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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8일자 기사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를 퍼왔습니다.
[밀양에서] 왜 밀양은 정부 보상을 거부하는가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후 미국의 통치를 받다가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었던 오키나와가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예를 들면서,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89번 송전탑 현장에 모인 주민들 중 한 분이 과잉된 심정을 자기도 모르게 연출하려는 듯이 말했다.

"우리도 정부가 이리 우리를 억압하고 몬살게 하면 경남이 독립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막말로!"

그는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89번 자리를 지키는 동화전 마을 주민과 얘기를 나누다가 88번 자리로 올라가 주민들과 예상치 못한 식사를 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오니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한 직후 찾아 온 휴식이라 그런지 올라가기 전보다는 주민들의 얼굴이 많이 평온해 보였다. 위와 같은 발언이 약간의 여유를 틈타 나온 것 같았다.

이계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가지고 올라 온 수박과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면서, 주민들의 정제 안 된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8년 동안 이어져 왔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에 어쩌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어떤 비의가 숨어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궁금증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강정 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해군 기지 반대 투쟁을 보며 가졌던 것이기도 하다. 대략적으로 그것은, '아직 살아 있는 공동체에 대한 경험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정도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성에 꽉 차지는 않았다.

26일 일요일 오전 89번 송전탑 자리에 도착했을 때, 동화전 마을 할매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안동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두 명과 함께 굴착기 아래에 앉아 있었다. 다른 주민들은 약간 떨어진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위쪽에는 한국전력 직원들과공사 업체 직원들 수십 명도 숲 속에 삼삼오오 모여 대치하고 있었다.

89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주민들의 표정은 전날 부북면 위양리 진싯골 마을과 평밭 마을 할매들이 지키고 있던 127번 자리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쳐 보였다. 단순히 뙤약볕 탓이기만 했을까.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싸우시면서 뭐가 제일 속상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이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안 해줘요. 그게 마 제일 속상합니더. 노인들을 질질 끌고 가질 않나,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개돼지도 아니고…" 하며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을 훔쳤다. 그녀가 든 피켓에는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노'라고 쓰여 있었다.


▲ 2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서 한 주민이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전력 측은 굴착기를 둘러싼 채 시위를 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철수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민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한전 직원과 핵 발전 토론해봤더니…

바드리 마을과 89번 자리가 가까운데 산 아래 동화전 마을 주민들이 올라와 싸움하는 이유는, 바드리 마을 주민들이 한국전력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을 진입로를 확장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바드리 마을은 밀양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마을이다. 가구 수는 많지 않지만 평지에서 한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마을이다 보니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고립되기 일쑤인, 그것은 외지인인 내가 봐도 꼭 그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마을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밀양시가 아니고 한국전력이 들어주는 것일까.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기초적인 생활 조건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결론밖에는 내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것은 89번 보다 위쪽 산에 위치한 88번 자리에 있던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주민의 지적과도 일치했다.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도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지방 자치의 현실인 건가 싶어 마른 침을 애써 삼켜 보았다.

밀양에 내려갔을 때 송전탑 싸움 현장보다 먼저 내게 아는 체를 한 것은 도처에 핀 빨간 넝쿨장미와 하얀 찔레꽃, 그리고 모내기를 한 논 사이로 가끔 보이는 누런 보리밭이었다.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는 마을의 경우는 대체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하순은 모내기가 절정인 시간이 아니던가. 농촌 마을에서 모를 내는 철과 거둬들이는 철만큼 역동적인 평화기를 나는 알지 못한다.

한국전력이 지난 5월 20일 송전탑 공사를 대대적으로 재개하기 전에는 그래도 교대로라도 농사일을 보았단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에 이마저도 힘들어졌고 도리어 충돌의 충격과 탈진으로 줄줄이 할매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뉴스를 서울에서 내 들었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상동면 여수마을로 이동하려고화악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 마을 진입로를 지키던 노인 중 몇은 거의 탈진한 것처럼 그늘에 누워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밀양 주민들이 불필요한 저항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건네 본 사람 중 100퍼센트가 "우리나라에 핵 발전소는 불가피하고 우리는 전력이 부족한 나라이며, 이 사업은 그래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노인들이 다치고 하는 문제에는 인간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핵 발전소가 많이 모인 동해안이 한반도의 활성 단층인 것은 아느냐고 물었을 때, 서해안이 아니고요? 하고 되물었다. 만나 본 사람 중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럼 1달러의 가치를 생산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 많은 전기를 쓰며 심지어 영국보다는 3배의 전기를 쓴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지더니 데이터를 가져오란다. 그리고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나를 압박했다.

