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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일요일

<한겨레> "수구 <조선일보>, 위험한 불장난 마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27일자 기사 '(한겨레) "수구 (조선일보), 위험한 불장난 마라"'를 퍼왔습니다.

"여당과 발맞춰 헌법유린 행위 옹호하려 들다니"

(한겨레)가 27일 국정원 대선개입을 일축한 (조선일보)를 '수구언론'으로 규정하며 맹질타했다.

(한겨레)는 이날자 사설 '국정원 방패막이로 나선 여당과 수구언론'을 통해 "최근 일부 여당 의원과 수구보수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사실상 방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선일보)는 최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 등의 댓글 활동이 대북심리전이라는 국정원 해명에 동조하는 취지의 편집부국장 칼럼을 1면에 내보냈다"며 지난 25일자 김창균 편집부국장의 (조선일보) 칼럼을 문제 삼았다.

사설은 "이는 (한겨레)가 다음날 취재기자 칼럼을 통해 반박했듯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궤변에 가깝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국정현안을 거론하며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하고, 댓글공작을 주도한 심리전단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까지 만든 사실이 보도됐음에도 애써 무시했다"며 칼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설은 또한 "방문자 순위 330위 운운했으나,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장 ‘지시’와 이에 따른 정치 댓글을 보고도 ‘종북 수사 미끼용’이란 국정원 설명이 맞다고 한다면 백치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이어 "더욱 한심한 것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아직도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행태를 비판한 뒤, "지난해 대선 직전 경찰이 검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특별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한 것도 새누리당의 외압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짙다"고 새누리당도 공범임을 강조했다.

사설은 결론적으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국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절대 용납해선 안 되는 행위"라며 "이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여당과 발맞춰 헌법 유린 행위를 옹호하려 드는 건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조선일보)를 거듭 맹질타했다.

박정엽 기자

2013년 4월 4일 목요일

대통령 공약 짓밟는 홍준표, 홍준표 눈치 보는 여당?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03일자 기사 '대통령 공약 짓밟는 홍준표, 홍준표 눈치 보는 여당?'을 퍼왔습니다.

여당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하면 못 막아"…보건노조 "핑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는 경상남도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밝혀 경남도의회가 폐업을 강행할 경우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는 5일 열리는 당정협의회에서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중재안을 내놓을 방침을 밝혔다. 당정협의회에는 홍준표 도지사도 참석키로 했다.

중재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노조가 경영 개선안을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경남도가 폐업을 당분간 유보하는 방안이다. 둘째, 폐업을 승인하는 도의회의 조례 개정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는 방안이다. 후자의 경우 경남도의회의 재적 의원 58명 가운데 40명은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이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진주의료원과 경남도가) 서로 득이 되면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게 좋다"면서도 "폐업을 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는 보건복지부와 도청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근본적으로는 도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단지 공공 의료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차원이지 결정권을 쥔 것은 도 아닌가. (도의회가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진주의료원 ⓒ프레시안(김윤나영


상위법 개정안 있는데, 조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조례안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오제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2일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해산할 때 지자체 조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지방의료원법)'을 발의한 상태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국회에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8일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는 반면, 경상남도의회 본회의는 18일에 잡혀 있다"며 "상위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데, 조례 때문에 폐업을 못 막는다는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방의료원법 개정에 협조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해당 법안 내용을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며 "당정협의회가 끝난 이후에 (여당과 정부의) 의견을 모아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진주의료원 폐업, 박근혜 '공공 병원 활성화' 정책에 위배 

새누리당이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까닭은 정부와 홍 지사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방의료원 활성화, 지역 거점 병원 육성'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은 박 대통령의 '지방의료원 활성화' 공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관련 기사 : 홍준표, 박근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다)

폐업을 방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해서 폐업을 강행하려는 홍 지사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복지부 또한 지난달 26일 진영 장관 명의로 경남도 측에 폐업을 재고해달라고 권고했지만, 그 이상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폐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정관이나 조례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노조가 양보하고 도나 복지부가 진주의료원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면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떠나서 (진주의료원이 어쩔 수 없이 폐업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공공 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올해 상반기 안에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부터 일단 막아놓고 공공 의료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논의해야지, 폐업과는 무관하게 공공 의료를 강화한다는 것은 뒷북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수수방관하면서 나머지 지방의료원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이목희, 양승조, 김용익, 이학영, 남윤인순, 최동익, 김성주,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 당사자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시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도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휴업 길어지면 사실상 폐업, 다음 차례는 강원도?

