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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3일자 기사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를 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사시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모두 15곳에 불과하다. 2010년 12월, 북한군의 포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이 방공호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토요판] 뉴스분석 왜? 최악의 시나리오-전쟁과 나


▷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것처럼 말입니다. 전쟁이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됐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유사시 7000만 겨레의 안전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전쟁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떠올리기 싫은 우울한 시나리오 ‘전쟁과 나’를 떠올려봤습니다.



장사정포·단거리 미사일
북한이 쏟아부으면
수도권 2500만명 절반이 위험
을지연습, 민방공훈련에
참여해본 사람 몇이나 될까
가장 먼저 대피하는 사람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들


1~4등급 대피시설 여럿 있지만
핵 피할 수 있는 건 1등급
전국에 15개, 서울엔 1개뿐
3~4등급은 우리 집 지하실 수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은 연일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며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당사국의 움직임은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또다시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군 자산을 펼쳐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는 미국도 물 밑에서 각종 정보자산을 총동원하여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설마 전쟁이 나기야 하겠냐’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다들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전면전은 남북한 모두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이를 가라앉히고 서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가 현재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북한은 “전쟁은 시간문제”라거나 “단추만 누르면 발사…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는 등 끔찍한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겪은 우리 군 수뇌부가 독기를 단단히 머금고 있다는 전언도 들려 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음에도 작은 불씨 하나가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이제 남북 갈등,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따라 우리 국민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점검해보자.



제2롯데월드와 항공기의 충돌 대비해야


언제나 시작은 작은 불씨에서 비롯한다. 지난 3월말 일반 전초(GOP)에서 이상 물체가 발견되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류탄 투척과 함께 크레모아(대인 지뢰의 한 종류)를 터뜨리는 사건이 있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며 북한군 침투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소동 직후 군 당국은 북한군의 침투 흔적을 찾지 못해 ‘이상 물체의 정체는 야생동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때 만약 남북간 소규모 접전이라도 펼쳐졌다면 당연히 인명 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상황에서 남쪽이 되었든 북쪽이 되었든 상대에게 좀더 강한 대응으로 응수할 경우 확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북한이 최근 단기속결전, 이른바 ‘3일 전쟁’ 동영상을 공개한 일이 있었다. 해당 동영상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나리오는 우선 대량의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쏟아부어 국군과 주한미군의 초기 대응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호언할 수 있게 한 주요 전력이자, 확전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사용할 전력이다. 발사 지점이 어딘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둘 가운데 어느 것이든 대체로 서울 남부나 경기도 안양 지역까지도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약 2500만 명 중 절반 가량이 장사정포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리 경보를 받고 지하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하철역이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장사정포에 의한 공격을 충분히 방호할 수 있다. 북한이 최전방에 배치한 자주포와 방사포를 통틀어 장사정포라고 이르는데 갱도에 숨어있는 240mm 방사포의 경우, 이동에서 발사까지 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8분 내에 안전하게 대피처에 숨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사정포의 위협은 무기 자체의 성능보다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전선과 가까운 곳에 수도가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전장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적절한 정보자산의 운용으로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정작 문제는 장사정포의 공격 이후에 있다.

장사정포 발사로 확전이 기정사실화 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지난 10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96%가 전쟁에 대비하여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 불바다’ 파문이 일자 사재기로 상점들이 초토화되었던 1994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만큼 공황도 클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대피를 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 등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명백해질 경우, 군인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서울공항과 오산 기지 등으로 이들을 모은 뒤 군용기로 수송하는 계획을 세우놓고 있다. 매년 훈련도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훈련은 작년 5월에 실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시나 각종 재난·재해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시와 관련된 훈련만 해도 전시대비훈련, 통합방위 및 향토예비군훈련·민방위훈련·화랑훈련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너무 다양한 것이 오히려 문제다. 각 훈련별로 주무기관도 안전행정부부터 국방부·소방방재청까지 다양하고, 전시에 대비한 자원관리를 담당하는 주체도 분산되어 있다.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연 을지연습이나 충무훈련, 하다못해 민방공훈련 때 제대로 참여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을지연습과 충무훈련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두 훈련 모두 전시, 사변 등을 대비한 비상대비훈련의 일환이다. 을지연습은 서류 조치 위주의 정부 내부적인 훈련인 반면, 충무훈련은 지역별로 실제로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한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미군 가족들이 서울공항 등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아, 변수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한 탓에 서울의 미군 가족도 대피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항로 근처에 이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전례가 없다. 전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항공기가 건물과 충돌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하게끔 하는 ‘인계철선’ 개념을 보다 강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사정포에 장착할 수 있는 화학물질


