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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하늘에 살아요, 새는 아니랍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5-13일자 제960호 기사 '하늘에 살아요, 새는 아니랍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200일, 170일, 100일을 채워가는 울산 현대자동차 철탑,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6명 농성자들의 고공생태보고서

» 지난 5월1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과 동삭로를 마주한 송전탑 위 30m 지점에서 한상균 전 쌍용차노조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이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16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박승화 기자

하늘이 지금처럼 비좁은 적은 없었다.
35년 전 벽돌공장 굴뚝 꼭대기에서 ‘난장이’는 검은 쇠공을 쏘아올렸다. 쇠공이 파고드는 하늘 아래서 키 117cm, 몸무게 32kg의 아버지는 한없이 위태로웠다. 사람들은 치솟는 쇠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난장이의 아들과 딸도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고 굴뚝에 올랐다. 크레인 위로, 굴다리 위로, 아파트 꼭대기로, 야구장 조명탑으로. 그들에겐 오를 수 있는 모든 곳이 아버지의 굴뚝이었다. 울산 현대자동차 철탑 위에서,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위에서,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서, 난장이의 아들과 딸은 아버지를 꼭 닮은 난장이가 되어 쇠공을 쏘아올리고 있다.
하늘이 검은 쇠공들로 빽빽하게 덮이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은 난장이에게서 하나둘 멀어졌다. 고공농성이 200일(5월4일), 170일(5월8일), 100일(5월15일)을 채워가자 하늘로부터의 절규에도 둔감해졌다. 난장이를 땅 위로 이끌 사람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난장이들의 농성은 그들의 외면 속에서 ‘일상’이 되고 ‘생활’이 돼버렸다. 땅을 밟지 못하는 난장이들로 2013년 5월 한국의 하늘에는 빈틈이 없다. 최병승·천의봉(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한상균·복기성(쌍용자동차 해고), 오수영·여민희(재능교육 해고). 이 가난하고 앙상한 글은 굴뚝에 유폐된 난장이 6명의 하늘 생활을 담은 ‘고공생태보고서’다. _편집자

#집

하늘은 고정돼 있지 않았다. 때론 기울었고, 때론 흔들렸다. 때론 회전했고, 때론 휘청거렸다. 발이 철탑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하늘도 심장 속에서 미끄러졌다.
길은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엔 높이 50m의 철탑이 있다. 2005년 비정규직 노조 파업 뒤 사 쪽은 철탑 하단부 발판 및 손잡이용 못을 빼고 철조망을 둘렀다. 땅에서 4m 지점 철골까진 대못 대신 빈 구멍뿐이었다. 길 없는 길을 따라 지어진 두 남자의 천막이 철탑 위에서 아득했다.
철탑 다리 하나를 붙잡고 기어올랐다. 사선으로 연결된 철골을 끌어안고 몸을 밀어올렸다. 대못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첫 번째 못을 잡기까지 허약한 상체는 앞뒤로 쏠리고 밀렸다. 지난해 10월17일 밤 9시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이 올랐던 길이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육박했다. 플래카드와 만장이 발밑에서 몸을 떨며 울었다. 심장이 뻐근했고, 호흡이 가빴으며, 다리는 후들거렸다. 200일 전 철탑을 탔던 그들은 뒤따라온 용역경비들과 맞서며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렸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오른 하늘이었다. 5월1일 오후, 그들의 농성 천막에 몸을 떨며 닿았을 때 하늘은 한두 방울 비를 뿌렸다.
“바다 똥바람이에요.” 천의봉(32)씨가 세찬 바람의 정체를 설명했다. 철탑 맞은편 연포만이 출처였다. 철판 바닥을 천막과 비닐로 씌운 집을 헤치고 바람은 기어이 침투했다. “세게 불 때는 지진 난 것 같아요. 롤러코스터처럼 들썩입니다.” 200일 동안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최병승(39)씨의 사자머리가 바람에 쓸렸다. 천의봉씨 얼굴은 검게 탔다. 농성 기간에 흰머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들은 십자로 포갠 두께 2cm 합판에 앉아서 농성 첫 이틀을 버텼다. 몸을 누일 순 있지만 비와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는 직사각형합판 위에서 다시 8일을 보냈다. 현재 농성장은 세 번째 집이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새 공간으로 옮기면서 두 사람은 “쪽방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는 기분”이었다. “하루 숙박비가 30만원인 철탑 호텔입니다.” 최병승씨가 호쾌하게 웃었다. 한국전력이 1월15일부터 두 사람에게 부과한 퇴거 강제금 액수는 이날까지 6360만원이다.


» 이문영 기자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철탑에 올라 농성 중인 최병승·천의봉씨를 만난 뒤 내려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경기도 평택시에도 비슷한 집이 있다. 칠괴동 쌍용차 공장과 동삭로를 마주한 송전탑 위 30m 지점에는 반년째 파란 천막집이 얹혀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상균(52) 전 쌍용차노조 지부장과 복기성(36)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이 사는 곳이다. 처음 함께 올랐던 문기주(53) 정비지 회장은 목디스크 등이 심해져 지난 3월15일 송전탑을 내려와 병원으로 향했다.
공장 너머에서 불어온 들바람은 5월답지 않게 매서웠다. 겨울을 견뎌냈지만 송전탑 천막집은 여전히 겨울이다. 고공농성이 보름을 넘긴 지난해 12월 초 천막 공사를 했다. 알루미늄 앵글을 깔고 합판을 덧대 바닥을 넓혔다. 상자를 잘라 선반도 만들었다. 지난겨울 이들은 매서운 바람에 흔들려 잠을 못 이룬 적이 많았다. 5월이지만 밤은 추웠다. 이들은 겨울 외투와 방한화를 벗지 못하고 있다.
더 큰 고통은 그리움이다. 천막에서 내다보면 복기성씨 가족이 사는 평택시 세교동 집이 보인다. “화상전화를 해도 아내는 베란다에 나와서 통화해요. 저는 집을 바라보고요. 노을이 공장 뒤로 저물 때도 힘들어요. 공장 현장 생각이 많이 나거든요.”
그는 최근 평택시가 5월15일까지 송전탑 아래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실에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늘에선 계절의 변화를 겪는 대신 본다. 남산에서 꽃의 만개를 보고, 북한산에서 초록의 진군을 보면서도, 봄바람에선 겨울을 체감하고, 밝아진 옷 색깔에선 쓸쓸함을 느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은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더 추운 곳이다. 오수영(39) 재능교육 노조위원장 직무대행과 여민희(40) 조합원은 하얀 눈을 쓸고 얼음을 깨며 종탑에 올랐다. 5월15일이면 고공농성 100일째가 되고, 6월11일이면 복직투쟁 2천 일을 맞는다.
“종탑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이불을 가장자리 끝까지 가서 마구 털어요. 처음엔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요.”
기자는 10cm가 될까 싶은 낮은 턱 때문에 아래를 쳐다볼 때마다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예전엔 아래 지원팀에서 치약을 하나씩 올려줬는데 요즘엔 4개짜리 세트를 한꺼번에 올려보내요. 동료들도 농성이 더 오래가리란 걸 아는 거지요.”
여민희씨가 말했다. 두 사람은 “봄이 오면 내려갈 수 있겠지 하며 꽃놀이 갈 생각으로” 추운 겨울을 버텼다. “종탑 아래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이 빨갛고 노란 원색의 옷을 입고 소풍 가는 걸 보면 저 밑은 정말 봄이구나 싶다”고도 했다. 그런데 봄만 와버렸다. 농성이 언제 끝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오수영씨는 극심한 고립감을 호소했다. 농성 초기엔 언론의 관심이 많았고, 정치인들 방문이 이어졌다.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여성 대통령의 약속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시간은 소득 없이 흐르고 있다. 집회 인원수도 줄면서 “종탑에 유폐되고 있다”는 생각에 시달린다고 했다. 8개월 만에 재개된 사 쪽과의 교섭도 결렬됐다.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지리산에서 고립돼 사살을 기다리고 있는 빨치산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여기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농성이 끝나도 예전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재능교육 농성자들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키우는 수선화 화분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고동민씨가 서울 중구 대한문 농성장에서 가져다준 솟대(윗쪽). 쌍용차 송전탑 농성자들이 키우는 소나무 화분이 추운 겨울을 견디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윗쪽). 농성천막을 설치한 선반 위에는 꽃 화분과 천주교 성화가 그려진 러시아 목각인형(마트료시카)이 놓여 있다(아래쪽). 한겨레 이문영 기자, 복기성씨 페이스북, 복기성씨 페이스북

