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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정년 60살’, 고용안정 첫걸음 뗐을 뿐


이글은 한겨레21 2013-05-13일자 제960호 기사 '‘정년 60살’, 고용안정 첫걸음 뗐을 뿐'을 퍼왔습니다.
[이슈추적] 정규직만 유리, 일자리 전쟁 등 오해 많지만 실증연구와는 달라… ILO는 ‘정년 폐지’ 권고, 연금수령 연령과 연계하고 임금제도 개편도 속도 내야

2012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삶의 질 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지만, 특히 고용안정성 지수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고용안정성 지수는 ‘6개월 이하 단기 고용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인 10%의 2배가 넘는 25.8%로 36개국 중 36위를 차지했다.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OECD 평균의 절반인 5.1년이고 비정규직의 평균은 2.2년으로, 정규직(6.6년)의 3분의 1이었다. ‘최악의 고용 불안정 국가’라는 오명을 얻은 셈이다.


» 정년 60살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부터 혜택을 입지만 그 영향은 중심에서 주변부로 퍼져나간다. 조기퇴직이 그랬듯이 말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거니는 베이비부머의 뒷모습. 한겨레 이정아 기자

중심에서 주변부로 퍼져나가는 혜택

그 오명을 벗을 첫발을 지난 4월30일 내디뎠다. 국회 본회의에서 ‘정년 60살’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2016년 1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노동자 300명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지방공사·지방공단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300명 미만 중소기업과 국가·지방자치단체는 1년 뒤인 2017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재계는 “정년 연장 의무화는 대기업 노동자만 주로 혜택을 받게 돼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300명 이상 대기업의 94.5%가 정년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300명 미만 중소기업은 그 비율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또 정년 연장의 대상이 정규직 노동자로 제한돼 비정규직과 소득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절반의 진실’이다. 대기업과 정규직부터 혜택을 입는 것은 맞지만 그 영향은 중심에서 주변부로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조기퇴직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를 요약하면 이렇다. 15살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100명이라고 가정하면, 61명이 경제활동인구다. 나머지 39명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들은 경제활동을 할 의사가 없다. 경제활동을 하는 61명 중 3%인 2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다. 나머지 59명은 취업자다(고용률 59%). 고용자 중 대략 30%인 17명이 자영업자(비임금노동자)다. 70%인 42명은 임금노동자이며, 그중 절반이 정규직이고 절반이 임시직·일용직인 비정규직이다. 임금소득으로 가정을 책임지는 고용인구는 생산가능인구 100명 중 21명 정도다. 21%가 임금노동자의 중심을 형성하고 나머지 80% 가까이가 주변부에 해당하는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인 셈이다. 물론 자영업자에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비정규직 못지않은 저소득 계층이다.
중심과 주변부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자영업의 절대 비중이 높은 이유는 임금노동자의 조기퇴직 탓이다. 임금노동자의 평균 정년은 57.4살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53~54살이다. 정년을 채운 비율이 10.9%뿐이기 때문이다. 정년이 대부분 65살이고, 실제 퇴직하는 나이는 61.8살인 유럽과 비교된다. 미국도 65.8살까지 일한다. 남자의 경우 군복무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인이나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생애의 주된 일터에서 10년 이상 빨리 퇴직하는 셈이다.
조기퇴직자가 생계를 유지하려고 선택하는 게 자영업자(비임금노동자)다. 통계청의 ‘비임금노동자의 부가 조사’(2010)를 보면, 자영업자의 51.9%가 50살 이상이고 그 범위를 40살 이상으로 넓히면 무려 80.8%에 달한다. 자영업자 비중도 29%대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반면 임금노동자의 비중은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나 낮다.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146만원으로 임금노동자(220만원)의 68%다. 신규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퇴출될 경우 창업자금을 대부분 날린다. 정년을 늘리면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년 60살이 정착되면 비정규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50대에는 정규직으로 수평 이동하는 비중이 줄고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중이 늘기 때문이다. 비중을 보면 51~53살의 비정규직은 28.7%지만 60~62살은 59.9%로 급증한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6.4%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0대의 재취업은 어렵고 성공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낮아 빈곤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08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이용해 상대 빈곤 비율을 따져보면, 40대에 10.5%였던 빈곤가구의 비율이 50대에 14.4%로 높아지고 60대에는 31.4% 수준으로 치솟는다. 베이비부머 (1955~63년생)가 정년퇴직을 시작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 2012년 9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에서 중·장년층이 입사원서를 쓰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영국, 연금 수령 연령 미만 퇴직 금지

