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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7일 월요일

‘을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글은 시사IN 2013-05-27일자 기사 '‘을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퍼왔습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직원의 죽음이 을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시사IN) 기자가 빅3 백화점 중 한 곳에 취업했다.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받는 장소겠지만, 판매 직원에게는 평가와 감시, 처벌의 장소이다.

지난 4월22일 김 아무개씨(47)가 본인이 일하던 롯데백화점 서울 청량리점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투신 직전, 김씨는 의류 매장을 관리하는 영업 관리자(파트리더) 등 32명이 함께 쓰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저 힘들어서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백화점의 과도한 매출 압박이 결정적인 자살 원인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런데도 백화점 업계의 ‘갑’인 롯데백화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전 직원에게 ‘입단속’을 지시하는 등 사건 무마에 급급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외에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백화점 직원. 정확하게 말해 ‘백화점 입점업체의 판매 대리자’는 백화점 소속이 아니지만 백화점 규정을 따르고 이들로부터 매출 압박을 받는다. 김씨는 백화점 입점업체의 ‘매니저’였다. 호칭일 뿐 직책은 아니다. 대체로 매니저는 백화점 입점업체의 중간관리자로서 매출의 일정 수수료(인건비 및 매장관리비)를 제외한 금액을 본사에 보내야 한다. 김씨의 죽음은 그동안 잠재된 각계각층 ‘을’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발화점이었다. 기자는 5월6∼12일 일주일간 국내 빅3 백화점 가운데 한 곳에서 김씨와 같은 ‘백화점 직원’으로 일했다.

5월6일. “고객의 지갑을 열게끔 서비스하라”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아웃소싱 업체가 요구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챙겼지만, 백화점 여성복 코너 입점업체 ㄱ매장 매니저는 내가 준비해간 서류를 보지 않았다. 5분여 만에 ‘입사’에 성공했다. ㄱ매장이 내 일터였다. 

ⓒ시사IN 윤무영

백화점 교육은 일주일에 한 차례 열린다. 입점업체와 관계없이, 직원에서 아르바이트생까지 백화점에서 일하는 누구나 교육을 받는다. 교육생 30명 가운데 대다수가 20대 초·중반이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3명도 참가했다. “나이 들어서 일하기에 이만한 일이 없다”라던 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교육 목표는 명확했다. 백화점 소속 서비스리더는 “고객님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백화점에 온다. 이곳은 백화점의 표본이다. 고객님의 지갑을 열게끔 서비스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은 고객 편의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일러주었다. 고객용 시설 이용 금지, 화려한 복장 금지, 앉아 있기 금지 따위였다. 

최근에는 사물에 존칭을 쓰는 게 듣기 불편하다는 고객 불만이 나온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세일이십니다’ 같은 말을 쓰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의시켰다. 고객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눈맞춤이나 지나치게 정중한 손 모으기도 금지 사항이었다. 이런 모호한 지시를 하면서도 매장 모니터 평가 항목은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밝은 표정과 바른 자세로 대기(100점), 밝은 표정은 아니지만 고객 입점 시 응대할 수 있도록 움직임에 주목(70점), 자연스러운 자세를 하고 있으나 초점 없이 무표정으로 대기(40점), 직원 간 잡담·통화·상품 정리 등으로 방문고객 입점 여부를 인지하지 못함(0점) 따위 점수화된 항목이 70여 가지에 달했다. 손님으로 위장한 모니터 요원이 이 점수에 따라 직원들을 비정기적으로 평가한다. 

서비스리더는 매장을 돌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앉아서 대기 중인 직원을 촬영하고, 이렇게 찍힌 사진을 근거로 매장에 불이익을 준다고 했다. 매장 모니터와 직원 감시에 이어 곧 발표될 한국서비스 품질지수 평가까지, 판매 직원에게 백화점은 서비스 제공 장소이자 이에 대한 평가와 감시, 처벌이 반복되는 곳이었다.

5월7일. 빛은 없다 

붉은색 티셔츠, 팔리지 않던 옷을 유니폼으로 사용했다. 머리는 단정히 빗었다. 오전 9시30분, 백화점의 아침은 청소로 시작한다.    매장 관습상 청소는 막내급인 내 담당이다. 대걸레질과 먼지떨이, 거울 닦기다. 재고를 관리하거나 상품을 전시하는 일은 ‘둘째 언니’ 몫이다. 매니저는 판매에만 집중했다. 백화점에서는 매출을 높이는 업무가 가장 중요해서다. ㄱ매장은 나를 포함해 직원 5명이 일했다. 백화점 입점 매장 가운데 직원이 많은 편이었다. 매장도 넓었다. 두 개 매장을 텄다. 그만큼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에스컬레이터 인근에 매장이 위치한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시간이다. 연장 영업이 있는 금·토·일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일해야 한다. 평일 주 1회 휴무, 주 1회 늦은 출근이나 이른 퇴근을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급여는 148만원. 4대 보험을 제하고 나면 136만원을 손에 쥔다. 4대 보험을 들 수 있는 데다 136만원 주는 곳은 거의 없다고 동료들은 귀띔했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하자 매니저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하루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말하라”고 했다. 

매장 안으로 고객이 들어온다. 첫날부터 입술이 떨어질 리 없었다. “세 가지 인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야 해.” 매니저가 내 옆을 지나며 말했다. 맞이 인사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추가 인사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고객님∼’, 배웅 인사 ‘안녕히 가십시오, 고객님∼’. 어떤 고객이 모니터 요원인지 알 수 없다. 매니저가 선창하면 따라 외쳤다.

점심은 직원이 돌아가며 먹었다. 매니저는 내 점심시간을 가장 먼저 배치해주었다. 늦게 배치될 경우 오후 2시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는데 계속 서 있어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후 업무를 준비하는 휴식시간치고는 지나치게 짧았다.

