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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화요일

‘불통’보다 더 한 박근혜 정부의 ‘먹통’ 언론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09일자 기사 '‘불통’보다 더 한 박근혜 정부의 ‘먹통’ 언론관'을 퍼왔습니다.
[김주언 칼럼] 청와대, 기자들에 실명보도 주문부터 맞춤법까지… 관급기사 망령 조짐

이른바 ‘관급기사’가 모든 신문을 도배하고 방송은 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 읽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철권통치를 하던 유신독재시절이다. 정부에서 홍보성 기사만을 열심히 보도하도록 배려(?)해주던 시절이다. 물론 정부에 비판적 기사는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중앙정보부는 매일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시달했다. 보도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남산’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했다. 신문사 편집국이나 방송사 보도국에는 정보기관원이 상주했다. 이러한 언론통제 상황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까지 이어졌다.

당시 신문과 방송은 거의 똑같은 뉴스를 반복해서 내보냈다. 그래서 ‘제도언론’이란 비아냥섞인 표현이 널리 회자됐다. 기자들은 힘들여 취재할 필요가 없었다. 언론인 출신인 정부 각 부처 대변인들이 불러주는 대로 정리해서 기사를 작성하면 그만이었다. 기사 크기와 제목도 중앙정보부에서 하달했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기자’ 대신 ‘필경사’라는 자조섞인 호칭이 어울리던 시절이었다. 기자들은 기사 사이에 숨은 뜻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독자들도 이를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간 읽기’란 말이 이때 등장했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고나 할까.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40여년 전의 ‘관급기사’ 행태가 되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에게 ‘익명보도’를 자제하고 ‘실명보도’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김행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과 동떨어진 내용이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기사화하는 사례가 잦다”며 “관계자로 나간 기사는 청와대와 무관함을 명백히 밝히며 책임질 수 없다”고 밝혔다.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만을 써 달라며 ‘받아쓰기’를 강요하는 걸까.   

김 대변인만이 아니다. 이정현 정무수석은 “앞으로 기사 쓸 때 ‘이정현 정무수석’이라고 정상적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오늘부터 ‘고위소식통’ ‘고위관계자’라는 말은 브리핑할 때 쓰고 그만 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 초기 이동관 대변인이 자신의 이름 대신에 ‘핵심 관계자’로 써달라며 ‘익명보도’를 주문했던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그래서 이 대변인의 별명이 ‘이핵관’이라고 했던가. ‘불통정부’로 불리는 두 정부의 언론정책 차이가 드러난 것일까. 실제로는 박근혜 정부가 ‘불통’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명박 정부 보다 더욱 심한 것 같다. ‘먹통정부’라고나 할까.   

김 대변인은 한술 더 떠 황당한 제안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취재가 필요한 사항을 적어 주면 내용을 확인해 줄 테니 자신의 이름을 달아 기사화해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의 ‘취재 청탁’을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대변인이 취재를 대신해주면 기자는 무얼 하라는 것인가. 취재 청탁만이 아니라 아예 기사까지 작성해 주면 더욱 좋으련만. 이제는 청와대 대변인이 ‘관급 기자’로 나서려는 것일까. 그러면 월급도 언론사에서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도 자신이 기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언론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기자들이 내세우는 언론자유가 ‘익명보도’ 때문에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사실보도에 기초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진실보도를 위해서는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사를 실명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도내용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익명처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익명 보도’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는 기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언론윤리의 가장 커다란 덕목이다. 정치권력 등 사회적 강자들의 비리나 부도덕성 등 환경을 감시하고 비판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사실에 근거한 보도의 경우에 국한되지만. 다소 생소하지만 전 세계에서 ‘취재원 비닉권(秘匿權)’이 널리 통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옥살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하면 기자들은 영원히 취재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는 관급기사 ‘받아쓰기’를 강조하더니 이제는 기자들에게 ‘띄어 쓰기’ 맞춤법 교육까지 시킨 모양이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라고 쓰면 틀리고 ‘박근혜정부’로 붙여 써야 맞다고 했단다.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란다. 국립국어원의 감수까지 받았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또 ‘새 시대’는 띄어 써야 하며,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서 ‘평화통일’은 붙이고 ‘기반 구축’은 띄어 써야 한다고 짚었단다. ‘희망의 새 시대’라는 슬로건 서체까지 일관성과 통일성을 강조했다니 청와대 대변인이 할 일이 너무 많다. 정책브리핑은 물론이고 ‘청탁취재’에다 ‘맞춤법 교육’까지. 기자들 뒤치다꺼리는 또 언제 하나.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모두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곤혹스러워 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내걸고 언론과 의제경쟁을 벌였다. 언론의 오보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한편으로 대국민 직접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정보공개를 제도화하고 언론을 통하지 않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구축해 활용했다.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통신망을 활용하여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물론 이 때문에 언론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환영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정보공개시스템에서는 정부기관 검색에서 청와대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시스템’의 검색 리스트에서 청와대가 빠져버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직 개편중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접수처를 새로 등록하는 작업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고의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가 늑장을 부리기 때문이란 것이다. 청와대 고의로 정보공개를 회피하려고 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이러한 의혹을 낳은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발표되지 않은 사안이 보도되는 걸 꺼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자 발설자를 찾기 위해 직접 추궁했다는 얘기도 있다. 인수위 시절에는 아예 취재를 위한 기자들의 접근조차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대변인의 적절한 브리핑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해서 이러한 성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입조심을 유난히 강조하는 박 대통령 때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입을 열지 못한다. 전화 취재에 응하는 경우도 드물다. 청와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사실무근의 기사’가 많이 보도되는 이유는 이러한 불통 때문이다. 

