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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이동현 칼럼]제2의 새마을, 뉴타운의 몰락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4-21일자 기사 '[이동현 칼럼]제2의 새마을, 뉴타운의 몰락'을 퍼왔습니다.

지난 주말 가장 뜨거운 국회의원 보궐 선거지역 노원병 지역에 다녀왔다. 언론에는 안철수와 대항마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만 나온다. 하지만 나는 노원병 지역에서 다른 포인트를 목격했다. 한 시대의 몰락을 보았다. 바로 뉴타운(NewTown)의 몰락이다.

5년 만에 천지차이가 돼버린 뉴타운 대접

5년 전 이맘때쯤 나는 역시나 노원구 선거에 왔었다. 당시는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당시 선거는 ‘뉴타운 선거’라고 불렸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뉴타운 공약뿐이었다. 이 뉴타운 바람으로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 48곳 선거구 중 40곳을 싹쓸이했다. 도봉갑 지역의 신지호 전 의원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초선임에도 고 김근태 의원을 꺾기도 했다. 당선된 8곳의 민주당 의원 중에도 5명이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민주노동당마저 뉴타운에 반대한다는 당론은 정하지 못했다. 단지 ‘세입자 권리 보호’라는 구호로 소극적인 뉴타운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뿐. 뉴타운은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 그렇게 서울시내에는 뉴타운 지정구역이 1,300여개를 넘어섰다. 뉴타운에 지정만 되면 집값이 두세 배씩 뛰던 그 때 누구도 그 욕망은 막을 수 없었다.

5년 후, 뉴타운은 애물단지다. 건국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는 용산개발은 좌초됐다. 이해당사자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사업당국인 서울시와 코레일을 고발할 예정이다. 여차하면 철도를 점거하는 시위도 불사한단다. 5년 전이었다면 사업당국이 돈을 조달하지 못하는 사태는 벌어지지도 않았다. 뉴타운 지정만 해도 두세 배씩 자산가치가 뛰는 건설사업에 은행들이 발벗고 돈 빌려주던 상황이었으니까.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오는 다음과 같은 공약들, 사업 진척이 되지 않는 뉴타운 지정구역을 자동으로 지정에서 해제하는 ‘전면적 일몰제’, 부동산 투기 조장의 책임을 물어 주민이 아닌 국가와 시공사가 매몰비용을 부담한다는 공약들은 5년만에 한국사회가 얼마나 빨리 바뀌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11일 오전 노원구 4호선 당고개역 1번 출구 앞에서 재보궐선거 노원병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이 뉴타워 전면 백지화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5년 전과 천지차이가 돼버린 대통령 대접

5년 전과 또 다른 건 대통령 대접이었다. 5년전 국회의원 총선거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민주당은 ‘허니문 기간’이라며 야당노릇에 손놓았을 때였다. ‘BBK 스나이퍼’ 정봉주 전 의원도 내가 선거운동 하던 지역 바로 옆인 노원갑 지역에서 낙마했다. 뉴타운과 이미지가 잘 맞는 경제대통령이었기 때문인가? 

이번 선거는 달랐다. ‘박근혜 불통정권’이라는 구호가 떡하니 걸려 있었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봐도 절반 이상 그런 구호에 동의하고 있었다. 박근혜 지지자들에게는 욕을 먹었지만, 절반 이상의 주민들은 ‘자기 맘대로 사람 임명하는 대통령 견제할 화끈한 야당 뽑아야 한다’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집권한지 두 달도 채 안 된 대통령을 욕하는 게 통하다니... 하긴 난 직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에 가득 힘주고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분야를 이전하는 것이 국정 철학이다”라고 대국민 기자회견을 할 때, “아, 이 정부는 이미 레임덕 시작이구나”라고.

