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평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평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


이글은 한겨레신문2013-0412일자 기사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를 퍼왔습니다.

전세계 작가 24명 ‘대화’ 긴급 호소
“무조건 한걸음 물러서서 만나라”


“가장 나쁜 평화라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

한국에도 번역된 소설 (전쟁의 슬픔)의 베트남 작가 바오닌이 한 말이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6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웠으며 이후 전사자 유해발굴단에 참여해 8개월 동안 수많은 주검을 목격한 이의 말이라 한층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바오닌의 이 말에 동의하는 세계 작가들이 12일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대화로 해결하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베트남, 인도, 키르기스스탄 등 13개 나라 작가 24명이 참여한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 작가들의 긴급 호소’가 그것이다. 참여 작가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도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이들은 진보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의 전·현직 국제위원장들인 소설가 김남일·오수연씨와 평론가 김응교·정은경씨 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반전평화작가행동’의 요청에 응해 호소문에 동참했다.

호소문에서 이들은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일 수 없다”며 “우선 총을 내려놓으라. 잠수함의 방향을 돌리라. 험한 말을 중지하라. 그런 다음 무조건, 한 걸음 물러서서 만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명의 호소문과 별도로 각자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씩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도 보내왔다. 베트남 시인 응우옌주이는 “결국엔 어떤 전쟁에서든, 누가 승리했든, 패배자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문구를 덧붙였고, 이라크 작가 알리 바데르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전쟁의 비극과 그것이 초래하는 재앙을 경험했습니다. (…) 1953년 이래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이 끝없는 위협을 끝장낼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썼다. 방글라데시 연출가 자밀 아흐메드는 “평화는 어떤 정부든지 존재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입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한반도 두 당사자 간의 군사적 갈등은 세계의 재앙을 부를 것입니다. 그 전에 반드시 중지시켜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호소문 발표를 주도한 소설가 김남일씨는 “베트남, 이라크, 팔레스타인, 나이지리아 등 잔혹한 분쟁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나라의 작가들이 대거 동참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모옌, 가라타니 고진, 아리엘 도르프만 등 한국작가회의 주최 ‘세계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포함해 더 많은 외국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참여 작가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2013년 4월 5일 금요일

전쟁위기 '정점'... 지금이 미국에 "NO"라고 말할 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04일자 기사 '전쟁위기 '정점'... 지금이 미국에 "NO"라고 말할 때'를 퍼왔습니다.
[주장] 박근혜 정부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조언
▲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임기와 함께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위기. 예상보다 빠르고, 파괴적이다. 국정수행 지지율 41%, 역대 대통령들 임기 말 지지율이다. 부패, 부정으로 인선과 동시에 낙마하기 시작한 국무위원들, 17초 '하도급' 사과 성명으로 대표되는 소통 부재, 대대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복지 공약. 그 중 전쟁 위기는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 원인은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민심이반을 촉발하는 측근들의 '부정부패', 보수우익 진영마저 불만 갖게 만드는 '유신(維新)형 불통 리더십',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 민생파탄'은 내부 요인이다. 그리고 갈수록 노골화되는 '갑을(甲乙) 관계형 한미동맹', 극한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 파탄', 한층 악화된 '미 국가재정위기', 동아시아 분쟁 부추기는 '일본 극우화'가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요인들은 서로 상호보조를 맞춰가며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2일 보도된 (연합뉴스) 기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 쇠고기시장을 전면개방시킨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동시에 미 무역대표부(USTR) 이름으로 발간된 (2013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외국 금융업체들을 곤란하게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 국가재정위기'가 '갑을관계형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의 '민생파탄'을 가속화하는 전형적 사례다.

현재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채 벌어지는 외부 위험 요인들의 증폭은 현 정권이 단순히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는 공포마저 들게 할 정도로 그 양상이 대단히 파괴적이다. 외부 위기 요인들은 현재 상호 복합적 작용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이 모든 요인들은 절묘하게도 전통적 우방 미국과 연관되어 있다.

첨단무기 내세우는 미국의 '속내'... 믿었다간 큰일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미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외부 요인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첫째, 미국 국가재정위기의 심화다.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양적 완화조치'로 대변되는 달러 방출을 통해 경제를 지탱하려 했으나 폭증하는 연방정부의 빚은 결국 미국을 예산자동삭감 '시퀘스터' 상황까지 내몰았다. 최대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무급휴가로 사실상 해고당하게 되었으며 미국 내 경제시책들이 차례로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동북아를 떠난다는 것은 세계 달러 패권을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동북아에는 미국과 경제정책 궤를 함께하는 일본이 있으며 미국 연방정부 채권의 최대구매자인 중국이 있다.