이러한 상황에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다음달 2일까지 한 달간 휴업한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폐업을 재고하라는 정부 권고와 상관없이 폐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현재 진주의료원에는 50여 명의 입원 환자가 남아 있으며, 의사들의 계약 기간도 오는 20일이면 종료된다. (관련 기사 : ["'200명 사형 선고' 홍준표, 당신이 말기 암 걸린다면…"][홍준표의 '공공 병원 죽이기', 진짜 목적은 1000억 원?])

반대 여론을 우려한 도의회가 당장 이달 안에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정부나 국회 차원의 대응이 없다면 진주의료원이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경남도가 휴업 공고 기간을 늘려 환자를 다 쫓아내면, 진주의료원은 사실상 강제 폐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계는 '폐업 도미노현상을 우려한다. 이 단장은 "진주가 무너지면 제일 먼저 강원도 지방의료원에 불똥이 튈 것"이라며 "강원 지역 5개 의료원도 적자 때문에 올해 말까지 경영 상황을 진단하고 추이를 보기로 도의회가 결정했다. 내년에는 강원도의회 결정에 따라 폐쇄, 매각, 위탁 방침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


이글은 하겨레21 2012-12-30일자 제942호 기사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투표율 높으면 야당 승리’ 공식 깨져…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추웠다. 2012년 12월19일. ‘대선 한파’였다. 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그러나 ‘투표 바람’이 더 강했다. 투표소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당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 TV 방송에서도 예전과 달리 투표 독려 방송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지지층을 투표케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십시오.” 투표율이 높은 걸 걱정하는 한심한 보수였다. 오후의 긴 줄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트위터에는 “투표율이 77% 넘으면 말춤은 (약속대로) 문재인이 추고, 당선은 박근혜가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떠돌았다. 최종 투표율 75.8%.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 12월19일 오후 서울 잠실본동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50대 투표율 89.9%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는 인구 구성의 변화다. 10년 전 유권자 절반(48.3%)을 차지하던 30대 이하 비중은 38.2%로 줄었다. 반면 3분의 1 수준(29.3%)이던 50대 이상 유권자는 40%로 늘었다. ‘고령층 다수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50대는 가장 많이 늘었고(325만 명 증가) 가장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50대의 예상 투표율은 89.9%에 달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말로 예상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의 62.5%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30세대의 투표율도 10년 전보다 5~8%포인트 높아졌지만,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의 결집이 더 셌다. 둘째 요인은 수도권의 변화다. 수도권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이다. 대체로 야당 우위 지역이다. 그러나 경기·인천에서는 박 후보가 이겼다. 서울의 투표 결과(박근혜 48.2%, 문재인 51.4%)도 사실상 박 후보의 승리로 평가된다. 또다시 의문은 남는다.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50대의 불안

2002년 대선은 세대 투표 현상이 처음 나타난 선거였다. 2030세대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5060세대는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다. 캐스팅보트는 40대가 쥐었다. 당시 출구조사를 보면 40대에서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비슷했다. 40대가 보수를 더 지지하리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40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들이 지금의 50대다. 나이가들며 보수화한 것일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들은 보수 55, 진보 45 정도로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4월 총선 때부터 보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통하는 열쇳말로 ‘불안’을 꼽았다.
50대는 불안했다. 은퇴를 했거나 곧 해야 하는 세대다. 자식은 취업이나 결혼 전후의 나이다. 부모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 노후가 불안했다. 이런 문제를 믿고 맡기기에 민주당은 불안해 보였다. 한귀영위원은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불안하지 않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박근혜는 믿음직하다. 약속을 지키려고 늘 애썼고 훈련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사람도 좋고 깨끗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이 너무 싫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서행준·58·제주)
산전수전 겪어온 50대에게 ‘현실성’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50대는 자신과 자식 세대의 존재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사람들이라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같은 (야권의) 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것 같다. 결국 박 후보가 꺼내든 경제위기론, 성장론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2030세대의 분노의 결집도 컸지만, 50대의 위기감의 결집이 강했다. 젊은세대가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신들은 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소외 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부감

