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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남양유업의 폭력, 윤창중의 폭력…그 거대한 질서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6일자 기사 '남양유업의 폭력, 윤창중의 폭력…그 거대한 질서'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폭력 앞에 선 대한민국, 불복종의 촛불을!

폭력의 나날이다. 조직 폭력배나 학교 일진의 폭력이 아니다. 제빵회사 회장, 철강회사 상무, 청와대 대변인….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특급호텔에서,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국빈 방문 중인 워싱턴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를 향해 인간성 상실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고귀한 '도덕적 책무(Noblesse Oblige)' 같은 단어는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좋은 학벌, 높은 지위, 많은 재산은 미덕의 결과도 원천도 아니며 오직 폭력의 수단이고 목적일 뿐이니 참으로 암담하고 서글픈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모두가 처해있는 진정한 비극의 상황은 가진 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저급한 폭력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폭력의 사소한 돌출이며, 더 심각하고 더 치명적인 폭력을 은폐하는 눈속임일 뿐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저열한 폭력 뒤에 GM의 통상임금 개입과 한미 FTA 강행이라는 더 큰 폭력이 가려져 있듯이 말이다.


▲지난 1월 당선인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과 윤창중 전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고,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결국 대변인직에서 경질됐다. ⓒ뉴시스

보이지 않는 폭력은 보이는 폭력보다 더 교활하고 잔인하다. 그것은 분노도 저항도 없는 희생을 부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살이 그렇다. 하루에 45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30분 간격으로 죽음의 행렬을 잇고 있지만, 이 가공할 폭력 앞에 우리는 모두 무력한 희생자로, 방관자로 서 있다. 악을 쓰고 저항하고, 분노와 비난을 퍼부을 가해자도 없이.

한 사회의 자살률은 그 사회가 발 딛고 서 있는 폭력의 빙산이 얼마나 거대하고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눈금자다. 흔히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은 사실 자살의 진짜 이유가 아니다. 뇌와 우울증에 대한 신화는 전도되어 있는데, 뇌의 이상이 우울증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뇌에 이상이 생긴다. 보이는 폭력은 분노와 저항을 부르지만 보이지 않는 폭력은 절망과 우울을 부른다. 그렇다. 얼굴 없는 살인자의 연쇄 살인극,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자살 행진의 진짜 이름이며 대한민국이 마주한 폭력의 그림자다.

얼굴 없는 폭력, 그 거대한 질서


1950년대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csh)는 폭력의 당사자가 없는 폭력의 사례를 연구했다. '동조 실험'이라고 불리는 그의 실험에는 한 명의 진짜 피험자와 여러 명의 가짜 피험자들이 참여한다. 실험은 여러 개의 선분 중 표본과 길이가 같은 선분을 고르는 간단한 과제였는데, 가짜 피험자들이 차례 차례에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진짜 피험자가 마지막에 답을 하도록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이제 실험이 시작되고, 가짜 피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엉터리 답을 보고한다. 즉 누가 봐도 길이가 다른 선분을 모두 하나 같이 같다고 보고하는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진짜 피험자는 자신의 눈을 믿어야 할 지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믿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이상 내 눈을 믿는 것이 정상이지만, 피험자는 실험이 진행될수록 내 눈이 아닌 타인의 판단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의 증거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사회적 압력에의 굴복은 상황이 애매할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폭력이 제한된 소규모의 집단에서 일어날 경우에는 폭력의 가해자들이 쉽게 지목될 수 있다.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과 같이 열린 광장에서 익명의 다수에 의해 행해지는 압력은 사람의 손을 떠난 거대한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은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폭력을 휘두른다. 바로 이때 진정한 의미의 얼굴 없는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정원 댓글 공작과 종북 여론 몰이는 바로 얼굴 없는 폭력 뒤에는 사실 이 폭력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진짜 얼굴들이 있음을웅변으로 보여준다. 마녀사냥의 집단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이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확인되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가난하고 속물적인 유대인'의 초상은 나치의 상징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마녀의 초상이었다. 사르트르는 그의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서 지구상에 유대인이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종북세력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더라도 '극우반공주의'는 종북세력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다.

얼굴 없는 폭력의 평범한 악인


1961년 사회심리학자 스텐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인간 본성에 대한 기념비적 연구를 수행한다. '맹종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 밀그램은 '처벌에 의한 학습 효과'를 측정한다고 광고하여 피험자들을 모집한다. 피험자들은 각각 선생과 학생 역할을 하고 학생이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선생은 전기 충격을 주어 처벌을 하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학생 역할의 피험자는 가짜 피험자였고 전기충격 장치도 가짜였다. 실험의 진짜 목적은 선생 역할을 맡은 피험자가 얼마나 높은 수위까지 전기충격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학생의 처절한 비명 소리와 양심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선생 역할의 피험자는 위험 수준에 달하는 마지막 수위까지 전기충격을 주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평범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아주 끔찍한 폭행의 하수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현상은 바로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 쓴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이라고 묘사했던 현상이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집단 학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그는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단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이 전형적으로 성실하고 평범한 독일인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으며, 그 놀라운 '사유능력의 부재'가 바로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폭력의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밀그램의 실험과 아렌트의 보고서는 인간은 스스로 인정한 권위와 규범에 거의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이때 평범한 사람들이 적극적인 동조자로 참여하는 체제의 폭력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불개미 떼의 집단적 힘과 같은 가공할 체제의 폭력은 우두머리의 지시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성찰하지 않음'이라는 치명적인 악덕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얼마 전 일어났던 백화점 여직원의 자살과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을 떠올리게 된다. 백화점 매니저로부터 판매실적을 강요받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여직원은 '그만 좀 괴롭혀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은 족벌 경영의 밀어붙이기식 전략에 '생각 없는' 협력자가 되어 대리점 주인들을 과도하게 괴롭혀 왔다. 스스로 경쟁과 생존의 압력에 시달리며, 성실하고 유능한 직장인이고자 노력했을 매니저와 영업사원은 거대한 폭력의 질서 속에 잔혹한 가해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네 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 직원 막말 음성 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얼굴 없는 폭력의 방관자

대한민국 시장질서의 위계에 촘촘히 산재한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화려한 도시 문화의 대명사로 등장했던 편의점점주들이 부당한 가맹 계약에 줄줄이 자살을 하고, 동네 골목까지 밀고 들어온 대형 마트가 동네 상권을 파괴하고, 생계의 벼랑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족과 함께 동반 자살을 감행한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불과 20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자살자 수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상인들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요구도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시장논리와 부패한 권력의 편들기로 흐지부지되고, 이제 대한민국의 시장 위계에는 재벌과 소비자만 남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고 낙숫물도 댓돌을 뚫는데, 탱크처럼 밀려오는 시장의 폭력에 중소기업이든 중소 상인이든 악을 쓰고 버틸 체력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세계 2차대전의 나치 정권 하에 살았던 마틴 니뮐러(Martin Niemöller)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라는 제목의 시에서,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노래했다.

