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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복지·일자리 등 예산 총 6조 증액.. “급한 불부터 끄자”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2-12-21일자 기사 '복지·일자리 등 예산 총 6조 증액.. “급한 불부터 끄자”'를 퍼왔습니다.

‘박근혜표’ 내년 예산안,반값등록금·무상보육 등 복지공약 실현에 초점
“증액규모 너무 커” 민주당 반발 예고.. 28∼29일 본회의 주목

 

새누리당이 21일 내년 국정운영 첫해에 투입할 '박근혜표 예산짜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추경예산의 조기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현정부가 균형재정을 위해 추경 편성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내년도 예산안에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및 일자리 위주로 예산 지원을 재편성해 급한 불부터 끄면서 서민경제를 안정화하겠다는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부족한 재원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통상 증액 규모인 3조~4조원보다 많은 총 6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안 심사를 관례대로 여야 간사 합의에 맡기면서 박근혜표 예산 반영도 순조롭게 흘러갈 전망이다.

■예산안 복지.경기활성화에 집중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은 무상보육 지원과 기초생활보장 수혜자 확대, 차상위계층 일자리 창출 등 서민 복지 지원과 서민금융지원 등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이 4.11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한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10대 주요 증액사업에서 1조7000억원,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서민일자리 긴급지원으로 4조3000억원 등 전체 6조원을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선 복지공약 부문에서는 △만 0~5세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1779억원) △만 0~2세 보육료 전 계층 지원(3500억~5000억원) △대학등록금 부담경감 및 대출이자 인하(1831억원)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1468억원) △경로당 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600억원) 등을 증액 필수항목으로 내세웠다. 특히 박 당선인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 및 교육'을 약속한 만큼 무상보육 예산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등록금 부담경감 예산 등이 우선 증액사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증액 대상에서는 박 당선인의 공약 중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서민금융지원(7500억원), 성장론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고급 일자리 확충(3575억원) 등이 핵심이다. 또 뉴타운 해제지역 주거 환경개선 (3000억원), 노후불량주택 그린홈 주거 개선사업 (5679억원)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 농어업재해보험 보장 범위 확대 등 농업지원(1615억원 증액)도 서민경기 활성화 예산 증액 항목에 포함됐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시 "가계부채 위기 등 서민생활이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통과 순조롭나
예산안 증액 및 감액을 심사하는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가 이날 증액 심사 방법을 전례대로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맡기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박근혜표 예산안의 순조로운 통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다만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가 예산안 증액 규모를 통상 예산안 증액 수준보다 2조~3조 늘어난 6조원으로 못박으면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이에 통큰 합의를 해줄지가 주목된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 대선 선거일정을 핑계로 줄곧 파행됐던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안 세부항목 증액 심사 방법 논의부터 재개했다. 계수소위는 보류 항목 외 감액심사만 끝낸 상황으로 여야 간 증액심사 방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행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예결위 여야 위원들은 이날 증액심사 방법을 2시간 넘게 논의한 끝에 증액심사는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국회 장윤석 예결위원장은 "올해는 대선 일정으로 부득이 또 연말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양당 간사는 촉박한 예결위 심사기간을 감안해 증액사업 심사를 여야 간사에게 위임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표 예산안은 복지 확대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상대적으로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된 항목이 대다수라 민주당이 '박근혜표 예산'에 큰 반발 없이 협조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지막 관문은 예산안 증액 규모와 감액 규모를 얼마나 맞추냐에 달려 있다. 예산안을 3조원 증액하려면 다른 항목에서 3조원을 감액해야 하기 때문. 현재까지 예산안 감액 규모는 1조원에 불과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보류된 감액 항목을 심사하면 최대 3조원까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여당이 요구한 총 6조원 중에 2조원의 (이 원내대표가 말한) 채권 발행 등은 정부 동의를 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승환 기자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03일자 기사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Ⅰ. 들어가며

대한민국은 푸어 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스펙푸어, 에듀푸어, 프랜차이즈푸어, 실버푸어, 웨딩푸어, 베이비푸어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가난해지고 또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middle class)의 정의나 기준은 역사적·학문적으로 또는 국가별로 일정치 않다. 단순하게 소득 기준으로는 평균소득 또는 중위소득의 70~150%, 50~150% 등에 속하면 중산층으로 볼 수도 있다. 소득 이외에 주택 등 보유자산, 교육과 직업, 가치관과 도덕성, 취미와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중산층의 기준에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이다. 한국은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의 비중이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1)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중산층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중산층의 감소는 정치와 사회의 불안정, 경제성장 동력의 약화, 시민의식의 저화, 이익집단의 발호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중산층의 붕괴는 양극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시장의 불균형, 부품소재산업의 취약, 자금 흐름의 왜곡, 금융산업의 낙후성, 높은 집값과 전세값, 사교육 열풍, 사회안전망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산층의 복원은 한국 경제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작업과 같아 한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또한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복지 확충도 상당기간 중산층을 복원시킬 정도로 혜택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은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 우선 지원해야할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 잘못되면 일시에 많은 사람이 중산층에서 탈락하고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첫째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 둘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 셋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대책 등 세 가지로 범위를 좁혀 중산층 복원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

