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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9일 금요일

국민연금 기금 고갈? 아직 40년이나 남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8일자 기사 '국민연금 기금 고갈? 아직 40년이나 남았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불안하다 해도 폐지가 아닌 개선 운동을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인상안으로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기초연금을 늘리긴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한다고 하니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올해가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추계(推計)의 해이다 보니 연기금 고갈 시점 또는 연금액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시로 흘러나온다. 거기에 용산 투자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에 관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실망은 국민연금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임의가입자들의 탈퇴로 이어졌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1만2122명이 탈퇴했다고 한다. 여기에 납세자 연맹이 국민연금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8만7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 폐지에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대신에 개인연금을 가입한다면? 

▲ 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제도 중에서 국민연금만큼 도입 이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도 없을 것이다. 매달 내 월급에서 꾸준히 돈을 빼 가는데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고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노후준비를 위한 상담을 받아보아도 국민연금 고갈론을 이야기하면서 개인연금 가입을 부추긴다.

자!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폐지된다면 어떨까? 어찌 됐든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니 이는 국민연금 없이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00만 원을 버는 30세 직장인이 국민연금에 불입할 금액 18만 원(소득의 9%)을 20년간 S사의 개인연금에 납입한다면 65세부터 매월 48만 원을 받게 된다. (공시이율 4%, 종신연금형 20회 보증 가정) 그런데 이는 현재 공시이율이 앞으로 그대로 간다는 가정이며 금리가 0.5%만 하락해도 10만 원이 줄어든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연금수령액은 반 토막이 나서 월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만약 가입시기가 늦어져 40세에 개인연금에 가입한다면 연금수령액은 공시이율 기준으로 33만 원으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올라가더라도 개인연금은 가입 시점에 나온 가입설계서에 나온 수준의 금액을 지급할 뿐이다. 

같은 기간 18만 원을 국민연금에 납입한다면 물가상승률이 0%일 때 65세부터 42만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을 반영하게 된다. 물가상승률이 2.5%만 되어도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139만 원이 된다. 그리고 65세 이후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국민연금 수령액은 올라가게 된다. 같은 금액을 같은 기간 불입해도 물가상승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연금 수령시기에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된다고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만 35년이다. 이 기간 동안도 물가가 2.5%씩만 올라도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앞으로 제도가 바뀌어서 국민연금 수령액이 조금 줄어든다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개인연금보다 국민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기금 고갈돼도 연금수령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물가상승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기금이 고갈돼서 받지 못하게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2060년 경이면 국민연금이 고갈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면서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었다.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이 이유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오해해서 비롯된 일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낸 모든 사람이 자신이 낸 돈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거기에 물가상승까지 반영해서 지급하니 처음부터 기금고갈을 전제로 설계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지금의 기초연금형태로 세금으로만 모든 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연금액수도 크지 않은데다가 특정세대에게 부담이 몰리기 때문에 초반에는 연금을 적립해서 노인부양의 부담을 나누고자 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 안에서만, 또는 기금범위 안에서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금고갈과 상관없이 법에 의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지급을 중지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기금이 고갈됐으니 연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법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치 논리상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GDP 대비로 규모로 보면 사실상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돼서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도 우리보다 연기금 규모가 작지만, 연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있다. 

금융회사보다는 국민연금이 낫다

물론 지금의 국민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부분도 일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금융회사가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국민연금은 금융회사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했다가 손실이라도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서 순식간에 확산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이나 사업비에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입자들조차도 자신의 상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회사는 투자손실을 보면 개인이 상품을 잘못 이해하고 선택했다고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더구나 현재 금융회사들 역시 2060년에 망하지 않고 살아있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저축은행 사태처럼 평생을 모아온 돈을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매년 운용현황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있고 연금 운용에 대해서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나 임원들의 연봉이 높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 금융회사의 CEO나 직원들보다 많이 받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을 폐지한다면 결국 노후생활비를 전적으로 개인이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금융회사의 배만 불려줄 확률이 높다. 

