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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7일 월요일

"200억 배임 사주, 왜곡된 지면…견딜 수 없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6일자 기사 '"200억 배임 사주, 왜곡된 지면…견딜 수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국일보) 노동조합 정상원 비상대책위원장

"배임 횡령 장재구, 종신 콩밥 각오하라."

23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한국일보) 비대위 특보'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피케팅도 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사무실. 수박이 놓여 있었다. "사진부가 보내왔다"며 몇 조각을 권했다. 무더위가 슬슬 시작되고 있는 참이다. 좁은 사무실에는 신문과 비대위 특보, 성명서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장재구 체제 10여 년, (한국일보)는 피멍이 들었다. 설립자 장기영 전 회장의 차남인 장재구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한국일보) 회장에 오른 것이 지난 2002년이다. 이후 (한국일보)는 연속되는 악재에 시달렸다. 먼저 장 회장은 (한국일보) 경영권을 확보한 후 700억 원 증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06년에는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넘기면서, 건물이 완공된 후 싼값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으나, 이를 팔아 200억 원 상당의 개인 빚을 갚았다.

지난 2011년, 이 같은 사실은 "왜 중학동 한일빌딩으로 입주하지 않고 있을까" 의아해하던 기자들에게 들통이 났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장 회장은 개인 자산을 팔아 200억 원을 (한국일보)에 돌려놓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조치도 없다.

회사만 어려워진 것이 아니었다. 그사이 "(한국일보) 지면 제작의 왜곡"이 나타났다는 게 정상원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원장의 지적이다. 필자들에게 원고료도 지급하지 못해 좋은 글을 소개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자들의 열악한 급여 수준도 개선되지 못했다.

(한국일보) 출신 한 언론계 인사는 "1993년 이후 (한국일보) 사주 일가들은 기자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다. 장기영 회장의 장남 장강재 사장이 세상을 떠난 후 동생들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기자들까지 라인을 만들고 편집국을 왜곡시켜 왔다. 그런 기형적인 사내 분위기가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결국 족벌 사주들에 맞선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결단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장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자초했다. 회사 사주를 고발한 기자들의 뼈아픈 심경은 어떨까. 그런데 장 회장은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고 창간60주년기획단장으로 발령 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불이 붙었다. 기자들은 총회를 열고 99%에 가까운 의견으로 '이영성 편집국장 해임 반대' 의사를 확인했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기자들은 '회장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한국일보) 2일 자 1면에 실었다. 여기에 대해 사측은 '1면 바꿔치기'로 응수했다. 15일 자 지면 제작이 완료돼 멀쩡히인쇄돼 나갔던 '박 대통령 광고업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공정위 납품가 후려치기조사 착수'라는 단독 기사가 41판에서 갑자기 빠진 것이다. 사측은 기세를 몰아 2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영성 편집국장 해고 통보 결정을 내렸다. 70여 명의 기자들이 사장실로 몰려가 항의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영성 편집국장 해고 통보를 사측이 슬그머니 취소한 것이다. 절차상 실수였다. 사측 역시 당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일보) 사측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정상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000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국제부, 사회부 등을 거친 중견 기자다. 그는 펜대를 놓고 지난 8일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그가 말하는 '(한국일보)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편집자)


▲ 정상원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힘들지만 동력은 떨어지지 않는다…투쟁 와중에 특종도"

프레시안 : 21일 이영성 편집국장이 해고당한 것으로 안다.

정상원 : 어제(22일) 회사 쪽에서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는 취소한 상태다. 인사위를 열어 해고 통보를 했는데, 알고 보니 (해고는) 이사회를 거치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인사위 결정 자체는 유효한 것인가?

정상원 : 그런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이영성 편집국장은 출근을 계속하지만 지면 제작에서는 빠져 있다. 지면 제작 시스템은 현재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하종오 국장 체제는 아니다.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사측이 편집국장 발령을 일방적으로 냈던 5월 1일 이전 체제로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다.

프레시안 : 신문 제작과 싸움을 병행하고 있는데 힘들 것 같다.

정상원 : 신문을 제작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그리고 일과 시간 틈틈이 집회하고, 사장실 앞에서 항의 선전전을 한다. 오늘(23일) 아침에도 집회를 한 후 시민들에게 비대위 특보를 배포했다. 본연의 업무와 장재구 회장 퇴진 투쟁을 병행한다.

프레시안 : 여론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것 같은데?

정상원 : MBC나 YTN 사태 때보다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게, 앞서 언급한 경우는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이었다. 일정 부분 관영 언론의 성격을 갖고 투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저희는 민영 언론이다. 쉽게 보면 회사 내부 노사 갈등 프레임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면의 편집권 관련 싸움이 걸려 있다. 그동안 (한국일보) 지면은 장재구 회장 체제에서 왜곡돼 왔다. 더 이상 저희가 견딜 수 없어서 고발을 한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회사가 보복성 조치를 취해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신문업계에서 보자면 MBC나 YTN 못지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정상원 : 내부 동력은 수치로 드러난다. 두 차례 투표가 있었다. 5월 1일 편집국장 해임 인사에 동의하는 4~5명, 그리고 현재 해외 출장자를 제외하면 기자 대부분이 투표에 참여했고, 99%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회장의 인사안에 반대했다. 신문 제작이나 취재를 하고 있는 중간 중간,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회사에 열성으로 들어와서 총회에 참석하고, 선전전과 항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1일, 인사위 저지 투쟁을 할 때도 7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왔다. 170명 정도의 기자 중 그 정도 인원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라. 신문 제작의 퀄리티(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투쟁하는 와중에도 특종을 내고 있다.