한국을 표현하는 말의 하나가 ‘Dynamic Korea’이다. 그러나 한국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살벌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전혀 역동적이지 못하다.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의사, 변호사, 교수, 교사, 공무원, 공기업직원 등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고시 공시와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뛰어난 인재가 창업을 기피하고, 또 창업을 해서 생존하기도 어렵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발전하기는 더욱 어렵다. 창업자가 돈을 벌면 기업을 계속 키우기보다 기업을 적절히 정리하고 빌딩 등을 사서 편하게 살려한다. 한국은 뛰어난 학생이 이공계를 지원하고 꿈이 있는 사람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해 가는 경제 즉 역동성이 있는 자본주의 경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 직업과 계층을 제외하고 중산층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해지고 새로이 중산층이 되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문직, 교수, 교사, 공무원, 안정적인 임대소득자 등을 제외하고는 항상 불안하다. 또 기업을 하다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고 아차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금융의 역할이 미흡하여 돈 없는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을 갖고 사업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중산층이 되어도 집값, 전세값 등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생활이 고단하다. 중산층의 위기와 경제의 역동성 저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경제의 역동성 회복 정책은 중산층 복원 정책과 거의 같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위한 정책도 많이 있겠지만 다음의 네 가지 정책 과제를 우선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보수와 직업 안정성 등 종합적 보상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전문직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대우를 낮추어 이들 분야로의 인재 쏠림을 줄여야한다. 이들 직업은 자격증 취득, 시험 합격 후 보수와 신분이 거의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또한 공무원은 공무원 연금이 있고 전문직은 정년이 없어 고령화 시대에 강력한 노후보장 수단까지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은 평균적인 보수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보수가 높은 일부 대기업도 신분 보장이 안 되고 노후가 불안하여 우수한 인재가 기피하고 있다. 한때 한국 최고의 인재가 몰리던 서울대 물리학과, 전자공학과가 전국의 의대, 치대를 다 채워야 학생을 받을 수 있다. 이공계 위기도 전문직 공무원 등으로의 쏠림 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공대로 유명한 독일 아헨대학의 에른스트슈마흐르텐베르그 총장은 2012년 3월 21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공계 위기가 없다고 하였다. 자동차 회사 등 기업부문의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보수가 높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공무원 등만을 갖고는 중산층을 복원해 나갈 수 없다. 특히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소득 면에서 중산층의 상층부가 아니라 중간정도 되는 것이 선진국의 경우다. 한국에서 상류층과 중산층의 상층부를 점하고 있는 전문직, 교수, 공무원 등의 대우를 낮추면 중산층 중간부분인 대기업 정규 직원의 보수 상승 욕구를 억제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의 하층부에 위치하거나 중산층으로 진입하여야 할 계층인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의 대우를 개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분배란 국민경제의 부가가치와 생산에 참여한 경제주체 간에 나누어지는 과정인데 특정 계층이 과도하게 많이 가져가면 다른 계층의 몫은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 숫자는 확실치 않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전문직 및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그리고 중소기업 직원과 비정규직 등 세 계층 간의 보상 수준의 격차가 지금에 비해 훨씬 작았던 것 같다. 또 이때까지는 전반적 소득 수준은 낮았지만 중산층 붕괴 등의 문제는 없었다. 한국의 중산층 붕괴는 성장세 둔화보다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상위 1%, 상위 10% 등 특정 계층으로의 소득 쏠림 현상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둘째는 실직, 사업실패 등의 어려움이 있을 때 잠시 쉬었다가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좋은 기업에 다니던 중산층이라도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의 수혜금액이 적고 수혜기간이 짧아 직업훈련 등 전직 준비가 거의 불가능하다. 조건이 좋지 않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창업에 성공할 확률은 낮고 창업에 실패하면 중산층의 지위를 지키기 어렵다. 또 창업에 성공하거나 중소기업을 장기간 잘 운영하다가도 잘못되는 경우 대표이사 등의 연대보증제로 인해 회사를 잃을 뿐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지킬 수 없어 중산층에서 바로 탈락하게 된다. 실직이나 사업실패 시 중산층에서 밀려나지 않고 재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정책 과제가 필요하다. 

먼저 실업급여의 수혜기간, 수혜금액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은 사회보장시스템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복지확대 요구가 강하다. 노령연금 확충,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확대, 반값 등록금, 양육비 지원 확대, 저임 근로자에 대한 4대연금 등의 다양한 지원확대가 제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복지제도 중 중산층의 유지 복원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실업급여의 확충이고 또 실업급여 확충은 민간부문의 직업 안정성을 높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인다. 

다음으로 회사의 대표이사 등 실제 경영자의 연대보증제를 폐지하여야 한다. 연대보증제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회사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등 실제 경영자의 연대보증이 의무화되어 있다. 연대보증제는 기업의 차입은 용이하게 하는 면이 있지만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유발하고 중산층 붕괴, 기업가 정신의 훼손 등 부작용이 많은 정책이다. 연대보증제 폐지는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뿐 아니라 기업을 원칙대로 운영해 숨겨놓은 재산이 없는 사람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 바로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창업과 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대출 축소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면 보완 대책을 마련해 가면서 추진하여야 한다.

셋째는 서민금융기관의 지원 육성을 통해 신설기업, 영세기업, 저신용자 등의 금융접근성을 확대하여야 한다. 금융의 기본적 역할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자금융통 기능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면 돈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 사업이 잘되어 규모를 늘리는 사람,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사람 등이 적절한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경제의 역동성이 강해지고 중산층이 보호된다. 돈 없는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만 갖고도 금융을 이용하여 사업을 일으켜 중산층이 될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중산층이 대부업체 등 약탈적 금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우량 중소기업,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금융이용 기회가 충분하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상환능력이 있어도 외형적으로 신용상태를 평가하기 어려운 계층은 제도권 금융의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은 우량고객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한 대출만 선호하고 있는 데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은 위축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은 소액거래로 취급비용이 큰 데다 차입자의 신용도가 낮아 위험도 크기 때문에 서민금융기관이 은행 등과 경쟁하면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예금과 출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최소한 현재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자기앞수표 발행, 펀드판매 허용 등 업무 규제는 완화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거액여신 등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여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신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연합회를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처럼 특수은행화하여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특수은행화한 연합회와 중앙회는 단위 신협과 개별 새마을금고와의 업무경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매금융업무 취급은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

