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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진보당 또 '유령당원', "중국집에 61명 동거"


이글은 뷰스앤뉴(Views&News) 2012-06-23일자 기사 '진보당 또 '유령당원', "중국집에 61명 동거"'를 퍼왔습니다.
당대표 선거 앞두고 경기동부연합 아성 성남서 무더기 발견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영향력이 강한 경기도당에서 이달말 당직선거를 앞두고 160명의 '유령당원 명부'가 무더기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개중에는 중화요리집에 61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어, 당권파가 총선 부정선거 파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부정선거를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2일 (참세상)에 따르면, 비당권파인 송재영 경기도당위원장 후보 선거본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도 선거인단 명단 중 경기동부연합의 아성인 성남지역에 몇몇 동일 자택 주소지에 수십 명씩, 총 16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명부는 지난 4.11 총선때 지역후보자 경선과 비례대표 경선에 사용된 주소지다.

송재영 선본이 받은 선거인 명부 주소지에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4XXX번지에 31명이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 6XX번지에 31명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 2동 3XXX번지에 17명 △성남시 중원구 중동 2XXX번지에 61명 △성남시 중원구 중동 7XX번지에 8명 △성남시 중원구 중동 8XX번지에 8명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1XX번지에 5명 등이 집단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송재영 후보는 “해당 직접 주소지에 전화를 해 파악해 봤더니 61명이 중화요리 집에 집단거주하고 있고, 30명은 녹색 작은도서관에, 31명은 성남 되살림 가게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이미 경기도의 유령당원 4천명을 정리한 뒤에도 60명, 30명 씩 160여명 정도가 동일주소지 집단 당권자로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4.11 비례대표 선거 당시 부실과 부정으로 인한 공정선거가 안 됐다는 것을 입증해 준 것"이라며 "당시는 문제가 더 엄청났을 것”이라며 지난번 총선때 대대적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또하나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부정선거 사태로 선거인단의 투명성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동일 자택 주소지에 집단 당권자가 존재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공당으로서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특정정파의 불감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당권파를 비난했다.

이번 진보당 경선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각 시·도당 위원장을 함께 뽑는다. 선거인단이 당 대표, 최고위원,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하는 데 모두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송 후보의 상대는 당권파 핵심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진 5·12 중앙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주도한 안동섭 현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비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제명 조치에 착수하자 두 의원이 이를 피하기 위해 서울시당에서 당적을 옮겼던 곳도 안 위원장의 경기도당이었다.

파문이 일자 통합진보당은 "중앙선관위에서 조사 중이며, 이후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방침"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병성 기자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강기갑 vs 강병기, 차이점은 '이석기· 김재연'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9일자 기사 '강기갑 vs 강병기, 차이점은 '이석기· 김재연''을 퍼왔습니다.
혁신안, '애국가 파동'에 대해서도 뚜렷한 의견차

통합진보당 당권 레이스의 막이 오르면서 강기갑 후보와 강병기 후보 간의 '변별점'이 명확해졌다 . 핵심은 서울시당 당기위에서 제명 처분이 내려진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강기갑 후보는 강병기 후보가 경기동부연합 등 구 당권파와 같은 입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반면, 강병기 후보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응수했다.

두 후보는 그 밖에도 당 새로나기 특위(위원장 박원석 의원)가 내놓은 쇄신안과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강기갑 "경기동부, 나와 강병기의 대안 받아들일수 없다 했다"

강기갑 후보는 19일 아침 평화방송(PBC) 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동부 쪽에서 저와 강병기 동지가 함께 대안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그런 부분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입장을 표명함으로 인해 저희 두 사람이 갖고 있었던 안이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함께 대안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상대 후보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강기갑 후보는 "원래는 당을 살리고, 하나로 만들기 위해 함께 손잡고 그런 역할을 하자는 제안을 서로 했었다"면서 "그런데 상대 쪽에서 상당히 반대하는 기류들이 많이 있고 해서 결국은 이렇게 갈라서게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병기 후보와 자신이 단일화에 실패한 것은 강병기 후보가 경기동부 쪽의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강기갑 후보는 앞서 강병기 후보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처리하기보다 설득을 통해 자진사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데 대해 "문제가 많은 입장"이라며 "자진사퇴 할 거였으면 진작에 했다. 몇 차례 만나서 제가 간곡하게 호소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강기갑 후보는 "그래도 자진사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없이 당기위에서 제명처리 되어서 모든 당권이 중지된 상태"라며 "계속해서 자진사퇴를 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진사퇴를 또 이야기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기위는 독립적기구이기에 대표가 자신이 되든 강병기 후보가 되든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기갑 후보는 "중앙회 폭력사태 등으로 진보의 충절성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지 않았나. 그런데도 조금의 반성이나 성찰도 없이 싸우는 자들을 옹호하고 이런 낡은 정파의 연대를 강화하는 쪽의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제가 울면서 손을 잡고 만류를 했다"며 그러나 강병기 후보는 "이대로 가서는 당의 분열이 더 심해지겠다, 저들을 '함께 끌어안고' 자신이 희생되는 심정으로 후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강기갑 후보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혁신비대위 측의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과는 "후보 단일화를 했다"며 "(노·심 의원이) 직접 저에게 출마를 강력히 요구를 하셨고, 자신들이 출마의사를 접으셨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에 대해서는 "왜 갑자기 애국가 문제가 진보진영문제로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운동권에서 했던 발언을 정치일선에서 하면 괜히 엉뚱한 빌미나 오해를 국민들에게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통합진보당 당권을 놓고 일전을 겨루게 된 '30년 동지' 강기갑 후보와 강병기 후보(왼쪽부터). ⓒ프레시안

강병기 "이석기·김재연, 정치적 해결 위해 자진사퇴가 바람직"

반면 강병기 후보는 같은날 MBC 라디오 에서 자신이 구 당권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그분들하고 저하고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그분들이 저를 지지할지 이것은 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병기 후보는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두 가지 점에서 정치적 해결을 요구했다"며 "첫째는 부실부정 문제 논란이 너무 커져 있기 때문에, 둘째는 중앙위라는 최고기구에서 결정한 바가 있기 때문에 그걸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해결을 위해서 자진사퇴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기 후보는 "그런 부분들은 지금 현재 흔히 구당권파로 지칭되는 분들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병기 후보는 '당사자들이 거부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명이 아닌 자진사퇴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는 지적에 대해 "현재는 국면이 달라져 있는 것"이라며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위에서 판단할 문제로 변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병기 후보는 당 새로나기 특위의 보고서에 대해 "특위가 이 시점에서 그런 것을 이렇게 발표한 진의가 뭘까, 이게 대단히 사실은 의혹스럽다"고 질타했다.

강병기 후보는 "불과 얼마 전에 확정된 강령과 당헌이 있다"며 "지금과 같이 남북대결이 매우 격화돼 있고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특히 진보당에서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하는 점이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로나기 특위의 혁신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의원이 재점화한 '애국가 논란'에 대해서는 "(이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미묘한 시점에 그런 발언이 나왔지 않나, 너무 '순박'하신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병기 후보는 또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구도의 힘으론 당선이 가능하지만 독자적 실력으로는 당선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지적한데 대해 "당이 정상적인 상태면 제가 어떻게 당 대표에 도전하고 아마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당이 비상 상황이고 양 측이 너무 긴박하게 대결국면으로 가는 것을 멈추고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많은 당원들의 요구 때문에 출마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곽재훈 기자

2012년 5월 31일 목요일

박원석 "경기동부연합 실체 있잖나"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31일자 기사 '박원석 "경기동부연합 실체 있잖나"'를 퍼왔습니다.
"당권파,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 중단하라"

위기의 통합진보당이 활로를 찾기 위한 1차 혁신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연대 출신의 박원석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31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민주주의와 소통'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정파 문제의 해법은 정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당권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문제 삼았다. 

그는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논란에 대해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해 소위 당권파는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을 했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작 단 한 번도 민주노동당의 당적을 보유했던 적이 없고, 지난 12월에야 당에 가입한 분이 '민주노동당 방식은 한계가 있으니 국민참여당과 통합해 대중정당으로 가야한다는 안을 최초로 발의하고 치열하게 논쟁해왔다'는 자기고백을 했다는 점"이라며 경기동부연합 실세인 이석기 의원을 정조준했다. 

그는 "당원도 아니었던 그분은 대체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라는 공당의 중차대한 진로의 문제를 발의하고 논쟁해서 관철시켰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더 이상 실체가 있는 것을 없다고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폭력사태를 거론하며 "만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당원이 당대표를 폭행하는 현대정당 역사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 벌어진 것도 종파성에 뿌리를 둔 패권의식, 민주적 운영원리에 대한 몰이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다수파의 패권주의는 스스로 ‘정당성 없는 리더십’을 만들어낸다"고 질타했다.

