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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코오롱 상식 밖 가처분이 불매운동 불 질렀다

이글은 참세상 2013-05-28일자 기사 '코오롱 상식 밖 가처분이 불매운동 불 질렀다'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1700개 사업장에 확산...“한라산, 지리산이 코오롱 사유지인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정리해고를 비판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사상 최초로 전국 102개 유명산과 등산객을 상대로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오히려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도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코오롱 등산화를 신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코오롱투쟁 공동대책위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산하 1700여 개 사업장 등산모임을 시작으로 전국의 등산모임으로 코오롱 불매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했기 때문. 

이렇게 단위 사업장 문제에 민주노총까지 불매운동 확산에 나선 것은 코오롱의 가처분 신청이 워낙 상식을 벗어나 시민의 호응이 높고,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이용하면 코오롱 불매운동에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코오롱이 신청한 가처분 내용은 전국 102개 산에서 1인 시위, 현수막과 피켓,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를 하거나 제3자에게 하도록 하면 해고자들이 1일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코오롱 정리해고에 공감한 등산객이 ‘코오롱 불매’ 몸 조끼를 입고 산에 오르거나 산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면 건당 100만 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코오롱이 지리산도, 한라산도 불매운동 선전물을 들고 등산하지 말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그 자체가 개그”라며 “코오롱이 수영복도 만드는데 민주노총이 조끼를 입고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을 활보하면 그것도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낼 것이냐”고 조롱했다. 

주봉희 부위원장은 “다음달 10일께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민주노총과 산별 임원이 대거 참석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코오롱 불매운동 조끼를 영어로 써서 총회에 참가하는 외국 노조 조직에 배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나위 학생변혁모임 집행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 관악산 앞에서 30분간 불매운동을 진행하자 많은 시민들이 불매운동에 공감을 했다”며 “코오롱이 가처분까지 내고 나오는 것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6일 다시 산에 올라 왜 코오롱 등산 용품을 사선 안 되는지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 불매 운동에 함께하는 시민 신종훈 씨는 “102개 산이 코오롱의 사유지도 아닌데 자신 의지로 불매운동을 하는 등산객들을 두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분노를 느꼈다”며 “코오롱 제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천박하게 만드는 창피한 일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102개 산을 상대로 한 이번 가처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코오롱이 한 획을 그었다”며 “우리 모두의 공유 대상인 산을 대상으로 가처분을 낸 것은 처음”이라고 비꼬았다. 

신인수 변호사는 “코오롱은 SNS 등 인터넷에서의 불매운동도 다 금지하고 있다”며 “현실공간이나 인터넷 사이버공간 모두에서 불매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불매운동은 시민들의 권리로 이번 가처분은 시민운동 탄압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코오롱 3천일 투쟁을 맞아 불매 투쟁을 전국화하기 위해 휴가철 전인 6월 말까지를 1차 집중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아웃도어 제품 특성상 산으로 직접 가 불매투쟁을 할 경우 성과가 크다는 판단에 불매운동 몸 조끼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에게 대여하고, 매주 산행하는 팀의 인원수를 확인해 3천 명까지 1차 집중 투쟁을 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라산과 지리산이 코오롱 이웅렬 회장 뒷동산이냐”며 “코오롱은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을 중단하고, 해고자를 복직시켜라”고 촉구했다.


김용욱 기자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세상에 이런! 소송… 코오롱 “산에서 불매운동 하지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7일자 기사 '세상에 이런! 소송… 코오롱 “산에서 불매운동 하지마”'를 퍼왔습니다.
해고자 등 3명에 102개 산에서 불매운동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 “전무후무 엽기 소송”

코오롱인더스트리(대표이사 박동문)가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에게 불매운동 산행을 금지해 달라는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불매운동 노동자들은 “전무후무한 엽기적 소송”이라고 비판했다.

27일 코오롱그룹 홍보팀과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위원장 최일배)의 말을 종합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3일 최일배 위원장, 해고자 김아무개씨,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신환섭 위원장 등 3명에 대해 전국 242개 코오롱 매장과 유명산 102곳에서 1인 시위 등 불매운동을 벌이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신청했다.

코오롱정투위는 지난 4월부터 코오롱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5월 11일부터는 주말마다 관악산, 도봉산 등지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코오롱 그룹 홍보팀 설성한 과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했는데 (해고자들이) 불복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지만 영업방해 행위를 계속하고 있어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난 2004년 말부터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430여 명을 정리해고 했다. 앞서 2004년 8월에는 3조 3교대이던 근무를 4조 3교대를 변경했고, 임금은 절반으로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05년 2월에는 78명을 추가로 정리해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부당해고가 아니었다면서 코오롱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안티 코오롱 원정대 시즌1' 포스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최 위원장 등 3인이 불매운동을 벌여 신용과 명예가 훼손되고 매출이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오롱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불매운동을 계속함으로써 (중략) 당장 제품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신용 및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 그룹 전체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코오롱 측의 신청을 인용한다면 최일배 위원장 등 3명은 전국 매장을 비롯해 북한산 등 유명산 102곳에서 △불매 관련 플래카드를 설치하거나 △피켓을 사용하거나 △유인물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배포하거나 △스티커를 일반 공중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부착할 경우 하루 100만 원을 법원에 내야 한다. 이밖에도 코오롱은 최 위원장 등이 SNS와 인터넷 등에 관련 내용을 게시할 경우도 금지행위에 포함시켰다.