넷째는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로 대표되는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중산층의 살림을 빠듯하게 하고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에듀푸어 등에서 나타나듯이 부동산과 교육 문제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중산층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 외국기업 유치의 어려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 그간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수익성, 안정성이 매우 높아 투자자금이 몰렸다. 재벌, 성공한 기업가와 금융기관 경영진,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직 등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마저도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최고의 재테크 대상으로 생각했다. 한국경제의 난제가 되어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도 이와 관계가 깊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하우스푸어의 손쉬운 해결을 위해 거래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재상승한다면 한국경제는 경제정의 훼손, 경쟁력 약화, 양극화, 젊은 세대의 좌절 등의 구렁텅이 속에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하우스푸어의 대책도 집값 전세값의 하향 안정화 속에서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렌트푸어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 주택, 상가, 사무실 등의 임대현황과 임대소득 규모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기초통계를 국토부,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작성 공표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소득 과세 투명화, 임차료의 소득공제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임차료 지원, 임대료 상한제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 시행하는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한국은 초·중·고의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와 대학에서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비는 거의 세계 최고일 것이고, 대학등록금 등 공교육 비용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교육비 부담은 중산층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중산층이 되어야 할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교육문제는 사회경제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근본적으로 시험에 의해 얻어지는 전문직 자격, 교수와 공무원,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등의 혜택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보상 즉 창업과 연구개발 등의 혜택은 크지도 않고 불확실하다.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합리가 완화되어야 하겠지만 교육 자체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초·중·고의 공교육 정상화, 대학 입시 등 대학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내신제도의 혁신, 무학년 학점제, 교육중심 학교제도 만들기 등 현직 교사인 이기정 선생이 제안한 방안들이 훌륭한 정책대안이라고 생각된다.2)

Ⅲ.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한국경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정책과제이다. 당연히 중산층의 복원을 위해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참여정부뿐 아니라 이명박정부까지 나름 연구와 노력을 많이 했어도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고 정책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정책보다는 시행이 쉽고 효과가 빠른 정책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환율인상, 부동산경기 부양, 토목공사 확대, 특정분야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재계총수와의 회동을 통한 투자 및 고용확대 요청, 인턴이나 공공근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요즈음 일자리 창출방안의 하나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육성도 잘못 시행되면 반짝 효과로만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단순한 재정지원 확대는 경제적 효과가 토목공사 확대보다는 크겠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확대보다 적을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사회적 기업보다 서류를 잘 꾸미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성장잠재력이 있는 사회적 기업도 정부 지원에 익숙해지다 보면 장기 생존능력이 약화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은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창업자에 대한 교육 및 훈련, 세무 회계업무 등의 지원, 관련 통계 제공 등 간접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지원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경쟁력과 생존력 있는 사회적 기업을 키워내 장기간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과 시행과정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어 추진이 쉽지는 않지만, 시행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정책 세 가지만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에서는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 잡고 있는 직업 중 한국에 없는 직업을 찾아내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직업 종류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비해 많이 적기 때문에 도입할 수 있는 직업은 많을 것이다. 한 두 개의 새로운 직업만 제대로 자리를 잡아도 수 천 개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가 항구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등의 척추치료사와 에너지절감시설원, 독일의 스포츠재활치료사 등이 있다. 이들 직업은 해당국에서 괜찮은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교육기관도 많이 있어 고용 및 생산효과가 크다. 한국도 이들 직업은 국내에서 수요도 있고 인력공급도 가능하여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국내 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척추치료사, 스포츠재활치료사 등과 같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남으로써 손해를 볼 수 있는 집단의 반대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책당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끈질기게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나간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둘째는 지방은행을 포함 은행 신규설립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 수는 지주회사 기준으로 특수은행 포함 14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6,500개, 독일은 1,800개, 작은 스위스도 400개 정도이다. 더욱이 이들 나라는 은행이 이렇게 많음에도 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경우 설립 요건을 갖추어 신청을 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설립 인가를 내주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은행은 물론 상호저축은행 마저도 신규 설립은 하나도 없이 합병·퇴출 등을 통해서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우량고객 대출 등 안전한 대출만 하고도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신규 진입 금지로 인한 기존 은행의 이익 보호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은행수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 수익이 줄어들고 나아가서 부실은행이 생길 수 있다. 은행 수익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은 예금자, 대출자 등 금융소비자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좋은 점도 있고 작은 은행 1~2개가 부실화되는 것도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대형은행이 부실화되거나 소형은행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러한 두려움이 은행설립 확대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대전·충청지역이나 강원도와 같이 지방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지역에 지방은행이 생기고, 서민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문화된 소형은행 몇 개가 생긴다고 은행산업의 기본구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지방은행을 포함 소형은행 2~3개를 우선 설립 허용하고 이들이 잘 적응해 나가면 은행설립 폭을 넓혀 나가면 될 것이다. 

인구 5,000만 명인 한국은 은행원수는 비정규직 포함 10만 명,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이 5만 명, 증권회사가 5만 명 정도이다. 이에 비해 인구가 8,200만 명인 독일은 은행원수가 거의 70만 명에 이른다. 은행설립이 조금씩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인 은행원수도 같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은행설립 확대정책이 성공하려면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검사·감독을 책임지는 금융 감독당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를 개편하여야한다

