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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무죄 선고 나면 기소한 검사 처벌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4일자 기사 '"무죄 선고 나면 기소한 검사 처벌해야"'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검찰 체험 '극과 극'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 구영식

'비교체험 극과 극'

1990년대 한 방송사에서 만들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름이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최상급과 최하급을 비교체험하는 코너인데, '극과 극'이 주는 경이로움와 짜릿함 때문에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좀 생뚱맞게 기자가 이 코너를 떠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자의 오랜 취재원 두 명이 체험한 검찰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검찰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해서(?), 다른 한 명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억울한 경우다. 이런 '극과 극'은 사실 검찰의 '두 얼굴'이다. 

그 '극과 극'의 검찰을 체험했던 선창규씨와 조인환씨가 지난 20일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생면부지다. (오마이뉴스)에서 여러 차례 추적보도한 상대방의 사건들을 조금씩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에 관한 한 동병상련이다.

검찰의 두 얼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하거나 제대로 못하거나

선창규씨. 전남 순천출신인 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8년간 축산물유통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에서는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체에서 나온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를 연결하는 '축산물 유통 컨설팅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 검찰(서울남부지검)에 긴급체포돼 같은 해 7월까지 무려 5개월간 '미결구금'(판결선고 전 구금)됐다. 검찰은 그가 한국까르푸에 근무하던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수사는 전북지역 한 유력 유통업자의 사주를 받은 인사가 검찰에 건넨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은 총 세 차례 선씨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은 공소사실은 빠지고, 특히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탈세혐의가 추가됐다. 탈세혐의는 그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는 검사의 제안('플리바기닝')을 거부한 결과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사의 플리바기닝(자백감형제도)를 거부한 탓에 120억 원대의 세금폭탄(벌금 40억 원 포함)을 맞았다. 이후 검찰과 선씨가 항소했고, 조만간 항소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조인환씨. 강원도 원주출신인 조씨는 고향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입을 얻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07년 6월 지인의 소개로 평창휴게소 내 한식당 신축에 총 2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동업자들과 틀어지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투자금도 아까웠지만 심한 배신감에 동업자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이 내사를 벌여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을 포착한 사실을 '검찰내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특히 검찰에서 입수한 '로비 다이어리'에는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 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소 출장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과 술집 이름, 금품 향응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휴게소의 구조적 비리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압수수색과 체포 등을 벌였고, KBS 원주방송국에서 관련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검찰은 내사를 시작한 지 약 석 달 만에 사건을 접었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소환하지도 않았다.

내사기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했다. 결국 지난 2010년 10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사건은 대검 감찰로 이어졌다. 감찰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로비 다이어리'를 휴게소장에게 돌려줬고, 휴게소장은 이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끝냈다('공람종결'). 

"검찰조직은 조폭의 세계... 무죄나도 처벌받지 않아"


▲ 선창규씨. ⓒ 구영식

평소 검찰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사건'을 겪고 난 뒤 크게 달라졌다. 선창규씨는 "잘못한 놈들을 잡아다 벌주는 곳으로 검찰을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고, 조인환씨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선씨는 "검찰은 나라의 조폭이었다"고 표현했다. 

"내가 억울하다고 얘기하면 그것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였다. 모여서 '저 나무를 뽑자'고 결정하면 그 결정대로 간다. 또 없는 증거도 만들어낸다. 검찰에서는 안되는 게 없다. 이 세계가 조폭과 같더라."(선창규)

조씨도 "없는 죄를 만드려고 하는 게 기가 막히게 조폭이다"라고 선씨의 얘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검찰이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하는 그는 검찰을 더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검찰조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검찰조직이 없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조인환)

조씨가 검찰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수사했는데도 '사건번호'도 없이 '편철'이라는 형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그가 재고소한 횡령사건의 경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이다. 

"고소사건은 처분결과가 명확하게 나온다. 하지만 내사사건은 검사 맘대로 수사를 끝내면 그만이다. 조건만 맞으면 덮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조인환)
  

선씨는 사건 이후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에 소주 10병을 먹었는데도 안 취하더라"고 말할 정도로 검찰을 향한 분노가 컸다.

"범죄행위가 없는데도 체포영장을 내세워 체포한다. 검찰은 이것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검찰은 합법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하지만 (무죄가 나도) 검찰은 처벌받지 않는다."(선창규)

"그래서 공권력이 무서운 거다. 합법으로 위장시켜주니까."(조인환)

선씨와 조씨는 자신의 사건에 검사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라야 약발이 먹힌다"(선창규)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었다.

"끼리끼리다. 검사출신 변호사도 검사 편을 들어야 돈벌이가 된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거래한다. 제가 선임한 변호사도 '검사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선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죄가 한두 가지로 줄어드는 거다."(선창규)
 

조씨는 '사건' 당시 원주지청장으로 근무했던 김진태 현 새누리당 의원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김 의원은 "100% 해결할 수 있다"고 그에게 장담했지만, 검찰은 그의 상대방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는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이 불거질 것 같으니까 김 의원이 사건을 수임해 결국은 말아먹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출신인 김 의원도 결국 검찰 편에 섰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나중에 수임료 1000만 원 가운데 250만 원을 돌려줬다.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만 말했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다 검찰 눈치를 본다"


▲ 조인환씨 ⓒ 구영식

얘기하는 도중에 선씨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더니 "나는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검사 선서'가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주기는커녕 범죄자로 만든다. 이번 일을 당하고 나서 나라가 필요없다고 느껴졌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선창규)

선씨는 "검찰은 국민이 자신들의 신발 밑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참을 더 검찰을 성토했다.

"대들면 죽고, 원하는 거 해주면 살려주고. 대들면 저처럼 되는 거다. 한마디로 '나는 검사다' 이거다."(선창규)
 

조씨도 "내가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금 좀 면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검찰조직의 주인은 우리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주인의 뒤통수를 친다. 과연 검찰이 국민을 위해 있는지 의문이다."(조인환)

선씨는 '검찰조폭론'에 이어 '검찰신론'까지 내놓았다. "일반권력을 가진 자들이 다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검찰은 신이다"라는 것이다.

"검찰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도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게 했다. 누가 죽였나? 가진 자들은 다 검찰 눈치를 본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대항할 수 없다. 그래서 검찰권력은 계속 갈 거다."(선창규)

선씨의 '무소불위 검찰권력' 얘기에 조씨는 "검사가 손을 대 흔적을 남긴 사건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해결해줄 수 없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조정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며 "반드시 검찰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씨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 때는 대문짝만 하게 보도가 나오지만 무죄가 나왔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번 낙인을 찍으면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조씨가 이렇게 거들었다.

"(무죄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처벌을 안 받아서 그런 일이 생긴다. 검사가 처벌받은 시스템이 안 돼 있으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이날 두 시간 동안 '의미있는 잡담'을 나눴다. 이들에게 '비교체험 극과 극' 검찰편은 불쾌하고 분노가 치솟는 기억을 남겼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검찰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얻은 바가 전혀 없지 않았다.    


