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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8일 월요일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 '전세 스폰서' 의혹

이글은 노컷뉴스 2013-04-08일자 기사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 '전세 스폰서' 의혹'을 퍼왔습니다.
S건설 미분양 아파트 109㎡ 단돈 2천만원에 전세임차…'제주도 골프장 건설' 뒷배 의혹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였던 인천 서구·강화을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며 건설업체로부터 이른바 '스폰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7일 "이 후보자가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인천 강화읍의 109㎡짜리 한 아파트를 전세금 4800만원에 임차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어 "해당 아파트는 S종합건설이 지난 2001년 지어 보유했던 미분양아파트"라며 "이 아파트의 2007년 전세 시세는 700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또 "이 후보자가 지난 2007년 5월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으로 이사해 지난해 5월까지 거주한 아파트는 2000만원에 임차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해당 아파트의 지난해 전세 시세는 9000만원이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세거래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S종합건설은 1998년 제주도에 골프장을 건설하려고 신청한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됐으나 지난 2005년 재신청 때는 6개월 만에 통과됐다.

배 의원은 "공교롭게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이 후보자였다"며 "공직자로서 치명적 결함이 없는지 오는 10일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CBS 조근호 기자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제주도는 파도마저 아프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09일자 기사 '제주도는 파도마저 아프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강정 평화 대행진을 다녀와서

사람의 일이란 것이 어찌 보면 우연의 연속입디다. 제가 강정을 처음 안 것은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이 (경향신문)에 쓴 '강정을 아십니까?' 칼럼을 통해서였습니다. 그 때 저는 강정을 제주도의 어느 아름다운 고장 정도로만 인식했고, 제주도가 고향이신 현기영 선생님의 애향심이 강정이란 마을에 닿아 있구나,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어느 날 밤, 저는 어느 작은 절에서 다른 시인 선생님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현기영 선생님의 전화가 도착했습니다. 아마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때라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 강정에 한 번 함께 가지 않겠냐고 말이지요. 저는 그날 밤, 꼭 가겠다고 어쩔 수 없는(?) 약속을 드리고야 말았습니다.

중덕 해안가에서 우리 일행은 문화제를 주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11년 어느 늦은 봄날이었을 겁니다. 그 때 다리가 짧은 백구 중덕이도 알게 되었고, 바로 그 구럼비 바위에 서서 출렁이는 바다도 보았고, 마을 주민 한 분이 더위를 식히러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던 모습을 통해 장년이 된 '똥깅이'([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주인공 이름)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번 와 보지도 않고 문화제에서 낭송할 시를 숙제처럼 썼는데, 중덕 해안가로 들어가는 길에서 써 놓은 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그 시를 1행만 빼고 완벽히 복원해 내었습니다. 저는 제가 쓴 시를 외우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그 시가 정말 과제물이었음을 아프게 알게 해준 건, 다음날 4·3 공원에서 만났던 1만 5000명의 희생자 위패였습니다. 책을 통해서 4·3의 희생자가 3만 명에 가깝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3만이라는 추상적인 수를 벗어난 단독자의 죽음들 앞에서 저는 순간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탈육된 백골을 모의로 전시해놓은 것보다도 하나하나의 죽음 앞에서 심장이 부르르 떨렸던 겁니다. 북촌리에 있는 너븐숭이 기념관에는 학살당한 주민 350여 명의 구체적인 죽임이 조금 더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두 살 먹은 아이까지 말이지요. 북촌리는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 '순이 삼촌'의 무대라고 하더군요.

이게 제가 처음 감각으로 느낀, 제주도의 진실이었습니다.

다시 한 달 뒤 서귀포 시내에서 있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에는 우리를 초빙한 분의 개인사를 속으로 울먹이며 듣고 나서 제주도에는 파도마저도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작은 무인도도 말이지요. 그렇게 제주도만 생각하면 하얗게 무너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 저는 제주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몇 번의 결심은 아주 사소한 생활 앞에서 형편없이 구겨졌지요.

그런데 한국작가회의가 그 즈음 강정마을의 싸움에 동참하기로 조직적 결정을 내렸고, 한국작가회의의 사실적인 활동가(?) 조정 시인의 열정으로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는 했습니다만 당신이 보기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네요. 알다시피 저는 문학으로 무엇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잖아요. 굳이 변명하자면, 제 허무는 패배의식이 아니라 문학의 한계치에 대한 자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 있었던 '글발글발' 행사는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대단한 일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임진각에서 강정마을까지 릴레이 국토 종단은 사실 툭 던진 반 농담이 기적처럼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당연히 저는 신중파였어요. 검토하고 준비할 게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지만 솔직히는 그걸 감당할 능력을 자신하지 못해서였습니다.

한낱 스태프 역할만 하는 것에도 저는 이렇게 소심하기 짝이 없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는 어떤 열정을 읽어내지 못한 꼴이 되었지요. 아무튼 순전히 열정으로 작가들은 강정까지 가고야 말았습니다. 아, 미안해요. 작가들이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내세우자는 게 아니에요. 지난 주 잠깐 참가했던 강정 평화 대행진을 상기해보자고 한 게 긴 세설을 낳았군요.

ⓒ프레시안(손문상)

이번 평화 대행진 기간에 제가 걸었던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무척 수월했고 코스도 가장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언제나 제주도는 전혀 상반된 마력으로 다가오지요. 탄성을 거듭 터뜨리게 하는 아름다움과 씻기지 않는 아픔이 그것입니다. 아마도 이 둘의 낙차가 마력의 정체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불가해함 앞에서 인간의 정신과 논리 같은 건 무화되어버리곤 하잖아요.

그렇다면, 제주도에 대한 제 느낌에는 어느 정도의 퇴폐미가 섞여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비윤리적이거나 강정 마을 사태에 대한 비본질적인 무엇이 아니라 제가 창조한 다른 제주도일 겁니다. 인간의 인식이 보통 대상에 대한 표상이거나 유아(唯我)적인 관념이라고 정의되기도 하지만, 다른 세계의 창조라는 주장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 감히 용감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구럼비는 15퍼센트 정도가 훼손되었는데요, 그 아픔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놓고 이제 평화 공동체를 만들자는 대안이 제출되었습니다. 제 식으로 이해하기로는 해군 기지 '반대'에서 평화 공동체에 대한 '찬성'으로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상상력이 움직인 겁니다. 뜨거운 햇볕 속을 걸으면서 거듭 문학이 단지 그럴듯한 메타포나 유미적인 문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문학보다 앞서가고 있었어요. 앞서가는 그 뒷모습을 작가들은 단지 언어화할 뿐이지요. 김수영 식으로 말하자면, 뒤떨어졌다는 것을 솔직히 받아들이기만 해도 문학의 역할은 그리 왜소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아직 믿는 쪽입니다. 근데 이거 근사하지 않아요? 반대에서 찬성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수동에서 능동으로!

