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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박원순 시장 무상보육 책임져라? 보건복지부 적반하장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5-31일자 기사 '박원순 시장 무상보육 책임져라?  보건복지부 적반하장'을 퍼왔습니다.
[Weekly Punch]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마찰

무상보육을 찰떡같이 약속한 새 대통령을 뽑고도 무상보육 대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서울시가 6월이면 양육수당이 바닥난다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자,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도리어 서울시를 탓했다.
지난해에도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가 끝 모를 대립을 이어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무상보육 폐기안을 내밀었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때마침 대선 후보들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하면서 재정문제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겨졌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발의한 제1호 법안이 무상보육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집행해야할 정부부처가 지방정부의 책임을 되묻고 있어 적반하장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서울시 ‘겨냥’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서울시의 예산편성을 문제 삼았다. 올해 영유아 무상보육이 전면화 되었음에도 서울시가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 예산을 작년과 동일하게 편성해 무상보육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9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무상보육 추가부담이 없도록 한 약속에 따른 조치라며 반박했다.
현재 무상보육 재정 부담은 서울시만의 고민은 아니다. 4월 중순 현재까지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을 전액 편성한 지자체는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에 불과하다(보건복지부, “2013년도 영유아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방비 편성 현황”, 2012.5.22). 빠르면 6월에 이어 하반기까지 전국적으로 무상보육 대란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의 재정 부담은 더 큰 편이다. 서울시의 무상보육 재정 총 1조 656억원 중 7583억원이 서울시의 몫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보육예산과 비교해 3711억원이 늘어난 비용으로, 국비 증가액 1471억원보다 2.5배 이상이다(서울시, "무상보육 관련 서울시 설명자료“, 2013.5.23).
기획재정부는 한술 더 떠 지방정부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라고 주문한다( “기재부, 지자체에 보육료 추가 지원 어렵다”. 2013.5.27). 중앙정부의 세출과 비교해 지자체의 SOC(지역 개발 등)나 축제 등 문화분야 지출이 높은 건 맞다. 그러나 영유아보육 등과 같이 지자체의 매칭부담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산해보면 사회복지비 시도별 비중은 전국 평균 20.5%로 높다. 광역 지자체의 사회복지비 부담은 25.2%이며, 전국 자치구 부담은 평균 44%로 실제 집행이 어려워지고 있다(정창수, “무상보육예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원석 의원실 긴급토론회, 2012.7.11).



‘네 탓’ 끝내고 박 대통령 공약 집행해야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상보육과 같은 국가사업이 재정력이 제각각인 전국 지자체에 시행되려면 국가 부담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유아사업 국비 비율을 지방 70%, 서울 40%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이 안은 2013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려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와 ‘네 탓’ 공방만 반복해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이 때 무책임한 ‘정부’에서 벗어나려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최우선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최정은 / 새사연 연구원
아동, 여성, 노인 등 가족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3년 5월 3일 금요일

서울시,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이후 예산 53억 절감된 이유는?


이글은민중의소리 2013-05-03일자 기사 '서울시,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이후 예산 53억 절감된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간접고용 청소노동자 정규직화로 ‘중간착취’ 해소...임금 등 처우도 개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 보니까 오히려 예산이 더 남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 상승과 각종 복리후생 혜택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기업이 비정규직 사용을 선호하는 것도 비용 절감 때문이다. 그러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예산이 더 남는다는 박 시장의 말은 고개를 갸웃 거리게 한다. 

이 의문을 푸는 열쇠는 '중간착취' 문제다. 서울시는 전임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 시기에 공기업 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등의 청소 업무 등을 외주화했다. 

2012년 11월 기준, 서울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약 6,231명으로 파악된다. 이중 청소용역 노동자가 4,172명(66.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청소용역 노동자의 대부분은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과거에는 직접 고용하고 있던 청소, 경비, 시설관리, 식당 조리배식 등의 업무를 구조조정과 효율화(경비절감 등) 방침에 의해 민간위탁이라는 형태로 외주화 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라는 특성상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고통받았고,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문제에 대해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규직 전환하는데 53억 절감...고리는 중간착취 해소

서울시는 지난해 5월 1일 시 산하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12월 5일에는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으로 서울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직접고용·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처우가 가장 열악한 간접고용 청소노동자 4,172명이 혜택을 받는 주요 대상이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간접고용 청소노동자 3,116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6월 1일 전원 정규직화할 계획이다. 또 본청과 사업소 등에서 간접고용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올해 각각의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시가 준공무직으로 직접 고용한 뒤, 2015년이 되면 정년 이하 인원은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년 초과 노동자는 준공무직 신분으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할 방침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시의 예산 부담이 늘어날 것 같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53억 원 가량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 시에서 청소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을 줄 경우, 인건비와 관리비 등 수수료가 지출되는데, 시에서 직접고용 할 경우 외주업체로 이전되는 관리비 등의 예산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시에서는 추가 예산 증액 없이 간접고용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줘 실시한 '서울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기본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에서 청소용역을 주면서 업체에 지불한 노동자 1인당 월도급액은 216만5000원이었다. 이 금액에서 노동자가 월급으로 받은 금액은 136만1000원이었다. 차액 80만4천원은 업체의 이윤, 일반관리비 등으로 업체에 이전되는 비용이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청소 용역업체에 1인당 월도급액으로 221만원을 지급했고, 이 금액에서 노동자는 149만8000원을 받아갔고, 71만2000원은 업체가 가져갔다. 
서울시 공공부문 청소 직종 임금 '직무급' 설계내역 검토ⓒ서울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기본방안 연구


서울시 공공부문 주요 간접고용 예산 구성비ⓒ서울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기본방안 연구


서울시가 청소 업무를 용역을 주지 않고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업체가 관리비 등으로 가져 가던 비용으로 인건비를 올려주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청소 용역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1인당 월급을 20만원 가량 올려 152만8000원을 주어도 단기적으로는 간접고용 방식 보다 약 53억 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는 정원규제와 총액인건비제로 마음대로 인력을 늘릴 수 없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청소 업무 등을 간접 고용으로 돌려왔다. 저희 입장에서는 예산을 줄여서 입찰을 붙이면 그걸 받은 업체는 인건비를 줄여서 이윤을 남기다 보니 그 피해를 근로자들이 고스란히 받아왔던 것이다"라며 "이번 대책은 그동안 업체에 수수료로 가던 것을 시가 직접고용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이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예산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총액인건비제와 공무원 정원 제한은 비용억제 대신 공공부문 비정규직만 늘리는 이유가 됐고, 그 과정에서 인력송출업체만 배를 불려온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에 서울시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100억 원이 안 들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치적을 위한 토목 사업을 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며 "중앙정부에서 기관을 평가하거나 교부금을 내려보낼 때 정규직 전환 노력을 평가해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오세훈·허준영 허황된 꿈만 꿨다”


이글은 시사IN 2013-03-28일자 기사 '“오세훈·허준영 허황된 꿈만 꿨다”'를 퍼왔습니다.
‘용산의 꿈’은 부도로 끝났다. 서울시의 용산 개발 확장 계획에 반대한 김진애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100층 이상 빌딩을 짓고 서부이촌동까지 확대하는 등 탐욕과 환상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던 31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이 이자 52억원 때문에 부도 위기를 만났다. 이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사업성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파국이 예상됐던 터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도 그랬다. 김 전 의원은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에는 용산개발사업 자문위원을 맡아 서울시의 사업 확장 압력에 강력히 맞선 바 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용산개발사업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3월15일 오후 (시사IN) 기자를 만난 김 전 의원은 용산개발사업의 파국은 결국 탐욕과 환상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시사IN 조남진 김진애 전 의원(위)은 서울시의 무리한 개발 계획을 비판했다.