“안보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 잘못했지만,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우리나라도 힘든데 북한에 너무 많이 지원했다. 문재인도 북한을 돕겠다고 해서 싫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니까 성장은 크게 기대 안 한다.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는 게 어디냐.”(김경아·55·여)
안보 이슈는 50대의 불안감을 높이며 결집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0대에게는 경제 분야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가 굉장히 중요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보며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게 받아들여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정희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선 토론회를 보며 젊은이들은 속 시원했을지 몰라도, 50대 이상 세대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에서 거부감을, “남쪽 정부”라는 표현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에 “50대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해 박근혜가 더 어필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을 이념 세력으로 수용했다. 이정희 효과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민주당의 50대 전략은 없거나 패착이었다. 박 후보가 이들에게 ‘신뢰와 약속’ ‘안정적 변화’ 이미지로 다가간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정책도 정치도 작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386세대 일부가 50대 초반으로 편입된 점을 강조하며 50대 득표율에서 ‘선방’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생활 공간에 밀착돼 목소리를 낼 조직을 갖지 못했다. 지방 조직은 다 잘려나가고 상층의 리더십 교체만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뿌리 조직이 살아 있다. 동네마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떠들어준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임을 안다. 50대들은 지난 5년 동안 새누리당 조직의 목소리를 들었고, 민주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삶이 고단하고 바쁜 50대는 정책의 내용 차이보다는, 믿고 신뢰할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 것”이라며 “박 후보가 계속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미 투’(me, too) 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불안해 보이고 설명도 안 해주는 민주당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세력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NS 착시 현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착시 현상’이 이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다소 과격한 표현 방식이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의 의견이 실제보다 소수의 의견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당선에는 세대별로는 50대,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월19일 밤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당선 축하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수도권은 갈수록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달라진 수도권


수도권은 선거 때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서울이 특히 그렇다.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 캠프는 수도권에서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야 이긴다고 봤다. 4월 총선 때의 ‘여촌야도’ 현상이 어느 정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다.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서는 박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영남과 충청·강원 등지에서 밀리는 표를 수도권에서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졌다. 서울에서 근소한 차이(3.2%포인트)로 앞선 것도 사실상 패배로 평가된다. 인천에서는 51.5% 대 48%, 경기에서는 50.4% 대 49.2%로 오히려 박 후보에 밀렸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39.9%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빛이 바랬다. 수도권 패배는 ‘중도’ 장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관성처럼 이길 줄 알고 소홀히 한 것 같다. 수도권을 겨냥한 정책이 다가오는 게없었다.”(한 서울시민·50대·공무원)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 혁신’보다는 ‘민생정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도시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하우스푸어’ 같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유권자 상당수는 경제적 곤란함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다. 민주당은 하우스푸어같이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 대해 아무대답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전국 57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에 33만9천 가구가 쏠려 있다. 윤희웅 실장은 “수도권은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변화 조짐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많은 조사에서 인천·경기 지역은 근소하나마 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귀영 위원은 “인천·경기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 정도 박 후보가 우세한 게 일관된 흐름이었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이상하고 위험한 조짐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지역의 표심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투는 사이, 박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

수도권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내건 정치 혁신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껄끄러웠던데다, 민주당의 정치 혁신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만 난무한 것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12월21일치 대담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도층은 새정치가 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새 정치가 되면 뭐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민주당이 한 얘기는 박 후보도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씨는 SBS 라디오 에서 “야권은 쫓는 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 후보가 나름 노력은 했지만 정말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는가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박 후보는 민생 이미지를 꾸준히 심었다. 박 후보는 ‘70% 중산층 복원’ ‘민생 대통령’을 외쳤다. 신진욱 중앙대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이라고 치고 나간 건 바로 박근혜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2일자 기사 '언론·여당·기업 권력의 삼각편대, 이제 “엎어버리자고!”'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 작가