이 시에 나치 대신 '시장'을, 공산주의자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회주의자 대신 '영세상인'을, 유대인 대신 '재래시장'을 집어넣어 다시 읽어보라. 정확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폭력의 마지막 순간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물러서있던 '나'만 남게 될 것이며, 결국 최후의 희생자로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방관자로만 살아갈 수 없다!

불복종의 선언과 '얼굴'의 회복

시몬느 베이유는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를 살아 있는 존재에서 사물로 바꾸어버린다"고 말했다. 폭력의 진짜 목적은 가해자의 쾌락도 피해자의 고통도 아니다. 오히려 쾌락과 고통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존재를 폭력의 도구로, 폭력의 대상으로 바꾸어 분노도 저항도 의지도 성찰도 없는 사물로, 얼굴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로 폭력의 진짜 목적이다.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살아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고민하지 않게 될 때, 그리하여 각자가 체제의 부속품이 되고, 도구가 되고, 상품이 되어 고유한 인간성을 상실할 때, 국가와 시장은 '얼굴 없는 폭력의 질서'가 된다. 체제의 폭력을 유지하는 것은 권력도 자본도 소수의 지배자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들의 잃어버린 '얼굴'이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의지와 생각, 감정, 그리고 영혼이 담겨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몸은 인간 영혼의 최고의 그림'이며, '얼굴은 몸의 영혼'이라고 말했으며, 레비나스는 인간은 타인의 얼굴에서 윤리적 책임과 만난다고 말했다. 체제 속의 개인들이 각각의 '얼굴'을 잃고, 평범한 악인으로 이기적인 방관자로 절망적인 패배자로 굴종할 때 폭력은 스스로를 유지하고 증식한다. 모든 '얼굴 없는 폭력'의 실체는 '얼굴'을 잃어버린 개인들인 것이다.

체제와 시장의 거대한 폭력 앞에 선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잃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찾고 폭력 앞에 '불복종의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의 머리로 판단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웃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생각 없는 관리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이기적인 소비자가 되기를 거부할 때, 그리하여 주체적이고 윤리적인 얼굴을 가진 존재로 '인간선언'-어쩌면 '바보선언'-을 할 때 비로소 거대한 폭력의 힘은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불복종의 선언'은 아마도 아주 사소하고 바보스러운, 하지만 지혜롭고 용기있는 윤리적 행동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영리한 적을 이기는 길은 더 영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리함의 논리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며, 시장을 이기는 길은 '이윤과 효율의 논리'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미국산 오렌지 30개를 1만 원에 파는 대형마트를 지나쳐 과일 노점상에서 참외 7개와 할머니의 환한 미소를 곁들여 사는 지혜,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준 행복을 배고픈 이웃과 나누려 우동 한 그릇 값을 미리 맡겨두고 나오는 기쁨(이태리 나폴리의 전통에서 시작된 '맡겨두는 커피(Suspended Coffee)'는 지불 능력이 모자라는 이웃을 위해 형편이 나은 이웃이 미리 계산하고 커피를 맡겨두는 나눔의 소비 방식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여러 업종의 가게들이 동참하는 '미리 내는' 소비가 생겨나고 있다. 시장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몸의 성실함과 마음의 환희로 보여주는 용기(예, 봉구스 밥버거), 이런 사소한 불복종의 실천들이야말로 거대한 폭력에서 나와 나의 이웃을 구하는 유일한 촛불이며 짱돌이다.


/배문정 우석대학교 교수

2013년 5월 8일 수요일

기자회견도 ‘폭력’으로...현대차 본사 경찰·용역 장악


이글은 참세상 2013-05-07일자 기사 '기자회견도 ‘폭력’으로...현대차 본사 경찰·용역 장악'을 퍼왔습니다.

양재동 본사 앞 또 충돌, 1명 응급실행...기자회견은 무산


양재동 현대기아차 앞에서의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6일 오전, 농성 중이던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기습 연행된 후, 양재동 본사 앞은 용역들의 무법천지가 됐다. 

경찰과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 앞에 경찰병력과 용역직원, 경찰버스, 현대차 버스로 철옹성을 쌓았다. 연행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진압’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내하청 대책위’는 7일 정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연행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도중, 용역 직원들이 기자회견 장소로 밀고 들어오면서 기자회견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용역 직원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눈에 상해를 입었으며, 여성 참가자 역시 용역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이 “채증한 후 조사하겠다”는 입장만을 거듭 밝히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경찰은 기자회견단이 도로교통과 현대차 업무를 방해한다며 인도 쪽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라고 요구했지만, 인도는 이미 경찰 버스와 현대차 버스, 용역 직원들이 점거한 상태였다. 기자회견단은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할 테니, 현대차 버스를 빼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기자회견단에게 “기자회견을 빙자한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자진해산을 요구했고, 참가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박점규 사내하청 대책위 활동가가 충돌 과정에서 쓰러져,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경찰은 항의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사지를 들어, 현대차 버스와 경찰버스 사이에 고립시켰다.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용역 직원과 서초경찰서 병력에 둘러싸여 발이 묶였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6일 오전, 노숙농성 중이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을 기습 연행했다. 연행자들은 아직 석방되지 않았으며, 남아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자들은 본사 정문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인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경찰이 어제 기습 연행을 강행하면서, 농성장도 밀려났다”며 “경비와 경찰에 둘러싸여 20명의 사람들이 세 평도 안 되는 길거리에서 구부리고 밤을 지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달 22일에는, 현대차 사측이 비정규직지회의 본사 앞 노숙농성에 대비해 작성한 ‘금속노조 집회 대응개요’ 문건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문건에 따르면, 농성과 집회에 대비해 서초경찰서와 경찰병력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나와 있다. 현재 사측은 문건에 따라 직원을 동원해 24시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윤지연 기자

2013년 5월 7일 화요일

우리 안의 군사주의, '진짜사나이'를 보면 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06일자 기사 '우리 안의 군사주의, '진짜사나이'를 보면 안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폭력에 둔감한 나, 그대 우리 모두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소재 고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패널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입담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시청률을 선점한 소수 예능에서만 성공을 거둘 뿐이다. 그래서 예능이 '리얼'을 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리얼 예능은 시청자를 정글로, 농촌으로, 신혼집으로, 급기야 '군대'로까지 데리고 갔다.
'리얼 병영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MBC의 (진짜 사나이)는 6명의 연예인들의 병영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MBC는 군대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출연진들에게도 적용해, 군대가 지닌 특성과 이곳을 거친 이들의 마음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tvN의 (푸른거탑)이 큰 호응을 얻은 것도 기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MBC 일밤 <진짜 사나이> 기획 의도 - M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제작진의 의도대로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첫 방에서 외국인 샘 해밍턴이 겪는 좌충우돌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기도 했고, 최근 서경석의 명령 불복종은 이후 '영창논란'까지 불거질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지난 주말 10.3%(TNmS 수도권 기준)을 기록하며 상승세의 흐름 속에 있다. (아빠! 어디 가)와 함께 일밤 부활의 '쌍두마차'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가 여타 병영 관련 예능과 다른 지점은 '리얼'이라는 명목 하에 6명의 진행자들을 가벼움을 버리게 한 뒤 군대에 그대로 투여한다는 점이다. 일사불란한 상명하복과 군사적 규율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한 진행자들의 모습은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된다.