용산개발사업의 문제점이 결국 표면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토건 재앙들도 터지고 있다. 4대강 재앙, 뉴타운 재앙, 한강 르네상스 재앙에 용산 재앙까지…. 결국 탐욕과 허황된 환상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세계적인 개발 거품의 절정이었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신기루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시가 큰 영향을 미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를 보면 그림 자체가 마치 두바이 같다.

2007년 용산개발사업의 자문위원을 했으니 당시 내막을 잘 알지 않나?
용산은 서울의 중심에 해당되지만 아직 개발이 안 된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의 마지막 프런티어(개척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용산은 요지(要地)이므로 어떤 개발을 하든 실패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여정부 당시 코레일이 용산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 코레일은 적자로 찌들어 있었는데, 개발이익으로 (공기업인 코레일의) 재무상태를 개선하려는 방안이기도 했다. 괜찮은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06년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용산 개발과 연결시키면서 문제가 생겼다. 2007년, 용산개발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키며 사업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버린 거다.

그때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안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스크가 너무 커진다. 도시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이 개입하기 이전) 당초 개발 규모도 십수만 평이니 리스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 때 사업을 서부이촌동으로까지 확대했다. 더욱이 이촌동엔 수많은 주민이 살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민원이 걸려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개발사업이든 당초 예측·계획한 대로 풀릴 수 없다. 더욱이 서부이촌동에는 세운 지 겨우 2∼3년 된 아파트도 있었는데 재개발이라니, 도덕적으로 말이 되는가. 2007년 코레일(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1대 주주)에 조언할 때 당시 이철 사장에게 “(서부이촌동까지 확장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버텨라”라고 했다. 그런데 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승인해야 가능한 사업이었다. 사실상 서울시가 사업 인가권을 가지고 ‘서부이촌동도 개발하라’고 압력을 넣은 거다. 결국 이철 사장은 버티지 못했다. 코레일은 서울시에 걸려든 거다.

오세훈 전 시장은 용산에 두바이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당시 서울시는 심지어 용산에 100층 이상 빌딩을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코레일에 제시했다. 원래 개발이란 것은 사업성을 따지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각종 억지 조건을 집어넣어 (코레일을) 묶어버린 거다. 결국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리스크가 커졌고….

ⓒ뉴시스 서울 광화문 드림허브 본사에 설치된 용산국제업무지구 모형.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원래 도시개발엔 거품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거품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당장 주민들부터 앞으로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집을 사지 않나. 그러나 (서울시 같은) 공공기관은 가운데서 지긋이 중심을 잡으며 당근과 채찍으로 업계를 잘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흥분해서 사업에 뛰어들어 ‘너무나 안전한 사업’을 망쳐놓은 것이다.

‘용산 개발’이 당초엔 안전한 사업이었나?
 원래 개발사업에서 가장 힘든 것이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용산의 개발 지역은 원래 코레일의 땅이었다. 그러므로 땅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코레일은 공공기관이므로 사업기간을 조정할 수도 있고, 일부 매각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리스크를 키웠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거품이 꺼지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다.

국회의원 재직 시 국정감사에서도 용산개발사업에 대해 많은 지적을 했다.
 2010년 국감부터였는데, 서울시와 코레일에 차근차근 얘기했다. “(당신들) 계획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단계적으로 안전하게 바꿔라. 안 그러면 다 같이 무너진다.” 그러나 허준영 당시 코레일 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이동풍이었다.

그들의 당시 계획이 어땠는가?
 허무맹랑했다. 23만 평에 이르는 용산개발사업 전체를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엄청난 물량이 분양되어야 하는데,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2010년에 그런 투자를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오세훈 전 시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2011년에도 용산에 세울 100층 넘는 빌딩의 그림이 나왔다. 그래서 오세훈 전 시장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동안 펼쳐놓은 일들 뒷감당하기 겁나서 저러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도시개발 관련 심의위원회가 있고 거기에는 전문가도 많이 들어간다. 
 국정감사 당시 위원회 회의록을 열람한 적이 있다. (서울시 측의 계획에) 반대한 전문가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단군 이래 훌륭한 사업’이니 ‘오세훈 시장의 역작’이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바람잡이 노릇을 했더라.

아무튼 그동안 예상하던 사태가 터진 셈인데, 문제 해결의 원칙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용산개발사업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대로 추진하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매몰비용(이미 투입해서 사업을 중단하면 손해 보게 되는 돈)’이 아깝지만, 부동산 거품도 다 꺼진 상태에서 허무맹랑한 계획을 추진하면 비용만 계속 커진다. 따라서 계획을 철회하고 한 30년 정도 보면서 단계적으로 다시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사람들, 오세훈 전 시장, (서울시 계획을 막무가내로 추진한) 허준영 코레일 전 사장, 용산 개발 관련 서울시 위원회에서 들러리 구실을 한 전문가들, 개발업계 인사 등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3년 3월 26일 화요일

‘돈놓고 돈먹기’에서 ‘시민참여 공공개발’로


이글은미디어스 2013-03-25일자 기사 '‘돈놓고 돈먹기’에서 ‘시민참여 공공개발’로'를 퍼왔습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연속기고④]용산, 코레일과 서울시의 ‘플랜 B’를 묻는다

투기라는 스테로이드제로 굴러가는 용산개발사업
지난 3월 6일, 주요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3%대의 PF가 이루어졌다는 기사가 일제히 게재되었다. 이에 따르면, 개발사업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주)가 2월 24일 85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인사를 국내외 금융사에 제안한 결과 한국투자증권,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18개 사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연합뉴스는 별도의 상보기사를 통해서 ABCP의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사업성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외부의 시각이 크레디트 시장을 중심으로 완화됐다고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석했다.      