결국 미국이 대북제제를 중단하고 위기고조 행위를 멈춘다는 것은 미 달러경제패권의 핵심 기둥을 포기하는 것으로, 미국은 설사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대두되더라도 순순히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선택한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의 본질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세계 패권국이 외부의 공격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패권을 내려놓은 전례는 없다. 독점자본을 주축으로 한 역대 패권 국가들은 합리성이 거세된 무모한 침략과 도발을 통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곤 했다. 히틀러의 독일과 히로히토의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패권 국가들을 유지할 물질적 토대가 사실상 군사 침략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이와 같다. 미국은 인디언을 학살하며 건설된 이래 520년 동안 2년 이상 전쟁을 중단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둘째,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이다. 미국제 첨단무기가 국내에 들어와 뽐내듯 연습하는 현재의 '핵우산' 정책은 이러한 한미동맹이 결국엔 우리의 목줄을 겨누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B-52 출격 하루 전 서울을 방문한 미 국방부 부장관은 이례적으로 B-52 폭격훈련 사실을 밝히며 첨단 무기의 위대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한 발만 쏘아도 수백만 명이 핵 참화 속에서 타죽게 되는 전략핵 타격의 피해는 남한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인민군의 요격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거나 방해전파에라도 걸려 방향을 잃은 미사일이 한반도 남쪽에 떨어진다면 단 한 발로도 도시 10개 이상이 박살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핵우산 정책의 본질은 '우방국에 대한 보호'가 아닌 '자국 무기의 실험'과 '판매를 통한 이권 획득'에 있다. 이는 80년 전 일본이 '미영귀축(美英鬼畜)의 위협'을 막고, 이 땅에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 동북아 패권 확장을 위한 '병참기지'로 삼았던 것의 재판에 불과하다.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새로 구입할 차세대 전투기로 거론되는 미국제 F-35, 핵우산 강화의 명목으로 도입한다는 미국산 벙커버스터는 그 구입비용만도 천문학적이며 실제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으로 우리 국방력을 무장 해제시키는 길로 이끌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35의 경우 구매에 총 17조 원이 소모되는데 이는 2013년 국방예산의 절반이며 공군의 5년간 무기도입 예산 전부에 해당한다. 구입 후에는 30년간 운영비로 30~90조 원을 조달해야 하며, 만약 재정난으로 인해 차기전투기사업이 벽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공군 전력은 2018년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첨단 고가 무기 강매에 의한 자체적 국방력의 '구조적 해체'를 의미한다.

최근 5년간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팔아 벌어들인 돈'보다 '정비비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5배나 된다는 미 국무부 2012년 연례 보고서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에 의한 핵우산 정책이 결국은 우리의 국방력을 와해시키며 오직 미국 군수업체의 배만 불리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잇따른 첨단무기 배치에 대해 "서울에게 가해지는 '독자행동'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반응은 북한의 반응이 아니다. 주로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의지해 군사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첨단무기 찬양 일색인 언론 보도에 홀려 현실을 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개성공단 폐쇄 수순... 북-미 전쟁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

▲ 합참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 키리졸브 연습에 첫 가동 3월 15일 합동참모본부는 2013 키리졸브 연습기간 중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경기도 수원)를 공개 했다. 이번 연습에 한국측 230여명, 미국측 30여명 등 총 260여명의 중원전력이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첫 가동에 들어갔다. ⓒ 사진공동취재단


셋째,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이다. 1990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일본 경기의 장기 침체 현상은 현실 자본주의 쇠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금도 그 회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는 '쇼와 시대 부흥'을 기치로 내건 우익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 하더라도 변치 않는 사실로, 결국 아베 정권은 이 국면을 돌파하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각종 도발 및 정치적 행동들을 벌일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보수우익들이 벌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자격심사를 필두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종북몰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약자 및 정적에게 전가하는 우익 진영 전통의 위기 모면 방식이다. "한국 여자를 강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혐한 시위의 확산 및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교과서 개정 증가 등은 이미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들을 개시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나라에 실질적, 제도적 피해까지 미칠 지경까지 왔다는 데 있다. 2012년 여름,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은 일본의 식민지 강점에 대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족적 분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군'과 '군사정보'를 교류하겠다는 반민족적 발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김관진 장관이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다 발각되어 결국 무산된 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것이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한 김관진 장관은 군부의 대표적 매파이자 친미파로 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문제는 작년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매개로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실패한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이 지난달 체결된 '한미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통해 덜컥 실현됐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이 북한의 국지도발 관련해 크게 시혜를 베푼 것처럼 보도된 이 협정은 사실상 '미국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행사하게 된다'는 군사주권의 확장된 이양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과의 연관을 부담스러워한 한국의 입장을 배제한 채 국지도발을 핑계로 주일미군 개입 조항을 넣음으로서 미국의 전략적 숙원이 달성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한반도는 우경화하는 일본과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군사적으로 엮이게 됐으며 앞으로 발생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승리 후 전범국가 일본을 다루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에서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이 포기해야 할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시켰으며, 오히려 무인도로 만들어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이 살고 있던 독도를 총 세 차례 폭격, '30여 척'의 배와 '150여 명'의 어민들을 사살해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전력을 가지고 있다.

