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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어떤 변화있나?

이글은 플러스코리아 2013-05-27일자 기사 '박근혜정부, 방송장악 어떤 변화있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근혜’의 언론장악, 얼마나 갈까? MBC, ‘김재철 시즌2‘ 시작

[칼럼 플러스코리아]오주르디 정치칼럼= 이명박(MB) 정권이 심혈을 기울였던 ‘과업’ 중 하나가 방송장악이었다. ‘낙하산 인사’로 제 사람을 사장에 앉혀놓고, 그를 통해 내부의 요직을 ‘충성파’로 채워 나갔다.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사측에 맞선 노조에 대한 핍박은 군부 독재시대에 버금갈 수준이었다. 


MBC, YTN, KBS 등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선, 동아, 중앙 등에게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종편시대’를 열었다. 이로써 방송언론은 ‘보수’라는 한 가지 색깔만 갖게 됐다. 정부와 권력을 견제해야 할 방송언론은 공정성을 포기하고 ‘친여 보수’라는 한 가지 제복으로 갈아 입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고 권력지형도 달라진 만큼 MB정권의 방송장악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는 이들도 있었다.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방송언론의 ‘보수화’가 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MBC에는 ‘김재철 시즌2’가 시작됐다. 새롭게 MBC의 지휘봉을 잡은 김종국 사장은 편파 보도로 크게 논란이 돼 온 김장겸 정치부장에게 보도국을 맡겼다. 김재철 체제에서 김 국장과 함께 편파보도의 선봉에 섰던 이들을 요직에 배치했다. 


MBC, 김재철 보다 더한 ‘김재철 시즌2‘ 시작   

편파보도에 대한 MBC 기자들의 반발이 고조되던 2011년 2월, 김재철 전 사장이 김장겸 현 보도국장을 정치부장에 임명한다. 서울시장 재보선, 총선, 대선 등 굵직한 선거를 거치는 동안 MBC의 정치관련 뉴스는 편파보도로 얼룩졌다. 대표적인 사례를 추려보았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노골적으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편에 섰다. MBC노조가 발간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는 65초에 그쳤지만 박원순 후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는 한달여간 375초 방송돼 무려 6배나 더 많았다.   
▲안철수 전 후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없이 보도해 물의를 빚었으며, 안 전 후보 사찰 의혹과 관련해 핵심증거인 경찰교육원장의 발언 내용을 누락시킨 채 보도한 바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 기관을 교체했다는 의혹도 있다.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안 후보가 1위를 차지한 직후 ‘코리아리서치’에서 ‘한국리서치’로 조사기관을 바꿨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에 대한 위장전입 의혹을 누락시켜 보도했다.   
▲최근에도 윤창중 성추행 사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중대한 현안에 대해 핵심적인 의혹 제기를 피하거나 늦게 보도하는 등의 편파보도 사례가 잦다. 

▲ MBC 현 상황 © 오주르디

MBC노조는 김 보도국장을 ‘170간 파업 사태’를 촉발시킨 ‘주범’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한다. 또 새롭게 임명된 보도국 정치부장, 경제부장, 취재센터장 등도 편파보도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편파 보도 책임자들이 더 책임있는 자리로 갔으니 편파보도 기조가 더 굳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시사프로그램, 라디오, 아나운서 등이 소속돼 있는 편성제작본부의 주요 보직은 ‘김재철 체제’의 사람들이 그대로 눌러 앉았다. 파업에 참여했던 PD와 앵커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육아휴직를 끝내고 복직한 MBC의 대표적 앵커 김주하 기자는 자체 뉴스사이트를 관리하는 ‘인터넷뉴스부’로 발령 받았다. 휴직 전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파업에 적극 동참한 데에 따른 보복성 인사로 보인다.  YTN, MB의 잔재 그대로   YTN 사태도 달라진 게 없다. YTN노조는 배석규 사장을 “김재철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한다. 해직 사태 장기화, 노조에 대한 소송남발, 보복성 징계, 편파 보도, 법인카드 과다 사용 등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또 MB정권이 YTN을 장악하기 해 벌인 불법사찰의 내부 연루자가 보직팀장으로 발령한 것을 두고 YTN 기자회는 “중대 범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소송 절차가 진행중인 당사자를 영상아카이브팀장으로 발령한 것은 최악의 인사”라며 배 사장을 규탄했다. 

▲ YTN 현상황 © 오주르디

YTN 영상직군 기자들도 성명을 냈다. “영상아카이브팀장은 YTN사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을 보직팀장에 임명한 것은 인사권자인 배석규 사장이 불법사찰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직된 노종면 기자가 속해있는 YTN 노조는 지난 3월 서울지검에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YTN 불법사찰, 직권남용,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MB가 불법 비선조직을 만들어 국민 세금을 유용하고,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을 민간인 사찰이라는 불법 업무에 투입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 했다는 게 노조가 밝힌 고소의 이유다.   KBS의 우경화, 권력 눈치보기 더 심각해져  KBS도 마찬가지다. 대선 몇 달 전 심야 날치기로 이길영 이사장을 선출하는 등 새누리당 추천이사들이 KBS를 장악했다. ‘새누리당 KBS’가 뽑은 새 사장은 길환영이었다. KBS 노조가 자체 투표를 통해 불신임 결의(88%)한 바로 그 인물이다. 편파보도와 편향적 프로그램을 제작해 KBS의 공영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인물을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는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지내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이병철 삼성 창업자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 방송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 편성 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KBS 현 상왕 © 오주르디

KBS 새노조는 길 사장 취임 이후 “KBS뉴스가 전체적으로 우경화되고 있으며 권력 눈치보기가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을 파헤친 탐사보도팀 취재를 불방 시켰으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야당의 발목잡기’라며 편파적 주장으로 일관했고
▲미래부 출범으로 ‘언론장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숨긴 채 미래부 논란을 ‘여야의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간 점
▲MB 퇴임 특집방송을 하며 MB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미화한 사실 등을 꼽았다.   ‘이명박근혜’의 언론장악, 얼마나 갈까?   불공정 인사도 문제다. KBS노조는 길 사장 취임 이후 부적격한 인물들을 보도본부의 핵심으로 기용하고 내부 반발이 심한 이화섭 보도본부장을 교체하지 않고 버티는 등 능력 위주가 아닌 ‘충성심’을 인사의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MB가 떠나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방송은 MB 당시 그대로다. 공정성은 더욱 훼손돼 방송언론의 권력 눈치보기는 더 심각해진 상태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은 사라지고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불공정방송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MB정권의 ‘방송장악’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박근혜 정부가 그 열매를 힘 들이지 않고 따먹는 꼴이다. ‘이명박근혜’의 방송장악이 얼마나 갈까. 한가지 색깔만 고집하는 저들의 탐욕이 산산조각 나는 때가 반드시 오고 말 것이다. 다양성의 사회다. 한 가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본 칼럼은 본지 기사화에 동의하여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사람과 세상사이)


