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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괴물’이 되어가는 보수


이글은 경향신문 201-5-18일자 기사 '‘괴물’이 되어가는 보수'를 퍼왔습니다.

ㆍ조선·동아 종편 ‘정치 포르노’ 중계ㆍ‘일베’ 하위문화 맞물려 상승 작용ㆍ정통·합리적 보수세력은 침묵·방조

최근 북한군의 5·18 민주화운동 투입설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의 종북세력 개입설에서 보듯이 보수 일각의 일탈된 주의·주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극단으로 치닫는 일그러진 보수·극우세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근거 없는 음모론의 형태를 띤 이 주장들은 예전 소수 개인·단체나 몇몇 온·오프라인 매체가 한정된 공간에서 제기하던 것과 달리 종합편성채널(종편)이라는 새 매체와 연결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가 탈북자 증언의 형식으로 내놓은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은 ‘국가’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논리라면, 5·18을 국가기념일로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는 ‘종북 정권’인 셈이다. 종편의 5·18 관련 보도행위는 시민사회가 우려하던 ‘미디어 생태계 파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단을 보여준다. 보수적 이념 지향성에다 시청률 제고와 생존이라는 그들의 지상과제가 결합하면서 무분별하고 선정적이며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종의 정치 포르노를 중계한 꼴이 됐다.


마르지 않는 ‘광주의 눈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민중항쟁 제33주년 추모제’가 열린 17일 한 유가족이 희생자 묘소 앞에서 눈물 을 훔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롯해 민주화와 함께 산업화를 강조하던 이른바 ‘정통·합리적 보수세력’이 ‘애국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의 극단적인 주장, 이를 중계한 종편의 보도행위에는 침묵·방조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 보수의 한계를 드러낸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보수·극우 담론의 또 다른 일탈 현상을 드러낸다.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 등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 들은 윤 전 대변인이 음모와 모함으로 낙마했다는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 극우 하위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는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는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호남 출신 정치인과 친노종북세력이 윤 전 대변인을 낙마시키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게 이 사이트와 SNS를 중심으로 유포됐다. 5·18 왜곡과 폄훼도 이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일베는 이주노동자,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인종주의와 여성 비하·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곳이다.
 

이들 보수·극우세력의 돌출적·극단적 목소리는 보수가 표방하는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과는 무관해 보인다. 문화평론가들은 종편의 선정적인 상업주의, 일베와 같은 하위문화 등이 보수 일각의 반사회적·반윤리적인 주의·주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보수세력이 지난 대선에서 (극우 인사와 일베 사이트 등을) 저격수로 써먹는 과정에서 극우적이고, 파시스트적인 목소리가 커졌다. 생존에 급급한 종편들이 극우적 목소리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진보’ 한겨레와 ‘보수’ 중앙, 협력기사 만든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5일자 기사 '‘진보’ 한겨레와 ‘보수’ 중앙, 협력기사 만든다'를 퍼왔습니다.
외부필진이 사설 비교·비평, 같은 날 각각 한 지면에 게재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서로의 사설을 비교·비평하는 지면을 기획하고 있어 언론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는 한겨레신문의 지면개편시점인 오는 5월 20일에 맞춰 이 같은 기획지면을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는 알림 문구 등 세부적인 논의를 막판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는 매주 한 차례 하나의 사안에 대한 자사의 사설을 상대사의 사설과 비교하며 입장이 극단적으로 갈리거나 미세하게 다를 경우 그 배경과 논점을 짚어내는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다. 

필진은 자사 기자가 아닌 교사 등 교육·논술 분야 전문 필진을 섭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는 한겨레신문이 섭외하고, 다음 주는 중앙일보가 필진을 섭외하는 식이다. 해당 기사는 각 신문사에 같은 날 동시 게재된다. 날짜는 매주 화요일로 알려졌다.

한국 사회에서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서로의 사설을 비교·평가하는 기사를 공동기획해 함께 게재하는 것은 지면에서 열린 시각을 보여주려는 취지로 보인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로고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3년 5월 5일 일요일

소버린 사태 10년, 재벌과 외국인 투자자의 은밀한 공생


이글은 한겨레21 2013-05-06일자 제959호 기사 '소버린 사태 10년, 재벌과 외국인 투자자의 은밀한 공생'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2003년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외국자본의 손에 국내 우량 기업 넘길 수 있다는 경계론 나와… 이후 국내 기업 적대적 M&A는 더 이상 없어

» 2005년 3월1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주)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에게 공세를 펴는 소버린 쪽 인사들. 한겨레 자료


악재를 기회로 본 역발상 투자

당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서 1조5587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됐고, JP모건과 옵션 이면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1112억원의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악재 탓에 1만~2만원대를 오가던 SK(주)의 주가는 5천원대까지 추락했다. 너도나도 SK(주) 주식을 팔아치우기 바쁠 때 소버린은 반대로 주식을 대량 매입해버렸다. 악재를 기회로 본 역발상 투자였다.
2003년 6월 최태원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1조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때부터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한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SK그룹과 독립적인 위치에서 SK(주)의 경영에 참여할 사외이사 5명을 추천하고 정관개정안을 제안한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 대표는 “주주들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사들이 여전히 이사회에 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버지가 회사의 창립자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소버린 안은 사내·사외 이사의 자격 조건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자’로 통일하는 것으로, 사외이사에만 자격 조건을 두는 SK 안과 차이가 있었다. 주주총회에서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최태원 회장의 운명이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소버린의 완패였다. 이후 소버린은 임시주주총회를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해 무산됐고 이듬해 다시 경쟁을 펼쳤으나 패배했다. 소버린 지지 세력이 50%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2005년 6월 SK(주)의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꾼 소버린은 그해 7월18일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이익은 주식 매매 차익과 배당금, 환차익을 합산해 9437억원에 이른다. 2년4개월 만에 투자금의 4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이다.
‘먹튀’ 논란이 거셌다. 외국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을 휘저어놓더니 결국 SK(주)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고, 이 과정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으니까 말이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이 판치는 주주자본주의가 뿌리내려 외국자본의 손에 국내 우량 기업을 넘겨줄 위험이 있다며 ‘외국자본 경계론’도 나왔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었다.



