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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학살자' 전두환, 수천 억 꿀꺽한 채 천수 누리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9일자 기사 ''학살자' 전두환, 수천 억 꿀꺽한 채 천수 누리나'를 퍼왔습니다.
'추징 시효 놀이'에 끌려다니는 대한민국…국회, '전두환법' 통과시켜야

전두환은 2003년 6월 23일 판사에게 29만1000원이 담긴 통장을 제출했다. 자신의 전 재산이라는 주장과 함께.

판사 : 어음 14만 원, 채권 15만 원, 그 밖에 1000원…. 그러면 30만 원(29만1000원)이 예금, 채권 다네요?전두환 : 네.(…)판사 : 지금까지 무슨 이유로 돈을 안 낸 것입니까?전두환 : (수천 억 원대의 받은 돈은) 정치자금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자금을 인정하지 않아서 억울하게 당한 것입니다. 정치자금에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바람에.(…)판사 : 채무자는 무슨 돈으로 골프나 외유를 다녔습니까?전두환 : 전직 대통령에게는 골프협회에서 그린피를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72세인데 그동안 인연 있는 사람과 생활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측근과 사업을 하는 자식놈이 도와주고 있습니다.(…)판사 : 측근이나 자녀들에게 (생활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은 추징금 낼 돈은 안 줍니까?전두환 : 그들도 생활을 해야지요.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은 "보안사령관으로서 계엄사령부 정식 지휘 계통을 배후 조종해 광주 유혈 진압을 지시했고 계엄군과 시위대가 격앙돼 있는 상황에서 자위권 발동을 배후 지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며 "반란 수괴" 전두환에게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추징금만 2205억 원이었다. 이 거액의 뇌물 출처는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일부는 고인이 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들이었다. 이 돈을 받고도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1996년 열린 첫 공판 기록에 나오는 전두환의 '생각'이다.

그러나 형 확정 8개월 만인 1997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학살자' 전두환을 사면했다. 논란은 거세게 일었다. 추징금 부분도 논란 대상이 됐는데, 추징금은 사면 대상이 아닌 것으로 당시에 결론이 났다. 그러나 전두환은 지금껏 추징금까지 사면을 받은 것처럼 행동해왔다. 오히려 추징금을 징수하는 사법부에 배짱을 부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전두환 추징금 문제는 '뻔뻔한 전두환, 무력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사안이 됐다.

국회는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있다. '5.18 왜곡' 파동 때문인지 전두환에 대한 여론도 더 나빠졌다. 최근 제출된 '전두환 추징금 징수법'만 4건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일정 조율을 마쳤다. 그런데 한때 '전두환의 사위'였던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이력이 눈에 거슬린다. 국회는 '전두환법'을 처리할 수 있을까.


▲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사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국가 원로'로 행세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MBC 화면 캡처

전두환의 '추징금 놀이', 그 기나긴 역사

1997년 이후 전두환은 추징금을 자진 납부한 적이 거의 없다. 재산이 없다며 버티다가 추징 시효가 다가오면 찔끔찔끔 납부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전두환 '추징금 놀이'의 역사는 꽤 길다.

1997년 추징 선고 후 검찰은 전두환으로부터 무기명 채권 126장 등 188억여 원, 현금과 예금까지 포함해 총 313억 원을 강제 집행했다. 전광석화처럼 보였지만 이후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보통 추징 시효는 3년이다. 3년을 넘기면 시효가 끝난 것으로 보지만, 3년을 넘기기 전 1원이라도 추징하면 자동으로 3년이 추가 연장된다.

조용하던 검찰은 지난 2000년, 전두환의 1987년식 벤츠 승용차를 강제 집행한다. 추징 시효 만료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전두환의 벤츠는 평가액이 500만 원 정도였는데, 당시 경매에서 1억 원가량에 팔렸다. 전두환의 '고물 벤츠'를 낙찰받은 사람은 5공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사였는데, 그는 이 차를 전두환에게 돌려줬다. 이때 검찰은 전두환의 콘도 회원권 등 1억7000여만 원도 강제 집행한다. 전두환의 연희동 자택 별채도 경매에 나왔는데, 16억4000만 원을 추가로 징수할 수 있었다. 이 별채를 낙찰받은 사람도 전두환에게 다시 돌려줬다. 코미디 같은 일들이었다.

이 때문에 추징 시효는 2003년으로 넘어갔다. 2003년 즈음이 되자 잠잠하던 전두환도 바빠졌다. 전두환은 추징 시효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미리 '전 재산'이라며 29만1000원이 입금된 통장을 법원에 자진 납부했다. '국민 우롱'이었다.

'29만 원 파동'으로 '괘씸죄'에 걸렸을까? 2004년에는 '전두환 비자금 사건'이 터진다. 검찰 추적 결과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을 비롯해 부인 이순자, 이순자의 동생(전두환 처남) 이창석 등이 가지고 있던 수백억 원대의 '괴자금'이 발견됐다. 전재용이 구속되는데, 당시 이순자는 검찰에 출석해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눈물 속에 130억 원을 내놓는다. 이를 포함해 검찰은 200억 원을 추가로 징수했다.

2004년에는 전두환이 1975년에 사뒀던 서초동 51평짜리 땅이 압류됐다. 이 땅은 2006년 경매에 나왔다. 검찰은 1억1900여만 원을 새로 추징하게 된다. 이후 추징 시효는 2009년으로 연장되지만, 추징 시효 만료를 앞둔 2008년 은행이 채권 추심을 통해 전두환의 통장에서 4만7000원을 징수한다. 추징 시효는 다시 2011년 6월로 연장됐다. 장난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2010년 10월 11일 전두환은 갑자기 300만 원을 추가로 냈다. 대구 지역 강연을 통해 받은 돈이라고 했다. 또 추징 시효는 2013년 10월 11일로 연장됐다. 그 추징 시효가 이제 5개월여 남았다. 전두환은 교활했다. (관련 기사 : '학살자' 전두환, 이번엔 1672억 꿀꺽?)

