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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6일 토요일

진보의 하나님, 보수의 한국 교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6일자 기사 '진보의 하나님, 보수의 한국 교회'를 퍼왔습니다.


크리스천이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던 나에게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진정한 크리스천이냐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는 마음에 아이들의 이름도 ‘요셉’이와 ‘에스더’로 지었지만, 교회 생활에서만큼은 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하나님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크리스천과 교회 생활에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대 교회와 기독교인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기쁨’,‘겸손’,자부심‘이 아닌 ’창피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치시사 블로거로 글을 쓰다 보면 교회가 얼마나 세상에서 비난받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집안에 목사들이 많아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2013년 대한민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하나님을 팔아 ‘불의’라고 하기보다 ‘범죄’에 가까운 죄악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다.

▲ 한국 대형 교회중 하나였던 사랑의 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의 사진 앞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남 옥성호 집사. 출처: 조선일보

교회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한국 최고의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이 대놓고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는 책을 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 (국제제자 훈련원 출판 본부장) 집사가 낸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은 크리스천과 목회자에게 속칭 ‘돌직구’를 날리는 책이다.
옥성호 집사가 말하는 갑각류 크리스천의 핵심은 신앙의 본질은 감춰지고 오로지 딱딱한 형식의 껍질만이 남은 대한민국 교회와 기독교인에 대한 질타이다. 저자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은유와 비교를 통해 얼마나 한국 교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의를 눈감은 이유로 정죄 받은 풋볼 영웅 ‘조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풋볼 코치인 조 퍼터노( Joe Paterno)는 ‘조파 (Joe pa:아빠 조)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1950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1년을 미국 대학 풋볼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2011년 그의 밑에서 부코치로 일하던 제리 샌더스키(Jerry Sandusky)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파의 전설은 끝이 난다.

▲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전국챔피언으로 만들었던 조파가 표지모델로 나온 잡지. 출처:sports illustrated

샌더스키처럼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조파는 단지 샌더스키의 추행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려는 학교를 설득해 고발을 막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됐고, 1998년부터 2011년 사이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거둔 112번의 승리가 무효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의 동상이 철거되고, 아로새겨졌던 이름이 삭제되는 시기에 조파는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조파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풋볼 팀에 무차별적인 징계를 내렸던 단체는 사법 조직이 아닌 단순한 스포츠 단체였던 전미 대학 경기협회(NCAA:Nationc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였다.

'신분에 구분 없이 아이를 지키자는 법안을 반대했던 공화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시절, 그는 미국 내 신분에 관계 없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18세까지 주정부가 100퍼센트 의료비를 책임지는 ‘올키즈’(All Kids) 의료 제도를 정착시켰다. 비싼 민간 의료보험이 아니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정에게 버락 오바마의
“사람의 목숨과 건강은 그 사람이 가진 돈의 많고 적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 혜택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과 ‘구원’이었다.
이런 제도를 반대했던 공화당은 대부분 크리스천이었다.

▲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

옥성호 집사가 책에서 말하는 크리스천의 본질은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진짜 신앙’을 찾으려는 사람을 말한다. 조파의 사례가 한국 교회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뻔하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도 아니고 부목사가 저지른 죄를 왜 훌륭하신 담임 목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고, 성추행 사건도 단순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말 한마디에 용서된다.
교회에 가서 성경을 읽으며 예수의 삶을 본받자고 외치면서도 아이들과 가난한 자의 고통은 외면하는 현대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 크리스천이 과연 제대로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공의의 하나님’과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말을 한다. 엄격한 심판자와 같은 아버지 하나님과 자애롭고 사랑을 베푸시는 어머니 하나님이라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것을 요새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진보와 보수로 대입시켜 보자.
“보수가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진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채찍질하며 더 쉬지 말고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하기를 다그친다. 그러나 어머니는 힘들게 공부하고 잠도 못 자는 자식을 안쓰러워하며 새벽에 조금이라도 더 자도록, 밥 한술이라도 더 먹도록 애를 쓴다”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로크리지 연구소의 조지 레이코프가 설명한 진보와 보수의 설명을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에 대입시킨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마치 보수처럼 모든 일을 우경화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에게 도덕적인 완벽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면서 출세에만 눈이 멀어 물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라 지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거나 과격한 행동을 해서 한국의 보수를 '속칭 꼴통 보수'라고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를 사칭한 극우세력이기 때문이다.