그는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보고서의 일부 미진한 점이 있지만, 백번 양보해도 지난 비례경선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공당의 민주적 절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당내 선거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부실과 부정이 있었다"며 "선관위나 각 후보 측도 모르게 일부 당직자만이 실시간으로 미투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접근권을 갖고 있었고, 그 일부 당직자에 의해 미투표 현황 확인이 이루어진 점, 사후적인 문제이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이 예상되기도 한참 전인 중앙위원회 직전에 온라인 경선관리 업체로부터 특정 당직자가 투개표 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누구도 모르게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권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의 문제를 사법적 책임으로 치환하는 동문서답식의 논리를 펴고, 통합진보당의 '오랜 관행' 또는 '당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거론하며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심지어는 '아무개 후보측이 더했다', '세상에 완벽한 선거가 어디있냐? 60~70% 돼야 총체적 부정이다'는 식으로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인식체계와 연속된 궤변을 잇달아 노출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폭력으로 무력화시키면서 당사자들은 더 큰 고립을 자초했고, 당 또한 진흙탕 속에 함께 빠져버린 상황이 됐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선당후사와 사즉생의 심정으로 사태를 직시해 주기를 요청드린다"며 "진보는 남에게 적용하는 평가의 기준과 잣대를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혹은 민주당에서 내부 선거의 정당성 문제로 이토록 지탄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우리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했을까를 생각해봐도 결론은 자명하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진보당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진성당원제 조건 완화, 비례대표 전략공천, 외부인사 선관위 위촉, 현장투표 중앙선관위 위탁, 정기 당원 및 대국민 여론조사 실시 등을 제안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김기협 식 ‘낭만적 종북주의’가 구당권파의 토양이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3일자 기사 '김기협 식 ‘낭만적 종북주의’가 구당권파의 토양이다'를 퍼왔습니다.
낭만적인, 너무도 낭만적인 ‘그 종북주의’ 비판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프레시안의 탑에는 을 저술한 역사학자 김기협의 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부제는 “가짜 ‘종북주의자’는 가라!”다. 요즘 맥락에 대입해 본다면 경기동부연합의 ‘가짜 종북’을 규탄하고 우리가 긍정해야 할 ‘진짜 종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글의 의도라 여겨진다. (링크)

▲ 김기협의 해당 칼럼은 프레시안 TOP에 만 하루 동안이나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 기자는 이 글의 제목만 보고 순간적으로 ‘진성 주체사상파’의 커밍아웃인 줄 알았다. 기자가 아는 선배 운동권들의 전승에 의하면, ‘진성 주체사상파’들은 오직 북한에 있는 조선노동당만을 섬길 뿐 그 중간에 다른 당이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철서신’의 김영환도 민혁당을 못 마땅해하는 ‘꼴주사’들에게 시달렸고, 김일성이 친히 그 뒷방 늙은이들을 정리해 주기를 바랐건만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걸 보고 ‘삐져서’ 변절했다고들 한다. 민혁당을 재건한 하영옥과 이석기 역시 ‘꼴주사’들의 비난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한다.
훗날 소련이 붕괴한 후 몇 년을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못 차리던 PD들이 혁명노선을 포기한 합법적 대중정당을 기획하고 ‘저 사람 좋고 활동성 좋은 NL 친구들’도 ‘대중운동을 하면 달라질 것’이라 믿고 합류를 권유했을 때, NL들은 국민승리21이나 민주노동당을 ‘합법적 대중정당’이 아니라 민혁당 대하듯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주사’들의 시선에서라면 중간에 민주노동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다른 매개를 도입하는 것이 ‘타락’의 증표일 수 있다. ‘타락한 주체사상파’들이 모여 민주노동당의 역사를 그들의 것으로 고쳐쓰고 그들의 오랜 숙원인 연립정부 건설을 위해 여러 세력을 그러모아 판돈을 키운 것이 오늘날의 통합진보당이다. 통합진보당에 속한 다른 정파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적어도 '진성 주체사상파'들의 시선에서는 그렇다.     물론 기자는 전승에 나오는 ‘진성 주체사상파’들이 아직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지 여부를 모르고, 있다 해도 그 ‘사상’을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석기 등이 과거 민혁당 활동을 했다 하여 오늘날에도 그들이 ‘혁신 주체사상파’라고 단언할 생각도 없다. 그 과거를 근거로 그들이 대한민국을 북한에 팔아넘길 거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보수언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민혁당 활동에 대해 이미 처벌받았으며, 그래서 대한민국 법으로도 그 건에 대해 다시 처벌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석기가 사퇴를 거부하는 이유로 ‘30년 진보운동’을 운운할 때, 그가 말하는 운동의 역사가 민주노동당이나 그 전신인 국민승리21의 역사가 아니라 다른 어떤 연속된 운동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할 따름이다.
‘낭만적 종북주의’가 어떻게 이석기를 숨기는가
여기서 기자가 김기협의 칼럼 논지와 ‘무관한’ 주체사상파들의 이야기를 한 이유가 드러난다. 그들의 과거 행적으로, 그들 조직의 목표를 추정하여 비판하는 것이 보수언론의 방식이다. 이런 비판에 영향 받을 이들도 한국 사회에 꽤 있겠으나 기자는 물론 통합진보당 지지층의 상당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10.3%, 220만표의 지지를 획득했던 통합진보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3%대까지 추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조중동의 보도 탓이 아니다.
아마도 김기협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진보당이 지지층의 신뢰를 잃어버린 원인은 구당권파의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는 태도, 폭력으로 절차를 회피하려는 기동, 국민의 명령에 승복하지 못하는 자세에 있지 ‘종북주의’에 있지는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사람들이 그 ‘종북주의’에 비판적일지라도, ‘진보진영’은 그 ‘상식적인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고 볼 것이다. 그가 북한 핵개발과 3대세습 비판을 ‘상식적인 견해’로 바라보는 진중권의 인식의 한계(?)를 비판할 때 의도하는 바가 그것이다.
그러나 김기협의 견해는 구당권파가 대중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중은 조중동의 주장에 반신반의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는 건너뛰고 현재에 관해 질문을 한다. “북한 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 인권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없다고 보십니까?” 이에 대해 백분토론에 나온 이상규 당선자는 “질문이 잘못 되었다”고 말한다. 통합진보당 소속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이런 식일 것이다. 그리고 김기협은 이것들을 ‘말도 안 되는 짓’으로 여기는 ‘진중권의 관점’에 “이 사회에서 스스로 깨어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많이 동조하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자는 일반적인 대중은 물론 통합진보당의 지지층도 이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수습된다 하더라도 통합진보당은 올해 대선 정국 내내 보수언론의 꽃놀이패, 야권연대의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자의 예측이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질문에 답변할 수 없으며, 그런 질문 자체가 냉전적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만 얘기해도 진보진영 내에 지지해줄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대중 앞에서 여전히 그런 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그 결과  통합진보당은 물론 진보세력 전체를 고립시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보수언론이 연일 때려대는 이석기의 민혁당 경력과 김재연의 시댁의 부유함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그들이 가진 현재의 정치적 견해를 비호하는, 김기협이 ‘커밍아웃’과 궐기를 촉구하는 ‘그 종북주의’, ‘낭만적 종북주의’다. 진보진영이 이 견해가 ‘상식 이하’의 것이 아니라 ‘상식 이상’의 것이라 믿는 한, 진보언론의 NL 비판에도 한계가 있고 진보지식인들 역시 언제든지 '통일운동의 동지'들을 품으라고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세력에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의 진보진영은 흡사 서민에게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함께 친북(적 태도)을 함께 받든지, 아니면 북한 욕하며 비참하게 살든지"란 식의 '베팅'을 거는 '타짜질'을 하는 상황을 넘어설 수 없다. 

▲ 22일자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 논객은 이상규 당선인을 향해 '북한 3대 세습, 북한 핵개발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대답을 유예했다. 진보진영은 언제까지 이런 문제에 대한 대답회피를 옹호할 것인가.

김기협이 ‘상식’을 회피하는 몇 가지 논거에 대한 답변
김기협은 칼럼에서 “핵 개발이나 3대 세습을 '말도 안 되는 짓'으로 여기는 진중권의 관점”을 비판하기 위해 다양한 논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데, 이를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 행동은 형편에 따라가는 면이 있다. 형편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어느 범위의 나쁜 짓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연평도 포격 같은 문제가 그렇다. 그러나 핵개발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함의가 있고, 국가 권력 세습은 그보다도 더 의미가 복잡하다.
둘째, 형편이 어려워서 어떤 일을 할 때엔 그 행위를 금지하는 외과적 방법과 형편을 낫게 해주는 내과적 방법이 있다. 이중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내과적 방법이다.
셋째, 개인의 파편화를 더욱 심화하는 경제적 세계화가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족적 정체성이 중요하다. 민족적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정치적 세계화, 세계정부의 기반도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 문제 해결은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 발전보다 더 중요하고, 분단문제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넷째, 우리는 북한의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남한 역시 불과 30여년 전에 핵 개발과 1인 종신 독재를 시도했다(박정희). 지금 북한 형편이 그때 남한이랑 비슷한데, 잘 되도록 도와줘야지 손가락질 하는 것은 오만이다.
첫째 논거를 들으면 우리는 김기협이 북한 핵개발과 국가권력 세습에 관한 그 복잡한 함의에 대해 대략적으라도 설명해줄 것으로, 그리하여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글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설명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 두 사안이 연평도 포격과 구별되어야 하는지를 이 글만 보면 납득할 수 없다.
둘째 논거와 다섯째 논거는 겹친다. 그런데 박정희 시대에는 껍질이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있어서 민주화 운동도 가능했고 김영삼과 김대중 같은 정치인의 활동도 가능했다. 그리고 그 당시 국제사회에서 모든 ‘외과적 방법’을 포기했다면, 김대중의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기협의 구별이 두 사안에 대한 비판을 부적절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효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남한의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핵개발이나 3대세습에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북한에 무슨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기 어렵기에 그게 과연 ‘외과적 방법’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금 유권자들이 진보정치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침투해서 체제를 무너뜨리거나 바꾸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는 남한 사회를 북한 사회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보수세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도 확인을 못 해주겠다고 버티는 이들을 보고, 보수세력의 주장이 사실이라 믿게 되거나 기왕에 바쳤던 ‘지지’까지 철회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하락추이. 최근 어떤 조사에서는 3%대까지 하락했다고 알려졌다.

