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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4일 금요일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24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을 퍼왔습니다.
[집중 분석] 퇴임하고도 국민을 괴롭히는 MB의 대국민 사기극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과 반대 주민의 대립이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자사 직원을 동원한 밀양 송전탑 공사에서 20일부터는 경찰 500명을 동원한 공사 강행으로 더욱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송전탑 현장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한전 직원은 물론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알몸 투쟁'이나 '오물 투척'도 나오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에 대한 주민의 반대 시위와 시민 단체,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놓고,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민 의견을 수렴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 

밀양 송전탑 공사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 입니다. 정부는 2007년 11월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56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했고, 이듬해 2008년 7월 밀양주민들은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첫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2년 1월 16일 밀양주민 이치우씨가 송전탑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고,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지자, 한전은 2012년 3월에 공사를 중지했다가 다시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이유가 심각한 '전력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 호소문 중에서)

최근 전력 수급 상황이 정말 어렵습니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예비 전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쉼없이 달려온 발전기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멈춰 섰고 5월에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만 6기에 달합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여름철 전력사용량을 고려한다면 올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국가 전력수급 상황에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국가 전력 수급 상황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하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한전 사장의 주장에 맞춰 갑자기 신문들은 전력난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조선일보 5월21일 1면 기사, 출처:조선일보

5월 18일 주말에 한전 사장이 호소문을 발표하자 5월 21일 조선일보는 1면에 '전력수급, 이번주 무더위부터 비상체제'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원전 9기 스톱, 5월 무더위, 전력난 6월초 1차 고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 마치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하지 않으면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부터 전력 수급에 차질이 있어 반드시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타당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한전과 조선일보의 주장은 거짓에 가까운 협박에 불과합니다. 우선 공사를 당장 재개해도 2014년 1월 말이 넘어야 완공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공사를 한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하지만, 결국 공사가 다 끝나도 올겨울 전력 수급과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신월성 2호기는 2012년 11월 이미 시운전을 시작했고, 7~8개월의 시운전 이후에 곧바로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0월 100kW규모의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정부도 올해와 내년 전력예비율을 각각 7.4%16%로 전망하고 있어 밀양 송전탑 공사와 무시무시한 '블랙아웃'을 무조건 연관 짓는 일은 무리가 따릅니다. 

결국, 당장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해야 올겨울 전력난이 해소된다는 얘기는 무조건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정부, 언론이 만들어낸 '협박성 여론 조성'에 불과합니다. 

'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사실 UAE 원전 패널티 때문' 

정부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사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맺은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라는 한전 고위 간부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좌측 UA원전 조감도, 우측 신고리 3호기 원자로 설치 기념 사진, 출처:한국전력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5월 2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고리 3호기와 연결되는 밀양 송전탑 공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한전은 2009년 UAE와 186억 달러에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UAE에 수출한 모델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APR1400' 방식인데, 이것이 바로 신고리 3호기입니다. UAE는 아직 가동되지 않은 신고리 3호기의 성능을 의심쩍어했고, 한전은 신고리 3호기를 준공해 안정적인 모델임을 입증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결국,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으면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기 때문에 신고리 3호기가 완벽하게 가동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밀양 송전탑 공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됩니다. 

한전 변준연 사장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한전과 정부가 주장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전력난이었다는 말이 모두 거짓이 되는 셈입니다. 

' 퇴임하고도 국민을 괴롭히는 MB의 대국민 사기극' 

2009년 12월 27일 UAE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합니다. UAE 아부다비에서 한전 컨소시엄이 원자력 발전 시설 수주 최종 확정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는 이 소식은 27일, 28일 대한민국 언론을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 2009년 12월 27일 저녁 SBS·KBS·MBC 간판뉴스 보도 캡처

KBS,MBC.SBS 저녁 뉴스들은 온통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원전 수주에 막대한 공헌을 했으며, 이는 '현대건설 회장 시절 경험'의 CEO 대통령만이 해낼 수 있었던 업적이라고 모두 그를 칭송했습니다. 

여기에 조중동은 더 나아가 'MB,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라는 기사 등을 통해 마치 원전 수출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원전 계약에 따른 페널티가 밝혀졌듯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원전 수출 업적은 아직도 미심쩍고 다시 조사해봐야 할 필요성이 너무 많습니다. 



UAE 원전 수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프랑스 아레바보다 45% 히타치,GE의 30% 낮은 가격으로 원전 수출을 했다는 사실은 덤핑으로 원전을 팔았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사막에 건설하면 당연히 들어가는 건설비 증가부분(모래 방지를 위한 시설, 바닷물 염분 농도에 대한 부품,기기 개량 등)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을 어떻게 운영했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듭니다. 

(프랑스 아레바가 핀란드에 건설 중인 유럽형 경수로의 경우 건설 기간은 3년 반, 건설비는 2배 늘어나, 국제상공회의소에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불인 나라에 2만불 수준의 대한민국이 100억불 자금지원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문제는 물론이고, '60년간의 보증기간'이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한전과 정부는 보증기간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지만, 계약서 공개에 대해서는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정확한 이면계약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09년 12월 원전 수출 이명박 대통령 기자 회견 이후에 보도된 중앙,동아일보 기사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 기자회견이 있던 날부터 며칠간 모든 대한민국 언론은 MB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재구성한 드라마를 마치 뉴스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1년만에 엄청난 특혜를 내주고 따낸 덤핑 공사에 불과하다는 '이면 계약'임이 밝혀집니다. 