새마을 2세대, 몰락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뉴타운, 우리말로 바꾸면 새마을이다. 아마 뉴타운이란 말 만든 사람은 박정희 추종자 아닐는지. 불도저식 뉴타운 사업방식을 보나, 주민이 아니라 일부 건설사와 정치권이 이득 보는 뉴타운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에 원룸 하나 사려고 해도 억대를 넘어간다. 요즘 대학가에 보면 동거 커플이 아니라 진짜 부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뉴타운에 지정된 구역을 피해 대학가 원룸을 구해 사는 사람들이다. 대학가 주변에는 마트니 시장이니 하는 생활 기반시설도 별로 없거니와 주민 공동체도 잘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사실 오래 살 동네라고 하긴 어렵다. 뉴타운 피난민, 집값 피난민이라고 불러도 적당하겠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준생’이 왜 대기업만 찾을까? 중소기업에서 경력 쌓아 차근차근 올라간다는 말은 안 해본 사람들 얘기다. 해본 사람들(취업 선배들) 말 들어보면 이렇다. ‘처음에 잘못 들어가면 영원히 그 물에서 놀게 된다.’ 학자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해서 살 집 생각하면 대기업 찾는 건 취준생 탓이 아니라 투기를 부추긴 국가와 건설사들 탓이다. 

해법이야 간단하다. 중소기업도 임금 많이 주게 해서 누구나 돈 많이 벌어 집을 수월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던지 넘쳐나는 집 좀 나눠 주던지. 그렇게 부동산판 새마을 2세대, 뉴타운이 몰락한다면 우리세대는 살 길이 있다. 집값 1억만 덜 써도 출산율은 두 배 이상 증가할거다. 수익모델로서 뉴타운만 사라진다면. 

뉴타운과 함께 또 다른 새마을 2세대, 박근혜 정권은 실패해야 산다.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통인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윤진숙씨를 장관에 임명해버렸다. 국민 모두가 그 사람 멍청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모래 속의 진주”라고 강변하면서. 이럴 거면 청문회는 뭐하러 하나? 아버지의 이미지가 2세대에 의해 확고해진다. ‘독재가 유전인가’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박근혜 정권은 사람도 물려받았나 싶다. 비서실장인 허태열씨는 74년에 청와대에 들어가 85년까지 비서실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유신시절 경제정책을 담당한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 한다. 여기에 군인들이 요직에 등용되고 있는 점도 군사정권과 비슷하다. 신설된 국가안보실장, 그리고 국정원장에까지 군인이 임명됐다. 

아무리 봐도 박근혜 정권은 실패해야 산다. 구닥다리 되어버린 새마을 추억하지 말고 쇄신해야 산다. 민주주의니 경제민주화니 제대로 할 수 있을까? 
4.24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가진 안철수 무소속 노원병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어영부영한 정치인 미래 지도자 못 돼

아쉬운 건 새정치를 내건 안철수 후보다. 안철수 후보는 두 가지 새마을 2세대에 대해 애매한 입장이다. 뉴타운에 대해서는 ‘조율해 보겠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잘 하시고 있다’ 수준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런 입장으로는 약자의 억울함을 들어 줄 수는 없다. 강자는 가지고 있는 돈과 능력으로 자신의 입장을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으니까. 애매모호한 사람이 미래 지도자로 뜨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면적 일몰제’나 ‘시공사 매몰비용 부담’, ‘불통정권 박근혜 규탄’ 등 두 가지 시대정신을 담은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이건 ‘5.16 세대’가 아닌 지금 우리 세대의 문제다.
이동현 청년칼럼니스트

2012년 7월 7일 토요일

박원순 “뉴타운 MB도 책임지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6일자 기사 '박원순 “뉴타운 MB도 책임지라”'를 퍼왔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3일 서울시청 별관 다산플라자 시장 집무실에서 비서진이 배석한 가운데 뉴타운 출구전략과 그 대안으로 제시한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원순씨의 뉴 뉴타운
박원순 서울시장, 도시를 말하다