그가 내야 할 미납 추징금은 현재 1672억 원. 지난 16년간 지겹도록 봐 왔던 '추징 시효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은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06년 5월 19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주간에 그는 경기 가평 이천리 프리스틴밸리 골프장에 나타나 유유히 골프를 즐기고 갔다. 5월 19일은 1980년 계엄군이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긴 날이다. 이 골프를 즐기기 불과 22일 전, 전두환의 서초동 땅은 경매를 통해 추징되고 있었다.

29만1000원의 통장을 전 재산이라며 제출했던 그는 육사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쾌척했다. 고급 호텔에서 열린 손녀의 억대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보훈처 산하 88골프장에서 골프도 친다. 여전히 잘 먹고, 또 잘살고 있다.

추징 시효가 만료돼 추징이 불가능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욕'을 먹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두환이 모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 재산 29만 원'이라는 희대의 해프닝 역시 전두환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추징 시효를 연장시켜가며 "사회적으로 욕을 덜 먹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으로 가면 그는 평생 추징 시효만 연장하며 살 가능성이 높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라 시효가 끝나 추징을 못하게 되더라도 당사자가 노역장에 끌려갈 일이 없다. 전두환이 눈을 감는 날, 추징금은 사실상 소멸된다. 상속인이 전두환의 유산 상속을 거부하면 추가 징수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추징 시효 놀이'의 이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수천 억 재산 보유 추정되는 '전두환 일가'

'추징 시효 놀이'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전두환 일가의 막대한 재산이다. "아버지는 29만1000원밖에 없는데 자식들은 떵떵거리며 사니 불효자가 따로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우습지 않은 상황이다.


▲ 청와대에서 찍은 전두환 가족 사진 ⓒ연합뉴스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은 시공사 대표로 잘 알려져 있다. 연 매출 440억 원가량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전재국은 '전두환의 아들'보다는 한국 출판 산업의 큰손으로 통한다. 시공사는 전재국이 지분 50.5%를 가지고 있고, 그의 부인 정도경, 동생 전효선, 전재용, 전재만이 각각 5.32%씩 가지고 있는 가족 기업이다. 시공사는 만화, 유통, 교육등 출판 관련 회사 십여 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다. 전두환 일가는 이들 회사 곳곳에 감사, 이사 등으로 포진해 월급을 받고, 또 각종 부동산 매물들을 굴리며 잘살고 있다.

전재국은 시공사 사옥 등 서초동에건물을 두 채 가지고 있고,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건물과 땅을 가지고 있다. 파주 출판문화단지에도 건물이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의 부동산 자산은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재국은 경기도 연천에 있는 대지 1만7000평의 '허브 빌리지'도 소유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땅과 건물을 합쳐 평가액이 200억 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차남인 전재용은 부동산 투자 회사 비엘에셋을 운용하는데, 이 회사의 부동산 자산만 330억 원이 넘는다.

전두환 일가의 부동산 거래 뉴스 등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 이슈다. 알려진 것 외에도 전국 각지에 숨겨둔 재산이 상당하다는 추정이다. 이 같은 전두환 일가친척들의 재산을 합치면 2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재산들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자식놈"들의 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간다는 전두환과 이순자는 지난해 4월 총선 당시서대문구 연희동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민주 시민'으로 한 표를 행사한 후 기자들에게서 추징금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순자는 "정치자금을 뇌물죄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우리가 낼 수 없어요. ('자식들이 대신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에서는 각자가 하는 것이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죠"라고 말했다. 자식들의 재산은 자식들의 것이라는 말이다. 전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감안할 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전두환은 "할멈"이라고 부르며,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하는 이순자를 말렸다. 자식 재산과 '연좌제'를 걱정하는 이순자의 논리는 2003년 '29만 원 공판'에서 전두환이 말한 것과 같은 논리다. 10년이 지나도 이들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전두환 집 압수수색? '전두환법'부터 통과시켜야

그렇다면 전두환 자녀들로부터 추징금을 환수하는 것이 가능할까. '추징금 시효 놀이'방지는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27일 발의한 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 개정안(일명 전두환법)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법안은 범죄자가 추징금을 못 내 그 시효가 지날 경우 강제 노역을 시킬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었고, 전직 대통령, 국무위원 등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경우 추징 대상자 외에 가족 등에게서도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의 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길을 터놓았다.

최 의원은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지금 소유주가 전두환 씨의 아들이나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전두환 씨가 이것을 불법적으로 조성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편법 취득을 했다면 그 전두환 씨 아들이나 친인척에게도 추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징 시효가 다가오기 전 검찰의 강제 조사를 피하기 위해 소액을 납부해 추징 기간을 연장시키는 이른바 '추징 시효 놀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있다. 추징이 확정되고 3년이 경과하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무조건 강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 의원이 낸 법안 외에도 세 건의 '전두환법'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현직 대통령 등이 취득한 불법 재산을 친인척에게서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놓은 법안이다. 또 지난해 민주당 김동철 의원이 발의한 '특정 고위 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 개정안',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발의한 '부패 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도 비슷한 내용인데, 올해 국회 법사위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28일 대검찰청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전두환 등의 사례를 의식, "특별 수사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계좌 추적, 자산 추적, 필요 시 압수수색 등 입체적, 다각적 방법을 총동원하라"며 "고액 벌과금 미납 집행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마치 전두환의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도 불사하라는 것처럼 들린다. 검찰 안에는 '전두환 전담팀'까지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두환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채 총장의 이처럼 단호한 말들 역시 '시효 연장 놀이'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세열 기자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5월 노무현’은 그저 축제 마스코트에 불과한가?


