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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추락하는 <한국일보>, 수상한 패밀리

이글은 시사IN 2013-05-30일자 기사 '추락하는 (한국일보), 수상한 패밀리'를 퍼왔습니다.
회사 간부가 몰래 1면 기사를 바꿔치기한 사건을 계기로 사태가 다시 불붙고 있다. 장재구 회장에 대한 노조의 배임 고발로 촉발되었지만 문제의 뿌리는 장씨 일가의 족벌 경영이다.

5월15일자 (한국일보)에 사고가 났다. 2면과 18면에 ‘日 관광객 뚝…썰렁한 명동’이라는 똑같은 사진이 두 번 게재되었다. 1면 단독 기사 밀어내기가 빚은 사고였다. (한국일보)는 다른 일간지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다섯 번 정도 기사를 바꾸거나 보충하는 ‘판갈이’를 한다. 일찍 마감하는 초판과 지방판 1면 하단에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 조사 착수’라는 단독 기사가 실렸다. 공정위가 광고업계의 ‘갑’ 제일기획을 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밤 11시 수도권 지역에 배달되는 ‘수도권판’부터 이 기사가 1면에서 사라지고 경제면으로 이동했다. 그것도 편집국 외부에서 회사 쪽에 동조하는 간부급 기자가 주도해 판갈이를 한 것이다. 기자들에 따르면, 언론사 광고의 갑 노릇을 하는 제일기획의 눈치를 보고 회사 쪽이 알아서 밀어내기를 했다고 한다. 5월15일자 신문을 받아보고서야 기자들은 기사 밀어내기를 알았다. 이날 오후 2시 기자들은 비상총회를 열고 “신문의 얼굴인 1면이 무참히 짓밟혔다”라고 분노했다. 박진열 사장실 앞으로 몰려가 퇴진을 요구했다. 


ⓒ시사IN 조남진 5월8일 <한국일보> 노조가 장재구 회장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일보) 사태가 잠시 소강상태를 거쳐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4월29일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루 전인 4월28일 장 회장은 (한국일보) 매각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5월1일에는 비대위의 검찰 고발에 맞서 회사 측이 이영성 편집국장과 부장단을 경질했다. 기자들은 이 국장 재신임 투표를 통해 인사안을 거부했다. 회사가 후임 국장으로 임명한 하종오 편집국장에 대해서는 임명동의 투표를 거쳐 부결시켰다. 회사가 이 국장과 부장단의, 기사 전송 시스템인 ‘집배신’ 수정 권한을 박탈했지만, 다른 기자들 아이디를 빌려 지면을 제작해왔다. 

첨예하게 부딪친 노사는 5월9일부터 물밑 협상에 들어가 세 차례 만났다. 그런 협상 국면에서 5월14일 밤 기자들도 모르게 1면 단독 기사 밀어내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진주 (한국일보) 비대위 부위원장은 “협상 국면에서 다시 대치 국면으로 원위치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하면 지금도 경복궁 앞 중학동 사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 (한국일보)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신관 15층으로 옮겼다. 사장 등 임원실은 신관 9층, 노동조합 사무실은 본관 3층으로 흩어져 있다. 2007년 2월부터 시작된 셋방살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한국일보)는 2011년 경복궁 앞 중학동 14번지로 복귀해야 했다. 그해 1월1일자 1면에 ‘굿모닝 2011…한국일보가 새롭게 출발합니다’라며 한일건설이 옛터에 시공한 트윈트리타워 사진까지 게재했다. 신사옥 건물로 복귀할 것이라는 사진 설명도 달았다.


장기영 사주 일가. 뒷줄 왼쪽부터 4남 재국, 2남 재구, 장남 강재, 5남 재근씨

불발된 복귀는 불씨가 되었고, 2년 뒤 노조의 경영진 고발로 타올랐다. (한국일보)를 창간한 장기영씨의 차남 장재구 회장은 2002년 2월 회장에 취임했다. 그해 6월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채권단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이 되었다. 채권단이 3400억원에 이르는 한국일보사 부채 금리를 5~7%포인트 깎아주는 조건으로 장재구 회장은 사재로 500억원 증자를 약속했다. 그해 200억원을 냈고, 2006년까지 300억원을 나눠 냈다. 2006년 장 회장은 채권단에 200억원 추가 증자와 중학동 사옥 매각을 약속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장 회장은 200억원 추가 증자를 하고 한일건설에 옛터를 900억원대에 팔았다. 옛터를 팔면서 (한국일보)는 한일건설로부터 신축 건물의 2개 층에 대해 시가인 3.3㎡당 1700여만 원보다 훨씬 저렴한 3.3㎡당 700만원에 살 수 있는 ‘우선매수 청구권’을 확보했다. 그래서 2011년 1월1일자에 신사옥 복귀 사진을 1면에 게재한 것이다. 하지만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 기자는 “신문 1면에 떡하니 공고까지 냈는데 왜 못 들어가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노조가 파악해보니, 장 회장이 2006년 추가 증자한 200억원이 한일건설에서 빌린 돈이었고, 이를 우선매수 청구권으로 되갚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회사의 자산(우선매수 청구권)을 사주의 개인 증자 대금을 갚는 데 썼으니 배임에 해당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장 회장에 대한 배임 고발로 촉발되었지만 (한국일보) 사태는 뿌리가 깊다. 그 연원은 창간 사주인 장기영 일가와 맞닿아 있다. 1954년 6월9일 한국은행 부총재와 (조선일보) 사장을 지낸 장기영씨가 (태양신문)을 인수해 제호를(한국일보)로 바꾸고 ‘누구도 신문을 이용할 수 없다’라는 창간사를 실으며 1호를 내놓았다. 100가지 생각을 뜻하는 ‘백상’을 호로 쓴 장기영은 신문사에서 먹고 자며 100가지 아이디어를 신문에 녹였다. 언론사에 일반화된 견습기자 제도나 신문에 두세 가지 사설을 싣는 관행이 모두 장기영이 처음 시도한 아이디어였다. 그는 사장실에서 먹고 자고 쓰고 고치며 자칭 편집국장·주필·기자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들은 그를 ‘왕초’나 ‘장 기자’라 불렀다. 초기 사옥 계단에 ‘신문은 마감 시간이 없다. 순간순간이 마감 시간이다’ ‘승패는 일요일 아침에 있다. 일요일 새벽 3시 반에 특종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이 한국일보 정신이다’라고 직접 써 붙인 글귀만 보아도 장기영은 뼛속까지 신문쟁이였다. 



