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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노무현 "공작에 밝은 참모들이 쓴 공상 소설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0-24일자 기사 '노무현 "공작에 밝은 참모들이 쓴 공상 소설은..."'을 퍼왔습니다.
NLL 논란,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즈음 새누리당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 시 NLL을 두고 북측과 비밀 대화를 했다느니, 노 전 대통령이 무슨 기록의 파기를 지시했다느니 말들이 많다. 대선을 앞두고 흔히 벌어지는 흠집 내기 작전의 일환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후안무치함은 두 눈 뜨고 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미 2008년도부터 대통령 재임 시의 기록을 두고 왈가왈부할 자격을 스스로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미 몇 해가 지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2008년도에 이미 대통령 기록물을 두고 세상이 한번 떠들썩했었다.

참여정부 말에 새로 지어진 국가기록원 내에는 대통령 기록관이 별도로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료들을 따로 저장해두는 곳이다. 기록물 양의 현황을 보면 표와 같다. 역대 모든 정부의 기록물 양을 합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 양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기록 보존에 공을 들인 정부가 바로 참여정부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 국가기록원 소장 대통령 기록물 현황 (출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2010-04-05)

전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에 발생한 기록물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법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시설이 아직 미비해 온라인으로 대통령 기록물에 접근할 수 없었으므로 2008년에 퇴임 시, 노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사본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봉하마을로 갖고 갔다. 소란이 일자 "당시 법제처가 사본 복사도 열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려서 복사했던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 측이 경위를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두고 "기밀유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록의 반환을 요구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제18조에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임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하는 근거 규정으로, 이 열람권에 '사본제작'이 포함되는지가 논란이 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압력을 가해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기록물 사본을 반환하게 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장은 5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독립적으로 대통령 지정기록 보호 임무를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 지정기록의 보호조처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을 고발, 결국 대기발령 끝에 직위해제하고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장을 새로 임명하는 일은 현 정부가 언제든지 전임 대통령의 지정기록을 들춰 볼 가능성을 여는 행위이므로 실로 초법적인 조치이지만, 이후 우리 언론들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 대통령기록관장 승인에 따른 2008-2010년 3월 17일까지의 지정기록물 열람 승인 현황 (출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2010-04-05)

이런 법적 보호장치와 원칙이 무너지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록이 다음 정부에 의해 공개되어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결국 재임 시의 대통령들은 민감한 기록들은 아예 폐기하거나 기록관에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특히 대통령 기록물 가운데 일부인 ‘지정기록물’은 목록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여기엔 국가 안보상의 비밀도 있지만, 정무직 공무원 인사 기록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 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기록관장한테는 이런 지정기록물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있다.

지정기록 보호제도가 없었던 참여정부 이전의 역대 대통령 기록이 33만여 건에 불과한 것은 기록이 적게 생산된 게 아니라 그만큼만 보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왜 지정기록물 보호가 중요한지 확실해진다. 8백만 건이 넘는 노 전 대통령의 기록 중 지정기록물만도 모두 30~40만 건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모두 소중한 역사적 자료이지만 최소한 다음 정권이 임의로 보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보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강제하는 이유는 보호 체계를 확실히 함으로써 정권 말에 기록을 무단폐기하는 사태를 방지하고, 기록 보존을 통해 훗날 역사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본질적 취지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초법적인 조치를 했고, 이는 범법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랬던 이 정부와 여당이 인제 와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슨 대화를 하였느니 하며 따질 자격이 있을까? 이미 지정기록물은 명실상부하게 이명박 대통령 손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보면, 실로 후안무치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을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에 편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있다.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다음은 당시 기록물과 관련하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 16대 대통령 노무현 / 2008-7-16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 '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 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 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16대 대통령 노 무 현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터널 디도스’ 의혹은 왜 언론에 안나오나


이글은 시사IN 2012-10-15일자 기사 '‘터널 디도스’ 의혹은 왜 언론에 안나오나'를 퍼왓습니다.
새누리당 당직자가 지난해 4·27 국회의원 재·보선 김해을 지역구에서도 창원터널에 교통체증을 일으켜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공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러 정황들이 나왔으나 언론은 입을 닫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약 2시간30분 동안 마비됐다. 이른 아침 투표소를 확인하려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경찰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로 최구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 공 아무개씨 등을 구속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공씨 일당이 국가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가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한 수사 관계자는 “투표를 못하게 하려고 정부·여당이 국가기관을 공격한 초유의 사태다. 수백, 수천 명의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일개 비서들이 한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재·보선이 치러진 지난해 4월27일 창원터널 장유에서 창원 방향 출근길. 이 시각에는 통행이 원활했다.

