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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금요일

핵무기는 곧 핵전쟁의 유발요인

이글은 레디앙 2013-05-30일자 기사 '핵무기는 곧 핵전쟁의 유발요인'을 퍼왔습니다.
[전쟁과 평화] 쿠바 미사일 위기 50년, 남북의 민중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교훈

혹자는 현재의 한반도 전쟁 위험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닮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쿠바 미사일 위기’란 무엇이었나?
미국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이 벌어졌다면 단시간 내에 최소 1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과연 인류 역사의 최고 위험이라 불릴 만했다.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는 미국의 시도, 즉 1961년 4월 피그스만 침공(몽구스 작전)이 실패한 후, 1962년 5월 소련 흐루시초프는 미국의 쿠바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쿠바에 소련 핵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구상을 제안했다.
7월에 흐루시초프와 카스트로는 비밀합의를 체결했고 미사일 기지 건설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미국이 터키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기도 했다. 1962년 10월 14일 미국 U-2 정찰기는 준중거리 미사일(사거리 1,000-2,500km) 기지와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2,500-3,5000km) 기지 건설 장면을 촬영했다. 이로부터 13일 간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시작되었다.


[사진설명] 나무상자에 담긴 소련 폭격기 Il-28을 갑판에 실은 소련 화물선 위를 미국 해군기가 비행하는 장면.

미국은 공중과 해상을 통해 쿠바를 공격하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군사봉쇄를 선택했다. (케네디 정부는 여러 이유 때문에 이른 ‘격리’라고 불렀다.) 미국은 공격용 무기가 쿠바에 전달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쿠바에 건설 중이거나 완성된 소련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10월 24일, 후르시초프는 봉쇄는 인류를 핵전쟁의 심연으로 몰아넣은 공격행위라 규정하며 맞대응했으나, 비밀협상 채널이 개설되었다.
이 와중에 소련 선박은 봉쇄를 뚫기 위한 시도를 지속했고 미국은 해군 전함에 경고사격 후 발포하라는 명명을 내렸다. 10월 27일 미국 U-2 정찰기가 격추되면서 즉각적 보복조치가 검토되었으나 케네디는 협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10월 28일 양국은 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도달했다. 소련은 쿠바의 공격무기를 해체하여 소련으로 되돌려 보내며 이를 국제연합을 통해 검증하고, 미국은 쿠바를 결코 침공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한다는 것이 공개된 합의였다.
하지만 미국은 소련에 대항에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한 핵탄두 장착 중거리미사일 주피터를 해체하다는 비밀합의도 제공해야 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세계 외교사의 전설로 남아 있고 국제정치학이나 협상학에는 영감의 원천이다. 그 후 50년 동안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수만 페이지의 해석과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소련 핵전력의 포괄적 전투서열을 다룬 것은 거의 없다.
1962년 10월 중반부터 쿠바 해상봉쇄가 끝나는 1962년 11월 20일까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중 일부는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무기 체계 상태를 상세히 평가하면 위기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쿠바 미사일 위기는 그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번 글에서는『핵과학자회보』에 실린 로버트 S. 노리스와 한스 M. 크리스텐의 「쿠바 미사일 위기: 1962년 10월·11월의 핵 전투서열」을 소개하며 당시에 발발할 수도 있었던 세계 핵전쟁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검토한다. 그로부터 한반도 전쟁 위험에 관한 중요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위험성 평가