▲ 용산역세권 개발사는 3%대의 ABCP 금리를 내세웠지만, 당시 ABCP의 근거가 되는 회사채는 대부분 3% 전후에서 발행되고 있었다. 즉,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비춰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듯이 2월말에서 3월초에 ABCP의 주요한 발행근거인 회사채는 3% 전후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다. 즉, 용산역세권 개발의 유동화증권이 3%대인 것은 통상적인 수준이거나 외려 높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행사인 용산역세권 개발이 3%대의 ABCP 발행이라는 것은 현실화된 것도 아니지만(그저 투자의향서를 냈을 뿐이다), 당시의 금리를 보자면 그리 특별하게 용산개발에 대한 메리트가 작동했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와 같은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온 직후인 13일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당시 투자자들이 이런 속사정을 모를 리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3% 금리라는 호들갑은 채무 불이행시기에 이자 만기 연장을 위하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고, 실제로 시행사가 ABCP발생에 따른 추가적인 옵션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자체 하나만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의 안정화를 기대했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호들갑이, 13일 채무불이행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5일 코레일은 5가지의 요구조건을 걸며 민간투자자들을 압박했다. 우선 사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의 줄소송을 막기 위해 ‘사업해제시 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했고, 기존 투자자간에 맺고 있던 협약을 폐기하고 코레일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사업추진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인 드림허브PFV와 AMC 경영권을 양도하라고 요구하고,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랜드마트타워 시공권을 포기하고 건설출자사들의 시공물량 보장조건 역시 없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했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구조(2008년 신영증권)

코레일의 요구대로 된다면, 사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에 의한 사업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즉, 위의 그림과 같이 보통 민간 자금조달사업(PF)은 각종 유동화 방법을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PFV와 그렇게 조성된 자금을 운용하는 AMC로 구성되는데 코레일이 이의 운영권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상 ‘드림허브=코레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초 시공지분을 보고 투자자로 나선 건설사에게 시공지분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랜드마크타워의 시공권을 넘기라는 것은 아예 코레일이 완전히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보여준다. 결국 사업이 무산될 경우 막대한 빚잔치에 내몰린 투자사들의 경우에는 울며겨자먹기로 2011년 코레일이 선매입했던 랜드마크타워를 유지하는 조건 정도로 타협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은 랜드마크타워에 대한 선매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물산은 25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용산개발사업의 정상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민간사업자의 투자리스크까지 공공이 덤터기 쓸텐가?
민간사업자가 요구한 랜드마크 타워 선매입을 보자. 코레일은 지난 2011년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을 미리 사는 조건으로 4조 2,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1차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드림허브는 이렇게 들어올 돈을 담보로 3조 5,000억 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2011년 코레일이 랜드마크 타워를 선매입한 데는 그 때까지 주요한 민간투자자들이 약속했던 투자금을 내놓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당대의 분위기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 엉뚱하게도 코레일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를 레버레지 삼아서 사실상 오늘까지 용산개발사업이 꾸역꾸역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코레일이 내걸고 있는 조건이라는 것은 ‘안정적인 보증자’ 정도의 역할에서 아예 실질적인 사업추진자로 나서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말로는 민간투자자들의 이런 저런 선제적인 조건들을 해제하면서 부담을 줄이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사실상 새로운 신규 투자자들의 물색을 위한 조건일 뿐이다. 즉, 기존 건설투자자들의 시공분을 줄이면 그만큼 새로운 건설사들이 들어올 수 있다. 삼성물산이 쥐고 있던 랜드마크타워 시공권을 뺏으면 그만큼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가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불확실한 사업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선뜻 용산개발사업에 나설 사업자는 없다. 결국 코레일이 국민의 자산인 철도 등 기반시설로 형성된 자신의 신용을 걸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게 될 것이다.
거기에 서울시가 거들고 나섰다. 서울시는 3월 13일 채무불이행 이후 15일 코레일의 사업정상화 방안이 나오자, 바로 18일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비상대책반 가동’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현재 진행단계에 있는 용산사업의 개발계획 변경, 실시계획 인가 등 인허가 사항 등을 포함하여 사업시행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법령에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수용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로는 도시계획 인허가권자로서의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보이지만 사실 서울시의 역할은 따로 있다. 그것은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이미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폐기됨에 따라 예정되었던 수변개발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부이촌동의 한강조망권을 전체 사업추진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계속 논란이 되어온 서부이촌동 문제를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6월까지 주민여론 수렴 및 사업성 보전 등 이행방안 확정”이라는 방향은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공식적인 의사표현이다.
게다가 공유지 매각대금을 토지상환채권으로 인수하면서 사실상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인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외 도로나 철도부지 같은 공공시설은 아예 무상으로 귀속시켜달라는 요구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있다’거나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플랜 B’를 준비하자
서울시가 수차례 말해 왔듯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사실상 민간기업이 장래의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자로 나선 사업이다. 동네 구멍가게를 열 때에도 망할 각오를 하고 가게를 여는 것이 타당하고, 마찬가지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한 이상 사업투자에 따른 부담을 각오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공기업인 코레일과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용산개발사업의 좌초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계획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용산개발의 다른 버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선은 지난 2011년에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종합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될 예정인 용산공원 조성사업이다. 용산동 1, 2, 3, 4, 5, 6가 및 서빙고동 일대에 달하는 해당 지역은 총면적이 1156만 제곱미터에 달하고, 이 중 18만 제곱미터를 용산공원 조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상업지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 용산공원개발부지는 지리적으로 국제업무지구 사업부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복합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용산공원정비구역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사실상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즉 용산공원은 장기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상업지에 막대한 배후지를 제공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용산공원정비사업은 지리적인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었고, 현재의 사업 역시 그렇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27년까지 3단계 개발을 추진할 용산공원조성사업과 용산역 역세권 개발의 사업추진계획을 종합적으로 재편성하면 사업의 구성과 재정적인 부담을 다원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용산역세권의 상업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을 용산공원 조성에 따른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개발’의 가능성 역시 높다.
지금과 같이 코레일과 서울시가 용산개발을 위해서 민간사업자들의 뒷배만 대준다면 수많은 민간주도형 개발사업에 있어 유사한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현재의 조건이 공기업인 코레일과 도시계획권자인 서울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공공행위자로서 자기 위치에 맞는 ‘대안 계획’을 고민해야 한다.

▲ 도크랜드 개발사업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수립한 계획서 표지. 대처정부의 반대로 적용되지는 못했다.

특히 용산권과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지역적-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행태로는 사업 추진에 따른 갈등요인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런던에서 도크랜드 개발 당시 도입한 적이 있는 ‘대중참여계획’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계획기간을 용산공원정비사업에 맞추고 순차적으로 공공투자를 통해 추진하되, 장기적으로는 용산공원조성과 조응하는 방식으로 지역주민들과 주요한 사회적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구상을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플랜 B’가 없다면, 코레일과 서울시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한 거마꾼 노릇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그런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상철 / 진보신당서울시당 사무처장  |  mediaus@mediaus.co.kr

"용산을 10년 안에 개발? 정신 나간 짓이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5일자 기사 '"용산을 10년 안에 개발? 정신 나간 짓이었다"'를 퍼왔습니다.
[벼랑 끝 '용산' ③] 김경민 교수 "서울시·드림허브, 책임부터 빨리 져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힘차게 출발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출범 6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 31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이 59억 원의 이자 비용을 막지 못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개발 사업의 중심인 코레일이 15일 서울시와 코레일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하는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도 이에 적극 화답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넘어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이번 개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생활을 정상화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서부이촌동은 개발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6년 동안 지난한 갈등에 시달렸다. 이 난관을 넘어서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급랭하는 부동산 경기로 인해 코레일이 당초 그린 장밋빛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없으리라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프레시안)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짚어보고, 앞으로 이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조망했다. 김 교수는 2011년에 낸 책 (도시 개발, 길을 잃다)에서 일찌감치 이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당시 김 교수는 용산 개발 사업에서 제대로 된 시행사(디벨로퍼)의 기능을 찾기 힘들었고, 공공성이 무시됐으며, 근본적으로 사업성 자체가 부족하다고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21일 오후 5시 서울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특히 서울시와 민간 투자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물론, 박원순 시장에게도 이번 일에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지금은 개발 사업을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 책임 소재부터 명확히 따져야 할 때라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다양한 해외 개발 사례를 들며, 지금이라도 서울시 산하에 도시재개발청을 신설해 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노력이 있다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어떤 식으로든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애정 어린 충고도 제시했다. 다음은 김 교수 인터뷰 전문. (편집자)

