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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종편은 5·18 왜곡하는데 공영방송은 수수방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3일자 기사 '종편은 5·18 왜곡하는데 공영방송은 수수방관'을 퍼왔습니다.
5·18 특집방송 전무·광주지역 방송사와 대조… “5·18, 언론이 다룰 수 있는 소재 넘친다”

전두환 신군부에 맞선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 개입설’ ‘희생자 비하’ 등 도를 넘은 왜곡으로 그 역사적 진실이 심각하게 훼손 당하고 있다. TV조선, 채널A 등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이에 가담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3사에서도 5·18의 의미 및 진실을 조명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심층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TV조선은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채널A 역시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북한군이라고 밝힌 한 남성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들은 극우사이트로 꼽히는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5·18을 폭동으로 보고, 당시 희생된 시민들을 ‘홍어’에 비유하는 일부 흐름과 맞물려 비상식적인 역사 왜곡의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5·18에 대한 왜곡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데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리거나 심층적으로 접근한 방송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KBS가 1TV (다큐극장) ‘광주 33년, 5.18의 기억’에서 이 사안을 조명했다. 하지만 (다큐극장)자체가 현대사를 다루는 성격을 띠고 있어 특집 편성이라고 볼 수 없고 ‘5·18 트라우마’라는 소재가 이미 몇 년 전에 제기됐던 터라 새로운 접근방식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무관심은 광주 지역방송사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KBS광주는 17일 (열린 마당) ‘애꾸눈 광대’ 편에서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후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지현씨를 통해 이 사안을 조명했다. 광주MBC는 ‘왜 5.18을 왜곡하는가’ 등 5·18 특집 토론을 연속 편성했으며 특집다큐 (추기경의 5월)을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18~21일에 걸쳐 심층 리포트를 내보냈다. 지역민방 KBC광주방송 역시 (시사플러스)를 통해 ‘5.18왜곡 역사의식 바로 해야’(11일), ‘5.18트라우마 극복해야’(18일)를 연속적으로 다뤘다. (열린 토론회)에서도 12일과 19일에 걸쳐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5월 정신을 주제로 방송했다. 광주평화방송도 18일 5·18 유공자들의 생활고와 정신적 외상스트레스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눈까마스(Nunca Mas), 광주!]를 편성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캡처.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이 다가오면 방송사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조명했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이런 경향이 사라졌다”면서 “제주 4.3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방송사의 역할인데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논란에 대해 받아쓰기 하는 정도다. 최근 들어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사라지는 현상에는 공영방송의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5·18 25주년을 맞은 2004년에는 KBS와 MBC가 5·18 프로그램 4편을 내보냈다. 2005년에는 KBS광주가 제작한 (노래로 쓰는 오월)이 전국적으로 방송됐고, MBC 특집다큐 (80년 5월, 두개의 내란)에서 5·18을 다뤘다. 2007년에는 MBC 스페셜 (내 친구 김동관)이, KBS 스페셜 팩션(팩트+픽션의 합성어) 드라마 (오월의 두 초상)이 있었다. KBS는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KBS스페셜-‘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2009년), (시사기획 KBS 10-‘5월의 노래’)(2010년) 등 5·18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고, 2011년에는 드라마([드라마스페셜-‘우리 기쁜 젊은 날’])에서나마 이 사안을 조명했다. 

(KBS스페셜)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를 연출한 안주식 KBS PD는 “5·18 다큐는 역사적 사실이 새로 발굴되는 것이 없어서 제작하기 어려운 특면이 있지만 최근 이 사안이 이념문제로 인식되거나 고유의 역사적 사실이 망각되고 있어서 지상파가 의무감을 가지고 다뤄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보수정권이 이어지고 제작 자체의 애로점이 있다 보니 5·18과 같은 소재가 주목하지 못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아이템을 내도 채택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 같다” 

안 PD도 최근 극우적 시각이 활개 치는 현실에 대한 책임이 공영방송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책임은 KBS에 있다고 본다. 역사교육은 학교에서도 이뤄지지만 상당부분 공영방송을 통해 이뤄진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KBS가 언론사로서의 자율성을 잃어버리면서 이런 역할을 소홀히 했고, 그러다보니 일간베스트 등이 뜨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와 SBS가 보도를 통해 5·18을 다뤘지만 리포트는 한 꼭지에 그쳤다. 다만 SBS가 18일자 (8시뉴스) 12번째 리포트 (민주화가 왕따라는 뜻?…역사 교육 부실)에서 종편과 일간베스트 등 5·18왜곡 현상과 부실한 역사교육 현장을 비교적 상세히 지적했다. 