위기가 최고조가 달할 당시 미국은 약 3,500개의 핵무기가 명령에 따라 사용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반면 소련은 아마도 300-500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나 많은 규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양측의 6개 정도의 미사일로도 파국이 벌어질 수 있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와 소련의 흐루시초프가 핵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없었고 핵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시도를 다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들이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1962년 10월 전면 핵전쟁이 발발했을 가능성을 계측하기 위해선 양국의 핵전력 전투서열을 쿠바 인근 지방의 핵전력, 유럽 지역의 핵전력, 세계전력이란 세 범주로 나눠 검토해야 한다.
지방 전력은 쿠바 내부 또는 그 주변에 배치될 수 있는 핵무기를 뜻한다.
지역전력은 유럽에 배치되어 소련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국 전술핵무기와 소련 서부에 배치되어 유럽의 목표물을 조준한 소련 핵무기를 말한다.
세계전력은 세계적 핵전쟁에 사용되는 전략핵무기로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로서, 이는 미국과 소련, 상대방 영토에 도달할 수 있다.
쿠바 인근 지방의 핵전력
쿠바 또는 그 인근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시나리오는 쿠바를 침입한 미군을 격퇴하기 위해 소련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만약 미국 군인이 피살되었다면 미국은 보복하고 소련은 그에 대응해야 했을 것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미국과 소련의 지방전력

미국의 군사봉쇄가 개시된 10월 24일 시점에 쿠바에는 다섯 개 유형의 핵탄두 158개가 배치되었거나 배치될 예정이었다. 이는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이 정확히 몰랐던 사실이다.
그 중 95~100개가 사용될 수 있는 상태였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SS-5는 쿠바에 도착하지 않았다. 10월 28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SS-4 중 6-8기가 작전태세에 도달했다.
또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IL-28(일류신-28)은 아직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다. 가장 수가 많고 위험한 사용가능 핵무기는 대지 순항미사일, FKR-1 2개 연대를 위한 80개의 핵탄두였다. 만약 미국이 침공했다면 이 미사일이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와 쿠바 해안의 미군 해병대 합동부대를 공격했을 것이다.



[사진설명] 쿠바에 배치될 소련 미사일의 사정거리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미국의 쿠바 침공을 위한 핵무기 계획이다. 작전계획이 처음 수립되었을 때는 미 합동참모부가 핵무기 사용을 고려했으나 10월 31일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쿠바에 배치된 소련군을 지휘하는 대장 이사 플리예프가 FROG 단거리 미사일(일명 루나)이나 FKR-1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이 많다.
그러나 학자인 스티븐 자로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최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크레믈린의 특별한 허가가 없다면 쿠바에 배치된 소련군 지휘부가 FRK, 루나, IL-28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증거를 볼 때 모스크바는 핵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실제적인 기술적 수단이 없었고, 쿠바 지휘부는 전쟁이 발발한다면 핵무기 보관 부대의 동의라는 조건에서 모스크바의 승인 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소련의 전술핵무기 배치가 핵전쟁 억지라는 목적을 지닌 게 아니라 실제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련은 전술핵무기의 존재를 공개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 전술핵무기의 존재는 소련이 붕괴한 후 1990년대 초반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전술핵무기는 미국이 쿠바를 침공할 때 사용하기 위해 배치되었고 미국의 정보기구는 당시에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미국으로서는 준중거리 미사일 SS-4가 미국 도시를 조준하는 게 가장 심각한 상황이었다. 쿠바에 배치된 소련 미사일부대의 지휘자였던 이고르 스테첸코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미사일 해체 지시가 내려온 10월 28일 시점에 6-8기만이 작전태세에 도달할 수 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미사일이 미국 도시 중 어디를 조준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동부해안을 따라, 사거리 1,300km 내에는 북쪽으로는 워싱턴DC, 서쪽으로는 뉴올리언즈, 휴스턴, 달라스, 북서쪽으로 신시내티가 있다.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도시 내부 또는 주변에서 1 메가톤의 폭파로 수십만 명이 사망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유럽지역 핵전력

유럽 전역(戰域)에서 미국과 나토, 소련은 준중거리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 전폭기를 보유했다. 만약 핵전쟁이 유럽과 소련 서부 지역에 한정된다면 양측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는 비슷했다.
하지만 핵전쟁에 관한 미국의 최고 작전계획인 단일통합작전계획(SIOP)에 따라 대서양 사령부와 유럽사령부의 작전계획이 통합되었기 때문에 핵전쟁이 유럽과 소련 서부에 한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SIOP은 사령부들의 중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공격목표를 조정하려고 도입되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유럽의 역할을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유럽 전역의 지역전력