정년 연장으로 8가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금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첫째, 중·장년층의 소득 증가로 빈곤 예방과 경제적 안정, 소득 양극화 완화에 기여한다. 둘째,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아 정년 뒤의 삶과 일에 대한 합리적 설계와 준비가 가능하다. 셋째,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해소에 보탬이 된다. 넷째, 노년층의 복지 수요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에 긍정적 효과를 이끈다. 다섯째, 내수를 진작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여섯째, 자영업 진출을 예방해 경쟁을 완화한다. 일곱째, 국민연금의 재정이 안정화된다. 여덟째, 연공 중심의 임금제도 개편을 유도하고 노동자의 생산성을 증대한다.
이런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정년제도를 더 개선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에 맞춰 앞으로도 꾸준히 법정 정년을 확대해야 한다. 정년연장법을 발의한 이목희 의원(민주통합당)은 제안 이유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업주가 노동자의 정년을 60살 이상으로 정하되, 이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고려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함으로써 기업의 정년 관행을 개선하고 고령자 고용을 확대할 것이다.” 2012년 60살이던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5년마다 1살씩 증가해 2033년에는 65살이 된다.
일본이 정년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65살로 높이는 법을 4월부터 시행한 이유다. 영국은 공적연금 수급 연령(65살)과 동일한 기본퇴직 연령을 정해 그 미만의 정년퇴직을 금지했던 적이 있다. 프랑스도 한동안 퇴직연금 완전액 수급 연령(65살) 미만의 정년퇴직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정년을 70살까지 연장했다가 정년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연령 탓에 고용을 종료하는 입법은 고용차별 금지의 원칙에 반해 검토돼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규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조용만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우리도 정년 연장의 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정년을 금지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60살 정년 의무화는 정년제 개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대 간 일자리 전쟁’ 논쟁은 정년 확대의 걸림돌이다. 고령층 고용이 일자리를 잠식해 청년층 실업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자리 총량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내외 실증연구에서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증연구는 고령자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층 고용이 함께 늘어나는 보완적 관계를 보여준다.
1994년 OECD에서는 일부 회원국의 청년층 실업의 원인으로 고령자의 노동시장 장기 체류를 꼽았다. 고령층이 물러나면 청년층이 그 자리를 메울 거라며 조기퇴직을 권고한 것이다. 이른바 ‘고용대체론’이다. 그러나 2005년에 이 권고를 폐기한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에서 10년간 실시했더니 사회 재정 부담만 되레 가중되고 정작 청년 실업 해소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주엽 연구원이 1982년 7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연령계층별 고용·실업 현황을 실증연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고령층 취업이 늘어나면 청년층 실업이 늘어난다 △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하면 청년층 고용률이 하락한다 등 다양한 가설을 실증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안 연구원은 “청년층과 고령층 간에 직종 분업이 상당이 이뤄져 있어 대체관계에 있다기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결론 냈다.
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이 일치하도록 임금제도를 개편하는 작업도 남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폭이 2배나 높기 때문이다. 이인제 인천대 교수(경제학)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제도(임금연공성)와 정년연령의 관계를 연구해보니, 임금연공성이 큰 기업일수록 정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규 채용 때 나이 제한을 두거나 초기 임금이 많은 기업 역시 정년 연령이 낮았다. 이 교수는 “법적 정년 연장의 도입에는 반드시 연금연공성을 해소하는 정책적 조처가 수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생애임금과 생애생산성이 일치하도록