"대체, 선생님은 누구세요?" 어쭙잖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 소개했더니 명함을 보자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인지에 대한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말이다. 그런 거 없다 했더니, 명함도 없는 사람하고 무슨 대화를 하느냐며 나를 쫓아낼 기세였다. 도리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가 아니냐고 그 이야기 좀 들어보잔다.

나는 그 상황에서 기억나는 수치도 논리도 마땅찮아, 아니 말하기도 성가셔서, "이봐요, 내가 가고 안 가고는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거든요" 하고 쏘아주고 발길을 돌렸다. 앵무새 같은 이야기만 되뇌는 한국전력 노동자들에게 나도 발끈하고 만 것이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잠깐 빠져나와 맞은편 능선에 있는 한국전력 노동자들과 있었던 일이다. '저들 책임은 아니잖은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127번 자리 텐트 농성장으로 건너왔다.


▲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 지역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를 사흘째 재개한 22일 오전,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센 부북면에서 한 주민(오른쪽)이 팔에 깁스를 한 채 공사재개를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의 눈에 한국전력과 경찰은 한통속

돌아오니 텐트 안쪽에 있던 할매 한 분이 떡을 내주셨다. 맛은 있었지만 날이 더워서 그런지 그것도 그리 잘 먹히지는 않았다. 첫 방문지라 그런지 나도 할매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기가 낯설었다. 다만 바리케이드가 쳐진 입구서부터 129번 자리를 거쳐 127번 자리까지 차를 태워다 준 평밭 마을 노인 회장님의 말씀이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평밭 마을은 129번 송전탑 자리를 입구로 가진 마을이다. 작년 녹색당에서 1차 탈핵희망버스가 왔을 때, 한국전력이 나무를 벤 자리에다 철쭉을 심어 놓았다. 키 작은 철쭉꽃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냥 왜소했기 때문이었을까? 노인회장님 말씀은 이렇다. "한국전력 사람들은 저 나이 먹은 할매들의 모성을 절대 모릅니더. 고향을 지켜서 자식들에게라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요."

이 비슷한 이야기를 26일 오후에 올라간 88번 자리의 용회동 주민에게서도 들었다. "새누리당에서 보상법을 손대가 6월 초에 뭐 어찌한다고 하더만요, 보상받을라꼬 우리가 8년을 싸운지 아십니꺼? 보상 많이 받을라캤으면 진즉 치아삤지요." 등을 내 쪽으로 돌리고 앉은 몸이 조부장한 할매가 입은 조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서 생명과 마을이 살아있는 고향을 물려줄 것이다.' "이 자리서 지난 번에 할매들이 실려 갔지 않았능교." 하면서 그 당시를 상세히 술회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와 이리 말이 많노' 하는 추임새는 빼먹지 않았다. 경찰이 굴착기를 빙 둘러쌌는데 상대도 할매들이고 전경들도 어리고 해서 뭔가 대열이 어슬프더란다. 그 틈을 비집고 할매 세 분이 작은 굴착기 아래도 들어가 밧줄로 몸을 함께 묶고 그 몸'들'을 굴착기와 다시 쇠줄로 다시 연결했다.

"경찰은 뭐 하러 왔다던가요?" "주민의 안전을 보호할라꼬 왔다카대요." 할매 한 분이 대답하자 다른 할매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어 붙였다. "보호는 무슨? 그 다음 날은 뭐라 캤는지 아요?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하데요. 그래서 '왜 말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노?' 하고 따졌더니 고개를 푹 숙이삡디다." 그 중 가장 논리적이고 상황에 대해서도 식견이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말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다친 사람들은 다 공권력하고 충돌해 벌어진 겁니더."

주민들은 한국전력과 공권력을 한통속으로 봤다. "쩌 아래 동화전 마을은요, 머리 위로 송전선이 지나가는데 그것 발표되고 나서 땅값이 마 팍 떨어졌습니더. 어떤 할매는 4억인가 5억인가 하는 땅 팔고 부산의 자식한테 갈랐캤다가 동네 할매들이 '자식들 돈 주고 나면 다 필요없어진데이. 가지 마라' 해서 안 갔는데 지금은 땅값이 1억 정도밖에 안 된다 카데요." 주민들은 자신들이 받는 피해가 금전적인 것에서부터, 인간적인 존엄성의 훼손, 공동체의 파괴, 전자파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아주 깊고 넓게 퍼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으면 뭐할라꼬 산으로 갑니까? 그냥 아무 데나 쭉 지나가면 되지."평밭 마을에서 트럭으로 우리를 태워다 준 주민 한 분은 핵 발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127번 자리에 함께하러 온 초록농활대 학생들에게 핵 발전의 맹점과 허구를 상당히 호소력 있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연방 '아!'하면서 그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내가 127번 농성장 맞은편에서 한국전력 직원들과 언쟁을 한 직후 이번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 소문난 두 할매와 같이 올라왔는데, 두 할매의 등장은 그 서막에서부터 워낙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머하고 자빠졌노? 개새끼야! 저리 안 가나? 지금 에서 주말에는 공사를 잠정 중단한다고 보도됐는데 여서 왜 숨어 있노? 또 공사할라카나? 앞에서 말한 것 뒤에서 또 뒤집을라카나? 똥물 한 번 무볼래? 엉? 확 뿌리삐까?"