다른 언론사 사주와 달리 강한 카리스마로 신문사를 키운 장기영은 공화당 국회의원(1973~1977년)을 지내던 1977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장남 장강재는 월요판 발행(1989년 7월), 조·석간 동시 발행(1990년 말) 등 공격 경영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우면서 (한국일보)를 4대 일간지로 자리매김시켰다. 지금이야 ‘조·중·동’이라는 말이 거대 신문사의 약칭이지만, 이전만 해도 이른 바 ‘4대지(조선·중앙·동아·한국)’라는 말이 거대 신문의 별칭으로 통했다. 장강재도 48세이던 1993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뒤 장강재의 형제인 재구·재민·재국·재근이 경영권을 나눠가지면서 (한국일보)는 ‘패밀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신문사’로 전락했다. (한국일보) 출신 한 언론계 인사는 “무능력한 사주 일가가 어떻게 언론사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푼돈부터 목돈까지 사주 일가는 (한국일보)를 마치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라고 말했다.  

장강재 사후 당시 최대 지분을 가진 장강재의 장남 장중호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한국일보) 경영권이 결정 났다. 장중호는 장재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다 1998년 1차 장중호-장재구 연합전선이 이뤄져 장재국 회장을 퇴진시켰다. 장재국은 집안 중재로 9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부실 경영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도박 혐의가 불거지면서 결국 탄핵당했다. 2002년 2월 장중호-장재구 2차 연합이 이뤄져 장재구 회장에게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대신 장중호는 (일간스포츠) 지분을 보장받고 계열 분리했다. (일간스포츠)는 현재 (중앙일보)로 넘어갔고 장중호는 사장만 맡고 있다. 이후 장재국·장재근 등은 세금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사법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비대위, 파업은 최후 카드로 보류

2011년 신사옥 복귀 불발 뒤 기자들은 배임액에 해당하는 200억원 복원을 장재구 회장에게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때마다 장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미주 한국일보) 지분이나 (서울경제신문)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결국 (한국일보) 매각 카드까지 꺼냈다. 장 회장이 매각 의사를 밝히자, 기자들이 인수 대상자를 알아보기도 했다. 


ⓒ시사IN 이명익 경복궁 앞에 있던 옛 한국일보사 사옥(왼쪽)과 복귀가 불발된 트윈트리타워.

최근 (한국일보) 매각 협상은 ㅅ사, ㅌ사, ㅆ사와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ㅆ사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조기 탈락했다. ㅌ사와 ㅅ사가 경합을 벌이다가 ㅅ사와 최종 매각 협상을 했다. 양쪽은 매각 자금액에도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은 ㅅ사 회장과 장재구 회장 단독 만남 뒤 어그러졌다. 협상 결렬을 보는 노사의 시각차가 크다. 비대위는 결렬 원인을 장 회장의 ‘플러스알파’ 요구로 본다. 한 기자는 “인수자금 문제가 아니라, 인수 뒤 각종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 일절 문제 삼지 않는다는 일괄 사면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인수 희망자가 장 회장을 만나고 나면 말을 바꾸었다. 회장을 불신하는 노조는 이런 얘기를 신뢰하지 않고, 장 회장이 무리한 요구를 거듭했기 때문에 성사가 안 되었다고 비난한다”라고 주장했다. 장 회장도 (한국일보) 노조가 회사 측도 아닌, ㅅ사를 일방적으로 두둔해 협상을 방해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장 회장에게 더 이상 자구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한국일보)가 여기까지 오게 한 장본인이 장재구 회장이지만, 이 열쇠를 풀 수 있는 당사자 또한 장 회장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일보) 지분은 장재구 회장 40.1%, (서울경제신문) 29.99%,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 30%로 되어 있다. 사실상 장재구 회장이 지분 70%를 가진 셈이다.  

10년차 이상인 한 기자는 “노조가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다. 횡령 혐의 등 장 회장에 대한 자료가 많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기자는 “이번에는 기자들이 제대로 뭉쳤다. 일선 시니어 기자들은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하고 (한국일보)에 남은 충성도 높은 사람들이고 주니어 기자들 역시 이제는 바꿔보자는 의지가 강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대위는 파업은 최후 카드로 보류하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마지막 자존심이 바로 ‘누구도 이용할 수 없는’ 신문 지면이기 때문이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2013년 5월 27일 월요일

"200억 배임 사주, 왜곡된 지면…견딜 수 없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6일자 기사 '"200억 배임 사주, 왜곡된 지면…견딜 수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국일보) 노동조합 정상원 비상대책위원장

"배임 횡령 장재구, 종신 콩밥 각오하라."

23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한국일보) 비대위 특보'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피케팅도 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사무실. 수박이 놓여 있었다. "사진부가 보내왔다"며 몇 조각을 권했다. 무더위가 슬슬 시작되고 있는 참이다. 좁은 사무실에는 신문과 비대위 특보, 성명서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장재구 체제 10여 년, (한국일보)는 피멍이 들었다. 설립자 장기영 전 회장의 차남인 장재구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한국일보) 회장에 오른 것이 지난 2002년이다. 이후 (한국일보)는 연속되는 악재에 시달렸다. 먼저 장 회장은 (한국일보) 경영권을 확보한 후 700억 원 증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06년에는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넘기면서, 건물이 완공된 후 싼값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으나, 이를 팔아 200억 원 상당의 개인 빚을 갚았다.

