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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밀양 송전탑, 보상 많이 받으려 반대한다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31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보상 많이 받으려 반대한다고?'를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밀양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뙤약볕과 폭우도 막을 수 없었다. 강아지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쁜 농번기, 밀양 주민들은 한해살이를 기대는 땅을 뒤로하고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매일 깊은 산 속 공사현장을 향했다. 인부들이 출근하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새벽 3시에 나서야 했다. 하루 끼니를 챙기고 일흔, 여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무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8개월간 중단되었던 밀양 지역의 765kV 송전탑 공사를 5월 20일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다시 강행하면서 밀양 주민들의 일상이 바뀐 것이다. 5월 29일까지 지난 열흘간 2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다쳤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단지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의 문제일까? 한전은 밀양 주민들이 국책사업을 극성스럽게 반대한다며 지역이기주의로 비방했다. 국책사업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송전탑이 왜 필요한지 먼저 해명할 수 있어야 하건만, 한전은 오히려 저 스스로 밀양 주민들의 일상과 삶 터를 밀어버리는 불도저가 되고 있다.


▲ 경상남도 밀양 지역 766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27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주민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제압돼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불도저 한전

한전이 현재 추진하는 것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울주군, 기장군, 양산시, 밀양시를 거쳐 창녕의 북경남 변전소까지 90.5km 거리에 161기의 송전탑을 세우는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다. 그중 52기를 밀양의 단장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4개 면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전은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 없이 송전탑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 2006년 밀양 주민들의 반대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오늘까지 8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공사 저지를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2교대, 3교대로 나누어 새벽마다 산에 올라 인부들과 기계들과 맞섰다. 용역이 처음 투입된 2012년 1월 16일, "이 억울함을 부디 세상이 알아주길 바란다"며 분신한 고(故) 이치우 어르신의 죽음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알려졌다.

초고압 송전탑인 765kV 송전탑은 45층 건물 높이 140m로, 거대하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뿐 아니라 소음, 전자파 등의 문제도 심각해 주민들의 건강은 물론, 오랫동안 일구어온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밀양 구간은 송전탑이 마을에 너무 가깝고, 논밭 위로, 과수원 위로, 학교 주위로도 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밀양 주민들은 765kV 송전탑이 불가피한 것인지 명백하게 밝힐 것을 한전에 요구하며, 지중화(地中化, 송전선을 땅으로 묻는 일)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왔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한전은 동계 전력수급 위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며 다시 공사를 강행했고 공권력 투입까지 요청했다. 그런데 공사 이유로 내세웠던 급한 불이 사실상 전력수급 위기 때문이라기보다 UAE 원전 수주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밀양 주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전은 기계에 몸을 묶으며 목숨을 걸고 막아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폭력으로 화답했고, 경찰은 방조했다.

한전의 못된 짓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지난 8년을 온몸으로 이야기해온 밀양주민들에게 한전은 협의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765kV 송전탑 수용만을 강요해왔다. 송전탑 피해가 덜한 마을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면서 마을공동체 간의 갈등을 유발했고, 주민들의 삶 터가 가진 의미를 함부로 삭제하더니 밀양 송전탑 문제를 돈의 문제로 치환시켜버렸다.

"땅값이 똥값 되었다"는 하소연은 보상을 더 해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소중하게 일구어온 땅과 그 땅에서 정성껏 기른 생명들이 함부로 저평가되는 게 서러워서 하는 말이다. 한평생 농사꾼으로 살며 몸으로 배운 땅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지켜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가치는 사라지고 가격만 판치는 이 사회는 제멋대로 밀양 주민들을 쉽게 이기주의자로 호명해버린다. 더구나 한전이 "획기적"이라며 내세운 보상안의 실상은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책정하려는 보상금을 차라리 지중화하는 데 사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주민들의 요구는 묵살되는가?

