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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4일 일요일

한-미가 아닌 북-미 군사연습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티펜스21 2013-0-4-09일자 기사 '한-미가 아닌 북-미 군사연습이다'를 퍼왔습니다.

»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풍군 북녘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자료 사진.


전쟁의 유령이 배회하는 한반도 위기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군사 게임이 진행중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이 무력시위를 하면 상대방은 긴장해서 방어태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군사행동에 즉각 반응하면서 매우 신속하고 짜임새 있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의 전개과정은 이러하다. 3월 중순에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비(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자 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을 40기 보유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비-52 폭격기의 추가훈련을 취소하고 대신 스텔스 비-2 폭격기와 에프(F)-22 전투기를 출동시켰고, 핵잠수함을 배치하면서 “이번에는 어쩔래?”라며 북한에 공을 넘겼다. 그러자 북한은 스텔스기가 출격하는 “괌, 하와이, 미 본토 공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응수하며 전략로켓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다. 중장거리 미사일로 응수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해상배치 엑스(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였다. 이에 열받은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달은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각본을 만들어 서로를 시험해보는 ‘도상 전쟁’ 기간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대응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년간 제각기 발전시켜온 전쟁 프로그램을 가동해보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난 한달 동안 한-미 군사연습이란 것은 없었다.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항군으로 편성되어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을 시험해보는 전쟁게임, 곧 북-미 군사연습이 있었을 뿐이다.

먼저 미국은 2001년에 작성된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제시된 과제, 곧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 때 얼마나 신속히 한반도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전략과제의 수행능력을 점검하게 되었다. 미 전략사령부의 개념계획 8022가 바로 그것으로, 그 핵심은 “한반도 유사시 8시간 이내 핵 옵션 수행”이다. 지표 관통형 핵폭탄을 탑재한 비-2 폭격기는 그 백미라고 할 수 있고, 핵잠수함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항모 탑재 전투기의 핵폭탄 등이 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는 핵심 무기들은 바로 한반도 핵우산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북한에 이를 확신시키려 한다.

반면 북한도 역시 199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판갈이 속전속결 전략’의 성과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핵으로 협박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경보병부대와 기계화사단을 핵심으로 하고, 나머지 비효율적인 군사력은 제거하는 지난 20년간의 군사력 재편의 성과를 이번 기회에 검증하고자 한다. 김정은이 3월 중순에 말한 “우리식 전면전 태세”와 “3일 전쟁 계획”, 3월말의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의 “핵무장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최고사령부에서 일선부대에 이르는 모든 전투단위를 체험하면서 전쟁지도 리더십도 확립하고 합리적인 군사력 재편도 도모하는 기회를 포착했다.

이런 군사정세에서의 변화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인지, 좌절감의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전쟁연습에 몰입함으로써 각자 어느 정도 위신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경제로 눈을 돌릴 때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박근혜 정부의 안보딜레마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 2012-12-21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의 안보딜레마'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한겨레 자료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넉달 전에 한 중진학자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역사에 대한 확신을 갖고 길게 보라.”결국 이 말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말이 되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이어진 탄압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노정객은 그렇게 갔다. 민주평화 세력이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지금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여야 정치권을 보면 마치 선거에 이기면 세상을 다 얻은 것이고, 선거에 지면 당장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역사에 대한 확신 없이 짧게 보는 정치꾼들은 설령 선거로 집권을 해도 시대와 역사를 바꾸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그 핵심은 장기적 안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문제를 고뇌하는 ‘축적된 믿음의 체계’, 즉 신념의 문제다.박근혜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억지력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억지라는 용어는 냉전시대 핵전략에서 나온 용어로, 북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핵을 갖겠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이 우리도 핵을 보유하겠다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른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억지가 한-미 동맹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미 한-미 간에 ‘확장된 억제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굳이 북한에 공격적인 언사를 구사한 까닭이 무엇인지도 해명해야 할 것이다.박 당선인의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북방한계선(NLL) 논란도 마찬가지다. 후보 시절에 스스로 “엔엘엘은 영해선이고, 서북해역은 우리 영해”라는 주장은 과연 적절했던 것인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 주장을 실천하려면 영해법을 고쳐서 서북해역을 영해로 포함시키고, 국제사회에 이를 선포해야 하며, 유엔에도 바뀐 영해 범위의 개념을 기탁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을 선거 때문에 고의로 영해 논란을 촉발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엔엘엘 논란으로 벌어들인 표가 얼마인데, 이제 와서 모른체한다면 곤란하다.집권하면 청와대에 안보실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은 국가위기관리체계를 선진화하겠다는 발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안보실패가 과연 안보실이 없어서였을까? 그보다는 북한에 대한 태도, 즉 얕잡아보고 배제하고 무시하다가 역풍을 맞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새누리당은 선거과정에서 그런 현 정부의 실패 추구형 행태를 수없이 반복했다. 게다가 전문가를 배제하고 정치군인이 득세한 이명박 정부의 군 인사는 이미 실패를 내포한 안보 관리였다. 이렇게 되면 어떤 위기관리를 하더라도 항상 한반도는 안보불안 또는 안보실패를 겪어야 한다.안보논리로 선거를 시작했고, 안보논리로 선거를 마무리한 새누리당이 또다시 병역 이행이 석연치 않은 인사를 안보의 중요 직위에 등용한다면 이 역시 신뢰를 잃을 것이다. 엔엘엘 대화록 논란을 촉발한 정아무개 의원이나 윤아무개 의원의 병역사항을 들춰보라. 6개월, 하루 근무하고 군필자로 행세하고 있다. 그들이 안보를 말하면 말할수록 안보가 더 불안해지는 ‘안보 딜레마’가 바로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동북아에는 이제 대외정책에서 가장 공격적인 중국·일본·러시아·북한의 정권이 등장했다. 이 험난한 국제정세의 파도를 넘어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이 모든 문제를 잘 풀기를 기원한다. 선거 때 말한 것처럼 한국의 마거릿 대처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려면 역사에 확신을 갖되 길게 보는 전략가들을 주변에 결집시켜야 한다. 그 성패는 인수위 두달여 기간에 판가름날 것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군에서 총한방 안쏜 MB “목숨걸고” 운운에 실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5일자 기사 '군에서 총한방 안쏜 MB “목숨걸고” 운운에 실소'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어디선가 들었다’는 것인지, 혹은 ‘어디선가 봤다’는 것인지 기묘한 말투로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설”의 약발도 거의 떨어져 갈 무렵.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깜짝 방문해 “백배 천배 응징”을 외치며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여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마저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을 밝히라”며 정쟁에 가세했다.
이에 북한이 임진각에서 탈북자 단체의 전단살포에 무력 응징을 천명하면서 남북한 군대는 포격전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는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경기 북부 일원에 긴장이 고조되자 주민이 대피하고 임진각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해역이 아닌 육지에서 조성된 남북의 군사적 긴장 중에 가장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제기된 NLL 논란이 위험한 이유는 한반도의 실제적인 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군은 단순히 말로 위협을 가한 것이 아니라 전방 포병 진지의 갱도가 열리고 사격준비태세로 돌입했다. 북한의 동향이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교전의 조짐이었기 때문에 우리 군은 최고의 경계 및 전투준비태세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전개된다면 북한은 손쉽게 우리 군의 대비 역량을 소진시키고, 군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그런데 이런 소모적 군사적 긴장이 우리 안보에 있어 실제로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앞 둔 보수안보세력의 정략의 산물이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즉 안보를 말하면 말할수록 안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의 안보논리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장사꾼들이 확산시킨 가짜 안보 논리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국민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이런 식의 ‘북풍 몰이’ 또는 ‘종북 논란’이 판을 칠 이유가 없다.
북방한계선은 남북 간의 불가침 해상경계선이다. 이 경계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동어로를 통해 평화적으로 수역을 관리하자는 것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였다. 당시에 우리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된 것은 해상경계선을 재조정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공동어로구역을 정하느냐, 마느냐, 정한다면 남북 간에 어떤 원칙으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자칭 보수안보세력은 이러한 논의 자체를 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몰아붙이며 “북한 어선이 NLL에서 조업하면 우리가 영해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방은 북한이 영토개념을 포기한 것인가? 제한적으로 상대방에게 영토를 개방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더 많고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보다 더 큰 안보란 없다.
북한이 우리 구역에 한 발자국만 들어와도 경계선이 무너지고 국가가 망할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무는 그들은 연평도와 백령도로 달려가 “목숨을 걸고 경계선을 지키자”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라. 지난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북방한계선을 경계선이라고 말한 지도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북방한계선이 이렇게 논란이 되도록 방치한 주범은 1977년에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서북해역을 영해에서 빼버린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서북해역을 지킬 의사도 능력도 없었던 박 전 대통령은 영해법을 선포하고 나서 서북 도서의 안전이 걱정됐는지 북한 특수부대의 섬 상륙에 대비하여 기뢰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 그가 한 조치의 전부였다. 최근 그 당시 설치한 기뢰 중 미수거 된 일부가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됐을지 모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북해역의 안전문제가 쟁점이 되면 우리는 그 문제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박 대통령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시절이 우리나라 서북해역의 안전문제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시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서북도서에 해병대를 배치하면서 유사시 ‘옥쇄작전’, 즉 후방의 지원은 없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런 작전개념은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그들이 언제부터 북방한계선을 목숨으로 지켰다는 것인지도 어리둥절하지만, 정작 북방한계선을 방어한다는 개념이 최초로 성안되고 적용된 정권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1999년의 제1연평해전이 바로 그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축적되자 서북해역을 군사적으로 방어한다는 최초의 인식과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서해 평화협력구상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안보세력은 이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과거에 대한 편리한 기억상실증이다. 육지의 군사분계선(MDL)과 해상의 북방한계선(MDL)이 모두 뚫리고 사람이 죽고 주민이 대피하도록 상황을 악화시켜 놓고 그걸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유체이탈화법도 여전하다. 군에서 총 한방 쏜 적이 없는 국군통수권자가 “목숨 걸고”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9월 30일 일요일