지난 2011년, 이 같은 사실은 "왜 중학동 한일빌딩으로 입주하지 않고 있을까" 의아해하던 기자들에게 들통이 났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장 회장은 개인 자산을 팔아 200억 원을 (한국일보)에 돌려놓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조치도 없다.

회사만 어려워진 것이 아니었다. 그사이 "(한국일보) 지면 제작의 왜곡"이 나타났다는 게 정상원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원장의 지적이다. 필자들에게 원고료도 지급하지 못해 좋은 글을 소개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자들의 열악한 급여 수준도 개선되지 못했다.

(한국일보) 출신 한 언론계 인사는 "1993년 이후 (한국일보) 사주 일가들은 기자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다. 장기영 회장의 장남 장강재 사장이 세상을 떠난 후 동생들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기자들까지 라인을 만들고 편집국을 왜곡시켜 왔다. 그런 기형적인 사내 분위기가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결국 족벌 사주들에 맞선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결단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장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자초했다. 회사 사주를 고발한 기자들의 뼈아픈 심경은 어떨까. 그런데 장 회장은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고 창간60주년기획단장으로 발령 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불이 붙었다. 기자들은 총회를 열고 99%에 가까운 의견으로 '이영성 편집국장 해임 반대' 의사를 확인했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기자들은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한국일보) 2일 자 1면에 실었다. 여기에 대해 사측은 '1면 바꿔치기'로 응수했다. 15일 자 지면 제작이 완료돼 멀쩡히인쇄돼 나갔던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조사 착수'라는 단독 기사가 41판에서 갑자기 빠진 것이다. 사측은 기세를 몰아 2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영성 편집국장 해고 통보 결정을 내렸다. 70여 명의 기자들이 사장실로 몰려가 항의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영성 편집국장 해고 통보를 사측이 슬그머니 취소한 것이다. 절차상 실수였다. 사측 역시 당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일보) 사측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정상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000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국제부, 사회부 등을 거친 중견 기자다. 그는 펜대를 놓고 지난 8일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그가 말하는 '(한국일보)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편집자)


▲ 정상원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힘들지만 동력은 떨어지지 않는다…투쟁 와중에 특종도"

프레시안 : 21일 이영성 편집국장이 해고당한 것으로 안다.

정상원 : 어제(22일) 회사 쪽에서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는 취소한 상태다. 인사위를 열어 해고 통보를 했는데, 알고 보니 (해고는) 이사회를 거치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인사위 결정 자체는 유효한 것인가?

정상원 : 그런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이영성 편집국장은 출근을 계속하지만 지면 제작에서는 빠져 있다. 지면 제작 시스템은 현재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하종오 국장 체제는 아니다.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사측이 편집국장 발령을 일방적으로 냈던 5월 1일 이전 체제로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다.

프레시안 : 신문 제작과 싸움을 병행하고 있는데 힘들 것 같다.

정상원 : 신문을 제작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그리고 일과 시간 틈틈이 집회하고, 사장실 앞에서 항의 선전전을 한다. 오늘(23일) 아침에도 집회를 한 후 시민들에게 비대위 특보를 배포했다. 본연의 업무와 장재구 회장 퇴진 투쟁을 병행한다.

프레시안 : 여론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것 같은데?

정상원 : MBC나 YTN 사태 때보다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게, 앞서 언급한 경우는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이었다. 일정 부분 관영 언론의 성격을 갖고 투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저희는 민영 언론이다. 쉽게 보면 회사 내부 노사 갈등 프레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면의 편집권 관련 싸움이 걸려 있다. 그동안 (한국일보) 지면은 장재구 회장 체제에서 왜곡돼 왔다. 더 이상 저희가 견딜 수 없어서 고발을 한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회사가 보복성 조치를 취해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신문업계에서 보자면 MBC나 YTN 못지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정상원 : 내부 동력은 수치로 드러난다. 두 차례 투표가 있었다. 5월 1일 편집국장 해임 인사에 동의하는 4~5명, 그리고 현재 해외 출장자를 제외하면 기자 대부분이 투표에 참여했고, 99%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회장의 인사안에 반대했다. 신문 제작이나 취재를 하고 있는 중간 중간,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회사에 열성으로 들어와서 총회에 참석하고, 선전전과 항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1일, 인사위 저지 투쟁을 할 때도 7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왔다. 170명 정도의 기자 중 그 정도 인원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라. 신문 제작의 퀄리티(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투쟁하는 와중에도 특종을 내고 있다.

프레시안 : 힘들지 않나?

정상원 : 일도 빠지지 않고 투쟁에도 열심이다. 모두 힘들다.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일보)에 있었던 적폐를 씻어내고 역사적·사회적 책무를 다 하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강하다. 그런 부분에 모두 동의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동력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싸움을 이끌고 있다.

"장재구, 200억 돌려놓고 물러나면 된다"


▲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을 돌려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사측과 대화 채널은 있나?

정상원 : 해결을 하기 위한 것(대화 제의 등)들은 우리 쪽에서가 아니라 회사 쪽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요구 사항은 뭔가?

정상원 :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을 돌려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된다. 편집국장 해임 사태도 우리(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온 것이다. 장 회장이 물러나면 인사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회사 측에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아야 하고, 그러면 또 얘기를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장 회장이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

정상원 : 장 회장은 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200억 원은 어찌됐든 돌려놓아야 한다. 개인 자산이 없다면 (한국일보)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 그 지분은 회사 사원들이나 회사 대표, 아니면 장재구 회장을 제외한 제3의 투자자 등 (한국일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야 한다. 우리사주조합도 좋다. 방식은 (사측이) 제안을 해야 한다. 장 회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일보)에서 물러나야 한다.

프레시안 : 이른바 '1면 바꿔치기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 광고 회사인제일기획이 관련돼 있어 사측이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원 : 회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부분과 관련해 설명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설명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삼성 기사든, 현대 기사든, 청와대 기사든 상관없다. 회사 밖에 편집국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바꿔치기를 한 것 자체가 문제다. 그게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편집권 침해 문제다. 회사에서는 자기들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지만, 광고주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게 된 참사라로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프레시안 : 보통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가?