민족 문제에 대한 극단적인 집착이 문제다 
네 번째 논거는 자승자박이다. 김기협은 적어도 북한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과 북한 핵개발과 3대세습에 모종의 사정이 얽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고 있다.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자신이 전지전능하다고 주장하는 법이 없고, 우리에게 드러난 것들을 보고 얘기한다. 다만 NL 계열 대학생들과 토론을 하다 보면 UN이나 시민사회단체 쪽에서 나온 정보들까지 ‘미국’에서 나온 것이라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는 만큼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사실을 없다고 우기거나 함의를 왜곡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가령 탈북자 얘기를 하는데 그들이 북한 내 사회부적응자에 불과하다든지 남한의 이민이 훨씬 더 많다든지 하는 식으로 반응을 하면 토론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김기협은 그런 이들이라도 우리 사회에 늘어나는 게 더 좋다고 믿는 듯한데, 그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세 번째 논거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민족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통일은 평화통일이어야 하기에 북한에 거스르지 않는 말을 하는 관용적인 사람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견해다. 그리고 그 ‘관용’이 어느 정도 관용이냐 하면, 핵개발이나 3대세습에 대한 입장표명도 금지하는 수준의 관용(!)이다.
이런 주장은 민족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 이전에 김기협이 내세운 ‘민족 문제가 중요한 이유’라는게 망상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인의 파편화’ 문제와 ‘민족적 정체성’ 문제는 큰 관련이 없다. 따라서 개인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4대강을 파야 한다는 얘기만큼이나 뜬금없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소리일 뿐이다.
집단주의와 민족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 오히려 소규모 지역공동체가 모조리 파괴되다 시피하여 개인이 파편화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민족주의를 극우 이념으로 취급하는 유럽 사회가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훨씬 양호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임대주택이 적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사를 가야 하는 사회현실을 놓아두고, 남북교류가 늘어나고 통일이 일어나면 개인이 사회적인 연대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할 셈인가. 결국 개인의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종류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권력을 창출하는데 시민들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민주주의의 진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민족문제가 경제문제나 민주주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기는커녕, 그 반대인 셈이다.
또 설령 정치적 세계화의 시대에 코스모폴리탄으로 부유하지 않고 ‘정체성’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말의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체성’이 왜 남북한을 포괄해야 하는지에 대해 김기협은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민족적 정체성’은 인종적·문화적·언어적 유사성에서 자동적·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협의 주장대로라면 북한 당국은 이미 정치적 세계화에 대한 모든 대비를 마쳤다. 그들은 자신들을 ‘김일성 민족’이라 칭하고 있고 그것이야말로 3대세습의 중요한 근거다.
물론 이 정체성은 ‘단군 조선 이래 삼천리 강산을 포괄하는 4천년 단일민족’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겠다. 하지만 3대세습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이 ‘김일성 민족’과 ‘대한국민’을 한데 그러모으면 자동적으로 ‘단군 조선 이래 삼천리 강산을 포괄하는 4천년 단일민족’이란 정체성이 회복될 거라 믿는 것은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박정희나 박종흥이 믿었던 것처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그러모아도 그런 정체성은 “안 생겨요”라고 답변드릴 수밖에 없다.  
가져다붙이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NL의 주장을 지지·옹호하는 이들은 민족 문제를 극단적으로 중시하며 심지어 사회 문제의 최종 심급에 놓는다.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다수파가 된 NL진영에서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려 시도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은 투병 중인 경기동부연합의 실세 중의 실세이며 그 당시 대선 정책개발단장이었던 이용대의 말을 들어보자.
코리아 연방은 단순히 통일정책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말고는 그 어느 당도 낼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민주노동당만의 국가대안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바뀐다! 대한민국 시대가 끝나고 '코리아 연방'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비정규직, 한미FTA로 민중의 생존이 벼랑에서 고통받는 나라가 아니라 민중이 잘사는 나라,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 나라가 코리아 연방이다. 
그러나 가령 비정규직 문제 같은 것들엔 별도의 대처가 필요하지 통일을 통해 해소될 수 없다. 남한의 사회경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통일을 한다면 통일한국 내에서 북한 인민들의 미래엔 경제적으로는 예비된 비정규직, 문화적으로는 차별받는 2등국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오히려 보수주의자들이라면 “그러한 위치라도 ‘왕조국가 김씨 조선’의 신민보다는 낫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통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망상은 이렇게 극과 극의 지점에서 통한다.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5번 황선 후보의 리플렛의 정책부분. 남북 교류가 사회경제적 문제의 최종적 해법으로 제시되어 있고 복지예산 역시 이를 통해 충당한다고 되어 있다. 이 777 공약은 2007년 대선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을 뛰어넘는 '패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문제에 대한 이런 방식의 접근은 'NL출신'들의 '속내'를 보여준다는 시선이 많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다른 시선
마지막으로 김기협이 언급을 회피한 북한 핵문제와 3대세습 문제에 대한 맥락과 함의를 한 번 더 짚어보자. 김기협의 말처럼 “핵 개발은 평화를 위협하는 짓이고 3대 세습은 민주주의 원리에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착한 사람들에게 나쁜 짓으로 보”일 뿐, 함의를 따져보면 달리 볼 소지가 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자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 핵문제는 남한 사람보다는 일본이나 미국 사람에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인질’의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는 것인데, 남한 사람은 북핵이나 미사일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인질’로 붙들려 있는 상태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런 이유로 북한 핵문제가 우리에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납득이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려면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경우 우리는 어차피 패배하고 죽게 될 테니 세상이 방사능에 물들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라는 허무주의적 관점과, ‘이왕 나도 인질인 거 남들도 다 인질이었으면 좋겠다’는 비윤리적 태도를 가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개인사의 세계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다 걱정스럽게 그가 ‘스톡홀름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고 진단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일단 북한 사람을 인질로 잡고 있고,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통해 사실상 남한 사람도 인질로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인질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체제 안정에 기여한다 생각한다.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굳이 종북주의자들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남한 사람들 역시 적어도 직관적으로는 이해하는 영역이다. 보수 언론의 보도의 문제는 또 다르지만, 사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할 때 공포를 느끼는 것은 대체로 일본 사람이지 한국 사람은 아니다. ‘진정한 종북주의자’라면 미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유일한 해방구인 북한이 곧 핵개발을 완수하여 미제의 항복선언을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라고 믿을 것이다. 남한의 희생 따위는 그 대의를 위한 투쟁에서 파생되는 곁가지로 취급될 것이다. 그러나 ‘온정적인 종북주의자’는 그런 망상적 태도는 버리는 대신 가난한 북한이 같은 핵시설을 미국에 세 번씩 팔아먹는 행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를 김기협은 ‘형편이 어려워서 하는 일’이라 요약하고 북한 형편이 어려운 데엔 남한 책임도 있다고 말한다. 그가 연평도 포격과 북한 핵개발을 구별하는 것을 개인사 버전으로 바꾸어 보자면, 형편이 어려워도 강도질을 하면 안 되지만, 인신매매나 유괴를 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말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때리거나 죽이기 전에는 말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오빠 믿지? 오빠가 지금 네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건 너를 헤치기 위함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저 미제 아저씨에게 삥을 뜯어 ‘우리 민족끼리’라는 외딴 섬에 가서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거 알고 있지?”
믿는 건 좋지만 남들에게 강요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3대세습과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

▲ 김정은은 '김일성 민족'을 통치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연합뉴스

김기협이 말한 대로 3대세습 문제는 핵문제보다도 더 복잡하다. 사실 주변국들도 내심 3대세습이 성공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의 실정에서 그 외의 대안을 생각하기 힘들고, 3대세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이 일종의 권력투쟁 상황에 들어가 예측할 수 없는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 북한 정권은 제 나라의 체제를 태양신의 자손이 통치하는 신성왕국처럼 만들어 왔다. 오히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3대세습과 인권문제가 꺼내기 부담스러운 주제가 될 수도 있다.
김기협은 “국가 권력의 혈연 세습은 인류 사회의 보편적 현상이었다. 민주공화제가 군주제를 널리 대치한 것은 20세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민주 정치다운 민주 정치가 작동하고 있는 곳은 지금도 많지 않다”라고 설명한다. 역사학자의 이러한 관점,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자나 역사학자들이 이러한 이유로 이재용의 삼성 승계를 정당화할 때 우리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를 한 번 떠올려보자. 아마 “누가 세습 자체를 금지시키자 그랬나. 제 아들에게 물려주려면 세금이나 다 내라 그래라. 그걸 피하니 문제지” 정도가 적절한 대응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은 “누가 아니라 했나? 인민이나 굶기지 말라고 그래라. 그리고 저걸 보고 사회주의 체제라 믿는 잡것들도 정신 좀 챙기고” 정도가 될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 오히려 보수세력들이 ‘보수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려고 하기 보다 현존하는 북한 정권을 부정하고 무너뜨려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진보세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이 북한 사회를 이상향 내지 사회변혁의 지향으로 여긴다는 ‘혐의’를 가지고 있다. 3대세습이나 인권문제에 대해 말해보라는 것은 그 ‘혐의’를 시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정치기동이다. 이에 대해 진보세력은 수세적인 대응을 해왔다. 가령 탈북자 문제에 있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처럼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면 오히려 탈북자들의 목숨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3대세습에 대해 정치세력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누구를 죽이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답변을 회피한다.
그리고 구당권파는 이러한 질문이 ‘양심의 자유’의 침해이기 때문에 잘못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답변을 회피하면서 충분히 ‘양심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진중권이 지적했듯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정치적 견해를 물어보는 것은 그들의 권리에 해당한다. 물론 ‘침묵’ 역시 이에 대한 답변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유권자가 그 침묵을 근거로 지지를 철회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김기협이 북한 사회를 이해해 보려 하듯 남한 사회를 살펴본다면, 평범한 시민들이 진보진영의 다른 문제제기엔 공감하더라도 북한 문제에 대한 부족한 태도 때문에 그들을 비토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낭만적 종북주의’가 애써 회피하려고 하는 부분은 그 지점이다. 그리고 지금껏 ‘낭만적 종북주의’가 진보 담론 내에서 주류 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지분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백일 하에 들어난 구당권파의 패권주의적 태도가 온정주의와 편의주의 속에 지금까지 묵인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장담컨대 김기협이 천명한 ‘진짜 종북주의’. ‘그 낭만적 종북주의’야말로 경기동부연합이 진보정당 운동을 농단할 수 있게 한 비옥한 토양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런 것은 '진보'가 아니라 말하기 시작했다. 애정이 적은 이들은 비웃으며, 관심이 더 많은 이들은 분노하며 그리 말한다. 그런데도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구당권파의 권력욕에 돌을 던지면서 이 문제를 비켜간다면, 이번 대선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간 역사 속에서 어떻게든 영향력을 확장해 온 진보담론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7일자 기사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아직도 '언론의 피해자'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그들

