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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5일 화요일

"'렌트푸어'더러 '하우스푸어' 되라고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4일자 기사 '"'렌트푸어'더러 '하우스푸어' 되라고요?"'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투기집단 아닌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부를 바라며

요즘 집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하우스푸어)는 집이 있어 고통이고, 집이 없는 사람들(렌트푸어)은 세입자라서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새 정부의 주거정책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를 해결해 국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데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수위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관련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야당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법안 상정이 되지 못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집값이 계속 떨어져서 걱정',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어 비정상'이라며 분양가상한제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 건설사 폭리를 규제해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폐지해 나갈 기세입니다.

국민의 절반쯤이 집 없는 서민들이고, 열심히 일을 해도 빚을 내지 않고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겠다고 한다면, 무주택자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오히려 분양가가 더 낮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들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주거공간의 확보입니다. 이들은 △어렵게 마련한 1가구 1주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거나 마련할 수 있게 해달라 △집을 마련하는 것이 정 어렵다면 지금 살던 집에서전월세 폭등 없이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달라 △또는 '시프트'처럼 낮은 전셋값으로 장기간 살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제공해 달라 △그 중에서도 요즘은 1~2인가구가 많으니 1~2인 가구 맞춤형 공공원룸텔이나 소형 임대주택을 제공해 달라 △또 대학생이나 1인 워킹푸어들은 꼭 주택단위가 아니라 '방' 단위도 좋으니 저렴한 월세에 살 수 있는 '공공 임대 방'을 적극 공급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들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주거공간의 확보입니다. ⓒ뉴시스

누가 보기에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 요구와 바람이나 현실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권력층, 국회, 그리고 주거 정책을 다루는 이들 대부분이 집 부자들이나 투기꾼들이지 렌트푸어나 하우스푸어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집 부자의 눈, 부동산 투기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지, 집 없는 국민들처럼 세입자의 처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안중에는 세입자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지인들,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고 집에 나오는 세금이 불만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집값을 올리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종부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집에 나오는 세금을 무력화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특히 집값을 건설자본이나 투기목적의 보유자가 맘대로 매길 수도 없고, 주변 시세를 상승시킬 수도 없게 되어 있는 분양가상한제가 그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주택 공급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 분양가상한제를 푼다고 해서 아파트가 분양이 잘되고 공급량이 더 늘어나지도 않을 텐데, 일종의 '상징 파괴'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상징 파괴에다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집값 상승의 계기 및 신호로 삼으려 하고, 또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조합원 분양분 부담은 낮추고 일반 분양분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건설자본의 달콤한 꾐수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고, 혹시라도 그렇게 하면 주변 시세도 뛰어서 집값의 상승을 어떻게 해서라도 꾀해보겠다는 투기꾼, 집 부자들의 집념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마구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건설사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이 속출하게 되므로 분양가를 높게 설정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이후에는 예외 없이 가격폭등이 일어났습니다. 1998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해진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998년 512만 원에서 2006년 1546만 원으로 8년간 3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이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고분양가'의 연쇄반응이 나타난 것입니다. 정부와 건설자본의 주장대로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면(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추구를 최고목표로 하는 건설자본과 그들의 광고에 의존하는 일본 언론들이 오랫동안 분양가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위험하고도 탐욕스러운 인식은 널리 퍼져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도 '집값이 싸지는 것을 기대하고 집을 사지 않는 이들이 많아서 전월세난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즉 집값이 더 올라가야 사람들이 집값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전월세로 가지 않을 것이고, 집값 올라가니 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면 전월세난도 줄어들 것이라는 황당한 인식입니다. '렌트 푸어'들에게 빚내서 '하우스푸어' 되라고 하는 것과 같고, 지금의 집값 하향 안정화가 비정상적이니 어서 집값을 더 올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참으로 한심하고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지금의 집값마저도,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UN의 PIR(Price Income Ratio :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으로 UN은 3-4년의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대한민국 수도권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10~11년 안팎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수를 거론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에서는 보통의 국민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렸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게도 현재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하락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명박-박근혜 집권 세력, 그리고 건설자본만큼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집값과 분양가가 더 낮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높은 분양가로는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들은 분양자격이 주어지더라도 자기 소득으로는 분양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나마 2005~2008년 마지막으로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 중산층들이 2~3억 원씩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매달 이자만 150~200만 원씩 내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것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 분양가 상승은 무주택자들이 아니라 자금력을 가진 투기적 수요자들만 분양시장에 참가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을 상승 또는 유지시키면서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요구하는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올바르지도 않습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서고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가 심각한 현재 △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 확대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합 세입자 보호 △1가구 1주택 하우스푸어들의 개인회생 지원(파산법 개정을 통해 집을 지키면서 빚을 장기간 나눠 갚도록) △저소득층 서민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주거안정 대책이 절실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올인'하셔야 합니다.