정상원 : (한국일보) 문제를 국회 문방위에서 다루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국회 법사위에서 다루겠다는 사람도 없었던 게 아니다. 우리는 (한국일보)라는 기업 내부의 편집권 독립 싸움을 하고 있다. 정권과 싸우는 것은 아니다. 굳이 그쪽(정치권) 힘을 빌려서 한다고 해서 (싸움이) 더 잘될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길을 찾아서 간다. 그리고 정치권과 함께할 만한 부분도 없다. 이를테면 법사위에서 누군가 검찰에 '빨리 수사하라'고 해서 검찰이 더 빨리 수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검찰은 비리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를 하면 된다. 현재 장재구 회장 배임 의혹 사건은경제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 5부에 배당돼 있다. 최근 대기업의 행태와 관련해 경제 민주화가 많이 회자되는데, 언론사 사주라도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 고발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에서도) 언론 등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고 있더라. 고발인 조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수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일보)를 바로 세우는 싸움이다"

프레시안 : 이번 투쟁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정상원 : 지난달 29일(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시점) 이후 계속 총회를 하면서 얘기하고 있는 게 있다. (한국일보)가 바로 설 수 있는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 이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고발을 하게 된 계기 역시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돈은 가져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 (한국일보) 지면 제작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일보)가 한국 사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종의 반성이 있었다. (한국일보)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쳐왔지만, 회사 내부 문제에 있어서는 파헤치기보다 어떻게든 타협을 해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이 싸움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지난 2년간 눈을 감아왔던 것 아니냐' 하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프레시안 : 족벌 언론에 맞선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상원 : (한국일보)는 비판적 중도를 추구해왔다. 우리는 그동안 자유롭고 공정하고 비판적인 지면을 제작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번 싸움을 한국 사회에서 (한국일보)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족벌 언론 사주에 맞선 싸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하던데, 그것은 우리가 내세운 목표라기보다 사람들의 해석에 가까운 부분이다.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싸움이 끝났을 때 '족벌 언론 사주에 맞선 싸움'이라는 평가가 붙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목표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것, 그 부분이다.


/박세열 기자,최형락 기자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한국일보 역사상 첫 '해고 편집국장' "영광스럽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2일자 기사 '한국일보 역사상 첫 '해고 편집국장' "영광스럽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영성 편집국장 "장재구 회장, 자충수 뒀다"

21일, 이영성 한국일보 편집국장이 해고됐다. 편집국장이 해고된 것은 59년 한국일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편집국장 경질, 형사고발, 대기발령에 이어 결국 해고까지…. 모두,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가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제공)

이영성 편집국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부도덕한 회장에게 해고됐다는 것은, (거꾸로) 제가 정직하고 올바르게 행동했다는 얘기"라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재구 회장이 (나를) 해고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설마, 저 사람도 언론인인데?'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기어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서 마지막으로 가졌던 일말의 기대도 접게 됐다. 장재구 회장이 마지막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 아니겠는가."
이영성 국장이 해고되던 21일 오후, 한국일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장재구 회장은 인사위 개최를 막는 기자들에게 "좀 정상적으로 하자. 계속해서 이러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인사위를 강행하려 했으나, 편집국 기자 60여명은 "장재구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진열 사장은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좀 더 냉정하게 방법을 찾아보자"며 회장과의 중재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기습적으로 인사위가 열려 해고가 확정됐다. 인사위 예정 장소였던 9층 회의실이 아닌 옆방(상무실)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여기서 (인사위를) 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렇게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던 박진열 사장을 놓고, "정말 비열한 사람"이라는 기자들의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 한국일보 기자들이 21일 오후 인사위를 마치고 나온 장재구 회장(사진 가운데)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영성 국장 역시 "기자 선배인 박진열 사장이 (회장의) 주구 노릇을 하는 걸 보면서 더더욱 분노스러웠고 슬펐다"고 전했다. 박진열 사장은 1978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대의를 잃는 순간, 언론인/언론사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돈이 아닌 가치와 명분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사 사주와 사장이 이런 행태를 보이다니 참혹하기 그지없다. 박진열 사장은 본인이 기자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사장의 이번 행위는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해고소식이 알려진 이후) 사회 각계 인사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회사를 망친 사주가, 회사를 살려보고자 충언을 한 편집국장을 해고했기 때문에 사회적인 공분이 있는 것 같다. (해고는) 오히려, 한국일보 사태가 좀 더 명확하게 풀릴 수 있도록 도와준 회장의 '자충수'라고 본다."
그리고, 이영성 국장은 "나에 대한 해고는 한국일보 사태에서 매우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사태의 본질인 '장재구 회장의 비리'에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4월 29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한국일보 사옥 매각 과정에서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장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추가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명백한 비리사건이기 때문에,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리라 본다. 장재구 회장 스스로도 인정했던 사안인데, 검찰이 이 정도의 수사도 못하면 안되지 않겠나. 법대로 하면 된다."
이영성 국장은 "기자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언론사 사주에게 이렇게까지 대항하는 것은, 회장이 명분과 실리 등 모든 걸 잃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일보 기자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 돈을 빼가지 않는 새로운 사주를 통해 한국일보가 비판적 중도지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목표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21일 해고가 통보됐으나, 이영성 국장은 오늘(22일)도 한국일보사로 출근했다.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기 때문에 끝까지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훌훌 털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이번 싸움은 제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 한국일보의 가치, 생존에 대한 문제이고 더 나아가 한국언론에 대한 문제다. (회사측이) 법적으로 나를 압박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한국일보, 아수라장 속에서 '편집국장 날치기 해고'


이글은 미디어스 2913-05-21일자 기사 '한국일보, 아수라장 속에서 '편집국장 날치기 해고''를 퍼왔습니다.
기자들, 인사위 저지에 '날치기 해고'…비대위 "무효"