거대한 종소리가 귀를 때렸다. 낮 12시였다. 21회씩 하루 세 차례 치는 종소리에 종탑 땅바닥이 흔들렸다.
재능교육 노조보다 2배 이상 오래 하늘의 삶을 살아온 울산 철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천의봉씨는 “우리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빨리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어리석었다. 우리 2명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벽이다. 분노만 쌓여간다”고 했다. 최병승씨도 말했다.
“초기엔 정치·사회적 이슈화가 되면서 대선주자까지 현장을 방문했잖아요. 그런데 100일이 지나고, 150일이 지나고, 200일이 되면서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판단도 들어요. 우리는 막막함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감정 기복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는 지난 4월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이해하려 애쓰지 마라, 미래를 상상하지 마라, 모든 게 언제 끝나게 될지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마라.’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생각하는 걸까, 계속 중얼거린다. 이해하려 애쓰지 마.”

#기도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마음에 새기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아침 8시30분. 오수영씨와 여민희씨가 스피커 음성에 맞춰 절을 올렸다. 종탑 맞은편에선 재능교육 사옥이 그들을 마주 보고 있었다. 사옥 앞에선 ‘땅의 동료들’이 동시에 절을 올렸다. 두 사람은 양팔로 하늘을 감싸안듯 원을 그리며 손을 모았다. 여민희씨는 무릎과 팔이 거의 동시에 땅을 짚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다. 오수영씨는 다리를 쭉 펴고 손바닥을 땅에 붙인 뒤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내가 더 가지면 남이 그만큼 덜 가진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스물일곱 번째 절을 올립니다.”
‘재능교육지부 투쟁 승리를 위한 100배 발원문’에 따른 염원의 절이었다. 오수영씨가 쓰고 녹음했다. 제주 강정 평화운동가들이 구럼비를 바라보며 몸을 굽혔던 ‘생명평화 100배 서원문’을 참고했다. 여민희씨는 절을 하는 동안 “심란한 마음이 정리된다”고 했다. “스트레칭이 되니까 근육통에도 효과적이에요.” 오수영씨가 땀을 닦았다.
“노동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기원하며, 아흔여덟 번째 절을 올립니다.”
울산 송전탑의 최병승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깊은 호흡을 반복하며 기도를 한다. 대상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하늘에 계신 분들 중에서 가장 친한 분들이거든요.” 생전 두 분은 그의 싸움을 신뢰하고 격려했다. 그는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분들”에게 매일 기원한다. “내가 먼저 싸움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병이 들어 스스로 땅을 밟는 일이 없도록,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 아픔을 겪지 않도록….”


» 재능교육 해고자 오수영(왼쪽 사진 왼쪽)·여민희씨가 지난 4월30일 오전 회사가 마주 보이는 성당 종탑 농성장에서 ‘투쟁 승리를 위한 100배’를 올리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박두원씨가 지난 5월1일 철탑농성 중인 최병승·천의봉씨 점심 식사로 올려보낼 라면을 플라스틱 그릇에 담고 있다(가운데). 최병승씨가 농성천막 안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이용해 소변을 해결하고 있다(오른쪽). 한겨레 이문영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 천의봉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이 지난 5월1일 철탑 농성천막 안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쭈그리고 앉아 큰일을 치를 때면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현대차 경비와 눈이 마주칩니다. 불편함과 불쾌감이 어느 순간 익숙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밥