프레시안 : 힘들지 않나?

정상원 : 일도 빠지지 않고 투쟁에도 열심이다. 모두 힘들다.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일보)에 있었던 적폐를 씻어내고 역사적·사회적 책무를 다 하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강하다. 그런 부분에 모두 동의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동력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싸움을 이끌고 있다.

"장재구, 200억 돌려놓고 물러나면 된다"


▲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을 돌려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사측과 대화 채널은 있나?

정상원 : 해결을 하기 위한 것(대화 제의 등)들은 우리 쪽에서가 아니라 회사 쪽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요구 사항은 뭔가?

정상원 : 장재구 회장이 회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을 돌려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된다. 편집국장 해임 사태도 우리(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온 것이다. 장 회장이 물러나면 인사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회사 측에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아야 하고, 그러면 또 얘기를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장 회장이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

정상원 : 장 회장은 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200억 원은 어찌됐든 돌려놓아야 한다. 개인 자산이 없다면 (한국일보)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 그 지분은 회사 사원들이나 회사 대표, 아니면 장재구 회장을 제외한 제3의 투자자 등 (한국일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야 한다. 우리사주조합도 좋다. 방식은 (사측이) 제안을 해야 한다. 장 회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일보)에서 물러나야 한다.

프레시안 : 이른바 '1면 바꿔치기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 광고 회사인제일기획이 관련돼 있어 사측이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원 : 회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부분과 관련해 설명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설명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삼성 기사든, 현대 기사든, 청와대 기사든 상관없다. 회사 밖에 편집국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바꿔치기를 한 것 자체가 문제다. 그게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편집권 침해 문제다. 회사에서는 자기들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지만, 광고주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게 된 참사라로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프레시안 : 보통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가?

정상원 : (한국일보) 문제를 국회 문방위에서 다루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국회 법사위에서 다루겠다는 사람도 없었던 게 아니다. 우리는 (한국일보)라는 기업 내부의 편집권 독립 싸움을 하고 있다. 정권과 싸우는 것은 아니다. 굳이 그쪽(정치권) 힘을 빌려서 한다고 해서 (싸움이) 더 잘될 수 있을까? 부정적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길을 찾아서 간다. 그리고 정치권과 함께할 만한 부분도 없다. 이를테면 법사위에서 누군가 검찰에 '빨리 수사하라'고 해서 검찰이 더 빨리 수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검찰은 비리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를 하면 된다. 현재 장재구 회장 배임 의혹 사건은경제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 5부에 배당돼 있다. 최근 대기업의 행태와 관련해 경제 민주화가 많이 회자되는데, 언론사 사주라도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 고발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에서도) 언론 등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고 있더라. 고발인 조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수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일보)를 바로 세우는 싸움이다"

프레시안 : 이번 투쟁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정상원 : 지난달 29일(노조가 장재구 회장을 고발한 시점) 이후 계속 총회를 하면서 얘기하고 있는 게 있다. (한국일보)가 바로 설 수 있는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 이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고발을 하게 된 계기 역시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돈은 가져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 (한국일보) 지면 제작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일보)가 한국 사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종의 반성이 있었다. (한국일보)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쳐왔지만, 회사 내부 문제에 있어서는 파헤치기보다 어떻게든 타협을 해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이 싸움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지난 2년간 눈을 감아왔던 것 아니냐' 하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프레시안 : 족벌 언론에 맞선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상원 : (한국일보)는 비판적 중도를 추구해왔다. 우리는 그동안 자유롭고 공정하고 비판적인 지면을 제작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번 싸움을 한국 사회에서 (한국일보)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족벌 언론 사주에 맞선 싸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하던데, 그것은 우리가 내세운 목표라기보다 사람들의 해석에 가까운 부분이다.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싸움이 끝났을 때 '족벌 언론 사주에 맞선 싸움'이라는 평가가 붙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목표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것, 그 부분이다.


/박세열 기자,최형락 기자 

2013년 3월 5일 화요일

오늘도 빈곤 쳇바퀴…공공부조·복지 결합이 출구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4일자 기사 '오늘도 빈곤 쳇바퀴…공공부조·복지 결합이 출구다'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고물상 ‘한길자원’에서 한 노인이 실어온 고물을 내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1월3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안에 있는 철거민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을 한 철거민이 지나가고 있다. 구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밀려난 삶의 공간 ⑧취재를 마치며

고물상·철거촌·사내하청 업체 등
양극화 현장 돌며 가슴 답답했다
취약한 공공부조탓 생계 위협받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약자에게 노동3권은 ‘먼나라 얘기’

정치권엔 복지 부문별 대변자 없고
제구실 못하는 노동조합도 큰 문제
결국 해결책은 우리사회 모두의 몫
사회안전망 확충에 다함께 나서야
‘희망의 새시대’는 과연 언제 올까오건호

(이하 오) 7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읽는 동안 너무 가슴이 메었다. 기존의 르포 방식을 넘어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입체적으로 조감한 듯하다. 임금 소득이 얼마라는 등의 수치로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공간 즉 구조를 이해하다 보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 좌절감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기사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느껴진 반면, 전문가의 진단이 너무 당위적인데다 구체적이지 못했다. 문제는 심각한데 제도 개선안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꼭지별로 다시 한번 짚어보자.