나에게 떡을 주던 할매까지 가세해 세 분이 번갈아 외치는 고함에 한국전력 직원들과 공사 업체 직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참, 배운 지식은 통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삶에서 체득한 지혜나 대처법이 그래도 매섭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핵 발전만이 답인가

127번 자리를 지키는 평밭 마을과 위양리 내 특히 진싯골 마을 주민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도 강성으로 소문나 있었다. 할매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주민들 중 가장 얼굴이 밝기도 했다. 그게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알아본 바로는 위양리 주민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수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가 진싯골은 진 씨들의 집성촌일 때부터 누대로 이어져 온 공동체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곤 하는 보수적인 마을 문화가 어떻게 다른 면을 품고 있는지 숙고해야 할 문제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들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멀리 쫓겨난 후 천안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셋, 그리고 울산에서 왔다는 여성 학습지 노동자 넷이랑 함께 트럭 짐칸에 타고 평밭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127번 자리는 우리 대신 초록농활대 이십 명 가까이가 할매들과 함께 밤을 날 것 같다고 하며 찾아왔다. 88번과 89번 자리가 있는 바드리 마을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상동면 여수 마을로 출발했다. 청도 쪽에서 오는 밀양강 지류를 타고 가다 골짝 쪽으로 길을 꺾었다.

127번 자리가 있던 평밭 마을과 그 아래의 위양리를 기준으로 하면 화악산 너머에 있는 마을이다. 희망버스의 힘으로 공사가 주말에는 중단되어 농성은 잠시 접었다고 해서 여수 마을을 지나 화악산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았다. 지나면서도 느꼈지만 산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여수 마을도 송전탑과 송전탑 사이에 끼어 76만5000 볼트가 지나가는 송전선을 머리에 이고 살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이었다.

산에는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어느 생명체가 내는지 처음 듣는 소리가 수풀 속에서 두런거렸고, 맵시가 뛰어난 장끼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밀양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그런 삶 터를 그만 좀 괴롭히라는 단말마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었다. 주민들은 나 같은 외지인이 생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말은 주민들이 많이 배운 식자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번 송전탑 건설이 얼마나 관료적이고 어이없는 공사인지 상당히 논리적으로 지적했고, 신고리 핵 발전소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게 내게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이처럼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충분히 체득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도리어 한국전력 직원들의 논리는 앞뒤가 그럴듯해 보이나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착한(?) 직원도 물론 있긴 했지만 대체로 그들은 무기력해 보였다. 한다는 말들이 정해진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생동감 있는 쪽은 오히려 피해자인 주민들이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왜 한국전력은 보다 나은 대안에 대해서 아무 고민을 하지 않는가?' 88번 자리서 만난 한국전력 직원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다. "왜 핵 발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것은 상상해 보셨습니까?" 자신들 같은 기술자들의 한계를 그는 솔직히 인정했다.

밀양 주민들은 어쩌면 그것을 한국전력과 국가 권력에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현실적 외형으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거기서 도출된 권고안을 서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만큼은 공사를 멈춰달라는 것이다.

"우리 공부 마이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주민들의 눈빛은 단단했다. 공사를 하면 싸움이 벌어질 텐데 싸우면서 대화하자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는 물음 앞에, 한국전력은 공사는 공사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다. 오는 29일에 주민과 한국전력 측이 이 문제를 갖고 만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밀양은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황규관 시인