국민연금이 불안하다면 국민연금 폐지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개선을 외쳐야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이 미흡하다면 충분한 연구를 통해서 더 나은 개선책이 나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 역시 노후에 충분한 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은 400조 원이나 되는 돈을 활용할 수 있고 국민연금 기금고갈 예정시기까지는 아직 40년 이상 남아있다. 

박종호(joy2joy)

2013년 3월 4일 월요일

엉망이 된 기초연금 보며 유시민을 떠올리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3일자 기사 '엉망이 된 기초연금 보며 유시민을 떠올리다'를 퍼왔습니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11) 기초연금-국민연금 결합할 이유 없다

1.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최근 보수·진보 양 진영의 복지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그의 정계 은퇴는 더 큰 아쉬움을 줍니다. 얼마 전에 만난 국책연구소의 한 중견 간부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을 때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주도한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는데, 최근의 기초연금 논란을 보니 그가 참 명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2. 보수·진보 양 진영의 복지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들이 수긍을 하든 못하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과거에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토론회에 패널로 자주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습니다. 진보정당은 노조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추가되는 복지예산 중 절반 이상을 노동복지에 쓰고 싶어 했습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노동복지에 대한 간절함이 컸던 겁니다. 문제는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입니다. 이들의 복지재원 배분 공약은 경제적·사회적 효율성·형평성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표밭의 크기, 또는 세력의 크기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새해 벽두에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보면 힘없는 사람들의 비극이 나타나기도 했지요?⇨ 새해 벽두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의 대선 공약을 일부 반영한다는 미명 하에 일부 저소득층 복지 예산을 6000억 원 이상 삭감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또 당한 겁니다. 그들의 대선 공약이 얼마나 화려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저소득층의 복지를 유린하면서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황당한 것은 국회가 그런 짓을 하고도 자신들의 지역구 토건예산은 3700억 원 이상 늘렸다는 것입니다.

4.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보다 더 강도 높은 노인연금 공약을 내놓은 것도 우연이 아니지요?⇨ 당연한 겁니다. 민주통합당은 2040세대를 주로 겨냥하고 새누리당은 50 이상 세대를 겨냥하다 보니 새누리당에서 강도 높은 노인연금 공약이 나온 것뿐입니다.

5. 유시민 전 장관이 주도해서 만들어 놓은 기초노령연금을 새누리당이 확대하거나 약간 변형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기초노령연금제가 잘 운용되고 있는데도 기초연금제를 고집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왜 이런 선택을 한 겁니까?⇨ 새누리당이 기초노령연금제 대신 기초연금제를 추진하려 했던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국민연금 기금을 헐어서 기초연금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기초연금을 적게 주어서 연금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 1994년 스웨덴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결합한 목적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웨덴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고 있습니다.

6. 우리나라의 상당수 학자들은 스웨덴 복지정책은 대체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스웨덴 기초연금과 같이 1990년대에 스웨덴이 도입한 정책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전 세계를 장악한 지배 이데올로기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였다는 겁니다. 미국, 영국은 물론 남유럽,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북유럽은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 금융 규제 완화로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1990년을 전후하여 거품이 붕괴하여 집값이 1/4토막 나는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 1990년대 북유럽 각국의 복지가 일시적으로 후퇴하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당시 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입니다. 특히 1990년을 전후하여 스웨덴이 신자유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1990년 이후 20년간 선진 주요 22개국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이 19.8%에서 24.5%로 4.7%포인트 상승할 때 스웨덴은 30.2%에서 28.3%로 1.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학자들이 1994년에 만들어진 스웨덴의 기초연금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스웨덴식 기초연금제를수용한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7. 새 정부는 국민연금을 헐지 않는 방향으로 한 발 물러섰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박 대통령 측근들이 박근혜표 기초연금 도입에 필요한 재원 중 30%, 대략 3조 원 이상을 국민연금을 헐어서 충당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비판여론이 거세자 거둬들였습니다.