유신독재시절 퍼스트 레이디로 활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은 무엇인가. 언론은 통제의 대상이자, 정부기관의 하나로만 여겼던 아버지 박정희의 그것을 빼닮은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보도지침과 관급기사로 언론을 획일화시켰던 ‘제도언론’을 그리워 하는 것일까. 박정희 시대의 ‘국민총화’를 ‘국민대통합’이란 구호로 바꿔 내건 박근혜 정부가 언론의 ‘다원성’을 무시하려는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언론의 다원성’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여론은 각계각층 국민의 다양한 의견 표출과 이를 대변하는 언론이 있어야만 형성될 수 있다.
김주언·언론인 | newmedia54@hanmail.net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 ‘밀봉 브리핑’


이글은 시사IN 2013-03-13일자 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 ‘밀봉 브리핑’'을 퍼왔습니다.
발표 내용의 속사정을 전해주거나 단점을 지적하는 ‘입’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점점 멀어진다. 박 대통령은 공식 결정사항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로 언론 기능을 한정하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방어적이다. ‘메시지 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언론 창구의 기능을 ‘공식 메시지 전달’로 한정한다. ‘보안’이 최대 키워드가 되었고, 출범도 하기 전에 ‘밀봉 정권’이라는 별명부터 달았다.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 가지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비대위원 명단이 몇몇 언론에 미리 풀린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후 친박 핵심 그룹의 입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촉새 경보’는 인수위 기간에 특히 위력을 떨쳤다. 굵직한 정책 개편안이나 총리·장관급 인사와 관련한 사전 취재는 씨가 말랐다. 지난해 12월27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인선을 발표하면서 “나도 지금 본다”라며 밀봉 봉투에서 명단을 꺼내 읽었다. 박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충성 과시용’ 퍼포먼스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사IN 이명익 박 대통령은 언론의 검증 기능에 적잖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해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발표된 대로 하시면 된다.” 인수위 시절 출입기자 사이에서 회자되곤 했던 윤창중 대변인의 입버릇이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식 발표한 내용의 결정 배경과 과정을 비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예 실종되거나, 하더라도 영양가 없기로 악명이 높았다. 언론은 독자적인 검증과 취재를 진행하는 권력 감시기관이 아니라 받아쓰기 기관 취급을 받았다. ‘박근혜 타임’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인수위의 거의 모든 공식 발표가 오후 4시에 이뤄졌다. 일간지 마감시간과 방송 리포트 제작시간이 빠듯한 시간대다. 단순 사실 전달 외에 검증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밀봉’의 절정은 정부 출범 직전이었다.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공식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숫자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수석 바로 아래 직급인 비서관은 정부 각 부처와 수석실을 연결해 주는 핵심 포스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일괄 발표를 해오던 관례를 별다른 이유 없이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문고리 권력’ 논란을 빚었던 ‘보좌관 3인방’은 모두 비서관 발령을 받았지만 언론 검증은 비켜갔다. 

