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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밀양 송전탑, 보상 많이 받으려 반대한다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31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보상 많이 받으려 반대한다고?'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밀양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뙤약볕과 폭우도 막을 수 없었다. 강아지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쁜 농번기, 밀양 주민들은 한해살이를 기대는 땅을 뒤로하고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매일 깊은 산 속 공사현장을 향했다. 인부들이 출근하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새벽 3시에 나서야 했다. 하루 끼니를 챙기고 일흔, 여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무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8개월간 중단되었던 밀양 지역의 765kV 송전탑 공사를 5월 20일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다시 강행하면서 밀양 주민들의 일상이 바뀐 것이다. 5월 29일까지 지난 열흘간 2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다쳤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단지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의 문제일까? 한전은 밀양 주민들이 국책사업을 극성스럽게 반대한다며 지역이기주의로 비방했다. 국책사업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송전탑이 왜 필요한지 먼저 해명할 수 있어야 하건만, 한전은 오히려 저 스스로 밀양 주민들의 일상과 삶 터를 밀어버리는 불도저가 되고 있다.


▲ 경상남도 밀양 지역 766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27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주민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제압돼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불도저 한전

한전이 현재 추진하는 것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울주군, 기장군, 양산시, 밀양시를 거쳐 창녕의 북경남 변전소까지 90.5km 거리에 161기의 송전탑을 세우는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다. 그중 52기를 밀양의 단장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4개 면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전은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 없이 송전탑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 2006년 밀양 주민들의 반대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오늘까지 8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공사 저지를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2교대, 3교대로 나누어 새벽마다 산에 올라 인부들과 기계들과 맞섰다. 용역이 처음 투입된 2012년 1월 16일, "이 억울함을 부디 세상이 알아주길 바란다"며 분신한 고(故) 이치우 어르신의 죽음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알려졌다.

초고압 송전탑인 765kV 송전탑은 45층 건물 높이 140m로, 거대하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뿐 아니라 소음, 전자파 등의 문제도 심각해 주민들의 건강은 물론, 오랫동안 일구어온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밀양 구간은 송전탑이 마을에 너무 가깝고, 논밭 위로, 과수원 위로, 학교 주위로도 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밀양 주민들은 765kV 송전탑이 불가피한 것인지 명백하게 밝힐 것을 한전에 요구하며, 지중화(地中化, 송전선을 땅으로 묻는 일)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왔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한전은 동계 전력수급 위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며 다시 공사를 강행했고 공권력 투입까지 요청했다. 그런데 공사 이유로 내세웠던 급한 불이 사실상 전력수급 위기 때문이라기보다 UAE 원전 수주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밀양 주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전은 기계에 몸을 묶으며 목숨을 걸고 막아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폭력으로 화답했고, 경찰은 방조했다.

한전의 못된 짓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지난 8년을 온몸으로 이야기해온 밀양주민들에게 한전은 협의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765kV 송전탑 수용만을 강요해왔다. 송전탑 피해가 덜한 마을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면서 마을공동체 간의 갈등을 유발했고, 주민들의 삶 터가 가진 의미를 함부로 삭제하더니 밀양 송전탑 문제를 돈의 문제로 치환시켜버렸다.

"땅값이 똥값 되었다"는 하소연은 보상을 더 해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소중하게 일구어온 땅과 그 땅에서 정성껏 기른 생명들이 함부로 저평가되는 게 서러워서 하는 말이다. 한평생 농사꾼으로 살며 몸으로 배운 땅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지켜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가치는 사라지고 가격만 판치는 이 사회는 제멋대로 밀양 주민들을 쉽게 이기주의자로 호명해버린다. 더구나 한전이 "획기적"이라며 내세운 보상안의 실상은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책정하려는 보상금을 차라리 지중화하는 데 사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주민들의 요구는 묵살되는가?

밀양,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공급을 위한 송전설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5월 28일 열린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에서도 참여자들은 그간 '공급확대'만 집중한 전력수급 정책의 문제가 이번 밀양 송전탑 문제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규 원전 건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2011년 시도별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3%, 대구는 1.3%에 불과한데 비해 밀양이 있는 경남은 210%에 달한다. 이렇게 비수도권에서 서울-수도권 및 광역도시로 전력을 끌어오는 원거리 수송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전력수급 정책의 방향이 '공급확대'가 아닌 '수요관리'로 전환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밀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열흘째 되던 5월 29일, 40일 간 공사를 중단하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검증을 하기로 했다. 긴박했던 상황이 잠시라도 멈춘다는 게 다행스럽지만, 검증기간 40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답답한 것은 이미 강정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일 게다. 올해 초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70일 검증기간을 갖고 그 동안 공사를 중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간에도 불법공사가 자행되었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다. 검증기간 중임에도 박근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를 적기에 완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70일 검증기간이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몫은 밀양에서 '공사검증기간 40일'이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촉구하는 일이다. 그간 주민들이 제안해온 여러 대안이 전문가 협의체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편의를 위해 침묵하고 외면해왔던 상황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전력수요를 줄이지 않는 한 공급확대 정책을 정부와 한전이 바꿀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밀양주민들에게 연대하는 것은 무한 전기 소비에 익숙했던 도시에서의 우리 삶을 성찰하고 바꾸는 첫 순간이기도 하다. 함부로 쫓겨나고 빼앗기고 내몰렸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 이러한 연대가 이어질 때 나의 삶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삶 터를 지킬 수 있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가 나의 문제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밀양송전탑, 우리 모두가 공범자 자급율 3% 서울 위해 지방 희생

이글은 레디앙 2013-05-29일자 기사 '밀양송전탑, 우리 모두가 공범자 자급율 3% 서울 위해 지방 희생'을 퍼왔습니다.
지역간 전력 불균형, 높아지는 전력소비량이 밀양765kV 송전탑 사태 초래

*이 기사에 이어서 한전측의 전력대란 대국민 사기극과 공급자 중심의 전력수급계획에 대한 문제점을 29일 오후에 이어 게재할 예정이다.(편집자)
***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는 비단 밀양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밀양 주민들처럼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다수 도시민들이 이 사태의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저 멀리 밀양 송전탑 사태에 내가 공범자일 수 있는지는 28일 국회에서 개최된 (밀양 송전탑과 전력 수급,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의 내용에서 다양하게 제기됐다.

