의 진상규명과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안산지역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도 뭉쳤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민주노총 안산지부, 민예총 안산지부 등 20여개의 단체들은 6일 오후 2시 안산시청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선전전과 촛물 문화제, 1인 시위 등을 펼치며 사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공단을 중심으로 노동계의 발언권이 강한 안산지역에서 가족과 지역단체의 이런 활동은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SJM 사측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빈 기자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 공장 정문 너머로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수행중이던 민흥기 노무관리이사의 모습이 보인다.

수사당국 용역업체와 사측에 대한 수사 강도 높여

한편, 사측과 용역업체이 계획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수사당국의 수사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애초 SJM 사측은 공장 진입 과정에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것을 용역업체의 단독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와 다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민흥기 노무관리이사는 지난 2일 민주통합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용역투입 신고 시각인 6시보다 2시간 가량 이른 시각에 용역업체가 투입된 것에 대해 “컨택터스가 단독으로 법을 무시하고, 회사를 무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안산단원 경찰서는 “SJM 사측과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측이 7월27일 오전 6시 용역 경비원을 노조원들이 농성 중인 SJM 공장에 배치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양측은 이보다 3시간 앞선 오전 3시께 안산 모 유원지에서 만나 협의한 뒤 오전 4시30분 현장에 도착해 공장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사실상 사측과 용역업체가 폭력행위를 사전 조율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성재 안산단원서 수사과장 역시 “사측과 경비용역업체가 사전에 협의해 공장 진입을 결정하고 경찰이 공장 주변에 배치되기 전 공장진입을 시도한 만큼 사실상 폭력진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폭력진압에 사측이 적극적인 개입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 여부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일 “최근 사건 관할인 안산단원경찰서에 감사관실 소속 직원을 보내 사건 전반에 걸쳐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역들의 무차별 폭력에 놀란 노조원과 보안업체인 세콤 직원 등의 연이은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늑장 출동하고 폭력을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폭력을 행사한 사측과 컨택터스, 그리고 폭력 현장을 수수방관한 경찰을 향한 여론이 따가운 시점에 노조원과 가족, 지역사회의 투쟁이 더해져 SJM 사태는 한층 달아오른 전망이다.

ⓒ이승빈 기자 2일 오후 경기도 안산 SJM 공장 정문을 찾은 조합원들이 농성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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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kdh@vop.co.kr

2012년 7월 2일 월요일

청소노동자에게 '잔디 깎기', '김장 담그기' 시켜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01일자 기사 '청소노동자에게 '잔디 깎기', '김장 담그기' 시켜도…'를 퍼왔습니다.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투쟁·④] 노조가 없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지부 전주대·비전대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농성을 시작한 지 29일로 54일 차,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43일 차가 되었습니다.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여 년 근무해 왔습니다. 99년 이전에는 전주대·비전대 정규직이었던 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용역업체인 (주)온리원의 매장청소와 물건운반, 김장 담그기 등에 동원되어 억울한 삶을 살다가 2011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들 노동자들과 하는 일이 전혀 다른 온리원 매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복수노조를 만들고,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온리원은 2000년에 신동아학원과 전주대·비전대 교직원들이 공동출자하여 만든 용역업체이고, 신동아학원의 온리원에 대한 지분율은 30%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신동아학원도 전주대/비전대도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온리원과 신동아학원 관계자들 대부분이 온누리교회 등 기독교 신자입니다. 온누리교회 로비에는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울라"는 성경 내용이 적혀있지만, 온누리교회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물도 마시지 말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온누리교회는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교회 앞에 집회신고를 낼까봐 먼저 집회신고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단식농성 중인 이태식 지부장과 여성노동자들은 현재 신동아학원과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전 남서울은혜교회 목사)에게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강남구 일원동 밀알교회(3호선 일원역 7번 출구) 앞에서 노숙농성 중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은 밤에 소복과 비닐 한 장을 덮고 잠을 자며 작은 희망이 이뤄지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태식 지부장은 단식농성 40일 차가 넘어가면서 '아침을 맞는 것이 두렵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단식농성 하는 하루가 전주에서의 이틀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많은 비가 온다하여 걱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잡부라고 할 정도야

