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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무죄 선고 나면 기소한 검사 처벌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4일자 기사 '"무죄 선고 나면 기소한 검사 처벌해야"'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검찰 체험 '극과 극'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 구영식

'비교체험 극과 극'

1990년대 한 방송사에서 만들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름이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최상급과 최하급을 비교체험하는 코너인데, '극과 극'이 주는 경이로움와 짜릿함 때문에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좀 생뚱맞게 기자가 이 코너를 떠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자의 오랜 취재원 두 명이 체험한 검찰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검찰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해서(?), 다른 한 명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억울한 경우다. 이런 '극과 극'은 사실 검찰의 '두 얼굴'이다. 

그 '극과 극'의 검찰을 체험했던 선창규씨와 조인환씨가 지난 20일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생면부지다. (오마이뉴스)에서 여러 차례 추적보도한 상대방의 사건들을 조금씩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에 관한 한 동병상련이다.

검찰의 두 얼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하거나 제대로 못하거나

선창규씨. 전남 순천출신인 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8년간 축산물유통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에서는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체에서 나온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를 연결하는 '축산물 유통 컨설팅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 검찰(서울남부지검)에 긴급체포돼 같은 해 7월까지 무려 5개월간 '미결구금'(판결선고 전 구금)됐다. 검찰은 그가 한국까르푸에 근무하던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수사는 전북지역 한 유력 유통업자의 사주를 받은 인사가 검찰에 건넨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은 총 세 차례 선씨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은 공소사실은 빠지고, 특히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탈세혐의가 추가됐다. 탈세혐의는 그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는 검사의 제안('플리바기닝')을 거부한 결과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사의 플리바기닝(자백감형제도)를 거부한 탓에 120억 원대의 세금폭탄(벌금 40억 원 포함)을 맞았다. 이후 검찰과 선씨가 항소했고, 조만간 항소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조인환씨. 강원도 원주출신인 조씨는 고향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입을 얻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07년 6월 지인의 소개로 평창휴게소 내 한식당 신축에 총 2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동업자들과 틀어지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투자금도 아까웠지만 심한 배신감에 동업자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이 내사를 벌여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을 포착한 사실을 '검찰내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특히 검찰에서 입수한 '로비 다이어리'에는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 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소 출장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과 술집 이름, 금품 향응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휴게소의 구조적 비리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압수수색과 체포 등을 벌였고, KBS 원주방송국에서 관련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검찰은 내사를 시작한 지 약 석 달 만에 사건을 접었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소환하지도 않았다.

내사기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했다. 결국 지난 2010년 10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사건은 대검 감찰로 이어졌다. 감찰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로비 다이어리'를 휴게소장에게 돌려줬고, 휴게소장은 이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끝냈다('공람종결'). 

"검찰조직은 조폭의 세계... 무죄나도 처벌받지 않아"


▲ 선창규씨. ⓒ 구영식

평소 검찰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사건'을 겪고 난 뒤 크게 달라졌다. 선창규씨는 "잘못한 놈들을 잡아다 벌주는 곳으로 검찰을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고, 조인환씨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선씨는 "검찰은 나라의 조폭이었다"고 표현했다. 

"내가 억울하다고 얘기하면 그것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였다. 모여서 '저 나무를 뽑자'고 결정하면 그 결정대로 간다. 또 없는 증거도 만들어낸다. 검찰에서는 안되는 게 없다. 이 세계가 조폭과 같더라."(선창규)

조씨도 "없는 죄를 만드려고 하는 게 기가 막히게 조폭이다"라고 선씨의 얘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검찰이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하는 그는 검찰을 더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검찰조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검찰조직이 없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조인환)

조씨가 검찰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수사했는데도 '사건번호'도 없이 '편철'이라는 형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그가 재고소한 횡령사건의 경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이다. 

"고소사건은 처분결과가 명확하게 나온다. 하지만 내사사건은 검사 맘대로 수사를 끝내면 그만이다. 조건만 맞으면 덮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조인환)
  

선씨는 사건 이후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에 소주 10병을 먹었는데도 안 취하더라"고 말할 정도로 검찰을 향한 분노가 컸다.

"범죄행위가 없는데도 체포영장을 내세워 체포한다. 검찰은 이것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검찰은 합법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하지만 (무죄가 나도) 검찰은 처벌받지 않는다."(선창규)

"그래서 공권력이 무서운 거다. 합법으로 위장시켜주니까."(조인환)

선씨와 조씨는 자신의 사건에 검사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라야 약발이 먹힌다"(선창규)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었다.

"끼리끼리다. 검사출신 변호사도 검사 편을 들어야 돈벌이가 된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거래한다. 제가 선임한 변호사도 '검사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선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죄가 한두 가지로 줄어드는 거다."(선창규)
 

조씨는 '사건' 당시 원주지청장으로 근무했던 김진태 현 새누리당 의원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김 의원은 "100% 해결할 수 있다"고 그에게 장담했지만, 검찰은 그의 상대방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는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이 불거질 것 같으니까 김 의원이 사건을 수임해 결국은 말아먹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출신인 김 의원도 결국 검찰 편에 섰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나중에 수임료 1000만 원 가운데 250만 원을 돌려줬다.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만 말했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다 검찰 눈치를 본다"


▲ 조인환씨 ⓒ 구영식

얘기하는 도중에 선씨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더니 "나는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검사 선서'가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주기는커녕 범죄자로 만든다. 이번 일을 당하고 나서 나라가 필요없다고 느껴졌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선창규)

선씨는 "검찰은 국민이 자신들의 신발 밑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참을 더 검찰을 성토했다.

"대들면 죽고, 원하는 거 해주면 살려주고. 대들면 저처럼 되는 거다. 한마디로 '나는 검사다' 이거다."(선창규)
 

조씨도 "내가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금 좀 면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검찰조직의 주인은 우리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주인의 뒤통수를 친다. 과연 검찰이 국민을 위해 있는지 의문이다."(조인환)

선씨는 '검찰조폭론'에 이어 '검찰신론'까지 내놓았다. "일반권력을 가진 자들이 다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검찰은 신이다"라는 것이다.