구영식(ysku)

2013년 4월 6일 토요일

[기고]“불교 신자가 한우 먹냐”... 검찰의 ‘장만채 트집잡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05일자 기사 '[기고]“불교 신자가 한우 먹냐”... 검찰의 ‘장만채 트집잡기’'를 퍼왔습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기소하려 무리수 고집하는 검찰


“피고인 장만채는 불교 신자인데, 한우 고기를 먹으면 되겠습니까” 

지난 2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측 주장이다. ‘불교신자이면 한우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논리인데 ‘한우가 웃을 일’이다. 또한 한우 농가가 들으면 ‘경을 칠 일’이다.

검찰은 장 교육감이 친구에게서 받은 신용카드로 한우 고기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한 것을 놓고 이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궁색해도 너~무 궁색해서’ 방청석이 한동안 술렁이기도 했다.

검찰, 한우 먹은 게 불법 증거다?

장 교육감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늘 이런 식이다.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너무도 자신 있게 한다. 장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활동비가 항상 부족했다. 잘은 모르지만 예전의 교육감들은 교직원 인사 등을 하면서 돈을 챙겨 활동비를 넉넉히 쓰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의 투명성을 강조한 장 교육감은 공정성 담보를 위해 인사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인사 담당자가 개입할 여지를 없앤 것이다. 이로 인해 청탁 없는 공정한 인사가 가능했다. 

부족한 활동비 때문에 고민이 많던 장 교육감은 고교 동창 정 모(치과의사)씨가 청렴한 공직자로 남으라며 건네주는 카드를 받았다. 부부 의사인 정씨는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런 여유를 공직자인 친구에게 나누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수하고, 두터운 우정이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씨 관련 수사에서도 검찰의 논리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신용카드를 건네주면서 인사부탁 등을 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보건교사인 처형의 근무지를 옮겨달라고 했다는 것. 검찰은 정씨가 이를 줄곧 부인하는데도 공판 과정에서 사실인양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카드를 준 것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씨 처형은 원하는 곳으로 근무지를 옮기지도 못했다. 근무성적 평점이 경쟁자들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그 정도도 처리 못하느냐’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시스템 인사라 교육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지난해 7월 장만채교육감·전남교육지키기 범도민 공동대책위원회가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앞에서 장 교육감 수사가 검찰의 정치탄압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검찰의 궁색한 논리는 또 있다. 정씨가 후배의 아들이 전남지역 모 고교 야구선수인데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교육감에게 부탁했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교육감이 이런 부탁을 들어주었다면 참 ‘모양 빠지는 일’이다. 근데 어이없게도 그 후배의 아들은 당시에 1학년인데도 주전이었단다. 이미 주전이라 부탁할 일이 없었다고 그 후배가 법정에까지 와서 증언을 했는데도 검찰은 처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순천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장 교육감은 당시 순천대 총장직도, 교수직도 모두 사직한데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고민 끝에 안면이 있는 박씨에게 3천500만원을 빌렸다. 당연히 차용증도 있다. 이를 놓고 검찰은 정치자금이라고 한다. 

차용증을 쓰고 주는 정치자금은 금시초문이다. 박씨가 변호인을 동반하고 법정에 나와 정치자금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고 증언해도 막무가내다. 박씨는 증언에서 장 교육감이 당시는 야인이라 돈을 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나리오대로 밀고나가는 검찰

증인들이 신성한 법정에서 장교육감의 혐의 없음을 계속해서 강조하는데도 검찰은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 마치 이미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밀고 나가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검찰은 기소권을 남발하면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검찰의 궁색한 논리는 징역 6년이라는 터무니없는 구형으로 이어졌다. 이런 검찰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검찰 개혁을 외쳤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 수사는 명백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진보교육감 죽이기 일환이다. 그래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전남 교육 가족은 사법 정의의 최후 보루인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박상욱 장만채교육감-전남교육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2013년 3월 8일 금요일

‘대국민 사기극’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

이글은 시사IN 2013-03-08일자 기사 '‘대국민 사기극’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을 퍼왔습니다.
검찰은 카메룬에 엄청난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외교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CNK 주가를 띄운 혐의로 김은석 전 대사 등을 기소했다. MB정권 인사들이 자원외교를 외치던 시절, 어떤 ‘사기극’이 벌어진 걸까.

다이아몬드 관련 뉴스 세 건이 지난주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EU)이 짐바브웨의 ‘피 묻은’ 다이아몬드 수입을 허가하는 데 대한 논란이었고, 두 번째는 벨기에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거액의 다이아몬드 탈취 사건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뉴스는 바로 한국의 다이아몬드 스캔들 관련 기사였다. 

2월19일, 검찰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하는 CNK 오덕균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 등 관련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를 믿고 관련 회사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이 중대 범죄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은 광산 매장량을 부풀리고 외교통상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뉴시스
1월26일 검찰 관계자들이 CNK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나르고 있다.

아무도 본 사람 없는 매장량 보고서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의 시작은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배포한 보도 자료였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즈음 이명박 정권 인사들은 자원외교를 앞세워 전 세계 자원 시장을 누비고 다니던 터였다. 비록 민간 업체의 자원 사업이지만 국가로서는 CNK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외교통상부뿐 아니라 지식경제부도 카메룬과의 광업 교류를 홍보하는 데 열중했다. 지식경제부는 아프리카 카메룬과 에너지·광물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카메룬 투자포럼’을 개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민관 합동 자원외교’라는 명목 아래 정부가 나서서 카메룬의 다이아몬드를 홍보했다. 김은석 전 대사는 “미개척 시장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아프리카로의 투자를 독려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카메룬을 직접 방문해 CNK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가 먼저 CNK의 다이아몬드 사업을 홍보하고 나서니 긴가민가하던 사람들도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철석같이 믿게 된 것이다. 정부가 사업성을 인증해주자 주가는 치솟았다. 얼마 안 가 CNK 임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의 실체는 미궁에 빠진 채 주식만 급등했다. 

