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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4일 목요일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이글은 시사IN 2013-04-04일자 기사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출자사들이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 모임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등 갈등이 심각하다. 자금 조달, 인허가 문제 등 앞으로도 난제가 널려 있다.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22층짜리 대림아파트 외벽에 거대하게 칠해져 있었다. 베란다에도 한두 집에 걸쳐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는 3월19일과 20일, 서부이촌동을 찾았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연립주택 건물은 황사로 인해 더 뿌옇게 보였다. 은행·편의점·학교 같은 시설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지구 개발사업이 6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3월13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편입시켜 통합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규모가 총 56만6000㎡(17만1215평)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대한 개발 사업이었다. 한 서부이촌동 주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보상액도 전례가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부도 위기가 터지고 보니 전례 없는 사기극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31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용산국제지구 개발 사업이 채무 불이행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 부지인 용산 철도정비창 터는 지난해 9월께 공사를 멈췄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44만2000㎡ 대지는 트럭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부이촌동 주거지역이 펼쳐져 있다. 서울시에서 투기를 막고자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30일 이후 입주자는 분양권에 제한을 뒀다. 당연히 집을 팔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 허름한 상가 1층에 자리한 부동산 7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영업을 하는 두 곳에는 전세나 매매가 아닌 ‘보증금 O천만원’이 적힌 종이만 가득했다. 2∼3층짜리 낡은 연립주택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비좁게 붙어 있었다. 언제 개발이 될는지 알 수 없는 통에 주민들은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았다. 인근 철물점 주인은 “예전에는 오래된 집들이라 수리도 하고 리모델링도 했다. 이젠 할 일이 없다. 인테리어 가게도 망해서 건물이 비었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 간에는 갈등이 극심해졌다.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는 ‘개발 관계자 출입금지·무단출입 시 고발 조치함’ 푯말이 붙어 있다. 서부이촌동에는 대림(638가구)·북한강 성원(340가구)·동원 베네스트(103가구)·중산(266가구)·시범(228가구) 등 5개 아파트가 조성돼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604가구)들에 비해 개발 반대 의사가 더 강하다. 특히, 대림아파트와 북한강 성원아파트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택 및 상가 소유자는 개발에 찬성하는 이가 많았다. 시행사 드림허브가 낡은 주택을 주상복합으로 바꿔놓겠다고 홍보했다. 2007년 당시 드림허브가 나눠준 ‘개발 시 재산가치 30억6925만원(33평 아파트)’ ‘평당 2억 보상’ ‘입주권 프리미엄’ 따위 홍보물은 여전히 부동산 내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은 지 38년 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송종수씨(52)는 판자촌이 즐비하던 시절부터 살았다며 “개발은 시행사와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직전인 2007년 상반기, 서부이촌동에는 ‘집값 급등’이라는 회오리가 몰아쳤다. 지어진 지 40년 된 중산아파트(18평형)가 무려 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종전보다 3배가 넘게 올랐다. 주민대표자 중 한 명인 이 아무개씨(49)는 “그때 개발 차익을 노리고 이사 온 주민이 30%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즈음 입주한 이들이 대부분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개발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졌더라도 조직은 서너 개로 분화됐다. 개발 반대 모임은 크게 ‘개발구역 5개 아파트 주민 구성 서부이촌동 주민연합비상대책위원회’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생존권사수연합’ 등으로 나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갈라짐은 더 심했다. 한 아파트에는 대표단체라고 나서는 조직이 네 곳이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주민자치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다 대책협의회까지. ‘원주민이 대표를 해야 한다’ ‘시행사의 앞잡이가 숨어 있다’며 공방이 오가다 단체 수만 불리게 된 것이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6년 전 개발에 동의하다 반대로 돌아선 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평(3.3㎡)당 2억원을 보상한다’던 입소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고, 드림허브 측은 보상금액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주민 불안을 키웠다. 애초 이주비를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이주 대출이자 지원으로 말을 바꾸었다. 2008년 개발동의서에 사인했던 남 아무개씨(44)는 “처음에는 고마웠다.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하면 1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고, 믿었다. 지번 소유자는 거의 90% 이상이 통합 개발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주민들은 부도 위기를 겪으며 시행사가 바뀔 경우 그 약속을 모른 체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아직 주민들 속내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 속내가 간단하지는 않은 듯하다. 부도 위기 이후 개발 반대에 목소리가 높은 듯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 주민들과 마음을 바꾼 몇몇 주민들 말고는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민들조차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의견이 갈리면서 주민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기자가 본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 묻자 ‘환상에 찌들어’ ‘상식이 부족해서’ ‘법적으로 무식해서’ 찬성한다거나, ‘펜트하우스를 달라고 로비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반대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격하게 전달했다. 정철수씨(56)는 “최소 6년 이상 같이 살던 사람들인데도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목욕탕에서 만나도 얘기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등 출자사는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주주들 간의 의견 조율, 자금 조달 문제, 인허가 리스크 문제, 출자사의 불만 해소, 부동산 불황 따위 난제는 널려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사이에서 주민들의 분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김형태 제수 “죽은 동생 보상금도 떼어갔다”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4-16일자 기사 '김형태 제수 “죽은 동생 보상금도 떼어갔다”'를 퍼왔습니다.
“덮다고 씻고 나오더니 팬티차림…취직‧학자금 등 대가였나”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의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 피해자인 제수씨는 16일 김 당사자가 죽은 동생의 보상금의 반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제수씨 최모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약점을 이용해서 돈을 양쪽으로 회사에서 나가도록 해서 반을 받아갔다”며 성추행 폭로로 1억2천만원을 요구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앞서 김현정 앵커는 “김형태 당선자의 반론도 듣고 함께 인터뷰를 하고자 했지만 김 당선자는 인터뷰는 거절했다”며 “다만, 제수씨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저희에게 알려왔다. 제가 그 반론을 대신 전하면서 인터뷰 나눠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성추행 상황과 관련 최씨는 “한 10여 년 전이다. 아이 학자금 문제도 그렇고 의논할 게 있으니까 한번 올라오라고 해서 올라간 것이다”며 “공항에서 만나 밥도 먹고 차를 지하주차장에 주차 하더라, 그리고 내리라고 해서 저는 따라 내렸다, 들어가니까 오피스텔이더라”고 말했다.