정작 은폐되는 일상화된 폭력  

얼떨결에 군대로 호출된 이들을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 그들에게 가해지는 가학 등을 간접 체험한다. 또, 그들을 보며 빚어지는 웃음은 실재하는 폭력을 경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병영'이라는 틀 속에서 참여자들을 가두는 포맷의 (진짜 사나이)가 단지 '예능'으로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불편함을 남기는 이유이다.
이승한 문화평론가는 "군대에서의 일상적인 비합리성을 비웃는 푸른거탑과 다르게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대중에 합리화시키면서 예능을 진행한다"며 "진짜 사나이의 6명은 군대가 요구하는 미션을 원활하게 끝내야만 하는 억압 기제 속에서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이는 푸른거탑이 부조리함을 비틀고 군대의 불합리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풍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에 반해, (진짜 사나이)는 가상의 적을 상정한 가상의 군대를 통해 조직의 경직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미션 완수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폭력과 부조리는 은폐되고 미화된다.
이 평론가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 또는 억압 등은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임이 기분이 나쁘면 후임들이 괜히 얻어맞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곳이 군대"라며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국방부에서 협조를 해주고 국방부의 홍보를 담당해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폭력과 억압이 카메라 앞에서 은폐되곤 한다. 군생활에서 흔히 겪는 '치사함'과 '더러움'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상으로 침투하는 전쟁·군대에 대한 고민은?

예능에 있어서 소재 선택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는 무시될 수 없는 것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시청률에 급급해 군사주의 문화가 지닌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할 전쟁, 군대, 군사주의적 문화에 기대 시청률을 얻어낼 것이 아니라 군사주의 문화에서 탈주해 다양한 고민과 성찰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석 평화활동가는 "예능에 시사프로그램과 같은 깊이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면서도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닌데다가, 군대·폭력·전쟁 등 우리사회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들이 이와 같이 일상으로 침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군대에서 작동하는 위계질서가  일상에서도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 문화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군사주의 문화에 기생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확대재생산하게 한다"며 "공영방송이 예비역 남성들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미화하고 자극하면서 추억팔이하는 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일밤의 또 다른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한국사회의 갈등 구조 속에서 소통이 부재하다고 인식된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어린 아이들의 관점에서 소소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예능의 틀에서 아이들을 묶어놓고 시청자들이 관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기존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예능이 못 다룰 건 없다. 허나, (아빠 어디가)와는 대척되는 방식으로 기획되고 제작되는 (진짜 사나이)는 제목만큼이나 우리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어떤 것이 애써 호출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스럽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3년 4월 8일 월요일

중구청 직원들의 '폭력'...대한민국이라 서럽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07일자 기사 '중구청 직원들의 '폭력'...대한민국이라 서럽다'를 퍼왔습니다.
강제철거 당한 쌍용차 분향소 그 후... "박근혜 약속은 언제쯤?"
▲ 2012년 4월,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의 모습. ⓒ 김혜승


"여기 무덤으로 내가 들어가야겠어요."

쌍용차 해고자들의 심리 치유센터 '와락'의 정혜신 박사가 트위터에 남긴 한 해고자의 말이다. 지난 4일 쌍용차 분향소가 강제 철거당했다. 이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던 중 그는 멍하니 얼굴 근육을 떨며 이렇게 말했단다. 2009년 5월 시작된 쌍용차 사태로 지금까지 24명이 숨졌다. 주된 원인은 자살. 대다수가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강제철거를 집행한 중구청은 시민들의 통행불편 방지뿐 아니라 지난달 화재로 덕수궁 돌담의 서까래가 그을리는 등 문화재 훼손 우려까지 제기돼 철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청은 오전 5시 50분 직원과 경찰을 동원해 분향소를 기습 철거했다. 이후 철거된 땅 위로 40톤의 흙을 부어 꽃 화단을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이 20여 분 만에 이루어졌다.

죽음·단식·고공농성 그리고 또 죽음... 쌍용차 해고자들의 1년 

지난해 4월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쌍용차 해고자였던 이윤형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죽음 직전까지 구직 활동 중이었던 그는 23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22번째 죽음이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고 생각해 지난해 4월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얼굴 없는 영정사진이 그려진 흰 전지가 전부였다. 이후 구호 물품이 하나둘씩 조달되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밥셔틀'이라는 새로운 문화도 생겨났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밥 연대'였다. 공지영 작가의 쌍용차 르포집 (의자놀이)도 발간됐다. '희망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도 늘어났다. 쌍용차 해고자들도 희망이 생겼던 걸까? 이 즈음에 만났던 쌍용차 해고자 고동민씨는 "대한문에 서니 비로소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청이 4일 새벽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기습철거 했다. ⓒ 유성호


정리해고, 비정규직이란 신문사회면 한 귀퉁이에 써져 있는 활자로만 인식하던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화들짝 놀란 사람들, 이제는 어느 누구보다도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찾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씩 없는 돈에, 밥과 반찬을 해서 해고자들에게 집 밥을 먹이던 사람들,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그 늦은 시간 대한문을 꼭 들리고야만 하던 사람들, 정리해고는 원래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던 사장님에서 해고자들의 친근한 형, 누이가 되어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음료수를 슬며시 놓아두기도, 허겁지겁 모금함에 지폐 몇 장을 쑤셔 넣으며 연신 미안하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 고동민씨의 기고(출처 : [참세상])

지난해 9월 쌍용차 청문회가 열렸다. 4년 만이었다. 그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회계조작' 증거들이 제기됐다(관련기사 : ["쌍용차 정리해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작"]). 10월 쌍용차 해고자 김정우씨는 23번째 죽음 소식을 듣고 단식농성에 나섰다. 곡기를 끊은 지 41일째, 그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호송됐다. 18대 대선에 모든 이목이 쏠려 있던 11월 20일 새벽, 쌍용차 해고자 3인(한상균, 문기주, 복기성)이 '해고자 전원 복직',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30M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5만 볼트 전기가 흐르는 곳이다. 철탑 농성 116일차, 문기주씨는 건강상태가 악화돼 서울 녹색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왼쪽 팔을 거의 쓸 수 없을 만큼 왼쪽 어깨 충돌증후군과 인대 부분 파열 증세를 보였다. 검진 결과 한상균씨는 저혈압과 동상 증세가, 복기성씨는 허리디스크 증세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두 사람은 여전히 철탑 위에 올라 있다. 그 기간이 어느덧 140일을 넘었다.

