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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우리 안의 군사주의, '진짜사나이'를 보면 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06일자 기사 '우리 안의 군사주의, '진짜사나이'를 보면 안다'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폭력에 둔감한 나, 그대 우리 모두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소재 고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패널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입담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시청률을 선점한 소수 예능에서만 성공을 거둘 뿐이다. 그래서 예능이 '리얼'을 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리얼 예능은 시청자를 정글로, 농촌으로, 신혼집으로, 급기야 '군대'로까지 데리고 갔다.
'리얼 병영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MBC의 (진짜 사나이)는 6명의 연예인들의 병영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MBC는 군대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출연진들에게도 적용해, 군대가 지닌 특성과 이곳을 거친 이들의 마음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tvN의 (푸른거탑)이 큰 호응을 얻은 것도 기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MBC 일밤 <진짜 사나이> 기획 의도 - M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제작진의 의도대로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첫 방에서 외국인 샘 해밍턴이 겪는 좌충우돌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기도 했고, 최근 서경석의 명령 불복종은 이후 '영창논란'까지 불거질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지난 주말 10.3%(TNmS 수도권 기준)을 기록하며 상승세의 흐름 속에 있다. (아빠! 어디 가)와 함께 일밤 부활의 '쌍두마차'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가 여타 병영 관련 예능과 다른 지점은 '리얼'이라는 명목 하에 6명의 진행자들을 가벼움을 버리게 한 뒤 군대에 그대로 투여한다는 점이다. 일사불란한 상명하복과 군사적 규율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한 진행자들의 모습은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된다.

정작 은폐되는 일상화된 폭력  

얼떨결에 군대로 호출된 이들을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 그들에게 가해지는 가학 등을 간접 체험한다. 또, 그들을 보며 빚어지는 웃음은 실재하는 폭력을 경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병영'이라는 틀 속에서 참여자들을 가두는 포맷의 (진짜 사나이)가 단지 '예능'으로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불편함을 남기는 이유이다.
이승한 문화평론가는 "군대에서의 일상적인 비합리성을 비웃는 푸른거탑과 다르게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대중에 합리화시키면서 예능을 진행한다"며 "진짜 사나이의 6명은 군대가 요구하는 미션을 원활하게 끝내야만 하는 억압 기제 속에서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이는 푸른거탑이 부조리함을 비틀고 군대의 불합리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풍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에 반해, (진짜 사나이)는 가상의 적을 상정한 가상의 군대를 통해 조직의 경직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미션 완수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폭력과 부조리는 은폐되고 미화된다.
이 평론가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 또는 억압 등은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임이 기분이 나쁘면 후임들이 괜히 얻어맞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곳이 군대"라며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국방부에서 협조를 해주고 국방부의 홍보를 담당해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폭력과 억압이 카메라 앞에서 은폐되곤 한다. 군생활에서 흔히 겪는 '치사함'과 '더러움'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상으로 침투하는 전쟁·군대에 대한 고민은?

예능에 있어서 소재 선택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는 무시될 수 없는 것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시청률에 급급해 군사주의 문화가 지닌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할 전쟁, 군대, 군사주의적 문화에 기대 시청률을 얻어낼 것이 아니라 군사주의 문화에서 탈주해 다양한 고민과 성찰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석 평화활동가는 "예능에 시사프로그램과 같은 깊이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면서도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닌데다가, 군대·폭력·전쟁 등 우리사회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들이 이와 같이 일상으로 침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군대에서 작동하는 위계질서가  일상에서도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 문화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군사주의 문화에 기생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확대재생산하게 한다"며 "공영방송이 예비역 남성들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미화하고 자극하면서 추억팔이하는 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일밤의 또 다른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한국사회의 갈등 구조 속에서 소통이 부재하다고 인식된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어린 아이들의 관점에서 소소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예능의 틀에서 아이들을 묶어놓고 시청자들이 관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기존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예능이 못 다룰 건 없다. 허나, (아빠 어디가)와는 대척되는 방식으로 기획되고 제작되는 (진짜 사나이)는 제목만큼이나 우리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어떤 것이 애써 호출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스럽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3월 9일 금요일