오주르디 칼럼 

2013년 2월 18일 월요일

법치주의 흔드는 ‘이명박근혜’의 손


이글은 시사IN 2013-02-218일자 기사 '법치주의 흔드는 ‘이명박근혜’의 손'을 퍼왔습니다.
21세기 첫 보수 정부였던 MB 정부는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 역시 예사롭지 않다. 법치주의의 핵심인 ‘권력의 공적 제한’을 거추장스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치주의’는 보수가 내세우는 단골 레토릭(수사)이다. 이명박 대통령(MB)은 입버릇처럼 법치주의를 달고 다녔다. 박근혜 당선자의 2007년 대표 공약인 ‘줄·푸·세’의 ‘세’도 법질서를 세운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보수는 법치주의를 원래 의미와 다른 뜻으로 바꿔놓았다. MB는 이 말을 ‘실정법을 잘 지켜야 한다’라는 의미로 즐겨 쓴다. 주로 사회적 약자나 일반 대중의 의무사항이다. MB는 2008년 한국법률가대회 축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행동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법을 무시하고 떼를 쓰면 된다는 의식이 가시지 않고 있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MB식 법치주의’를 압축해 보여준다. 법치주의란 ‘떼법 근절’ ‘실정법의 엄정 적용’과 동의어가 된다. 박근혜 당선자의 ‘법질서 세우기’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뉴시스 1월31일 구치소에서 풀려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차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법치주의의 원래 의미는 이와는 정반대다.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권력자가 법에 구속을 받는 것,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이 법치주의”라고 규정했다. 권력자가 제멋대로 통치하지 못하도록, 권력 행사의 원칙과 한계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의미다. 법치주의가 제약하는 대상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권력자다. 

지난 한 주, 법치주의가 파산했다. 과거의 약속, 현재의 신뢰, 미래의 기대가 나란히 휘청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의 약속을 어기며 사면권을 남용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를 하다가 첫 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는 역풍을 맞았다. 가장 위태로운 것은 법치주의의 미래다.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박 당선자는 인사 검증 미비를 사과하는 대신 인사청문회 절차를 탓하고 나섰다. 신구 권력자가 나란히 법치의 원칙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 한 주였다.

스스로 했던 약속 뒤집은 MB

1월29일 MB는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권 핵심 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명단에 포함됐다. 사돈 집안인 조현준 효성 섬유부문 사장도 사면했다. 

MB 본인이 제시한 사면권 행사 원칙마저 어겼다. 임기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 MB는 “법질서를 지켜나간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내 임기 중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와 기업인을 불문하고 단호히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를 ‘임기 내 비리 사면불가 원칙’으로 정식 발표했다. 하지만 천신일·박희태·김효재 세 사람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모두 MB 재임 중에 벌어졌다.  

ⓒ뉴시스 1월31일 석방된 천신일 회장을 태운 응급차에 누군가가 돈과 두부를 던졌다.

‘죄질’도 나쁘다. 핵심 측근인 최시중 전 위원장은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인허가 대상 사업자인 ‘파이시티’로부터 6억원을 받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유죄를 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이 돈을 2007년 MB 대선 캠프에서 썼다고 주장한 바 있어, 현 정권의 탄생과도 연관성을 의심 받는 사건이다. MB가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은 징역 2년6개월 형을 받았지만 3분의 1도 채 살지 않았다. 최 전 위원장은 구치소를 나온 1월31일 “나는 무죄야. 나는 돈을 내 사적으로 받은 바도 없고, 정책 활동의 일환으로 그 사람들이 도와주기 위해서 한 것이지”라고 말했다.  

천신일 회장은 기업인으로부터 워크아웃과 대출 등의 청탁을 받고 해결해주면서 46억원을 받았다. 천 회장은 금융기관 등에 직접 청탁을 했다. 대통령 최측근이 돈을 받고 청탁에 개입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다. MB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다. 천 회장 역시 징역 2년형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박희태·김효재 두 사람은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집행유예 2년과 1년을 받았지만 사면·복권됐다. 2008년 전당대회는 MB가 한나라당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고, 이후 박희태 대표는 4대강 예산안과 미디어법 처리에 앞장섰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기밀 누설로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함께 사면·복권됐다. 

조현준 사장은 MB의 사돈 집안이다. MB의 셋째 사위 조현범씨와 사촌이다. 법무부는 사돈은 법적으로 친·인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특별사면 브리핑에서는 “주요 친·인척을 제외했다”라고 ‘주요’를 추가했다. 

MB의 사면권 남용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2월 MB는 이례적인 1인 단독사면을 단행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상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쓰라는 묘한 사유를 들었다. MB는 고작 반년 전인 2009년 광복절 특사 당시, ‘무분별하게 사면 대상이 되어온 경제인을 배제해 법 원칙을 세웠다’며 자화자찬했던 바 있다. 반년 만에 말을 뒤집었다. 

법치주의를 단순히 ‘법을 지킨다’라는 뜻으로만 이해하면,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법치주의는 권력자가 제멋대로 통치하지 않고 법과 원칙의 구속을 받는다는 의미다.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사법부 확정판결을 형량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뒤집고, 통치자 본인도 무관치 않은 권력형 비리를 ‘셀프 사면’했으며, 그나마도 스스로 내세운 원칙(임기 내 범죄는 사면 배제)조차 지키지 못했다. 법치주의 원칙은 철저히 무너졌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김용준 인수위원장(왼쪽)이 1월30일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법부 최고위직이 행정부 기웃거리는 풍경

김용준 총리 후보는 낙마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는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로 공중에 떴지만 버틴다. 이 와중에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는데, 본인이 인사검증 요구에 동의해 논란이 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논란을 일으킨 세 사람이 다 사법부 최고위직까지 올라선 법조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총리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지명 닷새 만인 1월29일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낙마부터 경험했다.

