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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주택 포기못하는 하우스푸어들…어떻게 구제되나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3-05-06일자 기사 '주택 포기못하는 하우스푸어들…어떻게 구제되나'를 퍼왔습니다.

(주택 포기못하는 하우스푸어들…어떻게 구제되나)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차지연 기자 = 금융당국이 내달부터 하우스푸어 대책을 본격 시행한다.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전방위 구제’에 나선 것이다.

하우스푸어 대책 시행으로 ‘빚은 갚아야 하고, 내 집은 포기할 순 없는’ 주택 보유 희망 채무자들이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 프리워크아웃 LTV 규제 예외 두고…캠코 채무조정도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자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연체가 우려되거나 단기 연체가 있었던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은 일부 시중은행만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사전 채무조정을 해왔으나 LTV(담보인정비율)가 넉넉한 경우 채무를 일부 조정해주는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사전채무조정 신청시 기존 대출 시점의 대출 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LTV 규제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기존 5억원짜리 집을 LTV 한도 60%인 3억원에 대출받아 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4억원으로 떨어진 경우, 대출금이 LTV 한도를 초과하게 돼 채무자는 원금 상환 압박을 크게 받았었다. 

그러나 6월부터는 LTV 규제 적용에 예외를 두게 됨에 따라 채무자는 LTV 초과분에 대한 원금 상환 부담을 덜게 됐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6월부터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을 6∼70% 가격에 사들여 원금상환을 미루고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해주는 등 채무조정을 해준다. 

부실채권을 전액 매입할 때에는 집주인에게 보유지분매각 옵션을 제공한다. 캠코는 이 같은 대책을 일단 1천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85㎡ 이하 주택 한 채 보유, 연소득 5천만원 이하, 대출 2억원 이하 등 일정 조건을 갖춘 대출 채권은 주택금융공사가 매입해준다.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만 받고 원금상환을 최장 10년까지 미뤄줄 방침이다.

◇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전격 도입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의 사전가입제도 6월부터 도입된다. 

사전가입제 도입으로 기존에는 만 60세였던 연금 가입대상 연령이 만 50세로 낮춰진다. 대상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실거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없는 50세 이상 은퇴자가 주택연금 일부 혹은 전부를 일시금으로 받아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상환에 쓸 수 있다. 

일시금 인출한도도 현행 50%에서 100%까지 확대된다. 50% 한도로는 주택연금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100%를 일시금으로 받으면 따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지만, 50%만 받으면 나머지 부분은 이후 매달 연금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는 일단 1년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된 뒤 연장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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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바람 잡는 그 기사에 낚이면 당신도 ‘하우스푸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2일자 기사 '바람 잡는 그 기사에 낚이면 당신도 ‘하우스푸어’'를 퍼왔습니다.
[선대인 칼럼] 부동산 선동 기사에 속지 않는 10가지 방법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기득권 언론들은 부동산 가격이 곧 오를 것처럼 ‘봄바람 살랑’ ‘시장 온기’ ‘훈풍’ 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의 구체적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매수세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나는 식이다. 일부 언론 표현대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약발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집값이 호들갑처럼 떠들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다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면적, 가격 기준 등을 “허술한 대책에 한숨” 식의 제목을 단 보도를 내놓고, 국회 입법이 안 따라줄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핑계도 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엉터리 선동보도를 하고 있으니 누가 한국 신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 신문들이 금방 선동보도를 멈출 기색도 없다. 아마 한동안은 집값이 오를 것처럼 계속 선동하는 보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 엉터리보도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수많은 가계들도 결국 이들 언론들의 잘못된 선동보도에 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9년 인천 청라와 영종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분양열기가 생긴 것도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이들 신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측면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 당시 필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기에 편승했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온갖 선동보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인들은 이런 신문들의 선동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동산 투기 선동 기사에 ‘낚이지’ 않기 위한 10계명을 정리해보았다.

부동산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후반, 한 아파트 청약 현장에 몰려든 인파. ©연합뉴스


1. 기사에 나온 현장과 그 주변 상황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특히 집을 살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현장 상황 전반을 충분히 파악해서 비교해보라. 기자가 현장을 충실하게 돌아보지 않고 중개업소 한두 군데에 전화하거나 부동산업계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그대로 옮기는 기사가 많다. 따라서 정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현장에 가서 정말 거래가 많은지, 거래가격이 호가인지 실제 거래가격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나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는 게 좋다. 

2. 해당 기자가 그 동안 쓴 기사 이력을 검색해보라. 기사를 다년간 쓴 기자라면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 기사가 신뢰할 만한 기사였는지 찾아보라. 계속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기자들의 기사는 경계하라. 드물지만, 신뢰할만하거나 최소한 균형감 있는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문사 안에서도 기자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3. 신문사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전문가로 인용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각종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또는 부동산 포털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산하이고,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각각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부설 연구원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대부분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계 연구소도 당연히 재벌 오너그룹과 주요 계열사이자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이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각종 공공공사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므로 로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 

4.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의심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여론조사 결과 각론은 다르게 나왔는데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5. 확정된 결과인지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부풀리기 주장인지 구분하라.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을 구분하라. 신문 기사들의 상당수는 거래는 따라주지 않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린 것을 두가 ‘집값 일주일새 3000만원 온랐다’는 식의 제목을 뽑는다. 아무리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도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청약은 고사하고 분양업체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금방이라도 거래가 확 늘 것처럼 전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는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이 는 것을 두고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것처럼 주장하는 기사들도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든 불안감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높은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세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확정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기사에 주의하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6. 마지막 문장을 조심하라. 사실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교묘하게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도록 기사를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기사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기자는 A, B 두 사람의 견해를 다 소개하는 듯하지만 최종적으로 B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많은 이들은 B의 견해를 결론으로 생각하게 된다.  

7.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현재 한국 신문의 편집체제상 신문 기사의 편집제목은 취재 기자가 아닌 편집 기자들이 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자는 나름대로 균형 있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은 한 쪽의 주장만 담는 경우도 있다. 또는 기사의 톤은 상당히 유보적인데, 편집 기자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기 위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사와 제목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므로 제목에만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8.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를 경계하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나 영종신도시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2,3년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져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이 극심해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부산, 대전 등 지방도시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보도가 4.1부동산대책 이후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 일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지 않는지 조심하라.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자가 쓰고자 하는 이른바 ‘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사례 몇 개를 가지고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기자들은 사례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전개하려는 기사의 리드에 맞는 사례들 가운데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4.1 대책 이후 일부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전반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몇몇 사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문제다. 