지난 10월 22일, 인기 웹툰 (이끼)와 (미생) 윤태호 작가의 또 다른 신작 (내부자들)이 출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과 대선 정국을 노린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이다. 그 중에서도 굳이 (내부자들)에 꼭 주목하는 이유를 꼽자면 이 작품은 그런 시의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정말 '진국'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겨레hook 지면에 연재되고 있는 (내부자들)(바로가기)은 여태까지 나온 정치풍자물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내부자들)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동네 뒷골목에서, 고급 요정에서, 여의도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가운데 연재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을 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내부자들)의 큰 줄기를 이끌어나가는 수도일보, 일국당, 미래자동차는 이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이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세 집단은 각각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보수 언론, 현 여당, 재벌 대기업을 상징한다.
(내부자들)을 읽다 보면 윤태호 작가에게 묻고 싶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쥐벽서 사건’과 ‘트위터 국가보안법’ 등의 시국사건을 연신 터뜨리는 정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을까? 취재는 어떻게 하는 걸까? 왜 온라인상에 74화 이후 다음 편은 올라오지 않을까?
그래서 (미디어스)가 윤태호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내부자들), 한국 사회의 카르텔을 들여다보다

언론·정치권·재벌은 각각 삼각형의 한 꼭지점을 이루며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드는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때로 검찰도 합세하여 돌아가는 이 ‘불편한 삼각관계’를 조명한 배경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지난 민주정부 10년 간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후퇴하지 않았는가 하는 불만과 위기감이 들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 등장인물 왼쪽부터 수도일보 이강희 논설위원, 일국당 김석우 의원,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윤태호

윤태호 작가는 이를 위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신문사, 국회, 종로 낙원상가 뒷골목 등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신문사 논설위원과 정치인, 기업인 간의 밀실 회합은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실제 사건과 인물을 곧잘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내부자들' 8회 연재분 중 수도일보 편집국장과 미래자동차 회장의 회동 장면.ⓒ윤태호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간혹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사회 고위층과의 경험을 증폭시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면대면 취재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 기사를 통한 ‘간접 취재’이다. “뉴스를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노력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눈을 속이는 메이저 언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확한 뉴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런 연출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작가는 “다수의 대중이 보는 포털이 아닌 한겨레 지면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이 당연히 있다”며 “편집자들도 배짱 있게 지지해주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연재 도중 가족들의 염려 때문에 몇 번 주춤댄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윤태호 작가는 연재 당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직접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데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정치를 피상적으로, 혹은 사담 나누듯 이해하다가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다 보니 내 정치적 의식의 앙상함과 빈곤함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는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천하는 길 또한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제 생을 걸어서라도 막고 싶었지만 통합진보당의 분당은 이제 피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뉴스1

이런 고민을 하며 작품을 연재하던 윤태호 작가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태’이다. 윤태호 작가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멘붕’을 겪고 작품 창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연재를 쉬고 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의 74화가 지난 8월 17일 올라온 뒤 다음편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댓글란에는 왜 연재가 재개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포털에 연재 중인 (미생)의 스케줄이 워낙 살인적이라 연재가 밀리고 있다”며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 윤태호 작가.ⓒ오마이뉴스