전종휘(이하 전) 첫회에서 고물상을 다뤘다. 현장의 폐지수집 노인들을 보면, 실제 벌이가 없어도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돈을 벌게 되면 기초생활수급비가 중단되거나 깎인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듬지 못하는 딱딱한 복지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고물상 노인은 “노느니 일한다”고 하지만, 고물일을 하지 않고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오 어르신에게도 노동이 필요하지만, 취약한 공공부조 때문에 강제적으로 극한 생계로 몰린다는 게 문제다. 이들에게 적정한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예산 확보는 자연증가분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어르신들 대부분 질병을 앓고 있다. 취약한 의료보장제도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노년층은 그들을 대변하는 집단이나 사람들도 없는 소수자 주변 집단이다.

이정국(이하 이)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경기 구리의 갈매마을 철거촌이다. 기사가 나간 1월8일 다시 철거용역이 들이닥쳤고 주민 4명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왜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가.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주거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공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 소유주나 세입자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정책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현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철거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공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차 아반떼 생산라인 하청노동자 편도 흥미롭게 읽었다. 정규직 조합원의 항의는 없었나?

김선식(이하 김) 정규직 노조의 항의 전화를 여러차례 받았다. ‘(한겨레)가 노동자를 분열시킨다’는 항의도 들어왔다. 그런 쪽으로 읽힐 수는 있으나, 기사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기본적으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현대차 회사 쪽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크다.

 예상보다 정규직 노조의 항의가 셌다는 건가?
 그렇다. 기사를 쓰면서 기대한 것은 ‘소수라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겠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마주보고 얘기하면 풀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깝다. 이번 기획 시리즈 가운데 현대차 하청노동자 편이 아픔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한 것 같다. 생생하게 다가왔다.
 직접 공장에 가보니 1990년대 후반에 공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당시 ‘사내하청’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고 하더라. 10여년 사이에 비정규직 문제가 일상화돼버린 것이다.

