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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일 목요일

MB때 깎인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원상복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01일자 기사 'MB때 깎인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 원상복귀'를 퍼왔습니다.

2년간 10%씩 올라…평균 3058만원


공기업 신입사원 연봉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따라 깎였던 신입사원 연봉이 최근 2년새 매해 10%씩 뛰면서, 삭감 전 급여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임금체계와 효과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힘없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삼았던 정책의 결말이 드러난 셈이다.

1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된 30개 공기업의 2012년 경영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것을 보면, 신입사원 초임 평균은 3058만원으로 조사됐다. 2011년(2775만원)보다 연봉이 평균 10.2% 올랐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공기업(28곳) 신입사원 연봉 평균은 2010년에 견줘 10.1% 뛴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금융공기업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2년 새 연평균 10%가 오르면서 신입사원 연봉은 이명박 정부가 대폭 삭감에 나서기 전인 2008년 수준을 대부분 회복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초임 평균 연봉은 2012년 3917만원으로 2008년 수준(4067만원)에 근접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초임 연봉을 2011년 12.8%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도 15.1% 올렸다. 한국마사회(3429만원)와 한국공항공사(3263만원)도 2008년 연봉과 비슷해졌다.

삭감 전인 2008년보다 더 많이 받는 곳도 생겼다. 여수항만공사(3501만원)와 한국수력원자력(3294만원), 한국중부발전(3185만원)은 삭감되기 전보다 200만~700만원을 더 받았다. 반면 한국전력(2882만원)은 2008년 당시 받았던 4023만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전체 직원의 평균 임금(2012년)은 7204만원으로 조사됐다. 2011년에 견줘 평균 2.1%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8776만원)가 가장 많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8583만원)와 한국마사회(8496만원), 한국가스공사(8030만원), 한국동서발전(7957만원)이 뒤를 이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답정너' KBS, "입사하면 파업할 거냐" 물어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4일자 기사 ''답정너' KBS, "입사하면 파업할 거냐" 물어봐'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무조건 "불법파업" KBS, 무슨 답을 듣고 싶었나

▲ 22일 새 노조 노보 캡처.

*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
KBS가 올해 39기 신입사원들을 공개채용하면서 응시자들에게 '노조'와 '파업'에 대한 개인 소신을 물어 본 것으로 드러났다.
KBS 새 노조가 지난 10일 신입사원 설명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1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명이 '노동조합'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노조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5명) 
최근 언론사 파업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13명)
입사하면 파업에 참여할 것인가? (9명)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5명)
회사의 결정이 본인의 의견과 다르다면 어떻게 하겠나? (5명)
노조위원장을 시키면 할 것인가? (1명)
조합에서 주장하는 문제의 다큐 및 보도에 대한 찬반 의견은? (1명)
언론파업을 하는 친구를 만난다면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1명)
노조의 장단점은? (1명)
파업 때문에 1박 2일을 못봤는데 시청자로서 어땠는가? (1명) 
방송인이 사회 현상에 참여해야 하는가? (1명)
파업에 대해 KBS 직원의 입장과 시청자 입장에서 설명해보라. (1명)
이전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있었나? 어떤 활동을 했나? (1명)

