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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3일자 기사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를 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사시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모두 15곳에 불과하다. 2010년 12월, 북한군의 포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이 방공호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토요판] 뉴스분석 왜? 최악의 시나리오-전쟁과 나


▷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것처럼 말입니다. 전쟁이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됐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유사시 7000만 겨레의 안전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전쟁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떠올리기 싫은 우울한 시나리오 ‘전쟁과 나’를 떠올려봤습니다.



장사정포·단거리 미사일
북한이 쏟아부으면
수도권 2500만명 절반이 위험
을지연습, 민방공훈련에
참여해본 사람 몇이나 될까
가장 먼저 대피하는 사람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들


1~4등급 대피시설 여럿 있지만
핵 피할 수 있는 건 1등급
전국에 15개, 서울엔 1개뿐
3~4등급은 우리 집 지하실 수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은 연일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며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당사국의 움직임은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또다시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군 자산을 펼쳐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는 미국도 물 밑에서 각종 정보자산을 총동원하여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설마 전쟁이 나기야 하겠냐’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다들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전면전은 남북한 모두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이를 가라앉히고 서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가 현재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북한은 “전쟁은 시간문제”라거나 “단추만 누르면 발사…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는 등 끔찍한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겪은 우리 군 수뇌부가 독기를 단단히 머금고 있다는 전언도 들려 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음에도 작은 불씨 하나가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이제 남북 갈등,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따라 우리 국민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점검해보자.



제2롯데월드와 항공기의 충돌 대비해야


언제나 시작은 작은 불씨에서 비롯한다. 지난 3월말 일반 전초(GOP)에서 이상 물체가 발견되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류탄 투척과 함께 크레모아(대인 지뢰의 한 종류)를 터뜨리는 사건이 있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며 북한군 침투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소동 직후 군 당국은 북한군의 침투 흔적을 찾지 못해 ‘이상 물체의 정체는 야생동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때 만약 남북간 소규모 접전이라도 펼쳐졌다면 당연히 인명 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상황에서 남쪽이 되었든 북쪽이 되었든 상대에게 좀더 강한 대응으로 응수할 경우 확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북한이 최근 단기속결전, 이른바 ‘3일 전쟁’ 동영상을 공개한 일이 있었다. 해당 동영상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나리오는 우선 대량의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쏟아부어 국군과 주한미군의 초기 대응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호언할 수 있게 한 주요 전력이자, 확전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사용할 전력이다. 발사 지점이 어딘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둘 가운데 어느 것이든 대체로 서울 남부나 경기도 안양 지역까지도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약 2500만 명 중 절반 가량이 장사정포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리 경보를 받고 지하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하철역이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장사정포에 의한 공격을 충분히 방호할 수 있다. 북한이 최전방에 배치한 자주포와 방사포를 통틀어 장사정포라고 이르는데 갱도에 숨어있는 240mm 방사포의 경우, 이동에서 발사까지 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8분 내에 안전하게 대피처에 숨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사정포의 위협은 무기 자체의 성능보다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전선과 가까운 곳에 수도가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전장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적절한 정보자산의 운용으로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정작 문제는 장사정포의 공격 이후에 있다.

장사정포 발사로 확전이 기정사실화 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지난 10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96%가 전쟁에 대비하여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 불바다’ 파문이 일자 사재기로 상점들이 초토화되었던 1994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만큼 공황도 클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대피를 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 등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명백해질 경우, 군인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서울공항과 오산 기지 등으로 이들을 모은 뒤 군용기로 수송하는 계획을 세우놓고 있다. 매년 훈련도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훈련은 작년 5월에 실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시나 각종 재난·재해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시와 관련된 훈련만 해도 전시대비훈련, 통합방위 및 향토예비군훈련·민방위훈련·화랑훈련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너무 다양한 것이 오히려 문제다. 각 훈련별로 주무기관도 안전행정부부터 국방부·소방방재청까지 다양하고, 전시에 대비한 자원관리를 담당하는 주체도 분산되어 있다.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연 을지연습이나 충무훈련, 하다못해 민방공훈련 때 제대로 참여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을지연습과 충무훈련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두 훈련 모두 전시, 사변 등을 대비한 비상대비훈련의 일환이다. 을지연습은 서류 조치 위주의 정부 내부적인 훈련인 반면, 충무훈련은 지역별로 실제로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한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미군 가족들이 서울공항 등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아, 변수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한 탓에 서울의 미군 가족도 대피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항로 근처에 이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전례가 없다. 전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항공기가 건물과 충돌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하게끔 하는 ‘인계철선’ 개념을 보다 강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사정포에 장착할 수 있는 화학물질