10. 언론에서 쓰는 상투적 용어가 적절한지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0가지 정도로 추려서 부동산 선동보도를 가려읽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동산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편향된 전문가그룹들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결국 큰그림을 볼 줄도,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곧디곧대로 믿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어 이번 4.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하는 순간 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일반 가계들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때다. (선대인경제연구소 http://www.sdinomics.com)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http://www.sdinomics.com/  

2013년 4월 3일 수요일

집 살 기회? 하우스푸어행 특급열차 타시겠습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02일자 기사 '집 살 기회? 하우스푸어행 특급열차 타시겠습니까?'를 퍼왔습니다.
[선대인 칼럼] 막장으로 치닫는 부동산 종합 대책, 이것은 차라리 재앙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뒤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의 강도가 세고, 범위가 넓어서 그렇게 표현했을 텐데, 어이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열심히 빼도 시원찮을 판에 거품 잔뜩 키우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나, 이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하는 언론이나 정말 제 정신이 아니다.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에는 단기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대다수 일반가계와 한국경제에는 '종합 독극물 세트'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지금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전히 주택거품을 빼야 할 때다.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정부 초기에는 워낙 주택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에 일정한 부양책이 필요했다. 물론 그 부양책도 너무 오래 지속하는 바람에 부동산 투기 화염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집값이 너무 높아 주택 가격이 더 빠져야 하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부양책을 써봐야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절 압력 때문에 그 효과가 오래가지도 못하고 부동산시장의 조정 기간만 길어지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 등 부동산거품의 크기만 키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시장도, 한국경제도 뻗어버린다.

이번 대책의 주요내용 가운데는 다주택자가 미분양을 구입할 때 양도세를 5년 동안 면제해주고 생애 첫 주택자에게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5년 동안 면제해주는 등 세금 부담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거나,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지금 집값은 가격이 비싸서 떨어지는 거지, 세금부담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세금부담 때문이라면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높았던 노무현정부 때 왜 올랐겠는가? 어차피 지금 거래되는 부동산의 약 90% 이상은 각종 명목으로나 다운계약서 등을 이용한 탈세를 통해서든 과세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집값이 올라야 양도소득세도 내게 된다. 지금 상태로 가서는 5년 동안 집값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올 연말까지 구입하는 주택에 대해 양도세 5년간 감면? 이런 정책에 혹해 안 살 집 무리하게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량이 줄어드는 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이미 과거 빚을 내서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수요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어차피 가격이 조정되지 않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물론 정부로서는 집값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집값 하락 속도와 그 폭은 어느 정도 조절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정책은 오히려 길게 보면 화를 부를 뿐이다. 결국 한국경제의 화약고인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되고, 가격 조정을 방해해 침체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있겠지만 집값이 정상화되면 부동산거래도 어느 시기에는 정상화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은 더 길어진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이번 대책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악질이라고 생각하는 건 생애 첫 주택자에게 DTI, LTV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이미 기존 수요는 고갈돼 아직은 소득이 부족한 젊은이들이나 수억원 빚을 내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서민가계들만 남은 상태다. 이들에게 빚을 왕창 내게 해줄 테니 떨어지는 부동산시장을 받쳐줄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대열에 이들마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좀비를 양산하는 악마인 네크로멘서 수준이다.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정부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더구나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엇박자인가? 한쪽에서는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또 다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세수가 부족해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깎아줘 서민들의 부가가치세와 유류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그런데 또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서민들에게 세금 바가지 씌우게 생겼다. 

도대체 이게 정부의 탈을 쓰고 할 짓인가? 이명박정부 때 하도 험한 꼴을 많이 봐서 박근혜정부 시작할 때는 ‘그래도 이명박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정말 바닥 아래 바닥이 있는 격이다. ‘인사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책참사’까지 계속될 판이다. 그것도 출범 40여일밖에 안 된 정부가 새 희망을 불어넣기는커녕 소수 기득권을 위해 국민들을 절망의 늪으로 빠트려도 되나? 하여튼 며칠 전 경기종합대책에 이어 어제 부동산종합대책을 보니 이 나라 5년 동안 설거지는커녕 빚만 또 잔뜩 늘리고 폭탄만 돌리다 허송세월하게 생겼다. 이 나라 정부정치권과 1% 경제기득권들이야 신날지 몰라도 이 나라 백성들은 5년 동안 무수한 고통을 당하게 생겼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부동산 부양책, 호가가 뛰는 등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효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부동산시장은 제 갈 길 다시 가게 될 것이다. 이번 대책에 혹해서 무리하지 빚을 얻어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대책은 무주택서민에게 ‘집 살 기회’가 아니라 하우스푸어 행렬 초대장일 뿐이다. 대략 자산가치로 6500조원 이상 되는 부동산시장의 가격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지는 못한다. 철수레에 덤벼드는 사마귀의 형세일 뿐이다. 시장압력에 대들면 결국 철수레에 깔리게 돼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부동산 거품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이 같은 대책은 보통 부동산 거품 파열 직전에 나온다. ‘토건족 정부’였던 이명박정부가 27번의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박근혜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이명박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했기에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인 부동산부자들의 기대에 자신은 더 잘 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내놓은 대책이 이번 대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결국 몇 달 후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새로 내놓을 대책은 뾰족하게 없다. 마지막 기대감도 시장에서 사라질 때 부동산시장은 그 동안 지연시켰던 가격 조정까지 한꺼번에 반영해 더 큰 폭의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더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http://www.sdinomics.com/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엔 차별… 투기자 선별도 어려워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2일자 기사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엔 차별… 투기자 선별도 어려워'를 퍼왔습니다.

ㆍ4·1 부동산 대책 문제점ㆍDTI 완화는 또 다른 하우스푸어 양산 가능성ㆍ5년간 양도세 감면, 차기 정부에 부담될 수도

정부가 지난 1일 내놓은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곳곳에 문제점이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에 대한 채무조정은 무주택자나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 양도세 감면 5년은 차기 정부에 세수 감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 소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에서 대출채권을 매입한 뒤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고 장기분할 상환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또 연체는 없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라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고 그 기간 동안 은행 대출금리 수준의 이자만 내도록 했다. 하우스푸어 등의 지원으로 총 1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는 기본적으로 집을 갖고 있고, 무리하게 빚을 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공적자금을 들여 채무조정을 해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려다 집값이 떨어져 힘들어진 서민들도 있지만, 재산 증식이나 투기 목적을 지닌 사람들도 있어 이들을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 경실련 최승섭 부장은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하우스푸어가 된 사람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이라며 “집 없는 사람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캠코가 매입하는 부실채권 대상도 ‘3개월 이상 연체자’라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는 3만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6억원 이하의 1주택 보유자로 한정할 것이며, 세부기준은 6월까지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억원으로 하더라도 이는 감정가 기준이라, 실거래가로 따지면 7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도 해당될 수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전용면적 40~50㎡대 아파트가 6억~7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연금의 일시인출한도가 종전 50%에서 100%로 늘어남에 따라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 기능도 대폭 축소됐다.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매달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는 안전판 역할의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은퇴자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주택연금을 한꺼번에 받아 대출금 상환 등에 모두 써버릴 경우 주택연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 DTI·LTV 규제 완화 문제 없나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DTI·LTV 규제를 일정 수준 풀기로 한 것이 DTI·LTV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DTI·LTV 규제는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을 억제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장치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원칙을 제한적이나마 뒤집었다.