올해 1월, 공장에서 자살을 시도한 후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쌍용차 노동자가 죽음을 맞았다. 24번째 죽음이었다. 3월 3일, 화제로 분향소가 홀딱 타버리기도 했다. 철거 전 분향소는 시민들과 연대해 다시 세운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약속은 언제 지킬 겁니까 
▲ 철거 후 황폐해져버린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의 모습. ⓒ 양창권


지난 5일 찾은 대한문 앞에는 화단을 둘러싸고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일부 중구청 직원들과 경찰들은 농성장 재설치를 우려해 대한문을 둘러싸고 감시 중이다. 펜스 앞 비닐 돗자리에는 10명도 채 안 되는 해고자와 시민들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정혜신 박사는 지난해 9월 쌍용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만난 쌍용차 조합원 중에 자살충동으로 자살시도를 한 조합원이 80%가 넘는다. 말하자면 둑이 무너지려고 하는데 시민들이 주먹으로 틀어막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시민의 힘으로 버티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2월 국회 개원 합의 사항인 "쌍용차 여야 합의체를 통한 사태 해결" 또한 마찬가지다. 해고자들에게는 '희망 고문'이 되어버렸다.

분향소 기습 철거는 어떨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4일 성명서를 통해 "행정대집행과 관련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중구청장과 면담을 조율 중인 상황이었음에도 중구청은 오늘 새벽 기습적으로 철거를 단행해버렸"으며 "행정대집행장의 대상물이었던 대한문 앞 천막 3개 동은 지난 3월 한 노숙인의 방화로 이미 없어져버렸고, 분향소는 그 후 새로 설치된 것이기에 중구청은 행정대집행 절차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도 분향소와 주변 설치물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신고된 집회 용품이므로, 헌법과 집시법으로 합법성을 보장받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구청의 '화단 조성'도 문제가 제기됐다. 대한문 앞은 문화재보호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라 화단 설치 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문화재보호법 제35조). 그러나 (경향신문)에 따르면 중구청은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중구청은 이에 대해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기 위한 임시시설물이기 때문에 허가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와 협의 도중 기습철거한 중구청... "행정권을 폭력적으로 남용"
▲ 대한문 앞에 설치된 펜스와 화단이다. 분향소의 면적보다 더 넓게 설치돼 있어 시민들의 통행은 더 불편해진 상황이다. ⓒ 김혜승


무엇보다 경찰들과 중구청 직원들의 행동은 '국가폭력'으로 보일 정도다. 협의를 조율하는 과정이었음에도 중구청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 철거를 단행했다. 새벽 기습철거로 인해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해고자 3명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밖으로 떠밀려 나왔다. 이후 소식을 들은 해고자와 시민들이 모였고, 온몸으로 철거를 막았다. 장비로 무장한 경찰과 중구청 직원들은 이들을 힘과 공권력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겼다. 영정 사진 등의 물품이 빼앗기는 것에 항의하던 해고자와 시민 등 49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정당한 자기 방어'가 공권력 앞에서 방해가 되었다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이를 "실정법 위반만을 재단하여 행정권을 폭력적으로 남용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만약, 중구청 직원 혹은 경찰 중 누군가 퇴거 명령을 거부했다면 어땠을까? 스페인은 주택시장 붕괴 이후 수십여만 명이 강제퇴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 집행관들은 열쇠수리공조합에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이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일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들은 돕지 않기로 선언했다고 한다. 파산한 가정의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는 일은 "우리들에게 심적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 지역에선 소방관들을 대신 투입했지만, 이는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카탈루니아 소방관조합은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은행을 돕는 것은 우리의 본래 업무와 모순된다"고 말했다.

대한문의 상황은 다르다. 다소 젊어 보이는 중구청 직원들에게 해고자들과 시민이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외면할 뿐이었다. 지난 6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인 중구청 직원들은 경찰들과 함께 대한문을 둘러쌌다. 공권력의 감시는 1평 남짓한 돗자리 위에 앉아 있는 해고자와 시민을 압도했다. 조달되는 물품들도 모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되는 것은 또 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해고자들의 죽음이다.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씨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는 탄압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 이어질까 두렵다, 우리는 구속과 연행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진실이 매장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여기 무덤으로 내가 들어가야겠어요"라는 해고자의 말을 가벼이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러운 자리에 다시 모인 사람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 지난해 5월, 연대 방문 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쌍용차 분향소 모습. ⓒ 김혜승


그러나 해고자들과 시민들은 다시 일어섰다. 비 내리던 6일 열린 추모 미사에는 비옷을 입은 시민들이 모여 자리를 함께했다. 한진중공업 대량 해고 사태에 항의하며 85호 크레인에 올랐던 김진숙씨는 그들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을 몰아낸 자리에 흙을 붓고 황급히 사철나무를 꽂고 그 흙을 밟았다고 사람들을 잡아갔다. 휑하고 서러운 자리에 다시 모인 사람들. 어쩌면 잡혀갈 수도, 어쩌면 다칠 수도 있는 자리에 선뜻 달려간 사람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생사를 건 행동'은 늘 스러져가는 동료의 죽음에서 시작했다. 분향소, 단식, 철탑 농성 등. 부당한 해고로 인한 둉료들의 무력한 죽음이 그들을 거리로, 하늘로 나서게 했다. '생명'이 맞닿아 있는 싸움이다. 

8일부터는 대한문 앞에서 저녁 촛불 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함께살자 희망 지킴이'에서는 'H-2000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십시일반 모은 2만 개의 부품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이 4년만에 자동차를 만든다고 한다. 2만 개의 부품에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다. 이 자동차는 6월 8일 모터쇼에서 공개한 후, 기부할 예정이다. 끝으로 2009년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구속돼 3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후 철탑에 올라 농성 중인 한상균씨의 말을 덧붙인다. 

"공장에서 쫒겨나고 길거리서도 짓밟히는 '국민행복시대'는 어느 나라 얘긴가? 죽지 못해 살아온 4년, 혼자가 아님을 가르쳐준 4년, 시대의 아픔을 담은 연대의 꽃으로 대한문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짓밟아 증폭될 사회 갈등은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는 재앙임을 박근혜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김혜승(gptmd37)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체벌 과외와 체벌 학원, 한국 교육과 사회의 속살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3일자 기사 '체벌 과외와 체벌 학원,  한국 교육과 사회의 속살'을 퍼왔습니다.
‘인권조례’가 폭력의 외주화와 민영화를 낳는 이유에 대해

