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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5일 월요일

‘누더기’ 말씀 자료의 고뇌, 그러나 참모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5일자 기사 '‘누더기’ 말씀 자료의 고뇌, 그러나 참모는…'을 퍼왔습니다.

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13.04.09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관진-김장수 등 안보라인의 말폭탄에 놀란 가슴
A4 1장에 그려진 님의 고심을 보고 진정이 되었습니다


곽병찬 대기자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2



일단 큰 시름은 놓았습니다. 북한은 도발적 언사와 행동을 자제하고, 미국은 북을 자극할 군사 활동을 접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차는 격납고로 들어갔고, 미국의 대륙간탄도탄 훈련은 취소됐습니다. 여기에 님은 ‘용기있게’ 대북 대화 제의를 했고, 미국은 중국의 지원을 압박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망 축소 등을 제시했습니다. 지금쯤 망원 렌즈로 이런 변화를 살필 것 같은 북 지도자 김정은의 호기심 많은 눈동자를 상상해봅니다.

주 중반까지만 해도 착잡했습니다. 해외의 이른바 전쟁전문기자들이 속속 입국했습니다. 280여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분쟁 취재에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불구경이라도 하듯 몰려온 그들이 몹시 언짢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의 눈에 한반도는 불길에 에워싸인 화약고로 보이니. 그때 마침 작은 희망의 조짐 하나가 불현듯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몇몇 일간지에는 청와대 국무회의 때 대통령의 모두발언 자료가 사진기사로 보도됐습니다. 개성공단 관련 내용이 A4용지 1장에 10줄 정도가 담겨 있었는데, 10줄 중 성한 내용은 단 두 줄뿐이었습니다. 나머지에는 글 중간에 긴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두 줄이 그어진 것도 있고, 그 위에 나선을 덧씌운 것도 있었습니다. 지워진 문장 사이엔 직접 쓴 댓 줄의 메모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거기에도 가필의 흔적이 있었고요.

놀랐습니다. 저렇게도 신중했던가? 발언자는 낱말 하나, 문장 하나를 선택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음이 역력했습니다. 그런 고뇌 때문인지 그날 발언은 험악한 상황에서 앞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님에 대해 처음 안도감을 갖게 된 것은 그때였습니다. 그동안은 정치권 호사가들 말처럼 ‘저러다 1년이나 갈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님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참모들은 여전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비서실장은 사진 취재와 보도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폈다고 하더군요. 홍보수석과 춘추관장이 된통 당하고. 사실 그 사진은 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고뇌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입장에선 최고의 홍보물이었죠. 그런데 비서실에선, 혹시 님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될까 전전긍긍했던 거죠.

국가 지도자의 한마디는 국가의 명운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은 2년 뒤 외환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파국적 힘을 발휘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지원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합의한 것이 바로 상호비방 금지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약속만은 꼭 지켰어야 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대북전단 대량 살포 등 북에 대한 비방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른바 국가의 존엄을 모독당했다는 북이 가만있을 리 없었죠.
박근혜 대통령과 장관들이 참석한 국무회의가 9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장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안보실장,김관진 국방장관. 2013.04.09.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극단적인 대치에는 몇몇 군 출신의 경솔한 말폭탄도 적잖이 기여했습니다.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의 설화는 심각했습니다. 그는 북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발표하자, 다짜고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거론했습니다. 일부 ‘호전적’ 매체들은 아파치 헬기, 특수전 헬기, 공군 전투기 그리고 특수부대를 동원한 인질 구출작전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사실 북은 남쪽 사람을 잡아두기는커녕 떠나라고 재촉했습니다. 눌러 있겠다고 고집 피운 건 우리 쪽 사람들이었습니다. 김 장관 발언은 지금도 북이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남쪽에 넘기는 핑계로 이용됩니다.

이런 자폭성 언사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든 버릇입니다. 2010년 그는 “북에 도발의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도발하면 묻지도 말고 쏘라. 선조치, 후보고하라. 공격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휘관은 상황 발생시 매뉴얼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말은 정치인의 몫이지, 행동하는 군의 몫이 아닙니다. 지휘관의 공연한 말은 엉뚱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뿐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합니다. 그는 손자병법 행군편에 나오는 ‘무약이청화자모야’(無約而請和者謀也·이유 없이 화해를 청하는 데에는 계략이 있다)는 구절을 인용해, “급하거나 위기라고 해서 섣부른 대화를 시도하지 않겠다. 대화의 계기는 북한이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대화를 청하지도 않았는데 계략 운운했으니, 북이 가만있을 리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발언은 낱말 하나 선택에도 신중하며, 대화의 계기를 찾으려던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은 닷새 뒤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자병법의 기초도 모르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10일을 전후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 재미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입은 재앙의 문이고, 혀는 재앙의 뿌리(口是禍門 舌是禍根)입니다.

