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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일 화요일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1일자 기사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를 퍼왔습니다.
노동절 맞아 규탄집회 개최...항의서한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


ⓒ민중의소리 "영리병원 도입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폐기하라"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국민건강권을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1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폐기하라”며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창출에 있기 때문에 결국 의료비 상승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 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라는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했고, 지난 30일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및 외국의 법률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등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2002년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 내 제한적으로 허용된 영리병원 규정을 ‘외국인이 외국 의료인을 고용해 외국인을 진료하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에서 ‘국내자본이 국내의사 90%를 고용해 내국인을 진료하는 영리병원’으로 변경시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시행규칙 제정 입법예고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만,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1년 10월 송도에 거주중인 외국인은 1834명으로 이미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고 외국인 진료를 위한 의료센터도 마련돼 있다”며 “600병상 규모나 되는 외국인 대상 외국의료기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통해 오는 6월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국내 첫 영리병원 준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고 혈안이 돼있던 이명박 정부가 결국 정권말기에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권말기에 지난 4년동안 국민들이 반대하고 막아와던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것은 ‘먹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역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국민들이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며 “영리병원은 결국 재벌에게 돈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고, 보건복지부는 이 수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 뒤 노동·시민단체들이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1일자 기사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을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진출과 의료민영화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인데, 진보 개혁적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주도 하에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을 거듭함으로서 외국인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구체적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외국계 병원이 우리나라 6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병원 개설의 허가권자인 보건복지부가 6월에 보건복지부령을 시행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에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영리법인 병원이 생길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건립비용은 약 6000억 원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22일에 이미 투자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선정된 투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다이와증권(Daiwa Securities Group)의 계열사인 다이와 시크릿티즈 캐피탈 마켓스(Daiwa Securities Capital Markets),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당시 계획으로는 총사업비의 절반인 3000억 원을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대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중 500억 원을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에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 환경의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즉, 의료민영화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지도 않으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진료만으로는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없다. 왜냐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비용은 의료의 수출로 처리되어 국민의료비 계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주장대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한다면 이 영리병원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외국인 환자 수가 너무 적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 영종,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2011년 10월말 기준으로 1,9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의원을 이용하지 않고, 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할 리 만무하다.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완공 예정인 2016년까지 외국인 인구가 일정하게 늘기는 하겠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정도의 수익을 얻으려면 또 다른 의료수요를 찾아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용성형, 라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 한해 비영리병원들도 환자의 소개, 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실환자수는 27,400명이고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모든 해외 환자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셋째, 고소득자와 해외 원정 진료자 등 고급 의료욕구를 가진 일부계층의 환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한국은행의 서비스 무역 세 분류 통계에 의하면, 건강 관련 해외여행에 지급된 비용(카드결제 및 해외송금)이 2008년 현재 1,500억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많은 부분이 해외 원정 출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실제 우리 국민이 국내의료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고급 의료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진료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수요만으로는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투자금 6000억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할까? 아마도 법령을 추가 개정해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의료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자 소유 영리병원이 급성기 병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보험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1965년에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투자자 소유 민간병원은 메디케어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72년 미국 영리병원은 메디케어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보험급여에 포함하자마자 발 빠르게 영리 투석 의료기관을 설립하였고, 메디케어의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3년에 메디케어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병원 의료비 상환방법을 후불방식의 행위별수가제에서 선불방식의 포괄수가제로 바꾸었을 때도 영리병원은 이익이 남는 환자들을 선별해서 진료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즉, 장기입원이 예상되는 환자는 피하고, 높은 평균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환자만을 선별해서 진료하거나, 단순폐렴을 복합폐렴이라고 부정청구를 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영리병원의 전담행정부서를 강화해야 했고 당연히 행정비용이 증가하였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영리병원들도 재원은 공공재정을 통해 조달하되,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내부시장 기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의 행정비용은 급증하였고, 독일은 사회보험 운영에 경쟁 모델을 채택한 이후에도 행정비용이 급증하였는데, 그 증가율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63.3%이었고, 의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많은 서류 업무가 부가되었다.