북풍인가, 남풍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플러스의 2012-09-28일자 기사 '북풍인가, 남풍인가'를 퍼왔습니다.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가설. 선거철이 되면 북한은 남한을 향해 도발한다. 심정적으로는 맞는 가설인 것 같다. 1987년 대선 직전의 여객기 폭파 테러, 1992년 대선에는 대규모 간첩사건, 1996년 총선 때는 판문점 북한 무장군인 난입, 2002년 대선에는 제2연평해전 발발 등 축적된 경험은 많다. 만일 선거 때 안보위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1997년 대선 때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첫째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함부로 남한 선거에 개입하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이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이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자칫 공안사건으로 연결될 빌미를 제공했다. 둘째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북한이 도발을 하라고, 휴전선에서 총질이라도 해달라고 은밀히 부탁하는 움직임이다. 정부 여당의 일각에서 이를 주도했다. 훗날 “국기를 뒤흔든 사건”으로 알려진 소위 ‘총풍 사건’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보수정권이 집권한 기간에는 이런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선거 때 쟁점이 된 안보위기는 선거가 끝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점이다. 총선을 한달 남짓 앞둔 올해 3월6일 청와대는 돌연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개최했고, 그 다음날에 김관진 국방장관은 연평도 부대를 방문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무렵 김 장관은 “북한이 4·11 총선과 연말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대남 비방전 수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북한이 태양절(4월15일) 이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마치 북한의 도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말했다. 정부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강경발언은 전쟁 전야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13일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4월23일 남쪽에 ‘특별행동’을 선언하였고, 닷새 만인 28일에 북한은 우리 쪽에 위성항법장치 교란을 위한 전자파 공격을 감행했다. 위기라면 이 시기가 위기였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 그 누구도 이를 위기라고 하지 않았고, 그 흔한 정부 차원의 긴급대책회의도 열지 않는 너무도 ‘차분한’ 대응이 이어졌다. 총선 직전과 대조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거 이전과 이후라는 국면의 전환이라는 점만 대입하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된다.

지난 9월26일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는 최근 북한 어선의 북방한계선 월선 문제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조성하려는 기획 도발”이라며, 북에 “대선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 어선 동향을 ‘대선 기획’으로 진단하는 상상력과 분석력이 놀랍다. 최근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북한이 최근 여당 후보를 비난하고 있어서 나온 반응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의 북풍 경험 때문인지, 배경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 때문에 필자에게는 이 말이 “북한은 대선에 개입하라”고 촉구하는 반어적 표현으로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북한은 더 하기 때문이다. 엄마 청개구리가 자식에게 “강가에 묻어 달라”고 말하는 우화적 상황 같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청와대가 집권 기간 중 각종 위기관리에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정치와 안보를 연계시키지만 않았더라면 우리가 청와대의 당연한 말에 트라우마를 겪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야당 후보 지지율이 좀 오르니까 갑자기 선거와 북한을 연계시키는 말을 들을 때 밀려오는 이 석연치 않은 느낌의 정체는 뭘까? 대통령의 관심은 안보인가, 선거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F-35 미 제조사 “산업협력 하려거든 5000억원 내놔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 2012-08-16일자 기사 'F-35 미 제조사 “산업협력 하려거든 5000억원 내놔라”'를 퍼왔습니다.