투자자들이 달라졌다.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액주주운동까지 ‘월가의 논리’ 비판

“헤지펀드가 시장을 교란한 후 차익을 챙기고 떠나면 국부 유출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투자자들이 나중에 크게 당하게 되는데 그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진짜로 경영권을 탈취당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차등의결권, 의무공개매수제도, 포이즌 필, 황금주 등의 장치는 미국·일본·영국 등 상당수 국가가 채택한 제도다.”(2006년 3월8일 사설) ‘규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유럽연합(EU)은 공공질서 유지, 국민의 건강, 국제평화나 안보 등과 관련해 규제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특히 필요시 황금주 활용이나 정부의 직접 개입 사례도 있다.”(이승철 당시 전경련 전무)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4년 8월 투기자본 국민대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국자본의 힘을 빌려 무엇인가를 이루려던 재벌은 오히려 자승자박의 형세가 됐다. 외국자본은 이제 금융기관을 비롯한 경제의 핵심 부분을 장악해가고 있고 불평등, 일자리 파괴, 성장률 하락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런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참여연대가 이끈 소액주주운동까지 ‘월가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소액주주운동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란 수십만 명의 국내 주식투자자들과 1만~2만명의 영미계 투자펀드들을 위한 부의 재분배에 불과하다. 결국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단지 주식투자자들에게만 좋을 뿐 사회와 국민경제(민족경제)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소버린 사태가 한국 경제에 해만 끼친 건 아니다. 첫째, 직접적으로는 SK그룹이 이사회제도 등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사외이사 비율을 75%로 확대하고 투명경영위원회 등 하부 위원회를 설치했다. SK 사태 때 소액주주들이 소버린이 아니라 SK 경영진을 지지하도록 이런 조처를 단행한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이 달라졌다.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지수 변호사는 “투자를 하면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 국내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마찬가지다. 조용한 투자란 없다. 그게 상식이고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재벌기업은 외국인 투자자를 정치권의 재벌기업 규제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주가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에 부합해 공생관계가 가능하다.” -디스커버리 인베스트먼트 김승식 부사장


연평균 20조원 수익 외국자본에

소버린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 10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40% 안팎이며, 특히 이익 규모가 큰 재벌 대기업과 일부 시중은행 등 20~30개 우량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많게는 80%에 이른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왜 그럴까? 투자자문회사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 김승식 부사장은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에서 ‘재벌과 외국인 투자 간의 공생관계’를 지적했다. “재벌기업은 주주자본주의를 내세운 외국인 투자자의 힘을 빌려 노동세력을 압박하고(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고 노조활동 압박) 하도급 관계의 중소 하청업체를 수탈하며 정치권의 재벌기업 규제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기업의 수익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은 주로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해에 부합해 이런 공생관계가 가능하다.” 실제로 1992년부터 2007년 9월까지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된 누적 배당 총액은 16조6천억원이며,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평가차익은 306조6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평균 20조원 규모의 막대한 수익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셈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참고 문헌: 김승식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2013), 지주형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2011), 김위생·윤혜경·하준삼 (소버린의 진실)(2006), 이은정 ‘소버린의 SK 주식 매입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2005), 이찬근 외 (한국 경제가 사라진다)(2004) 

2013년 4월 23일 화요일

‘대체휴일제’ 찬반, 보수와 진보 엇갈리는 선택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2일자 기사 '‘대체휴일제’ 찬반, 보수와 진보 엇갈리는 선택'을 퍼왔습니다.
[이슈 분석] “재계입장에 따라 반대” “논란 중” “재계입장 반박” 입장 갈린 언론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대체휴일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대체 휴일제는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이어지는 평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제도다. 재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의 곤란함을 전하는 언론
 
대체 휴일제에 대한 재계의 반대논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경제적 손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대체 휴일제 도입과 추가 공휴일 지정으로 연간 공휴일이 3.3일 증가할 경우 전체기업의 생산감소액은 연 28조 1127억 원이고, 공휴일 법률화로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도 4조 2989억원에 달해 경제적 손실 규모는 32조 4115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둘 째, 한국의 공휴일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한국의 공휴일은 16일로 프랑스 11일, 독일·미국 10일, 영국 8일 등과 비교해 많은 편이고, 법정 연차휴가를 더하면 휴일이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셋 째, 한국은 유급 휴일제를 도입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공휴일을 무급 휴일로 정하지만 한국은 유급 휴일로 정하고 있어 휴일이 늘어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몇몇 언론은 재계의 이러한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대체휴일제가 노동계, 정치권과 재계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보다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전하는 데 그쳤다. 국민일보는 17면 기사 제목을 (“대체 휴일 도입 땐 年 32조 경제 손실”)로 뽑았다. 그리고 부제를 “경총 3.3일 증가 기준 추산 생산감소액 28조 1127억원. 공휴일 법률화로 인건비 4조 2988억원. 총 32조 4115억”으로 뽑았다. 경총이 제시한 수치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어 경총의 의견을 그대로 전했다. “우리나라 휴일은 많은 편이다. 현재 주중에 휴일을 부여한 경우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휴일 법률화가 도입되면 주 휴일과 관계없이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 무조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공휴일을 무급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급휴일제를 채택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유통 서비스업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다”