셋째는 외국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의사 등 전문직의 정원을 늘리는 일이다. 이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전문직의 보상 수준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의사 등 전문직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한국의 의사 수는 2009년 기준 한의사 포함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평균 3.1명보다 크게 적다.(의사 수의 증가율이 높아 2024년에는 OECD평균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의료산업의 수출산업화 주장도 한쪽에서 강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의료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자원이 충분하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의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굶어죽는데도 식량을 수출하자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입시생의 의대·치대 쏠림현상을 감안할 때 의사 정원을 조금 늘린다 하더라도 질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의사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정원확대를 위한 방안3)의 하나는 지방의대 정원의 일정비율(예 10~20%)의 특례입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례 입학생은 졸업 후 일정기간 농어촌 지역에서 의무적 개업 또는 근무하도록 하고 정부는 6년간 특례 학생에 대해 학비를 지원한다. 이 방안은 일자리 창출, 농어촌 의료서비스 확대, 경제력이 없는 우수 학생에 대한 학비지원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Ⅳ.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대책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위기란 것이 터져봐야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의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판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첫번째 평가는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부담스럽지만 한국경제 규모,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을 생각할 때 감내할만한 수준이고 장기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두번째 평가는 채무자가 버틸 때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늦게 나타나는 것일 뿐 조만간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것이며 특히 최근 경기둔화와 고용악화로 인해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두 가지 평가가 팽팽한 상태이나 분명한 것은 첫번째 평가대로 금융시스템이 망가지는 상태로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의 몰락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또 두번째 평가대로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된다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은행은 거의 비슷한 자산구조를 갖고 있고 가계도 자산의 70~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하우스푸어는 아직 최초 대출수준은 유지하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득에 비해 커서 겨우 버텨내고 있는 계층이다. 특히 원금 상환은 거의 하지 못하고 이자만 어렵게 갚고 있는 계층이 더 심각하다. 또한 현재는 소득으로 그럭저럭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조만간 정년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이들과 비슷한 하우스 푸어에 포함될 계층도 있다. 둘째 하우스푸어는 보다 심각한 계층으로 실직, 사업 악화 등으로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카드론 등의 추가 대출을 받아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 계층은 소득이 크게 늘어나거나 집을 비싸게 처분할 수 있지 않는 한 대부분 연체 경매 등의 과정을 거쳐 중산층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나 우리은행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두 번째 계층 중 막 연체상태에 들어간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이 집을 팔거나 맡기고 연체이자 대신 5~6%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통상 하우스푸어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연체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연체이자 대신 정상이자를 부담한다고 해서 극적인 상황개선이 없는 한 이들이 원금을 갚고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하우스푸어 대책은 다중채무자가 된 두 번째 계층과 아직 빚을 늘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첫째 계층으로 나누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실효성이 있다. 단 하우스푸어 대책은 부동산 투기자에 대한 불필요한 보호라는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전판 구축과 중산층 몰락 방지라는 관점에서 수립됨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은 연체 직전 또는 연체 초기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전적 혜택과 경매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가는 사람을 위한 사후적 대책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첫째, 사전적 대책은 감독당국의 창구지도 등을 통해 다중채무자에게 자구 노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는 방안, 그리고 새누리당이나 우리은행 자체안과 같이 연체이자를 정상이자로 전환시켜 부담을 줄이고 시간을 갖게 하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방안은 하우스푸어에게 잠시 여유를 주지만 문제를 뒤로 미룰 뿐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벌어 논 시간 내에 하우스 푸어의 소득증가와 주택가격의 상승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나중에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둘째, 사후적 대책은 통합도산법 등을 보완하여 개인회생제도와 파산면책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채무변제가 불가능해진 하우스푸어가 바로 극빈층으로 떨어지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보유자에 대한 개인회생제도의 탄력적 적용, 개인회생자에 인정되는 최저생계비 인상, 파산면책자에 대해서도 가족수에 따른 차등 최저생계비 적용, 개인회생기간의 단축 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학계와 민주당 등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고의적인 채무 면탈을 최소화하면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빚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

아직까지는 버텨내고 있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 대책은 세입자 영세사업자 등과 형평성면에서 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하우스푸어가 한계에 봉착해 빚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다중채무자가 되고, 늘어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중산층에서 밀려나게 된다. 중산층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다중채무자가 되기 전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집값 상승이며 이것 때문에 정책당국도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집값 상승을 계속 유도하게 된다. 한국에서 집값이 다시 한번 상승한다면 한국경제와 국민전체가 받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이들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은 집값의 과도한 하락에 따른 중산층의 붕괴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방지하고, 한편으로는 집값 상승기대도 없애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가 제안하는 대책의 기본 골격은 다음과 같다.

• 가칭 “주택안정기금”을 설립하고 조직운영은 주택금융공사 등에 위탁한다. 동 기금은 정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금융기관 등의 소액 출자와 주택안정채권(정부보증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 동 기금은 일정조건4)을 충족하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구입하여 주택을 판 사람에게 매입 우선권을 부여하고 임대한다.

• 기금의 주택매입가격은 중산층 붕괴방지, 금융시스템 보호, 집값 상승기대 해소 등을 위해 중요한데 2007년경 최고가격(국민은행 자료)의 50%이내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 매입대금은 대출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은행에 주택안정채권으로 지급하여 주택담보대출과 상계한다.

• 채권금리는 은행의 평균자금조달금리 3%에 0.1%p 정도 가산한 금리로 발행하고 채권만기는 5년(추가 논의 필요) 정도로 한다.

• 임대료 산정금리는 채권발행금리에 0.1~0.2%p 가산한 3.3% 내외로 한다.

• 대출자가 기금에 매각한 주택을 다시 매입한 경우에는 임대료 산정금리와 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와의 차이와 재산세 등 기금이 주택 유지에 지출한 비용이 있다면 부담하도록 한다.

• 동 기금은 주택금융공사 등 기존 조직의 활용과 은행의 업무지원 등을 통해 운영관리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임대료 산정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동 대책의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정부입장에서는 임대료가 제대로 들어온다면 재정부담이 별로 없이 금융시스템과 하우스푸어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단 정부보증채 발행에 따른 정부보증채무는 증가하나 이에 상응한 자산(주택)이 증가하고 환매되지 않은 주택은 향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 가능하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자산운용수익은 감소하나 부실가능성이 큰 주택담보대출이 정부보증채라는 무위험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이고 동 무위험자산의 수익률이 은행조달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가계의 입장에서는 주택담보금리와 임대료 산정금리와의 차이인 2%p 정도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부담이 해소된다. 또한 집을 기금에 싸게 팔았더라도 되살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별 손해는 없다. 다만 기금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매각 후 추가 여유자금은 확보할 수 없다.