표창원, “경찰, 증거인멸·입맞추기 상황 구속수사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8일자 기사 ' 표창원, “경찰, 증거인멸·입맞추기 상황 구속수사해야”'를 퍼왔습니다.
국정원 사건 관련 외압 의혹 수사 과정 경찰 증거 인멸 맹비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이 지난 20일 국가정보원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당시 증거를 삭제한 행위에 대해 "경찰이 오히려 범죄자들이 하는 것처럼 증거를 인멸했다"고 비판했다.
표 전 교수는 28일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떤 죄의 경중을 떠나서 결코 있어선 안 될 행동"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경찰은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장인 A경감이 삭제한 자료는 국정원 수사기록과 공식적으로 관련이 없고 일선 경찰서에 전달 보존돼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표 전 교수는 A경감이 삭제한 자료에 대해 "온라인상에 올라가 있는 공식적인 보고서가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그런 결과물, 기록물, 뭐 비망록, 이런 것들이었다라고 봐야 된다"면서 "그 내용들이 대단히 급박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여지면 안 된다 라고 일단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표 전 교수는 A경감이 압수수색 당시 삭제를 하면 의심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면 "경찰 간부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16일 경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있고 이틀 뒤에 수사주체인 수서경찰서에 증거 분석 내용이 전달된 것에 대해서도 "고의적인 왜곡, 축소(가 있었고)였고 또 일선 수서경찰서 측에 대해선 압력이 내려진 것이 아닌가? 그 과정에서 이뤄진 연락행위나 16일 혹은 그 이전에 댓글이 확인됐다거나 이런 흔적들이 만약에 지워졌다라고 한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증거인멸 기록 삭제 부분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권남용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검찰 소환조사에서 권은희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에 전화를 한 것을 시인한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에 대한 부분만 시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전 교수는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광범위하고 해야 될 수사들은 거의 대부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혹시 검찰도 정치적인 고려를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그런 우려들을 가지고 있는 측면은 아직까지는 구속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대단히 심각하고 중요한 조직적 범죄행위인데 해당자들이 서로 공모, 논의 하면서 증거인멸 내지 진술에 대한 입 맞추기 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경찰, 평화박물관 압수수색…“회원명부, 회계장부 등 압수”

이글은 go발뉴스 2013-05-27일자 기사 '경찰, 평화박물관 압수수색…“회원명부, 회계장부 등 압수”'를 퍼왔습니다.
한홍구 “이게 朴 강조한 법치냐…시민단체 활동 위축 공안탄압”

경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출산 장면 그림을 전시한 ‘평화박물관’을 압수수색해 회원명부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해 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검․경이 정권의 이해에 따라 유신정권을 비판했던 시민단체를 편파적으로 압수수색 했다”며 “이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공권력 남용”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27일 오전 참여연대 등 83개 시민단체 등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명부를 압수해간 것은 명백한 과잉수사”라면서 “이는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를 후원하는 시민들을 위축시키고 단체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보수성향의 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 정모씨는 평화박물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노무현재단 등이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2일 평화박물관을 압수수색해 회원명부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후원내역을 압수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반 시민이 아닌 소속 회원들로부터 일부 모금을 벌여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은 압수수색까지 하는 등 과잉수사를 했다”고 비난하는 동시 “기부금품법 4조에 따른 모금활동 사전등록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되었는데도 수사를 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박근혜 정권 최초의 공안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부금품법은 불특은 정 다수의 시민을 대상으로 기부금 1000만 원 이상을 모금할 경우 반드시 안전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평화박물관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는 “6·25 전쟁 중인 1951년 만들어진 기부금품법은 지난 1995년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인 권영길 전 의원을 구속시키기 위해 공안당국이 되살렸고 199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았다”며 “이후 고쳐진 현행 기부금품법도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국회에서 이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83곳은 27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지난 22일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명백한 과잉수사"라고 비판했다. ⓒ 'go발뉴스'

한홍구 평화박물관 상임이사는 이날 “대선 기간 한국사회가 유신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면서 “그 중 평화박물관도 한 몫을 담당했기에 압수수색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이게 법치냐”고 반문하며 “조세 탈루,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증거 인멸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범죄가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나와 있는 시민단체 활동을 수사하는 것은 명백한 공안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유신의 부활을 저지하는)활동 등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 시민단체 주요 인사들과 민주당 인제근·이종걸·홍종학 의원 그리고 서해성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석해 평화박물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서해성 교수는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을 하는 오늘이 33년 전 새벽 4시, 윤상원과 그의 동료들이 도청에서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광주항쟁이 비로소 '거룩한 투쟁'이 된 날”이라면서 “오늘 시민단체들이 같이 모여서 (평화박물관 압수수색 사건에)대응하는 일 자체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늘을 5월 27일 바로 그날이라 여기자”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대응하자. 이날을 치열한 투쟁의 시작점으로 생각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평화박물관은 작년 11월 ‘유신의 초상’ 전시회에서 홍성담 씨(58)의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란 제목의 박근혜 대통령이 수술대 위에 누워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선글라스를 낀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을 전시한 바 있다.


