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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0일자 기사 '김두관 모병제 선언, 왜 보도에선 홀대 받나'를 퍼왔습니다.
미리 예고되었던 정책…깊은 고민 안 느껴져

▲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 김두관이 19일 여의도 캠프에서 모병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가 19일인 일요일 자신의 공약으로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선거대책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선제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김두관은 모병제엔 4조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며 전체 군을 30만명으로 줄일 경우 35조원 정도의 GDP 상승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관의 노림수는 왜 조간을 장식하지 못했나 

▲ 오늘자 한겨레 6면

김두관의 대담한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한 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언은 월요일 아침 조간신문에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 6면 3단에만 (김두관 “모병제 도입해 군인 절반 감축”)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가 실렸을 뿐 다른 언론에선 별도의 기사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내용 보도가 된 것도 경향신문 6면과 한국일보 5면에 실린 야권 후보들 동정기사 정도였다. 공약발표 직후인 19일 오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곧바로 기사로 나온 상황과도 차이가 있었다. 
이는 김두관의 ‘모병제’ 공약 발표가 조회수는 모을 수 있다 여겨졌지만 기사 가치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단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모병제’ 공약 기사는 인터넷상에서 볼 때는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축에 속했는데, 그 관심이 월요일자엔 반영이 안 되었다. 특히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에 보도가 나오지 않은 정황은 흥미롭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의 입장에서 이런 공약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면 오늘 보도가 없었던 것이 이해가 되는 구석도 있다. 그의 공약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조선일보 8월 15일자 5면을 보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보도하며 ‘다급해진 김두관’이 신혼주택 100만 가구 무상융자 및 모병제 공약을 충격요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같은 날 동아일보 5면에선 아예 “대선주자 인터뷰”의 일환으로 김두관에게 한 면 전체를 할애하며 “집권 5년내 軍 30만명으로 감축…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를 제목으로 달았다. 즉 김두관의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8월 15일 즈음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미 한 번 보도를 한 보수언론의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가지고는 보도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지난 15일자 동아일보 5면

한 일간지 기자는 “대선후보 관련 기사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나누고, 그 안에서 또 후보별로 분배를 하기 때문에 김두관의 공약이 그렇게 크게 돌출되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정도의 관심이었단 설명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 공약이 인터넷상 관심과는 다르게 ‘통상’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기자는 “정책적으로 아주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허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모병제해서 감군하면 GDP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건 군대 안가는 청년들이 모두 중소기업에 취업할 경우에 성립하는 말이다. 기자들끼리도 ‘GDP가 아니라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겠는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경선이 시작되지 않은 지금은 아직 본격적인 정책 싸움이 시작되기 전이라 볼 수 있다.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 서로 치고 받으면서 정책에 대해 보도할 것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는 과연 평화․군축 정책인가  


그렇다면 과연 김두관이 내세운 모병제가 향후 정책검증 국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안일까. 모병제라는 정책 자체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유시민 후보도 꺼내들었던 것으로 낯선 것이 아니지만, 과연 이 정책이 평화․군축의 맥락으로 포섭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도 많다.


중부대 고은태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평화주의자의 시선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를 비교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평화주의자의 입장에선 모든 나라에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의 상황은 군대가 있긴 있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전제해야 한다”며 “그 가정 하에서 징병제와 모병제를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하려면 징병제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병제로 이행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러면 징병제가 실시되는 동안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고은태 교수는 “첫째로 개인의 자유․선택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폐해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이 있다. 또 다른 하나로는 징병제가 개개인들에게 주는 부담이 워낙 커서, 군필자들의 피해의식을 낳는 등의 폐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문제를 이렇게 정리할 경우 과연 징병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모병제인지가 의심이 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은태 교수는 “첫번째 문제는 대체복무제의 폭넓은 허용으로 해결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계획했던 정도면 상당부분 해결이 된다. 그리고 문제는 두 번째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사병의 생활여건의 개선을 위한 폭넓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중단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지금은 군인들이 ‘국민의 아들’로 여겨지는 지라 그들의 문제가 나라의 문제로 인식되지만,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아예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두관 후보의 기자회견장에서 몇 사람이 제기했던 ‘모병제 군대의 계층화 문제’와도 통한다. 모병제 군대가 될 경우 중간층 이하 자녀들만 군대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고은태 교수는 여기에다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덧붙인다. 그는 “모병제 군대는 ‘국민의 군대’의 위상을 벗어나 격리된 특수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가령 질 낮은 고기를 먹인다 해도 국민들이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군대의 인권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격리수용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경인일보 7월 14일자에 실린 군부대 불량급식 관련 기사. 모병제가 되면 최악의 경우 이런 기사를 읽고도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해외파병의 경우도 그렇다. 국군의 해외파병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반감이 징병제 때보다 줄어들 것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병된 군대가 해외에서 반인권적인 행동을 쉽게 하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군필자들의 정서는 지금보다 더 편협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지금 우리가 비판하는 용역과 같은 '기업 사병' 비슷한 위상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모병제를 지지할 수 있는 논거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거들은 평화나 군축에 관련된 것이라기 보단 군의 합리화 및 첨단화, 즉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모병제가 굳이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축’의 대안으로 제시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군이 모병제로 재조직되면서 전투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다면 북한 핵의 포기나 북한군 감축과 이 문제가 연동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병제 과정에서 군재편이나 무기구입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 이 정책을 ‘군축’으로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에서 모병제를 공격하는 부분이 대체로 여기에 있다. 북핵이 타결이 안 될 때에도 할 수 있냐고 묻거나, 북한이 군축을 안한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모병제 정책의 성격에 대한 김두관 캠프의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모병제는 어느 정도의 실현가능성이 있나
또 하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모병제의 실현가능성 문제다. 김두관 측은 모병제에 소모되는 예산으로 최고 4조원 정도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선 너무 적게 잡았다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김두관이 말한 월급 200만원의 병사를 30만 명 유지하려면 1년에 인건비로만 7조 2천억원이 들어간다.
물론 이 수치 역시 대한민국의 재정, 그리고 국방재정에서 결코 감당하지 못할 수치는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예산은 30조가 넘고,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로 내건 3+1 공약의 예상 재원 역시 16조 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무상급식 1조, 무상의료에 8조 1천억, 무상보육 4조 1천억, 반값등록금 3조 2천억). 현실과 비교해보나 다른 종류의 계획과 비교해보나 ‘지르지 못할’ 제안은 아니다.