 /안진걸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대기업 환율폭탄? 서민에겐 환율핵폭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8일자 기사 '대기업 환율폭탄? 서민에겐 환율핵폭탄!'을 퍼왔습니다.
[선대인 칼럼] 정부의 대기업 위주 고환율 정책, 서민 경제 멍든다

최근 비교적 가파르게 환율이 하락하면서 언론들이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환율 등락에 따라 수출기업과 수입기업 등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다수 일반가계도 큰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 대부분은 매우 일관되게 환율문제를 수출 대기업 편에서 보도한다. 수출 가운데 70%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자신들의 광고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 신조 신임 내각의 엔 약세 유도정책 등에 따라 최근 몇 달 동안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떨어지자 예의 보도들이 쏟아졌다. ‘환율폭탄’ ‘환율하락 비상’, ‘한국경제 빨간불’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을 내세우며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는 유리하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으로 올랐다면 똑같이 1달러짜리 물건을 팔아도 200원을 더 벌 수 있다. 또는 1달러로 팔았던 물건을 더 싸게 내다 팔 수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좋아진다. 그러나 수입업체에는 불리하다. 1달러짜리 물건을 사오려면 전보다 200원이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해지고, 수입업체에는 유리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1달러로 들었지만, 분기별로만 수백억 달러 어치씩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분기에만 수천억~수조원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다. 물론 지금처럼 환율이 내리면 정반대 상황이 펼쳐짐은 물론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단 우리가 쓰는 필수품들 중에 이미 상당 부분이 수입품이다. 아이들 토마스장난감이나 레고, 화장품이나 의류 등 상당수 소비재가 수입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품의 경우에도 원자재는 수입품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서민들의 대용식인 라면만 해도 면을 만드는 밀가루, 면을 튀기는 팜유, 포장에 필요한 플라스틱 등은 거의 대부분 수입 원재료를 사용한다. 게다가 한국 브랜드가 붙어 있는 제품들 중에서도 외국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이미 한국 브랜드의 옷도 중국 아니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만든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대다수 가계에는 손해다. 당장 수입 물가가 오를뿐더러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자 물가도 오르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물가에도 전가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12년 7월 발간한 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이후 2분기까지 0.51%포인트와 0.12% 포인트 정도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던 데에는 2007년 말까지 93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대까지 올랐던 탓이 크다. 정부가 수출대기업 위주로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지속했던 것이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한숨을 푹푹 내쉬어야 했다. 결국 시장이나 마트에서 우리가 몇 년 전보다 1, 2만원씩 비싸게 장을 볼 때마다 그 돈들 중 일부가 수출대기업들 보조금으로 쓰였던 셈이다.

사실 한국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1)을 보면 환율이 올라가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추세가 확연하다.1960년대 원달러 환율은 250원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500원 선으로 뛰더니 1980~1990년대에는 800원대까지 치솟은 뒤에 이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한때 18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2007년 10월경에는 910원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러다가 다시 2008년 경제위기가 닥치자 환율은 한 때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때 환율이 급등했던 데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수출이 급감했던 탓이 크다. 하지만 당시 한국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정책 실패 탓도 크다. 세계 경제위기 가능성이 계속 커지는데도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대기업을 통한 성장을 늘리겠다면 고환율 정책을 대놓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환율 폭등의 불길이 타오르는데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이처럼 인위적 고환율 기조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에서 외국 투자기관들은 외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갔다. 실제로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는 “당시 외환거래로 우리 회사만 해도 최소 1조원 이상을 벌었다”고 사석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환율 인상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일반 소비자 등의 사이에서 이해득실에 큰 변화를 낳지만, 환율 인상에 따른 충격은 2차, 3차의 파급효과도 낳는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난 납품 업체들은 인건비 등 다른 비용에 손을 대게 된다.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일자리가 줄어들고 월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수입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오르면 결국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출대기업 위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고환율 정책을 편 결과 고물가로 내수는 오히려 위축되는 것이다. 내수가 위축되면 결국 자영업 등을 중심으로 서민 경제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 대부분은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며 고환율 정책을 옹호하는 보도를 쏟아내는데, ‘내수가 죽어 서민들은 죽어나는 나라’라는 절반의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처럼 아무리 수출 비중이 크고 내수(민간소비)가 위축돼 있는 나라라고 해도 내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참고로, 미국의 내수 비중은 약 70%, 일본과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이 늘어 내수 위축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수출과 내수의 연계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돼 그도 기대하기 어렵다.

2008년 이후 가계실질소득은 거의 정체상태였는데, 고환율 덕을 본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잇달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위적 고환율 정책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이다. 국내 최대 수출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소가 추정해보니 적정 환율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삼성전자 영업이익 가운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30% 가량은 환율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8조 8000억원 가량이라고 잠정 집계됐는데, 최소 2조 6400억원 가량은 순전히 환율효과 때문에 얻은 영업이익이라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환율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높은 물가와 내수 침체로 시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막대한 환율효과를 챙긴 것이다.
이처럼 수출대기업들이 막대한 환율효과를 누리고 있고, 이를 상당수 전문가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 대기업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효과가 얼마나 막대한지 가끔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환율 하락으로 수출대기업들 앞날이 걱정된다는 식의 기사에서 살짝 언급될 뿐이니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당 부분만 인용한 아래 기사와 같은 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작년 4분기 환율 영향에 따른 손실액만 3천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 한해 동안 3조원 가량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중략)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2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해왔지만, 이는 엔ㆍ달러 환율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가정한 것인데다 이미 수년 전에 계산했던 것" 이다.