이글은 진실의길 2013-05-20일자 기사 '‘5월 노무현’은 그저 축제 마스코트에 불과한가?'를 퍼왔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갈아 먹고 있는 권력들에 대해 분노



5월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 문화제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추모제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시민 2만5천명 (경찰 추산 8천명)이 모여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공연, 토크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지독한 노빠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고 있는 '아이엠피터'는 사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문화제를 보면서 속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를 좋아하고 추모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그의 정치적 자산을 그리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정치적 자산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5월이면 으레 나오는 이름이 됐고, 정치인들이 앞다퉈 눈도장만 찍는 모습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야 함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정치적 자산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이대로 그의 모습을 놔둬도 돼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무엇인지, 그가 왜 축제 속 마스코트로만 남아 있으면 안 되는지 정리해봤습니다.

' 깨어있는 시민? 도대체 뭘 가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마다 외치는 문구가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시민 민주주의'와 같은 말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서 시작된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시민이 깨어 있어도 국가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직접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시민의 정치 참여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가 권력과 국민 사이는 평등해져야 합니다. 만약 국가 권력이 국민보다 위에 있다면 국민에 의한 정치 참여는 언제나 국가 권력에 의해 차단될 수밖에 없으며, 억압받기도 합니다.

국민과 권력 사이가 평등해지려면 먼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국민이 공유해야만 국민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국민의 참여가 가능한 참여 민주주의, 직접 행동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권력이 국민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도록 늘 국가권력을 낮추고 국민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비록 미완이었지만, 그는 여러 차례 국가 권력이 잘못한 일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가 권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합니까? 국가권력에 의한 일탈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며, 권력기관이 저지른 범죄가 그저 담당자 선에서 끝나면서 진실은 언제나 국민 앞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절대로 국가권력과 국민은 평등한 사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 - 국정원 '박원순 시장 제압' 사실이라면 'MB청문회 개최'[현대사] - '정치 개입했지만.부정선거 아니다?' 정치깡패와 국정원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국정권 대선 개입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정원 개혁의 첫 번째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정권을 위해서는 그만하십시오, 정권이 국정원에 대해 지금 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아서 여러분들이 불안해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는 이제 끝내달라는 것이 나의 뜻입니다."(2003년 6월 20일 국가정보원 업무보고 및 직원 오찬 간담회)
 지금 수많은 국가권력이 누굴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국민이 아닌 국가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이 아닌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라는 대의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가권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묘히 숨어서 국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아무리 그것을 지적해도 국가권력과 국민이 동등해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참다운 민주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검찰개혁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국가권력이 일탈이라고 부르는 정치 개입과 불법 활동을 한다면 그것을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요? 국민이? 현실은 오로지 법으로만 그들을 심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심판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대한민국 검찰은 절대로 국가권력의 잘못을 올바르게 심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과 줄타기를 통해 막강한 검찰 권력을 유지하면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법이 아닌 권력화된 집단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법에 따라 판단하고 수사,기소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철저히 그들의 이권에 따라 법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합니다. 자신들의 잘못과 일탈에 대해서도 결코 책임지는 법이 없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5tE5Xa5m5Lw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제대로 검찰개혁을 하지 못했던 점입니다. 스스로 권력화된 검찰의 힘을 안일하게 봤고, 정치적 중립만 보장해주면 검찰이 개혁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만 했습니다.

검찰 내부에 있는 기득권 유지에 대한 무서운 집착과 욕망이 토론이나 간담회와 같은 민주주의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남용되거나 부패하거나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으로 깔아놓고 계시던 것이지요. 그런데 현대적인 권력기관 중에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하여튼 딱 검찰밖에 없어요." (이병완 전 비서실장)

“검찰출신이 아니고 여성이고 서열파괴하고 하는 저의 취임이 참여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성은 매우 컸지만, 그 장관이 법무부에 가서 검찰을 개혁과정에서는 힘을 갖지 않고 간 거예요. …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실제로 검찰 파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 비하인드 정치를 하기 때문에 훨씬 파워풀해지는 거지요. … 국회까지도 더군다나 한나라당 다수당과도 접촉이 되는 기관인데 정부가 힘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검찰개혁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에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검사하고 대화를 통해 대화에서 이겨서 검찰을 납작하게 만든다거나 청와대가 원래 했던 대로 끌고 나간다든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 평검사들과 대통령 사이에 서로 합의하는 모습 … 을 통해서 말하자면 검찰개혁의 확실한 모멘텀을 거기서 얻자는 거였죠." (문재인 전 비서실장)

“근데 법무부 장관 혼자 일합니까? 내가 보니까 강금실 장관은 … 제대로 뽑았습니다. 근데 비유컨대 검찰이라는 무지막지한 집단에 마치 적진에 수송기로 실어다가 강금실이라는 한 사람만 낙하산 타고 뚝 떨어뜨려 놓은 거란 말이에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검찰이 왜 반발했을까요?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하는 것이 도저히 정의감에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랬겠어요? 검찰의 인식은 뭐냐? … 우리 조직이 갖고 있는 권한을 정치인 출신에 검사도 아닌 사람이 와서 그것을 관여를 해? 나는 이것에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반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의 기득권 지키기예요..”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검찰의 문제점이 뭐냐 하면 그것은 유능한 사람일수록 기득권 유지자가 되는 것이에요. 유능하면서 개혁적이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근데 그 개혁적인 사람은 출세를 못합니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뒤에는 분명 정치 검찰의 보복과 이명박 정권과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검찰은 확실하게 법의 잣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죽고 없습니다. 제2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이 다시 나와도 우리는 또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억울한 죽음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것은 검찰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망나니와 같은 무법의 칼날이 우리 목 위로 내려오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만 슬퍼하고, 검찰이 가진 권력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습니다.

