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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박원순 시장 무상보육 책임져라? 보건복지부 적반하장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5-31일자 기사 '박원순 시장 무상보육 책임져라?  보건복지부 적반하장'을 퍼왔습니다.
[Weekly Punch]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마찰

무상보육을 찰떡같이 약속한 새 대통령을 뽑고도 무상보육 대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서울시가 6월이면 양육수당이 바닥난다고 정부 지원을 요청하자,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도리어 서울시를 탓했다.
지난해에도 무상보육 재정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가 끝 모를 대립을 이어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무상보육 폐기안을 내밀었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때마침 대선 후보들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하면서 재정문제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겨졌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발의한 제1호 법안이 무상보육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집행해야할 정부부처가 지방정부의 책임을 되묻고 있어 적반하장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서울시 ‘겨냥’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서울시의 예산편성을 문제 삼았다. 올해 영유아 무상보육이 전면화 되었음에도 서울시가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 예산을 작년과 동일하게 편성해 무상보육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9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무상보육 추가부담이 없도록 한 약속에 따른 조치라며 반박했다.
현재 무상보육 재정 부담은 서울시만의 고민은 아니다. 4월 중순 현재까지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을 전액 편성한 지자체는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에 불과하다(보건복지부, “2013년도 영유아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방비 편성 현황”, 2012.5.22). 빠르면 6월에 이어 하반기까지 전국적으로 무상보육 대란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의 재정 부담은 더 큰 편이다. 서울시의 무상보육 재정 총 1조 656억원 중 7583억원이 서울시의 몫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보육예산과 비교해 3711억원이 늘어난 비용으로, 국비 증가액 1471억원보다 2.5배 이상이다(서울시, "무상보육 관련 서울시 설명자료“, 2013.5.23).
기획재정부는 한술 더 떠 지방정부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라고 주문한다( “기재부, 지자체에 보육료 추가 지원 어렵다”. 2013.5.27). 중앙정부의 세출과 비교해 지자체의 SOC(지역 개발 등)나 축제 등 문화분야 지출이 높은 건 맞다. 그러나 영유아보육 등과 같이 지자체의 매칭부담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산해보면 사회복지비 시도별 비중은 전국 평균 20.5%로 높다. 광역 지자체의 사회복지비 부담은 25.2%이며, 전국 자치구 부담은 평균 44%로 실제 집행이 어려워지고 있다(정창수, “무상보육예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원석 의원실 긴급토론회, 2012.7.11).



‘네 탓’ 끝내고 박 대통령 공약 집행해야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상보육과 같은 국가사업이 재정력이 제각각인 전국 지자체에 시행되려면 국가 부담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유아사업 국비 비율을 지방 70%, 서울 40%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이 안은 2013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려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와 ‘네 탓’ 공방만 반복해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이 때 무책임한 ‘정부’에서 벗어나려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최우선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최정은 / 새사연 연구원
아동, 여성, 노인 등 가족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TV가 ‘성형’ 조장… IPTV ‘성형외과’ 불법 광고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4일자 기사 'TV가 ‘성형’ 조장… IPTV ‘성형외과’ 불법 광고 논란'을 퍼왔습니다.
보건복지부 자의적 해석 허가… 미래창조부는 광고사실도 잘 몰라 “의료광고는 못한다”
현행법상 지상파·라디오·DMB 등에서 금지되고 있는 의료광고가 규제의 공백을 틈타 IPTV(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관련 규정이 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한편, 자의적인 해석을 내려 그동안 ‘불법’을 사실상 방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KT의 ‘올레tv’나 SK브로드밴드의 ‘B TV’, LG유플러스의 ‘U+TV’ 등 IPTV에서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경우, 시청자들은 일정 시간 동안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성형외과 광고 등 의료광고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료법(제56조4항)에 따르면, 의료광고는 지상파·라디오·DMB 방송 등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간행물, 옥외광고물, 인터넷신문 등에는 의료광고를 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제57조)
이치열 기자 truth710@