“해제·매몰 50% 국고 부담” 법제화 시동
‘아수라장 서울’ 만든 MB도 책임을 져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지역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처리를 위해 국회에관련 법안의 개정을 압박하는 등 본격적인 뉴타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뉴타운을 시작해서 광범위하게 커진 만큼 임기 중에 (이 대통령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와의 인터뷰에서 “(뉴타운 건설) 추진위 단계에 있는 곳은 서울시가 (매몰비용을) 지원해서라도 해제를 도와준다는 원칙이지만, 조합 결성까지 이뤄진 곳에선 (뉴타운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이 상당히 크다”며 “국회 동의를 얻어서 중앙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했지만, (과거 뉴타운 바람을 부추기며 당선됐던) ‘뉴타운돌이’ 등 국회의원들과 중앙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게 이유다.  박 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지난 2~6월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여야 국회의원 등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오영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체돼 있는 정비사업의 중단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비용의 5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주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매몰비용 일부를 국고로 분담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오 의원실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은 “서울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여야가 어디 따로 있겠느냐”며 “이 문제를 꼭 해결하기 위해 도정법 등이 온전한 법률이 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매몰비용은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이나 추진위가 시공사로부터 빌려 쓴 돈으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시장이 지난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는 매몰비용 처리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전을 벌여왔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국고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한편, 박 시장은 최근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을 관람하고, 서울 전역 뉴타운·재개발 사업구역의 강제철거 일정과 세입자들의 이주 협의 상황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지시했다.‘더 좋은 집 짓자’ ‘더 큰 집 살자’ 구호 끝내야 서울 마포구 성산동·서교동·망원동 일대에 ‘성미산 마을’이란 곳이 있습니다. 1994년부터 이웃끼리 힘을 합쳐 공동육아·공동교육·공동생활을 하며 오손도손 살고 있는 이색적인 마을이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을 건설한다며 아수라장이 됐던 서울 시내 곳곳에 이런 마을 공동체를 만들자고 합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아파트가 대세인 시대는 가고, 집이 비로소 집다워지는 그런 시대를 만든다는 겁니다. 지금 당신은 그런 시대를 살 준비가 되셨나요?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됐고 추진한 대부분의 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점심시간 소규모 음식점 앞 주차단속 완화 그리고 돌고래 제돌이 방사 등을 결정한 박원순 서울시장 얘기다. 하지만 취임 10개월째, 박 시장에게도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 다가온다. 전임 시장들이 추진했던 ‘뉴타운·재개발’ 문제 정리가 그 첫째 과제다. 시장선거 당시 약속했던 공공주택 8만호 건설도 풀어야 한다. “아수라장이 된 서울”을 정상 도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 측면에서 두 가지 과제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걸까. 지난 3일, 서울시청 별관 다산플라자 시장 집무실에서 박 시장을 만나 그동안 제기된 비판을 중심으로 들어봤다.