국민일보 17면


조선일보 역시 (대체휴일제 도입시 추가 부담 인건비만 32조 4000억원)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비즈니스 4면에서 기사 제목을 (“대체 휴일제 도입되면 최대 32조 경제적 손실”)로, 부제를 “재계, 휴일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뽑았다. 나아가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며 “인건비가 상승”하고. “유급 휴일제라 부담이 크다”는 재계의 입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중소기업 직원이나 임시직 또는 임용직, 자영업자들은 소득 감소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재계의 주장이 대기업 만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동아일보 B4면


‘논란 중’, 그러나 입장은 정해져 있다?
 
반면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노동계가 법안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언론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4면 기사를 통해 찬반의 입장을 전했다. 재계 쪽 반발도 전하며, 동시에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 대체휴일 1일 늘어나면 민간 소비 3조 5000억원 증가 한다”며 대체휴일제의 긍정적인 측면도 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사실상 대체휴무제가 아직 논의 중이며, 성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사 제목도 (법안소위 대체휴일제 합의 ‘과속 스캔들’)로 뽑았다. 이한구 새누리당 대표도 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유정복 안행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안소위 통과 자체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상의와 없이 벌어진 일”이라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행안부가 기다려달라고 요청하고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도 신중론을 펼쳤으나 황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뜻을 모아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중앙일보 4면


경향 역시 찬반의 입장을 전달하며 이 사안이 ‘논란 중’이라고 말했다. 4면 기사 제목을 (재계 “경제적 손실 연간 32조” 반발 정치권 “휴일 늘면 내수 진작” 반박)으로 뽑았다. 경향은 재계의 입장을 먼저 전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박도 전했다. 경향은 재계가 “휴일 확대에 따른 충격을 과장하고 있다”며 휴일이 늘면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 내수 진작 효과가 있으며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 생산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했다. 
 
하지만 경향은 31면 사설에서 사실상 대체휴일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 31면 사설 (대체휴일제 도입 무조건 반대할 일인가)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이 대선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 노동자들이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미 대체휴일제가 두 차례 시행된 적이 있고, 몇몇 기업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완책도 챙겨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지 않도록 시기를 조절하거나 정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실제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향 31면


한국일보 역시 5면 기사 제목을 (정치권·노동계 “생산성 높아질 것” vs 재계 “인건비 부담 늘어”)로 뽑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통해 재계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 내에서도 내수서비스업종과 제조업종의 입장이 다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철강·자동차·조선 등 대형 제조업체들은 대체휴일 도입시 휴일근무수당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로 반대의견이 크지만, 내수서비스업종은 오히려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증가분을 견딜 수 있지만 타격은 중소기업 쪽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노동권과 정치계, 그리고 재계가 나뉘어 논란 중이며 재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체휴일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더 부각시켰다. 5면 기사 옆에 사람들이 휴일 보장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 사진을 실었다. 또한 아래에 (현대차, 국경일이 겹치면 월요일 휴무 롯데백화점은 연차 소진 방식 대체휴일 시행)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몇몇 기업들이 이미 대체휴일을 도입했고, “간부들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 밑에는 (미·중·일은 적용하고 獨·佛은 미적용)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중국, 일본이 대체휴일을 이미 도입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에는 종교와 관련된 공휴일이 많다며 이들이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재계 논리를 적극 반박한 언론
 
더 적극적으로 재계 논리를 반박하며 대체휴일제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언론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6면 기사 제목을 (“대체휴일제 도입하면 내수 진작·생산 유발 효과”)로 뽑았다. 기사에서는 32조 손실을 본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휴일이 늘어나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고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근로시간은 많지만 노동생산성은 떨어진다”며 “근로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5일제를 도입했을 때도 재계가 반대했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신문 6면


서울신문보다 더 강하게 재계 논리를 비판한 언론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8면 기사 제목을 (재계 ‘대체휴일제’ 아전인수격 반대)로 뽑았다. 기사를 통해 한겨레는 재계의 주장이 “휴일이 1.5일 늘어나 생기는 추가 관광지출(2조 8000억원) 및 고용유발효과 8만 5000명 등의 순기능은 눈감은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연차휴가를 더 늘리면 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겨레는 “대기업들이 쉬는 날로 계산한 연차휴가의 실제 사용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경총은 연차휴가 사용비율을 늘려 휴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근로자들이 연차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적절한 대체인력 공급이 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라는 지적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탈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도 전했다. 사람인이 1101개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8%가 찬성하고, 67%가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도 대체휴일제가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 18면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2013년 4월 22일 월요일

보수 개신교 공세에 차별금지법안 철회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4-20일자 기사 '보수 개신교 공세에 차별금지법안 철회'를 퍼왔습니다.
한기총 홍재절 대표회장 "사필귀정" ... 차별금지법 찬성 측 "법안 철회 시도 중단해야"