1962년 미국은 약 4,375개의 핵무기를 유럽에 배치했다. 대부분은 전술핵무기로, 155mm 포탄과 203mm 포탄,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 핵지뢰, 단거리 미사일로 구성되었다.
그렇지만 약 10%, 또는 450개의 핵무기가 탄도미사일(토르, 주피터), 순항미사일(마타도르, 메이스), 미공군 전폭기, 미해군의 항공모함 탑재기에 배치되었다. 미국과 나토의 전폭기는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영국, 네덜란드의 기지와 미국 6함대 항공모함에 배치된 핵폭탄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


[사진설명] 핵무기를 탑재한 중거리 미사일 주피터. 미국은 이탈리아와 터키에 배치된 주피터 미사일의 철수를 비밀리에 합의했다.

소련은 550개의 SS-4, SS-5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수는 유럽의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었고, 일부는 태평양 연안 지역의 미군 기지와 미국의 동맹국을 겨냥했을 것이다. 소련의 전폭기도 서유럽을 타격할 임무를 안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세계 핵전력
만약 쿠바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었다면 핵전쟁의 단계적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전략핵무기의 사용가능성도 상당히 컸다.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쿠바에서 서반구 어떤 국가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소련이 미국에 공격을 가한 것으로 간주하는 게 우리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는 소련에 대한 전면적 보복 대응을 요구할 것이다.”


[표3] 미국과 소련의 전략 핵전력

1962년 시점에서 미국의 전략 핵전력 규모는 소련보다 수 배 더 컸고, 훨씬 더 신뢰성이 높았다. 예를 들어 10월 시점에 완전히 준비를 갖춘 3,500개의 핵무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도합 6,300 메가톤의 위력을 지녔다.
경계 태세가 최고조에 오른 11월 4일에 미국 전략 공군 사령부는 1,479개의 폭격기, 182개의 탄도미사일, 총합 2,952개의 핵무기와 1,003개의 공중급유기를 대기시켜서 보복공격을 준비했다.
소련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약 42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보유하지 못했다. 160개의 장거리 폭격기는 무시무시한 미국-캐나다 공중방어체계에 대면해야 했다. 미국-캐나다 방어체계는 공대공 요격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 지대공 요격미사일 BOMARC,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로 구성되었다.
소련의 장군 아나톨리 그리코프에 따르면 흐루시초프와 그의 군사고문은 1962년 시점에 “미국의 전략 핵전력이 소련보다 17 대 1로 앞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관한 새로운 인식

쿠바 미사일 위기는 양측의 핵전력이 상대적으로 미완성된 무기경쟁의 초기 단계에 전개되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미국과 소련의 핵전력이 대략적으로 평형성을 갖추게 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핵경쟁이 더욱 위험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제 우발적이든 아니면 고의적이든 간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폭포효과로 인해 곧바로 대재앙을 낳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조치들은 매우 논리적이고, 신중하며, 별로 과격하지 않은 대응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혹자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한반도 전쟁위험에 주는 교훈을 위기를 이겨내는 리더십이나 협상의 기술에서 찾는다. ‘합리적 선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라’, ‘열린 토론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라’, ‘오해가 생겼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안정적인 소통경로를 확보하라’ 등등. 물론 이는 어떤 위기에 대처했을 때나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주는 교훈은 매우 단순한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 또는 도입해 배치하려는 구상이나 고도의 핵무기 체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핵전쟁 유발요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리더십이나 협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핵위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핵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핵전력은 북한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핵개발 계획을 자극한다. 역으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정책, 즉 북한에 대한 핵공격 계획이 영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핵무기는 억지력의 원천이 아니라 전쟁 유발의 원천이 된다. 바로 이 사실이 남과 북의 민중이 분명히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By 임필수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3일자 기사 '한반도 핵전쟁 나면 국민의 0.02%만 ‘안전지대’'를 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사시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모두 15곳에 불과하다. 2010년 12월, 북한군의 포격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이 방공호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토요판] 뉴스분석 왜? 최악의 시나리오-전쟁과 나