주택시장은 다중채무자의 규모와 하우스푸어의 기금 매입가격에 대한 수용성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주택가격이 기금의 매입가격인 최고가격의 50% 수준을 심리적 지지선5)으로 하여 가격이 안정되고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동 제안은 개인적 구상안이기 때문에 빈틈과 보완할 점이 많을 것이다. 기금의 주택매입 기준가격, 제도 시행기간, 임대료 미상환자에 대한 대책 등 더 많은 논의와 실무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어렵더라도 동 제안을 구체화할 수 있다면 상당수의 하우스푸어가 중산층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최악의 경우 은행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1) 유경준,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2008.6, KDI, 김용기, ‘한국 중산층의 변화와 경제사회적 결과’, 2010.8, 삼성경제연구소

2) 이기정,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 2012.9, 창비

3) 2012년 8월 12일 공공의료 확충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서울대 김진형 교수가 주장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4) 주택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도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를 1차 대상자로 하고 시행과정에서 조정 가능

5) 정책당국이 매입 기준가격을 통해 주택가격에 대한 어떤 지지선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많을 것이고 또 그 수준을 최고가격의 50%로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을 것이다. 기금의 매입 기준가격은 최고가격대비 실거래가격이 50% 가까이 떨어진 수도권 외곽지역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주택가격이 조금 떨어진 지역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상승 기대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북한 글 RT와 조롱, 박정근씨 유죄 진보신당 "공안검사의 일자리 만들기"


이글은 레디앙 2012-11-21일자 기사 '북한 글 RT와 조롱, 박정근씨 유죄 진보신당 "공안검사의 일자리 만들기"'를 퍼왔습니다.

트위터에서 북한에 대한 찬양글을 리트윗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남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보신당 박정근씨에 대해 21일 수원지법 형사3단독 신진우 판사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판사는 “북한의 대남 선전 홍보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수사 진행 과정에서도 범행을 계속한 점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초범이고 앞으로 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리트윗하고 일부 스스로 작성한 게시물의 동기,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반국가단체활동에 호응하고 가세한 점이 인정된다”며 “트위터가 사적인 성격을 갖지만 불특정 다수의 접근을 막을 수 없고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사적 의사소통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 2월 박정근씨 구속 당시의 규탄 기자회견 자료사진

박씨는 2010년 12월부터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글을 96건을 리트윗하고 동영상 등 이적표현물 133건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박정근씨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항소는 합니다”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진보신당은 이같은 판결에 대해 “트위터 국가보안법 피해자 박정근 당원 집행유예 2년 선고, 국가보안법 철폐의 이유를 보여준다”며 “공안검사는 일거리가 없으면 그냥 노는 게 낫다”고 맹비난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북한을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SNS 글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것도 우스운 일이거니와, 재판부의 형량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세다”며 “박정근 당원이 도둑질을 했나, 강도짓을 했나. 강제추행, 5000만원 이상 뇌물 공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에서나 선고될 만큼의 양형이라니, 기소한 검찰도 우습지만 재판부도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 모든 과정은 녹슨 칼로 애먼 피해자만 양산하는 국가보안법이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며 “공안검사들이 얼마나 일거리가 없어 다급했으면 북한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국민을 ‘찬양고무’라고 우겨 성과를 내고자 했는지 해외토픽감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판결에 대해 트위터리안들은 “검찰과 법원의 의식은 아직 80년대에 머물러 있나봅니다”(@ histo****), “한 사람이 이적행위도 하고 적을 조롱하는 행위도 동시에 할 수 있나?”(@ postNik****), “법원은 스스로 조롱꺼리가 됐다”(@ le****)라고 비난했다.

장여진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대기업과 4대강이 일자리 창출? 결과는 참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0-21일자 기사 '"대기업과 4대강이 일자리 창출? 결과는 참담"'을 퍼왔습니다.
안철수 고용노동 정책 핵심은 사회적 타협... "일자리 창출 방법 찾겠다"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사무실에서 고용·노동 정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복지-일자리-성장이 선순환 하는 사회통합적 일자리 경제구축'을 위한 5대 전략과제를 발표했다. ⓒ 남소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하는 사회통합적 일자리 경제"를 골자로 한 고용노동 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선거캠프 내 정책네트워크 '내일' 고용·노동정책 포럼'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고용 확대, 비정규직 문제 해소, 사회통합 일자리 기금 조성을 통한 안정적 일자리 전환 등이 망라된 고용노동 공약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서 10만 정규직 전환... '사회통합 일자리 기금' 조성

안 후보는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5년 한시로 '청년고용특별조치'를 법제화해 시행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공백에 대해서 청년을 신규 채용하는 것을 사회적 책무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학생·대졸자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청년 헬프 코리아 봉사단(가칭)'을 설립해 청년들에게 사회경험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공헌 일자리를 만들어 낼 방침이다.

비정규직 대책으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고용평등기본법 제정을 제시했다. 임금 등 고용 전반의 차별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징벌적 배상을 부가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계속되는 직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고, 민간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조달 분야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고용공시제'를 통해 정규직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은 이를 통해 공공부분에서만 10만 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또 '사회통합 일자리 기금'을 조성해 영세사업장이나 자영업자의 불안한 일자리를 안정된 일자리로 전환하는 데 지원하고, 사회보험 적용, 능력개발 기회 제공, 근무환경 개선도 지원하기로 했다. 