각종 포격과 단거리 미사일 등이 쏟아지면 물론 공격을 받은 곳에서 1차 피해가 발생한다. 만일 유류고나 가스저장소 또는 각종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공격을 받으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근래에 누출사고가 많았던 불산이나 염소가 보관된 곳의 경우이다. 불산은 반도체 공정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염소는 산화제와 표백, 살균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불산과 염소는 그 성질이 상반되기 때문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상당 부분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불산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에 염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하로 대피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떠한 위험물질이 보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서울 시내에만 염소가 ○개소(정확한 개수는 보안사항)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근 주민들은 그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식대로 지하에 대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북핵 이슈에 가려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생화학 무기도 핵무기 못지않은 위협이다. 미국의 저명한 안보 관련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능력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맑은 밤 서울 30㎢ 지역에 탄저균 10kg 살포했을 경우 최고 90만 명이, 사린가스 1톤을 7.8㎢ 지역에 뿌릴 경우 2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북한은 5000톤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에는 1만2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생물학 무기는 고열 등에 약한 특성이 있어 다연장로켓이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북한의 경우 야간에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투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반면 화학 무기는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하여 투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생화학 무기가 지상에 투발될 경우 가장 안전한 대피소는 지하 2층 이하의 지하철역이다. 넓은 공간과 안전한 구조, 도시 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다는 접근 용이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화학 무기 대피소로서 지하철역이 가지는 문제점은 많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밀폐가 가능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승객들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막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지하철 선로를 밀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또한 장기간 대피소로 사용할 경우 송풍 및 공기 여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화장실이나 급수 시설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화장실 및 급수 시설은 역의 지하 1층에 위치하는데 제대로 된 방호를 위해서는 지하 2층에서 밀폐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전쟁 뒤 서울에는 공무원만 생존 가능?


이제 가장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 북한이 온전하게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으려면 많은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르면 5년 내에 북한이 그런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모든 ‘설마’를 무시하고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등급에서부터 4등급까지 나누어진다. 3~4등급은 실상 ‘우리집 지하실’ 수준에 지나지 않고, 핵전쟁 상황에서 유효한 것은 1등급 뿐이다. 그런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총 15개소에 불과하다. 총 수용가능 인원은 1만2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1등급 대피시설이 있다면 그는 ‘5천분의 1의 행운아’인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군사 시설을 제외하면 서울에는 1등급 대피시설이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유일한 1등급 대피시설인 서울시 신청사도 비상 상황시 행정업무 및 지휘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실제 상황에서 민간인이 사용할 수는 없다.

이를 단순화 해서 말하면, 핵전쟁 이후의 서울에는 청와대 공무원과 서울시 공무원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평범한 시민은 다음 생에서는 핵 위협 없는 나라나 적어도 대피시설은 잘 마련해 둔 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길 바라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첫 번째 책무입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안전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롭지만, 발생하게 되면 국가로서는 최대한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 국가안보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평화를 지향하되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책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국방비에 한 해 국가 예산의 14% 이상을 쏟아붓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다. 국방비 규모가 세계 12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이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국가안보를 너무나 협소하게 생각하여 왔기 때문이다. 정치인부터 군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안보 담당자들은 국가안보를 군사력과 동일시해왔다. 그러나 실상 국가안보에 있어서 군사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하더라도 위기에서 제 국민을 지키지 못하면 그 국가는 존립의 근거를 상실한다.

국가위기관리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분야마다 각기 다른 주무부서들과 수십 개가 넘는 관련 법령을 통합하고 일원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하여 참여정부 이후로 맥이 끊겼던 일원화 추세를 다시 이어나갔다. ‘군대’가 아닌 ‘국민’의 안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수빈 (디펜스21플러스) 기자 
subin.kim@outlook.com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안철수와 민주당 ‘한판 붙자’


이글은 시사IN 2013-03-18일자 기사 '안철수와 민주당 ‘한판 붙자’'를 퍼왔습니다.
안철수는 왜 노원병을 택했을까? 안철수 세력은 민주당이 아니면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대표 선수가 되려 한다. 안철수의 블루오션이 수도권과 호남인 이유다.

안철수가 돌아온다. 예상보다 빠르다.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송호창 의원(무소속)은 3월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교수가 4월24일 서울 노원병 재선거에 출마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귀국일은 3월11일. 이로써 안 전 교수는 대선 이후 3개월여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한다.

출마 선언으로 정국은 요동쳤다. 민주당의 반응은 특히 복잡하다. 노원병 무공천, 공천 후 단일화, 독자 완주, 안철수 영입까지 백가쟁명이다. 진보정의당은 입을 모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 지역구를 잃은 당사자인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교수의 출마를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재벌’에 비유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일단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3월11일 미국에서 귀국한 안철수 전 교수가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즉각 “안철수는 왜?”라는 질문이 주르륵 따라붙었다. 그는 왜 10월이 아니라 4월을 선택했나? 왜 부산 영도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월한 서울 노원병인가? 선거 전략은 야권 연대일까 독자 돌파일까? 그가 금배지를 달 수 있다면, 다음 행보는 신당 창당일까 당분간 무소속일까?  

안철수 측 인사들은 말을 아낀다. 대표적인 것이 신당 창당론이다. “신당론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다. 지금은 정말로 정해진 게 없다.” 안철수 측 핵심 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캠프 출신인 정연정 교수(배재대)가 신당 창당을 공언한 것을 두고는 “정 교수는 대선 때에도 적극적 신당론자였다. 신당은 합의된 입장이 아니라 개인 관측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심스럽다.