김 위원장에 쏟아진 부동산과 병역 의혹도 가벼운 것은 아니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따로 있었다.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후보 지명 다음 날인 1월25일 “지명이 삼권분립 원칙에 맞는지 검증하겠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장과 더불어 사법부의 수장인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 요직을 맡는 게 원칙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사례는 한 술 더 떴다. 법무부가 검사 출신인 안 재판관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했고, 안 재판관은 인사검증 절차에 동의해 검찰총장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사법부 최고위 인사가 행정부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시도가 재연됐다. 더욱이 안 재판관은 5년 이상 임기를 남겨둔 현직이다. 12년 전 헌재소장이었던 김용준 사례보다 훨씬 논쟁적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공금유용 의혹 등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데다, 법조계에서 이례적으로 내부 제보가 쏟아지면서 조직 내 신망도 낮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은 법치주의의 중요한 한 축인데, 정작 사법부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려버렸다. 특히 헌재는 전직 소장과 현직 재판관이 행정부 요직으로 가려다 구설에 올랐다. 차기 소장 후보자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법부 인사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 버티는 대신 행정부의 ‘양지’를 기웃거리는 인상을 준 것은 특히 치명적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총리 후보자로 거명되자 “사법부 최고위직인 대법관과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원장을 지낸 자신이 행정부로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해 이를 에둘러 비판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 10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비판한 것을 두고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라고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헌재가 흔들리면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는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었다. 하지만 정작 박 당선자는 자신의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잇따른 인사 실패로 헌재의 위상을 극적으로 추락시킨 꼴이 되었다. 김용준·안창호 사례는 박근혜 당선자의 인사이고, MB가 임명권을 행사한 이동흡 후보 역시 박 당선자와 상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법치주의의 미래가 위험하다

김용준 후보자 총리 지명이 좌절된 이후, 박 당선자는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1월30일 삼청동 안가에서 새누리당 강원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난 박 당선자는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당해 좋은 인재들이 공직을 두려워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고 참석한 의원들이 전했다. 

이튿날인 1월31일 경남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도 발언 기조는 유지되었다. 이날 박 당선자는 “예전의 관행이 있는데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번이 아니라 중간 개각 때라도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틀에 걸쳐 인사청문회의 부작용을 적극 주장하고, 청문회 때문에 인재를 등용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인사청문회에는 행정부 권력을 입법부가 견제하는 기능도 있다. 이에 대해 행정부 수장이 불만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즉각 나왔다. 통치 권력의 한계를 규정한 법·제도에 최고 권력자가 반발한 꼴이 된 탓이다. 새누리당에서도 “인사 실패는 청문회가 아니라 검증 부족 때문이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치주의란 결국 공공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권력이 권력자가 제멋대로 휘두르는 사유물이 아니라 공적 제한에 맞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 원리의 핵심이다. 21세기 첫 보수 정부였던 MB 정부는 이 ‘권력의 공적 제한’이라는 원칙을 마지막까지 무너뜨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의 출발 역시 예사롭지 않다. 출범 전 인사 문제에서부터, 권력 행사에 따르는 공적 제한을 거추장스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장관은 (시사IN) 제277호 인터뷰에서 “박 당선자가 공공의식은 엄격한데, 이게 민주적 공사 구분에서 나오는 공공성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일종의 가족 재산으로 봐서 나오는 거 아니냐, 그렇다면 위험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철도민영화 재앙의 출발역 '이명박근혜'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0일자 기사 '철도민영화 재앙의 출발역 '이명박근혜''를 퍼왔습니다.
[기고] 철도 관제권 환수, 국민 안전 위협한다

겉으로는 잠잠해진 듯 보이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이 속으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철도 관제권'을 환수해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려고 하고 있다. 철도의 기능을 쪼갤수록 민영화를 도입하기는 쉬워지지만, 국민의 안전은 위협된다.

철도 관제권이란 무엇인가? 총체적인 열차 운행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운행하는 열차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해 열차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열차 운행계획과 이에 따른 선로배분, 사고 등 비상시의 응급조치 등 사실상 철도 운영과 관련해서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핵심기능이다.

프랑스, 철도 기능 쪼개자 사고 빈발·2조 원 낭비 

전 세계적으로 철도 운영의 핵심기능인 관제권은 철도 운영기관이 수행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철도가 민영화된 영국이나 유럽연합의 '경쟁도입 지침'을 수용한 일부 국가에서만 시설관리 기관이 관제권을 맡고 있을 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철도 선진국인 프랑스나 철도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모두 철도 운영기관이 관제권을 갖고 있다.

선진국들은 철도 관제권을 운영기관에 맡기는 데서 더 나아가 운영과 시설기능을 통합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철도 경쟁 도입'의 일환으로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기능 중복으로 연간 1조4500억 원~2조2000억 원에 달하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었고, 사고와 열차 기능 장애가 빈번해졌다. 결국 프랑스는 '분리 정책'을 철회하고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원래대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 관련 기사 : 철도 민영화 추진하는 국토부, 프랑스를 보라) 

국토부의 이번 '철도 기능 쪼개기'는 프랑스의 추세와는 정반대의 방안이다. 관제능력이란 오랜 기간의 숙련된 경험과 훈련이 필수적이라서 단순히 조직을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관제업무를 시설공단이 담당하게 했던 일부 국가들에서도 한국처럼 폭력적으로 하루아침에 관제권을 이관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국토부만 자신들의 민영화 목적 달성을 위해 안전을 내팽개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국토부가 관제권을 넘기려고 하는 철도시설공단은 KTX 민영화 논란이 한창일 때 직원들에게 민영화 찬성 댓글을 강요해서 물의를 빚었던 기관이다. 국토부 고위직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된 김광재 씨는 공공연히 수서발 KTX 민간 경쟁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철도시설공단은 '철도공단 장기조직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철도공사로부터 인수받을 역사 및 시설 유지보수 분야와 관제권을 관리할 조직을 신설하고 이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는 계획을 서둘러 마련했다.