F-35를 생산하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는 한국이 차기전투기사업(FX)에서 자사와 “항공 산업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총4억6000만불을 먼저 투자하라”고 우리 방위사업청에 요구해 왔다. 기존의 전투기사업의 경우 전투기를 사 주면 도입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한국 항공업체의 대응구매 및 산업협력을 보장해주던 절충교역(off-set) 방식을 적용했던 데 반해, 이번의 록히드마틴의 요구는 전투기 사업비와 별도로 한국의 선투자를 요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월 30일에 방위사업청이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의뢰하여 전 방산업체 발송한 ‘F-X사업 산업협력(IP) 참여 희망업체 파악’이라는 공문을 통해 밝혀졌다. 공문에 따르면 록히드는 한국이 도입하기로 한 차기전투기 60대 분에 대하여 “F-35를 선정할 경우 ▲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프라 ▲ 주익 및 동체 조립체 ▲ 수평 및 수직 미익 조립체 분야에서 한국 방산업체가 산업협력(IP : Industry Partnership)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럴 경우 한국이 F-X 사업과 별도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금액은 앞의 세 분야가 각기 6천570만불, 2억6470만불, 1억2710만불로 총 4억5750만불에 달한다. 방위사업청은 공문에서 “특정업체의 산업협력을 위해 한국정부가 투자하는 것은 특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므로 “국내업체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업체에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내용을 소개한 3장짜리의 간략한 공문만으로 록히드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공문을 접수한 업체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황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록히드가 말하는 산업협력(IP)이라는 방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작년부터 록히드는 F-35를 통해 한국과 산업협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으나, 그 내용은 F-35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 공동 투자국 9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3000대의 F-35를 판매하고 나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판매물량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분명치 않다. 설령 3000대 이외에 추가 판매물량이 있다고 해도 이미 F-35를 생산하는 기존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강하게 기득권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협력을 한다 하더라도 그 범위가 한국이 구입하는 60대 분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우리 돈으로 5000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선행투자가 업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그 10배에 해당되는 5조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8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현재 F-X사업은 F-35의 경우 전자장비와 특수복합소재 등 전투기 원가의 상당부분이 록히드 몫이고, 이걸 제외한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조립 및 엔진구성품은 불과 1~2조원 밖에 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공문에서는 그 예상 사업 범위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공문으로 5000억원 투자를 하라는 것은 분명 횡포에 가깝다”며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추가적인 제안이 없는 한 록히드 측의 산업협력 제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 업체가 산업협력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 경쟁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방위사업청은 산업협력 업체 의향서를 이번 달 20일까지 제출받고, 예비입찰 공고 후 9월 4일까지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입찰이 불과 한 달여 만에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 간 거래(FMS) 방식으로 판매되는 F-35는 절충교역(off-set)을 할 수 없도록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반드시 절충교역을 하도록 되어 있는 한국 무기시장에 변칙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F-15SE를 공급하는 미국의 보잉사와 유로파이터를 공급하는 유럽의 EADS사는 이미 한국 업체에 상당한 물량이전을 절충교역 제안서에 포함시켜 놓은 상태다. 특히 이 두 회사가 제안한 물량이전은 아예 전투기 또는 민항기 분야에서 특정 사업권을 한국 기업에 제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한국 기업에게 선행투자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매출 성장을 위해 이번 절충교역이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 반해 록히드 측의 산업협력 방식은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기업에게 먼저 돈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차기전투기 평가점수의 18.4%를 차지하는 경제적, 기술적 편익에 대해 록히드 측이 물량이전이 아닌 산업협력 방식을 고집할 경우 F-35에는 상당한 감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관계자는 “록히드의 산업협력 제안은 감점이 아닌 득점 요인”이라고 말을 하고 있어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어리둥절한 반응을 얻고 있다. 방사청 해명대로라면 우리 업체들의 참여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대 편집장  jdkim2010@naver.com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세상 읽기] 서울에 온 미국의 ‘안보장사꾼’ / 김종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6일자 기사 '[세상 읽기] 서울에 온 미국의 ‘안보장사꾼’ / 김종대'를 퍼왔습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유달리 국내 방위산업체들에 무기 수출을 독려하는 이명박 정부에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적이 없다. 미국 정부는 국내 방산업체의 명품 무기로 알려진 청상어·홍상어 어뢰는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의 기술을 베낀 것이고, 신궁 휴대용 대공미사일도 역시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의 기술을 도용한 것이라는 심증을 키워왔다. 외형과 적용 기술이 미국제 무기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09년에 국내 한 방위산업체가 독자개발한 F-16 전투기의 전파방해장비(ALQ-200)를 파키스탄에 수출한다고 하자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가 있고, 중국제 전투기를 사용하는 파키스탄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비를 판매하겠다는 거냐”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적성국 무기 수출을 규제하는 바세나르 체제까지 들먹이며 야단치는 미국 정부를 달래느라고 우리 업계 관계자는 진땀을 빼야 했다. 특히 중국 전투기에 미국 장비가 부착된다는 심각한 문제제기에 우리는 “파키스탄 수출은 포기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그러던 중 지난해 8월에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5K 전투기의 센서인 타이거아이의 봉인을 한국 공군이 무단으로 뜯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즉시 미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이끄는 11명의 일행이 서울에 들어와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기간임에도 한국의 관계자를 불러내 거의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며 소동을 부렸다. 서슬 퍼런 미국의 태도에 우리 쪽은 한-미 공동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은 힐러리 국무장관이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한국의 무단 기술도용을 기정사실화한 항의서한을 보낸 때가 10월이다. 마침 서울을 방문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2시간30분의 회담 중 1시간을 타이거아이 의혹을 따지는 데 할애하면서 “한국의 불법 방산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하라”는 훈수까지 늘어놓았다.이렇게 미국이 한국 정부를 다그치던 지난해 10월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전파방해장비(ALQ-211)를 4900만달러어치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리에게 위험한 국가라고 지목한 파키스탄에 한국 기업이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 기업의 수출물량을 가로채서 미국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패권적이고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에 속을 앓던 방위사업청은 올해 7월 기술통제관이라는 직위를 신설했다. 방사청은 기술통제관을 우리 방산기술 유출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했다고 말하지만 작년에 타이거아이 사건을 통해 미국에 약속한 후속 대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최근 수출이 추진되는 한국 무기를 보면 독일과 협력하여 제작한 잠수함이라든지, 유럽 회사와 협력한 헬기 등 주로 유럽 방산기술들이다. 반면 미국과 협력하면 온갖 설움을 다 받고 수출도 봉쇄된다. 오직 한-미 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될 뿐이다. 미사일 주권, 원자력 주권도 빼앗기고, 방위산업 자립도 물건너가는 마당에 현 정부는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정권 말기의 대규모 미국제 무기 도입이 추진될 모양이다. 더군다나 미국 정부는 유달리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무기 판매 계약을 서두르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약속도 받아내려고 몹시 바빠졌다. 지금 서울에 와 있는 미 국방부의 애슈턴 카터 부장관은 김관진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평택, 오산의 미군기지로 달려갈 예정이다. 그런 카터 부장관에 대해 ‘안보 장사꾼’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는 중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지적재산권 조항 포함 미사일방어체제 개발 사전포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9일자 기사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지적재산권 조항 포함 미사일방어체제 개발 사전포석?'을 퍼왔습니다.

정부가 29일 체결 직전에 보류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이 담겨 있어 이번 협정이 한·미·일 미사일방어(MD) 체제 개발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이날 언론에 배포한 협정을 보면, 6조 ‘군사비밀정보 보호의 원칙’의 라 항목은 “접수당사자는 특허권, 저작권 또는 기업비밀과 같이 군사비밀정보에 적용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을 자신의 유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준수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미사일방어체제 기술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미사일방어 체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공유되거나 개발될 여지가 많다”며 “미쓰비시 등 일본 군수산업체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식재산권 조항이 덴마크, 콜롬비아, 프랑스, 캐나다 등과의 협정에도 들어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2001년 2월 체결된 한-러시아 협정 등에는 포함되지 않은 조항인 것으로 밝혀졌다.또 이번 협정의 18조 ‘보안대표의 방문’은 “다른 쪽 당사자가 방문하도록 허용하고… 지원한다”며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교류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3주 전에 사전 서명 승인”을 요구하는 한-오스트레일리아(호주) 협정 등 다른 협정과 크게 비교되는 내용이다. 한-일 군사협력 확대 차원에서 보안·정보 당국의 상호 교류를 촉진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suh@hani.co.kr

2012년 5월 6일 일요일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4-29일자 기사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치학