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신경민 "경찰의 증거인멸, 백주대낮의 워터게이트"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27일자 기사 '신경민 "경찰의 증거인멸, 백주대낮의 워터게이트"'를 퍼왔습니다.
"지시없이 사이버수사대 간부가 증거인멸했겠나"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서울경찰청의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축소수사' 증거인멸 시도와 관련, "백주대낮, 검찰수사 직전에 벌어진 공공연한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디가우징은 복잡해서 쓰지 못하고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앤타이포렌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웠다. 누군가 급히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사이버수사대 간부가 이렇게 할 수 없다. 밝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소환이 수사중지, 수사의 끝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국정원이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불만이 검찰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청와대는 왜 침묵하나. 청와대의 침묵은 공감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여당은 아직도 (국정원 직원의) 여성인권을 가끔 이야기 한다. 이것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이어서는 안된다. (검찰은) 민주당의 당직자와 보좌관들을 소환해 민주당이 마치 음모를 꾸민듯 수사방향을 몰아가고 있다"며 "검찰은 수사 방향을 똑바로 잡고 가야한다"고 검찰에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박정엽 기자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발뺌하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했다" 실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7일자 기사 '발뺌하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했다" 실토'를 퍼왔습니다.
전방위 조사 착수와 朴대통령 질타에 입장 바꿔

대리점주 자살에도 불구하고 5년전부터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던 배상면주가가 16일 밀어내기를 시인하며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경찰과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내기 엄단을 지시하자 뒤늦게 밀어내기를 인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이사(53)는 이날 오후 자살한 배상면주가 인천 부평지역 대리점주 이모씨(44)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부천시 복사골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배 대표는 “배상면주가에서 밀어내기 등 그동안 잘못된 영업 관행이 있었다”며 고인의 유서 내용을 인정했다. 그는 “2010년 출시한 ‘우리쌀 막걸리’ 밀어내기를 했으며 결과적으로 사측의 관리 책임 부실임을 통감한다”면서 “이씨가 잘못된 영업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준엄한 꾸지람을 남긴 만큼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관행으로 상처 입은 대리점에 보상과 소통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전통술 시장은 사케와 와인 등 외국산 수입으로 5분의 1 토막 났다. 전통술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통주 사랑을 호소하기도 했다.

배상면주가는 고인의 유족과 보상에 합의했으며 장례식은 17일 오전 회사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초청만찬에서 "최근에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린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며 배상면주가를 질타하며 밀어내기 엄단을 지시했고 경찰과 국세청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배상면주가는 서둘러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견 기자

발뺌하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했다" 실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17일자 기사 '발뺌하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했다" 실토'를 퍼왔습니다.
전방위 조사 착수와 朴대통령 질타에 입장 바꿔

대리점주 자살에도 불구하고 5년전부터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던 배상면주가가 16일 밀어내기를 시인하며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경찰과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내기 엄단을 지시하자 뒤늦게 밀어내기를 인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이사(53)는 이날 오후 자살한 배상면주가 인천 부평지역 대리점주 이모씨(44)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부천시 복사골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배 대표는 “배상면주가에서 밀어내기 등 그동안 잘못된 영업 관행이 있었다”며 고인의 유서 내용을 인정했다. 그는 “2010년 출시한 ‘우리쌀 막걸리’ 밀어내기를 했으며 결과적으로 사측의 관리 책임 부실임을 통감한다”면서 “이씨가 잘못된 영업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준엄한 꾸지람을 남긴 만큼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관행으로 상처 입은 대리점에 보상과 소통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전통술 시장은 사케와 와인 등 외국산 수입으로 5분의 1 토막 났다. 전통술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통주 사랑을 호소하기도 했다.

배상면주가는 고인의 유족과 보상에 합의했으며 장례식은 17일 오전 회사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초청만찬에서 "최근에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린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며 배상면주가를 질타하며 밀어내기 엄단을 지시했고 경찰과 국세청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배상면주가는 서둘러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견 기자

2013년 5월 3일 금요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향배는? 불길한 검찰


이글은 프레시안 203-05-02일자 기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향배는? 불길한 검찰'을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검찰은 경찰과 다를까?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대선시기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의 경찰 수사결과가 지난 4월 18일 발표되었다. 넉 달 동안이나 경찰이 사건을 들고 있었기에 수사기간만 보면 충분히 의혹이 풀렸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에 부족했을 뿐 아니라, 발표 직후부터 터져 나온 수사과정에 대한 압력행사 등으로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찰 수사결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 직원 등이 대선시기에 정치에는 관여했으나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점과, 국정원이 여러 차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로서 그러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음에도 지시를 한 윗선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국정원 직원 등에게 공직선거법위반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살펴보자. 이 부분은 법률의 해석에 관한 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문을 직접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1호는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선은 전 국민이 선거구민이라서 선거구민을 따로 특정할 필요가 없는데, 위 조문에 따르면 대선시기 국민을 상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국가정보원법에서 정치관여를 금지하는 조항을 보자. 국가정보원법 제9조 제1항, 제2항 제2호는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사실을 유포하면 안 된다.