윤태호, 종이책에서 모니터로

웹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탓에 윤태호 작가를 신인으로 알고 있는 독자가 많지만, 그는 본래 1993년도 ‘월간 점프’에 으로 데뷔해 한동안 출판만화계에서 활동해왔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에 발을 들인 이후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리듬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답했다. “평소 만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지라 결국 내 작품 안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계속 보고 반성하고 방법을 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며 ‘리듬감’을 찾은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는 공통적인 평가가 내려진다. 윤태호 작가가 평소 “‘와, 이거 리얼한데?’라고 느끼는 지점을 분석”했던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다. 윤태호 작가는 “현재를 다루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판타지가 담겨있어도 얼마든지 ‘리얼’한 지점이 있다”며 “‘리얼리티’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에 숨어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작업할 때) 웹 연재 당시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최종결과물인 단행본으로의 변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연재하는 (미생)은 전작인 (이끼)와 달리 나름대로 출판도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줄지 살펴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이끼’의 포스터. 영화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인기 웹툰은 자연스럽게 출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변주되곤 한다. 윤태호 작가 역시 전작 가 영화화된 경험이 있다. 윤태호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좋은 작품인가’라는 논의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이 타 매체로 활발하게 전환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작가들이 다작을 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작품 하나의 가치는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툰은 출판만화와 달리 한 작품의 연재가 끝나면 작가가 해당 작품을 통해 수익을 얻을 방법이 없다. 원고료라는 고정 수입이 끊기면 작품을 출판해 인세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작가들의 처지를 고려해 다음 ‘만화속세상’은 완결 만화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웹툰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지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 유료화 관련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 변화 또한 합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이어 “물론 독자들은 변화의 속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와 디지털만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니만큼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윤태호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신안 앞바다의 보물선 도굴꾼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연재에 들어가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앞으로의 연재 계획을 밝혔다.
“소재나 주제 등은 ‘사고’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것들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평소 그런 ‘사고’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사고의 칼을 잘 연마하는데 주력한다”는 윤태호 작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윤태호 작가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자신감을 담백하게 펼쳐 보였다.
“한 작가의 진화를 꾸준히 따라가 보는 것도 나름대로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태호라는 작가가 어떤 생각을 펼치는지 담담하게 따라와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여당 없는 대선, ‘이명박근혜’ 안 먹히는 이유


이글은2012-12-01일자 기사 '여당 없는 대선, ‘이명박근혜’ 안 먹히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MB정권 계승자로 안 비치는 박근혜…민주당 미래를 말하라