▲ 보수 교계 단체들의 극렬한 저항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하기로 밝혔다. 보수 교계 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진보 단체들은 반인권적,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4월 19일 법안 철회 의사를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쳐 온 보수 교계 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법안을 찬성해 온 단체들은 "반인권적,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대표회장은 "차별금지법 철회는 사필귀정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기독신우회 회장 김진표 의원은 4월 19일 보수 교계 단체장들에게 "민주당은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은 제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홍 대표회장은 "앞으로 민주당이 잘되도록 한기총이 도울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회장은 지난 4월 2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법안에 공동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 운동과 민주당 퇴출 운동을 언급한 바 있다.
바른교육교수연합 이용희 대표는 "교수들도 대부분 법안을 반대한다. 일부 선진국이 동성애를 합법화했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반대 1천만 국민 서명운동은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단체들은 차별금지법 반대 1천만 국민 서명운동과 함께, 4월 말 차별금지법 철회 집회 계획도 세웠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 기독교사회책임 등 보수 교계 단체와 우익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는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조장되고 공안 사범 등이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비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최원식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덩달아 곤욕을 치렀다. 공동 발의에 참여한 모 의원은 지역구 교회에 불려 갈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제정연대·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4월 19일 "철회 절차 소식에 우리는 허망함을 넘어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일로 법안이 철회되면 보수 기독교 세력이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개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초유의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법안 철회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공익 인권 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는 "일부 보수 교계 단체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반인권적인 주장을 하면서 사회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왜곡 선동에 기독교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늦어도 올해 안에 법무부가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손낙구 보좌관은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을 '종북 게이'라고 매도하지만, 보편적 인권의 원칙을 담는 법안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제기된 각종 문제를 보완해 법무부가 발의할 때 같이 낼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항문 성교 교육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적어 주겠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이석기·김재연의 머리를 열어보겠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이석기·김재연의 머리를 열어보겠다?'를 퍼왔습니다.
[정치] ‘종북몰이’ 연대 국회 발의된 ‘자격심사안’, 부정경선에 한정하겠다지만 ‘사상 검증’ 의도 다분… 보수의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종북’ 프레임에 걸린 논란의 끝은 어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3월22일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자격심사안을 공동발의했다. 두 당에서 15명씩 의원이 참여했다. 민주당에서는 의원들이 서명을 꺼려 원내대표단 15명이 총대를 멨다. 자격심사의 법적·정치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은데도, 두 당은 지난해 6월 이후 세 차례나 시도한 끝에 이 문제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로 가져갔다. 두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종북 논란’을 계속 불 지피기에 맞춤한 대상이다. 민주당은 “종북 비호당”이라는 보수 세력의 압박에 눌려 오히려 새누리당을 거든다. ‘어차피 통과는 안 될 것’이라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건 물론이다. 통합진보당은 “철 지난 종북몰이”라고 반발하지만, 예민한 대북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중적 오해’를 계속 쌓는다. 이 과정에서 ‘종북 프레임’은 재생산된다.
“새누리당이 4대강,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등을 받으면서 이걸 달라고 요구한 거다. 지난해 6월 개원 협상 때 합의했던 게 발단이다. 우리가 (합의 이행을) 계속 거부하니까 새누리당은 종북 세력을 비호한다며 정치 공세를 폈고, 그에 대한 부담이 컸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3월17일 합의문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한 자격심사를 하기로 못박았고,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해 기소조차 하지 못한 만큼, 이석기·김재연 의원도 이참에 클리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과 ‘주고받기’를 했고, 그 이유는 ‘종북 비호’란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지만, 자격심사는 ‘종북 논란’과 관련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의 자격심사는 타당한가. 두 의원은 3월18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해 자신들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김정은·북한을 공공연히 두둔하는 세력…”