각 국의 손익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 관계에서 독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한국전쟁은 신이 내린 전쟁"이라 말한 요시다 전 일본 수상의 말처럼 한국전쟁 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장기 저성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

넷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입출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협력지구의 의미를 넘어 남북을 잇는 '평화유지'의 최후 보루였다.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는 이 같은 결정은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에 김정은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비난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까지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북한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경제발전'이다. 60년 넘게 이어지는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을 이제는 청산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경제 부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워딩만 외쳤을 뿐 남북간의 대화를 위한 그 어떤 행동도 보이고 있지 않다.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호전적 언사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번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외교의 기본에도 못 미치는 함량미달 대응으로 도대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한반도 안정에 관심이 과연 있는지 의심을 살 정도이다. 2012년 7월에 발간된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11만~17만 원,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평균 27만 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개설한 목적이 '돈보다 평화와 교류'라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이 문 닫을 경우 한국 기업이 입는 피해는 2012년 기준, 5164억 원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수익인 900억 원의 6배에나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협은 하면서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은 유지하려 한다"는 조롱을 일삼고, 막상 개성공단 출입경을 통제하자 국가안보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한다는 말이 "우리 국민을 억류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정도이다. 북한을 그리도 모른단 말인가? 북한은 북쪽으로의 출입만 막았을 뿐 남아 있는 남측 인력들을 내려가라고 하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남은 카드는 바로 '대북 평화특사'뿐

이렇듯 무지에 기초하고, 미국의 입장에 보조만 맞추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4일을 기준으로 미국과 펜타곤 앞에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며 '전쟁이 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언제 나느냐'만 남아 있다고 발언하였다. 태국과 필리핀은 한국 내 자국민 소개 계획을 수립, 주의 발령을 내렸으며 북한 내 ICBM 이동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의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경계 태세를 내린 상황이다. 누가 보아도 한반도는 전쟁전야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외의 위험 요인들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기회는 있다. 알렉산더의 일화가 말해주듯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일일이 푸는 것보다 문제의 중심을 잡고 한 번에 내려치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위기의 중심은 현재 초유의 '전쟁 위기'로 표면화 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 '미국이라는 우방'이 자리 잡고 있다.

감정적 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각에 달린 정권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에 숨통을 틔우자는 실리적 제안을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미국에 '정책협의대표단' 이름으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파견하였다. 그만큼 미국과의 친선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서 쉽사리 미국에 반하는 행보를 벌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 좋게도 박근혜 정권 앞에는 4월 '한미 원자력 협정'과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놓여 있다. 또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핵 재처리를 불허한다는 미국의 일방적 통보 때문에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박근혜 정권도 이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이 문제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존 케리(John F. Kerry) 국무장관 대신 톰 도닐런(Thomas E. Donil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하여 축하의 격을 떨어뜨리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잇따라 터진 주한미군 강력 범죄와 그로 인해 높아진 국민적 반감도 박근혜 정권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할 계기가 된다. 게다가 한국 문제 관련하여 미국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는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넘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란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 국무부와 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한미 정상회담 전인 4월 중순, 대북 특사를 파견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의 고압적 태도', '고가의 무기 강매', '주한미군 범죄', '한반도 위기 고조'와 관련하여 미국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동맹 관계에 있어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평생을 공산주의 반대 이념을 가지고 살아온 백범 김구 선생도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고 일갈하며 1948년 4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통일을 위한 남북지도자 연석회의 참가를 위해 38선을 넘어 방북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김구 정신이다.
김민석(cannabis82)

2013년 3월 6일 수요일

북핵 선제공격? 이스라엘을 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6일자 기사 '북핵 선제공격? 이스라엘을 보라!'를 퍼왔습니다.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3)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지난 2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대응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핵무기는 절대 무기이고 핵무기 투발 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사전에 파괴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했으며, 정승조 합참의장도 북핵 공격 등 위협이 확실하다면 선제공격을 통해 격파할 것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국의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선제공격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파국적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핵 실험과 선제공격론을 둘러싼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은 실현가능하고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우선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선제공격론을 이해하기 위하여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 정치의 역사는 국가들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적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수많은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을 해 왔음을 보여준다. 선제공격은 적국의 군사적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상당히 믿을 만한 정보 및 자료에 근거하여 이뤄지는 것으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정당한 방위 수단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예방공격은 적국의 신무기 개발 혹은 군사력 증강으로 인하여 안보에 대한 위기 인식이 고조되었을 때 미래의 도발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한 선제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의 이집트 공격이다.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이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와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고 시나이 반도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 평화유지군의 철수를 요청했고, 우 탄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시나이 반도에 대한 이집트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즉각 유엔 평화유지군 철수에 동의했다.