밀양 주민들은 전기도 안 쓰고 사냐?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 문제로 고령의 밀양 주민들이 맨 몸으로 막아내다 하나 둘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밀양 주민들에게 “당신들은 전기 안 쓰고 사냐”며 마치 이들의 저항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부치기도 한다.
하지만 밀양 주민은 765kV 송전선로로 수송되는 전기는 1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밀양 지역이 있는 경남은 전력생산량이 소비량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밀양 765kV 송전선로를 거쳐 어디로 가는 걸까?

수도권 전력자급률 3% 불과…경남, 경북, 인천 등은 1.6~3배 초과 생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는 2011년도 기준 서울지역의 전력 자급율은 3%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생산하는 전력량을 소비량을 나누면 나오는 값으로 서울은 단 3%만 자급하고 나머지 97%는 다른 지역에 빚지고 있다. 대구도 1.3%, 광주 0.5%, 대전 1.7%, 충북 7.7%으로 대부분 전력 자급률이 턱없이 낮다.
반대로 대규모 발전단지가 있는 인천의 자급률은 310.0%로 소비 전력에 비해 3배를 생산하고 있다. 충남도 276.8%, 전남 256.0%, 경남 210.4%이다.
하지만 생산된 전력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생산되며 어떤 경로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소비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이헌석 대표는 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도와 조류방향(345kV 이상)’의 변전소와 송전선의 전력 흐름을 분석해, 영남지역이 전력 공급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제기했다.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화력과 핵발전소 단지로 인해 전력을 내륙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앞으로 건설될 신고리 3, 4, 5, 6호기의 전력은 중부지역 전력공급을 일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향후 765kV 공급망이 수도권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한전은 대구 남쪽 지역 전력이 부족해 이곳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 대표가 제시하는 여러 통계와 수치를 살펴보면 이 말은 즉, 수도권의 부족한 전력을 위해 다른 지방 시골 마을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밀양송전탑 문제 긴급 토론회(사진=장여진)

밀양 765kV, 수도권 전력 공급위해 계획된 것

밀양 765kV라는 말에서 765kV은 송전전압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345kV, 154kV 등이 있으며 이는 전압의 차이이다. 당연히 765kV가 345kV보다 높은 전압이며 바로 이 고압송전탑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하는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한전측은 765kV 송전선로를 고집하는 걸까. 이 대표는 “송전설비에서 전압 상승은 무엇보다 전력수송을 용이하기 위함이다. 계산상으로 전압이 2배 높아지면 전류는 4배 많이 흐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전선의 굵기 등을 다르게 할 경우, 송전량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전압을 높이게 되면서 송전 감소율도 줄게 되어 원거리 수송에 무엇보다 유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먼 거리에 있는 밀양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는 높은 전압이 필요한 것이고 한전이 765kV를 고집하는 이유이다.
또한 전체 전력소비량의 37%를 소비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은 바로 이러한 불균형한 전력수급계획으로 발생한 시골 마을 주민들의 희생으로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밀양 765kV 송전탑 사태는 단지 밀양 주민들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전력 소비량은 10년 새 76.6% 급등…권역별 전력수급계획 수립해야

상황이 이런데 10년 사이 한국의 전략 소비량은 76.6%나 증가했다. 1년 동안 평균 6%씩 꾸준히 증가했으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력수요가 감소하거나 0%대의 증가율만 보인 반면 한국은 2008년 4.5%, 2009년 2.4% 소폭 증가했다. 특히 세계 경제 위기가 다소 잠잠해지던 2010년으로 들어서자 10%나 껑충 올랐다.
같은 시기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전력소비량은 꾸준히 마이너스이거나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전력수요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전력대란에 대응하겠다며 핵 발전소와 765kV 송전선로 따위를 더 늘리는 계획만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력수요 감축 노력이 없이 이대로 간다면 송전탑이나 발전소가 없어서 공급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너무 급등해서 감당이 안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현재의 전력소비량 6%의 증가율을 1~2%대로 줄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밀양 등 지방에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로 전력을 원거리 수송하기 위해 세우는 고압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권역별 전력수급 체계로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피해보상금 받고 입 다물라고? 6억9천만원 땅, 8천7백만에 보상하는 한전

한편 밀양 주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765kV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피해 보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피해 보상 요구가 아니라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밀양 송전선로 문제의 원인을 무리한 사업 강행과 전원개발촉진법 등 법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분신 자결하신 고 이치우 어르신의 경우 시가 총액 6억9천만 상당의 부지가 송전선로 부지로 선정되면서 피해보상금을 고작 8천7백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문제는 (전원개발촉진법) 제6조의 2에 따라 강제 수용의 경우, 철탑부지의 경우 감정가로 보상, 선하지(전선 아래에 있는 땅)의 경우 감정가의 평균 28%정도 선에서 보상한다. 선하지는 (전기사업법) 제90조의 2에 따라 송전선로 양측 바깥선으로부터 수평으로 3미터를 더한 범위의 직하 토지면적만 해당된다.
즉 자기 땅의 길이가 100미터건 1000미터건 땅 위에 전선에 흐르는 전압이 765kV이건 365kV이건 상관없이 3미터에 해당하는 곳에서만 금전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단장면 동화전마을 양모 할아버지 밤나무 밭의 경우 송전선로로 인해 항공방제를 할 수 없어 땅을 버리게 됐는데도 보상금은 고작 154만원에 불과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뒤늦게야 한전은 보상범위를 좌우 30미터씩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주민들은 765kV 송전선로의 영향범위가 2km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송전선로의 영향범위라는 것이 뚜렷하게 증빙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보상 범위를 더 늘린다 하더라도 주민 불만은 쉽게 가실 수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한전측이 고의적으로 송전선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보상을 하면서도 자체 내규인 (송변전설비 건설관련 특수보상 운영세칙)을 통해 임의적으로 간접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상제도의 특이한 점은 직접 피해가 없는 송전탑 부지 멀리 있는 주변 주민들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 보상이 아니라 농로, 공용창고, 마을회관 등으로 지원하는데 이 지원 산출기준도 추상적이고 주민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입금해 주민 갈등을 부러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지적이다.