은행권에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기 수요자가 아니라 실수요자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것인 데다 젊은층은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DTI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은행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른바 ‘약탈적 대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양도세 감면, 다음 정부 부담될 수도

정부가 양도세 감면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서 세수 감소의 부담을 다음 정부가 분담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그 규모다. 양도세 감면 기간이 끝나는 차기 정부에서 주택매매가 집중될 경우에는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양도세 수입은 1조2000억원 규모였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양도세 감면기간은 5년이라고 밝혔다. 집을 사서 되팔기에 2~3년은 너무 짧고 7~8년은 너무 장기라는 이유에서다. 양도세 감면기간을 너무 짧게 하면 투기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길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 외환위기 직후 시행됐던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5년이었다.

올해 집을 사서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한푼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6년이 지난 후에 팔면 첫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은 과세에서 빼준다.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기준은 기준시가다.

예를 들어 3억원에 산 집이 6년 후 4억원이 됐다. 이를 팔면 1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기준시가는 매년 발표된다. 6년간 기준시가도 1억원 올랐는데 이 중 5년 동안 8000만원이 올랐다고 치자. 그러면 양도차익의 80%도 5년 안에 발생했다고 보고 6년차에 발생한 20%만 과세를 한다. 1억원의 양도차익 중 2000만원에만 양도세를 매긴다는 얘기다.

이주영·김지환·박병률 기자 young78@kyunghyang.com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집값이 또… 한국에 엄청난 위기 닥쳤다


이글은 서울경제 2013-03-15일자 기사 '집값이 또… 한국에 엄청난 위기 닥쳤다'를 퍼왔습니다.

올들어 전세가격 가파르게 올라 임차인 전세 보증금 못받는 등
하우스푸어 이은 렌트푸어 위험 "정부, 충격 최소화할 정책 필요"
[불안한 전세시장] 월세 크게 늘어 전세 품귀… 매매가의 77%까지 치솟을 수도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대한민국에만 있는, 그리고 대표적인 임대차 유형인 전세. 이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잠시 주춤했던 전셋값이 올 들어 다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며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매매가는 떨어지다 보니 전세가율은 거침없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봄가을 이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전세시장 불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의 불안이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임대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본질적인 체계가 재편될 때까지 이 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과정에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주거비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등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의 신속한 전세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전세대책은 전셋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전세시장을 진정시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불안, 구조변화 탓"=KB국민은행 주택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0.6% 올랐다. 2012년 연간 상승폭 4.3%와 비교했을 때 급등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2.2%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 2월까지 0.8% 상승했다. 두달 만에 지난해 상승폭의 절반에 가까운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끌어올린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가 같은 기간 2.1%나 올랐으며 서초구(1.4%), 송파구(1%) 등도 상승폭이 컸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상승 추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7.1% 떨어지는 동안 전세가는 1.1% 올랐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아파트 전세가율은 54.4%에서 58.3%로 수직 상승했다. 전세가율이 이미 60%를 넘어선 자치구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동작구는 67.2%로 70%에 육박했고 서대문ㆍ중랑ㆍ관악ㆍ도봉 등 서울 15개 구의 전세가율이 60%를 넘은 상태다.

전세시장이 불안한 이유로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 부족을 들 수 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8만6,942가구. 2008~2012년 평균인 14만2,755가구보다 39.1% 줄었고 전세 재계약 물량도 1~3월에 몰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 임대주택시장이 전세 위주에서 월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문위원은 "임대주택의 총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증부 월세 등으로 돌아서면서 순수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전세가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음에도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전세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시장으로의 이동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 위험 렌트푸어에 전가 가능성"=민간주택 공급 부족과 임대주택시장의 체제 변화, 임차인들의 전세시장 잔류로 인한 가격상승 압박 등 세 가지 요소가 고루 갖춰진 전세시장의 불안은 얼마나 계속될까.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전월세시장 전망과 리스크' 보고서에서 "전셋값이 앞으로 2년~4년 이상 계속돼 수도권의 경우 매매가의 65~77%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경험치에 최근의 시장 변화를 반영해 내놓은 결론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정부의 대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펀더멘털이 붕괴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전세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셋값 상승과 월세시장으로 전환'으로 요약되는 임대주택시장의 불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세가율 상승으로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렌트푸어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주택이 임대인 부실에 따라 경매로 넘어갈 때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의 20%가량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수도권 전세 임대 54만여가구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초과하는 약 19만가구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험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월세시장으로 밀려나가는 무주택자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월세시장으로 이동한 임차인들은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심리가 극히 위축된다"며 "이는 하우스푸어에 이어 렌트푸어도 내수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2013년 3월 5일 화요일

"'렌트푸어'더러 '하우스푸어' 되라고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4일자 기사 '"'렌트푸어'더러 '하우스푸어' 되라고요?"'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투기집단 아닌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부를 바라며

요즘 집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하우스푸어)는 집이 있어 고통이고, 집이 없는 사람들(렌트푸어)은 세입자라서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새 정부의 주거정책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를 해결해 국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데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수위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관련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야당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법안 상정이 되지 못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집값이 계속 떨어져서 걱정',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어 비정상'이라며 분양가상한제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 건설사 폭리를 규제해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폐지해 나갈 기세입니다.

국민의 절반쯤이 집 없는 서민들이고, 열심히 일을 해도 빚을 내지 않고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겠다고 한다면, 무주택자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오히려 분양가가 더 낮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들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주거공간의 확보입니다. 이들은 △어렵게 마련한 1가구 1주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거나 마련할 수 있게 해달라 △집을 마련하는 것이 정 어렵다면 지금 살던 집에서전월세 폭등 없이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달라 △또는 '시프트'처럼 낮은 전셋값으로 장기간 살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해 달라 △그 중에서도 요즘은 1~2인가구가 많으니 1~2인 가구 맞춤형 공공원룸텔이나 소형 임대주택을 제공해 달라 △또 대학생이나 1인 워킹푸어들은 꼭 주택단위가 아니라 '방' 단위도 좋으니 저렴한 월세에 살 수 있는 '공공 임대 방'을 적극 공급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들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주거공간의 확보입니다. ⓒ뉴시스