미국 블룸버그 등 해외언론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국 언론은 몇 달이 지나서야 진실을 조금씩 보도했습니다. 당시 언론과 정부의 'MB업적 칭송'에 열을 올린 결과, 진실은 사라지고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겨졌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무조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 때문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연관된 부분과 단순히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순히 처리했다는 점을 본다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UAE 원전 수출에 따른 이면계약을 최초로 보도한 MBC시사매거진 2580. 출처:MBC

모두들 '가카의 업적'으로 추앙받던 일이 사실은 국민이 감내해야 할 막대한 채무로 남았다는 사실을 (한전이 지난해 이자로 낸 돈만 무려 2조3443억원이다) 그 누구도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사안을 단순히 보면 찬반의 논리에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늘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언론을 보면 오히려 정부 홍보 전단에 불과한 모습을 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력난' 때문에 밀양 송전탑 공사를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원전 수출 때문에 빚어진 일도 그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최소한 객관적인 사실만큼은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협박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강행하는 것이 통하는 세상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기는 합니다. 참고로 성인이라면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지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임 대통령부터 몸소 실천하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임병도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이글은 시사IN 2013-04-04일자 기사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출자사들이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 모임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등 갈등이 심각하다. 자금 조달, 인허가 문제 등 앞으로도 난제가 널려 있다.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22층짜리 대림아파트 외벽에 거대하게 칠해져 있었다. 베란다에도 한두 집에 걸쳐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는 3월19일과 20일, 서부이촌동을 찾았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연립주택 건물은 황사로 인해 더 뿌옇게 보였다. 은행·편의점·학교 같은 시설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지구 개발사업이 6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3월13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편입시켜 통합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규모가 총 56만6000㎡(17만1215평)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대한 개발 사업이었다. 한 서부이촌동 주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보상액도 전례가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부도 위기가 터지고 보니 전례 없는 사기극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31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용산국제지구 개발 사업이 채무 불이행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 부지인 용산 철도정비창 터는 지난해 9월께 공사를 멈췄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44만2000㎡ 대지는 트럭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부이촌동 주거지역이 펼쳐져 있다. 서울시에서 투기를 막고자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30일 이후 입주자는 분양권에 제한을 뒀다. 당연히 집을 팔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 허름한 상가 1층에 자리한 부동산 7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영업을 하는 두 곳에는 전세나 매매가 아닌 ‘보증금 O천만원’이 적힌 종이만 가득했다. 2∼3층짜리 낡은 연립주택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비좁게 붙어 있었다. 언제 개발이 될는지 알 수 없는 통에 주민들은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았다. 인근 철물점 주인은 “예전에는 오래된 집들이라 수리도 하고 리모델링도 했다. 이젠 할 일이 없다. 인테리어 가게도 망해서 건물이 비었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 간에는 갈등이 극심해졌다.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는 ‘개발 관계자 출입금지·무단출입 시 고발 조치함’ 푯말이 붙어 있다. 서부이촌동에는 대림(638가구)·북한강 성원(340가구)·동원 베네스트(103가구)·중산(266가구)·시범(228가구) 등 5개 아파트가 조성돼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604가구)들에 비해 개발 반대 의사가 더 강하다. 특히, 대림아파트와 북한강 성원아파트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택 및 상가 소유자는 개발에 찬성하는 이가 많았다. 시행사 드림허브가 낡은 주택을 주상복합으로 바꿔놓겠다고 홍보했다. 2007년 당시 드림허브가 나눠준 ‘개발 시 재산가치 30억6925만원(33평 아파트)’ ‘평당 2억 보상’ ‘입주권 프리미엄’ 따위 홍보물은 여전히 부동산 내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은 지 38년 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송종수씨(52)는 판자촌이 즐비하던 시절부터 살았다며 “개발은 시행사와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직전인 2007년 상반기, 서부이촌동에는 ‘집값 급등’이라는 회오리가 몰아쳤다. 지어진 지 40년 된 중산아파트(18평형)가 무려 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종전보다 3배가 넘게 올랐다. 주민대표자 중 한 명인 이 아무개씨(49)는 “그때 개발 차익을 노리고 이사 온 주민이 30%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즈음 입주한 이들이 대부분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개발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졌더라도 조직은 서너 개로 분화됐다. 개발 반대 모임은 크게 ‘개발구역 5개 아파트 주민 구성 서부이촌동 주민연합비상대책위원회’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생존권사수연합’ 등으로 나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갈라짐은 더 심했다. 한 아파트에는 대표단체라고 나서는 조직이 네 곳이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주민자치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다 대책협의회까지. ‘원주민이 대표를 해야 한다’ ‘시행사의 앞잡이가 숨어 있다’며 공방이 오가다 단체 수만 불리게 된 것이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6년 전 개발에 동의하다 반대로 돌아선 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평(3.3㎡)당 2억원을 보상한다’던 입소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고, 드림허브 측은 보상금액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주민 불안을 키웠다. 애초 이주비를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이주 대출이자 지원으로 말을 바꾸었다. 2008년 개발동의서에 사인했던 남 아무개씨(44)는 “처음에는 고마웠다.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하면 1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고, 믿었다. 지번 소유자는 거의 90% 이상이 통합 개발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주민들은 부도 위기를 겪으며 시행사가 바뀔 경우 그 약속을 모른 체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아직 주민들 속내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 속내가 간단하지는 않은 듯하다. 부도 위기 이후 개발 반대에 목소리가 높은 듯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 주민들과 마음을 바꾼 몇몇 주민들 말고는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민들조차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의견이 갈리면서 주민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기자가 본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 묻자 ‘환상에 찌들어’ ‘상식이 부족해서’ ‘법적으로 무식해서’ 찬성한다거나, ‘펜트하우스를 달라고 로비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반대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격하게 전달했다. 정철수씨(56)는 “최소 6년 이상 같이 살던 사람들인데도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목욕탕에서 만나도 얘기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등 출자사는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주주들 간의 의견 조율, 자금 조달 문제, 인허가 리스크 문제, 출자사의 불만 해소, 부동산 불황 따위 난제는 널려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사이에서 주민들의 분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어쩌다 사기극으로 전락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22일자 기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은 어쩌다 사기극으로 전락했나'를 퍼왔습니다.
[벼랑 끝 '용산' ②] 서울시가 문제 키워…출구 없는 용산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힘차게 출발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출범 6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 31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이 59억 원의 이자 비용을 막지 못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개발 사업의 중심인 코레일이 15일 서울시와 코레일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하는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도 이에 적극 화답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넘어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은 이번 개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생활을 정상화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서부이촌동은 개발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6년 동안 지난한 갈등에 시달렸다. 이 난관을 넘어서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급랭하는 부동산 경기로 인해 코레일이 당초 그린 장밋빛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없으리라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프레시안)은 무능으로 점철된 이번 개발 계획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서부이촌동을 찾아보고, 이 사업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되짚어본다. 이에 더해 전문가 진단을 통해, 용산 개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벼랑 끝 '용산'
 ① "서부이촌동, '용산참사'보다 더 많이 죽을 수 있다"