이후 이집트는 국경지대로 1000여 대의 전차를 전진 배치하고 이스라엘 아카바 항으로 이어지는 티란 해협을 봉쇄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습적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단 하루 만에 이집트의 공군력을 궤멸했고, 시리아와 요르단의 공군력을 단 25분 만에 무력화했다. 이와 같은 선제공격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6일 만에 영토를 네 배나 넓히는 일방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의 위기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예방공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1981년 6월 17일 이스라엘은 전투기 F-16 8대와 F-15 2대를 동원해,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어 가동을 준비하던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폭격했다. 이로 인하여 이라크가 8년 동안 공들인 원전이 파괴되었고, 이라크 병사 10명과 프랑스인 기술자 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오시라크 원전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생산하여 자국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 19일에 공습을 비난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487호를 채택하고 이라크의 피해 배상 청구 권리를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 똑같은 명분으로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알키바르 원자로 시설을 폭격하여 무력화했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예방적 공격을 자국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취한 정당한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제공격과 달리 예방적 공격은 국제 사회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이라크와 시리아의 원전이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시설이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음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다. 즉 예방적 공격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행위를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국가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특히 비밀스럽게 무기를 개발하려는 경우에 해당 정책에 대한 정보는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상대 국가의 정책 운용의 불확실성은 정보에 대한 오판을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확전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은 사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여 단행되는 기습적 선제공격이라기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남한을 향해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미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적 공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자국 존재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핵 관련 시설물들에 대하여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한국을 상대로 당장에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국제 사회를 상대로 설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선제공격이든 예방적 공격이든 공격 목표물의 완벽한 무력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 무기들을 1차 선제공격에 의하여 완전히 제거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즉 원전 혹은 원자로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동 가능한 무기들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무력화가 불가능하다면 선제공격은 오히려 한반도에서 핵을 동반한 전쟁의 가능성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핵위험 시대'에 직면하여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무덤덤한 것도 혹은 지나치게 조급하게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포는 남북관계의 모든 의제를 '안보화'하여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의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주기보다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 정권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선제공격론과 핵무장론 등과 같이 강대강의 대응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자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악마와도 대화를 하고 춤도 출 수 있고, 적과 동침도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하고 위협만 하기 보다는 동시에 대화의 테이블에 서로 앉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어차피 '핵위험'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 혹은 다자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핵위험 시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평화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압박과 대화라는 정책 수단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송영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휴전이 낳은 괴물 북핵, 대타협 외길만 남았다


이글은프레시안 2013-02-21일자 기사 '휴전이 낳은 괴물 북핵, 대타협 외길만 남았다'를 퍼왔습니다.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1)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날,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핵실험이 아니라 숫자 3이었다. 영어에서 3(three)의 어원은 변화, 전환을 의미하는 trans이다. 동서양의 역사와 여러 고등종교, 그리고 단군신화를 막론하고 3은 창조, 완성, 조화 등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냈다. 물론 삼진아웃 같은 좋지 않은 의미도 있지만 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3차 핵실험은 핵개발 기술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할 것이다. 본궤도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요건을 거의 충족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다음 날인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노동자들이 3차 핵실험 성공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차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3차 핵실험의 무게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높아진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또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3차 핵실험 앞에서 깊은 절망이 일어났음을 고백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전후 사정과 맥락을 알고 있지만, 3차 핵실험은 1차, 2차 때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북한은 물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아니 미필적 고의로 방치한 관련국들, 한마디로 국가에 대한 잠재된 회의가 갑자기 일어난 것이다.

북한은 왜 핵무장에 나섰는가? 언제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대응 방향과 방법을 일차적으로 정해줄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복합적이고, 그 복합적인 답을 구하는 방법도 복합적이다. 불공정한 핵 독점체제와 북한의 구조적인 안보 불안이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답이다. 안전보장, 경제·과학기술상 이익, 북한 정권의 대내외적 존재 과시가 또 다른 일반적 답이다. 제재와 압박에 나서지만 핵확산을 한계선으로 북한 위협론을 재생산해 분단체제를 유지하려는 주변 강대국과 그 하위 동맹자들의 거대한 음모는 소수설에 해당한다.

언제부터인가? 적어도 1990년대 초, 냉전 해체로 북한의 안보가 역내 세력균형 체제로 담보되지 못하면서. 정말 그때부터인가? 그러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2000년 공동 코뮤니케, 그리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005~2007년 6자회담을 통한 일련의 비핵화 조치는 무엇인가? 일관된 북한의 기만전술? 그러면 한미중일러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모두 북한의 기만전술에 당한 것인가?

북한은 냉전 해체기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이른바 전방위 외교, 특히 대미관계 개선) 전략을 먼저 취했다. 물론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합리적이었다. 비군사적인 방식으로 체제 생존을 구속력 있게 보장받지 못했으니까. 제네바 합의 이행을 부정하고 '악의 축' 발언, 선제 핵공격 노선을 천명한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북한은 핵 옵션을 선택했다고 본다. 물론 9.19 이행 프로세스에 일말의 기대를 취했지만,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무시, 압박)에 직면해서 핵개발 드라이브를 걸었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대북정책, 혹은 한미 간 대북정책 방향에 의해서 결정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협상 전략의 문제에 앞서 대북 정책에 관한 시각, 접근 방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 및 역사구조적 인식의 결여로 포괄적이고 일관된 접근이 불가능했다. MB의 등장은 그 촉매제 정도. 요컨대 3차 핵실험으로 분명해진 북한의 핵무장 능력 강화는 북한 정권의 권력욕과, '불량국가' 북한을 필요로 하는 국제안보족의 합작품이다. 대작은 합작 아닌 것이 없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 눈에는 눈, 핵에는 핵. 한반도 전역에 핵 유령이 횡행하는 시대를 맞이하려나. 그러나 무거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3차 북핵실험을 생각하면, 이제 모호하고 어정쩡하고 임시방편적인 접근은 일말의 유용성도 없다. 근본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분법이 필요한 경우

두 가지 길은 대타협과 대파국이다. 상황의 엄중함에 따른 깊은 사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길은? 비타협적인 핵 보유국의 길, 아니면 그런 의도 및 능력 과시를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이다. 실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전후로 그런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북한이 나아갈 최종 선택은 물론 관련국들의 반응과 상호작용하며 결정될 것이다. 예단은 금물이다.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존재, 대화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그래서 북한이 비타협적인 핵 보유국의 길로 간다고 간주하고 '우리도 핵무장으로 나서야 한다', '선제 타격이 최상의 안보다',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 언론을 통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정당화해주고, 동북아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를 방조하는 자들이다.