▲ 2일자 문화일보 1면 기사


2일자 문화일보는 1면 하단에 (체벌하는 과외·학원 찾는 학부모)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2일 서울 지역 사교육업계에 따르면 새 학기를 맞아 일부 학부모들이 체벌항목표 등을 직접 만들어 과외강사 및 학원에 요청하거나 기존 규정보다 강한 체벌을 요구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고 “학생인권조례로 일선 중·고교에 체벌금지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학교에서 관리가 잘되지 않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체벌과외’나 ‘체벌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그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에서 찾았다.
‘조중동문’이란 조어로도 묶이던 보수언론이 ‘학생인권조례’를 ‘디스’하는 기사라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보수주의자의 편견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체벌 사교육’의 문제는 학생인권조례 이전에도 있었다.
가령 방학기간 중에 운영되는 기숙학원의 체벌 및 인권유린 실태는 학교보다 훨씬 심각했지만 공론화된 적이 없다.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하에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숙학원 학생들은 나가면 반드시 고발하자고 서로 약속했지만 결국 퇴소하면 흐지부지되더란 종류의 ‘괴담’은 예전에도 있었다.
왜 한국의 학부모들은 공교육에서 체벌을 해주지 않으면 사교육이라도 찾아가는 걸까. 물론 학벌사회의 차별이 성인에게 부과하는 아픔의 크기가 미성년자에게 부과되는 체벌의 아픔의 크기보다 크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와 교사들은 청소년들에게 네가 맞는 매의 아픔은 네가 대학에 가지 못했을 경우 받게 되는 온갖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가르친다.
틀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래봤자 대학을 못 가는 이들이 생기고, 대학 내에서도 층층상하의 서열구조가 있으며, 인권을 반납하며 미칠 듯이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이탈하려는 이들도 생기는데, 체벌의 물리력은 이 폭력적인 입시전쟁 체제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학생들의 이탈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학부모와 학교가 체벌 이외의 대안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학생들은 입시교육을 위해 이미 온 생활을 저당 잡혀 있으므로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상상하기가 곤란하다. 가령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체벌 대신 도입한 성찰교실이 하교시간을 늦춘다고 생각해보자. 오후 3시부터 축구나 농구를 하는 청소년에게 이건 자신의 행동을 통째로 뜯어고쳐야할 엄청난 강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청소년보다도 미성숙해 보이는 예비군 아저씨들이 집에 제 시간에 가기 위해 퇴소식만큼은 잠깐 군기를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학원을 가거나 자율학습을 할 뿐이지 ‘학습’의 영역에서 퇴장하지 못한다. 학원시간에 늦을까봐 성찰교실 참여를 저어할 정도의 학생은 대개 교사와 심하게 대립할 일도 없으니 그 ‘제재력’을 내세우기는 민망하다.
벌점제도의 제제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외국인학교들의 경우는 벌점내역을 생활지도부에 상세히 기록하기 때문에 수업방해나 반항은 상상도 못한다고 전한다. 미국 대학은 성적 못지않게 인성도 중시하기 때문에 벌점이 대학진학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한국에선 학교 측에서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데 목숨을 거는지라 굳이 학생의 발목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벌점은 별 것도 아닌 일에 상점을 준다든지 해서 금세 없애버린다.
단순히 교육제도를 바꾼다 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담론에서도 ‘핀란드 교육법’, ‘독일 교육제도’ 식의 선진국 교육제도에 대한 탐구가 유행이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일 텐데, 보수담론이 미국 교육의 방식을 주장할 때 진보담론은 북구나 독일·프랑스 쪽을 참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 사회의 교육제도는 그 사회의 다른 영역과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다.  
가령 독일에서 교사는 학생의 점수를 평가하는데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중산층 부모의 자녀가 교사의 박한 평가에 의해 직업학교로 진학하는 경우라도 부모들은 항의 없이 그것을 수용한다. 이런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들여온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도입되더라도 우리가 보게 되는 건 학부모들의 끝없는 항의전화, 교사들의 부정채점에 대한 의혹, 수능 체제보다도 더 폐쇄적인 계급재생산(부잣집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현상)에 대한 의심일 것이다. 당장 수능의 획일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논술이나 입시사정관제도조차 조기유학 다녀온 부유층 자녀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단 의심을 사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후자의 경우 그 의심은 거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 학부모와 독일 학부모의 교육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근본적인 차원을 살피려면, 독일사회는 직업학교를 선택한 노동자들에게도 적당한 소득을 안정적으로 누리는 꽤 괜찮은 삶을 보장한다. 한국에서 이런 제도가 채택되려면 일단 최저임금부터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실업학교에서 근로기준법을 가르치면서 노동현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교육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겐 망상과도 같은 얘기다.

결국 학부모가 체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고찰하다보면 낮은 인권의식 뿐만이 아니라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 학벌사회 및 학력 간 임금격차의 문제, 노동시장의 문제 등을 모두 접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매우 부자거나 자녀의 삶에 무관심하지 않은 다음에야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심각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체벌의 유혹에 쉽게 굴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애꿎은 부모들만 귀찮게 한다”는 보수언론의 의도에는 휘말리지 않더라도, 학생인권조례가 청소년 인권문제에 있어 단지 출발일 뿐이라는 인식은 해야 할 것이다. 사회체제의 강고함은 학생인권조례가 체벌을 금지하면 체벌의 외주화와 민영화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체벌을 근절하는 것은 학교체벌을 없애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1월 12일 토요일

[기고]“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언제까지 관대할 것인가”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11일자 기사 '[기고]“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언제까지 관대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윤용헌, 이성수.

1월 20일 열사력에 빼곡히 적혀있는 이름들을 본다. 이들의 이름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여전히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있다. 구속된 철거민들의 법원 판결문에서는 다섯 철거민들의 죽음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묻고 있지 않다. 오직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경찰특공대원 한 명의 죽음에 대해서만 묻고 있을 뿐이다. 판결문에서 다섯 철거민들의 이름은, ‘피고인들(구속 철거민들)은 망 이상림, 망 양회성, 망 한대성, 망 윤용헌, 망 이성수와 공동공모하여.... 경찰을 죽였다’는 것으로 호명된다. 여전히 서럽고 서럽게 불리우는 이름들이다.

  
ⓒ양지웅 기자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당선자에게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구속철거민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참사를 빚은 용산4구역의 개발은, 참사발생 4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개발이 멈춰진 채로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망루가 불탄 남일당 자리는, 철거민들을 폭력적으로 내쫒던 철거용역 깡패들이 주차장 터로 사용하면서 임시영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허허벌판으로 방치할 걸, 왜 그리 빨리 내쫓으려 했냐’는, 유가족들의 애통함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SJM등 노동현장에서 ‘컨택터스’라는 경비용역이 진압경찰과 유사한 복장, 장비를 소지하고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사회적 비난이 일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용산참사 당시 현장을 누비며 ‘POLICIA’라고 적혀있는 사제 방패를 든 이들이 떠올랐다. 이들은 경찰로 오인되었던 철거용역들이었다. 당시 철거민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남일당 건물 3층에서부터 집기들을 불태우며 연기를 위로 올려 보냈던 용역들과, 경찰과 함께 물대포를 쏘던 용역들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무리하고 성급한 진압을 한 경찰과 살인적인 개발을 밀어붙인 건설사, 폭력적인 철거용역은 제대로 처벌받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오직 철거민들만이 모든 책임을 지고 4~5년의 형을 받아 4년째 감옥에 있다. 대통령의 측근과 재벌 총수는 석방되지만, 용산 안건을 ‘독재’적으로 막은 이가 인권위원장에 연임되었지만, 철거민들에 대한 각계의 사면 요구는 거절당했다.

