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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8일자 기사 '"우리가 개돼지냐? 한국전력은 어미 할미도 없나?"'를 퍼왔습니다.
[밀양에서] 왜 밀양은 정부 보상을 거부하는가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후 미국의 통치를 받다가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었던 오키나와가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예를 들면서,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아래쪽에 위치한 89번 송전탑 현장에 모인 주민들 중 한 분이 과잉된 심정을 자기도 모르게 연출하려는 듯이 말했다.

"우리도 정부가 이리 우리를 억압하고 몬살게 하면 경남이 독립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막말로!"

그는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89번 자리를 지키는 동화전 마을 주민과 얘기를 나누다가 88번 자리로 올라가 주민들과 예상치 못한 식사를 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오니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철수한 직후 찾아 온 휴식이라 그런지 올라가기 전보다는 주민들의 얼굴이 많이 평온해 보였다. 위와 같은 발언이 약간의 여유를 틈타 나온 것 같았다.

이계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가지고 올라 온 수박과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면서, 주민들의 정제 안 된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8년 동안 이어져 왔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에 어쩌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어떤 비의가 숨어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궁금증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강정 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해군 기지 반대 투쟁을 보며 가졌던 것이기도 하다. 대략적으로 그것은, '아직 살아 있는 공동체에 대한 경험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정도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성에 꽉 차지는 않았다.

26일 일요일 오전 89번 송전탑 자리에 도착했을 때, 동화전 마을 할매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안동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두 명과 함께 굴착기 아래에 앉아 있었다. 다른 주민들은 약간 떨어진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위쪽에는 한국전력 직원들과공사 업체 직원들 수십 명도 숲 속에 삼삼오오 모여 대치하고 있었다.

89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주민들의 표정은 전날 부북면 위양리 진싯골 마을과 평밭 마을 할매들이 지키고 있던 127번 자리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쳐 보였다. 단순히 뙤약볕 탓이기만 했을까.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싸우시면서 뭐가 제일 속상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이 사람들이 사람 취급을 안 해줘요. 그게 마 제일 속상합니더. 노인들을 질질 끌고 가질 않나, 자기들은 어매 할매도 없데요? 개돼지도 아니고…" 하며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을 훔쳤다. 그녀가 든 피켓에는 '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누가 알아주겠노'라고 쓰여 있었다.


▲ 2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서 한 주민이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전력 측은 굴착기를 둘러싼 채 시위를 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철수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민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한전 직원과 핵 발전 토론해봤더니…

바드리 마을과 89번 자리가 가까운데 산 아래 동화전 마을 주민들이 올라와 싸움하는 이유는, 바드리 마을 주민들이 한국전력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을 진입로를 확장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바드리 마을은 밀양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마을이다. 가구 수는 많지 않지만 평지에서 한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마을이다 보니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고립되기 일쑤인, 그것은 외지인인 내가 봐도 꼭 그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마을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밀양시가 아니고 한국전력이 들어주는 것일까.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기초적인 생활 조건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결론밖에는 내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것은 89번 보다 위쪽 산에 위치한 88번 자리에 있던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주민의 지적과도 일치했다.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도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지방 자치의 현실인 건가 싶어 마른 침을 애써 삼켜 보았다.

밀양에 내려갔을 때 송전탑 싸움 현장보다 먼저 내게 아는 체를 한 것은 도처에 핀 빨간 넝쿨장미와 하얀 찔레꽃, 그리고 모내기를 한 논 사이로 가끔 보이는 누런 보리밭이었다. 송전탑이 지나가지 않는 마을의 경우는 대체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하순은 모내기가 절정인 시간이 아니던가. 농촌 마을에서 모를 내는 철과 거둬들이는 철만큼 역동적인 평화기를 나는 알지 못한다.

