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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법원판결에도 꼼수... 노조파괴의 '보이지 않는 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6일자 기사 '법원판결에도 꼼수... 노조파괴의 '보이지 않는 손''을 퍼왔습니다.
[분석] 창조컨설팅, 노조와해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 증거인멸 지시까지

▲ 8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용역폭력으로 불거진 산업현장의 노조 탄압 뒤에는 창조컨설팅(대표이사 심종두)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했다. 

전문법률가로 구성된 컨설팅 업체의 철저한 노조파괴 계획 앞에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노조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도, 이를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았고 끝끝내 조합원들을 징계했다. 그 과정에서 위법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도 치밀한 대응 계획을 세웠다.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현장 용역폭력' 청문회에서 그동안 여러 사업장의 노조파괴를 사실상 진두지휘해 온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실체가 드러났다. 청문회의 발단은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더 큰 '거악'이 존재했다. 

용역들의 폭력도 결국 이들이 기획한 과정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다. 지난해 5월 직장폐쇄와 노조조합원 징계해고가 발생했던 자동차부품업체 유성기업의 사례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날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의 내부문건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 담겼다. 별다른 분쟁 없이 원만히 유지됐던 유성기업 노사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사측이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근무형태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다. 단체교섭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었다. 노동자들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측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창조컨설팅이 있었다.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민주노조 파괴가 목적

▲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의 해고노동자들로 구성된 '유성 올빼미 투쟁단'이 2월 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출입문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은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총 21건으로, 창조컨설팅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1개, 유성기업의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제출용' 문건이 9개, 유성기업 사측과의 회의자료 11개로 구성됐다.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도 2011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 거의 200페이지에 가까운 문서가 작성됐다. 사측과의 회의자료에는 '경영활성화 전략회의', '법원조정에 따른 향후대책', '징계관련 전략회의' 등의 제목이 붙었다. 모든 문건은 '대외비'로 관리됐다.

문건의 성격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 기획부터 추진과정, 법적 대응, 징계절차까지 깊숙이 개입했다. 그리고 이를 원청업체인 현대차에 보고했다. 컨설팅의 궁극적인 목적인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를 회사에서 몰아내고 경영자에게 우호적인 노조를 세우는 것이다. 창조컨설팅은 지난해 4월 28일 '회사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유성기업 쪽에 유성지회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개입 배제'를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1단계 6개월(2011.5~2011.10) 동안 '노동쟁의 마무리', '금속노조 산하 유성지회 조합원 규모 축소'를 시행하고, 이어진 6개월(2011.11~2012.4) 동안 2단계에서 '금속노조 개입배제',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어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경영진과 실무진으로 구성된 노사관계 전략회의에서 상시 핫라인(Hot-line)구성, 주 1회 정기회의 개최, 긴급상황시 수시 개최를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존노조를 와해시키고 협력적인 새 노조를 새우는 데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조컨설팅의 제안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쟁의절차를 거쳐 준법투쟁을 하던 유성지회는 그해 5월 18일 회사의 갑작스런 직장폐쇄에 대응해 점거 농성에 들어가게 되고 용역업체 폭력에 의해 공장 밖으로 끌려 나온다. 당시 폭력사태가 극심했던 충남 아산공장에는 용역업체 CJ시큐리티가 투입됐고,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충남 영동공장에는 최근 SJM공장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컨택터스가 들어갔다.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낸 후 창조컨설팅의 작업은 본격화했다. 이들은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가량 지난 2011년 6월 16일 '조합원 업무복귀 관련 전략회의'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7월 1일 이전 업무 복귀자를 재적의 과반수 확보함으로써 온건하고 합리적인 노조 활동을 집단화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함"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목표가 복수노조제도 시행에 맞춰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어용노조를 새우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 상황에서 사측 관리인들의 '의지' 있는 행동을 강조했다. 유성기업과 전략회의에서 창조컨설팅은 관리인들 집회에 사용될 현수막과 피켓 문구까지 지시했다. ⓒ 은수미 의원실

법원이 권고해도 '자를 놈은 자른다'

그해 7월 2일. 복수노조 시행일 바로 다음 날,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의 공장 복귀율이 38%로 미비한 가운데 직장폐쇄가 계속되는 상황에 부담감을 느끼고, 유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징계 관련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들은 "직장폐쇄를 해제하기 전에 징계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향후 새로운 노사관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문건에 명시했다. 

그러나 징계해고를 위해서는 노조 측 위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창조컨설팅과 사측은 "'해고대상자'들에 대한 징계해고 이외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음"이라며 "취업규칙에서는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으나, 의미상 당연해고의 사유를 규정한 바,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가 필요함"이라고 대책을 세운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회사규정에 '법원에서 범법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거나 공민권을 박탈한 때'라고 명시된 해고 규정이다. 공장점거와 용역들의 폭력행위 과정에서 법적 처분을 받는 조합원이 있을 경우 '당연 해고'를 준비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이미 '해고대상자'를 선정해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노조의 임원과 확대간부, 파업 적극 참가자라고만 명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명단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측이 노동자의 해고를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아래 일을 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들의 치밀함은 유성지회 조합원 248명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제출한 '직장폐쇄 효력 정지가처분 결정 신청'에 대한 법원의 조정안에 대처하는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그해 8월 16일 천안지법은 '8월 31일까지 미복귀자 242명 전원 복귀', '노조사무실 및 식당 출입 허용', '회사가 이를 위반 시 1인당 500만 원 미복귀자들에게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고 사측은 이를 수락했다. 사실상 유성지회의 직장폐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에 창조컨설팅은 '법원 조정에 따른 향후 대책'이라는 문건에서 "재판장이 유성지회의 읍소내용을 상당부분 수용하여 향후 조정안 이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이라며 "(복귀 시) 각서제출 등 회사가 고수해온 원칙이 훼손됨으로써 동요가 우려되며, 향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됨"이라고 밝혔다. 또 "일괄복귀 주장을 분쇄하고 개별복귀 원칙을 고수한 점, 개별서약서 제출 원칙을 고수한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복귀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세운 대책은 크게 '조정사항 이행 이후 노조의 주도권 확보 기도 분쇄', '회사방침 적극 홍보', '신속한 징계를 통해 유성지회 현장 재장악 기도 분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업무복귀 대상자는 '질서순응 예상'을 기준으로 60명 선발(1차 징계대상자는 제외)" 했다. 여기서도 '징계대상자' 명시돼 있다. '질서순응 예상'은 이후 회사에 협조 가능성이 높은 조합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자들에게는 그렇게 복귀한 조합원들을 "'관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배치부서를 정하고, 담당부서장은 철저히 관찰한 후 일일 관찰일지 작성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에는 "일주일 동안 회사 외부에서 집체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은 회사 관리자들에게도 "투철한 사명감과 의지로 무장"을 요구하며 "새로운 복귀자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려면 해병대 훈련 등 관리자들의 근성을 키워줄 교육과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박3일 일정으로 관리자 근성배양 훈련 실시"를 권고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의 권고도 이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노조를 '분쇄'할 계획을 세웠다. 이상의 내용에서 창조컨설팅은 '질서순응 예상', '관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누는 등 노동자들을 '도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관리자들에게 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적대감'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노조를 행한 시선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보여준다. "노조는 적"이라고 했다는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과다. 