이게 이번 평화 대행진에서 제가 본 강정 마을의 눈부신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마을 주민들의 아픔과 고달픔을 읽지 못했어요. 혹 생길지도 모르는 섣부른 감상과 되지도 않는 위무를 미리 차단하려는 자기 본능이 아니랍니다. 이미 그 분들의 영혼은 저 같은 무명 시인을 압도하기 시작했거든요.

결국 도움을 준 게 아니라 도움을 도리어 받은 격입니다. 해군 기지를 건설하려는 이들은 마을 주민들을 절대 못 이깁니다. 설령 현실에서는 이긴 것처럼 보여도 그들은 이미 완벽히 패배했어요. 그것을 그들이 아직 깨닫지 못하니까 이번 평화 대행진이 시작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은 평화 대행진에 참여하기로 한 결심한 순간부터 오갈 교통 편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그것 때문에 행사 참여에 어떤 지장이 있을 거라고 미리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숙영지인 김녕 해수욕장에 도착한 건 밤중이었습니다. 몇몇 작가회의 회원들과 인사 겸 회포를 푼 다음에 잠자리로 이동했지만 태풍이 남기고 간 습기가 만만치 않아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눈을 뜨니 조금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아침 식사 전까지 바다 구경을 하다가 천천히 대열을 따라 움직였는데, 오른쪽에 펼쳐진 수평선에 마음을 빼앗겨, 이것은 뭐 마치 피크닉 같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걸은 분의 말씀으로는 지금까지 한 고생에 대한 보답 같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제게는 피크닉이 맞습니다.)

그러나 오전 11시 즈음에 도착한 너븐숭이에서 볼 때마다 힘든 학살당한 사람들의 원혼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제주도는 이렇습니다. 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어김없이 4·3의 흔적이 나타납니다. 선무당의 입장에서 어림잡아 봐도, 해군 기지 건설 강행은 강정 마을 주민들의 아물지 않은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참으로 씻기 힘든 악행이지요.

강정 마을의 입지 조건 자체가 큰 군함들이 들어올 형편이 안 되는데도 정부는 왜 그리 억지와 떼를 쓰는지 모르겠어요. 대림건설이나 삼성건설에 갚아야 할 부채가 있는 거야? 하는 항간의 소문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읽은 정욱식 선생님의 (아카이브 펴냄)에는 또 다른 이유가 적시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 체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했다는 것은 그간의 언론보도에 의해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명시적, 잠재적 대상국인 북한,중국, 러시아와 가장 인접해 있는 미국의 동맹국"(322쪽)이 우리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양국 정부는 한국이 오키나와와 괌을 방어하는 데 기여하는 방안도 밀실에서 논의했다. 2011년 6월호에 따르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라고 한다. 적어도 개념 수준에서는 한·미 간의 MD 협력이 이미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 논란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지도를 펼쳐보면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오키나와와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327쪽)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군사 기지가 들어선다 해도 전쟁이 꼭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 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속삭임도 솔직히 같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꼭'이라는 부사에는 항상 어떤 주관적인 바람이 함께 들어가 있기 마련이지요. 전쟁이 일어날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쟁이 일어날 확률만큼은 부쩍 올려주는 것이 강정 마을에 지금 뚝딱거리고 있는 해군 기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의 일은 언제나 오늘에 배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미래는 현재와 동떨어진 오지 않은 시간이라는 관념에 익숙해져 있습니다만, 사실 미래는 이미 와 있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해서 어중간한 희망을 버무려 지금 당장을 위무하려는 일이야말로 비겁한 태도이기 십상입니다.

암튼 제가 강정 마을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거나 해서 이런 흰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 할 일을 미루었을 때 언제나 미래는 우리를 배신하더라는 경험칙에 충실할 따름입니다.

제가 제주도에 있는 2박3일 동안 서울은 무척 더웠지요? 늘 그랬지만 이번 행사에도 저는 얼치기여서 밤에는 예쁜 달에 취하고 걸을 때는 수평선에 매혹되었습니다. 휴식을 취했던 함덕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파도는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걸었던 사람들에게 강정 마을 사람들이 이번 평화 대행진에 임하는 마음을 전해 듣고 이상한 현기증을 앓았습니다.

단순한 찬양과 맹목적인 신앙을 제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실 테니 그 현기증의 정체를 여기서 따져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이번 행사에 잠깐 다녀와서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수동적인 해군 기지 '반대'를 넘어 궁극적인 평화를 '찬성'한다고 말이지요.

궁극적인 평화는 유토피아일 뿐이라고요? 맞습니다. 궁극적인 평화는 제도나 체제가 아닌 게 확실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이 타면서 내는 한낱 불꽃일 뿐일 거예요. 언제나 불안하게 흔들리는 제도나 체제를 밝히는 그것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당장 힘든 시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시간을 '함께 사는 것'만 한 연대를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연대는 연민이나 물질적 도움을 포괄하는 훨씬 더 내밀한 경험입니다. 강정마을과 우리의 미래와 지구별의 웃음을 위한 행동은, 단지 간절한 기도만이라도 그 무게가 가볍지 않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짧지 않은 편지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고요.

기도를 보태주세요. 그리고,노래를 함께 불러주시길….

분명히 우리 자신의 변화와 강정마을의 평화가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럼,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했다는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이만 총총.

 /황규관 시인

2012년 8월 5일 일요일

‘사각지대’에 갇힌 고래상어


이글은 한겨레21 2012-08-06일자 제922호 기사 ' ‘사각지대’에 갇힌 고래상어'를 퍼왔습니다.
[줌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된 고래상어 두 마리 입수 경위 논란… 동물보호단체, 멸종위기 고래상어 포획·전시 규제 미비 비판하며 야생 방생 촉구

파파실링기(Papa Shillingi), 마로킨타나(Marokintana), 카옹(Ca Ong), 키카키(Kikaki)….
이 낯선 단어들은 모두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각각 ‘고래상어’(Whale Shark)를 부르는 말이다. 바다에 사는 가장 큰 물고기로 알려진 고래상어 가운데 확인된 최대 크기만 몸길이 12.65m에 몸무게 21.5t이다. 난류를 타고 이동하는 고래상어는 등에 하얀 점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 등에 동전(영국 화폐단위인 ‘실링’)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해 ‘파파실링기’라고 부르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빼곡히 들어찬 듯 보인다”며 ‘많은 별’을 뜻하는 현지어인 ‘마로킨타나’라고 부른다. ‘고래처럼 큰 상어’지만, 상어답지 않게 순해 필리핀·타이 등에서는 바다에서 고래상어를 관찰하는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 여행상품도 있다.