‘환율폭탄’에 4개월간 운수장비 시총 34조원 증발 (연합뉴스, 2013년 1월 27일) 기사에서

원달러 환율은 2012년 3분기 평균 1133.54원에서 4분기에 1090.86원으로 42.68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경제위기 전인 2008년 중반만 해도 92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2년 4분기 기준으로 약 17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42.68원 하락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수출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줄었다고 ‘환율폭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난 몇 년 동안 2008년 중반에 비해 200~300원 이상 높은 환율을 감당해온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환율핵폭탄’을 맞았던 셈이다. 이처럼 환율이 높을 때는 일반 가계가 지는 부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던 전문가와 언론들이 환율이 하락하자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추락할 것처럼 아우성이다. 이런 식으로 보도하니 일반 가계들은 환율효과로 얼마나 큰 부담을 지는지, 반면 수출대기업들이 얼마나 큰 이득을 보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환율이 하락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방향이든 환율이 널뛰면서 급변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급변동할 때는 정부가 나서서 일정하게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환율이 그 나라 경제체력에 맞게 조절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서민들 물가 부담을 키우는 등 부작용이 커진다. 이제는 수출대기업을 위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얄팍하게 만드는 인위적 고환율 정책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언론들도 수출대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떨어질 때만 ‘환율폭탄’ 운운하는 식의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 물론 43원 가량 하락한 것이 수출대기업에 폭탄이라면 지난 몇 년간 경제위기 전에 비해 200~300원 높은 환율 부담을 져야 했던 서민들은 가히 핵폭탄을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battman@hanmail.net  

2013년 1월 4일 금요일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4일자 기사 '혹한에도 핵발전 타령하는 MB…"문제는 전기 요금!"'을 퍼왔습니다.
'비싼' 핵발전소·'값싼' 전기, 기업은 웃고 시민은 운다

3일 서울 아침 최저 기온 영하 16도.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9시께 순간 예비 전력이 450만 킬로와트 미만으로 하락해 전력 경보 '관심'(4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는 피했으나 '준비'(500만 킬로와트 미만) 단계가발령됐다.

이런 상황을 놓고서 정부는 또다시 핵발전소 타령이다. 3일 청와대에서 국무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파로 전력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영광) 원전 5, 6호기가 재가동돼서 다행"이라며 다시금 핵발전소를 에너지 구원 투수로 추켜세웠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12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의지를 수차례 밝혔었다.

 
▲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관리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위험한 핵발전소, 알고 보니 '돈 먹는 하마'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핵발전소가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을 놓고는 갈수록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은 "핵발전소가 화석 연료보다 36퍼센트 더 비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전 단가에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사고 발생 위험 비용, 노후 핵발전소 해체 및 환경 정화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비용, 사회 갈등 비용 등을 포함하면 석탄, 석유 등의 화력 발전소보다 오히려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발전소와 같은 비싼 에너지원에서 생산되는 한국의 전기가 왜 싼 것일까? 한국의 전기 요금은 일본(2.8배)은 물론이고 중국(1.4배), 필리핀(2.4배)에 비교해도 매우 낮다. 이렇게 전기 요금이 낮은 이유는 바로 한국전력이 국민을 상대로 '밑지는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총수입을 원가로 나눈 것)은 87.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100원에 사서 시민에게 87원에 판 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수년째 조(兆) 단위의 적자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순손실만 3조5100억 원이다.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적자는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한국전력의 밑지는 장사에 더해서 앞에서 언급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까지 염두에 두면 시민의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참사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고리 1호기와 같은 노후 핵발전소 해체, 시시각각 쌓이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희정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장·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핵발전소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화석 연료보다 싸지도 않고 또 상시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핵발전소는 고장이 잦아 전력 체계를 불안하게 하므로 오히려 전력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전기 '펑펑' 쓰는데, 왜 시민 탓만?

이렇게 정부가 핵발전소 타령을 하면서 정작 전력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기 절약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체 전력 소비의 5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용전기 사용자인 기업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전력 소비의 14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애꿎은 가정용 전기 사용자만 탓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는 싸도 너무 싼 산업용 전기 요금이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을 많이 쓸수록 올라가는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되고 산업용 전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아껴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정부가 가정에서 전기를 아껴 쓰자는 캠페인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정은 절전의 여지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서 이미 제법 절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진짜 타깃인 기업 대신 엉뚱한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2011년 6월 21일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시행된 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결과를 보면 더욱더 설득력을 얻는다. 김현우 연구원은 "당시 20분 동안 관공서와 일부 기업이 참여했을 뿐이었는데도 전력 예비율의 약 15퍼센트를 확보했다"며 "이렇게 공장, 회사 등이 10~20퍼센트만 전기를 아껴도 전력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절약한 전력량은 화력 발전소 10기, 핵발전소 5기 정도를 가동할 때 얻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확인해 놓고도 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수요 관리에 나서는 대신 안전성을 놓고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재가동했다. 고리 1호기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1.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김현우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 기업 경쟁력이 줄어든다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전기의) 원가를생각할 때는 단계적으로 요금을 현재 수준의 30~40퍼센트는 올려야 한다"며 "계속해서 값싼 전기에 의존해서는 그들이 강조하는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한빛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올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가운데 세 번째는 요금이나 재무 개선"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을 현실화하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전기 요금에 손을 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1월 2일 수요일

성남시, 새누리 보이콧으로 '시정 마비'


이글은 뉴스앤뷰스(Views&News) 2013-01-01일자 기사 '성남시, 새누리 보이콧으로 '시정 마비''를 퍼왔습니다.
사상초유 예산 통과 좌절, 서민-장애인 지원 올스톱

경기도 성남시의회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2012년 회기 종료 직전까지 2조1천222억원의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준예산안을 편성, 집행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1일 새벽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 결국 초대형 사고...성남시의회 과반수인 새누리당 본회의 출석거부로 의회마비 새해예산안 표결 못해...사상초유의 준예산사태...법정경비외 예산집행 불능으로 시정 마비..이게 새누리당이 하는 일입니다 ㅠ"라고 새누리당 시의회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지방자치 사상 처음으로 새해 살림을 준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는 처지가 됐으며, 그 결과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법정경비외의 모든 사업이 중단돼 서민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구체적으로 공공근로사업, 무상급식 지원, 자율방범대 운영비, 사회·체육단체 보조금, 보훈명예 수당, 공동·임대주택 공동전기료 보조금, 장애인 무료 치과 진료비, 푸드마켓 운영비 등이 지급 중단된다. 서민과 장애인 등에게 집중적으로 피해가 전가되는 것.