이번 18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여당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연일 이명박 정권을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민생(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현 정권과 박근혜 후보를 연결 짓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대변인실을 총동원해 연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한 세트’로 엮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이명박 정부 비판 한 마디에 박근혜 정부는 ‘새 정권’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리고 그 근본배경은 대북관의 차이, 일종의 색깔론과 민생경제 실패론에 있다. 노무현 정권 5년이 심판 받아 이명박 정권 5년이 들어섰는데, 여전히 경제실패의 책임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가 60%를 전후하지만, 정작 야권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그 이유다. 대중은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계승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두 후보와 과거정권 사이에서 차이는 후보들이 정권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비서실장 등을 거쳤지만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권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권당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부분 침묵해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는 100%에서 여당 지지율을 뺀 수치만큼 나온다”며 “선거판세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교집합이 많은 것이 아니”라며 “집권 초반에 워낙 야당보다 정부에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과거 프레임이 지속되면 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제9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문재인 후보 측으로서는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가운데, 현 정권 심판론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처지다. 문재인 후보는 1일 춘천 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5년 동안 속은 것도 억울한데,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또 다시 속을 수 있겠는가?”라며 “부자감세 100조, 4대강 사업 22조를 하는 동안 박 후보가 모두 찬성했고, 4년 내내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도 박 후보가 동조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과기부, 정통부, 해수부를 폐지할 때도 박 후보가 법안을 공동발의하고 표결에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어 “민생에 실패한 책임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고, ‘이명박근혜’ 정책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1일 “박 후보가 올해 초 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을 때만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며 이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로 누구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측 황대원 부대변인도 “박 후보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보증했다”며 “‘이명박근혜와 함께’,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이명박 후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박근혜가 책임진다는 계약을 국민 앞에서 보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1일 “박근혜 캠프에서 MB정부를 도마뱀 꼬리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거기에는 이렇게 받아치면 된다. ‘MB 정권은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박근혜가 집권하면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미래를 말해야 하는 때’라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의견이다. 이택수 대표는 “일단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야권단일화 과정이 미완상태”라며 “야권단일화 프레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실정을 비판하니 맞대응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건 프레임에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도 새정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세비 30%인하를 통해 새정치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춘천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열망하고 있고, 의원들의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세비를 30% 삭감하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번 결의로 문재인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안철수 후보와 다짐한 새정치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고 안철수 지지층과의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생각이고, 이 개정안의 대표발의는 제안자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사설] 여당 원내대표가 선관위 중립성 위협하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8일자 사설 '[사설] 여당 원내대표가 선관위 중립성 위협하다니'를 퍼왔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현기환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선관위를 그냥 놔둘 일이 아니다”라는 등의 협박조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어제 공식 ‘입장’을 발표해 “공당의 원내대표가 선관위의 조처를 폄훼하고, … 나아가 선관위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중앙선관위가 수사의뢰한 내용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늑장 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 검찰의 잘못은 제쳐놓고, 엉뚱하게 선관위에다가 협박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더구나 여당 의원들에게 국회 상임위에서 책임을 추궁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선거중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이 원내대표는 엊그제 의원총회 앞머리에 “현기환 전 의원이 무혐의를 받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선관위가 아주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는 선관위라면 그냥 놔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고 나서 한발 나아가 “여기에 관계되는 상임위에서 이 부분의 책임을 규명해서, 선관위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해당 상임위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다가오는 국정감사 등에서 선관위를 공격하라는 종용이니, 본말이 전도된 적반하장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사건 직후 현 전 의원 등을 즉각 출당조처하고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태도를 보이다니 표리부동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검찰 수사가 잘못됐음은 지난 25일 현영희 의원만 불구속기소하고 현 전 의원은 무혐의 처리한 뒤 대부분의 언론이 검찰을 비판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이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선관위는 지난해 지방선거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오히려 여당 편향의 행보로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겨우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선관위에 여당 원내대표가 찬물을 끼얹은 꼴이니 대선을 앞두고 공정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짓이 아닐 수 없다. 행여 여당 의원들이 이 지침대로 국감장에서 선관위를 겨냥해 황당한 공세를 펴지 않을까 걱정된다.이 원내대표는 과거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묻지마 살인 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등 문제발언으로 여러차례 입길에 오른 적이 있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수준을 반영한다. 원내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그리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면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2012년 8월 3일 금요일

[사설]용역폭력 업체 회장이 여당 당직자라니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2일자 사설 '[사설]용역폭력 업체 회장이 여당 당직자라니'를 퍼왔습니다.

지난달 27일 자동차부품업체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 난입해 파업 노동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끝없는 범법행각과 당국의 묵인방조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가 최소한의 법과 상식이라도 작동하는 곳인지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된다. 곤봉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용역깡패’들을 앞세워 수십명의 노동자들에게 중경상을 입힌 이 업체는 2009년 9월 충남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한성실업의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자사 직원을 위장취업시키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짓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6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이들은 곧바로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 중 4명이 컨택터스의 직원이었다. ‘내부첩자’로서 노조에 침투한 이들은 주요 협상정보를 사측에 넘기는가 하면 사사건건 노조활동을 방해했고, 결국 직장폐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컨택터스는 또 노동관계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파업 사업장에서의 대체인력 공급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컨택터스가 법적 제재를 받기는커녕 보란듯이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비결’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이 업체의 문성호 회장이 2007년 이명박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특별직능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이라는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SJM과 만도를 포함해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백배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도 시원찮을 이들이 노조원들을 비난하고 문제를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들을 조롱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문 회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배경이었을 터이다. 새누리당은 즉각 문 회장을 당직에서 퇴출시키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추구하고 있는 쇄신의 내용에 ‘용역깡패 후원’이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이미 수차례 촉구한 바 있지만 용역폭력은 민주국가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라는 차원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폭력을 휘두른 컨택터스와 폭력을 사주한 업체, 이를 비호함으로써 크나큰 직무유기를 저지른 관련당국 등 3자 모두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야 할 국가의 책무라고 하겠다. ‘용역깡패’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곤봉과 쇠파이프 앞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 여성노동자들이 수차례나 112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는데도 경찰이 묵살하는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박근혜가 MB까지 때리면, 야당의 카드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1일자 기사 '박근혜가 MB까지 때리면, 야당의 카드는?'를 퍼왔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추락한 ‘식물 대통령’의 예고된 비극일까. 친박계 이상돈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1년 6월3일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 임기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 하고 총선 통해 ‘이명박근혜’ 끊어내
MB에 등돌린 민심도 지지자로 포섭, 정국 주도권 쥘 ‘마지막 카드’ 과연 쓸까