밀양,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공급을 위한 송전설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5월 28일 열린 '밀양 송전탑과 전력수급,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에서도 참여자들은 그간 '공급확대'만 집중한 전력수급 정책의 문제가 이번 밀양 송전탑 문제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노후 원전 수명 연장, 신규 원전 건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2011년 시도별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3%, 대구는 1.3%에 불과한데 비해 밀양이 있는 경남은 210%에 달한다. 이렇게 비수도권에서 서울-수도권 및 광역도시로 전력을 끌어오는 원거리 수송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전력수급 정책의 방향이 '공급확대'가 아닌 '수요관리'로 전환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밀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열흘째 되던 5월 29일, 40일 간 공사를 중단하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검증을 하기로 했다. 긴박했던 상황이 잠시라도 멈춘다는 게 다행스럽지만, 검증기간 40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답답한 것은 이미 강정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일 게다. 올해 초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70일 검증기간을 갖고 그 동안 공사를 중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간에도 불법공사가 자행되었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다. 검증기간 중임에도 박근혜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를 적기에 완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70일 검증기간이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몫은 밀양에서 '공사검증기간 40일'이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촉구하는 일이다. 그간 주민들이 제안해온 여러 대안이 전문가 협의체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편의를 위해 침묵하고 외면해왔던 상황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전력수요를 줄이지 않는 한 공급확대 정책을 정부와 한전이 바꿀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밀양주민들에게 연대하는 것은 무한 전기 소비에 익숙했던 도시에서의 우리 삶을 성찰하고 바꾸는 첫 순간이기도 하다. 함부로 쫓겨나고 빼앗기고 내몰렸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 이러한 연대가 이어질 때 나의 삶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삶 터를 지킬 수 있다.

*이 글은 "[인권으로 읽는 세상]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가 나의 문제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유신 피해자에게 법원은 "배상"…朴 대통령은 '보상'?


이글은프레시안 2013-04-26일자 기사 '유신 피해자에게 법원은 "배상"…朴 대통령은 '보상'?'을 퍼왔습니다.

법원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에 67억 원 배상" 판결


유신 정권의 대표적 인권 유린 사건인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6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26일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9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67억12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피해자들은 물론 그 가족들에 대해 위헌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안기부나 경찰은 피해자들이 석방된 이후에도 미행이나 감시를 한 것으로 보이고,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볼 때 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 상태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면서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국가의 주장이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배상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했다.

▲ 긴급조치4호 발동을 알린 경향신문 1974년 4월 6일자 신문 ⓒ경향신문


이번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에는 최권행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권진관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권진관 교수의 경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학교에서 제적됐다는 이유로 성공회대 임용 과정에서 임용이 6개월 늦춰지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기간의 임금 역시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긴급조치 4호 피해라는 점에서 긴급조치 4호에 대한 법원의 위헌 여부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모두 위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긴급조치 4호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심리중이다.
긴급조치 4호는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민청학련 사건을 발표하면서 발동한 것이다. 오직 민청학련 사건 하나만 겨냥해 만든 초유의 법령인 셈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군사법정에 서야 했다.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되는 제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회합·통신·편의제공 및 민청학련 관련문서 등 표현물 소지 배포 등 금지, 정당한 이유 없이 (학교) 출석, 수업 거부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이 조치를 비판한 자에 대해서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최고 사형까지 처할수 있도록 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총 1024명을 조사했다. 745명을 훈방조치했고 253명을 비상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넘겼다. 그중 기소된 사람은 180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조치 피해자 등을 위한 '유신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을 대선 직전에 발의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보상'으로 명시한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국가의 배상 판결을 받아들었다.

2013년 2월 21일 목요일

한전 언론 플레이에 뿔난 밀양 주민 "보상 싫어!"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21일자 기사 '한전 언론 플레이에 뿔난 밀양 주민 "보상 싫어!"'를 퍼왔습니다.
18일 간담회 성과 없어…"송전탑 아닌 대안 찾아야"