도시개발공사 설립에 당론으로 반대해온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회를 요청한 뒤 온종일 민주당과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새해 예산안 표결을 보이콧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성남시의회의 34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표결 참여시 이탈표를 우려해 당론으로 보이콧하며 본회의장에 집단적으로 출석 거부를 했다.

성남시의회는 2010년과 2011년에도 대립 끝에 회기 마지막 날 자정이 임박해 예산안을 처리, 준예산 사태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나 새해 예산안을 보이콧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다수당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정치적 계산을 노린 이재명 집행부와 민주당의 협상안 파기가 준예산 사태를 초래했다"며 책임을 민주당과 이 시장에게 떠넘겼다.

이에 맞서 이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성남 새누리 시의원들은 당선자께서 등록금 지원, 기업 유치, 민생우선 대국민 약속할 때 모두 반대했고, 의회 보이콧으로 준예산 민생파탄 초래했어요"라며 "그 대국민 약속이 진심이라면 이들은 징계대상...당선자님! 이들을 징계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며 박근혜 당선인에게 새누리 시의원들 징계를 촉구했다.

그는 "'준예산 가도 성남시 망하지 않는다' 이게 새누리당 대표 이영희 의원님의 인식"이라며 "맞아요...대신 서민들은 죽어나가고 시민들은 고통을 겪겠죠ㅠ"라고 새누리당측을 질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소속 이대엽 전임 성남시장으로부터 호화청사 건립비 등 막대한 부채를 물려받은 이 시장은 취임직후 5천400억원 규모의 모라토리움을 선포한 뒤 판교 특별회계 전입금(빚) 등을 차곡차곡 갚아와 올해 상반기에는 모라토리움을 벗어나 재정 정상화 원년을 이룩한다는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도시개발공사를 신설해 NHN 인근 시유지를 매각하고 공기업 지방이전 부지를 인수해 업무상업용지로 변경해 기업들을 유치하려 하고 있으나 새누리당 반대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 시장은 1일 오전 간부급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시의회에 즉시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고 민생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데 따른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자치법 제45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요구하면 지방의회 의장은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최병성 기자

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빚 때문에…집이 전부인 서민들이, 집을 잃고 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11일자 기사 '빚 때문에…집이 전부인 서민들이, 집을 잃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경매 나온 주택, 2년 만에 32.5% 급증

금융권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집이 넘어가는 경매 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1만4816건으로 전년 1만3382건보다 10.7% 증가했다. 그러나 올 들어 11월까지는 지난해보다 19.7% 늘어나며 증가폭이 커졌다. 2년 만에 32.5% 급증한 셈이다. 10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자료를 보면 금융권과 개인을 통해 나온 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2만1951건에서 지난해 2만5481건, 올 들어 11월까지 2만638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2930건으로 연중 최다를 기록했다.

경매 주택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지난달 말 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394조9000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만 7조9000원이 늘어났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0.95%에서 지난 8월 말 기준 1.32%로 늘어났다. 금융권에서 연체 4개월이 되면 바로 임의경매에 들어간다. 주택 경매는 경기에 후행한다. 금융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지난 6월 말 평균 50.5%로 지난해 말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제2금융권인 신용카드사는 73.0%, 저축은행 64.9%로 높은 수준이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가 올 들어 수도권에서만 1만8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행정법원 부동산경매법정에서 관계자들이 경매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에서 경매전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찬열씨는 “요즘 아파트 경매의 경우 평균 2회 이상 유찰되고 유찰 시마다 경매가가 20%씩 하락해 결국 집 주인이 담보대출액도 못 갚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집 빼앗기는 ‘저신용 채무자’ 늘어나

올 들어 경매에 넘어간 금융권 주택담보물건을 보면 서민층의 심각한 가계부채 현실을 알 수 있다. 감정가 3억원 이하 주택에서도 제2금융권의 비중이 컸지만 3억원 초과~6억원 이하에서도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1.0%로 3731건에 달한다. 2010년에는 감정가 3억원 이하 기준으로 제2금융권의 3560건, 은행의 2076건이 경매에 넘어갔다. 지난해는 더욱 늘어나 제2금융권 4240건, 은행 2168건이었다. 3억원 초과~6억원 이하에서도 제2금융권의 비중이 컸다.


은행과 제2금융권 경매 비중은 감정가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에서 역전된다. 은행권은 1000건, 제2금융권은 760건이었다. 가계부채 우려가 중산층에게도 전이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감정가 9억원 초과에서는 은행이 708건, 제2금융권이 481건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7~10등급 저신용자가 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32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중 1개월 이상 연체자 4만명 모두가 7등급 이하 저신용 채무자였다.