기업이 공공의 자산인 국립공원 등에서 특정인의 특정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이례적이다. 코오롱은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 한라산 등 국립공원 15곳, 무등산 칠갑산 태백산 등 도립공원 16곳, 명지산 천마산 등 군립공원 9곳 등을 신청서에 명시했다. 불매운동이 등산객에게 코오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다. 코오롱은 제 3자에게 불매운동을 지시할 경우도 금지해 달라고 신청했다.

코오롱정투위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일배 위원장은 통화에서 “사업장이나 매장 앞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은 들어봤지만 개인 소유가 아닌 산까지 신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서 “코오롱이 노동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전무후무할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제 공공화장실 앞에서 불매운동을 진행하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최 위원장은 전했다. 

한편 심문기일은 오는 6월 4일로 오전 10시 안양지원 제 407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코오롱정투위는 오는 6월 1일 청계산, 8일 남산을 등반할 예정이다. 등반을 하면서 불매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정투위 측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등산로에서 모여 출발 예정”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29일 토요일

朴 ‘대통합’의 목소리, 이들에게 들려야 진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8일자 기사 '朴 ‘대통합’의 목소리, 이들에게 들려야  진짜'를 퍼왔습니다,
2012년, 노동자·민중들의 겨울나기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바닥’을 훑고 다녔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고, 국민대통합을 말해왔다. 박 당선자가 재벌 개혁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반면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그보다 진일보한 발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현재 노동현안에 대해 어떻게 개입할지 주목된다. 그의 약점이라 꼽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문제는 산적해 있다. ‘아버지의 유산’이자 장물 논란이 일고 있는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박근혜 당선자의 자택 앞에서 3천배 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 기름 유출 사건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쌍용차,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십 미터 송전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재능교육 등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도 쌓여 있다. 미디어오늘이 2012년 12월 25일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노동·환경 현안을 갈무리했다. /편집자 주

■ 코오롱 / 2865일
 코오롱은 지난 2005년 노동자 7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노동자들이 현재까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경영위기 극복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 78명이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성노조를 분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한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복직 투쟁의 중심에는 최일배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있다. 현재 매일 아침 경기도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은 "78명 중 20명이 퇴사한 이후 2005년부터 50명이 복직 투쟁을 벌이다 생계 문제로 현재는 16명이 투쟁을 하고 있다"며 "법적 투쟁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노조의 죽이기가 주목적이었고 이를 알려나가는데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사측이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콜트·콜텍 / 2155일
 기타를 만들던 공장의 노동자들이 지난 2007년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로 현재까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 갈산동에 있는 콜트와 대전이 있는 자회사 콜텍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사측은 지난 5월 31일자로 지난 2월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노동자 20명에 대해 또다시 재해고했다. 지난 10월에는 대법원이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008년 부평공장 폐쇄는 위장폐업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당시의 해고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방종운 콜트 지회장은 "돌아갈 공장이 없다고 하는데 콜트 상표로 기타가 만들어지고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공장 문을 닫았을 뿐인데 어떻게 폐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분을 터뜨렸다.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천 부평공장에 대해 새 소유주가 철거할 수 있는 집행명령이 떨어졌고 사측은 2억 1천만원의 손해배상소송까지 걸었다. 노조는 사측의 단전 단수 조치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사측을 고소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세차례에 걸쳐 선고가 연기됐다. 방 지회장은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한 것을 받아들이면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 인정이 되는 것이어서 주목하고 있다. 공장이 철거되더라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콜트악기 방종운 지회장이 투쟁 1963일을 가르키는 팻말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다.(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쌍용자동차 / 고공농성 35일
 지난 2009년 여름 77일간 공장 옥쇄투쟁으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쌍용차 평택공장 정리해고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사측은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들어 노동자 2608명을 해고했고 455명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후 23명의 해고자와 가족이 자살하고 질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한상균 전 쌍용차 노조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11월 20일부터 쌍용차 공장 굴뚝 맞은편의 송전탑에 올랐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당시 사측이 위기를 조작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생명을 잃을 수 없다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살인적인 추위와 함께 수십만볼트의 전력이 흐르는 고공철탑 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선쇼'라는 비난이 나왔다. 현재까지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해왔는데 대선 국면에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한상균 지부장은 "경제주체인 노동과 자본 중에 약자에 있는 것이 노동자이고 균형을 맞추고 최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대선이 끝내고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서 몸을 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쌍차는 잘못된 정치권력이 노동자들을 내몬 상징적인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이 쌍차 문제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함께 사는 것이 대한민국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JW생명과학 / 상경투쟁 192일충남 당진 공장 링거수액 생산라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JW 지회는 지난해 10월 결성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외 수당을 미지급하고 매월 가지급금 명목으로 임금을 공제해 회사 관리자들이 유용하자 노조를 결성해 노동부에 고소했다. 노조는 지난 2월 23일 사측 교섭 참가를 요구하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자 곧바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직장폐쇄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사측은 심야노동을 강제하고 CCTV를 설치해 조합원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한국제약협회와 부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당진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 괴한 10여명이 난입해 노조원에 칼을 대고 협박해 집기 등을 부순 사건과 관련해 12월 사측 노무사 A씨를 교사 혐의로 구속하고 용역회사 관계자 5명이 구속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 현대차 / 비정규직 고공농성 70일
 지난 10월 17일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목숨을 걸고 송전탑에 올랐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씨가 현대차의 업무 감독 아래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해당되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지난 2월에도 대법원은 최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확정 판결했다. 하지만 사측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최씨 해고가 정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최씨는 비정규직회 천의봉 사무국장과 함께 송전탑에 올랐다. 이에 사측은 지난 11월 22일 최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송전탑을 내려오지 않았다. 최소 10년 동안 불법파견 노동자 1만여명을 사용한 것을 인정한 것이 대법원 판결인데 처벌받은 사람은 없고 자신만 채용하는 꼼수를 부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는 "일차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재벌대기업으로서 불법경영을 한 것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규직화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조업에서 파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내 하청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있는 법을 적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입법발의한 사내하도급법을 취하하는 조치가 있어야 박근혜 당선인의 노동 공약에 대한 이행여부와 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