' 노무현의 죽음은 축제가 아닌 분노의 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애통해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팬으로 좋아합니까? 아니면 그들 통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원하십니까? 만약 그를 팬으로 좋아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문화제는 당연히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개혁을 원한다면 축제보다는 분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새누리당,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갈아 먹고 있는 권력들에 대해 분노하라는 뜻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억울한 이유는 대한민국에 기생하는 암적인 정치 권력, 검찰 권력, 언론 권력이 하나같이 국민이 아닌 그들만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일탈을 서슴지 않고 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건,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의혹이 있다면 수사기관이든 언론이든 일반 국민과 똑같이 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브리핑하는 내용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실규명도 하지 않고, 기정사실화해서, 심지어는 한발 더 나아가서 해석과 단정을 다해버린 것이다. 검찰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와 확증을 가지고 수사해야 하는 것이 정도다.

언론은 그것이 누구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적인 확인과 진실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언론인의 양식에 기초해서 판단을 내리거나 여론형성을 위한 논평, 편집의 방향을 잡는 것이 정도다. 이번 경우에 과연 그렇게 했겠나.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자기들이 쓰고 싶은 권리만 있었지 국민의 알권리와 무관했다. 검찰 브리핑으로 노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파탄 난 사람이며, 일가족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논두렁에 시계 버렸나? 사건 초기에 근거도 없는 금액들도 확인됐나? 아니지 않느냐.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혜도 보복이 아닌 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방식으로 수사했다면, 그저 언론 본연의 자세대로 기사를 썼으면 그가 과연 죽음을 택했을까요? 이제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슬슬 명확해지십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그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바뀌어야 할 악습과 권력의 썩은 내를 도려내려는 노력을 더 높이 평가할까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그저 숨죽이고 사는 5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권력, 검찰 권력, 언론 권력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정권을 잡아도 대한민국은 똑같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들.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그를 조롱하는 사진을 보면 화가 납니까? 그들을 정죄하고 싶습니까?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화를 내고 그들을 처벌하라고 검찰에 지시를 내렸을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이 나를 가지고 한다는데 내가 뭘~~'이라며 그저 웃기만 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저런 조잡한 사진을 올려놓고 희희덕거리는 자들이 아닙니다. 국가권력에 맞서 정의를 말하지 못하는 우리의 비겁함에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qzqPuQL0Omk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생겼어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합니까? 국가권력과 언론,검찰 권력이 불의를 저질러도 그냥 5년만 참자는 말로, 5년 뒤에 승리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빠'를 자처하며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로 국가권력이 국민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 아래에 있다고 외쳤던 그의 모습이 상식이자 올바른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요한 사실이 그저 한 정치인이 꿈꾸었던 미완의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문화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남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리는 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축제의 마스코트가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권력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47NXVFmYsH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보다 더 슬퍼해야 할 일은 불의한 국가권력을 보고도 분노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정의를 위해 분노하고 일어서는 그 순간,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 전체를 따뜻하게 품고 싶었던 그런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병도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남양유업의 폭력, 윤창중의 폭력…그 거대한 질서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6일자 기사 '남양유업의 폭력, 윤창중의 폭력…그 거대한 질서'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폭력 앞에 선 대한민국, 불복종의 촛불을!

폭력의 나날이다. 조직 폭력배나 학교 일진의 폭력이 아니다. 제빵회사 회장, 철강회사 상무, 청와대 대변인….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특급호텔에서,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국빈 방문 중인 워싱턴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를 향해 인간성 상실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가진 자들의 고귀한 '도덕적 책무(Noblesse Oblige)' 같은 단어는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좋은 학벌, 높은 지위, 많은 재산은 미덕의 결과도 원천도 아니며 오직 폭력의 수단이고 목적일 뿐이니 참으로 암담하고 서글픈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모두가 처해있는 진정한 비극의 상황은 가진 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저급한 폭력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폭력의 사소한 돌출이며, 더 심각하고 더 치명적인 폭력을 은폐하는 눈속임일 뿐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저열한 폭력 뒤에 GM의 통상임금 개입과 한미 FTA 강행이라는 더 큰 폭력이 가려져 있듯이 말이다.


▲지난 1월 당선인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과 윤창중 전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고,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결국 대변인직에서 경질됐다. ⓒ뉴시스

보이지 않는 폭력은 보이는 폭력보다 더 교활하고 잔인하다. 그것은 분노도 저항도 없는 희생을 부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살이 그렇다. 하루에 45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30분 간격으로 죽음의 행렬을 잇고 있지만, 이 가공할 폭력 앞에 우리는 모두 무력한 희생자로, 방관자로 서 있다. 악을 쓰고 저항하고, 분노와 비난을 퍼부을 가해자도 없이.

한 사회의 자살률은 그 사회가 발 딛고 서 있는 폭력의 빙산이 얼마나 거대하고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눈금자다. 흔히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증은 사실 자살의 진짜 이유가 아니다. 뇌와 우울증에 대한 신화는 전도되어 있는데, 뇌의 이상이 우울증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뇌에 이상이 생긴다. 보이는 폭력은 분노와 저항을 부르지만 보이지 않는 폭력은 절망과 우울을 부른다. 그렇다. 얼굴 없는 살인자의 연쇄 살인극,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자살 행진의 진짜 이름이며 대한민국이 마주한 폭력의 그림자다.