▲ 조용기 원로목사와 대표적 극우 논객인 김동길·조갑제 등이 구국 축복 기도회에 참석해 1200만 기독인이 북한과 종북 좌파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 내자고 주장했다. 기도회에는 교인과 보수 단체 회원 등 800여 명이 모였다. 출처: 뉴스앤조이 양상호

권력자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외치고, 그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향해 ‘빨갱이’,‘종북주의자’라는 말을 강단에서 서슴지 않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마음에는 자식의 아픔을 헤아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채찍만 들고 성도를 향해 ‘주의 종이 외치는 말은 모두 진리,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공의롭지도 않고 타락한 장사치들보다 더 악행을 저지른다.
'검찰, 조용기 목사 '100억대 배임' 확인' (한겨레 2013년 2월27일) '조용기 목사, 100억 배임·탈세 혐의 수사'(조선일보 2013년 2월28일) '조용기 목사 고소한 장로들 무더기 징계 '(뉴스앤조이 2013년 3월13일)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사실로'(오마이뉴스 2013년 2월4일)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기독교의 본질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기초가 무엇인지 크리스천들이 다시 찾아보길 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신앙의 본질은 성공의 표상으로 불리는 대형교회와 목사들의 맹목적인 불의와 자의적인 하나님의 뜻에 대한 왜곡을 스스로 떨치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크리스천과 교회 문제의 근원은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지 않음에서부터 비롯된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러웠던 다윗조차도 나단 선지자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까지는 죄를 회개하지 않았다. 진정한 목회자는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죄를 짓고 있기에 교회를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들의 탐욕과 불의를 감추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 2100억원을 들여 새성전을 건축하는 사랑의 교회 정책을 옥성호 집사는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편지를 공개하며 비판했다.

목사가 욕심을 부리면 신앙보다는 재산 불리기와 교회 건축에 앞장서고,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기보다 권력자와 부자를 위한 ‘축복 기도’에만 열을 낸다.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의 표지를 보면 두꺼운 갑각류 속에 두 눈을 굴리고 눈치만 보는 모습이 나온다. 대한민국 교회와 크리스천, 그리고 대형 교회 목사들도 하나님을 찾기보다는 오로지 ‘성공’과 ‘출세’, ‘교회 평수’, ‘헌금’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회개와 징계를 요구하는 카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나또한 어설픈 지식으로 하나님을 믿고 있지는 않으냐는 자아비판과 왜 이 땅의 교회는 불의를 보고 잘못된 것이라 외치지 못하고 있느냐는 반문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대형 교회 목사가 하는 범죄를 하나님의 뜻이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회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숨기는 일이다.
"제가 너무 당황하고 충격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괜찮다면서 '내가 너무 힘든데,,,너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러면서 성추행을 시작했고,,, 괜찮다는 말로.. 이런 게 결혼하면 도움이 된다,,그런말을 했습니다."

"교회라는 조직이,그리고 목사라는 직분이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를 자라게 하는 분인데, 그런 곳에서 그분을 거역하는 건, 음...나를 성장시킨 분인데,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보면,,아빠가 잘못한다고해서, 그 아빠를 고소하지 못하잖아요, 그렇죠.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글 중에서)
한국에서 기독교가 비판받는 이유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상식을 떠나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 한마디로 감추고 은폐하면서 진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딱딱한 갑각류 안에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뜨리고 나와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기재됐던 원고 (원문: 껍질을 깨고 회개의 속살을 보여라)를 블로그에 맞춰 재작성한 글이며, 글을 쓰기 위해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의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았음을 밝힙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28

아이엠피터  |  impeter701@gmail.com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국민 말고 하나님만 섬기는 공직자들


이글은 한겨레21 2012-07-23 제920호 기사 ' 국민 말고 하나님만 섬기는 공직자들'을 퍼왔습니다.
[이슈추적]김신 대법관 후보 종교 편향적 판결 논란 계기로 짚어본 공직자의 신앙과 업무 충돌공사 구분없는 배타성에 정교분리 원칙 흔들