그러나 종북 논란은 이미 불붙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리 국회 안에 김정은과 북한을 공공연히 두둔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종북 세력이 공공연하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도움(야권 연대)으로 국회에 들어온 통합진보당이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행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압박했다.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민주당은 처리할 생각은 없다는 태도이지만, 스스로 ‘종북 프레임’의 덫에 들어간 꼴이다.
두 의원을 상대로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의도는 노골적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종북 논란의 핵심에 있는 두 분인데, 대한민국 심장부까지 종북 주사파 세력이 들어갔다는 데 대해 국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3월20일 YTN 라디오)고 말했다. 자격심사안을 다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군현 의원은 “어떤 정치인의 견해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생각되면 국회에서 논의될 것”(3월19일 CBS 라디오)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점잖지만 의도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두 의원이 종북인지 아닌지 따져 의원직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머리를 열어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나는 이 문제를 특정 정당, 특정 의원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이게 어디 민주당과는 무관할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내 눈에는 민주당에도 빌미만 있으면 색깔론 앞에서 정치 생명을 위협당할 의원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을 정치적 이유로 자격심사하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당의 합의 이틀 전인 3월15일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설전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친북좌파의 중심에 서 있는 임수경 의원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으로 보임했다”고 공격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동네 시장골목 술자리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국회 정론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식적으로 한다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며 격분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번 자격심사 합의는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환 의원은 “우리가 그분들의 정치적 소신에 대해 반대하는 것과, 여야가 합의해서 징계에 착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인데, 우리 당이 그런 문제에 나서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종북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두 의원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정치 보복,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면서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인데, 대중 정치인이라면 대중의 불신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정경선 문제가 자격심사 대상이 될까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 두 의원이 비례대표 2번, 3번 후보로 등재된 비례대표 득표 순서는 허위 부정투표에 의해 작성된 명부라는 게 명백하게 확인됐다. 그런 면에서 두 의원은 자격을 갖추지 못해 당선 효력이 없으며, 자격심사를 통해 배제해야 한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법기관의 유죄 인정과 무관하게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자율권이다. 두 의원이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두 당의 이런 태도는 부정경선 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인 만큼 정치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자체에 부정·부실이 있으니 경선으로 뽑힌 의원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는 비당권파의 주장을 “특정 정파 죽이기 음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당이 둘로 쪼개진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사 결과 발표 때 “인터넷 투표에서 광범한 대리·중복 투표가 있었다”며 업무방해혐의 등으로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체 기소자 가운데 이석기 의원 쪽 관련자가 가장 많았고 김재연 의원 비서도 포함돼 있었지만, 두 의원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가 자격심사 대상이 되느냐도 불명확하다. 헌법상 자격심사 청구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법에는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격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에는 30인 이상의 연서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의가 있을 때’라는 조항도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정치적 찬반의 입장을 떠나 일이 이렇게 추진돼선 안 된다. 비례대표 선출은 기본적으로 정당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개입은 신중해야 하고, 자격심사를 추진하더라도 (사법부의) 최종판결이 난 이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격심사가 남용되면 국회 다수파가 국민이 선출한 소수당 의원을 손쉽게 제명시키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도 “통합진보당 노선에 동의하지 않고, 지난 비례대표 경선 당시 관련 후보들은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순위자가 계승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두 의원은 유죄판결은 물론 검찰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자격심사 과정은 두의원에 대한 사상 검증 작업을 수반할 것임이 분명하다. 두 의원에 대한 심사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으로 이뤄져야 하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자격심사와 사상 검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극우, 빨갱이 용어 ‘복원’ 주장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종북 프레임의 덫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보수 세력은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종북’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극우보수 매체인 (조갑제닷컴)이 지난 6월 펴낸 (종북백과사전)을 들고 다닌다. 이 책은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종북으로 규정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씨는 지난 1월 트위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지목해 “종북 성향의 자치단체장들을 모두 기억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아티스트 낸시랭까지 종북이라고 공격했다. 보수단체 집회에서 ‘빨갱이’ ‘친북좌파’ 대신 ‘종북’이 쓰인지 오래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빨갱이란 용어의 ‘복원’을 주장하기도 한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빨갱이와 종북 세력은 어떻게 다른가? 빨갱이에는 역사가 있지만 종북 세력이라는 말에는 역사가 없다. 빨갱이라는 단어는 1946년 후반부터 북한에 진주한 소련 당국의 연출에 따라 남한에서 폭동·파업·살인·방화 등을 일삼던 남한 폭력배 및 이단자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었다. (중략) 하지만 종북 세력이라는 말은 김대중 이후 빨갱이를 차마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그 강도를 한 단계 낮추고 순화하여 지어낸 대체 용어였다. 그래서 종북 세력이라는 말에는 역사가 없고 기개와 힘이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로 종북이라는 용어가 진보 진영 내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처음 사용된 것은 2001년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통합 논쟁 때다. 당시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의 통합 제안에 반대하면서 “민중의 요구보다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종북 세력과는 당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당은 ‘친북’이라는 표현 대신 ‘종북’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친북 세력에는 종북 세력, 즉 조선노동당 추종세력 말고도 북한과 친해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무줄 개념을 쓸어내는 게 정치 개혁”

종북이란 말이 대중의 관심 영역에 들어온 것은 2006년 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 때다. 당시 조승수 의원은 당내 자주파 일부를 종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가 터지자, 보수언론들은 당권파를 종북 세력이라고 칭했다. 이후 종북 프레임은 보수 세력에게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빨갱이란 용어를 대체하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김대호 소장은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지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개념이 대표적으로 종북·빨갱이·친노 등인데, 사실은 개념 규정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고무줄 개념을 쓸어내는 게 정치 개혁의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전문가 “만기친람 구조…위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7일자 기사 '전문가 “만기친람 구조…위험”'를 퍼왔습니다.

“나는 두뇌, 장차관은 손발” 인식
보수쪽 인사는 “좀더 지켜봐야”

* 만기친람 :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관료 비중이 높은 점 등을 들어 “만기친람(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을 위한 구조로써,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보수 진영에선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대목은 청와대 보좌진과 장·차관 등 새 정부의 주요 자리가 관료와 교수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지점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철학에 맞춰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를 원한 것 같다. ‘내가 결정하면 당신들은 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지 않나”고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도 “박 대통령은 ‘나는 두뇌이고 장·차관은 손발’이라고 생각해, 만기친람을 하려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구조가 완성됐다”고 윤 교수와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이런 구조가 성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렸다. 보수 진영 인사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쪽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학계 출신이 많은 게 문제지만, 이제 막 임명됐으니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한 정치권 인사도 “첫 인사에서 대통령의 의사를 충실히 따를 사람을 중시했으니, 대통령이 어떻게 지휘할지는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대한민국은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후진국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박근혜 인사’가 국민적 호응 속에서 진행되지 못했다는 지점에선 목소리가 일치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관료와 교수로 자리를 채우다 보니 국민한테 주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고, 사람들이 정부가 어디로 갈지 몰라 불안해한다”고 짚었다. 윤평중 교수도 “이번 인사에서 미래지향적,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기 힘들다.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려는 태도로는 정권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했다.인명진 목사는 “박근혜 정부 첫 인사는 관료·전문가 중심으로, 국민과 소통이 약해질 수 있다. 행정도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내가 전문가다’라고 하면서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진보의 하나님, 보수의 한국 교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6일자 기사 '진보의 하나님, 보수의 한국 교회'를 퍼왔습니다.


