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모병제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모병제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대선주자들이여,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를 말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2일자 기사 '대선주자들이여,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를 말하라'를 퍼왔습니다.
[박동천 칼럼]김두관 '모병제' 제안이 반가운 이유

대통령직을 수행해서 나라에 봉사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들 사이에 왜 병역제도 개혁안이 안 나오나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김두관이 "모병제"를제안하고 나섰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 주제가 공론장에서 활발하게 뜨겁게 토론되기 바란다.

내가 생각할 때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는 한국에서 여섯 가지 점에서 크게 유익한 일이다. 가시적인 효과에서부터 심층적인 효과의 순서로 나열해 본다.

1. 불필요한 상비군 병력을 감축하여, 남아도는 "졸병"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군대 조직이 기능 중심으로 효율화되지 않을 수 없다.2. 병무 비리를 불러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원천적으로 제거된다.3. "신의 아들"과 "어둠의 자식들"을 구분하는 사회적 위화감이 줄어든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병역 기피 때문에 발생하는 소모적인 논쟁도 줄어든다.4.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을 계발해야 할 형성기의 청년들에게 시간을 주체적으로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청년 노동력의 사회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5.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청년들에게 (아울러 청년기 이전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의존 심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자존심을 배양한다.6. 한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몹시 무겁게 압박하고 있는 병영문화를 장차 일소하는 일대 계기가 된다.징병제를 폐지한다고 할 때 유일한 우려는 국방력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는 조금만 살펴봐도 부질없는 기우임이 드러난다.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방향은 세 가지가 있고, 이 세 각도 모두에서 우려가 정당화될 이유는 전혀 없다.

1. 현대전에서 상비군 사병의 수와 국방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 장비와 조직의 효율성, 그리고 지휘관들의 판단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2. 이 개혁안의 취지는 평시에 강제징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다. 전쟁이 실지로 발발하거나, 전쟁의 위험이 급박한 상태에서는 징집을 실시해서 필요한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3. 흔히 하는 말로 "안보 의식 해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위험을 장기간 과장해서 (늑대와 소년의 우화처럼) 군대 및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보다는, 정직과 효율성으로 국가의 신뢰도를 높여야 안보 의식이 강화된다.

ⓒ뉴시스

이처럼 이치로 따졌을 때,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강제징집은 불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있는 사람 수도 이 나라 인민 가운데 적지 않게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당장 시행하겠다고 하면 겁부터 집어먹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60년 동안의 안보 프레임 및 위기 프레임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레임은 한국의 시민층 대다수 정치의식의 맨 밑바탕에 완강하게 도사리고 있고, 이것을 건드렸다가는 쉽사리 "빨갱이"라는 낙인을 받기 때문에, 노무현도 기껏 복무기간 단축 정도밖에 손을 대지 못했을 정도이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에 고착되어 있는 공포는 두 가지를 분별할 수 있다. 하나는 징병제를 폐지하면 바로 북한의 공격에 남한이 노출되리라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버이연합이나 보수 언론 그리고 군부가 "안보위기"를 요란하게 선전하면서 폭력적으로 반발할 때 벌어질 내부 투쟁을 염려하는 공포이다. 병력충원제도를 개혁하려는 사람이 중시해야 할 공포는 후자이다. 이 후자에 해당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원병제로의 전환이 오히려 안보를 강화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아울러 극우 보수세력의 반발을 충분히 누를 수 있는 다수 동맹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그래야 시민 가운데 충분한 다수가 이 방향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이 의제를 징병제 대 모병제(즉 자원병제)라고 하는 양자택일로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김두관이 언급한 프랑스나 독일에서 지금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단순히 자원병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또는 전쟁의 위험이 절박하게 다가올 때에는, 강제징집을 시행한다는 조건이 거기에는 붙어 있다. 그러고 나서, 평시에는 군병력을 직업군인과 자원병으로 충원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아울러, 직업군인과 자원병의 경우에도 육박전이나 유격전의 능력을 기본 전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훈련하고 활용한다고 하는 중대한 발상의 전환이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군사 인력에서 제외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군인 또는 자원병으로 자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가 확장된다는 의미가 강조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종류의 개혁은 2013년에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토론을 거쳐야 하며, 여론에 대해서도 홍보와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한 10년은 걸릴 수밖에 없는 매우 커다란 개혁 사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10년 후에는 평시 강제징집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하고, 그 사이에 어떤 식으로 점진적인 준비 단계를 거쳐 갈 것인지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극우보수 세력이야말로 징병제=안보 대 모병제=위기라는 이항대립 프레임으로 시민들을 협박하려 나설 것이 뻔하므로,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와 같은 무지막지한 프레임 자체를 의제설정 단계에서부터 깨부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 나라에서 "진보", "민주주의", "개혁", "복지국가", "삶의 질", "경제민주화", "노동의 정당한 가치", "소수자의 인권", "성차별 철폐" 등을 추구하는 모든 세력이 이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얼핏 보면 이 주제가 자기들이 각자 추구하는 목표와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지로 안보-위기-공포 프레임은 한국 사회를 지난 60년 동안 지배해온 보수 이데올로기의 핵심적 요소이다. 이를 정면으로 공략하는 과제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권력관계를 발본적으로 해체하는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기상조" 따위 싸구려 상투어로 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자칭 "진보", "개혁", "복지", "경제민주주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사람들이 "시기상조"라는 편리한 구실에 의존해서 이 주제에 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회피하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 보수파에게 협조하는 물타기가 되고 만다. 개인별로는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해 확신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는 그냥 침묵하든지, 아니면 입을 열어도 "잘 모르겠다"에 그쳐야지, "시기상조" 따위를 입에 담으면 위선과 가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10년 동안 준비해서 2023년 정도에 가서 평시 강제징집을 중단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도대체 언제 하자는 얘기냐고 거세게 따져 물어줘야 한다.