현대차 개입은 어디까지?... 창조, 현대에 9번 보고

▲ 노조의 예상 전술에 창조컨설팅이 세운 대응계획.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의 쟁의행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 은수미 의원실

이제는 창조컨설팅과 현대자동차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창조컨설팅은 그해 9월 3일부터 지난 2월 3일까지 9개의 '현차제출용' 문건을 작성한다. 지난해 12월 12일 작성된 '대회사'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성기업의 노무관리 상황을 보고한 문건이다. 

이에 앞서 직장폐쇄 당시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여파를 보고한 문건이 나와 현대자동차의 개입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사태에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9월 3일 작성된 문건에는 앞서 설명한 복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조치에 보고가 담겨 있다. 창조컨설팅은 "회사는 법원의 조정에 따라 조합원들을 복귀시키기 시작한 이전부터 복기계획과 교육, 징계계획을 확립하여 진행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징계위원에 노조 측 위원을 선정해야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그 대책을 수립해 놓고 있다. 노사 각 5인이 위원으로 참석하는데 해고의 경우 2/3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징계위원회 심문회의'와 '의결회의'를 분리한다"는 꼼수가 등장한다. 징계절차 과정에서 대상자를 놓고 심문하는 자리는 충분히 열지만, 그럼에도 노조위원이 해고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따로 '의결회의'를 열어 사측 위원만으로 징계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회사가 노력을 다했음에도 노조위원들이 피징계자가 노동조합간부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징계를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합의거부권의 포기나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취지가 근거로 작용했다. '심문' 절차를 충분히 거치면 '일방적'으로 징계를 하더라도 법원 판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완성차 업체가 협력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하청업체의 노조간부 징계 방법까지 일일이 보고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창조컨설팅의 회원사라 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징계 상황은 9월 21일에 한 번 더 보고된다. 창조컨설팅은 이 보고문건에서 징계상황과 함께 향후 유성기업노조의 조합원 확보 방안을 첨부했다. 유성지회를 몰아내고 친기업적 노조를 세우겠다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압수수색 대비해 자료 폐기해라"... 증거인멸 지시

▲ 창조컨설팅은 기업노조를 세우는 과정에서 사측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를 인지하고 대책을 세웠다. 그 대책은 기존 금속노조 유성지회에 들키지 않게 하는 것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었다. ⓒ 은수미 의원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직장폐쇄, 노조탄압, 대규모 징계, 관리자 정신교육까지 진행됐지만 친기업적 성향의 유성기업노조(유성노조)의 가입율은 그해 10월까지 38% 수준이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세력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2012년 임금단체협상에서 기업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조건인 전체 인원의 과반을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창조컨설팅은 새로 건설된 유성노조에 대해 "조합 설립 이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개별교섭 신청 후 회사로부터 동의를 얻은 것 말고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함"이라며 "기존 유성지회의 조합원들로부터 구별되는 특별한 역할과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유성노조가 설립부터 운영까지 사측과 창조컨설팅으로부터 '조종'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창조컨설팅은 유성노조의 '세력화 사업 프로세스'를 제시하며 "상집간부회의(11/17)-노보 창간(11/24)-홈페이지 오픈(12/1)-노동조합 현판식(12/3)-간부교육(12/10)-조합원 체육대회(12/17)"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지도했다.

가입율 저조를 타계하기 위해 창조컨설팅이 내놓은 대책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와 법적 책임을 더 강화하는 것이었다. 또 유성지회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임금교섭을 미루고 유성노조의 임금교섭을 조기에 타결하는 전술을 세웠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교섭은 미루면서 유성노조의 임금을 유리하게 타결해주면서 사람을 빼오겠다는 의도다. 

이는 실제로 시행됐고, 결과적으로 유성노조는 한달 후 가입율 51%를 달성해 교섭창구단일화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복수노조의 경우 한쪽의 가입율이 50%를 넘으면 다른 노조는 교섭권을 잃게 된다. 창조컨설팅은 이후 "유성노조가 전체 80%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과정은 모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창조컨설팅도 지난 1월 6일 작성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문건에서 "회사는 유성노조 조합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개별 조합원들에게 접근하였음"이라며 "이에 따라 조합원 확보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으나, 회사의 조직적인 가입 권유 활동을 의심케 할 수 있는 정황이 유성지회에 수집됐을 가능성이 큼"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복수노조제도 시행에 따라 사측이 제2노조 건설에 관여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신고센터까지 설치해 단속하는 주요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이를 창조컨설팅 또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회사는 향후 조직적 가입권유 행위를 의심케 할 만한 행동들이 지회에 확인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며 "향후 진행될 수 있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내용 일체를 폐기하고 파일은 분류해 공장밖에 별도 보관토록 함"이라고 코치했다.

창조컨설팅은 여기서 아주 중대한 범죄행위를 자행했다. 사측의 조직적 가입권유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더 부추겼고, 사실상 증거 인멸까지 지시했다. 이들은 이후 유성노조와 관련한 문건마다 이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교용노동부의 특별감독관까지 나왔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특별감독에 대해 창조컨설팅은 현대차 보고 문건에서 "원청(현대차)에서도 전방위적 압박을 위한 협조가 요구됨"이라고 명시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에 노동 변호사 추가... '창조'의 힘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쌍용차 사건은 한마디로 기획부도, 회계조작으로 인한 부당 정리해고와 사회적 타살”이라며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를 상대로 쌍용차의 법정관리 결정 과정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 남소연

이러한 '노조파괴' 과정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27명이 해고됐다. 이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창조컨설팅 문건에는 섬뜩한 문구가 하나 담겨 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의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 지급 가처분 결정에 대한 대응이다. 

해당 사건은 반드시 기각 또는 각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태임. 이전까지 지역 검찰청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각종 소송에 대응해 왔으나, 해당 사건의 완벽한 대응을 위하여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함.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 '노동사건 전 변호사'가 동원됐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유성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은 월 6000만 원. 1년 동안 컨설팅 비용으로 7억 원가량을 받았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조합원 수가 전체의 50%로 줄어들면 1억 원을 더 받는다. 20%로 줄어들면 1억 원이 추가된다. 그 사이 유성기업은 또 수십억 원의 용역업체 비용을 지출했을 것이고, 각종 소송에 쓴 변호사 비용 등 컨설팅 이행 과정에서 쓴 비용도 상당했을 것이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가 만난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신병기씨는 "법원 판결로 월급은 나오고 있지만, 아내는 생계 걱정을 계속한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남은 거 같은데, 나한테 전화가 오면 놀란다. 무슨 일이 또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는 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다 죽이고 싶었던 1년 "밤엔 아내에게 전화 못한다"])

공장에서 땀 흘려 일했던 것뿐인 이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치밀한 계획에 따라 쫓겨난 줄 알고 있을까? 자신들을 내쫓기 위해 회사가 불법을 저지르고 그 많은 돈을 쓴 줄 알았을까? 짐작은 했어도 잘 몰랐을 확률이 높다. 시민들은 더 그렇다.