■ 대학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김영곤 강사의 농성 / 1937일
 김영곤 고려대 강사가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시작한 때가 참여정부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올해 개정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강사들은 전보다 강사료 1만원을 더 받고 계약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 받는 대신 평생 비정규직으로 남는다. 이를 두고 김영곤 강사는 “시급제는 폐지돼야 하고, 계약기간은 2년 이상 유지해야하며, 강사료는 연봉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사들의 ‘보따리 장사’ 인생을 막기 위해 강사 한 명이 한 학교에서 9시간 이상 강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유성기업 / 584일
 노동자들은 저녁에 잠을 자고 싶었다. 그 상식적인 요구를 위해 노조는 주야 2교대제를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지난해 5월 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은 직장폐쇄와 용역폭력으로 맞섰다. 사측의 노조파괴 과정에선 역시나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4일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아산공장 앞 7m 높이의 굴다리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노조는 △노조파괴 주범자 처벌 △노사 단체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과 어용노조 해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귀족노조’라고 비판할 뿐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 골든브릿지증권 / 245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노조탄압 백화점’이다. 김호열 노조지부장은 “사측은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깨려고 파업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합의로 되어 있던 정리해고를 협의로 바꾸고 노조가 받아들 수 없는 요구안을 담은 단협 개정안을 요구하며 기존의 단협안을 일방 해지했다. 노조는 사측의 단체협약 일방해지와 단협 개악안에 맞서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섭은 없다. 사측은 비판적인 사원들에게 보복성 인사발령을 내는가 하면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하고 용역직원을 채용해 사원을 감시하고 있다. 김호열 지부장은 “사측은 부실계열사인 골든브릿지저축은행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며 경영부실 책임을 사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노조탄압은 이 같은 비판을 사내에서 차단하고 입맛대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집회.

■ 쓰리엠(3M) / 1311일
 쓰리엠 지부는 지난 2010년부터 ‘노조파괴 전문 용역’으로 유명한 컨택터스 직원들이 회사에 상주했다. 2009년 민주 노조가 세워졌으나 초국적 자본이 만든 회사여서 마땅한 교섭 상대가 없었다. 사측은 무노조경영을 원칙으로 노조를 교섭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육아휴직을 쓰거나 산재를 당할 경우에도 인금인상에 차별을 뒀다. 700명가량이던 조합원은 150여명으로 감소했다. 박근서 노조 지부장은 “아직 단협 체결도 못했다. 컨택터스 직원들은 (SJM폭력사태가 논란이 되던) 지난 8월 말 철수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에게 잡초 제거와 청소작업을 시키는 등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영남대의료원 / 복직투쟁 2391일
 2006년 8월 24일 파업 등을 이유로 여성노동자 10명이 해고됐다. 2007년과 2010년 의료원은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천 명에 가깝던 조합원은 현재 100명 이하로 줄었다. ‘노조파괴 전문’으로 비난받고 있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이 문제에 개입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민주노조 파괴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교섭 불참 및 해태→장기파업 유도→개악안 제시→단협해지 →간부징계→노조 무력화’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특히 영남대는 ‘유신 장물’ 논란이 있는 만큼 박 당선자가 직접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를 통합, 영남대를 설립했다. 이후 박근혜 당선자는 1980년 4월부터 88년 11월까지 이사장 및 이사로 재직했다. 박 당선자는 2009년에도 설립자 유족 자격으로 전체 7명 중 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지난 10월 23일부터 대통령선거 하루 전까지 57일 동안 박근혜 당선자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3천배 농성을 벌인 박문진 지도위원은 “매일 8~9시간 절을 하면서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원 없이 기도했다”면서 “대선 기간 동안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조직을 추스르고 청와대로 투쟁 방향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 재능교육/ 거리투쟁 1831일
 MB정부가 시작한 지난 2007년 12월 21일, ‘특수고용노동자’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은 거리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는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것.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노조에 ‘선 복귀 후 단체협약 체결’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단협 체결 뒤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시청광장 맞은편 재능교육건물 앞에 천막을 차렸지만 수십 차례 철거되기도 했다.노사 간 의견차는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경영진은 학습지교사를 위탁사업계약에 의한 개인사업자라며 농성 중인 조합원을 ‘해지교사’라고 부른다. 반면 노조는 ‘학습지교사는 노동자’라고 주장한다. 유명자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은 싸움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깊게 연대하지 않은 단위에서 보면 ‘사측이 복직을 약속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합의하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 투쟁은 지난 10년 동안 유지한 노조를 없애려는 사측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대선 직후 세상을 떠난 동지들로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 재능교육 집회 현장.

