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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4대강 사업' 막대한 손실 입었다는 건설사들이 소송 안 하는 이유?

이글은 노컷뉴스 2013-04-22일자 기사 ''4대강 사업' 막대한 손실 입었다는 건설사들이 소송 안 하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정부서 27억원 받고 540억원 들여 공사…정부 상대 소송도 없어 '의문'


22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부가 턴키공사(설계에서 시공까지 한 업체에서 맡는 일괄입찰방식)으로 발주한 이후, 예기치 못한 추기비용이나 설계변경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업체들은 비용이 늘어도 처음 계약한 내용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손실을 떠안았다고 한다. 하지만 왜 업체들이 이윤 추구를 포기하고 이렇게 사업을 진행했는지, 그리고 어째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등은 강한 의문으로 남는다. 비자금 조성 얘기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 하도급률 100% 넘는 경우 부지기수

21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한강.낙동강 7개 공구 등 수공이 발주한 10개 사업장에서 원도급자(대형건설업체)가 낙찰금액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하청업체에 준 공사는 31.8%에 달했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처로부터 받은 금액보다 많은 돈을 하청업체에 줘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한강17공구에 참여한 H중공업은 하청업체인 G건설에 애초 낙찰금액의 109%인 124억2천만원에 하청을 줬다. 

18공구의 J종합사업은 238%(670억원)에 달하는 하도급률로 사업을 맡았다. 대형건설사인 S건설의 낙동강20공구에서는 하도급률이 730%(28억4천만원)에 달한 공사도 있다.

하도급률이 100% 이상인 곳의 사업내용은 토공사, 상하수도설비공사, 전기계장 등 다양했다. 이는 통상적인 하도급률 60~70%대보다 매우 높은 수치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기본법은 적정한 하도급률을 82% 정도로 삼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대형건설사, 돈안받고 사업하기도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건설사들은 발주처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경우도 허다했다. 이 비용 역시 대형건사들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나가야 한다.

S사의 경우 하굿둑 배수문 증설 공사를 낙찰받아 진행하면서 8종, 264억원의 공사를 자체비용으로 충당했다. 

H건설사가 맡은 낙동강의 한 공구는 10개 공사 중 8개 공사에 대해 정부로부터 한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원도급액은 27억5900만원였지만, 하도급액은 541억3100만원으로 20배 가까이 많았다.

이렇게 대형건설사들이 '출혈'을 감수했다면 전체적으로 수조원의 4대강 사업 비용을 자체 부담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회사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검찰, 4대강 사업 대대적 수사 불가피

더군다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은 정부 등을 상대로 거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무리한 사업 강행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이렇다할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공공 발주 사업이 적지 않은데 소송을 제기했다가 자칫 나중에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업체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검찰이 4대강 사업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전모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형사부.특수부 등을 중심으로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고, 연관성 있는 사건을 특정 부서로 이송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공사 시행과정의 비자금 조성 의혹 △참여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 △건설업체 임직원들의 배임의혹 등 6건의 고발.수사의뢰 사건이 중앙지검에 계류돼 있다.
CBS 정영철 기자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MBC 떠난 김재철에게 남은 건 ‘검찰 수사’뿐?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7일자 기사 'MBC 떠난 김재철에게 남은 건 ‘검찰 수사’뿐?'을 퍼왔습니다.
배임·부동산 실명제법 위반·통비법 위반 등 무수한 소송

김재철 MBC 사장이 해임되면서, 김 사장에 대해 제기됐던 무수한 소송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MBC노조는 4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직후 'J씨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MBC 노조

김재철 사장이 MBC노동조합에 의해 처음으로 고발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법인카드 유용, 무용가 J씨 특혜, 직원 사찰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의 내용도 다양하다.
당초, 경찰은 지난 1월 MBC노조가 제기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으나 검찰은 김재철 김 사장이 J씨에게 특혜를 준 정황을 일부 포착, 재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김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9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 뿐만 아니라 경실련,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감사원까지 고소ㆍ고발했던 김재철 사장. 과연 그가 ‘MBC 사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은 뒤에도, 법의 잣대에서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구체적인 소송 내용이다.   

1. 2012년 3월 6일 : MBC 노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MBC 노조는 지난해 1월 30일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후, 같은해 3월 처음으로 김재철 사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MBC 노조는 앞서 김재철 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으며, 그 금액이 7억에 달한다고 공개한 바 있다. MBC 노조는 “법인카드는 회사 업무와 관계된 곳에만 사용해야 하기에, 회사와 무관한 식사도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2. 2012년 4월 25일 : MBC 노조, ‘무용인 J씨 특혜’ 관련 배임죄로 고발

MBC 노조는 4월 2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김재철 사장을 고발하며, 이에 앞서 “김재철 사장이 MBC 본사 및 계열사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 7년에 걸쳐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무용가 J씨에게 십 수억원의 특혜를 몰아주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MBC 노조는 이 또한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며 4월 25일 김재철 사장을 추가 고발했다. MBC 노조는 뮤지컬 (이육사) 공연 제작 과정에서 2011년 J씨가 대표로 있던 기획사와 9억 5천만원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 시점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유령회사였고 제작비 12억 대부분이 J씨 기획사 수입금으로 쓰인 것 등을 지적했다.

