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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박근혜 당선, '여성'보단 박정희 덕"


이글은 2012-12-20일자 기사 '(NYT) "박근혜 당선, '여성'보단 박정희 덕"'을 퍼왔습니다.
"유권자, 급진적 변화보다는 안정 선호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9일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외신들은 한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데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자의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선거의 당락을 가르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박근혜가 당선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가부장적 문화가 심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지도자가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계에 여성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재계의 여성 고위층도 대게 재벌 가문의 자제인 경우가 많은 한국에서 박근혜의 당선은 대선 전략에서 하나의 중요한 방식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문은 박근혜의 당선이 한국에서 여성들의 지위를 곧바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전문가들은 그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판단의 결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여성친화적인 경향으로 치면 야당인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더 앞서나가 있었다면서 박근혜 당선자의 경우 반대파들로부터 '공주'라고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박근혜 당선자가 과거 우비에 달린 모자를 남들이 씌워줘야 했고, 보좌관이 칼과 포크를 가져다 줄 때까지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는 전여옥 전 대변인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문은 냉정하게 보면 이번 대선은 한국의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평가,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처 및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지키는 전체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야당이 내세운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박근혜는 당선 이후에도 한국의 고도성장에 가려진 그늘과 그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논쟁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하면서 특히 재벌 문제에 대해 유권자들이 야당의 공약보다 박근혜의 '재벌 정비론'에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한편, 대북정책과 관련해 신문은 박근혜의 당선이 그 동안 이명박 정부와 발을 맞추던 미국 정부에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전문가들은 문재인보다는 박근혜 정부가 보조를 맞추기 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박근혜가 당선되면서 한국에서 친미(pro-American) 여당의 집권이 연장됐다며 문재인 후보가 햇볕정책으로의 복귀를 선언한 반면 박근혜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 노선을 비판하면서도 대북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봉규 기자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북한 ‘로켓 발사’는 대선 때 보수에 유리할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3일자 기사 '북한 ‘로켓 발사’는 대선 때 보수에 유리할까?'를 퍼왔습니다.

북한 장거리 로켓 및 핵시설 일지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북풍 못잖게 세진 역풍
선거 이용하려다 타격 받기도
과거엔 안보위기 자극하면
유권자에게 먹히는 경향
97년 대선이후 북풍 힘잃어 
전문가들 전망은 갈려
“박에 유리” “정부실정 부각”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북 로켓’ 대선 영향은

선거를 앞둔 대북 및 안보 관련 쟁점을 흔히 ‘북풍’이라고 한다. 북풍이 국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하다. 북풍 그 자체보다도 북풍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선거에 더 예민하게 영향을 준다. 집권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게 최근 경향이다.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12일 “이미 보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해 있는 상황이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소식을 국민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김연철 교수(인제대 통일학부)는 좀 다르게 진단했다.“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된 정보를 이명박 정부가 잘못 해석하고 판단했다. 실패한 외교와 무능한 안보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새누리당은 색깔론을 제기하겠지만 현 집권세력이 정보 수집과 판단에서 실패했다는 점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대선 전략을 들여다 보면, 박근혜 후보가 아무래도 좀 곤혹스럽게 됐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민생 실패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훨씬 더 돋보인다.

박근혜 문재인

상황이 다급해지면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 보수언론이 ‘종북좌파 척결’을 들고 나올 수도 있지만, 문재인 후보가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후보는 공수특전단 출신이다. 자칫하면 박근혜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안보관계 장관들이 대부분 군미필자라는 점만 더 부각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2005~2006년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줄곧 앞섰지만 2006년 추석 때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경선에서 패배한 일이 있다. 북한과는 악연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북한의 로켓이 발사된 1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풍보다는 역풍이 더 큰 변수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역대 보수 정권이 안보를 국내정치에 악용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은 물론이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안보 위기를 자극하면 무조건 보수가 덕을 봤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트라우마가 유권자들 가슴 속에 잠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시위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은 집권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기부가 개입해 재미교포 윤홍준씨에게 김대중 후보와 북한 고위인사의 커넥션을 폭로시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가까운 사람들이 북한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때부터 북풍의 위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2000년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새천년민주당은 의석을 늘렸지만 예상을 깨고 1당은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대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보수 성향 및 영남 지역 유권자들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북풍보다 역풍이 강했던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이 침몰했고 북한산 어뢰 잔해가 발견됐지만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집권세력이 안보를 선거에 지나치게 이용하려다가 역시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성한요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사설] 눈속임 허위·과장 공약, 유권자가 가려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6일자 사설 '[사설] 눈속임 허위·과장 공약, 유권자가 가려내야'를 퍼왔습니다.