시곗바늘이 저녁 8시를 가리켰다. 퇴근시간이다. 매니저의 눈치를 봤다. 다리가 아파 더 이상 서 있기가 괴로웠다. 백화점 폐점 이후에도 직원 대기 10분, 매출 확인 시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화점 직원들이 우르르 거리로 쏟아졌다. 어둠이 짙었다. 11시간 만에 바깥 공기를 처음으로 들이켰다.

5월8일. 판매 여왕이 되다

풀리지 않는 난관은 상품명과 제품의 특징을 외우는 일이었다. 제품을 잘 알아야만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이는 즉시 매출로 연결된다. 매장에는 ‘킬러 아이템’이 있다. 매니저의 주력 판매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방만 해도 브랜드가 대여섯 개 있고 같은 브랜드도 색상·소재·디자인·가격에 따라 30가지가 넘는다. 나는 며칠이 지나도록 외우지 못했다. 

고객 응대를 하다가도 언니에게 눈치껏 제품 설명을 넘겼다. 그때마다 옆에 바짝 붙어서 응대법을 익혔다. 제품의 가격은 100여만 원. ‘직접 사서 쓰지도 않는데 어떻게 상세히 알까’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매니저는 제품을 판매한 언니에게 “너는 (브랜드) 여왕이야” “대견해” 따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도 잠시. 매니저는 오후 6시가 넘어도 매출이 130만원에 불과하다며 근심이 가득했다. 매장 평일 목표 매출 300만원에 훨씬 못 미쳤다. 백화점 판매 26년째인 매니저는 매출에 민감한 편이다. 두 달여 전 타 백화점에서 이곳으로 온 터였다. 본사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매니저의 근심은 직원들에게 곧장 전이되기 마련이다.

그때 한 여성 고객이 매장을 휘저었다. 매출을 높이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매니저는 고객이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단번에 파악했다. 옷을 추천받아 입고 벗기를 반복하던 이 고객은 160만원어치를 한 번에 구입했다. 손 큰 고객이 분위기를 휘저으면 다른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폐점을 겨우 1시간30분 남겨두고 400여만 원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발생하는 즉시, 본사에 접수된다. 매니저는 “본사에서도 오늘은 공쳤다고 생각했을 텐데 막판에 놀랐을 거다”라며 표정이 밝아졌다. 


ⓒ시사IN 이명익 백화점 판매 직원을 평가하는 항목은 70여 가지에 달한다. 위는 국내 한 백화점 여성복 코너의 모습.

한 직원이 나를 향해 “네가 와서 매출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마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다 보면 다리 아픈 건 싹 사라진다던 동료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걷기가 힘들었다. 

5월9일. 본사 파트리더의 방문

입사 후 첫 조회가 있었다. 백화점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새 파트리더를 소개받는 자리다. 같은 층 매장 약 20곳을 관리하는 백화점 소속 직원을 파트리더라고 일컫는다. 그는 2011년 백화점 공채로 입사한 20대 후반 남성이다. 반면 대다수 매니저는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40대 이상 여성이다. 기선제압을 하려는지 그가 외쳤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실 거죠? (더 크게) 도와주실 거죠?”

몇몇 매니저가 소곤거렸다. “예전 그 직원이 아니다. 입사 2년 만에 파트리더로 승진했으니 얼마나 파이팅이 넘칠까.” 오후 4시께 파트리더는 담당 매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ㄱ매장을 지난 직후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매장 창에 지문이 묻었어요. 닦으세요.” 신문지를 찢어 창으로 나왔더니 파트리더가 훑고 간 전 매장에서 줄줄이 창을 닦고 있었다.

다음 날 금요일부터 토·일요일까지 행사가 있다. 본사로부터 이월 상품을 받아 할인 판매를 한다. 재고를 없애는 일은 본사가 신경을 많이 쓰는 일 중 하나다. 그만큼 판매 직원에게는 이중으로 과중한 업무가 주어진다. 추가 업무지만 야근이나 특근비 등을 주지는 않는다.

옷 400여 벌이 10개 박스에 담겨 들어왔다. 직원들이 오가는 화물용 승강기 앞에 주저앉았다. 알록달록한 천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깔렸다. 행사에 쓸 150여 벌을 선별하고 행거에 걸었다. 서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잠시 맛본 행복은 행사의 시작과 함께 깡그리 사라졌다.

5월10일. 노고가 매출로

행사를 앞두고 본사 직원들이 매장을 찾았다. 매니저는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직원에게 “오늘 (매출) 얼마나 할 거야(올릴 거야)?”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옷을 정리했다. 같은 질문이 입사 일주일이 안 된 내게도 왔다. 내가 되물었다. “얼마나 하면 될까요?” “열심히만 해.”

고객이 행사장에 관심을 가진다 싶으면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는 인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내 나름의 코디를 추천하기도 했다. 둘째 언니가 “인사만 하지 말고 판매에 적극성을 가지라”고 조언한 직후였다. 몸은 괴로워도 입은 점점 자동으로 움직였다.

행사장 옷은 잘 팔리지 않았다. 옷 사이즈는 충분하지 않았고 디자인은 각양각색이었다. 매출은 나와 무관했다. 그런데도 들춰보고 입어보다가 사 가지 않는 고객들이 얄밉게 보였다. 어쩌면 내가 일한 노고가 매출로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님이 내 설득에 구입하면 짜릿하다”라던 매니저의 말뜻을 알 것도 같았다.


ⓒ시사IN 백승기 4월30일 입점업체 직원에 대한 백화점의 과도한 관리·감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행히 매장 매출이 좋았다. 1000만원이 넘었다. 이런 날은 매출이 안 좋을 수도 있는 다음 날에 대비해 ‘감는다’. 하루 매출의 평균을 고르게 하기 위해 장사가 잘된 날 일부 매출을 다음 날로 넘기는 것이다. 