한국의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영리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영리법인 병원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병원 수익의 기본 원천으로 삼고, 돈이 되는 값비싼 영리 환자도 보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더욱 개발함으로써 건강보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진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고가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확보된 투자 자금으로 좋은 시설과 장비, 유능한 의사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에 비해 우월한 조건을 가지고 건강보험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 진료보다 3배 또는 5배의 의료수가를 받아도 될 만큼 고급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서서히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영리병원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보상해주는 맞춤형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짓고 가장 영리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압도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충분히 달성한 가운데, 일부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부분은 국가의료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뿐더러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 영리의료는 공공의료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이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 이외에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거의 다 풀려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이 9%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진입이 용이해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이루게 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을 정점으로 하는 병원의 서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 최고급 영리병원의 값비싼 의료비와 함께 기존의 비영리병원들도 돈벌이 중심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의 계층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적 영역이다.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료제도의 민영화를 초래할 영리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현재 부족하고 부실한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4일자 기사 '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를 퍼왔습니다.
[해설] ISD 재협상 기대 낮고 농가 피해 우려는 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숱한 논란 끝에 결국 15일 오전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숱한 논란과 사회적 충돌 끝에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새 체제가 도입되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특히 투자자-국가중제권제도(ISD)는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이라 논란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볼 산업에 대한 대비책도 충분치 않아 불씨를 남기고 있다. 새 체제가 발효되지만, 사회적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ISD 재협상 결과 기대 말아야

ISD 재협상 문제는 정부가 한미 FTA 발효 절차에 돌입하는 와중에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말부터 ISD를 폐기하거나 도입 유보를 위한 재협상에 돌입하라는 압박을 정부에 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최근에는 열린 야권 연대 협상에서 한미 FTA 반대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관례상 무리한 요구"라고 버티던 정부는 정치적 마찰을 줄이고 조속한 발효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결국 "발효 후 90일 이내에 미국 측과 ISD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정부의 반발 양보로 마무리됐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FTA 발효일자가 정해진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열어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ISD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서울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국회가 FTA 재협상 결의안을 채택했고, 우리는 이를 ISD 재협상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발효 90일 이내에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열어 미국 측과 재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협의 예상 기일은 "5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서비스투자위원회는 FTA 발효 후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국 정부의 협의체 중 하나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ㆍ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ISD 재협상 논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미 FTA 협정문에 존재한 장치이지, ISD 재협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져 신설되는 회의체는 아니다. 이번 재협상이 특별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당장 한국 정부부터 재협상 의지가 없다.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ISD의 문제점을 논의하긴 하겠으나, ISD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다.

'독소조항'이라는 시민사회, 야당의 주장과는 온도의 차이가 있다.

박 본부장은 "혹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없는지를 보고 더 철저하게 하자는 입장에서 ISD를 재협의해야지 한·미 FTA협정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며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로 삼기 전까지는 보편적인 투자자 보호수단으로 논의돼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세밀하게 파고들어서 논의의 장을 열다보니 문제 있는 제도로 (인식)됐고, 그렇게까지 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중요한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불필요하다는 듯한 인상마저 내보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입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측이 비록 원론적인 차원에서 "재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USTR은 ISD가 "미국의 이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이다. 미국이 이미 한미 FTA가 발효된 마당에 자국의 이익을 일부러 줄이기 위해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현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8일 CBS 라디오 에 출연해 ISD 재협의에 대한 정부 약속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내 반대 진영을 달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ISD의 성격에 대한 논란은 한미 FTA 발효 직전까지 계속됐다.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의 태도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뉴시스

농업, 이대로 버려지나

농업은 제약업과 함께 한미 FTA 발효 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취약성, 식량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협정으로 가장 큰 피해가 확실시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는 15일 0시를 기해 곧바로 관세가 사라지고, 콩, 찐쌀, 오렌지,쇠고기 등 민감품목도 수년에 걸쳐 관세율이 매년 내려가 궁극적으로는 사라진다. FTA를 추진한 정부의 발표자료만 봐도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FTA가 없었을 때보다 15년간 연평균 4억2400만 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8150억 원 감소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한미 FTA 발효로자국산 수출액이 연간 19억33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미 FTA 발효를 준비하며 농심 달래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농업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농지규모화와 시설현대화를 실시해 가족농의 집단화를 추진하고, FTA 이행지원센터를 통해 특히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같은 후속대책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07년, 2017년까지 농축수산업 분야에 22조 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 규모는 24조 원으로 늘어났다. 면세유 지원기간 연장 등을 통해 29조 원가량의 세제혜택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대책이 한미 FTA와는 거리가 먼 원론적 농가지원대책인 데다, 그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농업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월 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13개 농업피해지원대책은 그 자체로 농업피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며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심사시스템 및 지원체계 개선 △고령농 특별소득보전 등의 추가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쇠고기 산업 대책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은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예상 피해액이 4866억 원(정부 전망)으로 농축산어업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현재 40%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한미 FTA 발효 후 매년 2.67%씩 내려가며, 15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정부는 한우농가를 위한 보호대책으로 협정 발효 15년 간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는 이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해서는 발효 첫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27만 톤(t)에 이르러야 하고, 이듬해부터는 매년 6000t씩 늘어 15년차에는 35만4000t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반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2002년 수입량이 22만t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 형성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얘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대책은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을 감안할 때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용 문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자국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지를 지켜보며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중소기업은?