누가 보기에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 요구와 바람이나 현실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권력층, 국회, 그리고 주거 정책을 다루는 이들 대부분이 집 부자들이나 투기꾼들이지 렌트푸어나 하우스푸어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집 부자의 눈, 부동산 투기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지, 집 없는 국민들처럼 세입자의 처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안중에는 세입자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지인들,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고 집에 나오는 세금이 불만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집값을 올리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종부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집에 나오는 세금을 무력화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특히 집값을 건설자본이나 투기목적의 보유자가 맘대로 매길 수도 없고, 주변 시세를 상승시킬 수도 없게 되어 있는 분양가상한제가 그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주택 공급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 분양가상한제를 푼다고 해서 아파트가 분양이 잘되고 공급량이 더 늘어나지도 않을 텐데, 일종의 '상징 파괴'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상징 파괴에다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집값 상승의 계기 및 신호로 삼으려 하고, 또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조합원 분양분 부담은 낮추고 일반 분양분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건설자본의 달콤한 꾐수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고, 혹시라도 그렇게 하면 주변 시세도 뛰어서 집값의 상승을 어떻게 해서라도 꾀해보겠다는 투기꾼, 집 부자들의 집념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마구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건설사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이 속출하게 되므로 분양가를 높게 설정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이후에는 예외 없이 가격폭등이 일어났습니다. 1998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해진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998년 512만 원에서 2006년 1546만 원으로 8년간 3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이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고분양가'의 연쇄반응이 나타난 것입니다. 정부와 건설자본의 주장대로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면(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추구를 최고목표로 하는 건설자본과 그들의 광고에 의존하는 일본 언론들이 오랫동안 분양가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위험하고도 탐욕스러운 인식은 널리 퍼져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도 '집값이 싸지는 것을 기대하고 집을 사지 않는 이들이 많아서 전월세난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즉 집값이 더 올라가야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전월세로 가지 않을 것이고, 집값 올라가니 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면 전월세난도 줄어들 것이라는 황당한 인식입니다. '렌트 푸어'들에게 빚내서 '하우스푸어' 되라고 하는 것과 같고, 지금의 집값 하향 안정화가 비정상적이니 어서 집값을 더 올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참으로 한심하고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지금의 집값마저도,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UN의 PIR(Price Income Ratio :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으로 UN은 3-4년의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대한민국 수도권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10~11년 안팎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수를 거론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에서는 보통의 국민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렸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게도 현재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하락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명박-박근혜 집권 세력, 그리고 건설자본만큼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집값과 분양가가 더 낮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높은 분양가로는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들은 분양자격이 주어지더라도 자기 소득으로는 분양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나마 2005~2008년 마지막으로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 중산층들이 2~3억 원씩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매달 이자만 150~200만 원씩 내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것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 분양가 상승은 무주택자들이 아니라 자금력을 가진 투기적 수요자들만 분양시장에 참가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을 상승 또는 유지시키면서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요구하는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올바르지도 않습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서고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가 심각한 현재 △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 확대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합 세입자 보호 △1가구 1주택 하우스푸어들의 개인회생 지원(파산법 개정을 통해 집을 지키면서 빚을 장기간 나눠 갚도록) △저소득층 서민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주거안정 대책이 절실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올인'하셔야 합니다.


 /안진걸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 

2013년 2월 8일 금요일

박,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공약 “증세도 수정도 없다” 운신폭 좁혀 인수위선 “공약 취지 그게 아니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07일자 기사 '박,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공약 “증세도 수정도 없다” 운신폭 좁혀 인수위선 “공약 취지 그게 아니고…”'를 퍼왔습니다.

기초연금·4대질환…박 대선공약 ‘말바꾸기 논란’ 왜?
 가계부채·하우스푸어 대책
군복무 단축 등도 논란소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박근혜 당선인이 2008년 총선 때 친박계의 ‘공천 학살’을 겪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날린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박 당선인이 이 말을 자주 듣는 것 같다. ‘공약 말 바꾸기’ 논란 탓이다.대표적인 게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이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간병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공약을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6일 보도자료를 내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약을 바꾼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세 항목은 보장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공약집엔 “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단계적으로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확대”라고 돼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반박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장률 75%는 이미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를 포함하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100%로 확대한다고 할 땐) 내용적으로 그게 들어가 있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기초노령연금도 말 뒤집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 당선인은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만들고 있다.가계부채 탕감, 하우스푸어 대책, 행복주택,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도 실제 정책으로 제시되면 유권자의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을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다.이렇게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의 모양을 갖추기도 전에 말 바꾸기 논란을 부르는 것은 애초에 공약 자체가 한 문장 정도의 선언 형태로, 지나치게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서 ‘비급여 부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상식’ 선에서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모든 항목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언론보도 등에서도 이를 전제로 한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는 이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더니, 당선 뒤 이제 와서 “그건 아니고…”라 하니 공약을 뒤집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도 소득수준, 국민연금 가입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미가입자의 형평성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고, 수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짜야 하는데, “65살 이상 모두에게 20만원”이라는 식으로 듣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만 공약을 내놓고, 또 이를 박 당선인의 입을 통해 무한반복했으니, ‘거짓말’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금 당장 증세는 않는다’는 기조를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공약의 재원을 과소 추계했고, 이 때문에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듣는 등 스스로 발목을 잡은 측면도 있다. 실제 공약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재원은 정확히 다시 계산을 해봐야 한다. 특히 복지 공약 재원은 축소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이 때문에 새누리당에선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거나, 선거를 의식해 제시한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 와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쐐기를 박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 핵심 인사는 “결국은 박 당선인도 공약을 정리해야 할 텐데, 자신의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 이미지를 스스로 깰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당의 문제제기는 박 당선인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하우스푸어, 정부 추산보다 3배 더 많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3일자 기사 '하우스푸어, 정부 추산보다 3배 더 많다'를 퍼왔습니다.

1. 오늘 정부에서 4대강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네요?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 지난 17일 감사원 발표,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 부실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죠. 정부가 오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계획인데. 반박과 해명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리실 주도로 조사단을 구성해 검증에 들어갈 거라고 하는데요.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의 정권 눈치보기도 논란입니다. 2011년에는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정권 눈치를 보면서 부실감사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정권 말에 와서야 정면으로 대립하는 양상입니다.

2.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일단 인사청문회는 잘 버텼네요?
=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이 쟁점이었는데 꿋꿋이 뭉갰습니다. 새누리당은 “큰 하자 없다”며 일단 밀어붙이기로 했고요.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우직하게 일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국민들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야당은 결정타 못 날리고, 이동흡은 추락한 이미지 만회 못하고”라는 제목을 뽑았는데, “질문도 답변도 애매한 상태로 끝났다”고요. 이런 기사만 보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사설에서는“헌재소장의 직무를 감당하기에는 인망을 너무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인준 표결을 밀어붙이면 헌재소장이 될 수는 있지만 상처투성이 헌재소장이 이끄는 헌재 판결에 대해 국민 신뢰가 어떨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충고도 눈길을 끕니다. 동아일보는 “‘원칙’ 박근혜 정부에 ‘반칙’ 헌재소장?”이라는 물음표를 달아 제목을 뽑았는데.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겠죠.