» 지난 7월25일 오후 제주 성산읍 '아쿠아플라넷 제주' 지하 1층 초대형 수조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고래상어. 제주해경은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고래상어를 입수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겨레21 김성환

제주해경, 고래상어 우연한 포획인지 조사
이처럼 ‘먼 나라 물고기’로 여겨지던 고래상어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최근 제주 성산읍에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돼 있는 고래상어 두 마리다. 얼마 전 제주 앞바다에서 산 채로 그물에 걸렸다며 수족관으로 옮겨진 이 고래상어의 입수 경위를 두고 의혹 제기가 잇따른 탓이다. 게다가 야생동물보호단체·환경단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고래상어를 즉시 야생으로 방생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14일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제주’(제주해양과학관)는 제주도가 처음으로 발주한 민간투자시설사업(BTO) 방식으로 세운 수족관 겸 해양생태연구관이다. 운영권은 서울 63수족관 등을 가지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가, 소유권은 제주도가 갖는다. 수조 용적량만 1만800t이다. 그동안 아시아 최대 규모 수족관으로 유명했던 일본 추라우미 아쿠아리움(1만400t)보다 크다. 고래상어는 ‘제주의 바다’라고 부르는 수족관 지하 1층 초대형 메인 수조(가로 23m, 높이 8.5m)에 있다. 한마디로 수족관의 핵심 볼거리다.
이들 고래상어 두 마리가 수족관에 들어온 건 지난 7월8일과 9일이다. 제주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에 펼쳐둔 ‘정치망’(물고기가 대량으로 들어오도록 대규모로 고정해 쳐놓은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를 이곳 어민인 임영태씨(상자 기사 참조)가 기증을 했다는 것이다. 한화 쪽은 “임씨가 지난 7월7일 오전 아쿠아플라넷 제주 매표소로 전화해 기증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은 ‘만타레이’(쥐가오리) 등 여러 어종을 옮기는 날이어서 일본 추라우미 아쿠아리움에서 온 전문가와 각종 장비가 그 다음날 고래상어 이동 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7월8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고래상어가 또 발견돼 모두 두 마리가 수족관에 자리잡게 됐다.
언뜻 한 편의 영화 같던 ‘제주 고래상어 발견기’가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된 건 개장을 준비하던 한화의 뒷사정이 알려지면서다. 앞서 한화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상징을 고래상어로 삼을 만큼, 오래전부터 초대형 메인 수조에 고래상어를 전시하려는 작업을 해왔다. 중국 하이난성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치고 개장일에 맞춰 고래상어 두 마리를 정식 수입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중국 농업부가 서해안에서 벌어지는 한-중 어업분쟁을 빌미로 주중 한국대사관에 ‘반출 불가’를 통보했다. 개장을 불과 보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고래상어 기증자가 나타나자, 인터넷 등에서는 한화가 전시를 위해 고래상어를 밀수하거나 고의로 포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에서 가져오려던 고래상어와 기증받은 고래상어 수도 공교롭게 같았다. 지난 7월18일, 제주해양경찰이 고래상어를 정말 우연히 포획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조사에 나서 사태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희 제주해경 수사과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수준으로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아쿠아리스트(사육사)들이 지난 7월8일 제주 애월읍 하귀리에 있는 임영태씨의 정치망에서 고래상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호첼앤드리조트 제공

동물보호단체 “전시로 폐사 가능성 높아져”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기적의 입수‘라고 홍보하던 한화 쪽도 지난 7월20일 입수 경로에 대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한화는 밀수 의혹에 대해 “고래상어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비싼 운송비용과 숨길 수 없는 큰 몸집 때문에 고래상어를 아무도 모르게 가져온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어류로 분류하는 고래상어는 포획했을 때 해경 등에 신고해야 하는 법 규정이 없으며, 국제적으로도 정치망에 잡힌 것만 허용하는 포획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입수 경위가 아닌 멸종위기에 놓인 고래상어를 전시용으로 활용하는 게 올바른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7월25일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류 후 정치망에 또 걸려들어 폐사할 확률에 관해서는 차후 어망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살아 있는 생명체를 가두어 전시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고래상어가 수족관에 적응해 야생성을 잃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본래의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래상어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 ‘취약종’(VU·Vulnerable)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는 ‘부속서 2종’(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동식물)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이 기준에 따라 국가 간 거래 등에서 고래상어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CITES ‘부속서 2종’에서는 전시·연구 등 상용 목적의 국제 거래는 허용하고 있어서 해양생태연구관이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중국에서 고래상어를 들여오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고래상어가 워낙 생소한 탓에 국내법엔 고래상어 포획·매매에 대한 규제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경우 그 기준에 맞춰 국내 멸종위기종 관리체계를 만드는데, 고래상어는 그동안 법적 필요성을 못 느껴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멸종위기종 반영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전시 공간에 두려는 것이 오히려 폐사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6월26일 여수 돌산도 앞바다에 고래상어가 정치망에 산 채로 잡혀 여수엑스포 전시장 안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 관계자가 연락을 받고 이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고래상어가 죽었으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하려고 국내로 반입하던 만타레이가 운송 중에 사망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만타레이는 고래상어와 같은 IUCN의 적색목록 ‘취약종’이다.