한국전력이 지난 5월 20일 송전탑 공사를 대대적으로 재개하기 전에는 그래도 교대로라도 농사일을 보았단다. 그러나 지난주 내내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에 이마저도 힘들어졌고 도리어 충돌의 충격과 탈진으로 줄줄이 할매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뉴스를 서울에서 내 들었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상동면 여수마을로 이동하려고화악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 마을 진입로를 지키던 노인 중 몇은 거의 탈진한 것처럼 그늘에 누워 있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밀양 주민들이 불필요한 저항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건네 본 사람 중 100퍼센트가 "우리나라에 핵 발전소는 불가피하고 우리는 전력이 부족한 나라이며, 이 사업은 그래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노인들이 다치고 하는 문제에는 인간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핵 발전소가 많이 모인 동해안이 한반도의 활성 단층인 것은 아느냐고 물었을 때, 서해안이 아니고요? 하고 되물었다. 만나 본 사람 중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럼 1달러의 가치를 생산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 많은 전기를 쓰며 심지어 영국보다는 3배의 전기를 쓴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지더니 데이터를 가져오란다. 그리고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나를 압박했다.

"대체, 선생님은 누구세요?" 어쭙잖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 소개했더니 명함을 보자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인지에 대한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말이다. 그런 거 없다 했더니, 명함도 없는 사람하고 무슨 대화를 하느냐며 나를 쫓아낼 기세였다. 도리어 우리나라가 왜 전력 부족 국가가 아니냐고 그 이야기 좀 들어보잔다.

나는 그 상황에서 기억나는 수치도 논리도 마땅찮아, 아니 말하기도 성가셔서, "이봐요, 내가 가고 안 가고는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거든요" 하고 쏘아주고 발길을 돌렸다. 앵무새 같은 이야기만 되뇌는 한국전력 노동자들에게 나도 발끈하고 만 것이다. 25일 토요일 오후 127번 자리에서 잠깐 빠져나와 맞은편 능선에 있는 한국전력 노동자들과 있었던 일이다. '저들 책임은 아니잖은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127번 자리 텐트 농성장으로 건너왔다.


▲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 지역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를 사흘째 재개한 22일 오전, 주민들의 반발이 매우 거센 부북면에서 한 주민(오른쪽)이 팔에 깁스를 한 채 공사재개를 저지하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의 눈에 한국전력과 경찰은 한통속

돌아오니 텐트 안쪽에 있던 할매 한 분이 떡을 내주셨다. 맛은 있었지만 날이 더워서 그런지 그것도 그리 잘 먹히지는 않았다. 첫 방문지라 그런지 나도 할매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기가 낯설었다. 다만 바리케이드가 쳐진 입구서부터 129번 자리를 거쳐 127번 자리까지 차를 태워다 준 평밭 마을 노인 회장님의 말씀이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평밭 마을은 129번 송전탑 자리를 입구로 가진 마을이다. 작년 녹색당에서 1차 탈핵희망버스가 왔을 때, 한국전력이 나무를 벤 자리에다 철쭉을 심어 놓았다. 키 작은 철쭉꽃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냥 왜소했기 때문이었을까? 노인회장님 말씀은 이렇다. "한국전력 사람들은 저 나이 먹은 할매들의 모성을 절대 모릅니더. 고향을 지켜서 자식들에게라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요."

이 비슷한 이야기를 26일 오후에 올라간 88번 자리의 용회동 주민에게서도 들었다. "새누리당에서 보상법을 손대가 6월 초에 뭐 어찌한다고 하더만요, 보상받을라꼬 우리가 8년을 싸운지 아십니꺼? 보상 많이 받을라캤으면 진즉 치아삤지요." 등을 내 쪽으로 돌리고 앉은 몸이 조부장한 할매가 입은 조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서 생명과 마을이 살아있는 고향을 물려줄 것이다.' "이 자리서 지난 번에 할매들이 실려 갔지 않았능교." 하면서 그 당시를 상세히 술회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와 이리 말이 많노' 하는 추임새는 빼먹지 않았다. 경찰이 굴착기를 빙 둘러쌌는데 상대도 할매들이고 전경들도 어리고 해서 뭔가 대열이 어슬프더란다. 그 틈을 비집고 할매 세 분이 작은 굴착기 아래도 들어가 밧줄로 몸을 함께 묶고 그 몸'들'을 굴착기와 다시 쇠줄로 다시 연결했다.