'구럼비 지킴이', 벽안의 환경운동가 엔지 젤터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8일자 기사 ''구럼비 지킴이', 벽안의 환경운동가 엔지 젤터'를 퍼왔습니다.
"한국이 미국식 군사주의 추구 우려스럽다"

7일 발파 작업이 벌어진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바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싸우던 백발의 서양인이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전날 서귀포경찰서의 발파 허가가 떨어지자 이날 새벽 송강호 신학박사 등과 함께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넘어간 것. 영국의 유명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61)가 그 주인공이다.

젤터는 7일 새벽에도 화약 수송에 대비해 강정천 다리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50여 명의 주민과 활동가 앞에서 "앞으로 2주간 더 머물면서 함께 싸우겠다"며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맞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라고 독려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 사진이 그려진 파란 망토를 입고 열변을 토한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 전 세계에서 평화운동을 벌일 때 꼭 걸쳤다는 망토를 젤터 씨가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강정마을을 떠날 때 이 망토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김봉규)

젤터는 지난 1999년 다른 여성 활동가 2명과 함께 스코틀랜드에 있는 핵잠수함에 잠입해 컴퓨터 장비를 밖으로 던져버린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다. 198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반핵·반전·환경운동을 벌여오면서 100회 이상 체포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제주국제평화회의 기조연설자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한 젤터는 이후 떠나지 않고 강정마을 지키기 운동에 합류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해군기지 공사장 철조망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연행돼 한국에서도 '기록'을 수립했다. 다음은 7일 새벽 강정천 다리 위에서 젤터 씨와 가진 일문일답.

어제의 '활약'으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나. 알고 있었나?

- 어제 (구럼비 해안에 가는 중에) 물에 빠지기도 해서 하루 종일 쉬느라 몰랐다. 인터넷도 하지 못해서 나중에 전해들었다.

제주도 방문은 처음인데 와서 든 느낌은 어땠나?

- 한국이 군사주의, 특히 미국식 군사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걱정을 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해군기지) 청사진이 보여주는 모든 거짓말에 놀랐고, 자연을 지키려는 주민들에게 동감하게 됐다.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기지로 바꿔 미군이 들어온다면 영국이나 일본 오키나와처럼 근처에 성매매가 성행할 것이다. 또 휴식을 위해 상륙한 미군들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보다는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영국에서처럼 미군이 범죄를 일으켜도 정당한 처벌 없이 미군 측에 돌려보내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기지 건설로 대형 선박이 드나들면 물이 오염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한국 정부가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국방력 강화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주위의 중국, 일본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큰 실수라고 본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찬성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기지에 미군이 무기를 실은 배를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기지가 외부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공격하기 위한 기지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온난화 문제 등 지구 전체가 환경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또 하나의 환경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전쟁문화가 아닌 평화문화로의 전환을 모색할 때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전쟁을 포기하고 (전쟁과 연관된) 자본과의 연결을 끊어야 할 때다. 해군기지 건설은 단순히 냉전적 사고방식의 연장에 불과하다.

구럼비 바위 앞 케이슨 등장


ⓒ프레시안(김봉규)

7일 새벽 5시경 해군기지 시공사는 폭이 약 20미터가 넘는 대형 케이슨을 실은 바지선을 구럼비 해안 앞 바다로 옮겼다. 일반 주택 규모에 가까운 대형 케이슨은 바다를매립하기 위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안에 물을 채워 바닷속에 매립될 예정이다. 해군 측은 바닥 준설 등 정지작업이 충분히 이뤄지면 케이슨을 수중에 임시 거치한 후 최종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7시경 발파용 화약도 구럼비 해안으로 옮겨졌다. 이 화약은 바위 위쪽 200미터 지점에서 4회에 걸쳐 폭파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규 기자(=서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