한때는 급여에 더해 1년에 두 차례 실시한 백화점 행사 매출에서 1%를 직원 수당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사흘 만에 1억5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본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막내급은 딱 한 차례 25만원을 받았다. 

5월11일. 밥 굶으며 11시간 버티는 언니들 

매장 직원들은 모두 밥을 먹지 않았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했다. 이들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가수와 모델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고객에게 직원들은 걸어다니는 피팅 모델이다. 날씬한 몸매 유지를 알게 모르게 강요당했다. 밥을 먹지 않고 11시간을 서서 버티는 능력은 정말 놀라웠다. 이들은 밥을 먹지 않는 대신 점심시간에 잠을 청했다. 저녁식사 시간도 따로 없다. 매니저가 사 오는 우유와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나면, 그 후 굶는다. 

점심시간, 직원 휴게실에는 집에서 준비해온 삶은 달걀, 고구마, 오이 따위로 끼니를 해결하는 직원으로 붐볐다. 셋째 언니는 “제대로 밥을 먹지 않거나 퇴근 이후 폭식을 하는 탓에 백화점 판매직원은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둘째 언니가 거들었다. “한창 바쁠 때는 휴식은커녕 매장과 창고를 뛰면서 한 입씩 오물거리며 요기할 때도 있어.”

‘고객의 눈으로 보세요.’ 직원 휴게실을 통과하는 거울에 적힌 문구처럼 모든 게시물이나 표지판은 고객의 관점에서 작성돼 있다. 안내를 받지 않으면 백화점 내부에서 직원 화장실·휴게실·승강기(화물승강기) 따위를 찾기 어렵다. 매장과 매장 사이 어디엔가 ‘서비스 라인’이라고 적힌 테이프가 부착돼 있으면 그 뒤에는 직원용 시설이 있다. 직원 휴게실에 가면서 가방을 들고 갔다가 ‘주의’를 들었다. 사복 유니폼에다 가방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객과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다. 직원과 고객의 경계는 언제나 세밀했다.

의아한 점은 직원이 이용하는 모든 시설물에 백화점이 속한 그룹의 회장과 대표이사 등 고위관계자 이름과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부착돼 있는 것이다. 마치 ‘모든 매장의 주인은 그룹’이라는 사실을 주시시키려는 듯 보였다. 백화점 ‘갑’은 회장, 나는 ‘을’이라는 것을 볼 때마다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갑의 절약정신은 꼼꼼했다. 폐점을 하는 즉시, 직원이 남아 있는데도 에어컨을 끄거나 직원 화장실의 온수만 꺼버렸다.  

5월12일. “파트리더가 네 이름 적어오래”

아침부터 다리가 덜덜 떨렸다. 일한 지 닷새 만에 사흘짜리 행사를 맡은 게 무리였다. 다리에서 허리, 어깨까지 통증이 왔다. 옆 매장에서 일하는 언니는 생리까지 겹쳐 끙끙 앓았다. 언니는 자신의 연봉(2000여만 원)을 분할해 “오른팔이 500만원, 왼팔 500만원, 양쪽 다리 1000만원짜리”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벽에 기대고, 행거 뒤에 쭈그려 앉아봤지만 소용없었다. 동료에게 지적만 당할 뿐이다. 계산대 담당 언니와 옆 매장 언니가 몸을 비비 꼬는 내게 “파트리더가 이름 적어오래” “너 사진 찍혔어”라고 놀렸다. 나중에서야 농담인 걸 알았지만, 그 소리를 듣고서는 나도 모르게 머리가 쭈뼛거렸다. 심장박동이 심하게 빨라질 만큼 을의 처지를 실감했다. 

이런 상황이 정말 일어난다면? 끔찍하다. 두 번 지적을 받으면 퇴사당한다. 그 전에 매니저는 파트리더에게 훈계를 당하고 경위서를 쓸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매니저마저 교체된다. 백화점 전 매장 중 모니터 요원이 매긴 점수가 가장 낮은 구역의 파트리더는 지하 주차장으로 배치받기도 한다. 

매니저는 책임질 일이 많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매출 차이가 극심하고, ‘로스(잃어버린 상품 비용)’를 메우는 책임도 매니저 몫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매출의 부족한 금액을 스스로 벌충하기도 한다. 

금·토·일요일은 평일보다 30분 연장 영업한다. 폐점이 늦어지는데도 그만큼 돈을 더 주지는 않는다. 지난 2월 행사에서 한 직원은 뒷정리를 하느라 새벽 2시30분에 퇴근했다. 택시비 3만원, 식비 1만원을 썼다. 월급을 쪼개 일당 5만원이라고 할 때, 그는 이날 1만원을 손에 쥔 셈이다. 그러고도 이 직원은 이튿날 정시에 출근했다. 

일을 마치고 혼자 계단을 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려 난간을 잡았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언니들 얼굴이 겹쳤다. 다리가 아픈 언니는 내일도 압박 스타킹을 신고 서 있어야 한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을 외칠 것이다. 그 뒤로 본사 정규직 파트리더의 번뜩이는 눈초리와 휴게실에 붙은 백화점 회장님의 자상한 눈빛은 계속될 것이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2013년 3월 5일 화요일

민망한 KBS 창립 40주년 ‘자화자찬’ 리포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4일자 기사 '민망한 KBS 창립 40주년 ‘자화자찬’ 리포트'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KBS가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시대를 증언?… “자화자찬 지나치다”

지난 3일 공사창립 40주년을 맞은 KBS가 (뉴스9)에서 내보낸 리포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KBS는 예능과 교양 등 다양한 부문에서 특집 방송을 마련했는데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도 공사창립 40주년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신뢰도 1위… 공영방송 KBS 40년’ ‘KBS 대표프로는 9시 뉴스’ ‘국민의 눈과 귀…진실보도 파수꾼’ 등 모두 3꼭지였다.
공사창립 40주년 의미를 되새겨보고, 공영방송 역할을 되짚어본다는 측면에서 일면 이해하지만 문제는 KBS가 지나치게 ‘자화자찬’ 리포트를 내보냈다는 점이다.