▲은행권 대책 별 도움 안돼 ‘있으나 마나’

개별 은행 차원에서 시행 중인 하우스푸어 대책 실적은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말부터 시행한 ‘신탁 후 재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는 한 달이 지났지만 신청자가 3명뿐이다. 이 제도는 하우스푸어의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형편이 좋아지면 집을 되살 수 있도록 한 방안이 핵심이다. 신탁기간에는 연 15~17%의 고금리 대신 4.15% 정도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외 다른 금융사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아예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진짜 하우스푸어인 다중채무자는 배제되는 셈이다. 여기에 주택 소유 욕구가 높은 국민 정서상 집을 넘기는 것은 최후의 단계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대출자들이 ‘신탁 후 재임대’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 힐링 프로그램’도 현재까지 신청자가 200명이 되지 않는다. “9000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던 당초 전망이 무색하다. 이 프로그램은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사람에게 최장 1년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2%로 깎아주고 1년 뒤 갚도록 유예하는 방식이다. 적게 낸 이자는 1년 뒤 몰아서 내야 한다. 연체이자를 한꺼번에 갚게 돼 자칫 이자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실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금융당국 대책도 겉돌거나 ‘검토 중’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연체로 집을 경매로 내놓을 위기에 처한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자들이 금융회사에 신청하면 경매를 3개월간 유예해주는 ‘경매유예제도’를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업계 및 저축은행, 카드사 등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에도 연체이자가 붙는 데다 매수인이 경매 낙찰가 이상으로 가격을 제시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10일 현재 경매유예제도 신청은 단 3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위주인 은행권 프리워크아웃(개인채무조정) 제도를 주택담보대출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프리워크아웃은 부도 위험이나 장기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의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신용구제 제도이다.

‘일정 액수 미만의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담보권자의 임의경매를 금지’하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됐지만, 선거 국면에 본회의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희연·박재현 기자 egghee@kyunghyang.com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서민 호주머니 털어 이재용 전기 요금 깎아주자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9일자 기사 '서민 호주머니 털어 이재용 전기 요금 깎아주자고?'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전기 요금 누진제 비판의 오류

무더위가 지나고 찾아온 '요금 폭탄' 논란

정말 고생스러웠던 무더위가 지나가자 '전기 요금 폭탄' 주장에 세상이 시끄럽다. 무더위에 에어컨을 "좀 틀었다!"가 예상치 못했던 전기 요금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한 방송사는 한 가정의 사례를 전하면서, 7월에 대략 300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여 4만7000원 정도를 냈는데 무더위에 에어컨을 사용하니 8월에는 770킬로와트시 정도의 전력 사용량에 33만 원이 넘는 전기 요금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전력 사용량은 두 배 정도인데 요금은 여덟 배 가까이 나왔으니,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던 모양이다. 한 신문은 사설에서까지 이를 지적하면서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경향신문] 2012년 9월 7일자).

이런 '불합리한 일'의 원인으로 가정용 전기 요금의 누진제가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6단계의 누진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1단계와 6단계 사이의 누진율이 11.6배 차이가 난다. 이런 사실 자체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이번에 알게 된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듯하다. 또 여러 단계와 고율의 누진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으며, 산업용이나 일반용에는 없는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 누진제는 1970년대 석유 파동 후 산업용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용 전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도입되었으며, 누진 단계의 용량도 그때 결정되어 잘 살게 된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친절한 설명이다.

잘못된 누진제 비판을 우려한다


이런 주장들을 듣다 보면,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누진제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도 덩달아 비판의 돌멩이를 던져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아니 나는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진제의 비판과 그로부터 이어질 제도 변화 뒤에, 엇갈리게 될 계급적 이해관계와 무엇보다도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기 요금 누진제의 축소, 폐지 논의와 움직임은―상징적으로 이야기하자면―삼성의 이재용이 내고 있는 전기 요금을 깎아주고, 아마도 적은 수입으로 전기를 아껴 쓰던 대다수 서민이 부담하는 요금을 더 인상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삼성의 이재용은 매달 약 3만4000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약 2400만 원의 전기 요금을 납부해왔다(2009년 현재). 그는 당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용량 229킬로와트시의 150배가량의 전력을 사용했지만, 누진제의 효과로 월평균 요금 2만1090원의 1200배의 전기 요금을 냈다. (☞관련 기사 : 전기 요금 1등 이재용 자택…월평균 2470만 원)

아마도 올 여름의 무더위와 요금 인상으로 이재용의 전기 요금은 더 늘었겠지만, 따지고 보면 부자 감세가 횡행하고 있는 지금 전기 요금 누진제만큼 사회 정의를 반영하고 있는 제도도 없었던 것이다. 누진제가 완화된다면 이재용을 비롯해, 한국의 1퍼센트 최상위 계층들이 내던 전기 요금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이재용 같은 사람들의 전기 요금을 더 받자고 불합리한 누진제를 고수하자는,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식의 주장에 매달리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누진제 축소, 폐지로 누가 혜택을 보며, 반대로 누가 더 부담을 지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누진제 축소 논의의 핵심은 여름철 무더위로 "에어컨을 좀 틀었다가" 수십만 원의 전기 요금을 내게 된 중산층 가구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변하는가에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 8월에 누진제 6단계인 500킬로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사용한 가구 수는 16만 정도로 전체의 7.5퍼센트에 해당한다. 언론 보도에 나온 33만 원의 '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770킬로와트시 이상 사용)의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한편, 올해 7월에 500킬로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사용한 가구는 전체의 1.9퍼센트에 불과했다. 이 점은 소위 '요금 폭탄 논란'은 여름철, 많아야 한두 달에 해당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뉴시스

누구의 요금을 깎고 올리자는 것인가

짐작하겠지만 대개의 경우 전력 사용량의 많은 가구는 경제적 수입도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은 391킬로와트시이다. 이들은 현행 전기 요금제로 7만2000원 정도의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참고로 월 소득 100만 원 이하 가구의 평균 사용량은 222킬로와트시이며, 현행 요금제에서 대략 2만6000원 정도를 부담하게 된다.