■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 / 415일째
 2010년 12월 29일 풍산그룹은 풍산마이크로텍 직원들을 휴가 보낸 사이 회사를 매각했다. 경영진이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이루어졌다. 언론과 노조는 ‘돔구장 건설’을 위한 현금 및 부지 확보 등을 매각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마이크로텍을 인수한 PSMC는 2011년 11월 7일 노조 간부 17명 포함 총 58명을 정리해고했다. 같은 날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다. 부산역 광장 농성으로 시작해 올해 5월 30일부터 국토대장정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는 서울 대한문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현재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사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삼성 기름 유출 / 1846일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예인선이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를 들이받았다. 그리고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7만 8918배럴이 유출됐다. 이후 태안군과 서산시 양식장·어장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2년 만에 해양수질과 어종이 회복됐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피해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2조 7752억 원을 피해보상으로 청구했지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은 1799억 원만을 인정했다. 삼성은 1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들이 끊이질 않는 등 피해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

■ 고리 원전 연장 / 2026일째
 지난 1978년 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설계수명은 30년이다. 지난 2007년 6월 9일까지였지만 ‘전력난’을 이유로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올해에도 안전문제 등으로 5개월 동안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지난 8월 재가동을 결정했다. 올 12월에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고리원전은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가동중지’가 있었지만 ‘전력난’을 이유로 재가동돼 왔다. 지난해 3월 24일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YMCA 등 19개 단체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탈핵을 위해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탈핵버스’ 등을 기획했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태안기름유출대책위 삼성 책임 촉구 결의대회.

■ 대우자판 / 본사 점거 702일째
 대우자동차판매 경영진은 경영정상화 및 고용유지대책 특별단체교섭 교섭을 시작한지 열흘 만에 260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00여 명이 부평 본사를 점거했고, 이 농성은 현재 702일차다.대우자판은 1993년 대우자동차와 분리돼 설립된 법인이다.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대우자판을 3개 회사로 분할했고 현재 버스판매부분은 영안모자가 인수한 상황이다. 현재 노조와 영안모자는 ‘고용승계’를 핵심으로 하는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대우자판 부평 본사를 점거 중이며 부천 영안모자 앞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교섭에서 성과가 없으면 내년 1월께 새로운 싸움을 벌일 계획이다.

■ 밀양 송전탑 / 7년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난 2005년 11월 한국전력이 산업자원부에 송전탑 건설을 승인 신청한 이후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 측은 신고리원전 5·6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로 보내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봤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특히 땅값이 하락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74세 이치우씨가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이씨의 경우 시가 6억 9천만원이 넘는 논을 보상금으로 8천7백만원 주겠다고 해서 반발했다. 주민들은 총칼만 들지 않았지 국가가 개인재산을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65kV 송전탑 대신 345kV 2회선 지중화를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한전 측은 예산 비용과 기나긴 공사 기간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사무소 주변 8군데에 비밀하우스를 설치해 24시간 상주하며 공사 재개를 감시하고 있다. 대책위 김준한 신부는 “신고리원전이 2019년 완공예정이므로 시간적인 문제는 없고 비용 문제 역시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소요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송전탑이라는 낡은 방식을 지중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 강정마을 군사기지 반대 집회 현장.

■ 한진중공업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1년 가까이 파업을 벌였다. 사태는 사측이 전체 영도조선소 생산직 400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시작됐다. 한진중공업은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와 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10월 해고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하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정리해고자들이 복직됐지만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휴직명령을 받았다. 한진중공업에는 올해 새노조가 만들어졌고 회사는 지회에 이달 26일까지 노조 사무실을 밖으로 옮기라고 통보했다. 지난 21일 최강서 지회 조직차장이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2071일
 2007년 6월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것을 결정했다. 앞서 4월 26일 주민 80여 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그해 8월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절반 이상이 참여한 마을회관 투표에서는 절대 다수가 반대했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승격해 추진했다.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지만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지난해 ‘희망버스’ 때부터다. ‘해군기지 반대’는 노동·환경문제와 함께 연대전선을 구축하면서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권일 강정마을회 대책위원장은 내년 ‘해군기지 건설 반대’와 ‘공동체 회복’을 병행할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당선자가 이명박 정부의 사업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숨을 길게 가야 한다”며 “5년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단합’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 이제껏 3분이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났지만 앞으로 몇 분이 목숨을 끊으실는지 모른다”면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되는 만큼 연대로 버티고 버티면서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이 노조탄압과 정리해고를 규탄하며 지난 21일 목숨을 끊었다. 국민행복 시대와 대통합의 시대가 열렸다는 박근혜 당선 사례가 전국에 울려 퍼졌지만, 박 당선자의 말과는 반대로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를 짖누르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자와 여권의 반응은 없다. 2012년 성탄절 전날인 24일 부산 영도구민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강서 조합원의 장례식장에서 미망인이 제단에 음식을 올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장준·정철운·이재진·조현미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10-01일자 제30호 기사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를 퍼왔습니다.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보다 센 슈퍼섬유 국내 이슈 ● 코오롱-듀폰 소송 불러온 아라미드가 뭐길래…

강철보다 강한 슈퍼섬유는 군사·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의 주요 소재다. 한 업체가 슈퍼섬유를 이용해 새로 개발한 방탄복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군사·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수요 확대… 미국 등 소수 대기업이 독점적 아성 구축