공사창립 40주년 ‘뉴스9’ 리포트… 지나친 자화자찬 논란

KBS는 이날 ‘신뢰도 1위… 공영방송 KBS 40년’ 리포트에서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1위를 굳건히 하며 명실상부한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기까지 KBS가 걸어온 길”을 정리했다.
KBS는 해당 리포트에서 “(KBS는) 47년 국영 서울중앙방송국으로 다시 출범했다가, 73년 3월 3일 공영방송 ‘한국방송공사’로 탄생했다”면서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국민보다 정권을 바라본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자기반성인 셈이다. 특히 KBS는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5공 시대, 공영방송다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언급,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3년 3월3일 KBS <뉴스9> 화면캡처

하지만 KBS의 반성은 여기까지였다. KBS는 이후 리포트에서 “(KBS는) 90년대 방송 민주화시기를 지나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해나갔다”면서 이른바 ‘90년 4월 투쟁’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KBS는 “자본과 권력에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때도 눈 감지 않았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등 성역을 두지 않는 탐사 보도는 방송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신료의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도 9시 뉴스와 다큐멘터리 3일,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시사, 다큐 프로그램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시대를 증언해 온 KBS 뉴스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와 같은 자화자찬 식 보도를 이어갔다.
이 같은 KBS 보도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떨까. 부정적이다 못해 어이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익명으로 멘트 처리를 부탁하는 기자의 전화에 KBS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멘트 할 가치가 없는 리포트” “부끄러워서 할 말이 없다” “후안무치”와 같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보도본부의 한 기자는 “잔칫날 내보낸 의례적인 리포트라는 점을 감안해도, 자본과 권력에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때도 눈 감지 않았다는 부분은 솔직히 좀 낯 뜨겁다”고 지적했다. 자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성에 비해 자찬이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KBS가 어떤 상황이었는데 이런 리포트를…”

다른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정권·경영진에 밉보여 징계를 받거나 좌천된 사람이 몇 명인데 저런 식의 자화자찬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나온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최근 KBS에 사표를 제출하고 떠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을 언급하며 KBS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탐사보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능력 있는 기자를 떠나게 만든 KBS가 “성역을 두지 않는 탐사 보도는 방송 뉴스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리포트를 내보낸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
외부 반응도 비슷하다. KBS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낙하산 사장’이 임명돼 정권 입맛에 맞게 KBS보도가 변질됐다는 비난이 지금까지 제기됐는데 어떻게 이런 식의 리포트를 내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처장은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불공정보도 때문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고, MB 라디오 주례연설 때문에 내외부 비판이 제기됐던 게 지난 5년 동안 KBS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마치 이런 일이 아예 없었다는 듯 자화자찬 식 보도를 내보냈다”면서 “논평이나 멘트를 내보내기 민망할 정도의 리포트”라고 비판했다.
KBS는 이번 리포트에서 방송문화연구소가 2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국민패널 전국 성인 남녀 3천 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터넷 설문 형식의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했는데 이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시청자들은 다큐멘터리, 뉴스, 교양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KBS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 등에 대해선 시청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화자찬 이전에 성찰과 반성이 우선

2013년 3월3일 KBS <뉴스9> 화면캡처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반박 증거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KBS 불공정보도에 항의, 선거를 2주 남긴 시점에서 제작거부를 결의했던 곳은 다름 아닌 KBS기자협회였다.
자사 보도의 불공정성에 항의한 곳이 외부가 아니라 KBS기자들이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시청자들은 다큐멘터리, 뉴스, 교양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KBS의 이번 보도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지난해 9월 KBS노사가 참여하는 대통령선거 공정방송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대선방송공정보고서’는 어떤가.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의뢰해 18대 KBS 대통령 선거보도의 공정성 연구를 수개월 간 진행한 결과 대선 보도가 양적·질적으로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KBS는 이번 리포트에서 “KBS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 등에 대해선 시청자들이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KBS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많다. 문제는 최소한의 염치와 균형감각이다. 자찬이 있으면 당연히 자성과 비판도 나와야 하는 법인데 KBS는 자성과 비판은 최소화하고 자찬은 극대화했다. KBS의 ‘공사창립 40주년’ 리포트에 대해 KBS 안팎의 반응이 시니컬한 이유다.
익명의 멘트를 부탁하는 전화에 KBS 한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말만 계속하다가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자성은 없고 자찬에만 열을 올리는 꼴이 한심하고, 40년 공영방송이 공염불 같아 씁쓸하다.”
지금 KBS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건 자찬보다는 자성이다.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2013년 2월 24일 일요일

한국, 지적재산권 침해국 오명 위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3-02-20일자 기사 '한국, 지적재산권 침해국 오명 위기'를 퍼왔습니다.

미 정부, 한국 국방부 집중 감시 돌입
국방부-MS 양자 간 분쟁에 AMCHAM, USTR까지 관심가져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자 간의 분쟁에 불과했던 사안이 확산될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대표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국방부를 거론하고 있다. 당초 언론 보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MS까지 앞으로 언론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방부는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는 데는 국방부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6월 중순경 미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MS 한국지사장을 불러 국방부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분쟁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디펜스21 )는 주한미대사관 공보실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가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낸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MS측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당시 국방부-MS 간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한미FTA와 관련되는 바람에 투자자소송제도(ISD)가 거론되는 등 이상기류가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FTA에 대한 한국 측 국민감정이 곱지 않은 탓에 MS는 줄곧 해당 분쟁이 한미FTA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총대 메는 첫 번째 타자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방부가 국내 IT전문 언론 『전자신문』과 진행한 인터뷰로 인해 국면이 급격히 전환되기 시작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국방부가 MS가 제시한 연간 130억 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사용권 정부계약(GA, Government Agreement)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GA는 MS와 정부기관이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의 금액을 지불하기로 합의하면 최신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대수에 맞게 구입하지 않아도 일정 물량을 제공하는 사용권 계약이다. 