▷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것처럼 말입니다. 전쟁이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됐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유사시 7000만 겨레의 안전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전쟁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떠올리기 싫은 우울한 시나리오 ‘전쟁과 나’를 떠올려봤습니다.



장사정포·단거리 미사일
북한이 쏟아부으면
수도권 2500만명 절반이 위험
을지연습, 민방공훈련에
참여해본 사람 몇이나 될까
가장 먼저 대피하는 사람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들


1~4등급 대피시설 여럿 있지만
핵 피할 수 있는 건 1등급
전국에 15개, 서울엔 1개뿐
3~4등급은 우리 집 지하실 수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은 연일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며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당사국의 움직임은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또다시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군 자산을 펼쳐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는 미국도 물 밑에서 각종 정보자산을 총동원하여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설마 전쟁이 나기야 하겠냐’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다들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전면전은 남북한 모두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이를 가라앉히고 서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가 현재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북한은 “전쟁은 시간문제”라거나 “단추만 누르면 발사…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는 등 끔찍한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겪은 우리 군 수뇌부가 독기를 단단히 머금고 있다는 전언도 들려 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음에도 작은 불씨 하나가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이제 남북 갈등,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따라 우리 국민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점검해보자.



제2롯데월드와 항공기의 충돌 대비해야


언제나 시작은 작은 불씨에서 비롯한다. 지난 3월말 일반 전초(GOP)에서 이상 물체가 발견되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류탄 투척과 함께 크레모아(대인 지뢰의 한 종류)를 터뜨리는 사건이 있었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며 북한군 침투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소동 직후 군 당국은 북한군의 침투 흔적을 찾지 못해 ‘이상 물체의 정체는 야생동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때 만약 남북간 소규모 접전이라도 펼쳐졌다면 당연히 인명 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해올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상황에서 남쪽이 되었든 북쪽이 되었든 상대에게 좀더 강한 대응으로 응수할 경우 확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북한이 최근 단기속결전, 이른바 ‘3일 전쟁’ 동영상을 공개한 일이 있었다. 해당 동영상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나리오는 우선 대량의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쏟아부어 국군과 주한미군의 초기 대응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은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호언할 수 있게 한 주요 전력이자, 확전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사용할 전력이다. 발사 지점이 어딘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둘 가운데 어느 것이든 대체로 서울 남부나 경기도 안양 지역까지도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약 2500만 명 중 절반 가량이 장사정포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리 경보를 받고 지하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하철역이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장사정포에 의한 공격을 충분히 방호할 수 있다. 북한이 최전방에 배치한 자주포와 방사포를 통틀어 장사정포라고 이르는데 갱도에 숨어있는 240mm 방사포의 경우, 이동에서 발사까지 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8분 내에 안전하게 대피처에 숨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사정포의 위협은 무기 자체의 성능보다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전선과 가까운 곳에 수도가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전장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다. 적절한 정보자산의 운용으로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정작 문제는 장사정포의 공격 이후에 있다.