CNK가 카메룬 요카도마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밝힌 근거는 두 가지다.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 보고서와 198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진행한 탐사 보고서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요카도마 광산의 추정 매장량을 연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배가 넘는 4억 캐럿 이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사 교수는 지병으로 사망했고 이 매장량 보고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카메룬 현지 언론들도 이 부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카메룬의 일간지 <카메룬 트리뷴>의 한 기자는 “정부 관계자도 한국 기업도 이 보고서를 직접 보여준 적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즉 세계 최대 매장량이라는 근거는 오로지 CNK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것밖에 없는 셈이다. CNK가 발표한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벨기에의 안트로프라는 다이아몬드 가공회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수 있어도 그렇게 많은 양이 묻혀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이미 아프리카 식민지 시절, 유럽의 많은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는 다이아몬드 매장지를 몽땅 뒤지고 다녔다. 그 데이터에 잡히지 않았던 카메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는 주장은 다이아몬드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헤럴드 경제
CNK 오덕균 대표.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객관적인 사실 파악보다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만 믿고 CNK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 주주가 생겨났다. 곧 카메룬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뒤늦게 외교부와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이 ‘작전’을 주도해 허위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가 동생과 측근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CNK 주식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김은석 전 대사와 측근들 막대한 수익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과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월 말 수사에 들어갔다. CNK 임직원을 비롯해 이호성 전 카메룬 대사,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 CNK 관련자를 수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CNK 오덕균 대표는 수사 직전 카메룬으로 출국해 몸통 없는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검찰은 오 대표를 송환하려고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강제소환 조치를 취했으나 오 대표는 카메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 발표도 끝내 오 대표를 수사하지 못한 채 나왔다. 오 대표는 지금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지에서 다이아몬드 채굴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다이아몬드만 확보하면 주가 조작 등 모든 혐의가 벗겨지리라 믿는 듯하다. 그는 가끔 국내 기자들을 불러 카메룬 현지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현지 기자들에 대한 언론 플레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카메룬 정부에게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할 것도 권유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산지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규정해, 반군의 자금줄이 되거나 인권 유린이 일어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협약이다. 오 대표에게는 이런 본연의 이유보다 한국에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기 위해 킴벌리 프로세스 가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2012년 8월14일 카메룬은 드디어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했고, 지난 1월 CNK는 탐사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다이아몬드 원석 약 617캐럿(킴벌리 프로세스 평가액으로 약 14만2000달러어치)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카메룬에서 광산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관리가 참여한 성대한 수출 기념식을 열면서 CNK는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는 듯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한국에 도착하면 오 대표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CNK 주가는 다시 뛰고 그간의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막판 뒤집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주식은 별로 움직임이 없었고 다이아몬드에 대한 세상의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이 다이아몬드가 카메룬에서 온 것만 증명할 뿐이다. CNK가 카메룬에서 보낸 이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그가 개발하는 광산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뉴시스
3월9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로써 카메룬 다이아몬드는 스캔들로 종결되었다. 다이아몬드 채굴은 단 몇 해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십수 년 후 CNK 오 대표가 실제로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사업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스캔들로 인해 손해 본 소액 투자자가 있는 만큼 그는 범죄를 주도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1800년대부터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며 수많은 원주민의 목숨을 희생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아프리카 독재자나 반군의 무기 자금으로 이용되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세계로 팔려나간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역사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다이아몬드로 크게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개의치 않는다. 손해 본 소액 투자자들과 세계 최대 매장량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다고 기뻐하던 카메룬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CNK의 다이아몬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3년 3월 1일 금요일

정치후원금 교사는 기소, 장관 후보는 봐주나… 징계 ‘이중잣대’ 논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8일자 기사 '정치후원금 교사는 기소, 장관 후보는 봐주나… 징계 ‘이중잣대’ 논란'을 퍼왔습니다.

상·하위직 공무원들이 낸 정치후원금을 두고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1만원 정도의 소액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공무원 2000여명이 해임 등의 징계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낸 정치후원금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으로 재직했던 2007년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10만원을 낸 사실이 밝혀졌다. 서 후보자는 2007년 교육부 차관 재직 중 정치후원금 10만원을 냈다. 현 후보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시절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후보자 측은 “당시 차관이었기 때문에 정무직공무원은 정치후원금 기부가 가능하다”라고 해명했다.

2010년 사법당국은 민주노동당에 월 5000~1만원의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 2000여명에 대해 정치자금법·정당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에 따라 교사 134명에 대해 파면·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8일 성명을 내고 “장관 후보자들이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당시 검찰 수사가 제 식구는 감추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옛 민주노동당에 대한 표적수사였음이 드러났다”며 “소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공무원과 교사 2000여명을 기소한 만큼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로 사법처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애초에 교원과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표현, 정당 후원 등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었다면 정치후원을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2013년 1월 19일 토요일

[사설] 국민 알 권리 부정하는 ‘정수장학회 보도’ 기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8일자 사설 '[사설] 국민 알 권리 부정하는 ‘정수장학회 보도’ 기소'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대화 내용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어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이사장과 통화하다 대화가 끝났는데도 휴대폰 녹음기능을 이용해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이를 보도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다.그러나 보도 경위와 내용에 비춰 보면 검찰의 이번 기소는 정당한 언론 활동에 재갈을 물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부당한 조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두고 특정 후보를 위해 장학회 지분을 매각하려 한 최 이사장 등은 무혐의 처분해놓고, 이런 밀실 음모를 폭로한 기자만 기소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정도를 넘어 적반하장이라고 할 만하다. 검찰이 이 사건과 무관할 수 없는 박근혜 당선인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전국언론노조가 어제 “정치 검찰의 작태를 규탄한다”며 강도 높은 성명을 낸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것이다.한겨레는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시도는 다가올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건 언론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판단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는 물론 언론학자 2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미디어공공성포럼이 한겨레 보도에 대해 훌륭한 기사라며 특별상과 언론상 본상 등을 시상한 것은 최 기자의 취재와 보도가 얼마나 정당하고 의미 있는 공익적 행위였는지를 잘 말해준다.검찰의 주장과 달리 법리적으로 따져봐도, 한겨레의 보도는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 당시 대법원 판례의 다수설과 소수설이 요구했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수장학회 매각 여부는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였을 뿐 아니라, 이 보도를 통해 얻게 된 ‘공익’ 즉 국민의 알 권리는, 대화록 공개로 침해된 최 이사장 등의 ‘사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통신비밀보호법 자체가 애초 정보기관 등이 전화 ‘통화’ 등을 불법 도청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언론이 취재 목적으로 단순히 ‘대화’를 녹음한 행위, 그것도 통화의 연장으로 녹음하게 된 행위까지 처벌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크다. 순수한 ‘대화’의 녹음을 금지한 이 법 14조 1항에 대해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법리적 타당성도 형평성도 상실한 검찰의 조처가 법원에서라도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검찰 간부 ‘대통령 부담스러워 내곡동 기소 안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09일자 기사 '검찰 간부 ‘대통령 부담스러워 내곡동 기소 안해’'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살기 위해 아들 명의로 구입했으나 개인 재산을 불리는 데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 들머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오찬서 밝혀
나중엔 “대통령 얘기는 사족에 불과”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과 관련해, 검찰이 대통령 일가로 불똥이 튀는 걸 염려해 땅 매입 실무자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검찰 고위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최교일(50) 서울중앙지검장은 8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내곡동 부지 788평 중 140평이 사저이고 648평이 경호동인데, 미래 개발이익을 감안해 경호동 부지 부담분을 높이고 사저 부담분을 낮췄다”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788평 가운데 사저와 경호동에 걸쳐있는 땅을 땅주인이 25억원에 달라고 했고 미래 개발이익을 감안해 사저 쪽 땅값을 낮추고 경호동 쪽 땅값을 올린 것”이라며 “이런 자세한 부분을 김인종 경호처장도 잘 몰랐고, (경호처가 사저 건립을 추진하면서 특채한) 김○○씨가 다 주도했다”고 설명했다.최 지검장은 이어 “형식적으로 보면 (김씨의 행위를)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며 “김씨를 기소하게 되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했다. 최 지검장은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귀속자로 규정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기소를 안 한 걸로 보면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배임죄를 적용하면 이 대통령 일가한테도 형사적 책임이 번질 수 있는 것을 우려해 실무자인 김씨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최 지검장은 오찬이 끝난 뒤 “여론의 압력이 있으니까 김씨만 기소하는 방안을 생각해봤지만 이것도 안 맞다고 봤다”며 “김씨 기소가 안 맞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관련 얘기를 한 건 사족이고, 대통령을 의식해 기소를 안 했다고 하면 이는 왜곡”이라고 해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기소된 박지원 '언젠 5억이라더니, 8000만원으로 줄었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8일자 기사 '기소된 박지원 '언젠 5억이라더니, 8000만원으로 줄었네?''를 퍼왔습니다.
"검찰, 3개월간 뒤진 내용치곤 초라해…재판서 진실 밝힐 것"