경향신문 18일자 1면.

한편 경향신문·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등 신문들도 최근의 5·18 왜곡 흐름을 비롯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다뤘다. 하지만 대부분 종편들의 왜곡 보도에 대해 지적하는 것으로 그쳤고 최근 한국사회의 극우 흐름에 대해 심층적으로 짚어주는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그쳤다. 경향신문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 (괴물’이 되어가는 보수)와 사설 (국민통합 해치는 반역사적 5·18 왜곡 시도)에서, 한겨레는 17일자 2면기사 (민주화운동’ 정당성 흠집내기…저열한 역사인식 노골화)와 18일자 1면 (5·18 왜곡 방송, 일본 극우와 뭐가 다른가)에서 이 현상을 짚었다. 

5·18 기획기사를 준비한 신문사는 단 한 곳이었다. 한겨레는 20일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크라우드소싱’ 기획 (전두환 비자금을 찾아라) 시리즈를 시작했다. 한겨레는 “올 10월까지 추가로 은닉 재산을 찾아내 추징하지 못하면 시효가 만료된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조처는 법률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한겨레가 전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 탐사에 나서게 된 이유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화는 완결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5·18은 과거의 사건을 돌아본다는 의미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의성’이란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지 여부이다. 그렇게 본다면 5·18에 대해 언론이 매년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33년 지났지만 상처 커…언론도 5·18에 무관심”특집 다큐 ‘추기경의 5월’ 제작한 백재훈 광주MBC PD

오는 31일 방송될 ‘추기경의 5월’은 1980년 5월 18일 이후 천주교 사제들의 행적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방송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광주 MBC의 (추기경의 5월)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제들의 활동을 통해 이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한다. 

백 PD는 “천주교 사제들이 당시 수습대책위원회에서 중재나 협상 등의 노력을 했고, 이후에도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면서 “5·18에 대한 오해와 폄훼가 난무한 현실인데,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어르신들을 통해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5·18 관련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백 PD는 “김수환 추기경이 용서와 화해를 강조해, 사회적 논란이 될 발언은 자제해왔다”며 “영상물을 지금 공개해도 좋다고 판단해서 광주대교구와 평화방송, 광주MBC 등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백 PD는 “33년이 지났지만 5·18 관련자들의 심리적·정신적 상처는 여전히 깊다. 그런데도 (최근 5·18 왜곡 흐름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큰 아픔”이라면서 “촬영 도중에 만난 5·18 관계자들은 지금의 역사왜곡에 대해 그야말로 공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PD는 또한 “5·18이 역사 교육에서 거의 배제되고 있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지식이 이를 바라보는 판단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언론이 교육과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언론이 5·18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2년 8월 7일 화요일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7일자 기사 '컨택터스, 전국서 용역 모아 노조 급습…10여일간 치밀작전'을 퍼왔습니다.

경찰장비와 유사한 방패, 헬멧, 곤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소속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새벽 폭력을 휘두르며 경기도 안산 에스제이엠(SJM) 공장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뉴스쏙] SJM 용역 폭력사태의 재구성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이었다. 지난달 27일 수십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당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부품 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태는 회사와 용역경비업체의 사전 모의, 경찰의 방조 속에 의도된 수순을 밟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용역경비업체 관계자들과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에스제이엠 폭력사태를 재구성했다.