‘無約而(무약이)…’ 문장의 도입부는 이렇습니다. “말은 겸손하면서 대비를 굳게 하는 자는 진격할 뜻이 있다. 말이 강경하면서 진격할 기세를 보이는 자는 퇴각할 뜻이 있다.”(辭卑而益備者進也 辭强而進驅者退也) 짖지 않는 개가 물고, 겁먹은 개가 짖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꼭 기억시켜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짖는 개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뭅니다. 어르고 달래는 게 최선입니다. 지금처럼 말의 엄격성과 신중성이 요구되는 때는 없습니다. 님의 누더기 말씀자료 사진을 책상 한켠에 두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우고 또 지우고, 첨삭하고 가필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그런 자세를, 특히 안보 관련 공직자들은 따라야 할 겁니다. 
hankb@hani.co.kr

2012년 9월 30일 일요일

북풍인가, 남풍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플러스의 2012-09-28일자 기사 '북풍인가, 남풍인가'를 퍼왔습니다.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가설. 선거철이 되면 북한은 남한을 향해 도발한다. 심정적으로는 맞는 가설인 것 같다. 1987년 대선 직전의 여객기 폭파 테러, 1992년 대선에는 대규모 간첩사건, 1996년 총선 때는 판문점 북한 무장군인 난입, 2002년 대선에는 제2연평해전 발발 등 축적된 경험은 많다. 만일 선거 때 안보위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1997년 대선 때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첫째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함부로 남한 선거에 개입하는 도발을 하지 말라고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이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이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자칫 공안사건으로 연결될 빌미를 제공했다. 둘째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북한이 도발을 하라고, 휴전선에서 총질이라도 해달라고 은밀히 부탁하는 움직임이다. 정부 여당의 일각에서 이를 주도했다. 훗날 “국기를 뒤흔든 사건”으로 알려진 소위 ‘총풍 사건’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보수정권이 집권한 기간에는 이런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선거 때 쟁점이 된 안보위기는 선거가 끝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점이다. 총선을 한달 남짓 앞둔 올해 3월6일 청와대는 돌연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개최했고, 그 다음날에 김관진 국방장관은 연평도 부대를 방문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무렵 김 장관은 “북한이 4·11 총선과 연말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대남 비방전 수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북한이 태양절(4월15일) 이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마치 북한의 도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말했다. 정부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강경발언은 전쟁 전야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13일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4월23일 남쪽에 ‘특별행동’을 선언하였고, 닷새 만인 28일에 북한은 우리 쪽에 위성항법장치 교란을 위한 전자파 공격을 감행했다. 위기라면 이 시기가 위기였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 그 누구도 이를 위기라고 하지 않았고, 그 흔한 정부 차원의 긴급대책회의도 열지 않는 너무도 ‘차분한’ 대응이 이어졌다. 총선 직전과 대조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거 이전과 이후라는 국면의 전환이라는 점만 대입하면 모든 것이 명쾌하게 설명된다.