방송시장 개방도 장기적으로는 한미 FTA가 가져올 큰 변화다. 방송이 한 나라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산 방송 콘텐츠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이 있다.

정부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 개방에 따른 보완책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 PP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방송콘텐츠 지원센터 건립, 우수 방송프로그램 제작·공급기반 구축, 디지털 유료방송 유통시스템 구축, 운용채널의 개별 PP편성 의무화, 지역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기준 개선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대책 대부분이 구체성은 떨어지고 대책 효율성이 낮아, 미국산 프로그램 범람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당장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프로그램 간 경쟁이 더 강화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족한 콘텐츠를 미국산 프로그램으로 채워 넣으려는 방송사의 시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부도 정책홍보 홈페이지 에서 "보도, 종편, 홈쇼핑 등을 제외한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까지 허용되고, 비지상파의 국내물 방송프로그램 편성쿼터가 일부 완화돼 중소 PP, 독립제작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시인한 상태다.

제약산업도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게 확실시 되는 분야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미국산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 극대화에 도움을 주는 반면, 소비자의 부담은 크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는 "특허 분쟁이 일어나는 비율이 10% 미만이며, 제네릭(복제약)의 허가 절차가 3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허가 중단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진영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제약협회는 "한미 FTA 비준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 침해는 물론 제약주권 상실에 따른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약품 특허권자의 특허사실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한국에서 의약품 특허가 연장되면 그만큼 값싼 복제약(카피약)이 시판되는 것이 늦어지고 이 부담은 환자들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부담, 즉 국민들이 보험료와 세금으로 지게 된다"며 한미 FTA 발효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제약업계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7일자 기사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서 영리법인병원 추진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영리법인병원 추진이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니 하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조차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내용으로 포함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표 떨어질 이야길 일체 삼가는 상황이고, 청와대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경제특구의 레칫 조항과 같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중요한 수단 하나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제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적 우려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굳이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개인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배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선 그 배경부터 짚어보자.

일련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보건의료개혁의 한국판 버전으로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우파가 주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국면에서 취한 대응방식은 유럽식 복지국가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미국식 금융·의료·교육산업 육성 전략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 시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본격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지난 10여년의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통해 자본시장의 여유 자금을 의료시장으로 유입시켜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시도 한 것이다. 즉,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합법화와 의료비 재원 조성과 배분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의 활성화가 그 요체였다.

이 두 가지 조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명명되어 왔던 것이고. 그 어떤 집권 세력이든지 청와대 입성 후 가장 절실한 국정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웬만한 지금의 웬만한 여야 정치인들도 결코 예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둘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의료 관련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와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그 산하로 인수하여 돈을 벌고, 동시에 보험회사를 통해 의료보험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이 갖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천 송도에 삼성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영리법인병원 설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경쟁에 지쳐하는 의료계 일각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이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구도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영리법인병원 합법화는 이러한 갈망에 들어맞는 정책 대안이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서는 영리법인병원 합법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흔들어 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익이 높은 민간의료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일부이지만 영리법인병원을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소위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의 영리법인병원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국부 창출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를 통한 수출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의료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 논리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인식이 한국사회 주류의 인식을 장악해 나가면서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변되는 의료민영화 추진방향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 ⓒ뉴시스

이 네 가지 흐름과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우파적 의료개혁 흐름이 맹위를 떨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한 의료개혁의 성과가 기대보다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일까?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이기 때문에' 식의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전가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의료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그 부담주체는 국내 환자와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이다. 국민들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는 꺼내기가 어려웠는지, 열심히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 논리만 더 큰 소리로 되풀이 해댔다.