"온리원에서 천냥 백화점이라는 데를 차리더니 거기에 우리를 데려다가 일을 시킨 거예요. 가게 전단지도 우리가 다 접고, 글씨 잘못 쓴 거 정정 테이프도 우리가 다 붙였어요. 우리가 물건 진열하고 포장하고 청소하고. 서울, 광주, 부산도 갔어요. 매장에 물건 들이기 전에 청소를 우리가 다 하고, 물건 들일 때는 가서 정리하고 그렇게 했어요. 다른 일꾼을 안살라고 학교 다른 직원들도 불러다가 일을 시켰어요. 매장 꾸밀 때 목수도 데려다가 일 시키고."

2000년 8월, 경비업과 청소용역 등 위생관리 용역업 허가를 받아 2001년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온리원은 2001년 '천원상점 온리원 고사점 1호점' 오픈으로 생활잡화 도소매업을 시작한다. 2011년 11월 현재 기준으로 직영사업장 27점, 전문가맹점15점, 프랜차이즈매장 9점을 갖고 있는 온리원은 천원상점 오픈과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주대·비전대 청소·시설 노동자들을 데려다가 학교 근무시간에는 무상으로, 학교 근무 외 시간에는 낮은 인건비(전주 매장의 경우 2만 원)로 일을 시켜왔다. 이는 온리원과 전주대·비전대·신동아학원 측과 긴밀한 관계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근무 끝나고, 저녁 한 끼 사주고 김제랄지 정읍, 부안 같은 데를 가요. 도착하면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 장사 끝나고 9시 반부터 청소를 시작해요. 물청소 하고 왁스칠을 하죠. 한 번에 다 안 되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더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 갈 때도 있고 그랬어요. 돈 쬐끔 주니까 안 갈라고들 해요. 끝나면 새벽 두세 시 돼요. 그렇게 해서 받는 게 이삼만 원이에요. 집에 와서 씻고 나면 잠이 오간요. 많이 자야 한 시간 두 시간. 그 이튿날 나와서 또 일하고."


 ▲ 전주오거리 온리원 매장. ⓒ연정

올해로 근무 21년 차가 되는 정옥주(가명) 씨는 부산 매장에까지 매장 청소를 다녀온 경험도 갖고 있었다. 학교 근무가 끝난 후에 새벽까지 매장에서 일을 하고 그 다음날 올 때도 있었고, 다음날 까지 일을 하고 오기도 했다. 정옥주 씨는 전북지역보다 보수는 조금 더 주지만, 전주에서 부산까지 왕복시간을 감안할 때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 원래 업무도 아니고 시간도 너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 희망자가 별로 없었단다. 심지어 온리원은 교내에 운영하는 식당에 청소노동자들을 불러다가 김장 담그는 일까지 시켰다.

"저는 그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3일 내리 김장을 담갔어요. 따로 사람 구해 돈을 주기 싫으니까 우리를 근무시간에 데려간 거죠. 한 건물에 5명이 있으면 3명은 건물청소하고, 2명은 김장하러 가는 거예요. 김장하러 가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힘들고, 남아서 건물청소 하는 사람은 5명이 하던 걸 3명이 해야 되니 그 사람들대로 힘든 거예요."

본 업무와 사측에서 부당하게 시키는 매장 일, 잔디심기 등을 하느라 어깨와 무릎 등 관절이 망가진 여성노동자들은 물리치료를 받아가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학교는 우리가 다 만들었어

"○○는 맨 날 매장에 불려나가니까 나 혼자 건물 청소를 다 했어. 화장실 열었다 닫았다 하는 칸이 아흔 아홉 칸이여. 그걸 나 혼자 다 했다니께. 화장실 청소 해야지, 쓰레기 걷어야지, 복도 밀어야지, 강의실 청소해야지."