옷의 재료인 섬유가 슈퍼섬유로 발전하면서 이젠 첨단산업의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우주선과 항공기를 비롯해 스포츠용품의 소재가 된 지 오래다. 다른 첨단산업과 마찬가지로 이 부문에서도 미국·일본·유럽이 선두주자다. 듀폰과 코오롱의 소송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슈퍼섬유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김학준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코오롱이 자체 개발한 슈퍼섬유(Super Fiber) 헤라크론을 두고 미국의 듀폰과 벌인 소송에서 패했다. 미국 지방법원이 선고한 20년 판매·금지에 대해 항소법원이 긴급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하루 만에 생산을 재개하는 등 한숨을 돌리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잠정적 결정이고 2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미국 안에서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무역과 관련된 첨예한 사안이어서 듀폰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역전이 힘들거나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듀폰은 케블라라는 슈퍼섬유를 최초로 개발해 첨단섬유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
듀폰은 애초부터 특허보다는 코오롱이 자사에서 해고된 엔지니어를 고용한 것과 관련해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고소를 했다. 승산이 높은 건수를 걸고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이 미국에서도 물질특허를 얻었기 때문에 특허 침해는 처음부터 논외였다. 코오롱이 미국에 불과 33억원어치를 팔았을 뿐인데 미국 법원의 배상액은 무려 1조445억원에 이른다.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듀폰은 코오롱이 기술을 개발한 1980년대 중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가 패했다. 이것도 10년 전쟁이었다. 그 와중에도 듀폰은 코오롱에 합작 제안을 하는 등 양동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나타난 현상도 비슷해 보인다. 법률이나 협정보다는 국민 감정이 앞서 있다. 미국처럼 수출도 하지만 대규모 내수시장을 갖춘 나라의 특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무리한 판결이라면 따르지 않으면 되지만, 그러려면 미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달콤한 시장을 누가 외면할 수 있으랴.
듀폰이 이렇게 시비를 건 기업이 코오롱이 처음은 아니다. 듀폰과 아라미드 개발 경쟁을 벌인 네덜란드 기업 악조도 회오리에 시달렸다. 결국 악조는 일본으로 넘어가는 비운을 겪었다. 듀폰은 악조가 5년 늦게 개발한 트와론에 대해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1988년 두 회사는 11년간의 전쟁을 끝냈다. 악조의 미국 시장 진출을 점진적으로 늘려주기로 화해를 한 것이다. 악조는 미국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봤고,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전망을 했다. 두 거인의 싸움이 끝나면서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트와론은 미국밖에 시장이 없었다.
그런데 듀폰은 화해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1993년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악조가 너무 낮은 가격으로 섬유를 미국 시장에 팔고 있다고 제소를 했다. 미 상무부는 이듬해 악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2000년에야 철회됐다. USITC는 오랜 기간의 검토 끝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철회해도 미국 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 악조는 승리를 했으나 20년 이상을 물건은 못 팔고 미국 재판정만 쫓아다닌 꼴이 됐다. 우리 속담에 '송사가 잦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 모양이었다. 악조는 이런 풍파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결국 일본 데이진에 넘어갔다.

미국 정부와 듀폰의 후발주자 죽이기?

듀폰의 행동은 원천물질 개발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신물질을 개발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개발되고 나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은 길을 개척하면서 가는 것만큼 어렵지도 않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선점한 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발주자의 수성 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시장을 만들고 키워놓았더니 그동안 관망만 하던 이들이 먼저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민자가 세운 듀폰이 섬유 분야에서 첨단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화학기업인 듀폰은 1930년대에 첫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했다. '공기와 석탄과 물에서 만들어내며, 강철보다 강하다'고 선전했다. 여자 스타킹 등에 쓰였는데 가볍고 질기고 탄력 있고 관리가 쉬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일론은 불에 닿으면 바로 녹아내리는 게 흠이었다.
몇십 년이 지나서 듀폰은 나일론의 이런 단점을 보강한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한다. 방화복을 만들 정도로 열에 강한 정말 '꿈의 섬유'다. 나일론이 220℃에서 녹았는데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의 2배 이상 되는 온도에서도 견뎠다. 웬만해서는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듀폰이 1960년대에 처음 개발한 아라미드 섬유는 메타계로 분류되는 노멕스였는데, 분해 온도는 400℃였으나 강도가 일반 섬유와 비슷해서 슈퍼섬유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노멕스는 진정한 슈퍼섬유인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 케블라의 탄생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71년 시장에 나온 케블라는 강도가 일반 섬유의 3배였고 분해 온도도 550℃에 이르렀다. 개발은 됐으나 공정이 워낙 어려워 본격적인 생산은 1980년대 후반에야 가능했다. 초창기에는 낚싯대에 많이 쓰였는데 값이 비싸서 선뜻 사기 망설여질 정도였다.
우리는 보통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강하다'는 표현을 쓴다. 섬유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니 강철보다 강하면 슈퍼섬유가 된다. 강철은 보통 단면적 1mm²에 285kg을 견디는데, 섬유에 225kg의 무게를 매달았을 때 끊어지지 않는 강도를 가지면 슈퍼섬유의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다. 슈퍼섬유의 하나인 자일론은 580kg을 견디고, 탄소섬유 중에는 720kg에도 끄떡없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슈퍼섬유는 강도·탄성·내열성이 모두 뛰어나 비슷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약간씩 물성의 차이를 보이면서 용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슈퍼섬유는 우주·항공·군사 분야에 많이 쓰이는 첨단 제품으로 보통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 개발이 시작된다. 또한 개발 기간과 개발된 뒤 상용화 기간이 몇 년에서 몇십 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나 기업이 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발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예산과 기술 지원이 따른다. 정부는 제품이 개발되면 이를 구매해주고, 외국 경쟁사들으로부터 기술 보호를 위해 법률적·정치적 지원을 계속한다. 슈퍼섬유는 일본·미국·유럽연합(EU) 등이 정부 차원에서 기술 지원 과제로 선정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첨단 제품이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섬유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생산량으로 볼 때 파라 아라미드 섬유, 탄소섬유, 고강력폴리에틸렌(HSPE·High Strength Polyethylene) 섬유를 대표적 슈퍼섬유로 보면 될 것이다.