By 장여진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8일자 기사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를 퍼왔습니다.
[밀양에서] 왜 밀양은 정부 보상을 거부하는가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후 미국의 통치를 받다가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었던 오키나와가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예를 들면서,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89번 송전탑 현장에 모인 주민들 중 한 분이 과잉된 심정을 자기도 모르게 연출하려는 듯이 말했다.

"우리도 정부가 이리 우리를 억압하고 몬살게 하면 경남이 독립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막말로!"

그는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89번 자리를 지키는 동화전 마을 주민과 얘기를 나누다가 88번 자리로 올라가 주민들과 예상치 못한 식사를 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오니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한 직후 찾아 온 휴식이라 그런지 올라가기 전보다는 주민들의 얼굴이 많이 평온해 보였다. 위와 같은 발언이 약간의 여유를 틈타 나온 것 같았다.

이계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가지고 올라 온 수박과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면서, 주민들의 정제 안 된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8년 동안 이어져 왔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에 어쩌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어떤 비의가 숨어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궁금증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강정 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해군 기지 반대 투쟁을 보며 가졌던 것이기도 하다. 대략적으로 그것은, '아직 살아 있는 공동체에 대한 경험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정도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성에 꽉 차지는 않았다.

26일 일요일 오전 89번 송전탑 자리에 도착했을 때, 동화전 마을 할매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안동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두 명과 함께 굴착기 아래에 앉아 있었다. 다른 주민들은 약간 떨어진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위쪽에는 한국전력 직원들과공사 업체 직원들 수십 명도 숲 속에 삼삼오오 모여 대치하고 있었다.

89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주민들의 표정은 전날 부북면 위양리 진싯골 마을과 평밭 마을 할매들이 지키고 있던 127번 자리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쳐 보였다. 단순히 뙤약볕 탓이기만 했을까.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싸우시면서 뭐가 제일 속상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이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안 해줘요. 그게 마 제일 속상합니더. 노인들을 질질 끌고 가질 않나,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개돼지도 아니고…" 하며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을 훔쳤다. 그녀가 든 피켓에는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노'라고 쓰여 있었다.


▲ 2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서 한 주민이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전력 측은 굴착기를 둘러싼 채 시위를 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철수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민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한전 직원과 핵 발전 토론해봤더니…

바드리 마을과 89번 자리가 가까운데 산 아래 동화전 마을 주민들이 올라와 싸움하는 이유는, 바드리 마을 주민들이 한국전력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을 진입로를 확장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바드리 마을은 밀양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마을이다. 가구 수는 많지 않지만 평지에서 한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마을이다 보니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고립되기 일쑤인, 그것은 외지인인 내가 봐도 꼭 그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마을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밀양시가 아니고 한국전력이 들어주는 것일까.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기초적인 생활 조건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결론밖에는 내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것은 89번 보다 위쪽 산에 위치한 88번 자리에 있던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주민의 지적과도 일치했다.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도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지방 자치의 현실인 건가 싶어 마른 침을 애써 삼켜 보았다.

밀양에 내려갔을 때 송전탑 싸움 현장보다 먼저 내게 아는 체를 한 것은 도처에 핀 빨간 넝쿨장미와 하얀 찔레꽃, 그리고 모내기를 한 논 사이로 가끔 보이는 누런 보리밭이었다.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는 마을의 경우는 대체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하순은 모내기가 절정인 시간이 아니던가. 농촌 마을에서 모를 내는 철과 거둬들이는 철만큼 역동적인 평화기를 나는 알지 못한다.

한국전력이 지난 5월 20일 송전탑 공사를 대대적으로 재개하기 전에는 그래도 교대로라도 농사일을 보았단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에 이마저도 힘들어졌고 도리어 충돌의 충격과 탈진으로 줄줄이 할매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뉴스를 서울에서 내 들었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상동면 여수마을로 이동하려고화악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 마을 진입로를 지키던 노인 중 몇은 거의 탈진한 것처럼 그늘에 누워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밀양 주민들이 불필요한 저항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건네 본 사람 중 100퍼센트가 "우리나라에 핵 발전소는 불가피하고 우리는 전력이 부족한 나라이며, 이 사업은 그래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노인들이 다치고 하는 문제에는 인간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핵 발전소가 많이 모인 동해안이 한반도의 활성 단층인 것은 아느냐고 물었을 때, 서해안이 아니고요? 하고 되물었다. 만나 본 사람 중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럼 1달러의 가치를 생산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 많은 전기를 쓰며 심지어 영국보다는 3배의 전기를 쓴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지더니 데이터를 가져오란다. 그리고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나를 압박했다.

"대체, 선생님은 누구세요?" 어쭙잖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 소개했더니 명함을 보자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인지에 대한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말이다. 그런 거 없다 했더니, 명함도 없는 사람하고 무슨 대화를 하느냐며 나를 쫓아낼 기세였다. 도리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가 아니냐고 그 이야기 좀 들어보잔다.

나는 그 상황에서 기억나는 수치도 논리도 마땅찮아, 아니 말하기도 성가셔서, "이봐요, 내가 가고 안 가고는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거든요" 하고 쏘아주고 발길을 돌렸다. 앵무새 같은 이야기만 되뇌는 한국전력 노동자들에게 나도 발끈하고 만 것이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잠깐 빠져나와 맞은편 능선에 있는 한국전력 노동자들과 있었던 일이다. '저들 책임은 아니잖은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127번 자리 텐트 농성장으로 건너왔다.