중요한 단서는 송호창 의원에게서 나왔다. 송 의원은 안철수 출마 기자회견 이틀 후인 3월5일 보도자료에 의미심장한 문장을 집어넣었다. “지금까지 야권은 대안과 비전이 아닌 반여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건 ‘반대의 연합’을 했다.” 더 이상 이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사실상 안 전 교수의 대언론 창구 구실을 한다.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송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두고 “일종의 담합이다. 담합이 시장을 왜곡시키듯 단일화도 정치 질서를 왜곡시킨다”라고 규정했다(송호창, “단일화는 일종의 담합이다” 인터뷰 기사 참조).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에서 나온 가장 수위 높은 단일화 회의론이다.내년 지방선거가 야권 내부투쟁의 장 

이는 안철수 신세력(신당이든 아니든)의 기본 방향을 보여준다. 이제 반(反)새누리 연합은 절대적인 명제가 아니다. 당분간 핵심 경쟁 대상은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는, “민주당은 마음에 안 들지만, 새누리당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표는 준다”라는 정서가 만만치 않다. 진입장벽이 높은 단순다수제 선거제도 덕분에, 민주당은 반새누리 진영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야권 지지층은 민주당에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분노를 축적했다. 이 ‘새누리당에 반대하고 민주당에 분노한 유권자층’은 2002년 노무현, 2004년 민주노동당, 2007년 문국현을 거쳐 2012년 안철수를 띄워 올린 핵심 동력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아니면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세력으로 인정받는 것. 여기가 안철수 신세력의 블루오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협력’보다는 ‘경쟁’의 시기가 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선거 사이클이 절묘하다. 가장 가까운 전국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여러 차원의 선거가 중첩되는 데다가,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된다. 한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둘 이상 나온다. 범야권 세력이 내부 경쟁을 펼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선거다.

반면 그 다음 전국선거인 2016년 총선은 간결하다.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만이 살아남는 단순다수제 선거다. 따라서 ‘반새누리 단일 대오’를 요구하는 야권 지지층의 압력도 커진다. 야권 내부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기 힘든 선거다. 이듬해인 2017년에 치를 대선에서는 더욱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내부 경쟁의 공간이 열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기간은 ‘단일화’가 부차적인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반새누리 대표선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설 만한 민주당 인물들에게 안철수 측이 러브콜을 보낸다는 말도 들린다. 

부산 영도 출마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안철수 측 핵심 인사는 “독점에 안주하는 민주당에도 자극이 필요하다. 경쟁을 해야 상호 발전도 있다”라며 최전선으로 두 곳을 지목했다. 호남과 수도권. 호남은 민주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크게 누적된 지역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기반이 없다시피 하므로, 안철수 신세력이 민주당과 일대일 경쟁을 벌이기 좋다. 수도권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세력’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히 잡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 전 교수가 부산 영도 출마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안철수 전 교수가 부산 출마를 택하면 영남 대표주자 이미지가 생긴다. 그러면 오히려 호남에서 불리하다. 안철수 본인이 서울에서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 화력도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부산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정연정 교수는 “노무현의 길은 문재인이 계승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앞에 놓인 전선은 노무현의 그것과 다르다는 얘기다.

범야권 지지층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의 예상 경로로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안 전 교수가 민주당으로 입당해 당내 투쟁의 길을 선택한다. 민주당에서는 경쟁을 당내 문제로 만들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으므로 선호한다. 하지만 안철수 측 인사들은 가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나리오다. 

둘째, 안철수 신세력이 범야권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정계 개편이다. 이 가능성을 높이 보는 쪽에서는 여론 동향에 주목한다. 3월4일자 (한겨레)는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새누리당 40.1%, 안철수 신당 29.4%, 민주당 11.6%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한다. 

‘안철수 정계 복귀’ 소식이 반영된 3월8일자 (조선일보)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새누리당 36.1%, 안철수 신당 23.6%, 민주당 10.6%였다. 핵심 지역인 호남의 동향은 더 주목할 만하다. 호남 지지율 분포는 안철수 신당 34.4%, 민주당 24.1%였다. 민주당은 호남에서마저 뒤졌다. 반새누리 여론층이 민주당 장기독점에 얼마나 피로를 느끼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여론 지형이 정착된다면, 민주당 일각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셋째, 안철수 신세력의 등장이 민주당의 혁신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어 범야권 내부 경쟁이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다. 호남과 친노라는 민주당의 양대 블록이 외부에서 직접 타격을 받기 때문에, 민주당 혁신 압력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측이다. 

안철수 신당이 길게 보면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찻잔 속의 태풍’ 가설이다. 주류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안철수 개인 브랜드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핵심이다. 이를테면 ‘안철수 당’ 대 ‘문재인 당’으로 했어도 결과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날까? 당이라는 형태의 현실 정치로 들어오면, 결국 유권자의 판단 근거도 달라진다. 안철수 신당의 조직력과 인재풀이 민주당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방선거까지 1년 넘는 기간에 개인 브랜드로 지지율이 유지될까?”라고 되물었다.