한 섬유업체가 슈퍼섬유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방탄복, 방화복에서 비행기 소재까지

듀폰이 처음 개발한 케블라가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다. 악조가 개발한 트와론, 일본의 데이진이 개발한 테크노라, 코오롱의 헤라크론이 대표적이다.
미국 듀폰은 케블라를 출시해 슈퍼섬유 시대를 열었다. 케블라는 1980년대 방탄조끼가 실용화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케블라의 강하고 질긴 섬유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강한 힘으로 들어오는 총탄의 속도와 회전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군인과 경호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탄복의 경우 예전에는 두껍고 무거운 것이 흠이었다.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팔을 들고 내리기 힘들 정도로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방탄복에 케블라 같은 가볍고 강한 섬유가 쓰이면서 두께가 얇아지고 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메타 아라미드 섬유는 내열성이 뛰어나 소방관 등의 방화복으로 사용된다. 섬유의 진화가 계속되면서 열과 심장박동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섬유 센서와 전극 등을 붙여 데이터를 옷에 저장하거나 외부의 컴퓨터로 전송해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화복으로까지 발전했다. 미국 소방협회의 통계를 보면, 소방관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 아니라 심장발작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비책 마련에 나섰고 첨단 섬유가 계속 개발되면서 활동성은 유지되면서 생명 보호에도 탁월한 기능을 가진 진화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복·방화복뿐만 아니라 가볍고 강한 소재를 필요로 하는 항공기·휴대전화·타이어·건축자재·스포츠용품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아라미드 섬유는 듀폰이 먼저 개발했으나 테크노라라는 자체 상표를 가진 데이진이 트와론을 흡수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데이진이 45%, 듀폰이 40%, 코오롱이 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듀폰이 76%를 장악하고 있다.
요즘은 '탄소' 또는 '탄소나노'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로 탄소섬유가 보편화됐다. 탄소섬유는 비싼 만큼 개발 초기인 1970년대 초엔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골프채에 쓰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가벼우면서도 강도·탄성이 좋아야 하는 보트, 테니스 라켓, 낚싯대 등 스포츠용품에도 많이 쓰였다. 다른 슈퍼섬유는 실의 형태로 많이 이용되나, 탄소섬유는 실 형태는 물론 봉이나 파이프 형태 등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탄소섬유는 금속에 비해 가볍고 강도·탄성률·내열성·전도성·내마모성 등이 뛰어나 우주·항공 분야의 첨단 소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우주산업이 정체를 보이고 냉전체제가 끝나면서 구조조정기를 맞았다. 애초 탄소섬유 개발에 앞서 있던 일본의 도레이, 토호 테낙스, 미쓰비시 레이온 등 3사가 현재 살아남아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 세 곳이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점하고 있다.
탄소섬유도 원료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팬(PAN)계 탄소섬유가 주종을 이룬다. 초기에는 항공기용 구조재, 인공위성 부품, 우주왕복선, 우주정거장 등 첨단산업에 주로 쓰였으나 생산비가 낮아지면서 자동차·선박·건축자재 등에 두루 응용되고 있다.
1980년대 항공기의 구조재로 개발되면서 탄소섬유의 붐이 일어났다. 초기에는 출입문 등에 사용됐으나 날개와 동체 등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보잉의 B787은 날개와 동체 등 1차 구조재의 약 50%에 탄소섬유강화수지(CFRP)를 사용했고, 에어버스의 최신 기종인 A380은 1차 구조재 등의 약 25%를 CFRP화했다. 최근 석유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경량화에 의한 연비 향상이 항공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공기의 탄소섬유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환경적 요인이 커지면서 항공기 구조재로서 탄소섬유의 전망은 아주 밝다고 볼 수 있다.