22일 새 노조는 이를 두고 "요즘 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사용자 측에 선 면접관이 파업과 관련한 소신을 물었을 때 지원자 스스로 갖고 있는 소신을 가감없이 밝히기는 쉽지 않다"며 "사측이 집중적으로 캐묻은 파업관련 질문은 그야말로 사상검증"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로서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하나인데, 이런 당연한 권리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행위"라는 것.
즉각, KBS사측이 반박에 나섰다. "언론파업사태가 질문에 포함된 것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면접관은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는 것.
KBS 인사부도 별도의 입장을 내어 새 노조를 향해 "왜곡된 사실로 KBS 채용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것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책임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끝까지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중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이 받은 노사관계에 관한 질문은 다양한 질문 중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새 노조가) '면접은 사상검증'이라는 표현을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형제도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노조도 재반박에 나섰다. 새 노조는 24일 "전체 131명 중 50명이 소수인가?"라며 "전체 면접자 중 '소수' 아니 단 한 명에게 사상검증이 자행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KBS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임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KBS는 다른 기업과 달리 '언론 자유를 구가하는 주체'로서 국가기간 방송이자 공영방송이다. KBS의 기본적 위상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어찌 이런 질문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가?"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며 방송법에 부여된 공익적 기능을 부정하는 위법행위임이 자명하다"는 것.
이번 '사상검증' 논란과 관련해, 파업에 대해 긍정적인 소신을 밝힌 지원자가 실제 탈락했는지, 파업 관련 질문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면접과정에서는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 "(언론파업 사태를 물어 본 것은) 사회 이슈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KBS의 원론적인 해명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KBS가 지난 몇 년간 '노동조합', 그리고 '파업'에 대해 일관되게 보여왔던 태도 때문이다.
"사내 일부 직원들이 참여한 것이었지만 석달 넘게 파업이 지속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파업을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준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김인규 KBS 사장, 새 노조 파업 종료 직후인 6월 11일 월례조회사 가운데)
"이번 파업 찬반투표는 정치적인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불법파업이므로 회사 차원에서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다."(KBS 기존노조가 '방송법 개정 촉구'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자 KBS 홍보실이 4월 12일 발표한 보도자료 가운데)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시청자에게 공정한 방송을 제공해야 할 공영방송 KBS 내부 구성원들이 국민을 볼모로 정치 투쟁을 벌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KBS 새 노조가 파업 돌입하자 3월 7일 KBS 경영진 일동이 낸 입장 가운데)
"공영방송 KBS는 일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새 노조가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총파업 돌입하자 2010년 7월 9일 KBS가 발표한 입장 가운데)
KBS 새 노조가 회사측과의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쳐 2010년 7월 한 달간 진행했던 합법파업에 대해서조차 한사코 '불법'이라고 주장했던 KBS. 당시 KBS는 2009년 12월 출범한 새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청하자 수개월간 미루다가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자 그제서야 단체교섭에 응했으나 이 마저도 무성의로 일관하다가 결국 총파업을 불러일으켰다.

▲ 2010년 7월 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된 새 노조 총파업 출정식 모습. 당초 출정식은 본관 1층의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50여명의 청경이 새 노조 조합원과 취재기자의 출입을 막아 본관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곽상아

당시 '합법파업'에 대처하는 KBS의 모습도 '희한'했다. KBS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새 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을 막아서고,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타 언론사의 취재 기자들까지 끌어내렸었다. 인기 예능프로 (1박2일) 하이라이트 방송 도중에는 자막으로 새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가 정정보도를 요청받기도 했다. 새 노조 출범 초기,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 직후 보도본부의 모 간부가 보도본부의 새 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더 이상 회사가 새 노조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 당시 KBS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총파업 출정식을 취재하러 온 타 언론사 취재 기자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본관 앞 계단을 올라가던 민중의 소리 기자(가운데 파란색 옷 입은 사람)가 청원경찰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모습. ⓒ곽상아

지난 몇 년간 KBS가 파업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내놨던 입장에서 단골 표현은 '명분없는 불법정치파업'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 일반 기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KBS  앞에서 과연 응시자들은 합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음식을 한 엄마가 자식에게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는 답을 바라고 "맛있냐?"고 묻는 것처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답변자가 질문자가 바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공영방송 입사의 부푼 꿈을 가진 응시자를 상대로 의도가 빤히 보이는 질문을 하는 '답정너'처럼 행동한 KBS를 보며, 이 나라 공영방송 경영진의 수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KBS 신입사원 면접 때 “입사하면 파업할 건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2일자 기사 'KBS 신입사원 면접 때 “입사하면 파업할 건가”'를 퍼왔습니다.
‘언론파업·노조’ 관련 소신 물어… 새노조 “양심자유 침해” 사측 “1~2개 질문한 것”

KBS가 구성원들의 파업이 한창일 무렵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면접 과정에서 ‘파업’과 ‘노조’에 대한 응시생들의 소신을 질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KBS 내부에서는 면접자들을 대상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KBS 새노조가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KBS연수원에서 실시된 39기(공채) 신입사원 노조 설명회에서 ‘면접과정에서 파업 및 노사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입사원(응답자 131명)들 가운데 28명이 “현재 진행 중인 언론사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9명의 신입사원은 “입사하면 파업에 참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5명은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KBS 새노조는 전했다.
또한 노조에 대한 질문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들은 KBS 면접관들이 “노조위원장을 시킨다면 할 것인가”, “언론 파업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어떤 대화를 하겠는가”, “파업 때문에 1박2일을 못봤는데 시청자로서 어땠는가”, “방송인이 사회 현상에 참여해야 하는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노동조합이 있었나. 어떤 활동을 했나” 등의 질문도 했다고 답했다고 KBS 새노조는 전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KBS 연수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KBS 새노조 설명회(오른쪽). ⓒKBS 새노조