벼랑 끝 '용산'
 ① "서부이촌동, '용산참사'보다 더 많이 죽을 수 있다"
②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어쩌다 사기극으로 전락했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그는 미국 생활 후 귀국한 고국의 수도에서 일어나는 대대적 개발 사업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출발부터 잘못된 사업이었다고 단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드림허브 자체가 문제였다

프레시안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김 교수 예견대로 파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은 개발을 찬성하는 이와 반대하는 이로 완전히 갈려 있다.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이런 문제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김경민 : (원인이) 너무 다양하다. 먼저 민간 디벨로퍼(시행사)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발 사업을 총괄할 전문적인 부동산 회사가 없다. 사정이 이러니 큰 개발 사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이나 신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는 금융 기법) 형태로 이뤄진다. 용산의 경우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PFV)다. 그 조직 아래에 사업을 실제로 감독할 AMC(Asset Management Company, 자산 관리 회사)가 있다. 용산은 용산 역세권 개발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에는 AMC에 크게 3개 회사가 들어왔다. 여러 회사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싸움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게 건설사다.

프레시안 :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삼성물산이, 그 후에는 롯데관광개발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경민 : 거의 항상 건설사가 디벨로퍼 역할을 한다. 건설사와 디자인 회사, 엔지니어회사가 뭉쳐도 보통 규모가 가장 크기 마련인 건설사가 주도하게 된다.

프레시안 : 건설사 주도로 인해 어떤 이해 충돌이 일어나나?

김경민 : 디벨로퍼는 땅값과 공사비를 무조건 깎아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비싼 값으로 팔아야 한다. 디벨로퍼에게 이익은 나중에 얻게 되는 개발 수익이고, 공사비와 건물비는 비용이다. 반면 건설업자의 경우 건설 비용이 매출이다. 따라서 건설 회사는 건설 비용을 늘려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디벨로퍼가 건설사다? 이해 충돌에 따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국내 대형 개발 사업에서 일관된 형태로 나타난다. 바로 용적률 상승이다. 용적률을 높이는 만큼 건설비가 늘어나니까.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제대로 된 디벨로퍼라면 새로운 건설 계획을 짜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용적률 높이기에만 집착한다. 용산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이익 충돌은 소규모 회사 그룹에서도 나타나는데, 용산에는 무려 30개 회사가 모였다. 말썽이 안 날 리가 없다.

프레시안 : 애초 드림허브PFV의 조직 구성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김경민 : 저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을 공부한 사람은 누구나 '말도 안 되는 구조'라고 말할 것이다. 경영은 '스피디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특히 부동산은 더 그래야 한다. 경기 변동이 빠르기 때문이다. 분석은 철저하게 하고, 결정이 되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30개 회사가 모여서 어떻게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겠나. 전문 디벨로퍼가 없었다는 것, 이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서부이촌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12평형 주택이 전세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일찌감치 이 지역이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개발 대상지로 묶이면서 주민 피해만 커졌다. 서울시가 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오세훈은 물론, 박원순 시장도 책임져야 한다"

프레시안 : 실패의 다른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김경민 : 서울시 잘못이 크다. 오세훈 전 시장 인터뷰를 봤다. '주민 동의가 57%였다. 그러므로 정당한 사업 결정이었다'?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다. 서울시가 2007년 8월에 (서부이촌동) 지역을 (코레일 부지와) 묶었다. 그러면 묶인 다음날부터 거기 사는 사람들의 부동산 거래는 중지된다. 장사도 안 된다. 2007년에 집을 묶은 다음 2008년에 얻은 동의에 무슨 의미가 있나?

정말 제대로 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2006년에 이미 주민 57%가 개발에 동의했고, 2007년에 (서부이촌동을) 묶었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도 반대가 무려 43%다.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서울시 직원이 주민에게 '동의해주세요' 한 것도 아니다. AMC 직원들이 '보상이 얼마다' 해서 잘못된 정보로 꾀고, 꾀고, 꾀어서 얻은 결과다. 그렇게 동의를 얻은 게 57%밖에 안 된다. 이 사람(오세훈 전 시장),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은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할 때라고 한다.

김경민 : 사업을 빨리, 원활하게 해야 한다? 그게 아니고 지금 빨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잘못해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보상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오세훈 전 시장의 책임이라고 언급했지만, 결국 서울시 정부의 이름으로 서부이촌동을 개발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면 (오 전 시장에 이어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

사실 박 시장도 직무 유기했다고 본다. 왜 사업을 잘못한 회사에 공짜로 서울시 재산을 주나? 박 시장이 지금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 AMC로부터 받을 것 받고, 잘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다음 지원해도 된다. 그에 앞서 주민들 피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 시장이 시민운동의 대부라는 사람 아닌가. 저는 이 부분(주민 피해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난다.

서울시가 시민에게 피해를 줬다.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할 일도 하지 않았다. 도시 개발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토지 보상이다. 용산처럼 대규모 개발은 특히나 더 그렇다. 공신력이 있는 서울시가 나서서 (주민 동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줬어야 한다. 민간 디벨로퍼에서는 정리하기 힘들다. 민간이 와서 '개발에 동의하면 1억 준다'고 하면 나라도 '2억 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주민이 이렇게 나오게 된다. 그러면 사업이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즉, 서울시가 뒷짐만 지는 바람에 이 사업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 서울시는 솔직하게 나서서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프레시안 : 디벨로퍼의 경우 피해자이지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김경민 : 그렇다. 디벨로퍼는 피해를 봤지만 책임도 크다. AMC는 2007년, 이미 위험을 감수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이 사업에 들어왔다. 부동산은 고수익 사업이다. AMC는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책임을 안 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망하면 감자(자본 감축)에 들어간다. 그런데 AMC에 참여한 기업은 1조 원 투자하고 사업이 실패했는데도 1조가 고스란히 남기만 바란다. 왜 그런 자들에게 서울시가 인센티브를 주나? 제일 먼저 AMC에 감자를 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에 새로운 투자가 들어와 사업을 순항시킬 수 있다.

프레시안 : 문제가 있는 AMC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김경민 : 절대 안 된다. 법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시와 AMC의 책임은 명확히 물어야 한다.

용산역에서 서부이촌동까지 걸어가면 엄청나게 멀다. 땅도 약간 기울어 있어 통합 개발을 할 수 없다. 뉴욕의 배터리 파크 시티(Battery Park City) 개발 사례가 있다. 용산과 개발 지구 크기가 비슷하다. 그런데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의 이 땅도 개발하는 데 40년, 50년 걸렸다. 지난 2008년 내가 방문했을 때도 아직 빌딩이 올라가고 있었다.