김두관의 입장에서 지금 이 주제를 꺼낸 데에는 선거공학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경선 레이스에서 뒤지고 있는 측에서 이 얘기를 꺼내기를 나는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도 그 얘기를 안 꺼내기에, 사실은 이 칼럼을 통해 병역제도의 발본적 개혁을 제안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측에서도 진실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통령이 되어 진실로 한국 사회의 도덕적 체질을 개선하고자 원한다면, 이 의제를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훌륭한 정책 구상에는 저작권이 없다. 박근혜가 "복지국가", "경제민주주의", "내가 꿈꾸는 나라" 등을 베껴간 것은 분명히 일종의 표절이지만, 훔쳐간 정책이라도 제대로 이해해서 시행하기만 한다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아울러 안철수 역시 출마선언에 앞서 이 의제를 깊숙이 연구하기를 바란다. 주변에 정치공학자 참모가 있다면 "너무 앞서 간다"는 식으로 말릴 가능성이 높지만, 스스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의 거의 모두를 병영이라는 이름의 감옥식 군사문화와 지배복종 관계에 강제로 끼워 맞추는 제도를 고치는 계기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내 주장은 징병제를 당장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시 징집제는 그대로 두고 평시에는 직업군인과 자원병으로 운영한다는 얘기이고, 그것도 당장이 아니라 최소한 10년의 준비를 거친다는 얘기이며, 애당초 군인의 모델을 조자룡이나 람보에서 찾는 무협지 수준의 사고에서 탈피하자는 얘기이다. 김두관에 이어,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그리고 그들을 이어 안철수까지 이 담론에 동참한다면, 박근혜는 이 훌륭한 개혁안을 베낄 수도 없고 안 베낄 수도 없는 처지로 몰리게 될 것이다.

 /박동천 전북대 교수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0일자 기사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를 퍼왔습니다.
미리 예고되었던 정책…깊은 고민 안 느껴져

▲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 김두관이 19일 여의도 캠프에서 모병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19일인 일요일 자신의 공약으로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선거대책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선제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김두관은 모병제엔 4조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며 전체 군을 30만명으로 줄일 경우 35조원 정도의 GDP 상승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관의 노림수는 왜 조간을 장식하지 못했나 