▲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 지역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를 사흘째 재개한 22일 오전,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센 부북면에서 한 주민(오른쪽)이 팔에 깁스를 한 채 공사재개를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의 눈에 한국전력과 경찰은 한통속

돌아오니 텐트 안쪽에 있던 할매 한 분이 떡을 내주셨다. 맛은 있었지만 날이 더워서 그런지 그것도 그리 잘 먹히지는 않았다. 첫 방문지라 그런지 나도 할매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기가 낯설었다. 다만 바리케이드가 쳐진 입구서부터 129번 자리를 거쳐 127번 자리까지 차를 태워다 준 평밭 마을 노인 회장님의 말씀이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평밭 마을은 129번 송전탑 자리를 입구로 가진 마을이다. 작년 녹색당에서 1차 탈핵희망버스가 왔을 때, 한국전력이 나무를 벤 자리에다 철쭉을 심어 놓았다. 키 작은 철쭉꽃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냥 왜소했기 때문이었을까? 노인회장님 말씀은 이렇다. "한국전력 사람들은 저 나이 먹은 할매들의 모성을 절대 모릅니더. 고향을 지켜서 자식들에게라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요."

이 비슷한 이야기를 26일 오후에 올라간 88번 자리의 용회동 주민에게서도 들었다. "새누리당에서 보상법을 손대가 6월 초에 뭐 어찌한다고 하더만요, 보상받을라꼬 우리가 8년을 싸운지 아십니꺼? 보상 많이 받을라캤으면 진즉 치아삤지요." 등을 내 쪽으로 돌리고 앉은 몸이 조부장한 할매가 입은 조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서 생명과 마을이 살아있는 고향을 물려줄 것이다.' "이 자리서 지난 번에 할매들이 실려 갔지 않았능교." 하면서 그 당시를 상세히 술회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와 이리 말이 많노' 하는 추임새는 빼먹지 않았다. 경찰이 굴착기를 빙 둘러쌌는데 상대도 할매들이고 전경들도 어리고 해서 뭔가 대열이 어슬프더란다. 그 틈을 비집고 할매 세 분이 작은 굴착기 아래도 들어가 밧줄로 몸을 함께 묶고 그 몸'들'을 굴착기와 다시 쇠줄로 다시 연결했다.

"경찰은 뭐 하러 왔다던가요?" "주민의 안전을 보호할라꼬 왔다카대요." 할매 한 분이 대답하자 다른 할매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어 붙였다. "보호는 무슨? 그 다음 날은 뭐라 캤는지 아요?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하데요. 그래서 '왜 말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노?' 하고 따졌더니 고개를 푹 숙이삡디다." 그 중 가장 논리적이고 상황에 대해서도 식견이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말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다친 사람들은 다 공권력하고 충돌해 벌어진 겁니더."

주민들은 한국전력과 공권력을 한통속으로 봤다. "쩌 아래 동화전 마을은요, 머리 위로 송전선이 지나가는데 그것 발표되고 나서 땅값이 마 팍 떨어졌습니더. 어떤 할매는 4억인가 5억인가 하는 땅 팔고 부산의 자식한테 갈랐캤다가 동네 할매들이 '자식들 돈 주고 나면 다 필요없어진데이. 가지 마라' 해서 안 갔는데 지금은 땅값이 1억 정도밖에 안 된다 카데요." 주민들은 자신들이 받는 피해가 금전적인 것에서부터, 인간적인 존엄성의 훼손, 공동체의 파괴, 전자파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아주 깊고 넓게 퍼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으면 뭐할라꼬 산으로 갑니까? 그냥 아무 데나 쭉 지나가면 되지."평밭 마을에서 트럭으로 우리를 태워다 준 주민 한 분은 핵 발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127번 자리에 함께하러 온 초록농활대 학생들에게 핵 발전의 맹점과 허구를 상당히 호소력 있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연방 '아!'하면서 그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내가 127번 농성장 맞은편에서 한국전력 직원들과 언쟁을 한 직후 이번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 소문난 두 할매와 같이 올라왔는데, 두 할매의 등장은 그 서막에서부터 워낙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머하고 자빠졌노? 개새끼야! 저리 안 가나? 지금 에서 주말에는 공사를 잠정 중단한다고 보도됐는데 여서 왜 숨어 있노? 또 공사할라카나? 앞에서 말한 것 뒤에서 또 뒤집을라카나? 똥물 한 번 무볼래? 엉? 확 뿌리삐까?"

나에게 떡을 주던 할매까지 가세해 세 분이 번갈아 외치는 고함에 한국전력 직원들과 공사 업체 직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참, 배운 지식은 통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삶에서 체득한 지혜나 대처법이 그래도 매섭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핵 발전만이 답인가

127번 자리를 지키는 평밭 마을과 위양리 내 특히 진싯골 마을 주민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도 강성으로 소문나 있었다. 할매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주민들 중 가장 얼굴이 밝기도 했다. 그게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알아본 바로는 위양리 주민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수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가 진싯골은 진 씨들의 집성촌일 때부터 누대로 이어져 온 공동체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곤 하는 보수적인 마을 문화가 어떻게 다른 면을 품고 있는지 숙고해야 할 문제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들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멀리 쫓겨난 후 천안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셋, 그리고 울산에서 왔다는 여성 학습지 노동자 넷이랑 함께 트럭 짐칸에 타고 평밭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127번 자리는 우리 대신 초록농활대 이십 명 가까이가 할매들과 함께 밤을 날 것 같다고 하며 찾아왔다. 88번과 89번 자리가 있는 바드리 마을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상동면 여수 마을로 출발했다. 청도 쪽에서 오는 밀양강 지류를 타고 가다 골짝 쪽으로 길을 꺾었다.

127번 자리가 있던 평밭 마을과 그 아래의 위양리를 기준으로 하면 화악산 너머에 있는 마을이다. 희망버스의 힘으로 공사가 주말에는 중단되어 농성은 잠시 접었다고 해서 여수 마을을 지나 화악산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았다. 지나면서도 느꼈지만 산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여수 마을도 송전탑과 송전탑 사이에 끼어 76만5000 볼트가 지나가는 송전선을 머리에 이고 살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이었다.