지난달 19일 오후 오건호(오른쪽에서 둘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과 <한겨레> 신년기획 ‘격차사회-밀려난 삶들의 공간’을 취재한 기자들이 이번 기획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넓게 보면 대한민국, 작게는 비정규직 문제를 의제로 삼는 정당·시민사회 등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4회에서는 아동복지를 다뤘다.
 아이들이 버려지는 건 대부분 가난이라는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경기북부 일시아동보호소에 있는 아이들 40여명 가운데 한두명 빼고는 대부분 경제적 최하층에 속했다. 더 큰 문제는 버려지고 난 이후다. 한번 밀려나면 원상회복이 힘들다. 당시 포털의 메인화면에 기사가 노출돼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이른바 ‘선플’이었다.
 결국 부모의 문제다. 부모의 질병을 돌보고 일자리 제공을 하지 못하는, 두텁지 못한 사회안전망이 원인이다. 고물상 어르신들이 극심한 생계형 노동으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사에 등장했던 혜진(가명)이의 경우도 이런 상황이다. 결국은 부모가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복지의 손길이 제대로 미쳤더라면 혜진이의 두번째 버려짐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0년부터 ‘보편적 복지’ 논쟁이 인 뒤 모든 사회복지 이슈가 보편적 복지에 쏠리다 보니 공공부조 쪽이 방치되고 있다. 정치권에 각 복지 당사자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골고루 배치돼 있지 못하다 보니 정치적인 목소리를 못 낸다.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격차사회 기획을 진행하면서 생각한 전반적인 기조는 크게 두 가지다. 경제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을 할 수 있는 사회, 또 한번 넘어져도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라는 두 가지 상이다. 5회에서는 패자부활이 막힌 사회를 택시라는 공간을 통해 보려고 했다. 사회구조도 문제이지만 제구실 못하는 노조도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구조다. 답답했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시민들이 공유해야 한다. 택시를 줄여야 한다면 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는 게 옳다. 택시 노조 역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청년 실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피시방에도 갔다. 대부분 불안정한 상황이다. 인터뷰한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은 ‘계획을 세우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을 빨리 탈출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엿보였다.
 노동시장이 대단히 불안한 탓에 생기는 문제다. 좁은 문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도태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피시방에 취업준비생 등이 몰리는 건 노동시장 진입 구멍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풀기 위한 방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시달리는 하청업체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성수동 제화업체다. 상품권 강매와 어음 지급 관행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개 업체라도 단결을 해서 저항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는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협상력을 내는 조직이 없다. 제화 노동자들도 노동자성을 확보해 4대 보험 가입, 산재 인정 등을 받아야 하는데, 노동자들도 많이 파편화된 상태다.
 7개 현장을 요약하자면, 탈출구 없는 구덩이 속에 빠져서 좌절과 분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출구를 넓혀주고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하는데, 한계상황 속에서 고통이 점점 세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불안과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에선 생애주기 복지를 얘기하지만 아동·청년·노동자·어르신까지 모든 계층의 생애주기 파탄 상태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본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당사자들이 나서는 것이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당사자들이 해결에 나서기에는 문제가 너무 구조적이고 누적돼 있다. 해결책은 당사자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공공부조와 보편복지가 결합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제도개혁과 재정확충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 비정규직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계약해지의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 최소한의 생활권이 보장돼야 노동권과 그에 따른 조직권을 주창할 수 있다. 노동의 권리를 온전히 주창하기 위해서도 복지가 필요하다. 이것이 노동과 복지의 결합이다.
전 두터운 복지로 사회 약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헌법에 노동3권이 보장돼 있지만, 그걸 행사했을 때 오는 경제적 불이익이 없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강한 복지가 강한 노동을 만든다. 노동시장에서 심각한 차별을 없애면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들이 좁은 하나의 산으로만 올라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학입시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안정화와 격차 해소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경제민주화도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기업이다.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핵심 권력인 시장을 정치의 힘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치의 힘을 빌려 경제를 통제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경제민주화다. 나락에 빠진 사람들이 정치적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출구를 만들어 나가는 해법이다.
 시장의 판단으로만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는 건 힘든 상황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의 폐허 속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복지로 메우려고만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슬로건을 ‘희망의 새 시대’로 정했지만, 복지공약 수정을 봐도 두터운 복지와 거리가 있을 것 같다. 일자리 안정과 경제민주화 부분은 처음 공약부터 미흡했다. 조각 명단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프로그램을 봐도 성장을 기본 축으로 하는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우려가 크다. 결국 세력의 문제라면, 격차사회 기획에서 다뤘던 주체들이 전부 나 자신과 이웃의 문제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밀려난 사람들의 정치적 보수화도 되짚어 봤으면 한다. 피시방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 발버둥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인 경우가 많았다. 기사의 주인공인 37살의 자칭 ‘고시폐인’은 좋아하는 정치인이 노회찬과 박근혜였다. 현실을 깨부수고 싶은 열망은 있는데 선택은 양극단이었다.
 고물상 기사에서 한 등장인물은 ‘민주화운동은 보상하는데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다친 나 같은 사람은 왜 아무런 보상 안 해주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피시방에서 만난 젊은이들도 ‘지금 기성세대들이 너무한다’는 반감이 많았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진보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진보든 개혁이든 하나의 사회를 바꾸는 설계가 보여야 한다. 이 설계도가 신뢰를 보이지 않게 되면 그들은 자신의 반감 속에 머무르거나 포퓰리즘적 정치인에게 기대게 된다.
 문제의 당사자들을 조직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조직화된 것은 정당·노조·엔지오·대책위원회 4개뿐이다. 시민사회는 너무 일반적이고 노동조합은 사실상 기업 안에 존재한다. 기존 조직화 방식은 매력이 떨어진다. 지역성과 함께 공유되는 의제를 가진 주체적 세력화가 필요하다. 유니언 형태를 주목해야 한다. 청년유니온이 대표적인 예다.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의 경우도 보면, 지역적 동질성이 여러 주체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다고 본다. 지역조합·유니언 등의 세력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기획은 밑바닥 현장을 들여다보는 탁월한 르포였다. 다음번에는 밀려난 사람들을 불러와서 직접 목소리를 내게 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끝)

전종휘 이정국 김선식 기자 symbio@hani.co.kr

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쟁쟁하던 14개 노조, 창조컨설팅이 쓰러트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26일자 기사 '“쟁쟁하던 14개 노조, 창조컨설팅이 쓰러트렸다”'를 퍼왓습니다.
26일 창조컨설팅 앞 기자회견.. 항의방문하려다 경찰과 마찰, 3명 연행

ⓒ민중의소리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소속 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창조컨설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사측에 전해준 문건이 공개돼 노동자들이 분개하고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소속 60여명은 26일 오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 창조컨설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조컨설팅의 노조 탄압 행적을 규탄하면서 노무법인 및 공인노무사 자격박탈과 구속 등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고 과정에서 창조컨설팅과 연관된 노동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는 창조컨설팅이 노조원 탈퇴를 유도하면서 친기업적인 복수노조 설립 방안을 자문한 내용이 공개됐으며, 이에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 감사에 들어갔다. 공개된 문건에는 청와대·국가정보원·경찰·노동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정황도 포함돼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공동투쟁단은 "최근 7년 동안 영남대의료원, 유성기업, KEC, SJM, 상신브레이크, 대림자동차, 캡스, 성애병원,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이화의료원 등 수많은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 과정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관여했다.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은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인사팀 직원으로 채용했고, 재능교육의 경우 창조컨설팅이 자문위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창조컨설팅의 시나리오는 노조가 뭘 하든 불법으로 만든 뒤 이를 근거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수많은 용역깡패를 투입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 공포감을 조성해 노조 이탈자를 만들고 이들을 선두에 세워 어용노조를 만든다. 이들은 이런 시나리오로 민주노총 산하 수많은 사업장들을 해산·와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그럴 것이다'라고 짐작했던 일들이 진실로 드러났다"며 "민주노조파괴 전문가 창조컨설팅을 해체시키고 대표 심종두와 노조탄압을 사주한 사업주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악덕 노무사들이 이땅에 설 수 없게 하겠다"