위 두 조항은 모두 동일하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업적을 홍보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고, 심지어 국가정보원법은 '그 직위를 이용하여'라고 하여 금지되는 행위를 더욱 좁게 보고 있다. 따라서 국가정보원법에 위배되면 공직선거법 역시 자동적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국가정보원법만 위배했다는 이해되지 않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것은 큰 풍선 안에 작은 풍선이 들어 있는데 바늘로 큰 풍선을 통과해서 작은 풍선만을 터뜨리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다. 경찰이 국민에게 마술 같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아마 선거에 개입하였다고 하는 순간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야 된다는 공포가 그런 능력을 발휘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없었던 부분을 보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정원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행동은 업무로서 한 행위'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었다. 김모씨가 업무로서 이러한 행위를 하였다는 의미는 당연히 국정원 차원에서 김모씨의 행위를 관리, 감독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심리정보국만의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심리정보국만을 수사대상으로 삼았고, 그나마 심리정보국장조차도 제대로 소환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난이 일자 경찰은 심리정보국장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거나 소환을 해도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누군지 모르면 수사를 못하고 불러도 안 오면 수사를 못 한다는 말이다. 누군지 뻔히 아는데다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는 사람을 수사하는데 경찰이 필요할까! 애초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시스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에서 검찰이 공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정권 때 정치적 독립성을 매우 심하게 의심받았었다. 그로 인해 이번 대선과정에서 여·야할 것 없이 공히 검찰개혁을 중요한 화두로 삼기에 이르렀다. 과연 검찰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런 정치적 사안을 제대로 수사해낼지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곳곳에서 검찰이 수사대상을 넓히는 정도로 생색을 내면서 경찰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말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한다면 향후 5년간 검찰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도 못한데다가 수사의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 경찰의 처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아니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입증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의가 찾아지기를 바란다.

2013년 5월 2일 목요일

‘노동 없는 정권’에 맞선 123주년 노동절...충돌


이글은참세상 2013-05-01일자 기사 '‘노동 없는 정권’에 맞선 123주년 노동절...충돌'을 퍼왔습니다.

“평등세상을 외쳐라”...경찰, 쌍용차 분향소 이동 막아


123주년 노동절을 맞아 1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만 5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주노총 주최로 열렸다. 

이번 노동절 집회는 서울광장을 비롯해 강원, 인천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공공운수연맹, 공무원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등 5개 민주노총 산하 연맹․노조도 오후 3시 노동절 본대회에 앞서 각각 현안문제를 가지고 집회를 연 뒤 서울광장으로 모였다.

123주년 노동절 집회는 ‘노동 없는 박근혜 정권’를 규탄하고, 노동절을 계기로 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하고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와 민주노조 강화 △정리해고 철폐,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의료원 폐업 막아내고 의료공공성․사회공공성 강화 △산재사망 처벌법 강화,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남북대결 중단, 대화복구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했다. 
▲ [사진: 참세상 김용욱 기자]


▲ [사진: 참세상 김용욱 기자]