 
▲서부이촌동은 느닷없이 개발 대상에 포함된 후 해답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19일 한 주민이 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PFV)가 공중 분해되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21일 업체의 반응을 종합하면, 드림허브PFV의 건설 투자자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레일이 지난 15일 제시한 사업 정상화 방안을 민간 투자자들이 수용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인 '6월 최종 부도 처리 후 파산' 사태는 넘어섰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문제의 뇌관인 서부이촌동 주민의 반발은 쉽게 넘어서기 어렵다. 차가운 부동산 경기 전망을 이들이 극복할 길도 요원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산소호흡기만 달고 버티는 상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시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락 가능성이 예상된 부동산 전망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형 개발을 추진한 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도 사태에 불을 붙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이유

당초 이 개발 사업은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코레일의 부채 해결을 위해 추진됐다. 전환과 함께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진 코레일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5년부터 옛 철도정비창 부지 146만498제곱미터(㎡) 개발 계획을 세웠다. 2006년 말에는 자체적으로 역세권 개발 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경, 서울시가 이 사업 확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장은 2006년 당선된 오세훈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였다. 결국 오 전 시장의 정치적 핵심 카드였던 '제2차 한강르네상스계획' 발표 한 달 후인 2007년 8월 17일, 서울시와 코레일은 철도정비창 부지 일부에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 개발 계획 사업을 확정했다. 코레일 소유 부지 사업이 민간 소유 지대 개발 사업과 맞물리면서, 좌초의 불씨가 생겨난 순간이다.

뒤는 일사천리였다. 서울시는 그해 8월 30일을 이주 대책 기준일로 정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대상지를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후 이 지역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나 세입자는 개발 이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연 거래는 중단됐다. 집값이 떨어지니 임대 가격도 하락했다. 임대로 먹고사는 이들의 생계가 무너졌다. 이에 더해, 시간이 지나면서 상권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온 상인들의 생존 줄이 끊겼다.

같은 해 11월 3일에는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다. 12월 30여 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PFV와 실제 개발 업무를 지휘할 용산역세권개발이 출범했다. 총 31조 원을 투입해 사업 부지 56만6800㎡에 초고층 빌딩을 포함한 대형 오피스 상권을 개발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본격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서부이촌동 주민의 의견은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았다.