“기성아! 기성! 밥!”
송전탑 밑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남국씨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송전탑 천막 한켠으로 스티로폼이 걷혔다. 긴 머리에 짙은 남색 점퍼를 껴입은 복기성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사이 이씨는 송전탑 위 천막 옆에 달아놓은 도르래에 장바구니 2개를 걸어 올렸다. 평택에 문을 연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치유센터 ‘와락’ 부엌에서 만든 도시락이었다. 배달을 마친 장바구니가 도르래를 타고 다시 묵직하게 땅에 내려앉았다. “나눠먹으라고~! 우리 먹을 건 빼놨어!” 복기성씨가 소리쳤다. 얼마 전 올라갔다던 두유 한 상자가 3분의 1 정도 빈 채 내려왔다. 배고픔은 송전탑 아래 천막도 마찬가지다.
송전탑 위 사람들은 ‘1일 2식’을 한다. 낮 12시, 저녁 6시께 도시락이 올라간다. 아침은 간단히 음료수로 때운다. 운동을 못해서 먹는게 조심스럽다. 한상균씨는 매번 밥을 남기지만, 좀더 젊은 복기성씨는 양껏 먹는 편이다. 천막에 나와 줄넘기하듯 제자리뛰기를 하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게 운동의 전부다. 노동절 저녁인 이날 저녁에는 특별히 옻닭이 올라갔다.
‘100배’를 마친 혜화동성당 종탑 위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침 겸 점심밥이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인 윤희찬씨가 종탑 밑으로 음식 가방을 들고 찾아왔다. 가방 안에서 밥과 육개장과 반찬을 하나씩 꺼냈다. 그는 매일 아침 종탑 밥을 챙기느라 자신은 부인 눈칫밥을 먹는다고 했다.
윤희찬씨가 휴대용 가스버너에 불을 붙여 국을 데웠다. 그는 예전부터 재능교육 노조와 인연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재능교육 사옥 앞 농성장을 지나다가 여성 2명이 종탑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부터 밥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잘 먹어야 건강하잖아요.” 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를 떴다. 그가 데운 국과 밥을 이날 종탑지킴이인 강경식 조합원이 줄에 매달아 종탑 위로 올렸다. 밥은 사람을 먹이는 식량이자 사람 사이를 잇는 끈이다.
오수영·여민희씨도 ‘불의의 배탈’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 조절에 신경 쓴다. 다만 별도의 ‘믿는 구석’이 있다. 과거 천막농성 때부터 진료를 도맡아준 한의사가 매주 들러 처방해주는 소화제다. “소화불량일 때는 물론 잠이 안 올 때도, 화가 날 때도 먹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그들은 웃었다.
밥은 늘 생리현상을 동반한다. 울산 철탑에선 소변은 생수 페트병을, 대변은 환자용 변기를 이용한다. 최병승씨는 “처음엔 조준이 잘 안 됐는데 지금은 익숙하다”고 했고, 천의봉씨는 “비가 올 때나 밤엔 그냥 밖으로 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최근 철탑 진압설이 돌자 하루치 대변을 ‘똥폭탄’용으로 모아두기도 했다.
“여기 올라오기 전까진 우리도 문 잠그고 일 보는 게 당연했지요. 여긴 다 노출돼 있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큰일을 치를 때면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현대차 경비와 눈이 마주칩니다. 불편함과 불쾌감이 어느 순간 익숙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약 없는 고공농성자의 실존이다. 울산보다 공간이 좀더 넉넉한 평택 송전탑에선 한켠에 세운 작은 천막을 아예 화장실 겸 창고로 쓴다. 이곳에 대소변을 받는 플라스틱통과 세면용 물통을 둔다.


»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가 철탑 농성장에서 발을 씻고 있다. 그는 체온유지를 위해 동료들이 올려준 온수를 버리지 않고 얼굴 등을 씻는 데 활용한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날씨

‘하늘 주민’의 최대 적 중 하나는 날씨다. 오수영씨는 스스로 터득한 ‘핫팩 요법’으로 추위를 견뎠다. 혈액이 순환되는 자리인 뒷목 바로 아래와 허리 바로 위 두 군데에 핫팩을 붙이면 데워진 피가 전신을 돌며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겨울의 극심한 추위를 이긴 뒤 봄이 되자 농성장은 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3월 중순 울산 철탑은 “천막을 칼로 찢어도 처리하기 힘들 만큼” 물세례를 받았다. 세숫대야로 물을 퍼내느라 농성자들은 녹초가 됐다.
농성자들은 겨울보다 다가올 여름을 더 우려하고 있다. 태풍이라도 불면 얼기설기 지은 농성 천막은 당장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철제 바닥과 방수용 비닐이 천막 안 온도를 대책 없이 달굴 게 틀림없다. 천의봉씨는 “자연의 탄압이 걱정”이라고 했다.

#손님

손님이 쌍용차 송전탑을 찾아왔다. 손님들은 매일 한 번 송전탑을 향해 세워진 스피커 앞에 선다. 황현수(42)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송전탑 위 천막에서 한상균씨가 무선 마이크를 잡았다. 건설노동자였던 황씨는 2010년 경기도 군포의 건설현장에서 불법 하도급 폐지를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랐다가 58일 만에 내려온 경험이 있다. “날도 좋은데 바람이나 쐬러 가지!” 한상균씨가 인사를 건넸다. “주말에도 자주 쐬러 가는데요, 뭘.” 황씨가 3살배기 첫째아들을 마이크까지 안아올렸다.
고공농성이 장기화되면서 농성자들은 뜻밖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복기성씨는 송전탑 천막 위로 날아온 까치를 기억한다. 고공농성 초기 과수원이던 자리에 고속도로가 뚫리자 까치가 근처 송전탑에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틀러 날아온 것이다. “까치가 어렵게 철탑 위로 나뭇가지를 하나씩 옮기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둥지를 틀고 살아야 할 과수원에서 내몰린 상황을 생각하니 말이죠.”


» 경기도 평택 쌍용차 인근 송전탑에서 농성 중인 한상균(왼쪽 위)·복기성씨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복기성 쌍용차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의 아내와 자녀들이 송전탑 밑에서 남편과 아빠를 올려다보고 있다(왼쪽 아래).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며 쌍용차 농성 송전탑에 집을 짓고 있다(오른쪽). 한겨레 박승화 기자, 복기성씨 페이스북

현대차 철탑 위엔 현재 까치가 산다. 최병승·천의봉씨가 새 천막을 지을 때 까치도 집을 짓고 있었고, 까치가 집을 완성했을 때 천막도 제 모습을 갖췄다. 천의봉씨가 말했다.
“바람이 불 때면 까치들이 우리 머리 위로 나뭇가지를 떨어뜨려 안전모를 쓸 뻔했어요. 새도 노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그렇겠지요?”

#분노


»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여민희씨가 혜화동성당 종탑 출입구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이런 게 화병이라죠?”
오수영씨는 “요즘 쉽게 분노한다”고 했다. 농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한다. 8년 전 아들을 임신했을 때 극도로 예민했던 증상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여민희씨는 거꾸로 화를 삭인다. 그의 화는 심한 위통으로 배를 쥐어뜯게 하고, 오수영씨가 잘 동안 몰래 밤새도록 울게도 만든다. 두 사람은 틈날 때마다 제자리 토끼뜀을 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한의사 선생님은 ‘마음속 변비’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속 화를 다스리는 게 급하다고요.”
최병승씨는 최승자 시인을 좋아한다.
“세상이 병들어 있다/ 난 세상과 화해할 수 없어 병들어간다.”
그의 트위터 문패 문구다. 시인의 시 ‘어떤 아침에는’에서 시구를 빌려와 조금 바꿨다. 그는 ‘병든 세상’에 분노했다. 최근 목숨을 끊은 촉탁직 노동자의 죽음에 자신이 일조했다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가 촉탁직 전환을 밀어붙일 때 비정규직지회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는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한 채 죽었다. 그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6300048. 지난 1월7일 현대차 사내 통신망에 뜬 그의 사번이다. 현대차가 그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며 부여한 번호다. 하지만 그는 복직을 위해 철탑을 내려가지 않았다.
“저에 대한 대법원의 정규직 인정 판결은 제 것이 아닙니다. 7년간의 소송과 2번의 구속, 3번의 수배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준 조합원들의 것입니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천의봉씨는 선물받은 500피스짜리 철탑 퍼즐을 맞추며 스트레스를 다스렸다. “퍼즐이 제대로 안 맞아서 혼자 엄청 욕했어요.”