■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 6년째 ‘프리팀’(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으로 구성된 경비용역집단)을 이끌어온 ㄱ 팀장은 지난 7월15일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2500명을 모아 ‘대우자동차’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상시 고용하고 있는 경비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큰일이 있을 때면 프리팀과 아르바이트생을 모은다. 이렇다 할 설명 없이 현장 투입이 두차례나 미뤄지자 휴가를 앞둔 ㄱ 팀장은 ‘작업’에서 빠지기로 했다.약속된 27일 용역들이 몰려간 사업장이 대우자동차가 아니었단 사실은 ㄱ 팀장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알고 보니 보안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결 장소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 모이기로 한 장소는 서울 여의도였다. 집합을 미룬 업체가 다시 알려온 집결지는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이었다. “대규모 인력을 서울에서부터 이끌고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간 것은 아마도 대우자동차에 가는 척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ㄱ 팀장은 전했다.전국 각지에서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모여든 용역직원은 총 1500명에 달했다. 에스제이엠 공장에 들어간 컨택터스와 만도 공장 3곳에 들어간 지원가드 등 용역업체들이 모세혈관 조직과 같은 전국의 프리팀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동한 뒤 버스를 나눠 타고 다시 만도의 평택·문막·익산 공장 등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향했다. 앞서 서울 잠실에 모여든 용역 200여명도 에스제이엠 공장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용역이 조직적으로 파업 사업장을 장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 7월25일 ‘평균일당 16만원’ 계약서 도장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가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현장 투입 이틀 전인 7월25일이다. 정확한 계약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컨택터스가 동원한 한 프리팀 팀장은 “미뤄보건대 최소 50억원짜리 계약”이라고 말했다. 주·야간 16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고용된 용역직원이 받는 평균 일당이 16만원 수준이다.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250명이지만 대기 인력까지 계산해 300명 정도로 여유있게 계약을 맺는다. 보통 용역계약이 3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계산하면 54억원이 나온다.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은 이들의 계약서를 분석해, 11일간 컨택터스가 5억7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컨택터스 경기법인의 구아무개(38) 이사는 “우리가 그동안 잘했다는 평도 들었고 실적이 있으니까 에스제이엠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고물상을 하면서 부업으로 용역경비 일을 하는 한 프리팀장은 “초보자는 10만원 정도 받고 경험이 많으면 최고 20만원까지 받는다”며 “노조와 관련된 일은 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경비원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체격이다. ㅅ경비업체를 운영하는 박아무개 대표는 “체격이 큰 사람들을 뽑는다”며 “경호학과나 경찰행정학과 출신도 있고 군 특수부대 출신들, 무도 유단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로 경비원 일을 한다. 박 대표는 “아르바이트생도 현장투입 전에 3박4일 교육을 받으면 ‘이수증’이 나오고 경비원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D-12
작업 고사한 용역팀장
“대우자동차로 간다더니
일정 두 차례나 미뤄져
알고보니 교란작전이었다”

■ 7월27일 새벽 3시 유원지 작전회의 27일 새벽 3시, 에스제이엠 간부가 공장 근처 유원지에 도착했다. “할 수 있겠어?” 컨택터스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 수 있다”고 답했다.새벽 4시40분께 45인승 버스 5대가 에스제이엠 공장 후문에 차례로 도착했다. 용역들은 경찰에 신고한 시각보다 1시간30분가량 일찍 현장을 급습했다. 새벽에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배치시간을 늦추라는 경찰의 지시도 거부했다. 용역대원들의 손엔 50㎝~1m 길이의 곤봉과 방패는 물론이고 소화기까지 들려 있었다. 에스제이엠 간부와 컨택터스 쪽은 휴대전화를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공유했다.에스제이엠 쪽은 “노동자들을 때리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용역들이 투입될 때 회사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한 경비업체의 실장은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100% 회사 쪽의 지휘를 따른다”며 “사람을 모아 현장에 투입하기 전까진 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투입 후엔 사쪽의 책임하에 놓인다”고 고백했다.

D데이
SJM 간부-컨택터스 관계자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다
”용역대원들 곤봉·방패로 무장
양쪽 휴대폰 통해 정보 수시공유

■ 7월27일 새벽 4시40분 피튀기는 공장 공장 2층에 몰린 노조원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 112에 7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사태가 벌어진 지 1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이 다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노조원 수십명이 용역이 던진 조립 부품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도착한 뒤에도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 노조원 등 30여명이 다쳤고, 10여명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용역경비업체는 불법사태를 막기 위해 경비지도사를 고용해 경비원들에 대한 교육과 현장 관리감독을 맡기도록 경비업법에 규정돼 있지만, 이날 새벽 경비지도사 오아무개(31)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씨는 “컨택터스에서 보안사항이라며 아무 말 없이 당일 새벽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작전에 대해) 아무 말도 없어서 왜 나한테까지 숨기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에스제이엠이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쓰도록 컨택터스를 사주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의 수수방관일
손 뗀 전직 프리팀장
“용역업체 사장-경찰서
사건 일어나면 ‘딜’ 봤다
”민주조사단 “컨택터스 최소 5억 수익”

■ 7월29일 이틀 만에 투입된 국외 대체인력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냄과 동시에 에스제이엠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체인력 투입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에스제이엠은 노조원 폭행 당일인 27일부터 인력업체와 단순생산직 40명을 파견받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가 노동자의 쟁의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다.이틀 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기술자 12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플라스틱 성형기를 다루는 고급 기술자들이었다. 에스제이엠 쪽은 이들이 “에스제이엠 남아공 법인 소속 직원들”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남아공에서 기술자들을 불러들였다는 것 역시 에스제이엠이 충분한 기간을 갖고 직장폐쇄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은 취업비자 없이 국내에서 일할 수 없다. 남아공 기술자 12명은 모두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같은 날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이 이뤄진 만도에서는 사흘 만에 회사 쪽과 가까운 새 노조가 만들어지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국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작업이 속속 진행됐다.