검찰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28일 기소했다. 저축은행 2곳에서 불법자금 8000만 원을 받은 혐의였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3개월 가까이 박 원내대표와 그 주변을 뒤졌고, 국회 체포동의안까지 거론하며 박 원내대표를 압박했지만 '불구속 기소'에 그쳤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검찰 사이의 팽팽했던 진실 게임에서 일단 검찰이 패배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위사실은 언론보도 활발할 때 흘리고, 수사결과는 추석 연휴 앞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언론에 처음부터 보도된 내용이나 검찰의 기소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른만큼, 사법부의 엄정한 재판을 받아 국민과 민주당원,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 앞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기소가 확정된 후 논평을 통해 "검찰은 강압수사를 하며 최대 '5억1000만 원'까지 언론에 흘렸지만 최종 기소 금액은 '8000만 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것만으로도 명백한 야당탄압이자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야당 원내대표 죽이기용 표적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검찰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은 언론의 보도가 활발한 시기에 흘리고, 헛발질 수사로 국민의 비난이 예상되는 수사결과는언론보도가 지극히 제한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하는 정치검찰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총공세를 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밝힌 혐의의 근거는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일방적 진술일 뿐"이라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공작, 편파 강압 수사 실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언론을 이용해 3개월 동안 제1야당 원내대표를 괴롭히고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한 결과치고는 참 초라하다"며 "헛발질, 헛스윙 수사라는 점이 부각됐음에도 기소한 것은 끝까지 야당에 모욕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정민 기자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증거 없이 기소하란 말씀이냐” 인혁당 담당검사들 항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3일자 기사 '“증거 없이 기소하란 말씀이냐” 인혁당 담당검사들 항명'를 퍼왔습니다.

1964년 8월14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를 변란하려는 ‘인민혁명당’ 41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964년 9월10일 <동아일보>는 인혁당 사건 담당검사인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 전원이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박정희 법무참모 출신 신직수 검찰총장
서울지검 공안부 집단사표 반발도 무시
중앙정보부 송치의견 그대로 베껴 기소
검찰 수뇌부 ‘정치 권력의 시녀’ 시대로

한홍구 교수가 쓰는 사법부-회한과 오욕의 역사
47. 인혁당 사건과 공안검사들의 항명파동(상)

꼿꼿했던 검찰이…

최근 정치검찰 논란이 뜨겁다. 이 연재는 중정-안기부가 사법부에 가한 압력을 주로 다루었지만, 검찰에 대한 압력 역시 중요한 사례 몇 건은 꼭 다뤄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처럼 검찰이 신뢰를 잃고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된 나라는 없다.대한민국 검찰이 처음부터 저 지경은 아니었다. 초대 서울지검장 최대교는 이승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직 상공장관 임영신을 독직 혐의로 기소했다. 2대 검찰총장 김익진은 이승만의 부당한 압력에 고분고분 응하지 않다가 서울고검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서울지검장 이태희는 이승만을 상대로 이 말도 안 되는 인사에 대해 인사처분 무효확인소송을 냈다가 부산지검장으로 좌천되었다. 1960년 4월혁명 뒤 이태희가 검찰총장으로, 최대교가 서울고검장으로 복귀해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군정에서 민정으로 넘어가던 1963년 12월, 박정희는 사단장 시절 법무참모인 36살의 중앙정보부 차장 신직수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신직수의 동기들은 잘해야 부장검사에 올랐을 때였다. 신직수는 무려 7년간 검찰총장으로 자리에 있었는데, 그의 재임 기간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시기였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제1차 인민혁명당 사건이었다.

공안검사들의 양심적 기소 거부

1964년 9월10일 각 신문은 서울지검 공안부 이용훈 부장과 김병리, 장원찬 등 인혁당 사건 담당검사 3명이 상부의 기소 강행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항명파동’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우리의 공안부 네 검사는 보안법 관계 사실에 대하여는 추호의 용서도 하지 않기로 유명한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반공의식이 넘치는 공안검사들이 중정이 야심만만하게 발표한 대규모 조직사건의 기소를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나섰을까?1964년 8월14일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북의 지령을 받아 국가를 변란하려는 지하조직인 인민혁명당을 적발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중정은 구속 22명, 불구속 12명, 미체포 13명 등 모두 47명의 피의자를 서울지검으로 송치했다. 피의사실의 핵심은 이들이 남파간첩 김모(최초발표문에는 김영춘, 송치의견서에는 김모)의 지령에 의해 반국가단체 인민혁명당을 창당해, 한일회담 반대 학생데모를 배후조종했다는 것이다. 인혁당 사건을 통해 ‘학생운동과 배후의 빨갱이’라는 도식을 처음 선보인 군사정권은 위기상황이면 이 카드를 늘 빼들었다.방대한 기록을 넘겨받은 공안검사들은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중정에서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 공소제기를 할 수 없지만, 중정이 떠들썩하게 발표한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용훈 부장검사는 “이토록 중대한 사건을 증거도 없이, 또 검찰에 송치도 하기 전에 전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발표부터 해버린 중앙정보부가 원망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공정한 수사, 부당한 압력

이용훈은 서울지검장 서주연에게 기소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안부 의견이라고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서주연은 기소도 못하면 대대적으로 발표한 정부의 위신이 뭐가 되느냐며 “어떻게든지 해보아야 할 것 아니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용훈도 공안부 검사 네 명이 “국가안보적 견지에서 사건 수사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전심전력을 다하여 수사”했는데, “어떻게든지 해보라는 말씀은 증거가 없어도 기소하라는 말씀”이냐고 따졌다. 이용훈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보고하겠다고 하자, 서주연은 애원조로 다시 어떻게든 해보라고 당부했다.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8월31일 이용훈은 검찰총장 신직수에게 “공소제기를 하여도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수사 결과를 보고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직수는 몇 달 전까지 중앙정보부에 차장으로 있던 몸이었다.다음날 그는 법무부에서 장관 민복기, 차관 권오병, 담당 국장, 대검 차장, 서울지검장 등 고위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다시 한 번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때, 권오병이 “빨갱이 사건에 일일이 증거 운운할 수 있겠소? 정보부에서 받아낸 피의자들의 자백을 검사들은 왜 못 받아내는 거요? 정보부에서 자백한 것이 있으니 그대로 공소제기를 해도 되지 않겠소?”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용훈도 흥분해 “차관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차관님께서는 대학에서 형사소송법을 강의하시면서 학생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가르치십니까?”라고 받아쳤다.