얼굴 없는 폭력, 그 거대한 질서


1950년대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csh)는 폭력의 당사자가 없는 폭력의 사례를 연구했다. '동조 실험'이라고 불리는 그의 실험에는 한 명의 진짜 피험자와 여러 명의 가짜 피험자들이 참여한다. 실험은 여러 개의 선분 중 표본과 길이가 같은 선분을 고르는 간단한 과제였는데, 가짜 피험자들이 차례 차례에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진짜 피험자가 마지막에 답을 하도록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이제 실험이 시작되고, 가짜 피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엉터리 답을 보고한다. 즉 누가 봐도 길이가 다른 선분을 모두 하나 같이 같다고 보고하는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진짜 피험자는 자신의 눈을 믿어야 할 지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믿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이상 내 눈을 믿는 것이 정상이지만, 피험자는 실험이 진행될수록 내 눈이 아닌 타인의 판단을 따르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의 증거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사회적 압력에의 굴복은 상황이 애매할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사회적 폭력이 제한된 소규모의 집단에서 일어날 경우에는 폭력의 가해자들이 쉽게 지목될 수 있다. 집단 따돌림에 의한 자살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과 같이 열린 광장에서 익명의 다수에 의해 행해지는 압력은 사람의 손을 떠난 거대한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은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폭력을 휘두른다. 바로 이때 진정한 의미의 얼굴 없는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정원 댓글 공작과 종북 여론 몰이는 바로 얼굴 없는 폭력 뒤에는 사실 이 폭력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진짜 얼굴들이 있음을웅변으로 보여준다. 마녀사냥의 집단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이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확인되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가난하고 속물적인 유대인'의 초상은 나치의 상징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마녀의 초상이었다. 사르트르는 그의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서 지구상에 유대인이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종북세력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더라도 '극우반공주의'는 종북세력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다.

얼굴 없는 폭력의 평범한 악인


1961년 사회심리학자 스텐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인간 본성에 대한 기념비적 연구를 수행한다. '맹종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에서 밀그램은 '처벌에 의한 학습 효과'를 측정한다고 광고하여 피험자들을 모집한다. 피험자들은 각각 선생과 학생 역할을 하고 학생이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선생은 전기 충격을 주어 처벌을 하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학생 역할의 피험자는 가짜 피험자였고 전기충격 장치도 가짜였다. 실험의 진짜 목적은 선생 역할을 맡은 피험자가 얼마나 높은 수위까지 전기충격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학생의 처절한 비명 소리와 양심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선생 역할의 피험자는 위험 수준에 달하는 마지막 수위까지 전기충격을 주었다.

이 실험의 결과는 평범한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아주 끔찍한 폭행의 하수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현상은 바로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 쓴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이라고 묘사했던 현상이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집단 학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그는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단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이 전형적으로 성실하고 평범한 독일인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으며, 그 놀라운 '사유능력의 부재'가 바로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폭력의 진짜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밀그램의 실험과 아렌트의 보고서는 인간은 스스로 인정한 권위와 규범에 거의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이때 평범한 사람들이 적극적인 동조자로 참여하는 체제의 폭력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불개미 떼의 집단적 힘과 같은 가공할 체제의 폭력은 우두머리의 지시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성찰하지 않음'이라는 치명적인 악덕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얼마 전 일어났던 백화점 여직원의 자살과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을 떠올리게 된다. 백화점 매니저로부터 판매실적을 강요받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여직원은 '그만 좀 괴롭혀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은 족벌 경영의 밀어붙이기식 전략에 '생각 없는' 협력자가 되어 대리점 주인들을 과도하게 괴롭혀 왔다. 스스로 경쟁과 생존의 압력에 시달리며, 성실하고 유능한 직장인이고자 노력했을 매니저와 영업사원은 거대한 폭력의 질서 속에 잔혹한 가해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네 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 직원 막말 음성 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얼굴 없는 폭력의 방관자

대한민국 시장질서의 위계에 촘촘히 산재한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화려한 도시 문화의 대명사로 등장했던 편의점점주들이 부당한 가맹 계약에 줄줄이 자살을 하고, 동네 골목까지 밀고 들어온 대형 마트가 동네 상권을 파괴하고, 생계의 벼랑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족과 함께 동반 자살을 감행한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불과 20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자살자 수는 4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상인들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요구도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시장논리와 부패한 권력의 편들기로 흐지부지되고, 이제 대한민국의 시장 위계에는 재벌과 소비자만 남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고 낙숫물도 댓돌을 뚫는데, 탱크처럼 밀려오는 시장의 폭력에 중소기업이든 중소 상인이든 악을 쓰고 버틸 체력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세계 2차대전의 나치 정권 하에 살았던 마틴 니뮐러(Martin Niemöller)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라는 제목의 시에서,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노래했다.

이 시에 나치 대신 '시장'을, 공산주의자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회주의자 대신 '영세상인'을, 유대인 대신 '재래시장'을 집어넣어 다시 읽어보라. 정확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폭력의 마지막 순간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물러서있던 '나'만 남게 될 것이며, 결국 최후의 희생자로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방관자로만 살아갈 수 없다!