왜 서부이촌동이 꼭 들어가야만 했을까. 이 지역의 입지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서부이촌동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강변북로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대형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차지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계획은 도심과 한강의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 중간에 떡하니 자리한 서부이촌동의 아파트는 한강르네상스계획의 걸림돌로 여겨졌을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대로 완성된다면, 서부이촌동 부지는 공원으로 바뀌고 수상 터미널 근교의 주거 지역으로 변한다. 새롭게 들어설 고층 빌딩의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노후한 지역인 서부이촌동이 개발된다면, 용산은 전자상가-서부이촌동-동부이촌동-이태원1동-한남동을 잇는 거대 상권을 거느린 서울의 노른자 땅으로 성장 가능하다. 강 건너 강남 상권에 버금가는 금싸라기 땅을 완성하는 데 서부이촌동 개발은 필수적이었다. 조망권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은 개발업자들의 군침을 돌게할 만했다. 실제 감정평가액이 3조8000억 원이었던 철도정비창 땅값은 서부이촌동이 개발지로 묶인 이후 8조 원으로 올라섰다.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대상지를 나타낸 그림으로, 2007년 8월 17일 서울시가 밝힌 이 지역 시설 배치 계획이다. 그림에서 광역 터미널 인근의 학교 및 공공시설, 문화시설, 주거 복합, 공원 부지가 서부이촌동이다. 서부이촌동을 뚫음으로써 지역 땅값은 크게 치솟았다. 물론 재산권이 졸지에 제한된 주민은 수년째 난데없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끼어들면서 문제가 커졌다

박원순 시장이 얼마 전 시의 책임을 인정하기 전까지, 서울시는 여태껏 "민간 개발에 서울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오 전 시장 역시 자신의 책임을 묻는언론의 질문에 이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일보)가 2007년 8월 8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18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당초 코레일에서는 서부이촌동은 시가 부담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가 의지적으로 포함시키라고 해서 간 (통합 개발을 추진한) 것"이라는증거가 나온다.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발주해 2009년 나온 한강 주운 용역보고서를 보면, 서울시는 2020년까지 "한강이 도시의 경계(edge)가 아닌 중심(center)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강에 인접한 중심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중요한 핵심 사업부로 용산을 꼽았다. 더 자세히는 "용산 부도심을 국제업무지구로 육성하고 한강변까지 확장하여 워터프론트 타운 조성 및 서해 주운의 거점(국제여객터미널 설치)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였다.

용산 부도심이 한강변과 맞닿기 위해서는 철도정비창 부지를 넘어 서부이촌동까지 개발되는 게 필수적이다. 실제 보고서는 "철도공작창 부지 및 이촌아파트지구 일부를 통합 개발하여 용산공원 및 한강과 연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가 장기 전략으로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능동적으로 설계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그동안 용산 개발 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 왔다"며 "서울시가 코레일이 추진하던 철도정비창 개발 구상안 공고를 중단시키고, 그 후 서부이촌동을 합친 통합 개발안을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레일이 철도정비창 부지만을 개발하기로 한 2006년에는 서울시가 이 지역 개발에 반대했다. 용적률이 지나치게 높아 주변 교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2007년 3월에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지적에 코레일은 사업자 공모를 취소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후, 서부이촌동이 포함된 개발 계획에 서울시와 코레일이 손을 잡는다.

민간 소유 부지가 개발 대상이 됐다. 직접 이해관계자가 코레일 하나에서 2200여 세대 거주민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는 당시 기준으로 입주 5년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 거주민도 포함됐다. 주민 반발이 일어난 건 당연했다. 2007년 10월부터 아파트 거주민들은 수차례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업을 밀어붙였다. 애초 개발 대상에 지역을 포함시켜 거래를 묶은 후, 동의 여부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더구나 거주민은 개발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온갖 협박이 난무했음을 증언한다. 북한강성원아파트 거주민 임영재 씨는 "반대는 묻지도 않았다. '동의하느냐'만 물었다. 반대하는 거주민들에게 깡패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찾아왔다. 우리 아파트에 선생님이 한 분 계신데, 학교로도 그런 사람이 찾아와 '개발에 동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의 개발 찬성률은 논란 초기에는 오히려 개발 반대 의견보다 저조했다. 2009년 제출된 주민 의견 2800여 건 중 통합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1600여 건에 달했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관련 법까지 개정됐다. 인과관계를 확증하기는 어렵지만, 도시개발법 개정으로 인해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이 쉬워진 건 사실이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당초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했다. 그런데 2007년 3월 이 기준을 2분의 1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한 달 만에 개정됐다.

오 전 시장이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에 대한 최종 주민 동의율이 57.1%였다"며 서부이촌동 개발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확정됐다고 해명할 수 있었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은 주민의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상철 사무처장은 "주민의 절반이 개발에 반대해도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당장 서부이촌동에서 문제가 커진 것처럼 설사 주민 동의가 제대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부이촌동 진입로에서 바라본 옛 철도정비창 부지. 아직 이곳에는 시멘트 한 부대도 쏟아지지 않았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도시는 황량하게 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순항할 수 있을까

숱한 논란에도 2009년 7월에서 8월 사이 서부이촌동이 개발 구역으로 지정된다는 공람 공고 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같은 해 12월 3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역을 확정했다. 이듬해 4월 22일 관련 절차는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이 사업은 결국 실패를 향해 치닫고 있다. 2011년 일찌감치 이 사업의 실패를 공언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도시 개발, 길을 잃다)에서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편입한 게 이 사업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업 시행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인터뷰 전문은 기획 3편에 실릴 예정이다. [편집자])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현금 확보 없이 진행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드림허브PFV는 불과 1조 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돼 31조 원짜리 사업을 추진했다. 보유 자본이 취약한 상황이니, 세계 금융 위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내려가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드림허브PFV는 2009년에는 코레일에 토지 매각 대금조차 제대로 납부하기 힘든 지경으로 내몰렸다.