ⓒ민중의소리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소속 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창조컨설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성대 유성기업지회 투쟁단장은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는 경총에서 자문했던 사람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은 노동부에서 10년 일했던 사람이다. 경총에서 사람 알면서 알고지낸 것 때문에 청와대에 고용노동비서관과 각종 정보관 노동 본부 쪽 모두 연결돼 있다"며 "모든게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현정부는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1700일이 넘게 투쟁중인 유득규 재능교육지부 사무처장은 "2010년 이 심각성 알고 힘차게 싸웠다면 이런 2차, 3차 문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조를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이들이 없도록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효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지부장은 "쟁쟁하던 14개 노조가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의 칼날에 피 흘리며 쓰러져갔다. 이게 MB정부 노동정책의 실체"라며 "노조탄압 정책에 발맞춰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컨설팅은 처벌돼야 한다. 우리는 창조컨설팅과 같이 수익 창출하고 부 축적하는 악덕 노무사들이 이 땅에 설 수 없게 하겠다"고 외쳤다. 

한편 공동투쟁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창조컨설팅 사무실에 항의방문을 하려 했으나 경찰이 저지해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 참석자 중 1명이 다치고 3명이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으며 건물 1층 유리가 깨졌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창조컨설팅과 건물관리소에서 공문을 보내 시설보호요청을 했기 때문에 경찰이 출입을 막았다. 일부는 경찰 몸에 손을 대 경찰 폭행 등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공동투쟁단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창조컨설팅에 들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공동투쟁단이 경찰과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공동투쟁단 중 한명이 경찰과 마찰을 빚어 연행되고 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8월 31일 금요일

기자들이 근무시간에 샌드위치 만드는 ‘불편한 진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1일자 기사 '기자들이 근무시간에 샌드위치 만드는 ‘불편한 진실’'을 퍼왔습니다.
[현장] 파업 복귀 40일 MBC는 여전히 파행 중… PD수첩 9월 중 방송재개도 어려울 듯

MBC 노동조합 파업 이후 업무에 복귀한지 30일로 40여일을 넘겼지만 여전히 공정방송 실현 요구에 귀를 닫으면서 여의도 MBC 사옥 곳곳에서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 MBC 노동조합 사무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는 한 무리의 조합원들이 둘러앉아 '블루베리 소스가 가미된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음식을 만든 주인공은 현재 서울 상암동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20여명 조합원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3개월 동안 교육 명령을 받고 강의를 듣고 있다.
이날 MBC 아카데미에서 받았던 강의 주제는 '브런치 만들기'. 노조 사무실에 먹고 있던 음식의 정체는 바로 교육 대상자가 만든 브런치였다. 조합원들은 교육대상자들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교육 현장에서 웃지못할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리더십을 주제로 교육을 했던 강사는 7년차부터 33년차까지 시사교양PD, 아나운서, 기자들이 모여 있는 교육대상자를 상대로 리더의 '희생'을 강조했다.

하이라이트는 강사가 "여러분들의 리더는 누굽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다가 '희생'이 됐던 교육대상자에게 황당한 질문이었던 것은 뻔하다.
교육대상자들은 강사의 질문을 받고 키득키득거리면서 일제히 '김재철'이라고 얘기하자 강사가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는 흰색 천으로 둘러싸인 '기표소' 두개가 설치돼 있고 바로 앞에 철제 투표함이 놓여져 있다.
MBC 노동조합이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을 상대로 의견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설치된 투표함이다. 이번 의견 조사는 최근 PD수첩 불방, MBC 금요 와이드의 노동자 인권 탄압 아이템 불방, 시사매거진 2580 안철수 원장 아이템 폐기 등 시사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정성이 훼손된 일들이 터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
단체 협약에 따르면 의견조사는 편성제작본부 노조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백 본부장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를 밝히면 이 같은 뜻을 김재철 사장에게 전달하고 백 본부장의 즉각 교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MBC 노조는 의견조사를 오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편성제작본부 산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공정방송 실현의지에 대한 의견조사'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29일 의견조사 첫날부터 편성제작본부 소속 조합원 57명이 참여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편성제작본부 소속 조합원은 총 170여명으로 의견조사 첫날에 참여한 인원은 3분의 1을 넘어섰다.

# 점심시간 여의도 MBC 사옥 로비

점심시간이 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의도 MBC 사옥 로비 바닥에 주저 앉았다. 각자 이들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있다. 피켓에는 "PD수첩 파행사태 대선까지 갈 셈이냐", "백종문과 김현종은 PD수첩을 즉각 정상화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바로 7개월 가까이 방영하지 못하고 지난 7월 작가 전원 해고 사태로 인해 불방이 계속되고 있는 PD수첩 PD들.
당초 방송 재개 날짜는 지난 21일과 28일로 잡혀있었지만 작가 해고 사태가 터진 후 MBC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방송 정상화가 표류하고 있다. 이에 PD수첩 PD들이 방송 재개하라며 침묵 시위에 돌입한 것.

▲ ⓒ MBC 영상 기자회 제공

PD수첩 불방 사태는 아무리 빨리 해결책이 제시되더라도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제작 기간을 고려할 때 9월 중으로 방송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점심시간 여의도 MBC 사옥을 찾으면 한동안 PD수첩 PD들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PD수첩 한 PD는 "PD수첩 불방 사태는 MBC 경영진들의 무능을 넘어서서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무책임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며 "매년 신뢰도 조사에서 시사 프로 중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PD수첩은 제품으로 치면 킬러 콘텐츠인데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일반 기업 같으면 누가 이렇게 하겠나? 이런 사태를 촉발시킨 백종문 본부장과 김현종 국장 등 MBC 경영진들이 문책을 당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작가 선정 권한 등 자율권을 주면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되는 방송에 대해서는 충분히 게이트 키핑을 통해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PD들에게 제작 자율성을 넘기면 된다"고 말했다.