산에는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어느 생명체가 내는지 처음 듣는 소리가 수풀 속에서 두런거렸고, 맵시가 뛰어난 장끼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밀양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그런 삶 터를 그만 좀 괴롭히라는 단말마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었다. 주민들은 나 같은 외지인이 생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말은 주민들이 많이 배운 식자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번 송전탑 건설이 얼마나 관료적이고 어이없는 공사인지 상당히 논리적으로 지적했고, 신고리 핵 발전소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게 내게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이처럼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충분히 체득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도리어 한국전력 직원들의 논리는 앞뒤가 그럴듯해 보이나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착한(?) 직원도 물론 있긴 했지만 대체로 그들은 무기력해 보였다. 한다는 말들이 정해진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생동감 있는 쪽은 오히려 피해자인 주민들이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왜 한국전력은 보다 나은 대안에 대해서 아무 고민을 하지 않는가?' 88번 자리서 만난 한국전력 직원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다. "왜 핵 발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것은 상상해 보셨습니까?" 자신들 같은 기술자들의 한계를 그는 솔직히 인정했다.

밀양 주민들은 어쩌면 그것을 한국전력과 국가 권력에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현실적 외형으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거기서 도출된 권고안을 서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만큼은 공사를 멈춰달라는 것이다.

"우리 공부 마이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주민들의 눈빛은 단단했다. 공사를 하면 싸움이 벌어질 텐데 싸우면서 대화하자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는 물음 앞에, 한국전력은 공사는 공사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다. 오는 29일에 주민과 한국전력 측이 이 문제를 갖고 만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밀양은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황규관 시인

"밀양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8일자 기사 '"밀양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를 퍼왔습니다.
[밀양에서] 탈핵 희망 버스, 송전탑 싸움터를 가다

탈핵 희망 버스를 타고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4일 금요일 밤 8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자정이 넘어서야 밀양에 도착했습니다. 2대의 버스가 밀양 시청에서 다른 차들과 합류했고 밤늦은 시간 밀양 시청 앞마당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밀양에 계시는 김준한 신부님께 현지 사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계삼 '밀양 765킬로볼트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님께서도 오셔서 고맙다는 말씀해 주셨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마을회관과 노인정 등으로 잠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무리를 그분들께서 안내해 주셨습니다.

가 보니 벌써 부산과 경상남도 등 각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미리 와 있었고 다음 날에는 대전과 다른 지방에서 오신 분들이 합류하셨습니다. 전국에서 몰려 온 분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혼부부는 물론 가족 단위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분들도 있었으며 친구끼리, 대학 동아리 회원들끼리 온 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성미산에 있는 대안 중·고등학교의 학생들도 왔습니다.


▲ 경상남도 밀양 지역 766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27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주민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제압돼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나이가 너무 많더군요. 가는 길에도 그렇고 도착해서도 새벽 3시에 산에 올라가야 한다기에 빨리 드러누워 눈을 붙이기에 바빴지만, 젊은 사람들의 눈망울은 또렷하기만 하였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저의 모습보다,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밤을 새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더 지속 가능하게 보였습니다. '아, 이래서 사회의 물갈이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4시 정도에 일어나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에 있는 농성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배정된 길목에는 할머니 두 분이 주무시는 간이 움막집 이외에 경운기들과 밧줄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산 위의 송전탑 예정지로 중장비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지점이었습니다. 비록 나무는 벨 수 있어도, 중장비가 없다면 공사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약 30명이 길목에 자리 잡고 앉아서 어떠한 세력이 쳐들어오더라도 막아낼 마음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두 분이 주신 커피를 받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해가 중천에 뜨도록 공사하러 오는 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희망 버스에 놀라서 토요일은 작업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인터넷 뉴스만 전달되었습니다.

이렇게 환경 파괴 과정(?)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역에 가보면 찬성 측 주민들과 반대 측 주민들로 나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에 곱게 화장한 채 욕을 해대는 아주머니와 양복이라도 걸쳤지만 배가 나온 아저씨 등은, 어떻게 해서라도 개발에 따른 떡고물을 만지려는 찬성 측 주민인 것을 보곤 합니다. 또 쭈그러진 얼굴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남루한 옷을 입고 햇볕에 그을린 모습을 한 할아버지들은 자신들이 하던 일과 땅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반대 측 주민들인 것을 보곤 합니다.

'돈의 논리로 살 수 없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분들의 지혜를 우리가 어떻게 이어받고 또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오후 4시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교수·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24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을 퍼왔습니다.
[집중 분석] 퇴임하고도 국민을 괴롭히는 MB의 대국민 사기극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과 반대 주민의 대립이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자사 직원을 동원한 밀양 송전탑 공사에서 20일부터는 경찰 500명을 동원한 공사 강행으로 더욱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송전탑 현장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한전 직원은 물론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알몸 투쟁'이나 '오물 투척'도 나오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에 대한 주민의 반대 시위와 시민 단체,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놓고,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민 의견을 수렴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전력난 때문?' 

밀양 송전탑 공사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 입니다. 정부는 2007년 11월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56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했고, 이듬해 2008년 7월 밀양주민들은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첫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2년 1월 16일 밀양주민 이치우씨가 송전탑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고,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지자, 한전은 2012년 3월에 공사를 중지했다가 다시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이유가 심각한 '전력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 호소문 중에서)

최근 전력 수급 상황이 정말 어렵습니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예비 전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쉼없이 달려온 발전기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멈춰 섰고 5월에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만 6기에 달합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여름철 전력사용량을 고려한다면 올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국가 전력수급 상황에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국가 전력 수급 상황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하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한전 사장의 주장에 맞춰 갑자기 신문들은 전력난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조선일보 5월21일 1면 기사, 출처:조선일보

5월 18일 주말에 한전 사장이 호소문을 발표하자 5월 21일 조선일보는 1면에 '전력수급, 이번주 무더위부터 비상체제'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원전 9기 스톱, 5월 무더위, 전력난 6월초 1차 고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 마치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하지 않으면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부터 전력 수급에 차질이 있어 반드시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타당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한전과 조선일보의 주장은 거짓에 가까운 협박에 불과합니다. 우선 공사를 당장 재개해도 2014년 1월 말이 넘어야 완공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공사를 한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하지만, 결국 공사가 다 끝나도 올겨울 전력 수급과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신월성 2호기는 2012년 11월 이미 시운전을 시작했고, 7~8개월의 시운전 이후에 곧바로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0월 100kW규모의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정부도 올해와 내년 전력예비율을 각각 7.4%16%로 전망하고 있어 밀양 송전탑 공사와 무시무시한 '블랙아웃'을 무조건 연관 짓는 일은 무리가 따릅니다. 