이를 두고 KBS 새노조는 “요즘 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사용자 측에 선 면접관이 파업과 관련한 소신을 물었을 때 지원자 스스로 갖고 있는 소신을 가감없이 밝히기는 쉽지 않다”며 “이런 현실에서 이번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사측이 집중적으로 캐물은 파업 관련 질문은 그야말로 사상 검증”이라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노동자로서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하나”라며 “이런 당연한 권리를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행위일 뿐 아니라 파업 관련 개인 소신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추지금지원칙(良心推知禁止原則)에 어긋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성토했다.
KBS 새노조는 앞서 이병순 사장 시절인 지난 2008년 35기 신입사원 최종면접장에서 한 고위 임원이 “자네도 다음 아고라 회원인가”라는 우문을 던지자 이 질문을 받은 지원자가 “아고라는 회원제가 아닙니다”라고 현답을 했었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KBS는 39기 신입사원 면접을 KBS 새노조 총파업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5월 하순경에 실시했다고 배재성 KBS 홍보실장이 전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2일 “여느 기업이나 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하는 질문의 정형이나 틀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면접관이 질문하고 싶은 것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고 대처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며 “다만 이 질문으로 유도하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탈락시켰다거나 전체 질문 가운데 대부분이 이 질문이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KBS를 공격해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채 비난하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언론인이라는 다양한 직원을 뽑는 자리인데, 자유로운 질문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혜를 발휘하는지, 어떤 가치관인지를 보고 점수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전체 질문 20개 가운데 1~2개 파업 관련 질문을 한 것이 뭐가 잘못인가”라고 덧붙였다.

22일 발행된 KBS 새노조 노보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기업에 인턴은 ‘질 좋은 알바’?


이글은 한겨레21 2012-06-04일자 [제913호] 기사 '기업에 인턴은 ‘질 좋은 알바’?'를 퍼왔습니다.
[특집] 신입사원 채용 주요 창구이자 심사 기준 된 인턴제도… 실무 경험 도움 안 되는 단순·반복 업무에 저임금 착취 구조 비판 많아

»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현장에 몰려든 구직자들. 정용일 기자

1984년 7월2일 월요일. 전국 13개 대학 재학생 504명이 당시 럭키금성그룹 사옥으로 모여들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실시되는 ‘인턴’ 지원자들이었다. 당시까지 한국에서 인턴이라는 용어는 ‘병원 수련의’로 통했는데, 서구와 같은 기업 인턴십(internship)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나흘 동안 기업 소개를 받고 공장 견학 등을 한 뒤 출신 지역별로 본사·공장·연구소에 배치됐다. 한 달 동안 중견 사원들로부터 업무 지도를 받으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하지만, 하는 업무는 기존 ‘대학생 아르바이트’와 거의 동일했다고 한다. 다른 점은 당사자가 졸업 뒤 취업을 원할 경우 인턴사원 근무 성적과 적성 등을 따져 우선 채용하고 인턴 기간만큼 수습 기간을 줄여줬다는 것이다. 당시 럭키금성그룹은 한 달짜리 인턴사원에게 월급 20만원을 지급했다. 점심과 숙소는 무료로 제공됐다.
인턴 경력 발판 삼아 다른 인턴 구하는
2011년 박인수(29·가명)씨는 1년간 외국계 회사 재경팀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회사였는데 인턴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 쪽은 ‘정규직 전환 보장은 못해준다’고 했지만 박씨는 승낙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는 희망을 조금은 품을 수밖에 없었다.” 외국계 회사 인턴 경험이 다른 회사 취업을 위한 ‘스펙’에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인턴이 됐지만 하는 일은 아르바이트할 때와 같았다. 서류 스캐닝과 엑셀·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일이 주어졌다. 반면 근무시간 등 노동강도는 정규직보다 덜하지 않았다. 월급으로 110만원을 받았다. 강씨는 현재 다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 조직문화라는 것을 경험해봤다. 그것 말고는 이력서에 들어간 인턴 경험 한 줄이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기업들이 인턴이라는 ‘신분’을 활용하기 시작한 지 30년이 돼간다. 한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인턴도 따라 출렁였다. 기업들의 인턴 채용 규모와 방식, 정규직 전환 조건과 비율 등은 수시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인턴 제도가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주요 창구로, 인턴 경험이 채용의 중요 심사 기준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10년에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들을 분석했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인턴 정규직 전환 비율이 57.6%, 직원 500명 이상 사업장의 전환 비율은 56.8%였다. 조사 대상 사업장 전체의 인턴 정규직 전환 비율은 68.5%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작성한 지난해 하반기 주요 기업 채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81.1%가 인턴 채용 계획을 세웠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반기·하계 인턴 공고가 쏟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취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취업 합격 후기만큼이나 인턴 합격 후기가 ‘감격스럽게’ 올라온다. 구직 경쟁에 앞서 인턴 합격 경쟁에 진이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턴 경력을 발판으로 취업이 아닌 또 다른 인턴 자리를 구하는 ‘인턴 돌려막기’도 흔하다.
그러나 인턴 경험이 주는 ‘만족도’는 구직자들의 피나는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를 방문한 20대 구직자 6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인턴 제도의 단점으로 41.6%(274명)가 ‘저임금 노동착취’를 들었다. 2~6개월 정도 안정적 출근이 가능한 ‘질 좋은 아르바이트’로 인턴사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교보증권 인턴사원들이 주식거래 실적을 높이려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끌어다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정규직 채용 평가에 주식거래 실적이 포함된 탓이다. 이렇게 ‘착취’를 당하고도 정규직 채용에서 떨어지면 구직자들은 좌절한다. ‘불합격했을 경우 받게 되는 물리적·심리적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응답이 25.5%(168명)에 달했다.