"경찰은 뭐 하러 왔다던가요?" "주민의 안전을 보호할라꼬 왔다카대요." 할매 한 분이 대답하자 다른 할매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어 붙였다. "보호는 무슨? 그 다음 날은 뭐라 캤는지 아요? 업무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하데요. 그래서 '왜 말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노?' 하고 따졌더니 고개를 푹 숙이삡디다." 그 중 가장 논리적이고 상황에 대해서도 식견이 있어 보이는 어르신이 말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다친 사람들은 다 공권력하고 충돌해 벌어진 겁니더."

주민들은 한국전력과 공권력을 한통속으로 봤다. "쩌 아래 동화전 마을은요, 머리 위로 송전선이 지나가는데 그것 발표되고 나서 땅값이 마 팍 떨어졌습니더. 어떤 할매는 4억인가 5억인가 하는 땅 팔고 부산의 자식한테 갈랐캤다가 동네 할매들이 '자식들 돈 주고 나면 다 필요없어진데이. 가지 마라' 해서 안 갔는데 지금은 땅값이 1억 정도밖에 안 된다 카데요." 주민들은 자신들이 받는 피해가 금전적인 것에서부터, 인간적인 존엄성의 훼손, 공동체의 파괴, 전자파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아주 깊고 넓게 퍼져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으면 뭐할라꼬 산으로 갑니까? 그냥 아무 데나 쭉 지나가면 되지."평밭 마을에서 트럭으로 우리를 태워다 준 주민 한 분은 핵 발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127번 자리에 함께하러 온 초록농활대 학생들에게 핵 발전의 맹점과 허구를 상당히 호소력 있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연방 '아!'하면서 그 주민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내가 127번 농성장 맞은편에서 한국전력 직원들과 언쟁을 한 직후 이번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 소문난 두 할매와 같이 올라왔는데, 두 할매의 등장은 그 서막에서부터 워낙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머하고 자빠졌노? 개새끼야! 저리 안 가나? 지금 에서 주말에는 공사를 잠정 중단한다고 보도됐는데 여서 왜 숨어 있노? 또 공사할라카나? 앞에서 말한 것 뒤에서 또 뒤집을라카나? 똥물 한 번 무볼래? 엉? 확 뿌리삐까?"

나에게 떡을 주던 할매까지 가세해 세 분이 번갈아 외치는 고함에 한국전력 직원들과 공사 업체 직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참, 배운 지식은 통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삶에서 체득한 지혜나 대처법이 그래도 매섭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핵 발전만이 답인가

127번 자리를 지키는 평밭 마을과 위양리 내 특히 진싯골 마을 주민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도 강성으로 소문나 있었다. 할매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주민들 중 가장 얼굴이 밝기도 했다. 그게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알아본 바로는 위양리 주민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수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가 진싯골은 진 씨들의 집성촌일 때부터 누대로 이어져 온 공동체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곤 하는 보수적인 마을 문화가 어떻게 다른 면을 품고 있는지 숙고해야 할 문제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들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멀리 쫓겨난 후 천안에서 왔다는 젊은 여성 셋, 그리고 울산에서 왔다는 여성 학습지 노동자 넷이랑 함께 트럭 짐칸에 타고 평밭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127번 자리는 우리 대신 초록농활대 이십 명 가까이가 할매들과 함께 밤을 날 것 같다고 하며 찾아왔다. 88번과 89번 자리가 있는 바드리 마을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상동면 여수 마을로 출발했다. 청도 쪽에서 오는 밀양강 지류를 타고 가다 골짝 쪽으로 길을 꺾었다.

127번 자리가 있던 평밭 마을과 그 아래의 위양리를 기준으로 하면 화악산 너머에 있는 마을이다. 희망버스의 힘으로 공사가 주말에는 중단되어 농성은 잠시 접었다고 해서 여수 마을을 지나 화악산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았다. 지나면서도 느꼈지만 산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평온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여수 마을도 송전탑과 송전탑 사이에 끼어 76만5000 볼트가 지나가는 송전선을 머리에 이고 살 위험에 처해 있는 곳이었다.