역대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후보는 언제나 현직 대통령과 불화했다.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을 지목했던 군사정권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은 예외 없이 후임자에게 ‘자기 정치’의 공간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공간은 ‘현재의 권력’인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활용됐다.

대선 전 탈당해야 했던 현직 대통령들

차별화의 가장 직접적인 조처는 물론 대통령의 탈당이다. 1987년 이후 모든 현직 대통령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선 전 여당에서 탈당해야 했다. 미래 권력의 언어는 현재 권력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며 3당 합당을 합리화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노태우 정부를 ‘물정부’라고 비난했다. 국가 운영 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주장이었다.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겠다. 지금과 같은 물정부로는 안 된다. 6공과는 전혀 다른 정부를 만들겠다”는 언급을 반복했다.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소 독특한 사례다. 비주류인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을 흡수해야 했다. 현직인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울 수 없는 구조였다. 정권 말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져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가치를 상당 부분 계승한, 일종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였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3김정치 청산’은 의도와 무관하게 김대중 대통령을 배척할 수밖에 없는 구호다. 노무현 후보는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인 2002년 11월27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구시대의 낡은 정치가 계속되느냐, 새 시대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느냐의 분수령이 이번 선거”라며 “낡은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독선과 아집과 반칙의 늙은 정치를 청산하겠다”고도 했다.물론 ‘정치적 선긋기’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김영삼 후보는 민정계 인사들의 끝없는 견제와 싸워야 했다. 1997년 대선에서 ‘대세론’을 이어가던 이회창 후보는 ‘YS 화형식’까지 하는 등 김영삼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김 대통령은 이인제 후보의 탈당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고, 이회창 후보가 요구한 김대중 후보의 대선자금 수사를 연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신구 권력의 충돌은 격렬하게 이어졌다. 보수의 분열은 결국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지난 7월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누가 뭐래도 집권 여당의, 그리고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후보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는 변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정부 내내 ‘여당 내의 야당’으로 인식돼온 박 전 위원장이다. 정치에 무지한 최고권력은 ‘정치 행위’ 자체를 무시했다. ‘탈여의도’를 선언한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주요 국면마다 ‘여의도 대통령’인 박 의원의 입만 바라봐야 했다. 굵직한 현안들은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박 의원 특유의 ‘한마디 정치’를 통해 좌지우지됐다.

MB에 부정적 62.7% 중 박근혜 지지는 24.7%4·11

총선은 ‘정치인 박근혜’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야권이 들고 나온 ‘이명박근혜’ 프레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정치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차별의 효과는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정책과 노선의 ‘좌클릭’을 감행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영입하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사저 논란 등 결정적인 추문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선을 그었다. 총선 직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야권의 패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실패하고 부패한 ‘한나라당의 이명박’을 털어냈다. 쇄신하고 깨끗한 ‘새누리당의 박근혜’로 차별화했다. 거기에 우리가 말려들었다.”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박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 돌린 민심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한국리서치의 6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57.8%였다. 이 중 32.9%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25.9%는 박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민주당 고문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6%였다. 6월 중순 이뤄진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62.7%의 유권자 중 대선 후보 지지도는 안 원장(33.3%), 박 의원(24.7), 문 고문(15.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층(60.2%) 중 안 원장과 박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2월22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 뒤쪽에 정두언 의원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다. 최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부결되자 박 의원은 “(정두언 의원)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갈등을 배제한 내용적 차별화 전략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과거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관계 유형 속에서 봐도 독특한 경우다. 직접적인 대결을 피한다는 점에선 ‘김대중·노무현 모델’과 유사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 국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5월6일 탈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과 부채와 자산을 나눠갖지 않으려 한다. 유권자는 심판하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심판받지 않는다. 박 의원이 현재의 기조를 무리하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박근혜 경선 캠프에 정치발전위원으로 참여하는 이상돈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은)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지 오래다. 이미지를 연상시키면 안 좋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미래 권력의 그림자로서의 현직 대통령.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친박 진영의 요구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제작한 수첩에서 이 대통령의 사진을 삭제했다. 박근혜 의원의 출마선언문에도 이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박 의원은 “시대의 요구는 바뀌었는데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패러다임은 과거의 방식 그대로”라며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에게 대선 과정에서 박 의원이 전면적이고도 공격적인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정부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알지 않느냐. 우리라고 왜 그런 생각이 없겠나. 하지만 당한 만큼 하면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나.