IPTV의 경우 의료광고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의료법은 ‘방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방송(지상파·라디오·DMB 방송 등)에서 의료광고를 금지한다고 했을 뿐, IPTV와 관련법(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IPTV에서의 의료광고는 ‘불법’에 해당한다. 의료법(제57조)을 보면, 심의를 거친 후 의료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매체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에 따른 신문·인터넷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정기간행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옥외광고물 중 현수막, 벽보, 전단 및 교통시설·교통수단에 포함되는 것 △전광판 △대통령령(의료법시행령)으로 정하는 인터넷 매체 등이다. IPTV는 이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IPTV에 의료광고를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이를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 관계자는 24일 “보건복지부에서의료법 시행령 제24조1항3호에 (IPTV가) 해당한다고 확인을 해줘서 그대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IPTV가) 인터넷TV 속에 포함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재 IP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의료광고들은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필’ 표기를 하고 있다. 심의위 관계자는 “심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질의가 와서 심의대상 매체(의료광고 허용 매체)에 해당한다고 논의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의료법 시행령 제24조1항3호는 “「방송법」 제2조제3호에 따른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을 주된 서비스로 하여 ‘방송’, ‘TV’ 또는 ‘라디오’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하는 인터넷 매체”에 방송할 목적의 의료광고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매체는 이미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것처럼 ‘KBS 콩’, ‘MBC 미니’, ‘SBS 고릴라’, ‘CBS 인터넷 레인보우’ 등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IPTV가 (의료광고가 금지되는) 방송법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 부분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이기 때문에 확인을 해봤더니 법이 따로 있어서 방송법에는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면서도 “IPTV는 인터넷으로 하는 거니까 인터넷TV 속에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IPTV에서) 의료광고를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송에선 안 되니까 IPTV도 방송이라는 범주에서 보면 그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IPTV법에서는 대부분 방송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금지된다고) 해석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IPTV는 미래창조과학부 업무 소관”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병원 홍보 대행업체들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부에서 그런 사례가 있는 것 같다”며 “명확한 규제 방안이 마련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로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료광고가 의료 상업화를 조장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한국은 이미 의료가 상업화 되고 과잉진료나 과잉 검진 때문에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OECD국가 중 1위인 나라인데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의료광고 노출 범위를 확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시민이 죽든 말든 환경부는 '환경'만 지키면 된다고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2일자 기사 '시민이 죽든 말든 환경부는 '환경'만 지키면 된다고요?'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부처 이기주의' 타파 vs. 대통령 비웃는 환경부


1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든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가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피해자와 유족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와 환경·보건 단체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CMIT/MIT,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등의 화학 물질을 지목했다. 다수의 독성 물질의 위험을 연구하는 전문가도 이런 시각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중 CMIT/MIT의 독성을 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미 2012년 9월에 CMIT/MIT의 독성을 확인하고 있었으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수차례 "부처 이기주의 타파"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놓고 환경부가 대통령의 의지를 비웃고 있는 것.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총리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 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외면한 환경부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PHMG, PGH를 지목했다. 이 때문에 CMIT/MIT가 포함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을 사용한 이들은 자신의 피해를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런데 뒤늦게 환경부가 지난해 9월 CMIT/MIT를 유독물로 지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PHMG는 물론이고 CMIT/MIT도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구·피부·흡입·어류 독성 실험에서 모두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CMIT/MIT의 흡입 독성은 1리터당 0.33밀리그램이다. 공기 1리터당 0.33밀리그램의 물질이 들어 있을 때 실험동물의 절반이 죽는다는 것. 흡입 독성이 1리터당 1밀리그램 이하일 때 유독 물질로 지정된다.

환경부가 밝힌 이런 결과는 학계에서는 공공연한 상식이다. CMIT/MIT의 유독성은 학계에서 수차례 보고되어, 이미 지난 1999년 MIT의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를 통해서 공지되었다. 환경부가 CMIT/MIT를 2012년 9월에야 유독 물질로 지정한 것은 늦어도 한창 늦은 대응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8월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물질"이라는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까지 염두에 두면, 환경부의 대응은 더욱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약 1년이 지나서야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물질 중 하나인 CMIT/MIT와 PHMG를 유독 물질로 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할 만큼 했다"?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표하지 않은 것도 의아한 일이다. 지난 2011년 11월 11일 보건복지부는 1차 동물 실험 결과를 중간 발표하며 PHMG와 PGH 성분에서만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 2월 2일에는 "PHMG와 PGH의 독성은 확인했으나 CMIT/MIT 성분의 독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최종 결과를 내놨다.

이렇게 보건복지부가 CMIT/MIT에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환경부가 CMIT/MIT의 독성을 확인하며 그런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환경부의 CMIT/MIT의 유독 물질 지정은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정확히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다. 당연히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이 시기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피해 사례 357건을 모아서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인 때였다. 또 지난해 10월 환경부 국정 감사에서 당시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환경부 산하) 환경보건위원회에 올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고, 실제로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지도 심의했었다.