#생일

오수영·여민희·천의봉씨는 고공에서 생일을 맞았다. 가족이 챙겨주지 못하는 생일상을 함께 농성 중인 동료들이 차렸다. 재능교육 농성자들의 생일엔 마침 사람이 100명 이상 모이는 집회가 열렸다. 그들은 두 사람에게 생일 축하 ‘폭탄 문자’를 보냈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촬영한 동영상으로 마음을 나눴다.
천의봉씨의 생일엔 미역국과 갈비찜이 올라왔다. 추운 겨울 새벽부터 생일 음식을 준비한 동료들의 정성에 그는 목이 멨다. 그의 생일엔 사 쪽 용역 500여 명이 철탑 주변에 모였고, 그들을 막기 위한 조합원들이 비슷한 규모로 모였다. 그는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으니 축복받은 생일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무런 소득 없이 철탑을 내려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하늘을 오르지 않도록 우리가 잘 매듭짓고 싶습니다.”


»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중인 재능교육 해고자 오수영(오른쪽)·여민희씨가 지난 4월30일 회사 정문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에게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이며 연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서울·울산=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평택=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현대차 200일

20여 명 구속, 40여 명 수배, 200여 명 해고, 1천여 명 징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년간 싸워온 ‘고난의 흔적’이다. 2004년 노동부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 뒤 이어져온 ‘정규직화 투쟁’은 험난했다. 정부와 현대차,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미온적 대처로 이들의 싸움은 점점 벼랑 끝으로 떠밀리고 있다.
2010년 7월과 2012년 2월 대법원이 자동차 생산공정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했으나, 사 쪽은 최병승씨 한 사람에 대한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19일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50개 사내 하청업체 중 32개 278명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지만, 노동부는 특별한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12월27일 회사의 신규 채용안을 둘러싼 비정규직 노조(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와의 의견 차이로 특별교섭을 중단했다. 지난 4월 30일로 예정돼 있던 교섭 재개 논의 간담회도 연기했다. 5월 임·단협 일정을 감안할 때 사 쪽·현대차지부·비정규직지회 간의 특별교섭 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월15일과 22일 사 쪽에 직접교섭을 요청했으나, 현대차는 “우리는 원청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노조의 ‘전원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사 쪽은 ‘2016년까지 3500명 신규 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22일부터 해고노동자를 중심으로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호 현대차 정책홍보 이사는 “불법파견 판정 부분은 법적으로 계속 따져볼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한 번의 극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중노위 결정문을 근거로 노동부엔 32개 불법파견 업체에 대한 행정 조처를, 현대차엔 직접교섭을 요구할 방침이다.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 ‘폐쇄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상록 비정규직 노조 정책부장의 말이다. “정부가 행정 조처를 취하지 않고 회사도 교섭에 응하지 않을 땐 불법업체를 계속 방치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미 피 흘릴 만큼 흘렸다. 우리에겐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쌍용차 163일

쌍용자동차 사태의 시작은 4년 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쌍용차는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646명을 내보내는 인력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정리해고자 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조는 공장 문을 걸어잠근 채 무기한 ‘옥쇄 파업’에 들어갔다. 이른바 ‘산자’와 ‘죽은 자’가 충돌했고, 경찰까지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공장은 전쟁터가 됐다. 77일 동안 이어진 충돌로 노조원·경찰 등 380여 명이 다쳤다.
최악의 사태를 우려한 노사는 2009년 8월 정리해고자 974명 가운데 파업을 벌인 조합원 640여 명이 자발적으로 무급휴직과 영업전직, 분사, 희망퇴직 등을 선택하도록 합의했다. 2010년 11월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됐다.
회사는 2교대가 가능한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무급휴직자의 1년 뒤 순환근무 복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복직이 불투명해지자 생활고와 비관에 시달리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등 2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졌다. 해고노동자들은 경기도 평택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앞, 평택역, 그리고 서울 대한문 앞 등에서 ‘쌍용차 사태의 국정조사’와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였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등 해고노동자 3명이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 위로 올라갔다. 고공농성자가 됐다.
지난 3월 쌍용차는 무급휴직자 등 489명을 3년7개월 만에 복직시켰다. 그러나 쌍용차 국정조사는 요원하다. 해고노동자의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는 “(해고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재능교육 89일

다시 결렬이다. 지난해 8월 중단된 재능교육 사 쪽과 노조의 첫 공식 교섭이 지난 4월17일과 24일 두 차례 열렸다. 그리고 결렬됐다. 종탑 농성이 이끌어 낸 교섭 테이블은 양쪽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날마다 신기록이다. 재능교육 노조는 하루하루 ‘최장기 투쟁 기록’을 새로쓰고 있다. 5월11일에 2천 일을 꽉 채우지만 해고 학습지 교사들은 여전히 하늘과 거리에 있다. ‘문제적 단체협약’ 탓이다. 2007년 단협(회원관리수수료 삭감안) 때문에 시작된 싸움은 여섯 해가 바뀌었어도 ‘단협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사 쪽은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노동자여서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며 단협을 해지했고, 2008년엔 12명을 해고했다. 조합원 구속과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랐다. 해고 조합원인 고 이지현씨는 암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학습지 교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결했으나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12명의 전원 복직과 ‘복직 전 단협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 쪽은 이씨를 제외한 11명 복직과 ‘복직 뒤 단협 논의’를 고수했다.
노조에 단협 체결 없는 복직은 ‘안전망이 거세된 과거로의 단순 회귀’를 뜻한다. 오수영 재능교육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단협 없이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동안의 싸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사 쪽은 “복직 뒤 단협 논의가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전철호 재능교육 조직인화팀장은 “단협은 회사 구성원과 체결하는 것이다. 계약이 해지된 사람들과 단협을 체결하는 경우는 없다”고 못박았다. 사 쪽은 지난 4월29일과 5월2일 ‘당사 사유지 내 불법적치물 철거 및 불법행위 중지 요구’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2월6일 오수영·여민희씨의 혜화동성당 종탑 농성에 맞춰 노조가 회사 정문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한 이후 첫 공식 철거 요구다. 단협 결렬에 따른 사 쪽의 압박인 셈이다. 사 쪽은 ‘천막·부착물 철거’와 ‘집회·시위 금지’를 이행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지난한 대장정’이 계속될 듯하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2013년 5월 1일 수요일

철탑서 맞이하는 노동절… 출구 못 찾는 노·사·정 대화도 끊겨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30일자 기사 '철탑서 맞이하는 노동절… 출구 못 찾는 노·사·정 대화도 끊겨'를 퍼왔습니다.