진보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일컫는 어떤 종파적이고 수구적인 당권파가 아지도 진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는 마치 자신들만이 진보의 가치를 수호하고, 정당정치의 원리를 사수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모두는 그들이 진보의 가치를 짓밟아도 너무 짓밟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 ⓒ연합뉴스
통진당 구 당권파가 어떤 집단인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조중동 등 보수세력의 공격처럼 그들이 과거 주사파였고, 현재도 종북론자일지 모른다는 것은 그들을 설명하는 '본질'이 아니다. 그들이 현재까지도 사상적으로 그러한지를 확인하기도 쉽지않다.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러할 것이란 단정은 위험하다. 설령,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한들 사상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용성 또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작동원리이다.
그들의 진짜 문제는 구 당권파로 집약되는 일군의 조직들이 한국 사회가 도달한 민주주의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넘어 '동행' 자체를 회의케 할 정도란 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는 것은 함께 납득할 상식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얘기의 다름 아니다. 그게 진짜 문제다. 더욱이 이들은 지금 진보를 대변해 의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런 이들이 의회에 진출한다면 그건 자체로 진보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자, 반 가치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언론관’이다. 언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대처는 현재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구 당권파가 보호하고자 하는 실체이자 경기동부연합의 이데올로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 중 하나가 진보당에 대한 색깔공세와 부정의혹으로 야권연대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음모 주체는 “보수세력”인데 언론이 이러한 음모에 대해 “사실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소설을 쓰며 일방적으로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 당선자는 이번 사태가 “언론의 엄청난 폭력”이란 입장이다.
청년 비례 대표로 당선된 김재연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유시민 대표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현재의 상황이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됐다”는 시각과 함께 “‘총체적 부정, 부실’이라는 딱지를 붙인 진상조사결과가 보고서도 없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을 때, 제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명백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구 당권파의 핵심으로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김미희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논란에 대한 입장’이란 논평에서 “모든 언론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 없이,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통합진보당을 부정선거당으로 규정했다”고 규탄했다. 김 당선자는 특히, 당권파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다수인 상황에 대해서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 입장 때문에 양심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며 기자 개인의 양심과 언론의 기사가 다르다는 과감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구 당권파의 일원인 김선동 당선자 역시 ‘풀이 살아났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을 왜곡했다”며 책임을 기자들에게 돌렸던 바 있다.
통진당 구 당권파 인사들의 ‘언론관’은 자신들이 ‘언론의 피해자’라는 점을 굳건히 믿는 태도로 요약된다. 이 강고한 피해자 논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진보언론마저 거침없이 고소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언론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전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비양심적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대항하는 자신들은 사실을 알고 있는 박해자, 양심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정서적 맥락이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곧 그들이 자신들 너머의 세상을 적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구 당권파는 지금 같은 당에서 함께 정치적 전망을 꿈꾸었던 이들도 적개하고, 당 밖에서 그들을 지원했던 세력에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란한 건 그들에게 200만 표를 주었던 유권자 전체를 사실을 모른채 선동당하고 있는 존재들로 묘사하고 있단 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여전히 현재의 상황이 자신들을 탄압하기 위한 ‘보수세력의 음모’일 뿐이다.(그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한 당원은 그래서 보수 세력의 ‘세작’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준호 위원장은 조중동 기자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은 오로지 자신들 혹은 당원들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언론이 양심을 버리고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정신적 착란에 가까운 이 언론관의 근거가 되어주는 것은 ‘당원’이다. 구 당권파의 세계관에서 ‘당원’은 언론과 언론이 비추는 세상을 대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구 당권파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당원’뿐이라고 말한다. 진조위 보고서가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 모두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며,(이건 최소한의 인과도 되지 못한다) 언론의 비판이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들은 당원 인식 전수조사라도 한 것인가?)
이들에겐 오로지 당원만이 ‘절대정신’이고 무오류의 화신이다. 이들은 유난스럽다고 할 정도로 당원의 의미와 결정을 강조하며 언론을 부정한다. 이석기 당선자는 사퇴 여부에 대해 “현재, 국민들은 정확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팩트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일하게 당원들에 의해서 직접 선출된 후보인 만큼 당원들 의사와 요구“에 따라서만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당선자 역시 지금의 상황이 자신보다도 ”진보정당의 당원들에게 얼마나 가혹할지“를 염려하는 지경이다.  
언론을 자신들을 괴롭히는 ‘적’으로 규정한 채, 오직 ‘당원’만이 사실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들의 세계관은 정말 위험하다. “당원의 순결성을 자신들의 권력 기반으로 삼는 것”은 “패권적 엘리트주의의 또 다른 가면”이라는 것에 대한 합의가 끝났던 것이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구 당권파의 문제는 표찰로 의사를 대리하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실제 사고가 여전히 아주 오래 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데 있다. 언론이 지금 벗기려고 하는 건 이들이 위장하고 있는 언론관 그리고 세계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가면이 벗기는 게 당장에 진보 진영에 불리하고, 상황적으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밀어내는 것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면을 끝내 벗겨내지 못한다면, 우린 또 오랫동안 진보적 사회에 대한 진보적 전망을 실현하는 진짜 진보적 절차를 유예해야 할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5월 8일 화요일

'고장난 나침반'을 버리면 기회가 보인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8일자 기사 ''고장난 나침반'을 버리면 기회가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통합진보당, 마지막 비상구를 열어라

2006년 터진 '일심회' 사건은 2년 뒤인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의 기폭제였다. 민노당 진로의 변곡점이 된 2008년 2.3 임시당대회.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민노당은 분당의 외길로 치닫게 된다. 수년간 곪아있던 '종북주의', '패권주의' 논란이 일심회 사건을 통해 분출돼 결국 당을 조각내기에 이른 것이다.

'종북주의 청산' 논쟁은 보수언론이 끌어올렸다. 2007년 대선 직후 비당권파인 조승수 의원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시발이었다. 제 손으로 보수에게 먹잇감을 던져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권파의 상당수는 비당권파가 대선기간에 이미 분당 시나리오를 써놓았다가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의심했다. 심지어 조선일보와 짰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했다.

그 즈음 이덕우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심회 사건의 변호인단을 이끌었던 그는 법정에서 국가보안법이 옭아맨 이 부실한 간첩사건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논박했다. 또한 창당 때부터 민노당의 부침을 함께한 당원이되, 정파 대립의 문제에선 한발 비껴있던 사람이기에 그의 말엔 진정성과 객관성이 담겨있음을 신뢰할만 했다. 그런 그가 대뜸 당권파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부터 입에 올렸다. 당권파가 '고장난 나침반'을 들고 겨울산을 헤매고 있다는 거다. 탈당계까지 써놓았다는 그에게선 절박함이 여실했다.

"창당초기부터 미뤄둔 그 문제는 당직·공직 선거 때 패권주의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자는 진보정당 민노당에서 수구 꼴통이라고 비판했던 기성 정당도 하지 않는 짓을 한 거다. (…) 종북주의가 명확하게 있는데 그것을 없다고 하면 안 된다. 누군가 자주파를 향해 마치 유령하고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 표현이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 있는데 없다고 그러나."

그리곤 자신이 변호했던 일심회 사건 관계자들의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국보법에 맞서 일심회 피의자들을 변호했던 것과는 별개로, 당원들의 신상정보를 유출시킨 '해당행위자들'을 당규에 의해 징계하자는 공당의 상식에 바탕을 둔 요구였다. 물론 이런 주장 역시 '당원 동지에 대한 믿음'을 갈파하는 당권파의 주장 앞에선 무기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종북'이란 용어를 적절한 표현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저 대결적 남북관계의 전향을 바라는 다수의 합리적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종북주의'는 모욕적인딱지붙이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종북주의 논쟁으로 쇄신의 입구를 틀어막은 건 시작부터 파괴적 결말을 잉태한 비당권파의 오류였다고 지금도 판단한다.


 ⓒ연합뉴스

최근 통합진보당에서 부각된 '경기동부연합' 역시 보수언론이 발굴한 종북주의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쓰임새는 대동소이하다. 설령 종북 노선을 신주단지로 모시는 경기동부연합이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를 엄호하는 진보정당이 마녀사냥에 나서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에 대한 당권파의 무비판적 태도로 인해 진보정당과 국민들의 거리가 멀어진 사실마저 가려주지는 않는다. 당권파가 2007년 권영길 대선후보를 통해 미래비전으로 내놓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지지율 3.01%라는 처참한 득표율로 돌아왔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미의 사건에 대해 당 정책위의장이 "북핵은 자위적 측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고 한 발언도 대중정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었다.

굳이 이 시점에 북한에 대한 당권파의 태도를 되짚는 까닭은 그들의 정치·조직 노선이 패권주의와 상당히 긴밀한 상호작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4년 전 일심회 사건을 정점으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논란이 결부됐던 것처럼,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논란도 경기동부연합의 정체 논란과 선거부정 문제가 결합해 파열음을 크게 만들고 있지 않나.