3. 2012년 5월 29일 : MBC 노조, 부동산 실명제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무용가 J씨와 충북 오송의 아파트를 함께 구입해 관리하는 과정에서 김 사장이 명의를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며 부동산 실명제 위반 혐의로 김재철 사장을 고발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오송과 전혀 연고가 없으며 두 사람 모두 아파트에 거주한 사실이 없다.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꾼의 행태”라며 비판했다.

4. 2012년 6월 14일 : 경실련, 업무상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로 고발

경실련은 6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재철 사장을 고발했다. △특급호텔 이용, 고가의 명품 구입 등 업무와 무관한 법인카드 사용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 계약 △지인(J씨)의 오빠 특별 채용 등 지인에게는 재산상의 이득을 주고 회사에는 손해를 끼친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실련은 김재철 사장의 법 위반 해위가 도덕적, 법적으로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 추가 고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5. 2012년 9월 6일 : MBC 노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

MBC 노조는 9월 6일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 6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측이 사내망을 이용하는 컴퓨터에 사전 동의 없이 ‘트로이 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설치, 이메일 및 메신저 대화내용을 수집해 노조원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혐의다. MBC 노조의 변호를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는 사측의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통비법 상 전기통신의 감청 행위”라며 “벌금형이 없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6. 2012년 12월 17일 : 정동영,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소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2월 17일 김재철 사장, 김장겸 정치부장, 김나라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MBC는 15일 (뉴스데스크)에서 ‘정동영 노인 폄하 글 논란’(김나라 기자)이라는 리포트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젊은 투표를 독려하며 노인 폄하 내용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동영 상임고문의 트윗은 15일자 (한겨레)의 기사 ‘너 자신의 청춘을 위해 투표하라’에서 나온 한홍구 교수와 서해성 작가의 대담 일부를 인용한 것이었다. 원문에도 ‘#한홍구서해성직설’이라는 인용 표시가 있었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이 부분을 지워 악의적으로 보도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보도 관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7. 2013년 2월 1일 :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거부 혐의로 고발

감사원은 지난달 1일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무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재철 사장을 자료 제출 거부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감사에서 김재철 사장이 법인카드 사용 명세서 등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며, 이는 국회의 요구에 따른 감사에 차질을 빚게 한 혐의라고 말했다. 임진택 MBC 감사도 같은 혐의로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약자 괴롭히려 소송 거는 권력자들


이글은 시사IN 2013-02-22일자 기사 '약자 괴롭히려 소송 거는 권력자들'을퍼왔습니다.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대선 국면에서 기사 하나로 새누리당에 고발당했는데, 그게 남부지검에서 중앙지검으로 넘어간다 하더니, 어느새 경찰에까지 흘러간 모양이다. 

신경이 꽤 쓰였다. 같은 건으로 함께 고발당한 국회의원과 보조를 맞춰야 하나.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다면 뭘 준비해야 하나. 검찰이 수사한다더니 경찰로 넘긴 건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기자질을 하다 보면 궁금한 걸 물어볼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법리 문제든 경찰 조사 받는 요령이든, 노하우 있는 사람도 주위에 꽤 생긴다. 이 정도만 해도 아주 운이 좋다. 

ⓒ시사IN 양한모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그저 중앙지검 이첩 통지서만으로도 덜컥 겁이 날 테다. 경찰과의 통화는 기자에게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보통 시민에게는 몇 번 심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변호사라도 구할라치면 돈 문제도 만만찮다.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고발한 35명 중 정치권과 무관한 시민이 일곱 명쯤 되는 모양이다. 주로 인터넷 댓글 때문에 고발당한 누리꾼이다. 새누리당은 고발 취하는 없다고 했다. 

거기는 그래도 된다. 정치인은 선언만 하고, 일은 당 법무팀이 알아서 하니까. 하지만 당하는 일반인은 통지서 한 장, 전화 한 통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덩치 큰 이에게 그토록 손쉬운 선택인 법정싸움이, 힘없는 이에겐 그 자체로 형벌이다. 

그래서 덩치 큰 이들은 승산에 상관없이 단지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법정싸움을 택하기도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는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손배소를 건 회사에 울분을 토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했다. MBC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특종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고소했다. 이런 걸 공정한 싸움이라 할 수 있을까.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갓난아기 등 78명 죽었는데 "억울하면 소송해!"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2일자 기사 '갓난아기 등 78명 죽었는데 "억울하면 소송해!"'를 퍼왔습니다.
[현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피눈물 "박근혜가 나서라"