넷째, 당분간 안 전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움직이며 상황을 관망할 수도 있다. 정당을 만들고 인물을 영입하고 조직을 정비했다가 국면이 뒤바뀌면 몸집이 지나치게 커서 대응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영입 인물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인사일수록 ‘고위험 고배당’인 새로운 모험에 기꺼이 뛰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정치학 박사)는 “양당제하에서 안철수 신당과 같은 ‘외생정당’(기존 정당구조 밖에서 새로 등장한 정당)은 양당 체제 밖에 있는 유권자층을 정치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인데, 안철수 현상은 좀 다르다. 이미 체제 안에 들어와 있는 범야권 지지층 쟁탈전 성격이 더 짙다. 원래 이런 기획은 실패한다고 보는 건데, 한국은 워낙 역동적이고 불만의 누적이 두드러지는 정치환경이라 성공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  

안철수라는 대형 외부 변수에 직면한 민주당은 계파별로 셈법이 다르다. 4월24일 재·보선이 끝나고 열흘 뒤인 5월4일, 민주당은 지방선거까지 당을 책임질 새 대표를 뽑는다. 당권 장악이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현 비주류에서는, 안 전 교수와의 연대·협력 방안을 내놓을 움직임도 있다. 

현 주류인 친노 그룹 일각에서는 ‘문재인 조기등판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외부 충격이 등장할 때일수록, 내부 구심점이 든든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친노 중에서도 문재인 의원과 가까운 핵심 인사들일수록 “그건 문재인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친문재인 그룹의 좌장 격인 한 인사는 “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전면에 나서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논리도 펴지만, 벌써 나서는 게 국민 상식에 맞는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문 의원과 가까운 또 다른 인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범야권 리더십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제법 있다. 그게 나쁜 일도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병에서 이긴다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고정표가 두터운 새누리당이 유리한 경향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여서 정권심판 정서도 높지 않다. 안철수 측 핵심 인사는 “이 선거는 이미 상당히 어려운 선거다. 전력투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등이 거론된다.

정치 고관심층에서 ‘안티 안철수’ 늘 수도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도의상 후보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독자후보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진보정의당은 잔뜩 격앙되어 있다. 안철수 전 교수가 진보 정치의 몇 안 되는 지역 기반을 노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삼성 X파일 사건을 폭로했다가 의원직을 빼앗겼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를 후보로 확정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완주는 물론이고 당 역량을 총동원할 기세다. 장기적으로도, 진보 성향의 정치 고관심층에서 안철수 안티가 늘어난 것이 부담일 거라는 평도 나온다. 

안철수 전 교수는 3월11일 노원병 출마 이유와 앞으로 펼칠 정치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다. 그가 밝히는 구상을 들어보면, 앞으로 범야권 헤게모니 쟁탈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반새누리 전선’의 민주당 독점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경쟁이 야권 전반의 체질을 강화시킬지 어정쩡한 타협과 계파정치의 악순환으로 되돌아갈지에 따라, 앞으로 총선과 대선의 지형도까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3년 1월 6일 일요일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2-31일자 제942호 기사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투표율 높으면 야당 승리’ 공식 깨져…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추웠다. 2012년 12월19일. ‘대선 한파’였다. 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그러나 ‘투표 바람’이 더 강했다. 투표소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당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 TV 방송에서도 예전과 달리 투표 독려 방송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지지층을 투표케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십시오.” 투표율이 높은 걸 걱정하는 한심한 보수였다. 오후의 긴 줄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트위터에는 “투표율이 77% 넘으면 말춤은 (약속대로) 문재인이 추고, 당선은 박근혜가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떠돌았다. 최종 투표율 75.8%.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 12월19일 오후 서울 잠실본동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50대 투표율 89.9%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는 인구 구성의 변화다. 10년 전 유권자 절반(48.3%)을 차지하던 30대 이하 비중은 38.2%로 줄었다. 반면 3분의 1 수준(29.3%)이던 50대 이상 유권자는 40%로 늘었다. ‘고령층 다수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50대는 가장 많이 늘었고(325만 명 증가) 가장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50대의 예상 투표율은 89.9%에 달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말로 예상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의 62.5%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30세대의 투표율도 10년 전보다 5~8%포인트 높아졌지만,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의 결집이 더 셌다. 둘째 요인은 수도권의 변화다. 수도권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이다. 대체로 야당 우위 지역이다. 그러나 경기·인천에서는 박 후보가 이겼다. 서울의 투표 결과(박근혜 48.2%, 문재인 51.4%)도 사실상 박 후보의 승리로 평가된다. 또다시 의문은 남는다.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50대의 불안