“‘터널 디도스’ 목적으로 1억원 줬다” 

그런데 투표를 방해한 공작은 이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4·27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투표를 막기 위한 새누리당의 공작이 있었다는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의 증언이 나왔다. 지난 9월24일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자필 진술서를 남겼다. 그는 경남 김해을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이 창원터널에서 거짓 공사와 차량 동원으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위한 자금 1억원을 자신이 댔다고 고백했다. 

손 전 위원장은 당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선거 사무실에서 김태호 후보의 핵심 측근인 안 아무개씨(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거가 끝난 뒤 새누리당은 손 전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K토건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의 당 소유 건물을 보수하는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다고 했다. 나머지 5000만원은 손 전 위원장이 당 총무국 국장으로부터 직접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4·27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경남 김해을 지역구는 상징성이 대단히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노풍’의 진원지이자 새누리당 텃밭이어서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에 상주했다. 새누리당은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국무총리 후보자로 나섰던 김태호 후보를 내세워 배수진을 쳤다. 야당 단일후보로 나선 이봉수 후보의 지지율이 김태호 후보를 앞섰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었다. 결국 투표율이 당락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투표율이 35%를 넘을 경우 이봉수 후보가 유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김태호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김해을 선거구 전체 유권자(21만874명) 중 41.1%(8만6594명)가 거주하는 장유면의 투표율에 따라 당선자가 갈린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유면 유권자 3분의 2가량이 창원터널을 통해 창원과 부산 등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이었다. 창원터널의 교통 상황이 선거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임유철 다큐멘터리 감독은 “창원터널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투표율이 심하게 떨어집니다”라며 인제대 학생들과 함께 교통 감시단까지 꾸렸다.

ⓒ연합뉴스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위 오른쪽)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당선·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 측은 낮에는 고령의 유권자들을 실어 나르고, 저녁에는 창원터널의 교통 체증을 유발해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썼다는 게 손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이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동원한 정황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참여당 부정선거 감시단은 김해시 한림면 모정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노인 6~7명을 태우고 한림체육관 제3투표소로 이동을 반복하는 ‘부산90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발견하고 동영상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카니발 차량 운전자는 감시단원의 얼굴을 폭행한 뒤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감시단은 김해시 선관위와 한림파출소에 신고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수송에 사용된 차량은 영업용 콜밴으로 확인됐다. 당시 선관위 관계자는 “운전자는 마을 이장 부탁으로 어르신들을 몇 차례 모셔다드렸으며 특정 후보와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 재·보선 당일 창원터널에서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창원터널 진입 10m 앞에서 차량번호 판독기 철거 작업을 벌였다. 당시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현장 사진을 공유하는 등 선거 당일 진행되는 공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여론은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원래 전날 예정된 공사였는데 비가 와서 부득이하게 다음 날로 미루게 됐다.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고 차량 정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공사가 아니어서 선거와 연관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정황들은 나왔으나 손 전 위원장의 진술 내용이 실제로 구현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이 쓴 자필 진술서. 그는 ‘터널 디도스’ 공작에 자신이 자금 1억원을 댔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와 조·중·동 전혀 다루지 않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뉴스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다. 충북 지역 언론 와 팟캐스트 방송 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태호 터널 디도스’는 단숨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점령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터널 디도스 문제를 국회 청문회로 다루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또 9월28일 작성된 ‘김태호 터널 디도스 뭐길래’ 기사에는 댓글이 무려 8만9285개(10월5일 오전 9시30분 현재)나 달렸다. 

하지만 방송 3사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신문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러다보니 누리꾼들이 방송사에 보도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제보가 없다’ ‘연휴기간이다’ ‘담당부서에 전하겠다’ 따위 대답만 돌아왔다는 게 누리꾼들이 남긴 후기다. 

S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보도할 가치가 충분한 사건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려고 들지 않는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MBC 보도국의 한 부장급 기자는 “대다수 언론이 박근혜 후보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터널 디도스’를 다루지 않고 있다. 가 제기한 의혹이어서 진보 진영의 언론들도 다루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10월2일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권을 요구할 예정이다. 올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주요 변수라 이 문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주진우 기자·박소영 인턴 기자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한국전력, 청와대 지시로 노조파괴 공작 벌였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8일자 기사 '한국전력, 청와대 지시로 노조파괴 공작 벌였다'를 퍼왔습니다.
조합원을 '사과·배·토마토'로 분류…책임자 처벌 요구

한국전력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지시를 받고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데 직접 개입한 정황이 공개됐다.