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투표일인 다음달 19일까지 22일 동안 길거리 선거운동은 물론 선거벽보와 펼침막, 신문·텔레비전 광고 등 온갖 방법을 통해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한 표가 아쉬운 정당과 후보들로서는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과장광고의 유혹에 이끌릴 법도 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각 정당이 앞다퉈 길거리에 내건 정책홍보 펼침막은 그 대표적 사례다. 도심 곳곳에 얼마 전부터 나붙었던 정책홍보 펼침막의 상당수 구호가 앞뒤를 싹둑 자른 과장광고라는 지적이다.새누리당이 ‘동네상권에 대형마트 진입 규제’라고 적어 걸어놓은 펼침막은 구호와 실제 정책의 괴리를 극명히 보여준다. 새누리당은 펼침막과 달리 지난 21일 대형마트의 개설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처리를 반대했다. 새누리당이 공기업과 대기업에 한해서만 60살 정년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해놓고선 ‘100세 시대 60세 정년 의무화’라는 펼침막을 버젓이 내건 것도 현혹되기 십상이다.민주당이 내건 ‘의료비 본인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펼침막도 문제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공약은 건강보험 급여 부분의 본인 부담 상한액을 소득 하위 50% 100만원, 상위 20% 200만원으로 낮추자는 것인데, 이 펼침막만 보면 자칫 한해 100만원만 내면 무상의료가 될 것처럼 읽힐 수 있다. 민주당은 내년부터 국공립대를 시작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작해 사립대는 2014년에 시행한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이라고 적힌 펼침막은 그 적용 시기가 없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이런 펼침막들이 우후죽순처럼 내걸린 것은 현행 정당법에 정책홍보를 위한 펼침막을 걸 수 있도록 했을 뿐 내용의 진실성을 따지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초한 과장된 표현까지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정책홍보 펼침막의 양식을 구체화해 정책의 구호와 내용을 함께 기재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책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선거 때만 되면 과장·허위 공약으로 유권자를 눈속임하려는 정치권의 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 선거만 끝나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들도 상당하다.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들의 과장된 구호나 광고에 현혹되는 일 없이 실제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비교해서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유권자의 고유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문·안의 ‘러시안 룰렛’… 유권자는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1일자 기사 '문·안의 ‘러시안 룰렛’… 유권자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지 20일로 2주가 지났다. 그 사이 국민들은 ‘양보론’과 언론 플레이, 민주당 쇄신을 둘러싼 충돌과 협상 파행 과정을 지켜봤다. 한때 중단됐던 협상은 19일 재개됐지만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협상시한(25~26일)이 다가올수록 험악해지는 기싸움과 신경전만 보인다.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유권자는 마냥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 측은 21일 밤 TV토론을 한 뒤 여론조사 등 방법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선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단 한 번의 TV토론을 통해 자신이 찍어야 할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들로서는 정책도 비전도 충분히 알 기회가 없다. 양 후보 측은 꾸준히 정책을 발표했지만 단일화 이슈에 묻혀 제대로 검증도 못받고 있다. 논리적·이성적 결정을 할 만한 근거도 없이 ‘러시안 룰렛’(회전식 권총에 한 발의 총알만 장전, 차례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을 강요당한 사람처럼 유권자들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려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왼쪽 사진).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오른쪽 사진). | 서성일 기자·연합뉴스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가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방안을 놓고 입장이 갈리면서 상대를 향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래선 ‘아름다운 단일화’나 ‘하나가 되는 단일화’가 될 수 없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3자 구도로는 승산이 없어 단일화 필요성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단일화가 정치쇄신 같은 명분보다는 권력을 위한 힘겨루기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후보가 누가 될지도 모르게 하는 건 정치쇄신이란 이름하에 국민을 물먹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안갯속 대선과 단일화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일정을 지금보다 앞당겨 정치권이 후보 선정을 선거 막판까지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위적인 단일화를 할 필요 없이 국민에게 직접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대안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제3후보 출현 → 후보 단일화 추진’ 과정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먼저 정당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제3후보’의 등장을 만드는 만큼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을 통해 장기적으로 후보군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100% 대한민국’이 버린 유권자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5일자 기사 '‘100% 대한민국’이 버린 유권자들'을 퍼왔습니다.
[박상주 칼럼] 박근혜측 투표시간 연장 거부… 무휴노동자 참정권 박탈

장충체육관은 ‘유신의 성지(聖地)’ 같은 곳이다. 유신헌법 체제(1972년 11월 21일~1980년 10월 22일) 동안 4대에 걸친 대한민국 대통령이 장충체육관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비용이나 시간,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체육관 선거만한 게 또 있을까.
박정희 유신체제 아래 시행됐던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장충체육관 선거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불과 2천 수백여 명의 대의원들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순식간에 뚝딱 투표를 끝냈다. 선거라고는 하지만 단독입후보자를 상대로 한 찬반투표이었을 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통령선거의 역대 득표율은 8대 박정희후보 99.9%, 9대 박정희후보 99.76%, 10대 최규하후보 97.6%, 11대 전두환후보 99.9%…. 세상에 히틀러의 나치체제나 스탈린의 소비에트정권 치하에서 조차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실상 100% 득표율의 선거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참 100점 혹은 100%를 좋아한다. 오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100% 대한민국’의 기치를 내걸었다. 민주공화국이요, 자유국가인 대한민국을 ‘100%’로 만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궁금하지만 어차피 그 선택은 국민들의 몫.
‘100%’라는 게 어디에나 다 좋은 것은 아니로되, ‘100% 투표’는 참으로 바람직한 일. 그만큼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권력자의 푸들’들만 모아놓고 치르는 체육관 선거와는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선거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모시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갈수록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976년 2월 16일 유정회 2기의원을 선출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 서울지역회의에서 대의원들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속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그 낙폭이 너무 심하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지난 제14대(1992년)에서 81.9%를 기록한 투표율은 16대(2002년) 70.8%, 17대(2007년) 63.0%로 급락세를 보였다. 최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 선거의 투표율은 대선보다 훨씬 저조한 40~50%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2011 OECD 사회지표(Society at a Glance 2011: OECD Social Indicators)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부터 가장 최근 선거까지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 투표율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32%)한 국가로 조사됐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 투표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투표를 꼭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누구에게나 투표권은 주어지지만, 누구나 투표장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일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투표시간의 제약 때문에 자신의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내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고야 말겠다며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비정규직, 개업약사, 자영업자 등 투표일에도 일에 매여 있는 유권자 99명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도움으로 투표 마감 시간을 당일 오전 6시~오후 6시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지난 달 9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 중 ‘오후 6시에’부분은 청구인들의 선거권, 평등권,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적시했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는 40년 전 투표시간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혹은 직장인들의 투표권 행사를 사실상 어렵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선거권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 '선진화시민행동,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서경석 목사, 박 후보, 김진홍 목사. ©연합뉴스