결국, 당장 밀양 송전탑 공사를 해야 올겨울 전력난이 해소된다는 얘기는 무조건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정부, 언론이 만들어낸 '협박성 여론 조성'에 불과합니다. 

'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사실 UAE 원전 패널티 때문' 

정부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사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맺은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라는 한전 고위 간부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좌측 UA원전 조감도, 우측 신고리 3호기 원자로 설치 기념 사진, 출처:한국전력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5월 2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고리 3호기와 연결되는 밀양 송전탑 공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한전은 2009년 UAE와 186억 달러에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UAE에 수출한 모델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APR1400' 방식인데, 이것이 바로 신고리 3호기입니다. UAE는 아직 가동되지 않은 신고리 3호기의 성능을 의심쩍어했고, 한전은 신고리 3호기를 준공해 안정적인 모델임을 입증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결국,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으면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보상금을 부담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기 때문에 신고리 3호기가 완벽하게 가동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밀양 송전탑 공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됩니다. 

한전 변준연 사장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한전과 정부가 주장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이 전력난이었다는 말이 모두 거짓이 되는 셈입니다. 

' 퇴임하고도 국민을 괴롭히는 MB의 대국민 사기극' 

2009년 12월 27일 UAE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합니다. UAE 아부다비에서 한전 컨소시엄이 원자력 발전 시설 수주 최종 확정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는 이 소식은 27일, 28일 대한민국 언론을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 2009년 12월 27일 저녁 SBS·KBS·MBC 간판뉴스 보도 캡처

KBS,MBC.SBS 저녁 뉴스들은 온통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원전 수주에 막대한 공헌을 했으며, 이는 '현대건설 회장 시절 경험'의 CEO 대통령만이 해낼 수 있었던 업적이라고 모두 그를 칭송했습니다. 

여기에 조중동은 더 나아가 'MB,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라는 기사 등을 통해 마치 원전 수출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는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원전 계약에 따른 페널티가 밝혀졌듯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원전 수출 업적은 아직도 미심쩍고 다시 조사해봐야 할 필요성이 너무 많습니다. 



UAE 원전 수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프랑스 아레바보다 45% 히타치,GE의 30% 낮은 가격으로 원전 수출을 했다는 사실은 덤핑으로 원전을 팔았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사막에 건설하면 당연히 들어가는 건설비 증가부분(모래 방지를 위한 시설, 바닷물 염분 농도에 대한 부품,기기 개량 등)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을 어떻게 운영했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듭니다. 

(프랑스 아레바가 핀란드에 건설 중인 유럽형 경수로의 경우 건설 기간은 3년 반, 건설비는 2배 늘어나, 국제상공회의소에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불인 나라에 2만불 수준의 대한민국이 100억불 자금지원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문제는 물론이고, '60년간의 보증기간'이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한전과 정부는 보증기간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지만, 계약서 공개에 대해서는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정확한 이면계약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09년 12월 원전 수출 이명박 대통령 기자 회견 이후에 보도된 중앙,동아일보 기사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 기자회견이 있던 날부터 며칠간 모든 대한민국 언론은 MB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재구성한 드라마를 마치 뉴스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1년만에 엄청난 특혜를 내주고 따낸 덤핑 공사에 불과하다는 '이면 계약'임이 밝혀집니다. 

미국 블룸버그 등 해외언론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국 언론은 몇 달이 지나서야 진실을 조금씩 보도했습니다. 당시 언론과 정부의 'MB업적 칭송'에 열을 올린 결과, 진실은 사라지고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겨졌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무조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UAE 원전 수주 때문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연관된 부분과 단순히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순히 처리했다는 점을 본다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UAE 원전 수출에 따른 이면계약을 최초로 보도한 MBC시사매거진 2580. 출처:MBC

모두들 '가카의 업적'으로 추앙받던 일이 사실은 국민이 감내해야 할 막대한 채무로 남았다는 사실을 (한전이 지난해 이자로 낸 돈만 무려 2조3443억원이다) 그 누구도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사안을 단순히 보면 찬반의 논리에만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늘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언론을 보면 오히려 정부 홍보 전단에 불과한 모습을 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력난' 때문에 밀양 송전탑 공사를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원전 수출 때문에 빚어진 일도 그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최소한 객관적인 사실만큼은 모두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협박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강행하는 것이 통하는 세상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기는 합니다. 참고로 성인이라면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책임지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임 대통령부터 몸소 실천하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임병도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이정미 대변인,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공권력 투입 관련 논평


이글은 서울의소리 2013-05-21일자 기사 '이정미 대변인,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공권력 투입 관련 논평'을 퍼왔습니다.

그간 주민반대로 중단되었던 밀양 송전탑 건설 재개를 위해 오늘 한국전력과 정부가 수백명의 인력과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으면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수송할수 없고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진보정의당의 김제남의원은 정부와 한전이 주장해 왔던 신고리 3호기의 전력수송과 전력대란 문제는 밀양 송전탑과 상관이 없음을 입증하였다. 

밀양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 역시 전력수급 위기는 한수원의 짝퉁비리 납품과 거듭된 비리, 발전소 고장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고 신고리3호기의 전력 공급 능력은 전체 전기의 1.7%에 불과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을 미미하다는 내용을 입증한 바가 있다. 