송전탑 건설을 두고 갈등하는 경상남도 밀양 주민과한국전력 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선한 간담회에서 밀양 주민과 한국전력 측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장 7시간에 걸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에 밀양주민과 한국전력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보도가 이어졌으나 정작 대화에 임했던 주민들은 "기대가 무너졌다"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주민들 "'이중 플레이' 멈추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는 20일 보도 자료를 내고, 한국전력이 협약 체결의 대상이라 주장하는 '밀양시 5개면 주민 대표단'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책 위원회는 밀양시 4개면 주민들의 대표 단체로 절대 다수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5개면 주민 대표단'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1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줄곧 한국전력이 다원화된 대화 창구를 통해 마을 주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 1월 9일에는 '주민 대표단'이 독단적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사실이 폭로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이러한 한국전력의 행위를 "주민매수"로 규정하고 "극소수 주민들과 협약을 체결하는 '이중 플레이'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들은 "한국전력은 보상을 미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임시방편의 대책으로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중단하라"며 직접, 간접 보상 모두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대로 직접 보상 범위가 확대된다면 보상 범위는 현행 송전선로 좌우 34미터에서 94미터로 60미터가 늘어난다. 그러나 이들은 "765킬로볼트 송전탑은 높이만 100~140미터에 이르고 345킬로볼트 송전탑보다 4배 많은 대용량 전류가 흐른다"며 "이 때문에 최소 1킬로미터 이내의 주민들이 경관 피해, 위압감, 소음, 부동산 거래 중단, 재산권 행사 불가능 등 엄청난 피해를 보는데 보상 범위가 고작 60미터 늘어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변전소와 송전선로 주변 지역에 매년 약 1000억 원을 보상해준다는 지식경제부의 안도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지식경제부가 제출한 소요 재원을 보면 2013~2024년까지 12년간 1조3639억 원을 345킬로볼트 이상 송전선로 지역과 발전소 인근 지역에 쓰게 된다"며 "이 돈이면 차라리 지중화(땅에 송전선로를 묻는 방식)를 통해 송전선로 갈등의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보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식경제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 신규 사업으로 내년도 예산에 송·변전 주변 지역 지원 사업 100억 원을 신청·요청했는데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다"며 "100억 원을 반대하는데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들어가는 일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협의체 구성하라"…"2차 간담회 때 논의 예정"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국전력은 주민들이 요청하는 지중화 혹은 대안 노선과의 병행 등의 기술적 쟁점을 논의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이들이 제기한 의문과 관련해 "반대쪽이든 찬성쪽이든 '대표'라는 주민 단체와는 모두 접촉하고 있다. 오는 3월에 열리는 2차 간담회 때 주민과의 대화 창구를 일원화하기 위해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전문가 협의체 구성도 2차 간담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과 밀양 주민 간의 갈등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의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1개의 건설이 결정됐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에 집중돼 있어 한국전력과 주민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계속돼 왔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사설]국가불법 피해는 보상 아닌 배상이 순리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3일자 사설 '[사설]국가불법 피해는 보상 아닌 배상이 순리'를 퍼왔습니다.

국가배상책임에 대해 최근 사법부가 내린 판단이 주목할 만하다. 서울고법 민사16부(최상열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이른바 ‘문인간첩단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총 6억9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더라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상 청구 권리가 원고에게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사법부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 등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고 청구를 각하하거나 기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판단이다.

최근 유신·긴급조치 등 과거사와 관련해 청산 내지 화해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사법부의 이런 결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배상과 보상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은 민주화운동보상법과 다를 바 없는 ‘긴급조치보상법’으로는 화해도 청산도 무망하다는 걸 이번 판결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먼저 “국가의 공권력 행사와 관련하여 ‘배상’은 국가의 위법한 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이고, ‘보상’은 비록 국가의 행위가 위법하지는 않으나 그 과정에서 특별한 희생을 한 국민에게 그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라는 재판부의 설명부터 다시 새겨듣기를 바란다.