13일자 (전자신문) 1면에 실린 ‘MS 잇단 공세에 국방부 ‘카운터펀치’’ 제하 기사에 따르면 나형두 국방부 정보체계통합담당관은 “클라이언트 접속 라이선스(CAL) 비용은 계약상의 문제일 뿐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과 관계없다”, “계약에 문제가 있다면 MS와 계약한 IT서비스 기업과 논의할 사항”이라며 마치 MS와 더 이상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들리는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 MS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미국 정부, 자국 기업 보호 위해 움직이기 시작

MS의 한 관계자는 “북핵 때문에 국방부에 비상이 걸린 탓에 면담 일정도 미뤘는데 그 시간에 국방부 담당자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의 폭발력은 단순히 MS를 당황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방부와 MS의 협상과정을 지켜봐 오던 미국 정부도 더 이상 뒤에서 방관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에이미 잭슨 대표도 MS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잭슨 대표는 김광우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등 국방부 지휘부를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려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잭슨 대표는 조만간 AMCHAM 대표 자격으로 박근혜 당선인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지난 2월 6일 영자일간지 『코리아타임즈』에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여기서 잭슨 대표는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일부 정부기관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눈감아주는 것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보기술 혁신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잭슨 대표가 지적재산권을 언급한 이유는 현재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자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월 8일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이 미 무역 대표부 USTR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 정부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내 지적재산권 관련 7개 협회가 모여 만든 지적재산권 보호연합인 IIPA는 ‘2013년 스페셜 301조 검토’ 자료에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문제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스페셜 301조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과의 관계에서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별조항이다. 상대국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되면 우선협상대상국(PFC)이나 우선감시대상국(PWL) 또는 감시대상국(WL)으로 지정해 협상을 벌이거나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 보복조치는 특정품목 수입제한, 높은 관세 적용 등이다. 한국은 오랜 기간 우선감시대상국과 감시대상국으로 번갈아가며 지정됐으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감시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국방부 등 정부기관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거론된 탓에 다시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IIPA가 제출한 보고서가 USTR이 감시국을 지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이 USTR에 제출한 2013년 스페셜301조 검토 보고서의 일부

부끄러운 감시대상국으로 돌아가나

IIPA는 이번 보고서에서 감시국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문제도 심각하다며 한국을 예로 들었다. 한국은 한미FTA에 따라 정부기관이 정품 소프트웨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약속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부기관의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척이 없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고 표현되고 있다. IIPA는 또한 특정 정부기관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획득 규모가 실제 조직 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작고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또 관련 감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 확보도 실패했다고 적고 있다. 미국 업계가 국방부와 같은 개별 정부기관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적인 결과에 이르지 못 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정부기관 중 국방부를 유일하게 언급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IIPA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지적재산권 문제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미국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은 국방부로 대표되는 한국 정부기관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적법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스페셜 301조에 따라 감시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AMCHAM과 USTR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탓에 국방부는 언론 인터뷰 발언처럼 MS의 요구를 무시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MS에 마지막으로 대응한 자료를 보면 과연 국방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몇 군데에서 발견된다. 국방부는 지난 2월 7일 작년 12월경 MS가 보낸 라이선스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회신했다.

온라인 게임 오토봇 판례 들고 나온 국방부 

답변서에서 국방부는 여전히 서버접속권인 CAL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 근거로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판결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이 재판 내용은 서버 접속권과 관련이 없는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오토봇’에 관한 것이었다. 피고 MDY사는 원고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게임 WOW에서 사람이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괴물을 사냥할 수 있는 오토봇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판매했다가 송사에 휘말렸다. 이 재판의 쟁점은 라이선스 약관상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오토봇에 대해 계약법을 적용해 라이선스 위반을 저작권 위반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최종적으로 라이선스 위반을 저작권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지만 온라인 게임용 오토봇과 서버접속권 위반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MS측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판례가 없어 그나마 찾아낸 게 그 재판일 것”이라며 “MS가 CAL 때문에 법정까지 간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없다”고 주장했다. MS측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MS가 CAL 구매를 요구한 정부기관은 대부분 GA를 맺거나 적정 수준을 구입했다.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대법원 등은 MS의 요구에 협상을 벌여 적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으며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도 계약을 맺어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만 협상을 거부하며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눈에 불을 켠 지금 국방부가 언제까지 이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방부는 또한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자신들이 라이선스 계약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MS가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시스템만 구축해줬을 뿐 소프트웨어 최종 사용자가 국방부라는 점이 명확한 이상 이러한 주장이 AMCHAM이나 USTR에도 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차기 정부에 짐으로 남은 지적재산권 분쟁

AMCHAM에 USTR까지 나선 현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ITC까지 지적재산권 문제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란 것이다. 론 커크 USTR 대표는 지난 1월 30일 ITC에 한미FTA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3월 15일 발효된 한미FTA가 지금까지 미국 중소기업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 줬는지, 한국에서 겪는 문제점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 미국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리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조사 목표라고 한다. 조사 범위는 상품,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분야로 ITC는 5월 1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미국 정부가 전방위로 지적재산권 문제 해결에 나서는 지금 가장 골치 아프게 된 건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 정부가 해결 못하고 간 미국과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풀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국방부에서 MS 문제를 대응하던 담당자들이 속속 교체될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3월까지 자리를 떠날 예정인 이용걸 국방차관, 김광우 기획조정실장, 유철희 정보화기획관 등이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나가면 다음 담당자들이 고스란히 해결의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판이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정부가 사태를 여기까지 악화시킨 국방부의 대응을 적절한 것으로 평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경 국방부-MS 간 분쟁을 모델로 CAL에 관한 설명과 업체의 문제제기 시 대응방안 등을 담은 책자를 발간해 정부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만약 각 정부기관이 국방부 방식으로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응하면 한국이 스페셜 301조에 따른 감시대상국이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방부도 『전자신문』 보도 이후 상황이 급변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듯하다. 국방부는 해당 기사가 나간 후 MS가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자 “기사가 나간 것은 고의가 아닌 우발적 사고”라며 MS에 자중을 요구했다. 그러나 MS 측은 “보도가 나간 후 빗발치는 언론의 사실관계 확인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임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MS를 휘둘러온 국방부는 무리한 언론플레이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세금을 세금이라 부르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12일자 기사 '세금을 세금이라 부르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를 퍼왔습니다.
[김상조 칼럼] 감시 없이 세금 쓰겠다는 '꼼수'