ㆍ현대차 불법파견, 올 들어 노사교섭 한 번도 못 열어

ㆍ기아차 비정규직·쌍용차 복직도 사측 거부로 ‘감감’
ㆍ재능교육 1958일째 농성…정부 “자율 해결” 뒷짐만

한파는 혹독했다. 철탑 위에서 겨울을 꼬박 난 현대차, 쌍용차,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얇은 비닐막을 둘러 추위와 싸우고 동상 증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봄이 왔지만 철탑 위·아래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대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은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의 철탑 고공농성이 1일로 197일을 맞는다. 4일에는 200일을 맞는다.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재차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받았다고 판결한 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도 현대차의 32개 업체 279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현장의 ‘불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1일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노동절 기념집회를 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현대차 불법파견 철탑 대치 197일째… 정규직 노조와 정부는 뒷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5개월째 멈춰 서 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지회의 의견 차이로 지난해 말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중단된 후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당초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30일 오전 10시 간담회를 갖고 향후 특별교섭 재개 일정을 잡기로 했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후 특근 협의를 둘러싼 정규직 내부의 갈등이 이어져 이날 간담회는 취소됐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26일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특근 합의에 일부 조합원들이 반대하면서 불법파견 특별교섭 간담회 일정은 미뤄졌다”며 “다시 일정을 잡고 특별교섭을 통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지부가 5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할 예정이어서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은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지부는 다음주 대의원대회와 수련회를 갖고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한다. 특별교섭 재개를 위한 비정규직지회와의 간담회는 5월 중순 이후에야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문제는 고립된 비정규직 투쟁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현대차, 현대차지부, 정부까지 누구 하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싸움이 장기화되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에 사측과의 직접대화를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대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고, 고용노동부도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다시 특별교섭 재개 논의가 이뤄졌지만 현대차지부의 주간연속 2교대제와 특근 등 현안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분신을 시도한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아차 정규직노조가 회사와 신규 채용 시 정규직 자녀 우선채용에 먼저 합의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좌절과 박탈감이 커졌고,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분신 후 기아차지부와 사내하청분회가 회사에 특별교섭을 요구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신규 채용 형식의 ‘특별채용’만 내놓은 채 정규직 전환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아차 사내하청분회 관계자는 “분신한 김모 조직부장에 대한 치료비 등 보상 문제와 비정규직 특별교섭을 회사와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만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김 부장의 보상도 회사는 사내하청 직원이기 때문에 원청인 기아차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신사태 후 사내하청분회가 독자적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 부장이 입원한 병원 앞에 금속노조나 기아차지부 차원에서 천막 하나 치지 않고 있다”며 정규직노조에 서운함을 표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현재로서는 3500명 신규 채용 안에서 변함이 없다”며 “불법파견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협의를 통해 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에 대해서는 “기아차는 불법파견 판결이 난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쌍용차도 노사교섭 중단… 해고자 문제는 대화 끊겨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더 요원해 보인다. 대선 전 새누리당까지 국정조사를 얘기했지만 대선 후 이한구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국정조사 대신 ‘여야협의체’ 구성에 여야가 합의했다. 사실상 국정조사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는 지난 3월 454명의 무급휴직자와 24명의 징계해고자들을 복직시켰지만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의 복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해고자들이 중심이 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어떤 대화와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대한문에 세워진 쌍용차 해고자들의 농성천막이 1년 만에 철거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가 여건이 돼서 무급휴직자 454명이 복직된 게 아니라 여건이 어렵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복직시킨 것”이라며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복직을 논의할 여건은 안된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는 고용노동부에 회사와의 교섭 중재 등 적극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노동부도 적극적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급휴직자들이 돌아간 현장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29일 쌍용차는 복직 후 교육 중이던 복직자들에 대한 현장배치를 마쳤지만 2009년 ‘옥쇄파업’으로 구속돼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17명은 발령을 내지 않았다. 교육 중에는 무급휴직자들에게 임금청구 소송 포기 확약서를 제출토록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09년 정리해고 후 24명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은 쌍용차 해고자들은 최근 잇따른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의 자살·분신을 안타까워했다.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산 목숨을 끊고 자기 몸에 불을 붙여야 할 상황에 놓인 현실이 안타깝다”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노동부의 태도, 사측의 태도가 변함없는 가운데 현장의 절망과 답답함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 재능교육 단협 원상복구와 전교조 법외노조 갈등은 장기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해고자 오수영씨와 여민희씨가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하고 있는 고공농성도 84일째를 맞고 있다. 재능교육은 이날로 1958일째 분규 중인 최장기 투쟁사업장이기도 하다. 2007년 사측이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 노동자라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며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면서 시작된 농성이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성격이 인정된다”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노조 인정과 복직을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가 2007년 파기된 단체협약 원상 복귀를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재능교육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당시 노동조합이 아니라며 단체협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노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을 원상복구시키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해직교사 조합원 인정 여부를 둘러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정부의 갈등도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 2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의 규약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신중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교조가 규약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법과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요구하며 맞서 노·정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철탑 위로 올라간’ 갈등이 어떻게 풀릴지 주목했다.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을 첫 고비로 봤고, 정부 출범 후에는 5월1일 노동절을 또 하나의 분기점으로 삼았다. 박근혜 정부 노사정책의 첫 시금석으로 매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러나 노동현안에는 침묵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축소하면서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지만 노동계에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취임 후 두 달을 두고 ‘노동 없는 정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답답한 현실에 절망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의 자살과 분신도 지난 15~16일 이어졌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대선 직후 노동자들의 이어진 죽음이 정권교체도 없고 희망이 만들어지지 않은 데 대한 절망 때문이었다면 지금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의 자살 문제는 정부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방치하면서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놓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은 “박 대통령이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하고, 노동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명령과 직접고용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부에서 실행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쌍용차도 정부가 대선 기간 약속했던 최소한의 조치만 취해도 대화로 교섭을 풀 여지가 있을 텐데 통로가 봉쇄당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노동현안을 어떻게 풀겠다는 장기적 방침도 없이 노사 자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권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노동권 보장을 위해 개입하지 않을 테니 힘 있는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종탑농성’ 재능교육, 이번엔 “일감 몰아주기”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3일자 기사 '‘종탑농성’ 재능교육, 이번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퍼왔습니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의혹 제기, 사측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문제제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재벌 계열사 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기업으로 유명한 (주)재능교육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와 연대단체들 구성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오후 12시 대검찰청 앞에서 ‘일감몰아주기·공정거래법 위반 (주)재능교육 처벌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재능교육이 “명백한 위법행위임과 동시에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여 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탈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통해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업체들의 경쟁을 저해하여 시장 질서를 상당히 교란시키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를 넘어서는 위법행위에 대하여 관련 법률에 따라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재능교육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쌍용자동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정리해고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처럼 정리해고 등의 노동문제가 잘못된 경영관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노동조합이 나서서 재능교육 사측의 위법 행위를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 22일 12시 대검찰청 앞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능교육이 어떤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일까. 재능교육은 지난 1977년 ‘한국프로그램재능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었다가 87년 현재의 상호 명으로 이름을 바꾼 대표적인 교육기업이다. 계열사로는 재능인쇄, 재능e아카데미, 스스로미디어 등이 있다. 
 