1300곳 뉴타운 출구전략, 너무나 엄중하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뉴타운·재개발 문제는 이해가 얽혀 있어 참 풀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박원순 시장(이하 박) “기본적으로 너무나 엄중한 문제예요. 1300곳에 뉴타운과 재개발 지구 지정이 됐더라고요. 말하자면 서울시가 한꺼번에 아수라장이 된 거죠. 만약 이렇게 (출구전략 발표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는 이거(출구전략 발표) 하나만으로도 서울시장 당선된 보람이 있어요. 수없이 많은 회의와 전문가들의 견해, 시민들과의 교감을 통해 출구전략을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뉴타운 해제 여부를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 게, 시간 끌기란 말도 나옵니다.박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일부 지역은 사실상 해제 조처를 밟고,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등 진척된 게 많이 있어요. 행정이라는 게 법률적 근거로 해야 하잖아요.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미 지난 4월에 (뉴타운 지구 해제 기준 등을 담은) 조례를 입법예고했고, 이달 중 공고가 될 거예요. 현행 도정법 자체가 충분치 않아서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향해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매몰비용과 관련해선, 서울시가 지원해서라도 꼭 (뉴타운 지구를) 해제하겠다는 곳은 도와준다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다 부담하기엔 비용이 많기 때문에 중앙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2002년 뉴타운을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은 ‘강남북 균형발전’이란 취지에 호응했어요. 그렇다면 뉴타운 출구전략을 써야 하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박 “강북 사람들을 위해서 뉴타운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막상 강북의 (원주민) 대다수가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거나 굉장히 열악한 환경으로 더 쫓겨났습니다. 쪽방이나 고시원 같은 굉장히 비인간적인 준주거에 사는 사람만 서울 시내에 40만명으로 추산돼요. 이 시대 도시 개발의 화두는 집이 투기나 소유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사는 곳, 살 ‘매’(買) 자가 아니라 살 ‘주’(住) 자로 바뀌고 있어요. 제가 특별한 비전을 가진 게 아니라 이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장으로 선출된 것이거든요.”뉴타운은 주로 강북 쪽에 몰려 있습니다. 뉴타운이 해제되면 강북의 주거상황이 더 나빠지고, 강남북 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박 “그런 생각조차 과거의 패러다임입니다. 쭉쭉 뻗은 아파트촌이 들어서야 가장 삶의 질이 높은 주거 단지가 됩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가장 열악했던 강남구 구룡마을도 새로운 공영개발 방식으로 하고, 노원구 백사마을은 일부는 원형을 살리면서 산지의 분위기에 맞게 개조하고, 주거단지의 인프라를 개선해 안전한 주택을 짓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은평구와 성북구 장수마을엔 각각 ‘두꺼비 하우징’ ‘동네 목수’라는 마을회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마을경제도 살리면서 관광지로 변할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얼마 전 봉천8동 강제철거를 중단시켜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일은 ‘착한 시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어요.박 “맞습니다. 우리나라 도시 재개발의 구조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고, 시민들의 편이 아니에요. 1960~70년대 (만들어진) 행정편의적이고, 투기꾼이나 기업 중심적으로 돼 있는 법률적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어요. 저는 뉴타운이나 재건축을 해선 안 된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이나 주택 수요를 넘어서서 투기나 재벌 건설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돼 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은 용납돼서 안 된다는 거죠. 제가 최선의 노력은 다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보면 시장이 손쓸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서울시장의 일이기보다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뉴타운으로 강북 원주민 대다수
열악한 지역으로 쫓겨나고
쪽방이나 고시원에 40만명 살아
이 시대 도시개발 화두는
살 ‘매’(買) 아닌 살 ‘주’(住)

‘제2의 파이시티’ 없도록 도시의 비전을

최근 아파트 재건축 심의에서 용적률 상향 등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맥락이 좀 다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문제까지 엮어 시장님이 개발 자체를 싫어하는 것 아니냐란 말도 나와요.박 “그러면 옛날처럼 그대로 갈까요? (노들섬) 거기에 6000억 쏟아붓고 계속 부채를 만들어서 우리 시민들이 부도 선언하게 할까요? ‘고층 건물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잖아요. 상암 디엠시(DMC)에 100몇층 짓겠다고 했다가 결국 못 짓겠다고 나자빠졌어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나 한강 전략지구 같은 사업들은 제가 하라 말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사업성 (악화) 때문에 좌초되는 상황이죠. 은평 뉴타운에 대형 평수 아파트 600채가 4년째 놀고 있어요. 이대로 계속 10년이 지나면 완전히 도시 슬럼이 되겠죠. 다 망하게 생겼는데, 그걸 보면서도 시장이 계속 지으라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은 적어도 10년 후, 2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고 행정을 하지 않으면 죄인이 됩니다.”집은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이왕이면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욕망도 갖고 있습니다.박 “그렇다면 집값이 끊임없이 올라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죠.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고, 그러면 수많은 사람에게 비극을 제공하게 되죠. 또 투기나 거품 현상이 사회를 지배하면 결국 돈 없는 사람은 계속 쫓겨날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공 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합니다. 홍콩에 가보니 공공 임대주택이 30% 정도 되더군요. 싱가포르는 70%나 되고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 5%도 채 안 됩니다. 제가 8만호를 짓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게 돼야 비로소 7% 정도가 됩니다.”뉴타운 재개발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공임대 물량을 채울 수 있겠냐는 말도 있습니다.박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 기여로 임대주택을 지어왔던 게 사실이라, 물량 확보하는 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변형된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서울시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든가, 국민주택의 평형을 좀 줄여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효과를 찾는다든가. 빈 땅이 많지도 않고 서울시의 재정적자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애초 약속대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게 제 의지고 열정입니다.”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때 추진됐던 ‘2030 도시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박 “2030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를 어떤 도시로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컨대 기업이나 주민이 50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 가부만 결정하거나 일부 수정만 해왔죠. 그러다 보니 도시계획위원회 같은 데 얼마나 많은 로비들이 들어왔나요. 파이시티가 대표적이잖아요. 도시계획의 엄밀한 관점에서 보면 (파이시티는) 거기 들어서면 안 되는 거거든요. 저는 서울시의 미래를 거의 예측 가능하게, (도시계획을)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도시계획자는 물론 인문학자와 경관전문가, 경제학자 등이 위원회 안에 다 들어와야 합니다. 제가 몇 개 바꾼다고 하면,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운다고 그러는데, 저는 웬만한 건 그냥 갑니다. 그렇지만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수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수정해야죠. (그걸) 안 하는 건 또다른 시대에 대한 반역이죠.”뉴타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얘기하셨습니다. 한데 서울시 공무원들도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던걸요.박 “너무 당연한 얘기죠. 통찰과 비전의 문제인데, 저는 이런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세상을,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가.’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우리가 ‘더 잘 먹자’ ‘더 좋은 집을 짓자’ ‘더 큰 집에 살자’ 이렇게 갈 수는 없어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나 큰 희생과 피해를 입고 있잖아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 소득 3만달러’를 이야기했지만, 지금 (소득 수준이 그렇게) 올라갔나요? 과거 성장중심주의로 가는 게 한계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대형 평수 아파트 600채가
은평 뉴타운에 4년째 놀아요
10년 지나면 도시슬럼이 되겠죠
다 망하게 생긴 거 알면서도
계속 지으라고 할 수 있나요?