▶ ICBM, SLBM, MRBM, IRBM… 미사일 용어들은 죄다 암호문 같다. 우주로 날아갔다가 초속 5~7㎞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해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고 상대에 극한의 공포를 안겨준다. 뾰족한 창을 던져 사냥감을 잡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 벌이는 ‘절대무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호모 에렉투스는 주먹도끼를 들고 사냥감에 다가가 때려잡았다. 그 뒤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긴 창으로 찌르거나 던졌다. 결국 호모 에렉투스는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하게 되었다. 다가가지 않고도 멀리서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변혁시킨 심오한 사건이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오직 상대방에게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확보하게 되어 인간은 자연에 대한 지배자로 자신을 격상시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생존경쟁에서 절대강자가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창에서 화살로 이어진 고대문명, 총과 대포로 진화한 근대문명, 미사일로 이루어진 현대문명은 “누가 얼마나 멀리서 타격할 수 있느냐”는 경쟁의 산물이었다. 오늘날 호전적인 국가는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할 때마다 반드시 자신의 미사일을 과시한다. 멀리서 상대방을 응징하는 징벌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 지난 19일 오전 8시5분(현지시각) 인도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그니5가 시험발사되는 모습. 사정거리가 5000㎞에 이르는 아그니5는 인도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계획에 따라 자체개발에 성공한 최신형 미사일이다. 로이터

창과 화살, 총과 대포, 그리고 미사일
세계의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에 따라 크게 보면 단거리(1000㎞ 미만), 중거리(5500㎞ 미만), 장거리(5500㎞ 이상)로 구분된다. 발사대는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나뉘며, 발사 형태에 따라 지상발사, 수중발사 미사일로 구분된다. 사용 연료에 따라 액체연료 방식과 고체연료 방식으로 나뉜다. 이런 여러 유형의 미사일을 다 망라하자면 수백 종은 족히 되는 다양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생태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북한만 해도 40년 동안 미사일을 개발해 오면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성하고 있고, 일부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미사일들의 족보를 따지면 과거 미국과 소련이 그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치명적인 공중무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사일은 특별한 무기다. 항공기는 만들기도 복잡하지만 미사일은 그 구조가 간단하여 만들기도 쉽다. 게다가 항공기는 사람이 타고 가서 때리고 돌아와야 하지만 미사일은 가서 폭발하면 그만인 간편한 수단이다. 미사일은 모든 것을 운반할 수 있다. 재래식 고폭탄뿐만 아니라 핵무기, 화학무기, 무엇이든 운반이 가능하다. 핵, 화학, 생물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미사일은 공포를 쏘아올리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탄두가 아니라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사일은 항공기보다 훨씬 빠르고 탐지도 어렵다. 우주로 날려보내 가속이 붙으면 최고속도 음속의 14배, 즉 초속 5~7㎞나 되는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엄청난 화염과 함께 나선형으로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군사 무기가 줄 수 있는 공포의 가장 극한에 서 있다. 사정거리가 5500㎞를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한다. 북한이 쏘아올린 대포동 2호가 여기에 속한다. 북한이 로켓의 우주궤도 진입에만 성공한다면 발사 후 20분 만에 미국의 서해안에 떨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다.
군사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하려면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전투기가 직접 날아가 작전을 해야 정확하게 타격을 할 수 있고, 작전 결과를 직접 확인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은 부정확하기 때문에 주로 하나의 도시나 항구, 공항을 대량으로 파괴하거나 대량살상을 하는 데 동원된다.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미사일의 시초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한 ‘V-2’다. 당시에는 인접 국가를 향해 장거리를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독일군은 1944년부터 9개월 동안 영국 런던과 벨기에 안트베르펜을 향해 탄도미사일 약 3200여발을 쏘았다. 그 결과 3만7000채의 민간인 주택이 완파됐고 150만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약 9000명이 숨졌으며, 2만5000명이 다쳤다. 무차별적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피해자는 주로 민간인이었다. 독일이 패전하면서 V-2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실제 파괴력과 관계없이 극심한 사회혼란과 공황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 사례가 1981년에 시작된 이란과 이라크 간의 8년 전쟁이다. 이라크는 전쟁 중에 소련제 미사일 스커드 B의 사정거리를 서방 기술자의 도움으로 1000㎞까지 연장한 ‘알후세인’을 개발한다. 이에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500㎞ 사정거리의 조잡한 화성5호 탄도미사일 100여발을 수입하게 된다. 교착 상태의 전쟁은 1988년 2월29일에 이라크가 총 189발의 알후세인 탄도미사일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의 주요 도시에 발사해 2000여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도시에서 주민의 탈주 사태가 벌어지고 이란은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된다. 물론 이란도 화성5호 탄도미사일 77발을 바그다드로 쏘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란은 정전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불려 나오게 된다. 미사일로 인한 사망자가 다른 무기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음에도 공포는 그 수십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사태,
소련의 ICBM 배치 움직임에
미국과 3차대전 위기까지
그 뒤 양국 증강경쟁 불붙어

68년 미·소의 미사일은 
지구를 30번 멸망시킬 괴력 
서로에게 공포 대상 되자 
무기감축 테이블에 마주앉아

‘제1격에 완전 몰살’…수량이 중요해져
이 전쟁의 승리로 사담 후세인은 중동의 절대강자로 부상한다. 이스라엘을 징벌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세인은 아랍의 맹주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싹튼 후세인의 망상이 3년 뒤에 쿠웨이트 침공으로 치달은 것도 스커드 미사일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이라크의 미사일에 당한 이란은 이후부터 절치부심하며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 이란의 미사일 문제로 이어진다.
전세계의 지역 분쟁에서 미사일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남긴 유산이다. 이 두 강대국 미사일의 파생상품과 기술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중간급 국가들의 미사일 경쟁이 거세졌다.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태는 단지 쿠바에 소련의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려 전 미군에 데프콘2, 즉 전쟁 직전의 단계까지 가게 했다. 만일 흐루쇼프(흐루시초프)가 미국으로부터 쿠바를 방위하기 위해서였다면 당시 사정거리 176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s)만 배치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소련은 여기에 더해 3600㎞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s)까지 배치하려 했다. 쿠바 방위를 넘어 미국 전체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케네디는 쿠바의 해안 봉쇄를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미-소 간의 충돌이 생기면서 자칫 3차 대전으로 거의 갔던 사건이다. 케네디는 위기가 끝나고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3분의 1과 2분의 1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가까운 곳에 전략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는 건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미국과 소련은 인류 문명의 전부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핵미사일 증강의 광기로 치달았다. 1961년 2월 초에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이 된 로버트 맥나마라에게 전략공군사령관인 토머스 파워 장군은 미-소 간에 핵 맞대결이 있은 다음에 “미국인이 2명 살아남고 소련인이 1명만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부는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 그리고 중국의 모든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통해 적어도 사망자가 4억명에 달하는 전략 공격 능력을 보유할 것을 주장했다. 냉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상되느냐에 대한 인간적인 측면보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는 군사적인 측면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였다. 군사시설이든 민간시설이든 상관없이 1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겨냥하여 중국과 소련의 전체 블록을 몰살시키는 계획이어야 한다는 게 파워 장군의 주장이었다. 세상을 끝장내는 이러한 파국은 어떤 중간단계나 경고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기본 생각이었다.
이 당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단순히 적국을 멀리서 파괴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핵무기로 보복하지 못하도록 ‘제1격’에 완전히 몰살시키는 데 그 초점이 있었다. 불완전한 공격으로 소련의 잔여 핵 보복 능력을 허용하면 미국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한 그 살상능력 못지않게 수량이 중요해졌다. 미국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의 충격으로 소련한테 압도당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몰입했다. 또한 미국이 소련의 핵 공격을 받아 본토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이 파괴되어도 소련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계속 보유하는 능력, 즉 ‘제2격’으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SLBM)을 갖춘다는 목적으로 핵미사일을 증강했다.