또한 2001년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이라는 이른바 '9월 테제'가 제출된 이후 "자주·민주·통일이라는 거룩한 대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정파적 목적으로 진보정당에 결합,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갖은 불법·편법을 자행한 당권파의 과거를 '용산 사태'가 대표하지 않나. 패권주의란 결국 당권파가 자신의 정파 노선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다 빚은 크고 작은 패악의 종합적 표현 아닌가.

그들이 지금 "총체적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비례대표 경선에 사활을 걸었던 맥락, 온통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맥락에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을 비단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껏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그들이 오로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회의원직에 연연한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정치의 위기가 시작되고 악화된 원인과 결과를 모두 당권파에게 뒤집어씌우는 건 부당하다. 당권파의 행태가 싫다고 독자적으로 당을 차린 진보신당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지었다면 모를까. 그러나 당권파가 불변적으로 채택한 노선과 그로인한 불·편법적 행태의 상호 관계를 드러내 치유하고 이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면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의 발전을 가로막은 문제의 근원이 해결될 수 없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역설적으로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가 '고장난 나침반'을 버리려는 변화의 징후 또한 보여줬다는 점에서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비례1번 윤금순 당선자가 선도적으로 사퇴했다. 민노당 대표를 지낸 강기갑 의원도 이정희 대표를 향해 "야욕과 집착을 끊고 버려야 할 땐 정말 버려야 한다. 그것이 진보정당의 새로운 싹을 틔울 결단"이라고 했다. 모두 상식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당권파들의 목소리다.

12일 열릴 예정인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비상구다. 논란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중앙위가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사퇴 결정과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해 이번 사태에 정치적 종지부를 찍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하는 건 전환의 첫 단추다.

그 뒤 통합진보당이 사력을 다해 집중해야 할 건 '노동 없는 진보정치'라는 가장 깊고 끈적한 늪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일이다. 노동자 벨트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진보정당이 무슨 염치로 이전투구인가. 호사가들의 숱한 '한말씀'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 대의를 거스르는 어떤 계파나 분파적 행위도 대중들의 신뢰를 잃을 뿐"이라고 트위터에 거칠게 올린 글이 가슴에 닿는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사의 첫 장을 돌아보길 바란다. 단순하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해보자던 것 아니었나? 위기가 기회다.



/임경구 편집국장

2012년 5월 7일 월요일

[데스크 칼럼]'패밀리' 경기동부연합과 ‘보스’ 이석기의 '무책임'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06일자 기사 '[데스크 칼럼]'패밀리' 경기동부연합과 ‘보스’ 이석기의 '무책임''을 퍼왔습니다.
'수습안' 거부하는 무책임한 통합진보당 당권파

통합진보당이 역사의 ‘갈림길’ 앞에 섰다. 이틀에 걸친 격렬한 진통 끝에 당의 전국운영위원회는 5일 대표단과 비례순위 경쟁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에 대해 총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권고’의 형식을 빌려 표현되었지만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극적으로 사태수습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나,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유시민 대표의 비례대표직 승계포기와 함께 작동하여, 당 비례대표 의원직 1명분의 ‘반납’이라는 ‘희생’과 ‘반성’, 그리고 ‘책임’의 모습까지 함께 자연스럽게 연출되면서, 부정경선사태로 빚어진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작은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 4일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연합뉴스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바로 당권파의 반발로 사태는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듯 하다. 사퇴권고를 받은 청년비례 김재연 당선자가 '사퇴불가'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합진보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경기동부연합’이라고 지칭되는 당권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참으로 뻔뻔하고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직자가 선관위의 승인없이 온라인투표의 ‘소스’코드를 열어보고, 선거인단 수보다 투표자 수가 많은 사례가 발견되고, 관리자의 직인이 없는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 총체적인 부정이 있었다.
이에 대해 당권파들은 기술적으로 투표부정의 ‘성격’에 대해 증명하기 힘든 조사 결과의 일부 이슈를  꼬투리 삼아 전체를 부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이런 식이다. ‘소스코드’ 열람수정이 ‘투표조작’으로 이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소스코드 ‘열람’ 이전과 ‘이후’ 상태의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정황’만 있지 ‘부정’의 증거는 없다는 식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곁가지일 뿐이다. “왜 선관위가 아닌 자격없는 당직자의 지시에 의해 임의로 수정했느냐”는 물음에 뭐라고 변명할 수 있는가.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이 내용마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래서 당권파의 문제제기는  국민의 눈에 '책임회피'의 구실을 찾으려는 무책임한  태도로 비춰질뿐이다. 국민들은 ‘통합진보당’내에서 벌어지는 세부적 ‘증명’의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당의 공식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의 공식발표가 있었고, 그 발표에 대해 통합진보당 모두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 국민적 관심사다.
당내에서 사실의 ‘층위’ 문제로 싸울 내용은 더 조사하고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확인 발표된 굵직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 전체가 즉각적으로 책임져야하는 문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진보진영에 대한 불신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지금은 ‘이정희’냐, ‘유시민’이냐, ‘윤금숙’이냐 ‘이석기’냐, ‘김재연’이냐가 아니다. 당에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당직자들과 그 부정경선투표에 나섰던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그것이 당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당의 수습책이자 책임지는 자세이다.
특히 당의 공식적 책임을 담은  ‘수습방안’에 대해 계속 딴지를 거는 ‘당권파’의 모습은 ‘패밀리’와 '보스'를 지키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마피아’ 조직을 연상케 한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 ⓒ연합뉴스
‘비례대표 부정경선’사태의 가장 중심에 놓여있으면서 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사라고 지목된 ‘이석기’당선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는 아직도 말이 없다. 경선조사 발표이후 이정희 대표가 앞장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부정하더니, 이 대표가 사퇴한 뒤에는 ‘청년비례대표’인 대학생 김재연 당선자가 그녀의 뒤를 이어 진상조사결과를 부정하며 당권파의 논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앞서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을 지낸 비례대표 1번 윤금순 후보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비례당선 자격을 전격사퇴를 하며, ‘수습안’을 도출하는 데 물꼬를 냈다.
비례대표 2순위이자, 경선투표에서는 1위에 오른 이석기 당선자가 당연히 나서야 할 상황이다. 그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사태의 수습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판의 화살을 ‘여성’정치인들 뒤에 숨어 피하고 있는 꼴로 비쳐지고 있다.
이석기 당선자가 계속 숨은 채 당권파의 저항을 ‘방관’하고 있거나 혹은 ‘배후조종’하고 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분당’을 넘어 ‘검찰’의 개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보’는 분열하고, ‘야권연대’는 물 건너간다. ‘정치검찰’이라고 그토록 비판해왔던 검찰에게 ‘진보정당’의 운명을 내맡기게 된다. 올 12월에 기대하고 있는 ‘정권교체’도 당연히 물 건너가게 된다.

편집장 윤성한  |  gayajun@mediaus.co.kr

"계파, 출신? 역겨워지려고 한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06일자 기사 '"계파, 출신? 역겨워지려고 한다"'를 퍼왔습니다.
진중권 "이정희, 회의 방해하고 잘하는 짓"… SNS '진보당 이대로 좋은가'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였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려 하는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당원들의 반발에 의해 가로막혀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에서 부정의혹이 붉어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으며 4일 오후 2시 시작된 운영위원회의는 밤새 진행, 당원들과의 마찰로 오늘(5일) 3시 속개될 예정이였지만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온라인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2012.5.5/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통합진보당(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행을 두고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당시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권파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당권파는 구 민주노동당 세력으로 경기동부연합 혹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309일 고공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현장이 살아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우리부터 힘 빠지지 말아요"라면서 격려하는 한편, 당내의 당권파를 겨냥해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트위터로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이들을 시민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민주화 25년의 모습이 정말."이라면서 국회를 봉쇄한 당권파를 질타 후 "비례대표 후보들이 잇달아 사퇴하는데도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정당이 아닙니다. 진보의 가치를 이제는 이렇게 훼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진보당 전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중의 일부, 이른바 당권파가 문제지요. 지금 통합진보당은 이 낡은 세력과 싸우는 중입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 싸움을 지원해 주세요. 통합진보당 찍은 유권자는 200만, 당권파는 만 명 남짓입니다"라면서 당권파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도 “보수여당과 야당의 구태의연한 정치현실에서 진보세력의 신선한 역할을 기대해서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를 그토록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이후의 대처하는 모습은 당내에 진보의 탈을 쓴 쓰레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도려내라”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대표단의 전원사퇴, 비례대표 경선 참여 당선자·후보자 전원사퇴라는 결단을 높이사는 여론도 다수였다.
통합진보당 20명 공천 중 14명 사퇴라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군요……. 어떻게든 진보는 살려야 합니다…….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국민 게 어필은 될 수 있겠군요(C.***, @TC_thun***)
이번의 사건은 진보당에게 호재이기도 하다(조중동이 시끄럽게 할 일이겠지만) 민노총과 진보신당 세가 삼성민주당이나 매국 수꼴 당으로 가지 않을 지지대를 마련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을 크게 보면 잘 된 일이므로, 서로 보듬고 할 일을 하자(바**‏, @2bad****)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NL 운동권(민족해방, 통일운동)인 경기동부연합이 소속된 '전국연합'과의 마찰 탓에 옛 민주노동당에서 분리된 PD 운동권(민중민주주의, 노동운동) 진보신당과 진보당의 합당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여러분. 통합진보당 입당하세요.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게 진보입니다. 김순자 후보님 지켜내지 못한 한계 인정하고 통합진보당 들어가서 그 소망 지켜내세요. 한번 겪어봤던 싸움. 그때는 패배였지만, 승리로 끝냅시다(이양*, ‏@jisi****)
이 밖에도 트위터리안들은 "이럴 땐 좀 새누리 사람들처럼 뻔뻔했으면 좋겠다", "'종북좌파'라는 수꼴의 비난에도 국민 10%가 진보당을 찍었습니다. 꼭 변하십시오. 믿고 기다립니다.", "제발 계파니 출신이니 그러지 마세요!! 역겨워지려고 합니다", "새누리는 그나마도 못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회찬 진보당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얼굴을 들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하랴"라면서 "부끄럽고 부끄러운 나날이다"라면서 참담한 심정을 남겼다.
또 최근 이정희 공동대표의 트위터에 의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힘내십시오"라는 멘션을 남겼다가 졸지에 '진보당 내 당권파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앞서 이 공동대표는 당권파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주도 및 비례대표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켜며, 운영위원회 회의 도중 "비례대표 진상조사결과 당원에 사과하라"라는 말만 남기고 회의장을 떠나 당권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이를 두고 "이정희가 대충 중재역 비슷한 걸 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모두 발언하는데... 완전 하드코어더군요. 마치 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이 끼쳤습니다"라면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당권파 당원들은 물리력으로 표결을 방해하고, 잘하는 짓"이라고 비꼬면서 강한 배신감을 들어내기도 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5월 5일 토요일

진보당에 보내는 조중동의 ‘장송곡’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5-04일자 기사 '진보당에 보내는 조중동의 ‘장송곡’'을 퍼왔습니다.