2002년 대선은 세대 투표 현상이 처음 나타난 선거였다. 2030세대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5060세대는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다. 캐스팅보트는 40대가 쥐었다. 당시 출구조사를 보면 40대에서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비슷했다. 40대가 보수를 더 지지하리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40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들이 지금의 50대다. 나이가들며 보수화한 것일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들은 보수 55, 진보 45 정도로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4월 총선 때부터 보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통하는 열쇳말로 ‘불안’을 꼽았다.
50대는 불안했다. 은퇴를 했거나 곧 해야 하는 세대다. 자식은 취업이나 결혼 전후의 나이다. 부모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 노후가 불안했다. 이런 문제를 믿고 맡기기에 민주당은 불안해 보였다. 한귀영위원은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불안하지 않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박근혜는 믿음직하다. 약속을 지키려고 늘 애썼고 훈련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사람도 좋고 깨끗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이 너무 싫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서행준·58·제주)
산전수전 겪어온 50대에게 ‘현실성’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50대는 자신과 자식 세대의 존재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사람들이라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같은 (야권의) 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것 같다. 결국 박 후보가 꺼내든 경제위기론, 성장론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2030세대의 분노의 결집도 컸지만, 50대의 위기감의 결집이 강했다. 젊은세대가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신들은 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소외 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부감

“안보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 잘못했지만,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우리나라도 힘든데 북한에 너무 많이 지원했다. 문재인도 북한을 돕겠다고 해서 싫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니까 성장은 크게 기대 안 한다.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는 게 어디냐.”(김경아·55·여)
안보 이슈는 50대의 불안감을 높이며 결집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0대에게는 경제 분야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가 굉장히 중요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보며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게 받아들여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정희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선 토론회를 보며 젊은이들은 속 시원했을지 몰라도, 50대 이상 세대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에서 거부감을, “남쪽 정부”라는 표현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에 “50대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해 박근혜가 더 어필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을 이념 세력으로 수용했다. 이정희 효과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민주당의 50대 전략은 없거나 패착이었다. 박 후보가 이들에게 ‘신뢰와 약속’ ‘안정적 변화’ 이미지로 다가간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정책도 정치도 작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386세대 일부가 50대 초반으로 편입된 점을 강조하며 50대 득표율에서 ‘선방’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생활 공간에 밀착돼 목소리를 낼 조직을 갖지 못했다. 지방 조직은 다 잘려나가고 상층의 리더십 교체만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뿌리 조직이 살아 있다. 동네마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떠들어준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임을 안다. 50대들은 지난 5년 동안 새누리당 조직의 목소리를 들었고, 민주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삶이 고단하고 바쁜 50대는 정책의 내용 차이보다는, 믿고 신뢰할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 것”이라며 “박 후보가 계속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미 투’(me, too) 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불안해 보이고 설명도 안 해주는 민주당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세력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NS 착시 현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착시 현상’이 이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다소 과격한 표현 방식이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의 의견이 실제보다 소수의 의견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당선에는 세대별로는 50대,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월19일 밤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당선 축하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수도권은 갈수록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달라진 수도권

수도권은 선거 때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서울이 특히 그렇다.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 캠프는 수도권에서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야 이긴다고 봤다. 4월 총선 때의 ‘여촌야도’ 현상이 어느 정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다.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서는 박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영남과 충청·강원 등지에서 밀리는 표를 수도권에서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졌다. 서울에서 근소한 차이(3.2%포인트)로 앞선 것도 사실상 패배로 평가된다. 인천에서는 51.5% 대 48%, 경기에서는 50.4% 대 49.2%로 오히려 박 후보에 밀렸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39.9%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빛이 바랬다. 수도권 패배는 ‘중도’ 장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관성처럼 이길 줄 알고 소홀히 한 것 같다. 수도권을 겨냥한 정책이 다가오는 게없었다.”(한 서울시민·50대·공무원)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 혁신’보다는 ‘민생정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도시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하우스푸어’ 같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유권자 상당수는 경제적 곤란함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다. 민주당은 하우스푸어같이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 대해 아무대답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전국 57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에 33만9천 가구가 쏠려 있다. 윤희웅 실장은 “수도권은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변화 조짐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많은 조사에서 인천·경기 지역은 근소하나마 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귀영 위원은 “인천·경기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 정도 박 후보가 우세한 게 일관된 흐름이었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이상하고 위험한 조짐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지역의 표심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투는 사이, 박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

수도권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내건 정치 혁신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껄끄러웠던데다, 민주당의 정치 혁신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만 난무한 것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12월21일치 (한겨레) 대담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도층은 새정치가 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새 정치가 되면 뭐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민주당이 한 얘기는 박 후보도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씨는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야권은 쫓는 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 후보가 나름 노력은 했지만 정말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는가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박 후보는 민생 이미지를 꾸준히 심었다. 박 후보는 ‘70% 중산층 복원’ ‘민생 대통령’을 외쳤다. 신진욱 중앙대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이라고 치고 나간 건 바로 박근혜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