근본적으로는 단 10여 년 만에 여의도 절반 크기의 대규모 오피스 단지를 세우려 했던 이 사업 자체가 허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통합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비슷한 크기인 뉴욕의 배터리 파크도 건립에 40년 넘게 걸렸다. 강남 상권도 개발에 20년이 걸렸다"며 "도시 개발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멋들어진 조감도만 가져다 놓고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전반에 걸쳐 공공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일부 주민은 개발이 확정될 경우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으리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서부이촌동 안에서는 '입주권이 주어진다'는 등의 근거를 찾기 힘든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아직 드림허브PFV는 제대로 된 보상 기준을 명문화한 적이 없다.

드림허브 측이 최대 30억 원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홍보물로 주민들의 개발 동의를 받아냈으나, 이는 극히 과장된 홍보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속임수만 지역에 횡행했던 셈이다.

김 교수는 "특히 공공 조직이 주도하여 계획안을 입안하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면 계획의 목표, 즉 시민들에게 어떤 공공의 이익이 돌아갈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 사업에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어떠한 창구도 없었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의 결정 하나로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서부이촌동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렵다. 지역 주민은 개발 계획 발표 초기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8년 4월 12일 이 지역 주민들이 '이촌2동(서부이촌동) 국제업무지구 통합 개발 반대 주민 결의 대회'를 열어 서울시와 코레일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순항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힘들다. 일단 삼성물산이 빠지면서 발생한 문제인 랜드마크 빌딩 시공자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 더구나 새 투자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경기는 좋지 않다.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드림허브PFV가 제 궤도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서울시가 무상으로 공공시설 부지를 제공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시민의 혈세가 특정 개발 목적을 위해 들어가는 꼴이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안대로 서부이촌동이 고스란히 개발에 포함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서울시는 용산 개발 정상화를 위해 코레일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부이촌동 주민 투표를 재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천명했다. 이 경우 대림·성원아파트는 개발 대상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다. 두 아파트는 이 지역 조망권의 핵심이다. 두 아파트가 지금처럼 남아 있는다면, 당장 개발 사업이 순항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설이 완공되더라도 입주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제2의 가든파이브'나 '제2의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서울시의 등장으로 흔들리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일단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홍보되던 이 사업이 남긴 상처는, 용산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아직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대희 기자,박세열 기자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문제없다, 안전하다, 개선된다”… ‘거대한 4대강 사기극’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17일자 기사 '“문제없다, 안전하다, 개선된다”… ‘거대한 4대강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ㆍ4대강 사업 감사 결과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청사진은 ‘거대한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9년부터 공사가 마무리된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이 거짓 해명으로 사업의 치부를 분식했다. 

대표적인 것이 보 내구성 논란이다. 당시 정부는 보의 세굴·누수·침하·유실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17일 “총 16개 보 가운데 공주보 등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셈으로, 지난해 4월 보 안전성을 점검했던 정부 측 4대강 특별점검단이 “강 바닥 세굴이 보의 안전성에 미칠 영향, 보 누수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보 본체의 구조적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것이 거짓말임을 확인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월 “하상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보 상·하류에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을 설치했지만 물받이공·바닥보호공의 변형이 보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주장까지 했다. 

“4대강 사업 완성” 손 흔드는 MB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해 10월 22일 경기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맞이’ 기념행사에 참석해 4대강 사업 완성을 축하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질 개선에 대해서도 정부의 거짓 해명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4대강 보가 설치된 이후 체류기간이 증가해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부영양화 폐해를 막기 위해 COD(화학적산소요구량), 조류 농도 등 적절한 수질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인데 정부는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만으로 수질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실제 COD는 예년(2005~2009년)에 비해 2012년 기준으로 9%, 조류농도는 1.9%로 증가하며 수질이 악화됐다. 

정부가 당초 수질개선 효과를 은폐하기 위해 처음부터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심지어 정부는 2009년 4대강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강에) 보를 막는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며, 오염원 관리, 유량 변화 등에 따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거짓말은 설계에서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날 “4대강에는 규모도 크고 가동수문이 설치돼 있어 수문 개방이 큰 유속 에너지로 인해 구조물과 보 하부에 큰 충격이 가해지게 되는데도 이것에 견디기 어려운 소규모 고정보에 적용하는 기준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부실한 설계 자체가 보 안전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우려에 “그동안 축적된 광범위한 하천·수자원 분야 연구 및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천기본계획, 유역종합치수계획, 유역조사,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댐건설장기계획 등 물관련 분야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관으로 국토연구원, 수자원공사 등 다양한 기관이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고 설계 능력을 자랑했다.

준설량과 유지비용을 놓고도 감사원은 “객관적인 사업효과 검증 후 적정 유지준설단면을 재설정하지 않고, 이미 시공된 준설단면을 기준으로 향후 퇴적토를 준설하는 것으로 계획해, 유지관리비용이 과다 예상된다”며 “2011년 퇴적량 기준으로 2880억여원의 유지관리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2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 중 4대강 유지관리비는 매년 1368억원”이라고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강병한·유정인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2012년 9월 30일 일요일

실손보험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나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제30호 기사 '실손보험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나'를 퍼왔습니다.