최지용(endofwinter)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폭력의 산업화, 용역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09-12일자 제48호 기사 '폭력의 산업화, 용역'을 퍼왔습니다.

직장을 폐쇄한 만도공장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용역. <한겨레>

최근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SJM에서 벌어진 용역폭력 사건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경비업체를 감독·관할하는 김기용 경찰청장은 지난해 유성기업 폭력사태가 터진 지 1년도 안 돼 재발한 용역폭력 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전담반을 꾸려 강도 높게 단속하기로 했다. SJM 사 쪽과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는 노조원에 대한 폭력진압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부실 대응한 경찰관들에겐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정치권도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진상조사단까지 꾸렸다. 컨택터스는 서울과 경기 법인의 경비업이 허가 취소됐다. 겉으로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앞으로 다시는 용역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드물다. 자본의 힘으로 폭력을 고용하는 행태는 단순한 처벌과 법령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경찰은 유성기업 용역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용역폭력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뭔가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면 재발은 단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용역과 경비의 차이

우선, 용어의 통일이 필요하다. 언론에서는 경비와 용역을 혼돈해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용어는 '경비'다. 관련 법도 '경비업법'이다. 경비업체들이 관계법을 준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선량한 시민을 폭행하는 사태는 법으로 규정한 '보호와 방어'라는 경비의 테두리가 아닌, 인간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용역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다(그것이 불법일지라도!).
경비원은 법으로 자격 요건을 엄격히 규정했다. 관련 법과 인권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28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경비원 자격이 주어지고, 한 달에 4시간씩 소양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체불명의 복면을 쓴 용역들이 나타나 폭력을 행사하고 사라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다루는 경비원들의 폭력 행위는 마땅히 용역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고, 선량한 경비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불법적 경비 활동을 포함한 '용역'이라는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옳다.
용역의 역사는 길다. 원시인들의 '자경주의'(Vigilantism)도 엄밀한 의미에서 용역의 범주 안에 속한다. 모두가 빈곤했던 자급자족 시대에는 별다른 보호 활동이 필요 없다. 훔쳐갈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할 때쯤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과 가축을 지키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틀이 잡혀가면서 용역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이른바 권력자들을 위한 '사병'의 역할을 한 것이다. 지방 호족이나 중앙의 세도가들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사병을 고용한다. 중앙집권화를 꿈꾸던 왕에게 사병은 골칫거리였다. 조선 건국 직후 사병을 없애기 위해 의흥삼군부를 설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병 조직은 만만하지 않았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조선 초기 '왕자의 난'도 중앙에서 미처 컨트롤하지 못한 사병을 동원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병을 통해 집권한 이방원은 자신이 집권한 뒤 사병을 혁파하기 시작한다. 시대가 흐를수록 사병은 노비를 중심으로 한 소극적 경비 형태로 축소된다. 바꿔 말하면 역사의 발전 과정은 권력을 이양받은 자의 '지엄한 명령' 하나로 움직이는 중앙집권화한 공권력이 얼마나 체계화됐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용역이라는 형태가 자리잡은 것은 한국전쟁 직후다. 미군과 미국 회사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사설 경비원인 셈이다. 1953년 '용진보안공사'라는 회사가 군납 형태로 용역 업무를 제공한 것이 최초의 근대적 용역업체 기록이다. 이후 대부분의 용역은 미군을 중심으로 한 시설 경비에 집중 투입됐다.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접어든 1960년대에는 석유 시설 등 산업화 시설의 경비를 위한 업체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민간경비 시대로 접어들었다.
원시인들의 초보적 자경주의부터 산업 시설을 관리하는 민간경비에 이르기까지 용역 형태는 계속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용역을 구입하는 것은 지배층(또는 부유층)이고, 용역은 철저하게 돈과 권력의 주문에 의해 움직인다. 이번 SJM 사건도 이런 맥락에선 전혀 다른 점이 없다. 용역을 구매하는 쪽은 자본가이고, 불법적 폭력을 써서라도 구매자의 요구에 응하는 쪽은 용역이었다. 이들은 SJM 공장에서 사실상 사병의 역할을 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이 부분에 대해선 경찰 조사 중이다) 폭력을 행사했다. 경비업법에 의하면 공격적 행위는 절대 할 수 없음에도, 법을 넘어선 무언가가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무인 순찰헬기와 히틀러가 기르던 순찰견에 물대포까지 보유하고, 수천 명의 용역을 투입할 수 있다고 광고한 컨택터스는 군대와 유사했다. 민간 군사업체인 셈이다. 외국 경우는 더 심각하다. 미국의 민간 군사업체 블랙워터는 나라 간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사병의 수준은 넘어 민간 복합군수업체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또 발견된다. 앞서 살펴보았듯, 역사는 사병의 혁파와 공권력의 조직화 과정으로 발전한다. 그럼에도 현대 들어(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사병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사의 퇴보일까? 한국은 MB 정부 들어 무려 700여 개 용역업체가 늘어났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자본가의 손에서 부활한 봉건 용역