크리스천이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던 나에게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진정한 크리스천이냐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는 마음에 아이들의 이름도 ‘요셉’이와 ‘에스더’로 지었지만, 교회 생활에서만큼은 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하나님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크리스천과 교회 생활에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대 교회와 기독교인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기쁨’,‘겸손’,자부심‘이 아닌 ’창피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치시사 블로거로 글을 쓰다 보면 교회가 얼마나 세상에서 비난받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집안에 목사들이 많아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2013년 대한민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하나님을 팔아 ‘불의’라고 하기보다 ‘범죄’에 가까운 죄악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다.

▲ 한국 대형 교회중 하나였던 사랑의 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의 사진 앞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남 옥성호 집사. 출처: 조선일보

교회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한국 최고의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이 대놓고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는 책을 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 (국제제자 훈련원 출판 본부장) 집사가 낸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은 크리스천과 목회자에게 속칭 ‘돌직구’를 날리는 책이다.
옥성호 집사가 말하는 갑각류 크리스천의 핵심은 신앙의 본질은 감춰지고 오로지 딱딱한 형식의 껍질만이 남은 대한민국 교회와 기독교인에 대한 질타이다. 저자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은유와 비교를 통해 얼마나 한국 교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의를 눈감은 이유로 정죄 받은 풋볼 영웅 ‘조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풋볼 코치인 조 퍼터노( Joe Paterno)는 ‘조파 (Joe pa:아빠 조)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1950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1년을 미국 대학 풋볼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2011년 그의 밑에서 부코치로 일하던 제리 샌더스키(Jerry Sandusky)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파의 전설은 끝이 난다.

▲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전국챔피언으로 만들었던 조파가 표지모델로 나온 잡지. 출처:sports illustrated

샌더스키처럼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조파는 단지 샌더스키의 추행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려는 학교를 설득해 고발을 막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됐고, 1998년부터 2011년 사이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거둔 112번의 승리가 무효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의 동상이 철거되고, 아로새겨졌던 이름이 삭제되는 시기에 조파는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조파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풋볼 팀에 무차별적인 징계를 내렸던 단체는 사법 조직이 아닌 단순한 스포츠 단체였던 전미 대학 경기협회(NCAA:Nationc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였다.

'신분에 구분 없이 아이를 지키자는 법안을 반대했던 공화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시절, 그는 미국 내 신분에 관계 없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18세까지 주정부가 100퍼센트 의료비를 책임지는 ‘올키즈’(All Kids) 의료 제도를 정착시켰다. 비싼 민간 의료보험이 아니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정에게 버락 오바마의
“사람의 목숨과 건강은 그 사람이 가진 돈의 많고 적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 혜택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과 ‘구원’이었다.
이런 제도를 반대했던 공화당은 대부분 크리스천이었다.

▲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

옥성호 집사가 책에서 말하는 크리스천의 본질은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진짜 신앙’을 찾으려는 사람을 말한다. 조파의 사례가 한국 교회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뻔하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도 아니고 부목사가 저지른 죄를 왜 훌륭하신 담임 목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고, 성추행 사건도 단순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말 한마디에 용서된다.
교회에 가서 성경을 읽으며 예수의 삶을 본받자고 외치면서도 아이들과 가난한 자의 고통은 외면하는 현대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 크리스천이 과연 제대로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공의의 하나님’과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말을 한다. 엄격한 심판자와 같은 아버지 하나님과 자애롭고 사랑을 베푸시는 어머니 하나님이라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것을 요새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진보와 보수로 대입시켜 보자.
“보수가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진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채찍질하며 더 쉬지 말고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하기를 다그친다. 그러나 어머니는 힘들게 공부하고 잠도 못 자는 자식을 안쓰러워하며 새벽에 조금이라도 더 자도록, 밥 한술이라도 더 먹도록 애를 쓴다”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로크리지 연구소의 조지 레이코프가 설명한 진보와 보수의 설명을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에 대입시킨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마치 보수처럼 모든 일을 우경화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에게 도덕적인 완벽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면서 출세에만 눈이 멀어 물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라 지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거나 과격한 행동을 해서 한국의 보수를 '속칭 꼴통 보수'라고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를 사칭한 극우세력이기 때문이다.

▲ 조용기 원로목사와 대표적 극우 논객인 김동길·조갑제 등이 구국 축복 기도회에 참석해 1200만 기독인이 북한과 종북 좌파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 내자고 주장했다. 기도회에는 교인과 보수 단체 회원 등 800여 명이 모였다. 출처: 뉴스앤조이 양상호

권력자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외치고, 그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향해 ‘빨갱이’,‘종북주의자’라는 말을 강단에서 서슴지 않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마음에는 자식의 아픔을 헤아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채찍만 들고 성도를 향해 ‘주의 종이 외치는 말은 모두 진리,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공의롭지도 않고 타락한 장사치들보다 더 악행을 저지른다.
'검찰, 조용기 목사 '100억대 배임' 확인' (한겨레 2013년 2월27일) '조용기 목사, 100억 배임·탈세 혐의 수사'(조선일보 2013년 2월28일) '조용기 목사 고소한 장로들 무더기 징계 '(뉴스앤조이 2013년 3월13일)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사실로'(오마이뉴스 2013년 2월4일)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기독교의 본질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기초가 무엇인지 크리스천들이 다시 찾아보길 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신앙의 본질은 성공의 표상으로 불리는 대형교회와 목사들의 맹목적인 불의와 자의적인 하나님의 뜻에 대한 왜곡을 스스로 떨치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크리스천과 교회 문제의 근원은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지 않음에서부터 비롯된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러웠던 다윗조차도 나단 선지자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까지는 죄를 회개하지 않았다. 진정한 목회자는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죄를 짓고 있기에 교회를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들의 탐욕과 불의를 감추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 2100억원을 들여 새성전을 건축하는 사랑의 교회 정책을 옥성호 집사는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편지를 공개하며 비판했다.