▲ 지난 2010년 6월 1일자 매일경제에 소개된 사병월급 변동 그래프. 김두관은 월급 200만원짜리 직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병제가 하루 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정책 제안인지에 대해선 당연히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예비군제 및 현역편제 개편, 무기도입 계획의 변경, 막사 등 징병제 사병에 특화된 시설의 보수 및 전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부분은 군대라는 조직을 총체적인 측면에서 적어도 30만 명의 젊은이를 유인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여기에선 과연 모병제라는 대안이 어느 정도 시점에서부터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가령 징병제 사병의 경우 월급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정책기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30만명의 젊은이의 자발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예산을 한꺼번에 ‘짠’하고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병력 축소 및 임금인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모병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사병 월급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동결된 상황이다.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임종인의 사병월급 인상안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인 전 의원은 당시 독일 및 대만 등의 사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국의 징병제 사병들 역시 최저임금의 25%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진 못했지만 사병월급을 20만원까지 올리는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모병제로 이행하려면 최소한 이 계획이 더 가파른 상승폭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10%도 주지 못하던 군대가 갑자기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직장으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종인 전 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 당시 '병사인권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제안'으로 병사 월급 30만원으로 인상, 의무복무기간 18개월로 축소, 내부반의 침대형 교체, 미군의 75%(6,912원)까지 식대 증액, 휴대전화 및 인터넷 사용 확대. 병사 징계영창 폐지 등을 내걸었다. 이런 조치들 역시 병사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모병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군조직 내부에 필요한 변혁들이다. 모병제를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 이상의 개혁 프로세스를 어떤 기간 안에 수행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본지가 접촉해본 결과 임종인 전 의원은 현재 논의되는 모병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인 전 의원은 "모병제를 하면 중상류층은 군대를 안 갈 것이고, 그렇다고 이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식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사병의 인권 및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17대 국회 당시 의정활동을 하던 임종인 (전)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모병제라는 정책엔 모종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만약 한국 군대가 군대조직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지는 않는 수준에서 정책적으로 타당한 방법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려면,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개혁 조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조치들이 다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렇게 변한 징병제 체제는 차라리 모병제 체제보다도 장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김두관 후보 측의 정책이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이미 그가 큰 파문을 던진 만큼, 향후 정책검증 과정에서 좀 더 치열하고 세밀한 논의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MB 사과’를 전하는 조간들의 ‘온도차’


이글은 미디어ㅡ 2012-07-25일자 기사 '‘MB 사과’를 전하는 조간들의 ‘온도차’'를 퍼왔습니다.
[뉴스브리핑] MB ‘방어’에 나선 한국일보, MB 사과 비판하되 자기반성 없는 조중동

■ 경향신문, ‘근본적 자기성찰 없다’ 강하게 비판 
■ ‘MB사과’ 질타하고 나선 조선일보 … 하지만 조중동의 자기반성은 없다 
■ ‘MB 대국민사과’ 사설 게재하지 않은 유일한 신문은 한겨레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입니다. 길지 않은 사과문이라 전문을 인용할 수도 있지만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고 … 핵심만 몇 가지 추리면 이렇습니다.
“제 가까이에서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이제 와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
“제 자신이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개탄과 자책을 하고 있기엔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한국일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B의 사과문이지만 신문들이 전하는 온도차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근본적 자기성찰이 없다’며 강하게 질타하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국민이 듣고 싶어 하던 말은 거의 다했다’고 평가하는 신문이 있습니다.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뉴스브리핑은 그 ‘풍경’에 대한 기록입니다.