각종 포격과 단거리 미사일 등이 쏟아지면 물론 공격을 받은 곳에서 1차 피해가 발생한다. 만일 유류고나 가스저장소 또는 각종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공격을 받으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근래에 누출사고가 많았던 불산이나 염소가 보관된 곳의 경우이다. 불산은 반도체 공정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염소는 산화제와 표백, 살균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불산과 염소는 그 성질이 상반되기 때문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상당 부분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불산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에 염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하로 대피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떠한 위험물질이 보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서울 시내에만 염소가 ○개소(정확한 개수는 보안사항)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근 주민들은 그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식대로 지하에 대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북핵 이슈에 가려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생화학 무기도 핵무기 못지않은 위협이다. 미국의 저명한 안보 관련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능력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맑은 밤 서울 30㎢ 지역에 탄저균 10kg 살포했을 경우 최고 90만 명이, 사린가스 1톤을 7.8㎢ 지역에 뿌릴 경우 2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북한은 5000톤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에는 1만2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생물학 무기는 고열 등에 약한 특성이 있어 다연장로켓이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북한의 경우 야간에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투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반면 화학 무기는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하여 투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생화학 무기가 지상에 투발될 경우 가장 안전한 대피소는 지하 2층 이하의 지하철역이다. 넓은 공간과 안전한 구조, 도시 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다는 접근 용이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화학 무기 대피소로서 지하철역이 가지는 문제점은 많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밀폐가 가능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승객들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막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지하철 선로를 밀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또한 장기간 대피소로 사용할 경우 송풍 및 공기 여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화장실이나 급수 시설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화장실 및 급수 시설은 역의 지하 1층에 위치하는데 제대로 된 방호를 위해서는 지하 2층에서 밀폐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전쟁 뒤 서울에는 공무원만 생존 가능?


이제 가장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 북한이 온전하게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으려면 많은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르면 5년 내에 북한이 그런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모든 ‘설마’를 무시하고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등급에서부터 4등급까지 나누어진다. 3~4등급은 실상 ‘우리집 지하실’ 수준에 지나지 않고, 핵전쟁 상황에서 유효한 것은 1등급 뿐이다. 그런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총 15개소에 불과하다. 총 수용가능 인원은 1만2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1등급 대피시설이 있다면 그는 ‘5천분의 1의 행운아’인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군사 시설을 제외하면 서울에는 1등급 대피시설이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유일한 1등급 대피시설인 서울시 신청사도 비상 상황시 행정업무 및 지휘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실제 상황에서 민간인이 사용할 수는 없다.

이를 단순화 해서 말하면, 핵전쟁 이후의 서울에는 청와대 공무원과 서울시 공무원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평범한 시민은 다음 생에서는 핵 위협 없는 나라나 적어도 대피시설은 잘 마련해 둔 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길 바라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첫 번째 책무입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안전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롭지만, 발생하게 되면 국가로서는 최대한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 국가안보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평화를 지향하되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책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국방비에 한 해 국가 예산의 14% 이상을 쏟아붓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다. 국방비 규모가 세계 12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이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국가안보를 너무나 협소하게 생각하여 왔기 때문이다. 정치인부터 군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안보 담당자들은 국가안보를 군사력과 동일시해왔다. 그러나 실상 국가안보에 있어서 군사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하더라도 위기에서 제 국민을 지키지 못하면 그 국가는 존립의 근거를 상실한다.