용역은 자본가의 입맛에만 맞는 게 아니다. 국가 처지에선 '안성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갈등의 현장에서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풀기'가 가능하다. 경찰이 계속해서 용역폭력 현장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것은 용역이 투입되는 공간이 이른바 '사적 공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시대,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사적 공간 안에서의 자유는 방만할 정도로 보장되기 시작한다. 자본가는 공권력의 투입을 적절하게 통제한다. 경찰 처지에서 봐도 사적 공간에 경찰을 투입해봤자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기면 골치만 아프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라는 자유주의적 대전제 아래서 경찰들은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역사적 퇴보는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한 '재봉건화 현상'(Re-feudalism)을 떠오르게 한다. 말 그대로 근대를 지향하면서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가 다시 봉건주의로 퇴보한다는 것이다. 봉건시대를 상상해보자. 왕은 말 그대로 허수아비다. 지역의 봉건 토호들은 사병을 조직하면서 중앙권력을 차단하고 온갖 권력을 행사한다. 왕은 방임의 선에서 권력행사를 그친다. 중앙권력이 침범하지 못하는 봉건 영토 공간은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국가의 축소판 모델인 셈이다.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재봉건화 현상에 젖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특정한 공간(특히 노조쟁의 현장이 일어난 공장) 안에서는 재봉건화 현상이 충분히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팔짱을 끼고 있고, 그 안에서는 무자비한 살육이 벌어진다. 자본가(공장 안에서의 봉건영주)는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사전에 폭력 진압을 모의하며 '돈'을 지불한다. 용역업체는 무법 지대가 된 사적 공간 안에서 자본가의 주문대로 일을 '처리'한다.
지난 8월 14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용역폭력 피해사례 보고대회 및 경비업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현행 경비업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남근 변호사는 해외 사례를 들었다. 대통령이 줄기차게 외치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에서 보면 이번 SJM 폭력사건은 일어날 수 없는 범죄였다.
우리 경비업법이 많은 부분을 참고한 일본 경비업법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더라도 조직폭력배 같은 불법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라면 경비원 취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개인이나 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미국은 아예 경비원 면허제를 도입하고 있다. 업무 수행 중엔 항상 면허증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임무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할 경우 바로 면허가 취소된다. 잘못하면 생업이 끊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경비원 투입 전 '수박 겉 핥기 식' 교육 정도만 거치는 우리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른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독일은 제3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비업체가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교육도 학급당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해 질 높은 교육을 보장받게 했다.
프랑스는 경비 업무의 구체적 활동 사항까지 세세히 규정했다. 가방 검사는 보는 것만 가능하고, 몸 수색은 경찰관의 통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쟁의 현장의 공적 정의가 필요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사례뿐 아니라, 현행 경비업법의 구체적 개정안이 제시됐다. 경비원 배치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안에서부터, 불법을 저지른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안까지 제시됐다. 시설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안도 나왔다. 경비업체 허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법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또 아무리 법을 개정해도 현재와 같은 경찰과 경비업자, 그리고 시설주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 학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노동쟁의가 일어나는 노동현장을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근본적 인식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쟁의 현장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현재 사업주는 '내가 소유한 시설에서 사람들을 몰아내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인식한다. 경찰은 '사적 영역에 간섭할 수 없다'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 경비업체는 '공권력이 신경 쓰지 않으니' 마음껏 활개를 친다.
서울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용역들이 시민을 폭행할 수 없는 것은 명동 거리가 시민의 공동 소유 공간이며, 공권력이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노동쟁의 현장도 이같은 논리로 접근하면 근본적으로 용역폭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신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공장이란 공간은 기업만의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없는 공장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노동 제공자와 자본 제공자가 공동으로 소유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노동권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공적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익법무법인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노동쟁의 현장을 마치 집안 일처럼 사적 공간으로 축소하려는 인식이, 용역이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들이 방관을 낳는 근본 원인"이라며 "노동권에 대해 회사가 폭력을 사용해 진압하는 행위는 당연히 공적 영역 내에서 벌어진 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쟁의 현장에선 확대된 소유권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계수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헌법에서 말하는 재산권의 정신은 타인을 배제하는 민법상의 소유권보다 훨씬 넓은 의미"라며 "노동현장에서의 소유권은 민법이 아닌 사회법적 인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즉 사업주가 쫓아낼 권리만 행사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함부로 쫓겨나지 않을 권리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논란은 있다. 사적 영역에 개입하는 공권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바람직한지, 아니면 공권력의 범위를 계속 축소시켜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가하는 공론의 영역을 통한 자율 규제가 바람직한지 말이다.
하지만 이 논란은 시민이 정의로운 물리력이라고 인정해, 자신의 권력을 이양한 정당한 공권력에 의해 시민이 외부의 정당하지 못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았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공권력 행사 범위 논란은 되레 논점을 호도할 수 있다.
실제 경찰이 사적 영역을 대하는 잣대는 이중적이다. 최근 경찰은 각종 강력범죄가 생기자 112 신고를 받은 경우 집주인 허락 없이 집을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경찰력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런 경찰이 유독 자본가의 공간에는 개입을 꺼린다. 현 정부 들어 용역폭력이 시도된 발레오만도, 한국쓰리엠, KEC, 유성기업, 그리고 최근 SJM까지 경찰은 '사적 영역'이라며 개입을 거부했다. 경찰마저 오락가락한 상황에서 웃음짓고 있는 것은, 용역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여태껏 단 한 차례도 사법 처리를 받은 적 없는 자본가들일 것이다.

글/이정국 (한겨레) 사회부 24시팀 기자.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 2012 언론인권상 본상, 제261회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2012년 9월 8일 토요일

SJM, 용역 투입 3개월 전 업체와 사전모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8일자 기사 'SJM, 용역 투입 3개월 전 업체와 사전모의'를 퍼왔습니다.

용역업체 직원이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문제가 된 경기 안산시의 자동차 부품업체 SJM이 용역 투입 3개월 전에 용역업체와 접촉해 견적서를 받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또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기도 전인 6월 SJM 측과 컨택터스 측이 만나 용역투입에 대해 사전협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SJM은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7월 이후에야 컨택터스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컨택터스가 노조원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SJM이 직장폐쇄를 한 것은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산 단원경찰서 관계자는 7일 “지난 4월24일 컨택터스가 SJM에 자사를 홍보하는 문건과 견적서를 e메일로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컨택터스 측은 민주노총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고 SJM 노사관계가 나쁜 것을 알고 자사를 홍보하기 위해 보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6월 SJM 직원이 컨택터스에 전화를 해 양측이 만났으며 컨택터스 사장이 SJM 직원에게 홍보 문건을 건넸다”고 말했다.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던 SJM 지회는 지난 6월2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종료 결정을 내리자 25~26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7월12일부터 노조 간부들만 참여하는 부분 파업을 벌였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이어가자 SJM은 7월27일 새벽 용역을 투입해 노조원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SJM은 지난달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7월23일 인터넷을 통해 컨택터스를 알게 됐고 25일 용역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3개월 전부터 용역 투입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다. SJM 관계자는 “그 사안과 관련해 경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진술했으며 따로 답변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영경·경태영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2년 8월 31일 금요일

두들겨 팬 용역보다 '조폭두목'처럼 설쳐댄 회사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31일자 기사 '두들겨 팬 용역보다 '조폭두목'처럼 설쳐댄 회사가…'를 퍼왔습니다.
[폭력에 내던져진 노동자들·①] 정년을 앞둔 SJM 노동자 이상열 씨

SJM의 용역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테러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이번 사태는 일부 용역업체의 불법적 행위와 폭력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만연했던 민주노조에 관한 자본의 공격적 행동을 폭로한 사건이기도 했다. ·다산인권센터와 (프레시안)은 노동기본권이 무엇이며, 노동자가 바로 자신이고 가족이고 이웃인 평범한 사람들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획은 지난해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해서 (사람꽃을 만나다)를 발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산인권센터가 SJM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인터뷰했다. 첫 회는 전 아주대 김철환 교수가 정년을 앞둔 SJM노동자 이상열 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아주대 김철환 교수는 퇴임직전까지 아주대 교수회의 의장을 맡아, 사학비리와 싸웠다. 퇴직을 앞둔 어느 날 평생을 바친 회사로부터 배신당한 아픔, 그러나 그보다 남겨진 후배들의 처지 때문에 걱정이라는 노동자 이상열 씨. 그는 회사를 퇴직해도 노동조합은 퇴직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의 오랜 대화를 김철환 교수가 글로 보내줬다. (편집자)

그의 첫 인상은 곱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마에 주름 하나도 없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없다. 그 험한 꼴을 당한 사람이라면 의당 내뿜어야 할 분노도 가슴 속에서 삭이는 모양이다.