미·러 “2018년까지 전략 핵탄두 1550개로”
 1960년대 초까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은 4기밖에 안 됐고 폭격기도 200대에 불과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소련의 핵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핵미사일을 증강한 것이다. 케네디와 그의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이런 사상에 넌더리를 쳤으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핵전쟁을 실제적인 가능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케네디는 절망적인 군비경쟁을 끝장내려고 했으나 1963년에 암살당하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암살당하던 바로 그해 1월에 케네디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지 못하면 전쟁이 인류를 끝장낼 것”이라고 절규했다. 그 이후 소련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급격히 증강하기 시작해, 1968년 무렵에 미·소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를 적어도 30번 이상 멸망시킬 수 있는 극한의 수준에 도달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은 서로 확실히 멸망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 능력을 보유한 ‘공포의 균형’에 이르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미·소가 상대방의 보복을 우려하여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불안한 평화로 이어져, 양국을 핵미사일 감축을 위한 길고도 지루한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 모으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은 1972년에 최초로 합의되었다(SALTⅠ). 여기서 미사일 보유 상한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1054기, 소련 1618기로 제한하며 수중(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미국 710기, 소련 950기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Ⅱ)은 79년 6월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식 조인되었다. 내용은 양국의 전략무기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공대지 탄도미사일(ASBM)의 총수를 조약 발효와 동시에 2400개 이하로, 다시 81년 말까지는 2250개 이하로 규제하면서 더이상 새로운 공격용 전략무기의 개발을 금지한 것을 뼈대로 했다. 82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한’이 아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제안하여 협상이 이어지다가, 91년 7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핵무기를 향후 7년간 각각 30%와 38% 줄인다는 내용의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했다. 93년 1월 부시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 전략핵무기의 3분의 2를 감축해 핵탄두를 3500기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 서명했으나 양국 의회가 모두 이 협정을 비준하는 데는 200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99년부터 시작된 3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은 핵탄두를 각각 2000기 선으로 줄여나가는 협상으로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는 동안 미·러는 2002년에 핵탄두 수를 2012년까지 1700~2200기 사이로 감축하자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을 체결했다. 이렇게 줄여도 전세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의 95%는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미국은 812개, 러시아는 494개를 배치하고 있다. 전략 핵탄두도 미국은 1737기, 러시아는 1492기를 배치했다. 2011년 2월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한 미국과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에 따르자면, 양국은 2018년까지 전략적 배치 수량을 발사 및 운송 장치는 700개까지, 전략 핵탄두는 1550기까지 줄여야 한다.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에 적극적이지만 핵과 미사일에 대한 냉전 식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Ⅲ을 450기, 수중발사 탄도미사일인 UGM-133A를 288기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한 종류밖에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절대무기’는 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는 신이 부여한 평화유지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반면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R-36M, UR-100, RT-2PM, RS-24, R-29, RSM-56 6종을 배치하고 있다. 여전히 공포의 균형 상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러·중·프·영 ‘ICBM 보유’
자력으로 인공위성 쏘아올린 
일 등 4개국도 ‘잠재 보유국’
북, 이번 로켓발사 실패로
ICBM까지 10년쯤 늦춰졌지만 
이미 주변국엔 국제적 위협 
‘좌시 않겠다’는 분위기와 
미 안보우산 줄서기도 본격화


북한 ICBM,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 될 수도
 냉전은 전세계에서 총 5곳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을 탄생시킨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으로 이들 5개국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여기에다가 잠재적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은 인공위성 자체발사에 성공한 일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를 합한 9개국이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면 10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며, 잠재적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란이 북한과 비슷한 속도로 로켓 발사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듯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존 보유국에 의한 강력한 과점체제로서 신규 가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지만, 북한과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에 성공한다면 동북아, 나아가 전세계의 전략적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켓 발사라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거의 유사하지만 3단계의 서로 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80~300초가 걸리는 발사 및 추진 단계는 추진체 연소가 종료되기까지의 단계로 지상 100㎞ 이상의 성층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추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 단계를 돌파하는 데 1998년과 2009년 발사에서는 성공했고, 2006년과 2012년 발사에선 실패했다. 즉 50%의 성공률을 갖고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의 성패는 산화제와 연료의 배합 및 분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연소된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북한은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간비행 단계는 우주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비행하는 단계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약 20분이 소요된다. 북한은 이 단계에서 네번 다 실패했으나, 2009년 발사에선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리되어야 할 2단과 3단의 분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유는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즉 종말 단계는 목표 지점에 투하되도록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단계다. 대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수천도에 이를 때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탄두의 끝부분에 특수 삭마제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또한 목표 지점 부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자면 우주에서 추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껏 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정확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도 탄두의 재진입 기술만 확보한다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에 자극을 받아 이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데 1~2일이 소요되어 발사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체 연료를 쓸 경우 사전에 징후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위협적이다. 고체 추진체는 산화제와 연료를 분말로 혼합하여 응결한 것인데,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설적으로 북한 미사일의 항법장치와 추력 조절 등 기술이 정교하지 못한 점이 더 위협적이다. 어디로 날아갈지, 통제가 되는 미사일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고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나중에는 발사 후에 어떤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북한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은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여기에는 조기경보기, DSP 조기경보위성, 엑스(X)밴드 레이더 등의 감시자산이 동원되고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이 동원된다. 미국은 바로 이 단계에서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로 총알 맞히기
 북한의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솟아올라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의 정찰위성에서 본다면 북의 미사일은 하나의 정지된 점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 궤도와 연료의 양을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면 이론상으로는 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9년 4월에 북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추진체의 크기와 연료량, 속도, 궤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여 발사 후 30분 만에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크게 흡족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더라도 탐지와 추적은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탐지는 잘했더라도 실제 요격은 단지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반드시 요격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1983년에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하고 30여년간 천문학적인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아직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의 탄두를 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한다는 것은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에 비견되는 과학의 극한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원래 4~5년 내로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이번 발사 실패로 그 시기는 ‘10년 후’쯤으로 연기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북의 로켓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과민한 반응들은 과거 세번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비교되지 않는 ‘이상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 나라들한테 ‘북한 미사일의 정치학’이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 이 정치학의 핵심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국제적 위협’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은 한반도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은 더이상 한반도 문제를 ‘강 건너 불’로 보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미사일은 주변 아시아 나라들에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도록 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줄서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만, 일본, 필리핀은 북한 로켓에 대비한 미국과의 공조에 더 기울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북한이 아시아의 징벌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 즉 호모 사피엔스의 군비경쟁 본성이 도사리고 있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5월 4일 금요일

“무기사업 감사 과장 징계-자문인 민간인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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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사업 감사 과장 징계-자문인 민간인 사찰”

최근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GPS 전파교란 현상이 잇따라 나타난 가운데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 이른바 ‘번개사업’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한다는 취지의 사업이지만 군용이 아닌 민간 GPS를 도입한다는 점과 추진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다. 