# 여의도 MBC 사옥 3층 교양 제작국

30일 오후 여의도 MBC 사옥 3층 교양 제작국 사무실에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았다.
지난 24일 MBC 금요와이드의 '이슈 클로즈업' 코너에서 다루기로 했던 경주 소재 발레오 만도, 구미 소재 KEC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인권 탄압 아이템이 방송직전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는데 제작 주체였던 이영백 PD와 김정민 PD를 제작진에서 강제 퇴출시킨 것도 모자라 이날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MBC는 이영백, 김정민 PD가 보고 절차를 무시하고 지시를 불이행했다며 오는 10일 인사위에 회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PD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MBC가 밝힌 징계 사유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는 것이 이영백 PD의 하소연이다. 불방 판정을 받기 하루 전인 23일 밤까지만 해도 김시리 CP가 편집본과 대본을 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하자고 해놓고 인사위에서는 편집을 하지 마라고 했는데 지시를 불이행했다고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1년 방송이 시작된 이래 아이템을 결정하고 CP에게 방송안을 전달해왔는데 유독 이번 아이템에 대해서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한다고 밝혔다.
이 PD는 "해당 아이템이 불방할 정도로 논란이 있거나 민감한 소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방송에 나가도 상식적인 인권 문제인데 절차상 문제를 삼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말하는 정상화의 모습이 이런 것이냐"면서 "하루 빨리 MBC가 정상화가 되는 길은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답정너' KBS, "입사하면 파업할 거냐" 물어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4일자 기사 ''답정너' KBS, "입사하면 파업할 거냐" 물어봐'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무조건 "불법파업" KBS, 무슨 답을 듣고 싶었나

▲ 22일 새 노조 노보 캡처.

*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
KBS가 올해 39기 신입사원들을 공개채용하면서 응시자들에게 '노조'와 '파업'에 대한 개인 소신을 물어 본 것으로 드러났다.
KBS 새 노조가 지난 10일 신입사원 설명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1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명이 '노동조합'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노조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5명) 
최근 언론사 파업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13명)
입사하면 파업에 참여할 것인가? (9명)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명)
회사의 결정이 본인의 의견과 다르다면 어떻게 하겠나? (5명)
노조위원장을 시키면 할 것인가? (1명)
조합에서 주장하는 문제의 다큐 및 보도에 대한 찬반 의견은? (1명)
언론파업을 하는 친구를 만난다면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1명)
노조의 장단점은? (1명)
파업 때문에 1박 2일을 못봤는데 시청자로서 어땠는가? (1명) 
방송인이 사회 현상에 참여해야 하는가? (1명)
파업에 대해 KBS 직원의 입장과 시청자 입장에서 설명해보라. (1명)
이전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있었나? 어떤 활동을 했나? (1명)

22일 새 노조는 이를 두고 "요즘 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사용자 측에 선 면접관이 파업과 관련한 소신을 물었을 때 지원자 스스로 갖고 있는 소신을 가감없이 밝히기는 쉽지 않다"며 "사측이 집중적으로 캐묻은 파업관련 질문은 그야말로 사상검증"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로서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하나인데, 이런 당연한 권리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행위"라는 것.
즉각, KBS사측이 반박에 나섰다. "언론파업사태가 질문에 포함된 것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는 것.
KBS 인사부도 별도의 입장을 내어 새 노조를 향해 "왜곡된 사실로 KBS 채용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것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책임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끝까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중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이 받은 노사관계에 관한 질문은 다양한 질문 중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새 노조가) '면접은 사상검증'이라는 표현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형제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노조도 재반박에 나섰다. 새 노조는 24일 "전체 131명 중 50명이 소수인가?"라며 "전체 면접자 중 '소수' 아니 단 한 명에게 사상검증이 자행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KBS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임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KBS는 다른 기업과 달리 '언론 자유를 구가하는 주체'로서 국가기간 방송이자 공영방송이다. KBS의 기본적 위상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어찌 이런 질문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가?"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며 방송법에 부여된 공익적 기능을 부정하는 위법행위임이 자명하다"는 것.
이번 '사상검증' 논란과 관련해, 파업에 대해 긍정적인 소신을 밝힌 지원자가 실제 탈락했는지, 파업 관련 질문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면접과정에서는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 "(언론파업 사태를 물어 본 것은) 사회 이슈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KBS의 원론적인 해명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KBS가 지난 몇 년간 '노동조합', 그리고 '파업'에 대해 일관되게 보여왔던 태도 때문이다.
"사내 일부 직원들이 참여한 것이었지만 석달 넘게 파업이 지속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파업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준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김인규 KBS 사장, 새 노조 파업 종료 직후인 6월 11일 월례조회사 가운데)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정치적인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불법파업이므로 회사 차원에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다."(KBS 기존노조가 '방송법 개정 촉구'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자 KBS 홍보실이 4월 12일 발표한 보도자료 가운데)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시청자에게 공정한 방송을 제공해야 할 공영방송 KBS 내부 구성원들이 국민을 볼모로 정치 투쟁을 벌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KBS 새 노조가 파업 돌입하자 3월 7일 KBS 경영진 일동이 낸 입장 가운데)
"공영방송 KBS는 일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새 노조가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총파업 돌입하자 2010년 7월 9일 KBS가 발표한 입장 가운데)
KBS 새 노조가 회사측과의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쳐 2010년 7월 한 달간 진행했던 합법파업에 대해서조차 한사코 '불법'이라고 주장했던 KBS. 당시 KBS는 2009년 12월 출범한 새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청하자 수개월간 미루다가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자 그제서야 단체교섭에 응했으나 이 마저도 무성의로 일관하다가 결국 총파업을 불러일으켰다.