그 보다도 그의 부인이 용역의 만행과 회사의 부당함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방방 뜬다"고 전한다. 그에게는 분노의 분출보다도 앞으로 후배들이 겪어야만 할 어려움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가족 같은 직원 관계"가 무너지고 "원만하던 노사관계"가 3년 전부터 어긋나더니 급기야는 파국의 경지에 이르게 된 현재의 상태가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에게 이번 에스제이엠(SJM) 사태는 퇴직을 불과 몇 달 남겨 놓고 겪어야만 하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는 금년 말 12월에 퇴직할 예정이다. 1987년에 입사했으니 무려 25년을 재직한 회사이다. 회사가 설립 된지 37년이니 그의 삶이 회사의 삶과 거의 중첩된다. 힘들었던 철야작업도 수당 받는 재미보다 회사가 잘나간다는 안도와 자랑스러움으로 마다하지 않았다.

그에게 SJM은 "가족 같은 우리 회사"였다. 직원 사이의 관계도 상사, 부하의 수직적이고 경직적이라기보다는 서로 서로의 애경사를 챙겨주고 돌봐주는 수평적인 관계였다. 회사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설악산이나 강원도 등지에서 가졌던 야유회와 체육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일"이었다. 부인과 애들도 함께 즐겼던 야유회와 체육대회에는 회장님과 임원 모두도 참가했던 화목한 모임이었다.

▲ 이상열 씨. ⓒ다산인권센터

노동자의 헌신으로 어려움을 뚫고 나간 창업 초기

창업 초기 회사가 여러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힘은 고용된 노동자들의 헌신이다. 회사와 노동자가 동일체가 되면 될수록 노동의 강도는 헌신적으로 강해진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창업주들은 이 회사가 "우리의 회사"임을 강조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이익을 나누면서 함께 가자고 강조한다. 아마도 창업후 일정 기간 SJM은 사장과 고용된 사람이 함께 키우려는 문자그대로의 "우리 회사"였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 새벽 아수라장의 공포와 후배 조합원들이 당한 야만적 폭력에 대한 분노 속에서도 회사 창업자를 꼬박 꼬박 "회장님"이라고 호칭한다. 그의 인생을 바쳤던 "우리 회사"에 대한 애정이 들여다보인다. 재벌회사의 절대 권력을 칭하는 "CM(Chair Man)"과는 전혀 다른 사람 냄새가 풍기는 "회장님"이다.

실상 그 동안 SJM은 안산지역에서 세인의 입에 오를만한 노사분규가 없었던 사업장이었다. 오히려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진 평판이 좋은 사업장이었다. 노조가 설립될 당시에는 SJM은 한국노총에 가입했었다. 노조가 3대에 이르러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할 당시 겪었던 진통이 가장 큰 분규였다. 당시 조합원들은 협박과 회유를 당했지만 다행히 부당하게 해고 되었던 노조위원장은 복직되었고, 일시적인 상처는 원만하게 치유되었다.

"가슴 아픈 일 없었던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과 그 가족, 그리고 회장님과 임원 모두가 함께 했던 야유회가 대표이사만이 참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노무이사만이 참가하는 마치 "노무팀과 함께 하는 형식적인 야유회 체육대회"가 되어 버렸다.

원만했던 노사관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노무를 전담하는 이사가 외부에서 영입되었다. 이번 컨택터스라는 용역업체를 동원하고 현장에서 지휘하던 노무이사가 바로 그 때 영입된 인물이다. 노사가 과거에는 "대등하게 진행되었던 협상이 대화 보다는 일방적으로 회사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노조를 무시"하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에 진행되었던 협상에는 대표이사가 12차까지 불참하고 노무이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되풀이 되는 파행이 발생했다.

노사관계가 경직되고 상호 믿음에 균열이 발생하고 협상이 파행으로 이어진 것은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는 그 동안 꾸준하게 성장하여 탄탄해졌다. SJM은 이 번 사태에서 흉기로 둔갑한 벨로우 생산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남아공 중국 등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해외투자도 확대되어 왔다. 회사가 탄탄해지면서 계열회사도 확대되었다. SJM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도 설립되었다.

이익구조가 탄탄해지면서 변한 회사

회사는 약정한 성과급의 배분에도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200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 해에도 그 이익을 성과급으로 배분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금 20억 원만이 성과급의 대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함께 막대한 순수익을 내던 회사가 적자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창업주인 김00 회장의 장남인 김00 상무에게 지분이 옮겨가는 과정이었다.

▲ 이상열 씨(왼편)와 김철환 교수(오른편). ⓒ다산인권센터
창업 초기 어려울 때 창업주가 강조하던 "우리 회사"가 이익구조가 탄탄해지면 "내 회사"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사회의 특징이다. SJM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끝없는 탐욕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세태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세계에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익 추구보다는 교육이라는 사회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공익법인인 대학마저도 이러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금반지 팔아서 만든 내 대학"은 대물림되고, 사유화 되는 현상은 비난은 고사하고 하나의 관행으로 이미 뿌리내려 있다.

SJM의 노사관계가 조금씩 삐걱대고 파행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파국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민주노총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강성 노조'라고 오해받고 그러한 워딩의 편견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물론 SJM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노사관계는 원만한 편이었다. 고용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도 일부 사업장에서 부분적인 파업에 들어가 있었을 뿐 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갑작스럽게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고, 파업을 하지 않고 있던 제3공장에도 "문 때려 잠그고 나가라"라는 통보를 했다.

"올 것이 왔다"라는 불안감 속에서 노조원들의 농성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는 저녁에 퇴근했다. 새벽 4시 잠이 깬 그에게 전화가 왔다. 용역들이 진입하고 농성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그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는 전화였다.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가 현장으로 가야겠다는 결정에 이른 시간은 채 5분도 안되었다. 그는 옷을 걸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과 10분에서 15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후문으로 현장으로 들어갔다. 2층 노조 사무실에 사람들이 몰려져 있고, 참혹한 현장은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사태의 위험성과 더 큰 사고를 우려한 조합원들이 2층 사무실에서 나가겠다고 용역회사에 요청했다. 이 때 회사의 노무이사는 현장의 용역 책임자와 무엇인지를 협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현장에서 나가는 와중에 용역들이 회사 제품을 담아 논 박스에서 물건을 끄집어 내 던지기 시작했다. 나가겠다고 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흉기로 공격한 것이다. 여성조합원들에게도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 그도 예외는 아니어서다리와 허벅지를 곤봉으로 맞는 폭행을 당했다. 다른 조합원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2차 공격은 1차 공격보다는 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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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보다 더 원망스러운 회사

그는 현장에서 두들겨 맞고 피신한 직후에는 목숨은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도 엄습하는 좌절과 불안의 감정이 더 컸다고 한다. 지금 그에게 가장 섭섭한 대상은 그들을 공격한 용역이 아니다. 용역보다는 회사가 더 원망스럽다. 특히 "조폭 두목처럼 현장에서 설치던" 노무담당 이사가 그의 마음을 애처롭게 만든다.