이 대목에서 의료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경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그 비용을 기업과 세금을 매개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의료체계가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미국 의료비의 대부분을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 내수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너무 비대해지고 낭비적인 탓에 국가와 기업들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국가와 기업이 국민들에게 내수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둘째, 정부 당국과 기업에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 부담 주체로 상정한 해외 환자들의 규모가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이 1,00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한류 바람이 뒤를 받쳐주고, 최소한 지난 5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성과가 이렇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섬유산업) 한 곳의 매출액이 같은 해 1조 5천억 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한 국가의 전략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공은 누가 더 저렴한 임금과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개도국에도 공부 잘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수련 받은 우수한 의사들이 있고, 이들이 영리법인병원을 매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의료소외계층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의료관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쟁 원리가 섬유산업이나 신발산업과 똑 같다. 이러니 우리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라는 입소문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공간과 분리하여 병원시설의 일부라도 미국식 병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원을 찾는 해외환자 규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어떤 병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를 찾는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분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전망도 난망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험으로 볼 때 해외환자를 끌어들이는 원리도 국내환자 유치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찾는 환자가 소수지만 서비스가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야 좋은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환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단계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소리만 요란했지 내실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실상에 걸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며, 새로운 기조 속에서 기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방향과 전략의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선진화로 칭하든, 의료민영화로 칭하든 간에 그 실체가 의료개혁 담론으로서의 완결성이 낮았다. 내수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과 같은 정책 추진의 명분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의료제도의 난맥상을 관통하는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넷째, 모순이 심화되는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연히도 2008년 초 국내에 소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비롯하여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체험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처참한 실상들이 국민적 각성과 반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2009년을 관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개혁 논란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다.

다섯째,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분화와 의료계의 일관된 지지 확보 실패 탓도 적지 않았다. 환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초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으로 외부 자본이 본격적으로 영입되었을 때 나타날 양상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에 미친 영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입장에도 일정한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식 의료제도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의료계의 정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취할 기존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향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속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과거 집권세력으로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탓에 아마도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이러한 기조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내수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전달체계 혁신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5년 임기 안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확장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민영화와 의료선진화 담론이 어떤 식으로든 국정과제로 부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의 변화와 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영향력, 강고한 보수 지지층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12년 정치공간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활발한 평가, 논쟁,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와는 상극의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게 우리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학교 교수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9일자 기사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를 퍼왔습니다.
헌법소원 최종 변론…"보장성 하향되고 보험료 올라갈 것"

'통합 국민건강보험' 체제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위헌 심판의 마지막 변론이 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7인은 지난 2009년 6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서 직장 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헌법소원을 청구했었다.

공단 "건강보험 쪼개면 사회연대 실현 불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헌법소원을 두고 "전형적인 건강보험 쪼개기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고 결정될 경우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재정이 쪼개진다. 그런데 지역가입자들 중에는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영세민이 많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되면 사회보험의 핵심가치인 '사회연대성의 원리'가 깨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해관계인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국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대개 젊었을 때 직장가입자였다가, 나이가 들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옮겨간다"며 "젊고 건강할 때 보험료를 많이 내서 늙고 병들었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청구인들의 요구는 가난한 집단에 대한 재분배 기능을 재고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사회연대 원리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박탈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라며 "가입자 개인으로 봐도 고소득자는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저소득층은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2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경만호 의협 회장 "건강보험 부과 기준 불평등해" 

반면에 청구인인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측은 "직장가입자가 월급에 근거해 건강보험료를 투명하게 내야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함께 사용하면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달리해 부담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인 '보험료부과점수'는 실제소득이 아니라 추정소득"이라며 "현행 보험료부과점수 산정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이 파악되는 직장가입자가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일부에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분리하고, 건보공단을 해체하고, 종전의 제도인 지역조합주의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실현되지 않음을 문제 삼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통합된 건강보험 재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 전, 부자 조합 따로 가난한 조합 따로"