» 지난 7월25일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서울 을지로 한화 본사 앞에서 고래상어 방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필리핀·인도에선 포획도 금지
전시·연구 등을 위해 야생 생물을 항공기 등으로 옮기는 과정도 폐사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야생동물 운송에 드는 비용에는 동물의 몸값보다는 관세·보험료·운송비 등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가 중국에서 들여오려다 무산된 고래상어 한 마리의 몸값이 5억원인 것도 대부분 운송비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국내의 한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부르는 화물용 항공기의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이고, 취항하지 않는 오지에서 들여오다 보면 두세 번 갈아타게 돼 운송비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에서 거래되는 고래상어 값도 한 마리당 1천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분홍돌고래 두 마리를 들여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대전 아쿠아월드’의 경우, 베네수엘라 발렌시아에서 항공편을 기다리던 분홍돌고래 한 마리가 스트레스로 폐사해 결국 들여오지 못한 일은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동물보호단체는 싱가포르의 ‘고래상어’ 논란 사례를 예로 들며 고래상어 방생을 촉구하고 있다. 2006년 싱가포르에 들어서는 첫 종합 리조트 ‘리조트월드센토사’(Resort World at Sentosa)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수족관 ‘머린라이프파크’(Marine Life Park)의 운영 계획이 공개됐다. 그러나 당시 리조트 개발업체가 고래상어를 전시하겠다고 발표하자,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등 싱가포르와 국제 동물보호단체 7곳이 9천여 명의 온라인 반대 서명을 모아 계획 철회를 요구해 3년 만인 2009년 사실상 고래상어 입수를 백지화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해류 변화 때문에 고래상어를 목격했다는 소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 10월 해군기지 공사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5.5m의 고래상어를 풀어준 적이 있고, 같은 해 9월에는 부산 해운대 동백섬 앞에서 바위틈에 낀 고래상어를 구조해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듬해 9월에는 진도 앞바다와 경북 울진군 죽변 오산항에서, 2009년 9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고래상어가 잡혔다. 같은 바닷물을 헤엄치고 있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어류라 수조에 가두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없는 탓에 마구 잡아들인 필리핀·인도에서는 포획까지 아예 금지하고 있다.
한화는 이미 2008년 11월 대형 아쿠아리움 사업을 회사의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2013년 12월에는 경기 일산에도 새 수족관을 연다. 빈 수조에는 새로 담을 물고기가 필요하다. 고래상어는 먹이를 찾아 북상하다가 또다시 남해 앞바다 어딘가에서 그물에 걸릴지 모른다. 고래상어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제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고래상어 발견한 제주 어민 임영태씨 인터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풀어줄 걸”

» 제주 애월읍 하귀리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고 있는 임영태(52)씨의 모습. 한겨레21 김성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풀어줄 걸 그랬어요.”
7월25일 아침 찾은 제주 북서쪽 작은 포구 마을인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는 고요했다. 마을에서 만난 임영태(52)씨는 전날 그물 손질을 끝낸 정치망에 활어를 낚으러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7월7일 마을 앞바다에서 고래상어를 발견한 주인공이다. 태풍 카눈이 몰려오기 전 고래상어를 발견한 뒤, 그의 일상도 태풍을 겪었다. 제주해양경찰서에만 두 번씩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고래상어를 밀수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고래상어를 직접 잡은 게 맞다”며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목격자도 많아요. 고래상어 들어왔다고 알려준 것도 동네 사람이라니까요.” 7월7일 아침 전화를 한 통 받았다고 한다. 한치잡이에 나선 마을 주민이 “어망 안에 시커먼 큰 물체가 왔다갔다 한다”고 알려왔다. 정치망은 바다 위에 가두리처럼 자연스럽게 물고기가 들어오도록 만든 고정형 그물이다. 임씨의 그물망은 3개의 관문을 통과하는데, 한치·독가시치·오징어 등이 많이 잡힌다.
배를 타고 나가 정치망 안을 들여다보니 4m는 족히 넘을 듯한 시커먼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올해로 11년째 정치망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그지만, 처음 보는 물고기였다. 고래인지 상어인지 몰랐다. 그는 우선 제주도에 있는 해양수산연구원에 전화했다. 지난해 11월 이 마을에서 죽은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을 때도, 가끔 고래뼈를 건져올릴 때도 마을 사람들은 해양수산연구원에 연락하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이라 사무실에는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아들 정호(31)씨가 “성산에 문을 여는 제주해양과학관(아쿠아플라넷 제주)에라도 전화를 해보자”고 했다.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했더니 오후에 담당자가 확인을 하러 오겠다고 했다.
사실 그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고래상어를 애타게 찾고 있는 줄 몰랐다. 그는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가 ‘추라우미 수족관도 지역 어민들이 잡은 어류를 중심으로 전시를 한다’며 기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어차피 위판장에 내다 팔아봤자 사료용으로 쓰이기에, 여러 사람이 구경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증을 허락했다. “수족관에서는 고래상어를 옮기는 사흘 동안 조업을 하지 못하는 비용과 그물 등 어구 값을 보상해줬죠.” 한화 쪽에서는 고래상어를 옮긴 운송업체를 통해 임씨에게 약 1억원의 보상 비용을 전달했다.
그도 고래상어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고기를 보내주면 복이 돌아온다고 하는데. 처음 본 게 하도 신기해서 전화를 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하필이면 왜 우리 정치망에 걸렸나 싶어요.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으니, 원.”

2012년 7월 3일 화요일

KT ‘7대 자연경관’ 투표 부당 이득, 감사원 감사 착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2일자 기사 'KT ‘7대 자연경관’ 투표 부당 이득, 감사원 감사 착수'를 퍼왔습니다.
감사원, 방통위의 고의 방조·묵인에 대한 감사 실시하기로

감사원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KT가 불법·부당 이득 행위를 묵인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 감사에 들어간다. 참여연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

▲ 4월 25일 KT 공대위, KT새노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KT가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시 국민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권순택

지난 4월 23일 제주참여환경연대, KT새노조, 참여연대는 “KT가 제주7대 경관 선정 관련 전화투표가 국내 통화(통화료 39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제통화(통화료 180원 적용)라 국민들을 속여 부정이득을 취했다”면서 “방통위의 고의적인 묵인·방조”를 이유로 감사를 청구했다. 문자메시지의 경우도 국제문자메시지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 KT 측은 ‘국제문자투표서비스’였다고 해명하며 50원은 정보이용료라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특히, ‘국제문자투표서비스’는 KT 서비스 약관에도 없어 논란이 컸다. 
이들 단체들은 “KT 측은 최종 착신점이 국외이므로 국제전화투표라고 해명하는데 이는 국제전화망을 사용한 것이 아니므로 국제전화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001-1588-7715 전화는 국제투표서비스’라는 KT 측 주장에 대해서도 “‘약관’에도 없는 서비스로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KT의 약관위반 및 부당이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제주도청과 제주관광공사를 상대로 요청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 밖에도 KT가 국제문자투표서비스를 부과하면서 정보이용료 부과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6월 5일 화요일

제주도, 블로거에 돈주고 7대경관 홍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4일자 기사 '제주도, 블로거에 돈주고 7대경관 홍보'를 퍼왔습니다.