김 편집장은 4일자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군은 연평도 포격사건 사흘뒤인 2010년 11월26일에 ‘최고 성능의 무기로 북한의 비대칭 무기에 대응하라’는 이명박 대통령 지침에 따라 ‘번개사업’이라는 무기도입 사업을 추진한다”며 “국방부와 합참의 검토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국방사업에 손을 댄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율곡사업 이래 40년 만의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번개사업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 미사일, 다연장포 구룡에다 지피에스(GPS) 항법장치를 장착하여 북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정밀타격하는 장비를 도입(L1, L2)하는 사업과 지상기지국의 지피에스 신호 발신을 하는 일명 ‘의사위성시스템’(GBNS)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 사업은 우리나라 국방사업의 최대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김 편집장은 “감사원은 지난해 5~6월에 번개사업을 ‘부실사업’으로 판정하고 7월에 감사원 담당국장과 과장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을 직접 방문해 사업의 부실요인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사업에는 성능이 우수한 군용 GPS가 아닌 민간 사용의 GPS를 적용했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지고 북한의 전자전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내일신문)은 지난해 9월 19일 “감사원은 번개사업에 대해 지난 5~6월 감사를 실시, GBNS사업이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ADD 대외비사업 관리규정을 위배했다는 절차상 문제점을 찾아냈다고 국회 국방위 안규백(민주당) 의원이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내일신문)은 “지상에 송신 안테나를 설치하고 GPS수신기를 탄도탄에 장착하는 GBNS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 지적은 번개사업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GPS로 유도되는 탄도탄이 북의 전파교란(재밍)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감사원은 GBNS사업 대신에 군사용 GPS수신기를 구매하도록 국방부에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날 (내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송 새누리당 의원은 번개사업에 대해 “사업 타당성 조사나 개념연구도 없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전력화까지 수천억원이 소요될 번개사업을 추진한다면 명백한 중복투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편집장은 칼럼에서 “국방부의 검토 절차 없이 전문성 없는 청와대가 직접 관장한 사업이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그러나 지난해 9월에 정보기관은 감사원의 자문에 응한 민간인을 사찰한 데 이어 강도 높게 조사했고 감사원의 담당과장을 보안조사해 징계를 받도록 감사원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과장은 다른 부서로 전보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무기체계사업, 전문가 검토 누락되면 용 그리다 뱀 나오는 셈”

아울러 김 편집장은 최근 일어난 ‘전파교란 사태’와 관련, “가장 확실한 것은 이러한 전파공격에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라며 “수십조원 무기체계가 서푼짜리 전자전 장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은 피터 싱어라는 학자가 예견하는 ‘전쟁기술의 평등화’, 즉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지 않는 전쟁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현대 무기를 구식으로 운용하는 데 반해, 북한은 구식 무기를 현대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비교우위가 상쇄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엉뚱한 곳에 돈을 펑펑 쓰는 대담한 청와대는 이런 통찰력이 없다. 이런 정권하에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고 스텔스전투기를 산다고 해서 안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김 편집장은 (뉴스페이스)와의 통화에서 “무기체계사업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게 다 누락되면 처음에 용을 그리겠다고 하는데 뱀이 나와 버리는 셈이 된다”며 “(무기체계사업이) 어떤 정치논리로만 추진됐다면 무기소요에 대한 경제성, 작전운용의 적합성, 운영유지의 적합성 등의 부분에 대한 검토가 누락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는 군의 무기사업을 청와대 주도로 다 바꿨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개혁 2020’은 군에 큰 지침, 목표만 주면 군이 알아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무기소요를 결정했는데 지금은 청와대 몇몇 실세들에 따라 무기사업이 결정되는 구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정치적으로 무기도입에 개입하니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 것”이라며 “이렇게 되다보니 군 자체의 합리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편집장은 “우리 군의 GPS 대책을 보면 부실하기 짝이없다. 국토해양부가 더북한 전자전 문제에 더욱 대비하고 있고 군은 거의 무장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유사시에는 미국이 해줄거다’ 이런 것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편집장은 “그런데 연평도, 천안함 (사건) 때 미국이 해준 것이 없고 국지적인 분쟁발생은 한국군 몫”이라며 “야전부대에서는 여러차례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는데 전부 묵살했다. 그러면서 국방예산을 스텔스 전투기, 아파치 헬기 사는 쪽으로 전부 몰아가고 대통령이 지시한 사업을 하니 정작 필요한 사업은 못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용필 기자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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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대 편집장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재검토해야"

미국 국방예산은 2013년도에 전년 대비 9% 감소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201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6130억 달러로 책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력 감축도 이뤄진다. 미 육군은 2017년까지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2000명에서 18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며 다음 달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들이 자칫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27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3월 1일부터 두 달 간 야외 전술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또 3월 중 해병대 상륙 훈련인 '쌍룡훈련'이 계획돼 있다.

패네타 장관은 예산·병력 감축에도 한반도나 중동에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월러드 미 태평양사령관도 27일 "새로운 국방전략으로 인해 주한미군 운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믿고 안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국의 '립 서비스'만 믿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가는 2012년 각국의 정권 교체 이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만 미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대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튼튼해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맹 약화의 시발점은 미국의 국력 약화다.

김 편집장은 26일 진행된 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며칠 후 한반도에 또 한차례의 전화(戰禍)를 불러올 뻔 했던 한국군 지도부의 무능과 보수세력의 한미동맹 맹신주의를 질타하며, 현실을 바로 인지해야 하며 한미동맹 전면 재검토 등 근원적 성찰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프레시안(곽재훈)

"증원전력 69만? '옛날'에 유명무실화된 작전계획"

프레시안 :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포기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안보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군 증원전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대 : 작전계획(작계) 5027에 따라 미군 69만 명이 한반도에 파견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안보 공약이자 '강한 한미동맹'의 지표였다. 그러나 증원 전력 규모가 69만 명이라는 계획은 이미 지난 21세기 초에 현실성을 상실했고, 적은 병력을 가정한 새로운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으로 전환돼 있다. 또 2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증원 규모나 주한미군 병력 수로만 동맹을 논한다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의미도 없다.

69만 증원 계획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증원 규모가 한미동맹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재검토를 하려고 하니, 국방부에서 전시지원 규모를 들이대면서 말리고 나섰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설명이었다.

사실 '69만 증원군'은 자기최면에 빠진 보수주의자들의 신화에 불과하다. 유사시에 미군이 해외에 69만 명의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TPFDD)이다. 이는 작계 5027에 따라 미군의 어떤 부대가 어떤 시기에 한국에 순차적으로 전개될지를 담은 목록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 내용을 알아야 할게 아닌가. 하지만 한국군은 이 내용에 접근할 수 없게 돼있다.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의도대로 계획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69만이란 규모는 냉전의 최절정기였던 레이건 행정부 때 나온 수치다. 당시 미군 전체 규모가 240만일 때다. 지금은? 140만이다. 해외 파견 미군들도 본토로 많이 복귀시켰다. 이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안보전략이 본토 방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속화됐다. 이처럼 20여년 동안 미군은 체질과 속성을 다 바꿨다.

프레시안 :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 발표 이전에 이미 이같은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때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돼서 작계 5027을 평가절하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2002년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남신 합참의장을 찾아와서, (5027이 아닌) 5026같은 별도의 작전계획을 통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측에게 통보했다. 흔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를 표방하니까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 출범 훨씬 이전에 미국이 전략개념을 바꾸고 변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표방한 것이다. 미군이 피를 흘리기 싫다는데 국방을 해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 자주국방이고 전시작전권 전환이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연합군사령군을 맡은 이유가 뭔가? 압도적으로 많은 물자와 병력을 미국이 담당했기 때문 아닌가? 지금까지는 미군이 유사시 압도적인 지원을 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연합사령관을 미군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미국이 그런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우리가 국방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고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과거에 끊어진 미국의 지원을 다시 복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고강도 전력을 투입하는 대신 10~20만 정도의 소수 병력을 가지고도 한반도에서 공세적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개념계획 5029나 작계 5026, 5028, 5030과 같은 별도의 '우발계획'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미군의 한반도 전략 중심은 그리 옮겨갔다. 5027을 없애지 못한 건 한미 간의 전통적인 신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부를 유지하고 5027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작계 5027도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가?