이들이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인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는 응답이 55.8%에 달했다. 투표를 하지 못한 이유가 정치적 불신이나 무관심 때문이라기보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말을 들어보자. 국민들의 참정권을 확대하자는 데 완강하게 반대를 하는 이유는 뭘까.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데가 (우리나라)한 곳밖에 없다고 하더라. (투표시간) 늘리는 데 100억 정도 들어가는데 공휴일로 정하고, 또 그럴 가치가 있냐는 여러 논란이 있는데 여야 간에 잘 협의해서 하면 될 것” (박근혜 후보, 10월 30일 오후,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 하는 박근혜 후보 초청 간담회’)
정말로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일까?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스라엘도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시콜콜 몇 나라가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부터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단체장의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근로기준법과 일치하지 않아 사기업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민변 관계자에 따르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선거일을 휴일로 정하는 ‘휴무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면, 사업주가 선거일에 노동자들을 근무시키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법정공휴일에도 일을 한다. 공사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자영업자,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의 직원들, 이런저런 영업점의 아르바이트 대학생들…. 대부분 하루하루 힘겹게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다. 일 끝난 뒤 저녁에 한 표를 행사하려 해도 오후6시면 투표소 문은 닫히고 만다. 일하다 말고 잠깐 투표하고 오겠다는 청을 허락할 정도로 맘씨 좋은 사장님이 흔한 것도 아니고….
‘100%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투표장에도 국민들 100%가 나오도록 힘쓰는 게 마땅한 일. 누구보다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투표시간 연장은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닌가.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60~70%가 투표시간 연장을 바라고 있다. 이런 국민의 뜻에 부응해야 하는 게 정치권의 임무일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왜 저리 펄쩍 뛰면서 반대를 하는 걸까. 혹시라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100% 대한민국’에 끼워주고 싶지 않은 계층의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닐까. 박 후보와 새누리가 ‘100% 대한민국’에 참여하려고 하는 이들을 ‘문전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시는가.
아, 참! 투표시간 연장 시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100억 원이 아깝다고도 했던가. 멀쩡한 4대강을 망가트리는 삽질에 수십조 원을 쏟아 붓는 걸 보고도 입을 닫고만 있었던 사람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분들이 국민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필요한 100억 원이 아깝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 2천 수백 억 원이나 드는 대통령 선거비용은 아까워서 어떻게 쓰나. 설마 ‘장충체육관 선거’를 다시 부활시키자고 나서는 건 아니겠지?
민주주의 비용을 아까워 하지마라. 그걸 아까워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독재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나니!

박상주(언론인·저널리즘학연구소 사무국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MB 하트'에 열광한 탐욕의 유권자들, 지금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8일자 기사 'MB 하트'에 열광한 탐욕의 유권자들, 지금은?'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MB정부 5년 정산한 코믹호러 다큐 (MB의 추억) 김재환 감독

생각해보니 참 이상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 때쯤 그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들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에 대한 대차대조표는 어느 매체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다음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장밋빛 약속(실상 5년 전 현직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과 크게 다를 바 없는)만이 지면을 가득 채울 뿐이다. 반성 없이, 분석 없이 달콤한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다. 과거 약속의 이행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 현재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단 한 사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되풀이된다. 사람들, 그러니까 유권자들은 자꾸 메시아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 메시아를 불러들이는 것도 유권자들이며, 그 메시아의 장밋빛 약속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도 메시아 본인이 아닌 유권자들이다.

2011년 맛집 방송의 실상을 폭로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이 두 번째 '역지사지 프로젝트' 으로 돌아왔다. 2007년 대선 당시 기호 2번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정권을 향해 퍼부었던 날선 비판, 열광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선언했던 호언장담은 2012년 현재 유권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자신의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상황 앞에서 '주연배우'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가?

(MB의 추억)이 시작하면 푸른색 호화찬란한 조명을 뚫고 이명박 후보가 유세 무대에 등장한다. 마치 아이돌 스타가 등장한 양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그는 스타이며 구세주다.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뤄줄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다. 이명박 후보는 마치 조선시대 왕들처럼 긴 칼을 차고 등장해 그 칼을 휘둘러 보인다. 지지자들의 함성도 더 뜨거워진다. 퍼포먼스치고는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직유법적이라 매력 없지만, 선거철이라는 특수한 시기상 그 제스처가 취하는 절대적인 의미는 "나를 따르라!"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따르겠노라는 맹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리고 김재환 감독은 (MB의 추억)에서 보여지는 이명박 후보의 호언장담, 이명박 후보의 놀라운 식탐은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MB의 추억)을 보는 65분 러닝 타임 내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이면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정동영, 이회창 후보도 조금씩 등장한다).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카메라에 찍힌 영상 중 방송 매체에 등장하는 화면은 주의 깊게 걸러진 것들이다. (MB의 추억)은 그 걸러진 영상 이후의, 날것 그대로의 제스처와 표정을 보여준다. 미리 경고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당신이 MB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MB의 추억)은 무척 웃기고 신랄하지만 딱 그만큼 피곤하고 괴로운 영화다.

10월 18일 개봉하는 (MB의 추억)은 서울 2개관(인디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과 대구 1개관(대구 동성아트홀), 강릉 1개관(강릉 독립예술국장 신영)에서 우선적으로 개봉한다. 배급을 맡고 있는 '스튜디오 느림보'의 고영재 대표는 "일단 4개관에서 시작하되 그 극장들에서의 호응에 따라 이후 확대 개봉 여부가 결정지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멀티플렉스 예술영화전용관이 한 개도 잡히지 않았다는 상황을 둘러싼 정치적인 확대 해석에 대해, CGV 다양성영화팀 관계자는 "정치색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MB의 추억) 개봉 일자가 다소 급하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배급 절차에 따라 10월 18일에 바로 영화를 틀 수 있는 예술·독립영화개봉관을 잡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미 편성이 결정된 영화들 모두에게 최소 2주 간의 상영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그 상영이 끝난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얘기해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고 했다. 

다음은 (MB의 추억)의 김재환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의 김재환 감독.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트루맛쇼) 이후 당신의 소원, 혹은 예언대로 TV 맛집 프로그램들에 변화가 생겼다. 과장된 화면들은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사유리의 식탐여행)이라든가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당신이 대표로 있던 B2E 제작사에서 만드는 (미각스캔들)까지 새로운 포맷의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이 생겨나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트루맛쇼) 이후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김재환: 별로 바뀐 거 같지 않은데….(웃음) 다만 방송에서의 자정 작용은 좀 있는 것 같다. 원래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고, 미디어는 주로 찍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트루맛 쇼) 이후 미디어 자체를 찍는 카메라가 있을 수 있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고, 그것 때문에 자구책을 모색하다보니까 포맷 변화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몇몇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이젠 더 정교하게 사기 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안 속으니까.

프레시안: 개인적인 변화는 어떤가. (트루맛쇼) 개봉 관련해서 상영금지 소송, 명예훼손 고소 등 고초를 겪었는데.