▲ 2010년 7월 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된 새 노조 총파업 출정식 모습. 당초 출정식은 본관 1층의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50여명의 청경이 새 노조 조합원과 취재기자의 출입을 막아 본관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곽상아

당시 '합법파업'에 대처하는 KBS의 모습도 '희한'했다. KBS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새 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을 막아서고,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타 언론사의 취재 기자들까지 끌어내렸었다. 인기 예능프로 (1박2일) 하이라이트 방송 도중에는 자막으로 새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가 정정보도를 요청받기도 했다. 새 노조 출범 초기,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 직후 보도본부의 모 간부가 보도본부의 새 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더 이상 회사가 새 노조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 당시 KBS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총파업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타 언론사 취재 기자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본관 앞 계단을 올라가던 민중의 소리 기자(가운데 파란색 옷 입은 사람)가 청원경찰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모습. ⓒ곽상아

지난 몇 년간 KBS가 파업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내놨던 입장에서 단골 표현은 '명분없는 불법정치파업'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 일반 기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KBS  앞에서 과연 응시자들은 합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음식을 한 엄마가 자식에게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는 답을 바라고 "맛있냐?"고 묻는 것처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답변자가 질문자가 바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공영방송 입사의 부푼 꿈을 가진 응시자를 상대로 의도가 빤히 보이는 질문을 하는 '답정너'처럼 행동한 KBS를 보며, 이 나라 공영방송 경영진의 수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MBC경영진 “올림픽 방송 부진, 노조 때문”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16일자 기사 'MBC경영진 “올림픽 방송 부진, 노조 때문”'을 퍼왔습니다.
노조 “파업 참여 스포츠 PD 강제 축출한 건 김재철”

MBC 경영진이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MBC가 저조한 시청률을 보인 것과 관련해 “노동조합의 흑색선전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열린 MBC 임원회의에서 한 경영진은 “올림픽 시청률이 부진했던 이유는 노조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의 흑색선전 때문이다” “외부의 비슷한 해사 행위 사례를 조사해서 징계에 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MBC

당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 발언을 한 인사로 김재철 사장을 지목했으나, 이는 김 사장이 아닌 당시 임원회의에 참석한 한 본부장의 발언인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이와 관련해 “임원회의에서 이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장의 발언은 아니다”라며 “(징계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발언과 관련해, MBC노조는 16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이 말대로라면 개막식 날 폴매카트니의 공연을 끊어 시청자의 반발을 자초한 일부터, 송대남 선수의 이름을 문대남으로 내보낸 어처구니없는 자막사고에다, 희대의 조작방송까지 모두 노동조합 탓이란 황당한 결론에 이른다”며 회사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 “올림픽 방송 파행, 예고된 참사”
MBC노조는 더 나아가 이번 런던 올림픽 방송이 파행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예고된 참사였다”며 “김재철 사장 쪽은 오로지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보복의 일념에서 올림픽 방송 취재와 제작에 노하우를 가진 숙련된 인력들을 방송 일선에서 배제하고 축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MBC는 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올림픽 방송에 대비하기 위해 계약직 인력을 상당수 채용했다. MBC는 그러나 파업이 종료된 이후, 노조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했던 스포츠 제작 PD들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고 비제작 부서로 전출하는 등 스포츠 중계에 숙련된 인력들을 기존 업무에서 배제해 올림픽 방송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올림픽 방송 특성상 런던 현지보다 서울 본사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고 전송돼 오는 영상을 수신해 편집하고, 관련 자막 등을 다듬고 보완해야할 많은 인력들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쪽은 올림픽 소관부서인 스포츠 PD들까지 파업 참여자란 이유 하나만으로 엉뚱한 부서들로 강제 전출시켰다”고 비판했다.
런던 올림픽 기간 내내 MBC의 중계 방송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7월27일 는 ‘MBC- 구글 올림픽 SNS’ 현장중계 과정에서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이라고 소개하며 현장을 전했지만, 실제 이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MBC사옥 6층의 뉴미디어 뉴스국 사무실로 확인되면서 뉴스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MBC는 또, 지난 7월28일 올림픽 개막식 도중 폴 매카트니의 공연을 중간에서 끊어 빈축을 샀으며, 같은 날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가 부정출발 판정을 당한 직후에 무리하게 인터뷰를 시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 선수의 이름을 문대남으로 잘못 표기했으며, 지난 5일 오전에는 원자현 리포트가 런던 올림픽 방송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던 도중 방송 스태프로 보이는 여성의 머리 뒤통수가 약 2초간 화면에 비춰지기도 했다. 같은 날, 축구 대표팀의 소식을 전하면서 구자철 선수 이름 자막을 이범영 선수로 잘못 내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런던 현지에서 모자를 쓰고 방송을 진행했던 양승은 아나운서의 경우 올림픽 기간 내내 ‘무리수 패션’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송선영 기자  |  sincerely@mediaus.co.kr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삼성노조 설립 1주년…"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8일자 기사 '삼성노조 설립 1주년…"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라"'를 퍼왔습니다.
"무노조 경영방침 여전…감시, 미행, 징계 굴하지 않을 것"