이 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발의해놓은 긴급조치보상법안은 긴급조치가 위법하지는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하겠다. 반면 법원은 긴급조치가 위헌, 무효라고 판단하고 관련 사건 재심에서 속속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사법부가 불법을 인정해 판결하는 사안에 대해 입법부가 합법을 전제하고 법을 만드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결함이 낳은 이번 판결과 같은 상황이 긴급조치보상법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과거사 청산, 부당한 피해 회복, 미래적 국민통합 등을 위한다면 배상과 보상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하게 세우고 입법을 하기 바란다. 배상해야 할 것을 보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하고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씌우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말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조금이라도 가리려는 꼼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보상할 것은 보상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는 게 국가의 당연한 도리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박근혜, ‘긴급조치 보상법’ 발의에… 법조계 ‘보상과 배상’도 구별 못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6일자 기사 '박근혜, ‘긴급조치 보상법’ 발의에… 법조계 ‘보상과 배상’도 구별 못하나'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6일 유신헌법에 의한 긴급조치로 피해받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법’을 공동 발의하자 법조계가 박 후보의 법 인식을 문제삼고 나섰다.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의 한광옥 위원장은 간사인 하태경 의원과 함께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헌법 제8호에 근거한 긴급조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옥고를 치르거나 형사상 불이익을 받았음에도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광옥 위원장이 언급한 ‘대한민국 헌법 제8호’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유신을 선포하고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유신헌법을 가리킨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이 명시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초헌법적 권한을 의미한다.이 법안은 하태경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고,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문대성, 서병수 의원 등 새누리당 20명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가 이 법안에 서명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 과거사의 그늘을 지우고 국민대통합을 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일부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법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대)는 22일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가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법을 발의한다고 하는데 법원도 보상이 아닌 국가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긴급조치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이기에 보상은 당치 않다”고 밝혔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3일 트위터에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배상, 적법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인데 보상법이라면 긴급조치가 적법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긴급조치는 인권을 유린한 행위로 위헌, 무효이기 때문에 긴급조치 보상법은 명칭부터 위헌”이라고 적었다.실제로 법원은 긴급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추어봐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2년 5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씨 가족들에게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 자명하다. 오씨의 가족 4명에게 9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인혁당 사법살인’의 배경이 된 긴급조치 4호 역시 위헌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긴급조치 4호는 발령 당시 국가적 안위에 중대한 위협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 어긋나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서울 북부지법은 올 8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던 임아무개씨 등 4명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일부 누리꾼들은 박 후보의 연이은 헌법 무시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위터 아이디 @ddk**는 “꼭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유신’은 ‘구국의 결단’이 아니며 ‘인혁당 사건’은 ‘사법살인’이었고, ‘긴급조치’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마저 무시한 횡포’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박 후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2004년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 “헌법을 지키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다. 헌법을 지키지 못하면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2012년 10월 28일 일요일

"석면 없는 세상을" 피해자 국제 연대 운동 활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5일자 기사 '"석면 없는 세상을" 피해자 국제 연대 운동 활기'를 퍼왔습니다.

파리서 열린 제1회 국제 석면 피해자의 날 행사 참가기
석면 질환 적극 보상과 조기 은퇴 허용 등 피해자 권리 보장 흐름

»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석면피해자의 날 참가자의 가두 행진 모습. 사진=프랑스석면피해자협회(ANDEVA)

지난 10월13일 오전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열린 석면추방전략회의를 마치고 오후 2시부터 시내에서 열리는 ‘국제 석면 피해자 대회’에 참석했다. 미국, 남아공, 아시아 참가자들과 택시로 행사장인 파리 시내 중심가로 이동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부분 형광색의 조끼를 입고 있어서 처음에는 경찰인가 했다. 하지만 그룹별로 입고 있는 조끼의 색이 달랐다. 나중에 알았는데 참가자 대부분은 프랑스 각 지역별 노동조합 소속으로 프랑스 전국 석면 피해자 협회(ANDEVA)의 지역조직들이었다. 따라서 대부분 노동자들로 이미 석면질환이 발생한 환자들이거나 석면작업장에서 일하다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들이었다.

» 파리 시내의 ‘국립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열린 집회장, 한국서 필자가 가져간 대형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제1회 국제 석면 피해자의 날’ 가두행진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프랑스 석면 피해자 협회 여성 회원들.

이탈리아에서 온 에터니트(Eternit, 석면 시멘트 회사) 석면 피해자들은 그들 특유의 방식으로 에터니트 문제를 새긴 이탈리아 국기를 등과 목에 둘렀다. 에터니트는 스위스와 벨기 소유인 다국적기업으로 1900년 초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세계 곳곳에 석면 시멘트 공장을 세워 운영하다 수천, 수만의 석면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이다.

유럽의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아프리카의 콩고, 아시아의 일본과 인도, 그리고 남미의 브라질 등에서 에터니트 석면 시멘트 공장이 가동되었다. 회사 이름의 에터니트는 영어로 ‘영원, 불멸’을 뜻한다. 석면이 불에 타지 않는 물질이라는 점을 아예 회사 이름으로 만든 세계 최대의 유럽계 석면회사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있는 5개의 에터니트 석면 공장의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 2200명이 석면질환으로 사망했고 수백명이 석면질환자로 이들 3000여명과 유족 등 6000여명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에터니트의 스위스 사장과 벨기에 사장 두사람에 대해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피고 두 사람에게 1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유럽사회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됐다.