김종대 : 매년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2년 이후 우발계획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은 북한이 탱크를 몰고 부산까지 쳐들어와서 몇 달씩 끄는 그런 전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에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미 합참에도 보고된 내용이다. 지금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수정예로 이뤄진 신속대응군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장에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세력은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하면서 과거의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세무민해왔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으로 미국의 변화 실체가 드러나니까 마치 감전된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또 침묵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국군의 입장에 따르면 다음달 있을 '키 리졸브' 훈련은 작계 5027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대 : 과거 한국은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얘기하니 개념계획 5029를 중시한다는 계획을 덥석 받아갔다. 키 리졸브 훈련 같은 데서 오히려 5029를 연습하는 것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5029는 아직 작전계획으로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고 개념계획과 작전계획의 중간 정도 상태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이게 한국에 족쇄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5027보다 5029를 앞세우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정치적으로 써먹었던 것인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급변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5029를 연습한다면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게 굳어지면 정권이 바뀐다 해도 훈련 내용 등을 바꾸기 어렵다. 미국에 말려들어 남북관계 조정이 어려워지게 된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아들인 게 또 있는데,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미국-일본 간 외교안보 관련 회동이 있으면 마치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한미일 동맹을 꼭 언급하고 있고 미일 회담 후 발표에까지 넣었다.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저렇게 자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양해해 줬거나 공감해주지 않았다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 정부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는 심증이 가는 부분이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확장한 결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한미동맹, 껍데기만 남았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들어 겉으로는 강화된 것 같은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종대 : 지원받던 것들이 다 끊어졌다. 가장 큰 것은 정보지원이다. 이라크·아프간 전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 국방부의 한반도 정보 분석가들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 한반도 정보를 분석하는 인력 체계가 붕괴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첩보가 수집돼도 분석할 사람이 없다. 미국이 제공하던 정보 지원이 약화된 것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미동맹에 미친 가장 치명적 영향이다.

한반도 동향을 감시할 정보자산도 없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인정찰기를 달라고 해도 지원이 없고 그나마 있던 U-2 고공정찰기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미 군사 당국 간 정보 분야 공조에서 눈에 띄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부대도 이라크로 가 버렸다. 전 세계 미군 사령부 중에 4성 장군 휘하에 아파치 전력이 없는 군대는 주한미군밖에 없다. 포병도 단계적으로 철수해서 이미 북한과의 대(對)포병전은 미군이 아닌 한국군 임무가 돼있다. 쓸만한 전력이 없다.

운영도 빈사상태다. 미군들이 출장비가 없어서 출장을 못 다닌다. 미군부대에서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서 지금 동두천에서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긴급 회의를 개최한 적도 여러 번이다.

동맹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지표가 모두 나타난 것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이 '범세계적 가치동맹'이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의 힘이 지구로, 우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서 강화됐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이게 뭔지 모른다. 한미동맹이 한국 영토방위를 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반도 방위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말들만 나온다.

프레시안 : 그래도 기존에 없던 합의체나 안보 관련 협정들도 새로 맺어진 부분도 있는데.

김종대 :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지표라고 했던 것 중에 또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2010년 만든 '확장억제위원회'(EDPC)가 있다. 이게 국민들에게는 핵부터 재래식 전력까지 미국이 모든 전력 지원을 다 해줄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위원회는 지원 전력 목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개념 연구'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곽재훈)
원래 없는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연구하려니까 내용도 없다. 확장억제라는 게 뭔가? 핵우산은 원래 있는 거다. '확장'됐다고 해서 배치된 핵탄두 수를 늘리거나, 유사시 핵무기를 쏘는 결심을 빨리 하는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다.

그나마 한미 양국군 장교들 사이에 제일 많이 토론되고 있는 건 미사일방어체계(MD)인데 북한 미사일 방어를 주한·주일미군의 지휘체계 하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거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내딛는 순간 기초 비용만 11조 원을 빨아들이는 '돈 먹는 블랙홀'로 빠진다. 게다가 MD 참여는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

주한미군이 가족을 데려와 3년 정도 장기 주둔하게 한다는 계획도 한미동맹이 강화된 지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선전한 것인데 패네타 장관이 취임하면서 관련 예산을 다 잘라버렸다. 아마 앞으로는 이 얘기가 다시 안 나올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200년만에 돈 꿔서 전쟁할판"

프레시안 : 한반도를 포함해 미군의 해외 전략이 변화한 근본 원인은 어디 있을까?

김종대 : 현재 미국은 독립전쟁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에서 돈을 꿔서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발행한 9조 달러의 채권 가운데 반을 외국이 샀고 가장 많이 산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사실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 중국에서 빚을 내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특별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향후 10년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규모의 감축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지상군을 대폭 줄여야 하며 한국과 독일 등 해외파병 미군의 규모를 재검토하고 무기획득 계획도 구입 시기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육해공군 전력을 골고루 감축시키는 선에서 버텨왔지만 6000억 달러 감축이 일어나면 아예 어느 한 분야를 버리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방산업체들이 고사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보잉이나 록히드 등은 대규모 조립 라인을 통해 막대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민 기업'이다. 그러나 미 국방비가 줄어들어 (생산)물량이 감소하면 조립 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보잉이나 록히드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직원 을 감원했다.

미국의 방산업체는 막대한 세수, 국채발행 능력과 함께 미국의 2차대전 승전 요인 세 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 이렇게 약화된 적이 없다. 보수세력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자주·반미를 표방해 한미동맹이 약화됐다고 하는데 정작 동맹의 기초체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약해졌다.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승격시킨 MB, 코 꿰인 셈"

프레시안 :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란 결국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미국의 국력일 텐데, 이같은 미국 국력의 약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종대 : 미국 국력의 핵심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패네타 장관은 당시 SCM에서 전체 회의 2시간 반 중 1시간 반 동안 한국 국방비 증액 문제만 얘기했다. 미국이 국방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증액해 지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범세계적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내용 : 편집자) 지역적 차원의 동맹이 세계적 차원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달 초 김 편집장은 패네타 장관의 요구가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잘못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핵심은 그게 아니라 국방비 증액이라는 것인가?

김종대 : 미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한국 국방비를 70% 가까이 늘려 GDP 대비 4%까지는 올리라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이런 큰 흐름에 비한다면 오히려 작은 문제고 2013년에 재협상하게 돼있으니 아직 때도 안 됐다.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압박은 크게 3가지다. 첫째가 국방비 증액, 둘째가 평택 미군기지이전사업, 셋째가 방위비분담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높이 평가할 부분도 있다. 동맹 원칙 등은 다 합의해 주면서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드는 돈 같은 건 깐깐하게 안 쓰고 버티면서 약게 빠져나온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통령마저도 정권 말기에 14조 원이 드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이는 미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미국 방산업체의 조립라인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무기 구매는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해 주는 나라가 한국밖에 더 있나.