여성노동자들이 전주대와 비전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살아온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학교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어 한 번이라도 덜 오르내리려고 쓰레기 포대를 한 손에 2개씩 총 4개를 들고 내려오기도 했다.

▲ 전주대학교 구 정문. ⓒ연정

"수능 끝나고 나면 고등학생들을 불러다놓고 학교 안에서 일일개방이라고 행사를 해요. 학교 안에 매장을 차리는 거죠. 고등학생들한테 물건을 사라고 3000원짜리 상품권을 주는데, 우리가 거기 나가서 장사를 하는 거예요. 학교 홍보도 하고."

"우리 막둥이가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갔어요. 전학 시켜야겄는디 여기서(온리원에서) 안 빼줘요. 못 나가게 하는 거예요. 우리 막둥이가 지 혼자 가서 전학을 했어요."

"우린 조경일도 했어. 풀도 베고. 그걸 산에다 버리고. 난로에다 석유 다 붓고. 잔디도 우리가 다 심었어. 학교는 우리가 다 만들었어."

주말에 학교 측은 행사 등을 하고자하는 외부 기관에 운동장을 대여료를 받고, 대여해 주기도 했다. 이 행사가 끝난 뒤에 청소는 월요일 날 아침에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몫이었다. 행사가 끝난 월요일 아침이면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본 업무를 두고, 운동장에 와서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부터 해야 했다. 대여료에는 청소비도 포함되어 있건만, 자신의 본 업무를 하면서 운동장 청소까지 한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 출퇴근 할 때, 학교에서 운행하는 차량과 코스가 맞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은 교통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최저임금 + 10원

이렇게 힘겹게 일을 하고, 4대보험 등을 공제하고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현재 급여는 92만 원 정도 된다. 2012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4580원이다. 전주대와 비전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10원이 더 많은 4590원이다. 법에 보장된 최저임금이라도 받게 된 것은 참다못한 여성노동자들이 2011년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기 때문이다.

"근속수당이 있긴 해요. 3년 된 사람이나 10년 된 사람이나 똑같이 2만 원 줘요. 그것도 2007년 들어온 사람부터는 없어. 그래봐야 2만원 차이 밖에 안 나니까 20년 된 사람이나 어제 온 사람이나 똑같애." 

▲ 이윤엽 판화가의 판화 '비정규직 없는 세상'. ⓒ이윤엽

전주대와 비전대 청소노동자들에게 근속연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점심은 온리원에서 식권을 주면 학생식당에 가서 식권을 내고 먹는데, 여성노동자들은 노조 가입 전에 학생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푸대접 받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식권 금액이 적어서 푸대접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2500원 짜리를 온리원에서 2000원 만 쳐서 줬어요. 2000원 할 때는 1500원만 쳐주고. 항상 온리원이 식당에다 돈을 적게 주는 거야. 돈이 적으니까 김치하고 밥하고 국 가져오면 식권하고 맞아. 작년에 투쟁하고 나서 3000원씩 쳐주니까 좀 먹을 만 한 거지. 지금은 우리가 식판에다 먹을만치 갖다먹지."

리어카도 노조 들고 나서 없어진 거여

"학교 일 끝나고, 매장 청소하고 와서 잠을 얼마나 잤겄어요. 애들 챙기고 멕일 거 해놓고 일 나오고 그랬으니까. 그렇게 정신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았어. 제 청춘을 여기다 바쳤어요. 우리가 나빠요? 인제 와서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는 식으로 그러는데. 우린 억울해서 못 떠난다고."

30대 중반에 입사해서 올해 50대 초반이 된 박영신 씨는 18년 동안 그렇게 부려먹고 노조 가입해서 자신의 권리 찾겠다는데, 그걸 막냐면서 분개한다. 박영신 씨는 이사하는 건물 청소를 위해 직원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차 문에 발가락이 들어가 다쳤는데도 한나절 내내 아픈 발을 끌고 다니면서 일을 했다.