산에는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어느 생명체가 내는지 처음 듣는 소리가 수풀 속에서 두런거렸고, 맵시가 뛰어난 장끼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밀양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그런 삶 터를 그만 좀 괴롭히라는 단말마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었다. 주민들은 나 같은 외지인이 생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말은 주민들이 많이 배운 식자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번 송전탑 건설이 얼마나 관료적이고 어이없는 공사인지 상당히 논리적으로 지적했고, 신고리 핵 발전소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게 내게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이처럼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충분히 체득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도리어 한국전력 직원들의 논리는 앞뒤가 그럴듯해 보이나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착한(?) 직원도 물론 있긴 했지만 대체로 그들은 무기력해 보였다. 한다는 말들이 정해진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생동감 있는 쪽은 오히려 피해자인 주민들이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왜 한국전력은 보다 나은 대안에 대해서 아무 고민을 하지 않는가?' 88번 자리서 만난 한국전력 직원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다. "왜 핵 발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것은 상상해 보셨습니까?" 자신들 같은 기술자들의 한계를 그는 솔직히 인정했다.

밀양 주민들은 어쩌면 그것을 한국전력과 국가 권력에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현실적 외형으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거기서 도출된 권고안을 서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만큼은 공사를 멈춰달라는 것이다.

"우리 공부 마이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주민들의 눈빛은 단단했다. 공사를 하면 싸움이 벌어질 텐데 싸우면서 대화하자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는 물음 앞에, 한국전력은 공사는 공사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다. 오는 29일에 주민과 한국전력 측이 이 문제를 갖고 만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밀양은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황규관 시인

2013년 5월 24일 금요일

한국전력, 시민 기금으로 밀양에서 '돈 잔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3일자 기사 '한국전력, 시민 기금으로 밀양에서 '돈 잔치'?'를 퍼왔습니다.
국회도 맞장구…주민 1813명 "보상 필요 없다"

조인국 한국전력 부사장이 23일 한국전력 밀양 지사를 방문해 기자 회견을 열고 송전탑 반대에 맞서 '밀양 주민 특별 보상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한차례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던 보상안을 재발표했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식 기자 회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민 1813명이 반대 서명했는데 재발표?

조인국 부사장은 13개 특별 지원안을 설명하며 빠른 시일 내에 특별지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별 지원안은 △지속적인지역 지원 사업 △태양광 사업 △선로 인접 지역 주거 환경 개선 △선로 인접 지역 주택 이주 등 13개 항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22일, 한국전력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의 주민 간담회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밀양시 4개면 1484세대 주민 1813명은 서명을 통해 한국전력의 이 지원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대책위원회는 즉각 성명서를 통해 "이는 어제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 협의에서 나온 '보상 지원 개선'의 연장선상"이라며 "'주민들을 위해 선물보따리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을 여론에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누차 말해왔듯이, 밀양 송전탑 경과지 절대 다수 주민은 보상을 더 받아내기 위해 싸워온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들은 "전문가 협의체를 통한 주민들과의 대화의 장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2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서 한 주민이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전력 측은 굴착기를 둘러싼 채 시위를 하던 주민들을 강제로 철수시켰고 이 과정에서 주민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새누리당과 정부가 제시한 보상책, 실효성 의문

국회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2일 당정 협의를 하고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지원에 대한 입법'을 6월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원 법안은 송전선로와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에게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1조30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들이 지불하는 전기 요금의 3.7퍼센트를 차지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송전 선로, 발전소 지역의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22일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마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듯이 '송·변전 주변 지역 지원법'을 우선 입법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지난 4월 9일 국회 공청회에서 법안 구체성의 미비, 지원 범위의 모호함, 준조세 성격을 갖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과다 사용 등의 이유로 여야 의원 대부분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주민들은 한결같이, '돈은 필요 없다. 그 돈을 지중화 연구비로 쓰든지, 지중화공사에 사용하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방식인 '지중화'는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꾸준히 제시해온 대안이다. 한국전력은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라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23일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논평을 내어 "실질적인 내용 없는'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 지원법' 처리는 오히려 밀양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제남 의원은 "송전선로와 주변 용지의 가격 하락에 따른 재산상 피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입게 될 정신적, 신체적 피해 등 피해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대책이 하나도 수립되어 있지 않다"며 "지원 사업 또한 주변 지역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피해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혜택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한다면 국민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얼마나 당위성을 지닐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월 국회에서 졸속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이는 앞으로 들어서게 될 수많은 송전탑과 송전선로 설치를 두고 겪게 될 정부와 주민의 갈등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정부는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765킬로볼트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 5개 면(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집중돼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한국전력,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6일자 기사 '한국전력,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를퍼왔습니다.
[이슈] 분신자살 낳은 밀양 송전탑 결국 밀어붙여