여섯 명이 죽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은 경찰은 같은 해 쌍용차 노동자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폭력진압 했고 국가폭력은 더욱 극심해 졌다. 잘못된 개발의 책임을 면피한 용산4구역 시공사 삼성과 대림은 제주 강정에서 불법적인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며, 곳곳에서 살인을 멈추지 않고 자본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재대로 책임 지워지지 않은 용역깡패들은 자본의 사병으로 노동자와 철거민들을 폭행하며 활개를 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의 계속되는 폭력에 ‘우리의 관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위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가 유가족인 전재숙씨가 용산참사 관련 구속 철거민 사면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용산 투쟁은 2009년 1월 20일에 있었던 단일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만이 아니다.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국가와 자본의 계속되는 폭력에 ‘우리의 관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이러한 폭력은 반복되고 인간의 존엄은 계속해서 짓밟힐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가 무관용으로 폭력기구들을 지켜보고 맞서야 한다.

1월 20일은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의해 다섯 철거민 열사들이 돌아가신 용산참사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번 4주기는 이명박 정권 시대에서 박근혜 정권 시대로 넘어가는 정권이양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힘을 모아내야 할 때이다.

이번 4주기는 다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구속철거민의 사면과 참사의 진상규명 그리고 또 다른 용산을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추모위원들을 모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19일(토)에 용산참사 현장과 서울역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통해, 다시금 “여기, 사람이 있다”를 외칠 것이다. 

화마에 휩싸인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용산이 아닌, 끈질긴 싸움을 기억하고 연대해온 우리가, 용산을 잊지 않은 우리가, 책임자들을 다시 소환해 내자. 용산4주기, 국가폭력과 자본의 폭력에 맞선 우리의 힘을 모아내자!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인간도살장’의 세 가지 논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17일자 기사 '‘인간도살장’의 세 가지 논리'를 퍼왔습니다.

 
2001년 1월 서울시내에 걸린 고문경찰 이근안의 현상수배 대자보를 시민들이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

김동춘의 폭력의 세기 vs 정의의 미래

고문, 권력이 원하는 목표 위해 사람을 철저히 파괴한 삼중의 폭력
박정희·전두환 때 고문 지시한 자, 묵인한 사법부, 왜곡 보도한 언론 대선 활개

“고통, 고문, 이런 고씨 돌림은 죽음의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라, 죽음의 핵심 정수인 것입니다. 저 칠흑같이 어두웠던 일제 치하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등계 형사들에 의해 불구자가 되고 목숨을 잃어가고 윤동주 시인이나 이육사처럼 옥사했던 이유가 이 참혹한 고문이었습니다.전기고문, 그것은 한마디로 불고문이었습니다. 외상을 남기지 않으면서 치명적으로 내상을 입히는 것이고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수반하는 고문입니다. 물고문과 불고문의 조화라 할까요. 물고문이 밑바닥이 닿지 않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질식해가는 것이라면 불고문은 단근질해서 뜨거운 불인두로 지져서 바싹 말라 바스라뜨리고 돌을 말려서 불에 튀기는 그런 것입니다. 전기고문 그것은 핏줄을 뒤틀어놓고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마침내 마디마디 끊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빠개질 듯한 통증이 오고 그 몰려오는 공포라니, 죽음의 그림자가 독수리처럼 날아와 파고드는 것처럼 아른거렸습니다.

물·전기고문 판치는 저주의 세계

최근 개봉된 영화 (남영동 1985)의 토대인 김근태의 수기 (남영동)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김근태는 자신이 고문당한 남영동을 ‘인간도살장’, 독가스 대신 전기고문과 물고문이 설치는 나치 수용소였으며, 시간이 종국적으로 멈춰버린 저주의 세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국어사전에서 고문(拷問)은 “죄를 진 혐의가 있는 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육체적인 고통을 주며 신문함”이라고 말한다. 즉, 죽이는 것은 고문의 목표가 아니다. 피의자가 생명을 유지하며 극한의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문은 중세 유럽이나 과거 중국, 조선에서도 존재했는데, 조선시대에는 모반(謀反) 대역죄(大逆罪)인들의 죄를 추궁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중세 독일에는 날카로운 쇠못을 촘촘히 박은 철의(鐵衣)를 피고문자에게 입혀 조여들게 하는 고문도 있었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하여 나무 침대 위에 팔다리를 고정시켜 사지를 찢는 고문도 있었다. 전세계에서 사용된 고문의 종류는 대략 320여 종이라고 한다. 일제가 조선 독립운동가들을 심문할 때 사용한 고문은 이들 전세계 고문의 종합판이었다. 손가락 사이, 배꼽, 귀, 코, 입, 성기, 항문 등에 전선 전극을 갖다 대서 고통을 주는 전기고문, 추운 겨울에 옷을 벗겨놓고 찬물을 끼얹거나 거꾸로 매단 다음 얼굴을 수건으로 덮고 물이나 고춧가루를 끼얹는 물고문, 수갑을 채운 양손 사이에 무릎을 집어넣고 쇠파이프를 꽂아 대롱대롱 매달아놓는 통닭구이 고문, 손톱 뽑기 고문 등 우리의 상상력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고문 방법이 사용되었다.박정희·전두환 시절 고문은 바로 일제 시기 고문의 후속편이자 확대판이었다. 그 방법 역시 김근태의 수기에 나온 것처럼 일제의 것과 거의 동일했으며, 그 시절 고문기술자들은 해방 직후 일제의 고등경찰로부터 고문 방법을 배운 선배들에게서 대대로 기술을 전수받았다. 잠 안 재우는 고문, 집단으로 주먹과 각목으로 사정없이 폭행하는 고문, 통닭구이 하듯 손과 발을 묶어 매달아 주전자로 얼굴에 물을 붓는 고문, 시멘트 바닥에 알몸으로 무릎 꿇게 하고 얼음물을 부어대는 고문, 알몸뚱이로 다리를 벌리게 한 다음 생식기를 줄로 때리는 고문, 다리 사이에 각목을 끼우고 구둣발로 짓이기는 고문, 볼펜으로 머리털을 감아 당기는 고문,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우고 짓이기는 고문…. 죽도, 대나무관, 5자 정도의 곤봉, 사람을 채찍질하기 위해 사용된 로프, 사람을 찌르기 위해 사용하는 우산 꼭지, 부젓가락, 사람의 몸을 밟아 뭉개기 위한 도구, 하복부에 찔러넣는 곤봉 등 이루 셀 수 없는 종류의 향연이 서빙고의 보안사 사무실, 남산의 중앙정보부(안기부), 남영동 경찰 대공분실 등에서 질펀하게 펼쳐졌다.아마 가장 극심한 경우는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관계자들이 당한 고문이었을 것 같다. 당시 감옥에서 김지하가 이들에게 “고문 많이 당했습니까?” 물으니까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하재완은 “말 마이소. 창자가 다 빠져나와버리고 부서져버리고 엉망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탈장이 되어 한 손으로 항문으로 흘러나온 창자를 집어넣으며 재판을 받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났다.

영화 <남영동 1985> 에 나오는 대공분실에서의 고문 장면.