▲ 123주년 노동절 집회에서 대회사 하는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 참세상 김용욱 기자]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절 집회에 모인 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은 ‘노동자 권리선언’을 통해 “세기를 건너뛴 지금도 노동의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며 “노동의 권리를 말하는 순간 내쫓길 각오를 해야 한다. 때론 폭력까지 견뎌야 한다. 가정도 현장도 그 어디에도 노동자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위원장 없는 대회를 열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와 반성의 말을 전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도부 선출이 지연되는 상황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리고 우리의 상황은 누구의 탓을 하고 책임을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민주노총이 지도부 공백상태의 장기화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주인은 조합원이며, 여전히 진보민중 진영을 선도하라는 시대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불의와 차별에 저항하라는 100여 년 전의 외침을 교훈 삼아 오늘의 위기와 악재를 전화위복의 지혜로서 돌파하고 도약할 것”이라며 “오늘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선언하고 평등세상 건설을 외치며 투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자본은 노동자를 유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에 장악에 이어 농업까지 집어삼키겠다고 달려들고 있다”며 “오는 5월 6일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아낼 것이다. 승리하는 연대의 봄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공공운수연맹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와 민영화 저지, 사회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대표해 발언하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오는 6월 1일 총력투쟁으로 박근혜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기본권과 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권도 보장되지 않는 세상에서 박근혜정부의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시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노동절 본대회가 끝날 무렵 집회 참가자들이 시청 서울광장에서 100여 미터 가량 떨어진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 추모하러 가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 1시간 30분가량 대치․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경찰차량, 차벽 등을 이용해 지하도를 포함한 대한문으로 이동하는 모든 진입로를 차단해 ‘과도한 진압작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노동자들은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의 여타로 죽어간 24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추모조차 막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경찰이 대치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을 향해 최루액을 무자비하게 분사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얼마나 더 죽고, 얼마나 더 거리에서 싸워야 우리가 살 만한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한탄스럽지만 길은 딱 하나이다”며 “박근혜정부 5년 동안 거리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자본과 정권에 배제되고, 죽어 가느니 차라리 길에서 싸우다 죽어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며 “노동자의 지혜와 힘을 모아 전선을 만들고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정재은 기자

2013년 4월 30일 화요일

KTX민영화 반대도 ‘종북’?...경찰, 철도노조원 국가보안법 혐의 압수수색


이글은 참세상 201`3-0429일자 기사 'KTX민영화 반대도 ‘종북’?...경찰, 철도노조원 국가보안법 혐의 압수수색'을 퍼왔습니다.

“KTX민영화 반대투쟁 조기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된 공안탄압”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철도노조 전, 현직 간부 6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KTX민영화 반대 투쟁을 조기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권의 의도된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29일 오전 8시 경부터, 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과 대전지역본부장 등 철도노조 전, 현직 간부 및 조합원 6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 6명이 속해있는 현장조직인 ‘전국철도노동조합 한길자주노동자회’를 ‘이적목적의 종북단체’로 규정하고, 영장을 통해 “피의자는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공사 내 이적목적 비합법적 조직을 결성, 종북세 확산을 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이 분명하다”고 적시했다. 

또한 경찰은 “‘한길자주노동자회’가 국가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하고 이적표현물 취득소지 및 제작 반포했다”며 압수수색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노조에 따르면 2007년 결성된 ‘한길자주노동자회’는 철도노조 내 여러 현장조직 중 하나이며,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그간 KTX민영화 등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투쟁에 결합해 왔으며, 현재는 일부 회원의 친목 모임 성격으로 유지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노조 측은 정권이 KTX민영화를 비롯한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투쟁을 조기에 무력화 시키기 위해 공안탄압에 나선 것이라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전교조 등 민주노총 대중조직 및 간부층으로 공안탄압 사건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여서, 민주노총에 대한 ‘종북 색깔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권이 이번 사건을 KTX를 비롯한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투쟁과 연동해, 향후 철도본부 압수수색과 현직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확대된 탄압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등 ‘철도민영화저지범대위’는 오는 30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동자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KTX민영화 반대 여론이 전국민적 요구로 확산되자, 가장 열심히 투쟁해왔던 철도노조 전, 현직 간부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함으로써 ‘공안탄압’으로 박근혜 정권의 힘을 과시하려 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철도노동자들의 KTX민영화 반대투쟁을 무력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연 기자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시민단체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 警김기용‧김용판 고발


이글은 go발뉴스 2013-04-26일자 기사 '시민단체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 警김기용‧김용판 고발'을 퍼왔습니다.
중앙지검서 “권은희에 압력, 공선법 위반‧직권남용 처벌해야”

▲ 기자회견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시민모임은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업무를 방해하고 수사 결과를 축소 은폐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고, 동시에 경찰의 선거개입에 해당하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김 전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결과 축소와 은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되고 회피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김 전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경찰 직무직행법상 직권남용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혐의로 처벌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고발장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김종훈 기자  |  balnews21@gmail.com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수사 초기에 변호인 구하라!


이글은 한겨레21 2013-04-29일자 제958호 기사 '수사 초기에 변호인 구하라!'를 퍼왔습니다.
[기획 연재] 무죄와 벌 ⑥ 법률 전문가가 경험한 ‘무죄와 벌’
당신이 억울한 용의자가 돼서 수사·재판 받는다면…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경찰 등에게 ‘수사 잘 받는 법’을 묻다
느닷없이 수사기관에서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죄가 없으니까 자신만만하게 출석했다. 9시간 만에 초죽음이 돼 돌아오며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경찰 등 10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약 억울하게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재판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그들이 털어놓은 ‘수사 잘 받는 법’을 8가지로 정리한다.