그러자 오늘은 내년 9월에 완공될 신고리 4호기의 전력수송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다시 공사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앞뒤 주장이 맞지 않고 더구나 오늘 발표한 것처럼 신고리 3호기 때문이 아니라면 더 검토하고 논의할 시간도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을 설득할 근거도 갖추지 못한채 막가파식 공사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수많은 주민들이 맨몸으로 절규하고 반대를 주장하는데 힘으로 제압하고 정부 뜻만 관철되면 된다는 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주민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즉각 공권력을 거두고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여 밀양송전탑 건설 여부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제고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2013년 5월 20일
진보정의당 대변인 이정미


서울의소리

순박했던 할머니들, 왜 옷을 벗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0일자 기사 '순박했던 할머니들, 왜 옷을 벗었나'를 퍼왔습니다.
[2013 지역 투어- 부산경남①] 밀양 송전탑 공사,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 윤성효

20일 오전,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주민과 경찰이 곳곳에서 대치하고 있다, 경찰을 앞세워 현장을 철통같이 막아 주민 접근을 막고 있다. 할머니들은 옷을 벗고 경찰에 항의했으며, 오물을 물병에 담아 경찰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경남 밀양면 부북면 127번 송전탑 자리 현장에서는 이금자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상동면 109번 현장에서는 이갑술 할머니가 다쳐 헬기를 불렀다.…… "

송전탑 공사 현장으로부터 급보가 쏟아지고 있다. 엊그제부터 우려했던 사태가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18일, 언론은 일제히 '한전,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시각, 공사 현장인 경남 밀양시 부북, 상동, 산외, 단장면 마을에는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 관련 대국민 호소문'이 집집마다 뿌려졌다.

한전 조환익 사장 이름으로 나간 이 호소문은 '보상은 원하지 않으며 지중화'를 요구하는 송전탑 반대대책위와 4개면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횃불을 밝히며 야간 공사를 단행해서라도 올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농사와 일터로 차질 없이' 보내겠다고 한다.

한전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창녕군 북경남변전소로 보내는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벌이다 밀양 지역의 주민들과 8년째 대치해 왔다. 18일 오후,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로 들어서는 고갯마루에 자리잡은 움막(129번 송전탑 자리)을 찾아갔다. 

움막에서 발견한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글'  


▲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고갯마루에 있는 움막, 창 밖으로 고갯길이 보인다. ⓒ 이응인

움막 출입문 옆에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시가 붙어 있다.

우주가 있어 / 지구가 있고 / 땅이 살아 있어 / 만인 만물이 사는 이치이듯이 / 지구 땅 사람 빼앗아가는 / 원자력 발전 접으시고 / 태양 달 바람 안고 / 새 에너지 낳으소서(...). (2013.2. 밀양 76만5천 볼트 송전탑 반대 주민 일동)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한전의 호소문을 다 읽고 난 이남우(71) 할아버지의 첫마디였다.

작년 9월 공사 중단 이후 한전과 대화에서 진전된 게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2월 18일, 국회 지경위 소회의실에서 1차 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 13일까지 6차에 걸쳐 주민들과 한전의 만남이 있었어요. 한전은 보상안을 가지고 이야기 하려 들고, 우리는 보상이 아닌 지중화를 주장했어요. 우리가 제시한 지중화를 비롯한 방안들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검토해 보자는 겁니다. 6차 간담회에서 한전은 공사를 지금 재개하더라도 8개월이 걸린다고 했어요. 그러면 공사가 1개월 정도 늦어지더라도 검토하자는 겁니다. 한전은 처음에는 지중화가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지금은 말을 바꿨어요."

움막 안에서 이남우 할아버지의 말을 듣는 동안, 다른 분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귓전을 훑고 지나갔다.

"20일 공사가 시작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경찰서 형사들이 4개 면을 다녀갔다. 급하면 똥을 퍼부어야 한다. 공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겠다는데 싸움 하면서 무슨 협의가 되나."

그러다 차 소리가 나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문 밖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765kV 송전선로를 통해 북한에까지 전력이 간다고 했다가, 그걸 우리가 따지고 드니까 다음에는 서울까지 보낸다고 했지. 그러면 서울 인근에서 공급하라고 따지니까 이번에는 영남권에 공급할 전기라고 말을 돌려. 영남권은 전기가 남아돌거든. 한전은 거짓말, 거짓말, 또 거짓말을 해 왔어."


▲ 움막 안에 있는 새로 사온 듯한 바가지, 무언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가 보인다. ⓒ 이응인

이날 당번인 한옥순 할머니와 박후복 할머니가 금방 올라온 젊은 장 아주머니와 밖에서 뭔가를 챙기고 있다. 어디서 주워 모은 듯한 페트 병에 플라스틱 바가지, 모자 등등. 아무래도 한 판 싸움은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인 모양이다. 

"이제 한전이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어. 국책사업이라 말하면서 공기업이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는 게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게 더 이상 용납이 안 돼. 인간은 잠시 왔다가 가지만 지구는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야 할 곳이잖아. 후손들에 대한 예의를 알아야지. 한전은 정당하지 못해. 우리는 목숨을 걸고라도 공사를 막을 거야!"

공사를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전기는 돈'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고, 그 논리가 돈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시골 생활을 선택한 이들을 다시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갑갑해져 움막을 나왔다.

"지난 번에는 할배가 죽었는데..."


▲ 평밭길 초입의 움막. '사람이 우선이다 침묵의 살인자 전자파는 안 돼'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 이응인

위양 마을로 내려오다가 산 입구에 지어 놓은 움막에 잠시 들렀다. 여기가 평밭으로 올라가는 산길의 출입구이니 초소로는 안성맞춤이다. 할머니 세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지키고 있기에 들어가 몇 마디 나누었다.

- 곧 공사 재개한다는데 어쩔 작정인지?"우짜긴, 싸워야지, 죽기 아니마 살기고. 지난 번에는 할배 죽었는데, 이제는 할매가 죽게 생겼네." ('할배'는 2012년 1월 16일, 자신의 논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막으려다 분신하신 이치우 할아버지를 말하는 것 같았다.)