한국전력의 주장은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의 가구들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가진 이들의 전기 요금을 깎아주자는 것인데, 이에 맞춰서 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은 누진제를 완화시키자는 법안을 냈고 (경향신문)은 사설을 쓰면서 호통을 쳤던 것이다. 한국전력의 주장 뒤에 어떤 계급적 이해관계의 변화가 예고되는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누구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가 하는 점보다 누구의 부담이 증가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사실 누진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키겠다는 공식적인 안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나온 안은 6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누진율을 줄이자는 방향만 제시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누진 구간을 어떻게 나누며 각 구간에 대한 요금은 어떻게설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누진제 완화와 함께 저소득 계층에 대한 요금 부담을 증가시킬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은 보도 자료(9월 7일)를 통해 월 전력량이 356킬로와트시 이하인 가구는 원가 대비 적정한 요금을 내고 있고, 그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면서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는 가구가 요금의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면, 원가 이상의 요금 받던 계층의 요금을 깎아 주면서 잃는 손실을 어디선가 충당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게 어떤 계층이겠는가? 전체 가구의 67퍼센트를 구성하나 판매 수입은 37퍼센트에 불과한, 300킬로와트시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는 중하위 가구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대로라면, 현재 대략 4만2000원 이하의 전기 요금을 내는 사람들은 누진제 완화로 요금 인상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이재용의 요금을 깎아주자고, 100만 원의 연금 생활을 하고 있는 노부부—내 부모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을 동의할 수 있겠는가?

산업/상업용에도 누진제를 검토하자

누진제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몇 가지 쟁점들이 남아 있다. 우선 산업용 요금과 가정용 요금과의 형평성 문제다.

한국전력은 산업용 원가 회수율이 주택용보다 높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런 변화가 일어났다면 아주 최근의 요금 인상으로 나타난 효과일 것이다. 오랫동안 주택용 전기 요금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을 교차 보조해 왔으며, 그 '역사적 부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2010년에도 낮게 책정된 산업용 전기 요금으로 산업계 전체가 2조1157억 원의 혜택을 얻었으며, 당시 주택용 전기 요금의 원가 보상율이 94퍼센트일 때 산업용은 89퍼센트에 머물러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가정용 전기 요금의 누진제에 더욱 분개하는 것은, 이것이 산업용이나 일반 (상업)용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탓이다. 문제의 해결 방향은 가정용 누진제의 완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산업용 전기 요금을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며, 나아가 전기 사용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에 따라 추가적으로 요금을 더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것이―요금 폭탄 논란 속에서 사람들이 잊어버린 주제인―온실 기체를 감축하고 핵 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에너지 복지를 위해, 누진 1단계의 전기 용량을 현실화하자

누진제는 1970년대의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구시대적인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석유 파동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다는 맥락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에서 이 제도는 결코 구시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시민들의 전기 사용을 억제하려고 설계되었다는 한계를 가지지만, 기후 변화 위기와 핵 발전 위험에서 벗어나는 에너지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에 오히려 새롭게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제도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정뿐만 아니라 산업과 상업 부문에 확대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특히 누진 구간이 적절한가 하는 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즉, 최초의 누진 구간인 1단계를 계속 100킬로와트시로 묶어두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9년 가전기기 보급률을 기준으로 한 가구당 최소 필요 전력량을 가늠해 보아도 150킬로와트시에 가까우며, 기초생활수급자의 전력사용량도 200킬로와트시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 요금 누진제가 저소득층 가구에게 원가보다 낮은 요금으로 공급함으로써, 전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실현해왔다는 점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한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전기 에너지에 대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1단계 구간을 확대하고 상대적인 요금 혜택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와 핵 위험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평소 개혁적인 학자로 알려진 분이 에너지 복지를 위해 누진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의 칼럼을 쓰셨다. 동감하는 바가 상당히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결론은 달랐다. 그런데 그 칼럼 중에 곱씹었던 구절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견디기 힘든 무더위에 값비싼 에어컨을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반문이었다. 무더위를 버텨낸 많은 이들 중에 무릎을 딱 치며 공감을 했을 사람이 많겠다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순간 나마저도 흔들렸다. 엄청난 선동력을 가진 글이었다.

그러나 곧 "에어컨 좀 틀었더니" 33만 원이 나왔다는 가정과 무더위의 사례가 생각났다. 확실히 인테리어가 아닌 제 역할을 했고, 아마도 무더위의 고통을 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 요금 폭탄을 맞았고 이들의 '딱한 사정'을 언론은 대서특필했지만, 무더위에도 전기 요금을 아끼려고 에어컨을 켜지 않았고 심지어 그런 것조차 없이 여름을 보낸 많은 이들은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그런 것은 뉴스가 아닌가. 더 나아가 그렇게 전기를 아껴서 대정전을 막는데 기여했으며, 또 온실 기체 배출을 저감하고 노후된 고리 1호기를 폐쇄시키겠다고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그들은 에어컨을 좀 켜고 살 줄 몰라서 그랬을까.

솔직히 어려운 문제다. 에어컨 이용이 인간답게 살 권리 속에 포함되는지, 에너지 복지를 위해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에도 요금 할인을 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인지. 내 입장은 부정적이지만, 에너지 복지와 환경적 효과의 상충되는 첨예한 쟁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 선다면, 기후 변화를 막고 핵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가정용 요금을 포함하여 전기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가야 한다는 녹색 전환 전략이 좌절하지 않을까 두렵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새누리, 대선 앞두고 집값부터 올리고 보자?


이글은 노컷뉴스 2012-09-05일자 기사 '새누리, 대선 앞두고 집값부터 올리고 보자?'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 대책보다는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대선을 앞둔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기 집을 갖고도 빚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가계부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의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언급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DTI 완화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기 쉽게 하는 것으로, '무리해서 집 사기'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 가깝고 하우스 푸어 대책이라고 해도 '빚 내서 빚 갚기'에 불과하다. 