박 대통령의 정치 궤적을 보면, 지금 보여주는 언론과의 관계 설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발 벗고 뛰었던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경선이 끝나고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박 대통령의 단점 몇 가지를 지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정치인과 기자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였다. 하지만 이후 그는 친박계 핵심 그룹에서 멀어졌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는 별다른 구실을 맡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의원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이정현 전 의원은 사석에서도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법이 없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도 찬양 일색이었다. 기자들에게 속사정을 짚어주는 대변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전 의원은 두터운 신임을 얻었고 박근혜 청와대의 초대 정무수석으로 입성했다. 역시 공식 브리핑 위주로만 언론 응대를 했던 조윤선 대변인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반면 박근혜표 공보 라인 치고는 비교적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있었던 한 대변인은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 물을 먹었다”라는 말이 들려오더니, 대선 이후에도 별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공보 라인은 ‘외부 수혈’이나 ‘보은 인사’

대선 국면이 되자 박근혜 캠프 공보 기능의 취약점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 ‘물량’이 문제였다. ‘공식 창구’ 하나로 공보 경로를 통일하는 ‘박근혜 스타일’ 탓에 친박계에 공보 인력풀이 충분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친이계 대변인들을 대거 투입해 대응했다. 박선규·안형환·정옥임·조해진 등 대표적인 ‘친이계의 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캠프에 합류했다. 

친이계 출신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한 대변인의 평가는 이렇다. “확실히 친이계에서 대변인을 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부 사정을 두고는 사소한 것이라도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크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때리는 말은 더 공격적이 되더라. 할 게 그거밖에 없거든.” 그는 또, 친이계 중에서도 유독 공보 라인만 박근혜 캠프에 대거 합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략·조직·재정 같은 핵심 부서에는 친이계를 받아줄 수가 없지. 하지만 박근혜 공보팀은 (속 깊은 브리핑이 사실상 금기여서) 굳이 코어 그룹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종의 ‘기능직’이다. 친이계를 받아들이는 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박 대통령의 대변인 인선 스타일을 보면 그녀가 가진 언론관이 잘 드러난다. 첫째, 박 대통령은 대변인이 언론에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공식 결정사항만 전달하는 것을 분명히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대변인들은 언론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밀봉 브리핑’을 할 수밖에 없다. 공론장의 검증 기능은 취약해지지만 대변인 개인에게는 인사권자의 신임을 얻는 길이다. ‘밀봉’을 정권의 별명으로까지 만들어버리며 숱한 논란을 낳았던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공식 결정사항 전달로만 대변인의 구실을 한정하면서, 공보 라인은 비교적 ‘외부 수혈’과 ‘보은 인사’의 장으로 쓰이기가 쉬워진다. 대선 기간 중 화해 모양새를 갖춘 친이계 영입은 공보 라인에 집중되어 있었다. 보수색 강한 칼럼을 써온 윤창중 대변인 인선은 지나친 중도화에 불안감을 느낀 강경 보수층 달래기 성격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종합해 보면, 박 대통령은 공론장의 검증 앞에 정부를 노출시키기를 극도로 꺼리고, 공식 결정사항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로 언론 기능을 한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대선 국면과 인수위 인선 등에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때면 ‘언론 탓’을 하는 정서도 몇 차례 노출했다. 이는 전임 이명박 정부와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언론계 출신 최측근으로 진용을 짜고 ‘언론 장악’이라는 평을 듣는 개입 정책을 썼던 MB 정부와 비교하면 ‘메신저’의 위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된 모델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원체험은, 청와대가 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기업과 언론을 모두 틀어쥐고 국가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하던 시절에 형성되었다. 정부와 언론의 긴장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해준다는 관점이 취약하다. 

“언론사가 대선주자 인터뷰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과 공익을 위한 것이지 자사의 이익이나 대선주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밀봉 정권으로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일 수 있지만, 이 말의 ‘저작권자’ 역시 박근혜다. 경쟁자 이명박 후보에 한 발 뒤지고 있던 2006년 12월에 했던 말인데, 2008년 이후 ‘원톱’ 자리에 올라선 이후로는 이 말에 걸맞은 언론관을 보여준 적이 없다시피 하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 ‘밀봉 브리핑’