에스제이엠(SJM) 노조원 폭행사건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일 대기발령된 우문수 전 안산단원경찰서장(흰색 와이셔츠 차림)이 지난달 2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에스제이엠 공장을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에스제이엠지회 제공

■ 8월3일 컨택터스 압수수색…그 후 폭력을 방조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에스제이엠과 컨택터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금까지 에스제이엠 임직원 5명과 컨택터스 임직원 16명 등 모두 21명이 경비업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컨택터스에 대한 경비업 허가도 취소하기로 했다.컨택터스에 허가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전남 나주의 한국쓰리엠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을 폭행했다. 당시 컨택터스 임직원들은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경비업 허가를 취소당했다. 하지만 컨택터스는 임원 명단과 주소지만 바꿔 보름 만에 다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몇 년 전 손을 뗀 전직 프리팀장은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회사 사장이 경찰서와 다 ‘딜’을 봤다”며 “몇 명은 빼주고 몇 명은 벌금으로 나오게 해주도록 미리 판을 다 짜놓고 현장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컨택터스의 전직 대표인 이아무개(38)씨는 “폭력을 쓰면 형사처벌을 받고 용역업체가 허가 취소될 게 뻔하기 때문에 뒤로 수억원대 이면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솜방망이 처벌로 다시 용역경비 사업을 시작하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에게 관대하고,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억누르려는 자본의 손짓이 지속되는 한, 어느 날 새벽 다시 “애들 좀 모아달라”는 연락이 전국 각지의 프리팀 팀장들에게 가게 될지 모른다.

엄지원 허재현 김지훈 이정국 기자 umkija@hani.co.kr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6일자 기사 '"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를 퍼왔습니다.
[해설] '집단대출' 수수방관한 금융당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계약할 때는 모든 게 다 잘된다면서 온갖 감언이설을 내놓더니, 이제는 안면 몰수하고 입을 싹 닫고 있어요. 죽어라고 이자만 갚다가 아파트 날리게 됐어요."

인천 영종도 'ㅎ'도시에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9년 영종도 내 52평 아파트를 5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은행에서 4억 원을 대출받았다. 한 달에 이자만 200만 원을 냈다. 입주하는 2012년이 되면 가격이 갑절로 올라 프리미엄을 얹혀서 팔 수 있다는 은행과 건설사의 감언이설만 믿었다.

하지만 정작 입주시기가 다가왔으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3분의 2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애초 건설사에서 이야기했던 학교나 마트 등 제반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들판에 아파트 단지만 들어선 꼴이다.

A씨는 "3년 동안 내야 했던 이자만 계산해보면 7000만 원이 넘는다"며 "은행과 건설사에선 입주시기가 되면 이자 비용보다 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다가오는 중도금 대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아파트를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포 한강 신도시에 아파트를 산 B씨도 마찬가지다. 경전철이 건설되고 도로가 뚫릴 뿐만 아니라 한강 조망권에 친환경 시설이 만들어진다는 분양광고만 믿고 2009년 당시 아파트 계약을 맺은 B씨는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계약을 무효로 하고 채무를 없던 걸로 하기 위해서다.

B씨는 아파트를 사느라 빌린 돈 때문에 은행에 매달 약 250만 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부동산 침체까지 맞물려, 시세는 분양가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것도 대략 추정 수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량이 제로(0)다.