항공과 철도의 특수성 이해 못하는 국토부 

국가의 철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철도정책부서는 관제권을 회수하겠다며 항공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이는 한국 철도정책부서의 천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항공관제는 공항을 중심으로 이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기능이다. 제주공항에 접근하는 항공기의 관제를 인천공항에서 하지 않는다. 반면 철도는 선로 위를 운행하는 모든 열차에 대해 종합관제실과 상호 주고받는 신호를 중심으로 관제가 이루어진다. 물론 항공기도 신호체계가 있지만, 이는 반드시 선로 위를 달리고 이 선로 점유 상태로부터 신호를 받는 철도의 신호 시스템과는 성격이 다르다. 철도 관제는 종합적 열차 운행계획에 따른 중앙 집중제어식 관제와 지역적 특성에 특화된 로컬관제 및 사고와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긴급 관제 등이 중충적이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또한 항공이 운행경로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이 있는 반면 철도는 반드시 하나의 선로 위에 순차적으로 존재하고 이를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는 기차가 단순히 운행되는 게 아니라 기차와 선로와 신호가 하나인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도 안전을 위해 관제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세계최고수준의 정시 운행율과 고속철도의 무사고 운행을 자랑하는 일본철도가 왜 관제권을 운영기관이 갖고 있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 설사 철도의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항공의 예를 들더라도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할 국토부의 철도정책 담당자들이 앞장서서 억지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한국 철도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도노조

국토부가 추진하는 철도공사로부터의 관제권 환수는 경쟁도입과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빼앗아 와야만 새롭게 진출하는 민간철도 사업자에게 공정하게 선로를 배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국토부의 관제권 환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방침은 철도공사를 영구적으로 관제권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영화를 위한 대못을 박아버리겠다는 심산이다.

국토부는 여러 가지 논리로 관제권 이관을 위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현재의 시행령으로도 철도시설공단에 관제권을 맡길 수 있다. 시행령 50조에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나 철도운영자 중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에도 시행규칙만 바꾸면 관제권을 조절할 수 있음에도 안전 등의 명목으로 관제권 환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시행령 상에 있는 관제권 위탁대상에서 아예 한국철도공사를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토부, '철도 쪼개기 안 된다'는 결과 나오자 몇 년 뒤 같은 연구 또 발주 

국토부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철도교통관제 운영개선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해서 국토부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논리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많은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객관적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 중 일부는 정부기관 등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정부기관 스스로가 발표하는 것보다는 전문 연구 집단의 제 3자적이며 객관적인 연구로 포장해서 정부기관의 입장을 대변시키려는 방편으로 연구 용역을 이용하는 것이다. MB 정권 시절 용산참사나 각종 노사분규 현장에서 용역폭력이 빈발했는데 실증적 연구를 가장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게 만드는 이런 연구 용역도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심각하다.

특히 국토부는 관제권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과업지시서를 통해 노골적으로 연구 용역의 결과를 유도했다. 민영화와 제 2 사업자 진출을 염두에 둔 "향후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 복수의 철도 운영자에 대한 철도교통관제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새로운 철도교통관제기관이 관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라고 명시함으로써 결론을 이미 유도해 놓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발표하려고 벼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미 2007년 국토부(당시 건교부)는 현재 진행되는 연구용역과 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연구기관에게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가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철도교통관제업무의 효율적 위탁관리 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연구는 현재 진행되는 것과 유사한 동기와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제 2 사업자가 진출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현행대로 철도공사가 관제권을 관리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관제권 이관 조치가 '경쟁체제 도입'이 아니라 '철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2007년 보고서조차 시설 유지 보수와 선로배분을 담당하고 있는 철도공사가 관제권을 행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불과 5년 전에 같은 내용으로 수행된 연구용역의 결과를 연구수행기관에게 정반대로 뒤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국토부의 관제권 환수 조치는 철도 민영화의 기초를 만들어 놓겠다는 포석이다.

새누리당 집권하면 '철도 민영화 완성'된다는 국토부 속내 

국토부가 이토록 자신감을 갖고 철도 민영화의 사전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집권가능성이 높다는 확신 때문이다. 철도 민영화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와 달리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 총선을 앞두고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 같은 KTX 민영화는 반대"라며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어떤 노선을 민영화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서 민영화자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더 이상 득표를 위해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면 국토부는 마음 놓고 민영화를 밀어 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 관련 기사 : MB-박근혜, '철도 민영화' 바통 터치 계획) 

MB정권 말기에 시도한 KTX 민영화가 권력의 힘이 약해지는 레임덕 시기와 맞물려 추진력을 잃었다는 상황 판단 속에 정권 초기의 새로운 힘으로 KTX 민영화를 속도전으로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KTX 민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 재개 등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야당이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관제권을 철도공사로부터 회수하게 되면 철도 민영화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강력하게 관제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설사 민영화에 반대하는 야당이 당선되더라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명목으로 제2 철도공사론을 띄울 준비를 하는데 이것이 최후의 카드이다. 민영화를 잠시 미루더라도 제2공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산하기관을 늘려 자신들의 몸집을 불리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의 바람대로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완성은 철도 민영화를 통해 구현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이 완성하게 되는 철도민영화는 새로운 재앙의 출발역이다.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골목 구멍가게들까지 재벌에 장악된 한국 사회에서 막 기지개를 펴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철도까지 공공성을 내팽개친 채 이윤과 수익성 논리에 빠져든다면 우리 사회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의 크기가 보잘 것 없이 작아질 것이다. 민자 지하철들과 민자 도로 등에서 확인했듯이 손실은 서민들이 감당하고 이익은 토건금융자본들이 챙겨가는 사태 속에, 기차를 타고 만주와 시베리아를 넘어 달리는 것은 그저 허황되고 불가능한 꿈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여당 없는 대선, ‘이명박근혜’ 안 먹히는 이유


이글은2012-12-01일자 기사 '여당 없는 대선, ‘이명박근혜’ 안 먹히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MB정권 계승자로 안 비치는 박근혜…민주당 미래를 말하라