이글은 시사IN 2013-03-13일자 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 ‘밀봉 브리핑’'을 퍼왔습니다.
발표 내용의 속사정을 전해주거나 단점을 지적하는 ‘입’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점점 멀어진다. 박 대통령은 공식 결정사항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로 언론 기능을 한정하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방어적이다. ‘메시지 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언론 창구의 기능을 ‘공식 메시지 전달’로 한정한다. ‘보안’이 최대 키워드가 되었고, 출범도 하기 전에 ‘밀봉 정권’이라는 별명부터 달았다.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 가지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비대위원 명단이 몇몇 언론에 미리 풀린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후 친박 핵심 그룹의 입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촉새 경보’는 인수위 기간에 특히 위력을 떨쳤다. 굵직한 정책 개편안이나 총리·장관급 인사와 관련한 사전 취재는 씨가 말랐다. 지난해 12월27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인선을 발표하면서 “나도 지금 본다”라며 밀봉 봉투에서 명단을 꺼내 읽었다. 박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충성 과시용’ 퍼포먼스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사IN 이명익 박 대통령은 언론의 검증 기능에 적잖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해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발표된 대로 하시면 된다.” 인수위 시절 출입기자 사이에서 회자되곤 했던 윤창중 대변인의 입버릇이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식 발표한 내용의 결정 배경과 과정을 비공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예 실종되거나, 하더라도 영양가 없기로 악명이 높았다. 언론은 독자적인 검증과 취재를 진행하는 권력 감시기관이 아니라 받아쓰기 기관 취급을 받았다. ‘박근혜 타임’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인수위의 거의 모든 공식 발표가 오후 4시에 이뤄졌다. 일간지 마감시간과 방송 리포트 제작시간이 빠듯한 시간대다. 단순 사실 전달 외에 검증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밀봉’의 절정은 정부 출범 직전이었다.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공식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숫자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수석 바로 아래 직급인 비서관은 정부 각 부처와 수석실을 연결해 주는 핵심 포스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일괄 발표를 해오던 관례를 별다른 이유 없이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문고리 권력’ 논란을 빚었던 ‘보좌관 3인방’은 모두 비서관 발령을 받았지만 언론 검증은 비켜갔다. 

박 대통령의 정치 궤적을 보면, 지금 보여주는 언론과의 관계 설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발 벗고 뛰었던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경선이 끝나고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박 대통령의 단점 몇 가지를 지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정치인과 기자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였다. 하지만 이후 그는 친박계 핵심 그룹에서 멀어졌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는 별다른 구실을 맡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의원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이정현 전 의원은 사석에서도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법이 없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도 찬양 일색이었다. 기자들에게 속사정을 짚어주는 대변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전 의원은 두터운 신임을 얻었고 박근혜 청와대의 초대 정무수석으로 입성했다. 역시 공식 브리핑 위주로만 언론 응대를 했던 조윤선 대변인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반면 박근혜표 공보 라인 치고는 비교적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있었던 한 대변인은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 물을 먹었다”라는 말이 들려오더니, 대선 이후에도 별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공보 라인은 ‘외부 수혈’이나 ‘보은 인사’

대선 국면이 되자 박근혜 캠프 공보 기능의 취약점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 ‘물량’이 문제였다. ‘공식 창구’ 하나로 공보 경로를 통일하는 ‘박근혜 스타일’ 탓에 친박계에 공보 인력풀이 충분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친이계 대변인들을 대거 투입해 대응했다. 박선규·안형환·정옥임·조해진 등 대표적인 ‘친이계의 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캠프에 합류했다. 