"2011년 1월에 집사람과 뱃속 아이를 모두 잃었다. 남은 아들도 간질성 폐렴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2011년 여름에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서야 2010년 겨울부터 사용한 가습기 살균기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어떠한 결과도 대책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안성우 씨)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 기업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폐 질환, 당신의 가습기를 의심하라!, 사람 공격한 가습기…당신 폐가 위험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시민모임은 22일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78명의 사망자, 147명의 폐질 환자(2012년 10월 8일 기준,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 관련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갓난아기 등 세 살 미만의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나오고 폐 질환자가 발생해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가 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역학 조사를 했다"며 "그러나 정작 책임 부서인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나 몰라라 뒷짐 지고 물러서서 구경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러 부처가 관계된 일이어서 총리실이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담당 부처가 모인 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피해 대책 마련 및 유사 사건 발생 예방 등의 조치를 당연히 취할 것으로 기대했던 피해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건은 환경부,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가 각각의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만 부처 간 책임을 미루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이들은 "독성 물질을 관리하는 게 환경부 소관이고, 이런 물질의 판매를 허용한 것은 지식경제부다. 또 질병 발생에 따른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은 보건복지부의 몫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자들은 해당 제품을 판매한 기업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기업은 제품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 기업 중 한 곳은 적반하장격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위해 대형 로펌 '김&장'을 앞세운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안정청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각종 화학 물질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환경피해보상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 화학 물질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보상하는 사후 관리 대책이 보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당선인이 어처구니없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의 유족과 환자들을 만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냐"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은 지난 2011년부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이며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연구를 보면 국민의 18.2퍼센트(874만 명)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드러나 실제 피해 규모는 짐작하기 어렵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활동 중인 임흥규 씨는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현재 피해 사례는 347건이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피해 소송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라는 식이고 사측은 소송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앞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위원회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성폭력' 논란 교수 "이 기사 나가면 소송할 겁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1일자 기사 '성폭력' 논란 교수 "이 기사 나가면 소송할 겁니다"'를 퍼왔습니다.
[단독] 소송 걸린 사람만 5명…'카카오톡 대화'도 명예훼손 주장

"모텔에서 논문지도를 하자"고 발언하는 등 여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려대 H 교수가 피해를 제보한 여학생들을 포함해 총 5명을 고소했다.

지도교수였던 H 교수에게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최초로 제보한 여학생 2명은 지난 8월 무고죄로 맞고소된 상태다. 고소인은 H 교수와 남제자 J 씨였다. 이밖에 해당 학생들과 성추행 등 피해 상담을 한 다른 교수 등 주변 사람들까지 고소에 휘말렸다.

J 씨는 지난 3월 H 교수를 비판하는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오히려 여제자들이 허벅지, 엉덩이를 만지는 등 해당 교수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보도자료를 배포한 인물이다. (☞관련 기사 : "고려대 교수, 여학생에게 '모텔 가자'고 성희롱")

최초로 성폭력을 제보한 2명 외에도 성추행 피해를 추가 제보한 또 다른 여자 대학원생 A 씨도 H 교수로부터 고소당했다. H 교수의 측근 제자와 A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가 H 교수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지난 4월 학내 양성평등센터에 지도교수인 H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A 씨는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동료가 나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H 교수의 사생활을 거론하며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화를 이끌었다"며 "나는 상대방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대화로 나눴을 뿐인데, 마치 내가 대화를 이끈 것처럼 편집된 자료가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26일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서울 안암캠퍼스 민주광장 앞에서 연 기자회견. J 씨는 당시 "오히려 여제자가 해당 교수의 허벅지, 엉덩이를 만지는 등 해당 교수를 성추행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성추행 상담 진행한 다른 교수도 명예훼손으로 피소

성희롱 사건 제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무더기로 소송에 휘말렸다.

H 교수는 해당 여학생들과 성희롱·성추행 문제로 상담을 진행한 또 다른 B 교수도 지난 7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상담 자리에서 B 교수가 H 교수의 사생활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B 교수 측은 "당시 면담자리는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였지, 의도적으로 H 교수를 비난한 바 없다"고 맞받았다.

H 교수는 "B 교수가 성희롱 사건을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했지만, B 교수는 "면담 요청이 있기 전까지 나는 두 대학원생과 잘 아는 관계도 아니었고 내가 두 사람을 매수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B 교수는 "타 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을 교수가 선동했다는 것은 대학원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설사 내가 두 사람을 매수했다고 치더라도 나중에 제3의 (성추행 피해) 제보자가 나타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H 교수의 지도제자가 아닌 대학원생 C 씨도 H 교수에게 고소를 당했다. H 교수의 측근 제자가 카카오톡 및 전화로 H 교수를 비판하자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답장을 보낸 것이 빌미였다. C 씨는 성폭력 제보자들의 같은 학과 동료다. 