이상득 전 의원 구속 뒤 ‘밀약석’은 원인무효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2010년 8월21일 청와대 회동 이후 두 사람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평화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 전 이 대통령은 “박근혜 위원장만 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도 “역대 정부 말기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의 어려움이 해결됐느냐”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밀약설’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박 의원의 대선 행보를 지원하고, 대신 박 의원은 대통령 일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게 밀약설의 요지다. 대체로 친박계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온 이상득 전 의원의 작품이라는 설도 돌았다.물론 변수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으로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했다. 퇴임 뒤 안전보장을 매개로 한 밀약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절반은 원인무효가 됐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7월 말께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형식으로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 대통령이 탈당 등 정치적인 조처를 자진해서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그런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언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를 전후로 여당 내부에서 다시 한번 이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거론될 개연성은 있다.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체포동의안 처리가 부결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방탄국회 논란’을 주시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원내지도부 총사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두언 의원을 향해선 탈당과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등 쇄신안을 주장해온 박근혜 의원의 대선 가도에 자칫 상처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전 위원장은 7월13일 대구를 방문해 자신의 교육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만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 의원은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마음”이라며 “(정두언 의원)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대선에 걸림돌이 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쳐낼 수 있다는 박 의원의 ‘결기’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대권에 걸림돌이 된다면…”이라는 결기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당을 장악했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야를 통틀어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대선은 역동적 과정이다. 국면은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 박 의원에게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을 전면화하는 방식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다.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전면적인 갈등은 양쪽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평화 기조가 일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등 국면에 따라선 박근혜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이미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야권의 가치를 일정하게 분점해왔다. 박 의원이 ‘이명박 때리기’의 칼자루마저 함께 쥐게 되면 야권이 대응할 전략이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방송작가도 죄인이었다"…언론사 파업 지지 성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9일자 기사 '"방송작가도 죄인이었다"…언론사 파업 지지 성명'을 퍼왔습니다.
"정부와 여당, 파업 해결 나서야"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라디오 등의 제작에 참여하는 방송작가들이 공영방송 총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치적 의제에 대해 집단 의사를 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던 이들의 업무 상황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29일 2400여 명의 방송작가들이 소속된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성명을 내 KBS, MBC, YTN 등 방송사 노동조합의 총파업 지지를 표명하고,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파업 사태는 현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에서 비롯됐다"며 "사상 초유의 파업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책임을 지고 파업사태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방송작가들은 현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침해당하는 현장을 직접 목도한 목격자"였다며 "언론 본연의 비판 정신은 위축되고 많은 프로그램이 관제 방송으로 전락했다. 그런 방송을 왜 하느냐고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분노 앞에서 방송작가도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언론사 노조 파업을 지지한 이유를 밝혔다.

작가들은 정부와 여당에 "국민들이 사상 초유의 방송 파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하고, 파업 사태가 더 장기화되고 후유증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 하기를 촉구"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방송작가들이 언론계 총파업 초기부터 성명을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가 PD와 기자들에 대한 대량 징계가 시작된 시점인 대략 한 달 전부터 문안 작성에 들어갔다"며 "로 유명한 김운경 작가, 의 김정수 작가, 의 문은애 메인작가, 와 의 최대웅 작가 등이 성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전했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