블로거 한명당 한달 20만원씩 
9월 인증식 비용 10억원도 입길

제주도가 지난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을 하면서 일부 블로거들에게 돈을 주고 홍보 활동을 독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에서 활동중인 정치·시사 블로그 ‘아이엠피터’ 운영자 임아무개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제주도가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 포스팅을 작성한 도내 블로거 6명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1인당 20만원씩을 지급했다”며 활동비 지원 내역이 들어 있는 공문을 스캔해 올렸다. 공문에는 활동비가 관광진흥기금에서 지출됐고, 지난해 6~10월 다달이 9~6명의 블로거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한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을 비판하는 글을 써온 임씨는 “이들 블로거가 썼던 글을 보면 대부분 7대 경관을 찬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며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적은 돈이라도 받지 말거나, 아니면 돈을 받고 포스팅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언론사에 나간 홍보, 선물, 광고비 내역도 입수했다. 앞으로 증거자료를 공개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한 달에 몇건 이상 글을 올리면 비용을 지급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관련 예산이 없어 자원봉사하겠다는 블로거들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오는 9월 자연경관 선정 인증식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지방비를 10억원 넘게 쓰려는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도는 4일 도의회에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면서 인증식(4억원)과 글로벌 제주브랜드 구축 용역(5억원), 7대 자연경관 및 신 7대 불가사의 선정 도시간 국제교류(2억원) 등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리 및 홍보사업’ 명목으로 11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억여원이 넘는 행정전화비용 등 제주도 예산의 과다집행 논란으로 이달 감사원 감사가 예정된 상태에서 성대한 인증식 행사를 하려는 것을 보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4일자 기사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를 퍼왔습니다.
진보언론, '구럼비'를 잇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필요해

중앙일간지 속에서 강정이 사라졌다. 더 이상 그들의 지면 어디에서도 강정과 관련된 소식을 찾기 힘들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앞두고 몇 주간은 모든 매체의 집중을 받았지만 4.11 총선과 함께 열기는 식었다.
사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단순히 ‘다른 이슈가 많다’기 보다는 중앙언론 입장에서 지금의 강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집중적으로 다루기 참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 구럼비 바위 폭파와 함께 건설이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경찰은 강정 모든 지역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동시에 무더기 연행이 이어졌다. 완전히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인데, 때문에 집회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종교행사만 허용되는 정도인데, 종교행사 역시 물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사제들이 연행 당할 정도이다.  
소요사태 대신 강정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제주도 행정부를 둘러싼 행정전이다.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쳐야’ 지방의 사안에 관심을 갖는 중앙 언론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화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강정해군기지에 대해 ‘공사중징명령’을 내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 지사의 입장은 ‘민관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한 항만’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도와 국방부의 1,2차 검증결과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상적인 형태의 민관복합항이 현재의 공사대로라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주도 시민사회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압박해왔다.
이들의 근거는 국토해양부장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제주특별법(144조)이다. 공사중지명령은 ‘자치사무’이며 중앙정부의 감독권은 도지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했을 때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사중지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사태가 금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제주도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경우 지방자치법(169조1항)을 근거로 그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정지시킬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와 제주대 법학대학원 소속 교수들은 지방자치법 169조1항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거부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 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법정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지금처럼 공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주민 입장에서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 지사는 최근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기로 한 시기를 두 달 동안 거듭 미루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실시간 시뮬레이션 재현을 통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15만톤급 동시 접안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서 해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계속 굳이 중지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
사실 우 지사의 애매한 태도는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에도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 당선 후에 확실히 밝히겠다’와 같은 화법으로 일관해왔다. 당선 후에도 어떤 특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태를 방관해왔다.
특히 우 지사가 취하고 있는 기본 전제가 ‘민관 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강정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당선 이후 제주도민의 눈치도 보고 해군과 국토부의 눈치도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기다려달라’식의 행보를 계속해왔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쪽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계륵이자 희망고문인 셈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에 강정해군기지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강경한 태도로 소요사태가 줄어들고 복잡한 행정전이 진행되면서 중앙언론들은 흥밋거리가 떨어진 강정 해군기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활동가들과 강정 주민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지난 10일 와의 인터뷰에서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씨는 강정을 다루는 중앙언론들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인터뷰에서 박씨는 구럼비 폭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구럼비가 다 폭파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강정 싸움은 끝났다'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방송사 노조와 재능교육의 파업이 그러하듯 거대권력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지긋지긋하고 긴 여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싸움을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것인가, 어느 시점에서 의제 설정을 통해 여론을 형성시킬 것인가가 주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속가능한 연대는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부터 비정규직 교수들까지 연대 의사를 밝혔으며, 시애틀부터 쿠바 하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명 인디밴드들을 초청한 평화콘서트가 강정에서 열렸고, 로스쿨 교수들은 세미나와 모의법정 등 학술적인 방법으로 제주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강정균 강정마을회장은 성균관대로 거리강연에 나섰다.
문제는 ‘구럼비’에 상응하는 제 2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이다. 사실 언론은 그동안 ‘구럼비’ 바위에 해군기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구럼비’라는 상징은 대중들로 하여금 좀 더 강정 해군기지문제를 쉽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동시에 ‘구럼비 파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정서는 더 호소력을 지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가 마무리되고 경찰과 해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구럼비 발파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들에게 이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강정주민의 삶은 이전처럼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으며, 해군기지 건설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구럼비 폭파를 마지막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여론 주도력’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강정의 매일매일은 극적이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예전보다 더 쉽게 연행되며, 108배와 미사와 같은 종교행사에 대한 압박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언론은 지금의 강정을 흥밋거리가 떨어진 지루한 곳으로만 여기는 모양이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의 차원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강정을 다룰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파편화된 현재의 보도만으로는 강정은 독자들에게 흥미도 없고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파편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잇는 거대한 의제 설정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언론들은 뭔가 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영토권 분쟁의 상황도 아닌 데에도 특유의 프레임 구성으로 문제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여론 형성에 이바지 했다, 그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상황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언론들의 의제 설정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준영 / '제주의 소리' 기자  |  mediaus@mediaus.co.kr

2012년 5월 6일 일요일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동아시아의 평화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04-04일자 기사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퍼왔습니다.

www.picdrome.com

지난 1월 24일~2월 6일, 일본 효고현 이타미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이타미 주둔지에서 미국 육군과 육상자위대가 공동훈련(演習) '야마 사쿠라 6'을 했다. 훈련이라고는 하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자위대원 4500명과 미군 1500명이 참가했다. 이 훈련은 1982년부터 해왔는데, 오스트레일리아군이 처음 참가한 이번 훈련에는 주목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중국과 북한의 일본 본토상륙작전이 상정됐다.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훈련에 사용된 지도는 당연히 실물이고 중국이 '한난', 북한이 '발해'라는 코드네임으로 각각 쓰여 있다. 이 두 나라가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을 밀어내고 이어서 일본해(동해)에 면한 이시카와와 돗토리현을 '침공'하는 걸로 돼 있다.