그에게 가장 섭섭한 대상은 경찰이다. "머리가 깨지고,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사람이 생기는 참혹한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부동자세에서 처다 보지도 않고" 외면하던 경찰에 대한 그의 원망은 그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하기야 "살려 달라, 안에 사람이 죽는다"라는 절규를 만행의 현장에서 외면하는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불과 퇴직을 몇 달 남겨 논 그의 입장에서는 "험난한 분규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감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은 현장을 외면하고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 후배 조합원들"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문제가 제일 걱정스럽다. 그도 다른 나이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흥분을 진정시키면서 회사가 파국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측이 사과한 후에 원만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바람을 외면하는 듯하다. 회사는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직장폐쇄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업체만 바뀐 용역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아직도 공장 밖에서 농성 중이다. 회사는 심지어 노조원들에 대해 고소를 한 상태이다. 그는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농성에서 빠져 나오고 노조를 탈퇴하라는 회사의 집요한 공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노조 간부에 대한 민사상의 손배소가 이어질 것이고, 제2노조가 설립될 것이다. 이러한 만행은 또 다른 사업장으로 번질 것이다. 이러한 비극과 만행을 끝내야 한다.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할 이유이다.

* SJM 문제해결과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시민문화난장이 1일 오후 5시부터 SJM 공장 앞에서 열린다. 길거리 강연을 비롯해, 허클베리핀, 지민주, 연영석, 이지상 등의 공연도 진행된다. 아래 웹자보. 

ⓒ다산인권센터

/김철환 전 아주대학교 교수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MB시대'에 무한 반복되는 용역폭력, 과연 우연일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21일자 기사 ''MB시대'에 무한 반복되는 용역폭력, 과연 우연일까'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현 정부 들어 급증한 직장폐쇄·용역폭력, 그리고 노조 무력화

▲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한동안 평화가 지속되던 고담시에 마스크를 쓴 잔인한 악당 베인(톰 하디)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 워너브라더스

"형사는 우연을 믿으면 안 돼."
 

영화 에서 수사 내용을 보고하며 "우연일까요?"라고 묻는 블레이크 형사에게 고든 고담시 경찰청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갓 수습을 뗀 풋내기 기자가 '기자론'을 말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에스제이엠(SJM) 사태로 컨택터스를 취재하며 깨달았다. 반복되는 '짧은 사건'들은 우연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컨택터스란 이름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에, 법인 등기부 등본에 '서진호'란 이름이 거듭 등장하는 일도 그랬다. 회사 관계자들은 기자와 통화하며 그를 감추려 했다. 취재 결과 서씨가 바로 컨택터스의 실제 소유주였다. 

그렇다면 이건 우연일까 아닐까.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발레오만도와 케이이씨(KEC), 상신브레이크, 2011년 유성기업, 그리고 지난 7월의 SJM과 만도기계. 노조의 옥쇄파업을 풀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들어갔던 쌍용차를 빼면, 모두 사측이 직장폐쇄를 강행하며 경비용역업체를 대규모로 투입한 곳이다. 이후 각 사업장의 노조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거나 새로 들어선 친기업성향 노조에 밀려 단체교섭권을 잃어버리는 등 하나둘 무너져갔다. 

새로 나타난 '직장폐쇄→노조 무력화' 공식... "정부가 신호 주고 있다"

▲ SJM공장 배치된 '컨택터스'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방패를 들고 공장앞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모두 이명박 정부 들어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파업 현장에서 폭력사태가 늘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대우차, 노무현 정부 때는 포항건설 등에서 누군가의 머리가 찢어지고 다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2009년부터 새로운 공식이 등장했다. '사측의 직장폐쇄→경비용역 투입→폭력사태 발생→노조 대상 징계·손해배상 소송 등 진행→기존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또는 친기업성향 노조 설립'이 바로 그것. 

중간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귀족노조 비판'이 있었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지난 7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노조 파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현대차나 금융노조는 대부분 연봉이 9000만 원에 가까운 '귀족 노조'"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귀족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만도기계가 직장폐쇄를 한 사실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년 전 유성기업이 파업 중일 때도 "연봉 7000만 원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발언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파업할 때마다 '철밥통 공무원들이(2009년 철도노조), 임금을 몇천만 원씩 받는 사람들이(2011년 유성기업, 2012년 만도) 파업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공격했다"며 "노동기본권 행사가 사회질서를 대단히 혼란스럽게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공기업의 단체협약을 개악하고, 이를 경영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모습이 기업에게 '지금이 노조를 무력화하거나 없앨 기회'란 신호를 줬다"고도 분석했다. 

적신호는 정권 초부터 깜빡이고 있었다. 2008년 9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질서 확립 방안'의 하나로 '정치파업 근절, 무관용 원칙 확립 등 선진 노사문화 정립'을 내놨다. 이듬해 '쌍용차·철도노조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복수노조·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13년간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은 청와대가 선정한 '2009년 15대 정책 뉴스'로 꼽혔다.

"타임오프제·복수노조 설립... 노조가 무너지고 있다"

▲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2010년 타임오프제, 2011년 복수노조 설립 허용 등 사용자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개편하는 과정들이 이어졌다"며 "노사관계의 균형이 많이 깨진 상태에서 (직장 폐쇄 등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들이) 정권 말 들어 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는) 금속노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여러 사업장에서 노조가 무너지거나 복수노조가 들어서 노노 갈등이 나타나는 등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침탈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김기덕 민변 변호사 역시 "과거에도 직장폐쇄는 있었지만 2010년 타임오프제, 2011년 복수노조 설립과 교섭창구 단일화가 실시되는 흐름 속에서 (용역폭력·노조 무력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만도에는 직장폐쇄 후 4일 만에 제2노조가 들어섰다. 새 노조는 지난 5일 "전체 조합원의 85.5%인 1963명이 가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JM의 또 다른 노조도 지난 13일 안산시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한편 컨택터스는 '용역깡패'라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해명문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9일까지 공식 누리집을 통해 발표한 글은 13편에 달한다. 컨택터스는 이 글에서 "연봉 최하 6000만 원에서 평균 7000만 원대를 받는 중산층 노동자들이 일은 덜하고, 돈은 더 받겠다며 파업을 벌였다"며 "일부 극렬 노조가 상습쟁의를 일으켜 국내외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노조의 불법파업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와 별다르지 않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박소희(sost)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경찰, 폭력사태 해결에 항상 한 발 늦는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18일자 기사 '"경찰, 폭력사태 해결에 항상 한 발 늦는다"'를 퍼왔습니다.
국회 행안위에서 새누리당도 SJM사태 부실대응 비판... 경찰청장 "부끄럽다"

에스제이엠(SJM) 폭력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사태 당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행안위 소집을 요구, 8월 8일 1차 회의를 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불참했지만, 여야 합의를 거쳐 열린 이날 회의에는 참석해 "경찰이 항상 (사태가 벌어진 후) 한 발 뒤에 가는 느낌을 갖는다(유승우 의원)" "경찰 대응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박성효 의원)"고 질의했다.