인턴 경험이 주는 ‘만족도’는 구직자들의 피나는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를 방문한 20대 구직자 6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인턴 제도의 단점으로 41.6%(274명)가 ‘저임금 노동착취’를 들었다.
정부의 ‘청년인턴제’, ‘인턴 낭인’ 양산
정부가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며 분기별로 공공기관 채용 실적까지 점검하는 ‘청년인턴제’ 역시 ‘인턴 낭인’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학원을 마치고 한 연구원에서 8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한 김은영(27·가명)씨는 현재 다른 연구원에서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방치될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정부 정책이니 뽑아는 놨지만, 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 많다는 것이다. 실무 경험 쌓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손가락 노동’ ‘눈 빠지는 노동’과 같은 단순·반복 업무를 시키는 것도 문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2년 상반기 조사를 보면, 청년인턴제로 들어온 사원에게 ‘단순 업무 보조’를 시키는 경우가 52%(직원 1천 명 이상 사업장)에 달했다.
기업들도 어려움은 있다. 인턴들은 실무 능력이 떨어지고 업무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우기 어렵다. 10대 그룹의 부장인 박아무개씨는 인턴사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사전 연수를 했더라도 사실 비중 있는 업무를 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에 우리가 하던 일이 아니라 평소 우리가 바빠서 못했던 일들에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프로젝트 과제를 줬다.” 나중에 이 인턴들이 낸 일부 아이디어가 채택됐고 이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한다.
미국 등의 인턴은 직무교육 위주의 ‘현장실습’이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채용 목적’ 인턴 제도가 직무교육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간된 책 은, 미국 사회 역시 디즈니랜드부터 워싱턴 정가까지 인턴들의 ‘고혈’을 빨아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앞서 인용한 한국의 인턴 정규직 전환 비율도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규직 전환 뒤, 실제 그 고용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제대로 된 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구직자와 구인자가 일정 기간 함께하며 서로 접점을 찾아가는 인턴 제도의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함께일하는재단’ 김창주 팀장은 “‘경력 형성’이 정규직 채용에는 중요한데, 경력 형성은 단순한 이력이나 커리어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력서에 나열할 경력이 아니라 그 경력이 얼마나 해당 직무와 관련됐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미스매치’가 바로 직무와 무관한 인턴 경험이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에서도 과거의 취업지원센터를 넘어서는 ‘경력개발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 늘려야
그렇더라도, 구직자들이 눌러앉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인턴 자리를 찾아 떠도는 인턴 낭인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허튼 곳에 돈 쓰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에 하는 말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투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언론 파업 ‘1퍼센트의 입’을 닫아 버리자


이글은 레프트21 2012-05-14일자 기사 '투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언론 파업‘1퍼센트의 입’을 닫아 버리자'를 퍼왔습니다.

언론 노동자들이 투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MBC 노동자들은 이미 역대 최장기 파업의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저항을 계속해 ‘MB씨 방송’의 시청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보직 간부와 신입 사원 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했고, 심지어 일부 방송 작가들도 계약 해지를 무릅쓰고 일손을 놨다. 