"검찰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도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게 했다. 누가 죽였나? 가진 자들은 다 검찰 눈치를 본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대항할 수 없다. 그래서 검찰권력은 계속 갈 거다."(선창규)

선씨의 '무소불위 검찰권력' 얘기에 조씨는 "검사가 손을 대 흔적을 남긴 사건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해결해줄 수 없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조정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며 "반드시 검찰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씨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 때는 대문짝만 하게 보도가 나오지만 무죄가 나왔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번 낙인을 찍으면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조씨가 이렇게 거들었다.

"(무죄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처벌을 안 받아서 그런 일이 생긴다. 검사가 처벌받은 시스템이 안 돼 있으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이날 두 시간 동안 '의미있는 잡담'을 나눴다. 이들에게 '비교체험 극과 극' 검찰편은 불쾌하고 분노가 치솟는 기억을 남겼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검찰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얻은 바가 전혀 없지 않았다.    


구영식(ysku)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수사 초기에 변호인 구하라!


이글은 한겨레21 2013-04-29일자 제958호 기사 '수사 초기에 변호인 구하라!'를 퍼왔습니다.
[기획 연재] 무죄와 벌 ⑥ 법률 전문가가 경험한 ‘무죄와 벌’
당신이 억울한 용의자가 돼서 수사·재판 받는다면…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경찰 등에게 ‘수사 잘 받는 법’을 묻다
느닷없이 수사기관에서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죄가 없으니까 자신만만하게 출석했다. 9시간 만에 초죽음이 돼 돌아오며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판사·검사·변호사·법학자·경찰 등 10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약 억울하게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재판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그들이 털어놓은 ‘수사 잘 받는 법’을 8가지로 정리한다.

» 아무런 준비 없이 홀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짚더미를 짊어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2007년 12월12일 강원도 총기 탈취 사건의 용의자 이아무개(당시 35살)씨를 수사관들이 서울 용산경찰서로 연행하는 모습. 한겨레 박종식 기자


1. 별거 아닌 게 아니다

수사관은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소환할 때는 잠깐 얘기만 하면 된다 하고, 신문할 때는 자백하면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일종의 신문 기법이다. 한 변호사의 말이다. “체포된 피의자를 접견하러 가면 대부분 조금 있으면 풀려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곧 구속될 상황인데도 말이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려면 수사기관이 소환 통보를 할 때 자신이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인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신분인지 확인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이라면 혐의 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2. 수사 초기에 변호인을 구하라

아무런 준비 없이 홀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짚더미를 짊어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헌법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때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이유다. 반드시 법률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 변호인은 성실하고, 또 성실해야 한다. 돈이 없다면 지역의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있다면 절대 아끼지 마라. 수사 초기 단계의 잘못된 선택으로 대부분 구속되고, 전과자가 된다. 출석 날짜도 수사기관과 협의하거나 조정·변경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 동안 방어 무기를 갖춘 뒤 출격하자.

3.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협업하라

아무리 성실한 변호인이라도 그는 남이다.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지도,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지도 않는다. 피의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지만, 변호인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무죄 증거를 수집하고 구속된 피의자와 변호인 사이를 오갈 또 다른 조력자가 필요하다. 죄가 없으니까 혼자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자만이다. 수사나 재판은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가 결백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니다. 특히 수사기관은 유죄라고 단정하고 몰아세운다. 유죄 증거는 확대하고 무죄 증거는 무시한다. 무죄라고 절규해도 그 상황을 혼자 벗어날 수 없다. 유죄 올가미가 씌워졌음을 인정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4. 진술 거부권을 활용하라

헌법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진술거부권이다. 이는 단순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묵비권’이 아니다.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신문에는 일단 응하면서 불리한 질문에만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변호사와 협의한 진술만 하고 다른 질문에는 묵묵부답해도 된다. 흔히 대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지만, 현실에선 진술이 오히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한 검사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건은 피의자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수사기관에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죄 증거를 발견하고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이다. 직접 증거를 먼저 대라.”

5.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정하라

피의자를 제압하려고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조사실에 넣어놓고는 몇 시간 동안 대기시킨다. 피의자가 불안감에 심리적으로 무너지도록 하는 수사 기법이다. 이럴 때 대응 방법은 출석할 때 조사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미리 정하고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호인이 옆에서 수사관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수사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미리 정한 종료 시각이 지나면 조사가 끝나지 않아도 피의자는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장기간 조사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특히 심야 조사는 거부하는 게 낫다. 사실상의 가혹행위가 될 수 있다. 재출석하고 싶지 않아서 심야 조사에 응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계속 소환한다.

6. 자백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다

많은 증거 중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의자의 자백이다. 혐의 자체가 불분명할 때 일단 자백을 받아내면 수사가 압축되고 법원도 유죄를 선고한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을 때, 즉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자백만 가지고 유죄를 선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백은 ‘증거의 왕’으로서, 모든 무죄 증거를 뒤덮는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반복·유도 신문이나 “옆방에 있는 사람은 이미 자백했다”는 회유에 넘어가 거짓 자백해서는 안 된다. 혼자 계속 버티면 오히려 자기만 불리해질 것이라고 언뜻 생각하지만 전형적인 수사 방식에 불과하다.

7. 영상녹화를 활용하라

혐의를 부인할 때는 영상녹화가 유리할 수 있다. 피의자의 부인 진술이 영상녹화물로 남고 수사관이 반복적인 유도성 질문이나 회유 및 협박성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상녹화를 할 때는 조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이 객관적으로 녹화되도록 해야 한다. 자백하는 듯한 순간만 선별해 영상을 녹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영상녹화가 끝나면 피의자나 변호인 앞에서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가 기명 날인이나 서명을 해야 한다. 물론 요구하면 영상녹화물을 재생해 시청할 수 있고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첨부하게 된다. 하지만 영상녹화물은 독립적인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문 과정을 영상녹화했더라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까닭이다.