지난달 27일 사측이 고용한 경비업체 컨택터스가 공장에 진입한 지 20여 분이 지난 오전 5시 반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폭력사태를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 여기에 노조원과 주민들의 112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인근 지구대가, SJM 사측과 컨택터스 관계자의 설명만 듣고 되돌아간 사실까지 알려져 '경찰이 노조의 안전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찰의 경비대책 초점은 '노조 진압'? 노조 안전 보장 대책은 없어

실제로 관할서인 안산단원경찰서 경비작전계는 '노조 진압'에 초점을 맞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청이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12027 SJM 직장폐쇄에 따른 노조 반발 관련 경비대책'에 따르면, 경찰이 예상한 상황은 크게 세 가지였다. 마찰이 없을 때, 노조원 2~3명 등 소수인원의 폭력이 발생할 때, 다수의 노조원이 정문 또는 후문 진입을 시도해 용역과 마찰이 있을 때 등 모두 폭력의 책임이 SJM 노조에 있다고 가정한 내용이었다.


▲ 안산단원경찰서가 SJM 직장폐쇄 관련해 작성한 경비대책의 표지와 일부 내용. 김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이 자료에는 '노조의 폭력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컨택터스가 공장 진입을 시도할 때 폭력사태가 벌어질 경우 노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은 담겨있지 않다.

경찰은 일부 노조원만 폭력에 가담하면 '폭력행위자를 제지하고 극렬행위자를 검거한다'는 대책을 세워 놨다. 폭력 사태가 크게 발생할 때는 노조와 사측 사이를 차단하되 신속하게 노조 뒤편으로 이동, 극력행위자를 검거할 계획이었다. 만약 경비업체가 공장에 진입하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거나 노조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책은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의 부실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현 의원은 "경찰이 낸 자료에는 7월 27일 오전 5시 10분~5시 30분 일시적으로 폭력사태가 잠잠해졌다고 나왔는데 그 시각에 노동자들이 많이 다쳤다"며 "경찰 보고와 현장 상황이 다른 점을 볼 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유대운 의원도 '당시 채증 자료는 불법혐의가 없는 사람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폐기했다'는 경찰의 해명에 "채증 자료는 경찰의 기본인데, 기초 수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라며 "이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용역폭력 재발방지 대책 "지난해 유성기업 사태로 내놓은 것과 똑같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9월 경찰은 '용역폭력 원천차단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또다시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그때와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했다.당시 경찰은 위험 방지·부적격 업체 개입 금지를 위해 경비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노사분규사업장 등 용역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장에는 초기부터 적극 개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행안위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사분규사업장 등 집단민원 현장에서 폭력행위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며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경찰권을 적극 행사하고, 경비업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를 듣던 김기용 청장은 간간이 한숨을 쉬었다. 김 청장은 무거운 목소리로 "(폭력사태가 불거진 데에) 경찰 수장으로서 부끄러운 면이 있다"며 "국민들이 경찰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분발하고 쇄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채증자료 폐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며 경찰 보고가 허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8월 15일 현재, 이번 사태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사측 관계자 6명, 노조원 30명, 컨택터스 직원 17명 등 모두 53명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안산단원서에 전담수사반을 꾸려 운영 하고 있다.

박소희(sost)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용역폭력 막을 방법은 결국 '법', "컨택터스 국회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16일자 기사 '용역폭력 막을 방법은 결국 '법', "컨택터스 국회로..."'를 퍼왔습니다.
[현장] 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침탈 대책 토론회

"노사분규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이러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일부 고소득 노동조합이 정치적 파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 다시 노동조합의 파업 문제를 거론했다. 올해만 세 번째다. 파업을 벌이는 '일부 고소득 노조'가 어디인지, 어떤 점이 '정치적'인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비난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경비용역업체의 폭력에 "공권력의 민영화", "반헌법적 민간군사업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전혀 언급이 없었다.

▲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침탈 대책 토론회'에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는 가운데, 토론회장에는 살인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과 처참하게 부상당한 노동자들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 권우성

이와 관련해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1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침탈 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조파업에 대해서는 말했지만 국민을 떨게 한 용역 폭력집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말로 저 폭력집단이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직접 도와주거나 뒤를 봐주는 건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계속된 발언이 결국 폭력 용역업체들을 돕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을 촉발한 원인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또 이 사건으로 현재 정치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최근 3~4년 동안 반복된 '노조 무력화'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과,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를 제한 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 SJM공장 배치된 '컨택터스'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방패를 들고 공장앞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자동차 부품업체 노조파괴, 기획된 것인지 조사한다"

은수미 의원은 이날 토론에 앞서 "SJM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컨택터스는 국회 의정활동을 부정하고 입법권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글을 올렸다"며 "민주통합당과 환경노동위원회를 넘어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력행위가 논란이 되자 컨택터스가 "은수미 의원은 '국회 입법권' 운운하면 어색하다, 자신을 지엄하게 보이도록 국회 권위를 사적으로 오남용하고 있다"며 자사 누리집에 올린 글을 지적한 것이다.

컨택터스는 "이번 사건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의해 국회가 점령당한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그들의 사악한 의도와 이에 장단 맞추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언론의 부화뇌동에 의해 사태가 악화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까불이' 기자들에게 참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싶다"며 새 매체 창간계획을 내놓거나 "'종북' 세력들을 그대로 두면 직장은 없어지고 삶의 기반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절체절명의 국민적 위기의식에 부응하여 제4노총, '우리노총'을 출범한다"는 등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 권우성

은 의원은 또 "현재 경비업법과 노조법으로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노조법에 사용자가 폭력을 사용한 공격적 직장폐쇄를 하지 못하게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역 폭력사태는 에스제이엠뿐 아니라 쌍용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지난 3~4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또 자동차 관련 업체가 집중공격 당하고 있다"며 "그 원청업체가 어디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러한 노조파괴와 폭력이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그 부분도 지속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불법적으로 직장폐쇄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켜 민주노조를 말살하는 시스템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몇 개 특정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용역이 투입된 현장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처벌을 받은 조합원이나 철거민은 많지만 같은 사안으로 경비업체 직원이 처벌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각 지방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주요 파업·철거 현장에서 노동자·철거민은 3832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기소된 반면 용역경비·회사 측은 116명만 기소됐다. 용역경비나 회사 측은 전원 불구속 기소됐고,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장하나 의원은 "법 제도가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폭력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폭력 관련 법안으로 우선 처벌해야"