▲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왼쪽부터 조준호, 심상성,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

통합진보당(진보당)이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4·11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지난 2일 ‘총체적 부정’을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보, 중도, 보수 가운데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든 간에 그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치러진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부실·부정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조 위원장은 ‘투표 마감시간 이후에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적지 않은 수의 현장 투표가 집계돼 투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6석을 차지한 진보당 비례대표 전원의 당선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3일 ‘진보적 언론’이라는 평을 듣는 매체들이 진보당의 부정선거를 가차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정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확인됨에 따라 진보당은 존립을 위협받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이른바 민족민주(NL) 계열에서 시작된 당 주류 당권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논의구조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한겨레)·“당권파 ‘패권주의’가 원인···‘선’이라 믿으면 수단·방법 안 가려”(경향신문) ·“한 줌의 권력에 ‘진보의 영혼’을 팔았나”(미디어오늘)·“‘충격’ 통합진보당 ‘총체적 부정···대리투표도”(오마이뉴스)·“이정희, 계파 꼭두각시인가 공당 대표인가?”(프레시안)
일부 진보적 언론은 논설이나 외부 기고문을 통해 진보당의 ‘해체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보기를 들어보자. 최형익(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은 한겨레 ‘시론’(‘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에 이렇게 썼다.
“사실 이번 부정선거 기획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으로 알려진 정치집단이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위장전입 등 조직적으로 선보였던 각종 희한한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의 일이었다. 그들은 당내 경선을 자신들의 정치적 단결을 과시하는 소동 내지 피크닉쯤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국회의원 선거가 헌법상 국민을 대표하는 주권기관 담당자를 선출하는 정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번 부정선거 사건은 사태의 속성상 정당 해산에 이를 만한 중대한 정치적 범죄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스스로 해산하느냐, 아니면 선거관리위원회 등 해당 국가기관에 의뢰해 타율적으로 해산하느냐의 선택만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진단이 진보당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당의 행위와 선거 운영에 관한 이성적, 법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감성적으로 반론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진보적 매체들이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비판을 가한 데는 그 당이 위기를 떨쳐버리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배어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기사와 논설은 진보당에 대한 ‘사형선고’처럼 읽힌다.
조선일보가 5월 3일자 1쪽 머리기사 제목으로 커다랗게 뽑은 것은 ‘그날, 진보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이다. 기자가 “진보당에 ‘진보·민주’도 없고 ‘법과 상식’도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쓴 부분을 편집자가 ‘진보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같은 날자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진보당, 북한식 투표 흉내 내려면 진보 간판 내려라’이다. 그 사설은 “1980년대 군사정권조차 지금 진보당처럼 ‘대담하고 과감한’ 선거 부정은 저지를 엄두도 못 냈다. 진보당 투표 부정은 4·19를 부른 1960년 자유당 3·15 부정선거와 닮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비례대표 부정선거가 드러낸 통진당 DNA’라는 사설에서 “통진당은 과거 김일성 추종 주체사상파(주사파)가 중심인 민주노동당 세력, 종북에 반대해 한때 민노당을 탈당했던 진보신당 일부 그룹, 국민참여당이 모여 만든 ‘한 지붕 세 가족”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당을 장악한 주사파 그룹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편 핵심들을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려고 부정선거를 버젓이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진보당, 부정선거 수사 의뢰하라’)은 “진보당이 위기를 딛고 새로 태어나려면 스스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당권파나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 중앙일보 5월 4일자 1면

조선·동아·중앙일보의 기사와 논설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은 진보와 민주도 없는 정치집단이며, 김일성을 추종하는 주사파가 부정선거를 주도한 정당이자, 스스로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범죄집단’이다.
참으로 딱한 것은 진보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보수언론의 이런 ‘난도질’에 공개적으로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비례대표 부정선거’의 내용이 법과 상식의 한계를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3일 트위터로 알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총선에서 10%를 넘었던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6.8%까지 떨어졌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11년 12월 5일 창당 이전, 민주노동당 지지율인 4.8%까지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진보당 공동대표들인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해서 진보당이 대중의 지지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진보당은 어디로 가야 하나?
2000년 1월 30일에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1945~1948년의 ‘해방공간’에서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던 좌파정당들이 미군정의 탄압으로 불법화한 이래 이승만 정권 시기에는 조봉암이 이끌던 진보당이 좌파정당의 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가 북한의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을 당한 뒤 진보적 이념과 정책을 내세운 정치세력은 합법적 공간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민주노동당의 탄생은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이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래, 땀 흘려 일하면서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 수탈을 당하는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 애써왔다. 민주당이라는 중도보수적 정당이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의 자주, 민생과 복지를 위해 투쟁의 일선에 나섰다.
나는 2010년 6·2 지방선거 기간에 민주노동당이 야권 연대를 위해 희생적으로 일하는 자세를 감명 깊게 보았다.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이상규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의 단일화에 선뜻 응한 뒤 패배하자 선거운동의 일선에 나서서 열심히 일하고, 이정희 대표가 ‘청년 응원단’을 이끌고 대중의 눈길을 끌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2012년 총선에서도 통합진보당은 우여곡절 끝에 야권 연대에 동참했다.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통합진보당은 지난번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주권자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수구보수세력은 그 당의 이마에 ‘부정선거당’이라는 낙인을 찍은 뒤 두고두고 시비를 걸 것이다. 나는 진보당이 그런 멍에를 벗어던지는 길은 하나뿐이라고 믿는다. 공동대표와 당권파가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말 그대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모두 유능하고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진보당의 이마에서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평당원으로 일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재창당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중성이나 인기가 약하더라도 ‘진정한 노동자·농민의 벗들’을 당의 전면에 앞세우고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을 되찾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이 승리하기 위해 꼭 이루어야 할 야권 연대는 그 다음의 과제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이정희 발언, 경기동부연합의 '만인'에 대한 투쟁 선언"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04일자 기사 '"이정희 발언, 경기동부연합의 '만인'에 대한 투쟁 선언"'을 퍼왔습니다.
[분석]조사결과 부정한 이정희 대표 발언의 의미와 파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합리적이지 않은 조사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조사결과를 부정하며, 지도부 총사퇴 역시 거부했다. 이 대표는 "즉각적인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며 12일 당 중앙위원회 때까지는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단, 추후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여기저기서 박수를 쳤다. 심상정 유시민 대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 발언 이후, 조준호 대표가 모두발언을 할 때 이정희 대표의 발언에 박수를 쳤던 참관인들은 조 대표에게 소리를 질렀다. 
최후의 ‘회생’ 기회 차버리고 강행돌파 선언한 이정희 대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을 건넜다는 수사적 표현만으로 설명이 한참 부족한 ‘결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후의 ‘회생’ 기회를 박차버린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혈서를 쓰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돌아갈 최후의 수단마저 미리 파기한 수준의 언급”이란 지적이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정면돌파'하자고 하는 당권파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다르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대표인 당에서 공식적으로 권한을 위임해 구성한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통합진보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으며, “이 대표는 조사위원회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중립성’과 ‘객관성’을 문제 삼았는데, 그렇다면 통진당 내 정파성이 없는 검찰이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관련 사안을 조사하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대표의 발언이 일종의 '언어도단'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그나마 ‘이정희 대표의 진보적 실체’를 믿어왔던 대중의 인식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 기간 중 통진당에 대한 지지 여론이 다수이던 트위터 등 SNS에서조차 이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집단 멘붕(멘탈붕괴)’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악수 끝에 장고에 돌입하는 것”이냐고 조소했고, 또 다른 이는 “이제, 선거 끝났으니 다 꺼져줄래. 우리끼리 잘 살아 볼께의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심상정, 유시민, 노회찬의 선택은?
이제 관심은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대주주’들에게 쏠린다. 통합진보당은 경기동부연합으로 대변되는 운동사회 내 NL그룹으로 구성된 당권파와 국민참여당 계열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연합한 성격의 정당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권파를 대리하는 이 대표가 ‘경선 부정 조사 결과 수용 불가, 지도부 총사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나머지 정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문제로 모아진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참여당계를 이끌며 경선 부정 파문으로 당권파와 날선 대립을 벌이고 있는 유시민 대표와 진보신당 탈당파로 경기동부연합의 정파적 패악성을 익히 경험한 바 있는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문제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공동대표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시민 조준호 이정희 심상정 공동대표ⓒ연합뉴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일말의 논리적 공방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제2의 민주노동당 분당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조심스레 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 대표의 말은 상태를 인식하는 당권파의 수준이 일반 시민의 그것과는 전혀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들은 어쩜 이번 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왜 그들(당권파)과 진보정치를 나아가 진보운동을 함께 하기 어려운지가 드러났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함께할 수 없다’는 대목이다. 이 주장은 결국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이들과는 사회 개혁은 물론 정치적 진보를 얘기할 순 없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비판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룹들이 통합진보당을 이탈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단 얘기로 이미, 이 대표가 일말의 퇴로도 상정하지 않은 강행 돌파를 선언한 마당에 역으로 경기동부연합으로 대변되는 당권파를 고립시키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는 인식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고민은?
한 통합진보당 관계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전했다. 그는 “이 대표가 발언한 곳은 전당대회를 제외하면 가장 공식적인 의결권을 갖는 전국 운영위였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경기동부연합은 “다 덤벼도 당내 의사 결정 구조를 어쩔 수는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데, 이 자신감이 이 대표로 하여금 사실상 ‘만인에 대한, 시민에 대한, 여론 전체와 대항하는 경기동부연합의 투쟁 선언을 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며 “경기동부연합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진보신당 탈당파의 경우 비당권파의 연합으로 당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애써 피했지만, 사실상 당 내부에서의 개혁과 자정은 불가능한 회로에 들어섰단 얘기다. 다른 당직자 역시 “경기동부는 지금 주말이 지나면 다른 이슈가 터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여론이 잠잠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이번 사건이 어떤 메시지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기동부연합의 경우 총선 이전부터 비당권파가 당권을 노릴 것을 대비해 사상 교육과 세미나를 강화하는 등 조직을 다져왔는데, 이런 조직화 과정을 거치며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당을 꾸려갈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런 진보정당을 왜 해야 하는가, 물어야 할 때
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결국, 진보당이 ‘통합’의 명분을 가질 수 있게 했던 정파의 대주주들이 역으로 ‘통합’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들을 배척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지점이 없단 얘기로 모아진다. 4일 윤금순 비례 1번 당선인의 사퇴 기자회견에서 보듯 현재 통합진보당 내부의 구조는 경기동부연합을 제외한 다른 NL조직들마저 비주류로 전락했을 만큼 극심한 패권주의가 관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까닭에 심상정, 유시민, 노회찬이 ‘얼굴 마담’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당의 의사 결정 구조나 방식은 전혀 다르게 경기동부연합 이너써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 시민단체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 전략공천 된 김제남 전 녹색연합 운영위원장(좌)과 박원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우)ⓒ연합뉴스