기소하든지 사표 쓰든지

법무부에서 돌아온 서울지검장 서주연은 다시 여운상 차장과 이용훈과 공안부 최대현, 김병리, 장원찬 등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이용훈에 따르면 서주연은 “빨갱이 사건은 일반 사건과는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 것이오. 이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절대적인 명령이므로 당신들은 기소를 하든지, 아니면 옷을 벗고 물러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시오. 기소를 해서 무죄가 되더라도 검사들에겐 책임을 안 지운다는데 왜들 그러는 거요? 여러분들이 기소를 안 한다면 나는 검사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당신들도 사표를 써가지고 있어요!”라고 발언했다. 이용훈이 “이런 심한 말은 내 평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 공안부의 막내인 장원찬 검사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용훈과 김병리도 흥분해서 모두 사표를 쓰겠다고 큰 목소리로 말하고 검사장실을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한다.다음날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이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설득했고, 수사팀 내에서는 최대현이 중정에서 제시한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 반공법 위반으로 혐의를 바꿔 기소하자고 제안했지만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검사장은 상부의 명령이라며 구속 만기일 이틀 전인 9월3일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조건 기소하라는 최후통보 명령을 내렸다. 공안검사들이 이를 거부하자, 검사장은 “당신네들이 정 기소를 안 하겠다면 검사장이나 차장 이름으로 기소하겠으니 기소장이라도 작성해 달라”고 사정했으나, 이용훈, 김병리, 장원찬 등은 끝내 사표를 제출했다. 원래 공안부 전원이 사표를 내기로 했지만, 김형욱이 “나의 심복처럼 움직이던” 검사라고 회고록에 쓴 최대현은 마지막 순간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최대현은 김형욱으로부터 “서울지검 검사장에게 내 말을 전하시오. 재판 결과야 어떻게 나든 간에 단 한 명이라도 기소는 해야 할 것 아니오! 중앙정보부를 어떻게 보는 거요?”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대검은 서울지검 차장검사 여운상의 명의로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여운상 역시 기소장 작성과 서명을 거부했다. 여운상은 인혁당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중앙정보부에서 보안차장보로 근무했었기에, 그마저 서명을 거부한 것은 정보부로서는 뼈아픈 일이었다. 검찰 고위층은 당황해 서울지검의 다른 검사들에게 기소장을 작성하라고 부탁했으나,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면 검사장님이나 차장검사님이 직접 기소하시죠”라며 빈정거릴 뿐이었다. 서주연은 그날 밤 당직인 정명래를 시켜 급히 공소장을 작성하게 했다. 피의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정명래는 중정의 송치의견서를 그대로 베껴 공소장을 완성했으니,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참 편하게 적용한 것이다. 김형욱은 어려운 상황에서 인혁당 관계자를 기소한 정명래를 중앙정보부 5국 부국장으로 기용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김형욱은 “혼란한 상황일수록 부하를 채용하는 기준이 능력 위주에서 충성심 위주로 바꿔진다”고 덧붙였다.

항명파동으로 번져

검찰은 인혁당 관련자들을 천신만고 끝에 구속 만기일 저녁에 간신히 기소했다. 그러나 이용훈, 장원찬, 김병리 검사가 “양심상 도저히 기소할 수 없으며 공소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각 신문의 사회면 머리기사로 보도되면서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1964년 9월9일 국회는 법무부 장관 민복기를 불러 “인혁당 사건은 6·3계엄사태를 합리화하기 위한 조작이 아니냐”, “항간에서는 이번 인민혁명당 사건을 정치적인 쇼라 부른다”, “애국적인 학생데모의 주동자들을 솔직히 말해서 때려잡기 위해서 이 악랄한 사건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여론이 구구”하다면서 기소 경위를 추궁했다. 민복기는 “사건이 중대하고 여러 가지 의심할 만한 점이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라고 해서 기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파장이 커지고 국회에서 중앙정보부 폐지론까지 제기되자 정보부장 김형욱은 사건의 재수사를 지시했다. 재수사는 과거 중앙정보부에 파견근무를 하는 동안 김형욱 밑에서 일하기도 했던 한옥신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맡았다. 한옥신은 중정,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합동회의를 하기도 했지만, 중앙정보부가 요구하는 대로 기소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결국 사건이 기소된 지 1개월 11일 만인 1964년 10월16일, 검찰은 26명 중 14명에 대해서는 공소를 취하해 석방하고 12명은 애초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죄를 적용한 공소장을 변경해, 반공법 제4조 1항(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재기소하기에 이른다. 검찰 스스로 처음 기소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법무장관 민복기는 사표를 내고 근 한 달간 출근도 하지 않던 이용훈을 불러 이제 모든 문제가 풀렸으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전과 같이 일해달라고 위로했다. 이용훈도 장관의 따뜻한 말에 그동안 쌓이고 쌓인 울분과 억울함이 풀리며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고 한다. 이용훈은 그길로 서울지검으로 출근했지만, 새로운 인사파동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비판적 게시물 ‘리트윗’했다고 기소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9일자 기사 '비판적 게시물 ‘리트윗’했다고 기소'를 퍼왔습니다.

ㆍ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지난 4·11 총선 당시 상대 후보자의 허위사실이 담긴 트위터 게시물을 퍼나르기(리트윗)한 혐의로 시의회의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적 대화공간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서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단지 전달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김모 서울시의회 의원(43)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의원은 4·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쓴 ‘한·미 FTA를 날치기하라고 단식했던 정태근 OUT’이라는 게시물을 퍼나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이 퍼나르기한 게시물이 그의 트위터 팔로어(친구로 등록한 사람) 1000여명과 페이스북 친구 880여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당시 정태근 전 의원과 경쟁한 유승희 민주통합당 서울 성북갑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장을 맡았다. 