어제(11월 11일) 박근혜 후보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여 과다 부채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8조원, 어마어마하다. 이것만으로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을 압도할 만하다. 그런데 이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직접적인 재원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 비밀을 밝혀보자.

18조원의 기금 조성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관리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당액 출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그리고 캠코 고유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등을 통해 1조 8,700억원의 종자돈을 마련한 후, 이를 기초로 10배인 18조원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신용회복기금 역시 2008년 9월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잉여금을 출연한 것이니, 결국 종자돈의 기원은 두 가지, 즉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과 캠코 고유계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성격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캠코 산하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조성한 공적자금의 하나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부실채권을 장부가격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여 일정기간 관리 후 시장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예금보험공사의 (구)예보보험기금과는 달리, 투입액보다 회수액이 더 많았다. 최근 자료를 보니,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투입액의 약 110%를 회수하였다.

그런데 2003년부터 시행된 공적자금 상환 계획에 따라 캠코(와 예보)가 발행했던 정부보증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면 모두 국채로 전환하여 25년간 나누어 상환하기로 했다. 즉 외환위기에 따른 공적자금 상환 부담은 모두 정부로 넘어갔다.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 것이다. 그 결과 부실채권정리기금이 관리 중인 채권을 매각하여 추가로 회수한 돈이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으로 회계처리된 것이다.

원래 이 돈은 공적자금을 상환하는데 사용되어야 하는데, 공적자금 상환 주체가 캠코가 아닌 정부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마디로 '눈먼 돈'이 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기금은 이 눈먼 돈을 가계부채 대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좋다. 쓰는 건 좋은데, 이걸 국민 세금이 아니라고 우기면 안 된다. 이 눈먼 돈만큼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세금이 더 나가기 때문이다.

둘째, 캠코의 고유계정 돈을 쓰는 것은 결국 미래의 세금 부담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말에 부실 저축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7조원의 캠코 고유계정 돈을 끌어다 썼다. 당연히 캠코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었고, 결국 2009년 5월에 캠코는 6,000억원의 증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부가 2,0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하였고, 나머지는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출자토록 하였다.

캠코 고유계정 돈은 공적자금관리법상 공적자금이 아니고, 당장은 국민 세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정부 일반회계로 증자하거나 아니면 금융기관의 팔을 비트는 관치를 할 수밖에 없다. 즉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는데 정부 재원이 직접 투입되지는 않는다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사실상 국민 세금이거나 미래의 국민 세금이다. 물론 가계부채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일수록 명실상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상 세금인 것은 세금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실상 공적자금인 것을 공적자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질을 은폐할수록 오히려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지게 되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캠코 또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다. 세금을 쓰는데, 감시 받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쓰기 때문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발행은 결국 캠코의 자체 신용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 말에 캠코가 발행한 공모사채의 연 이자율이 3.75%였다. 따라서 18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면 연 6,750억원의 이자가 나간다. 1조 8,700억원의 종자돈으로는 3년도 못 버티고, 결국 캠코는 조만간 증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정부보증을 붙이는 것이 발행금리를 낮추어 국민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캠코가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정부보증이 붙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훨씬 금리가 쌀 테니 말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2012년 9월 5일 수요일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


이글은 시사IN 2012-09-05일자 기사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를 퍼왔습니다.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군대 내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군 입대 전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명령을 받은 이도 있었다.

(시사IN)은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 또 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군 복무를 했던 이들 중에는,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민간인 시절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일을 겪은 이도 있었다.  

2010년 공군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한준씨(가명·22)는 훈련소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써내며 개인 홈페이지 주소란도 채웠다. 며칠 후 소대장이 따로 김씨를 불렀다. 그는 김씨에게 개인 홈페이지에 군대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시사IN 조남진 트위터에 대통령에 대한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 아무개 대위에 대한 공판이 8월22일 열린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재판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김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소대장은 당장 삭제를 명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군 생활 초기라 그는 곧바로 집으로 연락해 블로그를 비공개로 바꿨다. 김씨 외에도 온라인 활동을 한다고 적어낸 5명 중 음악 블로그를 하는 한 사람 외에는 모두 비공개 처리를 해야 했다. 

자대 배치를 받고 그는 또 상사에게 불려갔다. 주임원사의 첫마디는 “싸이월드에 반정부적인 글을 올린 적이 있느냐”였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상사는 미국산 쇠고기 비판 같은 걸 올린 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그제야 무언가가 생각난 김씨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삭제한 후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이명박 대통령이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
기무사에서 다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니홈피에 관련 웹툰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닌 스크랩 게시물이었다. 김씨는 “잘 기억도 안 나는 예전에 쓴 게시물을 지금 군인이라고 해서 지우라니 좀 황당했지만, 지시에 안 따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군말 없이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미니홈피까지 털려

2009년 해병대에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준호씨(가명·23)는 입대 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병대 관련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렸다. 해병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뒤적여보면서 별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었다. 김씨 또한 해병대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사진을 삭제해야 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진이씨(가명·24)는 싸이월드 다이어리 글을 지워야만 했다. 그가 입대 전 해, 우측통행으로 바뀐 세태에 대해 불편하다고 투덜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썼던 글은 “우파 정권이 나라를 잡으니 걷는 것도 오른쪽으로 바뀌나”였다.