» 2200명의 석면 사망자를 낸 석면 기업 에터니트를 규탄하는 이탈리아 참가자들

에터니트로 인한 석면 피해자는 이탈리아에서뿐 아니라 벨기에 공장에서도 수백명이 넘는 노동자,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 에릭은 아버지, 어머니, 형제 3명이 모두 석면중피종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에릭 자신도 흉막판이라는 석면폐질환 환자다. 아버지가 에터니트 공장에 다녔고 집이 공장사택이었기 때문에 석면에 오염된 환경에서 살았다. 특히 어머니는 석면이 묻은 작업복을 오랜 기간 세탁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됐다. 프랑스에서도 많은 에터니트 석면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에터니트 소송투쟁을 이끌어온 피해자들과 벨기에, 프랑스 전역의 석면 피해자들이 파리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 프랑스의 석면피해예방과보상위원회 (C.A.P.E.R) 현수막을 들고 파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성아우구스틴 성당 앞 광장을 지나는 집회 참가자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16개 국가에서 참가했다. 유럽지역에서는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네델란드, 알바니아 등 8개국, 미주지역에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 4개국, 아시아태평양에서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등 4개국 그리고 아프리카의 남아공 등이다.

파리 대회는 석면 피해자 단체가 조직한 행사답게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벨기에, 미국 등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참가했다. 각 나라에서 석면추방운동에 앞장서는 정치인들도 여럿 참석했는데 주최측인 프랑스의 상원의원, 캐나다의 국회의원, 호주의 상원의원이 참석했다.

» ‘석면없는 세계를 위하여’ 영어 구호(위 왼쪽), 프랑스어 구호(위 오른쪽), 포르투갈어 구호(아래 왼쪽), 이태리어 구호(아래 오른쪽)

주최측에서는 여러 나라 참가자들을 위해 각 나라의 국기를 준비했다. 주최측은 ‘석면없는 세상을위하여’라는 내용의 문구를 프랑스어, 영어, 이태리어 그리고 포르투갈어로 만들어 국제대회의 특징을 살렸다. 막 행진을 시작하는데 누군가 나에게 태극기를 건넸다. 아시아 참가자가 인도의 모힛, 일본의 수기오와 필자 셋뿐이어서 바로 한국 사람임을 알아본 모양이다.

인도의 모힛과 나는 일본의 수기오가 준비해온 현수막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는 얼핏 보기에도 수천명 규모의 참가자가 주요  도로의 교통이 전면 통제된 파리시내 중심가를 2㎞ 이상 2시간여 동안 행진했다.

대회를 주최한 프랑스 석면 피해자 협회(ANDEVA)의 마크는 "이번 행진에 참가한 인원이 5000여명"이라고 했다. 그룹별로 자신들의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모여서 행진했다. 행진 내내 경찰이 교통통제를 잘 해주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교통을 통제하는 여성 경찰들이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 자전거를 타고 교통통제를 하고 있는 프랑스 여경

나는 캐나다의 석면수출을 반대하는 영문 구호와 아시아 지도가 그려진 가로 5m 세로 4m 크기의 대형 현수막을 준비해 갔는데, 너무 커서 행진 때는 꺼내지 못하고 국립오페라하우스 앞에 모여 정리집회를 할 때 연단 앞에 펼쳐놓아 주목을 받았다. 이 현수막은 서울의 캐나다대사관 앞에서 두차례 사용했던 적이 있다.

» 아시아로의 석면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대형 펼침막

캐나다에서 온 참가자들이 이 현수막을 크게 반기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전날 12일 프랑스 상원의회 건물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캐나다 국회의원과 퀘벡주의 환경장관이 참가하여 퀘벡에서 더는 석면 광산 개발을 중단할 것이고 세계 석면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노라고 발언했다.

이들은 모두 전에 환경운동가들이었는데 특히 국회의원은 발언 모두에서 "그동안 캐나다 산 석면으로 지구촌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하여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와 환영을 받았었다. 참고로, 캐나다 대표들이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지난 8월말 퀘벡 주의 지방선거에서 석면 광산 폐쇄를 공약으로 내건 야당이 승리하여 석면 광산을 보호하고 지원한 보수당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 남편을 석면암으로 잃은 브라질의 미망인

대회 내내 비가 내렸다. 중간에는 제법 쏟아졌는데 국립 오페라하우스 앞에서의 정리집회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서쪽 하늘이 개기 시작했고 곧 햇빛이 비쳤다. 주최측은 대형 트럭을 준비하여 연단으로 사용했는데 특히 해외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연단으로 불러 소개하며 격려했다.