8. 박근혜표 기초연금 도입에 필요한 재원을 국민연금으로부터 확보하지 못할 것이면 무슨 이유로 양자를 결합하려 하는 걸까요?⇨ 결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지난 2월 28일 허만형 중앙대 교수는 에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꼭 합쳐야 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양자를 결합하려 하는 사람들의 허점을 적절하게 잘 지적했습니다. "연금계층의 다양화가 세계 각국 연금 개혁의 공식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두 연금의 통합을 밀어붙인다는 것이 의아스럽다는 겁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금계층의 다양화를 전제로 연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중층연금'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9. 일부 학자들은 기초연금을 1인당 40만 원 이상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기초연금을 1인당 40만 원 이상 주려면 당장에 매년 30조 원 이상의 추가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장 추진해야 할 복지에 연금 복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초연금을 1인당 40만 원 이상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가난한 4인 가족이 5만 원을 들고 외식을 하러 나갔는데, 어린 막내가 자신만은 1인당 4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요리를 먹어야겠다고 보채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10.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기초연금을 1인당 40만 원 이상 주어야 한다는 주장 아닐까요?⇨ 우리가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하려면 전체적으로 복지재원 규모가 160조 원 이상 늘어야 합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9.3%로 OECD 평균 21.7%보다 12.4%포인트 낮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300조 원이라 가정하면 그중 12.4%는 161조 원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지금 20조 원도 추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금만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여기에 동의하겠습니까?

11. 일부 학자들은 지금 당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헐어서 쓰고, 나중에 고갈될 우려가 있으면 그때 가서 국민연금에 국고보조금을 주어서 고갈을 막으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국고보조금을 늘리고, 보험료를 늘려서 고갈에 대비해야 합니다.

12. 일부 학자들은 언제부터 국민연금에 국고보조금을 주자고 하고 있나요?⇨ 그들은 막연히 국가가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고갈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그들 주장처럼 고갈 직전에 국고보조금을 매년 수십조 원, 수백조 원 투입해서 고갈을 막는다? 그런 방식으로 고갈을 막게 되면 국가재정이 급증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게 됩니다. 물론 국민연금 고갈도 막지 못하고 말입니다.

13. 지금부터 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합니다. 둘째,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늘려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부가 농어촌 저소득층에 대하여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대납해 주고 있습니다. 이것의 주요 목적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고의 일부가 국민연금으로 들어간다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14. 다른 사회보험에는 국고보조금을 주고 있나요?⇨ 정부는 매년 5조 원 이상을 국고에서 빼내 건강보험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보적일까요? 퇴행적일까요? 진보적입니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여전히 기초연금의 재원을 미래가 매우 불안정한 국민연금을 헐어서 충당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보적일까요? 퇴행적일까요? 퇴행적입니다.

15. 사회보험에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이 진보적이라는 근거가 있나요?⇨ 누진세가 포함된 조세의 부담을 늘려서 그것을 재원으로 누진성이 약한 보험료로 지탱되는 사회보험을 지원하는 것은 진보적입니다.

16.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수조 원에 달하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소액에 불과한 수준이죠?⇨ 특수직역연금에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공무원연금을 보면 2011년 연금수급자는 28만7980명이고, 1인당 수급액은 연간 2615만 원(월 218만 원)이며, 올해 적자 보전을 위한 국고보조금은 1조8953억 원입니다. 다음으로 군인연금을 보면 2009년 연금수급자는 7만2934명이고, 1인당 수급액은 연간 2820만 원(월 235만 원)이며, 올해 적자 보전을 위한 국고보조금은 1조 3891억 원입니다. 사학연금은 아직 고갈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적자 보전을 위한 국고보조금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학연금도 2020년이 되면 고갈되고, 매년 수 조 원의 국고보조금을 요구할 겁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매년 어느 정도의 국고보조금을 집어넣어야 할까요?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인 2060년에 연금수급자는 1600만 명에 이릅니다.