김재환: 고소 건들은 전부 깔끔하게 해결됐다. 대신 작년에 외주제작하던 프로그램들이 다 잘렸다. 매출액의 90퍼센트를 가져오던 MBC가 프로그램을 전부 끊었다.(웃음) (트루맛쇼) 이후 회사가 망하는 것까지가 퍼포먼스의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원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망하는 게 맞는데, 안 망했다.(웃음) 일할 게 아무것도 없던 기간이 좀 있었는데, 원래도 막 돌아다니면서 영업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하지만 그 뒤에 몇몇 프로그램들을 다시 만들게 됐다. (트루맛쇼)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그렇게 좀 센 프로그램 위주로 들어오더라. 사실 (트루맛 쇼)야 내가 만든 거고 우리 회사에서 만들던 프로그램과는 상관이 없는 건데…. 회사 사람들이 철없는 사장 때문에 불안에 떨지 않도록(웃음) 나와 회사를 좀 분리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대표 자리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내 작업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영향 받으면 안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안 그래도 이번 (MB의 추억)으로는 인터뷰라든가 GV 등 대외적인 활동을 좀 자제하려는 입장이라고 들었다.

김재환: (트루맛쇼) 이후 그런 일들을 겪었다. 지상파가 이렇게 쓰라린 모독성 공격을 당한 게 처음이었지 않나. 나중엔 내가 라디오 생방송에서 했던 인터뷰와 GV 발언들까지 전부 녹음해서 명예훼손을 걸더라. 나중엔 내가 오히려 무고죄를 걸어도 무방한 상황이었지만,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개인이 아니라 미디어에 싸움을 거는 작업이었으니까 결국 포기했다. 그래서 으로는 GV를 안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작게 개봉하는 독립영화다보니 GV를 꼭 해야 관객이 든다고 하더라.(웃음)

프레시안: (MB의 추억)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역지사지 프로젝트 1'이었던 (트루맛쇼)에 이어 준비하던 2편이 TV 출연 전문가들을 다룰 것이라 했던 기억이 나는데.

김재환: 정확하게 하면 (트루맛 쇼)를 처음 준비할 당시 생각했던 동시다발적 아이템들이 미디어를 다루는 시리즈 세 편, '역지사지 프로젝트' 시리즈였고 그중 미디어 시리즈 한 편이 전문가들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디어 시리즈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바뀌는 중이다. 이런 게 나빠요, 라고만 하는 것보다 좋은 예를 찾아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역지사지 프로젝트' 2편은 이 맞다.

▲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B2E

프레시안: (MB의 추억)은 지난 4월 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때 버전과 지금 개봉 버전이 좀 달라졌다고 들었다.

김재환:  (MB의 추억)자체가 'MB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보기'기 때문에 MB의 심정을 담은 1인칭 내레이션이 새로 들어갔다. 좀 더 쉬워졌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보니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부분의 편집과 구성이 달라졌고, 원래는 이회창, 정동영 후보의 유세 장면도 많이 들어갔는데 단독 주연 MB가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그 출연 분량을 배제했다.(웃음) 그리고 당시 유세장에서 MB에게 열광했던 유권자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일까 싶어 당시 시장 상인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새로 촬영했다.

프레시안: 편집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재환: (MB의 추억) 편집이 최종적으로 끝난 게 작년 가을이었다. 그런데 11월과 12월 경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전성기였다.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나서 올해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MB의 추억)을 보는데 좀 허무해졌다. 상황이 그동안 너무 많이 달라졌고, 이젠 '지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이 확정되고 이미지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좀 달라진 버전으로 개봉하면, 관객들에게 훨씬 더 명쾌하게 다가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MB의 추억)을 좀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산'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잡게 됐나.

김재환: 현직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차기 대통령 선거 전에 다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흘러간 옛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현실을 얘기하자는 거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를 것 같지만 패턴이 똑같다. 미디어가 다루는 방식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시청자들은 이 후보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동일한 방식을 쳐다보면서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아 의지를 갖게 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멍하게 TV를 보는 유권자들, 그들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MB의 추억)은 (트루맛 쇼)와 동일한 주제를 다룬다. 모든 게 MB 탓이야, 비난하고 모욕하고 끝내버릴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게 자기 이야기라는 걸 모를 때가 많다. (트루맛 쇼)에서는 음식평론가 황교익 선생님 입을 빌어서, 시청자가 천박하니까 방송도 입맛도 천박해진다고 말했다. (MB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는 탐욕스럽다. MB는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줬을 뿐이다. 우리가 이런 대통령을 갖게 된 건 유권자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죄가 아니다.

잘 보면 두 작품의 공통점이 많이 보일 것이다. (트루맛 쇼)와  (MB의 추억)모두 모니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처에서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와 핸드폰이 있다. 거기서부터 수많은 이미지와 메시지들이 전달되는데, 우리들은 거기서 영향 받아 정보를 얻고 행동한다.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생성되는 이면의 방식들. 맛집을 선택하는 것과 대통령을 뽑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점심 때 TV에 나온 맛집에 갔다가 실망하곤 "내가 다시 TV에 속나봐라"하다가 5시간 뒤에 또 다른 맛집을 찾아 나선다. 다만 이번엔 5년을 기다려야 한다.(웃음) 그렇게 보면 (MB의 추억)은 '역지사지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B2E

프레시안: 최근 (두 개의 문)(미국의 바람과 불) 등 기존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아카이빙하여 활용한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띄었다. (MB의 추억)에서도 전반부 2007년 유세 장면을 담기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보았을 텐데, 자료들의 출처는 주로 어디이며 그 중에서 선택의 기준은 어떤 것이었나.

김재환: 화면들은 (한겨레)의 하니TV, 민중의 소리 방송, 개인 카메라, 환경운동 단체의 기록물, 한나라당 홍보물 영상 등이었다. 여기서 선택의 기준은 'MB의 말로 MB를 공격한다'였다. 이라크 전 반대 사진 중에, 긴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의 사진을 전봇대에 붙임으로써 그 총구가 빙 돌아 자신의 뒤통수를 향하게 되는 사진이 있다. 바로 그 기준으로 편집했다. MB가 유세 중에 전 정권을 비판했던 날카로운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의 자신을 찌르게 된다는 것. 그때 했던 말 중에 현재와 관계없는 내용은 배제했다. 2012년의 MB와 2007년의 MB가 관련을 맺을 수 있는 내용들이 기준이었다. 그때의 말로 공격하는 논리가 되어야 하니까 그게 좀 어려웠다.