목사가 욕심을 부리면 신앙보다는 재산 불리기와 교회 건축에 앞장서고,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기보다 권력자와 부자를 위한 ‘축복 기도’에만 열을 낸다.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의 표지를 보면 두꺼운 갑각류 속에 두 눈을 굴리고 눈치만 보는 모습이 나온다. 대한민국 교회와 크리스천, 그리고 대형 교회 목사들도 하나님을 찾기보다는 오로지 ‘성공’과 ‘출세’, ‘교회 평수’, ‘헌금’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회개와 징계를 요구하는 카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나또한 어설픈 지식으로 하나님을 믿고 있지는 않으냐는 자아비판과 왜 이 땅의 교회는 불의를 보고 잘못된 것이라 외치지 못하고 있느냐는 반문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대형 교회 목사가 하는 범죄를 하나님의 뜻이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회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숨기는 일이다.
"제가 너무 당황하고 충격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괜찮다면서 '내가 너무 힘든데,,,너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러면서 성추행을 시작했고,,, 괜찮다는 말로.. 이런 게 결혼하면 도움이 된다,,그런말을 했습니다."

"교회라는 조직이,그리고 목사라는 직분이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를 자라게 하는 분인데, 그런 곳에서 그분을 거역하는 건, 음...나를 성장시킨 분인데,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보면,,아빠가 잘못한다고해서, 그 아빠를 고소하지 못하잖아요, 그렇죠.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글 중에서)
한국에서 기독교가 비판받는 이유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상식을 떠나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 한마디로 감추고 은폐하면서 진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딱딱한 갑각류 안에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뜨리고 나와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기재됐던 원고 (원문: 껍질을 깨고 회개의 속살을 보여라)를 블로그에 맞춰 재작성한 글이며, 글을 쓰기 위해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의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았음을 밝힙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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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7일 목요일

그들은 왜 어마어마한 보수를 받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06일자 기사 '그들은 왜 어마어마한 보수를 받는가?'를 퍼왔습니다.
[이정전 칼럼] (78) "CEO의 고액 보수 규제해야"


▲ 왼쪽부터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희범 경총회장. 이들은 지난달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경제 위기 극복 유공자 훈장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나란히 받았다. ⓒ연합뉴스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은 왜 이렇게 엄청난 금액의 보수를 받게 되었을까? 생산성 제고나 이윤 창출에 기여한 당연한 결과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할 것이다.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에서 각 개인은 '생산에 기여한 정도'만큼을 보수로 받게 되어 있다는 이론이 19세기에 개발된 이래 많은 경제학자는 이 이론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을 전제하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완전경쟁시장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경제학자들은 이런 중요한 전제를 살짝 빼놓고 결론만 얘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들도 인정하듯이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인 상황일 뿐이다. 현실의 시장은 독과점으로 그득하다. 특히 대기업은 대부분 독과점 기업이다. 독과점 기업은 완전경쟁시장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고객에게 강요함으로써 독점이윤을 챙긴다. 이 독점이윤의 상당한 부분을 고위 경영자들이 나누어 먹기 때문에 이들은 생산에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실제로 대기업 고위 경영자의 고액 보수에 관한 한 연구는 이들의 소득이 기업 실적과 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과점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다. 독과점이 불공정 거래의 일종이라고 하면, 대기업 고위 경영자의 고액 보수는 불공정 거래로 얻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과점 이론만으로 최고 경영자의 엄청난 보수를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보면, 실패한 고위 경영자들도 고액 보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우리는 그런 사례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고, 2008년 미국 금융 붕괴 때에도 그런 사례를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고위 경영자의 고액 보수를 설명하려는 많은 다른 이론들이 등장하게 된다.

예를 들면, 공격적(위험을 덜 두려워하는) 경영을 위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고위 경영자에게 고액의 보수를 주게 된다는 이론도 있다. 대체로 주주들은 위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사업을 선호하는 까닭에 회사가 공격적 경영을 해주기를 원한다. 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공격적 경영을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이에 따른 금전적 손실은 다수의 주주에게 분산된다. 그래서 각 주주는 실패의 위험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위험보다는 수익률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고위 경영자는 위험에 매우 신중하다. 이들에게는 일생의 경력이 걸린 문제다. 공격적 경영을 하다가 실패하는 날이면 그 책임을 제일 먼저 뒤집어써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력서에 치명적 오점을 남기게 된다. 이들의 경력은 회사의 성공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 그래서 고위 경영진의 입장과 주주의 입장이 엇갈리게 된다. 주주는 회사 경영진이 좀 더 공격적이기를 원하지만, 이들은 고위 경영진의 업무 수행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무래도 고위 경영진은 주주들보다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훨씬 더 잘 알면서 각종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이다. 주주는 오직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으로 하여금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높은 보수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보면, 돈이 많은 사람은 위험을 덜 두려워한다. 예를 들면, 거부들은 실직을 덜 두려워한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 경영자는 그렇지 않은 경영자에 비해서 위험을 덜 두려워할 것이며, 따라서 주주의 요구에 부응하여 공격적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이론도 있다. 최고 경영자들의 고액 보수를 연구한 하버드 법대의 어느 두 교수는 최고 경영자들과 이사진의 유착을 그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사회가 거리를 두고 경영진을 견제하기보다는 최고 경영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나 조치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묵인하려는 유인을 가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체의식, 가까운 지인들 사이의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향, 그리고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엮인 감정, 충성심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의 비정상적 고액 보수의 궁극적 원인을 일반 국민의 무지의 탓으로 돌리는 학자도 있다. 일반인들은 비정상적 고액 보수를 둘러싼 복잡한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기업 내부의 속사정은 최고 경영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바로 이 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최고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최대한 채운 결과가 비정상적 고액 보수라는 것이다. 비정상적 고액 보수는 이를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대의 한 증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서 최고 경영자의 보수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위스처럼 대기업 최고 경영자의 연봉을 규제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지 않을까?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3년 3월 1일 금요일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을 보며