5년 뒤 서울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

뉴타운이란 하드웨어적 개념을 마을공동체 등의 소프트웨어적 개념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박 “그래서 시민사회와 기업, 주민들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서울시 공무원들이 곡괭이 들고 가서 마을을 만들어주나요? 지금이 뭐 박정희·전두환 시대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 상태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공동육아도 하고 생협도 만드는 등 이미 유턴이 시작됐어요. 서울시나 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거예요. 더 큰 것은 비전을 함께하는 거죠. 시장이 맨날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어마어마하게 변하고 있죠. 보세요, 5년 지나면 서울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겁니다. 또 우리는 한다고 하면 금방이잖아요.”(웃음)어쨌든 이런 뉴타운 출구전략을 두고 정부와는 자꾸 엇박자가 나고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박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요, 뭘.(웃음) 현장을 뛰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부닥치는 한계나 문제를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가능하면 자치권이 확대돼야 그 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금 뭐든 다 쥐고 있으려고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문제없는 건 아니죠. 누가 차기 정부를 이끌게 될지 몰라도, 그 정부가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많은 걸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대선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박 “오해가 있을까봐 일체 안 만나고 있습니다.(웃음) 본인이 실존적 결단을 하겠죠.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데….”서울시의 중요한 정책 등을 놓고 가까운 대선 후보와 정책적 연대를 맺으면 좋지 않나요?박 “그런데 제가 어느 한쪽에 올인하거나 그럴 수 있나요.(웃음) 저와 비전이나 콘셉트가 비슷한 분이 되면 좋지만 누가 되더라도 서울시는 협력하고 함께 가야죠. 제가 서울시장이니까 유세를 할 수도 없고….(웃음) 서울시장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그분들을 돕는 길일 겁니다.”