이렇게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환경부조차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그 피해의 원인을 밝힐 핵심 정보를 알고만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2월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나서 여전히 '나 몰라' 하는 자세로 방관하는 중이다.

심지어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2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보호할지는 '제품 안전 기본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소관이 아니"라며 "환경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모두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 철학 중 하나인 국민 '안전'과 곧바로 직결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놓고서 환경부가 보인 태도를 보면 대통령이 "부처 이기주의 타파" 목소리를 왜 높이는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너와 나의 일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공공병원 연쇄 살인을 멈추어라


이글은 레디앙 2013-04-11일자 기사 '공공병원 연쇄 살인을 멈추어라'를 퍼왔습니다.

주류업계와 보건복지부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운영 정상화하라!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이 뜨겁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적자가 계속되는 진주의료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다수 시민들은 적자가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공공병원의 가치가 수익성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가 돈 안 들이고 도청을 짓기 위해 적자를 과장했다거나, 진주의료원 이전을 결정한 경상남도청에 적자의 책임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은 둘째로 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공공병원의 역할과 그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공병원 적자=폐업’이라는 논리가 정당화된다면 10%에 불과한 공공병원들이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매년 7,000억 원 영업이익 보며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나

‘공공병원 적자=폐업’논리로 공격을 받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The Korea Alcohol Research Foundation, KARF, 카프)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주류업계가 매년 50억 원을 출연하여 음주 문제에 대한 예방 사업과 연구 사업을 실시하고, 알코올 의존 환자를 치료하는 카프병원과 재활을 돕는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공익 재단이다.

카프병원의 모습


그런데 2010년부터 주류업계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치료와 재활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출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을 없애려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직원들 월급 지급이 중단되었고, 2월에 여성병동이 폐쇄되었으며, 남성병동도 곧 문을 닫는다.
사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1997년 주류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입법 발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가 소비자보호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재단이다.
그러나 곧 재단 출연금이 아까워진 주류업계는 출연금을 전용하거나 재단을 해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첫 해 기금은 100억 원이었으나 1998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연간 50억 원으로 축소했다
주류업계는 재단 이사진들을 국세청 퇴직 관료들로 채웠다. 국세청은 주정업체 면허권과 생산량 결정 등 주류산업에 대해 폭넓은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11년 9월 기준 주류업계 인사 중 국세청 퇴직관료만 19명이다. 2006년에는 국세청 퇴직관료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출연금을 전용해서 주류연구원을 설립하고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는 출연금을 미지급하려다 노조에 의해 저지되었다. 국세청 퇴직 관료인 역대 이사장들은 재단 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을 포기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2010년에는 주류업계가 재단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출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출연금을 35억 원으로 줄였고, 2011년부터는 아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알코올 장애 유병률은 전체 국민의 4.3%, 음주 관련 사망자 수가 연 5000명에 달한다. 이는 개개인과 그 가정에도 불행한 일이거니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 음주와 관련된 질병 및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의료비 및 사회경제적 손실은 20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알코올 소비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주세율은 오히려 감소해왔고, TV나 길거리에서 청소년들도 쉽게 유명 연예인의 알코올 광고를 접할 수 있으며, 알코올 판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한은 전혀 없다. 알코올 판매 연령 제한과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유일한 알코올 소비 통제 수단인 셈이다. 국가의 알코올 소비 규제와 관련한 정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주류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데 반해 주류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0~20%에 달한다. 주류업계의 매출액이 7조 원 규모이니 영업이익은 7,000억 원 이상인 셈이다.
이렇게 음주 문제가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동안 매년 7,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챙겨 온 주류 업체들이 부담하는 사회적 책임은 고작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매년 5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것이 전부다. 이조차도 3년째 출연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공익적 역할을 하는 알코올 전문 병원은 위기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공익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열심히 해왔다.
알코올 장애 환자 중 8.6%만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 전국 40여개의 알코올 상담센터가 자리 잡도록 역할을 하였으며, 국내 유일의 100% 자의 입원 알코올 전문 병원을 운영하며 비자의적 입원 치료가 대부분인 국내에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의 의식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 알코올 의존 환자가 병원치료 후 치료 연속선상에서 사회적응 및 직업재활까지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치료 모델을 구현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카프병원의 치료 효과가 다른 병원에 비해 크다는 소문이 나자 병동은 빈자리가 없게 되었다. 입원하지 못한 환자들은 음주 충동이 일었을 때 빨리 병원에 오기 위해 주변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입원비도 다른 병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주류업계의 출연금으로 병원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역할을 한 병원에 대해 주류업계는 수익성을 이유로 문을 닫으라고 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지원하는 공익병원에 적자나 효율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물며 출연금 지급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알코올 의존 환자를 치료하는데 출연금을 사용하는 것은 주류업계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매우 합당함에도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재단을 해체하고 출연금을 전용하여 국세청 퇴직관료들을 위한 다른 법인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홍준표가 진주의료원 부지에 흑심을 품고 적자 운운하며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려는 상황과 꼭 닮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태도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공익재단으로 그 주무관청이 보건복지부이다. 보건복지부는 공익재단이 목적사업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으나 재단 정상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주류업계 인사들로 이뤄진 특수관계이사 정원을 초과한 2인에 대해 시정지시를 해놓고도 시정조치가 없는 상태를 묵인하고 있다.
또한 이사장 부재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사장 직무대행의 승인을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재단 운영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공공병원 가치는 수익성이 아니라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공공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윤을 내는 것에 치중하는 민간병원과 달리 정직하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그나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인 것이다.
실제 통계를 보아도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장기입원환자의 비율이 높다.
‘의료’라는 공공재는 빈부에 관계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적으로 제공되어야 마땅하나 한국은 의료공급체계가 기형적으로 발달하여 의료서비스가 민간병원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 속에서 몇몇 공공병원들이 갈 곳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은 수익성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보장과 증진을 위한 사회적 필요에 잘 부응했는지 평가되어야 한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알코올 의존 환자를 위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류업계 자본은 병원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공병원을 더 확대하여 정직한 치료를 일반화시키고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적자 따위를 이유로 공공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유일한 공익재단 알코올 전문 병원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류업계는 당장 출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2012년 4월 27일 금요일