불복종의 선언과 '얼굴'의 회복

시몬느 베이유는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를 살아 있는 존재에서 사물로 바꾸어버린다"고 말했다. 폭력의 진짜 목적은 가해자의 쾌락도 피해자의 고통도 아니다. 오히려 쾌락과 고통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존재를 폭력의 도구로, 폭력의 대상으로 바꾸어 분노도 저항도 의지도 성찰도 없는 사물로, 얼굴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로 폭력의 진짜 목적이다.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살아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고민하지 않게 될 때, 그리하여 각자가 체제의 부속품이 되고, 도구가 되고, 상품이 되어 고유한 인간성을 상실할 때, 국가와 시장은 '얼굴 없는 폭력의 질서'가 된다. 체제의 폭력을 유지하는 것은 권력도 자본도 소수의 지배자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들의 잃어버린 '얼굴'이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의지와 생각, 감정, 그리고 영혼이 담겨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몸은 인간 영혼의 최고의 그림'이며, '얼굴은 몸의 영혼'이라고 말했으며, 레비나스는 인간은 타인의 얼굴에서 윤리적 책임과 만난다고 말했다. 체제 속의 개인들이 각각의 '얼굴'을 잃고, 평범한 악인으로 이기적인 방관자로 절망적인 패배자로 굴종할 때 폭력은 스스로를 유지하고 증식한다. 모든 '얼굴 없는 폭력'의 실체는 '얼굴'을 잃어버린 개인들인 것이다.

체제와 시장의 거대한 폭력 앞에 선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잃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찾고 폭력 앞에 '불복종의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의 머리로 판단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웃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생각 없는 관리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이기적인 소비자가 되기를 거부할 때, 그리하여 주체적이고 윤리적인 얼굴을 가진 존재로 '인간선언'-어쩌면 '바보선언'-을 할 때 비로소 거대한 폭력의 힘은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불복종의 선언'은 아마도 아주 사소하고 바보스러운, 하지만 지혜롭고 용기있는 윤리적 행동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영리한 적을 이기는 길은 더 영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리함의 논리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며, 시장을 이기는 길은 '이윤과 효율의 논리'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미국산 오렌지 30개를 1만 원에 파는 대형마트를 지나쳐 과일 노점상에서 참외 7개와 할머니의 환한 미소를 곁들여 사는 지혜,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준 행복을 배고픈 이웃과 나누려 우동 한 그릇 값을 미리 맡겨두고 나오는 기쁨(이태리 나폴리의 전통에서 시작된 '맡겨두는 커피(Suspended Coffee)'는 지불 능력이 모자라는 이웃을 위해 형편이 나은 이웃이 미리 계산하고 커피를 맡겨두는 나눔의 소비 방식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여러 업종의 가게들이 동참하는 '미리 내는' 소비가 생겨나고 있다. 시장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몸의 성실함과 마음의 환희로 보여주는 용기(예, 봉구스 밥버거), 이런 사소한 불복종의 실천들이야말로 거대한 폭력에서 나와 나의 이웃을 구하는 유일한 촛불이며 짱돌이다.


/배문정 우석대학교 교수

2013년 5월 3일 금요일

다문화가정 자녀에 댓글 테러, 부끄러운 대한민국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03일자 기사 '다문화가정 자녀에 댓글 테러,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퍼왔습니다.
[5월 3일 하근찬의 아침뉴스] '리틀 싸이' 황민우 군, 악성 댓글로 큰 상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3일 금요일 아침뉴스 하근찬입니다.
여러분 혹시 싸이 말고, '리틀 싸이' 황민우 군 아십니까?

지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싸이 못지않은 말 춤 솜씨를 보여 리틀 싸이라는 별명과 함께 큰 인기를 얻은 8살의 어린 친군데요.

최근 일부 네티즌들이 황 군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적인 악성 댓글을 달아 황 군에게 큰 상처를 안겼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천진난만한 어린이에게까지 댓글 테러를 서슴지 않는 네티즌들, 외국인 이민자 140만 명 시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하근찬의 아침뉴스 다시 듣기 1
하근찬의 아침뉴스 다시 듣기 2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측 관리 인력 7명이 이르면 오늘 귀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전력과 KT 등 주요 지하시설 공사의 설계도면이 시공업체에 의해 유출되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장학사 인사 비리를 수사했던 대전지검이 수사 정보를 충남교육청에 수시로 유출한 사실이 C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석 달 만에 또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해 삼성전자의 유독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 미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사면과 즉각 석방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 오늘은 전국이 구름 많고 따뜻하겠습니다. 


개성 관리 인력 7명 이르면 오늘 귀환

▶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 측 관리 인력 7명이 이르면 오늘 귀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 간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기 때문입니다.

김영태 기자가 보도합니다.

=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에 마지막 남은 우리 측 인원 7명의 귀환이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어젯밤까지 남북 간 협상에서도 우리 측 인원의 귀환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남북 간 실무협의는 상당히 진전됐으나 막판 이견 조율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북측 근로자에게 미지급된 3월 임금 80억 원과 소득세, 통신료 등을 포함해 1,000만 달러 이상을 우리 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합당한 수준의 미지급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기업체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을 북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북측이 만족할 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 간 접촉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는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북측이 완제품 반출을 승인할 경우 일단 현지 체류 7명을 귀환시킨 뒤 별도의 차량을 북측에 보내서 갖고 내려오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미국 "개성공단 풀리면 남북 대화 진전" 

▶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면 남북 대화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이기범 특파원의 보돕니다.

= 화해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시선이 온통 개성공단에 쏠린 상황에서 북한이 조금만 움직여 준다면 박근혜 정부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국장입니다.