▲ 오늘자 한겨레 6면

김두관의 대담한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한 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언은 월요일 아침 조간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 6면 3단에만 (김두관 “모병제 도입해 군인 절반 감축”)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가 실렸을 뿐 다른 언론에선 별도의 기사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내용 보도가 된 것도 경향신문 6면과 한국일보 5면에 실린 야권 후보들 동정기사 정도였다. 공약발표 직후인 19일 오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곧바로 기사로 나온 상황과도 차이가 있었다. 
이는 김두관의 ‘모병제’ 공약 발표가 조회수는 모을 수 있다 여겨졌지만 기사 가치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단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모병제’ 공약 기사는 인터넷상에서 볼 때는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축에 속했는데, 그 관심이 월요일자엔 반영이 안 되었다. 특히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에 보도가 나오지 않은 정황은 흥미롭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의 입장에서 이런 공약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면 오늘 보도가 없었던 것이 이해가 되는 구석도 있다. 그의 공약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조선일보 8월 15일자 5면을 보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보도하며 ‘다급해진 김두관’이 신혼주택 100만 가구 무상융자 및 모병제 공약을 충격요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 5면에선 아예 “대선주자 인터뷰”의 일환으로 김두관에게 한 면 전체를 할애하며 “집권 5년내 軍 30만명으로 감축…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를 제목으로 달았다. 즉 김두관의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8월 15일 즈음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미 한 번 보도를 한 보수언론의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가지고는 보도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지난 15일자 동아일보 5면

한 일간지 기자는 “대선후보 관련 기사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나누고, 그 안에서 또 후보별로 분배를 하기 때문에 김두관의 공약이 그렇게 크게 돌출되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정도의 관심이었단 설명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 공약이 인터넷상 관심과는 다르게 ‘통상’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기자는 “정책적으로 아주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허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모병제해서 감군하면 GDP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건 군대 안가는 청년들이 모두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에 성립하는 말이다. 기자들끼리도 ‘GDP가 아니라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겠는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경선이 시작되지 않은 지금은 아직 본격적인 정책 싸움이 시작되기 전이라 볼 수 있다.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 서로 치고 받으면서 정책에 대해 보도할 것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는 과연 평화․군축 정책인가  


그렇다면 과연 김두관이 내세운 모병제가 향후 정책검증 국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안일까. 모병제라는 정책 자체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유시민 후보도 꺼내들었던 것으로 낯선 것이 아니지만, 과연 이 정책이 평화․군축의 맥락으로 포섭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도 많다.


중부대 고은태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평화주의자의 시선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를 비교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평화주의자의 입장에선 모든 나라에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의 상황은 군대가 있긴 있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전제해야 한다”며 “그 가정 하에서 징병제와 모병제를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하려면 징병제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병제로 이행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러면 징병제가 실시되는 동안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고은태 교수는 “첫째로 개인의 자유․선택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폐해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이 있다. 또 다른 하나로는 징병제가 개개인들에게 주는 부담이 워낙 커서, 군필자들의 피해의식을 낳는 등의 폐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문제를 이렇게 정리할 경우 과연 징병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모병제인지가 의심이 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은태 교수는 “첫번째 문제는 대체복무제의 폭넓은 허용으로 해결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계획했던 정도면 상당부분 해결이 된다. 그리고 문제는 두 번째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사병의 생활여건의 개선을 위한 폭넓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지금은 군인들이 ‘국민의 아들’로 여겨지는 지라 그들의 문제가 나라의 문제로 인식되지만,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아예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두관 후보의 기자회견장에서 몇 사람이 제기했던 ‘모병제 군대의 계층화 문제’와도 통한다.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중간층 이하 자녀들만 군대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고은태 교수는 여기에다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덧붙인다. 그는 “모병제 군대는 ‘국민의 군대’의 위상을 벗어나 격리된 특수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가령 질 낮은 고기를 먹인다 해도 국민들이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군대의 인권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격리수용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경인일보 7월 14일자에 실린 군부대 불량급식 관련 기사. 모병제가 되면 최악의 경우 이런 기사를 읽고도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해외파병의 경우도 그렇다. 국군의 해외파병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반감이 징병제 때보다 줄어들 것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병된 군대가 해외에서 반인권적인 행동을 쉽게 하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군필자들의 정서는 지금보다 더 편협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지금 우리가 비판하는 용역과 같은 '기업 사병' 비슷한 위상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모병제를 지지할 수 있는 논거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거들은 평화나 군축에 관련된 것이라기 보단 군의 합리화 및 첨단화, 즉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모병제가 굳이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축’의 대안으로 제시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군이 모병제로 재조직되면서 전투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면 북한 핵의 포기나 북한군 감축과 이 문제가 연동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병제 과정에서 군재편이나 무기구입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 정책을 ‘군축’으로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에서 모병제를 공격하는 부분이 대체로 여기에 있다. 북핵이 타결이 안 될 때에도 할 수 있냐고 묻거나, 북한이 군축을 안한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모병제 정책의 성격에 대한 김두관 캠프의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모병제는 어느 정도의 실현가능성이 있나
또 하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모병제의 실현가능성 문제다. 김두관 측은 모병제에 소모되는 예산으로 최고 4조원 정도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선 너무 적게 잡았다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김두관이 말한 월급 200만원의 병사를 30만 명 유지하려면 1년에 인건비로만 7조 2천억원이 들어간다.
물론 이 수치 역시 대한민국의 재정, 그리고 국방재정에서 결코 감당하지 못할 수치는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은 30조가 넘고,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로 내건 3+1 공약의 예상 재원 역시 16조 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무상급식 1조, 무상의료에 8조 1천억, 무상보육 4조 1천억, 반값등록금 3조 2천억). 현실과 비교해보나 다른 종류의 계획과 비교해보나 ‘지르지 못할’ 제안은 아니다.