한국전력이 지난해 9월부터 8개월간 중단됐던 밀양 송전탑 공사를 오는 20일께 재개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라 반대 주민들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소음, 경관 침해, 전자파…10년 동안 논란인 밀양 송전탑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한국전력 간의 갈등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당시, 정부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집중됐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15만4000볼트 송전탑이 아닌, 765킬로볼트(76만5000볼트)의 송전탑이었다.


▲ 지난 1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5층 건물의 높이에 맞먹는 거대한 765킬로볼트 송전탑은 24시간 내내 코로나 소음(기계음)을 일으킨다. 송전탑이 방출하는 전자파도 문제다. 주민들은 국제암연구소가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2B 등급(발암 가능)으로 분류한 점 등을 근거로 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생존권 침해로 규정하고 반대에 나섰다.

대부분 60, 70대 고령자로 구성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주민 이치우(74) 씨가 송전탑 건설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그가 소유한 논 약 1223제곱미터(370평)의 시가는 6억9000만 원이 넘었다. 그러나 송전탑에서 80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거듭된 토론회에도 결국 합의 실패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12월부터 6개월간 23차례 갈등조정위원회를 운영했다. 지난 2011년엔 주민과 한국전력 간에 18차례의 대화가 진행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민주당)이 주관한 한국전력-주민 간 토론회도 지난 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6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밀양 사태는 도돌이표만 그렸다. 대책위원회가 제시한 대안은 △기존의 345킬로볼트 송전선 용량을 증대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될 2020년 이후로 송전탑 건설을 유예한 뒤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에 묻어 콘크리트로 막는 방식)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통한 합의 도출 등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사실상 이를 모두 거부했다.

"한국전력, 70대 노인에게 전쟁 선포하나"

이에 대책위원회는 16일 논평을 내고 "한국전력은 결국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가"라고 규탄했다.

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밀양을 7차례나 방문하고 한국전력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경과지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호소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런데 결국 돌아온 것은 5월 20일경 공사를 강행한다는 소식과 주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전문가 협의체'를 거부한다는 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위는 "지난 8년 동안 밀양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에 속아왔다"며 "이미 주민들간의 극심한 분열과 (한국전력 측의) 금전 매수 등으로 마을은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민간의 분열은 이미 가시화된 지 오래다. 지난 1월 9일, 선출 과정을 알 수 없는 '주민 대표단'이 독단적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사실이 폭로되며 논란이 인 바 있다. 2월 20일에는 한국전력이 협약 체결의 대상이라 주장하는 '밀양시 5개면 주민 대표단'의 실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대책위는 대표단을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조직'으로 규정했다.

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이 구성하려 하는 '밀양 갈등 지원 협의회'도 주민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지역 국회의원, 밀양 시장, 극소수 찬성 측 주민 대표를 중심으로 '갈등 지원 협의회'를 구성하는 이유는 결국 다수의 반대 주민들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때문에 겨울철 전력 대란?

겨울철 전력 수급 문제 때문에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는 한국전력의 주장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으면 오는 12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 3호기와 2014~2019년까지 완공 예정인 신고리 4~6호기의 전력을 수송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진보정의당)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의 이러한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전력은 모든 장비를 총동원한다 하더라도 밀양 구간 공사가 최소한 8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므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를 당장 진행한다 하더라도 송전탑은 최소 2014년 1월 말이 넘어야 완공할 수 있다.