부동산 시장 상승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출 확대가 집 구매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폐지 법안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 대한 세제 혜택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부자 감세'인데, 이 역시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다. 

결국 규제 완화 -> 부동산 경기 활성화 -> 집값 상승의 수순이 하우스 푸어로 대표되는 서민 주거 불안정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새누리당 하우스푸어 TF 여상규 팀장은 "집값을 올리는 것이 하우스푸어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나쁜 것은 노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 때문이지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려봤자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 경제통인 한 의원도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집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반대로 무주택자의 반발을 살 수 있도 있는 만큼, 서민 대책이라기 보다는 중산층 대책이라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처럼 무주택자와 하우스 푸어가 서민 주택문제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건설을 통해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경기를 부양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하우스푸어 TF에서는 주택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주택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적기관이 매입한 뒤 기존 집주인에게 월세나 전세로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출 받은 하우스 푸어나 대출해 준 은행 모두에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와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되지만, 이로써 시장에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방침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무주택자까지 포용가능한 수준으로 공공임대 주택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공공 임대 주택을 점차 늘려가는 방향이 맞다고 보고 있지만 당장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약 발표를 아끼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BS 윤지나 기자

2012년 8월 8일 수요일

박근혜 최저임금 "5천원도 안됩니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8-07일자 기사 '박근혜 최저임금 "5천원도 안됩니까?"'를 퍼왔습니다.
김태호 버스요금 900원?…SNS "서민에 관심도 없어"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저 임금을 두고 "5천원 조금 넘지 않으냐"라고 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박 후보는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데일리안) 주최로 열린 뉴미디어 토론회에서 이른바 '서민 상식'에 대한 퀴즈를 풀던 중 '2012년 기준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얼마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사회자가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4,580원'이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5천원도 안됩니까"라면서 반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 등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같은 퀴즈에서 대부분 문제를 틀리기도 했는데, 임태희 후보는 박 후보와 같은 '최저임금'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고, 김태호 후보는 '서울 시내버스 요금을 카드로 냈을 때,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900원"이라고 답했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현금 기준 1천150원, 카드 기준 1천50원이다. 특히 김 후보가 사는 부산지역은 전국에서 버스비가 가장 비싼 곳이다.
이를 두고 트위터 여론은 "평소 국회의원이 총선을 전후로 자신을 '서민'이라고 포장하지만, 서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서민 코스프레 하지만 사실은 서민 생활에 별 관심이 없다는 증거(장물****, ‏@Study****)
"오천원도 안됩니까?"라고 의아해하는 부분에서 정말 그녀는 다른 세상 사람임을 느꼈다(포크**, ‏@kk**)
남한 사정에 어두운 걸 보니 간첩 아닐까 싶네. 그럼 국회의원 반이 다 간첩인가?(Broth*****, @iro***)
생각보다 적은 듯하니 최저임금 5천 원 이상으로 올리는 걸로(Nar****, ‏@Nar****)
공주님, 우리 집 와서 살아요! 딱 하루만 지옥을 보여줄게요(Gu***, ‏@ato****)
이러면서 무슨 복지국가를 만든다고(여*, ‏@aes****)
트위터리안 최용*(‏@choi****)은 "최저임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를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그녀에게 과연 있을까?'하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1일 제주도 합동유세 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국민의 삶"이라면서 "민생의 고통, 서민의 눈물을 외면한 채 과거로만 돌아가려고 하는 야권연대에 우리나라와 국민을 맡길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벼랑끝 몰린 서민들, 카드결제까지 할부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22일자 기사 '벼랑끝 몰린 서민들, 카드결제까지 할부로...'를 퍼왔습니다.
할부 결제, IMF사태후 최대로 급증

신용카드 결제를 할부로 하는 국민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할부 수루료를 내면서까지 할부결제를 해야 할 정도로 서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전체 신용카드 이용액 가운데 할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7.4%로 1997년 19.2%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1분기 할부 수수료 수익은 삼성카드가 1천615억원으로 전년 동기(1천456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KB국민카드는 5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0억원가량 급증했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하나SK카드도 할부 수수료 수익이 수십억원 가량 증가했다.

카드 할부는 일반적으로 10만원 이상의 물품 구매 시 가계 부담을 고려해 3∼6개월로 나눠 갚는 것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일시불 결제가 많지만 경기 위축 시에는 할부 결제가 급증하게 된다.

카드 할부 결제율은 IMF사태가 발발한 1997년에 19.2%를 기록한 이래 1998년 16.0%, 2000년과 2001년 10.7%까지 떨어졌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15.5%로 15%대로 올라선 뒤 2009년 15.8%, 2010년 16.7%, 2011년 16.8%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전체 카드 이용액 중 고리의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14%대로 떨어졌다. 현금서비스 결제율은 2001년 60.4%로 정점을 찍은 뒤 2002년 57.4%, 2003년 49.8%, 2005년 28.9%, 2008년 19.9%, 2009년 17.9%, 2010년 16.4%로 매년 감소해왔다.

임지욱 기자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6일자 기사 '"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를 퍼왔습니다.
[해설] '집단대출' 수수방관한 금융당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계약할 때는 모든 게 다 잘된다면서 온갖 감언이설을 내놓더니, 이제는 안면 몰수하고 입을 싹 닫고 있어요. 죽어라고 이자만 갚다가 아파트 날리게 됐어요."

인천 영종도 'ㅎ'도시에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9년 영종도 내 52평 아파트를 5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은행에서 4억 원을 대출받았다. 한 달에 이자만 200만 원을 냈다. 입주하는 2012년이 되면 가격이 갑절로 올라 프리미엄을 얹혀서 팔 수 있다는 은행과 건설사의 감언이설만 믿었다.