이글은 하겨레21 2012-12-30일자 제942호 기사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투표율 높으면 야당 승리’ 공식 깨져…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추웠다. 2012년 12월19일. ‘대선 한파’였다. 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그러나 ‘투표 바람’이 더 강했다. 투표소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당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 TV 방송에서도 예전과 달리 투표 독려 방송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지지층을 투표케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십시오.” 투표율이 높은 걸 걱정하는 한심한 보수였다. 오후의 긴 줄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트위터에는 “투표율이 77% 넘으면 말춤은 (약속대로) 문재인이 추고, 당선은 박근혜가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떠돌았다. 최종 투표율 75.8%.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 12월19일 오후 서울 잠실본동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50대 투표율 89.9%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는 인구 구성의 변화다. 10년 전 유권자 절반(48.3%)을 차지하던 30대 이하 비중은 38.2%로 줄었다. 반면 3분의 1 수준(29.3%)이던 50대 이상 유권자는 40%로 늘었다. ‘고령층 다수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50대는 가장 많이 늘었고(325만 명 증가) 가장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50대의 예상 투표율은 89.9%에 달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말로 예상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의 62.5%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30세대의 투표율도 10년 전보다 5~8%포인트 높아졌지만,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의 결집이 더 셌다. 둘째 요인은 수도권의 변화다. 수도권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이다. 대체로 야당 우위 지역이다. 그러나 경기·인천에서는 박 후보가 이겼다. 서울의 투표 결과(박근혜 48.2%, 문재인 51.4%)도 사실상 박 후보의 승리로 평가된다. 또다시 의문은 남는다.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50대의 불안

2002년 대선은 세대 투표 현상이 처음 나타난 선거였다. 2030세대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5060세대는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다. 캐스팅보트는 40대가 쥐었다. 당시 출구조사를 보면 40대에서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비슷했다. 40대가 보수를 더 지지하리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40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들이 지금의 50대다. 나이가들며 보수화한 것일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들은 보수 55, 진보 45 정도로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4월 총선 때부터 보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통하는 열쇳말로 ‘불안’을 꼽았다.
50대는 불안했다. 은퇴를 했거나 곧 해야 하는 세대다. 자식은 취업이나 결혼 전후의 나이다. 부모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 노후가 불안했다. 이런 문제를 믿고 맡기기에 민주당은 불안해 보였다. 한귀영위원은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불안하지 않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박근혜는 믿음직하다. 약속을 지키려고 늘 애썼고 훈련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사람도 좋고 깨끗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이 너무 싫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서행준·58·제주)
산전수전 겪어온 50대에게 ‘현실성’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50대는 자신과 자식 세대의 존재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사람들이라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같은 (야권의) 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것 같다. 결국 박 후보가 꺼내든 경제위기론, 성장론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2030세대의 분노의 결집도 컸지만, 50대의 위기감의 결집이 강했다. 젊은세대가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신들은 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소외 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부감

“안보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 잘못했지만,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우리나라도 힘든데 북한에 너무 많이 지원했다. 문재인도 북한을 돕겠다고 해서 싫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니까 성장은 크게 기대 안 한다.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는 게 어디냐.”(김경아·55·여)
안보 이슈는 50대의 불안감을 높이며 결집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0대에게는 경제 분야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가 굉장히 중요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보며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게 받아들여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정희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선 토론회를 보며 젊은이들은 속 시원했을지 몰라도, 50대 이상 세대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에서 거부감을, “남쪽 정부”라는 표현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에 “50대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해 박근혜가 더 어필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을 이념 세력으로 수용했다. 이정희 효과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민주당의 50대 전략은 없거나 패착이었다. 박 후보가 이들에게 ‘신뢰와 약속’ ‘안정적 변화’ 이미지로 다가간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정책도 정치도 작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386세대 일부가 50대 초반으로 편입된 점을 강조하며 50대 득표율에서 ‘선방’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생활 공간에 밀착돼 목소리를 낼 조직을 갖지 못했다. 지방 조직은 다 잘려나가고 상층의 리더십 교체만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뿌리 조직이 살아 있다. 동네마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떠들어준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임을 안다. 50대들은 지난 5년 동안 새누리당 조직의 목소리를 들었고, 민주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삶이 고단하고 바쁜 50대는 정책의 내용 차이보다는, 믿고 신뢰할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 것”이라며 “박 후보가 계속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미 투’(me, too) 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불안해 보이고 설명도 안 해주는 민주당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세력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NS 착시 현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착시 현상’이 이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다소 과격한 표현 방식이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의 의견이 실제보다 소수의 의견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당선에는 세대별로는 50대,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표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2월19일 밤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당선 축하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수도권은 갈수록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달라진 수도권


수도권은 선거 때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서울이 특히 그렇다.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 캠프는 수도권에서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야 이긴다고 봤다. 4월 총선 때의 ‘여촌야도’ 현상이 어느 정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다.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서는 박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영남과 충청·강원 등지에서 밀리는 표를 수도권에서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졌다. 서울에서 근소한 차이(3.2%포인트)로 앞선 것도 사실상 패배로 평가된다. 인천에서는 51.5% 대 48%, 경기에서는 50.4% 대 49.2%로 오히려 박 후보에 밀렸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39.9%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빛이 바랬다. 수도권 패배는 ‘중도’ 장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관성처럼 이길 줄 알고 소홀히 한 것 같다. 수도권을 겨냥한 정책이 다가오는 게없었다.”(한 서울시민·50대·공무원)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 혁신’보다는 ‘민생정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도시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하우스푸어’ 같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유권자 상당수는 경제적 곤란함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다. 민주당은 하우스푸어같이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 대해 아무대답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전국 57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에 33만9천 가구가 쏠려 있다. 윤희웅 실장은 “수도권은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변화 조짐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많은 조사에서 인천·경기 지역은 근소하나마 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귀영 위원은 “인천·경기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 정도 박 후보가 우세한 게 일관된 흐름이었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이상하고 위험한 조짐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지역의 표심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투는 사이, 박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