8. “의심스러울 때는 검사의 이익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판사가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판사 역시 평범한 인간이며 재판 과정에선 양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적어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실이 100% 밝혀지기 어렵다. 게다가 판사는 같은 법률가인데다 공직자인 검사의 주장을 피고인보다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곧잘 무너진다. 따라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검사의 유죄 주장·증거에 대해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품도록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무죄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임은정 검사와 검찰 수뇌부, 누가 검찰법을 어겼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0일자 기사 '임은정 검사와 검찰 수뇌부, 누가 검찰법을 어겼나?'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인가, 조직의 수하인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 검찰청법 제4조 1항의 내용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의무에 근거하여 검사는 때로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고, 재심 청구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24조) 또한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법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할 의무를 진다. 대법원은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2013년 2월 5일 객관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한 공판검사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 임은정 검사 ⓒ뉴스1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은 지난해 있었던 윤길중 진보당 전 간사장의 재심사건 때문이다. 윤길중 전 간사장은 1961년 5.16쿠데타 후 기소되어 1962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다. 5.16쿠데타 세력의 탄압으로 인해 윤길중 전 간사장은 재판을 받고 7년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재심을 청구한 끝에 지난해 연말에 윤길중 전 간사장의 재심 공판이 열렸다.
공판정에서 임 검사는 검찰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재심 재판부에 윤길중 전 간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청구했다. 임 검사의 무죄 구형까지의 과정은 마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임 검사는 공판이 열리기 전 임 검사가 근무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 윤길중 전 간사장 대해 ‘무죄’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부장검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구형”할 것을 요구하며 유죄 구형을 지시했다. 임 검사가 이를 거부하자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윤길중 전 간사장이 무죄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었던 임 검사는 이를 대변하기 위해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재심 법정에 출석을 강행했다. 재배당받은 검사가 재심 법정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임 검사는 법정의 검찰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재심 법정에 서서 윤길중 전 간사장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지난해 9월 6일에도 유신시절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89) 목사의 재심 공판정에서도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 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라는 말과 함께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역사부터 남북 분단, 군사독재 등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할 많은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간첩으로 몰려 15년 간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설치되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활동으로 피해자는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최근 법원에 재심과 손해배상을 청구한 과거사 피해사건이 500여건에 달한다(2012년 10월 기준). 그리고 사법부에서는 이전과 달리 과거사에 대해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여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경우 위와 같은 과거사 재심사건에 무죄를 구형한 것은 지난해 9월 6일 박형규 목사에게 무죄를 구형한 임 검사가 최초였다. 진실을 밝혀야 할 검찰로서의 의무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으면 재판부에 제시해야 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임 검사에게 중징계를 내린 검찰의 태도는 법원의 태도와 비교했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 동아일보 지난해 12월 31일자 10면 기사

(동아일보)는 2012년 12월 15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막무가내 女검사' 정직"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12월 31일 다시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라는 타이틀로 임은정 검사 이야기를 다루었다. 기사를 통해 임 검사를 '막무가내 검사'로 몰아갔다.
대부분의 언론이 동아일보와 같이 임 검사의 사례를 두고 검찰의 지시불복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검사는 검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직무상으로는 상관의 보조기관이 아니라 각자 독립된 국가행정관청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은 검찰청법에 따른 국가행정관청의 결정인 셈이다.
임 검사와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을 저지한 검찰 상관 중 누가 진정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인가. 검찰은 우리에게 이에 대한 해답을 먼저 들려줘야 할 것이다.

성춘일 변호사는 제51회 사법시험을 합격, 41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 구로구 구로동 법률사무소 여송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회와 민생경제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서울변협이 함께 하는 청소녀지킴이 변호사단 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성춘일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지하경제 양성화’하자는데, 검사가 왜 반대할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9일자 기사 '‘지하경제 양성화’하자는데, 검사가 왜 반대할까?'를 퍼왔습니다.
국세청 “복지재원 마련 가능” vs FIU·법무부 “과도한 사생활 침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마련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중 하나인 일명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을 두고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가 심화되고 있다. 국세청 등 수사기관은 조세탈루와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FIU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FIU는 세수증대 효과도 적으며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2001년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FIU는 금융기관이 보고한 거래정보를 분석해 자금세탁 혐의 등이 있을 경우 국세청,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모두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FIU 개정안)에 대한 정부 부처간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18일 국회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 그 방안은?'토론회에서도 찬성 입장인 국세청, 관세청과 반대하는 FIU, 법무부가 정면 충돌했다. 

▲ 18일 국회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 그 방안은?'토론회에서 찬성 입장인 국세청, 관세청과 반대하는 FIU, 법무부가 정면 충돌했다. 박민식 의원실 제공.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 재원 확충

현행 FIU법에 따르면 1일 2천만 원 이상의 현금 거래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자동으로 FIU에 보고해야 한다. 이 FIU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정보에 대해 국세청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국세청은 FIU 정보 활용 확대를 통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4조50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마련 대책이 절실한 새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다. 김동일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은 "금융정보 접근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IU는 국세청의 추산치는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FIU는 최대 예상액은 연 1조8000억 원이며 이 또한 확신할 수 없다고 밟혔다. 이명순 FIU 기획행정실장은 "국세청 추정치는 모든 거래 정보가 탈세나 범죄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했다"라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대선 후보들이 공약한 것처럼 '지하경제 양성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모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세수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부처의 추산치가 다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추산치 차이가 있더라도 일단 세수 증대 효과는 공감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기본권 문제 등 또 다른 쟁점이 남아 있다. 

▲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장이 제작한 FIU법 비교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영장주의 훼손 문제

FIU와 법무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영장주의 훼손이다. 이 실장은 "개정안이 시행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금융실명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법원의 영장이 있을 때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영장주의를 우회해 국세청이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IU는 탈세 혐의가 있을 경우 국세청에 정보를 확대 제공할 의향은 있지만, 국세청이 정보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FIU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모든 FIU 정보는 탈세 정보가 아니며 혐의가 없거나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며 "국세청은 국가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하자라고 하지만 FIU 제도의 본질은 수사기관과 FIU를 나눠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같은 우려를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 센터장은 "정보남용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외부위원 중심의 '금융정보활용평가위원회'를 신설해 심의 결과를 국회와 FIU에 통보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2011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국회는 국세청의 FIU 정보 활용범위를 확대했지만 CTR 정보 직접 접근은 불허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는 국민의 기본권 훼손 가능성과 국세청의 자료요청 남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부처 이기주의가 진짜 갈등 이유"

개인 기본권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부처 이기주의'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박사는 "현행법에서는 마약 탈세, 밀수, 범죄 테러조직 등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서 범죄자를 봐주는 이유에는 정부 부처간 이기주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김 박사는 "FIU에 파견된 검사 4명이 모든 거래 정보를 1차로 추리면 FIU 직원들이 관련 내용을 분석한다"며 "국세청이 이 정보에 직접 접근하면 검찰의 정보 독점권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등 법조계가 헌법적 이유를 들며 에둘러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검찰, 국세청이 불법 자금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대원칙인 공익성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행정부 내에서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 세부 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작년 8월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의 FIU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에서 악용하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그렇지만 아무리 구더기가 무섭더라도 이제는 장을 담궈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제 우리 사회가 조세 불공평의 문제를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문 후보의 공약처럼 국세청의 FIU 정보 접근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FIU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세청이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정치적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2013년 2월 17일 일요일

황교안, 검사때 수사기록 등사 거부해 ‘위헌’ 판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6일자 기사 '황교안, 검사때 수사기록 등사 거부해 ‘위헌’ 판정'을 퍼왔습니다.