비행기 동체의 25%를 탄소섬유로 제작한 에어버스의 A380 여객기. 고유가 등에 따라 가벼운 재질의 슈퍼섬유 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뉴시스 신화

국내 기업 진출은 걸음마 단계

아라미드·탄소섬유에 이어 각광받는 것이 고강력PE 섬유다.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WPE·Ultra High Molecular Weight PE) 섬유로 불리기도 한다. 이 섬유는 밀도가 cm³당 1g 이하로 매우 가볍고, 특히 물을 흡수하지 않고 물에 뜰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강철의 2배 이상인 고강도 특성을 지녔다. 다만 녹는 온도가 150℃ 정도로 낮은 것이 약점이다. 대형 선박을 예인해 이동하는 로프, 선박의 해안 계류용 로프, 요트의 돛 등에 최적이다. 방탄복, 헬멧, 선수용 운동복, 골프장 그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국내 슈퍼섬유 부문에서는 코오롱이 세계에서 3번째로 아라미드계 헤라크론을 개발해 성가를 높였으나 세계시장의 점유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일반 섬유 부문과 마찬가지로 슈퍼섬유도 원사 관련 부분은 소수의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고, 중견 중소기업 규모의 원단 업계와 소규모 가공 업계로 수직화가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아라미드 섬유 사업에 가장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코오롱이 연간 5천t의 헤라크론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효성이 뛰어들어 알켁스(파라 아라미드) 1천t을 생산하고 있다. 휴비스(500t), 웅진케미칼은 메타 아라미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고강력폴리에틸렌 섬유와 탄소섬유 분야는 몇몇 기업이 소량 생산을 하거나 새로 진출하는 등 이제야 첫발을 뗀 상태다. 탄소섬유는 일본이 1970년대에 대량 생산을 시작했으니 반세기가량 늦은 셈이다.
이렇게 슈퍼섬유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기술과 생산 기반이 취약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슈퍼섬유로 만든 대표적인 수출품은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타이어코드다. 우리나라가 세계 생산 1위다. 다만 완제품보다 원료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용섬유기술센터장 변성원 박사는 "특성이 조금 다른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섬유가 슈퍼섬유의 2대 축을 형성하면서 발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아라미드 섬유를 제외하고는 아직 제대로 생산을 못하는 단계"라며 "계속 늘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의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출을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imhj@hani.co.kr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불나방' 언론들이여, 진짜 기삿거리는 여기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17일자 기사 '"'불나방' 언론들이여, 진짜 기삿거리는 여기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16개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 최일배 단장

"단순히 우리가 정리해고를 당했으니까, 억울하니까, 저희를 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공동투쟁단에 소속된 장기투쟁 사업장만 16곳에 이릅니다. 단순히 몇 개 기업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당연히 언론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코오롱 구미공장에서 일하다가 2005년 2월 정리해고 명단에 오른 최일배 공투단장(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 위원장)은 8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5월 11일부터는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쌍용차, 콜트콜텍, K2코리아, 코오롱, 재능교육, 골든브릿지, 유성기업 등 장기 투쟁중인 사업장의 노동조합 16개가 뭉쳤다.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의 최대 문제로 떠오른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으로 장기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업장 19곳의 노조들은 "산별노조(민주노총)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절박한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끈끈한 연대를 이루겠다"며 '정리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금지'를 내걸고 7, 8월 공동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정식명칭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이다. 이름이 길다고? 저마다의 사연은 더 길다.
재능교육 해고자들의 투쟁은 17일을 기준으로 1671일째에 달했으며, 콜트콜텍 해고자들의 투쟁 역시 1900일을 넘어섰다. 공동투쟁단 내에서 최장기투쟁사업장으로 꼽히는 코오롱노조는 투쟁에 돌입한 지 올해로 벌써 8년째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쌍차 사태의 경우, 벌써 22명이 안타까움 목숨을 잃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정리해고자들의 문제를 돕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희망식당'을 열어 노동자들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심리치유센터까지 열었으나 정작 정부나 회사측은 요지부동이다. 견고한 성과도 같은 현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언론'의 무관심도 한 몫 했다.
공투단을 제안한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 위원장(공투단장)은 12일 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2006년, 저희가 복직을 요구하면서 송전 철탑 농성, 코오롱 본사 로비 점거, 청와대 근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등을 진행했을 때는 방송사에 몇 번 보도 됐었는데 이후 일상 투쟁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언론들의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며 "노동자들이 송신탑에 올라가 농성하고, 점거를 해야만 불나방처럼 몰려와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있는 것 아닌가?"고 쓴소리를 했다.
"몇 년씩 장기투쟁 중인 사업장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공동투쟁단을 꾸렸어도 방송사는 취재하러 오지도 않는다. 저희들끼리는 '보도해야 할 심각한 사안 아니냐'고들 이야기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그래도 MBC, KBS의 파업을 보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대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것.
최일배 단장은 언론인들을 향해 "즉흥적인 이벤트성 보도보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잡고 심층적으로 다뤄주셨으면 한다"며 "공투단 같은 경우, 기획시리즈로 연속보도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굉장히 의미있지 않겠느냐"라고 호소했다. 이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적해야지, 단발성 보도는 나오나 안나오나 현장에 큰 의미가 없다"며 "사업주들도 며칠 지나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니까 단발성 보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17일 현재 공투단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16곳. 최일배 단장은 "1월 '희망발걸음', 3월 '희망광장'에 참여했던 사업장들은 당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빠지지 않고 공투단에 결합하고 있으나 아직도 주저하는 사업장들도 많다"며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산별노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산별에서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제반 경비가 지원 안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감, 산별노조가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먼저 나서서 움직이지 않는 관성 등에 갇혀있는 사업장들이 아직도 많다"며 "우리는 그쪽에 끊임없이 같이 하자고 하는데,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는 것.