C 씨는 "H 교수의 측근 제자가 H 교수의 성적 문란, 금전 제공 압박을 토로하기에 맞장구를 쳤을 뿐, 내가 먼저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H 교수를 험담한 적은 없었다"며 "이는 수많은 전화를 누가 먼저 걸었는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C 씨는 "지난 9월 경찰 대질심문에서 해당 제자는 자신이 H 교수의 이야기를 꺼내 먼저 험담했으며 나는 대부분 들어주는 입장이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대화가 명예훼손인가는 논란"

H 교수의 잇따른 고소가 검찰에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공연하게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면서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한 상담은 사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A 씨와 C 씨의 경우, 카카오톡을 한 상대가 교수의 측근이라면 측근과 나눈 대화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며 "게다가 상대방이 먼저 꺼낸 대화에 맞장구를 쳤다면 이들에게는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명예 훼손 구성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막걸리 한 잔 마시면서 둘이 뒷담화를 했다고 치자. 이런 것까지 다 처벌하면 어떻게 사느냐"고 반문하며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강하게 하는 나라일수록 후진국"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사건을 검사가 기소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코미디"라면서도 "다만 경찰 조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을 때까지 대학원생들에게는 고소 과정 자체가 큰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희롱 제보자들은 "우리에게 맞고소를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아무 상관없는 주변 교수와 다른 대학원생에게까지 고소하는 건 너무하다"며 "피해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2차 피해가 너무 확산돼서 도저히 알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도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사건을 공모했다고 지목된 셈인데, 학내에서 일어난 일을 학내 중재기관을 통해서 해결하지 않고 굳이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며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보다 더 고질적인 문제"

앞서 지난 3월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여학생들은 "지도교수인 H 교수가 허벅지, 등, 팔을 더듬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고 모텔에서 놀다 가자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제보자들은 "대학원 사회에서 이런 일(성희롱)은 으레 있는 일이라고 해서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후배들이 같은 일을 당해도 말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을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폭로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는 지난달 '가중징계 의견'을 첨부해 H 교수를 교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검찰은 지난 9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B 교수는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경우 동료 관계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이번 사건은 교수와 대학원생의 권력관계에서 장기적·지속적으로 일어난 만큼, 고려대 의대생 사건보다 더 고질적인 문제"라며 "소송 등 2차 가해로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로 둔갑됐다"고 비판했다.

H 교수 "나는 결백…언론사·양성평등센터에 소송걸 것" 

각종 고소에 대해 H 교수는 "고가의 선물 및 해외여행 강요, 조교비 횡령, 성희롱, 성추행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물증이 있다"며 "상대방이 대학원총학생회의 대자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허위로 나를 망신시켰다"고 말했다.

H 교수는 "내가 고소를 많이 한 것은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법적 구제 절차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부당하다면 무고로 (나를) 고소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를 가해자로 모는) 대학원총학생회의 대자보와 언론 보도도 나한테는 성희롱이다. 그 표현물을 보고 내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내가 결백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대학원총학생회에도 징계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사실을 왜곡한 모든 언론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민사소송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평등센터의 '징계 의견'에 대해서는 "모텔 가자는 말에 대해서도 반박자료가 다 있는데도 양성평등센터가 편파적인 조사를 했다"며 "양성평등센터의 불공정한 처분에 대해 교내기관과 사법기관 등 국가기관에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고소에 대해서는 "판례를 보면 단 한 명에게 (명예가 훼손되는) 말을 해도 기소되기 충분하다. 카카오톡도 있고 증인도 있다"며 "범인들은 곧 기소될 것이다. 며칠 전에 검사에게 (기소 관련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대학원생을 고소한 J 씨는 "고소한 건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데, 고소에 대해 어디서 들었느냐"며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취재에 응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H교수 사건 대책회의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H 교수의 파면과 그 측근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기로 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제30호 기사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를 퍼왔습니다.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 국내 이슈 ● 코오롱-듀폰 소송 불러온 아라미드가 뭐길래…

강철보다 강한 슈퍼섬유는 군사·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의 주요 소재다. 한 업체가 슈퍼섬유를 이용해 새로 개발한 방탄복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군사·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수요 확대… 미국 등 소수 대기업이 독점적 아성 구축

옷의 재료인 섬유가 슈퍼섬유로 발전하면서 이젠 첨단산업의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우주선과 항공기를 비롯해 스포츠용품의 소재가 된 지 오래다. 다른 첨단산업과 마찬가지로 이 부문에서도 미국·일본·유럽이 선두주자다. 듀폰과 코오롱의 소송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슈퍼섬유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김학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코오롱이 자체 개발한 슈퍼섬유(Super Fiber) 헤라크론을 두고 미국의 듀폰과 벌인 소송에서 패했다. 미국 지방법원이 선고한 20년 판매·금지에 대해 항소법원이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하루 만에 생산을 재개하는 등 한숨을 돌리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잠정적 결정이고 2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미국 안에서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무역과 관련된 첨예한 사안이어서 듀폰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역전이 힘들거나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듀폰은 케블라라는 슈퍼섬유를 최초로 개발해 첨단섬유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
듀폰은 애초부터 특허보다는 코오롱이 자사에서 해고된 엔지니어를 고용한 것과 관련해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고소를 했다. 승산이 높은 건수를 걸고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이 미국에서도 물질특허를 얻었기 때문에 특허 침해는 처음부터 논외였다. 코오롱이 미국에 불과 33억원어치를 팔았을 뿐인데 미국 법원의 배상액은 무려 1조445억원에 이른다.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듀폰은 코오롱이 기술을 개발한 1980년대 중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가 패했다. 이것도 10년 전쟁이었다. 그 와중에도 듀폰은 코오롱에 합작 제안을 하는 등 양동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나타난 현상도 비슷해 보인다. 법률이나 협정보다는 국민 감정이 앞서 있다. 미국처럼 수출도 하지만 대규모 내수시장을 갖춘 나라의 특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무리한 판결이라면 따르지 않으면 되지만, 그러려면 미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달콤한 시장을 누가 외면할 수 있으랴.
듀폰이 이렇게 시비를 건 기업이 코오롱이 처음은 아니다. 듀폰과 아라미드 개발 경쟁을 벌인 네덜란드 기업 악조도 회오리에 시달렸다. 결국 악조는 일본으로 넘어가는 비운을 겪었다. 듀폰은 악조가 5년 늦게 개발한 트와론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1988년 두 회사는 11년간의 전쟁을 끝냈다. 악조의 미국 시장 진출을 점진적으로 늘려주기로 화해를 한 것이다. 악조는 미국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봤고,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전망을 했다. 두 거인의 싸움이 끝나면서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트와론은 미국밖에 시장이 없었다.
그런데 듀폰은 화해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1993년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악조가 너무 낮은 가격으로 섬유를 미국 시장에 팔고 있다고 제소를 했다. 미 상무부는 이듬해 악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2000년에야 철회됐다. USITC는 오랜 기간의 검토 끝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철회해도 미국 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 악조는 승리를 했으나 20년 이상을 물건은 못 팔고 미국 재판정만 쫓아다닌 꼴이 됐다. 우리 속담에 '송사가 잦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 모양이었다. 악조는 이런 풍파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결국 일본 데이진에 넘어갔다.