하지만 정작 입주시기가 다가왔으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3분의 2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애초 건설사에서 이야기했던 학교나 마트 등 제반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들판에 아파트 단지만 들어선 꼴이다.

A씨는 "3년 동안 내야 했던 이자만 계산해보면 7000만 원이 넘는다"며 "은행과 건설사에선 입주시기가 되면 이자 비용보다 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다가오는 중도금 대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아파트를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포 한강 신도시에 아파트를 산 B씨도 마찬가지다. 경전철이 건설되고 도로가 뚫릴 뿐만 아니라 한강 조망권에 친환경 시설이 만들어진다는 분양광고만 믿고 2009년 당시 아파트 계약을 맺은 B씨는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계약을 무효로 하고 채무를 없던 걸로 하기 위해서다.

B씨는 아파트를 사느라 빌린 돈 때문에 은행에 매달 약 250만 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부동산 침체까지 맞물려, 시세는 분양가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것도 대략 추정 수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량이 제로(0)다.

 
▲ 김포 한강신도시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수요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분양가 턱없이 높아 손해 봤다며 줄소송 이어져

김포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모 아파트 계약자 500명은 최근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손해를 봤다"며 시공업체엔 계약해지를, 집단대출을 해준 은행엔 갚을 빚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중도금 납부도 거부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나머지 아파트 계약자들도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김포 신도시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천, 경기 김포·일산 등 수도권 외곽 신도시 지역은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입주자와 시공업체 및 은행과 끊임없이 다툼이 일고 있다. 소송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격이 분양가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 중 30여 단지에서 중도금 납부 거부를 포함한 소송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인 것으로 은행권은 추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내은행 가계집단대출 건전성 현황 및 향후 감독방향'을 보면 4월 현재 분쟁사업장은 94개에 달하고 연체 잔액은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에는 '묻지마식' 집단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집단대출은 특정단체 내 사람을 대상으로 일괄 승인으로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특정단체, 즉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과 잔액 대출이 대표적인 집단대출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6월 조사한 바로는 총 102조4000억 원이 은행권 대출 중 집단대출액으로 분류된다. 가계대출 451조1000억 원의 22.7%, 주택담보대출 305조6000억 원의 33.5%를 차지하는 규모다.

집단대출은 대출을 받는 쪽에선 일일이 대출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은행은 재개발, 신규 분양 또는 입주 아파트 분양업자와 협약을 체결해 한꺼번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받지 않아 이미 대출한도를 넘었더라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점도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소유주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 차익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무리하게 집단대출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DTI까지 초과해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집값이 내려갈 경우, 이자와 원금상환에 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집단대출은 개인 신용도를 보고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분양지역을 보고 대출해주는 구조이기에 이자 및 원금 회수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최근 집값이 지속해서 떨어지자 집단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의 발표로는 5월 현재 국내은행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12월(0.95%)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집단대출 부실채권 잔액도 늘어 3월 현재 1조2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000억 원(33.3%)이나 늘었다.

▲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도에 들어선 첫 대단지 아파트. ⓒ연합뉴스

'묻지마식' 집단대출, 누가 이익을 보나

금융당국은 양날의 칼과 같은 집단대출이 이렇게 부실화되기 전에 적절하게 규제해야 했지만 집단대출이 기본적으로 시공사가 보증을 서고 아파트라는 담보가 있다는 점, 수도권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이유 등에서 사실상 방관했다.

뒤늦게 올해 들어 집단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전격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1~3개월 연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용 중이나 이에 앞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채무조정 작업을 거치면 부실위험군의 연체자 전락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묻지마식'으로 대출해 준 뒤, 문제가 생기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출자에게만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집단대출 받은 집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도 피해를 받는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주택 구매 시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비율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주택구입자의 자금조달원 중에서 은행 대출 비율은 평균 39%에 불과하다. 집값의 60~70%까지 빌려줄 수 있도록 한 담보대출인정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70%를 넘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대출 비율이 80~100%에 달했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를 사는 사람이 주택을 살 경우, 기존 전세금으로 새 주택 구매 자금의 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여윳돈으로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주택을 늘릴 수 있다. 평균 40% 정도의 대출 비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물론 해외에 비해 대출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부채는 부채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황기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체될 경우, 금융권은 원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맡긴 주택을 경매에 부친다. 주목할 점은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3억6000만 원 대출을 끼고 산 6억 원 집을 2억4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고 하자. 만약 집주인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집은 대략 4억8000만 원(낙찰가율 80%)에 팔린다. 그렇게 되면 앞순위 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권에서 3억6000만 원을 가져간다. 그 뒤 남은 돈을 세입자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남은 돈은 1억2000만 원으로 세입자는 앉아서 1억2000만 원을 손해 보게 된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어 세입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 보호된다. 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서울은 7500만 원까지만 보증금을 보호해준다. 경매로 팔리면 최우선변제금은 2500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에서 1억 원 이하 전셋집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다.

고스란히 서민만 손해 입는 구조

지난 27일 KB금융지주 산하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세입자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에 사는 세입자 34만 가구가 보증금의 상당 분을 떼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집단대출을 받은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도 상당수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시중에서는 집단대출이 연체될수록 은행들만 떼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체되면 연체된 대로 연체이자를 받을 수 있고, 대출금액이 아파트 시세보다 높아지면 아파트를 헐값에 경매로 넘겨버리면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폭락해, 경매로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은행을 살리는 게 정석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만 입는 셈이다.

 /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