이번 18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여당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연일 이명박 정권을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민생(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현 정권과 박근혜 후보를 연결 짓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대변인실을 총동원해 연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한 세트’로 엮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이명박 정부 비판 한 마디에 박근혜 정부는 ‘새 정권’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리고 그 근본배경은 대북관의 차이, 일종의 색깔론과 민생경제 실패론에 있다. 노무현 정권 5년이 심판 받아 이명박 정권 5년이 들어섰는데, 여전히 경제실패의 책임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가 60%를 전후하지만, 정작 야권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그 이유다. 대중은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계승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두 후보와 과거정권 사이에서 차이는 후보들이 정권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비서실장 등을 거쳤지만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권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권당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부분 침묵해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는 100%에서 여당 지지율을 뺀 수치만큼 나온다”며 “선거판세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교집합이 많은 것이 아니”라며 “집권 초반에 워낙 야당보다 정부에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과거 프레임이 지속되면 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제9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문재인 후보 측으로서는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가운데, 현 정권 심판론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처지다. 문재인 후보는 1일 춘천 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5년 동안 속은 것도 억울한데,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또 다시 속을 수 있겠는가?”라며 “부자감세 100조, 4대강 사업 22조를 하는 동안 박 후보가 모두 찬성했고, 4년 내내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도 박 후보가 동조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과기부, 정통부, 해수부를 폐지할 때도 박 후보가 법안을 공동발의하고 표결에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어 “민생에 실패한 책임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고, ‘이명박근혜’ 정책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1일 “박 후보가 올해 초 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을 때만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며 이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로 누구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측 황대원 부대변인도 “박 후보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보증했다”며 “‘이명박근혜와 함께’,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이명박 후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박근혜가 책임진다는 계약을 국민 앞에서 보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1일 “박근혜 캠프에서 MB정부를 도마뱀 꼬리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거기에는 이렇게 받아치면 된다. ‘MB 정권은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박근혜가 집권하면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미래를 말해야 하는 때’라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의견이다. 이택수 대표는 “일단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야권단일화 과정이 미완상태”라며 “야권단일화 프레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실정을 비판하니 맞대응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건 프레임에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도 새정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세비 30%인하를 통해 새정치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춘천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열망하고 있고, 의원들의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세비를 30% 삭감하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번 결의로 문재인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안철수 후보와 다짐한 새정치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고 안철수 지지층과의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생각이고, 이 개정안의 대표발의는 제안자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박근혜 "MB도 민생실패", 'MB와 차별화' 가동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30일자 기사 '박근혜 "MB도 민생실패", 'MB와 차별화' 가동'을 퍼왔습니다.
文의 '이명박근혜' 공세에 즉각대응, "검찰 아예 새로 만들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30일 "노무현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지만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MB정부와의 차별화에 본격 나섰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전 최대 격전지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을 찾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역구인 사상구의 괘법동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같이 MB정부를 비판한 뒤, "저는 과거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생 정부를 만들려면 정부가 유능해야 하고 그러려면 대탕평 인사를 통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최고 인재들이 모여들게 해야 한다. 그동안 매 정부마다 코드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향우회 인사니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얼마나 답답하셨느냐"며 우회적으로 MB 인사를 힐난한 뒤, "저는 성별ㆍ세대ㆍ지역을 떠나서 탕평 인사로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서 최고의 일류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대선운동이 시작된 이래 MB정권을 공식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문재인 캠프가 최근 선거프레임을 '박정희 대 노무현'프레임에서 '이명박근혜'로 바꾸며 MB정권 심판론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발빠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또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검찰 파문과 관련해서도 "검찰 관련 뉴스를 들으면서 얼마나 분노가 큰가"라면서 "어느 누구보다 깨끗해야 할 검사들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받고 사무실에서 사건 관계인과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등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나온다"고 MB검찰을 맹질타했다.

그는 이어 "검찰 같은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이 절대 없게 하겠다"면서 "검찰을 아예 새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확실히 개혁할 것"이라고 초강도 검찰개혁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실패한 과거 정권의 핵심 실세"라며 "문재인 세력이 이념정부를 꿈꾼다면 박근혜는 민생정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공세를 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부산 시민이 바라고 있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면서 "전문가들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라며, 앞서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가덕도 유치를 강력 시사했다.

엄수아, 심언기 기자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박근혜와 MB, 공조인가 야합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1-14일자 기사 '박근혜와 MB, 공조인가 야합인가'를 퍼왔습니다.

요즈음 진보적 신문들과 인터넷매체들은 ‘이명박근혜’와 ‘찰떡공조’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박근혜가 이명박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박근혜는 이명박과 철저히 거리를 두는 자세로 일관해 왔다. 거듭된 악정과 실정으로 이미 오래 전에 레임덕이 되어버린 대통령이 집권당 소속인데도 전혀 연관이 없다는 듯이 여기는 언동을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MBC 사장 김재철 해임 문제와 ‘내곡동 사저 특검 시한 연장’을 둘러싸고 박근혜는 오랜 ‘정치적 동반자’처럼 이명박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고 하지만, 두 사람의 갑작스런 화해와 동행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진영의 무차별 공세를 받은 데다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뒤져 패배한 박근혜는 감정의 앙금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본인을 비롯한 친인척과 측근들이 부정과 비리에 휘말렸을 때 구원의 손길을 뻗지 않고 ‘소 닭 보듯’ 한 것은 자연스런 일로 보였다. 그러던 박근혜가 18대 대통령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이명박과 공생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명박의 임기말 위상은 최악이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궁지로 몰아붙여 소속 정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김대중·노무현과 달리 그는 언론의 외면을 당하다시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NLL'을 소재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을 공격하던 때 그는 현장을 찾아가서 “NLL을 목숨 걸고 지키자”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쥠으로써 잠깐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8면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보수언론의 지면에서도 ‘뉴스 가치’가 보잘 것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런 이명박의 손을 박근혜가 잡은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정치적 공조’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이것은 한마디로 ‘야합’이다. 공조는 생산적인 차원에서 ‘서로 돕는다’는 뜻인데 두 사람의 ‘찰떡공조’는 한국의 정치와 역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철 해임안을 부결시킨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의 결정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정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졌다. 갖은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그는 공정방송을 열망하는 언론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퇴출’을 요구하는 인물이다. 지상파방송 3사 가운데 MBC의 신뢰도와 뉴스 시청률이 꼴찌로 추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그가 사장 자리를 지키면서 ‘지휘’할 대선 관련 보도와 논평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문방위 위원들은 지난 11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김 사장 해임안 부결과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폭로로 드러난 하금렬 대통령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본 총괄본부장의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김 사장 유임 종용 의혹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가 ‘공영방송 MBC 장악의 완벽한 동반자임’임을 확인케 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5·16 쿠데타를 주동한 박정희가 방송부터 장악했던 것을 보기로 들면서 “박근혜 후보가 겉으로는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서는, 내심 편파 불공정 방송에 기대 정권 연장을 꾀하려 한다면 50년 군부가 방송을 장악해 독재정권을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이 자신이 연관된 ‘내곡동 사저 터 불법 매입’ 의혹에 관해, 특검을 향해 현행법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길을 닦아준 사실은 ‘이명박근혜’의 결합이 생산적 공조가 아니라 야합임을 명확히 입증했다.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은 지난 13일 “특검 연장 거부로 교도소 담장 위 대통령의 농성은 약간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특검에는 시효가 있지만 국민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김영삼이 ‘3당합당의 주역’인 노태우와 함께 전두환을 철창 안으로 보내 결국 장기형을 선고받게 한 사례를 연상시키는 말이다.