최씨는 “복도가 넓지 않은 오피스텔 양쪽으로 문이 있었는데 그 왼쪽 어느 방의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갔다”며 “너무 더워서 다닐 수가 없다고 들어오라고. 저도 그때는 덥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따라 들어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에어컨을 틀어서 그 앞에 앉아 있으라고 해서 저는 그 앞에 앉아 있었고 아주버님은 덥다고 씻는다고, 씻으러 들어가더라”며 “처음에는 팬티 바람으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그때 그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정말 뜻밖이었는데 팬티 바람으로 나오는 것은 그렇지 않냐”며 “그런데 바로 그렇게 할 거라고는, 또 제가 좀 바보인 건지 그것까지는 전혀... 제 집에서도 남동생이 있고, 우리 애들도 다 여름에 더우면 남자들은 다 팬티 바람에 지내지 않냐”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바로 거부의 뜻을 밝혔냐’는 질문에 최씨는 “바로 그런 게 아니고, 그 행위에 어떻게 균형을 잃어서 제가 침대에 벌러덩 뒤로 넘어가버렸다”며 “그러니까 밑에 깔리니까 제가 몸을 움직일 수가, 빠져나올 수가 없잖아요.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우리 장남과 아주버님 집 막내하고 나이가 똑같다”며 “그래서 제가 아주머님 집 애 이름을 얘기 하면서 ‘얼마나 죄책감을 가지겠냐. 엄마로 인해서 얘가 얼마나 고개를 못 들겠냐’ 그런 얘기들도 했다”고 말했다.