"애려서 못살겠더라고. 진짜. 총무처에 가서 '나 아파서 못살응께 약을 사다주든가 나 병원 가야겠다' 그랬더니 가라 그러더라고. 약을 사먹긴 했는데, 안 듣더라고. 병원 갔다와가지고 그 이튿날 그놈을 짬매고 와갖고 나 좀 셔야겠다고 그랬더니 이틀인가 밖에 안줘요. 산재처리는 안 해주고."

결국 박영신 씨는 사과 한 마디 못 듣고, 이틀 쉬고, 자신의 돈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다.

▲ 6월 28일, 화물연대 파업과 철탑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의왕 ICD '공공운수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한 전주대·비전대 청소 노동자들. ⓒ연정

"우리는 휴가가 몇 갠 지도 몰랐어요. 방학 때 몇 개 쉬라고 하면 쉬는 걸로 알았지. 휴가라고 하는 거는 내가 필요할 때 써야 휴가 아니에요? 근데 노동조합 만들고는 내가 필요하면 휴가 쓸 수 있어요. 대체 인력을 안 써주니까 같이 일하는 짝꿍이 힘들긴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거는 노동조합이 있어서예요."

"처음엔 쓰레기 담아갖고 리어카 끌으라고 하는데, 놀랬어. 저걸 어떻게 끌어야 된다냐. 어떡해요. 일을 해야 되니까 돈 벌어야 되니까 했죠. 하루 두 번씩 하는데, 소각장이 상당히 멀어. 경사도 지고. 얼마나 힘들었는가 몰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끌어야 했으니까. 눈이 쌓이면 미끄러져. 리어카도 노조 들고 나서 없어진 거여."

그건 관리자 맘잉께

온리원의 노무관리는 원칙과 일관성 없이 신동아학원과 온리원 관리자들의 개인적인 성향 등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다.

"학교나 온리원 창립기념일 연말 같은 때 상을 주거나 할 때도 일 잘하는 사람을 주든가 아니면 오래된 사람을 주든가 해야 되는데, 여긴 관리자 맘에 드는 사람만 줘요. 온지 1년 반 된 사람은 상을 타는데, 10년 된 사람은 한 번도 못 타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관리자 맘잉께. 공로상을 돈으로 주는데, 상급을 50만 원 줬단 말도 있고 80만 원 줬단 소리도 있어. 상은 모여 갖고 공개적으로 줘야 되잖아. 근데 알도 못하게 비밀이여. 떳떳한디 같으면 그렇게 안 할티지."

여성노동자들은 온리원 측이 복날에 '하림 냉동 포장 닭'을 마음 내킬 때 주다가 언제부터인가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신동아학원 김홍국 이사가 회장으로 있는 하림그룹 회장과의 연관성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가 없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요

"옛날에는 억울해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았어요. 옳은 말 하면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해요. 이력서가 이렇게 쌓였다고. 예쁘고 젊고 날씬한 사람 뽑는다고. 노조가 없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요."

한 여성노동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한다. 결혼 이후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다가 일을 시작하려다보니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오윤임 평등노조 전주대ㆍ비전대 현장대표는 아이들과 시간대가 맞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경우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다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던 오윤임 씨는 올해 초 현장대표를 맡아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 여성노동자들이 농성하던 전주대 총장실. ⓒ연정

"저 같은 이유로 일을 하게 된 젊은 엄마들이 많아요. 그런데 막상 현실을 부딪치다 보면 이건 아닌데, 이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닌데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찾게 되었던 거죠. 언니들이 50대 중반을 넘으신 분들이 많아요. 싸움이 길어지다 보니까 건강상의 어려움도 있고,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인 분들은 금전적 어려움도 있습니다. 저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지금 최선을 다해 하고 있거든요. 저희의 권리를 찾는 거 그거 단 한 가지를 위해서 이 싸움을 1년간 하고 있는데요. 저희의 권리 작은 권리지만, 그걸 찾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거리 위 지나는 걸음 아래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언젠가 당신에 손길이 가냘픈 내 손에 닿기를......"-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합창 UCC 중에서 -