최근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대표하는 보수언론이 이명박에 대한 기사와 논평을 미적지근하게 내보내는 것을 보면 2007년 노무현의 임기 말에 그 신문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정권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떠는 공무원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몇 달 뒤면 헛일이 될 (기사)송고실  폐쇄 작업에 몰아넣고 있는 이 정권의 모습이 정상이 아닌 병적 귀기(鬼氣)를 자아낸다.”(조선일보, 2007년 12월 18일자 사설) 

“국가가, 정부가, 이렇게까지 조롱거리가 된 적이 한국의 근대사에는 없다. (···) 노무현 권력은 막무가내다. 권력에 취해 나라를 총체적으로 결딴내고 물러갈 심산인 것 같다. (···) 대통령은 그동안 받아든 시험지마다 부실답안을 작성했다. 마지막 시험시간, 그는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 같다. (···) 실권(失權)이 두려워, 4년 반 동안 누렸던 영화가 달아나는 것이 두려워, 벌벌 떨면서 정신을 잃고 있다.”(중앙일보, 2007년 9월 12일자 사설)

“1만 명이 참석하고 억 단위의 돈을 들여 대대적으로 환영행사를 치른다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조용한 퇴임을 바라는 국민을 상대로 어깃장이라도 놓겠다는 것인가. (···) 숭례문 소실로 온 국민이 상심한 때 이런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할 지경이다.”(동아일보, 2008년 2월 14일자 사설) 

봉하마을로 돌아가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노무현은 결국 권력과 언론의 무차별 공격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떠난지 3년만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사람으로 국민 앞에 되살아났다. 지난 5월 23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가 노무현 35.4%로 박정희의 31.4%를 앞질렀던 것이다. 3위는 13.5%의 김대중이었고, 이명박은 8%에 불과했다. 지난 10월 29일 같은 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노무현 31.0%, 박정희 29.2%, 이명박 13.7%로 나타났다. 

박근혜는 이런 이명박과 손을 잡고 대선을 치르려고 한다. 어떤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의 확고한 지지세력인 ‘집토끼들’의 표를 굳히면서 ‘호남 총리론’을 내세워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박근혜가 14 번의 전과와 많은 ‘위법·탈법’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명박과의 ‘찰떡야합’으로 12월 19일의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이명박근혜’가 뒷배인 공영방송사의 사장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10일자 기사 '‘이명박근혜’가  뒷배인 공영방송사의 사장들'을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MB정권과 '차별' 아닌 '상속'을 선택한 박근혜 후보

‘이명박근혜’. ‘MB가 사라졌다’는 식의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현상만 설명할 뿐 본질은 놓치고 있는 표현이다. 이미 MB는 박근혜 대선 후보와 합체되어 한 몸이 되었다. 땅속에 사는 암수한몸의 생명체처럼.
그 들이 동일체가 됐음을 상징하는 사건들이 며칠 사이 방송계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바로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진퇴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이다.
“국민적 눈높이”에 따라 해임처리가 예고됐던 MBC 김재철 사장은 느닷없이 살아났고, 11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내정설’이 돌았던 KBS 길환영 부사장은 역시나 신임사장 후보에 추천됐다.
이렇게 ‘냄새’나는 일들에는 항상 강력한 보이지 않는 ‘배후’가 있는 법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배후는 드러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임면에 관한 사항은 공정방송의 가장 핵심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공영방송 이사회가 행사하는 가장 막강하고 독립적인 권한이다. 이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배경과 개인적 판단이 어떠하던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로서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권력 개입의 흔적이 드러나는 순간,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훼손되고 ‘관영’방송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냄새’는 났고, 냄새의 진원지는 드러나고 말았다. 가려진 무대가 무너지면서 무대 뒤편에 있던 ‘이명박근혜’의 수석 대리인들이 청중들에게 노출되고야 말았다.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이들은 지난 달 23일,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처리가 예정됐던 25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이사회를 앞두고,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을 ‘스테이’(유임)시켜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방문진은 당시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동시에 퇴진시킨다는 데 합의하고 방문진이 해임안을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의 여당측 추천 이사들도 “김재철 사장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처리하기로”했던 지난 6월의 ‘여야정’ 이면합의를 따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명박근혜’의 수석대리인들이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에게 외압을 넣어 합의를 번복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김재철 유임을 결정한 이사회의 투표 결과를 보면, 찬성 3, 반대 5, 기권 1로 나타난다. 여당측 추천 이사 중 1명이 해임안 ‘반대표’가 아닌 ‘기권표’를 던진 결과에 주목해 보면, 여당측 이사들에게 남아있던 반대의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양심상 합의했던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고, 기권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권 1표는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고 ‘이명박근혜’ 권력의 외압에 굴종한 방문진 다수 이사들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반증한다.       
KBS 길환영 신임사장 후보의 결정 과정은 또 어떤가. MBC와 같이 ‘뒷배’들의 개입 과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그의 추천이 ‘이명박근혜’와 무관한 ‘작품’이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내정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인물이다. KBS의 양대 노조가 그를 불공정 편파방송의 장본인으로 평가하며 대표적인 부적격자로 지목하며 반대의사를 밝혔음에도 그의 ‘내정설’은 결과적으로 ‘설’이 아닌 ‘사실’로 입증되어버렸다. 
KBS내의 ‘고소영라인’으로 불리며, 콘텐츠본부장, 부사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그가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으로 변신한 이후, 새로이 구성된 KBS이사회 여당측 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사장 최종 후보자가 된 것이다.  