재능교육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리는 이유는 재능교육을 비롯한 계열사의 지분 전체를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의 일가족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교육은 2011년 기준으로 박성훈 회장이 전체 주식의 91%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회장의 부모와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 재능인쇄는 박성훈 회장이 30%, 아들 박종우가 40%, 부인 안순모가 20%, 딸 박주연과 박정은이 각각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스로미디어는 박종우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재능e아카데미는 스스로미디어 가 60%, 박종우가 30%, 박주연과 박정은이 각각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위 계열사들의 매출 대부분은 재능교육 또는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에 의한 것이다. 재능인쇄는 2011년 총 매출액 292억 원 중 90%에 달하는 262억 원을 재능교육, 재능e아카데미, 스스로미디어, 재능유통 등 관계사들을 통해 취득했다. (2012년 3월 공시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결과) 스스로미디어 역시 2011년 매출총액 17억 원 전부를 재능인쇄와 재능교육을 통해 취득했다. 재능e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2011년 매출액 100억 8000만원 중 재능교육 계열사와의 거래액이 100억 2000만원이다. 
 
이처럼 재능교육 계열사가 박성훈 회장 일가족의 소유인 데다 계열사 매출의 대부분이 내부거래에 의한 것이다 보니 회장이 일가족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기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이자 부당한 지원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게 ‘현저한 규모’ 혹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였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감을 몰아줘 특수 관계에 해당하는 회사를 키워주고, 그 회사의 주식을 지배주주 및 계열사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부를 대물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재능인쇄, 스스로미디어, 재능e아카데미 등은 모두 재능교육의 계열사이자 박성훈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로, ‘특수 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능인쇄는 2011년 70억, 2010년 40억, 2009년 60억, 2008년 60억, 2007년 60억 등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 배당금은 재능인쇄의 대주주인 박성훈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다. 대책위는 이에 비추어 스스로미디어, 재능e아카데미 등 다른 계열사들의 배당금도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재능교육 본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재능교육의 상속증여세법 위반여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변은 재능교육지부에 보낸 법률위반 검토서에서 재능교육이 상속증여세법의 증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신설된 상속증여세법 제45조3은 ‘수혜법인과 특수 관계법인 간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고, 내부지분율이 30% 이상이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3%를 초과할 경우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상속에 대해 과세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재능교육 계열사들은 총매출액의 대부분을 계열사들 간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정상거래비율인 30%를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지배주주의 지분율 역시 3%를 훨씬 초과한다. 민변은 재능인쇄만 해도 약 5억 7천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장님 일가가 주식을 소유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가 허용한 범위 이내라고 알고 있다”며 “그 범위 이외에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는 저희들이 일일이 해명하거나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 위법 행위인지 공식적으로 제기되기보다 궁금증과 의혹이 제기되는 수준이라 공식적인 대응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회사의 재무나 경영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알아야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노조의 제보사항 만으로 디테일한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언론이 껍데기가 아니라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재능교육, 5년째 해고자 복직 외면 단협 응하기 전엔 절대 안내려갈것”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1일자 기사 '“재능교육, 5년째 해고자 복직 외면 단협 응하기 전엔 절대 안내려갈것”'을 퍼왔습니다.

설 연휴에 누룽지 식사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오른쪽)·여민희씨가, 11일 낮 재능교육 본사와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서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종탑 위에서 설 보낸 해고자 2명
일방 임금삭감 반대하다 해고 당해
작년 “무효” 판결에도 사쪽이 항소 
“울것 같아 8살 아들에 전화도 안해 
다음 명절은 가족과 보낼수 있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30m 높이 종탑 위로 떡국이 올라갔다. 지난 6일부터 이곳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여민희(39)·오수영(38)씨를 위해 동료들이 밧줄에 냄비를 묶어 명절 음식을 전달했다. 오후 들어 햇볕이 들면서 지상에서는 추위가 누그러졌지만, 종탑 위에 부는 칼바람에 음식의 온기는 금세 식어버렸다. “밑에는 바람이 멈췄다고 하던데 여기는 매섭게 불어요. 밤에는 너무 추워서 잠이 잘 안 오죠.” 여민희씨가 말했다.이들은 종탑에 오르려는 계획을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했다. 오수영씨는 “남편과 아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했어요. 말했으면 올라오지 못했을 거예요. 남편이 뒤늦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졌지만, 지금은 이해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설날 아침 8살짜리 아들이 ‘엄마, 전화하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씨는 ‘전화하면 엄마가 울 것 같아. 문자로 얘기하자. 미안해’라고 답장을 보냈다.여씨는 이번 고공농성이 ‘기약 없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5년 넘게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는데도 제대로 된 조처가 없었어요. 회사가 단체협약에 응하기 전까지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사옥 앞에서 ‘고공농성자들을 위한 윷판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여씨와 오씨 등이 회사 쪽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하다가 해고당한 뒤 천막집회에 나선 지 이날로 1881일째다. 이날 행사에는 평소 공대위에 참석하던 활동가들과 일반 시민 등 총 50여명이 참석했다.오수영씨의 친구인 김아무개씨는 “같은 학습지 업계에 일하면서 4대 보험이 안 되고,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설에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었으면 해서 평소 친구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청국장을 싸왔다. 조금 있다가 밧줄로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회진보연대 소속의 이승하(29)씨는 “텔레비전을 보면 따뜻한 명절을 보내라고 하는데 고공농성을 하시는 분들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여기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불기 쉬운 악기라는 ‘카주’를 가져왔다. 외롭고 지칠 때 이 악기를 부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직접 악기를 연주했다.여민희씨는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오히려 특수고용직을 유지하는 학습지, 보험회사, 골프장 등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총 등 압력단체에서 영향력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는 오랜 싸움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학습지 노동자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단체교섭권이 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회사는 곧바로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아이들을 교육하는 기업이 선생님들을 이렇게 탄압한다는 것이 슬퍼요. 모든 문제가 해결돼 다음 명절은 가족들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씨의 새해 소망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2012년 12월 29일 토요일

朴 ‘대통합’의 목소리, 이들에게 들려야 진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8일자 기사 '朴 ‘대통합’의 목소리, 이들에게 들려야  진짜'를 퍼왔습니다,
2012년, 노동자·민중들의 겨울나기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동안 ‘바닥’을 훑고 다녔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고, 국민대통합을 말해왔다. 박 당선자가 재벌 개혁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반면 노동문제에 있어서는 그보다 진일보한 발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현재 노동현안에 대해 어떻게 개입할지 주목된다. 그의 약점이라 꼽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문제는 산적해 있다. ‘아버지의 유산’이자 장물 논란이 일고 있는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박근혜 당선자의 자택 앞에서 3천배 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 기름 유출 사건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쌍용차,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십 미터 송전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재능교육 등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도 쌓여 있다. 미디어오늘이 2012년 12월 25일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인 노동·환경 현안을 갈무리했다. /편집자 주