3년마다 60%씩 보험료 급등 불가피… 노후 의료비 보장 꿈 물거품으로

개인 의료비는 65살 이상 노년기부터 집중적으로 지출된다. 특히 75살 이상 노인의 의료비는 65살 미만의 5배에 이른다. 이를 대비한 게 건강보험 이외의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이다. 그러나 잘못된 상품 설계로 3년마다 60%씩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40살 가입자가 70대가 되면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노후 의료비 보장은 한낱 공허한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직장인 노후 대책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게 의료비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90대 노인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비 증가가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해주는 반가운 수단이 실손의료보험이다. 매달 7만~10만원씩 20년을 내면 100살까지 평생 의료비를 다 내준다고 하니 그만큼 좋은 게 없다.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20년 동안 1500만~2천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용을 100% 해결해준다는 게 실손보험의 주요 내용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2007~2009년 많은 사람들이 이 보험에 가입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2522만 명(2012년 4월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예상보다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면서 보험사들의 사정이 다급해졌다. 결국 금융 당국이 나서 2009년 10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기존 100%(손해보험 기준)에서 90%로 줄여줬다. 1차 대책이었다. 이후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2012년 들어 다시 문제가 터졌다. 3년의 보험료 갱신 주기를 맞은 2009년 10월 이전 가입자들에게 60% 가까운 보험료 인상 폭탄이 떨어졌다. 잘못된 상품 설계로 보험사들의 손해가 커지자 이를 보험 가입자에게 모두 전가한 것이다. 문제는 3년마다 이런 식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 당국이 지난 8월 2차 대책을 내놨다. 보험료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연간 25%의 한도를 정해 그 이상 못 올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신규 가입자에 대한 대책일 뿐 기존 가입자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2500만여 명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장차 자신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떨어질지조차 모르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월 7만~10만원이다. 이 가운데 실손보험료는 1만~1만5천원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일반 손해보험의 보험료다. 거기에 향후 보험료 상승을 대비한 적립보험료가 있다. 상해보험 3만~4만원, 실손보험 1만~1만5천원, 적립금 5만~6만원, 이런 식으로 보험료가 구성된 경우가 많다. 가입자들은 실손보험에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해보험이 주계약이고 실손보험은 특약으로 포함된 형태다. 문제는 1만~1만5천원에 불과한 실손보험료가 3년마다 60%씩 오를 경우 본격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는 70~80대 이후가 되면 월 보험료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이곳을 방문한 젊은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노후 의료비 마련은 중·장년층의 중요한 노후 대책 가운데 하나다. 뉴시스

한 달 납부 보험료가 1천만원?