친이계 출신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한 대변인의 평가는 이렇다. “확실히 친이계에서 대변인을 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부 사정을 두고는 사소한 것이라도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크다. 그러다 보니 상대를 때리는 말은 더 공격적이 되더라. 할 게 그거밖에 없거든.” 그는 또, 친이계 중에서도 유독 공보 라인만 박근혜 캠프에 대거 합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략·조직·재정 같은 핵심 부서에는 친이계를 받아줄 수가 없지. 하지만 박근혜 공보팀은 (속 깊은 브리핑이 사실상 금기여서) 굳이 코어 그룹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종의 ‘기능직’이다. 친이계를 받아들이는 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박 대통령의 대변인 인선 스타일을 보면 그녀가 가진 언론관이 잘 드러난다. 첫째, 박 대통령은 대변인이 언론에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공식 결정사항만 전달하는 것을 분명히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대변인들은 언론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밀봉 브리핑’을 할 수밖에 없다. 공론장의 검증 기능은 취약해지지만 대변인 개인에게는 인사권자의 신임을 얻는 길이다. ‘밀봉’을 정권의 별명으로까지 만들어버리며 숱한 논란을 낳았던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공식 결정사항 전달로만 대변인의 구실을 한정하면서, 공보 라인은 비교적 ‘외부 수혈’과 ‘보은 인사’의 장으로 쓰이기가 쉬워진다. 대선 기간 중 화해 모양새를 갖춘 친이계 영입은 공보 라인에 집중되어 있었다. 보수색 강한 칼럼을 써온 윤창중 대변인 인선은 지나친 중도화에 불안감을 느낀 강경 보수층 달래기 성격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종합해 보면, 박 대통령은 공론장의 검증 앞에 정부를 노출시키기를 극도로 꺼리고, 공식 결정사항을 단순 전달하는 정도로 언론 기능을 한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대선 국면과 인수위 인선 등에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때면 ‘언론 탓’을 하는 정서도 몇 차례 노출했다. 이는 전임 이명박 정부와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언론계 출신 최측근으로 진용을 짜고 ‘언론 장악’이라는 평을 듣는 개입 정책을 썼던 MB 정부와 비교하면 ‘메신저’의 위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된 모델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원체험은, 청와대가 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기업과 언론을 모두 틀어쥐고 국가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하던 시절에 형성되었다. 정부와 언론의 긴장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해준다는 관점이 취약하다. 

“언론사가 대선주자 인터뷰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과 공익을 위한 것이지 자사의 이익이나 대선주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밀봉 정권으로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일 수 있지만, 이 말의 ‘저작권자’ 역시 박근혜다. 경쟁자 이명박 후보에 한 발 뒤지고 있던 2006년 12월에 했던 말인데, 2008년 이후 ‘원톱’ 자리에 올라선 이후로는 이 말에 걸맞은 언론관을 보여준 적이 없다시피 하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박근혜, 사과할 것 수백 가지 넘어” 김근태… YH무역…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5일자 기사 '“박근혜, 사과할 것 수백 가지 넘어” 김근태… YH무역…'을 퍼왔습니다.
[동아투위 기획] ③ 마지막회, 동아투위 기자들이 본 박근혜 “제대로 된 언론관 가지고 있지 못할 것”

동아일보 기자들이 박정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던 1974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육 여사는 8월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8·15 기념식에서 문세광의 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등포경찰서 출입기자였던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은 사건 현장에 급파됐다. 김 전 사장은 “동아일보가 초록색 차를 보내더니 현장을 가보라고 했다”며 “국립극장(현 장충체육관)에 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현장을 살펴봤더니 육영수가 문세광의 총에 맞아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호실, 중앙정보부 요원도 비표 없이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데 문세광만 비표 없이 입장했다는 것이 이상했다는 것. 실제 문세광의 저격설에 대해서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 시간 프랑스 유학 중이던 영애 근혜양은 ‘급히 귀국하라’는 소식을 듣고 공항에 도착, 그곳에 있던 신문을 통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후보는 배화여고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바쁜데 와주셔서 고맙다. 힘껏 싸워 돌아가신 어머님의 뜻을 받들어 이 대회를 빛내달라’는 연설을 했다.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당시 영애로서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제2인자’가 됐다. 

지난 2008년 11월 17일 동아투위 해직기자들이 서울 태평로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진실화해위의 ‘화해조치 권고’를 정부와 동아일보사가 조속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육 여사의 죽음 뒤 바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22살의 영애에 대해 김 전 사장은 “어렸으니 전혀 한 게 없다고 말할 수 없고 퍼스트레이디로서 각종 정보보고를 다 받았을 것이다. 동아일보의 광고탄압과 격려 광고 사태를 알지 못했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민청학련 등 사법살인뿐만 아니라 YH무역 김경숙 사망 사건, 김근태 고문사건 등 박 후보가 사과해야 할 과거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김 전 사장은 “요즘 몇 가지 사과한 것으로 재미를 보는 것 같은데 그가 사과할 것은 수백 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영수 여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부터 박정희 시대에 일어난 각종 고문·폭력 사건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광범위한 언론탄압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재임 1년 동안 체포되거나 재판에 회부된 기자만 9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대표적인 언론탄압은 ‘부일장학회 강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지역의 재력가 고 김지태씨가 소유했던 부일장학회를 강제헌납 받았다. 부일장학회는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문화방송 등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부일장학회는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뀐 후 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를 딴 정수장학회로 변경됐다. 

