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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화요일

“재능교육, 5년째 해고자 복직 외면 단협 응하기 전엔 절대 안내려갈것”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1일자 기사 '“재능교육, 5년째 해고자 복직 외면 단협 응하기 전엔 절대 안내려갈것”'을 퍼왔습니다.

설 연휴에 누룽지 식사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오른쪽)·여민희씨가, 11일 낮 재능교육 본사와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 위에서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종탑 위에서 설 보낸 해고자 2명
일방 임금삭감 반대하다 해고 당해
작년 “무효” 판결에도 사쪽이 항소 
“울것 같아 8살 아들에 전화도 안해 
다음 명절은 가족과 보낼수 있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30m 높이 종탑 위로 떡국이 올라갔다. 지난 6일부터 이곳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여민희(39)·오수영(38)씨를 위해 동료들이 밧줄에 냄비를 묶어 명절 음식을 전달했다. 오후 들어 햇볕이 들면서 지상에서는 추위가 누그러졌지만, 종탑 위에 부는 칼바람에 음식의 온기는 금세 식어버렸다. “밑에는 바람이 멈췄다고 하던데 여기는 매섭게 불어요. 밤에는 너무 추워서 잠이 잘 안 오죠.” 여민희씨가 말했다.이들은 종탑에 오르려는 계획을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했다. 오수영씨는 “남편과 아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했어요. 말했으면 올라오지 못했을 거예요. 남편이 뒤늦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졌지만, 지금은 이해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설날 아침 8살짜리 아들이 ‘엄마, 전화하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씨는 ‘전화하면 엄마가 울 것 같아. 문자로 얘기하자. 미안해’라고 답장을 보냈다.여씨는 이번 고공농성이 ‘기약 없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5년 넘게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는데도 제대로 된 조처가 없었어요. 회사가 단체협약에 응하기 전까지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사옥 앞에서 ‘고공농성자들을 위한 윷판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여씨와 오씨 등이 회사 쪽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하다가 해고당한 뒤 천막집회에 나선 지 이날로 1881일째다. 이날 행사에는 평소 공대위에 참석하던 활동가들과 일반 시민 등 총 50여명이 참석했다.오수영씨의 친구인 김아무개씨는 “같은 학습지 업계에 일하면서 4대 보험이 안 되고,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설에 따뜻한 음식이라도 먹었으면 해서 평소 친구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청국장을 싸왔다. 조금 있다가 밧줄로 올려주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회진보연대 소속의 이승하(29)씨는 “텔레비전을 보면 따뜻한 명절을 보내라고 하는데 고공농성을 하시는 분들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여기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불기 쉬운 악기라는 ‘카주’를 가져왔다. 외롭고 지칠 때 이 악기를 부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직접 악기를 연주했다.여민희씨는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오히려 특수고용직을 유지하는 학습지, 보험회사, 골프장 등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총 등 압력단체에서 영향력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는 오랜 싸움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학습지 노동자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단체교섭권이 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회사는 곧바로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아이들을 교육하는 기업이 선생님들을 이렇게 탄압한다는 것이 슬퍼요. 모든 문제가 해결돼 다음 명절은 가족들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씨의 새해 소망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2013년 2월 11일 월요일

탐욕 없는 사람들의 설


이글은 시사IN 2013-02-08일자 기사 '탐욕 없는 사람들의 설'을 퍼왔습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기 직전의 얘기다. 한 일간지 여기자가 후보자 부인에게 뺨을 맞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집 앞에서 ‘뻗치기’(취재원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를 하다 그랬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부인 성품이 꽤나 독특하다는 얘기가 돌던 터라 확인에 들어갔다. 해당 언론사에서는 부인이 문을 확 여는 바람에 기자 얼굴을 좀 찧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수위 대변인이 해당 기자와 데스크에 사과했다는 얘기와 함께 김 후보자가 1월29일 기자실에 돌린 떡볶이가 ‘사과의 뜻’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후속 취재가 이뤄졌고 관련 보도가 나왔을 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 부인’이 퍼스트레이디를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있었던 터다. 

이것 말고도 각 언론사가 준비 중이던 김 후보자 검증 보도는 적잖았다. 아마도 이런 기류가 김 후보자를 더 버티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청문회까지 갔으면 숨겨둔 재산이나 의혹이 더 불거졌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게 있다. 총리직을 수락할 때는 정녕 이럴 줄 몰랐을까? 

원죄는 ‘탐욕’이다. 대법관·헌법재판관에 인수위원장까지 했으면 마음을 비울 만도 하건만, 한 자리라도 더 해보겠다며 욕심을 내다 결국 망신살이 뻗치고 말았다.

그래도 ‘탐욕’ 하면 MB 일가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후보 때부터 돈 관련 의혹투성이더니, 임기 말까지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과 관련해 ‘뒷돈 챙기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호에 이명박 대통령 자원외교의 실태를 분석한 이종태 경제팀장은 “MB의 자원외교는 마술”이라고 촌평했다. 마술사가 한쪽 손으로는 관객들을 홀리고 다른 손으로는 재주를 부리듯, MB식 자원외교가 딱 그런 패턴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새로 ‘탐욕’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이가 많다. 헌법재판관 된 지 몇 개월도 안 되어 검찰총장 되겠다고 손들었다는, 이름값이 아까운 분도 계시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언제까지 버티시려나? 

한쪽에서는 ‘탐욕’이 난무하는데, 한쪽에서는 ‘제 밥그릇도 챙기기 힘든’ 이들이 또 많다. 사회팀과 인턴 기자들이 전국을 돌며 취재한 ‘대한민국 농성촌의 24시’를 읽으면서, ‘깜댕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국을 조국으로 알고 커가는 무국적 난민 아이들의 서러운 사연을 읽으면서, 자꾸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디 이들에게도 이번 설이 따뜻하기를. 

이숙이 편집국장  |  sook@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