일본의 본토상륙작전 대비 훈련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일 양국 군의) 대응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한 훈련에서 작전 전체를 지휘하는 통합임무부대 사령부를 처음으로 주한 미군 제8 육군사령부(주한 미 8군)가 담당했다.
지금 일본과 미국에는 중국이 최대의 가상적국이고,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두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공동의 군사 행동·작전을 세우도록 압박받는 듯한 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훈련이 끝난 2월 6~8일 이타미 주둔지에서 미 육군과 해병대, 육상자위대의 고위간부 모임인 '제21회 시니어 레벨 세미나'가 열렸는데, 참가 간부들은 "한-미-일 3개국과 다국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일의 중요성에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일 군사관계를 살펴보면, 2010년 3월 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의 침몰사건과 같은 해 10월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밀접한 제휴를 맺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10년 7월 한-미 양국 군이 일본해(동해)에서 실시한 합동 군사훈련 '인빈서블 스피릿'(Invincible Spirit)에 일본 해상자위관 4명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그해 12월 일본 주변에서 실시된 미-일 공동통합훈련 '킨스워드'(Keen Sword)에는 한국군이 옵저버로 파견됐다. 2011년 1월 서울에서 열린 일본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대신과 한국 김관진 국방장관의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다국간 군사협력에 불가결한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체결을 위해 협의했으며, 군사정보 포괄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해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은 당면한 위협 대상으로 북한보다는 중국에 무게중심을 두게 되면서도 다케시마(독도) 문제와 역사 인식 등의 장애물을 안고 있어서, 한국과 군사협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제휴가 한국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자위대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난세이제도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고 있으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계획과는 관련이 없다. 그 때문인지 일본에서 제주도에 대한 보도를 접할 기회가 적고, 대체로 관심도 희박하다.
지난해 (방위백서)(최신판)에는 한국에 대해서 '방위력 정비' 항목에 "2010년 2월에는 한국의 첫 기동부대가 될 제7기동전단의 창설식이 부산항에서 열렸다"는 등의 기술이 들어 있으나, 제주도를 둘러싼 움직임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이 읽고 있는 (산케이신문)이 지난해 9월 1일 인터넷판에 올린 '대중국 경계의 요충 제주도 해군기지 계획, 반대 격화로 정치문제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동중국해에 면한 제주도 기지는 해양 권익 확대를 노려 해군력 증강을 계속해온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중국의 위협'을 소리 높여 외치는 세력이 제주도 기지 문제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일본에서 구체적인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 해군이 제1열도선을 넘어 원양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방위청과 우파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1열도선이란, 일본 규슈를 기점으로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섬에 이르는 선을 가리키며, 중국 해·공군의 작전구역이다. 한국의 제주도는 이 선 안에 들어 있고, 중국이 타국들과 영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남사·서사 군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에서는 제1열도선에서 오키나와 근해를 경유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뿐만 아니라 제1열도선 안의 중국 해군 증강에 대한 비난과 경계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도(그리고 한국 해군도) 자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해군력을 강화해온 만큼 중국이 그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공해를 항해해서 외양(원양)으로 나가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눈앞이요 코앞인 황해에서 종종 한-미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거대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기동함대의 접근을 중국과 북한이 '무력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중국위협론'자들도 인정하듯이, 제1열도선 안에 미군까지 출동해 중국군과 대규모 전투를 벌일 가능성은 대만에 중국이 침공을 감행할 경우로 거의 한정되지만, 그들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위협론과 제주 해군기지

예전부터 중국이 가장 우선해야 할 군사행동은 대만 침공 작전일 것이라 여겨왔으나, 2010년 6월 중국과 대만은 자유무역협정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은 2만6천 건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대만인 사원은 약 100만 명에 이른다. 대만 수출의 40% 이상이 중국으로, 해외 투자의 80%가 중국으로 간다. 고미 사령관이나 군사전문가들이 반드시 언급하는, 중국이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쏜 1996년의 대만 위기는 시대가 격변한 지금 이미 지난 시절의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지난 1월 14일 대만 총선에서 최근 급속한 중국-대만 경제관계 강화를 추진해온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이 승리했다. 앞으로 대륙과의 경제 일체화(통합)를 더욱 심화시키려는 대만을, 중국이 경제상의 대타격과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각오하고라도 '병탄'하리라 보는 건 매우 무리한 설정이다.
따라서 주변국들과 많은 영토 문제를 안고 있지만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일본과 한국도 군사 외 수단으로 대립을 해소하고 그것을 통해 평화적 질서를 새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배경에는 한-일 양국이 각기 군사동맹을 맺은 미국 때문에 사고와 정책상의 제약을 받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21세기 국방의 우선과제'라는 제목의 새 군사전략을 발표했다. 군사전략에서 "앞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을 지칭해 "가상적국을 억지하고, 그들의 목표 달성을 막기 위해 (미국의) 접근과 행동의 자유가 위협받는 지역에 대해서도 미국은 전력(戰力)을 투입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제1열도선 안의 중국 영해에서도 미군은 군사행동을 전개하고 중국 해군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은 독자적 안전보장과 외교정책을 추진할 의사도 능력도 결여한 채 대미 종속을 감수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자위대도 미군 보충부대로서의 성격이 강해, 제1열도선과 연관된 오키나와·난세이 제도에서의 동향은 미군의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규정되고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도 미국 전략의 울타리 바깥일 수 없다. 정부와 국방부 쪽이 어떻게 주장하든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있는 한, 군항 건설 뒤 미군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상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오키나와에는 대규모 미 해군기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미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견지에서 제주도 해군기지가 그 규모부터 자국의 '자주국방' 틀을 넘어 동중국해와 황해를 시야에 넣고 있는 사세보(佐世保)에 버금가는 세계적 전략거점이 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나토'와 동아시아의 평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견했을 때 한-미 동맹을 '미국 태평양 지역 안전보장의 초석'이라 규정하고 글로벌 규모의 과제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군사협력의 틀을 넘은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심화·발전시킬 것을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3년 5월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회견했을 때, 미-일 동맹이 진정으로 글로벌한 '세계 속의 미-일 동맹'임을 확인했다. 그때를 전후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가담한 다국적군 함선에 대해 일본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급유활동을 벌이고 △이라크전쟁 때 항공자위대가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로 가는 미군의 군사수송을 담당하며 △육상자위대가 이라크 국내에 주둔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군의 글로벌 군사행동으로의 자위대 편입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대미관계를 구축하는 걸까.
이 대통령은 2011년 2월 언론 좌담회에서 "한-미 관계가 강화되면 될수록 한-중 관계도 강화된다"고 발언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2001년 6월 부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일 관계가 좋아질수록 타국과 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양자의 유사성을 느낄 수 있는데, 미국과 관계를 우선하면 자연히 다른 나라들과 관계도 별 탈 없이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근거 없는 낙관론일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 국채 1조 달러 이상을 보유한 채 미국의 재정을 떠받치고, 월가에서 몇조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금융업계의 큰 고객이 돼 있다. 그런 중국에 대해 '5년간 수출 배증, 200만 명 고용 창출'을 내건 오바마 정권이, 유망한 중국 시장을 희생해서라도 정면으로 군사대결을 벌이거나 과도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쪽을 선택하는 사태는 상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과 동맹하는 한-일의 대중국 관계가 향후 급속히 험악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전에 나선 론 폴 하원의원이 적절히 인정했듯이 "선제공격과 타국 내의 파괴공작, 군사점령, 고문, 암살을 공공연히 자행하는 침략 국가"이고, 그 정부는 "끊임없는 전쟁과 타국의 자원을 지배하기 위한 제멋대로의 침략을 통해 이익을 탐해온, 일부 세력에게만 봉사"하는 나라다.(선거용 비디오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vs Mutually Assured Respect)에서 인용) 미 군사분석가 릭 로조프가 지적하듯이 미-일, 한-미 군사동맹은 '글로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도 할 수 있는, 그물망처럼 둘러친 "미국이 전세계의 모든 장소에서 군사행동을 하기 위한 군사 블록"의 일환이나 다름없다. '동아시아의 평화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한 이런 미국 주도의 '글로벌 나토'에 한-일이 편입되는 게 유익할까.
오히려 한-일은 지금 아시아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미-중 헤게모니 싸움과는 일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억지'나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운 상대국의 군사력 강화에 똑같은 수법으로 대응하고, 위협에는 위협으로 응수한 이제까지의 '동맹국'적 수법은 재고돼야 한다. 그것은 중국과의 군비 확장 경쟁과 적개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만 초래하며, 진정한 의미의 자국 안전 확립과 그를 위한 외교력 형성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오키나와·난세이 제도의 자위대 강화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동아시아에서의 평화 구축이라는 과제에 대한 현명한 회답이 될 수 없다.