 
▲ 김포 한강신도시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수요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분양가 턱없이 높아 손해 봤다며 줄소송 이어져

김포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모 아파트 계약자 500명은 최근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손해를 봤다"며 시공업체엔 계약해지를, 집단대출을 해준 은행엔 갚을 빚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중도금 납부도 거부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나머지 아파트 계약자들도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김포 신도시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천, 경기 김포·일산 등 수도권 외곽 신도시 지역은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입주자와 시공업체 및 은행과 끊임없이 다툼이 일고 있다. 소송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격이 분양가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 중 30여 단지에서 중도금 납부 거부를 포함한 소송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인 것으로 은행권은 추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내은행 가계집단대출 건전성 현황 및 향후 감독방향'을 보면 4월 현재 분쟁사업장은 94개에 달하고 연체 잔액은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에는 '묻지마식' 집단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집단대출은 특정단체 내 사람을 대상으로 일괄 승인으로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특정단체, 즉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과 잔액 대출이 대표적인 집단대출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6월 조사한 바로는 총 102조4000억 원이 은행권 대출 중 집단대출액으로 분류된다. 가계대출 451조1000억 원의 22.7%, 주택담보대출 305조6000억 원의 33.5%를 차지하는 규모다.

집단대출은 대출을 받는 쪽에선 일일이 대출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은행은 재개발, 신규 분양 또는 입주 아파트 분양업자와 협약을 체결해 한꺼번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받지 않아 이미 대출한도를 넘었더라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점도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소유주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 차익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무리하게 집단대출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DTI까지 초과해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집값이 내려갈 경우, 이자와 원금상환에 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집단대출은 개인 신용도를 보고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분양지역을 보고 대출해주는 구조이기에 이자 및 원금 회수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최근 집값이 지속해서 떨어지자 집단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의 발표로는 5월 현재 국내은행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12월(0.95%)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집단대출 부실채권 잔액도 늘어 3월 현재 1조2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000억 원(33.3%)이나 늘었다.

▲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도에 들어선 첫 대단지 아파트. ⓒ연합뉴스

'묻지마식' 집단대출, 누가 이익을 보나

금융당국은 양날의 칼과 같은 집단대출이 이렇게 부실화되기 전에 적절하게 규제해야 했지만 집단대출이 기본적으로 시공사가 보증을 서고 아파트라는 담보가 있다는 점, 수도권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이유 등에서 사실상 방관했다.

뒤늦게 올해 들어 집단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전격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1~3개월 연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용 중이나 이에 앞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채무조정 작업을 거치면 부실위험군의 연체자 전락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묻지마식'으로 대출해 준 뒤, 문제가 생기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출자에게만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집단대출 받은 집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도 피해를 받는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주택 구매 시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비율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주택구입자의 자금조달원 중에서 은행 대출 비율은 평균 39%에 불과하다. 집값의 60~70%까지 빌려줄 수 있도록 한 담보대출인정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70%를 넘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대출 비율이 80~100%에 달했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를 사는 사람이 주택을 살 경우, 기존 전세금으로 새 주택 구매 자금의 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여윳돈으로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주택을 늘릴 수 있다. 평균 40% 정도의 대출 비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물론 해외에 비해 대출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부채는 부채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황기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체될 경우, 금융권은 원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맡긴 주택을 경매에 부친다. 주목할 점은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3억6000만 원 대출을 끼고 산 6억 원 집을 2억4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고 하자. 만약 집주인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집은 대략 4억8000만 원(낙찰가율 80%)에 팔린다. 그렇게 되면 앞순위 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권에서 3억6000만 원을 가져간다. 그 뒤 남은 돈을 세입자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남은 돈은 1억2000만 원으로 세입자는 앉아서 1억2000만 원을 손해 보게 된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어 세입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 보호된다. 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서울은 7500만 원까지만 보증금을 보호해준다. 경매로 팔리면 최우선변제금은 2500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에서 1억 원 이하 전셋집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다.

고스란히 서민만 손해 입는 구조

지난 27일 KB금융지주 산하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세입자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에 사는 세입자 34만 가구가 보증금의 상당 분을 떼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집단대출을 받은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도 상당수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시중에서는 집단대출이 연체될수록 은행들만 떼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체되면 연체된 대로 연체이자를 받을 수 있고, 대출금액이 아파트 시세보다 높아지면 아파트를 헐값에 경매로 넘겨버리면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폭락해, 경매로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은행을 살리는 게 정석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만 입는 셈이다.