안 후보가 이날 내놓은 고용노동 정책의 특징은 정파를 초월한 국민적 대타협을 통해 '사회통합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후보는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국가 차원의 국민합의 기구와 사회적 대화 기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일자리 문제, 국민적 대타협 필요"... 대통령 주관 국민합의기구 설치 약속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사무실에서 고용·노동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안 후보는 "정파를 떠나 정부와 정치권, 노사,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와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길을 찾아야 한다"며 "분열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 문제가 풀릴 수 없고 시장에 맡겨놓기만 해서도 도저히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직접 주관해서 국민합의기구를 운용해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낼 때까지 경제주체들과 계속 대화하겠다"며 "잘 이행되는지도 함께 모여서 거듭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은 사회적 대타협의 한 사례로 90년대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을 예로 들었다. 정병석 교수는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양보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적 대화와 리더의 주도적 설득과정을 통해 각각 조금씩 양보해서 적절한 합의점에 이른 게 프랑스의 근로시간 단축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노동자들에게 수혜가 가는 부분이 있지만 일정 부분 양보할 게 있다"며 "양보하게 끔 노사간 합의를 유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준용해서 노력을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있어 대기업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영역에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뛰어들면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줄어든다"며 "대기업이 납품가를 후려치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월급이 깎이고 근로조건이 더 나빠진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4대강이 일자리 창출? 결과는 참담"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단 이명박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정치권'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부자들이 소비를 많이 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몸싸움, 날치기까지 해가면서 부자와 대기업에 세금을 깍아줬고 4대강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며 "하지만 대기업도, 4대강도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했다. 결과는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정부들이,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공약했지만,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격차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로는 결코 경제를 살릴 수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금 몇 십만 개, 몇 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지는 않겠다"며 "대신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반드시 그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남소연(newmoon)
이승훈(youngleft)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문재인 "강바닥 아니라 사람에, 일자리에 재정 투입하겠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5일자 기사 '문재인 "강바닥 아니라 사람에, 일자리에 재정 투입하겠다"'를 퍼왔습니다.
전국 상공인과 간담회… "재벌, 반칙·특권으로 지배력 유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더 높이 멀리 날기 위해선 수출과 내수 양 날개가 모두 튼튼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성장을 통한 내수 확대를 의미하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1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국 상공인과의 대화'를 주제로 열린 전국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성장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의견을 밝혔다. ▲경제의 어려움과 뉴딜의 필요성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양날개 성장 ▲문제는 기업이 아니고 재벌, 새 경기규칙의 필요성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새로운 경제의 토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4대 성장전략 등이다.

문 후보는 우선 시장만능주의와 양극화, 과도한 규제완화가 시스템 리스크를 키운 점을 들어 "지금 상황은 여러모로 1930년대 대공황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 대공황을 벗어나게 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을 해법으로 들었다. 그는 "뉴딜의 핵심을 테네시계곡 개발사업 등 토목사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실제 핵심은 제도 개혁, 즉, 규제의 제도화, 복지의 제도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 자영업자, 골목상권은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렵다. 이런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한국형 뉴딜'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의 시대정신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두 단어로 집약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고 말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국상공인과의 대화' 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후보는 또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의 고용효과는 날로 떨어지고 세계불황 속에서 수출확대도 쉽지 않다"며 "재벌체제를 강화하고, 4대강 토목 공사를 일으키고, 부자 감세를 단행한 이명박 정부가 그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앞서 나가고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뒤를 받치는 경제, 제조업과 창의적인 첨단 산업, 문화 산업이 나란히 발전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환경에서 새로운 경기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미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경제의 선두주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반면, 한국경제에는 1970년대 이후 이렇다 할 대기업이 출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라고 물은 뒤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공고한 재벌체제다. 반칙과 특권으로 지배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는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도 아주 중요하다"며 "일자리의 보고인 중소기업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출마선언에서 밝힌 '4대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중심의 '포용적 성장', 서비스 산업에 초점을 맞춘 '창조적 성장', 재생 에너지를 통한 '생태적 성장', 사회 여러 조직과 연계한 '협력적 성장' 등이 그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문 후보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노동법안은 노동시장에서 부작용, 오히려 일자리창출 어렵게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문 후보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비할 시간조차 없는 근로시간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내수 확대에 한계가 있다"면서 "기업하기 좋으면서 동시에 일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강바닥에 재정을 투입했지만 나는 사람에,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가 경제단체를 방문해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여타 경제단체와 달리 대·중소기업 모두를 회원으로 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다.

앞서 대한상의는 대선후보들의 경제공약과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대선후보측에 기업인들과 간담회에 참석을 요청했고, 문 후보 측에서 제일 먼저 초청에 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방상공회의소 회장, 서울·지역의 중소기업 대표 등 400여 명의 상공인이 참석했다.  

 /서어리 기자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장애인 난방비 지원? 생계 보장도 못하는 한국 복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5일자 기사 '장애인 난방비 지원? 생계 보장도 못하는 한국 복지'를 퍼왔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장애인 일자리가 필요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욱 춥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은 유독 추위에 매우 허약해서 겨울날 체온을 유지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생명유지형 장애인사업이…

지자체의 장애인 정책사업 중 저소득 장애인 난방비지원 사업이 있다. 날씨가 추운 계절이면 매년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차원의 정책사업이다. 추운 계절을 앞둔 지금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절대빈곤층 지원 정책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사업은 현재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 실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절대빈곤층의 생명을 위협하는 춥고 위태로운 겨우살이를 대비해서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이 정책은 한국의 복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저선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같은 사업은 복지최저선 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급비가 작거나 수급조차 받지못하는 사각지대의 빈곤층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경제규모로 한국이 10위권이라지만 아직도 생명유지형 복지가 존재한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는 이러한 절대빈곤층 장애인의 생명유지형 사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장애인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

얼마 전 이명박정부는 201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앙정부 총지출 324조 5천억 원 중 복지 예산은 97조5000억 원으로 전체예산 대비 28.3%를 차지한다. 이는 2012년 92조6000억 원에 비해 4조9000억 원 정도가 늘어난 규모인데, 전년대비 증가율이 5.3%에 불과하다.

내가 일하는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각 부처의 장애인 예산을 발췌하여 종합분석해본 결과 지난 5년간 복지예산의 1.5% 수준을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2013년 중앙정부 장애인 예산을 추계하면 1조5000억 원 정도이다.

내년 장애인예산은 어느 정도 늘었을까? 각 부처의 장애인 관련 예산을 총합해 분석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데, 우선 내년 예산안 중 장애인연금과 일자리예산을 살펴보자. 이는 장애인의 경제적 빈곤 현황의 문제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예산이며 향후 미래의 소득보장에 대한 정책적 개선점을 이끌어내는데도 유용한 소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년 장애인연금 예산은 국비 3440억 원, 수급대상자수는 32만7467명이다. 올해보다 1인당 2만20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이를 1인당 수급액으로 환산하면 내년부터는 매월 최고 17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장애인 연금은 주로 1급과 2급 중증장애인의 근로능력 상실 혹은 현저한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소득과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되는 연금을 말한다. 한편 중증 장애인을 제외하고 3급부터 6급까지의 경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수당은 국비 781억 원이며, 대상자는 32만2560명이고, 장애아동수당은 276억 원, 대상자 2만5232명이다.