두 가지 길이 있지만 사실은 외길밖에 없다. 북핵은 휴전체제가 낳은 괴물이다. 휴전체제 60년에 즈음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대타협의 길에 나서는 것이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2년 10월 3~5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시인하며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에 핵공격 위협 중단, 평화협정 체결,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개발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휴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 방법은 북한의 핵개발 목적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시키고,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북미 간에 관계정상화를 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규범에 순응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대타협이다.

휴전체제 하에서 누린 전쟁 없는 평화는 그 시효가 다했음을 우리는 지난 짧은 시간에 다시 절감했다. 불균형적인 힘에 의한 거짓 평화(pax)를 평화의 전부로 생각해왔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위협하면서 나의 평화를 얻는 것은 평화의 불가분성에 위배되고, 그것은 지속가능한 평화도 참다운 평화도 아니다. 휴전체제 아래서 평화를 누리고 그런 평화를 참다운 평화라 선전해온 메커니즘과 손 끊고 평화체제의 길로 나설 때이다.

평화운동의 역할

대타협은 타협할 내용이 많고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그래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말이지 지금부터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핵무장을 비롯한 각양의 방법으로 적대와 대립을 연출해온 모든 국가권력과 거리를 두고 감시하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차 핵실험 국면에 직면하여 한국의 평화운동이 취할 태도 몇 가지를 제시하며 토론을 기대한다. 우선,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체의 언동을 경계하고, 대신 현 국면을 진정시키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논의할 대화가 필요하다. 핵 보유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관련 국가들의 일련의 대북 제재는 한반도 비핵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권력교체기에 이루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군사 조치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모두 지적하는 바이다. 그러나 핵실험 이후 하나의 도발적 행동도 지금과는 다른 통제불능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신뢰 프로그램! 마찬가지로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평화적 조치가 절실하다. 관련국들의 대화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민간 차원의 대화를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는 관련국들이 포괄적·근본적 접근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기를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위반하고, 6자회담의 소멸을 선언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 비핵화에 강력한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인 일련의 조치를 '비핵화 포기 → 핵무장·선제공격' 등으로 반응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에 마지막 주단을 깔아주는 것이다. 전화위복! 북한의 핵 개발 배경과 목적을 객관적으로 인식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담대한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비핵화를 평화체제 수립의 전기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의 무거운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통제 및 검증 체제를 제시하며 대타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는 안보와 환경 분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는 비핵평화운동을 통합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이다. 이에 대해 이미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둘로 나뉜 평화운동은 실효성은 물론 인식상의 차이로 여론의 지지를 높이고 핵안보 지지 세력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핵문제에 대한 인식상의 차이로 비핵평화운동이 통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적·비군사적 방법과 평상시·비상시 어떤 경우든 핵이 인류의 생존과 미래에 유용하다거나, 한발 양보해서 필요악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평화운동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북핵 문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핵의 평화적 이용'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평화운동이 그런 접근을 취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북한 문제를 보편성의 예외로 간주하는 것은 인식상·실천상의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보편적 평화 문제의 하나이고 한국의 평화운동이 보편가치 구현을 지향한다면, 북핵 문제에 대한 절충적·방편적 대응은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평화운동은 소위 북핵 해법이라는 국가 간 공학적 접근을 추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평화운동을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전개하자는 제안이다. 비정부기구 활동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협력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그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한반도의 특수성과 민족국가 단위의 동북아 지정학이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무장 갈등 방지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동북아 회의(GPPAC-NEA), 여성 6자회담 등 역내 평화네트워크가 존재해왔지만,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목표로 북핵 문제를 포함해 역내 전반적인 군비 경쟁 감시, 활동 공유 및 공동 행동 기획 등을 위해 상시 평화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이지만 중요도에서 떨어지지 않는 일로서, 적대와 갈등에서 혹은 그것을 조장해서 이익을 누리는 소위 안보족의 반평화성과 반민주성을 감시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적을 상정하고 그 적의 위협을 과장해서 군사비를 늘리고(따라서 복지비를 줄이고), 안보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때때로 부정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도 챙기고, 비민주적 정책 결정을 관행화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하다. 위기를 조장하고 안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핵심 인물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부대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들은 국가 안보에 기여한 적이 없거나 그럴 의향이 없으면서 시민들을 위협해, 다시 말해 공공의 문제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공공의 적이다. MB가 물러간다 해도 안보족의 네트워크는 평화네트워크보다 강고하다. 외교 안보 문제 역시 문민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평화운동에도 깊은 성찰과 설득력 높은 방향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현상에 따라가는 접근보다는 시민들의 안전과 역내 평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갈 지향과 연대의 틀을 다져나갈 때라 생각한다.