"북한의 양보가 아니더라도 강수가 아닌 어떤 것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조그만 기회를 줄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과거에 했던 약속을 지킨다면 남북 간 신뢰를 강조해 온 박근혜 정부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문제가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배 씨의 즉각 석방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해외 체류 미국인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미국 정부는 배씨를 사면해 즉각 석방할 것을 북한에 촉구합니다"

한편, 북한 방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장학사 비리 수사 정보 교육청에 유출 

▶ 검찰이 장학사 인사 비리 수사 정보를 충남도교육청에 수시로 유출한 사실이 C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전CBS 신석우 기자의 특종 보돕니다. 

= CBS 취재 결과, 대전지검 직원은 수시로 장학사 인사 비리 수사 정보를 충남교육청 측에 몰래 건네줬습니다.

검찰 직원이 빼돌린 정보는 압수수색 여부와 수사 동향 등입니다.

수사 정보가 유출된 때는 김종성 충남교육감의 비리 개입 수사가 시작된, 가장 민감한 시기였습니다.

검찰 내부의 수사 정보가 넘어간 시점에 맞춰 교육청 측이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지난 1월 교육청 비리 연루자들이 대책회의를 열었고, 수사 대응 요령이 담긴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경찰이 회유해도 넘어가지 말고 여성은 경찰이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라는 등 교육청 측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세운 겁니다.

이번에 수사 정보를 빼돌린 검찰 직원은 충남 장학사 인사 비리 수사팀 소속이 아닙니다.

검찰의 부실한 정보 관리도 드러난 셈으로 대전지검도 수사 정보 유출을 인정했습니다.

검찰은 수사 정보를 빼돌린 직원이 교육청 관계자와 금전적 거래 등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직원이 연루됐는지도 확인 중입니다.

충남 장학사 인사 비리로 현직 교육감 등 5명이 구속되고 20여 명도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불산 누출, 삼성 도대체 왜 이러나 

▶ 삼성전자의 유독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석 달 만에 또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삼성 측은 이번에도 신고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발뺌했습니다. 

조혜령 기자가 보도합니다.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에서 불산이 누출된 시각은 어제 오전 11시 30분쯤. 

지난 1월 불산이 누출돼 사용 중지 명령을 받았던 천장 배관을 교체하던 중 배관에 남아있던 불산이 쏟아져 작업자들의 옷소매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46살 최 모씨 등 3명이 손목과 발 등에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작업자들은 내산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사다리 위로 올라가 작업하느라 내산 장화를 신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산 누출로 작업 인부가 사망한 지 석 달 만에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된 겁니다.

또,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누출 사실을 유관기관에 신고해 삼성 측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번 부산 누출은 사안이 경미해 신고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난 1월 사고 이후 은폐 의혹이 있어 누출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시공업체도 지하 주요 시설 도면 유출 위험 

▶ 국내 지하시설물 부실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CBS 연속기획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전국 주요 지하시설 공사는 한국전력과 KT 등 발주처와 계약을 맺은 시공업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주처의 관리가 허술해 시공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지하 설계도면을 유출할 수 있습니다. 

최승진 기자의 보돕니다.

= 지하시설 시공업체들의 설계도면 확보 과정을 보면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한전과 계약한 시공업체 A 사는 최근 공사에 앞서 지하 전력선 등이 표기된 해당 지역 설계도면을 회사 사무실에서 출력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전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에 접속해 설계도면을 뽑은 것입니다. 

설계도면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이 있지만, 한전 측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전은 시공업체로부터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폐기하겠다는 보안각서만 받고 있을 뿐입니다.

KT는 관할 전화국을 통해 공사구간 통신선 도면을 시공업체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 종료 후 도면 폐기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업체 측은 전했습니다.

특히 지하시설을 다루는 기관마다 지하도면 관리ㆍ처분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전과 KT 시공업체들은 공사 완료 후 지하도면을 폐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도시가스 시공업체들은 도면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전국 주요 지하시설 관리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 대형 안전사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소방 자살의심자 위치추적 미루기, 가족들만 발 동동 

▶ 최근 SNS 등을 통해 자살을 예고한 뒤 실종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이 위치 추적을 서로 미루면서 긴박한 가족들의 발만 동동 구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신동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직장인 쉰세 살 김 모 씨는 지난 주말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촌 동생이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뒤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입니다.

놀란 김 씨는 즉각 112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두 시간이 지나도록 소방서에서 위치 추적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서울 한 지구대 관계잡니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관할 소방서에 위치 추적을 요청했는데, 소방서측이 거절해 지연됐습니다"

초조한 김 씨는 곧바로 소방방재청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경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지금은 경찰이 소방서를 거치지 않아도 위치 추적을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이 소방서 핑계를 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경찰은 위치추적 관련 법규를 근거로 자신들이 직접 요청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소방 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을 토대로 경찰이 직접 할 수 있다며 갑론을박한 겁니다.

결국, 복잡한 법규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만 속절없이 방치되고 있는 셈입니다.

자살 예고 실종 신고는 인명이 달린데다, 한시가 급한 사안인 만큼 두 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과 명확한 제도 마련이 절실해 보입니다.

가구 인테리어 업계,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열풍 

▶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좀 생소한가요?

정서적 교감과 환경 복지 등을 중시하는 북유럽식 삶의 방식을 말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취지를 벗어나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학일 기자의 보돕니다. 

=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통상적으로 밤이 깁니다. 

따라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삶의 방식도 집안 가족 간의 소통에 비중을 둡니다. 