17. 특수직역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많은데요. 이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학자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 학자들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수혜자이기 때문입니다. 동료집단의 시선이 무서워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18. 우리 세대가 후세대에게 염치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와 국고보조금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야 할까요?⇨ 그 수치가 워낙 커서 국책연구소도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을 겁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학자들은 국민연금을 헐어서 쓰자고 주장합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19. 일부 학자들은 4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을 금융기관에만 넣어놓기보다는 복지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2005년 이후 8년간 국민연금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였습니다. 그런데 연평균 수익률 6%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복지사업이 있기나 한가요? 공공임대주택사업?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수익률은커녕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다른 복지사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복지사업을 하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조세로 해야 하는 겁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3년 2월 28일 목요일

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전화 100통, 이메일 200통으로 연금안 바꿀 수 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27일자 기사 '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전화 100통, 이메일 200통으로 연금안 바꿀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②] '국민행복연금' 대해부...국민연금 가입자가 '봉'인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연금정책이 혼란과 불신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연명 교수의 글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함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연금과 관련된 다른 입장의 글이나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성탄절인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온 나라를 들쑤시던 인수위원회의 연금 개편안이 발표됐다. 외형적으로는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다 주는 보편주의 틀을 유지하였지만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란 공약은 명백히 후퇴했다. 물론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집권 5년 동안 단 1원의 기초노령연금도 인상하지 않은 뻔뻔한 이명박 정부보다는 분명 진전된 내용이다. 

박근혜 개편안은 수조 원을 들여 현재의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연금을 추가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후한 점수는 여기까지다. 박근혜 개편안은 세대간, 연금 가입자간에 갈등을 부채질 하고 국민연금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특히 청년층과 일하는 여성, 그리고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한 국민에게는 명백한 불이익이 주어진다. 아마도 이들의 정치적 저항 때문에 박근혜안은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다. 박근혜안이 세대간, 가입자간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지 따져보자. 

'국민행복연금'의 실체 

우선 개편안 내용을 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70%인 이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고, 지급 대상자도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된다. 그리고 기초연금 액수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정액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연동되어 차등지급 된다.  이러한 내용 변화가 박근혜 인수위의 소위 국민행복연금의 핵심 내용이다.

박근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10만원정도의 기초노령연금만 받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은 내년 7월부터 10만 원이 추가되어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부부가 같이 사는 노인들은 약 16만 원이 추가되어 32만 원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부부의 경우 1인당 10만 원씩 20만 원이 추가되어야 하나 20만 원의 20%인 4만 원을 감액하여 16만 원씩 주는 것이다. (단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포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월 20만 원이나 32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매달 32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이자율을 4%로 잡아도 현금 1억 원을 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한다. 내년 7월이면 부부노인은 16만 원을 더 받으니 국가에서 가구당 현금 5천만 원을 은행에 넣어 준 것이라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올해 7월이 아닌 내년 7월인지? 1년만 연기해도 정부로서는 수조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꼼수가 숨어 있다. 

기초연금액 20만 원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소위 A값)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된다. 올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200만 원이면 기초연금은 이 A값의 10%인 20만 원이 지급된다. 그런데 평균소득이 5% 올라 210만 원이 되었다면 내년에는 210만 원의 10%인 21만 원을 받게 된다.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키는 이 장치는 공적연금에만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연금은 이러한 물가연동장치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최소한 280만 명 정도의 노인들이 매달 20만 원 혹은 32만 원을 받는다. 자식들에게 10~20만 원도 받기 힘든데 노인들에게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빈 집에 황소'는 아니지만 '돼지 한 마리' 들어 온 정도는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정부를 흠잡을 이유는 없다. 잘 한 것이다. 표 몰아준 노인에게만 상을 준 것이라고 비판하지 말자. 문재인 후보가 집권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를 이 정도 먹게 살게 해 준 노인들에게 '체면치레' 정도는 한 것이다.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는 40~50대 가장도 당분간 용돈을 더 안 올려도 되니 혜택을 본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은 심각한 노인빈곤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나 식당의 매출액을 조금 올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조 원이 풀리면 병의원과 약국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노인들이 인상된 연금액을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납부자에게는 큰 상처

하지만 박근혜안은 꼬박 꼬박 보험료를 내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나 큰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박근혜안은 정치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성실한 세금 납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연금 개편안이 정서적,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은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180만 명 중 소득하위 70%에 속하는 노인 모두에게 10만 원을 추가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은 무조건 4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5~9년인 경우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들은 135만 명이며 월평균 20만 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20만 원 정도의 특례노령연금과 기초노령연금 10만 원을 받고 있던 노인은 내년 7월부터 4만 원이 추가된 34만 원을 받는다. 남편이 특례노령연금을 받는 동일한 조건의 부부 노인의 경우, 남편의 특례노령연금 20만 원, 남편의 기초연금 14만 원 (기초연금 10만 원 + 가입기간에 따른 추가액 4만 원), 그리고 부인의 기초연금 20만 원에서 20%가 감액된 16만 원을 합해 총 50만 원을 받게 된다. 