서울은 주택 10채 중 5채(47.5%)가 아파트인, 그야말로 ‘아파트 천국’이다. 또한 10명 중 3명(32.9%)이 2년마다 전세 재계약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도시. 시민 절반(52.6%)이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이 중 67.3%가 주택 임차·구입에 따른 비용이다. 서울 하늘 아래 내 아파트 하나 마련하고 싶다는 욕망이 표심으로 부풀어지면서, 지난 10년 동안 뉴타운(1300곳) 바람이 거셌고, 서울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도시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1일자 기사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을 퍼왔습니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②] 뉴타운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 처음 시작됐다. 뉴타운 사업, 즉 도시재정비사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재개발 문제 갈등은 주로 철거세입자와 재개발 조합 간 임대주택 및 보상금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 이후 분쟁 양상은 달라졌다. 건실한 주택이 재정비촉진 지구로 지정되면서 지가가 올랐고, 투기 세력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높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했다.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을 내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조합원들은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며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여전히 뉴타운의 사업성을 믿는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월, 뉴타운 해법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타운 진행상황에 따라 맞춤형 해법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타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뉴타운 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본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① "뉴타운이 로또? 지붕에서 비 새도 수리도 못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타운사업(재정비 촉진사업)이다. 각종 소송과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난 지역에서조차 여러 문제로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2002년부터 지정된 뉴타운지구는 총 35개, 245구역으로 면적은 27㎢이다. 서울시 면적의 4.46%를 차지하는 방대한 크기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강북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강남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을 조성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공공의 기반시설투자를 전제로 공공에서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민간 주도로 개별 구역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는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군소단위로 진행되던 재개발을 하나의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뉴타운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나의 뉴타운지구 안에 여러 정비 구역이 존재한다. 뉴타운지구라는 것은 여러 정비 구역을 묶은 일종의 정비 구역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1년 3월 기준으로 총 35개 지구 241개 사업 구역 중 착공에 들어갔거나 준공된 구역은 단 32개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구역의 87%는 아직 삽질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7년~2010년 3월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재정비사업 관련 소송건수는 212건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2009년에 발생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 성동, 성북, 서대문구 등 재정비사업이 많은 자치구에서 43.3%로 가장 많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단계별로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과 관련한 소송이 134건으로 63%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신길뉴타운지구. ⓒ프레시안(허환주)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 뉴타운

재정비사업의 갈등은 상당부분 정보부족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뉴타운사업 동의서를 작성한다. 뉴타운 계획수립 후 주민공람과 공청회가 개최되지만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설명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겉치레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 이유는 주민이 정보를 알지 못하면 못 할수록 사업 진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뉴타운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 등을 담보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수익형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분양수익이다. 이것이 많이 남아야 지역 주민의 부담금이 줄어든다.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분양수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아파트로 들어갈 때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액이 증가하는 것.

문제는 이런 부담금을 정비업체에서는 지역 주민, 즉 조합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데 있다. 부담금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09년 발표한 '묻지마식 재개발사업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모든 구역의 재개발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분담내역 제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명 '부실동의서'로 조합이 설립됐다. 또한 백지동의서에 주민의 인감이 찍혀 있는 것도 확인됐다. 백지동의서에 주민이 동의했다는 건 사업내역을 주민이 알지 못한 채 동의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합원들은 나중에야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개별감정평가액은 관리처분단계에나 가서 알게 된다. 이는 이후 소송과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된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시 개관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감정평가를 통해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집 평가액과 추가부담금 금액을 통보해줘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재개발조합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낮은 주택재개발 사업구역일수록 개별감정가가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클수록 뉴타운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재개발 조합은 이를 최대한 숨기고 있다가 관리처분 총회 자리에서 통지 후 일사천리로 총회를 진행, 결의한다.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면 사실상 뉴타운사업 절차는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총회를 열 때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 신길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 ⓒ프레시안(허환주)

고작 17%만 재정착하는 원주민들

과도한 추가부담금도 문제다. 왕십리, 아현동 등 상대적으로 도심과 역세권에 가까운 지역의 뉴타운지구도 주민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 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리적 여건으로 고분양가를 확보할 수 없는 신림, 신길, 상계 등과 같은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추가부담금으로 아예 뉴타운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실련이 재개발사업을 분석한 결과, 23개 지구 평균 아파트 분양가인 평당 954만 원을 적용할 때 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최소 비용은 1억5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땅을 내주고도 이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담금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내야 하는 이유에는 뉴타운지구 선정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게 하나의 원인이다. 시행사는 오른 집값 보상금만큼 그 비용을 아파트분양권 인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주민의 추가부담금이 오르는 이유다.