 /서보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새누리당 불치병 '색깔론'…평화를 원하면 투표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8일자 기사 '새누리당 불치병 '색깔론'…평화를 원하면 투표하라'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지정학적 딜레마를 지경학적 기회로!

운명적 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8대 대선은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와 의의를 따져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격동의 시대로 접어든 동북아에서 선보여야 할 '통일외교안보 리더십'이다.

우선 한국의 12ㆍ19 대선은 동북아 권력 이동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국제정치성'을 품고 있다. 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와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치권력 변화는 대만의 마잉주 총통의 재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통령으로의 귀환, 미국의 버락 오마바의 재선, 중국의 시진핑 체제의 등장을 거쳐 일본 자민당의 압승과 아베 신조의 총리 복귀로 막바지에 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대선이다.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7개국에서 1년 사이에 정치권력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러한 시간적 조우는 우연의 일치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동북아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마그마가 꿈틀거리고 있다.

격동의 동북아, 한복판에 선 대한민국


우선 북한은 세계에서 9번째로 핵무장을 하고 10번째로 우주 클럽에 가입한 군사강국이자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라는 '이중 정체성'을 안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세계 최연소 핵보유국 지도자이기도 하다.

유일 초강대국으로 불리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약한 상태에 있다. 반면 중국은 150년간의 '치욕의 역사'를 딛고 재부상에 성공하고 있다. 초조해진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미국의 세기'를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봉쇄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큰 변수가 아니지만, 미국과 양대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가 말해주듯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푸틴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그 길 가운데 하나를 동방정책에서 찾고 있다.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20년간의 장기침체와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거치면서 정치의 실종 및 우경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베 신조 정권의 재탄생으로 나타났고 아베의 일본은 전후 가장 극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은 이 한복판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파탄을 맞이한 남북관계, 한미동맹 '올인'과 한중관계 '홀대'의 교차, 러시아와의 지경학적 관계 구축 기회 유실, 그리고 한일관계의 널뛰기는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켰다.

기실 MB 정부는 역사상 가장 좋은 대외적 환경을 안고 출범했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 북한의 호응에 힘입은 6자회담의 진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던 오바마 행정부 및 유연한 대외정책을 표방한 일본 민주당 정권의 등장,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구축된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 가스파이프와 철도 연결에 의욕적이었던 러시아의 입장, 중국-대만 관계 발전에 따른 양안 문제의 안정화 등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러나 MB 정부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말았다. 그리고 한국은 또 다시 동북아 지정학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딜레마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리더십은?


12ㆍ19 대선은 이처럼 '잃어버린 5년'을 딛고 코리아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지경학적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역사적 길목에서 실시된다. 대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국익과 한반도 주민의 복지를 증대시키면서 동북아에서 공공재를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접근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경학적 기회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5년간 더욱 날카로워진 한반도의 철조망을 거둬내고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웅비할 수 있는 지혜와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적대적 분단과 지정학적 딜레마라는 오랏줄을 풀어내고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그 출발점은 내년으로 60주년을 맞이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데에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넘어 20년간 한반도를 짓눌려온 핵문제 해결의 중대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지정학적 오랏줄을 지경학적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며 세계 냉전을 완전히 종식시키는다는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또 다시 역사적 기회의 유실을 수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대동소이하다고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박근혜 후보는 '시대교체'를 내세워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대선 막바지까지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선거용으로 악용하는 모습에서 어떠한 차별성도 발견할 수 없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서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난치병이 아니라 불치병 수준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세력이, 남북관계의 '발전'보다는 '악화'를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이 정권의 이익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인류 공동체의 이익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일이다. 아울러 세 차례의 TV 토론을 보면서 박근혜 후보가 과연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짙은 회의감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안보, 평화와 복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은 발견할 수 있다. 겸손함을 품은 자신감, 소통을 통한 공감 능력, 정책과 비전의 조화 속에서 격동의 동북아 시대를 해쳐나갈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지도자의 탄생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문 후보의 잠재력과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적 열의가 만난다면,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신명나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거듭 강조하고 또 호소하고 싶다.

평화와 번영과 복지를 원하거든 투표하라!

▲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이번 대선에 사용될 투표 용지와 기표용구 모형을 들고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민족존망의 엄중한 선택- 평화냐 전쟁이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13일자 기사 '민족존망의 엄중한 선택- 평화냐 전쟁이냐'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북한이 12일 국제사회의 우려와 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발사된 로켓이 위성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주권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인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의 요구로 13일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경고했다.

대북 제재에는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심각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재를 강조했다.