정년연장법도 임금정책을 반영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는 기업에는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고, 개편할 여력이 없는 기업에는 정부가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안주엽 연구원은 새로운 임금체계로 ‘점진적 퇴직제’를 제시한다. 첫 단계인 60살까지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종일(주당 40시간) 근무한다. 현행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62살까지는 2단계로 주 4일(주당 32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63살부터 65살까지 마지막 단계는 정년퇴직 뒤 재고용제도를 적용해 주 3일 또는 주당 24시간만 근무한다. 안 연구원은 “생애임금과 생애생산성이 일치하면 노사 모두 이직이나 해고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전문대학원)는 “노령화로 장시간 업무의 긴장도와 집중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짧은 노동시간이 대안으로 논의되는 데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연평균 2193시간을 일해 OECD 평균(1749시간)을 400시간이나 웃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참고 문헌 한국노동연구원 토론회 ‘정년연장, 어떻게 할 것인가’(2012), 김승식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2013),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년연장법 검토보고서’(2012)

2016년 58년생 58살

정년연장법 첫 수혜자, 58년 개띠

‘58년 개띠’가 또 일을 냈다.

58년 개띠(55살)는 베이비부머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대체로 1955~63년에 태어난 695만 명(전체 인구의 14.6%)을 일컫는다. 이들의 앞 세대인 만 56~64살(428만 명)보다 약 270만 명이나 많다. 특히 58년생은 최초로 신생아 80만 명 시대를 열었고, 2013년 2월 현재 77만9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2%를 차지한다.
58년생은 한국 현대사를 새로 써왔다. 평준화 첫 세대다. 중학교를 무시험으로 들어갔고 고등학교 입시도 ‘뺑뺑이’로 바뀌었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도약하던 시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1987년에는 ‘넥타이 부대’로 거리를 누볐다. 결혼과 출산 때는 ‘200만 호 건설’이라는 명목으로 주택 수요가 급증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년연장법의 첫 수혜자도 58년생일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수가 300명이 넘는 사업장(대기업)의 평균 정년은 현재 57.4살. 정년연장법을 보면, 대기업은 2016년부터 정년을 60살로 늘려야 한다. 2016년이 바로 58년생이 58살이 돼서 은퇴해야 하는 해였다. 하지만 정년연장법 덕분에 이들은 2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국민연금을 받는 62살이 한층 가까워진다. 이렇게 58년생이 정년 연장 효과를 누리면 뒤이어 59년(돼지띠), 60년(쥐띠)생도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노동자 수 300명 이하의 직장에 다니는 58년생의 운명은 엇갈린다. 이곳은 2017년부터 정년 60살을 도입하도록 법이 규정해 59년생이 첫 수혜자가 된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합의로 정년 연장을 2016년에 시작하기를 권하고 있다. 이럴 경우 첫 수혜자는 58년생이다.
정년연장법은 58년 개띠의 작품이기도 하다. 법안 처리를 주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58년생이다. “국회의원은 4년짜리 비정규직이다. 개인적 이익과는 상관없이 소신대로 (법안을 처리)했다.” 김 의원은 2002년 주5일제 노·사·정 협상 당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도 58년생이다. EG그룹(산화철 제조·가공 전문업체) 회장이라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지는 않는다.
지난 4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보수적으로 (추정)해서 현재 50살에서 54살인 분들의 근속기간이 2년 이상 늘어나는 경우 기간제(노동자)를 제외하면 7만8천 명 정도 (정년 연장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무직, 연봉 2800만원, 정년 62살