3. 어제도 오후 늦게 인수위 조직 개편안 발표가 있었네요. 외교통상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표정이 전혀 다르네요.
= 마감 시간에 쫓겨서, 언론에 제대로 분석할 시간을 안 주기 위해 오후 늦게 발표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런 건 아니라는 설명이 있었고요. 외교통상부의 통상 교섭 기능을 통째로 통상산업자원부로 이관하기로 했습니다. 통상교섭본부가 15년이 됐는데 하루아침에 손발이 싹둑 잘리는 상황이라 패닉 상태라고 하죠. 한겨레는 “이런 식으로 조직개편을 해도 되느냐, 조직개편 과정에 과연 민주성과 투명성, 정당성은 있었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도 모르게 군사작전 하듯 바꾸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라는 건데요.  통상교섭본부 15년에 대한 공과를 평가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도리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3-1. 방통위는 분위기가 좋네요? 정보통신부의 부활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요.
=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왔었는데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들어가게 돼서 불만이 있었죠. 그런데 어제 발표를 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 전담 차관과 ICT 전담 차관으로 구분되는데, ICT 전담차관이 사실상 정보통신부의 부활이 되는 셈입니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를 이관하기로 해서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직원 4만명, 우정사업본부는 원래 정통부 산하였다가 방통위로 바뀌면서 쪼개졌는데 다른 부서로 갈라진 업무를 다 끌어모으고 방송통신 정책 기능까지 총괄하게 돼 사실상 정통부 부활을 넘어 플러스 알파까지 얻게 된 셈이죠. ICT 업무가 빠져나가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관련 규제만 남게 되는데 사실상 도장 찍는 기관으로 전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방통위가 문제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방송통신 정책을 모두 ICT 부처로 가져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4.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택시법 거부권을 행사했네요.
= 정권 말에 잘했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건 낯선 풍경이기도 한데요. 여야 합의로 택시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글로벌 코리아 시대인데 국제 규범에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며 “택시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은 택시법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고, 다시 국회로 보내서 대체 법안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택시 업계는 2월 20일까지 국회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운행 중단에 들어갈 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4-1. 결국 요금이 너무 낮고 택시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요.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 ‘버스에 준하는 정부지원’은 안 되겠지만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택시 공급과잉 문제는 향후 5만대 가량 줄여가겠다는 대체 입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유류비 등을 택시기사에게 전가하는 택시업계 관행을 막고 다른 운수종사자 대비 근무조건이 열악한 법인 택시기사를 위한 복지기금을 만들어 건강검진과 자녀교육 등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전국 택시 25만대 중 20%에 달하는 5만대가 공급과잉 상태로 보고 감차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있고요. 그런데 이 정도로 성난 택시기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5. 서울 시내에 불 꺼진 대형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고요?
= 대형 빌딩이 늘어나는데 내수불황으로 사무실 수요가 오히려 줄면서 빌딩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교보리얼코라는 업체 조사인데요.. 지난해 4분기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6.23%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시청 신청사로 옮겨가면서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고. 삼성동 EK-타워와 역삼동 K오피스를 비롯한 대형 빌딩 등이 늘어나면서 강남도 5% 이상이라고 하죠. 20곳 가운데 1곳 이상이 비어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여의도는 11.14%. IFC3는 모든 층이 비어 있는 데다, 오는 7월 전경련 회관까지 준공되면 텅 빈 사무실이 더욱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6. 종편이 요즘 분위기가 좋네요? 지상파를 앞지르는 경우도 있다고요?
= 요즘 종합편성채널을 보유한 언론사들이 열심히 신문 지면에서 떠들고 있습니다. MBN ‘동치미’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12일 저녁 11시 시청률이 4.195%까지 치솟았고요. JTBC 주말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가 MBC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 시청률을 앞섰다는 소식도 놀랍기는 합니다. MBN의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황금알’도 같은 시간 MBC ‘토크클럽 배우들’을 제쳤습니다. 종편이 그동안 드라마 제작비용을 아끼려고 교양은 없는 쇼양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나름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7. 국민연금이 유령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뉴스는 뭔가요.
= 13년 전에 숨진 남편을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연금을 받아온 70대 할머니 사례가 조선일보에 실렸습니다. 국민연금이 80세 이상 수급자 전수 조사를 해서 적발했다고 하는데요. 국민연금 직원이 찾아갔더니 계속 “(남편이)잠깐 집을 나갔다”고 했다고 하죠. 결국 13년 동안 부정 수급한 1260만원을 환수 조치했습니다. 유령과 전쟁이라고 할 만한데. 며칠 전에도 석달 동안 동거인의 시신을 방치하면서 기초생활 급여를 87만원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죠. 사망했지만 국민연금을 받은 건수가 2011년 기준으로 1232건이나 됩니다. 일본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령연금’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하는데요. 2010년엔는 도쿄 최고령 노인으로 등록됐던 사람이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8. 하우스푸어가 정부 추산보다 훨씬 많다는 보고서가 나왔네요?
= 국내 하우스푸어가 32만 가구 이상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이 추정한 규모의 3배가 넘는데요. 32만 가구도 2011년을 기준으로 추정한 숫자여서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LG경제연구원은 부실 부채 규모는 38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계마진과 순자산이 모두 마이너스(-)인 가구 비중을 2012년 전체 가구수(1795만 가구)에 적용해 추산한 결과인데요. 금융위원회는 2011년 3월 기준으로 하우스푸어가 10만1000가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깡통주택’ 보유자가 19만명, 연체상태인 하우스푸어가 4만명이라고 집계했고요. 

9. 직원 사찰 논란, 신세계 이마트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모양이네요.
= 침묵하는 언론도 상당수인데, 국민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네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은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검찰도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신세계·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대형마트 중독이 너무 심해서 실제로 불매운동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
= 삼성전자가 집단 백혈병 사건 피해자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도 대화 제의를 공식 수용했고요. 거액의 산업안전기금을 조성하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나온 상태인데. 법적 조처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 중인 산재 소송을 중단하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피해배상도 중요하지만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0-1. 국내 최대의 기업이면서도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었죠? 피해자가 얼마나 되나요.
= 반올림에 따르면 사망자가 60여명, 제보자는 160명에 이른다고 하죠.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히는 황유미씨가 숨진 게 2007년 3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2년 만에 발병해서 2년 뒤에 숨졌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황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는데 근로복지공단이 불복해서 진행 중이고요. 31일 항소심 선고가 있습니다. 160여명의 피해자 가운데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이 산재로 인정한 경우는 4명 밖에 안 됩니다. 삼성은 산재 인정 여부는 국가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재판도 삼성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과 하고 있는데 변호사는 삼성이 대고 있죠. 