▲ 공동투쟁단이 공동행동의 날인 지난 11일 JW생명과학 노조 농성장에서 연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부분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올 2월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공투단 제공

최일배 단장은 "누가 주체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민주노총의 조합원이자 노동자인데 '누가 투쟁을 주도하는지' '누가 주체인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결국엔 계파, 파벌, 힘겨루기인데 우리는 왜 그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뭉치는데, 우리는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한 공동투쟁단은 매주 수요일을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연대집회를 열고 있으며, 오는 18일에는 오전 11시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동법 관련 항의 기자회견을 연 뒤 박근혜 의원의 대선경선 캠프 사무실을 찾아가 '노동악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개질의할 예정이다. 공동투쟁단의 활동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예정된 8월 말까지로 정해져 있으며, 8월 말경 공동투쟁단에 대한 전체적 평가를 내린 뒤 향후 일정을 잡아갈 계획이다.  
"흔히, 저희들이 외치는 구호 가운데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게 있습니다. 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희망'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세상을 바꾸는 구심점이 될 수 있어요. 언론이 이 구심점에 대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발, 더 이상은 무관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6월 9일 토요일

콜트콜텍 1900일·재능교육 1600일·코오롱 2400일…출구 없는 투쟁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8일자 기사 '콜트콜텍 1900일·재능교육 1600일·코오롱 2400일…출구 없는 투쟁'을 퍼왔습니다.

1900일 넘게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콜트·콜텍악기.

[토요판] 커버스토리

35m 높이의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위에 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희망버스’가 있어 지난해 11월10일 309일 만에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김 지도위원을 살렸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희망버스로 제동이 걸렸으나, 우리 주변에는 ‘제2의 김진숙’이 여전히 많다.
1900일 넘게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콜트·콜텍악기(사진)는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이다. 정리해고된 지 5년 만인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콜트악기㈜ 노동자 15명에게 회사 쪽은 최근 또다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사쪽은 “2008년 8월 폐쇄한 인천 부평공장의 사업 재개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어떤 근로자도 당사에서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고 사유를 밝혔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사쪽은) 지난 5년 동안 해고자들의 삶을 통째로 망가뜨린 것도 모라자, (부당한 정리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해고를 통보했다”며 “억울해서 투쟁을 중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1600일을 넘어서고 있는 재능교육.

재능교육(사진) 투쟁도 어느새 1600일을 넘어서고 있다. 재능교육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사업자’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성격을 띠는 이른바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한 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노사갈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전체의 문제를 대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가 재능교육 사태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능교육 해고자들은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재능교육 사옥 앞에서 6일까지 여전히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

8년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코오롱(사진) 정리해고 노동자들도 지난달 11일부터 경기도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서 다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쌍용차 투쟁으로 정리해고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코오롱 정리해고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 정리해고로 1년 넘게 본사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자들, 국외 공장 이전으로 정리해고 위기에 놓인 케이투(K2) 노동자들, 10년 동안 두번이나 해고를 당한 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들, 복수노조로 교섭권을 잃어 학교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등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희망버스’ 기획자인 송경동 시인과 노동자 단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희망버스 1돌을 맞아 오는 16~17일 1박2일간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행진’을 하자고 제안했다. 희망행진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농성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있는 시청 앞 대한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국의 투쟁사업장은 (한겨레) 누리집에 가면 한눈에 볼 수 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530266.html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희망뚜벅이’ 걸어서 죽음의 공장까지 간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30일자 기사 '‘희망뚜벅이’ 걸어서 죽음의 공장까지 간다'를 퍼왔습니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참가자들이 광화문 KT를 향해 행진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간 이어지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발걸음’이 시작됐다. 30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발걸음(희망뚜벅이)’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 모인 120여명의 ‘희망 발걸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배우 맹봉학 등 120여명의 참가자들 함께했다.

먼저 발언대에 오른 김혜진 희망버스 기획단 실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문제는 결국 한 사업장을 넘어서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16개 사업장 동지들이 함께 나서 이 길을 열게 되었다”며 “아직 우리들의 선택은 시작일 뿐이다, 이 길을 통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쏘아버린 화살은 과녁을 맞추기 전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희망 뚜벅이’들의 힘찬 발걸음을 독려했다.

출발과 동시에 공권력에 막힌 ‘뚜벅이들’

오전 11시께 광화문 케이티(KT) 본사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희망 뚜벅이’들은 경찰의 봉쇄로 처음부터 차질을 빚었다. 주최 쪽은 인도를 통한 평화적 행진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경찰관계자는 “해당 집회와 관련 어떠한 신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불법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펼침막을 내리고 확성기를 쓰지 않기로 절충한 뒤에야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30분 가량 창덕궁 돌담길까지 인도를 따라 평화롭게 이어지던 행진은 이화사거리에 이르자 경찰이 다시 제재하기 시작했다. 경찰관계자는 “몸자보를 두르고 신고되지 않은 행진을 시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경찰의 제지선을 피해 대학로로 되돌아와 마로니에 공원 앞을 가로지르다 이화사거리에서 에워싼 경찰에 의해 고립됐다. 

시작부터 경찰과의 실랑이로 행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지만 참가자들은 희망버스처럼 이번 행사가 또다른 ‘결실’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희망 뚜벅이’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3일 동안 시그네틱스, 코오롱, 콜트-콜텍, 유성기업 등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의 대부분 사업장들에 희망의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행사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언제나 공권력들은 약자를 괴롭히기에 앞장서왔다”라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배우 맹봉학 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경찰들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참가자들이 광화문 KT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