우리가 꿈꾸는 일자리

‘연봉 2800만원, 정년 62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일자리는 이렇게 소박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2년 12월18~27일 성인 남녀 1005명에게 물었다. ‘평균 몇 살까지 일하고 싶은가?’ 정년 65살까지가 34.1%로 가장 많았다. 60살(31.8%), 70살(14.5%), 55살(10.3%), 70살 이상(9.2%)이 뒤를 이었다. 평균은 62살이었다. 현재의 퇴직 연령인 53살은 턱없이 짧은 셈이다. 최소 희망 월급은 평균 230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약 2800만원이다. 40대가 월 24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일하는 형태는 사무직(56.7%)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그다음은 서비스직(20.3%)이었고 생산직(15.9%), 영업직(7.1%)은 소수였다. 일하는 형태는 종일근무(62.6%)가 다수였지만 계층별로 차이가 났다. 주부는 반일근무(44.2%)가 종일근무(39.5%)보다 많았고 파트타임도 16.3%나 됐다. 20대도 종일근무(46.7%)와 반일근무(40.7%)가 엇비슷했다.
10명 중 9명은 임금 대신 고용 안정을 선택했다. 임금이 약간 낮더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응답자가 87.5%인 반면, 고용이 약간 불안해도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원한다는 응답은 12.5%에 그쳤다. 연령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좋은 일자리란 높은 임금을 주는 곳이 아니라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곳이라는 얘기다.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에도 10명 중 9명이 찬성했다.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36.7%), ‘약간 그렇다’(53.4%)라는 긍정적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무직(88.7%)·생산직(97%)·판매서비스직(90.1%) 등이 다 그랬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석후 연구위원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은주 

2013년 1월 8일 화요일

서울시의 ‘정규직화’가 해고로 날아온 계약직 노동자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08일자 기사 '서울시의 ‘정규직화’가 해고로 날아온 계약직 노동자'를 퍼왔습니다.
“무기계약직 전환해 정년 2년 줄어드는 이런 억울한게 어딨냐”

 
ⓒ양지웅 기자 서울메트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3년간 서울메트로의 한 차량기지 이발소에서 보조로 일해 온 계약직 노동자 김삼순(58)씨는 지난달 7일 예상치 못한 해고통보를 접했다. 매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일한지가 어느덧 20여년, 그는 앞으로 2년간은 더 일할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회사는 김씨에 해고통지를 하기도 전에 홈페이지에 구인공고부터 올렸다.

김씨는 "말로만 퇴직한 거지 사실 쫓겨났다"면서 억울해했다. 그는 "서울시 정책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해준다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2011년 5월 간접고용 비정규직 1,133명을 정규직화한 데 이어 올 초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하철 해고노동자 16명을 복직시킨 것은 물론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2,800여명의 정규직화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중간에서 어긋나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모순이 벌어졌다.

2007년 무기계약직 전환과정에서도 정년 두고 논란 일어나

ⓒ양지웅 기자 서울메트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인 김삼순 씨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계약직과 정규직의 '정년'이 2년 차이가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는 서울시정책에 따라 계약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는 정년을 58세로 정해둔 사규칙 따라 김씨를 그만두게 했다. 

사측은 '근무 상한연령은 인사규정에 의한 정규직원 정년의 연령을 원칙으로 한다'고 계약직운영관리 내규를 개정해 58세 정년을 계약직에 적용했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계약직 노동자들은 통상 60세를 정년으로 일해 왔다고 한다. 실제 김씨도 해고되기 전까지 60세 동료들과 함께 일했다. 김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으면 정년이 60세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정규직과 같이 정년이 58세로 줄어 퇴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이유로 해고된 이들은 총 7명으로 이들은 모두 10~20여년 간 식당 조리원, 매점, 목욕탕, 이발소 등 후생관련 업무에 종사해왔다.

정년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07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했다. 서울메트로는 2007년 5월 31일을 기준으로 만 55세 이상 노동자는 정년을 60세까지로, 만 55세 미만자 중 무기계약직 전환대상 45명은 정규직과 같은 58세로 정년을 적용했다. 당시 만 55세 미만에 포함됐던 김씨는 이에 따라 정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이번에 해고됐다.