10-2. 직무 관련성 여부가 쟁점이 되겠네요.
= 노동자 본인이 어떤 물질 때문에 병에 걸렸는지를 입증해야 하지만 그들이 일했던 작업장은 이미 없어진 상태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몇 년 전 기자들에게 공장을 공개한 적이 있었죠. 저도 다녀왔었는데 자동화된 생산라인만 보여줘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렇게 깨끗한데 뭐가 문제냐는 분위기였는데 문제가 된 공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산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했죠. 삼성의 의도는 백혈병 문제를 산재가 아닌 회사 차원의 보상으로 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도 황유미씨 유족에 따르면 얼마면 되느냐는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고요. 핵심은 돈(피해배상)이 아니라 산업재해 인정인데, 그건 사실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03일자 기사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Ⅰ. 들어가며

대한민국은 푸어 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스펙푸어, 에듀푸어, 프랜차이즈푸어, 실버푸어, 웨딩푸어, 베이비푸어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가난해지고 또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middle class)의 정의나 기준은 역사적·학문적으로 또는 국가별로 일정치 않다. 단순하게 소득 기준으로는 평균소득 또는 중위소득의 70~150%, 50~150% 등에 속하면 중산층으로 볼 수도 있다. 소득 이외에 주택 등 보유자산, 교육과 직업, 가치관과 도덕성, 취미와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중산층의 기준에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이다. 한국은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의 비중이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1)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중산층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중산층의 감소는 정치와 사회의 불안정, 경제성장 동력의 약화, 시민의식의 저화, 이익집단의 발호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중산층의 붕괴는 양극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시장의 불균형, 부품소재산업의 취약, 자금 흐름의 왜곡, 금융산업의 낙후성, 높은 집값과 전세값, 사교육 열풍, 사회안전망 부족 등 구조적 문제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산층의 복원은 한국 경제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작업과 같아 한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또한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복지 확충도 상당기간 중산층을 복원시킬 정도로 혜택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은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 우선 지원해야할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 잘못되면 일시에 많은 사람이 중산층에서 탈락하고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첫째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 둘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 셋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대책 등 세 가지로 범위를 좁혀 중산층 복원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

한국을 표현하는 말의 하나가 ‘Dynamic Korea’이다. 그러나 한국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살벌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전혀 역동적이지 못하다.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의사, 변호사, 교수, 교사, 공무원, 공기업직원 등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고시 공시와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뛰어난 인재가 창업을 기피하고, 또 창업을 해서 생존하기도 어렵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발전하기는 더욱 어렵다. 창업자가 돈을 벌면 기업을 계속 키우기보다 기업을 적절히 정리하고 빌딩 등을 사서 편하게 살려한다. 한국은 뛰어난 학생이 이공계를 지원하고 꿈이 있는 사람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해 가는 경제 즉 역동성이 있는 자본주의 경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부 직업과 계층을 제외하고 중산층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해지고 새로이 중산층이 되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문직, 교수, 교사, 공무원, 안정적인 임대소득자 등을 제외하고는 항상 불안하다. 또 기업을 하다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고 아차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다 금융의 역할이 미흡하여 돈 없는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을 갖고 사업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중산층이 되어도 집값, 전세값 등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생활이 고단하다. 중산층의 위기와 경제의 역동성 저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경제의 역동성 회복 정책은 중산층 복원 정책과 거의 같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위한 정책도 많이 있겠지만 다음의 네 가지 정책 과제를 우선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보수와 직업 안정성 등 종합적 보상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전문직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대우를 낮추어 이들 분야로의 인재 쏠림을 줄여야한다. 이들 직업은 자격증 취득, 시험 합격 후 보수와 신분이 거의 자동적으로 보장된다. 또한 공무원은 공무원 연금이 있고 전문직은 정년이 없어 고령화 시대에 강력한 노후보장 수단까지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은 평균적인 보수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보수가 높은 일부 대기업도 신분 보장이 안 되고 노후가 불안하여 우수한 인재가 기피하고 있다. 한때 한국 최고의 인재가 몰리던 서울대 물리학과, 전자공학과가 전국의 의대, 치대를 다 채워야 학생을 받을 수 있다. 이공계 위기도 전문직 공무원 등으로의 쏠림 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공대로 유명한 독일 아헨대학의 에른스트슈마흐르텐베르그 총장은 2012년 3월 21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공계 위기가 없다고 하였다. 자동차 회사 등 기업부문의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보수가 높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공무원 등만을 갖고는 중산층을 복원해 나갈 수 없다. 특히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는 소득 면에서 중산층의 상층부가 아니라 중간정도 되는 것이 선진국의 경우다. 한국에서 상류층과 중산층의 상층부를 점하고 있는 전문직, 교수, 공무원 등의 대우를 낮추면 중산층 중간부분인 대기업 정규 직원의 보수 상승 욕구를 억제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의 하층부에 위치하거나 중산층으로 진입하여야 할 계층인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의 대우를 개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분배란 국민경제의 부가가치와 생산에 참여한 경제주체 간에 나누어지는 과정인데 특정 계층이 과도하게 많이 가져가면 다른 계층의 몫은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 숫자는 확실치 않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전문직 및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그리고 중소기업 직원과 비정규직 등 세 계층 간의 보상 수준의 격차가 지금에 비해 훨씬 작았던 것 같다. 또 이때까지는 전반적 소득 수준은 낮았지만 중산층 붕괴 등의 문제는 없었다. 한국의 중산층 붕괴는 성장세 둔화보다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상위 1%, 상위 10% 등 특정 계층으로의 소득 쏠림 현상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둘째는 실직, 사업실패 등의 어려움이 있을 때 잠시 쉬었다가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좋은 기업에 다니던 중산층이라도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의 수혜금액이 적고 수혜기간이 짧아 직업훈련 등 전직 준비가 거의 불가능하다. 조건이 좋지 않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창업에 성공할 확률은 낮고 창업에 실패하면 중산층의 지위를 지키기 어렵다. 또 창업에 성공하거나 중소기업을 장기간 잘 운영하다가도 잘못되는 경우 대표이사 등의 연대보증제로 인해 회사를 잃을 뿐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지킬 수 없어 중산층에서 바로 탈락하게 된다. 실직이나 사업실패 시 중산층에서 밀려나지 않고 재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정책 과제가 필요하다. 

먼저 실업급여의 수혜기간, 수혜금액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은 사회보장시스템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복지확대 요구가 강하다. 노령연금 확충,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확대, 반값 등록금, 양육비 지원 확대, 저임 근로자에 대한 4대연금 등의 다양한 지원확대가 제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복지제도 중 중산층의 유지 복원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실업급여의 확충이고 또 실업급여 확충은 민간부문의 직업 안정성을 높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인다. 

다음으로 회사의 대표이사 등 실제 경영자의 연대보증제를 폐지하여야 한다. 연대보증제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회사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등 실제 경영자의 연대보증이 의무화되어 있다. 연대보증제는 기업의 차입은 용이하게 하는 면이 있지만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유발하고 중산층 붕괴, 기업가 정신의 훼손 등 부작용이 많은 정책이다. 연대보증제 폐지는 한국경제의 역동성 회복뿐 아니라 기업을 원칙대로 운영해 숨겨놓은 재산이 없는 사람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 바로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창업과 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정책의 시행 과정에서 대출 축소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면 보완 대책을 마련해 가면서 추진하여야 한다.