▲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 ⓒ 권우성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은 "판사 재임 시절 노조가 파업을 해서 업무방해로 재판을 받는 경우는 봤지만, 사용자나 경비용역업체 재판을 해본 적은 없다"며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비업법과 노조법을 개정해 폭력을 막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의 법률로도 이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컨택터스의 폭력은 명백히 집단 폭력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르면 "단체나 다중의 위력이나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행사 한 경우"와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력을 행한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주로 조직폭력배들이 벌인 폭력사태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서 의원은 "집단이 흉기 같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벌인 폭력행위에 경비업법 같은 낮은 처벌 조항을 적용한다면 자본의 폭력행위를 비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 권우성

같은 당 심상정 의원은 "노동부가 얼마 전 에스제이엠(SJM) 노조의 파업이 합법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래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건 불법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직장폐쇄에 대한 입장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법파업에다가 단 하루도 전면파업을 하지 않았는데 직장폐쇄는 정당할 수 없다"며 "'민간군사조직'이 헌법이 부여한 권리 위에 군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열리면 컨택터스를 불러 반헌법적 민간군사조직이 어떻게 허가를 받고,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었는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철 금속노조위원장은 "컨택터스가 에스제이엠에 투입된 지난 7월 27일 새벽, 이 땅에는 법이 없었다. 법과 질서를 이야기하는 공권력이 없고 '사권력'만 있었다"며 "폭력을 사고 파는 게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자본이 폭력을 구매하고 공권력은 그것을 방조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최근 공격적 직장폐쇄를 통한 민주노조 파괴가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노조와 정의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조 무력화 공식은 사측의 테러"

▲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격적 직장폐쇄 및 용역침탈 대책 토론회'가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 의원실, 통합진보당 심상정·서기호 의원실, 금속노조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연이은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는) 법적 개념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격적 직장폐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 변호사는 우선 직장폐쇄의 개념을 다시 정리했다. 지난 9일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응하는 사용자측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경총의 주장과 달리 김 변호사는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대응수단이 아니라 '조업 중단'"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는 곧 '임금 노동 거부'인 만큼, 직장폐쇄의 목적은 사용자가 쟁의 중인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 직장폐쇄는 사측이 농성 중인 노조를 사업장에서 몰아내거나, 파업 참가자와 불참자를 분리시켜 갈등을 일으키는 수단으로도 쓰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의 직장폐쇄가 '공격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김 변호사는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를 막고,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정당히 행사하기 위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이 함께 추진 중인 '노동조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에는 직장폐쇄는 쟁의행위가 아님을 명확히 하고, 쟁의불참자들은 조업할 수 있게 하는 부분적 직장폐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노조가 업무 복귀 의사를 밝히면 사측이 반드시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경비용역 등 외부인력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에 대한 테러적 공격의 문제점과 대응'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경비업 개정도 중요하지만 테러·공포 정치를 사라지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쟁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습적 직장폐쇄 공고 → 용역깡패 투입, 공장진입 봉쇄 → 임시직 채용·대체인력 투입 → 노조 간부에 대한 가압류·고소고발 → 선별 복귀 → 기업노조 건설과 어용 집행부 구성·기존 노조 간부 징계와 단협 해지'라는 '노조 무력화 공식'을 제시하며 "이러한 전방위적 공세는 테러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안 연구위원은 "지난 2009년 쌍용차는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노동자를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눠 내부 갈등을 키웠고, 이후 친회사성향 노조가 들어서면서 사측이 '노조 흔들기'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타임오프제,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복수노조 설립·교섭창구 단일화 실시도 한몫했다"며 "여기에 경비업체의 폭력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지부·지회들이 하나둘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중인 가운데 쇠파이프, 대나무,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회사측 용역들이 노조원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 권우성

결론은 법 개정... "노조법 개정에 대응 못했다"

노무사 출신인 은수미 의원실에 김철희 보좌관은 "이번 에스제이엠 사태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오직 국가만이 폭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사고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확산된 반인권적 노무관리의 관행과 그 이면에서 성장한 폭력사업이 조우해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발생한 폭력을 국가가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보좌관은 또 "이번 사태에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 수 있는 문건이 나왔는데, '마찰 없이 상황 진행 시', '노조원 2~3명 등 소수인원의 폭력 발생시', '다수의 노조원이 정문 진입시도 등 용역과 마찰 발생 시'로 나눠 있었다"며 "경찰이 용역에 의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노조의 대응만을 가지고 행동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경찰의 의식에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16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7일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에스제이엠에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120727 SJM 직장폐쇄에 따른 노조 반발 관련 경비대책'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관할서인 안산단원경찰서가 작성한 이 문건은 김 보좌관이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각 시나리오마다 경찰병력 이동과 극렬행위자 검거계획 및 공장 주변 병력 배치가 첨부돼 있지만 폭력을 사용하는 조합원을 검거하라는 지시만 있을 뿐, 용역들의 폭력에 대비한 지침은 없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인섭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공격적 직장폐쇄가 연달아 발생하는 데에는 "법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가) 가능하다고 오래 전에 판결을 내린 법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1991년 대법원은 '적법한 직장폐쇄라면, 사용자가 사업장을 점거 중인 근로자들의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례를 만들었다. 이 판례로 직장폐쇄 후 노조 조합원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게 법적으로 정당해졌다. 정 교수는 "법률을 바꾸는 게 현실적이지만, 법원이 (바뀐 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김기덕 변호사도 법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판사들이 법리를 몰라서 그런(직장폐쇄 허용 등 노조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게 아니"라며 "쟁의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하면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는 법 조항 자체로만 바라봐야 한다"며 "거기에 대항성, 방어성 등 (사측의 직장폐쇄를 정당화하는) 요건을 따지는 건 소설쓰기"라고 비판했다. 현행 노조법에는 직장폐쇄와 관련해 김 변호사가 언급한 규정을 제외하고 어떠한 제한 사안이 없다.

▲ 용역과 경찰의 관계는?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중인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에서 쇠파이프, 각목 등으로 무장한 사측 직원과 용역직원들 사이에서 경찰 지휘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김 변호사는 금속노조에게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공격적 직장폐쇄에서 폭력사태, 노조 파괴 등 문제점이 불거진 것은 2010년 이후 일이다. 과거에도 직장폐쇄는 있었지만 2010년 타임오프제, 2011년 복수노조 실시, 교섭창구 단일화가 시행되는 흐름속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뀌는 조건에 노동조합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개정 노조법이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했고, 동시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금속노조는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의 연이은 사법계 비판에 판사 출신 서기호 의원은 "판사들의 고민이 적고, 시야가 좁은 현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법원의 판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에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고, 판사들이 헌법의 가치를 기준으로 법률을 검토하고 재판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판사 시절에 노동자들을 만난 경험이 없을 만큼 법조계·기업인 중심으로 판사들의 인맥이 만들어진다"며 "부끄럽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하며 법원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우성(kws21)
최지용(endofw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