바로 신고할 생각을 못했냐는 질문에 최씨는 “그때만 해도 아주버님이 굉장히 어려운 사람이다, 집안의 어른이다”며 “내가 그냥 조용히 듣고 일단 이 일이 두 번 일어날 이유는 없으니까 그때는 ‘덮으리라’ 이렇게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씨는 “저 자신으로는 굉장히 갈등이 많았다, ‘저를 1년간 계약직으로 취직을 시켜주겠다. 또 우리 애 학자금 받도록 해 주겠다. 이런 이유들로 나한테 그 대가를 이런 식으로 요구했나’ 하는 그런 걸로 해서 저는 굉장히 갈등이 심했다”며 “그 당시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애들 자고 있을 때 조용한 밤에는 저 혼자서 유서도 여러 번 써봤다”고 자살 결심까지 했었던 일을 털어놨다.

이번에 공개한 녹취록에 대해 최씨는 “양천구 목동의 아주버님 집에 전부 앉아서 얘기한 내용”이라며 “김형태 씨 부인도 그 자리에 있었고 그렇게 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고 김형태 당선자의 부인까지 동석했던 사실을 밝혔다.

최씨는 “그때는 집도 경매로 돼서, 아주버님 빌려주신 돈 차감하고 나중에는 저한테 준다고 했다가 또 안 준다고 하고 오락가락하던 상황이었다”며 채무관계를 풀기 위해 갔고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했기에 녹음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잘려진 부분 전혀 없이 다 공개할 의사가 있다며 한시간 이상 분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본인이 본인 스스로 본인 이름을 거론한 내용도 있다, “나 김형태가” 이렇게”라며 “다른 사람이 한 거라고 그러면 다 음성대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당선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최 씨는 맞고소를 할 것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제가 공개할 수 있는 것까지는 최대한으로 다해서 같이 맞설 생각이다”고 결의를 밝혔다. 최씨는 새누리당 내에서 자진 탈당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 될 자격이 아닌 사람이 출당은 아니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최씨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점은 우리 애들을 너무 고생시켰고, 친정아버지가 자살을 했다”며 “100%는 아닌데 이 사건이 5~60% 작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아버지가 딸을 키울 때는 남부럽지 않게 키웠는데 그 딸이 자꾸 이렇게 망가져 가니까 아버지 마음이 어떠시겠냐”며 “어떤 일이 있어도 본인이 사퇴를 하든지,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으로라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분노를 표했다.

조정현 기자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1일자 기사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을 퍼왔습니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②] 뉴타운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 처음 시작됐다. 뉴타운 사업, 즉 도시재정비사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재개발 문제 갈등은 주로 철거세입자와 재개발 조합 간 임대주택 및 보상금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 이후 분쟁 양상은 달라졌다. 건실한 주택이 재정비촉진 지구로 지정되면서 지가가 올랐고, 투기 세력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높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했다.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을 내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조합원들은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며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여전히 뉴타운의 사업성을 믿는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월, 뉴타운 해법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타운 진행상황에 따라 맞춤형 해법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타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뉴타운 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본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① "뉴타운이 로또? 지붕에서 비 새도 수리도 못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타운사업(재정비 촉진사업)이다. 각종 소송과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난 지역에서조차 여러 문제로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2002년부터 지정된 뉴타운지구는 총 35개, 245구역으로 면적은 27㎢이다. 서울시 면적의 4.46%를 차지하는 방대한 크기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강북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강남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을 조성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공공의 기반시설투자를 전제로 공공에서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민간 주도로 개별 구역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는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군소단위로 진행되던 재개발을 하나의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뉴타운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나의 뉴타운지구 안에 여러 정비 구역이 존재한다. 뉴타운지구라는 것은 여러 정비 구역을 묶은 일종의 정비 구역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1년 3월 기준으로 총 35개 지구 241개 사업 구역 중 착공에 들어갔거나 준공된 구역은 단 32개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구역의 87%는 아직 삽질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7년~2010년 3월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재정비사업 관련 소송건수는 212건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2009년에 발생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 성동, 성북, 서대문구 등 재정비사업이 많은 자치구에서 43.3%로 가장 많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단계별로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과 관련한 소송이 134건으로 63%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신길뉴타운지구. ⓒ프레시안(허환주)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 뉴타운