심지어 자신의 싸이월드 주소를 군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기무사의 검열’에 걸린 사람도 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가현씨(가명·24)는 군 입대 전 미니홈피에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다. 1989년 이 대통령이 당시 소련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씨는 사진과 함께 “그럼 이명박 대통령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농담 투로 썼다. 자대 배치를 받고 3개월가량이 지난 때, 상사가 불러 해당 게시물에 대해 추궁했다. 이씨는 곧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미국산 쇠고기 관련 웹툰
비공개 게시물 때문에 영창에 갈 뻔한 사연까지 나왔다. 2010년 G20 정상회의가 끝난 시점, 강민우씨(가명·22)는 ‘미니홈피에 상관모욕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있다’라는 통보만 받았다. 2009년 육군 일반병으로 입대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니홈피 사진첩을 비공개로 전환해 둔 터라, 그는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중대장과 함께 미니홈피에 접속해 30분 동안 비공개 게시물을 뒤지다가 이명박 대통령 합성사진을 발견했다. 군에 가기 전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합성-필수요소’ 갤러리에서 퍼온 사진이었다. 강씨는 이 건으로 사단 법무부까지 조사를 받으러 갔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군 입대 전 게시물이라는 게 참작이 되어 구두 조치로 끝났지만 그땐 정말 이러다 인생이 끝날까봐 무서웠다. 그 이후에 싸이월드 사진첩 폴더 자체를 아예 다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도 당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공개 게시물도 누군가 마음먹으면 볼 수 있는 상황을 겪은지라, 온라인에 무언가를 올리는 걸 꺼리게 되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이건 군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구차한, 유신이 부활한 듯 느껴지는 일이다. 민간인일 때 올렸던 글까지 삭제하라고 한 건, 군인을 군대의 소유물로 보는 것 같아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병사의 미니홈피를 검열하고 삭제를 지시하는 것은 기무사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명시된 직무 범위는 군에 대한 보안 및 방첩 업무, 대정부 전복·대간첩 작전 등과 관련한 첩보 등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사설] 감시와 보복인사 속에 실종된 MBC 언론자유


이글은 한겨레신분 2012-08-21일자 사설 '[사설] 감시와 보복인사 속에 실종된 MBC 언론자유'을 퍼왔습니다.

170일간의 장기파업을 풀고 지난달 18일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문화방송(MBC)에서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나온 노조 특보를 보면, 회사 쪽이 5~7월에 보도국 12대, 시사제작국 4대 등 모두 16대의 에이치디 시시티브이(HD CCTV)를 설치해 구성원들이 감시의 공포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시시티브이는 16배 줌인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신문의 어느 면 기사를 읽는지, 인터넷으로 뭘 검색하는지 포착할 수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노조 설명대로라면 시시티브이는 기자·피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도구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 쪽이 주장하는 도난 방지를 위해서라면 이처럼 성능 좋은 시시티브이가 대규모로, 그것도 파업 기간에 설치될 이유가 없다. 하루 24시간 내내 머리 위에서 시시티브이가 작동하는 문화방송 사무실은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권탄압을 감시·고발해야 할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거꾸로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는 셈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그뿐이 아니다. 회사 쪽은 파업 참여를 이유로 1개월의 정직·대기발령을 받았던 노조원 20명에 대해 추가로 11월까지 3개월의 교육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파업 참가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2차 보복인사’나 다름없다. 문화방송은 또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의 작가 6명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는 등 파업 뒤에도 치졸한 탄압을 그치지 않고 있다.언론 자유를 스스로 옥죄는 것이나 진배없는 문화방송의 조처는 개별 방송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고픈 이명박 정부가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으로 앉히고, 김 사장은 공정성을 외면한 채 권력 입맛 맞추기에만 열을 올리다 빚어진 일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 6~7월 기자 667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2 기자 의식조사’는 이런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언론 자유를 옥죄는 주요 요인으로 ‘정부와 정치권력’을 꼽은 사람이 65.2%나 됐다. 이 비율은 2007년 23.3%였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2009년 56.7%, 올해 65.2%로 크게 높아졌다.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27일 이사장 선임과 함께 최우선으로 문화방송 내부의 언론자유 탄압과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를 다뤄야 한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때 ‘문방위에서 언론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여야도 조속히 약속 이행에 나서기 바란다.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


이글은 레디앙 2012-08-13일자 기사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를 퍼왔습니다.
[에정칼럼] 함께 먹고 즐기는 지역축제의 연대 돼야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측은 핵발전소가 생기면 일자리가 생겨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현재 핵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기장 지역은 오히려 핵발전소의 잠재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이주 등으로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도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번듯한’ 건물 짓기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주민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리게 된다.
추가되는 핵발전소 건설에 따라 위험은 증가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의 무력감과 피로가 더해져 저항할 힘과 용기는 사라지고, 그나마 늘어난 지원금에 위안을 삼게 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핵발전소 관련 직원들은 어느덧 이웃이 되어 이들을 통한 상시적인 감시는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관련된 관계들이 늘어날수록 반핵단체들과의 연대는 꺼려지고 신뢰는 무너져 간다.
고리핵발전소 1호기가 재가동하기까지 과정에서의 핵심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의 동의 여부였다. 그렇기에 지식경제부는 집요하게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 주력했다.
부산 시민과 반핵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지역주민들만이 아는 내용의 검사와 협의로 재가동이 결정됐다.
이후 장안읍이 낸 보도자료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이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연장 기술 분야와 플랜트 해체 분야의 기업을 장안읍 근방에 유치해 지역 주민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까지 녹색연합은 영덕과 경주, 부산에서 ‘사라지지 않는 개’라는 탈핵 연극을 포함한 문화공연을 했다.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지역주민과 연대해보고자 하는 이 작은 시도에도 참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첫 공연은 삼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척에서 긴급한 사안이 발생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삼척에서는 삼척시장을 소환하는 주민투표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척시장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핵발전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척시장을 주축으로 한 공무원과 관변단체들이 주민소환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서명 철회를 협박하는 등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덕 공연에서도 정작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영덕은 지난해 12월말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저항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반핵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주에서의 공연은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수원에서의 계속되는 공연 문의와 양남면 주민들이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꺼린다는 이유를 듣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 1호기는 수명 마감을 90여일 앞두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1인시위 모습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발전을 찬양하는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핵발전 현안 지역을 돌며 진행했다. 지경부는 핵발전소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군수 등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주변지역 이외 지역에 쓸 수 있는 지원금 비중(현행 50% 이내)을 낮추기로 했다. 지원금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금의 혜택을 원전 반경 5㎞ 이내 최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함으로써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더 견고히 하겠다는 방침으로 의심된다.
지경부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등 핵발전과 연관된 조직들은 이렇게 핵발전 현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핵관련 조직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관계의 고착화, 이를 곤고히 하는 ‘돈’의 고리를 끊고,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과 핵발전 지역주민 사이의 연대의 고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는 지난 30년 동안 반핵투쟁을 해 온 작은 섬 마을, ‘이와이시마’가 있다. 현재 48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고, 평균 연령은 79세에 이른다. 1982년 이와이시마 정면으로 바다 건너 겨우 4km 떨어진 가미노세키 다노우라 해안이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선정된다.