장사정포 발사로 확전이 기정사실화 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지난 10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96%가 전쟁에 대비하여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 불바다’ 파문이 일자 사재기로 상점들이 초토화되었던 1994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만큼 공황도 클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대피를 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 등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명백해질 경우, 군인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서울공항과 오산 기지 등으로 이들을 모은 뒤 군용기로 수송하는 계획을 세우놓고 있다. 매년 훈련도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훈련은 작년 5월에 실시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시나 각종 재난·재해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시와 관련된 훈련만 해도 전시대비훈련, 통합방위 및 향토예비군훈련·민방위훈련·화랑훈련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너무 다양한 것이 오히려 문제다. 각 훈련별로 주무기관도 안전행정부부터 국방부·소방방재청까지 다양하고, 전시에 대비한 자원관리를 담당하는 주체도 분산되어 있다.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연 을지연습이나 충무훈련, 하다못해 민방공훈련 때 제대로 참여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을지연습과 충무훈련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두 훈련 모두 전시, 사변 등을 대비한 비상대비훈련의 일환이다. 을지연습은 서류 조치 위주의 정부 내부적인 훈련인 반면, 충무훈련은 지역별로 실제로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한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미군 가족들이 서울공항 등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아, 변수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한 탓에 서울의 미군 가족도 대피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항로 근처에 이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전례가 없다. 전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항공기가 건물과 충돌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하게끔 하는 ‘인계철선’ 개념을 보다 강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사정포에 장착할 수 있는 화학물질


각종 포격과 단거리 미사일 등이 쏟아지면 물론 공격을 받은 곳에서 1차 피해가 발생한다. 만일 유류고나 가스저장소 또는 각종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공격을 받으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근래에 누출사고가 많았던 불산이나 염소가 보관된 곳의 경우이다. 불산은 반도체 공정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염소는 산화제와 표백, 살균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불산과 염소는 그 성질이 상반되기 때문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상당 부분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불산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에 염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하로 대피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떠한 위험물질이 보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서울 시내에만 염소가 ○개소(정확한 개수는 보안사항)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근 주민들은 그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식대로 지하에 대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의 북핵 이슈에 가려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생화학 무기도 핵무기 못지않은 위협이다. 미국의 저명한 안보 관련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능력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맑은 밤 서울 30㎢ 지역에 탄저균 10kg 살포했을 경우 최고 90만 명이, 사린가스 1톤을 7.8㎢ 지역에 뿌릴 경우 2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북한은 5000톤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에는 1만2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생물학 무기는 고열 등에 약한 특성이 있어 다연장로켓이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북한의 경우 야간에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투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반면 화학 무기는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하여 투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생화학 무기가 지상에 투발될 경우 가장 안전한 대피소는 지하 2층 이하의 지하철역이다. 넓은 공간과 안전한 구조, 도시 지역 곳곳에 위치해 있다는 접근 용이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화학 무기 대피소로서 지하철역이 가지는 문제점은 많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밀폐가 가능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승객들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막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지하철 선로를 밀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또한 장기간 대피소로 사용할 경우 송풍 및 공기 여과 시설이 필수적이다. 화장실이나 급수 시설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화장실 및 급수 시설은 역의 지하 1층에 위치하는데 제대로 된 방호를 위해서는 지하 2층에서 밀폐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전쟁 뒤 서울에는 공무원만 생존 가능?


이제 가장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 북한이 온전하게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으려면 많은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르면 5년 내에 북한이 그런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모든 ‘설마’를 무시하고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대피시설은 화생방 방호도에 따라 1등급에서부터 4등급까지 나누어진다. 3~4등급은 실상 ‘우리집 지하실’ 수준에 지나지 않고, 핵전쟁 상황에서 유효한 것은 1등급 뿐이다. 그런데 1등급 대피시설은 전국에 총 15개소에 불과하다. 총 수용가능 인원은 1만2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1등급 대피시설이 있다면 그는 ‘5천분의 1의 행운아’인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군사 시설을 제외하면 서울에는 1등급 대피시설이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유일한 1등급 대피시설인 서울시 신청사도 비상 상황시 행정업무 및 지휘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실제 상황에서 민간인이 사용할 수는 없다.