» 아무런 준비 없이 홀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짚더미를 짊어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2007년 12월12일 강원도 총기 탈취 사건의 용의자 이아무개(당시 35살)씨를 수사관들이 서울 용산경찰서로 연행하는 모습. 한겨레 박종식 기자


1.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수사관은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소환할 때는 잠깐 얘기만 하면 된다 하고, 신문할 때는 자백하면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일종의 신문 기법이다. 한 변호사의 말이다. “체포된 피의자를 접견하러 가면 대부분 조금 있으면 풀려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곧 구속될 상황인데도 말이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려면 수사기관이 소환 통보를 할 때 자신이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인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신분인지 확인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이라면 혐의 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2. 수사 초기에 변호인을 구하라

아무런 준비 없이 홀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짚더미를 짊어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헌법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때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이유다. 반드시 법률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 변호인은 성실하고, 또 성실해야 한다. 돈이 없다면 지역의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있다면 절대 아끼지 마라. 수사 초기 단계의 잘못된 선택으로 대부분 구속되고, 전과자가 된다. 출석 날짜도 수사기관과 협의하거나 조정·변경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 동안 방어 무기를 갖춘 뒤 출격하자.

3.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협업하라

아무리 성실한 변호인이라도 그는 남이다.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지도,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지도 않는다. 피의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지만, 변호인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무죄 증거를 수집하고 구속된 피의자와 변호인 사이를 오갈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 죄가 없으니까 혼자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자만이다. 수사나 재판은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가 결백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다. 특히 수사기관은 유죄라고 단정하고 몰아세운다. 유죄 증거는 확대하고 무죄 증거는 무시한다. 무죄라고 절규해도 그 상황을 혼자 벗어날 수 없다. 유죄 올가미가 씌워졌음을 인정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4. 진술 거부권을 활용하라

헌법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진술거부권이다. 이는 단순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묵비권’이 아니다.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신문에는 일단 응하면서 불리한 질문에만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변호사와 협의한 진술만 하고 다른 질문에는 묵묵부답해도 된다. 흔히 대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현실에선 진술이 오히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한 검사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건은 피의자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수사기관에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죄 증거를 발견하고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직접 증거를 먼저 대라.”

5.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정하라

피의자를 제압하려고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조사실에 넣어놓고는 몇 시간 동안 대기시킨다. 피의자가 불안감에 심리적으로 무너지도록 하는 수사 기법이다. 이럴 때 대응 방법은 출석할 때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미리 정하고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호인이 옆에서 수사관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수사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미리 정한 종료 시각이 지나면 조사가 끝나지 않아도 피의자는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장기간 조사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특히 심야 조사는 거부하는 게 낫다. 사실상의 가혹행위가 될 수 있다. 재출석하고 싶지 않아서 심야 조사에 응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계속 소환한다.

6. 자백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다

많은 증거 중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의자의 자백이다. 혐의 자체가 불분명할 때 일단 자백을 받아내면 수사가 압축되고 법원도 유죄를 선고한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을 때, 즉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자백만 가지고 유죄를 선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백은 ‘증거의 왕’으로서, 모든 무죄 증거를 뒤덮는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반복·유도 신문이나 “옆방에 있는 사람은 이미 자백했다”는 회유에 넘어가 거짓 자백해서는 안 된다. 혼자 계속 버티면 오히려 자기만 불리해질 것이라고 언뜻 생각하지만 전형적인 수사 방식에 불과하다.

7. 영상녹화를 활용하라

혐의를 부인할 때는 영상녹화가 유리할 수 있다. 피의자의 부인 진술이 영상녹화물로 남고 수사관이 반복적인 유도성 질문이나 회유 및 협박성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상녹화를 할 때는 조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이 객관적으로 녹화되도록 해야 한다. 자백하는 듯한 순간만 선별해 영상을 녹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영상녹화가 끝나면 피의자나 변호인 앞에서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가 기명 날인이나 서명을 해야 한다. 물론 요구하면 영상녹화물을 재생해 시청할 수 있고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첨부하게 된다. 하지만 영상녹화물은 독립적인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문 과정을 영상녹화했더라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까닭이다.

8. “의심스러울 때는 검사의 이익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판사가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판사 역시 평범한 인간이며 재판 과정에선 양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적어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실이 100% 밝혀지기 어렵다. 게다가 판사는 같은 법률가인데다 공직자인 검사의 주장을 피고인보다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곧잘 무너진다. 따라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의 유죄 주장·증거에 대해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품도록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무죄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