변호인 요청 무시하다 헌법소원
헌재 “공정한 재판 권리 침해” 결정

황교안(56)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공안 검사로 재직할 때 기소된 피고인의 수사기록을 변호인에게 복사해주지 않았다가 헌법소원을 당했고, 헌법재판소가 황 후보자의 행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형사 절차와 관련한 인권 의식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대한변호사협회의 1994년 인권보고서와 헌재의 결정문을 보면, 황 후보자는 1994년 3월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 근무하면서 대우조선 노동자 조아무개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조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선수 변호사는 황 후보자에게 수사기록 등사를 신청했지만, 황 후보자는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를 거부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기소된 후에는 마땅히 등사 신청에 응해야 하고, 이를 거부한 것은 헌법의 변호인 조력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헌재는 1997년 “피청구인(황 후보자)이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 인멸, 증인 협박, 사생활 침해 우려 등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수사기록 등사를 전부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황 후보자의 처분이 위헌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 등을 바탕으로 2007년 수사기록 등의 열람·등사 관련 절차를 명문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이뤄졌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2013년 2월 2일 토요일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글은 시사IN 2013-0128일자 기사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묻다'를퍼왔습니다.
MB 시대에 각각 검사와 경찰대 교수를 그만둔 백혜련과 표창원, 그들이 말하는 검·경 개혁 방안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대담이 끝나고 다른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빼는 표창원 전 교수를 보며 (시사IN) 편집국이 있는 건물의 60대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경찰대 교수였다고 기자가 귀띔하자, 그는 “아, 표창원!”이라고 외쳤다. 이 정도면 ‘라이징 스타’급 유명세다. 

사회부 사건기자 사이에서 알아주던 프로파일러는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 전 국민이 알아보는 ‘힐링의 아이콘’이 되었다. 대신 안정된 국립대 교수 자리는 내놓았다. 백수 신세지만 전보다 더 바빠졌다. (시사IN)과 만난 1월16일 하루만도 인터뷰 5개가 잡혀 있었다. 

한 달 사이 몸무게가 5㎏ 정도 빠진 것 같다는 표 전 교수는 올 연말까지 계획이 빼곡했다. 당장 종편인 JTBC에서 그의 이름을 내건 시사뉴스쇼를 진행하고 (한겨레)에 매주 한 면씩 ‘표창원의 정의’라는 글을 기고한다. 1월18일 대구 경북대를 시작으로 매달 한 차례씩 국내외에서 강연도 한다. 강의의 주제는 ‘정의’다.

ⓒ시사IN 백승기

백혜련 변호사

단발머리에 운동화를 신은 백혜련 변호사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시사IN) 편집국에 왔다. 다단계 사기꾼에게 돈을 받은 부장검사 등의 검찰 이미지가 강력했던 까닭일까. 검찰 출신 변호사의 단출함이 눈에 띄었다. 

2011년 11월 당시 백혜련 대구지검 수석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직을 떠나며 내부 게시판에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검찰 개혁에 대한 포부를 갖고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지난 19대 총선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3표 차이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졌다. 

그녀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근무할 때, 재개발 현장의 단순 투서를 추적해 삼성물산의 재개발 비리를 파헤쳤다. 백 검사는 압수수색 영장 두 장을 가지고 직접 삼성물산 본사를 찾았다. 어렵게 전산실을 압수수색해 비리 입증 자료를 확보했지만 법정에서 삼성이 디지털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무죄가 났지만, 재개발 사업의 경종을 울린 수사였다. 


두 사람은 닮았다. 학번이 같다. 표창원 전 교수는 경찰대 85학번(5기)이다. 백혜련 변호사는 고려대 87학번이지만, 다른 대학에 1985년에 입학했다. 같은 시대에 대학을 다닌 동년배다. 둘 다 MB 시대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경찰대 교수를 그만두었다. 백 변호사는 검찰의 중립성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MB 시대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은 달랐다. 표 전 교수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다. 영남이다. 백 변호사는 전남 장흥이 고향이다. 호남이다. 표 전 교수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시위진압에 나섰다. 한번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코뼈가 함몰되기도 했다. 백 변호사는 검사 임용 면접 때 노동운동을 했다고 실토할 만큼 알아주는 운동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안산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남편도 노동운동을 하다 만났다. 결혼 뒤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2000년 검사로 임관했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또 닮은 구석이 있다. 시대와의 교감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찰대 학생 시절 표 전 교수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을 보면서 경찰대 동기들과 고민을 나눴다. 당시 5기생들은 대표 다섯 명을 뽑아, 각계 인사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표 전 교수도 대표로 뽑혔다. 그는 가톨릭 신자여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었는지 경찰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제주도를 택했다.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나마 시위 진압이 덜한 곳을 택했다. 이번 사표를 두고도 동기생 사이에서는 ‘표창원답다’는 반응이 많았고 한다. 

1월16일 두 사람이 (시사IN) 편집국에서 처음 만났다. 동병상련을 느껴서인지, 초면인데도 낯설어하지 않고 쉽게 토론에 빠져들었다. 

사표의 계기가 된 글을 썼을 때 주변 반응은? 

표창원(표):‘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한 글을 처음 올리자 전화기가 불이 났다. 안 받았다. 무슨 말하려는지 뻔했으니까. 경찰에서 제일 잘나가는 경찰대 동기의 전화도 안 받았다. 나 때문에 승진 못한다는 소리 들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후에 만났을 때 섭섭했냐고 물으니 욕을 하더라(웃음). 그래도 설명하니까 다 이해했다. 내가 사심이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까. 그런데 직접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고위직 선배들은 상당히 불쾌해한다고 들었다. 

굳이 사표까지 던져야 했는가라는 반응도 있던데, 당장 백수 대책은? 