8일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이 같은 정황을 묶어 발간한 '발전노조 노동탄압 백서'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정부의 발전노조 기획탄압은 지난 2009년 9월 17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주재로 열린 '노사관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스노조가 입수한 회의 자료를 보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철도공사에는 적극적으로 노조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와 발전은 계획만 있지 실천은 없음"이라며 가스·발전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더불어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은 "해당기업이 고소, 고발하면 경찰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 당부"라며 경찰의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부, 행안부, 지경부, 교과부, 방통위 등 관련 정부 부처 국장이 참석했다.

▲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주재한 노사관계 회의 자료. ⓒ발전노조 제공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모여 발전노조 대응을 논의하고 한 달 후인 2009년 10월, 발전 5개사는 '노사관계 환경변화와 선진노사관계연구용역'을 공동 발주했다. 그리고 같은 달 발전노조 영흥화력 남성화 지부장을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했고, 11월에는 동서발전이 발전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발전노조는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무리한 해고사유를 들며 남성화 지부장을 해고했는데, 이는 9월에 있었던 BH회의에 따라 발전노조에 강경 대응하고 있음을 사측이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공격적인 노무관리를 자신의 공적으로 포장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도 밝혔다.

"한전이 각 발전회사에 민주노총 탈퇴 이끌어내라고 지시"

백서를 보면 발전5개사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은 재작년부터 각 발전회사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큼 노력을 기울였냐를 점수 매겨 경영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일례로 한전은 재작년에 치러진 발전노조 간부선거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한 후보의 득표율을 계량 평가하고 각 발전회사의 민주노총 탈퇴 후보 발굴 노력과 노조 사무실 회수 노력 등을 비계량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탈퇴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 한전의 발전회사 노무관리 평가 문서 자료. ⓒ발전노조 제공

발전노조는 "한전이 민주노총 탈퇴를 발전회사의 경영평가 지표로 제시함으로써 발전노조 선거는 온갖 지배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로 무법천지가 됐었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부결되자 발전회사 측은 'Plan B'를 시행,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발전노조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탈퇴시키기 시작했다. 발전노조는 당시 조합원의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수단으로 '강제퇴출제도'와 '공개경쟁보직제(드래프트제)'가 쓰였다고 설명했다.

드래프트제도는 일하기를 희망하는 3개 부서에서 모두 선택이 안 되면 타 사업소로 강제 발령되고, 타 사업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3개 부서에서 또다시 선택이 안 되면 무보직 발령, 무보직을 3회 받으면 해고되는 상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다.

발전노조는 사측이 "노조 탈퇴서를 안 쓰면 이번 드래프트에서 무보직을 받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들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자신의 신념과는 달리 발전노조 탈퇴서를 작성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 민주노총 탈퇴 투표가 진행되던 당시 '일산화력'이 작성한 문건. 조합원을 성향에 따라 사과·배·토마토로 분류해 관리했다. ⓒ발전노조 제공

노조가 입수한 민주노총 탈퇴 투표 당시 일산화력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사측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사과·배·토마토'로 분류해 관리했다. 토마토로 분류된 조합원은 겉과 속이 모두 빨개 발전노조를 탈퇴하지 않을 조합원을 일컫는다. 사과는 개별 협박하면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 조합원, 배는 약간의 협박만으로도 발전노조를 탈퇴할 조합원을 말한다.

발전노조는 사측이 사과 조합원을 집중적으로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성향을 분류한 후 사과 조합원 1명당 담당 간부 2명씩을 배치해 집중 관리하고, 해당 조합원의 담당 회사 간부가 특히 집중적으로 회유·협박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발전노조는 경찰청과 정부 기관들이 노조 탄압에 개입한 정황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재작년 11월 동서발전 박노준 노무차장은 경찰청 본청에 근무하는 박은복 정보국 경찰관에게 "죄송합니다 투표를 가결시켰어야 했는데... Plan B 추진일정을 보내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또 사측은 '선진화 추진실적 보고서'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하는 등 노조탄압 진행과정을 정부 유관 부처에 상세히 보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상위직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무관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인사적, 급여적 불이익이 곧바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노조) 총회 투표를 통한 민주노총 탈퇴 시도" 등의 구절이 나온다.

▲ 동서발전이 지식경제부에 보고한 '선진화 추진실적' 보고서의 일부. ⓒ발전노조 제공

발전노조는 "이처럼 심각한 노동탄압, 인권침해에도 이에 앞장섰던 발전회사 사장들은 연임되고 출세를 하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에 응당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8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간 부문에서 기업들이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과 컨택터스 등의 폭력 용역회사와 결탁해 노조파괴에 나섰다면, 공공부문에서는 청와대와 정부부처, 경찰이 직접 개입해 전 방위적으로 발전회사 노조파괴에 나섰음이 이번 발전노조의 백서 발간을 계기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만약 MB 정부 5년간의 노조파괴가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된다면 다음 정권이 끝날 때쯤 민주노조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은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