미국 정부와 듀폰의 후발주자 죽이기?

듀폰의 행동은 원천물질 개발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신물질을 개발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개발되고 나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은 길을 개척하면서 가는 것만큼 어렵지도 않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선점한 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발주자의 수성 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시장을 만들고 키워놓았더니 그동안 관망만 하던 이들이 먼저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민자가 세운 듀폰이 섬유 분야에서 첨단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화학기업인 듀폰은 1930년대에 첫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했다. '공기와 석탄과 물에서 만들어내며, 강철보다 강하다'고 선전했다. 여자 스타킹 등에 쓰였는데 가볍고 질기고 탄력 있고 관리가 쉬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일론은 불에 닿으면 바로 녹아내리는 게 흠이었다.
몇십 년이 지나서 듀폰은 나일론의 이런 단점을 보강한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한다. 방화복을 만들 정도로 열에 강한 정말 '꿈의 섬유'다. 나일론이 220℃에서 녹았는데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의 2배 이상 되는 온도에서도 견뎠다. 웬만해서는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듀폰이 1960년대에 처음 개발한 아라미드 섬유는 메타계로 분류되는 노멕스였는데, 분해 온도는 400℃였으나 강도가 일반 섬유와 비슷해서 슈퍼섬유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노멕스는 진정한 슈퍼섬유인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 케블라의 탄생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71년 시장에 나온 케블라는 강도가 일반 섬유의 3배였고 분해 온도도 550℃에 이르렀다. 개발은 됐으나 공정이 워낙 어려워 본격적인 생산은 1980년대 후반에야 가능했다. 초창기에는 낚싯대에 많이 쓰였는데 값이 비싸서 선뜻 사기 망설여질 정도였다.
우리는 보통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강하다'는 표현을 쓴다. 섬유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니 강철보다 강하면 슈퍼섬유가 된다. 강철은 보통 단면적 1mm²에 285kg을 견디는데, 섬유에 225kg의 무게를 매달았을 때 끊어지지 않는 강도를 가지면 슈퍼섬유의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다. 슈퍼섬유의 하나인 자일론은 580kg을 견디고, 탄소섬유 중에는 720kg에도 끄떡없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슈퍼섬유는 강도·탄성·내열성이 모두 뛰어나 비슷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약간씩 물성의 차이를 보이면서 용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슈퍼섬유는 우주·항공·군사 분야에 많이 쓰이는 첨단 제품으로 보통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 개발이 시작된다. 또한 개발 기간과 개발된 뒤 상용화 기간이 몇 년에서 몇십 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나 기업이 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발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예산과 기술 지원이 따른다. 정부는 제품이 개발되면 이를 구매해주고, 외국 경쟁사들으로부터 기술 보호를 위해 법률적·정치적 지원을 계속한다. 슈퍼섬유는 일본·미국·유럽연합(EU) 등이 정부 차원에서 기술 지원 과제로 선정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첨단 제품이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섬유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생산량으로 볼 때 파라 아라미드 섬유, 탄소섬유, 고강력폴리에틸렌(HSPE·High Strength Polyethylene) 섬유를 대표적 슈퍼섬유로 보면 될 것이다.