:먹고살 걱정은 안 한다. 지금 출연하는 방송이 있고, 사표 쓴 이후에 더 요청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정치 안 하냐고 자꾸 물어본다. 권력의 압력으로 줄줄이 잘려서, 정말로 정치 아니고 할 게 없으면 할 수도 있다(웃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백 변호사는 2011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을 때 내부 반응이 어땠나? 

백혜련(백):사표 쓸 생각을 하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신뢰가 무너지는 걸 느끼면서 검사로서 자부심이 무너졌다. 그런 내용을 담았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따로 격려의 문자를 받았다. 한 선배 검사는 미안하다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지나 언론에 보도되면서 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더라.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나도 일주일 동안 전화를 꺼놓았다. 검찰 밖의 반응을 보면서 내 생각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구나 싶었다. 사표를 쓰면서 정치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봤는데 오히려 글 올린 파장 때문에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총선 때 출마 제안을 받았다. 들어와서 검찰 개혁을 하라고. 고민하며 주변에 조언을 얻었는데 의외로 들어가라는 쪽이 많았다. 반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이 검찰 개혁을 할 시기라는 지적이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표 얘기를 하다보면 이명박 정부 검·경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수사를 꼽자면?

:일반 형사 사건에서 초기 수사가 부실하면 아쉽다. 강자에게 약하고 일반인에게 적극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 직원의 불법 의혹 사건은 경찰의 조사가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수사를 다 해보지 않고 의혹을 남겨둔 채, 중단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도 꼽을 수 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경찰 진압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많다. 특히 용산이 그렇다. 경찰의 존립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게 생명의 위협을 부르는 작전을 진행할 근거가 되겠나? 비례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당시 투입된 특공대는 세계 경찰 특공대회 나가서도 1등을 한 최고 실력의  정예부대다. 진압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장 경찰의 잘못이 아니라면 당시 투입 작전이 무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럼 왜 무리한 작전이 이뤄졌는지 봐야 한다. 이것이 정치적 행위였는지 단순한 작전상 행위였는지는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중에 잘못한 사건이 너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PD 수첩) 기소다. 법정에서 무죄가 난 사건이라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수사팀이 기소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수뇌부가 수사팀을 교체해서 기소했다. 내가 검사 생활하면서 수사팀을 교체해 기소한 사건은 처음 봤다. 청와대를 의식한 ‘코드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가 (PD 수첩)이다. 


백 변호사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한 (PD 수첩) 기소는 MB 시대 검사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2008년 4월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두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검찰 지휘라인은 서울중앙지검 최교일 1차장에 임수빈 형사2부장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임 부장검사는 무혐의 의견을 내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2008년 12월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며 결국 옷을 벗었다. 이례적으로 수사팀 전체가 바뀌면서 전현준 형사6부장이 다시 사건을 맡았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하지만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찰과 검찰 공약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경찰 부분은 개혁보다는 보탬을 주려는 인상이 강하다. 경찰 인원을 매년 4000명씩 2만명 늘린다거나,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을 분리하겠다는 등 일단 경찰은 검찰에 비해 그동안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개혁 부분은 빠져 있다. 그렇다고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 아니다. 검찰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되어 있고 모든 권한이 경찰청장에게 집중되다보니, 정치권력이 경찰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전국 조직이 방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서울경찰청장이 지시해 한밤중에 국정원 사건 중간발표를 한 경우가 그렇다. 현재 인수위에서 나오는 유일한 개혁안은 경찰대학 정원을 줄이고 일선 경찰을 경찰대학에 편입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경찰대 졸업생이자 교수이기도 했지만 경찰대 제도가 경찰의 민주화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찰대학이 경찰 개혁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일선 경찰도 반기지 않는다. 또 하나의 엘리트주의를 만들지 않느냐는 우려에서다.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으로부터 경찰 공약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국립대 교수 신분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대선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던 표 전 교수는 한 컷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원칙을 다시금 떠올렸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의 집 문에 몸을 기대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모습은 경찰 공권력이 무너진 상징처럼 보였다. 공무원(국립대 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표를 던졌다. 

ⓒ뉴시스 1월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법무부-대검찰청의 업무보고가 열렸다. 검찰은 중수부를 살리는 대신 직접 수사 기능만 없애자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감찰관제를 신설하고 상설특검을 만들겠다는 박 당선자의 검찰 개혁안은 문재인 후보의 그것보다는 부족하다. 그래도 박 당선자의 공약이나마 제대로 지켜진다면 검찰 개혁이 진일보한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안은 선거 막판에 들고 나왔다. 박근혜 캠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검찰 비리 때문에 박근혜 당시 후보가 내놓은 개혁안이었다. 그 외에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어떻게 구성되고 시스템화하는 건지 아직 불명확하다. 


백혜련 변호사는 문재인 캠프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검찰 공약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그 과정에서 이견도 냈다. 수사권 조정 부분이다. 백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한 축으로 수사권을 경찰에 전부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내부 개혁이 전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권을 이양하면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시사IN 자료 2010년 1월 광우병 편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김형태 변호사(왼쪽)가 조능희PD(가운데) 등 제작진과 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사이 수사권 조정도 검·경 개혁의 핵심 화두다.  


백:박 당선자 공약집에는 ‘합리적인 분점’이라고만 나와 있어 모호하다. 경찰·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은 임기 초기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작업이다.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초기에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해서다. 박 당선자의 수사권 분점 공약도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게 뭔지 논의만 하다 결국 흐지부지될까봐 걱정이다. 


표:수사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다. 수사는 서비스여야 한다. 권한으로 여기면 누가 갖느냐를 놓고 싸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더 똑똑한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답을 찾기 힘든 논쟁으로 들어간다. 경찰뿐 아니라 관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수사를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서도 수사권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리되어야 한다. 물론 검찰의 수사도 필요하다. 고도의 법적 해석력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기획수사나 경제·정치 사건이 있다. 별도의 수사 기관을 미국의 FBI처럼 만들면 된다. 경찰 또한 수사를 행하는 다양한 권한을 가지는 대신, 민주적 통제와 분권화라는 견제 장치를 가져야 한다. 이런 논의가 검·경 수사권 논쟁의 정답이라고 보면, 박근혜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나 인수위가 제시하는 내용은 정답과 거리가 멀다. 