위헌 결정이 나면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까. 이날 오후 2시에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된 후의 상황은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의 상황을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에는삼성과 중소기업이, 강남구와 구로구의 의료보험조합이 쪼개져있었다"며 "가난한 의료보험조합은 재정 적자에 허덕였고, 부자 조합은 (가입자들이) 건강해서 오히려 흑자이면서도 보험료도 적게 냈다"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조합마다 보장성도 달랐다. 가입자가 어느 조합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는 장벽이 있었다. 조 공동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통합 덕분에 보장성을 전 국민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며 "위헌 결정이 나면 과거 수백 개의 의료보험조합 시절로 돌아가는 후퇴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하향 평준화될 것"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돼 취약해진 만큼 건강보험 보장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역가입자 중에 50대 이상은 59%, 미취업자가 40%, 취업자 중 비정규직이 67%로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가난하고 고령인 분들"이라며 "재정을 분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역가입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거나 지역 보험료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우려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할 단초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 실장은 "직장보험의 일부를 떼어 민영화하거나, 지역보험이 재정난을 줄이려고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을 시범 실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 보면 의사협회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경쟁하는 다보험체제'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사협회 부설 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에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효율적 관리운영체계 개발'이라는 보고서는 "다보험자 체계의 구축은 규제된 경쟁적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그 방안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본부와 지사를 활용하거나,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관련 기사 : "밖으론 FTA, 안으론 '건보 쪼개기'…MB식 의료민영화 꼼수")

우 실장은 "의사가 국민 건강을 지키려고 해야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고 건강보험을 쪼개겠다고 헌법소원을 내야하느냐"라면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자기가 지역에 가난한 사람보다 보험료를 더 낸다고 위헌 소송을 걸었다. 의사협회가 이러면 안 된다.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3시30분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취지의 왜곡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 상관 없다"

이에 대해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3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간 나를 포함한 청구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를 왜곡해왔고, 오늘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외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경 회장은 또한 "국민건강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은 아니다? 

"이럴 거면 헌법 소원을 왜 걸었지? 시행령만 바꾸면 될 걸…"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사건'을 상대로 한 최종 변론이 끝난 이날 오후 7시. 헌법재판소에 남아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청구인 측이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직접적인 위헌 요인은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의 뉘앙스를 바꾸면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대상은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다르게 산정한 국민건강보험법 62조 4,5항, 63조 1항, 64조1항, 65조 3항이다.

재판부가 "청구인이 건강보험 재정 분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청구인 측은 "보험료 부과에서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재정 통합 (관련 조항)도 논리적으로 위헌이 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이 아니라면, 헌재가 왜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청구인 측은 "현재 직장가입자는 실소득을 근거로, 지역가입자는 추정소득을 근거로 이원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며 "지역가입자도 추정소득이 아니라 실소득을 파악한 후 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가입자가 실소득을 신고하고, 건보공단은 실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지역가입자가 신고하는 소득에 대해서 국가기관에서 실사 기법만 제대로 개발한다면, 그들도 소득에 따른 보험료가 나오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가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부실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행 건강보험법 때문인지, 법의 취지에 맞게 (공단이) 집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를 물은 뒤, "보험료율을 (불평등하게) 산정하는 요인이 시행령 때문이라면 청구인은 왜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느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이 명백하게 잡히지 않는다. 국세청도 소득을 제대로 파악 못해서 특별 세무조사 등 비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소득을 찾아내는 판국"이라며 "징세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도 못하는 업무에 대해서 공단이 지역가입자들의 (신고만으로) 소득 재산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4일자 기사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을 퍼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달 16일 취임식에서 "재정을 통합했으면 보험료 부과 기준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미FTA 법안의 여당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우리나라의 경제,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미국의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식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FTA가 끼칠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적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국가다. 이는 건강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는 가구당 월평균 15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6천만명이 무보험자다. 또한 개인파산 신청의 첫 번째 이유가 의료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30조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 이미 기형적으로 비대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거대한 국가는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료보험 규모를 30조원 정도로 파악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본인부담은 전체 진료비 중 10% 안팎이다. 때문에 굳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성형, 요가 등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건강보험은 사회공공부 서비스로 유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금융분야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민간의료보험사가 정부의 정책 즉, 보장성 강화 등으로 상품판매에 장애가 생길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를 통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에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FTA 협정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고 보장성 강화를 막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인 ‘센츄리온’(centurion health)기업을 대표해 멜빈 호워드(Melvin Howard)는 캐나다정부가 자신의 기업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북미FTA(NAFTA)의 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 기업은 캐나다 연방법이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센츄리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정부가 결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조차 비판한 부적격자, ‘MB 낙하산’ 김종대 이사장