정서적 교감과 환경 복지 등을 중시하는 이른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무엇보다 북유럽산 제품 소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북유럽산 가구가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특히, 노르웨이의 바리에르 가구는 지난해 14배, 올 들어 3월까지 6배의 신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의자 하나에 100만 원이 넘어도 기능성과 실용성이 뛰어나 30대 부부 등 젊은 세대에 크게 어필한다는 것입니다. 반응이 좋으니 한샘 등 국내 업체도 이를 본 따 소파, 의자, 탁자를 잇달아 출시하는 상황입니다. 

가구, 인테리어만이 아니라 아웃도어, 캠핑 도구 등을 넘어 쟁반, 머그컵, 접시, 심지어 연어도 노르웨이산 냉장 연어가 북유럽 스타일로 판매되는 현실은 과도한 소비 행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금리 인하 논쟁 

▶ 최근 정치권 등에서 금리 인하 요구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다음 주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또 한 차례 금리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됩니다. 

감일근 기잡니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주 재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또다시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의 언급에는 정부의 의중도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경제의 적정 최대 성장률을 3.3~3.8%로 추정하고 1분기 성장률 0.9%는 여기에 근접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0%대 성장률로 뭉뚱그려 의미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한은은 지금 우리 경제가 분명히 어렵지만, 지난해 3분기 0%, 4분기 0.3%에 이어 성장세가 확대되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충분히 풀린 만큼 금리 인하는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금리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안철수 정계 개편은 호남의 손에 

▶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호남 지역의 일부 의원과 단체장들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호남을 진원지로 하는 안철수발 정계개편이 불붙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조근호 기자의 보돕니다.

= 민주당 소속 호남의 한 광역단체장은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당적을 옮길 것이라는 '이적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단체장은 호남에서 정치에 입문하는 통로가 민주당밖에 없다는 점을 '폐단'이라고 지적해 이적설이 단순한 소문만은 아님을 시사했습니다.

강동원 의원은 어제 진보정의당을 탈당하면서 친정에 해당하는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고 무소속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전북 남원·순창을 지역구로 둔 강 의원의 무소속 잔류는 안철수 신당 합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호남이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제33주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아 오는 18일쯤 광주ㆍ전남 지역을 방문해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 의원 진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일단 호남에서 한 명이라도 광역자치단체장을 당선시켜 호남을 흔들고 정계개편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그림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결국,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이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을 구할지, 아니면 안철수라는 거물 신인의 손을 잡을지,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열쇠는 호남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베이비붐' 세대 정말 불쌍하네요.
=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63년까지 태어난 50대를 말하는데 직장에서 이제 막 은퇴 준비에 들어가는 세댑니다.

오늘 한겨레와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에 서울대와 미국 메트라이프가 공동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 연구보고서' 내용이 실렸는데 아주 암담합니다.

일단 기사 제목부터 살펴볼까요?

한겨레는 ''끼인 세대' 베이비부머의 고달픔 부모ㆍ자녀 부양에 손주 양육까지', 경향신문은 '삼중고에 빠진 베이비붐 세대 소득 줄고 성인자녀ㆍ노부모 부양', 국민일보는 '3無(돈, 건강, 사랑) 베이비부머'입니다.

▶ 실태가 어떻습니까?

= 보고서는 베이버붐 세대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추적 조사를 한 결관데요, 한마디로 '2년 전보다 실질소득은 줄고 지출은 크게 늘어 삶의 질은 나빠졌다'는 겁니다.

베이비부머의 71%는 부모세대가 생존해 있고, 80%는 성인 자녀와 함께 살며, 일주일에 43시간은 손주를 돌보고 있습니다.

부모ㆍ자녀 부양에 손주 양육까지 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또, 세 명 중 한 명은 암ㆍ당뇨ㆍ고혈압 등 신체질환에 시달리고, 열 명 중 약 네 명은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답니다.

국민일보 기사 제목의 '3無' 중에 건강과 사랑이 포함된 까닭입니다.

박근혜 정부 모토가 '국민행복'인데 베이비부머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한 살배기 아기가 기저귀를 찬 채 영어공부를 다 합니까?

= 오늘 경향신문이 영유아 사교육 문제를 1면 톱과 3면 통으로 실었는데, 크고 작은 기사 제목만 봐도 상황이 참 기가 막힙니다.

1면 톱 제목은 '만 1살부터 사교육,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고요, 소제목이 '어린이집서 기저귀 찬 채 영어 플래시 카드 공부'로 달려 있습니다.

3면 제목은 '영어 비디오 틀어주고 한눈팔면 "안돼"… 말 잃거나 오줌 싸기도'입니다.

오후 특별활동 위해서 간식ㆍ점심은 10분 만에 후딱 해치운답니다.

이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폭발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 유치원 안 가" 이러는 아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학습이 창의력 꺾고 좌절감을 안긴다'는 전문가 지적도 소제목으로 뽑혔는데, 사교육 실태와 견주면 공허하게만 보입니다.

같은 신문 한쪽에는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 행복지수가 5년째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소식도 실렸네요.

▶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이 화제인 모양입니다.

= 국민일보와 경향신문에 실린 기산데요,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계몽 효과를 보았다"고 적은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여기서 '기내 폭행'은 지난달 15일 발생한 포스코 계열사 사장의 항공기 내 행패 사건을 말하는 겁니다.

조 부사장은 "승무원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이 기회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도 했는데, 철저하게 승무원 쪽을 옹호하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나머지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합니다.

◈ CBS 라디오 '하근찬의 아침뉴스(월~금 07:30~08:00)' 아이폰 팟캐스트
https://itunes.apple.com/kr/podcast/hageunchan-ui-achimnyuseu/id600378282?mt=2(안드로이드폰에서도 '팟드로이드' 등 팟캐스트용 앱을 설치하신 후 '하근찬의 아침뉴스'를 검색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CBS 하근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