백:수사권을 서비스로 접근하는 관점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수사권은 굉장히 강력한 권한이다. 통제가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논의에는 통제와 분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경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문제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무엇인가?


백:지금은 문재인 캠프가 초기에 내걸었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부패범죄 같은 중대사건은 검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정도라고 본다. 결국 인수위도 이 정도 선에서 타협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또 남는 문제가 수사 지휘권·종결권이다. 지금 상태에서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건 무리다. 다만, 김광준 검사 사건처럼 경찰이 하던 수사를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중간에 빼앗아가는 건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에 대해선 합리적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표:일선 실무에서 사건은 생물과 같다고 한다. 처음에 경미해 보이지만 실제로 엄청날 수도 있다. 단순 절도로 보였던 사건이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이 되기도 한다. 기계적으로 경찰은 경미한 사건, 검찰은 중대사건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또 수사 지휘권과 종결권에서 중요한 건, 검사와 관련한 사건이나 검찰이 좀 더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사건이다. 검사가 수사·기소권을 다 가지면 진실을 밝혀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백:결론적으로 검찰 권력을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직자수사비리처 설치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실상 또 한번 좌절되었다. 박 당선자는 검찰 권력을 제한할 방법으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각급 검찰청으로 직접 수사기능을 옮기는 방안을 냈다. 그런데 벌써 중수부를 살리는 대신 직접 수사 기능만 없애고 수사 지휘권은 두자고 대검이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검찰 개혁에 대해서조차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중수부의 폐단은 검찰총장 하명에 의한 수사였다. 정권과 결탁한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수사 지휘 기능을 가진다는 건 수사권을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대검에서 직접 하냐, 나눠서 하냐는 차이뿐이다. 오히려 정말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여론이 좀 더 중앙집권적으로, 효율적으로 수사하라는 쪽으로 쏠리면 중수부의 수사권은 부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표: 이런 점에서 윤대해 전 검사의 문자는 주목할 만하다. 윤 전 검사는 문자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수사권 문제는 없어지고 공수처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예언이 현실로 되고 있다. 공수처 역시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사실, 경찰 중에서도 수사권을 가져오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분도 있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에게나 좋은 일이라고 보거나,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분리되면서 힘이 더 약해질 거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은? 


백:간부급은 반대한다. 일선 검사 중에서는 폐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의견이 위로 잘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실제 일선 지청에서 평검사들이 토론을 하면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다. 이것을 기획 검사가 정리해서 위(대검)에 보고할 때 다 찬성하는 걸로 보고된다. 다만 대검 중수부가 그렇게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수사를 했느냐에 대해서는 평검사도 국민이 검찰에 가지는 시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형사부에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가 많다. 몇몇 비리·성추문 사건 등으로 다 같이 매도당한다. 물론 일련의 사건을 보면 검찰 스스로도 이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국가기구의 관점에서는 검찰 권력을 통제할 기구가 절실하다.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지만, 두 사람은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여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둘은 상대의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표 전 교수는 검찰의, 백 변호사는 경찰의 권력화 부분을 먼저 걱정했다. 대담이 막판에 치닫자 두 사람의 화두는 다시 희망이었다. MB 정부에서 좌절했고, 이번 선거 결과가 마음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백:검찰 개혁 문제가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온  자체가 국민 여론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검찰개혁 문제도 결국 국민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박근혜가 당선되었으니 이제 끝이다’ 이렇게 포기 하지 말고 계속 지켜봤으면 좋겠다. 


표:맞다. 내가 경찰대에 다닐 때 대선이 있었는데, 기숙사 담당하던 분이 학생들을 불러모아놓고 “아무래도 변화보단 안정 아니냐”라고 넌지시 말했다. 누굴 드러내놓고 지지한 건 아니지만, 야당 캐치프레이즈는 변화였고 여당은 안정이었으니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었다. 전두환 시절에는 아예 봉투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것에 비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성과는 쉽게 좌절할 만한 것이 아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

2013년 1월 28일 월요일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묻다


이글은 시사IN 2013-01-28일자 기사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묻다'를 퍼왔습니다.
MB 시대에 각각 검사와 경찰대 교수를 그만둔 백혜련과 표창원, 그들이 말하는 검·경 개혁 방안은?

대담이 끝나고 다른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빼는 표창원 전 교수를 보며 (시사IN) 편집국이 있는 건물의 60대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경찰대 교수였다고 기자가 귀띔하자, 그는 “아, 표창원!”이라고 외쳤다. 이 정도면 ‘라이징 스타’급 유명세다. 

사회부 사건기자 사이에서 알아주던 프로파일러는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 전 국민이 알아보는 ‘힐링의 아이콘’이 되었다. 대신 안정된 국립대 교수 자리는 내놓았다. 백수 신세지만 전보다 더 바빠졌다. (시사IN)과 만난 1월16일 하루만도 인터뷰 5개가 잡혀 있었다. 

한 달 사이 몸무게가 5㎏ 정도 빠진 것 같다는 표 전 교수는 올 연말까지 계획이 빼곡했다. 당장 종편인 JTBC에서 그의 이름을 내건 시사뉴스쇼를 진행하고 (한겨레)에 매주 한 면씩 ‘표창원의 정의’라는 글을 기고한다. 1월18일 대구 경북대를 시작으로 매달 한 차례씩 국내외에서 강연도 한다. 강의의 주제는 ‘정의’다.

ⓒ시사IN 백승기

백혜련 변호사

단발머리에 운동화를 신은 백혜련 변호사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시사IN) 편집국에 왔다. 다단계 사기꾼에게 돈을 받은 부장검사 등의 검찰 이미지가 강력했던 까닭일까. 검찰 출신 변호사의 단출함이 눈에 띄었다. 

2011년 11월 당시 백혜련 대구지검 수석검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직을 떠나며 내부 게시판에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검찰 개혁에 대한 포부를 갖고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지난 19대 총선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3표 차이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졌다. 

그녀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근무할 때, 재개발 현장의 단순 투서를 추적해 삼성물산의 재개발 비리를 파헤쳤다. 백 검사는 압수수색 영장 두 장을 가지고 직접 삼성물산 본사를 찾았다. 어렵게 전산실을 압수수색해 비리 입증 자료를 확보했지만 법정에서 삼성이 디지털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무죄가 났지만, 재개발 사업의 경종을 울린 수사였다. 