■ 코오롱 / 2865일
 코오롱은 지난 2005년 노동자 7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노동자들이 현재까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경영위기 극복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 78명이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성노조를 분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한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복직 투쟁의 중심에는 최일배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있다. 현재 매일 아침 경기도 코오롱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은 "78명 중 20명이 퇴사한 이후 2005년부터 50명이 복직 투쟁을 벌이다 생계 문제로 현재는 16명이 투쟁을 하고 있다"며 "법적 투쟁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노조의 죽이기가 주목적이었고 이를 알려나가는데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사측이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콜트·콜텍 / 2155일
 기타를 만들던 공장의 노동자들이 지난 2007년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로 현재까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 갈산동에 있는 콜트와 대전이 있는 자회사 콜텍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사측은 지난 5월 31일자로 지난 2월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노동자 20명에 대해 또다시 재해고했다. 지난 10월에는 대법원이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008년 부평공장 폐쇄는 위장폐업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당시의 해고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방종운 콜트 지회장은 "돌아갈 공장이 없다고 하는데 콜트 상표로 기타가 만들어지고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공장 문을 닫았을 뿐인데 어떻게 폐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분을 터뜨렸다.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천 부평공장에 대해 새 소유주가 철거할 수 있는 집행명령이 떨어졌고 사측은 2억 1천만원의 손해배상소송까지 걸었다. 노조는 사측의 단전 단수 조치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사측을 고소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세차례에 걸쳐 선고가 연기됐다. 방 지회장은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한 것을 받아들이면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 인정이 되는 것이어서 주목하고 있다. 공장이 철거되더라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콜트악기 방종운 지회장이 투쟁 1963일을 가르키는 팻말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다.(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쌍용자동차 / 고공농성 35일
 지난 2009년 여름 77일간 공장 옥쇄투쟁으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쌍용차 평택공장 정리해고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사측은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들어 노동자 2608명을 해고했고 455명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후 23명의 해고자와 가족이 자살하고 질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한상균 전 쌍용차 노조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11월 20일부터 쌍용차 공장 굴뚝 맞은편의 송전탑에 올랐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당시 사측이 위기를 조작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생명을 잃을 수 없다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살인적인 추위와 함께 수십만볼트의 전력이 흐르는 고공철탑 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선쇼'라는 비난이 나왔다. 현재까지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해왔는데 대선 국면에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한상균 지부장은 "경제주체인 노동과 자본 중에 약자에 있는 것이 노동자이고 균형을 맞추고 최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대선이 끝내고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서 몸을 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쌍차는 잘못된 정치권력이 노동자들을 내몬 상징적인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이 쌍차 문제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함께 사는 것이 대한민국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JW생명과학 / 상경투쟁 192일충남 당진 공장 링거수액 생산라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JW 지회는 지난해 10월 결성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시간외 수당을 미지급하고 매월 가지급금 명목으로 임금을 공제해 회사 관리자들이 유용하자 노조를 결성해 노동부에 고소했다. 노조는 지난 2월 23일 사측 교섭 참가를 요구하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자 곧바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직장폐쇄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사측은 심야노동을 강제하고 CCTV를 설치해 조합원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한국제약협회와 부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당진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 괴한 10여명이 난입해 노조원에 칼을 대고 협박해 집기 등을 부순 사건과 관련해 12월 사측 노무사 A씨를 교사 혐의로 구속하고 용역회사 관계자 5명이 구속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 현대차 / 비정규직 고공농성 70일
 지난 10월 17일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목숨을 걸고 송전탑에 올랐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씨가 현대차의 업무 감독 아래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해당되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지난 2월에도 대법원은 최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확정 판결했다. 하지만 사측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최씨 해고가 정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최씨는 비정규직회 천의봉 사무국장과 함께 송전탑에 올랐다. 이에 사측은 지난 11월 22일 최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송전탑을 내려오지 않았다. 최소 10년 동안 불법파견 노동자 1만여명을 사용한 것을 인정한 것이 대법원 판결인데 처벌받은 사람은 없고 자신만 채용하는 꼼수를 부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이다. 최씨는 "일차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재벌대기업으로서 불법경영을 한 것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규직화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제조업에서 파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내 하청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있는 법을 적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입법발의한 사내하도급법을 취하하는 조치가 있어야 박근혜 당선인의 노동 공약에 대한 이행여부와 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

■ 대학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김영곤 강사의 농성 / 1937일
 김영곤 고려대 강사가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시작한 때가 참여정부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올해 개정한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강사들은 전보다 강사료 1만원을 더 받고 계약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 받는 대신 평생 비정규직으로 남는다. 이를 두고 김영곤 강사는 “시급제는 폐지돼야 하고, 계약기간은 2년 이상 유지해야하며, 강사료는 연봉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사들의 ‘보따리 장사’ 인생을 막기 위해 강사 한 명이 한 학교에서 9시간 이상 강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유성기업 / 584일
 노동자들은 저녁에 잠을 자고 싶었다. 그 상식적인 요구를 위해 노조는 주야 2교대제를 요구했고, 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지난해 5월 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은 직장폐쇄와 용역폭력으로 맞섰다. 사측의 노조파괴 과정에선 역시나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4일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아산공장 앞 7m 높이의 굴다리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노조는 △노조파괴 주범자 처벌 △노사 단체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과 어용노조 해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귀족노조’라고 비판할 뿐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 골든브릿지증권 / 245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노조탄압 백화점’이다. 김호열 노조지부장은 “사측은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깨려고 파업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합의로 되어 있던 정리해고를 협의로 바꾸고 노조가 받아들 수 없는 요구안을 담은 단협 개정안을 요구하며 기존의 단협안을 일방 해지했다. 노조는 사측의 단체협약 일방해지와 단협 개악안에 맞서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섭은 없다. 사측은 비판적인 사원들에게 보복성 인사발령을 내는가 하면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하고 용역직원을 채용해 사원을 감시하고 있다. 김호열 지부장은 “사측은 부실계열사인 골든브릿지저축은행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며 경영부실 책임을 사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노조탄압은 이 같은 비판을 사내에서 차단하고 입맛대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집회.