검찰은 게시물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정 예비후보자가 한·미 FTA 비준 표결에 참여해 기권한 만큼 ‘날치기’에 동조한 사실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상대 후보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퍼뜨린 만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트위터의 퍼나르기 기능을 이용한 것까지 기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게시판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SNS상에서는 퍼나르기한 게시물도 특정인들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직접 작성하지 않은 게시물을 퍼나르기한 사람까지 기소한 것은 사실상 내밀한 사적 대화를 규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유포는 형법상 명예훼손과 달리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공연성이 없어도 죄가 성립된다”며 “(김 의원의 트위터 팔로어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닌 이상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퍼나르기도 기소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게시물을 처음 작성한 사람은 찾지 못했다.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미잠수함 전문가 “난 왜 천안함 신상철을 돕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2일자 기사 '미잠수함 전문가 “난 왜 천안함 신상철을 돕나”'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방한한 안수명 박사 “‘좌초설’ 신상철 기소면 미조사단장도 기소해야”

“나는 신상철 대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난 적도 안 적도 없다. 그런데 신 대표가 천안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냈다고 정부는 감옥에 보내려 한다. 우연치않게 잠수함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내가 신 대표를 돕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 어떻게든 도울 생각이다. 신 대표를 돕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문제와 같다.”(안수명 ‘안테크’ 대표)
미국에서 잠수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크루즈미사일 등의 탐지·추적 분야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안수명 ‘안테크’ 대표(전기컴퓨터학 박사)가 천안함 의혹제기로 검찰에 기소돼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를 위해 증인 출석 등을 통해 돕겠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에 격침됐다는 정부(국방부 합조단) 발표와 관련해 “그 가능성은 0.000,,,0001%”라고 진단해 반향을 낳았던 안 박사는 미국정부와의 방위사업 계약차 최근 귀국해 신 대표를 만났다. 안 박사는 자신 역시 과거에 소신을 얘기했다가 핍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양심에 따라 의견을 제시한 신 대표를 돕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지난 9일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 잠수함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을 탐지, 어뢰 공격으로 침몰시키는 것이 얼마나 가능성이 희박한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미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져있는 '안테크' 대표 안수명 박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안 박사는 잠수함이 1200톤급 초계함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일, 이후 발사한 어뢰가 초계함을 탐지·추적해 수중에서 정확히 폭발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천안함이 침몰됐던 때처럼 안개가 자욱하고 노이즈가 발생했을 땐 잠수함 또는 어뢰가 천안함의 신호(시그널·signal)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공중에서는 신호가 직접 전달되지만, 수중엔 300~900Hz 대역의 신호(VLF:Very Low Frequency)만 존재하는데 여기엔 수면에 부딪히는 메아리(echo)와 해저지형에 부딪히는 메아리, 상선 또는 어선에서 내는 음파, 조류를 고려하면 무엇이 천안함에서 나오는 신호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천안함의 기동속도와 어뢰의 속도를 감안할 때 어뢰가 천안함 선저 아래를 통과하는 시간은 0.1초에 불과한 점도 어뢰폭발 가능성이 희박한 근거라고 안 박사는 설명했다. 0.1초 안에 어뢰(음향추적어뢰·1번어뢰·CHT-02D)가 천안함 선저에 있다는 것을 감지해 폭발신호를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어뢰가 소리(음향신호)로 감지해서 폭발까지의 신호처리를 하는데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반대로 신호처리를 빨리 하게 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 박사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천안함의 북한 어뢰 피격 확률은 0.000,,,0001%라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조류에다 곳곳에 암초가 존재하며 급경사로 이뤄진 해저지형인 점과 이동중인 상선, 인공어초까지 널려있는 백령도 앞바다의 환경에서 어떻게 어뢰가 천안함을 정확히 두동강 냈는지에 대해 과학적 설명이 없다고 안 박사는 강조했다.

미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져있는 '안테크' 대표 안수명 박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면 어뢰가 이런 악조건을 뚫고 정확히 천안함을 향해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정교한 ‘인공지능 기능(음향신호처리 알고리즘)’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그런데도 천안함이 북한어뢰 폭발로 생긴 버블제트로 침몰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 합조단에 대해 “그런 결론을 내리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고날짜를 2010년 3월 24일로 이틀늦게 보고서에 기재한 미군 조사단 대표 톰 에클스 해군 소장에 대해서도 안 박사는 “3월 24일 사고발생이라 쓴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에클스 대표가 보고서에 북한 소행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에클스 스스로도 기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뢰에 의한 것이면 북한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이어 “이 말은 (역으로) 좌초됐을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뜻으로, 미국 조사단 대표조차 어뢰가 아닌 기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듯 신 대표도 어뢰가 아니라 좌초라고 얘기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신 대표만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같은 논리로 검찰은 에클스도 기소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백령도 해저지형 이미지. ⓒ천안함 백서

이처럼 의혹투성이 사건을 어뢰피격으로 결론을 내린 합조단 보고서에 대해 안 박사는 ‘역사적’이며 ‘비과학적’·‘비양심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안 박사는 “정부발표대로라면 천안함 사건은 △1971년 12월 인도·파키스탄 전쟁시 파키스탄 잠수함에서 인도 군함을 어뢰로 격침시켰다는 사건과 △1982년 5월 아르헨티나-영국간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시 영국 잠수함이 아르헨티나 군함을 재래식 어뢰로 격침시켰다는 사건 이후 역사적으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사건이 된다”며 “포클랜드 전쟁의 경우 수면 위에서 적함을 확인하고 어뢰를 발사한 것이어서 천안함에 사용됐다는 어뢰(음향추적어뢰)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 박사는 또 “어뢰가 어떻게 천안함을 탐지·추적·폭발 신호처리했는지에 대한 알고리즘(명령체계)을 설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뢰가 어려운 환경에서 천안함을 격침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0.000,,,0001%)는 언급도 하지 않은채 단정적으로 천안함 어뢰 피격 결론을 낸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안 박사는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 조사결과에 이견을 제시한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를 빨갱이로 몰고, 김광섭 박사의 이견조차 묵살한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학사), 조지아테크에서 석사, 버클리 가주대학 전기컴퓨터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1977년 잠수함과 전투 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방위 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에 입사해 최초로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의 내비게이션 앤 가이던스(유도항법장치) 분야를 맡았다. 안 박사는 “미사일이나 어뢰에 바람이나 환경 등 장애물을 피해서 목표물에 향해 갈 수 있도록 한 지능을 부여하는 일을 했다”며 “이런 유도 무기의 개발은 미국이 70년대 월남전 패배 후 융단폭격이나 무차별 대량학살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정확성을 높이는 것으로 전쟁의 개념을 바꾸면서 시작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지난 4일 귀국했다가 대구, 진해(미 해군기지 관련 사업) 등을 방문한 뒤 8~9일 신상철 대표와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고 9일 저녁 미국으로 출국했다.