문제는 당장 오는 12월부터 신고리 3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리 3호기만 운행하면 신고리 3호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한국전력 스스로, 최대한 빨리 밀양 송전탑 공사를 끝내도 몇 달간 신고리 3호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김제남 의원은 "그러므로 정부와 한국전력의 주장대로라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주장 역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3호기 총발전량, 전체의 1.7퍼센트

애초에 전력 수급 대란에 대한 예측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 김제남 의원의 말에 따르면 신고리 3호기의 총발전량은 1400메가와트로 전체 전력 공급(2013년 하계기준 8100만 킬로와트)의 1.7퍼센트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고리 3호기가 없으면 전력 대란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동계 피크였던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월성 1호기, 영광 3·5·6호기, 울진 4호기가 중단된 상태였는데도 예비 전력이 3985메가와트, 예비율이 5.2퍼센트로 전력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으로 인해 전력 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력 대란을 핑계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음모이자 술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전력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말할 수 없으며 공사가 재개되는 20일께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한국전력, 청와대 지시로 노조파괴 공작 벌였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8일자 기사 '한국전력, 청와대 지시로 노조파괴 공작 벌였다'를 퍼왔습니다.
조합원을 '사과·배·토마토'로 분류…책임자 처벌 요구

한국전력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지시를 받고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데 직접 개입한 정황이 공개됐다.

8일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이 같은 정황을 묶어 발간한 '발전노조 노동탄압 백서'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정부의 발전노조 기획탄압은 지난 2009년 9월 17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주재로 열린 '노사관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스노조가 입수한 회의 자료를 보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철도공사에는 적극적으로 노조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지 실천은 없음"이라며 가스·발전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더불어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은 "해당기업이 고소, 고발하면 경찰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 당부"라며 경찰의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부, 행안부, 지경부, 교과부, 방통위 등 관련 정부 부처 국장이 참석했다.

▲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주재한 노사관계 회의 자료. ⓒ발전노조 제공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모여 발전노조 대응을 논의하고 한 달 후인 2009년 10월, 발전 5개사는 '노사관계 환경변화와 선진노사관계연구용역'을 공동 발주했다. 그리고 같은 달 발전노조 영흥화력 남성화 지부장을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했고, 11월에는 동서발전이 발전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발전노조는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무리한 해고사유를 들며 남성화 지부장을 해고했는데, 이는 9월에 있었던 BH회의에 따라 발전노조에 강경 대응하고 있음을 사측이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공격적인 노무관리를 자신의 공적으로 포장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도 밝혔다.

"한전이 각 발전회사에 민주노총 탈퇴 이끌어내라고 지시"

백서를 보면 발전5개사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은 재작년부터 각 발전회사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큼 노력을 기울였냐를 점수 매겨 경영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일례로 한전은 재작년에 치러진 발전노조 간부선거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한 후보의 득표율을 계량 평가하고 각 발전회사의 민주노총 탈퇴 후보 발굴 노력과 노조 사무실 회수 노력 등을 비계량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탈퇴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 한전의 발전회사 노무관리 평가 문서 자료. ⓒ발전노조 제공

발전노조는 "한전이 민주노총 탈퇴를 발전회사의 경영평가 지표로 제시함으로써 발전노조 선거는 온갖 지배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로 무법천지가 됐었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부결되자 발전회사 측은 'Plan B'를 시행,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탈퇴시키기 시작했다. 발전노조는 당시 조합원의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수단으로 '강제퇴출제도'와 '공개경쟁보직제(드래프트제)'가 쓰였다고 설명했다.

드래프트제도는 일하기를 희망하는 3개 부서에서 모두 선택이 안 되면 타 사업소로 강제 발령되고, 타 사업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3개 부서에서 또다시 선택이 안 되면 무보직 발령, 무보직을 3회 받으면 해고되는 상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다.

