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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5일 화요일

KT, 또 '살생부' 직원 대상 보복 인사?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5일자 기사 'KT, 또 '살생부' 직원 대상 보복 인사?'를 퍼왔습니다.
'퇴출 대상자 1002명' 명단 직원, 보복성 원거리 인사 논란

노동조합 활동 여부에 따라 직원 '살생부'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KT에서, 또 '보복성 원거리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KT 새노조에 따르면, 전북본부 남원지사 민원처리부서에서 일하던 원병희(51) 씨는 지난 2일자로 대구본부 포항지사로 인사 조치됐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전형적인 'CP 프로그램' 대상자에 대한 퇴출 유도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CP 프로그램이란, KT가 인사고과에서 하위 등급인 C등급 이하를 받은 직원을 퇴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부진 인력(C-Player) 프로그램를 줄여 'CP 프로그램'이라 부른다. 주요 대상자는 사내에서 민주 노동조합 건설 활동을 한 '민주동지회'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CP 프로그램은 재작년 4월 KT에서 CP 담당자로 직접 퇴출 업무에 관여했던 반기룡 씨가 양심선언을 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다 재작년 12월 또 다른 내부 고발자 박 모 씨가, KT 본사가 2005년 4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퇴출 대상자 명단 1002명'을 공개하며 사회적 논란이 됐다. 문제가 된 '1002명 명단'에는 퇴출 대상 직원들의 사원번호,직무, 명예퇴직 요건 대상 여부가 정리돼 있었고, '농성 적극 가담', '단순 (노조) 추종자'와 같은 형태로 각 대상자들을 설명해 놓은 대목도 있었다. (관련 기사 보기 : 콜센터 여직원은 왜 울릉도 전봇대를 타야 했나?)

원병희 씨는 "나도 그 1002명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며 "명단에는 내가 민주동지회 소속이자, 노조 간부(KT 새노조 중앙본부 전임 등)를 맡은 전력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KT가 원병희 씨를 CP 프로그램에 따른 '퇴출 대상자'로 분류하고, 지속해서 퇴출 시도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 KT의 '살생부'로 불리는 '부진 인력(C-PlayerㆍCP)' 프로그램이 담긴 문건. 비고란에는 '단순 추종자'나 `농성 적극 가담'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해고 → 부당 해고 인정 → 복직 → 정직 3개월 → 원거리 인사 … 왜?

원병희 씨는 그간 KT로부터 연쇄적 인사 조치를 당했다.

재작년 6월 KT는 원 씨를 '지시 사항 불이행'을 사유로 해고했다. 그러나 이듬해(2012년) 3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원 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해 7월 KT는 원 씨를 남원지사로 복직시켰다.

그러나 KT는 복직 후 고작 석 달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10월, 원 씨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원 씨는 "중노위가 부당 해고라고 이미 판정했는데, 같은 사유로 재차 정직 처분을 내렸다"며 반발했다.

'3개월 정직'은 지난 1월 23일 종료됐다. 하지만 KT는 정직 기간이 끝난 지 채 두 달도 안 된 지난 2일 원 씨를 포항지사로 원거리 인사 조치했다. 원 씨는 그동안 가족과 함께 전주에서 살며 남원으로 출퇴근을 해왔지만, 이번 인사 조치에 따라 아무런 연고가 없는 포항으로 홀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원 씨는 "이번 인사는 일을 시키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나를 회사에서 퇴출하기 위한 인사 조치"라며 "(나를) 해고하고 싶었지만, 중노위가 '부당 해고'라고 판정하니 다른 방법(원거리 발령)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다"며 "아내가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경상북도 포항이라니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홍보팀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하는 게 사내 인사 운용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정직 3개월' 처분에 대해 이 관계자는 "중노위가 부당 해고라 판정은 했지만, 정당한 직무 지시 불이행과 사내 허위 사실 유포는 중노위에서도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며 "아울러 해고 기간에 업무 현장에 불법 난입해 업무를 방해했고, '죽음의 기업'이라 주장하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고려해 3개월 정직 처분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법원이 CP 존재 인정했지만…KT는 여전히 "CP는 없다"

KT는 지금도 "(본사 차원에서 작성한) CP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02명 명단'을 언급하며 CP 프로그램이 존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2005년 4월 KT 본사가 작성한 '부진 인력 1002명 명단' △2006년 서울서부지역본부가 작성한 '인적자원 관리 계획' △2007년 충주지사가 만든 '부진 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 등의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관련 문건 및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감안하면 부진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에서도 CP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 1월 29일 KT 전·현직 직원 6명이 "부진 인력 대상자에 포함돼 연봉의 1%가 삭감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 회사(KT)가 민주동지회 회원, 전출 거부자가 포함된 부진 인력 대상자 명단을 작성한 뒤 이들에 대한 퇴출을 최종 목표로 하는 관리 계획을 실행하게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8일 청주지법 역시 비슷한 내용의 판결을 내놨다. 청주지법은 KT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한 모 씨가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KT가 산하 각 지역본부와 지사에 지시해 공통적인 기준에 따라 부진인력관리계획(CP)을 마련해 시행하게 한 것으로 추인된다"고 밝혔다.