신길2구역 주민 박정금(가명ㆍ68)씨는 "뉴타운 지구 선정 발표 전에는 한 평에 400~500만 원 하던 반지하 집이 지금은 한 평에 2000만 원을 넘어 간다"며 "결국 외부에서 들어온 투기꾼들만 여기서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담금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루는 뉴타운지역의 영세집주인들의 경우,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이들은 부담금을 낼 수 없어 분양권을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 있기에 그걸 제외하면 서울 외곽에 집을 구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경기면 분양권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지도 못한다. 그나마융자를 받지 않고 집을 구하면 다행이다.

이에 뉴타운지구 내 원주민들의 재정착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2007년 자료를 보면 뉴타운 재정착률은 17.1%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에 좌우되는 뉴타운?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은 원래 주민들이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업이었을까.

뉴타운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자연히 그 지역 집값은 오르게 되고 그 오른 집값, 즉 개발이익으로 큰 비용부담 없이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켜 진행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면서 이러한 유혹은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조차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또라고 추앙받던 뉴타운사업은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렸다. 뉴타운사업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엄청난 부담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마다 뉴타운사업 취소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단순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뉴타운의 문제는 부동산 경기의 호ㆍ불황 때문이 아니라 애초 민간의 수익성 위주 프로그램으로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을 개발하려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국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욕망했던 사람들이 평범한 거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던 것"이라며 "이명박과 오세훈 전 시장은 되지도 않는 사업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사람들도 그런 움직임에 동조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이제야 많은 사람이 뉴타운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제는 시급히 뉴타운사업 탈출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환주 기자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원주민 쫓아내는 뉴타운은 안된다”


이글은 시사인 2011-12-07일자 기사 '“원주민 쫓아내는 뉴타운은 안된다”'를 퍼왔습니다.
김수현 희망서울정책자문위 위원장에게 서울시가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주민 쫓아내고 마을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뉴타운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교수(50·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20대에는 고인이 된 제정구 전 의원과 함께 판자촌 철거 반대 운동을 했다. 30대에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활동했고, 40대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부동산 정책과 사회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했다. 환경부 차관도 지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한명숙 캠프와 지난 10·26 보궐선거 때 박원순 캠프에서 각각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농담 삼아 직업이 ‘본부장’이라고 말할 정도. 현안에 밝다. 

지난 11월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빈민운동, NGO,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를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자문위원회는 정책 전문가 33명, 시민사회 대표 14명,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7명 등 7개 분과 54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되었다. 내년 1월까지 2개월 동안 한시 운영된다. ‘박원순호’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조언을 하고, 그 결과물이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전 인수위원회를 연상하면 된다. 총괄 업무를 담당하게 된 김수현 자문위원장을 만나 뉴타운,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서울시가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물었다.


‘박원순호’ 서울의 자문을 맡은 김수현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맡아 부동산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두 차례 서울시장 선거(2010년, 2011년)에서 정책과 공약을 담당했다.
이번에 나경원 후보의 공약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명숙 후보의 공약을 많이 베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복지와 교육, 사람 중심의 정책 등 지난 선거 이슈로 정리가 되었어야 할 부분을 오세훈 전 시장이 거부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개발주의적 성과주의에 집착했다.  
김현옥 전 시장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 전공이 도시계획이다. 역대 시장에게는 각각의 시대적 정신과 과제가 있었다. 그걸 잘한 시장은 당대에 욕을 먹었건 아니건 훌륭한 시장이다. 김현옥 시장은 박정희 시대의 사람이다. 재임 시절에 세운상가를 만들고, 남산터널을 뚫었다. 청계고가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는 서울의 인구가 매년 7~10%씩 늘어나고 있었다. 고속 성장을 해야 하는 서울의 시대적 과제에 맞게 행동한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개발주의 시대의 끝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잘나가니까 너무 흥분해버렸다. 1971년에 광주대단지(현재의 성남시)를 만들어 판자촌 사람을 집단 이주시키려 한 일이 있다. 그때 옮기려는 인구가 서울 인구의 10%였다. 이명박 전 시장이 뉴타운을 만들 때 거기 사는 인구가 10%였다. 서울 인구의 10%가 사는 곳을 4년 만에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었던 셈이다. 그 후유증이 지금 (뉴타운 몸살로)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먼저 전임자가 잘한 것은 계승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모조리 지우기’ ‘보복식 행정’은 정말 퇴행적인 행정 문화다. 특히 마을과 복지가 중요하다. 이전에는 마을을 해체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여겼다. 뉴타운을 만들 때도 마을 커뮤니티를 말하면 우습다는 식이었다. 뉴타운 사업이 잘되려면 원거주민이 많이 떠나야 한다고 보았고, 원거주민이 10%가량 재입주하는 데 그쳐도 성공이라고 받아들였다. 이제 그런 커뮤니티 파괴형 개발은 불가능하다. 복지도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양극화 문제로 서울에 위기 계층이 갈수록 늘어난다. 서울다운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에 왔다. ‘돈이 남으면 복지 하자’고 하면 평생 못한다. 박원순 시장은 복지가 투자라고 말한다. 복지는 일종의 투자이고, 경쟁력이다. 