두 사람은 닮았다. 학번이 같다. 표창원 전 교수는 경찰대 85학번(5기)이다. 백혜련 변호사는 고려대 87학번이지만, 다른 대학에 1985년에 입학했다. 같은 시대에 대학을 다닌 동년배다. 둘 다 MB 시대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계기로 경찰대 교수를 그만두었다. 백 변호사는 검찰의 중립성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사표를 던졌다. MB 시대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은 달랐다. 표 전 교수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다. 영남이다. 백 변호사는 전남 장흥이 고향이다. 호남이다. 표 전 교수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시위진압에 나섰다. 한번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코뼈가 함몰되기도 했다. 백 변호사는 검사 임용 면접 때 노동운동을 했다고 실토할 만큼 알아주는 운동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안산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남편도 노동운동을 하다 만났다. 결혼 뒤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2000년 검사로 임관했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또 닮은 구석이 있다. 시대와의 교감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찰대 학생 시절 표 전 교수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을 보면서 경찰대 동기들과 고민을 나눴다. 당시 5기생들은 대표 다섯 명을 뽑아, 각계 인사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표 전 교수도 대표로 뽑혔다. 그는 가톨릭 신자여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었는지 경찰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제주도를 택했다.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나마 시위 진압이 덜한 곳을 택했다. 이번 사표를 두고도 동기생 사이에서는 ‘표창원답다’는 반응이 많았고 한다. 

1월16일 두 사람이 (시사IN) 편집국에서 처음 만났다. 동병상련을 느껴서인지, 초면인데도 낯설어하지 않고 쉽게 토론에 빠져들었다. 

사표의 계기가 된 글을 썼을 때 주변 반응은? 

표창원(표):‘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한 글을 처음 올리자 전화기가 불이 났다. 안 받았다. 무슨 말하려는지 뻔했으니까. 경찰에서 제일 잘나가는 경찰대 동기의 전화도 안 받았다. 나 때문에 승진 못한다는 소리 들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후에 만났을 때 섭섭했냐고 물으니 욕을 하더라(웃음). 그래도 설명하니까 다 이해했다. 내가 사심이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까. 그런데 직접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고위직 선배들은 상당히 불쾌해한다고 들었다. 

굳이 사표까지 던져야 했는가라는 반응도 있던데, 당장 백수 대책은? 

:먹고살 걱정은 안 한다. 지금 출연하는 방송이 있고, 사표 쓴 이후에 더 요청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정치 안 하냐고 자꾸 물어본다. 권력의 압력으로 줄줄이 잘려서, 정말로 정치 아니고 할 게 없으면 할 수도 있다(웃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백 변호사는 2011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을 때 내부 반응이 어땠나? 

백혜련(백):사표 쓸 생각을 하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신뢰가 무너지는 걸 느끼면서 검사로서 자부심이 무너졌다. 그런 내용을 담았다.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따로 격려의 문자를 받았다. 한 선배 검사는 미안하다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지나 언론에 보도되면서 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더라.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나도 일주일 동안 전화를 꺼놓았다. 검찰 밖의 반응을 보면서 내 생각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구나 싶었다. 사표를 쓰면서 정치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봤는데 오히려 글 올린 파장 때문에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총선 때 출마 제안을 받았다. 들어와서 검찰 개혁을 하라고. 고민하며 주변에 조언을 얻었는데 의외로 들어가라는 쪽이 많았다. 반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이 검찰 개혁을 할 시기라는 지적이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표 얘기를 하다보면 이명박 정부 검·경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수사를 꼽자면?

:일반 형사 사건에서 초기 수사가 부실하면 아쉽다. 강자에게 약하고 일반인에게 적극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 직원의 불법 의혹 사건은 경찰의 조사가 너무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수사를 다 해보지 않고 의혹을 남겨둔 채, 중단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도 꼽을 수 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경찰 진압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많다. 특히 용산이 그렇다. 경찰의 존립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게 생명의 위협을 부르는 작전을 진행할 근거가 되겠나? 비례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당시 투입된 특공대는 세계 경찰 특공대회 나가서도 1등을 한 최고 실력의  정예부대다. 진압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장 경찰의 잘못이 아니라면 당시 투입 작전이 무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럼 왜 무리한 작전이 이뤄졌는지 봐야 한다. 이것이 정치적 행위였는지 단순한 작전상 행위였는지는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중에 잘못한 사건이 너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PD 수첩)기소다. 법정에서 무죄가 난 사건이라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수사팀이 기소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수뇌부가 수사팀을 교체해서 기소했다. 내가 검사 생활하면서 수사팀을 교체해 기소한 사건은 처음 봤다. 청와대를 의식한 ‘코드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가 (PD 수첩)이다. 


백 변호사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한 (PD 수첩) 기소는 MB 시대 검사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2008년 4월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두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검찰 지휘라인은 서울중앙지검 최교일 1차장에 임수빈 형사2부장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임 부장검사는 무혐의 의견을 내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2008년 12월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며 결국 옷을 벗었다. 이례적으로 수사팀 전체가 바뀌면서 전현준 형사6부장이 다시 사건을 맡았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하지만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찰과 검찰 공약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 경찰 부분은 개혁보다는 보탬을 주려는 인상이 강하다. 경찰 인원을 매년 4000명씩 2만명 늘린다거나,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을 분리하겠다는 등 일단 경찰은 검찰에 비해 그동안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개혁 부분은 빠져 있다. 그렇다고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 아니다. 검찰 못지않게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되어 있고 모든 권한이 경찰청장에게 집중되다보니, 정치권력이 경찰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전국 조직이 방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서울경찰청장이 지시해 한밤중에 국정원 사건 중간발표를 한 경우가 그렇다. 현재 인수위에서 나오는 유일한 개혁안은 경찰대학 정원을 줄이고 일선 경찰을 경찰대학에 편입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경찰대 졸업생이자 교수이기도 했지만 경찰대 제도가 경찰의 민주화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찰대학이 경찰 개혁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일선 경찰도 반기지 않는다. 또 하나의 엘리트주의를 만들지 않느냐는 우려에서다. 


표 전 교수는 새누리당으로부터 경찰 공약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국립대 교수 신분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대선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던 표 전 교수는 한 컷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원칙을 다시금 떠올렸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의 집 문에 몸을 기대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모습은 경찰 공권력이 무너진 상징처럼 보였다. 공무원(국립대 교수) 신분을 유지한 채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표를 던졌다. 