천안함 함미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국가가 키운 폭력을 파는 괴물


이글은 한겨레21 2012-08-13일자 제923호 기사 '국가가 키운 폭력을 파는 괴물'을 퍼왓습니다.
[특집]무선조종 헬기 등 첨단장비 갖추고 파업 진압부터 대체 인력까지 일괄 제공하는 ‘기업형’ 민간용역 업체2008~2010년 노동자 등 3832명 기소하며 용역직원 0명 구속한 공권력이 키운 통제 불가능한 괴물의 실체

» 용역경비업체들은 진화하고 있다. 국가의 ‘묵인’ 아래 세련된 폭력을 돈 받고 제공한다.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내쫓은 뒤 공장 앞을 지키고 있는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직원들. 한겨레 류우종

“지상에 더 힘센 자가 없으니 누가 그와 겨루랴.”
토머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은 국가의 탄생을 이렇게 전한다. 성서 욥기 구절에서 따온 이 말은 ‘리바이어던’의 절대권력을 보여준다. (리바이어던) 초판 속표지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거대한 사람의 형상을 이룬 그 유명한 그림이 실려 있다. 국가이자 절대군주인 리바이어던은 교회의 첨탑과 집, 산과 들, 바다를 내려다본다. 왕관을 쓴 리바이어던의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검이 들렸다. 폭력을 통할하는 국가의 힘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통을 이룬 개개인들의 눈은 리바이어던의 얼굴, 즉 국가만을 ‘올려다보고’ 있다. “국가는 모든 사람이 포기한 권리, 모든 사람이 사용을 유보한 폭력의 집합적 구성물이다. 국가는 그 모든 폭력을 자신 안으로 흡수함으로써 그 자신이 폭력이 되고, 압도적인 힘의 비대칭성 속에서 감히 어느 누구도 폭력을 사용할 수 없게끔 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한다.”(공진성, [폭력]) 자신들이 양도한 작은 폭력들, 그렇게 모인 거대한 힘에 의탁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다. 폭력의 합법적 독점체, 국가의 탄생이다.

철거와 파업, 용역들의 오랜 일터

“모든 높은 자를 내려다보며 모든 교만한 자들에게 군림하는 왕”(욥기 41장)이라던 리바이어던은, 이제 모든 것을 내다파는 왕이 되었다. 국가의 권능은 ‘민영화’한 수많은 영역들로 쪼개지고 대체됐다. 리바이어던이 내려다보는 것은 이제 ‘시장’이다. 마침내, 손에 든 자신의 검마저 좌판에 올려놓았다. 모든 것을 내다파는 시대에, 국가만이 소유했던 ‘폭력’마저 시장의 매대에서 돈으로 거래된다. 공권력의 민영화, 폭력의 외주화다.
지난 7월27일 새벽 4시5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 공장에 진압봉과 방패, 헬멧으로 무장한 사설 용역경비업체 직원 200여 명이 “진격, 뚫어”를 외치며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사업주가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공장 안에는 임금·단체 협상 문제로 농성 중이던 노조원 150여 명이 있었다. ‘CONTACTUS’(컨택터스)라는 용역경비업체명이 인쇄된 방패를 든 이들은 길이 1m 정도의 진압봉을 마구 휘둘렀다. 공장 안에 있던 쇳덩어리까지 집어 던졌다. 노조원들의 치아가 함몰되고 머리가 깨졌다. 흡사 1990년대 ‘구사대’를 연상케 하는 폭력이 이어졌고 노조원 수십 명이 쓰러졌다. 여성 노동자가 “살려달라”며 112 신고를 네 차례나 했지만, 출동한 근처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공장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용역경비업체와 회사 쪽 관계자의 말만 듣고 돌아갔다. 새벽 5시30분에야 경찰기동대 3개 중대가 공장 정문 앞에 배치됐지만 노조원에 대한 불법적인 폭력은 사실상 ‘묵인’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 중대장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등 현장 소란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컨택터스는 징후적 현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거래되는 ‘폭력’이 파업 진압부터 대체 인력 투입까지 논스톱으로 처리해주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폭력’으로 진화하는 어떤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때그때 일당을 주고 동네 깡패들이나 동원하던 기존 용역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황당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낯설지 않다. 개발연대를 거치며 수없이 목격된 일이다. 1970년대까지는 도시 재개발 현장에서 국가가 직접 자신의 힘으로 밀어붙이던 철거폭력이 횡행했다. 그러던 도시개발사업이 1983년 합동재개발이라는 형식으로 민영화한다. 건설자본이 재개발사업에 끼어들게 되자 ‘빠른 회전’을 생명으로 하는 돈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철거폭력 역시 빠른 시간 안에 확실히 끝내는 무자비한 용역들의 완력으로 대체된다. ‘용역폭력’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노동 현장에서의 용역폭력은 철거 현장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밀어닥친 1990년대 말, 노동쟁의 현장에서 회사 쪽이 고용한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물리적 폭력 행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노조집회 해산, 노조사무실 봉쇄 과정에 ‘용역깡패’가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 ‘시설 경비’라는 명목으로 각목과 자전거 체인을 휘두르는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이 공장을 점령하고 노동자를 내쫓았다. 지난해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유성기업 노동쟁의 과정에서 용역경비업체가 저지른 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2010년에는 경북 구미의 반도체 회사 케이이씨(KEC), 대구와 경북 경주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에서도 직장폐쇄 뒤 곧바로 용역업체 직원들이 ‘작전’에 투입되거나 경비로 배치됐다.
‘노조 집단행동→직장폐쇄→용역 투입’은 회사 쪽이 노조를 파괴하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폭력적으로 컨트롤하는 용역경비업체의 ‘전문성’이 시장에서 사고팔린다.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행정법)는 지난 1월 발간한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대안보고서)에서 “용역깡패들은 국가가 허가한 기업에 고용되어 영업의 일환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폭력·물리력의 행사가 하나의 자본주의적 사업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용팔이, 양아치가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컨택터스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신을 ‘용역깡패·용역양아치’가 아닌 ‘시위·집회 솔루셔너·시추에이션 매니지먼트’로 불러달라고 했다. 세련되게 주먹질을 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최대 3천 명까지 경비·경호 인력을 동원할 수 있으며 시위 진압용 물대포차,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불법행위 채증용 무선조종 헬기, 경비견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시위 진압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파업 등으로 조업에 차질이 생기면 즉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고 홍보했다. 2009년에는 노동쟁의가 진행 중이던 자동차 부품업체에 자기네 직원들을 위장취업시켜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컨택터스는 징후적 현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거래되는 ‘폭력’이 파업 진압부터 대체 인력 투입까지 논스톱으로 처리해주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폭력’으로 진화하는 어떤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때그때 일당을 주고 동네 깡패들이나 동원하던 기존 용역업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인권법)는 “과거 용역깡패는 애교 수준”이라며 “경찰이 맡은 업무 중에 가장 폭력적 분야인 진압의 영역에까지 조직화된 형태로 뛰어들었다”고 평했다. ‘진화’를 했다는 것이다. “노사가 법적으로 대등하게 싸우도록 힘의 균형을 맞춰준 것이 파업권과 직장폐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국가가 컨트롤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룰이었다. 그런데 돈 있는 쪽이 공권력의 영역인 폭력을 사들이자 힘의 불균형이 극대화했다.”
제대로 된 혁명 한 번 일어나지 않았지만, 미국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유혈 낭자한 노동운동의 역사를 가졌다. 이를 폭력으로 찍어 누른 것이 용역경비업체들이었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반발이 극심해지던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초, 용역경비업체 핑커턴사는 노조 파괴로 악명을 떨쳤다. 대표적인 것이 1892년 펜실베이니아주 홈스테드시에 있던 카네기 제철소 파업 진압이다. 깡패와 부랑자 등으로 구성된 핑커턴 소속 경비원 300여 명과 노동자들이 무력으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10여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탐정 업무도 했던 핑커턴의 로고는 커다란 눈이었다. 눈 밑에는 ‘우리는 잠들지 않는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핑커턴은 무력 진압 외에 공작원들을 활용한 노조 침투, 유령노조 설립, 폭력 선동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했다. 한 세기 뒤 한국에 나타난 컨택터스가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후 미국 최대의 보안업체로 자리잡은 핑커턴은 1999년 세계적 보안업체인 스웨덴의 ‘시큐리타스AB’에 인수됐다.