같은 정권을 운영하면서도 서로 신경전을 펼치며 화합할 수 없어 보였던 두 권력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근혜’로 합체하면서까지 문제적 사장들의 ‘유임’과 ‘선임’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일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각종 친인척 의혹사건으로 정권교체 이후가 불안한 이명박 대통령과 ‘문-이’ 단일화에 밀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가 ‘정권의 연장’을 위해  KBS-MBC 두 공영방송사에 대한  인적 통제의 끈을 절대로 놓치 않겠다는  공동의 의지와 목표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명박근혜’의 의도대로 정국이 전개되어 줄지는 모르겠다. 이미 이 문제는 '대선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들에겐 박 후보가 대선전략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포기한 행위로 인식될 것이다. 박후보는 ‘MB정권의 상속녀’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박후보에겐 분명 ‘소탐대실’이 될 것 같다.  

윤성한 기자 | gayajun@mediatoday.co.kr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박근혜가 MB까지 때리면, 야당의 카드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1일자 기사 '박근혜가 MB까지 때리면, 야당의 카드는?'를 퍼왔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추락한 ‘식물 대통령’의 예고된 비극일까. 친박계 이상돈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1년 6월3일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 임기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 하고 총선 통해 ‘이명박근혜’ 끊어내
MB에 등돌린 민심도 지지자로 포섭, 정국 주도권 쥘 ‘마지막 카드’ 과연 쓸까

역대 대선에서 집권 여당의 후보는 언제나 현직 대통령과 불화했다.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을 지목했던 군사정권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은 예외 없이 후임자에게 ‘자기 정치’의 공간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공간은 ‘현재의 권력’인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활용됐다.

대선 전 탈당해야 했던 현직 대통령들

차별화의 가장 직접적인 조처는 물론 대통령의 탈당이다. 1987년 이후 모든 현직 대통령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선 전 여당에서 탈당해야 했다. 미래 권력의 언어는 현재 권력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왔다”며 3당 합당을 합리화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노태우 정부를 ‘물정부’라고 비난했다. 국가 운영 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주장이었다.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겠다. 지금과 같은 물정부로는 안 된다. 6공과는 전혀 다른 정부를 만들겠다”는 언급을 반복했다.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소 독특한 사례다. 비주류인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을 흡수해야 했다. 현직인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울 수 없는 구조였다. 정권 말 측근·친인척 비리가 터져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가치를 상당 부분 계승한, 일종의 정치적 동반자 관계였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3김정치 청산’은 의도와 무관하게 김대중 대통령을 배척할 수밖에 없는 구호다. 노무현 후보는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인 2002년 11월27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구시대의 낡은 정치가 계속되느냐, 새 시대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느냐의 분수령이 이번 선거”라며 “낡은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독선과 아집과 반칙의 늙은 정치를 청산하겠다”고도 했다.물론 ‘정치적 선긋기’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김영삼 후보는 민정계 인사들의 끝없는 견제와 싸워야 했다. 1997년 대선에서 ‘대세론’을 이어가던 이회창 후보는 ‘YS 화형식’까지 하는 등 김영삼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김 대통령은 이인제 후보의 탈당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고, 이회창 후보가 요구한 김대중 후보의 대선자금 수사를 연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신구 권력의 충돌은 격렬하게 이어졌다. 보수의 분열은 결국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지난 7월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누가 뭐래도 집권 여당의, 그리고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후보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는 변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정부 내내 ‘여당 내의 야당’으로 인식돼온 박 전 위원장이다. 정치에 무지한 최고권력은 ‘정치 행위’ 자체를 무시했다. ‘탈여의도’를 선언한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주요 국면마다 ‘여의도 대통령’인 박 의원의 입만 바라봐야 했다. 굵직한 현안들은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박 의원 특유의 ‘한마디 정치’를 통해 좌지우지됐다.

MB에 부정적 62.7% 중 박근혜 지지는 24.7%4·11

총선은 ‘정치인 박근혜’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야권이 들고 나온 ‘이명박근혜’ 프레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정치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차별의 효과는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정책과 노선의 ‘좌클릭’을 감행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영입하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사저 논란 등 결정적인 추문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선을 그었다. 총선 직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야권의 패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실패하고 부패한 ‘한나라당의 이명박’을 털어냈다. 쇄신하고 깨끗한 ‘새누리당의 박근혜’로 차별화했다. 거기에 우리가 말려들었다.”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박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 돌린 민심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한국리서치의 6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57.8%였다. 이 중 32.9%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25.9%는 박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민주당 고문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6%였다. 6월 중순 이뤄진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62.7%의 유권자 중 대선 후보 지지도는 안 원장(33.3%), 박 의원(24.7), 문 고문(15.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층(60.2%) 중 안 원장과 박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2월22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 뒤쪽에 정두언 의원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다. 최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부결되자 박 의원은 “(정두언 의원)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갈등을 배제한 내용적 차별화 전략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과거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관계 유형 속에서 봐도 독특한 경우다. 직접적인 대결을 피한다는 점에선 ‘김대중·노무현 모델’과 유사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 국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5월6일 탈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과 부채와 자산을 나눠갖지 않으려 한다. 유권자는 심판하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심판받지 않는다. 박 의원이 현재의 기조를 무리하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박근혜 경선 캠프에 정치발전위원으로 참여하는 이상돈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은)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지 오래다. 이미지를 연상시키면 안 좋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미래 권력의 그림자로서의 현직 대통령.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친박 진영의 요구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제작한 수첩에서 이 대통령의 사진을 삭제했다. 박근혜 의원의 출마선언문에도 이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박 의원은 “시대의 요구는 바뀌었는데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패러다임은 과거의 방식 그대로”라며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에게 대선 과정에서 박 의원이 전면적이고도 공격적인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정부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알지 않느냐. 우리라고 왜 그런 생각이 없겠나. 하지만 당한 만큼 하면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나.