■ 쓰리엠(3M) / 1311일
 쓰리엠 지부는 지난 2010년부터 ‘노조파괴 전문 용역’으로 유명한 컨택터스 직원들이 회사에 상주했다. 2009년 민주 노조가 세워졌으나 초국적 자본이 만든 회사여서 마땅한 교섭 상대가 없었다. 사측은 무노조경영을 원칙으로 노조를 교섭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육아휴직을 쓰거나 산재를 당할 경우에도 인금인상에 차별을 뒀다. 700명가량이던 조합원은 150여명으로 감소했다. 박근서 노조 지부장은 “아직 단협 체결도 못했다. 컨택터스 직원들은 (SJM폭력사태가 논란이 되던) 지난 8월 말 철수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에게 잡초 제거와 청소작업을 시키는 등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영남대의료원 / 복직투쟁 2391일
 2006년 8월 24일 파업 등을 이유로 여성노동자 10명이 해고됐다. 2007년과 2010년 의료원은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천 명에 가깝던 조합원은 현재 100명 이하로 줄었다. ‘노조파괴 전문’으로 비난받고 있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이 문제에 개입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민주노조 파괴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교섭 불참 및 해태→장기파업 유도→개악안 제시→단협해지 →간부징계→노조 무력화’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특히 영남대는 ‘유신 장물’ 논란이 있는 만큼 박 당선자가 직접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를 통합, 영남대를 설립했다. 이후 박근혜 당선자는 1980년 4월부터 88년 11월까지 이사장 및 이사로 재직했다. 박 당선자는 2009년에도 설립자 유족 자격으로 전체 7명 중 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지난 10월 23일부터 대통령선거 하루 전까지 57일 동안 박근혜 당선자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3천배 농성을 벌인 박문진 지도위원은 “매일 8~9시간 절을 하면서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원 없이 기도했다”면서 “대선 기간 동안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조직을 추스르고 청와대로 투쟁 방향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 재능교육/ 거리투쟁 1831일
 MB정부가 시작한 지난 2007년 12월 21일, ‘특수고용노동자’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은 거리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는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것.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노조에 ‘선 복귀 후 단체협약 체결’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단협 체결 뒤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시청광장 맞은편 재능교육건물 앞에 천막을 차렸지만 수십 차례 철거되기도 했다.노사 간 의견차는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경영진은 학습지교사를 위탁사업계약에 의한 개인사업자라며 농성 중인 조합원을 ‘해지교사’라고 부른다. 반면 노조는 ‘학습지교사는 노동자’라고 주장한다. 유명자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은 싸움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깊게 연대하지 않은 단위에서 보면 ‘사측이 복직을 약속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합의하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 투쟁은 지난 10년 동안 유지한 노조를 없애려는 사측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대선 직후 세상을 떠난 동지들로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 재능교육 집회 현장.

■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 / 415일째
 2010년 12월 29일 풍산그룹은 풍산마이크로텍 직원들을 휴가 보낸 사이 회사를 매각했다. 경영진이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이루어졌다. 언론과 노조는 ‘돔구장 건설’을 위한 현금 및 부지 확보 등을 매각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마이크로텍을 인수한 PSMC는 2011년 11월 7일 노조 간부 17명 포함 총 58명을 정리해고했다. 같은 날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다. 부산역 광장 농성으로 시작해 올해 5월 30일부터 국토대장정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는 서울 대한문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현재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사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삼성 기름 유출 / 1846일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예인선이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를 들이받았다. 그리고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7만 8918배럴이 유출됐다. 이후 태안군과 서산시 양식장·어장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2년 만에 해양수질과 어종이 회복됐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피해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2조 7752억 원을 피해보상으로 청구했지만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은 1799억 원만을 인정했다. 삼성은 1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민들이 끊이질 않는 등 피해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

■ 고리 원전 연장 / 2026일째
 지난 1978년 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설계수명은 30년이다. 지난 2007년 6월 9일까지였지만 ‘전력난’을 이유로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올해에도 안전문제 등으로 5개월 동안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지난 8월 재가동을 결정했다. 올 12월에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고리원전은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가동중지’가 있었지만 ‘전력난’을 이유로 재가동돼 왔다. 지난해 3월 24일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YMCA 등 19개 단체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탈핵을 위해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탈핵버스’ 등을 기획했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태안기름유출대책위 삼성 책임 촉구 결의대회.

■ 대우자판 / 본사 점거 702일째
 대우자동차판매 경영진은 경영정상화 및 고용유지대책 특별단체교섭 교섭을 시작한지 열흘 만에 260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00여 명이 부평 본사를 점거했고, 이 농성은 현재 702일차다.대우자판은 1993년 대우자동차와 분리돼 설립된 법인이다.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대우자판을 3개 회사로 분할했고 현재 버스판매부분은 영안모자가 인수한 상황이다. 현재 노조와 영안모자는 ‘고용승계’를 핵심으로 하는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대우자판 부평 본사를 점거 중이며 부천 영안모자 앞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교섭에서 성과가 없으면 내년 1월께 새로운 싸움을 벌일 계획이다.

■ 밀양 송전탑 / 7년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난 2005년 11월 한국전력이 산업자원부에 송전탑 건설을 승인 신청한 이후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 측은 신고리원전 5·6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로 보내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봤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특히 땅값이 하락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74세 이치우씨가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이씨의 경우 시가 6억 9천만원이 넘는 논을 보상금으로 8천7백만원 주겠다고 해서 반발했다. 주민들은 총칼만 들지 않았지 국가가 개인재산을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65kV 송전탑 대신 345kV 2회선 지중화를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한전 측은 예산 비용과 기나긴 공사 기간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사무소 주변 8군데에 비밀하우스를 설치해 24시간 상주하며 공사 재개를 감시하고 있다. 대책위 김준한 신부는 “신고리원전이 2019년 완공예정이므로 시간적인 문제는 없고 비용 문제 역시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소요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송전탑이라는 낡은 방식을 지중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제주 강정마을 군사기지 반대 집회 현장.

■ 한진중공업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1년 가까이 파업을 벌였다. 사태는 사측이 전체 영도조선소 생산직 400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시작됐다. 한진중공업은 파업을 벌인 금속노조와 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10월 해고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하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정리해고자들이 복직됐지만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휴직명령을 받았다. 한진중공업에는 올해 새노조가 만들어졌고 회사는 지회에 이달 26일까지 노조 사무실을 밖으로 옮기라고 통보했다. 지난 21일 최강서 지회 조직차장이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2071일
 2007년 6월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것을 결정했다. 앞서 4월 26일 주민 80여 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그해 8월 강정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절반 이상이 참여한 마을회관 투표에서는 절대 다수가 반대했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승격해 추진했다.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지만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지난해 ‘희망버스’ 때부터다. ‘해군기지 반대’는 노동·환경문제와 함께 연대전선을 구축하면서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권일 강정마을회 대책위원장은 내년 ‘해군기지 건설 반대’와 ‘공동체 회복’을 병행할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당선자가 이명박 정부의 사업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숨을 길게 가야 한다”며 “5년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단합’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 이제껏 3분이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났지만 앞으로 몇 분이 목숨을 끊으실는지 모른다”면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되는 만큼 연대로 버티고 버티면서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이 노조탄압과 정리해고를 규탄하며 지난 21일 목숨을 끊었다. 국민행복 시대와 대통합의 시대가 열렸다는 박근혜 당선 사례가 전국에 울려 퍼졌지만, 박 당선자의 말과는 반대로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를 짖누르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자와 여권의 반응은 없다. 2012년 성탄절 전날인 24일 부산 영도구민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강서 조합원의 장례식장에서 미망인이 제단에 음식을 올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장준·정철운·이재진·조현미 기자 | weshe@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