프레시안: 전주국제영화제와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재환: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에 대해 기대하는 효과는 동일하다. 식당들과 시청자들 모두 자기들이 얼마나 천박하지 스스로 느끼는 것, 유권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웠는지를 깨닫는 것, 그리고 MB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고 자문하는 것. 우리 모두, 대선 출마자들이 우리가 먹는 바로 그 서민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는지도 모른다. 실제 그 사람들의 정책이 아니라 서민 코스프레하는 모습을 즐겁게 소비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서민 코스프레는 우리 때문일 수도 있다. 선거 리얼리티 쇼에서 특정한 캐릭터들을 담당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왜 즐거워하는가, 그게 뭘까를 생각해보자는 거다. 이런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는 패턴을 보고 난 뒤 쉽게 속지 않고 면역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방송사와 대선 후보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세상을 고발하는 방식 그대로 누군가 그렇게 자신들을 고발한다는 두려움, 말을 막 던지더라도 표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온갖 약속과 말, 스스로 구축한 이미지가 자기한테 얼마나 불리하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그들이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트루맛쇼) 이후 맛집 프로그램들이 자정 움직임을 보이는 건 부차적인 변화인 것 같고, 시청자와 미디어, 유권자와 후보자를 포함한 정체 세력에게 이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MB가 방문했을 때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현재까지도 그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경상도 지역 상인들 몇몇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감정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환: 지역주의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감정은 늘 변치 않는 상수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 지역에선 아무 변화가 생길 수가 없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부산 출신이다. 아버지 고향은 김천, 어머니 고향은 진주다. 내가 아는, 나와 관계된 지역을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마음으로 찍은 것이다. (트루맛쇼)도 내 직업, 내 밥줄과 관계된 얘기를 했는데, (MB의 추억)에서도 역시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건드리고 싶었다.

개인적인 걱정은 이런 부분이다. 어머니께 보여드려야 하는데 어떤 생각을 하실까.(웃음) 사실 왜 좀 더 터프하게 MB를 다루지 않았냐, 너무 젠틀한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원하시는 분들은 팟캐스트를 들으시면 될 것 같다.(웃음) 우리 어머니는 MB가 국정을 잘 수행해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라셨고,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다. 그런 어머니가 (MB의 추억)을 보실 때 어떤 평을 하실지 궁금하다.

프레시안: 아무래도 (MB의 추억)을 보고 나면 '나는 꼼수다'와의 관련성이 궁금해지게 되는데,(웃음) '나는 꼼수다' 앨범 수록곡이 삽입되고, BBK 관련 정봉주 의원 화면과 정봉주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 코멘트까지 등장하니까.

김재환: '나는 꼼수다'를 의식하고 일부러 넣은 건 아니었다. 영화 내내 MB의 말이 나오면 그와 상반되는 장면들이 계속 교차하면서 부딪혀야 했다. MB가 "정말 사랑합니다"라면서 하트를 그리면 시민들이 그 추운 날씨에 물대포 맞는 장면이 이어지고,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구호를 외치며 규탄하는 장면이 충돌한다. BBK 언급도 박근혜 후보가 예전에 정봉주 의원과 동일한 내용의 비판 발언을 한 게 있었기 때문에 넣은 충돌 편집 중 하나라고 봐주면 되겠다.

▲ 김재환 감독.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극장에 이 영화를 보러 올 적극적인 관객들은 아마 99퍼센트 이상 투표를 하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투표를 하자, 정치혐오에 빠지지 말자"라고 권하는 이 영화가 실제로 겨냥하고 있는 관객층이 극장에 일부러 올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분명 존재한다. 그 관객층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클 것 같다.

김재환: 이걸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관객과 보러 오는 관객 사이의 괴리가 있는 건 확실하다. 과연 어느 정도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딜레마는 늘 안고 있다. (MB의 추억)은 그 도가 아주 심한 경우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트루맛쇼)와(MB의 추억)을 상영했을 때도, 관객들이 많이 웃으니까, 외국 프로그래머들이 궁금해 하면서 스크리너를 요청했다. 하지만 보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MB나 한국 방송사의 현실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여주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한국 관객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고민이 있다. 분명 극장까지 보러 오실 분들은 (MB의 추억)이 아니라도 적극 투표할 분들, 젊은 층들일 것이다. 오히려 이걸 봐주었으면 하는 분들은 안 보러 오실 것 같아서 고민이다. 그럼 난 이거 왜 만들었지?(웃음)

프레시안: 어떤 의미에선 당연히 투표할 사람들이 보는데도 작품 말미에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대통령 최수종의 입을 빌어 투표하자라고 역설하는 게 너무 당연한 얘길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좀 당황스럽긴 했다.

김재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에서는 2007년 대선 이미지 전쟁의 유포 방식, 2012년에는 그 말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가 막 섞여있었다. 지금 개봉 버전에서는 둘 사이의 구분이 확실하게 되니까 과잉 친절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긴 했다. 주 관객층은 20대, 30대 젊은 층일 텐데 그런 사람들이 더 열광하게끔 더 팍팍 찔러주지 그랬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 하지만 난 우리 어머니 같은 분도 보실 수 있는 정도의 수위를 생각했다.

원래 등급 신청 때에도 (트루맛 쇼)처럼 12세 관람가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15세 관람가가 나와서 좀 놀랐다.(웃음)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정치나 이미지 전쟁 조기교육을 해도 괜찮을 텐데…. 난 그 관객층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더 쉽게 만들고 싶었다. 내레이션도 넣을지 말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넣었다. 그냥, 제대로 투표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미디어에 나온 이미지만으로 투표하는 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자는 거였고.

프레시안: (트루맛 쇼) 때 방송사들의 항의처럼 (MB의 추억)에 대한 공격은 없나. 선거법위반 등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들었는데.

김재환: 아직 없었다. 주연배우가 현직 대통령인데 감히 누가 공격을 하겠나.(웃음)

대선 후보 초청 안 하냐는 얘기는 많이 나오던데 굳이 오시라고 초대하진 않았다. 표 사고 보시면 말리진 않겠지만…(웃음) 사실 오신다고 해도 걱정이다. 5년 후에 내 영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는 분들 아닌가.(웃음) 그분들이 (MB의 추억)을 보고, 쇼를 해도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해야겠구나 하는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나보고 힘들고 어려운 일 한다고들 걱정하는데, 난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이왕 재밌게 하는 일이 의미까지 있으면 더 좋겠다.

프레시안: 마지막 질문이다. 대선 투표에 대해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웃음)

김재환: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아직 결정을 못 했다.

 /김용언 기자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새누리당, 유권자의 성의를 촛불로 보여주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05일자 기사 '“새누리당, 유권자의 성의를 촛불로 보여주겠다”'를 퍼왔습니다.
투표시간 연장과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촉구 촛불문화제 점화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해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청년과 시민들이 이번에는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첫 촛불을 들었다. 