결국, 한국일보가 이영성 편집국장을 해고했다. 이영성 국장이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고 노조 성명서를 신문 1면에 게재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달 29일 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지 이틀 후인 1일 편집국장 경질을 골자로 하는 간부급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은 '장재구 회장 수사를 막기 위한 바람막이 인사'로 규정, 2일 인사거부를 결의했으며 인사 이전 체제대로 지면을 제작해 오고 있다. 이영성 국장 역시 편집국장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면 제작은 부국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 21일 오후 인사위 개최 직후,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사진 가운데)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언론노조)

한국일보 사측은 21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성 국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다. △인사 불응 △노조 성명서 게재 △업무방해 △사내질서 문란 △편집국장실 무단 점거 등이 해고의 이유다. 한국일보 인사규정에 따르면,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에 대한 징계는 인사위 후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 확정되지만 회사측은 의결 절차를 빠뜨린 채 곧바로 이영성 국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징계위원장)은 인사위 저지에 나선 한국일보 기자 60여명 앞에서 "나도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 된다. 좀더 냉정하게 방법을 찾아보자"며 중재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기습적으로 인사위를 열어 '날치기 해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인사위는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 9층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자들의 저지로 회의실 진입을 하지 못하자 바로 옆방인 상무실에서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박진열 사장은 상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여기서 (인사원회를) 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렇게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곧바로 인사위가 열려 해고가 결정된 것이다. 이날 인사위원회는 인사위원 전원이 아닌 장재구 회장-박진열 사장-장철환 경영기획실장 3명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한국일보가 이영성 편집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이어, 아예 해고까지 하면서 한국일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전망이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21일 저녁 즉각 성명을 내어 "박진열 사장은 본인이 직접 말한 '비열한 행위'를 스스로 저지른 셈"이라며 "애초 인사위를 개최하게 된 근본적인 사유가 사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있으므로 원인 무효인 데다, 인사위 자체도 절차적 하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부당인사철회와 장재구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옥외집회를 개최하고, 31일 첫 심리가 예정된 이영성 국장에 대한 인사조치 무효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투쟁도 동시에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족벌언론의 폐해, 현장 기자에게 돌아왔다


이글은 PD저널 2013-05-14일자 기사 '족벌언론의 폐해, 현장 기자에게 돌아왔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부위원장

“(한국일보) 비대위의 싸움은 장재구 회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다. 장 회장은 업무배임 혐의가 짙은 만큼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내부 구성원의 뜻에 따라 (한국일보)는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가 지난 59년 동안 (한국일보)를 지배한 장 씨 일가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이 도화선이 됐지만 (한국일보)는 장 씨 일가의 계속된 전횡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았다.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 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노조는 지난 2일 (한국일보) 1면에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게재하고 (한국일보) 상황을 알렸다. 사측은 부랴부랴 ‘성명서’가 실린 신문을 회수 조치했지만 (한국일보) 사태를 감출 순 없었다. (PD저널)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내 (한국일보)지부 사무실에서 최진주 부위원장을 만나 진행 상황을 들어봤다.

▲ 최진주 <한국일보> 지부 부위원장. ⓒPD저널

최진주 부위원장은 2002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현재 산업부 소속이다. 작년부터는 비대위 부위원장으로서 대외협력 분야를 맡고 있다. 입사 당시 회사가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희망을 품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더구나 중학동 사옥 매각 과정을 보면 장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비대위는 지난달 29일 (한국일보) 대주주인 장재구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1년 장재구 회장이 중학동 사옥 매각 과정에서 수백억 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 때문이다.
2006년 워크아웃 졸업 당시 채권단은 사옥 매각과 장 회장의 추가 증자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한국일보)는 당시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팔았고, 그 땅에 지어질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대위는 보고 있다. 장 회장이 200억원의 증자를 위해 한일건설 쪽에 돈을 빌리면서 우선매수청구권마저 넘겼다는 것. 결국 중학동 사옥 복귀는 물거품이 됐고,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회사에 입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구성원들은 완공된 사옥 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1년 신문 1면에 중학동 사옥 복귀를 알리는 사고(社告)를 내기도 했다”며 “사옥 복귀가 무산될 당시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간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이런 일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의 사옥 매각이 발단이 됐지만, 실제 (한국일보)의 만성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54년 창간된 (한국일보)는 창업주 장기영 전 회장 이후로 아들들이 번갈아 회사경영을 맡아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경영 악화 일로를 걷자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장재국 전 회장(4남) 때에는 부채가 5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장재구 현 회장(2남)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휩싸이는 등 바람 잘난 없는 ‘족벌체제’인 셈이다.
언론사의 족벌 체제에서 비롯된 폐해는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최 부위원장은 “실제 월급 말고는 제대로 나오는 게 없었다. 작년 대선 당시 이른바 ‘민심 취재’를 다닐 때도 출장비를 올려도 나오질 않으니 자비 출장을 다녔고, 외부 원고료도 1년 넘게 지급하지 못해 필자들에게도 민망할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지난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언론노조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비대위의 검찰 고발에 사측은 강경하게 맞섰다. 사측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자 지난 1일 장 회장에게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한 편집국 간부를 교체했다. 이영성 편집국장을 창간60주년기획단장, 고재학 경제부장을 부산취재본부부국장 대우로 발령했다. 지난해 노사가 마련한 편집강령규정 내 ‘편집국장 임명 5일 전 내정자를 조합과 평의회에 통보한다’는 규정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어겼다. 결국 ‘기름에 물을 부은 격’이 됐다.
비대위는 이번 인사를 보복 인사로 규정하고 지난 2일자 신문 1면에 성명을 게재했다. 뒤이어 진행된 이영성 편집국장 보직해임 거부 투표에서는 98.8%(투표율 86.5%)가 해임을 반대했다. 또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도 부결시켜 사측에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최 부위원장은 “취임 1년이 안 된 편집국장에 대한 해임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며 “노조가 인사권을 쥔 사측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 장 회장은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울 뿐 물러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대위는 싸움이 길어질지라도 법정 다툼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장재구 회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의심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고발에 나설 계획이다.
비대위는 또 (한국일보)의 대주주와의 전면전이 실상 언론계에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위원장은 “(한국일보)의 경우 창업자의 자식들이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면서 족벌체제가 됐다”며 “지금까지 족벌체제 신문에서 사주 일가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재구 회장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장 회장은 대주주 자격이 없어요. 200억원을 되돌려놓고 물러나든지,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이를 제3자 매각하든, 조합의 형태로 가든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수용한 뒤 그 뜻에 따라야겠죠. 그리고 회사를 농단하지 않고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는 사람이 (한국일보)를 끌어가야 합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한국일보 ‘1면 바꿔치기’… 노조, 사장 사퇴 요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6일자 기사 '한국일보 ‘1면 바꿔치기’… 노조, 사장 사퇴 요구'를 퍼왔습니다.
“초법적 행태” vs “노조가 불법”… 노사 정면충돌