MB, '미국과의 약속'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 깼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7일자 기사 'MB, '미국과의 약속'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 깼다'를 퍼왔습니다.
한국 정부 "수입 안 하겠다"고 하자, 미국 측 "수용하기 어렵다" 통보

미국산 쇠고기 파동 촛불 시위가 한창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합동공고문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낸 것을 두고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는 2008년 5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총리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 반박은 자제해주길 요청했다.

이러한 최 공사의 요청에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다"며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한 총리의 담화문은 수용하면서 농림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즉각 중단한다'와 '중단할 수 있다'의 표현의 차이였다.

2008년 5월,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연일 촛불 집회가 도심에서 열리자 8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림부와 복지부도 이날 주요 일간지에 광우병 발견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합동공고문을 광고로 냈다.

'수입 중단하겠다' 약속 뒤, '수입 중단 할 수 있다'로 교묘히 바꿔

두 나라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고 5월19일 서한을 교환할 때도 커틀러 대표보는 최 공사를 불러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 조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쪽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6월 보도자료를 내어 "광우병이 추가확인 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처 한다"고 명시했다. 그 뒤, 정부는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당초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을 중단한다'에서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정부 재량권을 넣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약속'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허환주 기자

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김근태의 마지막 말 "2012년을 점령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30일자 기사 '김근태의 마지막 말 "2012년을 점령하라"'를 퍼왔습니다.
'세계의 양심수' 김근태, 하늘로 가다

"아름다운 꼴찌로 기억해 달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광주 경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로의 개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며 남긴 말이다. 그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지금은 죽는다"고도 했다. 두 마디는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드라마틱한 말이었다. '6.3 세대'로 386 운동권 '대부'로 불렸던 김근태, 그는 현실정치에서 만년 비주류였다. '비주류의 정점'이라는 게 있다면 그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47년 2월 14일 경기도 부천에서 출생한 김근태는 중학교 3학년 때 5.16쿠데타를 목격했다. 강제로 교직을 그만두게 된 그의 아버지는 충격을 받았고 곧 심장판막증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어머님은 동대문 시장에서 여자 스타킹과 양말을 받아다 팔아 김근태를 키웠다.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1965년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71년 박정희 정권 부정선거 파동 반대 활동, 교련 데모에 적극 참여했고, 서울대 내란 음모 사건으로 수배를 당하게 된다. 당시 친구였던 조영래, 장기표, 심재권은 감옥에 들어갔다. 이후 74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또 다시 수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렇게 도망하기를 7년, 박정희 정권이 무너졌다.