동아투위에서 활동했던 김태진 다섯수레 출판사 대표는 박 후보가 줄곧 정수장학회의 덕을 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강제로 빼앗은 것도 문제지만 줄곧 정치적으로 활동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장학금을 전국적으로 골고루 준 것이 아니라 대구와 경상도 중심으로 장학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신에게 몰표를 주는 지역에만 장학금을 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본부장이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부산일보 지분을 팔아서 부산·경남지역 대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이 폭로돼 비판이 쏟아졌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DNA를 이어받았다고 평가받는 박 후보 역시 제대로 된 언론관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동익 전 동아투위 위원장은 “제대로 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며 “더군다나 정수장학회 문제는 누가 봐도 군사쿠데타를 통해 강탈한 장물인데 이런 상식적인 사안조차도 부정하고 있으니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자유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정립한 분인지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어 “아버지로부터 엄청나게 언론탄압을 받고 동아일보에서 쫓겨난 지 38년이 지났다. 박 후보가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현재도 권력의 핵심부에 있다면 한 번쯤은 사죄하고 피해 기자들에게 나름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해야 할 떳떳할 도리라고 보는데 동아투위 사태에 대해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MBC 김재철 사장의 퇴진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점도 박 후보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 전 위원장은 “다수 정당의 수장으로서 합의 정신을 지켜서 국회 차원에서의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어야 했다”며 “더군다나 MBC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MBC 사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자체가 공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자세”라고 꼬집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박근혜, 군소 언론사는 건너뛰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2일자 기사 '박근혜, 군소 언론사는 건너뛰고'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거대 언론사만 상대하는 언론관, 우려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을 방문,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자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을 방문했다. 박근혜 후보는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 국회를 떠났다.
박 후보가 방문한 기자실은 주요 방송사 등 거대 언론사 기자들이 상주하는 부스를 말한다. 박 후보의 방문 일정에서 기자회견장은 제외됐다.
문정림 선진통일당 원내대변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및 브리핑이 이어지는 동안, 박 후보가 오는 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기자회견 도중, 요란한 카메라 플래시 소리가 박 후보의 등장을 알렸다. 카메라 소리,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는 기자회견장 문 앞을 맴돌다 곧 멀어졌고 이어 사진기자들은 일제히 철수했다.
박 후보의 오늘 일정은 의례적이었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택할 만한 행보였다. 모름지기 정치인과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그러나 박 후보가 군소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상주하는 기자회견장 방문을 건너뛰었다는 점은 그의 언론관을 우려하게 만든다. 선의를 갖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없는 게 아니다. 오후에 예정된 이희호 여사 예방까지 남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챙기는 통신사 기자들을 제외하면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주로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군소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상주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자실을 찾을 일 없는 박근혜 후보가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황만 간추려 보면 박 후보 측은 노출도와 영향력이 별로 없는 언론사 기자들을 굳이 챙길 필요가 없었다고 본 모양이다.
후보 선출 수락연설에서 박 후보는 대통합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래서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는가.
대선은 한 참 남았다. 박 후보의 이날 행보는 군소언론사에 속한 기자에게 험로를 떠올리게 한다. 영향력에 따라 접근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대통합의 전제조건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다. 그가 언론 다양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날 조금은 드러난 셈이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7일자 기사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아직도 '언론의 피해자'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그들