 
» 지난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신 후보자가 자리에 앉고 있다. 김 후보자는 ‘법정 기도’와 ‘성시화 발언’에 대해 “기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기독교가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심으로 있을 것이다.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겨레21 김명진

1948년 5월31일 월요일 오전 10시20분 제헌의회가 개원했다. 첫 회의였다. 그해 5월10일 총선거를 통해 뽑힌 의원 198명이 모두 참석했다. 애국가,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이 이어졌다. 국회선거위원장 노진설이 최고 연장자인 이승만 박사를 국회 임시의장으로 추천했고, 박수로 가결됐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날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속의 법 아닌, 성경 말씀 더 따른 판사

의장석에 올라선 이승만 임시의장의 첫마디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였다. 모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가운데 평안북도 영변 출신 목사로, 서울 종로 갑구에서 당선된 이윤영 의원이 기도를 시작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선림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날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의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국회속기록) 제1회 제1차)
개신교 신자들 가운데는 대한민국 국회가 기도로 첫발을 떼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가 있다. ‘악마의 권세’를 경계했던 제헌의회는 개원 두 달여 뒤 헌법 조문 심사를 한다.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는 조문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라는 문구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진 끝에 원안이 그대로 가결됐다. 그렇게, 기도로 시작한 제헌의회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와 정치를 떼어놓았다. 1962년 12월 개정된 헌법부터는 종교 관련 내용이 양심의 자유 항목과 분리돼 독자적 기본권으로 대접받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신(55·울산지법원장)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편향적 판결과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부산·울산 지역에서 법관 경력을 쌓은 ‘향판’인 김 후보자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장로 법관’이다. 그는 2002년 출간한 에세이집 에서 2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인도 지진을 두고 “하나님의 경고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썼다. 조용기·김홍도 목사 등 개신교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꽉 막힌 이들이 일삼던 발언이다. 2010년 부산기독인기관장회 회장을 맡아 “부산 성시화(聖市化)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지난 2월 울산지법원장이 된 뒤에는 “울산에도 성시화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교인들이 모인 사적 자리에서 나온 지극한 신앙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성시화 발언은 개신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익숙하다. 인사와 정책 등에서 두루 ‘종교 편향’을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발언(“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과 빼닮았다. 2011년 1월 교회 분열을 둘러싼 민사사건을 다루는 법정에서 교인인 원고와 피고 양쪽에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기도 뒤 ‘아멘’으로 답했다.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9년 12월에는 대법원 판례를 부정하며 교회가 소유한 부목사 사택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민사사건에서 화해나 조정을 시도하거나,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에 맞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평소 언행과 맞물리며 종교적 편향이 법정에서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다양한 갈등 상황을 정리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할 고위 법관이, 세속의 법이 아닌 자신이 믿는 성경 속 말씀을 더 따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교분리’라는 헌법과 민주정치의 대전제를 어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우여 “대법관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이들이길”