- 여기 이러고 있으면 농사는 어쩝니까?"농사야 올해 못 지으면 내년에 지으면 되고. 이놈들, 부딪혀 봐야 정신을 차리지."

시골에서 늙은 할머니답지 않게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섭다.


▲ 평밭길 초입의 움막에서 만난 할머니들. ⓒ 이응인

- 형사가 움막을 찾아왔다면서요?"어찌 지내는고 궁금해서 왔다카면서, 올해 나이가 몇인고 물어. 여기서는 우리 둘이가 71살, 제일 젊어. 마음은 이팔청춘이지."

- 밥은 어떻게들 해 드시나요?"지줌(제 각기) 알아서 반찬 가지고 오고, 밥은 여서 해 먹고 그래. 여기 못 오는 사람은 마을회관에서 먹고 그러지."

-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학생들이 다녀갔다면서요?"서울서 온 대학생들은 수요일 촛불 미사 때 참석했다가 그날로 가고, 목요일 부산에서 온 대학생 다섯은 저 위 평밭 움막에서 하루 자고, 엊저녁은 여기서 자고 아침에 갔어."

출입문 옆 벽에는 달력 뒷면을 이용해 굵은 매직펜으로 눌러 쓴 '비상연락망'이 붙어 있다. '윤여림, 현풍댁, 서종범...' 이름과 전화번호가 죽 적혀 있다.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섭지만, 할머니들은 싸움을 앞둔 이들 같지 않게 여유가 있다. 장 보러 가고 마실 가고 밭에 나가 일상을 보내듯 여기서도 그렇게 웃고 떠들며 보낸다. 싸움을 삶으로 받아들인 이들 같다.

"이건 주민에 대한 겁박입니다" 

19일 오후, 단장면 동화전 마을 입구. 길가 청정 미나리를 파는 무진장농원 앞에 대절버스 두 대와 승용차들이 빽빽하니 서 있고 마을 사람들과 등산복 차림이 뒤섞여 있다. 

"저는 주민과 한전의 국회 간담회 1차부터 6차까지 함께했던 사람입니다. 송전선 지중화 가능합니다. 함양-울산간 고속도로 공사 구간으로 지중화하면 됩니다. 밀양 송전선 경과지와 병행 구간이 15키롭니다. 지중화 공사비용이 4300억입니다. 현재 3000억이 남아 있답니다. 그렇다면 1200억만 추가로 들이면 가능한 공삽니다. 저희들이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2년 정도면 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도 한전은 비용이 2조 7000억, 공사기간이 10년 이상 걸린다고 언론에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기업이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습니까?"

마이크를 잡은 이는 동화전 마을 김태연(62)씨다. 때마침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일행이 이곳을 방문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앞서 여러 사람이 발언을 한 듯, 정동영 상임고문의 마무리 인사가 이어졌다. 

"단장면 동화전, 상동면 여수동 주민 여러분, 모두 힘 내십시오. 이 나라에서 맨 위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2항)'고 했습니다. 송전탑 문제에 있어서 어느 누구도 주민들의 요구를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주인이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밀양 상동면 박영자씨의 발언을 정동영 상임고문이 듣고 있다. ⓒ 이응인

잠시 후, 대절 버스 두 대가 떠나고, 승용차도 하나씩 떠났다.

"대국민 호소문이라니? 왜 대국민이냐 이거지요?(한전 사장 명의로 나온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말한다.) 송전선이 지나가는 경과지 4개 면 주민들에게 호소해야 말이 되는 것 아닌가요? 이건 대국민호소문이 아니라 주민에 대한 겁박입니다. 8년 동안 주민을 회유, 협박하더니, 전력대란의 책임을 주민에게 덮어씌우고 있어요. 우리가 전력 대란의 주범입니까? 8년 동안 공사를 못한 것은 자기들이 정당하고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8년 동안 뭐 했습니까? 신고리 3호기를 올해 연말까지 완공한다고 하는데, 핵발전소는 6개월 전부터 시운전을 해야 상업 운영이 된답니다. 지금 5월인데, 6월말까지 공사가 안 끝나면 시운전이 안 되는 겁니다. 시운전 없이 핵발전소를 돌릴 수 없잖아요. 그러면 한 달 안에 공사 끝낼 수 있습니까? 자기들이 8개월 걸린다고 해 놓고 말이 됩니까?"

단장면 용회동에서 온 고준길(70)할아버지가 차근차근 따져 말했다. 그러자 곁에 섰던 이들이 한 마디씩 속에 있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사람도 부족하고 힘도 부족하고, 어떻해야 하나…….""나중에 밀리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너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니까.""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우리를 막 절벽으로 밀어버리잖아."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마구 뒤섞이기 시작했다.

"병에 넣어야 된다카이. 그래 갖고 뚜껑 열어가 던져야 된다카이.""밥 안 드신 분!""요새 밥 안 묵고 어찌 사노.""자 가입시다, 고추 모종 심으러.""어뜩(어서) 일을 해야 할 거 아이가."

나중까지 평상에 앉아 있던 이남이(65) 할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이때꺼정 싸웠으니께 끝까지 해 봐야 안 되겠습니까. 조상 대대로 고향 지키고 살아왔는데 끝끝내 지키고 살아야 안 되겠습니까. 손자, 손녀 다 여기서 농사짓고 공부하고 살고 있는데, 우리 대추 논 위로 송전선이 지나간다카는데, 그러면 어찌 농사를 짓고 살겠습니까.  대추하고 밤 농사 짓고, 아들하고 며늘아이는 들깨 농사 하고 살아요. 요새 대추 순 치는 때라, 아침부터 순 치다가 지금 내려왔다 아닙니까."

주민들은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각자 일터로 흩어졌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돌아오다 뒤돌아보니 손글씨로 쓴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우리 마을에 철탑이 웬말이냐."


▲ 송전탑 관련 동화전 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 ⓒ 이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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