▲ KT 이석채 회장. ⓒ연합뉴스

바람 잘 날 없는 KT…노조 탄압, 사기, 배임 혐의로 잇따라 검찰 고발

KT는 최근 이석채 회장이 △배임 △노동관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고발되고, 감사원 등으로부터 과태료를 받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참여연대는 이석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 실무 담당진으로부터 '투자할수록 손해'라는 내부 보고를 받고도 사업을 강행해 회사에 최소 6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8촌 친척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에게 수억 원의 이득을 주고자 회사에 13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혐의다. (관련 기사 보기 : 참여연대, KT 이석채 회장 검찰 고발…"200억대 배임") 

지난해 5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이 회장과 32개 KT 지사장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KT에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재작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172개 지사에서 일하던 6509명에게 시간외 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 총 33억1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이에 대해 KT는 포괄임금 제도 등을 도입하고 추가적으로 성과급 등을 지급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사기 혐의도 있었다. 지난해 3월 'KT·계열사 노동 인권 보장과 통신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KT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사기 행위를 했다며 검찰에 이 회장을 고발했다. 이후 감사원은 당시 전화투표 요금 부과 과정에서 통화가 국내 전화망 안에서 이루어졌음에도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이 청구됐음을 인정하고, KT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의혹을 제기했던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내부 고발 이후 무단 결근과 근무지 무단 이탈을 이유로 지난해 말 해고됐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 등을 수상하기 위해 사측에 사전 고지 후 조퇴한 것이며, '무단 결근' 부분에 대해서는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고 반박했다. KT 측은 4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 위원장을 복직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보기 : [국민 속인 KT 비리 고발한 게 죽을죄인가] ["박근혜 후보 당선되자마자 KT에서 해고됐습니다"])

한편, KT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8% 늘어난 23조7903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1일 밝혔다.


 /최하얀 기자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MBC 복귀 직후 무더기 보복인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25일자 기사 'MBC 복귀 직후 무더기 보복인사'를 퍼왔습니다.
비관련 부서로 대거 전보 조치… “공정방송 요구 짓밟는 만행”

MBC가 업무 복귀 첫날인 18일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인사 발령을 냈다. 특히 기존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파업 참가에 따른 보복성 인사 조치 성격이 뚜렷하다. 10년차 기자가 취재 현장이 아닌 건설 현장으로 출근해야만 하는 식이다.
보복성 인사발령 대상자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54명이다. 본인의 동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받지 않아 단체협약상 절차적 하자도 발견된다.
MBC 노조가 ‘인사 테러’로 규정한 인사 발령안을 보면 새로 조직개편된 미래전략실과 중부권 취재센터를 포함해 사회공헌실, 신사옥건설단, 용인드라미아,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 수원, 인천, 성남, 일산 등 서울경인지사 총국 등 기존 업무와 상관 없는 곳으로 파업 참가 인원들을 전보 조치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근무지를 동원해 파업 참가 인원들을 분산시켜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용으로 보면 조능희 (PD수첩) PD의 경우 기존 교양제작국에서 사회공헌실로 전보 조치됐고, 외주제작국 외주제작2부 소속이었던 송일준 PD와 오동운 (PD수첩) 전 PD도 각각 미래전략실과 신사옥건설국으로 전보 조치 됐다. 이미 19명의 시사교양PD들은 중징계를 받아 업무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시사교양국 소속 조합원 55명 중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돼 이번 보복성 인사의 집중 탄압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PD수첩의 경우에도 담당 PD 10명 중 6명이 징계를 당한 상황에서 PD 한명을 교양제작국으로 전출시키고 7명을 새로 발령내면서 정상적인 시사 프로그램 제작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도부문 기자들에 대한 표적 인사조치 양상도 뚜렷하다. 파업 기간 중 30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번 인사 발령에서 25명의 기자들이 전보 조치돼 실무 취재인력 100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다. MBC 노조 파업의 얼굴을 담당해 파업 소식을 알렸던 아나운서들도 보복성 인사 조치 대상이 됐다.
아나운서국 전체 조합원 37명 중 7명이 징계를 당한 이후 이번 인사에서 신동진, 허일후, 김상호, 김범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직 업무와 관련 없는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전출됐다.이번 인사 발령 조치에 따라 파업 기간 중 징계를 당한 98명에 더해 15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원직에 복귀하지 못했다.
MBC 노조는 보도·시사교양 부문의 조합원들에게 인사발령 조치가 집중된 것을 두고 “공정방송 회복과 뉴스 개선 투쟁을 원천봉쇄하고 부역 간부들의 입맛에 맞는 편파보도를 계속 자행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무차별한 보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공식적으로 이번 인사 발령이 파업 대체 인력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MBC 한 인사는 “이번 인사 조치로 경영진에 비판적인 웬만한 사람은 솎아서 징계를 한 것으로 더 이상 징계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MBC 노조는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이번 인사 발령의 부당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MBC 법률 대리인 신인수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단체협약에 의하면 사전 발령 대상자와 협의를 하게 돼 있는데 협의를 무시했고, 내용상으로도 인사 발령 필요성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조합원들의 전보된 상황과 자료를 취합 중이고 이르면 내일(25일)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파업 끝나자 보복 인사, 이걸 몰랐다고?