김 후보자는 7월1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제 판결이 종교 편향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어려운 삶의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됐고, 그런 면이 개인 생활에서 드러나 공적인 부분에 영향을 끼쳤던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고 했다. 그는 소아마비 장애를 이유로 사법연수원 동기들보다 여섯 달 늦게 판사로 임관됐었다.
우리 헌법 나이가 환갑을 넘겼다. 21세기 한국의 일부 공직자는 자신의 내면적 신앙과 자신이 맡은 공적 업무를 관계짓는 방식을 잘 모르는 듯하다. 좋게 말해 서툴다. 나쁘게 말하면 의도적이거나 노골적일 때가 많다.
2011년 1월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새누리당 대표)은 개신교를 믿는 법조인들의 단체인 애중회(愛重會) 창립 50돌 축사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애중회 회장이기도 하다. 대규모 대법관 인사를 앞둔 터여서 ‘종교 편향’ 논란을 불렀다. 기도가 통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법정에서도 기도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나오기는 했다.
한국은 어느 종교도 완벽한 우세를 보이지 않는 다종교 사회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개신교는 불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인구의 절반 정도는 종교가 없다. 김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개인으로서 가지는 종교의 자유’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정교분리 원칙’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김 후보자가 대법관직에 오른다면, 과연 종교 관련 사건을 편하게 맡을 수 있을까. 소송 당사자들이 김 후보자가 속한 대법원 소부나 전원합의체 판결에 승복할 수 있을까. 김 후보자 스스로 사건을 기피하거나, 제척당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5월,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다 퇴학당한 강의석씨가 개신교계 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강씨에게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이 뒤집혔다. 해당 재판장은 법원 안에서도 독실하기로 유명한 개신교 신자였다. 그 역시 ‘장로 법관’이다. 판결 뒤 강씨와 그를 지원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회원들은 “재판장이 학교 쪽과 같은 계열의 교단 소속 장로이기 때문에 1심과 항소심 결론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2010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결론을 깨고 학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전원합의체에서도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만큼 ‘종교적 영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부에까지 알려진 재판장의 신앙심이 뜻하지 않은 사법 불신을 불러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입법부는 어떨까. 자신에게 사건이 떨어져야만 힘을 쓸 수 있는 법관과 달리, 국회의원은 ‘입법’이라는 능동적 채널이 있다. 이러다 보니 개신교·불교계 등은 국회의원과 주요 상임위원장들의 종교가 무엇인지에 민감하다. 국회에는 개신교 의원 모임인 국회조찬기도회, 불교 모임인 국회정각회, 가톨릭 모임인 국회가톨릭의원신도회 등이 있다. 새로 구성된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11명(37%)이 개신교 신자다. 가장 많다. 국내 개신교 신자 비율(19%)을 크게 웃돈다. 가톨릭을 믿는 의원은 73명, 불교는 42명이다. 18대 국회에서는 개신교 120명, 가톨릭 72명, 불교 55명이었다.

대통령의 ‘무릎기도’

2010년 4월, 당시 한나라당 허천·황우여 의원 등은 ‘종교문화시설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도시개발정책·택지개발사업 등 난개발로 인한 수용·이전으로부터 종교시설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시설 등을 두루 나열했지만 방점은 개신교에 찍혔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이후, 개신교계 일부에서 재개발지역 영세 개척교회 문제가 떠올랐다. 이 법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추진됐다고 한다. 개신교계의 한 인사는 “난개발을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래되고 전통 있는 교회 건물도 아닌 일반 교회까지 보존하거나 지원해야 할 문화시설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18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국내외 학설은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 기본권에 속하지만, 이를 외부로 드러내 다른 이들의 기본권과 충돌할 경우에는 적정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12월 다양한 유형의 종교차별 행위와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선’을 담은 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가 특정 종교행사 등에 참석하고,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사회·정치적 합의도 없다. 개신교계가 1966년부터 주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 계속 참석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릎기도’를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목사의 요구에 무릎 꿇은 이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쓴 입맛을 다신 이들의 수는 한국 사회 종교 분포와 대략 비슷했을 것이다.
유독 개신교만 걸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개신교계 공직자·정치인들이 자주 논란이 된다. 내면의 신앙을 바깥으로, 그것도 자신의 공적인 권한을 통해 강요하고 투사하려는 거친 욕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러 진단이 나오지만, 1990년대 들어 개신교계 안에서도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세력이 대형 교회를 통해 힘을 키우고 정치세력화한 데서 이유를 찾는 분석이 많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타 종교 등에 대한) 배타성이 교세 확장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신자 수가 늘고 국회의원의 40% 가까이가 개신교 신자이자 장로 대통령까지 나온 상황에서는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했다. 여러 종교가 어우러지고, 종교 없는 사람도 많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은 대통령이 성서에 선서를 하는 미국과는 다르다”며 “몇천 명씩 모여 세를 과시하는 듯한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있다.

» 지난해 3월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회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다(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8월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차별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아래, 한겨레21 윤운식).