*글•나루사와 무네오 일본 언론인. (週刊 金曜日) 편집부 기획위원.
  번역•한승동 sdhan@hani.co.kr  논설위원.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해군기지 공사 정지명령 미적미적…정부 눈치보는 제주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30일자 기사 '해군기지 공사 정지명령 미적미적…정부 눈치보는 제주도'를 퍼왔습니다.
국토부 직권취소 방침에 부담
우지사 귀국때까지 결정미뤄
시민단체·강정마을 주민 반발
학계 “자치권 제한 위헌” 지적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장의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에 앞선 해군 쪽 청문 절차를 끝낸 지 17일이 지났지만, 29일 현재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미적거리고 있다. 해군기지 예정지 인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절차를 끝내고도 결정을 미루는 것은 정부의 눈치보기”라며 비판하며 공사 정지 명령을 서둘러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이날 청문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가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경우 ‘공사 정지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방침 표명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결론 발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 처분의 사전 절차로 해군 관계자 등을 불러 청문을 마쳤으나 아직 판단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결정은 국외 출장 중인 우근민 제주지사가 귀국하는 다음달 3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해군기지 공사 정지 명령에 대해 정부 주무 부처가 취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학계의 견해가 제시돼 주목된다.
지난 26일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연 ‘강정해군기지 공사 정지 처분에 대한 법률적 검토 토론회’에서 오수용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무부 장관(국토해양부 장관)의 행정명령 취소권 발동은 헌법에 반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취소권 발동의 법률적 근거로 꼽히는 ‘지방자치법 제169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사무에 대한 명령처분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부 장관은 시정을 명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을 때는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 교수는 “이 조항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을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관이 직권으로 취소·정지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법의 취소권한을 절대적으로 행사한다면 헌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선아 변호사(법무법인 도움)는 “오랫동안 제기돼온 문화재법·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민·군복합형 항만의 설계 오류 등 공사 중단 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지난달 16일 제주도를 방문해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리면 주무 부서의 직권 취소 등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공사 정지 명령을 할 경우 정부의 직권 취소 및 법적 대응 등이 뒤따를 것이 부담스럽다며 최근 변호사들의 법률적 검토를 받고 있다. 반면 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기로 할 경우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전국 시민·평화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마을회와 시민단체들은 “청문 결과 발표를 미적거리는 사이 오늘도 구럼비 바위는 깨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냐”고 제주도를 비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참여연대 "방통위, KT 국제전화 사기 묵인"...감사청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3일자 기사 '참여연대 "방통위, KT 국제전화 사기 묵인"...감사청구'를 퍼왔습니다.
국내전화에 국제전화요금 부여... "방통위, KT 불법적 행위 조장" 지적

참여연대가 국제사기 논란이 일었던 세계7대자연경관 사업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사업의 국내 주관 통신사인 KT가 전화투표를 이용해 요금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에 해당 감독기관인 방통위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3일 오후 감사원에 감사청구서를 제출하며 "정부와 제주도청 등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투표'가 사실은 국제전화가 아닌, 서버만 국외에 두고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사실상 국내전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KT가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를 통하여 막대한 부정이득을 취할 때까지 관리·감독의 역할을 담당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KT의 불법적인 행위를 조장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주최로 시작된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는 2010년 KT가 '001-1588-7715'라는 단축번호를 제공하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최근 이 번호의 회선이 KT가 자체 투표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국제전화요금을 부여하기 위해 서버만 해외에 두고 전용망을 이용한 사실상 국내전화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KT가 한통에 39원인 국내전화요금이 부과되는 번호를 국제전화인 것처럼 '001'을 붙여 180원이라는 요금을 부여해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KT가 국제전화에서 전용망을 통한 국가별 투표로 전환하면서 요금을 기존의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리고 문자메시지 투표 요금도 국제문자메시지의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가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를 통하여 막대한 부정이득을 취할 때까지 그 관리·감독의 역할을 담당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한바, KT에 대한 방통위의 묵인·방조행위는 감사 청구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투표가 마감된 작년 11월까지 방통위는 KT의 사기적인 행위와, 전화요금 부정이득 취득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작년 11월 경 발생한 제주자치도와 KT의 전화요금 분쟁의 국면에서도 방통위는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거나 관련 조치를 진행한 바 없다, 결과적으로 KT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범행을 범하여 막대한 부정이득을 취하도록 한 위법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청구와 관련 참여연대와 제주참여환경연대, KT 새노조 등은 오는 오전 25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전화 요금 사기'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세계7대자연경관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청을 상대로 제기한 감사원의 공익감사청구에 대해 감사 개시 결정을 한 바 있다.