‘투표시간연장을 위한 2030공동행동’(경제민주화2030연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서울청년네트워크, 청년노동광장, 청년유니온, 한국청년연대)는 5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투표시간 연장과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40여명의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성의의 문제이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시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등록금 벌기 위해서는 투표 못하는 것이 현실”

특히 이날 촛불집회에는 그동안 투표를 하고 싶어도 노동환경 때문에 하지 못했던 청년과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조양진성 청년노동광장 준비위원장은 “저희 단체 회원 중 한 친구는 집이 청량리인데 김포공항 면세점에 출근하려면 새벽 5시 첫차를 타야 하고 귀가해도 6시 안에 도착하기 힘들다”며 “이런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하고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 내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성은(26,여)씨는 “이번 대선일을 보니까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더라”며 “투표를 하기 위해서 시간 좀 내달라고 사장님께 말하면 사장님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수업을 3일로 몰고 수업이 없는 날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얼마나 더 성의를 보여야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이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시민에 대한 성의를 보여야”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알리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던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이런 촛불을 드냐’고 안타까워 하시더라”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시간 연장안을 반대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거리에 나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민들이 투표에 대한 성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고 개표방송이 늦어지기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을 못한다고 한다”며 “많은 비용이 들고 개표방송이 늦어져 국민들이 잠을 못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투표시간연장을 위한 2030공동행동은 매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성의있는 촛불들의 투표시간 연장 문화제'가 열렸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청년과 노동자 투표권 제대로 보장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28일자 기사 '“청년과 노동자 투표권 제대로 보장해야”'를 퍼왔습니다.
유권자 투표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 열려

ⓒ뉴시스 유권자 투표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

“각 지역에서 상경한 청년들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재자투표를 해야 하지만, 홍보부족과 투표시간 부족으로 사실상 투표하기가 힘들다”

청년층과 노동자들의 투표권 침해 사례를 토대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통합당 장하나·진선미 의원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실, 민주노총, 참여연대, 청년유니온은 2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청년층과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제약하는 현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청년과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제약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사례 발표자로 나선 청년유니온 정준영 대의원은 “백화점,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 대부분은 투표날에도 정상근무를 하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한다”며 “특히 청년들은 근로기준법에 대한 지식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종사상의 지위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표권 행사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사례를 발표한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 역시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업체들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결과 총 783건이 제보됐다”며 “투표를 하고싶어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청년층의 경우 대학교 입학과 각종 입시 등을 위해 상경한 경우가 많아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지만 부재자투표에 대한 홍보부족과 투표시간 부족으로 인해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제자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비정규직일수록 그리고 빈곤층일수록 투표율이 낮다”며 “비정규직은 고용계약상 외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40%를 차지했고, 빈곤층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시간을 생계유지에 소비해 투표를 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투표제를 도입과 부재자 투표 제도의 개선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며 “사유제시 없이 선거구 투표소에서 이뤄지는 사전투표제는 선거인에게 투표 편의와 선거권 행사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주최자 중 한 사람인 이상규 의원은 “산재처리조차 해고의 위협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정직원이라도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선관위와 함께 사전투표제나 전자투표제 등 제도 개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확실한 퇴행 ‘이명박근혜’


이글은 한겨레21 2012-07-16일자 제919호 기사 '확실한 퇴행 ‘이명박근혜’ '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대통령 되어선 안 되는 이유추구하는 것은 선진적인 복지국가가 아니라 후진적인 ‘박정희 시스템’

홍성태 상지대 교수

또다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년 전인 2007년 초부터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경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쪽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며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쪽은 박 전 위원장을 축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명박 대통령 쪽의 문제가 커지며 박 전 위원장의 힘은 계속 커졌다. 마침내 2012년 1월 박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이명박 대통령 쪽과 선을 긋기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며,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쪽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고 새누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가 되었다.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확고

새누리당 내에서 박 전 위원장의 독주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것은 분명하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등을 다 합해도 지지도 면에서 박 전 위원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언제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불변의 30% 유권자들을 넘어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안에서도 확고해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전체 보수세력은 물론 상당수 중도세력의 통합 후보로서 확고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개혁진보 쪽에서는 강력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반민주 독재화와 총체적 후진화를 강행해 이 나라를 ‘5공’으로 되돌려놓으려 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더욱 악화시켜 이 나라를 ‘3공’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흔히 ‘공주’로 불린다. 이것은 무소불위의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라는 데서 비롯된 부정적인 호칭이다. 그런데 사실 서로 깊이 연관돼 있지만 확실히 구분되는 두 가지 ‘공주’ 호칭이 박 전 위원장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유신공주’이고, 다른 하나는 ‘수첩공주’다. 전자는 박정희의 독재와 박 전 위원장의 연관을 나타내는 것이고, 후자는 현재의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자를 강조한 비판에 대해 보수세력은 ‘연좌제’라는 식의 반박을 한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어머니 육영수의 암살(1974년 8월15일) 때부터 아버지 박정희의 암살(1979년 10월26일) 때까지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하며 ‘유신독재’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유신독재의 반민주성에 비춰본다면,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옳다. 그런데 수첩공주의 문제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7일 국회에서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수첩공주의 문제, 즉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크게 성향과 정책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성향은 지도자의 자질과 직결된 주관적 특징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박 전 위원장의 성향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듯 무엇보다 반민주적 오만과 독선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런 성향은 기자들의 당연한 질문에 대해 “지금 저하고 싸우시는 거예요?” “한국말 모르세요?” “병 걸리셨어요?” 등의 막말을 던진 것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위원장에게 ‘발끈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 보여주었듯 오만과 독선에 빠진 자는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포용과 소통은 지도자의 근본적인 자질이며,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면에서 드러난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더욱 명확하다. 박 전 위원장이 가장 강력히 나섰던 것은 사학법 개정의 저지였다. 한국의 사학은 공적 기관이지만 사적 재산처럼 다뤄져 온갖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어렵게 사학법을 개정했으나 박 전 위원장이 최선을 다해 사학법 개정을 무산시켜버렸다. 박 전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의무교육 확대 등과 양립할 수 없다. 박 전 위원장은 경제와 고용 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친재벌과 반노동의 노선에 있고,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에도 찬성했다. 박 전 위원장이 복지를 높이 외치는 것은 언뜻 다행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복지국가의 요구에 대한 현혹적인 답변일 뿐이다. 친재벌·반노동·반생태에 입각해 복지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식 복지는 현혹적인 답변일 뿐