▲ 학창 시절의 김근태 ⓒ김근태 미니홈피
▲ 민청련 시절 김근태(오른 쪽은 장영달 전 의원)) ⓒ김근태 미니홈피

김근태는 새로 들어선 전두환 군부 독재에 맞서 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결성했고초대, 2대 의장을 지냈다. 후배들인 386세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력의 기획자이자 동지로 살았다. 그러나 민청련 활동으로 인해 그는 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갔다. '이 전무'로 통하는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전기와 물이 그의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후 그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남은 생을 살아야 했다.

이 사건에 관한 진술은 이미자의 '노래 테입' 중간에 녹음된 채로 미국 인권단체에 건네졌다. 이후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의 양심수'라는 수식이 김근태 이름 앞에 붙었다. 87년 로버트 케네디 국제 인권상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그를 가두고 고문했던 국가보안법은 21세기 하고도 11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살아있다.

그는 자신의 책 에서 '인간도살장' 안에 있던 느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문을 할 때는 온 몸을 발가벗기고 눈을 가렸습니다. 그 다음에 고문대에 뉘면서 몸을 다섯 군데를 묶었습니다...머리와 가슴, 사타구니에는 전기 고문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발에는 전원을 연결시켰습니다. 처음엔 약하고 짧게, 점차 강하고 길게, 강약을 번갈아 가면서 전기 고문이 진행되는 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때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노래를 뇌까리면서 과연 이것을 지켜내기 위한 인간적인 결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절감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했으며 이런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절망에 몸서리쳤습니다."


▲ '세계의 양심수' 김근태는 인권상 수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김근태 미니홈피

87년 6월 항쟁을 감옥에서 맞은 그는 88년이 돼서야 석방됐다. 세상은 변했지만 '천지개벽'은 없었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결성을 주도하고 정책기획실장, 집행위원장을 지냈지만 시대는 그를 또 다시 구속했다.

노태우 정권이 끝난 뒤 3당 합당을 지켜본 그는 현실정치로 눈을 돌린다. 95년 민주당에 입당한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와 함께 새정치국민회를 꾸렸고, 부총재 직을 맡았다. 이 때 15대 총선을 치렀고,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돼 내리 3선을 지냈다. 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 탄생에 힘을 보탠 그는, 곧바로 새천년민주당 쇄신 운동에 돌입했다. 역시 '비주류'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다. 이인제 후보와 경쟁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른바 '노풍'이 불기 시작한 광주 경선 직전이었다. 두 번째 민주 정부가 들어섰다. 노무현 탄핵 열풍을 딛고 '주류'로 올라선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그는 '비주류'의 길을 걸으며 열린우리당을 지배했던 '중도실용노선'과 '투쟁'을 이어갔다.


▲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던 시절 김근태 ⓒ김근태 미니홈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낼 때는 부동산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고 맞섰다. 그런 그를 노 전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장관을 지내면서도 그는 영리병원을 반대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전한 '비주류'였다.

2011년 12월 29일 그가 떠나기 전, 지난 10월 18일 마지막으로 그의 블로그에 'posted by 김근태'로 남아 있는 글 역시, 그의 '인생'이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었다.

"(월가 시위의 요인은) 무엇보다 1%를 향한 99%의 분노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1%인지 5%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처럼 전 세계가 공감한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제패했었다는 증거다.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과 약소국,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의 구분 없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세계적 대세였던 것이다.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 월가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희생도, 반성도, 징벌도 없는 불공평함에 분노한 것이다.
...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의 제목이다.

"2012년을 점령하라"



/박세열 기자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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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최종 변론…"보장성 하향되고 보험료 올라갈 것"

'통합 국민건강보험' 체제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위헌 심판의 마지막 변론이 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7인은 지난 2009년 6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서 직장 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헌법소원을 청구했었다.