진보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일컫는 어떤 종파적이고 수구적인 당권파가 아지도 진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는 마치 자신들만이 진보의 가치를 수호하고, 정당정치의 원리를 사수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모두는 그들이 진보의 가치를 짓밟아도 너무 짓밟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 ⓒ연합뉴스
통진당 구 당권파가 어떤 집단인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조중동 등 보수세력의 공격처럼 그들이 과거 주사파였고, 현재도 종북론자일지 모른다는 것은 그들을 설명하는 '본질'이 아니다. 그들이 현재까지도 사상적으로 그러한지를 확인하기도 쉽지않다.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러할 것이란 단정은 위험하다. 설령,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한들 사상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용성 또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작동원리이다.
그들의 진짜 문제는 구 당권파로 집약되는 일군의 조직들이 한국 사회가 도달한 민주주의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넘어 '동행' 자체를 회의케 할 정도란 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는 것은 함께 납득할 상식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얘기의 다름 아니다. 그게 진짜 문제다. 더욱이 이들은 지금 진보를 대변해 의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런 이들이 의회에 진출한다면 그건 자체로 진보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자, 반 가치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언론관’이다. 언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대처는 현재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구 당권파가 보호하고자 하는 실체이자 경기동부연합의 이데올로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 중 하나가 진보당에 대한 색깔공세와 부정의혹으로 야권연대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음모 주체는 “보수세력”인데 언론이 이러한 음모에 대해 “사실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소설을 쓰며 일방적으로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 당선자는 이번 사태가 “언론의 엄청난 폭력”이란 입장이다.
청년 비례 대표로 당선된 김재연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유시민 대표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현재의 상황이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됐다”는 시각과 함께 “‘총체적 부정, 부실’이라는 딱지를 붙인 진상조사결과가 보고서도 없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을 때, 제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명백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구 당권파의 핵심으로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김미희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논란에 대한 입장’이란 논평에서 “모든 언론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 없이,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통합진보당을 부정선거당으로 규정했다”고 규탄했다. 김 당선자는 특히, 당권파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다수인 상황에 대해서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 입장 때문에 양심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며 기자 개인의 양심과 언론의 기사가 다르다는 과감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구 당권파의 일원인 김선동 당선자 역시 ‘풀이 살아났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을 왜곡했다”며 책임을 기자들에게 돌렸던 바 있다.
통진당 구 당권파 인사들의 ‘언론관’은 자신들이 ‘언론의 피해자’라는 점을 굳건히 믿는 태도로 요약된다. 이 강고한 피해자 논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진보언론마저 거침없이 고소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언론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전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비양심적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대항하는 자신들은 사실을 알고 있는 박해자, 양심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정서적 맥락이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곧 그들이 자신들 너머의 세상을 적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구 당권파는 지금 같은 당에서 함께 정치적 전망을 꿈꾸었던 이들도 적개하고, 당 밖에서 그들을 지원했던 세력에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란한 건 그들에게 200만 표를 주었던 유권자 전체를 사실을 모른채 선동당하고 있는 존재들로 묘사하고 있단 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여전히 현재의 상황이 자신들을 탄압하기 위한 ‘보수세력의 음모’일 뿐이다.(그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한 당원은 그래서 보수 세력의 ‘세작’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준호 위원장은 조중동 기자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은 오로지 자신들 혹은 당원들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언론이 양심을 버리고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정신적 착란에 가까운 이 언론관의 근거가 되어주는 것은 ‘당원’이다. 구 당권파의 세계관에서 ‘당원’은 언론과 언론이 비추는 세상을 대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구 당권파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당원’뿐이라고 말한다. 진조위 보고서가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 모두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며,(이건 최소한의 인과도 되지 못한다) 언론의 비판이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들은 당원 인식 전수조사라도 한 것인가?)
이들에겐 오로지 당원만이 ‘절대정신’이고 무오류의 화신이다. 이들은 유난스럽다고 할 정도로 당원의 의미와 결정을 강조하며 언론을 부정한다. 이석기 당선자는 사퇴 여부에 대해 “현재, 국민들은 정확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팩트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일하게 당원들에 의해서 직접 선출된 후보인 만큼 당원들 의사와 요구“에 따라서만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당선자 역시 지금의 상황이 자신보다도 ”진보정당의 당원들에게 얼마나 가혹할지“를 염려하는 지경이다.  
언론을 자신들을 괴롭히는 ‘적’으로 규정한 채, 오직 ‘당원’만이 사실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들의 세계관은 정말 위험하다. “당원의 순결성을 자신들의 권력 기반으로 삼는 것”은 “패권적 엘리트주의의 또 다른 가면”이라는 것에 대한 합의가 끝났던 것이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구 당권파의 문제는 표찰로 의사를 대리하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실제 사고가 여전히 아주 오래 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데 있다. 언론이 지금 벗기려고 하는 건 이들이 위장하고 있는 언론관 그리고 세계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가면이 벗기는 게 당장에 진보 진영에 불리하고, 상황적으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밀어내는 것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면을 끝내 벗겨내지 못한다면, 우린 또 오랫동안 진보적 사회에 대한 진보적 전망을 실현하는 진짜 진보적 절차를 유예해야 할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