지난 9월26일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는 최근 북한 어선의 북방한계선 월선 문제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조성하려는 기획 도발”이라며, 북에 “대선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 어선 동향을 ‘대선 기획’으로 진단하는 상상력과 분석력이 놀랍다. 최근 북한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북한이 최근 여당 후보를 비난하고 있어서 나온 반응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의 북풍 경험 때문인지, 배경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 때문에 필자에게는 이 말이 “북한은 대선에 개입하라”고 촉구하는 반어적 표현으로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북한은 더 하기 때문이다. 엄마 청개구리가 자식에게 “강가에 묻어 달라”고 말하는 우화적 상황 같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청와대가 집권 기간 중 각종 위기관리에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정치와 안보를 연계시키지만 않았더라면 우리가 청와대의 당연한 말에 트라우마를 겪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야당 후보 지지율이 좀 오르니까 갑자기 선거와 북한을 연계시키는 말을 들을 때 밀려오는 이 석연치 않은 느낌의 정체는 뭘까? 대통령의 관심은 안보인가, 선거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사설] 김관진 국방, 작심하고 정권비호 나섰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9일자 사설 '[사설] 김관진 국방, 작심하고 정권비호 나섰나'를 퍼왔습니다.
“군의 정신전력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군통수권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앱은 군의 정신전력을 좀먹습니다. 그러한 앱을 삭제하도록 한 지휘관들의 조치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군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수호자이기 때문입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나꼼수 등 ‘종북 앱’의 스마트폰 삭제를 지시한 군 지휘관들을 다시 두둔하고 나섰다.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도발’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5월2일 처음 트위트를 시작해, 17일 문제의 트위트까지 모두 74개의 트위트를 내보냈다. 어제까지 팔로어 수는 9100여명, 팔로잉 수는 1만600여명이다. 장관들 중에서는 파워 트위터리언인 셈이다. 그동안의 내용은 자신의 동정이나 팔로어의 제언에 대한 반응이 주였다. 정치적 논란이 일 만한 트위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이 시점에서 왜 문제의 트위트를 날렸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의사만은 분명한 듯하다.
국방부는 김 장관의 트위트를 신호탄으로 부사관 이상 간부들에게 북한을 추종하거나 군통수권자 및 정부를 비판하는 앱을 자진 삭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말이 부사관 이상이지 수직계급사회라는 군의 특성상 일반병까지 대상이 될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강제로 검열하는 행위는 금지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마치 중·고등학교에서 갑자기 책가방 검사를 하듯이 사상 검열의 회오리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장관의 이런 인식은 군대는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나꼼수와 같은 정부 비판 매체에 군인을 포함한 많은 시민이 열광하는 것은 무엇보다 현 정부의 잘못 때문이다. 정권이 비판받을 짓을 하지 않고, 또 기존 언론이 제구실을 했다면 김 장관이 문제로 삼는 앱을 설치하라고 해도 설치할 군인은 없을 것이다. 정말 체제를 부정하고 군통수권자를 비방해 통용해서는 안 될 앱이라면 법률적인 조처를 통해 하는 게 옳다. 군인이라고 해서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을 듣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 유린 행위다.
또 앱을 설치하는 것은 삭제하는 것만큼이나 손쉽다. 달은 놔둔 채 손가락만 내리도록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 장관은 정권 비호나 정치 개입으로 비칠 일을 당장 그만두고, 국민의 군대 만들기에 전념하기 바란다.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 박창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6일자 기사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을 퍼왔습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장병들한테비판적인 언론을 차단하는 것은군인복무규율에도 어긋난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독일의 군인은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게 허용된다. 군인은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연방 하원의원, 주 의원, 유럽의회 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활동은 근무시간 중에 할 수 없고 자유시간에 해야 한다. 군인이 정치 집회나 행사에 제복을 입고 참가해서는 안 된다. 상관은 하급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독일에서 군인의 지위를 규정한 군인법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은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이해한다. 군인이 제복을 입었더라도 시민과 동일한 공민권을 지닌다는 뜻이다. 군사적 직무 때문에 불가피하게 권리를 제약하려면 그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별 장병의 시민적 기본권을 보장하되, 군이 집단으로서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제도다.
이런 개념은 유럽 여러 나라에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독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전쟁을 도발한 나치스 군대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군대를 개혁하고자 제도를 좀더 정교하게 연구했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와 군의 선거개입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나라의 발전이 정체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날카롭게 경계해야 마땅하다.
얼마 전 일부 군부대에서 ‘나는 꼼수다’ 등 10개 안팎의 앱과 사이트를 ‘정부 비방’ 또는 ‘종북’으로 규정하고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비방이니 종북이니를 군이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부터가 온당하지 않다. 그런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특정 앱에서 국군 통수권자나 정부를 비난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정신전력 훼손 여지가 많아 해당 지휘관 조치는 타당했다”며 이 행동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나꼼수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다. 세상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와 우호적인 매체가 두루 있다. 군 지침대로라면 장병들은 비판적인 매체는 빼고 우호적인 매체에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장병들의 눈과 귀를 어느 한쪽으로만 유도하려는 이유가 뭔가? 장병들이 교양과 지식을 고루 얻지 못해 무식해지도록 만들자는 건가? 특히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결국은 장병들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야당이 아니라 여당 후보한테 투표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군인은 군인복무규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은 18조 4항에서 ‘각종 투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도록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군 지휘부의 움직임은 군인복무규율 위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부당한 정치개입이며,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난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1992년 4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는 군이 같은 해 3월24일 치러진 총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내비치는 ‘건강한 부대 관리’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 문서는 총선 기간인 3월10일부터 24일까지 병사들의 동요를 방지한다는 목표 아래 텔레비전 저녁뉴스 시청을 통제하도록 했다. 대신에 전우신문 윤독회, 정훈 비디오 상영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당시 육군 보병소대장인 이지문 중위는 “여당이 지지를 받아 정치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정신교육이 부대별로 실시됐다고 폭로했다. 그때 일은 그때 일이고 군의 정치개입은 더이상 없을 줄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총선 이후 구성될 19대 국회는 이 사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군 지휘부의 일탈 행위를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이 글을 통해 김관진 장관의 정치개입 혐의를 고발해둔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cspcsp@hani.co.kr