셋째는 서민금융기관의 지원 육성을 통해 신설기업, 영세기업, 저신용자 등의 금융접근성을 확대하여야 한다. 금융의 기본적 역할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자금융통 기능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면 돈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 사업이 잘되어 규모를 늘리는 사람,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사람 등이 적절한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경제의 역동성이 강해지고 중산층이 보호된다. 돈 없는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만 갖고도 금융을 이용하여 사업을 일으켜 중산층이 될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중산층이 대부업체 등 약탈적 금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우량 중소기업,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금융이용 기회가 충분하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상환능력이 있어도 외형적으로 신용상태를 평가하기 어려운 계층은 제도권 금융의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은 우량고객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한 대출만 선호하고 있는 데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은 위축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은 소액거래로 취급비용이 큰 데다 차입자의 신용도가 낮아 위험도 크기 때문에 서민금융기관이 은행 등과 경쟁하면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예금과 출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최소한 현재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자기앞수표 발행, 펀드판매 허용 등 업무 규제는 완화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거액여신 등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여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신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연합회를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처럼 특수은행화하여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특수은행화한 연합회와 중앙회는 단위 신협과 개별 새마을금고와의 업무경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매금융업무 취급은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

넷째는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로 대표되는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중산층의 살림을 빠듯하게 하고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에듀푸어 등에서 나타나듯이 부동산과 교육 문제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중산층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 외국기업 유치의 어려움,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 그간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수익성, 안정성이 매우 높아 투자자금이 몰렸다. 재벌, 성공한 기업가와 금융기관 경영진, 고위 관료, 고소득 전문직 등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마저도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최고의 재테크 대상으로 생각했다. 한국경제의 난제가 되어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도 이와 관계가 깊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하우스푸어의 손쉬운 해결을 위해 거래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재상승한다면 한국경제는 경제정의 훼손, 경쟁력 약화, 양극화, 젊은 세대의 좌절 등의 구렁텅이 속에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하우스푸어의 대책도 집값 전세값의 하향 안정화 속에서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렌트푸어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 주택, 상가, 사무실 등의 임대현황과 임대소득 규모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기초통계를 국토부,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작성 공표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소득 과세 투명화, 임차료의 소득공제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임차료 지원, 임대료 상한제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 시행하는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한국은 초·중·고의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와 대학에서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비는 거의 세계 최고일 것이고, 대학등록금 등 공교육 비용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교육비 부담은 중산층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중산층이 되어야 할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교육문제는 사회경제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사교육 열풍은 근본적으로 시험에 의해 얻어지는 전문직 자격, 교수와 공무원, 공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등의 혜택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보상 즉 창업과 연구개발 등의 혜택은 크지도 않고 불확실하다.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합리가 완화되어야 하겠지만 교육 자체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초·중·고의 공교육 정상화, 대학 입시 등 대학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내신제도의 혁신, 무학년 학점제, 교육중심 학교제도 만들기 등 현직 교사인 이기정 선생이 제안한 방안들이 훌륭한 정책대안이라고 생각된다.2)

Ⅲ.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한국경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정책과제이다. 당연히 중산층의 복원을 위해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참여정부뿐 아니라 이명박정부까지 나름 연구와 노력을 많이 했어도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고 정책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정책보다는 시행이 쉽고 효과가 빠른 정책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환율인상, 부동산경기 부양, 토목공사 확대, 특정분야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재계총수와의 회동을 통한 투자 및 고용확대 요청, 인턴이나 공공근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요즈음 일자리 창출방안의 하나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육성도 잘못 시행되면 반짝 효과로만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단순한 재정지원 확대는 경제적 효과가 토목공사 확대보다는 크겠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확대보다 적을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사회적 기업보다 서류를 잘 꾸미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성장잠재력이 있는 사회적 기업도 정부 지원에 익숙해지다 보면 장기 생존능력이 약화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은 직접적인 재정지원보다는 창업자에 대한 교육 및 훈련, 세무 회계업무 등의 지원, 관련 통계 제공 등 간접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지원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경쟁력과 생존력 있는 사회적 기업을 키워내 장기간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과 시행과정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어 추진이 쉽지는 않지만, 시행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정책 세 가지만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에서는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 잡고 있는 직업 중 한국에 없는 직업을 찾아내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직업 종류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비해 많이 적기 때문에 도입할 수 있는 직업은 많을 것이다. 한 두 개의 새로운 직업만 제대로 자리를 잡아도 수 천 개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가 항구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등의 척추치료사와 에너지절감시설원, 독일의 스포츠재활치료사 등이 있다. 이들 직업은 해당국에서 괜찮은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교육기관도 많이 있어 고용 및 생산효과가 크다. 한국도 이들 직업은 국내에서 수요도 있고 인력공급도 가능하여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국내 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척추치료사, 스포츠재활치료사 등과 같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남으로써 손해를 볼 수 있는 집단의 반대가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책당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끈질기게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나간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둘째는 지방은행을 포함 은행 신규설립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은행 수는 지주회사 기준으로 특수은행 포함 14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6,500개, 독일은 1,800개, 작은 스위스도 400개 정도이다. 더욱이 이들 나라는 은행이 이렇게 많음에도 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경우 설립 요건을 갖추어 신청을 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설립 인가를 내주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은행은 물론 상호저축은행 마저도 신규 설립은 하나도 없이 합병·퇴출 등을 통해서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우량고객 대출 등 안전한 대출만 하고도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신규 진입 금지로 인한 기존 은행의 이익 보호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은행수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 수익이 줄어들고 나아가서 부실은행이 생길 수 있다. 은행 수익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은 예금자, 대출자 등 금융소비자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좋은 점도 있고 작은 은행 1~2개가 부실화되는 것도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대형은행이 부실화되거나 소형은행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러한 두려움이 은행설립 확대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대전·충청지역이나 강원도와 같이 지방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지역에 지방은행이 생기고, 서민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문화된 소형은행 몇 개가 생긴다고 은행산업의 기본구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지방은행을 포함 소형은행 2~3개를 우선 설립 허용하고 이들이 잘 적응해 나가면 은행설립 폭을 넓혀 나가면 될 것이다. 

인구 5,000만 명인 한국은 은행원수는 비정규직 포함 10만 명,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이 5만 명, 증권회사가 5만 명 정도이다. 이에 비해 인구가 8,200만 명인 독일은 은행원수가 거의 70만 명에 이른다. 은행설립이 조금씩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인 은행원수도 같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은행설립 확대정책이 성공하려면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검사·감독을 책임지는 금융 감독당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 체계를 개편하여야한다