정리하면,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한 위 세가지 사업 예산의 합이 4499억원이다. 2012년 4020억 원에 비해 479억 원, 약 10% 정도 증액됐다. 증가율로만 보면 다소 높아 보이지만, 애초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여전히 국가가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는 조세 재정에 의한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 외에 법정민간지출이 거의 없다.(우리나라에서 법정민간지출로 장애인에게 복지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은 교통비 및 통신비 감면밖에 없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기업주가 고용을 지속하기위한 목적으로 장애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다.)

2006년에 채택되고 2008년 국회에서 비준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면 국가는 장애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며, 보호하고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이러한 이행의무는 재정적인 지출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은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지 못한 탓에 절대빈곤층으로 남아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중증장애인 중 기초수급권자의 비중이 비장애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고 경증장애인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의무화한 국가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지점은 이곳이다. 장애인연금 및 수당의 예산안을 살펴보아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인연금의 대폭인상을 통한 소득보장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평균적으로 매월 약 16만 원이 들어간다. 장애인연금이 최고 17만 원이므로 최고액을 받아야 겨우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중증으로 인한 추가 부담과 체감적인 부담액을 더하면 모두 30만 원에 달한다. 추가비용은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부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지금보다 약 4배로 예산이 확충돼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없다

이번에는 장애인 일자리 영역을 살펴보자. 장애인 복지의 긍극적 최종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장애인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영역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통해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매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약 1800억 원을 조성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고용제도의 여파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경증 신체장애인 고용을 선호함에 따라 오히려 이동 및 접근이 어렵거나 생산성이 낮은 중증신체장애인, 시각·청각장애인, 정신·지적 장애인 들은 더욱더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졌다.

보건복지부도 장애인 일자리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행정도우미, 복지일자리,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 등이다. 2013년 장애인 일자리지원 예산은 총 333억 원인데, 이 중 행정도우미 3500명에게 199억 원, 복지일자리로 92억 원이 편성됐다. 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 사업에도 약 38억 원이 책정되어 33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 사업은 예산의 절대 규모가 너무 작아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에 대한 정책적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애인복지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등하교길 교통정리나 장애인 주차구역단속 등 중증장애인이 비교적 하기 쉬운 직무를 부여한다. 아직은 중증장애인에게 적정한 일자리가 부족한데, 유형별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발굴해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렇듯 한국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드물다. 장애인 복지의 최종 단계인 일자리 복지로의 진입이 아직 요원하다. 중증장애인들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주된 원인이 바로 일자리가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이 되어 월급을 받아야 생계를 유지하며 월급 중 일부를 각종 사회보험료와 조세를 납입하면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의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데, 중증장애인들은 일자리 자체가 없다 보니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되어 그 밑의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라

▲ 한 장애인이 지난달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결책은 보다 넓은 계층의 사회적 배려와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중증 위주, 또는 장애유형에 따른 일자리 발굴과 지원 시스템에 더욱 힘써야한다. 지방정부 또한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예로 차별당해 상처받는 장애인들을 같은 입장에서 상담해주는 장애인 동료상담가(peer counsellor)를 중증장애인 일자리로 만들어 각 지자체에서 고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예로는 각 시군구 청사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건물 내에 지적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카페나 제과점을 만들어 장애인들을 훈련시켜 고용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하는 것도 좋은 사례일 것이다(일본의 경우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기업이나 장애인의 돌봄 서비스를 활용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다).

기업의 경우도 대기업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수익창출 외에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독일의 경우 볼보나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회사들도 수공으로 작업해야하는 부품 제작을 지역 마다 설립되어 있는 장애인 작업장에 하청으로 주고 있다. 이 작업장은 정신·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들을 훈련시켜 그들에게 하청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들도 전문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작업전문 리더로 채용되어 장애인작업장에서 약 10여명 정도를 지시·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역마다 수십 개의 비장애인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1석2조의효과가 생길 수 있다. 장애인 작업장에서는 한국의 고용장려금과 같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장애인고용 보조금과 작업장이 거두는 수익금이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된다.

소득보장과 일자리 정책은 장애인복지의 양대 바퀴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고정적인 기본임금이 지급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장애인을 위한 소득보장 정책은 사회적 안전망 차원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일자리와 소득보장 정책은 장애인 정책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두 가지 정책은 서로 보완해가며서 조화롭게 시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2013년도 정부의 예산안은 장애인이 원하는 만큼 예산을 크게 확충하지 않았다. 올해와 같은 정책 기조 하에 자연증가분을 증액한 것에 불과하다. 제자리인 2013년 장애인 예산을 보면서 다시 한번 향후 장애인 복지의 양대 수례바퀴는 소득보장과 일자리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장애인 복지 없이 복지국가도 없다
장애인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의 편성은 그때그때 필요성에 의한 땜빵식으로 머물러선 곤란하다.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 꼼꼼한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든 보건복지부이든 행정부처를 넘어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 기구가 정부 내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장애인복지는 부끄러운 수준에서 계속 맴돌 뿐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배제된 나라에서 복지국가를 꿈꿀 수는 없다.

 /현근식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위원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두루뭉실 ‘시대정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0-08일자 제930호 기사 '두루뭉실 ‘시대정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질문3- 연설 속 단어로 살펴본 대선 의제… 모두 ‘통합’을 주장하고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외치지만 정책과 프로세스 제시 태부족

» 박근혜 · 문재인 · 안철수 후보 셋 다 ‘통합’과 ‘경제문제 해결’을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해법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똑같은 현충원 참배도 세 후보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겨레 강창광

» 국회사진기자단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정치인의 진면목은 그가 떠드는 말과 슬로건보다 그가 해온 선택과 결정을 통해 드러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정부 슬로건은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은 적어도 단면은 된다. 정치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엑스레이 사진은 아니지만, 특징의 일부를 포착하는 스냅사진은 된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연설문을 비교했더니, 공통점이 도드라졌다. 세 후보가 내세우는 시대정신과 과제가 비슷했다.