개인이나 세력 향한 복수이고 화풀이

그런데 고문이 “자백을 받기 위해 심문”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고문은 권력이 자신에게 대드는 저항자의 손발을 묶어놓은 다음 마음껏 화풀이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완전히 무력화된 상대방을 조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럽 거점 간첩 사건’의 피해자들은 다음과 같이 고문 사실을 기억한다.“조사실로 걸어가는데 수사관들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잡혔는데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느냐며 마구 때렸다. 조사실에서는 모○○이 내 구두를 벗겨 그 구두로 분풀이하듯이 때렸다. …물에 젖은 수건을 손과 발에 묶고 전깃줄에 엮어서 전기고문을 했다. 계속 고문을 하는데 살점이 모두 떨어지는 고통이었다. 옷을 벗기고 손과 발을 묶어서 다리 사이에 막대기를 끼워 대롱대롱 매달리게 하고는 물을 붓는 고문을 당하였다. 그 고문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옷 입은 사람 앞에 옷을 다 벗고 있는 것이 수치스럽고 모멸스러워 내가 짐승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로 차는데 그때 맞은 후유증으로 지금도 왼쪽 허리 쪽이 시큰거린다.”즉, 폭력과 고문은 자신에게 대드는 개인이나 세력을 향한 복수이고 화풀이기도 하다. 특히 고문은 상대방을 완전히 감금하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자신만이 무기를 들고 일방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이므로 가장 비열하고 심각한 불공정 게임이다. 고문은 유죄 사실, 반란세력의 전모를 파악해서 유죄를 입증한다는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폭력이 그렇듯이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만들어질 권력자와 백성들 간의 관계 정립의 구상이기도 하다.그래서 폭력으로서 고문은 가장 야만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인간들의 세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TV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가 도망가는 얼룩말을 잔인하게 물어뜯어 죽인 다음 유혈이 낭자한 주검 더미 위에서 걸쭉하게 잔치를 벌이는 것을 본 시청자는 그것을 ‘야만의 세계’라고 부른다. 그러나 핵무기를 떨어뜨려 수만 명의 육신을 그 자리에서 녹아내리게 만들고, 피폭자 수십만 명을 평생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자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얼룩말의 목을 물어뜯어 죽이는 것 이상으로 야만적인 일이 아닌가?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후자의 폭력은 동물의 폭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인간 사회의 폭력은 바로 권력 행사의 일환이며, 그것을 통해 상대방을 복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동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만 일단 욕망이 충족되면 그 이상의 폭력을 가하지는 않는 데 비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거나 불안이 제거돼도 폭력을 계속 사용한다. 인간들이 대역죄인의 사지를 찢어서 죽이거나, 반역자를 처형한 다음 목을 잘라 네거리에 걸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게 만드는 것은 폭력 행사를 가시화함으로써 권력의 위세를 만천하에 선포하는 행위다. 인간은 정치적 목적을 이끌어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 또 폭력을 통해 상대방이 완전히 굴복하는 것을 즐긴다.

이근안이 고문을 자행했던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분실. 1985년 김근태는 무려 22일 동안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쓰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저승사자 앞의 피라미처럼

조작간첩 사건의 희생자 신귀영은 “고문을 당할 때는 경찰관이 사람으로 안 보이고 작은 짐승을 잡아먹으려는 큰 짐승이자 저승사자로 보였다”고 증언한다. 김근태는 고문에 못 견뎌 “두 눈이 가려진 채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면서 항복한다고 용서해달라고 두 손으로 빌었다”고 그날의 악몽을 기억한다. 처참한 처지에 빠진 피의자는 때리지 말라고, 살려달라고, 원하는 대로 다 말하겠다고 싹싹 빈다. 인간은 미물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수사관은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른다. 자신이 그렇게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생명을 구걸하는 존재가 되는 경험을 가졌다는 것은 치욕 중의 치욕이다. 그래서 고문 피해자나 학살 현장의 생존자들은 누구에게도 이 부끄러운 경험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문 현장은 바로 저승사자 앞의 피라미처럼 가쁜 숨을 헐떡이며 거의 처분에 몸을 맡긴 인간이 마주 선 적나라한 권력 현장이다. 즉, 고문은 평소의 생각과 신조를 의심과 처벌의 대상으로 삼거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권력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세적 방법의 폭력이고, 폭력에 굴복해 원하지 않는 말을 하거나 동료의 이름을 댄 피해자들에게 치욕과 수모를 가져다줘서 이들을 정신적으로 파괴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시키는 이중적 폭력이며, 고문당한 사람들의 초췌한 얼굴, 절뚝거리는 발걸음, 망가진 신체를 목격하거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신체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권력을 두려워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삼중의 폭력이다.집단학살이 사람을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라면 고문은 피해자들을 천천히 죽이는 것이다. 고문 피해자 중에는 김근태처럼 수십 년 동안 고통받다가 병에 걸려 원래 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죽은 경우도 있지만, 고문 이후 1개월 혹은 1년 뒤는 죽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고통에 신음하며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고문 현장의 ‘미시정치’는 바로 절대 권력의 행사와 절대 복종이다. 고문 이후의 ‘거시정치’는 서서히 죽어가는 피해자를 모든 사람들이 듣거나 보게 만들고, 이런 주변 사람들이 그 권력의 무서움을 깨닫고 움츠러들도록 한다. 수사관, 즉 고문자로 표상되는 권력은 바로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을 이렇게 완전히 굴복시키고 항복을 받아내 위세를 과시한다. 피의자가 폭력 앞에 굴종하는 것을 바라보는 권력자는 무한대의 자기만족을 느끼고, 자신의 권력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계속 향연을 즐기고 싶은 그들

김근태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인간백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백정에게 칼을 휘두르라고 지시한 사람들은 지금 시퍼렇게 살아서 요직에 있고, 피해자가 아무리 고문을 호소해도 못 본 체하며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들이 아직도 현직에 있거나 정치권, 재야 법조계에서 호의호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문당한 사실보다는 그들이 간첩이었다는 것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던 언론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1·2등 신문이다. 이제 그들은 고문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자신이 가진 권력 기반을 활용해 앞으로도 계속 향연을 즐기고 싶어 이번 대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대선폭풍 ‘정수장학회 정치공작’, 친박 언론만 빼고 모두‘주목’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15일자 기사 '대선폭풍 ‘정수장학회 정치공작’, 친박 언론만 빼고 모두‘주목’'을 퍼왔습니다.
조중동 '교묘한 본질회피'..문재인 향한 폭력 가벼운 문제인가?