한 섬유업체가 슈퍼섬유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방탄복, 방화복에서 비행기 소재까지

듀폰이 처음 개발한 케블라가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다. 악조가 개발한 트와론, 일본의 데이진이 개발한 테크노라, 코오롱의 헤라크론이 대표적이다.
미국 듀폰은 케블라를 출시해 슈퍼섬유 시대를 열었다. 케블라는 1980년대 방탄조끼가 실용화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케블라의 강하고 질긴 섬유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강한 힘으로 들어오는 총탄의 속도와 회전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군인과 경호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탄복의 경우 예전에는 두껍고 무거운 것이 흠이었다.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팔을 들고 내리기 힘들 정도로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방탄복에 케블라 같은 가볍고 강한 섬유가 쓰이면서 두께가 얇아지고 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메타 아라미드 섬유는 내열성이 뛰어나 소방관 등의 방화복으로 사용된다. 섬유의 진화가 계속되면서 열과 심장박동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섬유 센서와 전극 등을 붙여 데이터를 옷에 저장하거나 외부의 컴퓨터로 전송해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화복으로까지 발전했다. 미국 소방협회의 통계를 보면, 소방관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 아니라 심장발작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비책 마련에 나섰고 첨단 섬유가 계속 개발되면서 활동성은 유지되면서 생명 보호에도 탁월한 기능을 가진 진화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복·방화복뿐만 아니라 가볍고 강한 소재를 필요로 하는 항공기·휴대전화·타이어·건축자재·스포츠용품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아라미드 섬유는 듀폰이 먼저 개발했으나 테크노라라는 자체 상표를 가진 데이진이 트와론을 흡수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데이진이 45%, 듀폰이 40%, 코오롱이 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듀폰이 76%를 장악하고 있다.
요즘은 '탄소' 또는 '탄소나노'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로 탄소섬유가 보편화됐다. 탄소섬유는 비싼 만큼 개발 초기인 1970년대 초엔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골프채에 쓰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가벼우면서도 강도·탄성이 좋아야 하는 보트, 테니스 라켓, 낚싯대 등 스포츠용품에도 많이 쓰였다. 다른 슈퍼섬유는 실의 형태로 많이 이용되나, 탄소섬유는 실 형태는 물론 봉이나 파이프 형태 등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탄소섬유는 금속에 비해 가볍고 강도·탄성률·내열성·전도성·내마모성 등이 뛰어나 우주·항공 분야의 첨단 소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우주산업이 정체를 보이고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구조조정기를 맞았다. 애초 탄소섬유 개발에 앞서 있던 일본의 도레이, 토호 테낙스, 미쓰비시 레이온 등 3사가 현재 살아남아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 세 곳이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점하고 있다.
탄소섬유도 원료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팬(PAN)계 탄소섬유가 주종을 이룬다. 초기에는 항공기용 구조재, 인공위성 부품, 우주왕복선, 우주정거장 등 첨단산업에 주로 쓰였으나 생산비가 낮아지면서 자동차·선박·건축자재 등에 두루 응용되고 있다.
1980년대 항공기의 구조재로 개발되면서 탄소섬유의 붐이 일어났다. 초기에는 출입문 등에 사용됐으나 날개와 동체 등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보잉의 B787은 날개와 동체 등 1차 구조재의 약 50%에 탄소섬유강화수지(CFRP)를 사용했고, 에어버스의 최신 기종인 A380은 1차 구조재 등의 약 25%를 CFRP화했다. 최근 석유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경량화에 의한 연비 향상이 항공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공기의 탄소섬유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환경적 요인이 커지면서 항공기 구조재로서 탄소섬유의 전망은 아주 밝다고 볼 수 있다.

비행기 동체의 25%를 탄소섬유로 제작한 에어버스의 A380 여객기. 고유가 등에 따라 가벼운 재질의 슈퍼섬유 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뉴시스 신화

국내 기업 진출은 걸음마 단계

아라미드·탄소섬유에 이어 각광받는 것이 고강력PE 섬유다.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WPE·Ultra High Molecular Weight PE) 섬유로 불리기도 한다. 이 섬유는 밀도가 cm³당 1g 이하로 매우 가볍고, 특히 물을 흡수하지 않고 물에 뜰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강철의 2배 이상인 고강도 특성을 지녔다. 다만 녹는 온도가 150℃ 정도로 낮은 것이 약점이다. 대형 선박을 예인해 이동하는 로프, 선박의 해안 계류용 로프, 요트의 돛 등에 최적이다. 방탄복, 헬멧, 선수용 운동복, 골프장 그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국내 슈퍼섬유 부문에서는 코오롱이 세계에서 3번째로 아라미드계 헤라크론을 개발해 성가를 높였으나 세계시장의 점유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일반 섬유 부문과 마찬가지로 슈퍼섬유도 원사 관련 부분은 소수의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고, 중견 중소기업 규모의 원단 업계와 소규모 가공 업계로 수직화가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아라미드 섬유 사업에 가장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코오롱이 연간 5천t의 헤라크론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효성이 뛰어들어 알켁스(파라 아라미드) 1천t을 생산하고 있다. 휴비스(500t), 웅진케미칼은 메타 아라미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고강력폴리에틸렌 섬유와 탄소섬유 분야는 몇몇 기업이 소량 생산을 하거나 새로 진출하는 등 이제야 첫발을 뗀 상태다. 탄소섬유는 일본이 1970년대에 대량 생산을 시작했으니 반세기가량 늦은 셈이다.
이렇게 슈퍼섬유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기술과 생산 기반이 취약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슈퍼섬유로 만든 대표적인 수출품은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타이어코드다. 우리나라가 세계 생산 1위다. 다만 완제품보다 원료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용섬유기술센터장 변성원 박사는 "특성이 조금 다른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섬유가 슈퍼섬유의 2대 축을 형성하면서 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아라미드 섬유를 제외하고는 아직 제대로 생산을 못하는 단계"라며 "계속 늘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의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출을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imhj@hani.co.kr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서규용 장관, 동문 로펌에 부처 소송 ‘몰아주기’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3일자 기사 '서규용 장관, 동문 로펌에 부처 소송 ‘몰아주기’'를 퍼왔습니다.