▲ 지난 2010년 6월 1일자 매일경제에 소개된 사병월급 변동 그래프. 김두관은 월급 200만원짜리 직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병제가 하루 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정책 제안인지에 대해선 당연히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예비군제 및 현역편제 개편, 무기도입 계획의 변경, 막사 등 징병제 사병에 특화된 시설의 보수 및 전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부분은 군대라는 조직을 총체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30만 명의 젊은이를 유인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여기에선 과연 모병제라는 대안이 어느 정도 시점에서부터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가령 징병제 사병의 경우 월급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정책기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30만명의 젊은이의 자발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예산을 한꺼번에 ‘짠’하고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병력 축소 및 임금인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모병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사병 월급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동결된 상황이다.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임종인의 사병월급 인상안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인 전 의원은 당시 독일 및 대만 등의 사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국의 징병제 사병들 역시 최저임금의 25%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진 못했지만 사병월급을 20만원까지 올리는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모병제로 이행하려면 최소한 이 계획이 더 가파른 상승폭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10%도 주지 못하던 군대가 갑자기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직장으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종인 전 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 당시 '병사인권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제안'으로 병사 월급 30만원으로 인상, 의무복무기간 18개월로 축소, 내부반의 침대형 교체, 미군의 75%(6,912원)까지 식대 증액, 휴대전화 및 인터넷 사용 확대. 병사 징계영창 폐지 등을 내걸었다. 이런 조치들 역시 병사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모병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군조직 내부에 필요한 변혁들이다. 모병제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 이상의 개혁 프로세스를 어떤 기간 안에 수행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본지가 접촉해본 결과 임종인 전 의원은 현재 논의되는 모병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인 전 의원은 "모병제를 하면 중상류층은 군대를 안 갈 것이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식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사병의 인권 및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17대 국회 당시 의정활동을 하던 임종인 (전)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모병제라는 정책엔 모종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만약 한국 군대가 군대조직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정책적으로 타당한 방법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조치들이 다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렇게 변한 징병제 체제는 차라리 모병제 체제보다도 장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김두관 후보 측의 정책이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이미 그가 큰 파문을 던진 만큼, 향후 정책검증 과정에서 좀 더 치열하고 세밀한 논의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김두관 "모병제 도입하고 병력 감축하겠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19일자 기사 '김두관 "모병제 도입하고 병력 감축하겠다"'를 퍼왔습니다.
"건설 중 원전도 당장 백지화"에 박수 받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김두관 후보가 19일 자신의 공약으로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도입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또 건설중인 원전 5기 및 도입 예정인 원전 6기를 즉각 건설 중단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해 '2040년 원전 제로'를 강조하는 등 파격적인 자신의 공약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프레시안)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는다' 대선 주자토론회에 참여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 보 철거 문제, 경제 민주화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대북 정책 구상 일환으로 '선제적 모병제' 도입 주장