공단 "건강보험 쪼개면 사회연대 실현 불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헌법소원을 두고 "전형적인 건강보험 쪼개기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고 결정될 경우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재정이 쪼개진다. 그런데 지역가입자들 중에는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영세민이 많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되면 사회보험의 핵심가치인 '사회연대성의 원리'가 깨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해관계인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국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대개 젊었을 때 직장가입자였다가, 나이가 들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옮겨간다"며 "젊고 건강할 때 보험료를 많이 내서 늙고 병들었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청구인들의 요구는 가난한 집단에 대한 재분배 기능을 재고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사회연대 원리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박탈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라며 "가입자 개인으로 봐도 고소득자는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저소득층은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2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경만호 의협 회장 "건강보험 부과 기준 불평등해" 

반면에 청구인인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측은 "직장가입자가 월급에 근거해 건강보험료를 투명하게 내야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함께 사용하면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달리해 부담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인 '보험료부과점수'는 실제소득이 아니라 추정소득"이라며 "현행 보험료부과점수 산정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이 파악되는 직장가입자가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일부에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분리하고, 건보공단을 해체하고, 종전의 제도인 지역조합주의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실현되지 않음을 문제 삼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통합된 건강보험 재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 전, 부자 조합 따로 가난한 조합 따로"

위헌 결정이 나면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까. 이날 오후 2시에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된 후의 상황은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의 상황을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에는삼성과 중소기업이, 강남구와 구로구의 의료보험조합이 쪼개져있었다"며 "가난한 의료보험조합은 재정 적자에 허덕였고, 부자 조합은 (가입자들이) 건강해서 오히려 흑자이면서도 보험료도 적게 냈다"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조합마다 보장성도 달랐다. 가입자가 어느 조합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는 장벽이 있었다. 조 공동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통합 덕분에 보장성을 전 국민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며 "위헌 결정이 나면 과거 수백 개의 의료보험조합 시절로 돌아가는 후퇴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하향 평준화될 것"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돼 취약해진 만큼 건강보험 보장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역가입자 중에 50대 이상은 59%, 미취업자가 40%, 취업자 중 비정규직이 67%로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가난하고 고령인 분들"이라며 "재정을 분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역가입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거나 지역 보험료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우려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할 단초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 실장은 "직장보험의 일부를 떼어 민영화하거나, 지역보험이 재정난을 줄이려고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을 시범 실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 보면 의사협회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경쟁하는 다보험체제'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사협회 부설 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에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효율적 관리운영체계 개발'이라는 보고서는 "다보험자 체계의 구축은 규제된 경쟁적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그 방안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본부와 지사를 활용하거나,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관련 기사 : "밖으론 FTA, 안으론 '건보 쪼개기'…MB식 의료민영화 꼼수")

우 실장은 "의사가 국민 건강을 지키려고 해야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고 건강보험을 쪼개겠다고 헌법소원을 내야하느냐"라면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자기가 지역에 가난한 사람보다 보험료를 더 낸다고 위헌 소송을 걸었다. 의사협회가 이러면 안 된다.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3시30분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취지의 왜곡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 상관 없다"

이에 대해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3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간 나를 포함한 청구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를 왜곡해왔고, 오늘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외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경 회장은 또한 "국민건강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은 아니다? 

"이럴 거면 헌법 소원을 왜 걸었지? 시행령만 바꾸면 될 걸…"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사건'을 상대로 한 최종 변론이 끝난 이날 오후 7시. 헌법재판소에 남아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청구인 측이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직접적인 위헌 요인은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의 뉘앙스를 바꾸면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대상은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다르게 산정한 국민건강보험법 62조 4,5항, 63조 1항, 64조1항, 65조 3항이다.

재판부가 "청구인이 건강보험 재정 분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청구인 측은 "보험료 부과에서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재정 통합 (관련 조항)도 논리적으로 위헌이 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이 아니라면, 헌재가 왜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청구인 측은 "현재 직장가입자는 실소득을 근거로, 지역가입자는 추정소득을 근거로 이원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며 "지역가입자도 추정소득이 아니라 실소득을 파악한 후 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가입자가 실소득을 신고하고, 건보공단은 실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지역가입자가 신고하는 소득에 대해서 국가기관에서 실사 기법만 제대로 개발한다면, 그들도 소득에 따른 보험료가 나오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가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부실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행 건강보험법 때문인지, 법의 취지에 맞게 (공단이) 집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를 물은 뒤, "보험료율을 (불평등하게) 산정하는 요인이 시행령 때문이라면 청구인은 왜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느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이 명백하게 잡히지 않는다. 국세청도 소득을 제대로 파악 못해서 특별 세무조사 등 비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소득을 찾아내는 판국"이라며 "징세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도 못하는 업무에 대해서 공단이 지역가입자들의 (신고만으로) 소득 재산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