3년마다 60%씩 오를 경우 애초 1만5천원이던 실손보험료는 3년 뒤 2만4천원이 된다. 6년 뒤에는 3만8400원, 15년 뒤면 15만7천원으로 오른다. 이후엔 더 가팔라진다. 30년 뒤엔 164만9천원이고, 36년 뒤엔 422만2천원, 42년 뒤엔 무려 1080만8천원에 이른다. 40살의 직장인이 1만5천원씩 내는 실손보험에 가입해 82살이 되면 월 보험료가 1천만원을 넘어간다는 얘기다. 45년 뒤엔 1729만3천원으로 애초 보험료의 1천 배를 넘게 된다.
설마 그렇게까지 오를까?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개연성은 매우 높다. 연령 증가 한 가지 요인만으로도 3년마다 보험료가 20%씩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위험률 상승을 감안해야 한다. 위험률은 의료 이용량 증가,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의료 단가 상승,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산정한다.
의료 이용량 증가와 의료 단가 상승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의 국민의료비 현황을 보면 쉽게 추산할 수 있다. 국민의료비 가운데 공공부문 지출을 제외한 개인 의료비 중 비급여본인부담금과 법정본인부담금을 합한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는 2000년 13조1천억원에서 2008년 23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실손보험이 2009년부터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손보험 가입으로 인한 의료 이용량 증가의 영향이 크지 않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의 가계 부담 국민의료비 상승률은 연평균 7.5%다. 3년 단위로 계산하면 24%가 넘는다. 물론 인구 증가로 인한 상승분이 있다. 그러나 당시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0.5%에 불과하다. 3년이라 해도 1.5%에 그친다. 인구 증가를 감안한 실제 의료비 상승률이 대략 22.5%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가 연 3%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3년마다 10%가량의 보험료 추가 상승 요인이 존재한다.
연령 증가, 가계 의료비 증가, 물가 상승 이 세 가지만 감안하더라도 3년마다 53%가량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연령 증가 20%, 위험률 증가 40%를 합쳐 60%의 보험료 인상을 감수해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보험회사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진짜 원인은 잘못된 상품 설계에 있었던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다음에도 올해처럼 보험료가 60%씩 오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서 3년마다 50%씩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보험료 폭탄을 피할 수 없다. 애초 월 1만5천원이던 보험료는 15년 뒤엔 11만4천원, 30년 뒤 86만5천원, 36년 뒤 194만6천원, 42년 뒤 438만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40살에 가입해 82살이 되는 해다. 개인 의료비 지출이 70대나 80대 이후에 집중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입자들은 거의 아무런 이득을 볼 수 없게 된다. 정작 많은 의료비 지출이 예상되는 70대 이후에는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가입자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65살 미만이 5만8297원, 65~74살 29만1645원(5배), 85살 이상 32만5370원(5.58배)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보험료 인상액이 적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한다. 적립보험료를 내는 경우 적립금에서 인상분을 보충하기 때문에 납부 총액이 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료가 올랐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 하지만 적립금이 바닥나면 보험료가 급증하고 가입자들은 그때서야 실상을 알게 된다. 결국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실손보험 유지율은 5년차가 48.5%, 10년차가 14.7%다. 10년이 지나면 85.3%가 해약한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15~20년납 100살 만기 실손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15~20년만 보험료를 내면 더 이상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점이다. 그것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때 얘기다. 보험료가 3년마다 60%씩 오르면 12~15년만 지나도 매달 고액의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직장인 A씨가 2009년 3월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20년납 100살 만기 보험으로, 1억원 한도에서 의료비의 100%가 보장되는 실손보험이다. 월 보험료는 6만8500원이다. 보험료 내역을 자세히 보면 △상해사망·후유장애 5240원 △질병사망 1만3720원 △적립보험료 4만9540원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적립보험료에서 실손보험료 1만8475원이 빠져나간다. 나머지 3만1천여원 가운데 보험사가 사업비 명목으로 1만5천원을 가져간다. 실제 적립되는 돈은 1만6천원에 불과하다.
이 사람의 실손보험료는 애초 1만1554원이었으나 올해 3월 59.9% 올랐다. 인상액이 6921원이어서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보험료 납부 총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에 쌓아놓은 적립금에서 인상분을 충당하니 본인은 보험료가 오른지도 몰랐다. 그러나 실손보험료가 60%씩 계속 오를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한다. 보험료는 가입 시점에서 9년 뒤 4만7천원, 12년 뒤 7만5천여원, 15년 뒤엔 12만1천원으로 불어난다.
이때쯤이면 적립금이 바닥나고, 그 순간 6만8500원이던 보험료는 급등 행진을 시작한다. 상해보험 1만9천원에 실손보험 12만1천원을 더해 14만원가량으로 보험료가 두 배 이상 뛰는 것이다. 보험 가입자는 그때까지 6만8500원만 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비로소 보험료 급등을 실감하게 된다. 20년납이라 해도 보험료가 부족하면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보험료는 18년 뒤 21만2천원, 30년 뒤 128만9천원 등으로 급등한다. 30년이 지나면 연간 보험료 납부액만 1547만원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보험 가입자들

이런 식으로는 보험 계약 유지가 불가능하다. 결국 해약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률이 5~10%에 불과할 것이고, 또 20년만 내면 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고 알고 계약했다. 거의 대부분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급등하게 되는 문제점 때문에 적립보험료 방식의 실손보험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 2500만여 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이번 대책은 대부분 신규 가입자를 위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기존 가입자들은 대책 없이 방치돼 있다. 이들은 조만간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게 돼 있다. 금융 당국이 하는 말은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겠다"는 것뿐이다.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해약으로 인한 손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지 대답이 없다. 실손보험은 결국 한판의 거대한 사기극으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정남기  jnamki@hani.co.kr

2012년 5월 28일 월요일

MBC 기자회 "시용 기자 채용은 사기극"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27일자 기사 'MBC 기자회 "시용 기자 채용은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MBC노조 제공 시용 기자 채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MBC 기자회

MBC 기자회가 사측이 파업으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행하고 있는 '시용 기자'채용에 대해 "김재철 체제의 연명을 위한 사기극"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용 기자란 채용 뒤 시험 삼아 1년 동안 사용하는 인턴기자를 말한다.

MBC 기자회는 26일 오전 7시30분께 MBC 시용기자 면접 시험이 열린 서울 을지로 한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용은 정식 근로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시용 기간 중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 고용"이라며 "김재철 체제의 연명을 위한 땜질이자 지원자들을 농락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선배동료들이) 생계를 포기한 채 MBC의 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을 때 김재철의 꼭두각시라는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시용 기자'들을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앞으로 업무 복귀 이후 벌어질 구성원간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회는 "김재철 사장은 떠나고 그가 떠난 뒤 어느 누가 '시용 기자'의 미래를 책임질 것인가"라며 "결국 시용 기자들은 김재철과 운명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 사측은 지난 16일 시용기자 채용에 반대하며 사내집회를 열었던 박성호 기자회장과 최형문 기자회 대변인, 왕종명 기자 등 3명을 오는 30일 인사위에 회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이들을 인사위에 회부한 이유는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성호 기자회장의 경우 이미 인사위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위에서 중징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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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kdh@vop.co.kr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김윤옥·정운찬의 사기극, 제주도의 이름을 더렵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7일자 기사 '김윤옥·정운찬의 사기극, 제주도의 이름을 더렵혔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그 불결한 명성

‘소나기 클릭’이 뭔가? 아이유 같은, 제 마음에 드는 사람에 관한 글을 연거푸 클릭하여 능히 혼자서도 수 만 번, 아니 그 이상의조회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폭풍 클릭’이다. 