"F-X 사업, 올해 안에 선정 완료하긴 힘들 것"

프레시안 : 얘기가 나온 김에 무기도입 사업 얘기를 좀 해 보자.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F-X)와 대형공격헬기(AH-X),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모두 연내에 기종 선정을 마친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김종대 : 사실 그 부분은 작년 10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급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국방부는 제쳐 놓고 기획재정부 예산관리실장을 직접 불러 대통령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미국에 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여름에 차례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에 전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 지출되는 시기는 다음 정권이니 자기들은 올해 10월에 서명하고 나가겠다는 거다. 이 경제위기에, 그것도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반도 환경에 맞지도 않는 무기를 10조, 20조를 들여 사겠다니 이런 우매한 짓이 어디 있나.

프레시안 :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는 무기라면?

김종대 : 지금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무기다.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한국군의 방위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서 중국의 상당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이는 종심(從心)이 짧은 특성을 가진 한반도 전장에는 성능이 과한 무기다.

F-35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라고 하지만, 5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무기 팔아먹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다. 또 굳이 스텔스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소수 전투기를 적진 깊숙이 은밀히 침투시켜서 주석궁을 폭파한다는 식의 작전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허무맹랑하다. 그보다는 기존의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정도를 결합해서 잘 운영하면 4세대 전투 정도의 개념으로 싸울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말로 10월에 계약이 성사된다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인데.

김종대 :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어 어려울 것이다. 전투기 시험평가를 어떻게 한 달 만에 하나. 수천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내면 그걸 읽어보고 평가하는 데만 몇 개월 걸린다. 거기에 기종 평가하는 데만도 몇 개월, 또 몇 달 걸려서 가격 협상해야지 기술이전 협상해야지 그러다 보면 통상 2~3년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작년에 예산 배정해서 아직 제안서도 안 나왔다. 10월 말에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건 뭔가 변칙 또는 날림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먹튀', 즉 사인하고 튀겠다는 거다. 이렇게 몇 달 안에 무기도입 계약을 맺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기존 절차 무시하고 섣불리 서명했다가 나중에 청문회라도 열리면 어쩔 건가.

게다가 F-X 사업에서 유력한 기종으로 알려진 F-35는 아직 개발도 안 끝난 무기다. 개발 실패하면 계약금은 어찌 회수하나? 또 어찌 개발은 됐다 쳐도 2016년부터 도입한다는 계획도 말이 안 된다. 미 공군에도 아직 도입이 안 된 기종이다.

프레시안 : 선정 과정이나 진행 절차에서 시민사회나 언론의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김종대 : 그건 당연하지만 사실 그냥 놔둬도 10월 안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자가) 워낙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니 박박 우기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전문위원 보고서가 나왔다. 육군에서 도입한다는 아파치 헬기도 미국이 대만에 900억 달러, UAE에 1000억 달러에 판 걸 우리는 400억에 들여온다는 얘긴데 어디 한 번 해 보라고 해라. (웃음)

이런 안 될 얘기를 하면서 10월까지 굳이 도장을 찍겠다는데 전후 사정을 알아보긴 한 건지 모르겠다. 공군 비행기들이 노후했으니 굳이 필요하다면 새 비행기를 사오자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이지만, 군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절차를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 다음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끌고 가겠다는 건 한미동맹을 정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수를 둔다면 정권 최후의 패착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쏴라' 지시에 전쟁 날 뻔"

프레시안 : 미국의 국력 쇠퇴로 한미동맹이 내용적으로는 약화된다는 지적인데, 한국에 대안이 있을까?

김종대 : 동맹을 고쳐서 써먹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국민의 요구와 국익에 맞게 동맹 자체의 성격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하는 조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방위를 미국의 선의에 맡긴다는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춰 안보에서의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전망까지 연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미국의 국방비 감축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을 보인다.

김종대 : 지난해 미국 군사예산 삭감이 결정됐을 때,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방·외교·경제·정보 합동으로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대책반을 만들었어야 한다. 지난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그런데 미국의 재앙을 앞두고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대책을 고민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

15년 만에 한미가 뒤바뀐 입장인데 우리는 왜 이리 태평한가.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좋고 미국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도 한미동맹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판에 박힌 공약을 맹신하고 있어 어떤 공무원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따뜻한 엄마 품처럼 여기고 동맹에 의존하려는 '공짜 심리'가 불치병처럼 박혀 있어 변화된 현실을 보지 않으려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는 구체적 실상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전략의 판을 다시 짜는 긴급한 대책과 모색, 성찰이 없다면 2012년 각국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 이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 낙오될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혼자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 약화는 그 계기다.


ⓒ프레시안(곽재훈)

프레시안 : 그렇다면 오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두고 있는 현 단계에서 한국군의 내적 역량은 어떤 정도 수준일까?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양 측은 북한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D)에 서명했는데, 여기서도 주도적 역할은 한국군이 맡게 돼 있다.

김종대 :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은 2010년 연평도 사태 때 드러난 한국군의 낯뜨거운 무능력이 미국에도 골칫거리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F-15K 전투기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네 마네 하다가 이걸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는 게 논란이 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전수칙 문제도 나오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한국이 헤매지 않게 계획을 정리해 준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급히 제안해 이 계획이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군이 서해에 들어가 총 들고 싸워 준다는 얘기는 아니고 '정리'만 해준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에 부족한 정보자산 지원 같은 부분이나, '물어보고 쏠까 그냥 쏠까' 이런 논쟁이 안 나오도록 미리 정리하는 차원이다.

이 계획을 세우면서 미국이 자기들 입장에서 이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그간 북방한계선(NLL)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했지만 이 계획을 만들면서 최초로 'NLL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군이 개입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할게 아니냐며 이 계획을 한미일 3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또 그 이면에는 김관진 장관이 '도발 원점과 그 배후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한데 대한 미국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전쟁날 것 같으니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에 따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전쟁이 날 뻔했다. 사건 며칠 후 중국 어선과 같이 북한 경비정이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합참의장은 실탄사격을 하라고 했지만 해군 2함대사령관이 "중국 어선이 있기 때문에 쏘면 안 된다. 작전예규에도 못 쏘게 돼있다"고 저항했다. 합참의장은 화를 내며 재차 사격을 지시했지만 때마침 합참을 방문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크게 놀라며 쏘지 못하게 했다.

그 즈음에 동해에서도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는데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무리한 발포 명령이 있을 거라고 보고 '함포건 어뢰건 내 통제를 받고 발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합참은 이에 대해 군정권(軍政權)만 있는 참모총장이 군령권(軍令權)을 침해했다고 반발해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합참의장 명령대로 했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군 지휘부가 상당한 내분을 겪었고 이런 가운데 몇차례 큰 분쟁 위기가 있었지만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평도 사태 때 '교전수칙'이 문제가 된 것도 그렇다. 연평도 사태 다음 날 대통령의 첫 지시가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면 연평도 사태 당시 대통령은 K-9 자주포 말고 전투기나 함포로 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함포는 준비된 게 없었고 당시 떠 있던 전투기가 공대지 공격이 가능한 무장을 달고 출격했는지도 몰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대통령에게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고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다음날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왔을 것이고 합참에서는 당연히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합참은 실제로 북한 포격 도발시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하는 것이 자위권 차원인지 교전규칙의 문제인지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쟁 나면 국제변호사 불러서 법전 펴놓고 법률자문 받아가면서 하겠다는 건가?



/곽재훈 기자,황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