대통합, 소통과 화합, 통합의 정치…

일단 ‘시대정신’이 비슷했다.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연설과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에서 반복된 단어와 문장, 제시된 의제(어젠다) 등을 분석한 결과, 세 후보 모두 2012년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로 ‘통합’과 ‘경제민주화 및 복지’를 과제로 꼽았다. 같은 정당 소속으로 보일 정도다. 다만, 문 후보가 대립적 정치문화와 관련해 재벌, 검찰, 집권세력 등의 책임을 좀더 따져물었다.
먼저 자주 구사한 단어를 분석해봤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통합’이라는 단어를 각각 2번, 1번, 4번 구사했다. ‘국민이 하나되도록’과 같이 ‘통합’이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 ‘하나’는 3번(박근혜), 2번(문재인), 1번(안철수) 구사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20일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먼저,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국민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길에 모든 분들이 기꺼이 동참하실 수 있도록 저부터 대화합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왔습니다. 산업화로 기적의 ‘경제성장’을 만들었고, 민주화로 성숙한 ‘정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라는 문장에서는 이른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도모했다.
문 후보도 지난 9월16일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협력과 상생’이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저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편가르기와 정치 보복,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야당과도 외교안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표나게 통합 의지를 내세웠다. 안 후보는 9월19일 출마 연설에서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당선 되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서로 도울 수 있고 또 함께할 수 있는 통합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 대결 속에서 제가 만약 당선된다면 다른 후보들의 더 나은 정책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또 경청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서거, 2007년 경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 쪽의 박근혜계 공천 ‘학살’ 논란 등의 역사가 이들이 통합을 내세우게 된 배경이다.

경제민주화, 박의 ‘내용 없는 처음’

세 후보 모두 어젠다로 경제문제를 내세우는 데 차이가 없었다. 셋 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문제의 핵심 어젠다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꼽았다. 경제와 민생이 시대의 화두라는 점을 세 후보 모두 인정한 것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각각 3차례, 2차례, 1차례 구사했다. ‘복지’는 4차례(박근혜), 12차례(문재인), 1차례(안철수)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제와 민생 의제를 내세운 점에서 세 후보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심지어 ‘일자리’와 ‘복지’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큰 틀의 해법마저 동일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일자리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구조에서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를 의제화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 후보다. 그렇지만 연설문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계획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국민 행복의 첫걸음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원칙을 선언하는 데 그쳤다. 복지와 관련해 ‘5천만 국민행복 플랜’ 수립과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동시에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연설문에는 구체적인 각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보통신’ ‘과학기술’ ‘소프트웨어 산업 같은 일자리 창출형 미래산업’ 등의 표현에서 어렴풋이 토건경제에서 벗어나려는 구상이 포착되는 정도다.
문 후보의 연설문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문 후보는 재벌에 대한 견제·규제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후보나 안 후보보다 이 점이 도드라졌다.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세 번째 문은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명제입니다. 저 문재인이 그 문을 열겠습니다.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지속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특히 재벌 문제와 관련해 “재벌 관련 제도를 확실히 정비하겠습니다. 재벌의 특권과 횡포는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재벌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길을 찾겠습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겠습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공존·공생’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게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일자리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청년일자리특별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밝혔다. 복지와 관련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과를 먼저 내세웠다.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복지를 뛰어넘겠습니다. 보편적 복지가 계획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비교적 분명히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경제와 민생 의제를 내세운 점에서 세 후보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심지어 ‘일자리’와 ‘복지’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큰 틀의 해법마저 동일했다.
뒤처리 하느라 ‘쓸 돈’이 모자라는데…

안철수 후보는 지난 7월 출간한 저서 의 표현에 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해 많이 발언하지 않았다. 원칙을 천명한 수준이었다. “국내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세계적인 장기 불황까지 겹쳐 한꺼번에 위기적 상황이 닥쳐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제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실수도 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면, 그래도 최소한 물줄기는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시대에 힘을 합쳐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가 들어서야 민생경제 중심 경제가 들어섭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합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 혁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안 후보는 연설의 처음과 중간 부분까지, 시대정신과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먼저 자신이 왜 출마하며 어떤 경로로 결심을 굳히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세 후보 모두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의제로 받아들였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해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2012년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명박 정부의 과오를 뒤처리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세수는 줄이고 4대강 사업은 일방적으로 강행해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킨 사실은 진보·보수 학자들이 입 모아 지적하는 문제다. 한마디로 다음 대통령이 자기 공약에 ‘쓸 돈’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세 후보 가운데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거론한 것은 안 후보가 유일했다.
어젠다는 던졌지만 구체적 정책, 공약, 해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비판이 제기된다. 의제만 있고 정책이 없다,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가 없다, 여러 정책을 나열할 뿐 구체적인 실행 순서와 프로세스가 없다는 반박이 주로 제기된다. 불행히 세 후보 모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9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여야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과 한국경제정책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경제민주화 대토론회’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3명의 재벌 개혁 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구체적인 재벌 규제책이 없음을 근거로 재벌 개혁 의지의 진정성에 의심을 제기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정책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민주통합당의 에너지와 힘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밝히라고 조언했다. 안 후보의 큰 구상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가 정치 영역에서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술 실력에 생사 갈리는 같은 병 환자

소속과 이념이 다른 세 후보가 연설문을 통해 아픈 한국 사회의 병명을 동일하게 진단한 것은 유권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중병의 경우, 같은 병이라도 의사의 수술 실력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수술은 말로 하지 않는다. 연설문 너머에 있다.

의제만 있고 정책이 없다,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가 없다, 여러 정책을 나열할 뿐 구체적인 실행 순서와 프로세스가 없다는 반박이 주로 제기된다. 불행히 세 후보 모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