ㆍ올해 13건 중 10건 맡겨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한 뒤 농식품부와 관련된 소송 대부분을 서 장관의 고교·대학 동문이 대표로 있는 특정 로펌에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배기운 의원실은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식품부가 올해 진행한 민사소송 13건 중 10건을 법무법인 (유)에이펙스에서 수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나머지 3건은 정부법무공단에서 맡았기 때문에 민간 로펌에서 농식품부의 일을 맡은 것은 에이펙스뿐이다. 에이펙스는 서 장관과 청주고·고려대 동문인 민홍기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민 변호사는 서 장관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2년 임기의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 평가원 비상임이사로도 선임됐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6건 중 2건을 에이펙스에서 수임했는데 사건을 맡은 시기가 모두 서 장관이 취임한 이후인 9월과 10월이다. 서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했다. 서 장관이 취임하기 전인 2008~2011년 6월까지 에이펙스는 농식품부 사건을 단 한 건도 맡은 적이 없다. 이전에는 대부분 정부법무공단에서 진행하거나 각각 다른 로펌에서 수임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농식품부가 특정 로펌에 사건을 몰아준 전례가 없는데 서 장관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서 장관이 에이펙스의 민홍기 변호사와 동문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몰아준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에이펙스에 몰아준 소송은 모두 구제역과 관련된 것”이라며 “구제역 관련 전문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사건을 그곳에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 장관과 민 변호사가 고교 동문 사이인 것은 맞지만 서 장관이 민 변호사를 보고 사건을 맡긴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에이펙스를 추천한 사람도 서 장관이 아니라 농식품부 법무담당 변호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 의원실 관계자는 “구제역은 이미 2009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는데 구제역을 명분으로 갑자기 장관 동문이 대표로 있는 로펌에 일을 몰아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관련 경력이 없는 민 변호사가 농기평의 이사로 선임된 것부터 사건 수임까지 공교롭게도 모두 서 장관의 취임 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장은교·오창민 기자 indi@kyunghyang.com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삼성이 꺼내든 ‘혁신’을 삼성에 다시 묻는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9-10일자 제927호 기사 '삼성이 꺼내든 ‘혁신’을 삼성에 다시 묻는다'를 퍼왔습니다.
[곽정수의 경제 뒤집어보기] 애플 소송 결과에 “시장은 혁신하는 회사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삼성… 비밀 경찰식 내부통제 걷어내고, 총수는 ‘신’의 자리에서 땅으로 내려와야

» 삼성 임직원들은 새벽 출근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새벽에 출근하자 미래전략실과 계열사들까지 이를 추종해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이건희 회장이 서울 서초동 본사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세기의 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애플 간의 미국 특허소송 결과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팽팽하다. 미국 배심원은 8월24일(현지시각)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4939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오늘은 애플이 승리한 중요한 날”이라고 환영하며, 삼성을 ‘카피캣’(모방꾼)으로 묘사했다. 반면 대다수 한국 언론은 미국의 편파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미 법원 애플 편들기’ ‘애플 동네 사람들, 애플 손들어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국수주의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애플의 교훈은 1등 노리는 모두에게 해당

주가 폭락으로 하룻새 15조원(시가총액)이 날아간 삼성도 격앙된 모습이다. 삼성은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법정에서 ‘특허’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경쟁사를 누르려고 한 회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성장을 지속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없다”고 독기를 품었다. 이건희 회장도 “소송에 잘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9월 말로 예상되는 판사의 최종 판결에서도 패소하면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국내 언론의 보도가 일종의 국수주의나 또 다른 편파로 비칠 수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가 최대 위기에 빠진 2010년 리콜 사태 때 ‘미국 음모론’이 제기됐다. 리콜 사태는 도요타가 미국의 자존심인 지엠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등극한 직후 터졌다. 삼성은 도요타와 묘한 외견상 일치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2011년 하반기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랐고, 2012년에는 그 격차를 더욱 벌렸다. 삼성-애플의 특허소송 결과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분위기가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은 소송 이후 “시장과 소비자들은 소송이 아닌 혁신을 지향하는 회사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애플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다. 옳은 얘기다. 삼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후발 기업(국)이 선발 기업(국)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 중 하나는 선발 기업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카피’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다. 불과 4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은 기술 선진국인 일본의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요즘에는 중국이 한국인 ‘기술고문’을 적극 활용한다.
후발 주자의 카피 전략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기술이나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자력 갱생은 요원하다. 한국이 후발 개도국들에 가장 성공적인 롤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1위를 넘보게 되자 카피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1등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경쟁자들이 좌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애플 사태의 교훈은 삼성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1등 자리를 노리는 한국 기업들 모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마케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때만 진정한 1등이 될 수 있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이며 휴대전화에 컴퓨터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를 연 것은 좋은 본보기다. 그동안의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종자) 전략을 퍼스트무버(First Mover·시장선도자)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자율출근제’ 해봤자 총수가 새벽 출근하면…