“우파와 보수가 말하는 이른바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경찰과 충돌한 서울 용산 참사나 쌍용차 파업보다, 오히려 폭력을 돈으로 사고팔아도 국가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 용역폭력 현상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용역경비업체의 폭력이 문제가 될 때마다 경비업체에 대한 허가·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경찰은 ‘허가·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뻔한 답을 내놓는다. 지난해 9월 경찰청은 유성기업 용역폭력 사건의 대책으로 “앞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비·용역 업체는 조직폭력에 준해 엄정하게 처리, 고용한 사업체도 청부폭력에 준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초기부터 경찰권을 발동해 용역폭력을 예방·제지·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불과 10개월 뒤 리바이어던에서 폭력을 떼어받은 컨택터스라는 ‘괴물’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흉기를 들어 사람들을 팼다. 이계수 교수는 “철거 현장, 노동 현장에서 폭력이 행사되거나 행사 가능성이 예견되는데도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것은 경찰이 그 문제를 사적 소유권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폭력의 민영화는 책임과 처벌, 통제를 어렵게 만든다.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 공권력의 일부로 경찰이 행사하는 폭력은 비교적 통제가 용이했다. 노사문제에 경찰력이 발동할 때, 국가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인사·예산·정보공개 등 다양한 방식의 민주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 홍 교수는 “경찰력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계속 만들어져왔다. 반면 이윤 창출이 목적인 자본에 풀려버린 폭력을 제어할 수단은 마땅히 없다”고 했다.

» 지난 7월29일 경기도 안산시청 앞. 자동차 부품업체 SJM 노조원들이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의 폭력으로 부상당한 노조원들의 사진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용역폭력 사들이는 사용자 처벌해야 근절”

직장폐쇄 등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은 뒤 이뤄지는 폭력에 대해 경찰·검찰·법원은 무한한 관용을 베풀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그전 3년간 처벌받은 노동자·철거민과 용역경비업체 직원 현황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노동자 등은 무려 4197명이 입건된 뒤 3832명(91.3%)이 기소(구속 43명 포함)된 반면, 폭력을 휘두른 용역업체 직원들은 288명만이 입건됐고, 그나마 재판에 넘겨진 사람도 116명에 불과했다. 구속자는 단 1명도 없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폭력을 방기하고 느슨하게 조사하고 헐렁하게 처벌하는 경찰·검찰·법원의 책임이 크다”며 “용역폭력을 사들이는 사용자(회사)를 처벌하지 않는 이상 이런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노동보다 자본에 기울어져 있다. 자본은 이를 믿고 폭력을 사들이고 사병화한다. 방조와 묵인 아래 공공연히 폭력을 행사한다. 이계수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한 시기와 민간 경비산업의 ‘발흥’을 연결짓는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서양정치사상 전공)는 ‘친자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국가성이 약한 사회부터 먼저 무력 독점이 약해지는 현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여전히 국가가 시장 통제를 하고 있다. 폭력 통제도 마찬가지다. 반면 미국은 건국 과정에서도 무력 통제를 담보하지 못했다. 미국식 자유주의 문화가 이식된 나라일수록 시장이 밀고 들어오면 쉽게 무장해제된다.” 공 교수는 “영주들이 사병을 거느렸던 중세라는 특권적 시대가 끝나고 근대국가가 등장하며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 기업들이 공장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마치 치외법권이 있는 것처럼 사사로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국가 안의 국가’ ‘새로운 중세’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파와 보수가 말하는 이른바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경찰과 충돌한 서울 용산 참사나 쌍용차 파업보다, 오히려 폭력을 돈으로 사고팔아도 국가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 용역폭력 현상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2010년 9월 한국의정연구회가 국회사무처 정책연구과제로 제출한 보고서는 ‘경찰업무와 민간 경비업무의 상호협력 방안’이었다. 보고서는 용산 철거민 참사를 거론하며 “민간 경비업체 역시 민간 분쟁에 있어서 제3자에 해당하지만 경찰과는 다르게 좀더 원활하고 갈등 없이 민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썼다. ‘노사분규 등에 경호경비 요원을 투입, 신속히 재산권 보호 및 신변안전과 시설보호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컨택터스의 사업모델이 이에 대한 모범 사례로 제시됐다.
경비업계는 불만이다. 일부 불법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업체들 때문에 본연의 경비·경호 업무를 맡은 자신들까지 싸잡혀 욕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의 시장화’는 ‘폭력의 민영화’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홍성수 교수는 “홉스부터 이어온 국가 정당성의 가장 기초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 기능에 생긴 공백을 ‘에스원’이나 ‘세콤’을 통해 돈 있는 사람들이 사들이게 되면 안전에 대한 불평등이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시장보다 국가를 더 신뢰한다는, 혹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조차 누군가의 집에 달려 있는 보안벨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게 한때는 경찰의 영역이었다는 생각은 이제 들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더 안전해질 거라는 믿음은 무의식적인 그 무엇이 됐다. 공진성 교수는 “능력껏 자기를 지키는 세상, 자신들만의 보안 시스템을 따로 가지게 된다면 국가의 의미는 사라진다”고 봤다.

빈익빈 부익부, 안전의 양극화

국가만이 안전을 보장하고 폭력을 독점한다는 홉스·베버식 정치철학은 논쟁적 주제일 수 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그는 폭력과 안전을 돈으로 전유하는 민간군사기업과 사설 경호원 등을 언급한다. “부유함이 지닌 유일한 장점이, 요트나 스포츠카를 사고 환상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수입과 부의 불평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이계수 교수도 같은 지적을 한다. “안전은 점차 각자가 알아서 챙겨야 할 그 무엇이 된다. 안전의 자기책임화가 초래하는 결과는 안전의 시장화와 상품화, 그로 인한 안전 향유의 양극화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가 그와 겨루랴.” 리바이어던으로 탄생한 국가는, 그렇게 스스로 죽어간다. 국가의 자살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