가입기간이 10년을 넘기면 1년당 2천 원이 추가된다. 가령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기간이 15년인 사람은 1만 원(5년×2천 원)이 추가된 5만 원을 추가로 받아 15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20년 가입자는 6만 원을 더 받아 16만 원을 받는다. 대략 20만 명이 14만 원~16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5년 넘게 가입한 사람이 없으므로 최대 7만 원만 추가된다. 국민연금에 20년 넘게 가입하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865명에 불과하다.  

결국 박근혜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하여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속한 대로 10만 원이 추가된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4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을, 그리고 일부 노인만 15만 원~16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현재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험료를 하나도 납부하지 않아도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데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다는 이유로 4만 원에서 6만 원이 삭감된 14만 원~16만 원의 연금만 받으니 납세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성실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분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아닌가? 

성실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고 항의할 만하다. 정당한 항의이다. 아마도 박근혜정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국민연금이라도 받으니 좀 사정이 낫지 않냐?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당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좀 더 주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 

국민연금을 200~300만 원 받으면 이 얘기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1인당 평균액은 월 28만 원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을 받으나 안 받으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근혜정부의 심정적 호소가 별 설득력이 없는 이유이다. 

저소득 젊은층과 여성 불이익 심각  

▲ 2011년 6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ㆍ농민ㆍ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빈곤해소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위한 운동본부(준)'를 발족하고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의 20대-40대 세대는 보험료 납부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상당수의 사람은 20년 이상을 채울 것이다. 30년 이상 납부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 박근혜안대로 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현재 가치로 6만 원에서 8만 원 정도만 추가적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안이 도입되면 젊은 세대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으며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자.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5%(현재 가치로 대략 10만원)에서 시작하여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10%(현재 가치로 20만 원)를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재 50세 이하 청장년층은 박근혜안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재 가치로 20만 원이 되는 돈을 65세부터 받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젊은세대는 현재 가치로 2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가입기간에 따라 4만~8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에서 18만 원을 받게 된다. 즉 6만~2만 원을 매달 적게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매달 4만 원을 적게 받으면 1년이면 48만 원, 10년이면 480만 원이 된다. 65세부터 20년을 더 산다면 현재가치로 960만 원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50세 이하 청장년층 내부에서도 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 가입기간이 긴 사람은 대부분 노동시장 상층부에 위치한 고소득자들이다. 반대로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노동시장 하층에 위치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이다. 가령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0%가 넘지만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등의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

직장 다니는 기간이 짧은 여성근로자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부하여 완전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중 남성은 11만 명인 반면 여성은 9868명으로 남성의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박근혜안은 일하는 여성에게 불이익과 차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국민연금을 하나도 납부하지 않은 여성이 65세가 되면 현재가치로 20만 원을 받는데 15년 동안 일을 하면서 보험료를 납부한 한 여성은 15만 원만 추가적으로 주는 연금제도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연금을 받게되어 있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박근혜안대로 제도가 바뀌어도 저소득 젊은층이나 여성들이 낸 보험료 보다 연금을 적게 가져가는 '원론적인' 의미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으며 여전히 고소득층보다 더 유리하게 연금을 받는다(이 부분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것이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박근혜안이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당시 사회적으로 합의된 '2028년 이후 현재가치로 기초노령연금 20만원(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 보장'이라는 원칙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이 붕괴되면 2007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너무 삭감되어 연금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국민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그 피해를 젊은세대가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이 아무리 현세대 노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 해도 젊은 세대, 그리고 이 중에서도 저소득층과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갈수는 없다. 고쳐야 한다. 