사측은 지난 2011년 '근무 상한연령은 인사규정에 의한 정규직원 정년의 연령을 원칙으로 한다'고 계약직운영관리 내규를 개정해 58세 정년을 계약직에 적용했다. 그러나 당시 두 명의 해고대상자는 촉탁직으로 재고용해, 58세 정년 적용에 따른 해고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서울메트로 노조측은 2007년 당시에도 "노동조건 개선 없이 정년만 60세에서 58세로 줄이는 무기계약직 전환안을 내놨다"면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노동자들은 당시부터 임금, 병가 등 근로조건 및 복지후생을 보장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시 정규직과 같은 실질적 처우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처우개선 없이 정년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 취지가 일선 행정관료 및 사측 간부에 의해 왜곡됐다"

ⓒ양지웅 기자 서울메트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인 송순녀 씨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인사처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60세까지 일한다는 보장은 없었다"며 "계약직이라는 게 매년 계약을 하다보니 신분이 불안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사규의 비정규직 부분에 따라서 규정대로 진행된 것"이라며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헌용 서울메트로 노조 대의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서 정년이 오히려 2년이 단축되는 이런 억울한 경우가 어디 있냐"며 사측을 규탄했다. 그는 "박 시장의 취지는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일선 행정관료들과 사측 간부들이 왜곡해 적용하면서 희생자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배현의 노무사는 "이 분들이 계약직은 맞지만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측면에서 60세까지는 보장되야 한다"고 밝혔다. '갱신기대권'이란 비정규직인 계약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업무의 연속성이 있고 능력이 인정될 경우 계약의 갱신을 의무화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계는 이번 해고가 박원순 시장의 정책 방침과도 어긋나고 노동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동의 없이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조항의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메트로 측에 확인해봤는데 기간제 근로자, 무기계약근로자, 정규직 직원들 정년이 58세로 동일하다고 확인됐다"면서 "내용을 추가확인 중이라 현재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해고된 퇴직자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통해 '정년 2년단축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8월 31일 금요일

두들겨 팬 용역보다 '조폭두목'처럼 설쳐댄 회사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31일자 기사 '두들겨 팬 용역보다 '조폭두목'처럼 설쳐댄 회사가…'를 퍼왔습니다.
[폭력에 내던져진 노동자들·①] 정년을 앞둔 SJM 노동자 이상열 씨

SJM의 용역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테러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이번 사태는 일부 용역업체의 불법적 행위와 폭력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만연했던 민주노조에 관한 자본의 공격적 행동을 폭로한 사건이기도 했다. ·다산인권센터와 (프레시안)은 노동기본권이 무엇이며, 노동자가 바로 자신이고 가족이고 이웃인 평범한 사람들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획은 지난해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해서 (사람꽃을 만나다)를 발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산인권센터가 SJM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인터뷰했다. 첫 회는 전 아주대 김철환 교수가 정년을 앞둔 SJM노동자 이상열 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아주대 김철환 교수는 퇴임직전까지 아주대 교수회의 의장을 맡아, 사학비리와 싸웠다. 퇴직을 앞둔 어느 날 평생을 바친 회사로부터 배신당한 아픔, 그러나 그보다 남겨진 후배들의 처지 때문에 걱정이라는 노동자 이상열 씨. 그는 회사를 퇴직해도 노동조합은 퇴직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의 오랜 대화를 김철환 교수가 글로 보내줬다. (편집자)

그의 첫 인상은 곱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마에 주름 하나도 없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없다. 그 험한 꼴을 당한 사람이라면 의당 내뿜어야 할 분노도 가슴 속에서 삭이는 모양이다.

그 보다도 그의 부인이 용역의 만행과 회사의 부당함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방방 뜬다"고 전한다. 그에게는 분노의 분출보다도 앞으로 후배들이 겪어야만 할 어려움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가족 같은 직원 관계"가 무너지고 "원만하던 노사관계"가 3년 전부터 어긋나더니 급기야는 파국의 경지에 이르게 된 현재의 상태가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에게 이번 에스제이엠(SJM) 사태는 퇴직을 불과 몇 달 남겨 놓고 겪어야만 하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는 금년 말 12월에 퇴직할 예정이다. 1987년에 입사했으니 무려 25년을 재직한 회사이다. 회사가 설립 된지 37년이니 그의 삶이 회사의 삶과 거의 중첩된다. 힘들었던 철야작업도 수당 받는 재미보다 회사가 잘나간다는 안도와 자랑스러움으로 마다하지 않았다.