발전노조는 사측이 "노조 탈퇴서를 안 쓰면 이번 드래프트에서 무보직을 받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들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자신의 신념과는 달리 발전노조 탈퇴서를 작성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진행되던 당시 '일산화력'이 작성한 문건. 조합원을 성향에 따라 사과·배·토마토로 분류해 관리했다. ⓒ발전노조 제공

노조가 입수한 민주노총 탈퇴 투표 당시 일산화력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사측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사과·배·토마토'로 분류해 관리했다. 토마토로 분류된 조합원은 겉과 속이 모두 빨개 발전노조를 탈퇴하지 않을 조합원을 일컫는다. 사과는 개별 협박하면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 조합원, 배는 약간의 협박만으로도 발전노조를 탈퇴할 조합원을 말한다.

발전노조는 사측이 사과 조합원을 집중적으로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류한 후 사과 조합원 1명당 담당 간부 2명씩을 배치해 집중 관리하고, 해당 조합원의 담당 회사 간부가 특히 집중적으로 회유·협박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발전노조는 경찰청과 정부 기관들이 노조 탄압에 개입한 정황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재작년 11월 동서발전 박노준 노무차장은 경찰청 본청에 근무하는 박은복 정보국 경찰관에게 "죄송합니다 투표를 가결시켰어야 했는데... Plan B 추진일정을 보내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또 사측은 '선진화 추진실적 보고서'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하는 등 노조탄압 진행과정을 정부 유관 부처에 상세히 보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상위직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무관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인사적, 급여적 불이익이 곧바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노조) 총회 투표를 통한 민주노총 탈퇴 시도" 등의 구절이 나온다.

▲ 동서발전이 지식경제부에 보고한 '선진화 추진실적' 보고서의 일부. ⓒ발전노조 제공

발전노조는 "이처럼 심각한 노동탄압, 인권침해에도 이에 앞장섰던 발전회사 사장들은 연임되고 출세를 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에 응당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8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간 부문에서 기업들이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과 컨택터스 등의 폭력 용역회사와 결탁해 노조파괴에 나섰다면, 공공부문에서는 청와대와 정부부처, 경찰이 직접 개입해 전 방위적으로 발전회사 노조파괴에 나섰음이 이번 발전노조의 백서 발간을 계기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만약 MB 정부 5년간의 노조파괴가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된다면 다음 정권이 끝날 때쯤 민주노조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은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폭압이 만든 참극... 시골 농부의 분신자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7일자 기사 '폭압이 만든 참극... 시골 농부의 분신자살'을 퍼왔습니다.
밀양시 산외면 한국전력 고압선로 건설 반대하던 70대 주민 사망


ⓒ밀양 매일신문 16일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분신현장.

새해 벽두부터 노동자, 농민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분신한 신 노동자에 이어, 16일에는 경남 밀양의 한 늙은 농부가 분노와 절망 끝에 분신했다.

이날 오후 8시 10분께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이 모씨(74세)가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건설 강행에 항의하며 분신해 목숨을 끓었다. 

2002년 밀양시 상동마을에서부터 시작된 한국전력의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7년 동안 인근 마을로 확대됐다. 하지만, 한국전력을 비롯한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주민 130여명은 고소, 고발당한 상태다. 

한국전력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동양건설산업은 지난 10월 31일 주민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11월 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면서부터 주민과의 마찰이 시작했다. 이날부터 주민은 공사를 막기 위해 오전 7시부터 모여 마을 입구에서 대치했다. 

16일 새벽 4시에는 건장한 20대 젊은이 50여명이 기습적으로 마을에 진입했다. 자본의 사병이라고 불리는 용역들이다. 이들은 송전탑 공사현장에 진입해 주민이 공사장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 과정에서 60대에서 90대로 구성된 고령의 주민 20여명은 새벽부터 20대의 용역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고, 주민 일부가 탈진하고 발목에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날 고인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수단인 논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을 막다 끝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내가 죽어야 송전탑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대책위은 송전탑 건설로 받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생존권과 환경권 문제와는 별개로 송전탑이 있는 지역은 재산가치가 0원이 된다는 주장이다. 주민은 실제 은행에 대출을 문의하면 재산가치가 0원이 되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일식 765㎸ 송전탑 밀양시민연대 대표는 “이 문제 이외에도 송전탑은 사고가 날 경우 주변 200m에 직접 피해를 주는 핵 배낭의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송전탑이 쓰러져 이러한 피해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에는 경찰과학수사대가 현장에서 약 20여분 동안 검안을 했다. 