이를 단순화 해서 말하면, 핵전쟁 이후의 서울에는 청와대 공무원과 서울시 공무원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평범한 시민은 다음 생에서는 핵 위협 없는 나라나 적어도 대피시설은 잘 마련해 둔 나라에서 태어날 수 있길 바라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첫 번째 책무입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안전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롭지만, 발생하게 되면 국가로서는 최대한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 국가안보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 평화를 지향하되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책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국방비에 한 해 국가 예산의 14% 이상을 쏟아붓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다. 국방비 규모가 세계 12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이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국가안보를 너무나 협소하게 생각하여 왔기 때문이다. 정치인부터 군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안보 담당자들은 국가안보를 군사력과 동일시해왔다. 그러나 실상 국가안보에 있어서 군사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하더라도 위기에서 제 국민을 지키지 못하면 그 국가는 존립의 근거를 상실한다.

국가위기관리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분야마다 각기 다른 주무부서들과 수십 개가 넘는 관련 법령을 통합하고 일원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하여 참여정부 이후로 맥이 끊겼던 일원화 추세를 다시 이어나갔다. ‘군대’가 아닌 ‘국민’의 안보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수빈 (디펜스21플러스) 기자 
subin.kim@outlook.com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한반도 원시시대를 원하면 치킨게임을 하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0일자 사설 '한반도 원시시대를 원하면 치킨게임을 하라'를 퍼왔습니다.
[사설] 너도죽고 나도죽고 모두죽자는 미친짓 안돼… 박 대통령 조건없는 대화 나서라

남북 사이의 긴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남북한 당국 모두 벼랑끝전술이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파국을 향해 극단적인 모험주의로 치달아 상대를 굴복시키려 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이 두가지 전술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핵무기 선제공격으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제1타격 능력과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나머지 핵무기로 상대방에게 역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제2타격 능력을 모두 갖춘 미소 강대국이 벌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같은 가상 전쟁놀음의 결과가 이른바 ‘상호 확실한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약자로 줄여 ‘MAD’라 부른다. 글자 그대로 ‘미친 짓’이다.

MAD = You Die, I Die, All Die

지금 한반도에서 다시 그런 미친 짓(MAD)이 실제 벌어지려 하고 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정교한 형태의 핵무기’는 아닐지라도 ‘엉성한 형태의 핵폭탄’은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남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동맹국 미국의 핵우산속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핵무기가 아니다.

북한이 지난달 무인타격기 공습과 대공미사일 발사 훈련 모습. ©연합뉴스


만약 남북간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남북 양측이 가지고 있는 재래식 무기와 화력만으로도 한반도 대부분은 1주일안에 초토화된다. 최전방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와 수도권 일대에 포탄은 비오듯 쏟아지고, 수백만대의 자동차, LPG와 도시가스(LNG), 전국의 주유소와 각종 화학공장 등이 불타거나 폭발하는 끔찍하고 참혹한 상황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북한 공산 정권도 궤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남은 것은 글자 그대로 수렵채취 시대의 한반도와 잿더미 뿐.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한, 최소한 수도권의 2천5백만 국민은 북한 군부 강경파나 모험주의자들의 볼모나 다름없다. 이것은 치킨게임이나 벼랑끝전술 같은 가상 게임에서 상정하는 조건과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루거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는 한 숙명적으로 부닥쳐야 하는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엄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원칙과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은 치킨게임의 법칙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타협과 강경 노선 중 타협책을 버리고 강경일변도로 나오고 있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며 남쪽을 압박하고 있다. 상대방이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치킨게임의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단계적인 전략을 밟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 죽자(You die, I die, All die)”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공식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대치 상태가 계속될 때 ‘우발적 사고에 의한 전면전’의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하라 

그래서 우리 정부에게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반도의 위기관리가 최우선 국정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와 여기서 비롯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를 원시시대로 돌리고 싶다면 북한 당국에 맞서 치킨게임을 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북한 당국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식 제의하라.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게 특사로 나서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달포 전 취임식에서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된다.  
미디어오늘 | media@mediatoday.co.kr  

2013년 4월 3일 수요일

"제2 한국전은 핵전쟁...金정권 보장방안 있어야"

이글은 노컷뉴스 2013-04-03일자 기사 '"제2 한국전은 핵전쟁...金정권 보장방안 있어야"'를 퍼왔습니다.