“성시화 운동은 폭력”

어느 기독교계 언론은 한 변호사가 법원장 시절, 부임하는 도시마다 ‘성시화’를 위해 노력한 일화를 전한다. 이 법원장은 성시화를 위한 ‘파송 선교사 자격’으로 전도했다고 한다. 특정 도시 법원장으로 있을 때는 임기 동안 무려 100여 개의 교회·기관·단체를 다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성시화 운동은 실현하기도 어렵지만 그 자체로 매우 폭력적이다.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날 경우 ‘종교전쟁’이 벌어질 사안”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회에서 일하는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약간 결이 다르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겠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는 ‘나’가 종교적 세계관과 완전히 유리될 수는 없다. 신앙적 가치와 신념이 일상과 업무 등 여러 영역에 끼치는 영향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이를 관철시키는 방법이나 용어 등이 다른 종교나 비종교인들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행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도 당연히 ‘하나님의 역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징벌’이나 ‘경고’와 연결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봉헌’ 역시 교인들 사이에서 쓰였다면 자연스러운 용어지만, 어떤 상황과 장소, 대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개신교’가 자꾸 돌출되는 상황에 대해 “그들만이 전체 기독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정치적 문제를 신앙적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워왔던 보수적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나중에 성경으로 덧씌우는 이들의 문제”라고 했다.
비종교인은 잘 모르거나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종교적인 어떤 것’들은 많다. 군에서 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 성직자만을 받아들이는 군종장교 제도와 성탄절·석가탄신일·개천절만 휴일로 정한 것은 다른 종교를 차별한다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예배에 가야 하는 일요일에 공무원시험을 치르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군·경찰서·교도소에서의 종교행사 강요·불허도 시빗거리다. 도로명에 절 등 종교시설이 포함되거나 지폐 도안에 태극무늬 등이 사용된 것도 괴로워하는 이가 있다. 광장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나 불교 장식물, 학교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고, 특정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도 말썽이 생기고,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향한다.

‘장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해야

한국 사람들은 자기 종교가 무엇이 됐든 어쩔 수 없이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 혹은 종교가 없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악마의 권세’를 떨쳐버리라는 얘기다. 김진호 실장은 하나 더 주문한다. “장로 대통령이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에 얼마나 상처가 됐는지 반성적으로 성찰해보자는 흐름이 있다. 장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해보자.”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국민 말고 하나님만 섬기는 공직자들


이글은 한겨레21 2012-07-23 제920호 기사 ' 국민 말고 하나님만 섬기는 공직자들'을 퍼왔습니다.
[이슈추적]김신 대법관 후보 종교 편향적 판결 논란 계기로 짚어본 공직자의 신앙과 업무 충돌공사 구분없는 배타성에 정교분리 원칙 흔들

 
» 지난 7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신 후보자가 자리에 앉고 있다. 김 후보자는 ‘법정 기도’와 ‘성시화 발언’에 대해 “기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기독교가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심으로 있을 것이다.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겨레21 김명진

1948년 5월31일 월요일 오전 10시20분 제헌의회가 개원했다. 첫 회의였다. 그해 5월10일 총선거를 통해 뽑힌 의원 198명이 모두 참석했다. 애국가,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이 이어졌다. 국회선거위원장 노진설이 최고 연장자인 이승만 박사를 국회 임시의장으로 추천했고, 박수로 가결됐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날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속의 법 아닌, 성경 말씀 더 따른 판사

의장석에 올라선 이승만 임시의장의 첫마디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였다. 모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가운데 평안북도 영변 출신 목사로, 서울 종로 갑구에서 당선된 이윤영 의원이 기도를 시작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선림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날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의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국회속기록) 제1회 제1차)
개신교 신자들 가운데는 대한민국 국회가 기도로 첫발을 떼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가 있다. ‘악마의 권세’를 경계했던 제헌의회는 개원 두 달여 뒤 헌법 조문 심사를 한다.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는 조문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라는 문구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진 끝에 원안이 그대로 가결됐다. 그렇게, 기도로 시작한 제헌의회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와 정치를 떼어놓았다. 1962년 12월 개정된 헌법부터는 종교 관련 내용이 양심의 자유 항목과 분리돼 독자적 기본권으로 대접받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신(55·울산지법원장)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편향적 판결과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부산·울산 지역에서 법관 경력을 쌓은 ‘향판’인 김 후보자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장로 법관’이다. 그는 2002년 출간한 에세이집 에서 2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인도 지진을 두고 “하나님의 경고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썼다. 조용기·김홍도 목사 등 개신교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꽉 막힌 이들이 일삼던 발언이다. 2010년 부산기독인기관장회 회장을 맡아 “부산 성시화(聖市化)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지난 2월 울산지법원장이 된 뒤에는 “울산에도 성시화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교인들이 모인 사적 자리에서 나온 지극한 신앙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성시화 발언은 개신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익숙하다. 인사와 정책 등에서 두루 ‘종교 편향’을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발언(“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과 빼닮았다. 2011년 1월 교회 분열을 둘러싼 민사사건을 다루는 법정에서 교인인 원고와 피고 양쪽에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기도 뒤 ‘아멘’으로 답했다.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9년 12월에는 대법원 판례를 부정하며 교회가 소유한 부목사 사택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민사사건에서 화해나 조정을 시도하거나,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에 맞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평소 언행과 맞물리며 종교적 편향이 법정에서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다양한 갈등 상황을 정리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할 고위 법관이, 세속의 법이 아닌 자신이 믿는 성경 속 말씀을 더 따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교분리’라는 헌법과 민주정치의 대전제를 어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우여 “대법관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이들이길”