더구나 이미 서울에는 중구와 강남구, 여의도,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4개의 오피스 타운이 있다. 그런데 용산에 또 만든다? 경쟁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과연 그 공간을 다 채울 수 있겠나? 강남을 보라. 강남 오피스 타운 800만 제곱미터(㎡) 물량이 다 차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런데 용산을 10년 안에 개발한다? 정신 나간 짓이다. 그것만 봐도 AMC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도시 개발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건드려 놓았다.

용산 해법, 재개발청 만들고 단계적으로 개발하라

프레시안 : 용산 개발 사업의 필요성도 없었던 것인가?

김경민 : 그건 아니다. 부채가 있고 유휴 부지가 있으면 할 수 있다. 일본철도(JR)도 역세권 개발 한다. 코레일이 가진 용산 땅이 굉장히 좋다. 개발을 잘하면 반드시 이익이 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대로 된 플랜(계획)을 가지고 했어야 했다. 코어(중심부)부터 개발을 조금씩, 단계적으로 진행시켜야지, 이곳저곳 주변을 다 묶어서 한꺼번에 하는 건 불가능하다.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도 월스트리트가 있는 곳의 쌍둥이 빌딩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프레시안 : 핵심부를 정하고, 거기서 개발을 시작해 주변으로 넓혀 간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원주민 밀어내기식' 재개발 피해를 막기 위해 시청마다 재개발청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경민 : 그렇다. 지금 문제가 되는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상암DMC)를 보자. 겉으로 보면 훌륭하다. 그런데 이곳은 한 번에 개발을 끝내고, 구역을 쪼개서분양했다. 3만 명이 일하는 도시인데, 새벽까지 운영하는 상가가 몇이나 될 것 같나? 단계적 개발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다.

장소성이라는 게 있다. 그 장소의 역사가 쌓이고 쌓여야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생긴다. 용산도 단계적 개발을 하지 않으면 상암DMC 꼴 난다.

프레시안 : 지나간 일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이 개발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경민 : 주민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저는 정말 모르겠다. 제가 섣불리 얘기할 게 아니다. 다만 피해 보상은 당연히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업만 해도 굉장히 지난할 것이다. 앞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다. 서울시나 지역 주민이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프레시안 : 결국 개발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 듯하다.

김경민 : 앞서 내가 조직이 문제라고 했다. 공공 측의 조직과 민간 측의 조직, 둘 다 필요하다. 공공 측에서는 먼저 용산재개발청부터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특별 기관을 둬야 한다는 것인가?

김경민 : 아니다. 상시 기구다. 미국이나 유럽은 도시마다 작은 재개발청이 있다. 그리고 민간 디벨로퍼가 있다. 민간이 와서 어느 땅을 개발하고 싶다고 하면 재개발청이 인허가 심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이 딜(협상)을 한다. '저소득층 지역이니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문화 시설을 넣어라', '임대 아파트를 만들어라'는 요구를 공공이 하면, 민간은 계산을 해보고 '이 정도까지만 가능하다'는 식으로 답을 한다. 이런 딜을 거쳐 개발 계획이 확정된다. 이게 해결되면 이제 전문 디벨로퍼가 알아서 개발한다. 그 과정을 재개발청이 단계마다 감시한다.

재개발청은 토지를 이용할 권한, 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개발 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경제 기획을 할 수 있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 이런 재개발청은 시의 간섭을 받지만 자체적으로 움직인다. 전문적인 부동산 전문가, 디벨로퍼, 경제 기획가 등이 모이는 전문 기관을 키워야 한다.

서울에는 이게 없다. 이렇게 큰 땅에서 (민간업자에게)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 하는 게 끝이다. 그리고 AMC가 망가지니 돈을 쥐어주는 식이다.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프레시안 : 민간 디벨로퍼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김경민 : 건설업자들이 직접 시행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문 디벨로퍼를 키우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은 제안할 수 있다.

용산 사태가 보여주듯, 도시 개발 계획이 일방적으로, 메가스트럭처(거대 구조물)를 집어넣는 것으로 갈음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수준에서 조그마한 재개발 사업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지역 커뮤니티에 맞는 디벨로퍼가 생겨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는 영리 추구에 덜 민감한, 이른바 '논 프로핏(비영리)' 디벨로퍼가 생겨날 수 있다. 정부는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는 비영리 디벨로퍼가 굉장히 많다. 디벨로퍼의 가장 큰 자산은 경험이다. 비영리로 시작하는 영리 디벨로퍼 회사들이 클 수 있는 플랫폼을 정부가 갖춰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개발 사업 중 가장 힘든 게 쇼핑몰이다. 디벨로퍼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영등포 타임스퀘어나 신도림 디스퀘어는 성공 사례다.

초고층 빌딩에 집착하는 이상한 서울

프레시안 : 용산 문제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에 제대로 된 도시 개발 전담 조직부터 갖춰야 한다고 했다. 기존에는 공공성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경민 : 당연하다. 오세훈 전 시장 때는 비용만 많이 들여 대형 개발을 하고 이를 공공으로 포장했다. 아니다. 공공성은 없었다. 수상 터미널 앞에 공원 짓는다고 공공성 살리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아파트를 다 지으면 분양하지 않나. 그러면 거기는 그 사람들 놀이터이지, 서울 시민에게는 혜택이 가지 않는다.

제대로 된 공공성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건 개발에서 나온 이익이 서민들에게 가느냐 여부다. 다시 배터리 파크 얘길 하겠다. 그곳은 원래 매립지다. 그래서 저소득층을 쫓아낼 일은 없었다. 그러나 뉴욕 비정부기구(NGO)들이 시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저소득층 임대 아파트를 짓거나 시민 주거 환경 복지 개선을 위해 쓰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뉴욕시가 그렇게 했다.

서울이 뉴욕과 같은 도시를 따라가려면 초고층 빌딩을 지을 필요가 없다. 이런 공공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 진정한 공공성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오세훈 두 전임 시장 시절 서울은 개발 사업에 유난히 집중했다.

김경민 : 사실 서울만큼 매력적인 도시가 없다. 그런데, 서울의 경쟁 도시가 과연 싱가포르인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성도 없다. 이런 도시가 하는 일이 초고층 빌딩 짓기다. 내세울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

서울이 그런가? 볼 게 얼마나 많나? 외국 관광객이 와서 보고 싶어 하는 장소에 타워팰리스가 들어갈까? 63빌딩? 아니다. 그들은 남산, 서울숲, 명동, 동대문, 인사동, 북촌과 같은 곳으로 간다. 남산, 서울숲은 자연 자원이고, 명동이나 동대문은 현대적인 자원이다. 북촌, 인사동은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오래된 전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가 고민해야 할 곳이 어딜까? 중간에 빠져 있는 근대 도시 자원이다. 그런데 화려한 개발 사업에만 치중하니 중요한 근대 자원인 가리봉동, 구로공단도 다 사라지고 있다.

프레시안 : 근대적인 자원을 활용해 새롭게 도시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경민 : 여러 가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낙원상가처럼 악기상이 밀집한 곳이 없다. 동숭동처럼 연극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네도 없다. 홍대는 어떤가. 이런 곳들이 다 문화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장소다. 왜 이런 장소 부수고 초고층 빌딩 지으려 하나? 그러면 외국인들이 좋아하나? 서울 시민이 좋아하나?