ⓒ뉴시스 1월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법무부-대검찰청의 업무보고가 열렸다. 검찰은 중수부를 살리는 대신 직접 수사 기능만 없애자고 인수위에 보고했다.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감찰관제를 신설하고 상설특검을 만들겠다는 박 당선자의 검찰 개혁안은 문재인 후보의 그것보다는 부족하다. 그래도 박 당선자의 공약이나마 제대로 지켜진다면 검찰 개혁이 진일보한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안은 선거 막판에 들고 나왔다. 박근혜 캠프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검찰 비리 때문에 박근혜 당시 후보가 내놓은 개혁안이었다. 그 외에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어떻게 구성되고 시스템화하는 건지 아직 불명확하다. 


백혜련 변호사는 문재인 캠프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검찰 공약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 그 과정에서 이견도 냈다. 수사권 조정 부분이다. 백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한 축으로 수사권을 경찰에 전부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내부 개혁이 전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권을 이양하면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시사IN 자료 2010년 1월 광우병 편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김형태 변호사(왼쪽)가 조능희PD(가운데) 등 제작진과 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사이 수사권 조정도 검·경 개혁의 핵심 화두다.  

:박 당선자 공약집에는 ‘합리적인 분점’이라고만 나와 있어 모호하다. 경찰·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은 임기 초기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작업이다.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초기에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해서다. 박 당선자의 수사권 분점 공약도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게 뭔지 논의만 하다 결국 흐지부지될까봐 걱정이다. 

:수사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다. 수사는 서비스여야 한다. 권한으로 여기면 누가 갖느냐를 놓고 싸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더 똑똑한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느냐 답을 찾기 힘든 논쟁으로 들어간다. 경찰뿐 아니라 관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수사를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서도 수사권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없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리되어야 한다. 물론 검찰의 수사도 필요하다. 고도의 법적 해석력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기획수사나 경제·정치 사건이 있다. 별도의 수사 기관을 미국의 FBI처럼 만들면 된다. 경찰 또한 수사를 행하는 다양한 권한을 가지는 대신, 민주적 통제와 분권화라는 견제 장치를 가져야 한다. 이런 논의가 검·경 수사권 논쟁의 정답이라고 보면, 박근혜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나 인수위가 제시하는 내용은 정답과 거리가 멀다. 

:수사권을 서비스로 접근하는 관점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수사권은 굉장히 강력한 권한이다. 통제가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논의에는 통제와 분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경찰이 수사권을 다 가지는 것도 문제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무엇인가?

:지금은 문재인 캠프가 초기에 내걸었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부패범죄 같은 중대사건은 검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정도라고 본다. 결국 인수위도 이 정도 선에서 타협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또 남는 문제가 수사 지휘권·종결권이다. 지금 상태에서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건 무리다. 다만, 김광준 검사 사건처럼 경찰이 하던 수사를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중간에 빼앗아가는 건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에 대해선 합리적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일선 실무에서 사건은 생물과 같다고 한다. 처음에 경미해 보이지만 실제로 엄청날 수도 있다. 단순 절도로 보였던 사건이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이 되기도 한다. 기계적으로 경찰은 경미한 사건, 검찰은 중대사건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또 수사 지휘권과 종결권에서 중요한 건, 검사와 관련한 사건이나 검찰이 좀 더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사건이다. 검사가 수사·기소권을 다 가지면 진실을 밝혀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검찰 권력을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직자수사비리처 설치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실상 또 한번 좌절되었다. 박 당선자는 검찰 권력을 제한할 방법으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각급 검찰청으로 직접 수사기능을 옮기는 방안을 냈다. 그런데 벌써 중수부를 살리는 대신 직접 수사 기능만 없애고 수사 지휘권은 두자고 대검이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검찰 개혁에 대해서조차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중수부의 폐단은 검찰총장 하명에 의한 수사였다. 정권과 결탁한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수사 지휘 기능을 가진다는 건 수사권을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대검에서 직접 하냐, 나눠서 하냐는 차이뿐이다. 오히려 정말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 여론이 좀 더 중앙집권적으로, 효율적으로 수사하라는 쪽으로 쏠리면 중수부의 수사권은 부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 이런 점에서 윤대해 전 검사의 문자는 주목할 만하다. 윤 전 검사는 문자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수사권 문제는 없어지고 공수처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예언이 현실로 되고 있다. 공수처 역시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정상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사실, 경찰 중에서도 수사권을 가져오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분도 있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에게나 좋은 일이라고 보거나,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이 분리되면서 힘이 더 약해질 거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은? 

:간부급은 반대한다. 일선 검사 중에서는 폐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의견이 위로 잘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실제 일선 지청에서 평검사들이 토론을 하면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다. 이것을 기획 검사가 정리해서 위(대검)에 보고할 때 다 찬성하는 걸로 보고된다. 다만 대검 중수부가 그렇게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수사를 했느냐에 대해서는 평검사도 국민이 검찰에 가지는 시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형사부에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가 많다. 몇몇 비리·성추문 사건 등으로 다 같이 매도당한다. 물론 일련의 사건을 보면 검찰 스스로도 이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국가기구의 관점에서는 검찰 권력을 통제할 기구가 절실하다.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했지만, 두 사람은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여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둘은 상대의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표 전 교수는 검찰의, 백 변호사는 경찰의 권력화 부분을 먼저 걱정했다. 대담이 막판에 치닫자 두 사람의 화두는 다시 희망이었다. MB 정부에서 좌절했고, 이번 선거 결과가 마음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검찰 개혁 문제가 이번 대선의 전면에 나온  자체가 국민 여론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검찰개혁 문제도 결국 국민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박근혜가 당선되었으니 이제 끝이다’ 이렇게 포기 하지 말고 계속 지켜봤으면 좋겠다. 

:맞다. 내가 경찰대에 다닐 때 대선이 있었는데, 기숙사 담당하던 분이 학생들을 불러모아놓고 “아무래도 변화보단 안정 아니냐”라고 넌지시 말했다. 누굴 드러내놓고 지지한 건 아니지만, 야당 캐치프레이즈는 변화였고 여당은 안정이었으니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었다. 전두환 시절에는 아예 봉투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것에 비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성과는 쉽게 좌절할 만한 것이 아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