불평하지 말고 요구하라 

이 글을 읽은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의 연금이 깎여 온 판에 기초연금에서도 불이익을 받아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니 말이다(세대간 연금 수혜의 불공평 문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또 탈퇴하자는 얘기가 나올 판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하지만 국민연금은 개혁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은 아니다. 국민연금마저 파괴되면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액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연금의 물가연동이 적용되기 때문에 민간보험보다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뛰어나다. 

현행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에 규정된 50%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40%, 기초연금 10%)을 방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안은 상당수 노인들에게는 '행복연금'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노선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실질적으로 무너트린 것인 동시에 2007년 연금개혁 시 사회적으로 합의한 원칙을 깨트린 것이다.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공평하지 못한 연금개편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은 어디에 항의를 하고 어디를 움직여야 하는지 잘 찾아보자. 애꿎은 연금관리공단 직원들에게 화풀이 하지 말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100통의 전화와 200통의 이메일이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움직인다. 

연금개편안은 어차피 관료와 전문가들의 손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불평만 하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자신의 지역구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자. 불공평한 박근혜연금안을 철회하라고!

김연명(forwelfarestate)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사설] 빈말에 그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1일자 기사 '[사설] 빈말에 그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을 퍼왔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65살 이상 모든 어르신께 다달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던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인수위는 또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전액 급여화하겠다는 공약과 달리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제외했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은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인수위 방안은 약속 실천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복지 수준을 한 차원 높여야 할 시대적 요구에도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다.인수위 안을 보면,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대상자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재산소득 하위 70% 노인들로 한정된다. 전체 노인 약 600만명의 절반가량인 300여만명에게만 해당한다고 한다. 재산소득 하위 70%에 속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인 101만명에게는 가입기간에 따라 14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몇 푼 받으니 기초연금 일부를 떼겠다는 것이다. 상위 30% 노인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4만~10만원, 미가입 노인은 약 4만을 지급하겠다고 한다.이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저소득층에 크게 불리한 제도로 감액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소득이 비슷한 이웃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덕에 기초연금 20만원을 다 받는데, 빠듯한 살림을 쪼개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 못 받게 된다면 납득이 되겠는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야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탈퇴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3.5%)의 3배에 이른다. 국민연금 급여액도 낮은 상태에서 여러 조건을 대면서 차등지급하는 건 기초연금의 취지에 어긋난다.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소요재원(13조원)은 국내총생산의 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7~8%)에 비해 너무 낮다. 정치적 결단으로 복지 수준을 높여야지 기존 재정의 틀 안에서 끌어다 맞추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직접적인 치료비만 포함되고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쏙 빠졌다. 의료비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인 이들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포기함으로써 의료 복지로 가는 최소한의 발판마저 사실상 사라졌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 파기는 새 정부에 큰 짐이 될 것이다.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박근혜 복지’ 어디로](1) 4대 중증·기초연금 공약 수정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1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 어디로](1) 4대 중증·기초연금 공약 수정인가'를 퍼왔습니다.

ㆍ돈 때문에 이중고 겪는 ‘4대 중증질환’ 환자들
ㆍ“자가골수이식 끝에 기증자 찾았지만 세번째라 건보적용 안돼 포기”

한국에서 가족 중 한 명이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걸린다는 것은 가정이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대부분의 환자 가정은 건강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비싼 검사비와 약값,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1~4인실)료, 간병료로 1~2년 사이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써야 한다. 특히 가장이 병에 걸리면 주수입원마저 끊겨 ‘가계의 몰락’은 가속화된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4년 째 투병하고 있는 김규원씨가 지난 8일 서울 중계동 집에서 치료과정과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다발성골수종’ 앓는 김규원씨
매일 먹는 약 내성 생겨 비급여 처방약으로 변경
약값 수십배씩 더 들어