 /허환주 기자

2012년 5월 27일 일요일

대형 건설사 위한 특혜성 민자사업


이글은 2012.05.14 제910호 기사 '대형 건설사 위한 특혜성 민자사업'을 퍼왔습니다.
[선대인의 숫자 경제] 거액의 재정 보조, 타국엔 없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공사비 폭리대형 건설사에 특혜 주는 민자사업 폐해 수수방관하는 정부

»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들이 지난 4월23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지하철 9호선 사태 민자특혜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청원 제출 및 국회 차원의 특혜 문제에 대한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최근 불거진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 문제는 한국의 기형적 민자사업의 문제점과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민자사업 물량은 국제적으로 볼 때, 도입 역사의 일천함이나 경제 규모 등을 생각할 때 과도할 정도로 많다. 매킨지컨설팅이 주요 국가별 민자사업 투자 예정 물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민자사업 예정량은 약 270억달러(2006년 평균환율 환산 약 27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정도로 민자사업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1.5%나 미국의 0.4%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처럼 국내에서 민자사업 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건설업체들이 큰 위험 없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특혜성 사업으로 민자사업이 변질된 데 기인한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살펴보자.
#민자사업에 거액의 재정 보조
한국의 기형적 민자사업은 그 명칭과 달리 건설 과정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재정 보조를 받는다. 외국의 민자사업은 거의 100% 민간자본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 민자사업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이 거액의 건설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설보조금이 총공사비의 30~50%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이번에 문제가 된 지하철 9호선은 3조5천억원 가까운 사업비 가운데 민간자본이 5500억원 정도밖에 투입되지 않고, 세금이 80% 이상 들어갔다. 이처럼 대규모 공공 재원이 투입된 사업을 어떻게 민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지하철 9호선 상부 구간 공사만 따져도 공공 지원이 46%나 된다. 실컷 재정을 들여 사업해놓고 민자사업자에게 사업운영권을 준 격이니, 이건 민간자본 기여분에 비해 막대한 특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는 민자사업자가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올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보증까지 서주는 방식으로 간접적 재정 보조를 하기도 한다.
2009년 기준, 적자보전액 20조원 넘어
#다른 나라에 없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
민자사업자가 건설한 뒤 운영하는 시설의 운영수입이 추정 운영수입보다 적으면 일정 비율에 따라 국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숱하게 지적됐다. 예를 들어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2007년까지 총 1984억원의 적자보전금이 지급됐고, 우면산터널 도로도 2013년까지 608억여원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일일이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2009년 9월 기준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169건(53.8조원 투자 규모)의 총적자보전액은 2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참고로 같은 시점에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292건 14.8조원의 향후 리스 지급금 역시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다. 이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기획재정부는 2006년부터 적용된 민자사업 기본계획에서 민간제안사업의 경우 운영수입보장을 폐지했다. 2009년에는 정부고시사업에서도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사업을 재정으로 추진했을 때 발생할 원가 한도 안에서 수입 부족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전히 민자사업 수익을 재정으로 일정하게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사비 폭리
막대하게 부풀려진 공사비를 통해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사업비에 대한 전문적 검증 절차 없이 업계의 로비로 공사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높은 민자사업의 낙찰률은 사실상 100%라고 할 수 있다.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률이 약 6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보통 건설업체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업시행자가 민자사업을 따내면 건설사들은 민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에 약정된 비율만큼 지분을 투자해 특수목적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를 설립하고 그 출자 비율에 따라 시공권을 나눠 갖는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책정된 총공사비의 30~40%를 남긴 뒤 기존 국내 건설사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도급 및 실행 내역을 살펴보면 민자사업 공사비가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업의 총공사비는 1조7360억여원이다. 이 가운데 직접공사비 8720억원과 간접공사비 1699억원 등 실제로 투입된 비용은 1조419억원이다. 결국 참여 건설업체들은 이 사업에서만 무려 40%가량을 남긴 것이다.

공사비의 40% 이익 남기기도
#민자사업자로 둔갑한 건설업체들
민자사업에서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이유는 민자사업 추진 과정과 구조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민자사업이 활성화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개발업체 등이 정부가 고시하는 사업에서 프로젝트를 따내 시설 운영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근거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시설물을 건설한 뒤 시설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수십 년간에 걸쳐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즉, 재무적 투자자가 중심이 되는 사업구조다.
하지만 국내 민자사업은 겉으로는 SPC를 설립하고 일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흉내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건설업체들 중심의 사업구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위 재벌급 건설업체들이 한두 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자사업을 따낸 뒤 출자 비율만큼 서로 시공권을 나눠 갖는 담합 구조를 보인다. 외부 재무적 투자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고, 건설업체들끼리 상호 출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도로사업은 거의 대부분 사업을 따낸 건설업체 컨소시엄만으로 SPC가 구성된다(표 참조).
이처럼 국내 민자사업은 건설업체들과 이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에게 시공과 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저위험 고수익’을 누리게 해주는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지하철 9호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 당국으로 인해 시민들의 세금과 통행료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