김 후보자는 7월1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제 판결이 종교 편향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어려운 삶의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됐고, 그런 면이 개인 생활에서 드러나 공적인 부분에 영향을 끼쳤던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고 했다. 그는 소아마비 장애를 이유로 사법연수원 동기들보다 여섯 달 늦게 판사로 임관됐었다.
우리 헌법 나이가 환갑을 넘겼다. 21세기 한국의 일부 공직자는 자신의 내면적 신앙과 자신이 맡은 공적 업무를 관계짓는 방식을 잘 모르는 듯하다. 좋게 말해 서툴다. 나쁘게 말하면 의도적이거나 노골적일 때가 많다.
2011년 1월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새누리당 대표)은 개신교를 믿는 법조인들의 단체인 애중회(愛重會) 창립 50돌 축사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애중회 회장이기도 하다. 대규모 대법관 인사를 앞둔 터여서 ‘종교 편향’ 논란을 불렀다. 기도가 통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법정에서도 기도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나오기는 했다.
한국은 어느 종교도 완벽한 우세를 보이지 않는 다종교 사회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개신교는 불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인구의 절반 정도는 종교가 없다. 김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개인으로서 가지는 종교의 자유’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정교분리 원칙’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김 후보자가 대법관직에 오른다면, 과연 종교 관련 사건을 편하게 맡을 수 있을까. 소송 당사자들이 김 후보자가 속한 대법원 소부나 전원합의체 판결에 승복할 수 있을까. 김 후보자 스스로 사건을 기피하거나, 제척당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5월,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하다 퇴학당한 강의석씨가 개신교계 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강씨에게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이 뒤집혔다. 해당 재판장은 법원 안에서도 독실하기로 유명한 개신교 신자였다. 그 역시 ‘장로 법관’이다. 판결 뒤 강씨와 그를 지원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회원들은 “재판장이 학교 쪽과 같은 계열의 교단 소속 장로이기 때문에 1심과 항소심 결론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2010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결론을 깨고 학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전원합의체에서도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만큼 ‘종교적 영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부에까지 알려진 재판장의 신앙심이 뜻하지 않은 사법 불신을 불러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입법부는 어떨까. 자신에게 사건이 떨어져야만 힘을 쓸 수 있는 법관과 달리, 국회의원은 ‘입법’이라는 능동적 채널이 있다. 이러다 보니 개신교·불교계 등은 국회의원과 주요 상임위원장들의 종교가 무엇인지에 민감하다. 국회에는 개신교 의원 모임인 국회조찬기도회, 불교 모임인 국회정각회, 가톨릭 모임인 국회가톨릭의원신도회 등이 있다. 새로 구성된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11명(37%)이 개신교 신자다. 가장 많다. 국내 개신교 신자 비율(19%)을 크게 웃돈다. 가톨릭을 믿는 의원은 73명, 불교는 42명이다. 18대 국회에서는 개신교 120명, 가톨릭 72명, 불교 55명이었다.