김규원씨(44·서울 노원구)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4년째 투병 중이다. 온몸의 뼈에 통증이 오는 이 병은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김씨는 자신의 뼈를 녹이는 혈액 속의 나쁜 단백질인 ‘M-단백’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많은 양의항암제를 투여한 후 미리 저장해 놓은 환자의 골수를 재주입하는 자가골수이식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병은 재발했다. 의사는 “타인의 골수를 이식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기적적으로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가 나타났다. 수술비가 2000여만원이나 됐지만 김씨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수술 직전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수술비가 6000만원이라는 말이었다. 담당의사는 “골수이식은 평생 2차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어, 세 번째 수술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수술을 포기했다. 김씨는 “보통사람이 통장에 6000만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아프기 전만 해도 빔 프로젝터 판매·설치를 하는 개인사업자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발병한 다발성 골수종은 그의 현재와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투병 후 일을 할 수 없는 김씨 가족은 미리 들어둔 민간보험에서 매달 입원보험금명목으로 나오는 100여만원으로 생활한다. 통장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때문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제 그가 가진 재산은 서울 노원구의 집 한 채가 전부다. 

암환자는 병원비의 5%만 내면 된다고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너무 많다. 

두 차례 자가골수이식 수술을 받았을 때도 특진비에 비급여 약품 값으로 적지 않은 돈을 썼다. 김씨가 현재 매일 먹는 약인 ‘탈리도마이드’의 한 달 치 약값은 2만7000원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이 아닌 유지 목적으로 먹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60만원으로 뛴다. 김씨는 2010년 말부터 1년여 동안 이 약을 먹어도 M-단백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유지 목적’이 됐다는 이유로 약값을 한 달에 60만원씩 냈다.

김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탈리도마이드는 언젠가 내성이 생기는 약이다. 그때는 ‘레블리미드’라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이 너무 비싸다며 건보 적용을 거부했다. 이 약은 한 달 치 값이 500만원에 달한다.

▲ ‘결절성경화증’ 앓는 조수영양
작년 뇌 결절 제거 수술… 남은 치료 방법은 신약뿐
월 280만원 감당못해 포기

충남 금산군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조수영양(12·정신지체1급)은 소아희귀질환인 ‘결절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피부나 중추신경계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 결절이 발생하는 이 병을 앓는 상당수 환자들은 정신지체와 뇌전증(간질) 증상을 보이고 피부에 병변(피지선종이나 흰색 반점)이 나타난다. 결절이 뇌에 발생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막거나 뇌압을 상승시키면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수영양은 지난해 10월 오른쪽 뇌의 결절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왼쪽 뇌와 얼굴 등 몸 곳곳에 아직도 결절이 남아있지만 더 이상의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다. 결절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근 새로 개발된 신약을 쓰는 것뿐이다. 

어머니 박민옥씨(44)는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약값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 신약을 투약하기 위해서는 매월 최대 280만원까지 든다. 하지만 박씨가 미용실을 하며 버는 돈과 남편(44)이 농사를 지으며 버는 돈을 합해봐야 월수입이 100만원에 불과, 투약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씨 부부가 요즘 수영양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월 5만~6만원을 들여 뇌전증(간질) 약을 사먹이는 등의 ‘간이 치료’뿐이다. 박씨는 “비싼 신약 값이 비급여진료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는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특진비’이다. 난치병은 특성상 병원에서 특진을 많이 받게 되지만 모두 비급여항목으로 정해져 있다. 박씨는 “지난해 수술비 2000만원 중 자부담 비용 900만원은 대부분 특진비와 1인 병실 비용이었다”며 “특진비 등은 국가가 책임을 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별학급에 다니는 수영이가 한번 들은 노래를 바로 따라서 흥얼거릴 정도로 음감이 좋고,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해 뮤지컬 배우로 키우고 싶은데 몸속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결절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윤희일·남지원 기자 yhi@kyunghyang.com

2013년 2월 8일 금요일

박,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공약 “증세도 수정도 없다” 운신폭 좁혀 인수위선 “공약 취지 그게 아니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07일자 기사 '박,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공약 “증세도 수정도 없다” 운신폭 좁혀 인수위선 “공약 취지 그게 아니고…”'를 퍼왔습니다.