창의와 혁신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은 몇 년 전부터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시도도 뒤따랐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창의개발연구소’ 신설(2011년), 출근 시간을 아침 6시~오후 1시 사이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2009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재택·원격근무제’(2011년), 복장 자유화(2008년), 창의적 인재를 뽑으려고 필기시험을 없앤 ‘창의 플러스 전형’(2011년) 등이 사례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씨가 좋아도 토양이 척박하면 풍성한 열매를 기대하기 힘든 법이다. 창의와 혁신이 꽃피려면 토양이 되는 기업문화, 지배구조, 임직원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창의와 혁신이 기업문화의 핵심 DNA로 내재화해야 한다. 군대식 상명하복의 분위기에서는 창의와 혁신의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 수밖에 없다.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수사 과정에서 총수를 신에 비유하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으로 묘사한 내부 문서가 발견됐다. 총수가 신으로 떠받들어지는 조직은 사이비 종교집단이나 조폭에나 어울리지, 창의와 혁신을 기대하는 기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흔히 황제경영으로 불리는 한국 재벌의 기업문화가 비단 한화뿐일까? 삼성 임직원들은 요즘 새벽 출근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건희 회장이 새벽에 출근하고,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들까지 이를 추종해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특히 외부 사람과 있을 때 회사 얘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20만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대 조직에서 왜 직장과 상사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 창의와 혁신은 억압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는 제대로 싹틀 수 없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때로는 엉뚱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치열한 논쟁이 가능해야 한다. 비밀경찰식 내부 통제를 걷어내려면 먼저 조직의 속살을 다 드러내도 꺼릴 게 없도록 자정이 필요하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비자금 사건, 담합, 공정위 조사 방해, CJ 미행 사건과 상속소송 등 대형 스캔들이 줄줄이 터졌다. 국민이 드라마 (추격자)에서 악덕 기업 회장이 나오는 장면을 보다가 누구 회장을 그린 것 아니냐고 수군대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 윤리경영, 준법경영, 사회책임경영, 인간중심경영의 실천이 시급하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한 고위 임원은 30여 년의 직장생활 동안 단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의 증표가 될지 모르지만 창의와 혁신이 꽃필 수 있는 풍토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은 연간 노동자 노동시간이 2100시간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연간 1600시간 일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중소기업·벤처 숨쉬려면 대기업 탐욕 버려야

창의와 혁신은 대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 수많은 창의적인 중소기업, 벤처와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1976년 애플이 처음 태동한 곳은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차고였다. 국민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벤처가 숨을 쉬려면 대기업이 탐욕을 버려야 한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과감히 청산해 중소기업들도 기술개발과 우수인력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중심인 총수가 바뀌어야 한다. 총수가 신의 경지에서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KBS 지난해 언론사 상대 소송 13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9일자 기사 'KBS 지난해 언론사 상대 소송 13건'을 퍼왔습니다.
당기순이익 48억…3년 만에 큰폭 하락, 방송3사 중 최저

KBS가 지난해 등기소송 비용으로만 3억4400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진행한 소송의 절반 가까이가 KBS가 외부 언론사에 직접 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KBS는 2년 연속 400~600억 원 대 흑자를 기록하다 3년 만에 수십억 원대 규모로 줄어들어 지난해 방송 3사 가운데 당기순이익 규모가 가장 낮았다.


국회 문방위 전문위원의 KBS 결산승인 검토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법무관리비에 애초 5억5800만 원을 편성했으나 실제로는 7억3200만 원을 집행했다. KBS는 이 가운데 등기소송 비용만 해도 애초 예산에선 1억6200만 원을 책정했으나 실제 집행액은 3억4400만 원에 달해 두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소송수행 현황을 보면, 지난해 수행한 모두 30건의 소송 가운데 KBS가 원고로서 타 언론사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모두 13건으로 절반에 달했다(43%).


이를 두고 김부년 문방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KBS가 다수의 법적 분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KBS를 공영방송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사전에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BS는 지난해 상반기에 수신료 인상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가 집중돼 잘못된 여론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통한 적극적인 법률 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김부년 문방위 전문위원은 전했다.


한편, KBS는 지난해 흑자(당기순이익) 규모가 48억 원을 기록해 693억 원(2009년)과 434억 원(2010년) 등 막대한 흑자를 올렸던 지난 2년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었다. 수신료와 방송광고 수입을 비롯해 매출액 규모는 전년대비 상승했지만, 비용 규모 역시 늘었다.


이에 반해 MBC의 당기순이익은 1174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SBS가 58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