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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8일 목요일

용산 개발사업, 이대로 없던 일이 되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18일자 기사 '용산 개발사업, 이대로 없던 일이 되나?'를 퍼왔습니다.
이세영 변호사의 '뉴스 속 법률'
총사업비 31조 원을 들여 서울 한복판에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해 초고층건물 66개를 한꺼번에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한때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 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국을 맞으면서 단군 이래 최대의 ‘헛방 삽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초고층의 저주’를 받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운 없게도 무산된 것인지, 아니면 자본도 구체적인 사업성 분석도 없이 무모하게 시작한 개발사업이 빚어낸 대참사인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시신 처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 같다.
 
기업 경영자 등에 대한 업무상배임죄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초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임은 물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단순히 당해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자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삼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당해 기업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행한 행위임이 인정되는 때에는 경영자에게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방식 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개발 사업의 현금수입 및 자산에 근거하여 자금을 차입하고, 원리금 상환 책임이 개발사업 자체의 내재가치와 예상 현금수입 이내 또는 일정 범위의 출자자 부담으로 한정하는 방식이므로, 기업의 경영자는 개발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투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사업전망 등을 면밀하게 조사·확인한 후 투자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기업의 경영자는 개발 사업비 규모가 3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므로 사업비의 3.77%에 불과한 1조 원의 자본금을 가진 개발회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이 개발사업을 이끌 수 있는지를 자세히 검토하고, 차입 및 분양대금 등으로 사업부지 매입 및 공사대금을 충당한다는 사업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사업부지 매입 등에 소요되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별도의 자금동원 계획을 마련해야 하며, 철도 사업이나 관광 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회사가 과연 사업을 이끌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했어야 옳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2007년 8월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사유지를 포함한 통합개발 발표, 같은 해 12월 개발회사 설립, 2010년 4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으로 추진됐는데, 당시 세계 경제는 부동산 경기 하강 추세였으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 현상을 이미 보여주고 있었고, 결국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파산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정을 장식하던 때이므로, 기업의 경영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 등을 더욱 자세히 검토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개발회사의 부도로 말미암은 매몰비용 1조 원의 손해 발생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천문학적인 사업비 규모에 비춰 턱없이 부족한 개발회사의 자본금 규모,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 당시의 부동산 경기 침체 가능성, 당해 기업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경험 정도, 개발회사가 사업부지 매입, 공사대금 등에 소요되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별도의 자금동원 계획을 마련하였는지의 유·무 등, 기업의 경영자들이 당해 회사 등이 처한 경제적 상황, 대규모 개발사업의 사업전망과 투자에 따른 손실발생의 개연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경영상 판단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투자 시 회사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투자 때문에 회사 등에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 또는 적어도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인 경험칙에 들어맞는다 할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자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이다.
 