김 후보는 남북평화협정 등 대북 정책과 관련한 큰 틀의 구상 중 하나로 모병제 도입을제안했다. 김 후보는 "북쪽의 자원과 남쪽 자본이 윈윈(Win-Win)한 개성공단 모델 확대, 북한 지하 자원의 남북 공동 개발,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드는 게 뒷바침 돼야 국민이 기대하는 3080(국민 소득 3만 달러, 남북한 인구 8000만 명)을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 모병제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 김두관 후보 ⓒ뉴시스

김 후보는 모병제 실시로 결국 저소득층 청년들만 군 복무를 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주장하는 '평등국가'와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군대 가면 경력이 단절되고,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다. 경찰, 소방공무원 등이 실제 직업인 것처럼 (모병제도) 일자리가 생긴다고 역발상을 하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유럽 선진국은 다 모병제를 도입했다. 러시아도 2017년까지 모병제를 도입하고 우리와 유사한 대만은 2003년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모병제 전환을 목표로 했는데, 안착이 잘 돼서 내년인 2013년에 모병제로 간다. 독일도 작년에 (모병제 전환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후보는 "모병제는 2조 5000억 에서 3조 원정도 추가 지원을 하면 된다. 전체 군을 30만 명으로 줄이면 35조 원 정도의 GDP 상승 효과가 있다. 모병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북한의 120만 병력 중 50~60만 명이 산업 현장에 투입돼 있다. 실제 특수전 병력은 25만 명이다. 과거에 북한은 '남북 양측이 10만 명씩 감축시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적도 있다. (이번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감축을 5만 명~10만 명 정도 하면서 지켜보고 (북한 반응도 보면서) 대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또 "2015년에 전시작전권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그 전까지 북미 평화협정을 맺도록 새 정부가 꾸려지면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 후보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개인적으로 모병제가 가야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병제를 실시하기 전에 신경써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우선 대체복무제가 도입돼 병역 형태가 다양화 돼 젊은 사람의 선택권이 넓어져야 하고, 복무기간도 지금보다 더 감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군대 내 인권 보장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사회 전반의 평화 문화를 증진시키는 부분과 관련한 사전 조치도 우선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중 원전도 당장 백지화…'원자력 마피아' 반발? 공권력 뒀다 뭐하나"

김 후보는 "2040년까지 탈핵 국가를 만들겠다"며 "수명이 남아 있더라도 2040년이 되면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하고 정리하겠다. 지금 건설중인 것, 건설이 확정된 것 5기와 6기 모두 (대통령이 될 경우) 중단시키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가동중인 원전 수명을 고려해 2060년까지 탈핵 국가를 만들겠다고 한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김 후보는 "미국도 30년간 추가 건설을 안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중단된 원전 2기를 재가동하는 문제 때문에 노다 정부와 탈핵 단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중국은 서해 쪽에 50기 이상을 짓는 것으로 돼 있어서 원전은 국경을 초월하는 이슈가 돼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이 "건설중인 원전을 중단한다는 방침은 반갑다. 그러나 원자력 산업계의 반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김 후보는 "공권력을 뒀다 어디 쓰나"라며 "원전 마피아는 확실하게 (제압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40년 원전 제로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집권을 30년, 40년 해야 한다"고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16개 보 철거 문제는 독일의 유명 하천 학자가 제안한 것이고, 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주장한 것인데, 새정부가 들어서면 더 정확하게 진단해 (보 폭파 등 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경제민주화 달성의 선결 조건으로 "재벌 편을 드는 검찰을 개혁해야 하고 경제 관료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와 함께) 법원의 계열분리 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것, 순환출자 금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 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간다면 경영권 보장을 위한 포이즌필 도입 등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는 "경제 민주화, 복지 등을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 또 (헌법 119조를 포함해) 헌법 정신에 충실한 정부를 출범시키는 게 요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프레시안)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6월민주포럼, 내가꿈꾸는나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복지국가와민주주의를위한싱크탱크네트워크, 살림정치여성행동,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진보연대 (이상 가나다 순)이 공동주최했다.

 /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