이글은 대자보 2013-02-28일자 기사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을 보며'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시대교체'는 보수와 진보의 동시 혁신이 있어야 가능

박근혜정부가 출범했다. 예상대로 썩 흔쾌한 분위기는 아니다. 격렬했던 18대 대선에서 51.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지만, 취임에 즈음하여 44%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다(한국갤럽 2013.2.22). 이 때문인지 보수신문에서조차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 그런 기분·활력·분위기조차 시들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는 평이 나온다(조선일보 2013.2.22).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대가, 예상 밖으로 또는 예상대로,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데는 정책과 인사에 실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출범과정에서는 분명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특히 연이어 '실패'를 거듭했던 야권의 입장에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한 "공정하게 듣고 아울러 살펴본다"(公聽幷觀)는 태도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출범 전후로 시들한 분위기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로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의 선순환, 국민행복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시대의 개막, 지구촌의 행복시대에의 기여 등 요소가 포함된다. 즉 개인의 행복과 국가-한반도-세계를 연계하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선거과정에서는 '국민행복'이라는 키워드만 제시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나 안철수캠프에서도 공약을 열거했을 뿐 통합적인 국정비전을 내놓지는 못했었다. 

국정비전의 철학적 기초가 튼튼해야 집권세력의 통치능력이 확보되고 이와 연계된 개별 정책의 추진력이 강화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느 정당이나 정치세력도 비전 형성에 자원을 제대로 투입한 적은 없었다. 특히 야권에서는 비전과 정책 연구의 초보적 시스템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국정비전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관료집단을 제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국정비전 달성을 위한 5대 국정목표를 ①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②맞춤형 고용·복지 ③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④안전과 통합의 사회 ⑤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으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민주화가 국정목표에서 사라졌으며 대신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이것이 성장주의로 복귀하는 징후라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실천을 지켜보자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제시된 국정목표가 대선공약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국민행복 10대 공약'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9번째 순위에 있으며, 창조경제는 5번째 순위에 있었다. 공약 단계에서 창조경제는 일자리정책의 일환이고 경제민주화는 공동체정책의 한 요소였다. 국정목표를 제시하면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맨 앞으로 내세우고 그 안에 창조경제 공약과 경제민주화 공약을 함께 배치했다. 취임사에서는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함께 거론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리는 것보다는 약속된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야권도 집권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정책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박근혜정부 경제민주화 정책의 구체적 집행을 단속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도 3년 안에 단계적으로 해소하도록 하는 강력한 금지방안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내수기반이 취약한 조건에서 재정투입보다는 투자와 수출을 촉진하는 총수요정책과 함께 순환출자가 구조화되었던 역사적·제도적 경로의존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제도들 사이에는 상호보완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기존 제도의 폐기나 전환은 일관된 목표 하에서 마찰을 줄이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주요 후보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연기금 주주권 강화 등이고 이는 인수위에서 제시한 '14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더 제한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는 금산분리 강화방안도 살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여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 조달청장에게 불공정거래 사건에 고발요청 권한을 부여하도록 계획했다.  

'시대교체'는 보수와 진보의 동시 혁신이 있어야 가능 

박근혜정부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비전과 정책 자체의 변화나 후퇴 징후 때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실행능력을 포함한 통치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라 할 수 있다.

140대 국정과제에는 지배주주 등의 횡령, 사면권 상신, 회계부정에 대한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어떤 시스템 속에서 이를 집행할 것인가? 박근혜정부는 출범 전 인사과정에서 이러한 물음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당선인이 아무리 원칙과 법질서를 강조해도 이를 잘 실행할 것으로 믿을 만한 인사와 시스템이 보이지 않았다. 공약 실행의 의지와 능력은 대통령 한 사람에 모두 집중된 것처럼 보이고 새 정부를 구성한 인사들은 과거 시대를 상징하는 갖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선거과정에서 절박하게 호소했던 '새 시대'의 메시지는 이제 국민들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발부터 난조에 빠져 있지만 야권의 경우도 평소에 비전 형성과 정책 실행능력을 갖추는 문제를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선거 당시 안철수캠프는 격차해소와 정치혁신을 주장하고 혁신경제와 재벌개혁위원회를 제안했지만, 국민들은 그러한 일을 누가 어떻게 행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민주통합당은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경제민주화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창조·혁신 관련 정책은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보여준 전략과 능력은 많은 국민에게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박근혜정부가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야권이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의 개념이나 슬로건 수준에서 박근혜정부를 공격하는 것만으로 대안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격차의 확대와 성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혁신의 과제는 여전하다. 결국은 문제를 인식하는 학습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작동 가능한 시스템 형성 능력이 관건이다. '시대교체'는 보수의 혁신과 진보의 혁신을 함께 필요로 한다.

* 글쓴이는 한신대 경제학 교수입니다.*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2013년 2월 28일자 주간 논평입니다. 

이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