사실 ‘수첩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유신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와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그러므로 박 전 위원장은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는 단순히 폭력적 억압만 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이른바 ‘박정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은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에 근거한 사회체계로서, 그 구조적 핵심은 착취적인 재벌체제와 파괴적인 토건국가로 요약할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선진적인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박정희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를 확실히 더욱더 퇴행시켜 정말 ‘이명박근혜’를 이루게 될 것이다.
과거와의 연계에서나 현재의 정책에서나 박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4월 총선에서 비자격자를 대거 공천한 것, 공개토론과 국민경선을 극력 거부하는 것, 매국적인 한-일 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에 대해 뻔한 말로 얼버무린 것 등에서 박 전 위원장의 오만과 독선, 무능이 잘 드러났다. 이런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박 전 위원장이 진정한 선진화를 추진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박 전 위원장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국민에게 공표하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주역이었던 악독한 유신독재에 대한 반성, 이 땅의 불의한 현실을 대표하는 전두환의 처벌, 후진적인 재벌체제와 토건국가의 해소, 노동과 자연을 존중하는 복지국가의 추구가 그것이다.

2012년 5월 7일 월요일

"계파, 출신? 역겨워지려고 한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06일자 기사 '"계파, 출신? 역겨워지려고 한다"'를 퍼왔습니다.
진중권 "이정희, 회의 방해하고 잘하는 짓"… SNS '진보당 이대로 좋은가'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였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려 하는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당원들의 반발에 의해 가로막혀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에서 부정의혹이 붉어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으며 4일 오후 2시 시작된 운영위원회의는 밤새 진행, 당원들과의 마찰로 오늘(5일) 3시 속개될 예정이였지만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온라인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2012.5.5/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통합진보당(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행을 두고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당시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권파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당권파는 구 민주노동당 세력으로 경기동부연합 혹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309일 고공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현장이 살아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우리부터 힘 빠지지 말아요"라면서 격려하는 한편, 당내의 당권파를 겨냥해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트위터로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이들을 시민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민주화 25년의 모습이 정말."이라면서 국회를 봉쇄한 당권파를 질타 후 "비례대표 후보들이 잇달아 사퇴하는데도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정당이 아닙니다. 진보의 가치를 이제는 이렇게 훼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진보당 전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중의 일부, 이른바 당권파가 문제지요. 지금 통합진보당은 이 낡은 세력과 싸우는 중입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 싸움을 지원해 주세요. 통합진보당 찍은 유권자는 200만, 당권파는 만 명 남짓입니다"라면서 당권파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도 “보수여당과 야당의 구태의연한 정치현실에서 진보세력의 신선한 역할을 기대해서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를 그토록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이후의 대처하는 모습은 당내에 진보의 탈을 쓴 쓰레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도려내라”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대표단의 전원사퇴, 비례대표 경선 참여 당선자·후보자 전원사퇴라는 결단을 높이사는 여론도 다수였다.
통합진보당 20명 공천 중 14명 사퇴라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군요……. 어떻게든 진보는 살려야 합니다…….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국민 게 어필은 될 수 있겠군요(C.***, @TC_thun***)
이번의 사건은 진보당에게 호재이기도 하다(조중동이 시끄럽게 할 일이겠지만) 민노총과 진보신당 세가 삼성민주당이나 매국 수꼴 당으로 가지 않을 지지대를 마련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을 크게 보면 잘 된 일이므로, 서로 보듬고 할 일을 하자(바**‏, @2bad****)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NL 운동권(민족해방, 통일운동)인 경기동부연합이 소속된 '전국연합'과의 마찰 탓에 옛 민주노동당에서 분리된 PD 운동권(민중민주주의, 노동운동) 진보신당과 진보당의 합당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여러분. 통합진보당 입당하세요.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게 진보입니다. 김순자 후보님 지켜내지 못한 한계 인정하고 통합진보당 들어가서 그 소망 지켜내세요. 한번 겪어봤던 싸움. 그때는 패배였지만, 승리로 끝냅시다(이양*, ‏@jisi****)
이 밖에도 트위터리안들은 "이럴 땐 좀 새누리 사람들처럼 뻔뻔했으면 좋겠다", "'종북좌파'라는 수꼴의 비난에도 국민 10%가 진보당을 찍었습니다. 꼭 변하십시오. 믿고 기다립니다.", "제발 계파니 출신이니 그러지 마세요!! 역겨워지려고 합니다", "새누리는 그나마도 못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회찬 진보당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얼굴을 들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하랴"라면서 "부끄럽고 부끄러운 나날이다"라면서 참담한 심정을 남겼다.
또 최근 이정희 공동대표의 트위터에 의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힘내십시오"라는 멘션을 남겼다가 졸지에 '진보당 내 당권파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앞서 이 공동대표는 당권파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주도 및 비례대표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켜며, 운영위원회 회의 도중 "비례대표 진상조사결과 당원에 사과하라"라는 말만 남기고 회의장을 떠나 당권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이를 두고 "이정희가 대충 중재역 비슷한 걸 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모두 발언하는데... 완전 하드코어더군요. 마치 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이 끼쳤습니다"라면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당권파 당원들은 물리력으로 표결을 방해하고, 잘하는 짓"이라고 비꼬면서 강한 배신감을 들어내기도 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사설] 통합진보당 당권파, 진보의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6일자 사설 '[사설] 통합진보당 당권파, 진보의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라'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이 33시간에 걸친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끝에 그제 밤 자정 무렵 비례대표 경선 파동에 따른 수습책을 마련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희 공동대표단이 총사퇴하고, 경선을 통해 뽑힌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14명 역시 전원 사퇴하도록 했다. 이 수습책은 12일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운영위 회의 과정에서 수습책에 격렬히 반발한 이른바 당권파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운영위에서 당권파로 불리는 일부 당원들은 야유와 고함 등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건물 입구를 점거해 회의 속개를 막았다. 결국 전자회의를 열어서야 재적 위원 50명 중 28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수습책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자파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로 일관한 당권파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권파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희 공동대표부터 상식적이지 못했다. 운영위원회 사회를 맡은 이 대표는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가 자정을 넘길 무렵까지도 운영위원들의 표결 처리 요구를 무시했고, 당권파로 보이는 방청객들의 환호, 박수, 야유 등 회의 방해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당권파 쪽은 강기갑 의원 등이 “정말 지금은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읍소하다시피 해도 막무가내였다. 당권파의 사태 인식이나 대처 방법 모두 낙제점이었다.
당권파가 주장한 대로 당원 한명 한명의 명예가 중요하다면, 총선 때 진보정당에 기대를 걸고 찍어준 10.3%에 달하는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도 소중하다. 지금껏 반박의 여지 없이 드러난 비례대표 경선 부정만으로도 당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유권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자파 당원의 명예, 자파의 기득권이 그리 중요한가. 자파끼리 똘똘 뭉쳐 무슨 회의투쟁 하듯 일사불란하게 회의를 방해하는 모습은 80년대 운동권 일각의 후진적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번 파동을 겪으며 통합진보당의 천박한 당내 민주주의 수준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과거 운동권의 분파, 서클 핵심이 당 중앙을 형성하면서 근대적 정당 리더십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정파 온정주의, 패권주의, 비밀주의 관행이 이어지면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양심 있는 운동가들과 진보 정치인들이 새로 진보정당을 결성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들의 통절한 반성과 환골탈태를 촉구한다.