셋째는 외국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의사 등 전문직의 정원을 늘리는 일이다. 이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전문직의 보상 수준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의사 등 전문직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한국의 의사 수는 2009년 기준 한의사 포함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평균 3.1명보다 크게 적다.(의사 수의 증가율이 높아 2024년에는 OECD평균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의료산업의 수출산업화 주장도 한쪽에서 강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의료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자원이 충분하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의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굶어죽는데도 식량을 수출하자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입시생의 의대·치대 쏠림현상을 감안할 때 의사 정원을 조금 늘린다 하더라도 질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의사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정원확대를 위한 방안3)의 하나는 지방의대 정원의 일정비율(예 10~20%)의 특례입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례 입학생은 졸업 후 일정기간 농어촌 지역에서 의무적 개업 또는 근무하도록 하고 정부는 6년간 특례 학생에 대해 학비를 지원한다. 이 방안은 일자리 창출, 농어촌 의료서비스 확대, 경제력이 없는 우수 학생에 대한 학비지원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Ⅳ.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대책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위기란 것이 터져봐야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의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판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첫번째 평가는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부담스럽지만 한국경제 규모,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을 생각할 때 감내할만한 수준이고 장기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고, 두번째 평가는 채무자가 버틸 때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늦게 나타나는 것일 뿐 조만간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것이며 특히 최근 경기둔화와 고용악화로 인해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두 가지 평가가 팽팽한 상태이나 분명한 것은 첫번째 평가대로 금융시스템이 망가지는 상태로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의 몰락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또 두번째 평가대로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된다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은행은 거의 비슷한 자산구조를 갖고 있고 가계도 자산의 70~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하우스푸어는 아직 최초 대출수준은 유지하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득에 비해 커서 겨우 버텨내고 있는 계층이다. 특히 원금 상환은 거의 하지 못하고 이자만 어렵게 갚고 있는 계층이 더 심각하다. 또한 현재는 소득으로 그럭저럭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조만간 정년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이들과 비슷한 하우스 푸어에 포함될 계층도 있다. 둘째 하우스푸어는 보다 심각한 계층으로 실직, 사업 악화 등으로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카드론 등의 추가 대출을 받아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 계층은 소득이 크게 늘어나거나 집을 비싸게 처분할 수 있지 않는 한 대부분 연체 경매 등의 과정을 거쳐 중산층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나 우리은행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두 번째 계층 중 막 연체상태에 들어간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이 집을 팔거나 맡기고 연체이자 대신 5~6%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통상 하우스푸어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연체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연체이자 대신 정상이자를 부담한다고 해서 극적인 상황개선이 없는 한 이들이 원금을 갚고 하우스푸어에서 탈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하우스푸어 대책은 다중채무자가 된 두 번째 계층과 아직 빚을 늘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첫째 계층으로 나누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실효성이 있다. 단 하우스푸어 대책은 부동산 투기자에 대한 불필요한 보호라는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전판 구축과 중산층 몰락 방지라는 관점에서 수립됨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책은 연체 직전 또는 연체 초기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전적 혜택과 경매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가는 사람을 위한 사후적 대책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첫째, 사전적 대책은 감독당국의 창구지도 등을 통해 다중채무자에게 자구 노력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는 방안, 그리고 새누리당이나 우리은행 자체안과 같이 연체이자를 정상이자로 전환시켜 부담을 줄이고 시간을 갖게 하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방안은 하우스푸어에게 잠시 여유를 주지만 문제를 뒤로 미룰 뿐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벌어 논 시간 내에 하우스 푸어의 소득증가와 주택가격의 상승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나중에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둘째, 사후적 대책은 통합도산법 등을 보완하여 개인회생제도와 파산면책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채무변제가 불가능해진 하우스푸어가 바로 극빈층으로 떨어지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보유자에 대한 개인회생제도의 탄력적 적용, 개인회생자에 인정되는 최저생계비 인상, 파산면책자에 대해서도 가족수에 따른 차등 최저생계비 적용, 개인회생기간의 단축 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학계와 민주당 등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고의적인 채무 면탈을 최소화하면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빚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

아직까지는 버텨내고 있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 대책은 세입자 영세사업자 등과 형평성면에서 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하우스푸어가 한계에 봉착해 빚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다중채무자가 되고, 늘어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 중산층에서 밀려나게 된다. 중산층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다중채무자가 되기 전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집값 상승이며 이것 때문에 정책당국도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집값 상승을 계속 유도하게 된다. 한국에서 집값이 다시 한번 상승한다면 한국경제와 국민전체가 받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이들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은 집값의 과도한 하락에 따른 중산층의 붕괴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방지하고, 한편으로는 집값 상승기대도 없애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가 제안하는 대책의 기본 골격은 다음과 같다.

• 가칭 “주택안정기금”을 설립하고 조직운영은 주택금융공사 등에 위탁한다. 동 기금은 정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금융기관 등의 소액 출자와 주택안정채권(정부보증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 동 기금은 일정조건4)을 충족하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구입하여 주택을 판 사람에게 매입 우선권을 부여하고 임대한다.

• 기금의 주택매입가격은 중산층 붕괴방지, 금융시스템 보호, 집값 상승기대 해소 등을 위해 중요한데 2007년경 최고가격(국민은행 자료)의 50%이내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까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 매입대금은 대출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은행에 주택안정채권으로 지급하여 주택담보대출과 상계한다.

• 채권금리는 은행의 평균자금조달금리 3%에 0.1%p 정도 가산한 금리로 발행하고 채권만기는 5년(추가 논의 필요) 정도로 한다.

• 임대료 산정금리는 채권발행금리에 0.1~0.2%p 가산한 3.3% 내외로 한다.

• 대출자가 기금에 매각한 주택을 다시 매입한 경우에는 임대료 산정금리와 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와의 차이와 재산세 등 기금이 주택 유지에 지출한 비용이 있다면 부담하도록 한다.

• 동 기금은 주택금융공사 등 기존 조직의 활용과 은행의 업무지원 등을 통해 운영관리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임대료 산정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동 대책의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정부입장에서는 임대료가 제대로 들어온다면 재정부담이 별로 없이 금융시스템과 하우스푸어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단 정부보증채 발행에 따른 정부보증채무는 증가하나 이에 상응한 자산(주택)이 증가하고 환매되지 않은 주택은 향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 가능하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자산운용수익은 감소하나 부실가능성이 큰 주택담보대출이 정부보증채라는 무위험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이고 동 무위험자산의 수익률이 은행조달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가계의 입장에서는 주택담보금리와 임대료 산정금리와의 차이인 2%p 정도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부담이 해소된다. 또한 집을 기금에 싸게 팔았더라도 되살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별 손해는 없다. 다만 기금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매각 후 추가 여유자금은 확보할 수 없다.

주택시장은 다중채무자의 규모와 하우스푸어의 기금 매입가격에 대한 수용성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주택가격이 기금의 매입가격인 최고가격의 50% 수준을 심리적 지지선5)으로 하여 가격이 안정되고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동 제안은 개인적 구상안이기 때문에 빈틈과 보완할 점이 많을 것이다. 기금의 주택매입 기준가격, 제도 시행기간, 임대료 미상환자에 대한 대책 등 더 많은 논의와 실무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어렵더라도 동 제안을 구체화할 수 있다면 상당수의 하우스푸어가 중산층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최악의 경우 은행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1) 유경준,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2008.6, KDI, 김용기, ‘한국 중산층의 변화와 경제사회적 결과’, 2010.8, 삼성경제연구소

2) 이기정,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 2012.9, 창비

3) 2012년 8월 12일 공공의료 확충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서울대 김진형 교수가 주장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4) 주택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도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를 1차 대상자로 하고 시행과정에서 조정 가능

5) 정책당국이 매입 기준가격을 통해 주택가격에 대한 어떤 지지선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많을 것이고 또 그 수준을 최고가격의 50%로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을 것이다. 기금의 매입 기준가격은 최고가격대비 실거래가격이 50% 가까이 떨어진 수도권 외곽지역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로 주택가격이 조금 떨어진 지역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상승 기대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