이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가 된다. 연예산업의 ‘가치’다. 네티즌의 환호가 돈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나기를 퍼붓는 이는 ‘광팬’이다. 연예기획사가 스스로, 또는 다른 이를 시켜 광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려 네티즌의 인기를 끈 다음 특정 상품을 판매하여 기업들로부터 거금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 이런 장사꾼들의 ‘무기’ 중 하나가 자기나 주변 사람의 소나기 클릭이다. 관련 ‘알바’ 시장도 크다. 조회수가 돈이 되니 이런 ‘산업’들이 출현한다. 본질은 속임수다.  

이런 새 수법을 어찌 처리할지에 관해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미 일상사가 됐다. 20만km 달린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7만km로 조작하는 것은 처벌을 받는 범죄다. 계기판 핀셋 한번 놀려 큰 돈 번다. 조작으로 남을 속여 돈을 버는 행위들, 다를 바가 없다.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피싱 범죄와도 맥이 통한다.

남을 현혹하는 것, 사기다. 인터넷 세상의 한 모습이다. 다만 그 사기의 범죄성에 관한 인식이 늦어지고 있어 계속 말썽 나고, 피해자가 생긴다.



‘유네스코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아리송하게 제 모습을 사탕발림한 ‘매우 발랄한’ 한 서양인의 놀이판에 우리 정부가 개입한 일이 말썽이다. 대통령 부인에다 전직 국무총리인 정운찬씨까지 나섰다. 제주도가 ‘뭔가’에 선정됐단다. 그저 좋은 일인가.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가 되게 하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이 벌어질 적에 관심 가지고 봤다. 그런데 잡음이 그치지 않아 비로소 그 내용을 살폈다. 원, 세상에, 이건 바로 그 소나기 클릭 얘기 아닌가. 

처음에 얼핏 이렇게 알아들었다. 제주도의 좋은 점을 널리 알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제주도를 지지하는 ‘투표’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유 응원하는 팬들이 소나기 클릭 퍼붓듯, 가슴 벅찬 일이다. 게다가 제주도 관광 산업이 업그레이드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제주도)에게 돈을 들여 표를 던지는 것이었단다. 정씨를 비롯한 그들 모두가 돌연 말귀에, 글눈에 맹한 사람이 됐을까? 그 행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눈에 무엇이 씌었을까? 얼굴이 뜨겁지도 않았을까? 게다가 국민의 혈세까지 그 ‘협잡’에 바친다니.    

아직 전화사기인 피싱이나 자동차계기판 미터기 조작과 같은 범죄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범죄적 소질이 다분한 꼼수다. 주최 측이라는 N7W(뉴세븐원더즈)는 안개 속 유령단체다. 나라에 좋을 거라니 ‘이런 짓’의 본질도 챙겨보지 않고 다만 깃발 흔들어댄 것이다. 온 나라가 다 나서서 말이다. 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N7W는 무엇을 노렸나? 대한민국이나 제주도와 같은, 자신감 부족한 나라나 기업, 관광기구를 대상으로 돈을 긁어내는 것이 목적이자 영업방식 아닌가? 국내외 보도를 훑으니, 적어도 정직하거나 투명한 조직은 아니다. 야바위로 봐야 할 조건들이 즐비하다. 

협잡의 수법으로 그럴듯하게 꾸민 것이 야바위판이다. 수십조원의 ‘기대이익’은 당근이었겠다. 설사 그 기대이익이 가능한 것이라 한들 그런 협잡에 의한 ‘이름’이 어찌 자랑스러우랴? 불결하다. 제주도의 가치가 기껏 그것 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참 철없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그 협잡을 믿고 주장한다면, 그들은 같은 협잡꾼일 수도 있다. 그 협잡으로 권력의 언저리에서 꺼져가는 제 이름을 다시 드날려보려는 싸구려 정치인이거나, 다른 잇속을 챙기는 정상 모리배일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그들이 욕먹는 것으로 이 드라마가 끝나지 않으니 또 문제다. 순수한 ‘애국심’으로 한 표 또는 여러 표 던진 시민들의 비용은 일단 제쳐두고라도, 국민의 피와도 같은 세금이 쓰였고, 더 쓰여야 한다는 점이 한심하다. 수백억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지사가 ‘영업비밀’이라며 그 돈(전화비용)의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세계축구협회가 순위 매기는 방법을 공개하는 법이 있느냐고 했단다. 무식하고도 무례하다. 세금만은 안 된다. N7W와 전화회사의 거래는 영업이겠지만, 세금은 그렇게 쓰일 수 없다. 국민 모두의 고래심줄 세금이 명분 없이 쓰였다면, 물어내고 책임을 져야 한다. 상식이다.

이 야바위판에 책임 있는 자들, 언론을 포함한 기구들, 국민들의 이 질책 듣고 있는가? 참 허망한 사람들이다. 

본질을 보자. 제주도는 원래 아름답다. 그런데, 깨끗해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