2012년 4월 22일 일요일

문대성 언론플레이, ‘뻔한 꼼수’의 불편함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2일자 기사 '문대성 언론플레이, ‘뻔한 꼼수’의 불편함'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유권자 우롱한 새누리당, ‘박근혜 리더십’ 포장의 허점

“문대성씨의 논문 표절은 일찌감치 여기저기서 문제를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워낙 표절의 정도가 심했다. 남의 논문에서 틀린 부분까지 그대로 베꼈다.”
중앙일보는 4월 21일자 지면에 (문대성 탈당 아니라 사퇴해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산 바람’을 막고자 공을 들여 준비했던 손수조·문대성 카드의 한 축이 무너졌다.
문대성 부산 사하갑 국회의원 당선자는 ‘논문 표절’ 문제로 보수언론으로부터 ‘사퇴하라’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중앙일보 4월 21일자 사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이채성 위원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예비조사 결과 문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 연구주제와 연구목적의 일부가 명지대 김모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중복될 뿐 아니라 서론, 이론적 배경 및 논의에 기술한 상당 부분이 일치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났다”면서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대성 당선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자 한다.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것도, 탈당 번복으로 인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것도 저의 잘못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대성 당선자는 새누리당 탈당이라는 카드를 해법으로 내세웠지만, 그 정도로 정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새누리당 쪽 인사들은 도덕성과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탈당으로 돌파구를 열고자 하지만 국민의 시선에서 새누리당 당적을 지닌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오히려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할 자격은 충분하다”는 냉소적 시선도 엿보이는 실정이다. 문대성 당선자 ‘논문 표절’ 사건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롱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 부산 사하갑 유권자들은 ‘논문 표절’과 변명으로 점철된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유권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새누리당은 표절 논란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공천하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책임이 있다. 선거 직전 표절 논란이 표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당을 믿고 그를 찍은 유권자들을 기만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표절’을 둘러싼 팩트는 총선 전에 상당 부분 드러났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뭉개기’와 ‘물타기’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김용민 막말’을 집중 부각시키며 새누리당에 유리한 ‘선거 프레임’을 짜는데 몰두했을 뿐 친동생 아내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형태 후보나 ‘논문 표절’로 궁지에 몰렸던 문대성 당선자 사건은 외면했다는 얘기다.


©CBS노컷뉴스

보수언론이 선거가 끝난 후에나 김형태, 문대성 사건을 이슈화하는 것은 속보이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문대성 사건은 언론의 균형감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비판의 잣대가 특정 정당 유불리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역시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문대성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그의 선거운동을 돕고자 직접 부산 사하갑 지역구를 방문했다. 선거 막판 입지가 흔들리던 문대성 후보자의 당선 배경에는 박근혜 위원장의 지원의 영향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당선은 시키고 보자는 생각에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정치적 책임을 가중시키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박근혜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문대성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4월 14일자 5면에 <박근혜, ‘과반포기’ 하더라도 ‘민심 선택’ 굳힌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결단하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그려나갔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자초했다. 부적격 후보를 공천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버티기에 나서다 역풍을 자초했다. 문대성 당선자 역시 탈당 입장을 발표할 것처럼 기자회견까지 준비하다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결국 국민대가 ‘논문 표절’ 입장을 발표한 뒤에야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모습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 거취 문제를 놓고 좌충우돌한 이유는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이라는 상징에 집착한 까닭이다. 두 당선자의 사퇴로 이미 새누리당 원내 과반은 무너졌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박근혜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문대성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4월 14일자 5면에 (박근혜, ‘과반포기’ 하더라도 ‘민심 선택’ 굳힌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결단하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그려나갔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이라는 지적을 자초했다.
부적격 후보를 공천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버티기에 나서다 역풍을 자초했다. 문대성 당선자 역시 탈당 입장을 발표할 것처럼 기자회견까지 준비하다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결국 국민대가 ‘논문 표절’ 입장을 발표한 뒤에야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모습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 거취 문제를 놓고 좌충우돌한 이유는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이라는 상징에 집착한 까닭이다. 두 당선자의 사퇴로 이미 새누리당 원내 과반은 무너졌다.


한겨레 4월 21일자 사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은 셈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번진 이유로 ‘박근혜 리더십’의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는지 되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1960~70년대에나 통했을 ‘1인 체제’ 권위주의 리더십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4월 21일자 실망스러운 박근혜 리더십 이라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 이후 당내 긴급 현안으로 등장한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성추행·논문표절 의혹을 풀어가는 태도에서 그 특유의 권위주의·소통부재의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선거가 끝났으니 국민 여론엔 신경쓰지 않겠다는 독선마저 느껴진다. 이들의 처리 대책을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도 '전에 말한 대로' '대변인이 말한 대로'라는 외마디로 말문을 차단하기 일쑤다. 문 당선자가 탈당 기자회견을 번복하며 그의 발언을 인용하자 즉각 출당 윤리위를 소집한 것은, 논문표절의 심각성 때문이 아니라 '어디 감히 나를 끌고 들어가느냐'는 노여움의 발로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