그래서 일각에서는 ‘영입파’로 전략공천을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원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김제남 전 녹색연합 운영위원장까지 포함해 집단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민주적 절차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들이 상황을 관망하는 것은 비겁한 선택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적 사회로 정치를 끌고 가는 역할”이라며 이를 할 수 없다면 “이런 진보정당을 왜 하고, 무엇을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에둘러 침묵하고 있는 ‘영입파’들을 비판하며 ”영입파와 비 당권파가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적, 도덕적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두 당을 나올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4월 3일 화요일

'국가 부도' YS는 손도 못 대면서 도덕 타령이라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03일자 기사 ''국가 부도' YS는 손도 못 대면서 도덕 타령이라니!'를 퍼왔습니다.
[기고] 도덕의 덫에 갇힌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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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신(1817~1887년)의 '유속을 징계한다'는 글을 읽으면 한국 자본주의의 인간형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이응신은 당대의 인간형을 셋으로 나누었는데, 군자와 소인 그리고 유속이다.

유속(流俗)은 한마디로 군자의 너울을 뒤집어쓴 소인이다. 이응신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옳고 그름의 중간에 몸을 두고 맑고 더러움의 중간에 발을 붙인다. 의상이나 취미는 남들을 따라하고 말과 행동은 시세와 부합하게 한다. 표 나게 정직해서 명성을 취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행동해서 미움을 받지 않는다. 사교에 정성을 기울이고 온화하게 공손하며 정보에 밝아 두루 통해서 비방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재물의 이득을 얻으려는 욕심과 남의 재물을 취하려는 속셈으로 밤낮 일을 꾸미는 버릇이 몸에 단단히 붙어 여기서 헤어나지 못한다. 심성이 무너지고 풍속이 점점 물들어 더럽고 비루해 더불어 일할 수 없다. 이것이 유속의 환난이다.

이응신은 이러한 유속이 앞으로 온천지를 뒤덮게 되리라 예견하며 후세에 소인이라도 나오면 그래도 볼 만한 세상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유속을 소인보다 더 심각한 악으로 보았다. 소인은 드러나니 박멸할 수 있지만 유속은 물(水)이라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 자본주의의 인간형을 이응신이 말한 '유속'에서 찾는다.

2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유속은 군자의 도덕에 배치되는가? 이응신의 시대는 자본주의가 싹트는 19세기의 한가운데서 세도 정치와 민란과 외세로 격변했다. 이 격변의 와중에서 '유속'의 다수를 이루는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사대부 관료들과 아전, 부농, 부상 등 정경 유착 세력이었다. 이들의 수탈과 학정에 민란은 필연적이었으며, 이후 식민지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정경 유착 세력은 한국 자본주의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여기서 두 가지가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다. 하나는 유속의 가치관이 군자의 도덕에 배치되지 않는 점, 다른 하나는 한국 자본주의의 비주류(소외 계층) 역시 유속에 전염되어 유속의 가치관을 자신의 생체 속에 이식하고 있는 점이다.

3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도덕'이 '자본주의 정신'을 이룬다는 사실을 실증해 보였다. 자본주의는 탐욕적이고 프로테스탄트는 도덕적이라는 상식에 비추어 이는 놀라운 발견이다.

나는 전부터 막스 베버의 관점에서 한국의 유학과 자본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저명한 동양학자 오웬 라티모어가 동아시아의 자본주의를 유교 자본주의라고 말한 내용도 중요한 계기였다. 그 뒤 이응신의 글을 접하고 '유속'이 유학과 한국 자본주의의 관계를 살피는 데 매우 중요한 고리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응신의 군자-소인관은 멀리는 공자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직접적으로는 조선의 주자학인 성리학에서 나온다. 붕당 정치와 당쟁의 명분이었던 성리학의 예론은 조선의 주자라고 불리는 송시열의 노론을 중심으로 활짝 꽃피웠다. 당시, 군자는 성리학의 예론을 따르는 사대부 양반들이었다. 이들은 정경 유착의 검은 거래로 '방납(防納)의 폐해'를 조장해 백성들을 수탈했는데, 이를 혁파하기 위해 실시한 '대동법' 요즘 말로 하면, 경제 민주화 조치를 불온 사상이라 하여 극력 막았다.

성리학의 도덕을 동원해 사익(私益)을 극대화한 점에서 이들은 후대의 '유속'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들 군자가 시대에 맞게 변형되어 새로운 인간형으로 나타난 게 '유속'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4

나는 한국 자본주의 정신의 뿌리에는 성리학, 특히 노론의 도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공자의 사상과는 거리가 먼 '도그마'다. 마치 로마 공인 기독교가 원시기독교의 예수와 거리가 멀 듯이.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나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하였다. 화이부동(화합하되 같지 않음)하려면 남을 인정해야 하므로 화(和)는 타자를 전제한다. 반면, 동(同)은 타자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나는 '다른 나'가 있어야 나를 인식할 수 있고 나에 대해 화(대화)할 수 있다. 나에게 '타자 나'가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정신병 상태라 한다.

소인이 동이불화하는 건 도덕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자의 군자는 윤리를 통해서 화이부동 한다. 도덕은 신의 심판이고 심판의 체계이다(아담아 이 열매를 먹지 마라!). 반면 윤리는 이 도그마를 전도시킨다(밭에 심은 겨자씨 한 알이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었느니라!). 윤리는 사회 내에 내재한 신의 뜻을 따름으로서 존재를 초월적 가치들에 관계시키는 도덕을 대체한다.

공자가 죽기 전까지 탐독한 책이 인데, 은 바로 하늘의 뜻을 알려주는 책이다. 다산도 동이불화를 강요하는 노론의 세상에서 귀양살이 18년 끝에 도달한 학문이 이었다. 노론의 도덕을 최종적으로 부정하는 근거가 에서 나왔다. 은 사회가 화이부동하기 위해 '나'와 '타자' 사이에서 하늘의 뜻을 찾도록 돕는 윤리학인 것이다.

종교가 '하늘의 뜻'을 선택받은 백성의 전유물로 만들 때 이것은 전형적으로 타자가 없는 동이불화의 도덕이 된다. 동이불화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초월적 가치들에 준거해 선악적인 판단 즉, 도덕적인 판단을 한다. 이는 구성원 스스로 예속이 마치 자신들의 안녕이기라도 하듯이 예속을 위해 투쟁하게 만든다. 도덕은 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복종을 통해 지배자가 자신의 권력과 체제를 안정화하는 정치 신학이다.

5

데이비드 소로가 에서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은 공자의 화이부동의 행동 윤리와 같다.

시민 불복종 운동이 저항하는 '법'은 공동체의 도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운동은 사회적 약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현실 고착적인 법과 도덕 앞에서 좌절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어나는 아주 강력한 윤리적 행동이다. 그런데도 도덕성을 진보의 생명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전도된 의식이 만들어낸 희극이다. 도덕과 윤리가 구별 없이 사용되는 현실을 감안해도 최근의 사건은 확실히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비키니 사건 그리고 이정희 경선 부정 사건을 보자.