삼성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아 "삼성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 년 전 오늘은 삼성에서 합법적으로 노조가 설립된 날이기도 하지만,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된 날이기도 하다"며 "삼성의 감시, 미행,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으로 인해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았다"며 "스스로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칭하는 삼성그룹의 신화가 허상이라는 증언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출범 1주년 경과보고를 하는 삼성노동조합.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였던 딸 고(故) 황유미(당시 23세) 씨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고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 민주노조가 정착해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기 씨는 "전임자가 유산해 떠난 자리에 딸이 2인 1조로 일하다가 두 명이 동시에 백혈병에 걸렸다"며 "삼성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말했더니 '아버님이 이 큰 회사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이겨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며 "삼성은 헌법을 초월하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률을 짓밟는 경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지난해 7월18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같은 날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되고 김영태 회계감사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 등 노조 간부들은 징계를 받았다.

노조는 지난 1월 26일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고(故) 김주경(25) 씨 사망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삼성은 김주경 씨와 관련된 노조의 성명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5월 23일 박원우 위원장마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파업 끝나자 보복 인사, 이걸 몰랐다고?


이글은 시사인 2012-07-10일자 기사 '파업 끝나자 보복 인사, 이걸 몰랐다고?'를 퍼왔습니다.
파업이 끝난 날 동료들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후련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회사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휴대전화기가 문자 메시지를 받아내느라 연신 몸을 떨어댔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173일간의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날(6월12일) 오후 4시쯤이었다. 한 후배가 먼저 2차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임시총회 표결 결과를 보내왔다. 뭐라고 하든지 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끝내는 게 목표였으니 쫑난 게 의미이지. 좋겠다. 시원해서.” 잠시 뒤 “시원해. 곧 봅시다”라고 짤막한 답문자가 왔다. 자정 무렵 다시 그의 문자가 왔다. “국민일보는 이제야 겨우 하나의 파워풀한 이야기를 가지게 됐다. 조상운이 아니라면 시작하지 못했을 이야기, 우리들이 각자 한 문장쯤은 담당했던 이야기.” 나에 대한 그 나름의 인색하지 않은 위로라고 생각했다. 

ⓒ국민일보노조 제공 6월12일 국민일보 노조사무실 앞. 파업 173일째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선배, 우리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죄송하네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후배에게는 “좋은 결과는 아니나, 시원한 일이다. 나도 내 길을 자유로이 갈 수 있고”라고 답했다. 어떤 후배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점(.)을 여섯 개나 찍은 것을 보고 ‘네 마음이 상당히 복잡한 모양이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끝이 났네요. 조 선배가 복직할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조님’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경 공부 쉬지 마시길 기도할게요....”라는 문자도 왔다. 그의 바람대로 내 성경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오늘(6월27일) 아침 욥기 21장을 읽었다. “선배!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습니다. 이 말 외에는 구질구질하고 변명이 될 거 같아요... 선배는 국민일보의 힘이었고 힘이었습니다”라고 보낸 후배도 있었다. 


“원하는 부서장 없다” 6명 대기발령

파업을 접은 동료들의 문자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선배 안녕하신가요. 종일 맘을 추스르려는데 잘 안되네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간이에요. 연락드리기가… 맘이 무거워 잘 안 됐는데 생각난 김에 안부 드립니다”라는 문자는 수습 시절 놀랄 만큼 당돌했던 후배로부터 왔다. 공식 업무복귀를 한 날(6월14일)엔 선배 조합원 한 분께서 “업무 복귀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끝내 건승하시길”이라고 소회를 밝히셨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국민일보 노동조합의 파업은 그렇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5일 뒤 한 조합원으로부터 다시 문자가 왔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멘붕 상태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를 ‘멘붕’으로 몬 것은 인사발령 때문이었다. 국민일보 측은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여러 명에 대해 직무 변경이 수반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편집국과 종교국 기자 6명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을 받겠다는 부서장이 없다”라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노조는 이를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발끈했지만, 파업을 접은 노조의 투쟁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읍소 같은 항의와 애원 같은 규탄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몸부림의 전부처럼 보였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한 후배와의 통화는 그 같은 노조의 현실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파업을 접을 당시 협상파를 포함해 누구나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 회사 측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아직까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양심을 파는 것도 모자라 동료까지 팔지는 마라. 노조위원장이었던 나에 대한 해고는 남아 있는 이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국민일보에서는 경영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른 척 입 다물고 지내는 게 상책이라는 교훈. 검찰이 최근 국민일보 회장이라는 미국 시민권자 조 사무엘민제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상을 깨고 노동조합이 그 일에 대해 성명을 냈다. 벌써 교훈을 잊어버린 것일까?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