최지용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다 끝났다고요? 강정의 푸른 하늘을 보세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15일자 기사 '"다 끝났다고요? 강정의 푸른 하늘을 보세요"'를 퍼왔습니다.

▲ 강정평화콘서트 열리던 14일 밤, 강정의 밤하늘은 더없이 푸르렀다. ⓒ 이주빈

4.11 총선이 끝나자 많은 이들은 '이젠 다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 염려했다. 제주해군기지 계속 추진을 공약한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강정의 바다와 하늘은 어둡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염려는 염려일 뿐이었다. 5년을 하루처럼 버티고 싸워온 강정사람들에게 4.11총선은 '그렇고 그렇게 약간 기분 나쁜 소식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강정바다는 여전히 옥빛으로 빛났으며, 강정의 밤은 더없이 푸르기만 하였다.

14일 오후 3시 무렵,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손님맞이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강정평화 콘서트가 열릴 강정포구와 마을회관을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를 정도다.

"총선 이후에 염려하는 얘기들 많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우리 강정마을은 정치권의 풍향에 모든 걸 걸고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단합해서 한 목소리를 내면 정치권은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오게 돼 있으니까요. 제주지역에선 해군기지 찬성하는 후보들은 모두 떨어졌어요. 오늘 평화콘서트를 계기로 우리의 평화노래와 메시지를 어떻게 멀리 퍼트릴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왼쪽)과 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님대책위 집행위원장. 그들은 "강정마을을 위로하러 오지 말고 힘 받으로 오시라"고 했다. ⓒ 이주빈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고 위원장은 상세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다만 "해군기지 반대만이 아닌 평화와 행복의 대안을 제시하며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방법"이라고만 설명했다. 강정평화학교의 상시운영, 국내외 각종평화대회 유치, 19대 국회 개원과 시기를 맞춘 대규모 평화순례 등의 이야기가 마을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제주도와 인연을 맺어 온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낙담하고 계시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마을주민들이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5년째 싸워 오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총선 결과에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다만 해군기지 문제가 이념과 안보의 문제로만 밀리면 어쩌나 걱정은 좀 되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거꾸로 이 문제를 이슈화시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정 대표는 "강정을 염려하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일단 한 번 강정마을에 와보시라"며 "처음엔 '뻘줌'할 수 있겠지만 마을 주민들이 주는 술 한 잔 얻어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면 평화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기쁘게 잡혀가서 즐겁게 구속되기... 시민 1만 명 참여 목표


▲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시민 1만명이 체포, 연행, 구속을 각오하고 직접행동에 나서겠다는 '구럼비 평화 직접행동'.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가 자원자들과 함께 '기쁘게 끌려가 즐겁게감옥살이를 하자'며 웃고 있다. ⓒ 이주빈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 다니는 박종권(60)씨는 처음으로 강정마을에 왔다. 그는 '구럼비 평화 직접행동'을 자원했다. 공권력에 의한 횡포가 심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연행과 체포, 구속을 각오하고 저항하겠다며 벌이고 있는 이른바 '기쁘게 잡혀가서 즐겁게 구속되기' 운동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니 이해가 안 돼요.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바로 미군기지가 되고 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주도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자꾸 총선 참패라고 이야기하는데 전체 득표율만 보면 야권이 참패한 것이 아니거든요. 대선이 있으니까 우리가 더욱 힘을 모아야죠. 그래야 구럼비도 지키고 강정마을도 지킬 수 있겠죠."

체포, 연행을 실천할 '구럼비 평화 직접행동'은 시민 1만 명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4일 하루에만 12명의 시민이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비폭력 저항투쟁을 벌이다 연행됐다.


▲ 강동균 강정마마을 회장과 박정섭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장이 강정평화콘서트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이주빈

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을 주민들과 6년째 하고 있는 박정섭 위원장은 누구보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 대한 염려가 컸다. 동병상련이었다.

"조력 방전소 반대싸움 하는 6년 동안 마을이 갈갈이 찢어졌어요. 정부는 주민끼리의 싸움을 부추기고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은 돈에 환장해 고향을 파괴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고향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저들은 찢는데 그 중심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강동균 마을회장이 참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렇지만 강정사람들이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서고 제주도민이 함께 해주고 국민들이 도우면 해군기지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갑장'인 박 위원장의 위로와 격려에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는 신자는 아니지만 신이 역경과 고난을 주면서 우리를 시험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를 슬기롭게 이겨나가면 기쁜 날이 찾아오겠지요. 이 시험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는 순해서만은 안됩니다. 분노해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진출한 임수경 "훌륭한 소통의 다리 하나 더 생겼다... 기운내세요"


▲ 19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자인 '통일의 꽃' 임수경. 임 당선자는 "강정마을과 국회를 잇는 훌륭한 소통의 다리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위로했다. ⓒ 이주빈

'통일의 꽃'으로 불리는 임수경 19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자. 임 당선자는 문정현·문규현 신부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북했다가 휴전선을 통해 돌아올 때 그의 곁을 지키며 함께 고난의 사선을 넘은 이가 바로 문규현 신부다.

"오랫동안 강정마을을 지켜봐왔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신부님들의 희생과 헌신을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국회 진출을 결심했습니다. 신부님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제가 국회에 들어가 있습니다. 입법부를 통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하는데 훌륭한 소통의 다리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시고 기운내세요."

그리고 오후 6시부터 강정마을 포구에서 '강정평화콘서트, 강정의 푸른 밤'이 열렸다. 가수 안치환과 장필순,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 루나틱 등이 강정을 노래했다.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유랑한 바람은 바다와 방파제를 수시로 넘나들며 평화의 노래를 세상 곳곳에 퍼트렸다. 폭약 발파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구럼비 바위는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평화의 노래를 감상했다.


▲ <광야에서>를 열창하고 있는 가수 안치환. ⓒ 이주빈

▲ 강정평화콘서트가 열리는 강정포구에서 한 참가자가 방파제 위에 올라 노래에 맞춰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이주빈

"이봐요, 이봐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이 미친 짓 그만두라고 말해주세요. 이봐요, 이봐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제발 이 죽음의 망나니짓 그만 멈추라고 말려주세요!" - 이주빈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