그에게 SJM은 "가족 같은 우리 회사"였다. 직원 사이의 관계도 상사, 부하의 수직적이고 경직적이라기보다는 서로 서로의 애경사를 챙겨주고 돌봐주는 수평적인 관계였다. 회사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설악산이나 강원도 등지에서 가졌던 야유회와 체육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일"이었다. 부인과 애들도 함께 즐겼던 야유회와 체육대회에는 회장님과 임원 모두도 참가했던 화목한 모임이었다.

▲ 이상열 씨. ⓒ다산인권센터

노동자의 헌신으로 어려움을 뚫고 나간 창업 초기

창업 초기 회사가 여러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힘은 고용된 노동자들의 헌신이다. 회사와 노동자가 동일체가 되면 될수록 노동의 강도는 헌신적으로 강해진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창업주들은 이 회사가 "우리의 회사"임을 강조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이익을 나누면서 함께 가자고 강조한다. 아마도 창업후 일정 기간 SJM은 사장과 고용된 사람이 함께 키우려는 문자그대로의 "우리 회사"였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 새벽 아수라장의 공포와 후배 조합원들이 당한 야만적 폭력에 대한 분노 속에서도 회사 창업자를 꼬박 꼬박 "회장님"이라고 호칭한다. 그의 인생을 바쳤던 "우리 회사"에 대한 애정이 들여다보인다. 재벌회사의 절대 권력을 칭하는 "CM(Chair Man)"과는 전혀 다른 사람 냄새가 풍기는 "회장님"이다.

실상 그 동안 SJM은 안산지역에서 세인의 입에 오를만한 노사분규가 없었던 사업장이었다. 오히려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진 평판이 좋은 사업장이었다. 노조가 설립될 당시에는 SJM은 한국노총에 가입했었다. 노조가 3대에 이르러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할 당시 겪었던 진통이 가장 큰 분규였다. 당시 조합원들은 협박과 회유를 당했지만 다행히 부당하게 해고 되었던 노조위원장은 복직되었고, 일시적인 상처는 원만하게 치유되었다.

"가슴 아픈 일 없었던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과 그 가족, 그리고 회장님과 임원 모두가 함께 했던 야유회가 대표이사만이 참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노무이사만이 참가하는 마치 "노무팀과 함께 하는 형식적인 야유회 체육대회"가 되어 버렸다.

원만했던 노사관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노무를 전담하는 이사가 외부에서 영입되었다. 이번 컨택터스라는 용역업체를 동원하고 현장에서 지휘하던 노무이사가 바로 그 때 영입된 인물이다. 노사가 과거에는 "대등하게 진행되었던 협상이 대화 보다는 일방적으로 회사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노조를 무시"하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에 진행되었던 협상에는 대표이사가 12차까지 불참하고 노무이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되풀이 되는 파행이 발생했다.

노사관계가 경직되고 상호 믿음에 균열이 발생하고 협상이 파행으로 이어진 것은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는 그 동안 꾸준하게 성장하여 탄탄해졌다. SJM은 이 번 사태에서 흉기로 둔갑한 벨로우 생산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남아공 중국 등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해외투자도 확대되어 왔다. 회사가 탄탄해지면서 계열회사도 확대되었다. SJM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도 설립되었다.

이익구조가 탄탄해지면서 변한 회사

회사는 약정한 성과급의 배분에도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200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 해에도 그 이익을 성과급으로 배분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금 20억 원만이 성과급의 대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함께 막대한 순수익을 내던 회사가 적자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창업주인 김00 회장의 장남인 김00 상무에게 지분이 옮겨가는 과정이었다.