2000년 처음으로 국제 규모의 석면 추방 행사가 브라질의 오사스코(유럽계 석면 시멘트 회사 에터니트 공장이 있는 곳)에서 열린 이후 2004년 동경의 ‘국제 석면회의 (GAC)’, 2006년 태국의 국제대회, 2008년 한국 석면 추방 네트워크(BANKO)를 출범시킨 서울국제대회 그리고 2009년부터 매년 열리는 아시아 석면 추방 네트워크 연례회의 등 여러 차례 석면추방 국제행사들이 열려 왔다.

그런데 2012년 10월의 파리 행사는 명칭이 ‘국제 석면 피해자 대회’로 석면 피해자 단체가 주최하여 석면 피해자를 위한 국제대회로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이전의 국제행사들은 석면 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하는 학술적 심포지엄의 성격을 띤 것이거나 석면 추방 단체들이 주최한 행사들이 대부분이었다.

» 더는 석면 사망이 없기를’ 촉구하는 영어와 일본어로 된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는 아시아 참가단

이번 행사가 열린 프랑스는 노동자 피해와 일반 시민의 환경성 피해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제도가 시행되는 곳이다. 피해보상의 수준이 충분하지 않고 형사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과 지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흉막판, 후두암 등 석면이 원인이 된 모든 질병을 보상 대상으로 하고 질병 양상의 정도에 따른 피해구제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중피종암, 폐암, 석면폐 3가지 질병만 구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석면 피해자 운동이 앞서가는 내용이 하나 더 있는데 석면 노출 노동자들의 조기 은퇴 주장이다. 우리는 은퇴를 일찍하면 수입과 일거리를 잃게 되어 힘들다는 인식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연금이 보장되고, 석면 피해 보상금이 지급되는 유럽 사회의 사회보장 배경에서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언제 석면질환이 발병할지 모르는데 일단 발병하면 중피종암이나 폐암의 평균 잔여수명이 1~2년으로 매우 짧다. 따라서 조기 은퇴하여 삶의 질이 보장된 상태에서 일년이라도 남은 여생을 살아야 한다는 피해자의 권리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도 도입을 검토해볼 만한 내용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연간 십여명 정도만 석면 관련 산업재해가 인정되는 형편이지만 2011년부터 실시된 환경성 석면 피해자를 구제하는 석면 피해 구제법에 의해 2012년 9월까지 모두 1124명이 석면 질환 인정 판정을 받고 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의 구제금을 지급받고 있다. 이는 같은 질병의 산재보상금의 10~20%에 불과하다.

이중 533명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고 591명은 생존한 환자들이다. 질환 종류별로는 약성중피종암이 616건으로 가장 많고,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가 398건, 폐암 110건 등이다.  한국은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금지했지만 1992년도에 석면 사용량이 가장 많았다.

» 태극기와 영문 손 펼침막을 들고 대회에 참가한 필자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석면피해발생이 최고조에 이를 시기가 2040~2045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긴 잠복기 때문이다. 일본도 2020~2030년까지 석면 피해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매년 3000여명이 석면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적인 의학계, 환경계, 노동계가 모두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사용을 금지하는 것 만이 유일한 피해 방지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 지 오래다. 2010년 7월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를 보면, 연간 1억 2500만명의 노동자들이 작업현장에서 석면에 노출되고 있고 연간 10만 7000명 이상이 직업성 석면노출로 인한 석면 질환으로 사망한다.

또 수천명의 시민들이 환경성 석면노출에 의해 사망한다. 1983년 북유럽의 아이슬랜드를 시작으로 2009년 한국까지 현재 모두 54개 국가에서 석면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참고를 위해 권역별 석면 사용금지 국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 IBAS)  

» 지역별 석면 사용 금지 국가 실태

그러나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브라질 여러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에서 석면 사용이 증가하고 있어 아직도 국제적으로 연간 200만~230만t이 소비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의 석면광산 폐광소식이 들려왔고 브라질에서도 대법원이 석면기업의 불법행위를 단죄할 것이라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 이탈리아 등에서 과거 석면기업에 대해 범죄자로 규정하며 엄벌하고 있어 석면 산업계가 지구상에서 더는 발을 못 붙이도록 하는 지구촌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는 모두 수만, 수십만의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목숨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석면은 노출되어도 2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중피종암, 폐암과 같은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키는 특징 때문에 지금 당장 모든 나라가 석면사용을 중단하고, 현재 사용중인 석면제품을 완전히 폐기한 뒤에도 30~40년 동안 계속 석면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리시내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석면 피해 없는 지구촌을 만들자’는 석면 피해자들의 외침과 호소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 "석면은 우리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조기 은퇴는 특혜가 아닌 권리다."