대통령의 ‘무릎기도’

2010년 4월, 당시 한나라당 허천·황우여 의원 등은 ‘종교문화시설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도시개발정책·택지개발사업 등 난개발로 인한 수용·이전으로부터 종교시설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시설 등을 두루 나열했지만 방점은 개신교에 찍혔다.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이후, 개신교계 일부에서 재개발지역 영세 개척교회 문제가 떠올랐다. 이 법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추진됐다고 한다. 개신교계의 한 인사는 “난개발을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래되고 전통 있는 교회 건물도 아닌 일반 교회까지 보존하거나 지원해야 할 문화시설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18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국내외 학설은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 기본권에 속하지만, 이를 외부로 드러내 다른 이들의 기본권과 충돌할 경우에는 적정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12월 다양한 유형의 종교차별 행위와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선’을 담은 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가 특정 종교행사 등에 참석하고,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사회·정치적 합의도 없다. 개신교계가 1966년부터 주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 계속 참석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해 3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릎기도’를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목사의 요구에 무릎 꿇은 이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쓴 입맛을 다신 이들의 수는 한국 사회 종교 분포와 대략 비슷했을 것이다.
유독 개신교만 걸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개신교계 공직자·정치인들이 자주 논란이 된다. 내면의 신앙을 바깥으로, 그것도 자신의 공적인 권한을 통해 강요하고 투사하려는 거친 욕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러 진단이 나오지만, 1990년대 들어 개신교계 안에서도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세력이 대형 교회를 통해 힘을 키우고 정치세력화한 데서 이유를 찾는 분석이 많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타 종교 등에 대한) 배타성이 교세 확장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신자 수가 늘고 국회의원의 40% 가까이가 개신교 신자이자 장로 대통령까지 나온 상황에서는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했다. 여러 종교가 어우러지고, 종교 없는 사람도 많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은 대통령이 성서에 선서를 하는 미국과는 다르다”며 “몇천 명씩 모여 세를 과시하는 듯한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있다.

» 지난해 3월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회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다(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8월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부의 종교 차별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아래, 한겨레21 윤운식).

“성시화 운동은 폭력”

어느 기독교계 언론은 한 변호사가 법원장 시절, 부임하는 도시마다 ‘성시화’를 위해 노력한 일화를 전한다. 이 법원장은 성시화를 위한 ‘파송 선교사 자격’으로 전도했다고 한다. 특정 도시 법원장으로 있을 때는 임기 동안 무려 100여 개의 교회·기관·단체를 다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성시화 운동은 실현하기도 어렵지만 그 자체로 매우 폭력적이다.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날 경우 ‘종교전쟁’이 벌어질 사안”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회에서 일하는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약간 결이 다르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겠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는 ‘나’가 종교적 세계관과 완전히 유리될 수는 없다. 신앙적 가치와 신념이 일상과 업무 등 여러 영역에 끼치는 영향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이를 관철시키는 방법이나 용어 등이 다른 종교나 비종교인들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행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도 당연히 ‘하나님의 역사’에 해당한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징벌’이나 ‘경고’와 연결시키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봉헌’ 역시 교인들 사이에서 쓰였다면 자연스러운 용어지만, 어떤 상황과 장소, 대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개신교’가 자꾸 돌출되는 상황에 대해 “그들만이 전체 기독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정치적 문제를 신앙적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워왔던 보수적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나중에 성경으로 덧씌우는 이들의 문제”라고 했다.
비종교인은 잘 모르거나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종교적인 어떤 것’들은 많다. 군에서 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 성직자만을 받아들이는 군종장교 제도와 성탄절·석가탄신일·개천절만 휴일로 정한 것은 다른 종교를 차별한다는 논란이 따라붙는다. 예배에 가야 하는 일요일에 공무원시험을 치르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군·경찰서·교도소에서의 종교행사 강요·불허도 시빗거리다. 도로명에 절 등 종교시설이 포함되거나 지폐 도안에 태극무늬 등이 사용된 것도 괴로워하는 이가 있다. 광장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나 불교 장식물, 학교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고, 특정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도 말썽이 생기고,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향한다.

‘장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해야

한국 사람들은 자기 종교가 무엇이 됐든 어쩔 수 없이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 혹은 종교가 없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악마의 권세’를 떨쳐버리라는 얘기다. 김진호 실장은 하나 더 주문한다. “장로 대통령이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에 얼마나 상처가 됐는지 반성적으로 성찰해보자는 흐름이 있다. 장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해보자.”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