기업 경영자 등의 손해배상책임
 
기업의 경영자 등은 주주들을 대신해 회사의 대내적 및 대외적 업무집행기관으로 선임된 자이므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회사 업무를 성실하게 집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따라서 기업의 경영자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함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회사가 이 때문에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기업 경영자는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회사의 경영에 대한 판단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또한 회사경영이란 것이 그 성질상 다소의 모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므로, 경영자가 업무를 집행함에서 경영자로서 요구되는 합리적 선택의 범위 안에서 판단하고 이에 따라 업무를 집행하였다면 사후 그의 행위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할지라도 경영자에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가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함에, 판단의 자료가 될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었음에도 이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이용 가능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지 아니한 채 무모하거나 경솔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 이는 경영판단에 관하여 허용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또한, 경영자의 배임으로 발생한 회사의 손해가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간접적 손해가 되었을 때 상법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도 있어 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며, 기업 경영진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충실·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위배하며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이 때문에 회사의 채권자나 주주 또는 이해관계인조차도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통상적인 기업경영상의 손실을 넘어서는 특별한 손실이 회사에 발생한 경우, 이러한 손실 원인이 기업 경영진의 명백히 위법한 임무해태행위에 있으나, 그 손실의 규모가 막대하여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회사가 도산하게 되면 소멸한 회사의 경영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회사 경영자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아 주주에게 발생한 손해의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주주의 간접손해에 대해서도 상법의 적용을 인정함이 타당하므로, 경영자의 주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만약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천문학적인 사업비 규모, 사업비 규모에 비춰 턱없이 부족한 개발회사의 자본금 규모,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 당시의 부동산 경기 침체 가능성, 당해 기업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경험 정도, 개발회사가 사업부지 매입, 공사대금 등에 소요되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별도의 자금동원 계획을 마련하였는지의 유·무, 개발회사의 부도로 말미암은 매몰비용 1조 원의 손해 발생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기업의 경영자들이 당해 회사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 대규모 개발사업의 사업전망,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에 따르는 손실발생의 개연성 등을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통찰력으로 합리적이고 적절한 판단을 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설령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행위가 배임죄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투자행위는 경영판단으로서 보호될 수 없고, 따라서 경영자로서의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있어 경영자들은 위 투자행위로 말미암은 손해에 대하여 회사, 회사의 채권자, 주주 등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기업의 경영자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이다.
 
한결같이 샴페인 터트릴 준비만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바벨탑의 꿈’이 부서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건립이 추진 중이던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9곳 중 대부분이 중단됐거나 중단 위기다.
 
‘승자의 저주’, ‘초고층의 저주’를 받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관통하는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구체적인 사업성 분석 없이 막연한 사업성만 믿고 추진한 무리한 개발사업이라는 점이다. 무리한 개발사업답게 사업부지 매입 또는 공사대금 등에 소요되는 사업자금을 차입에 의존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과거 부동산 열풍이 불던 시기에 막연한 사업성만 믿고 ‘서울의 랜드마크’, ‘동북아의 허브’를 꿈꾸며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이 막연한 사업성만 믿고 추진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휘말린 주민은 부추겨진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고 있다.
 