일본도 북한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를 위해 안보리에 엄정한 비난 결의를 요구하는 한편, 독자적인 제재 강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엄중한 책임을 주장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 중국의 움직임이 변수다.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큰 틀을 지키기 위해 번갈아가며 한반도 정세를 격화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떻게 결정되든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대북 제재에 앞장서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로켓 발사 때마다 이를 미사일방어체제를 비롯한 군비증강의 호기로 삼아왔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키며 한·일 군사협정을 포함한 한·미·일 공동 미사일방어 동맹체제를 적극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4월 8일 발사를 앞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장착된 은하 3호. ©연합뉴스

일본도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집단적 자위권 인정과 평화헌법 개정 등 군사대국화의 행보를 더욱 서두를 게 분명하다. 게다가 필리핀이 지난 10일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으니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날개가 달린 꼴이 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군비를 이례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중국에 대한 일본의 세력 균형 역할 기대 때문이다. 필리핀은 지난 4월 남중국해의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둘러싸고 중국과 첨예한 마찰을 빚은 뒤 중국을 견제하려고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필리핀의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일본 재무장 지지가 중국을 자극할 위험성이 크다. 포위전략으로 중국을 옥죄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대립과 갈등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부상, 역내 점증하는 민족주의, 미국의 쇠퇴와 패권 지속에 대한 의문 등으로 동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가 주목된다. 국제체제 재편 과정에서 국가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의 진단은 경고의 뜻이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에서 한국 정부는 어떠했는가. 정부는 전날까지도 북한이 로켓 해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로켓 발사 직전 비상경계태세를 오히려 한 단계 낮추는 등 발사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서 북한 병사가 휴전선을 넘어와 국군 막사 문을 두들겨 귀순한 ‘노크귀순’ 사건에 이르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대북 정보력도 없이 안보에 무능하면서도 강경일변도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기 상황마저 벌어졌다. 오로지 북한과의 적대적 대결에만 골몰해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것 이외에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뭐가 있는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냉전 대립 구도의 심화 과정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완화하거나 해소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이를 조장하기도 했다. 여당 쪽은 대선 정국에서  대북정책을 완화할 것처럼 포장하여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조건들을 부쳐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신냉전 대립 구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고착될 우려가 크다. 앞으로 몇 년의 기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것인지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가늠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근본적인 과제는 신냉전으로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실현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 교류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칫하면 신냉전 기류가 엄청난 폭풍으로 돌변해 한반도를 덮칠지 모를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평화와 번영이냐 아니면 전쟁과 쇠망이냐, 민족의 존망을 판가름하게 될 엄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0일자 기사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를 퍼왔습니다.
미리 예고되었던 정책…깊은 고민 안 느껴져

▲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 김두관이 19일 여의도 캠프에서 모병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19일인 일요일 자신의 공약으로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선거대책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선제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김두관은 모병제엔 4조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며 전체 군을 30만명으로 줄일 경우 35조원 정도의 GDP 상승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관의 노림수는 왜 조간을 장식하지 못했나 

▲ 오늘자 한겨레 6면

김두관의 대담한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한 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언은 월요일 아침 조간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 6면 3단에만 (김두관 “모병제 도입해 군인 절반 감축”)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가 실렸을 뿐 다른 언론에선 별도의 기사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내용 보도가 된 것도 경향신문 6면과 한국일보 5면에 실린 야권 후보들 동정기사 정도였다. 공약발표 직후인 19일 오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곧바로 기사로 나온 상황과도 차이가 있었다. 
이는 김두관의 ‘모병제’ 공약 발표가 조회수는 모을 수 있다 여겨졌지만 기사 가치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단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모병제’ 공약 기사는 인터넷상에서 볼 때는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축에 속했는데, 그 관심이 월요일자엔 반영이 안 되었다. 특히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에 보도가 나오지 않은 정황은 흥미롭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의 입장에서 이런 공약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면 오늘 보도가 없었던 것이 이해가 되는 구석도 있다. 그의 공약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조선일보 8월 15일자 5면을 보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보도하며 ‘다급해진 김두관’이 신혼주택 100만 가구 무상융자 및 모병제 공약을 충격요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 5면에선 아예 “대선주자 인터뷰”의 일환으로 김두관에게 한 면 전체를 할애하며 “집권 5년내 軍 30만명으로 감축…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를 제목으로 달았다. 즉 김두관의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8월 15일 즈음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미 한 번 보도를 한 보수언론의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가지고는 보도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지난 15일자 동아일보 5면

한 일간지 기자는 “대선후보 관련 기사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나누고, 그 안에서 또 후보별로 분배를 하기 때문에 김두관의 공약이 그렇게 크게 돌출되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정도의 관심이었단 설명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 공약이 인터넷상 관심과는 다르게 ‘통상’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기자는 “정책적으로 아주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허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모병제해서 감군하면 GDP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건 군대 안가는 청년들이 모두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에 성립하는 말이다. 기자들끼리도 ‘GDP가 아니라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겠는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경선이 시작되지 않은 지금은 아직 본격적인 정책 싸움이 시작되기 전이라 볼 수 있다.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 서로 치고 받으면서 정책에 대해 보도할 것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는 과연 평화․군축 정책인가  


그렇다면 과연 김두관이 내세운 모병제가 향후 정책검증 국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안일까. 모병제라는 정책 자체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유시민 후보도 꺼내들었던 것으로 낯선 것이 아니지만, 과연 이 정책이 평화․군축의 맥락으로 포섭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도 많다.