재정비사업의 갈등은 상당부분 정보부족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뉴타운사업 동의서를 작성한다. 뉴타운 계획수립 후 주민공람과 공청회가 개최되지만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설명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겉치레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 이유는 주민이 정보를 알지 못하면 못 할수록 사업 진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뉴타운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 등을 담보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수익형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분양수익이다. 이것이 많이 남아야 지역 주민의 부담금이 줄어든다.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분양수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아파트로 들어갈 때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액이 증가하는 것.

문제는 이런 부담금을 정비업체에서는 지역 주민, 즉 조합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데 있다. 부담금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09년 발표한 '묻지마식 재개발사업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모든 구역의 재개발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분담내역 제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명 '부실동의서'로 조합이 설립됐다. 또한 백지동의서에 주민의 인감이 찍혀 있는 것도 확인됐다. 백지동의서에 주민이 동의했다는 건 사업내역을 주민이 알지 못한 채 동의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합원들은 나중에야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개별감정평가액은 관리처분단계에나 가서 알게 된다. 이는 이후 소송과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된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시 개관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감정평가를 통해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집 평가액과 추가부담금 금액을 통보해줘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재개발조합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낮은 주택재개발 사업구역일수록 개별감정가가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클수록 뉴타운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재개발 조합은 이를 최대한 숨기고 있다가 관리처분 총회 자리에서 통지 후 일사천리로 총회를 진행, 결의한다.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면 사실상 뉴타운사업 절차는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총회를 열 때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 신길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 ⓒ프레시안(허환주)

고작 17%만 재정착하는 원주민들

과도한 추가부담금도 문제다. 왕십리, 아현동 등 상대적으로 도심과 역세권에 가까운 지역의 뉴타운지구도 주민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 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리적 여건으로 고분양가를 확보할 수 없는 신림, 신길, 상계 등과 같은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추가부담금으로 아예 뉴타운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실련이 재개발사업을 분석한 결과, 23개 지구 평균 아파트 분양가인 평당 954만 원을 적용할 때 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최소 비용은 1억5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땅을 내주고도 이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담금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내야 하는 이유에는 뉴타운지구 선정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게 하나의 원인이다. 시행사는 오른 집값 보상금만큼 그 비용을 아파트분양권 인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주민의 추가부담금이 오르는 이유다.

신길2구역 주민 박정금(가명ㆍ68)씨는 "뉴타운 지구 선정 발표 전에는 한 평에 400~500만 원 하던 반지하 집이 지금은 한 평에 2000만 원을 넘어 간다"며 "결국 외부에서 들어온 투기꾼들만 여기서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담금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루는 뉴타운지역의 영세집주인들의 경우,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이들은 부담금을 낼 수 없어 분양권을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 있기에 그걸 제외하면 서울 외곽에 집을 구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경기면 분양권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지도 못한다. 그나마융자를 받지 않고 집을 구하면 다행이다.

이에 뉴타운지구 내 원주민들의 재정착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2007년 자료를 보면 뉴타운 재정착률은 17.1%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에 좌우되는 뉴타운?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은 원래 주민들이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업이었을까.

뉴타운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자연히 그 지역 집값은 오르게 되고 그 오른 집값, 즉 개발이익으로 큰 비용부담 없이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켜 진행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면서 이러한 유혹은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조차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또라고 추앙받던 뉴타운사업은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렸다. 뉴타운사업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엄청난 부담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마다 뉴타운사업 취소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단순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뉴타운의 문제는 부동산 경기의 호ㆍ불황 때문이 아니라 애초 민간의 수익성 위주 프로그램으로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을 개발하려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국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욕망했던 사람들이 평범한 거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던 것"이라며 "이명박과 오세훈 전 시장은 되지도 않는 사업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사람들도 그런 움직임에 동조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이제야 많은 사람이 뉴타운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제는 시급히 뉴타운사업 탈출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