수도권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내건 정치 혁신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껄끄러웠던데다, 민주당의 정치 혁신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만 난무한 것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12월21일치 대담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도층은 새정치가 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새 정치가 되면 뭐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민주당이 한 얘기는 박 후보도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씨는 SBS 라디오 에서 “야권은 쫓는 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 후보가 나름 노력은 했지만 정말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는가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박 후보는 민생 이미지를 꾸준히 심었다. 박 후보는 ‘70% 중산층 복원’ ‘민생 대통령’을 외쳤다. 신진욱 중앙대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이라고 치고 나간 건 바로 박근혜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정권교체 한 축 담당…수도권·젊은층 지원유세 나설 듯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4일자 기사 '정권교체 한 축 담당…수도권·젊은층 지원유세 나설 듯'을 퍼왔습니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사퇴를 표명한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환히 웃고 있는 안 후보의 사진을 보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사퇴|‘백의종군’ 무슨 역할 할까 
“단일후보 못돼도 승리 돕겠다” 
자신의 말 지키려 최선 다할 듯 
안철수 행보 대선서 최대변수로

안철수 후보가 23일 대선 후보 전격 사퇴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함에 따라, 올 대선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 선언문에서 후보 사퇴의 명분을 ‘정권교체’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 그의 태도와 역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승부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를 보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혼자의 힘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얼마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갈린다. 앞으로 안철수 후보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면 백의종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백의종군이라는 표현 그 마음 그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안철수 후보가 지금까지 자신의 말을 충실히 지켜온 것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그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안철수다움’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뒤에도 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 바 있다.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감동의 양보’를 통해 축적해 온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 당연히 그의 정치적 미래도 사라지게 된다. 안철수 캠프에서 전략을 담당했던 핵심 인사는 사퇴선언 직후 “안철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문재인 후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당장은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인지 관심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직책을 맡지 않고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있고, 선거운동의 효과를 고려해 맡을 수도 있다.어쨌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20~40대 유권자층의 표심을 상당부분 사로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문재인-안철수 공동정권’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이른바 ‘공동정부’의 틀을 지금부터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곧 이 부분에 대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구체적인 제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안철수 후보의 행로도 크게 달라진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일을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역할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후보가 ‘실세 총리’를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이나 새로운 정당에서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가진 정치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정권교체 한 축 담당…수도권·젊은층 지원유세 나설 듯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4일자 기사 '정권교체 한 축 담당…수도권·젊은층 지원유세 나설 듯'을 퍼왔습니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사퇴를 표명한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환히 웃고 있는 안 후보의 사진을 보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사퇴|‘백의종군’ 무슨 역할 할까 
“단일후보 못돼도 승리 돕겠다” 
자신의 말 지키려 최선 다할 듯 
안철수 행보 대선서 최대변수로

안철수 후보가 23일 대선 후보 전격 사퇴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함에 따라, 올 대선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 선언문에서 후보 사퇴의 명분을 ‘정권교체’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 그의 태도와 역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승부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를 보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혼자의 힘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얼마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갈린다. 앞으로 안철수 후보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후보가 되지 못하면 백의종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백의종군이라는 표현 그 마음 그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안철수 후보가 지금까지 자신의 말을 충실히 지켜온 것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그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안철수다움’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뒤에도 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 바 있다.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감동의 양보’를 통해 축적해 온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 당연히 그의 정치적 미래도 사라지게 된다. 안철수 캠프에서 전략을 담당했던 핵심 인사는 사퇴선언 직후 “안철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문재인 후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당장은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인지 관심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직책을 맡지 않고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있고, 선거운동의 효과를 고려해 맡을 수도 있다.어쨌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20~40대 유권자층의 표심을 상당부분 사로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문재인-안철수 공동정권’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이른바 ‘공동정부’의 틀을 지금부터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곧 이 부분에 대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구체적인 제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안철수 후보의 행로도 크게 달라진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일을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역할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후보가 ‘실세 총리’를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이나 새로운 정당에서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가진 정치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12년 8월 9일 목요일