중부대 고은태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평화주의자의 시선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를 비교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평화주의자의 입장에선 모든 나라에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의 상황은 군대가 있긴 있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전제해야 한다”며 “그 가정 하에서 징병제와 모병제를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하려면 징병제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병제로 이행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러면 징병제가 실시되는 동안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고은태 교수는 “첫째로 개인의 자유․선택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폐해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이 있다. 또 다른 하나로는 징병제가 개개인들에게 주는 부담이 워낙 커서, 군필자들의 피해의식을 낳는 등의 폐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문제를 이렇게 정리할 경우 과연 징병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모병제인지가 의심이 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은태 교수는 “첫번째 문제는 대체복무제의 폭넓은 허용으로 해결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계획했던 정도면 상당부분 해결이 된다. 그리고 문제는 두 번째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사병의 생활여건의 개선을 위한 폭넓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지금은 군인들이 ‘국민의 아들’로 여겨지는 지라 그들의 문제가 나라의 문제로 인식되지만,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아예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두관 후보의 기자회견장에서 몇 사람이 제기했던 ‘모병제 군대의 계층화 문제’와도 통한다.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중간층 이하 자녀들만 군대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고은태 교수는 여기에다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덧붙인다. 그는 “모병제 군대는 ‘국민의 군대’의 위상을 벗어나 격리된 특수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가령 질 낮은 고기를 먹인다 해도 국민들이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군대의 인권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격리수용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경인일보 7월 14일자에 실린 군부대 불량급식 관련 기사. 모병제가 되면 최악의 경우 이런 기사를 읽고도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해외파병의 경우도 그렇다. 국군의 해외파병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반감이 징병제 때보다 줄어들 것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병된 군대가 해외에서 반인권적인 행동을 쉽게 하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군필자들의 정서는 지금보다 더 편협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지금 우리가 비판하는 용역과 같은 '기업 사병' 비슷한 위상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모병제를 지지할 수 있는 논거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거들은 평화나 군축에 관련된 것이라기 보단 군의 합리화 및 첨단화, 즉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모병제가 굳이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축’의 대안으로 제시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군이 모병제로 재조직되면서 전투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면 북한 핵의 포기나 북한군 감축과 이 문제가 연동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병제 과정에서 군재편이나 무기구입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 정책을 ‘군축’으로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에서 모병제를 공격하는 부분이 대체로 여기에 있다. 북핵이 타결이 안 될 때에도 할 수 있냐고 묻거나, 북한이 군축을 안한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모병제 정책의 성격에 대한 김두관 캠프의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모병제는 어느 정도의 실현가능성이 있나
또 하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모병제의 실현가능성 문제다. 김두관 측은 모병제에 소모되는 예산으로 최고 4조원 정도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선 너무 적게 잡았다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김두관이 말한 월급 200만원의 병사를 30만 명 유지하려면 1년에 인건비로만 7조 2천억원이 들어간다.
물론 이 수치 역시 대한민국의 재정, 그리고 국방재정에서 결코 감당하지 못할 수치는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은 30조가 넘고,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로 내건 3+1 공약의 예상 재원 역시 16조 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무상급식 1조, 무상의료에 8조 1천억, 무상보육 4조 1천억, 반값등록금 3조 2천억). 현실과 비교해보나 다른 종류의 계획과 비교해보나 ‘지르지 못할’ 제안은 아니다.

▲ 지난 2010년 6월 1일자 매일경제에 소개된 사병월급 변동 그래프. 김두관은 월급 200만원짜리 직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병제가 하루 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정책 제안인지에 대해선 당연히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예비군제 및 현역편제 개편, 무기도입 계획의 변경, 막사 등 징병제 사병에 특화된 시설의 보수 및 전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부분은 군대라는 조직을 총체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30만 명의 젊은이를 유인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여기에선 과연 모병제라는 대안이 어느 정도 시점에서부터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가령 징병제 사병의 경우 월급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정책기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30만명의 젊은이의 자발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예산을 한꺼번에 ‘짠’하고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병력 축소 및 임금인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모병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사병 월급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동결된 상황이다.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임종인의 사병월급 인상안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인 전 의원은 당시 독일 및 대만 등의 사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국의 징병제 사병들 역시 최저임금의 25%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진 못했지만 사병월급을 20만원까지 올리는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모병제로 이행하려면 최소한 이 계획이 더 가파른 상승폭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10%도 주지 못하던 군대가 갑자기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직장으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종인 전 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 당시 '병사인권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제안'으로 병사 월급 30만원으로 인상, 의무복무기간 18개월로 축소, 내부반의 침대형 교체, 미군의 75%(6,912원)까지 식대 증액, 휴대전화 및 인터넷 사용 확대. 병사 징계영창 폐지 등을 내걸었다. 이런 조치들 역시 병사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모병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군조직 내부에 필요한 변혁들이다. 모병제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 이상의 개혁 프로세스를 어떤 기간 안에 수행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본지가 접촉해본 결과 임종인 전 의원은 현재 논의되는 모병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인 전 의원은 "모병제를 하면 중상류층은 군대를 안 갈 것이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식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사병의 인권 및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17대 국회 당시 의정활동을 하던 임종인 (전)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모병제라는 정책엔 모종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만약 한국 군대가 군대조직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정책적으로 타당한 방법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조치들이 다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렇게 변한 징병제 체제는 차라리 모병제 체제보다도 장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김두관 후보 측의 정책이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이미 그가 큰 파문을 던진 만큼, 향후 정책검증 과정에서 좀 더 치열하고 세밀한 논의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