2012년 1월 2일 월요일

해적 총 맞았다던 석해균 선장 몸에 해군 총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8일자 기사 '해적 총 맞았다던 석해균 선장 몸에 해군 총알?'을 퍼왔습니다.
2011년 은폐 왜곡 축소


2011년 한 해 언론들의 보도를 되돌아보면, 일방적 주장을 듣고 썼다가 완전히 거짓으로 들통나거나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발언의 사실유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자사 프로그램이 최종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메인 뉴스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해’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해적이 석해균 선장 세워놓고 총 쐈다? 그런데 웬 해군 총탄=올해 새해 벽두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들려온 대형 사건이 있었다. 지난 1월 우리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에 피랍됐다는 소식이었다. 군사작전에 나서 해적을 진압하고 선원을 구출한 우리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총상이었다. 국방부는 처음엔 “배를 관통했다” “우리 군이 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가 선원의 말을 빌어 해적 아라이가 석 선장을 세워놓고 4방을 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KBS 등은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부산해경 및 검찰의 조사결과 석 선장에서 나온 총탄 가운데 두 발이 해군 총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군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의 성공을 위해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했고, 언론은 군의 과도한 통제에 순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관진 암살조 중앙일보 거짓말=지난 8월엔 북한의 장관암살조가 국내에 잠입 활동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보도를 시작으로 많은 신문 방송사들이 잇달아 이를 받아쓰거나 ‘정부 관계자’, ‘소식통’ 발로 기사를 썼다. 대부분 ‘첩보를 입수했다’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이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4~5일간 이어졌다. 그러나 첫 보도가 나온지 여드레 만인 8월 18일 당사자인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실은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해버렸다. 김 장관은 “추측성 보도라고 해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암살조에 대한 우리 정보당국의 색출작업’ 보도 역시 “추측성 보도”라고 김 장관은 잘라 말했다.

▷MB “유성기업 연봉 7000만 원” 라디오 그대로 방송한 KBS=유성기업의 파업이 한창 이슈가 되던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방송에서 “연봉 7000만 원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유성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월 31일 기준, 재직중인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4500만원선이었다. 터무니없는 과장발언을 대통령이 한 것이다. 문제는 이를 그대로 방송한 KBS에 있었다. KBS는 이를 청와대로 가서 사전에 녹음한 뒤 방송한다. 사전에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았다는 KBS 내외부의 비판이 쇄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PD수첩 ‘자해’ 보도=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가 검찰에 기소되는 등 이명박 정부로부터 고초를 받아온 MBC (pd수첩)이 지난 9월 5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권력의 탄압이 법원에서도 입증됐다고 자평해도 모자란 판에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사과방송을 했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MBC는 일간지 사과광고까지 냈다. 일부 보도 내용의 오류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식이었다.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언론계에서는 황당한 ‘자해’라는 혹평이 나왔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사설] 북의 움직임을 전혀 모르는 남쪽 정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0일자 사설 '[사설] 북의 움직임을 전혀 모르는 남쪽 정부'를 퍼왔습니다.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북쪽 방송을 보고서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음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이 숨진 것도 모른 채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다고 나라를 비웠다. 그동안 북쪽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는 척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관련 정보를 슬며시 흘리곤 하던 정부기관들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더욱 문제는 정부가 구체적인 정보를 놓친 것에 그치지 않고 공개된 정보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북은 그제 정오에 ‘특별방송’을 할 것임을 아침부터 예고했다. 특별방송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한차례 한 게 전부임을 근거로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유고 가능성을 예견했다. 반면에 통일부 당국자들은 우라늄 농축 중단 발표 아니겠느냐고 헛짚고 있다가 허둥댔다.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하는 특별방송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고깔모자를 쓴 청와대 직원들한테 둘러싸여 자신의 생일축하 잔치를 벌이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한 것은 이런 외교안보라인의 무능 탓이다. 정부의 상황파악 능력이 이 정도이니 국민이 불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선 다양한 남북 교류와 인적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정보가 비교적 활발히 소통되었다. 아울러 한-중 외교 경로를 통해 핵심적인 정보가 교환됐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미국 편중 외교를 벌이고 대중국 외교를 소홀히 한 결과 비상 상황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정탐활동을 강화한다며 막대한 정보예산을 쏟아부은 게 무색할 지경이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북 지원이든 뭐든 하려 해도 돌아가는 걸 알아야 판단을 하는 법이다. 북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은 곧 상황 관리를 위한 지렛대를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가령 북한 상황과 관련한 국제 협의 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정보력이 없다면 주도적인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대북 정보력의 허점은 정세관리 능력의 부재로 직결된다. 국정원장은 허점을 드러낸 일차 책임자로 당연히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문제의 근원이 범정부 차원의 그릇된 대북정책 기조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