한국일보 노사가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노조는 사장 퇴진을 요구했고, 사측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다가 보류됐던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22일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15일 발행된 신문의 1면이 ‘바꿔치기’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16일 보도자료를 내 “5월15일자 한국일보 1면이 비정상적인 제작 과정을 통해 다른 판으로 바뀌게 된 초유의 사건과 관련, 회사 측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5월15일자 한국일보 1면에는 애초 라는 기사가 배치됐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위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배달된 41판 신문에서는 이 기사가 16면(경제면)으로 밀려났다. 대신 2면에 있던 기사가 1면으로 옮겨졌고, 2면의 빈자리는 사진 기사 등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똑같은 사진이 2면과 14면에 중복 게재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일보는 16일자 2면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는 사고(社告)를 냈다.


▲ 편집국 기자들이 제작한 한국일보 5월15일자 1면. 사측은 빨간 선에 있는 기사를 경제면으로 옮긴 판을 수도권 지역에 배포했다.

비대위는 “노조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사후 확인 작업 결과, 5월15일자 1면은 취재기자-담당 데스크-편집국장-편집자에 이르는 정상적 신문 제작과정에서 벗어난 경로를 통해 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또 “41판(수도권판) 이후 편집국이 정상적으로 진행한 시내판용 판갈이 작업까지 지면에 반영되지 않아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기각’,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 등의 비중 있는 기사들이 실제 신문에 전혀 게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최근 부당인사 사태 이후 사측에 동조해왔던 모 부장이 5월14일 밤 11시 편집국 밖 모처에서 정체불명의 편집자(또는 오퍼레이터)를 대동하고 해당 지면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비대위 최진주 부위원장은 16일 통화에서 “모 부장이 경제부장이나 산업부장을 했던 분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지면을 바꿔) 인쇄까지 시키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며 “사측의 지시를 받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편집국 기자들은 비상총회를 갖고 사측의 ‘1면 바꿔치기’에 대해 성토했다”며 “기자들은 ‘신문의 얼굴인 1면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분노했고, 3시께 사장실 앞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며 책임자 처벌과 박진열 사장 사퇴를 외쳤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신문 제작 절차 과정을 무시한 초법적인 행태이며 편집국 독립을 규정한 한국일보 편집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한국일보의 공정한 보도를 믿고 구독하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


▲ 수도권에 배포된 41판 5월15일자 1면. 2면에 있던 <육-공군 '방공 무기' 알력>가 1면에 배치돼 있다. ⓒ허완 기자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한국일보 제작과정은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은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5월15일자 1면기사 교체는 이런 상황에서 신문 발행인이 비정상적인 신문제작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사측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현재의 신문 지면은 권한이 없는 이영성 국장이 임의로 만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는 (5월1일 발령 난) 하종오 편집국장이 맞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압도적 찬성으로 하 국장을 ‘불신임’한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편집강령에 보면 부결이 되고 10일 안에 선임하게 되어 있다”며 “그 때까지는 (하종오)국장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행인이자 사장의 지시를 받아서 편집국장이 (1면 기사를) 바꿨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며 “절차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영성 편집국장을 비롯한 부장들과 기자들이 회사의 정당한 인사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지면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다가 보류됐던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오는 22일 개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영성 국장에게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노조가 지난 1일 단행된 인사를 ‘불법·부당 인사’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사측은 지난 5월1일자 인사에서 부산취재본부 부국장 대우로 이동시켜 ‘보복인사’ 혐의가 제기됐던 고재학 경제부장을 16일 논설위원실로 다시 발령 냈다. 그러나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인사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회사도 물러날 길이 없다”며 “그건 (인사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은 최근 몇 차례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교섭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국일보 사태’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사측이 편집국장 및 부당단을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하면서 편집국에는 초유의 인사 불복종 사태가 이어져왔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한국일보, '인사불응' 이영성 편집국장 형사고발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6일자 기사 '한국일보, '인사불응' 이영성 편집국장 형사고발'을 퍼왔습니다.
업무방해 혐의…노사 갈등 수위 더 높아질듯

한국일보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장직을 맡아 지면을 제작하고 있으며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했다는 이유에서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제공)