단적인 예가 시카고다. 과거 19세기 말에 대화재가 나서 도심이 굉장히 황폐해졌다. 그러자 미국의 슈퍼스타 건축가들이 고층 건물을 많이 지었다. 그러나 시카고에 건물 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서울이 공공성을 찾고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돈을 빌딩 짓는 데 쓰지 말고 소프트웨어, 즉 문화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화려한 꿈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사업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이 사업은 시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드림허브PFV가 제시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청사진. ⓒ뉴시스

시민의 각성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하면서 '고층 빌딩의 저주'가 회자되기도 한다. 김 교수도 같은 시각인가?

김경민 :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초고층 빌딩은 공사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사업이다. 따라서 수요 예측을 잘 해야 한다. 수요가 많다면 초고층 빌딩 지어도 된다. 그러나 서울의 오피스를 사용하는 산업의 성장세가 이미 정체돼 있는데, 그 정도 수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부동산 경기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물론이고, 특히 최근 서울 도심 개발 사업에 정치적 고려가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사업으로 성공한 전례가 있으니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치가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김경민 : 시민의 각성이 필요하다. 뉴욕에 펜역(Penn Station)이라는 곳이 있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그런데 시가 1960년대 초반에 없앴다. 뉴욕 시민은 무관심했다. 일부 건축가들, 도시 계획가들만 항의했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건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각형의 멋없는 건물이 들어선 것을 보고야 뉴요커들이 깨달았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 이후 뉴욕에서 역사 자원 보존 운동이 시작됐다.

시에서 말도 안 되는 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시행한다면, 시민들이 결국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울시청 옛 청사의 경우, 그 정도로 아름다운 근대 건물이 없다. 그런데 현대적이라고는 하지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신청사 건물이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서울 시민들이 모두 침묵했다. 앞으로 각성하지 않으면 그런 일들이 계속될 것이다.


 /이대희 기자,박세열 기자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어쩌다 사기극으로 전락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2일자 기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어쩌다 사기극으로 전락했나'를 퍼왔습니다.
[벼랑 끝 '용산' ②] 서울시가 문제 키워…출구 없는 용산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힘차게 출발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출범 6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 31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이 59억 원의 이자 비용을 막지 못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개발 사업의 중심인 코레일이 15일 서울시와 코레일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하는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도 이에 적극 화답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넘어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이번 개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생활을 정상화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서부이촌동은 개발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6년 동안 지난한 갈등에 시달렸다. 이 난관을 넘어서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급랭하는 부동산 경기로 인해 코레일이 당초 그린 장밋빛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없으리라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프레시안)은 무능으로 점철된 이번 개발 계획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서부이촌동을 찾아보고, 이 사업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되짚어본다. 이에 더해 전문가 진단을 통해, 용산 개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벼랑 끝 '용산'
 ① "서부이촌동, '용산참사'보다 더 많이 죽을 수 있다"

 
▲서부이촌동은 느닷없이 개발 대상에 포함된 후 해답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19일 한 주민이 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PFV)가 공중 분해되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21일 업체의 반응을 종합하면, 드림허브PFV의 건설 투자자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레일이 지난 15일 제시한 사업 정상화 방안을 민간 투자자들이 수용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인 '6월 최종 부도 처리 후 파산' 사태는 넘어섰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문제의 뇌관인 서부이촌동 주민의 반발은 쉽게 넘어서기 어렵다. 차가운 부동산 경기 전망을 이들이 극복할 길도 요원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산소호흡기만 달고 버티는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시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락 가능성이 예상된 부동산 전망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형 개발을 추진한 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도 사태에 불을 붙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이유

당초 이 개발 사업은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코레일의 부채 해결을 위해 추진됐다. 전환과 함께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진 코레일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5년부터 옛 철도정비창 부지 146만498제곱미터(㎡) 개발 계획을 세웠다. 2006년 말에는 자체적으로 역세권 개발 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경, 서울시가 이 사업 확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장은 2006년 당선된 오세훈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였다. 결국 오 전 시장의 정치적 핵심 카드였던 '제2차 한강르네상스계획' 발표 한 달 후인 2007년 8월 17일, 서울시와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부지 일부에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 개발 계획 사업을 확정했다. 코레일 소유 부지 사업이 민간 소유 지대 개발 사업과 맞물리면서, 좌초의 불씨가 생겨난 순간이다.

뒤는 일사천리였다. 서울시는 그해 8월 30일을 이주 대책 기준일로 정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대상지를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후 이 지역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나 세입자는 개발 이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연 거래는 중단됐다. 집값이 떨어지니 임대 가격도 하락했다. 임대로 먹고사는 이들의 생계가 무너졌다. 이에 더해, 시간이 지나면서 상권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온 상인들의 생존 줄이 끊겼다.

같은 해 11월 3일에는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다. 12월 30여 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PFV와 실제 개발 업무를 지휘할 용산역세권개발이 출범했다. 총 31조 원을 투입해 사업 부지 56만6800㎡에 초고층 빌딩을 포함한 대형 오피스 상권을 개발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본격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서부이촌동 주민의 의견은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았다.

왜 서부이촌동이 꼭 들어가야만 했을까. 이 지역의 입지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서부이촌동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강변북로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대형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차지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계획은 도심과 한강의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 중간에 떡하니 자리한 서부이촌동의 아파트는 한강르네상스계획의 걸림돌로 여겨졌을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대로 완성된다면, 서부이촌동 부지는 공원으로 바뀌고 수상 터미널 근교의 주거 지역으로 변한다. 새롭게 들어설 고층 빌딩의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노후한 지역인 서부이촌동이 개발된다면, 용산은 전자상가-서부이촌동-동부이촌동-이태원1동-한남동을 잇는 거대 상권을 거느린 서울의 노른자 땅으로 성장 가능하다. 강 건너 강남 상권에 버금가는 금싸라기 땅을 완성하는 데 서부이촌동 개발은 필수적이었다. 조망권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은 개발업자들의 군침을 돌게할 만했다. 실제 감정평가액이 3조8000억 원이었던 철도정비창 땅값은 서부이촌동이 개발지로 묶인 이후 8조 원으로 올라섰다.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대상지를 나타낸 그림으로, 2007년 8월 17일 서울시가 밝힌 이 지역 시설 배치 계획이다. 그림에서 광역 터미널 인근의 학교 및 공공시설, 문화시설, 주거 복합, 공원 부지가 서부이촌동이다. 서부이촌동을 뚫음으로써 지역 땅값은 크게 치솟았다. 물론 재산권이 졸지에 제한된 주민은 수년째 난데없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커졌다

박원순 시장이 얼마 전 시의 책임을 인정하기 전까지, 서울시는 여태껏 "민간 개발에 서울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오 전 시장 역시 자신의 책임을 묻는언론의 질문에 이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일보)가 2007년 8월 8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18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당초 코레일에서는 서부이촌동은 시가 부담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가 의지적으로 포함시키라고 해서 간 (통합 개발을 추진한) 것"이라는증거가 나온다.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발주해 2009년 나온 한강 주운 용역보고서를 보면, 서울시는 2020년까지 "한강이 도시의 경계(edge)가 아닌 중심(center)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강에 인접한 중심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중요한 핵심 사업부로 용산을 꼽았다. 더 자세히는 "용산 부도심을 국제업무지구로 육성하고 한강변까지 확장하여 워터프론트 타운 조성 및 서해 주운의 거점(국제여객터미널 설치)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였다.