"한강 고도처리시설 거의 없어. 독성 녹조 심각"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09일자 기사 '"한강 고도처리시설 거의 없어. 독성 녹조 심각"'을 퍼왔습니
다.
녹색연합 "37개 취수장중 3개밖에 없어. 간질환으로 사망할 수도"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에서 '독성 남조류'가 급증해 위험수준에 도달했으나 대부분의 정수장이 독성물질을 처리할 고도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서울시에서 잠수 수중보 인근에서 검출됐다고 발표를 했으나 이것은 지난 1일의 상황"이라며 "그런데 7일 결과를 보자면 성수대교 등 잠실수중보 하류 등 5개 지점에서 조류의 염록소 농도인 클로로피A와 남조류의 세포수가 조류주의보 기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7일 현재 ㎖당 세포수에 대해 "한강 대류가 2천700여개, 마포대교가 2천200여개 이렇게 돼 있는데 남조류의 세포수가 이제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는 말"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채수한 물에서는 ㎖당 세포수가 풍납취수장에서는 190개, 자양취수장은 80개, 강북ㆍ암사취수장은 60개가 발견됐었다. 엿새 사이에 세포수가 수십배나 폭발적으로 급증했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독성 남조류가 발생하더라도 정수 처리를 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을 거치면서 이런 독성이 분해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정수 과정을 거쳐서 어느 정도 수돗물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건 맞는 말"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러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안 돼 있는 곳이 많다라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정수장이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도권의 경우에 37개 정수장 중에서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 3곳으로 나타나 있다"며 "그리고 낙동강의 경우에도 구미보다 상류지역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수장인데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다. 그래서 독성 남조류가 발생했을 때 이 독성물질을 제대로 정수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가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성 남조류의 심각성에 대해 "마이크로시스티스가 함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미량으로도 굉장히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것을 장기섭취할 경우에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며 "이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가축이나 어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오염된 물을 투석을 해서 50명 이상이 간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고, 캐나다에서는 오리류가 오염된 호수의 물을 먹고 폐사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피부질환과 눈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오염된 물에서 잡은 생선이나 조개류를 섭취함으로써 독소에 노출된다고도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건 국민환경과학원이나 다른 어떤 논문의 사례에 이렇게 나오기 때문에 어쨌거나 이것이 정수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 자체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정엽 기자

2012년 8월 8일 수요일

한강에서도 '독성 남조류' 확인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08-08일자 기사 '한강에서도 '독성 남조류' 확인'을 퍼왔습니다.
수도권 식수원에도 초비상, '조류주의보' 발령 초읽기

최근 한강 녹조에서도 독성 남조류가 발견돼, 수도권 식수원에 초비상에 걸렸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지점에서 검출된 남조류 세포를 분석한 결과 3개 지점에서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암 등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농도에 대한 음용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고 있는 독성물질이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최근 녹색연합이 낙동강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

지점별로 보면 ㎖당 세포수는 풍납취수장이 190개로 가장 많았고, 자양취수장은 80개, 강북ㆍ암사취수장은 60개였다. 구의취수장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수가 많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독성물질도 검출되지 않았으나, 채수 시점이 녹조가 그다지 심하지 않던 지난 1일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한강 전역으로 녹조가 극심하게 확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 식수원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한강의 수질을 다시 측정하고 또다시 기준치를 넘을 경우 이르면 9일 조류주의보를 발령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류주의보 발령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서울시가 조류주의보를 발령한다면, 이는 초유의 일이다.

최병성 기자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안철수의 생각’ 강남3구서 높은 구매율 ‘눈길’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21일자 기사 '‘안철수의 생각’ 강남3구서 높은 구매율 ‘눈길’'을 퍼왔습니다.
서울·수도권 74%-영남은 ‘무관심’…서점 줄줄이 ‘품절’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특히 강남, 송파, 서초 등 강남 3구에서 높은 구매비율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안철수의 생각’은 서울·수도권 구매자의 비율이 73.9%로 매우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서울 각 구별 구매 비율을 살펴보면 강남 9.9%, 송파 6.8%, 서초 6.7%로 서울 전체 구매 대비 2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6.4%, 중구 6.3%, 영등포구 5.4% 등을 포함해 사무실 밀집 지역의 6개구의 구매 비율은 전체 서울 지역 구매 비율의 40%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40대의 구매가 전체의 70% 이상으로 수도권 지역의 젊은 직장인들이 안철수 원장의 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호남 지역별 구매를 비교해보면 영남 지역의 인구 및 회원 분포가 호남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음에도, 주문량은 영남 지역이 오히려 낮았다. 특히 광주 지역의 구매 비율은 전국 구매자 전체의 4.2%를 차지해 인구 분포(3%)보다 훨씬 높은 구매 비율을 보였다.

지난 4.11 총선때 서울·수도권 지역과 30~40대 연령대는 야권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었다. 이러한 민심이 구매율로 반영됐다고 단정내릴 수는 없으나 구매 패턴에서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안철수의 생각’ 돌풍에 대해 알라딘 마케팅팀의 조선아 대리는 “대권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아직은 안철수라는 인물의 생각과 정책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도서를 먼저 출간한 것이 전 국민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이렇게 높은 판매량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안철수의 생각’은 출간 하루만에 주요 서점에서 줄줄이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20일 오전 10시 재고가 바닥났고 알라딘도 20일 정오께 보유한 책이 모두 판매됐다. 교보문고 광화점도 20일 오후 3시께 품절되는 등 전국 매장에서 ‘잠시 품절’에 들어갔다. 

책을 출간한 김영사는 20일부터 4만부 분량의 2판 인쇄에 돌입했으며 서점들은 21일 2판 인쇄본을 넘겨받아 주문 물량을 배송할 예정이다. 출판사는 2판 인쇄본 판매 추이를 보며 3판 인쇄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이진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