남은 임기가 2년8개월이고, 조정할 수 있는 예산도 많지 않을 텐데.
서울시 1년 예산이 20조원이라고 하지만 시장이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은 1조원 정도다. 많은 단체장이 도로 놓고 건물 짓고 하는 하드웨어적 정책에 왜 집착하느냐면 빨리 표가 나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개척하는 건 어렵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시장에 대한 평가 잣대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역대 시장에 대한 평가 방식이라면 박 시장이 좋게 평가받을 방법이 없다. 박 시장이 경전철을 뚫겠는가, 한강에 배를 띄우겠는가? 박원순 시장의 현장 행보가 평가 잣대를 바꾸게 하리라고 믿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고유 임무는 주민의 복리이다. 복지와 생활 형편을 챙기는 것. 박 시장의 공약이 상당 부분 서민 생계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져 있다. 


11월14일 자문위 출범식에서 박원순 시장(왼쪽)과 대화하는 김수현 위원장.

어느 토론회에서 박원순 시장이 수습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한 건가?
뉴타운과 부채 문제다. 이명박 전 시장 당시에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사는 넓은 구역에서 급하게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것부터가 파국을 잉태하고 있었다. 정치권도 거품에 대한 기대에 빠져 있을 시기였다. 그 당시에는 그게 시민들의 요구처럼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2008년 총선은 ‘욕망의 정치’ ‘개발 정치’라고 하지 않았나. 뉴타운 사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뉴타운 사업이 성립하려면 집값이 끝없이 올라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빠져버렸다. 뉴타운 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구청장들이 인가를 막 내주었는데, 그 구청장이 싹 바뀌었다. 자문위원회는 중장기 계획을 다루기 때문에 뉴타운 문제는 자문위 논의를 넘어선다(김수현 자문위원장은 “뉴타운 문제는 별도로 행정 내부에서 다룰 것이고, 현재로서는 부동산 시장에 ‘시그널(신호)’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며 이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지역별 사정을 파악하고 주민의 요구와 특성을 감안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수습 내지는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부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서울시 부채가 25.5조원이다. 임기 내 7조원을 감축하는 게 박 시장 공약이다. 이명박 시장 말기부터 오세훈 시장 때 부채가 대폭 늘어났다. SH공사의 부채가 18조원으로 가장 많다. 부채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을 짓거나 지하철을 건설하다 생긴 부채라면 차기 시장, 차차기 시장 때 등으로 세대별 분담을 해야 한다. 부채 성격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여의도에 무역항을 만들고 5000t짜리 크루즈를 띄워 중국 칭다오와 일본을 가겠다는 계획인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지금 한강에 떠 있는 유람선이 300t짜리다. 한강은 계절에 따라 물의 수위 차가 크다. 그게 외국 도시를 흐르는 강과 큰 차이다. 5000t급 대형 배를 띄우려면 수심 6m가량을 파야 한다. 그게 운하다. 그렇게 되면 다 뒤집어야 한다. 또 바다에 뜨는 배는 밑이 뾰족하고, 강을 다니는 배는 바닥이 평평하다. 기술적으로 강과 바다를 둘 다 다니는 배가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감사원에서도 경인운하에 배를 띄우지 말라고 했던 거다. 이것 말고도 한강과 관련한 몇 가지 사업이 있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