용산 부도심이 한강변과 맞닿기 위해서는 철도정비창 부지를 넘어 서부이촌동까지 개발되는 게 필수적이다. 실제 보고서는 "철도공작창 부지 및 이촌아파트지구 일부를 통합 개발하여 용산공원 및 한강과 연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가 장기 전략으로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능동적으로 설계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그동안 용산 개발 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 왔다"며 "서울시가 코레일이 추진하던 철도정비창 개발 구상안 공고를 중단시키고, 그 후 서부이촌동을 합친 통합 개발안을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레일이 철도정비창 부지만을 개발하기로 한 2006년에는 서울시가 이 지역 개발에 반대했다. 용적률이 지나치게 높아 주변 교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2007년 3월에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지적에 코레일은 사업자 공모를 취소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후,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개발 계획에 서울시와 코레일이 손을 잡는다.

민간 소유 부지가 개발 대상이 됐다. 직접 이해관계자가 코레일 하나에서 2200여 세대 거주민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는 당시 기준으로 입주 5년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 거주민도 포함됐다. 주민 반발이 일어난 건 당연했다. 2007년 10월부터 아파트 거주민들은 수차례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업을 밀어붙였다. 애초 개발 대상에 지역을 포함시켜 거래를 묶은 후, 동의 여부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더구나 거주민은 개발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온갖 협박이 난무했음을 증언한다. 북한강성원아파트 거주민 임영재 씨는 "반대는 묻지도 않았다. '동의하느냐'만 물었다. 반대하는 거주민들에게 깡패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찾아왔다. 우리 아파트에 선생님이 한 분 계신데, 학교로도 그런 사람이 찾아와 '개발에 동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의 개발 찬성률은 논란 초기에는 오히려 개발 반대 의견보다 저조했다. 2009년 제출된 주민 의견 2800여 건 중 통합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1600여 건에 달했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관련 법까지 개정됐다. 인과관계를 확증하기는 어렵지만, 도시개발법 개정으로 인해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이 쉬워진 건 사실이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당초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했다. 그런데 2007년 3월 이 기준을 2분의 1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한 달 만에 개정됐다.

오 전 시장이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에 대한 최종 주민 동의율이 57.1%였다"며 서부이촌동 개발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확정됐다고 해명할 수 있었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은 주민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상철 사무처장은 "주민의 절반이 개발에 반대해도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당장 서부이촌동에서 문제가 커진 것처럼 설사 주민 동의가 제대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부이촌동 진입로에서 바라본 옛 철도정비창 부지. 아직 이곳에는 시멘트 한 부대도 쏟아지지 않았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도시는 황량하게 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순항할 수 있을까

숱한 논란에도 2009년 7월에서 8월 사이 서부이촌동이 개발 구역으로 지정된다는 공람 공고 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12월 3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역을 확정했다. 이듬해 4월 22일 관련 절차는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이 사업은 결국 실패를 향해 치닫고 있다. 2011년 일찌감치 이 사업의 실패를 공언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도시 개발, 길을 잃다)에서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편입한 게 이 사업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업 시행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인터뷰 전문은 기획 3편에 실릴 예정이다. [편집자])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현금 확보 없이 진행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드림허브PFV는 불과 1조 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돼 31조 원짜리 사업을 추진했다. 보유 자본이 취약한 상황이니, 세계 금융 위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내려가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드림허브PFV는 2009년에는 코레일에 토지 매각 대금조차 제대로 납부하기 힘든 지경으로 내몰렸다.

근본적으로는 단 10여 년 만에 여의도 절반 크기의 대규모 오피스 단지를 세우려 했던 이 사업 자체가 허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통합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비슷한 크기인 뉴욕의 배터리 파크도 건립에 40년 넘게 걸렸다. 강남 상권도 개발에 20년이 걸렸다"며 "도시 개발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멋들어진 조감도만 가져다 놓고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전반에 걸쳐 공공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일부 주민은 개발이 확정될 경우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서부이촌동 안에서는 '입주권이 주어진다'는 등의 근거를 찾기 힘든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아직 드림허브PFV는 제대로 된 보상 기준을 명문화한 적이 없다.

드림허브 측이 최대 30억 원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홍보물로 주민들의 개발 동의를 받아냈으나, 이는 극히 과장된 홍보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속임수만 지역에 횡행했던 셈이다.

김 교수는 "특히 공공 조직이 주도하여 계획안을 입안하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면 계획의 목표, 즉 시민들에게 어떤 공공의 이익이 돌아갈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 사업에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어떠한 창구도 없었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의 결정 하나로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서부이촌동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렵다. 지역 주민은 개발 계획 발표 초기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8년 4월 12일 이 지역 주민들이 '이촌2동(서부이촌동) 국제업무지구 통합 개발 반대 주민 결의 대회'를 열어 서울시와 코레일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순항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힘들다. 일단 삼성물산이 빠지면서 발생한 문제인 랜드마크 빌딩 시공자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더구나 새 투자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경기는 좋지 않다.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드림허브PFV가 제 궤도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서울시가 무상으로 공공시설 부지를 제공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시민의 혈세가 특정 개발 목적을 위해 들어가는 꼴이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안대로 서부이촌동이 고스란히 개발에 포함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서울시는 용산 개발 정상화를 위해 코레일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부이촌동 주민 투표를 재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천명했다. 이 경우 대림·성원아파트는 개발 대상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다. 두 아파트는 이 지역 조망권의 핵심이다. 두 아파트가 지금처럼 남아 있는다면, 당장 개발 사업이 순항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설이 완공되더라도 입주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제2의 가든파이브'나 '제2의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서울시의 등장으로 흔들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일단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홍보되던 이 사업이 남긴 상처는, 용산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아직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대희 기자,박세열 기자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용산 부도의 뒷배였던 서울시와 정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7일자 기사 '용산 부도의 뒷배였던 서울시와 정부'를 퍼왔습니다.
[기고]용산개발 좌초의 ‘보이지 않는 손’

▲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부역 앞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서부역 옆 코레일 서울사옥에서는 용산개발사업 출자사들이 모여 서부이촌동과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를 분리개발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사업자회의를 열 예정이다.ⓒ 뉴스1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좌초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당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물질적인 증거였던 ‘31조원’에 대해 아쉬움 섞인 반응이 눈에 띈다. 주요한 경제지들은 용산개발의 좌초가 마치 얼어붙어 있는 부동산경기를 다시금 확증하는 증거인 양 호들갑이다. 바로 이어질 수순은 ‘용산개발이 될 정도의 규제완화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갈 것이다. 기본적으로 민간책임론이다.