기초연금·4대질환…박 대선공약 ‘말바꾸기 논란’ 왜?
 가계부채·하우스푸어 대책
군복무 단축 등도 논란소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박근혜 당선인이 2008년 총선 때 친박계의 ‘공천 학살’을 겪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날린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박 당선인이 이 말을 자주 듣는 것 같다. ‘공약 말 바꾸기’ 논란 탓이다.대표적인 게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이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간병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공약을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6일 보도자료를 내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약을 바꾼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세 항목은 보장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공약집엔 “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단계적으로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확대”라고 돼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반박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장률 75%는 이미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를 포함하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100%로 확대한다고 할 땐) 내용적으로 그게 들어가 있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기초노령연금도 말 뒤집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박 당선인은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만들고 있다.가계부채 탕감, 하우스푸어 대책, 행복주택,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도 실제 정책으로 제시되면 유권자의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을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다.이렇게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의 모양을 갖추기도 전에 말 바꾸기 논란을 부르는 것은 애초에 공약 자체가 한 문장 정도의 선언 형태로, 지나치게 단순하고 두루뭉술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서 ‘비급여 부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상식’ 선에서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모든 항목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언론보도 등에서도 이를 전제로 한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는 이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더니, 당선 뒤 이제 와서 “그건 아니고…”라 하니 공약을 뒤집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도 소득수준, 국민연금 가입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미가입자의 형평성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고, 수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짜야 하는데, “65살 이상 모두에게 20만원”이라는 식으로 듣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만 공약을 내놓고, 또 이를 박 당선인의 입을 통해 무한반복했으니, ‘거짓말’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금 당장 증세는 않는다’는 기조를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공약의 재원을 과소 추계했고, 이 때문에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듣는 등 스스로 발목을 잡은 측면도 있다. 실제 공약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재원은 정확히 다시 계산을 해봐야 한다. 특히 복지 공약 재원은 축소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이 때문에 새누리당에선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거나, 선거를 의식해 제시한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 와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쐐기를 박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 핵심 인사는 “결국은 박 당선인도 공약을 정리해야 할 텐데, 자신의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 이미지를 스스로 깰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당의 문제제기는 박 당선인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65살이상 어르신 매달 20만원 준다해놓고, 이제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4일자 기사 '“65살이상 어르신 매달 20만원 준다해놓고, 이제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새누리 ‘박근혜 공약’ 뒤집기
 “기초연금 전부 준다 한적없어”
“상위30%까지 무상보육 비효율”
“군 복무기간 줄이면 안보공백”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놓고 ‘말 뒤집기’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약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대선 때 큰 관심을 받았던 공약들인데다 박 당선인이 ‘약속과 신뢰’를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대표적인 게 기초노령연금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10일 2차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이상)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공약집에선 올해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1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대선 공약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내년부터 2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 ‘65살 이상 노인 전부에게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선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 점진적으로 20만원까지 준다는 거다. 20만원으로 한꺼번에 올린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2013년 법 개정’에 대해서도 “2013년부터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또 심재철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이 없어) 공약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것을 공약의 저항이니, 과거의 관행이니,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박 당선인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새누리당 안에서 이처럼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난색을 표시하는 이유는 관련 예산이 공약을 만들 당시, 설계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 하위 70%의 65살 이상 노인에게 9만4600원씩 지급하는 노령연금을 65살 이상 전체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추가되는 예산을 박 당선인 쪽은 연간 ‘3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11일 업무보고에서 연간 ‘9조원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인구증가율에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관리한다는 박 당선인 공약이 알려지면서 세대간 갈등이 증폭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심 최고위원은 앞서 ‘만 5살까지 무상보육’ 공약을 놓고도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무상보육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걸어 여야 합의로 올해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심 최고위원은 “소득 상위 30%층까지 (보육이) 공짜여야 하는가.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써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공식선거 운동이 끝나기 약 4시간 전인 지난해 12월18일 밤, 박 당선인이 ‘깜짝 카드’로 꺼내든 ‘군 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공약도 당에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선거 막바지에 판세가 불리해진 것 같으니 즉흥적으로 내놓은 공약에 불과하다. 군 복무기간을 지금보다 더 줄이면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들고, 숙련병이 줄어 ‘안보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복무 18개월 단축시 필요한 연간 예산으로 새누리당은 ‘2500억원’을 제시했지만, 국방부는 11일 업무보고에서 ‘1조원’으로 보고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