이런 거대한 비극을 생산한 구조는 다름 아닌 건설업자, 금융자본, 성과에 목말라하는 지방자치단체장 간에 이루어지는 삼각동맹이다. 이 삼각동맹은 해체되어야 한다. 이 삼각동맹의 해체 없이는 부동산거품 붕괴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좌초에 대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지금은 부동산거품 붕괴의 시대이다.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발 사업을 통한 대박을 꿈꾸는 것도 더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삼각동맹의 해체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대박의 욕망이 다시 부추겨지고 결국에는 다시 좌절할 것이며 경제위기는 절대로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좌초가 이대로 ‘없었던 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한결같이 샴페인 터트릴 준비만을 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법률사무소 새롬' 이세영 변호사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이글은 시사IN 2013-04-04일자 기사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출자사들이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 모임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등 갈등이 심각하다. 자금 조달, 인허가 문제 등 앞으로도 난제가 널려 있다.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22층짜리 대림아파트 외벽에 거대하게 칠해져 있었다. 베란다에도 한두 집에 걸쳐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는 3월19일과 20일, 서부이촌동을 찾았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연립주택 건물은 황사로 인해 더 뿌옇게 보였다. 은행·편의점·학교 같은 시설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지구 개발사업이 6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3월13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편입시켜 통합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규모가 총 56만6000㎡(17만1215평)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대한 개발 사업이었다. 한 서부이촌동 주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보상액도 전례가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부도 위기가 터지고 보니 전례 없는 사기극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31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용산국제지구 개발 사업이 채무 불이행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 부지인 용산 철도정비창 터는 지난해 9월께 공사를 멈췄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44만2000㎡ 대지는 트럭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부이촌동 주거지역이 펼쳐져 있다. 서울시에서 투기를 막고자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30일 이후 입주자는 분양권에 제한을 뒀다. 당연히 집을 팔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 허름한 상가 1층에 자리한 부동산 7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영업을 하는 두 곳에는 전세나 매매가 아닌 ‘보증금 O천만원’이 적힌 종이만 가득했다. 2∼3층짜리 낡은 연립주택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비좁게 붙어 있었다. 언제 개발이 될는지 알 수 없는 통에 주민들은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았다. 인근 철물점 주인은 “예전에는 오래된 집들이라 수리도 하고 리모델링도 했다. 이젠 할 일이 없다. 인테리어 가게도 망해서 건물이 비었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 간에는 갈등이 극심해졌다.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는 ‘개발 관계자 출입금지·무단출입 시 고발 조치함’ 푯말이 붙어 있다. 서부이촌동에는 대림(638가구)·북한강 성원(340가구)·동원 베네스트(103가구)·중산(266가구)·시범(228가구) 등 5개 아파트가 조성돼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604가구)들에 비해 개발 반대 의사가 더 강하다. 특히, 대림아파트와 북한강 성원아파트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택 및 상가 소유자는 개발에 찬성하는 이가 많았다. 시행사 드림허브가 낡은 주택을 주상복합으로 바꿔놓겠다고 홍보했다. 2007년 당시 드림허브가 나눠준 ‘개발 시 재산가치 30억6925만원(33평 아파트)’ ‘평당 2억 보상’ ‘입주권 프리미엄’ 따위 홍보물은 여전히 부동산 내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은 지 38년 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송종수씨(52)는 판자촌이 즐비하던 시절부터 살았다며 “개발은 시행사와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직전인 2007년 상반기, 서부이촌동에는 ‘집값 급등’이라는 회오리가 몰아쳤다. 지어진 지 40년 된 중산아파트(18평형)가 무려 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종전보다 3배가 넘게 올랐다. 주민대표자 중 한 명인 이 아무개씨(49)는 “그때 개발 차익을 노리고 이사 온 주민이 30%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즈음 입주한 이들이 대부분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개발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졌더라도 조직은 서너 개로 분화됐다. 개발 반대 모임은 크게 ‘개발구역 5개 아파트 주민 구성 서부이촌동 주민연합비상대책위원회’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생존권사수연합’ 등으로 나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갈라짐은 더 심했다. 한 아파트에는 대표단체라고 나서는 조직이 네 곳이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주민자치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다 대책협의회까지. ‘원주민이 대표를 해야 한다’ ‘시행사의 앞잡이가 숨어 있다’며 공방이 오가다 단체 수만 불리게 된 것이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6년 전 개발에 동의하다 반대로 돌아선 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평(3.3㎡)당 2억원을 보상한다’던 입소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고, 드림허브 측은 보상금액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주민 불안을 키웠다. 애초 이주비를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이주 대출이자 지원으로 말을 바꾸었다. 2008년 개발동의서에 사인했던 남 아무개씨(44)는 “처음에는 고마웠다.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하면 1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고, 믿었다. 지번 소유자는 거의 90% 이상이 통합 개발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주민들은 부도 위기를 겪으며 시행사가 바뀔 경우 그 약속을 모른 체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아직 주민들 속내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 속내가 간단하지는 않은 듯하다. 부도 위기 이후 개발 반대에 목소리가 높은 듯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 주민들과 마음을 바꾼 몇몇 주민들 말고는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민들조차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의견이 갈리면서 주민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기자가 본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 묻자 ‘환상에 찌들어’ ‘상식이 부족해서’ ‘법적으로 무식해서’ 찬성한다거나, ‘펜트하우스를 달라고 로비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반대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격하게 전달했다. 정철수씨(56)는 “최소 6년 이상 같이 살던 사람들인데도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목욕탕에서 만나도 얘기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등 출자사는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주주들 간의 의견 조율, 자금 조달 문제, 인허가 리스크 문제, 출자사의 불만 해소, 부동산 불황 따위 난제는 널려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사이에서 주민들의 분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