▲ 이상열 씨(왼편)와 김철환 교수(오른편). ⓒ다산인권센터
창업 초기 어려울 때 창업주가 강조하던 "우리 회사"가 이익구조가 탄탄해지면 "내 회사"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과 사회의 특징이다. SJM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내포하고 있는 끝없는 탐욕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세태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세계에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익 추구보다는 교육이라는 사회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공익법인인 대학마저도 이러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금반지 팔아서 만든 내 대학"은 대물림되고, 사유화 되는 현상은 비난은 고사하고 하나의 관행으로 이미 뿌리내려 있다.

SJM의 노사관계가 조금씩 삐걱대고 파행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파국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민주노총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강성 노조'라고 오해받고 그러한 워딩의 편견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물론 SJM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노사관계는 원만한 편이었다. 고용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도 일부 사업장에서 부분적인 파업에 들어가 있었을 뿐 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갑작스럽게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고, 파업을 하지 않고 있던 제3공장에도 "문 때려 잠그고 나가라"라는 통보를 했다.

"올 것이 왔다"라는 불안감 속에서 노조원들의 농성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는 저녁에 퇴근했다. 새벽 4시 잠이 깬 그에게 전화가 왔다. 용역들이 진입하고 농성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그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는 전화였다.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가 현장으로 가야겠다는 결정에 이른 시간은 채 5분도 안되었다. 그는 옷을 걸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과 10분에서 15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후문으로 현장으로 들어갔다. 2층 노조 사무실에 사람들이 몰려져 있고, 참혹한 현장은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사태의 위험성과 더 큰 사고를 우려한 조합원들이 2층 사무실에서 나가겠다고 용역회사에 요청했다. 이 때 회사의 노무이사는 현장의 용역 책임자와 무엇인지를 협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현장에서 나가는 와중에 용역들이 회사 제품을 담아 논 박스에서 물건을 끄집어 내 던지기 시작했다. 나가겠다고 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흉기로 공격한 것이다. 여성조합원들에게도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 그도 예외는 아니어서다리와 허벅지를 곤봉으로 맞는 폭행을 당했다. 다른 조합원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2차 공격은 1차 공격보다는 약했다고 한다.

ⓒ다산인권센터

용역보다 더 원망스러운 회사

그는 현장에서 두들겨 맞고 피신한 직후에는 목숨은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도 엄습하는 좌절과 불안의 감정이 더 컸다고 한다. 지금 그에게 가장 섭섭한 대상은 그들을 공격한 용역이 아니다. 용역보다는 회사가 더 원망스럽다. 특히 "조폭 두목처럼 현장에서 설치던" 노무담당 이사가 그의 마음을 애처롭게 만든다.

그에게 가장 섭섭한 대상은 경찰이다. "머리가 깨지고,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사람이 생기는 참혹한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부동자세에서 처다 보지도 않고" 외면하던 경찰에 대한 그의 원망은 그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하기야 "살려 달라, 안에 사람이 죽는다"라는 절규를 만행의 현장에서 외면하는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불과 퇴직을 몇 달 남겨 논 그의 입장에서는 "험난한 분규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감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은 현장을 외면하고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 후배 조합원들"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문제가 제일 걱정스럽다. 그도 다른 나이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흥분을 진정시키면서 회사가 파국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측이 사과한 후에 원만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바람을 외면하는 듯하다. 회사는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직장폐쇄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업체만 바뀐 용역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아직도 공장 밖에서 농성 중이다. 회사는 심지어 노조원들에 대해 고소를 한 상태이다. 그는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농성에서 빠져 나오고 노조를 탈퇴하라는 회사의 집요한 공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노조 간부에 대한 민사상의 손배소가 이어질 것이고, 제2노조가 설립될 것이다. 이러한 만행은 또 다른 사업장으로 번질 것이다. 이러한 비극과 만행을 끝내야 한다.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할 이유이다.

* SJM 문제해결과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시민문화난장이 1일 오후 5시부터 SJM 공장 앞에서 열린다. 길거리 강연을 비롯해, 허클베리핀, 지민주, 연영석, 이지상 등의 공연도 진행된다. 아래 웹자보. 

ⓒ다산인권센터

/김철환 전 아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