일본 이와이시마의 반핵 운동

이후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어느 외부 단체의 도움 없이 지역 주민 스스로 매주 월요일마다 반핵집회를 진행해왔고, 지금까지 그 횟수는 1000회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가미노세키 지역은 핵발전 추진파들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주변 지역 9개 어업조합에 보상금을 제시했고, 그 중 이와이시마 조합만 보상금을 거부했다. 대신 가두리 낚시나 관광객 유치, 승객선 운영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비폭력 직접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전력회사의 작업선을 해상에서 막아내고 원전 부지에 누워 공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이 의회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곳도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고립돼 있었다. 언론은 침묵했고, 외부와의 소통은 단절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와이시마의 반핵 투쟁 소식이 점차 전해지면서 2년 전부터 외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현 대학 카약 동아리가 지역주민과 함께 전력회사의 공사진행을 막아내기도 하고, 이와이시마에서 나오는 특산물은 8월이 되면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금방 동이 난다.
이와이시마는 이제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섬 주민회와 도쿄의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ISEP)가 함께 진행하는 ‘1% for 이와이시마’라는 프로젝트로 기금을 모아 이와이시마를 자연에너지 100% 섬으로 만드는 활동에 쓸 계획이다.
자연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먹거리사업과 자연을 살린 관광업,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예술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이와이시마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와이시마 사례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상상하고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력회사와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공세를 함께 막아내고, 지역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지지’ 구매하거나 단체로 그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지역축제에 참여하거나 문화공연을 기획해 그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들을 구상해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핵희망버스나 탈핵순회공연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권승문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KBS·MBC·EBS·연합뉴스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3일자 기사 '“KBS·MBC·EBS·연합뉴스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를 퍼왔습니다.
배재정 의원, “막장 사장 감시할 수 있는 것은 국회 뿐”... 국회 증인 출석 강제화 법안 발의

민주통합당이 KBS, MBC, EBS, 연합뉴스 등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모든 공영언론사들이 국정감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KBS, EBS은 물론 MBC와 연합뉴스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배 의원은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로 언론사 사장에 오른 낙하산 사장들이 공영 언론을 망가트렸다"며 "국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증인이 국회 불출석 때 처벌을 강화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언론자유를 바로세우는 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KBS(95일), MBC(170일), 연합뉴스(103일)은 장기 파업을 통해 '낙하산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장 퇴진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파업이 끝마쳐졌고, 각 언론사는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의 징계를 시작했다. 

배 의원은 "공영프로그램을 하루 아침에 폐지하고, 언론의 보도기능을 훼손하고, 심지어 개인 비리가 드러나도 물러나지 않는 ‘막장 사장들’을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곳은 이제 국회 밖에 없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언론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행정부의 언론 장악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비판과 관련, 배 의원은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국회의 감시와 견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무너진 언론자유, 붕괴된 민주주의 앞에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몰상식이 횡행하는 언론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고육지책 발의한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배 의원은 지난달 문방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거론하며, 증인의 출석을 강제화 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현행법 상 모호했던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조항에서 ‘정당한 이유없이’를 삭제하고, 벌칙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삼성노조 설립 1주년…"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8일자 기사 '삼성노조 설립 1주년…"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라"'를 퍼왔습니다.
"무노조 경영방침 여전…감시, 미행, 징계 굴하지 않을 것"

삼성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아 "삼성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 년 전 오늘은 삼성에서 합법적으로 노조가 설립된 날이기도 하지만,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된 날이기도 하다"며 "삼성의 감시, 미행,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으로 인해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았다"며 "스스로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칭하는 삼성그룹의 신화가 허상이라는 증언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출범 1주년 경과보고를 하는 삼성노동조합. ⓒ프레시안(김윤나영)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였던 딸 고(故) 황유미(당시 23세) 씨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고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 민주노조가 정착해 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기 씨는 "전임자가 유산해 떠난 자리에 딸이 2인 1조로 일하다가 두 명이 동시에 백혈병에 걸렸다"며 "삼성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말했더니 '아버님이 이 큰 회사 삼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이겨보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답답해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며 "삼성은 헌법을 초월하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률을 짓밟는 경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노조는 지난해 7월18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같은 날 조장희 부위원장이 해고되고 김영태 회계감사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 등 노조 간부들은 징계를 받았다.

노조는 지난 1월 26일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고(故) 김주경(25) 씨 사망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삼성은 김주경 씨와 관련된 노조의 성명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5월 23일 박원우 위원장마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