» 노동은 해방이어야 하지, 질병이나 사망을 불러선 안된다, 프랑스 전국노동조합연합의 하나인 CGT소속 조합원

글·사진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한국 석면 추방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아시아 석면 추방 네트워크 부조정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이메일 : choiyy@kfem.or.k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펄 준설토로 복토, 늪으로” 4대강 공사가 논 망쳤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6일자 기사 '“펄 준설토로 복토, 늪으로” 4대강 공사가 논 망쳤다'를 퍼왔습니다.

ㆍ나주 옥정마을 르포

6일 오전 전남 나주시 동강면 옥정마을 회관. 백발이 성성한 구릿빛 얼굴의 주민 50여명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들은 마을 논 61.6㏊(20만1465평) 대부분이 쓸모없는 농토가 돼버렸다는 사실에 황당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혼자 살며 농사를 짓는 정춘자씨(76)는 “영산강에서 좋은 흙을 갖다 기름진 논을 만들어준다고 해놓고 논에다 자갈을 퍼붓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면서 통곡했다. 

감정이 격해진 정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상대대로 쌀농사를 지으며 90여가구가 오순도순 살아온 옥정마을이 비통한 분위기에 잠겼다. ‘4대강 공사’의 여파가 평온한 마을에 되돌릴 수 없는 화를 몰고 온 것이다.

6일 전남 나주시 옥정마을의 한 농부가 갯벌과 다름없는 논에서 바윗덩이 같은 돌을 캐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정부가 이 마을 들녘을 영산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처리장으로 삼으면서 비롯됐다. 이른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었다. 당초 한국농어촌공사(농진공)는 이 마을로 영산강 준설토 117만㎥를 옮겨와 들녘 전체를 150㎝ 높이는 대공사를 하기로 했다. 들판이 영산강과 이웃해 있어 홍수 때 강물이 넘치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자갈 퍼붓다니” 통곡 모심기도 못하는데 농진공 “보상 더 없다”농진공은 2010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투입하기로 한 사업비만 89억6000만원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모내기철을 맞은 들녘 곳곳엔 배수로와 농로 공사를 하다 멈춘 포클레인만 서 있는 상태다. 이앙기로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들판엔 사람 한 명 없다. 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며 모심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터였다.

그러나 공사는 부실 투성이였고, 논은 거대한 늪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논은 모내기를 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주민들은 ‘추수 때 보상을 해준다’는 농진공 직원들의 말만 믿고 모심기를 시도했지만 땅다짐이 제대로 안돼 같은 논이라도 높낮이가 달랐다. 모가 논물 속 깊이 잠겨 누렇게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땅이 드러난 곳에서는 모가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농진공은 지난 5일 ‘추가 보상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민들에게 갑자기 보냈다. 김모씨(56)는 “농진공이 공사를 끝낸 후 모내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모를 심도록 속임수를 썼다”면서 “아무리 무식한 농민들이라고 이렇게 무시하며 뒤통수를 쳐도 되느냐”고 말했다. 

주민 신근형씨(47)와 이장 이동탁씨(41)가 들판으로 나섰다. 그들은 이 논, 저 논을 다니며 갯벌이나 다름없는 논들을 보여줬다. 긴장화를 신은 주민들의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졌다. 

논에서 나올 때는 허우적거리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농민들은 “논이 아니라 꼬막을 캐는 갯벌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들은 주먹보다 더 큰 돌멩이를 논에서 건져냈다. 들어올릴 수도 없는 바윗덩어리도 이곳 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논이 모조차 못낼 정도로 무용지물이 된 것은 영산강 준설토가 논에 부적합한 펄투성인데도 이를 가져다 복토를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복토 높이 150㎝를 채우기 위해 26t트럭 800대 분량의 자갈까지 넣으면서 논이 더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임창환 농진공 나주지사 지역개발팀장은 “준설토 반입이 늦어지고 논이 원래 연약지반이어서 이런 상황이 빚어졌지만 10개월 후면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농경지에 노출된 자갈은 제거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나주 |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