16일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국장이) 편집국장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 하고 있어서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에 형사고발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은 회사측이 단행한 1일 간부급 인사에 대해 '장재구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를 막기 위한 바람막이 인사'라며 2일 인사거부를 결의했으며, 16일까지 15일째 인사 이전 체제대로 지면을 제작해 오고 있다. 이영성 국장 역시 편집국 총의에 따라 기존대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최근 한국일보 노사가 인사사태를 두고 교섭을 벌이고 14일로 예정됐던 이영성 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도 연기되면서 사태해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으나, 15일 곧바로 회사측이 이영성 국장을 대기발령시키고 22일 인사위를 예정대로 열겠다고 통보하면서 교섭도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 사측이 이영성 국장을 형사고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사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 관계자는 16일 "원래 14일 오후에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는데, 오전에 (이영성 국장이) 회장-부회장-사장 앞에서 사과하면서 이제 노조일에 참여안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징계위를 연기했었는데 계속 편집국장실을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저희는 고발을 취하할 의사도 있었는데 계속 무단점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성 편집국장은 회사측이 '마타도어'를 퍼뜨리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이영성 국장은 1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측이 인사위원회를 유보하겠다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만난 것일 뿐이다. 경과를 설명하고, 만약 회사가 노조와 타협을 한다면 그날로 바로 휴가를 가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회사가) 그런식으로 이야기했다면 협상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형사고발 건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회사가 이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겉으로는 교섭을 진행하면서) 뒤로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명분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노조나 비대위에서 결정한 바를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부위원장 역시 형사고발 조치에 대해 "회사 측의 겉과 속이 달랐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옥외집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이 임명한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이 편집국 기자들이 만든 15일자 1면 단독 기사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조사 착수)를 인쇄전에 경제면으로 빼고, 대신 (육-공군 방송무기 알력) 기사를 배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면으로 빠진 단독기사가 삼성계열사인 제일기획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측이 삼성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기획 측에서 기사를 내려달라는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라, 회사 측에서 먼저 삼성 눈치를 보고 '알아서' 1면에서 제외시켰다는 얘기다.
노조 측은 16일 "최근 부당인사 사태 이후 사측에 동조해 왔던 모 부장(하종오 편집국장)이 5월 14일 밤 11시 편집국 밖 모처에서 정체불명의 편집자(또는 오퍼레이터)를 대동하고 해당 지면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상적인 신문제작 절차 과정을 무시한 초법적인 행태이며, 편집권 독립을 규정한 한국일보 편집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자, 한국일보의 공정한 보도를 믿고 구독하는 독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장재구 회장 고발과 이어진 사측의 불법, 부당 인사에 대한 거부 등 현재 한국일보 기자들이 벌이고 있는 투쟁의 연속선상에 있다. 사측의 5월 15일자 지면 농단은 한국일보 노조와 기자들의 이번 싸움이 만약 패배로 끝난다면 한국일보 지면이 어떻게 망가질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 문책과 함께 최종 책임자인 박진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16일 "현재 편집국장은 하종오 국장이다. 당연히 편집국장이 1면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측은 따로 입장을 내어 "현재 한국일보 제작과정은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은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 같은 인사명령거부와 비정상적인 신문제작과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5일자 1면기사 교체는 이런 상황에서 신문 발행인이 비정상적인 신문제작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3년 5월 9일 목요일

한국일보, 이영성 편집국장 인사위 개최한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09일자 '한국일보, 이영성 편집국장 인사위 개최한다'를 퍼왔습니다.
성명서 1면 게재, 인사불응 등 이유로 14일 개최키로
한국일보가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14일 개최한다.
편집국장 경질을 뼈대로 한 1일 인사에 불응하고, 이번 인사를 '장 회장에게 책임있는 처신을 요구한 편집국 간부들에 대한 보복'이자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간계'로 규정한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성명서를 2일자 한국일보 1면에 게재했다는 게 핵심적인 이유다. 만약 회사가 이영성 국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경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사의 갈등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이영성 편집국장이 6일 오후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제공)


한국일보 사측은 이영성 국장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14일 열겠다고, 8일 통보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2일 오전 비상총회를 열고 인사거부를 결의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인사 이전 체제의 지시대로 지면을 제작하고 있다.

창간60주년기획단장으로 발령받은 이영성 국장 역시 편집국장 업무를 계속 보고 있으며, 2일자 1면에 '회장의 불법인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 성명서를 게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회사측이 성명서가 실린 신문을 회수하고 발송을 중지시켰으나, 5~6만부가 서울 일부지역에 그대로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이영성 국장은 "1일자 인사는 원천적으로 무효인 인사였다. 그에 근거한 인사위원회는 코미디 같은 것"이라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원회 차원에서 인사위 출석여부,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8일 저녁까지 진행된 하종오 편집국장 임명신임안 투표에는 재적 인원 186명 가운데 155명(투표율 83.8%)이 참여했으며 압도적인 표차로 신임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하종오 신임 편집국장은 "지금은 평상시와 달리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투표결과가 나올 수 없으리라고 본다"면서 회사 측의 임명대로 편집국장직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허정헌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민실위원은 "관례상 편집국장 임명신임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찬반투표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거의 100%에 가깝게 임명신임안이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편집국원 거의 전체가 이번 인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이번 인사가 절차를 위반한 것일 뿐더러, 편집국원의 의사에도 반하는 인사였음을 보여준다. 외형적으로는 '인사'의 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장재구 회장이 자신을 고발한 것에 대해 가림막을 치기 위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초부터 예상됐던 결과"라고 말했다. 

최진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부위원장은 "우리는 투표를 통해 이영성 국장에 대한 해임을 거부하고, 하종오 신임국장 임명도 거부했기 때문에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사를 표시했다고 본다. 하종오 국장은 더 이상 편집국장 내정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인사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은 모두 진행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한국일보 독자회생 절차를 빨리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3년 5월 8일 수요일

‘장씨 일가’가 주무른 한국일보 ‘수난’의 역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8일자 기사 '‘장씨 일가’가 주무른 한국일보 ‘수난’의 역사'를 퍼왔습니다.
‘잃어버린 20년’, 증발한 200억…비대위 “추가 고발 검토”, 사측 “검찰조사 지켜보자”

1954년 창간된 한국일보는 80년대 초반 매출액·발행부수 1위를 기록하던 대표 일간지였다. 그러나 창업주인 고 장기영 전 경제부총리가 1977년 사망한 이후, 아들들이 번갈아 가며 회사 경영을 맡아오면서 사세(社勢)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장남 장강재 전 회장이 사망한 1993년 이후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사주일가’의 방만한 경영과 전횡이 매각협상과 사주고발이라는 상황까지 한국일보사를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분쟁·경영난…‘잃어버린 20년’