”이상득 전 의원 구속 뒤 ‘밀약석’은 원인무효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2010년 8월21일 청와대 회동 이후 두 사람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평화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 전 이 대통령은 “박근혜 위원장만 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도 “역대 정부 말기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의 어려움이 해결됐느냐”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밀약설’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박 의원의 대선 행보를 지원하고, 대신 박 의원은 대통령 일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게 밀약설의 요지다. 대체로 친박계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온 이상득 전 의원의 작품이라는 설도 돌았다.물론 변수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으로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했다. 퇴임 뒤 안전보장을 매개로 한 밀약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절반은 원인무효가 됐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7월 말께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형식으로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 대통령이 탈당 등 정치적인 조처를 자진해서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그런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언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를 전후로 여당 내부에서 다시 한번 이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거론될 개연성은 있다.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체포동의안 처리가 부결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방탄국회 논란’을 주시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원내지도부 총사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두언 의원을 향해선 탈당과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 등 쇄신안을 주장해온 박근혜 의원의 대선 가도에 자칫 상처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전 위원장은 7월13일 대구를 방문해 자신의 교육관련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만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 의원은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마음”이라며 “(정두언 의원)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대선에 걸림돌이 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쳐낼 수 있다는 박 의원의 ‘결기’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대권에 걸림돌이 된다면…”이라는 결기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당을 장악했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야를 통틀어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대선은 역동적 과정이다. 국면은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 박 의원에게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을 전면화하는 방식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다.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전면적인 갈등은 양쪽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평화 기조가 일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등 국면에 따라선 박근혜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이미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야권의 가치를 일정하게 분점해왔다. 박 의원이 ‘이명박 때리기’의 칼자루마저 함께 쥐게 되면 야권이 대응할 전략이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확실한 퇴행 ‘이명박근혜’


이글은 한겨레21 2012-07-16일자 제919호 기사 '확실한 퇴행 ‘이명박근혜’ '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대통령 되어선 안 되는 이유추구하는 것은 선진적인 복지국가가 아니라 후진적인 ‘박정희 시스템’

홍성태 상지대 교수

또다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년 전인 2007년 초부터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경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쪽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며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쪽은 박 전 위원장을 축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명박 대통령 쪽의 문제가 커지며 박 전 위원장의 힘은 계속 커졌다. 마침내 2012년 1월 박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이명박 대통령 쪽과 선을 긋기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며,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쪽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고 새누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가 되었다.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확고

새누리당 내에서 박 전 위원장의 독주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것은 분명하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등을 다 합해도 지지도 면에서 박 전 위원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언제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불변의 30% 유권자들을 넘어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안에서도 확고해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전체 보수세력은 물론 상당수 중도세력의 통합 후보로서 확고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개혁진보 쪽에서는 강력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반민주 독재화와 총체적 후진화를 강행해 이 나라를 ‘5공’으로 되돌려놓으려 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더욱 악화시켜 이 나라를 ‘3공’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흔히 ‘공주’로 불린다. 이것은 무소불위의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라는 데서 비롯된 부정적인 호칭이다. 그런데 사실 서로 깊이 연관돼 있지만 확실히 구분되는 두 가지 ‘공주’ 호칭이 박 전 위원장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유신공주’이고, 다른 하나는 ‘수첩공주’다. 전자는 박정희의 독재와 박 전 위원장의 연관을 나타내는 것이고, 후자는 현재의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자를 강조한 비판에 대해 보수세력은 ‘연좌제’라는 식의 반박을 한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어머니 육영수의 암살(1974년 8월15일) 때부터 아버지 박정희의 암살(1979년 10월26일) 때까지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하며 ‘유신독재’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유신독재의 반민주성에 비춰본다면,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옳다. 그런데 수첩공주의 문제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7일 국회에서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수첩공주의 문제, 즉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크게 성향과 정책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성향은 지도자의 자질과 직결된 주관적 특징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박 전 위원장의 성향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듯 무엇보다 반민주적 오만과 독선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런 성향은 기자들의 당연한 질문에 대해 “지금 저하고 싸우시는 거예요?” “한국말 모르세요?” “병 걸리셨어요?” 등의 막말을 던진 것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위원장에게 ‘발끈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 보여주었듯 오만과 독선에 빠진 자는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포용과 소통은 지도자의 근본적인 자질이며,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면에서 드러난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더욱 명확하다. 박 전 위원장이 가장 강력히 나섰던 것은 사학법 개정의 저지였다. 한국의 사학은 공적 기관이지만 사적 재산처럼 다뤄져 온갖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어렵게 사학법을 개정했으나 박 전 위원장이 최선을 다해 사학법 개정을 무산시켜버렸다. 박 전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의무교육 확대 등과 양립할 수 없다. 박 전 위원장은 경제와 고용 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친재벌과 반노동의 노선에 있고,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에도 찬성했다. 박 전 위원장이 복지를 높이 외치는 것은 언뜻 다행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복지국가의 요구에 대한 현혹적인 답변일 뿐이다. 친재벌·반노동·반생태에 입각해 복지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식 복지는 현혹적인 답변일 뿐

사실 ‘수첩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유신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와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그러므로 박 전 위원장은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는 단순히 폭력적 억압만 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이른바 ‘박정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은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에 근거한 사회체계로서, 그 구조적 핵심은 착취적인 재벌체제와 파괴적인 토건국가로 요약할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선진적인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박정희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를 확실히 더욱더 퇴행시켜 정말 ‘이명박근혜’를 이루게 될 것이다.
과거와의 연계에서나 현재의 정책에서나 박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4월 총선에서 비자격자를 대거 공천한 것, 공개토론과 국민경선을 극력 거부하는 것, 매국적인 한-일 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에 대해 뻔한 말로 얼버무린 것 등에서 박 전 위원장의 오만과 독선, 무능이 잘 드러났다. 이런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박 전 위원장이 진정한 선진화를 추진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박 전 위원장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국민에게 공표하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주역이었던 악독한 유신독재에 대한 반성, 이 땅의 불의한 현실을 대표하는 전두환의 처벌, 후진적인 재벌체제와 토건국가의 해소, 노동과 자연을 존중하는 복지국가의 추구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