오늘 조간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신문은 한국일보입니다. 한국일보는 1면과 3면, 사설에서 MB사과를 다뤘는데 전반적인 기조는 ‘긍정 평가’입니다. MB의 대국민 사과를 ‘대선 공정관리 및 경제 챙기기 의지를 보인 것’(3면)으로 평가한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겪었을 고심에 비추어 대국민 사과와 국민의 기대 수준을 견줄 이유는 없을 듯하다. 길지 않은 사과였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이 듣고 싶어하던 말은 거의 다 했다”고 적극적으로 MB를 ‘방어’하고 나섭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일보의 기사와 논조가 예전과 달리 조금씩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오늘 한국일보가 전한 기사와 사설을 보면 단순한 ‘느낌’ 정도가 아니라 ‘한국일보의 완벽한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한국일보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2% 부족한 한겨레의 ‘MB사과’ 보도

한겨레의 ‘MB사과’ 보도 역시 충분치 않습니다. 적어도 오늘 신문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비판의 날이나 강도 면에서 조선일보보다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겨레는 1면 사진과 6면 관련기사에서 MB사과를 다뤘는데 ‘진정성이 없었다’며 비판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날선 비판’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한겨레 기사에서 비판적인 부분은 단 한 군데였는데 그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상득 전 의원 등 친인척·측근의 이름과 비리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2%’ 부족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안에서도 ‘다소 일방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연 MB사과가 ‘2%만 부족한’ 것이었을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경향신문이 오늘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자기성찰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고 “자신이야말로 현 사태를 초래한 몸통”임에도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는 점입니다.
말 나온 김에 경향신문 사설을 조금만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경향은 사설에서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온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하다”는 대목이 거슬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저 역시 이 지적에 전폭 공감합니다. 이 대통령의 이 말은 이제 사과했으니 그만 묻고 가자는 오만으로 읽힐 수 있는 데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대통령이 직접 할 소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겨레는 이런 MB사과가 2%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제가 보기엔 98%가 부족한데 한겨레는 저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거의 모든 신문들이 온도차는 있을망정 오늘 MB 대국민사과와 관련한 사설을 게재했는데 한겨레만 관련 사설이 없는 것도 조금 거슬립니다.

MB 대국민 사과 일제히 비판한 조중동 그런데 조중동의 자기반성은?

조중동의 MB 대국민 사과와 관련한 보도는 조금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일단 ‘MB사과’를 전하는 조중동의 공통점은 기사와 사설이 ‘엇박자’라는 점입니다. 기사에서는 최대한 MB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다가 사설에선 MB비판에 나섭니다. 물론 MB비판을 하더라도 온도차는 있습니다.
조중동 가운데 가장 날선 비판을 가한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8면에서 2단으로 ‘짧게’ MB의 대국민사과를 전했습니다. 축소보도하려는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어보면 축소하려는 의도보다는 ‘길게 보도할 필요가 없는’ 대국민 사과라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일부를 인용합니다.
“이 대통령 사과를 듣다 보면 이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들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들’을 요즘에야 알게 된 것처럼 느껴진다 … 5년 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돕겠다는 명목 아래 이 대통령의 수족(手足)에게 줄줄이 검은돈이 건네졌는데 이 대통령만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 이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의 자성(自省)이 없는 것이 아쉽다.”


동아일보는 1면과 4면, 사설에서 MB사과를 전했습니다. 기사를 짧게 보도한 조선일보와는 달리 동아는 4면에서 MB사과를 길게 보도했는데 전반적인 기조는 이명박 대통령의 심정을 설명해주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일부를 인용합니다.
“사과문이 나온 과정을 보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통보된 것은 이날 오후 1시 40분이었다. 이런 중요 사안이라면 며칠 전, 최소한 몇 시간 전에라도 예고하는 것이 상식이다 … 이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는 TV 화면에 자막으로 간단하게 처리됐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일각에서 기록용으로 남기거나 사과하는 모양새만 갖추려고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장 비중 있게 보도한 중앙일보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중앙일보는 오늘 조간들 가운데 관련 소식을 가장 크게 보도했지만 정작 내용은 ‘별 볼일’이 없습니다. 4단 크기의 1면 머리기사는 MB의 사과문을 단순 요약하는 정도였고, 사설에서도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판했지만 MB의 근본적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중앙은 사설에서 “대통령이 형님의 총선 출마를 막고, 측근들에게 엄한 비리 단속 경고를 내리고, 사정기관을 동원해 감시체제를 가동했다면 이런 사태의 상당 부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사실 이런 비판은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정권 초기 MB측근 비리가 터져 나올 때 조중동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기에 하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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