1993년 8월 장남인 장강재 전 회장이 사망한 후, 한국일보는 4남 장재국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차남 장재구, 3남 장재민, 5남 장재근 등 형제들은 계열사인 미주한국일보와 서울경제신문, 일간스포츠 등을 나눠 맡았다. 장강재 회장의 장남 장중호 현 일간스포츠 사장도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무리한 증면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영난이 악화되고 경영권 분쟁으로 장재국 회장이 두 차례나 경질(1997년, 2002년)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이미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300억원, 1999년 559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도 ‘장씨 일가’가 한국일보에서 가져다 쓴 돈(주주단기대여금)은 2001년 당시 4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 돈은 대부분 대손충당금 등의 방법으로 ‘탕감’됐다. 그 밖에도 ‘장씨 일가’는 빌린 돈의 이자를 회사에 떠넘기거나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봉급과 해외출장비 등을 챙겨갔다는 게 비대위와 회사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지난 1일 정오경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이영성 편집국장이 임면신임절차 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조합원들이 총회를 마치고 6층 장재구 회장실 앞에서 장 회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합원들이 총회 결과를 전달하러 9층 사장실 앞으로 갔을 때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부장들과 마주쳤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기간 동안 한국일보의 위상은 추락을 거듭했다. 장재국 전 회장은 90년대 초반까지 증면경쟁을 주도하며 은행권 대출을 대폭 늘려 대규모 부실을 낳았고, 장재구 회장은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때 ‘기자사관학교’라는 별칭이 자랑처럼 여겨졌지만, 이는 ‘기자 대기소’, ‘기자 세탁소’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변했다. 1998년 IMF 이후 한 차례 ‘엑소더스’를 겪은 이후에도 수많은 한국일보 기자들이 꾸준히 회사를 떠났다. 

현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2002년 1월, 장재국 전 회장이 경영난과 불법 해외 원정도박 등을 이유로 주총에서 해임된 직후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이후 두 번째 취임이었다. 막대한 부채와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던 한국일보는 그해 9월부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장 회장은 이에 앞서 같은 해 6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면서 미주한국일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500억원을 증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회장은 8월과 9월 각각 100억원을 증자한 이후, 나머지 300억원은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끝에 2005년 6월에 가서야 완납했다. 이후 장 회장은 2006년 채권단과 2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옥 매각과 인력구조조정, 200억원 추가 증자 등의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200억 추가 증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창간 당시부터 머물렀던 ‘중학동 14번지’의 사옥 매각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불거졌다. 노조 비대위가 이번에 장 회장을 고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증발한 200억…“대주주 자격 없다”

한국일보는 2006년 9월, 900억원+α에 사옥을 한일건설에 매각하면서 새로 들어설 건물(현재 트윈트리)의 상층부 2000평에 3.3㎡당 700만원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청구권)를 확보했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한일건설이 2010년 7월 트윈트리를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함께 매각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한일건설이 3.3㎡당 1680만원에 매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차익만 따져도 한국일보 자산 200억원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비대위 관계자는 “경북궁과 청와대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 때문에 매각 당시 외국계 펀드도 많이 달려들었는데 한일건설이 뒤늦게 참여해 뭔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 회장이) 거기서 200억원을 빌려서 한국일보 대주주가 된 다음, 한국일보 자산(우선매수청구권)을 팔아 개인 빚을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건설의 모그룹인 한일시멘트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장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서울경제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다.  
▲ 한국일보 2011년 1월1일자 1면


당시 이 사실을 몰랐던 한국일보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중학동 복귀가 무산되면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한국일보는 2011년 1월1일자 신문 1면에 중학동 사옥 복귀를 알리는 사고(社告)까지 냈지만, 그 때는 이미 우선매수청구권이 사라진 뒤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훨씬 전에 팔아먹었던 것”이라며 “대내외 망신이자, (장 회장이) 사원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이 완공된 직후, 당시 회사 측은 매입 대금 14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끝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장 회장과 한일건설 경영진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납입기일이 지난 후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노조의 고발에 대해 회사 측은 “고발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비대위는 지난달 29일 장 회장을 고발한 직후 낸 성명에서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한국일보 증자에 참여하고 한국일보 돈을 빼돌려 이 빚을 갚는 식으로 장 회장은 한국일보 지분을 인수했다”며 “사실상 한국일보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장 회장은 애초 자신의 자산 등을 매각해 증자금 300억원을 납입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2004년 7월 이를 다른 방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혀 당시 노조가 이를 문제삼기도 했다. 

계열사와의 복잡한 채권·채무관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일보는 코리아타임스로부터 139억원 가량의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용지대금과 잉크비, 제작비를 우리가 대주고 있는 걸로 나와 있다”며 “실제로 코리아타임스가 계속 그렇게 적자가 나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장 회장이 돈을 빼돌리고 한국일보가 받아야할 돈으로 해놓은 건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비대위, “추가 고발 검토”…사측, “검찰 조사 지켜보자”

경영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한국일보 매각이 최근 무산된 것도 논란거리다. 장재구 회장은 노조의 고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사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노조집행부는 본인을 고소하여 회사 경영을 어렵게 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하여 헐값으로 그들의 배후세력에게 (회사를) 넘길 계획인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고발 때문에 성사 단계 직전까지 갔던 매각 협상이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 지난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편집국 입구에 편집국장 임면신임절차 투표진행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비대위 측은 장 회장이 ‘비상식적인’ 추가 요구사항을 제안하면서 고의적으로 매각 협상을 지연시키는 등 사실상 매각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고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의 요구 사항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명예회장직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매각 주관사 측에서도 (장 회장의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향후 추가 고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단은 (사옥 매각 관련) 고발 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재구 회장이) 결국 한국일보를 팔고 떠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 고 말했다. 

그러나 박진열 사장은 지난 5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이 사안은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나 법의 심판에 맡겨지게 됐다”며 “처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인사명령 거부 사태에 대해서도 징계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이다. 한국일보 노사모두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결 상황인 셈이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