국가위기관리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분야마다 각기 다른 주무부서들과 수십 개가 넘는 관련 법령을 통합하고 일원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하여 참여정부 이후로 맥이 끊겼던 일원화 추세를 다시 이어나갔다. ‘군대’가 아닌 ‘국민’의 안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수빈 (디펜스21플러스) 기자 
subin.kim@outlook.com

2012년 5월 13일 일요일

대통령 특명 ‘번개사업’, 번갯불에 콩 볶아먹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5-08일자 기사 '대통령 특명 ‘번개사업’, 번갯불에 콩 볶아먹나'를 퍼왔습니다.
 연평도 포격 직후 GPS 항법장치 도입 등 긴급지침 
 군 전문가들도 의문 제기…감사원 특감, 부실 판정


번개사업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성능의 무기로 북한의 비대칭무기에 대응하라”는 지침에 따라 긴급히 추진된 특명사업이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애이타킴스 미사일, 다련장포 구룡에다가 GPS 항법장치를 장착하여 북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정밀 타격하는 장비를 도입(L1, L2))하는 사업과 지상기지국의 GPS 신호 발신을 하는 일명 의사위성시스템(GBNS)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추진 과정에서 소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군 안팎에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군용이 아닌 민간 상용 GPS 적용해 성능 문제 지적

청와대가 극비로 사업을 추진한 직후부터 국방부와 합참의 다수 전문가들은 “그렇게 쉽게 북한 장사정포를 제압할 수 있다면 지금껏 왜 안 했겠느냐”며 이 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국방부와 합참의 장성들도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업”이라며 청와대가 사업을 추진하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군에 소요 검토를 맡기면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대통령 특명으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라는 점을 밝히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개발사업의 주체로 설정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사업이 처음 지시된 때는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 사흘만인 2010년 11월 26일이었다. 

그러다가 기어이 일이 터졌다. 감사원이 번개사업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한 것. 감사원은 이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폭넓은 조언을 받고 미 국방부에 문의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 이 사업을 감사했다. 감사결과 감사원은 작년 5~6월에 번개사업을 ‘부실사업’으로 판정하고 7월에 감사원 담당 국장과 과장이 국방부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업의 부실 요인을 개선하라고 통보하였다. 이 사업에는 성능이 우수한 군용 GPS가 아닌 민간 상용의 GPS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지고 북한의 전자전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감사원 의견대로라면 이 사업은 ‘하나마나’다. 특히 감사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국이 군용 GPS를 한국에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상용 GPS를 적용하게 되었다“는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미 측은 군용 GPS를 판매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미국에 직접 확인하여 밝혀냈다. 이에 국과연은 재차 “군용 GPS는 즉시 도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미 정부의 수출허가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며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감사원은 “1~2년이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화까지 3년이 소요되는 번개사업에 적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국과연의 주장을 일축했다.  

북 전자전과 사이버전 결합하면 한국군 신경과 혈관 전면 마비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70~80%는 민간 상용 GPS를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상용 GPS는 우선 부정확하다. 오차 범위가 10m 이상으로 정밀타격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기반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GPS를 장착하여 북을 정밀타격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운용개념도 이상했다. 군용 GPS를 장착한 미국의 항공기 정밀폭탄인 JDAM도 공산오차가 5m 이상인데 부정확한 상용 GPS를 장착한 재래식 포병 무기가 그보다 더 정확한 3m 안팎의 정밀도로 수분 이내에 어떻게 북의 장사정포를 제압한다는 것인지, 개념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이 세상에 이런 무기가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학송, 안규백 의원 등은 “이런 엉터리 사업을 할 바에야 항공기의 정밀폭탄을 증강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가 상용 GPS는 화력전을 지휘통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각동기화에 문제가 있고, 북이 방해전파를 발사하면 통신 전송기와 수신기에도 이상을 발생시킨다. 쉽게 말하면 북이 전자전을 수행하면 자석의 N극과 S극이 뒤바뀌는 것과 같이 각종 지휘통신에 혼란이 발생하여, 표적획득, 통신, 미사일 유도 등 모든 것이 마비된다. 상용 GPS는 출력이 낮은 민간위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서 푼짜리 재밍 장비에도 꼼짝하지 못한다.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는 전자전과 사이버전(해킹)이 결합되어 불시에 북이 우리 군의 무기체계를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한국군의 신경과 혈관이 전면적으로 마비된 가운데 미국에 도와달라고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군은 최근에 “북의 전자전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다. 합참 차원의 전구 단위의 전자전 전담 부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각 군의 작전사급 단위에서도 전자전을 수행하는 전담인력과 부서 같은 것도 없다. 오직 개별 전술단위에서 자신의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전자전 장비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군은 북이 GPS 방해전파를 발사해도 방해전파 발신의 위치를 추적하지도 못한다. 삼각 측량으로 전파 발신의 위치를 추적하는 손쉬운 방법과 저렴한 장비들이 있지만 군은 이런 문제에 신경도 쓰지 않았고 대비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연평해전이 끝나고 육군 포병학교에서 군용 GPS를 도입한 의사위성 시스템을 갖추자고 건의해도 합참은 “필요 없다”며 이를 무시했다. 