경찰과학수사대 관계자는 “검안 결과 화재로 인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인화물질의 성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구자환 기자 비보를 듣고 달려온 밀양시 산외면과 상동면 등 4개 면의 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원와 시민단체 대표 300여명은 장례대책위를 구성했다.

ⓒ구자환 기자 고인의 영정 앞에 한 마을 주민이 통곡을 하고 있다.

8억8천여만원 농지 보상금이 고작 8백8십만원

보라마을 입구 분신현장에는 고인의 시신이 천막으로 둘러싸인 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주위로 비보를 듣고 달려온 밀양시 산외면과 상동면 등 4개 면의 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원장과 시민단체 대표 300여명은 장례대책위를 구성했다. 

장례대책위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송전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고인을 현장에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고인의 시신 수습을 시도했지만, 주민이 완강하게 저항해 대치하고 있다. 

우일식 765㎸ 송전탑 밀양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시작한 논은 97세 노모를 모시는 고인의 3형제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온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전력이 시가로 8억8천여만원 가량 되는 농지에 8백8십만원의 보상액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주민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한국전력은 공탁금 6천만원으로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우일식 대표는 “앞서 한국전력은 밀양시 산외면 3개 마을에 직접보상금으로 모두 12억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 마을당 4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는 “지난 10월 30일 협상에서는 마을협력기금 36억원을 125억원으로 인상하는 안에는 타협이 이루어졌으나, 직접 보상금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그 다음 날부터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저농개발촉진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 법안을 기준으로 한국전력은 공사를 먼저 시작하고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지만, 이 법의 소급적용 여부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법안은 고압 송전탑 보상비를 현재보다 3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자환 기자 고압선로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는 고인의 논. 고인과 주민20여명은 16일 새벽부터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50여명의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며 대치했다.

ⓒ구자환 기자 용역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 용역들은 고인 사망소식이 알려지면서 차를 버리고 자취를 감췄다.

용역과도 몸싸움...농지에는 굴착기만 남아

고인은 이날 자신의 논으로 들어가려다 용역들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 파괴되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고인은 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급작스런 변고에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고인의 동생 이 모씨(70세)는 삼형제가 공동 경영하던 논으로 안내했다. 

농지로 향하는 둑에는 용역들이 타고 온 에쿠스 등의 10여대의 고급 승용차와 건설 장비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분신 소식을 들은 용역들은 차량을 놔둔 채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고인이 지키고자 했던 농지는 주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망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안으로는 송전탑 기초 공사하기 위해 동원된 굴착기 한 대가 볼썽사납게 버티고 있다.

이 씨는 “농사를 짓지도 못하게 논 중앙에 송전탑을 설치하려 했다.”며 원망과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에서 송전탑 구역 이외에서 농사를 지으면 된다.”며 위치 이동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68세인 자신이 마을 청년회장이라고 소개한 주민은, “고령의 노인 20여명이 20대의 젊은 용역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다.”며 현장으로 안내했다. 

공사 중인 논과 접한 논두렁에는 용역들이 타고 차량이 담벼락처럼 세워졌다. 그 차량을 앞에 두고 노인들과 20대의 건장한 용역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현장에는 용역 간부의 것으로 보이는 무선마이크가 떨어져 있었고, 논바닥은 발자국으로 여기저기 패여 있었다.

마을 청년회장은 이상수씨의 손을 치켜들며 “손톱이 검게 뭉개지고, 지문이 사라진 채로 농사를 지고 살아왔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대한민국에 살려면 배경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착하고 순진하게 살면 이렇게 된다.”고 원망했다. 

한편, 한전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765㎸ 송전선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주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총 길이 90.5㎞의 송전선로는 부산 기장군, 울산시 울주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에 161기의 철탑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이중 밀양에는 가장 많은 69개의 철탑이 들어선다.

구자환 기자hanhit@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