이글은 시사인 2012-07-10일자 기사 '파업 끝나자 보복 인사, 이걸 몰랐다고?'를 퍼왔습니다.
파업이 끝난 날 동료들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후련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회사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휴대전화기가 문자 메시지를 받아내느라 연신 몸을 떨어댔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173일간의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날(6월12일) 오후 4시쯤이었다. 한 후배가 먼저 2차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임시총회 표결 결과를 보내왔다. 뭐라고 하든지 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끝내는 게 목표였으니 쫑난 게 의미이지. 좋겠다. 시원해서.” 잠시 뒤 “시원해. 곧 봅시다”라고 짤막한 답문자가 왔다. 자정 무렵 다시 그의 문자가 왔다. “국민일보는 이제야 겨우 하나의 파워풀한 이야기를 가지게 됐다. 조상운이 아니라면 시작하지 못했을 이야기, 우리들이 각자 한 문장쯤은 담당했던 이야기.” 나에 대한 그 나름의 인색하지 않은 위로라고 생각했다. 

ⓒ국민일보노조 제공 6월12일 국민일보 노조사무실 앞. 파업 173일째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선배, 우리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죄송하네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후배에게는 “좋은 결과는 아니나, 시원한 일이다. 나도 내 길을 자유로이 갈 수 있고”라고 답했다. 어떤 후배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점(.)을 여섯 개나 찍은 것을 보고 ‘네 마음이 상당히 복잡한 모양이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끝이 났네요. 조 선배가 복직할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조님’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경 공부 쉬지 마시길 기도할게요....”라는 문자도 왔다. 그의 바람대로 내 성경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오늘(6월27일) 아침 욥기 21장을 읽었다. “선배!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습니다. 이 말 외에는 구질구질하고 변명이 될 거 같아요... 선배는 국민일보의 힘이었고 힘이었습니다”라고 보낸 후배도 있었다. 


“원하는 부서장 없다” 6명 대기발령

파업을 접은 동료들의 문자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선배 안녕하신가요. 종일 맘을 추스르려는데 잘 안되네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간이에요. 연락드리기가… 맘이 무거워 잘 안 됐는데 생각난 김에 안부 드립니다”라는 문자는 수습 시절 놀랄 만큼 당돌했던 후배로부터 왔다. 공식 업무복귀를 한 날(6월14일)엔 선배 조합원 한 분께서 “업무 복귀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끝내 건승하시길”이라고 소회를 밝히셨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국민일보 노동조합의 파업은 그렇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5일 뒤 한 조합원으로부터 다시 문자가 왔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멘붕 상태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를 ‘멘붕’으로 몬 것은 인사발령 때문이었다. 국민일보 측은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여러 명에 대해 직무 변경이 수반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편집국과 종교국 기자 6명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을 받겠다는 부서장이 없다”라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노조는 이를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발끈했지만, 파업을 접은 노조의 투쟁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읍소 같은 항의와 애원 같은 규탄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몸부림의 전부처럼 보였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한 후배와의 통화는 그 같은 노조의 현실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파업을 접을 당시 협상파를 포함해 누구나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 회사 측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아직까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양심을 파는 것도 모자라 동료까지 팔지는 마라. 노조위원장이었던 나에 대한 해고는 남아 있는 이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국민일보에서는 경영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른 척 입 다물고 지내는 게 상책이라는 교훈. 검찰이 최근 국민일보 회장이라는 미국 시민권자 조 사무엘민제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상을 깨고 노동조합이 그 일에 대해 성명을 냈다. 벌써 교훈을 잊어버린 것일까?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