 /연정 르포작가

2012년 6월 1일 금요일

"홍익대는 악질 용역업체 용진실업을 퇴출시켜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31일자 기사 '"홍익대는 악질 용역업체 용진실업을 퇴출시켜라"'를 퍼왔습니다.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문헌관 앞에서 열린 '홍익대 투쟁승리를 위한 노동, 시민단체 공동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홍익대학교에 청소경비노동자들에 대한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홍익대분회(공공노조 홍익대 분회)와 민중의 힘,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투쟁 지원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11시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문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를 탄압하는 악질 용역업체인 용진실업을 홍익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홍익대는 경비용역업체를 즉각 교체하고 청소·경비노동자를 학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규정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홍익대 경비용역업체인 용진실업 소속의 경비노동자들은 복수노조인 홍경회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에 공공노조 홍익대분회는 지난 1월 27일 법원의 판결로 대표교섭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하였지만 서울지노위가 지난 3월 8일 임금교섭에 대해서는 단체교섭권이 없다는 해석을 하면서 임금교섭에 대한 권리를 박탈 당했다.

노조는 홍경회노동조합의 임금협약 때문에 홍익대 경비노동자들이 노조에서 집단교섭을 진행한 연세대, 이화여대분회 소속 경비노동자들보다 연 200만원 가량 낮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공공노조 홍익대분회는 "복수노조인 홍경회노동조합이 민주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각종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현장노동자들은 노노 갈등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진국 홍익대분회 부분회장은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홍익대가 바른말을 하면 잘리는 홍익대 왕국이 돼버렸다"며 "교직원들도 탄압받는 청소·경비노동자들과 연대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서희강 씨는 "노동자에게 노조가 없어지는 것은 학생에게 학생회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우리도 졸업하면 노동자가 되는 만큼 홍익대분회 문제는 우리의 미래이기에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익대분회는 지난 5월 9일부터 홍익대 정문 앞에서 손해배상 항소 철회와 용역업체 교체 등을 요구하며 23일 째 천막농성을 이어오고있다.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문헌관 앞에서 열린 '홍익대 투쟁승리를 위한 노동, 시민단체 공동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문헌관 앞에서 열린 '홍익대 투쟁승리를 위한 노동, 시민단체 공동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홍익대와 용역업체인 용진실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지부 홍익대분회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학교 측에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지웅 기자 31일 오전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몸자보를 한 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양지웅 기자 aigoumni@naver.com

2012년 3월 22일 목요일

원자력안전위 "우리는 잘못 없다" 발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1일자 기사 '원자력안전위 "우리는 잘못 없다" 발뺌'을 퍼왔습니다.
강창순 "고리1호기 폐쇄 계획 없다…사고는 용역 탓"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벌어진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사태와 관련한 조사 현황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원전 안전에 관한 총체적 책임을 가진 이들 기관이 정전 사태와 은폐에 사과하기는커녕, 해당 원전의 간부들과 용역업체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독기관이 "한수원이 은폐하면 알 수 없다"?