이러한 한미FTA 논란 속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11월15일 전격 취임했다. MB가 아무리 막가는 보은인사를 해왔어도 그 조직을 끝까지 부정한 인물을 조직의 수장으로 앉힌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지만 MB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종대 신임 이사장은 현재 공단에 대해 일관되게 의료시장주의 세력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영화와 분권화를 주장했으며, 현재의 공단이 위헌이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어떤 언행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60%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은 영리병원 설립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정당․노동․시민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김종대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건강보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떻게 피폐해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보험지부 지난 2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종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9일자 기사 ''주식회사 병원', 이익을 볼 사람과 손해를 볼 사람'을 퍼왔습니다.
[기고] 영리 의료 법인 도입에 앞서 생각해 볼 것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은 1963년 12월 16일 제정되었는데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사업장부터 시작하여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하여 1989년 7월 1일 마지막으로 도시 지역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을 실시함으로써 적용 대상자가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다.

2000년 7월 1일 그 동안 다보험자(조합주의) 방식으로 운영하던 운영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단일 보험자 방식으로 운영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국민의 기본적 욕구의 하나인 보건의료에 대하여 보편주의적으로 접근하여, 가입자의 소득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급여액 산정 시에는 기여 정도를 따지지 않고 의료 사고의 종류와 진료 기간을 기준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혜택을 볼 수 있는 사회 보험 제도이다.

이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 보장을 증진 도모하며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하여 전체 국민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보장 제도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이다. 외국에 나가 보면 안다. 영리 의료 법인과 민영 의료 보험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시장 사회주의의 전형인 유럽의 소위 복지 국가는 아무리 아파도 돈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혹은 자기 진료 순서가 올 때까지 몇 달이고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으면 저소득층의 의료 급여 대상자에게도 동등한 진료를 제공하여 세계적인 권위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술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 현재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대부분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에 대하여 감사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의료 선진화, 성장 동력, 의료 수출, 고용 창출 등을 명분으로 영리 의료 법인(주식회사 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의 폐지 즉 국민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미국처럼 의료 보장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 접근권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기관은 법인 형태가 가능한데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 제도 하에서 의료 선진화를 단기간에 이미 달성하였다. 국내 유수한 병원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으며 의료 관광도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부 재벌 기업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 의료 법인은 병원 경영과 수익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병원 경영에 재투자하여야 한다. 영리 법인은 수익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배분할 수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영리 의료 법인 추진의 명분인 의료 선진화를 위해서는 병원 수익을 모두 병원 경영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 법인 제도가 주주들이 개인적으로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영리 법인보다 바람직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주장은 좀 더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영리 의료 법인이 왜 필요한가? 정부 차원의 기대 효과로는 영리 의료 법인이 되면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악화에 좀 더 탄력적인 해결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국민의 의료 수요와 의식의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 사회로 변해감에 따라 국가가 혼자서는 국민의 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제안처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의료 개방과 외국인 투자 유치, 의료 관광, 병원 해외 진출에는 확실히 플러스 효과가 있으므로 의료의 성장 동력화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기본적으로 연구 교육 기관으로서 수익금을 연구와 병원의 선진화에 재투자해야지 영리 의료 법인으로 전환하여 재단 이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본가들은 영리 의료 법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의료 사업은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이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등의 인기가 사상 최고인 것을 보면 안다. 현재 재벌과 슈퍼 부자들도 비영리 의료 법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수익을 배당금으로 마음껏 가져가고 싶다. 영리 의료 법인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이것은 의사에게도 수익 증대의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의사들 특히 개원의들은 재벌들의 프랜차이즈병원의 봉직의로 흡수될 것이다. 한편, 슈퍼 부자 환자 고객들은 VIP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과 같은 병원을 원하는데 영리 의료 법인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 의료 법인의 도입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오랜 기간 공 들여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보장 제도가 무너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즉, 수익성 위주의 병원 운영에 의한 과잉 진료와 더불어 진료비 증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 보험료 증가가 뒤따를 것이다.