▲ 지구단위계획(2001년)과 국제업무지구계획(2007년)

다른 한편에선 오세훈 전 시장의 과욕에 대한 지적이다. 구분하자면 일종의 공공책임론으로 볼 수 있겠지만 세빛둥둥섬때와 마찬가지로 시장 개인에게 책임 쏠리는, 전형적인 ‘개인책임’ 논리 위에 서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리하게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산개발 사업의 거품을 키웠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사실관계는 맞는데 초점을 개인에게만 맞추는 것은 마뜩찮다. 세빛 둥둥섬 논란에서부터 지금까지 전임 시장시절에 불거진 문제를 ‘오세훈 책임론’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오세훈 전 시장의 가공할 만한 업무능력을 전제한다. 일종의 변형된 공공책임론이랄까.
필자는 이 양편에서 굳이 따지자면 손쉽게 먹튀를 하고자 했던 삼성물산의 얍삽한 태도나 사실상 알박기 해놓고 신규투자는 하지 않은 20여개 민간건설회사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용산개발사업에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던 서울시(오세훈 전 시장이 아닌)와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는 입장에서 ‘공공책임론’에 서있다.

민간주도 개발, 서울시가 틀다

원래 용산지역은 2001년에 확정된 ‘용산지구단위계획’으로 추진되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가운데 용산민자역사를 중심에 놓고 철도공사 부지를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로 사업을 추진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2007년에 아래와 같이 그림이 바뀐다. 달라진 점은, 2001년에는 제척이 되었던 서부이촌동 주변의 주택구역이 2007년에는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순수하게 민간개발로 추진될 수 있었던 용산개발이 첫 번째로 왜곡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주요 추진일정

용산역을 민자역사로 개발하고 했던 철도공사는 2005년에 당시 한국철도개발(주) 명의로 「용산역세권 개발방향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즉, 토지주인 철도공사가 자체 사업자 선정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이때 나온 계획은 4년 전인 2001년 지구단위계획에 비해 65만 제곱미터가 늘어난 개발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업무지구는 기존의 용적률 800%에 따라 크게 변화가 없지만 주상복합 면적만 기존의 250%에서 600%로 2배 이상 늘렸다. 이를 바탕으로 코레일은 2006년 12월 20일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공고를 중단시킨다. 서울시는 기존의 지구단위계획과 코레일이 공고한 개발구상안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사업자 선정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2007년 서부이촌동과 철도청 부지와 합쳐진 ‘통합개발안’이다. 이 통합개발안의 핵심에는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서해연결 한강주운에 따른 수변개발 계획이 있다. 실제로 수변개발에 대한 보고서는 워터프런트타운의 조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변북로 지하화, 한강철도/철교 지하화와 함께 서부이촌동과 공작창부지 통합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강변북로를 포함한 서부이촌동 주거단지(약12만4천㎡)를 용산 공작창부지(약44만3천㎡)와 함께 워터프런트 타운으로 통합적으로 계획하여 단계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검토함.”(서울시, 서해연결 한강주운 및 수변개발 계획에 관한 연구, 2008)
서울시는 도시계획 권한을 행사해서 철도공사가 자신의 부지를 기반으로 추진하고 했던 역세권 개발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으로 키워놓았다. 어떤 변명을 해도 이 결정에 대한 책임에서 서울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규칙 바꿔서 코레일의 등 떠민 정부

이후 2007년 11월에 삼성물산(주) 등으로 이루어진 사업자가 선정되었고, 12월에 코레일 등 30개사가 참여하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가 설립된다.  2009년 3월 30일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이 용산구에 제출되었고 2009년 12월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완료하고 2010년 4월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수립 고시를 하게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투자자간에 코레일 부지에 대한 매각대금 지급에 대한 갈등, 삼성물산 등 주요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자금마련 노력 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 변동이 생긴다. 2010년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지분(45.1%)이 롯데관광개발로 넘겨지면서 사실살 삼성물산은 발을 빼는 형국으로 가는 것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삼성물산이 중도금을 내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자 2010년 8월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에서 빠져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삼성물산 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았지만 사실상 서울시나 정부에게 추가적인 행정지원을 요구하는 뉘앙스가 강했다.
사실 2010년에 코레일은 공항철도 인수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을 빼고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는 2009년에 그동안 철도공사의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어렵게 했던 조건 하나가 해결된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9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을 개정하여 코레일 부지의 매매대급 분납 기한을 기존의 '5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개정하는 것은 물론 1, 2차의 초기 분담금 비율을 최소화하여 사실상 드림허브 측의 초기 재정부담을 덜어주었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해당 부지를 드림허브에 무상으로 줄 수 없다. 그러면 특혜가 되고 사실상 국민의 재산인 땅을 민간기업의 개발사업을 위해 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규칙을 두어서 반드시 토지매각에 따른 비용을 정확하게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원래는 5년 이내에 다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기간을 두배로 늘려주었다. 당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완료 시점이 2016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준공 후에 분양을 마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 토지매각 대금을 내도 될 정도로 완화해준 것이다. 게다가 2009년 규칙 개정은 당초 규칙에 의거해서 사업자를 선정한 용산국제업무지구에도 소급해 적용함으로서 사실상 용산개발을 위한 규칙 개정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결국 삼성물산의 사업권 반납 등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2010년의 상황은 기획재정부의 규칙 개정으로 토지매각비용의 부담이 적어진 탓에 계속 추진하게 되었다.

부실사업 연착륙 막아선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 묻는다

작년까지 코레일의 경우에는 3조에 달하는 보상비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서부이촌동에 대한 통합개발안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민간기업들의 경우 개발계획을 수정하게 되면 사업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외면적으로는 불화설이었지만 공히 사업지속추진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당장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서부이촌동 아파트 단지의 보상비는 목전에 걸린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서울시가 보상계획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다.
서울시는 2011년 7월 1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서 보상경험이 많은 SH공사의 노하우를 활용해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드림허브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인정 고시 등 행정절차가 신청되면 최대한 지원하여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추진에 대해 서울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셈이다.
또한 바로 얼마 전인 2013년 1월 25일에도 용산개발에서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주민에 대해 찬반의견수렴을 진행하는 것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서울시는 해당 해명자료에서 “부득이하게 인허권자인 서울시가 나서서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도모하고자 사업시행자와 합의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키로”했다고 밝혔다. 즉,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주민에게 개별 보상가격 등의 정보 제공을 하겠다는 것은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한 것이지 사업자체의 지속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인이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부도가 놀라운 것은 수많은 징후에도 불구하고 그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서울시나 정부가 간간히 비치는 태도에서 야기된 바가 크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한참 드림허브 내에서 갈등이 극에 달해 있던 2010년 8월 19일에 ‘서울시는 용산역세권개발에 ‘백지화’라는 정확한 사인을 보내야 한다’라는 논평을 통해서, 서울시가 당시 논란이 되었던 ‘특별법’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힘으로서 사업 자체가 연착륙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로 목적지를 갈 때, 운전자들은 이면도로로 갈 것인지 간선도로로 갈 것인지, 차가 막히는지 안막히는지의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 위에 걸려있는 신호등이다. 마찬가지로 대형 민간개발은 시장의 환경이나 기업의 조건들에 큰 영향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나 정부에서 보이는 신호에 의해 좌우된다.
용산개발의 몰락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우선,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한 후 접근해야 한다. 천재지변에는 대책이 없지만 인재라면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개발의 뒷배가 되어준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오고 정부 역시 코레일 뒤에서 꼼지락 거리지 말고 앞으로 나오라.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김상철 / 진보신당서울시당 사무처장  |  webmaster@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