△5월 11일 언론노조 파업 승리 전국 노동자 대회 이날 금속노조 등 곳곳에서 모인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MBC,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단결의 힘을 보여 줬다. ⓒ사진 박재광

KBS 새노조도 벌써 7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며 편집권 독립 요구의 정당성을 만천하에 입증해 보였다.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의 노동자들도 어려움을 딛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YTN 노조도 2주간 재파업에 나섰다. 언론 노조들은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캠프’도 시작했다.
언론 파업은 그동안 정부ㆍ여당의 위기를 심화시키며 큰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 왔다.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텐트’를 치고 농성중인 언론노동자들 ⓒ고은이
특히 불법 사찰 폭로로 청와대의 총체적 범죄를 드러낸 것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은 파업 덕분에 가능했다. 박근혜의 물타기에 대처할 수 없었던 민주당의 꾀죄죄함 때문에 그 효과가 반감된 게 개탄스럽지만 말이다.
언론노조는 5월 15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장 앞 대규모 파업 집회도 예고했는데, 이것은 새누리당을 압박할 또다른 기회가 될 것 같다.
한편, 언론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의 자신감과 사기를 고무하기도 했다. 특히 총선 직후 MBCㆍKBS 노동자들이 ‘파업은 계속된다’고 선언한 것이 그랬다. 이것은 여소야대 실패로 진보진영이 낙담하고 있던 순간에 우리의 갈 길을 보여 주는 이정표와 같았다.
며칠 뒤 민주노총은 “투쟁 기조는 더 강조돼야 한다”며 6월 경고 파업과 8월 말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언론 파업 지원을 위한 노동자대회를 계획했다.
요컨대, 언론 노동자들은 올해 노동자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언론 파업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고, 정부ㆍ여당의 위기를 더한층 가속화할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급 대중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민주노총 파업의 중요한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사장들을 앞세워 언론 노동자들을 무릎 꿇리려고 안달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가 “언론사 파업은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블랙 아웃
지금 사측의 탄압과 공세는 극심하다. 김재철은 해고와 대량 징계, 수십 억 원대 손배 가압류를 단행하며 노동자들을 옥죄었다. 그는 대규모 인사 개편으로 친정체제를 만들고, 시사교양국 폐지와 외주화 확대 등을 밀어붙이며 그야말로 막장의 끝을 보여 주고 있다.
KBS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인규는 최경영 기자를 해고하고 추가 징계 협박도 계속하고 있다. 새노조의 파업 농성장을 침탈하고 노동자들을 사옥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경영진 퇴진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틀렸다. 설사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나 법 개정을 논의해 보자고 해도, 이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과 진보적 인사로의 교체, 편집권의 독립 등을 지지할 리 만무하다.
사실 정치권이 국정조사와 방송법 개정을 말하게 된 것은 언론 노동자들이 굳건히 싸워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진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가 문제를 봉합하는 수순을 밟았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처럼 “민주통합당이 해결하라”는 데 강조점을 두기보다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MBC 노조가 송출 인력의 일부를 파업에 동참시킨 것처럼 말이다. 
노조는 “화면이 안 나오는 ‘블랙아웃’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렇게 사측에 타격을 가해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더 많은 송출 노동자들을 파업에 동참시키고, 대체인력 투입을 막으면 사측을 더 압박할 수 있다.
언론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MBC 로비를 가득 메워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KBS로 달려가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농성장에서 쫓겨난 KBS 노동자들의 설욕을 갚아준다면 정말 통쾌할 것이다. 이런 행동을 위해 파업 노동자들이 결집하고 진보진영도 적극 연대한다면 투쟁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5월 11일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는 바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 줬다.

△5월 11일 ‘언론노조 파업 승리 전국 노동자 대회’ 참가자들이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수현

금속노조 등 곳곳에서 모인 2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MBC, KBS 본관 입구를 둘러싸고 단결의 힘을 보여 줬다. “민주노총이 동지들을 엄호하기 위해 왔다!”
언론 노동자들은 연신 “감격스럽다”고 말하며 “반드시 승리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한 조합원은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가 외치는 공정 방송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자는 것”이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많은 이들이 느꼈던 것처럼, 언론 파업은 민주노총의 6ㆍ8월 파업과 별개가 아니다. 이명박과 새누리당의 반노동ㆍ반민주 정책에 맞서 힘을 합칠 때, MBC 노조 정영하 위원장이 말한 “정권에 맞선 투쟁”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