또 의사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이익관계로 변질되면서 부자 위주 진료의 가능성이 있다. 영리 병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정한 진료비 기준 대신 병원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진료비를 받을 수 있고 영리 병원 진료비 기준에 맞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민영 의료보험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특별한 의료 서비스는 민영 의료 보험이 없는 현재에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민영 의료 보험은 환자가 의사에게 주는 진료비에서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보험 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번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형 병원들은 영리 병원으로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은 영리 병원, 보험 회사 주주들의 이윤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영리 병원과 민영 의료 보험의 도입은 의료 제도와 국민 경제 등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 의료가 선진화된 것은 의료계의 노력이었고 정부의 지원은 의사들은 부자라는 선입관 하에서 타 산업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의 성장 동력화를 위한 진지하고 발전적인 고민으로서 영리 의료 법인 도입을 제안하는 것은 이해하나 우리가 이룩한 의료 보장 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틀 안에서 대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자본 운영한 대가를 가져가고 가진 자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수입원을 확대시키기 위하여 혹은 일부 최상위층의 만족을 위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의료 보장 제도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정책 제안자들은 국민, 환자, 의사, 정부 등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모두에 대한 다각화된 접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의료 개혁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박길홍 고려대학교 교수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전초전, 건강보험 와해되나? "김종대 이사장 위헌소송 변론 막아"'를 퍼왔습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 김종대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위헌소송이 제기된 국민건강보험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 위헌판결이 나 국민건강보험이 와해되고,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FTA로 미국 보험사들이 진출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경만호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은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위헌소송에 대해 심리를 진행중이며 금명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취지는 재정이 넉넉한 직장의보 가입자와 재정이 부족한 지역의보 가입자의 재정을 합쳐 전 국민이 골고루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출범했다. 명실상부한 전국민의료보험 체계를 갖춰 모든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보통합 반대 세력은 겉으로는 직장의보 가입자가 손해본다며 의보통합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본질은 건강보험이 통합돼 재정이 안정되고 보장성이 확대될 경우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위헌소송에서 이를 막아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련 업무를 해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취임한 신임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국민건강보험의 통합에 반대해 온 인물이다. 

1989년 국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 통합법안을 통과시키자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국민의료보험법 시행시 예상되는 문제'라는 문건을 언론에 뿌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월 2~3배 인상된다고 과장했다. 결국 이 언론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이를 등에 업고 건강보험 통합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들어 건강보험 통합이 다시 추진되자 1999년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실장이던 김종대 이사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항명파동을 일으켜 2000년 면직됐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이후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건강보험 자치권 회복 운동본부'를 만들어 건보 통합에 반대해 왔다. 건강보험 위헌소송이 제기된 지난 2009년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출판기념회 강연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정신 나가지 않은 바에야 100%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건강보험이 쪼개져야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쪽에서는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위헌소송 제기를 배후에서 총지휘한 인물이 김종대 이사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김종대 이사장은 16일 보건복지부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존 (건강보험 통합 반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하고 1999년 항명파동 당시 자신이 작성했던 건보통합 반대글을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김종대 이사장은 위헌소송에서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반론을 막고 있어 자칫하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FTA와 의료민영화' 토론회에서 김종대 이상이 위헌소송 재판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변론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보험료를 부담시키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많이 노력해왔다는 식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며 "김 이사장이 헌법소원 대응 실무부서인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이나 재정관리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실장은 "이의제기 당사자인 공단의 반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은 위헌으로 판결날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헌소송이 날 경우 한미FTA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함께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가 한국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도 투자자국가중재제(ISD)에 따라 제소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통합으로 담보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리병원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경우 이를 국제투자분쟁센터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 금융서비스 분야 개방에 따라 미국 보험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에도 건강보험은 위험에 처한다. 근본적으로는 건보통합 와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해 질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보통합이 위헌판결 날 경우 분할된 지역의보 가입자들이 보험료 상승 부담으로 민간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다. 

송상호 사회보험노조 정책실장은 "위헌 판결은 한미FTA의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건보공단의 분할을 통한 건강보험 약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 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김종대 이사장이 건보 위헌소송 변론을 방기한다면 변호인단을 국민변호인단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으로 모금을 해서 이 위헌소송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한다. 촛불로 헌재를 둘러싸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12월 중에 건보통합 위헌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보건.의료.안전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나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민중의소리' 기사에 대해 김종대 이사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은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과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공정한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를 이른 시일 안에 마련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김 이사장이 "직장, 지역 조합으로 다시 분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