국정원, 감사원 자문교수 내사하고 담당자 징계 압박

이 사업으로 북한의 해안포와 장사정포를 제압할 수 있다는 아마추어적 판단은 임기 내 근사한 국방사업을 완결하려는 청와대의 업적주의와 접목되면서 갈수록 파행으로 치달았다. 군사 분야에 전문성이 결여된 청와대가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에 갈팡질팡하면서 위기관리에 무능력을 드러냈다는 점은 이제 와서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연평도 사건 당시에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사 교전규칙을 개정하라”, “서북도서를 요새화하라”는 비현실적인 지시를 남발하였으나 오늘에 와서 보면 시행조차 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지침이었음이 대부분 입증되었다.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번개사업을 추진한 직후인 재작년 12월에 국방부와 합참이 사업을 승인하는 요식행위를 거쳤다. 그러나 개념도 모호한 부실사업에 국방예산을 투입하면 다른 국방사업은 줄줄이 피해를 볼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군 전문가들의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던 작년 9월에 국가정보원은 감사원의 자문에 응한 P교수를 포함한 민간인 3명에 대해 비밀리에 내사하기 시작했고, 감사원의 담당과장을 보안 조사하여 징계를 받도록 감사원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과장은 다른 부서로 전보되었고,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제의 과장이 인사조치 된 명분도 해괴했다. 7월에 감사원 국장과 과장이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나 문제점을 설명하자 김 장관이 “내가 참고할 수 있도록 감사 보고서를 한 부 놓고 가라”고 당부했다. 이에 보고서를 한 부 국방장관에게 준 것이 ‘군사기밀 유출’이자 보안규정 위반이라는 것이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누가 보더라도 인사조치의 명분으로 궁색한 이유였다. 이에 “정보기관이 너무 강경하게 이 문제에 개입하니 감사원 주무과장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보직을 옮기도록 조치한 것”이라는 해명도 있다. 

번개사업 책임자와 GPS 장비 납품 업체 사장 수상한 ‘개인적 관계’

감사원 자문에 응한 P 교수는 방위사업청 기술기획과장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군의 주파수 대책의 부실과 전자전의 문제점을 합참에 제기하여 미운털이 박힌 인물이다. 전차나 대포에 돈을 쓰면 새로운 부대도 창설되고 보직도 늘어나지만 전자전에 돈을 쓰게 되면 조직팽창이라는 전리품이 없다. 주로 유형무기 증강에 몰입하는 한국 합참과 전력부서들은 무형전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직의 이익에 봉사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한국군 장교들은 전장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없다”는 동맹국이나 우방국의 비판을 자주 듣는다. 

감사를 진행하던 주무과장이 제거되자 한 때 감사원은 “명백한 감사 방해 행위이자 부조리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인식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라 조 단위 부실덩어리가 ‘청와대 사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권에 영혼을 팔아넘긴 연구 관료들과 합작으로 강행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대통령 특명사업’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율곡사업 추진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사업추진 방식이다. 

여기에서 분명한 사실이 드러난다.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사건이라는 안보위기는 정권 핵심부와 일부 연구 관료와 이에 기생하는 업자들에게는 ‘비지니스 거리’였다. 부실사업이라도 대통령의 권위와 안보위기에 편승만 한다면 절차도 생략할 수 있고 비판여론이 사라질 것이니 이처럼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국과연의 번개사업 책임자와 GPS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 사장과의 ‘개인적 관계’까지 수상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작 수사해야 할 대상은 감사원의 자문에 응한 민간 전문가들이 아니라 바로 국과연 일부 직원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여론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