원자력안전위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원자력안전위 대회의실에서 '고리 1호기 전력공급중단 관련 조사현황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는 △발전기 보호장치를 시험하던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에 따르지 않아 외부전원이 차단됐으며 △고리 원전 제1발전소장이 사건 은폐를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고리 원전 1호기 간부들은 사건 당시 모든 운전원 일지 등에서 관련 기록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사건을 은폐했고, 당시 고리원전본부장과 사장을 포함한 한수원 경영진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3월 10일에야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에는 원자력안전위에서 파견된 주재관 1명과 안전기술원 소속 주재원4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사고가 난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발전소 직원들이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안전위와 안전기술원 주재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했느냐 여부를 확인했는데, 조사 결과 주재원들은 사고와 관련해 잘못 처리한 사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윤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도 "안전기술원 입회 하에 진행했던 정기 검사에서 비상디젤발전기는 잘 돌아가는 것으로 기록됐고, 현장 담당자들도 인터뷰에서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며 발전소 직원들이 보고서와 일지까지 기록하지 않고 조작적으로 은폐해 주재원들이 사고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12분간 정전으로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도에서 58.3도로 올랐으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는 21도에서 21.5도로 상승했다. 박윤원 원장은 '원자로 온도 변화 기록도 나와있는데도 왜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정기 점검 기간이라 온도변화만 예의 주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수원이 진행하는 한달 남짓한 정기 검사 기간 동안 수행되는 절차서만 800개이고, 이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압축해도 200개"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상시엔 '안전하다'더니 사고나자 '책임없다'고?"

그러나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만 해도 이들의 감독, 검사 부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상디젤발전기는 사고가 알려지고 난 후 현장조사단의 조사에서도 고장난 상태였으나, 앞서 안전기술원 등은 지난달 21~23일 진행한 정기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판단했다.

이 비상디젤발전기는 닷새 후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도 가동에 실패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으나 안전기술원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4일 재강동한 고리원전은 이번 사태로 다시 정지할 때까지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난 상태로 운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사업자가 한달 넘도록 숨기다 보고하기 전까지 알지 못한 것은 원자력 안전 당국의 자격과 능력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고장이 난 비상디젤발전기만 해도 원자력안전위나 안전기술원이 성능 검사 결과 정상이라고 통과시킨 것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21기 원전 점검하고 '안전에 문제 없다'고 한 것도 이들"이라며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자 '책임 없다'고 발뺌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의 해당 비상발전기를 개조해 문제가 생긴 공기공급밸브를 신품으로 교체하면서 두 개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2013년 3월까지 비상발전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막대한 예산이 드는 작업이나 원자력안전위는 수명을 넘긴 고리 1호기의 폐쇄 가능성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 원전을 폐쇄하느냐 마느냐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결정할 몫"이라면서도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할 계획이 전혀 없고, 비상디젤발전기 등을 검토한후에 재가동할 예정"고 못박았다.



▲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원자력안전위, 은폐 한수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이날 원자력안전위는 정전 사건 발생의 책임을 당시 점검을 진행했던 용역업체 작업자의 과실로 돌렸다.

유국희 안전위 안전정책국장은 "사고 당시 3개의 외부전원 회선 중 2개가 정비중인 상태였는데, 용역업체의 직원이 당초 11일로 예정되어 있던 '보호계전기 시험'을 임의로 당겨서 8일에 진행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현장의 한수원 관계자 역시 정비 콘트롤 센터에 보고 없이 이를 묵인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작업자가 오류를 내면서 외부 전원이 차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용역업체 직원은 같은 점검 작업을 고리 원전 뿐 아니라 월성 1호기에서도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자력안전위는 "책임있는 관계자들을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중하게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책임있는 관계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와 검토해 확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원자력 안전위는 △ 한수원에 24시간 자동감시시스템을 구축 △전 원전의 비상발전기 안전점검을 4월까지 실시 △검사항목 현 57개에서 100개로 확대 △주재 인원 현 5명에서 25명 수준으로 증가 △IAEA의 안전문화평가(SCART) 수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한편 이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의 브리핑을 듣고 강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려 원자력안전위를 방문하려 했으나, 위원회가 있는 흥국생명 정문에서 경찰에 의해 출입을 저지 당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브리핑장 입장을 원천 봉쇄 한 것은 한수원에서 이 사고를 은폐한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투명성이 제일 중요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비공개하고 알리지 않는게 체질화되어있다"고 비판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