대선을 두달 남짓 남겨놓은 15일 조간신문에는 메가톤급 이슈가 터졌다. 정수장학회의 비밀 지분매각 추진이다. 조선일보가 5년전인 2007년 ‘박근혜 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10가지 이유’가운데 하나라고 예언했던 바로 그 이슈다.
한겨레는 1면 톱에서 이진숙-최필립 비밀 대화록 내용을 공개하고 사이드톱, 톱 사진기사로도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4~6면에 비밀 대화록 전체를 공개하고 3~6면 등 2개면에 걸쳐‘최필립-MBC 비밀회동 파장’이란 머리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는 등 이 이슈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한국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국민일보, 조선일보 등 다른 모든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도 정수장학회 언론지분 매각 논란 기사를 1면에 올렸으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만 1면에서 다루지 않고 종합면, 정치면 등에서 작게 다뤘다.
한겨레가 1면 톱기사로 크게 보도한 ‘지분매각 추진 이진숙-최필립 대화록’을 보면, 두 사람의 회동은 MBC 김재철 사장 측이 말한 ‘통상적 업무협의’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명백히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정치공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겨레)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이진숙-최필립 대화록 전체 공개  

기사에 따르면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정수장학회의 지분(MBC 전체의 30%) 매각방식 및 그 활용방안에 대한 기자회견 장소로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형광장과 대학을 지목한 뒤 ‘대중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저희가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또 “이게 굉장히 정치적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다..박근혜에게 뭐 도움을..”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대선앞두고 잔꾀부리는 거라고 이야기는 나올 것..가지고 있는 지분 30% 정리해갖고 그 돈 가지고서 뭐인가, 대학 반값 등록금 이야기들 많이 나오는데 다음 정부에서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설치해서 학생들을 돕는 게 낫지 않으냐 말이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를 ‘대선 돕기용 뒷거래’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또 새누리당쪽에서는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다른 조간신문들에서 일제히 1면에 비중있게 보도됐다.
(안대희 “정수장학회 이사진 사퇴해야”)(경향 1면 톱), (민주 ‘국감 보이콧 검토’ 새누리 ‘盧 NLL 발언 물타기’ 정수장학회 ‘대선핵폭풍’ 부상)(국민일보 1면 톱), (민주 “정수장학회 국조.청문회 열어라”)(서울신문 1면 톱), (與도 “정수장학회 중립적 이사진 구성을”)(한국일보 1면 톱) 등이다.


(조선)(동아)(중앙)은 박근혜 연결끊기·정쟁으로 몰기로 본질 회피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뉴스를 1면 하단에 (안대희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 물러나야”)란 제목의 3단 기사를 짧게 처리하고 5면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진 퇴진, 박후보에 수차례 얘기”)란 제목으로 주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간단히 처리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기사를 노출하지 않고 5면 톱 자리에 ,안대희 “최필립 사퇴 바람직”..MBC “도청여부 수사의뢰 검토”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다뤘다. 제목만 보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와 얼토당토않은 ‘MBC 측의 도청여부 수사의뢰 검토’방안이 부각되어 있다. 
중앙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5면에서 (불붙은 정수장학회 매각 논란..안대희 “최필립 사퇴를”)이란 제목의 톱기사를 통해 ‘최필립 이사장과 박근혜 후보와 연관성으로 오해가 생겼다’는 안대희 위원장은 말을 부제로 뽑아냈다.
조선.동아, 중앙의 이런 보도는 이번 정수장학회-MBC의 지분매각 비밀회동이 ‘중대한 선거개입’이라는 본질을 밝히거나 이를 비판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사안의 본질과 중대함은 사라지고 대신 이번 이슈의 핵심에 있는 박근혜 후보와 연관성을 끊어내거나 이를 여-야간 정쟁으로 몰아 본질을 피해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선거를 앞두고 공정성을 내팽개친 채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이런 언론의 태도는 분명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다.

문재인에 대한 폭력사태 심각성 외면..박근혜가 당했다면?


역시 조선, 중앙, 동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조간신문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주말 행보를 1면 톱 또는 주요사진으로 크게 보도했다.
(처음만난 세 후보 어깨동무)(경향), (이북5도민 체육대회 갔더니 박수받고..물병맞고..항의받고)(국민),(박은 박수세례..문은 물병봉변)(서울), (“친북 물러가라” 文.安 봉변)(한국) 등이다.
1면 톱 사진 등으로 후보들의 행보를 다룬 점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내용이 문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전날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했다가 보수성향의 참석자들로부터 물병 세례를 받는 등 폭력적 상황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를 ‘해프닝 사진’ 또는 ‘박수 세례 받는 박근혜 후보와 대조’하는 정도로 처리한 점이다.
대선 후보에게 가해지는 이런 물리적 폭력은 선거를 방해하는 심각한 사태다. 과거 박근혜 후보가 유세 도중 폭력을 당했던 사건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점과도 비교된다. 한국일보가 ‘기자의 눈’ 컬럼을 통해 (대선후보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지적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신문이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이를 가볍게 또는 엉뚱하게 다뤘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이나 대선 후보에 대한 물리적 공격 등 빅 이슈가 터졌는데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이날 아침 생뚱맞은 톱 사진과 톱기사를 1면에 배치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이 정도는 낫다.
조선일보는 (새만금 허송세월 3년..메가리조트마저 허허벌판), 동아일보는 (굉음의 축제 F1 코리아그랑프리 독 페텔 2연패), 중앙일보는 (위아자 장터..이웃과 나눠 행복한 날) 등의 사진을 1면 톱 사진에 배치했다.

다음은 오늘 아침 주요 조간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이다.

▲ 경향신문
처음만난 세후보 어깨동무(사진)
안대희 “정수장학회 이사진 사퇴해야”
“재벌개혁 최종적 수단 계열분리명령제 검토”
  ▲ 국민일보
이북5도민 체육대회 갔더니 박수받고..물병맞고..항의받고(사진)
정수장학회 ‘대선핵폭풍’ 부상
농민살림 팍팍한데..농협, 직원혜택 늘리기
  ▲ 동아일보
“연예인등 수십명에 프로포폴 주사놨다”
굉음의 축제 F1 코리아그랑프리 독 페텔 2연패(사진)
文 단일화 첫 액션 ..安에 “정치혁신위 만들자”
정부부처 심장도 뚤렸다
  ▲ 서울신문
박은 박수세례..문은 물병봉변(사진)
민주 “정수장학회 국조.청문회 열어라”
文 “정치혁신위 구성”..安에 후보단일화 첫 제안
겉도는 국선변호인
  ▲ 조선일보
새만금 허송세월 3년..메가리조트마저 허허벌판(사진)
朴.文.安 ‘재별개혁’ 윤곽...(박)재별 지배구조 개혁보다 법 만들어 ‘반칙’금지, (문)지배구조 자체를 개편, 순환출자 강제로 막아, (안)오너전횡 막는 게 핵심, 순환출자 자율해소 유도
휴일 정부중앙청사, 방화범에 뚫렸다
안대희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 물러나야”
  ▲ 중앙일보
위아자 장터..이웃과 나눠 행복한 날(사진)
야스쿠니 방화범, 중.일 서로 “내놔라”
대한민국 정부청사 뚫렸다
  ▲ 한겨레
MBC 이진숙 “정치적 임팩트 굉장히 큰 사안” 정수장학회 최필립 “대선앞 잔꾀란 말 나올 것”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정수장학회(사진)
민주 “대선 도우려 지분 파나” 정수장학회 청문회 등 추진
“보이나요, 아이들 비극의 행렬..응답하길, 2012 대선공약으로”-대선주자에게 묻는다; 청소년 자살
▲ 한국일보
與도 “정수장학회 중립적 이사진 구성을”
“친북 물러가라” 文.安 봉변(사진)
경찰대 폐지 논의 검찰간부 대폭 축소
가짜 공무원에 뻥 뚫린 청부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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