6

비키니 사건은 사건 자체보다 부적절한 대응과 수습이 더 문제가 됐다. 진보 쪽은 "비키니 사진의 성적인 의미를 무시하지도 않고, 시위 방식의 발랄함을 인정하는 방식"을 원했다. 역시 같은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차원에서 해명하려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를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사건 당시 는 도덕적 프레임을 지나치게 의식한(=반발한) 나머지 '가장 심오한 것은 피부다'(발레리)라는 선을 넘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정봉주를 감옥에 처넣은 이명박 정부의 새디스트적 쾌감에 성 유머로 통쾌하게 한방 먹인 건 사실이지만 성적으로 치닫는 팬들의 농담이 성 도덕주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자각을 놓쳐버린 것이다.

때문에 수구와 진보 양쪽의 공격을 받았다. 조롱하려던 성 도덕의 프레임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보수 언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다른 한편 페미니스트의 비판에 대해서 피해자 프레임 운운하는 악수를 둔 것이다. 여기에는 수준에 해당하는 성 윤리 의식의 피상성이 자리 잡고 있다(피상성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를 성 도덕주의로 몰아붙이는 건 언어도단이다. 성 도덕주의에 대한 반발이 의 의도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 만약 자신들이 관계되지 않았다면 가 이런 사건에 페미니스트적 견해를 취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페미니스트들의 문제는 를 마초적인 성 도덕주의자로 몰아붙임으로써 일찌감치 도덕적 판결을 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자와 대화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낙인찍는 것은 동이불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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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사건과 관련해서 에 실린 서울대학교 교수 이근의 글이 가장 황당했다.

비키니 사건은 저항적 매체의 남성적 특성에 심취하면서(마초이즘) 제대로 된 피아(彼我)의 구별을 상실한 를 보여준다. 즉, 우리 편이 아닌 저편이라는 범주에 이명박 정부뿐만이 아니라 남성의 지배 대상과 도구로서 여성을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어쩌면 예견된 사건이다. 왜냐하면 가 처음부터 매우 남성적인 프로였기 때문이다. 이는 진행자의 구성과 사용되는 언어와 표현에서 알 수 있으며, 처음부터 남성성이 필요한 저항적 매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 남성성을 통해 권력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여성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무뎌진 것이다.

긴 말은 하지 않겠다. 가 왜 이처럼 초호황의 인기를 누리는 걸까? 내 생각이 옳다면, 심층적인 것을 표면으로 끌어올림으로서 도덕적 허위와 위선을 벗겨내고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가장 현대적인 문학과 공명한다. 미하일 바흐친은 웃음, 광장의 언어, 축제적 형식, 육체적 하부의 이미지 등을 위대한 문학의 조건으로 꼽았다. 이 조건은 심층이 아니라 표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장 심오한 것은 피부'일 수밖에 없다.

이근은 이런 의 표현 스타일을 남성성의 젠더로 오해한 모양이다. 더 할 말이 없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건을 얼마나 도덕적으로 재단하는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 민주주의를 이유로 이정희를 단죄하는 것은 옳은가? 혹시 지금 한국 정치는 도덕의 덫에 갇힌 것은 아닐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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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정희의 경선 부정 사건에 대해서. 이 사건을 경기동부연합(주사파)과 연계시키는 보수 언론 등의 색깔 공세를 필두로 진보 쪽에서도 많은 비난과 논란이 있었다. 그중에서 에 실린 박권일(의 저자)의 칼럼에 대해 말하려 한다. (☞관련 기사 : 박정희와 싸우다 박정희가 될 뻔한 이정희!)

보수 언론 등은 아니면 말고 식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박권일은 이 사건을 민주주의의 룰을 어긴 중대 사범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비판이 훨씬 더 가혹하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 이 사건도 콘텍스트가 중요하다. 그가 자신의 글보다 닷새 전에 게재된 김주언의 칼럼을 읽어 보고서도 그렇게 썼다면 지독한 형식주의자요 도덕주의자다. 그러나 칼럼을 쓰고 있는 분이 이런 사실을 모르긴 어렵다. (☞관련 기사 : 이정희 사태, '여론 조사'와 '여론 조작'은 한 끗 차이)

문제는 민주주의에서 절차와 룰이 그의 생각처럼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꿈꾸었지만 민주적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서 독재를 했다고 말한다. 나아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인식은 상당수 민주주의자들과 그들을 탄압하던 반민주주의자들이 사실상 공유하던 인식"이라고 강조한다.

나로선 납득이 가질 않는 소리다. 현재 민주주의 문제는 자유, 평등, 인권 등의 실질적 내용이 사라지고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 민주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룰과 절차를 우선시하는 원조는 소크라테스다. 이런 형식주의자들은 언제나 사태의 본질에 입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을 향해 심층으로 하강하는 태도는 본말을 전도시켜 사태를 그르친다. 악법도 법이란 유명한 말은 마치 법이란 본질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현실에서 '악법은 악법이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물론 박권일이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정희를 박정희와 싸우다 박정희가 될 뻔한 사람으로까지 몰아세우는 건, "어느 정권 없이 불법 사찰"이라고 말한 박근혜와 유사한 정신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물론 나는 이정희의 경선 부정 사건을 변호하려는 게 아니다. 이글의 초점은 도덕적 잣대의 불편한 진실에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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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를 낸 YS나 서울 시민에게 수십조 원의 빚을 안겨준 오세훈'과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정치인'. 과연 누구 죄가 더 중한가? 수많은 사람을 실직시키고가정을 파탄시키고 사회를 후퇴시킨 것에 비하면 비리 정치인의 죄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후자는 도덕적 비난을 뒤집어쓰고 구속과 벌금을 내야 하는데 김영삼이나 오세훈은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절차 민주주의의가 갖는 심각한 문제이다.

언론이 정치인의 비리를 머리기사로 다루는 가장 큰 이유는 '의제' 설정의 파워를 장악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자신들의 파워를 유지 확대하려는 목적이 더 일차적이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인의 비리에 대해서 언론과는 다르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비리 백화점이란 걸 국민들이 몰라서 지난 선거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건 아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의 효과다. 소위 이 '피부 효과'를 '심층의 본질'로 대체하려는 게 도덕이다. 이것은 무상 급식을 둘러싸고 포퓰리즘 논의가 진보, 보수 양쪽 진영에서 어떻게 쟁점화되었는가를 상기하는 것으로 족하다.

일반 국민에게도 피부에 닿지 않고 수구 세력에겐 사익을 챙기는 명분이요 정적을 치는 무기일 뿐인데도 누구를 위해서 도덕을 지행합일의 가치로 믿어야 하는가?

나에겐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상대로 대결하는 꼴, 혹은 회사 돈은 오너가 다 빼갔는데 업무 합리화에만 목메는 꼴. 진보 쪽 정치인에게 결벽증처럼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식자우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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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마키아벨리의 을 다시 읽었다.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결과 도덕을 제거하고 권력을 순수하게 실익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군주론은 귀족한테 휘둘리는 왕권을 굳건히 세워 나라를 외세로부터 지키고 백성들을 수탈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쓴 책이다. 만약 이런 목적이 없었다면 이 책은 비정한 정치공학 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독서 중에 우리의 역사와 현실이 겹쳐서 지나갔다. 조선 후기 사회도 사대부가 왕권을 좌지우지해 나라가 넘어가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신음했다. 마키아벨리와 같은 탈도덕의 관점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권력은 도덕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실익을 추구하고 또, 언제든지 실익을 위해서 새로운 명분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게 정치의 현실이다.

마키아벨리 정치론은 그 자체만으론 악용되기 쉽고 인민 권력론이 뒷받침돼야만 제몫을 다할 수 있다. 전자는 도덕을 배제하는 칼이고 후자는 윤리를 행동화하는 양심이다. 둘의 관계가 '뱀처럼 영리하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게'라는 성서의 비유처럼 될 때 상생한다.

이 문제는 다시 정치와 도덕의 문제로 돌아온다. 사실 도덕성 시비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비전이 없을 땐 네거티브 전략만 난무한다. 네거티브 공세를 뚫고나갈 수 있는 힘은 비전에서 나온다. 곽노현 사건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비전은 건강한 시민의 활력을 먹고 자란다. 광장에서건 마을 회관에서건 시장에서건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때 시민 사회가 활력에 넘치며 윤리적 가치가 의제로 등장한다. 이것이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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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신은 '유속'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세상에 알린 공에도 불구하고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가 신봉한 군자는 비전이 없기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럼에도 식민지 시대 이래 한국의 지배 권력은 이응신의 군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한국의 성인(聖人)들은 성리학적인 군자상이다. 학교에서는 시민의 윤리가 아니라 이런 성인의 도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교육은 비전 없는 통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름진 토양이다. 식민지 통치와 해방 후 독재 정권은 비전을 금지했다. 재벌 중심의 신자유주의도 비전을 불허한다. 노무현 정권은 비전이 없는 정권이었다.

민주통합당은 노무현을 벗어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기 때문에 죽은 자를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 오직 이명박 정부 심판에만 의존하고 있으므로 불가피하게 도덕성이 정권 교체의 최대 무기가 됐다. 이 때문에 도덕성은 전략 전술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무엇보다도 진보의 생명은 '윤리에 기초한 비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봐도 도덕성은 엘리트의 전유물이다. 또, 이것은 우월성과 직결된다. 더 나은 교육을 받을수록 사익을 탐하고 거기에 걸맞은 도덕으로 분식하는 유속과 같은 인간이 된다. 고학력 사회가 된 한국은 이응신의 우려대로 누런 띠풀(삘기)이나 하얀 갈대 같은 유속이 땅을 온통 뒤덮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의 자화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마저 이응신의 목소리다. 즉, 성리학 군자의 꾸짖는 음성이다. 출구 없는 이런 폐쇄 회로가 우리 사회의 비전을, 진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김영종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