'제2의 한국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김정은 일가에 대한 보장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키어 리버와 데릴 프레스 미 조지타운대 조교수는 2일(한국시각)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어페어'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위협이 허풍이더라도 북한과의 핵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며 "현재의 위기는 재래전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북한과의 재래전은 핵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핵전쟁의 위험은 한미 연합전력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라며 "재래전이 발발하면 훈련부족과 조악한 장비를 갖춘 북한은 한미 연합전력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시점에서 북한의 최고지도부는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처참한 운명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 지 고민을 하게 된다"며 "김정은과 그 가족들은 중국으로 피신하려 할 수도 있지만 김씨 일가에 대한 중국의 실망이 점증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평양의 마지막 선택은 하나남은 카드인 핵전쟁을 통해 휴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위협의 핵심은 한미 연합군이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과일본의 도시를 인질로 삼아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기를 이용해 군사력이 우세한 상대를 막는 이같은 전략은 견강부회가 아니다"며 "과거 냉전시대 대부분의 시기에 나토군은 재래전력이 우수한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대항해 이같은 전략을 썼으며 현재는 파키스탄과 러시아가 쓰고 있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미군 재래전 전략의 핵심은 상대 지휘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전략이 핵으로 무장한 적국에게 적용된다면 적국은 충돌을 악화시키는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만약 재래전이 일어나면 핵전쟁으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미국의 전략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북한의 지도층이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정권을 고립시키고 눈을 멀게 하는 공격은 비생산적"이라며 "한미 공중전력이 북한의 지도부 벙커와 통신선을 타격하면 김씨 정권은 한미 연합전력의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밝힌 뒤 "북한은 곧 한미 연합전력의 공격을 중단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강한 유혹을 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현재 위기 상황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전쟁은 곧 핵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미 연합전력의 '예방적 공격' 구상도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뒤 "예방 공격은 전쟁을 의미하고 전쟁은 곧 핵전쟁"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한미 양국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지도부와 그 가족들을 위한 탈출계획을 가다듬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북한 지도층은 미래의 어디인가에 안전한 곳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전쟁이 나더라도 핵무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으로 하여금 탈출계획을 준비하고 사태발발 즉시 북 지도층에 이를 알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CBS이기범 특파원

2013년 4월 1일 월요일

핵전쟁의 시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돌아보며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31일자 기사 '핵전쟁의 시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돌아보며'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스 컬트칼럼; 오덕어스] 폴아웃, 메탈맥스, 북두의권 그리고 매드맥스

핵전쟁의 시대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군통신선을 끊거나 전시상황임을 공표하는 등 ‘뭔가 있는 것처럼’ 미국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철없는 애 보듯 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어쨌든 핵미사일(또는 그것이 될 수 있는 어떤 존재)을 둘러싼 긴장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냉전시대의 서구권 사람들 역시 이런 불안감을 똑같이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소련과 미국이 세계의 양대 축으로 군림하며 서로 군비경쟁을 벌이던 시기에도 핵무기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공포감을 안겨줬다. 1962년의 쿠바위기는 자칫 잘못하면 미·소간의 핵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물론 ‘게임’도 포함된다. 오늘은 게임에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표현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 1인칭 슈팅게임인 Call of Duty 4에서 표현된 핵전쟁의 참상

포스트 아포칼립스

핵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들 중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로 불리는 것들이 특히 유명하다. 말 그대로 핵전쟁 이후 사람들의 생활을 표현한 것들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게임물뿐만 아니라 영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모두 존재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는 특정한 ‘스타일’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그 특징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핵전쟁으로 현대 문명이 붕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갖는 공포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군사적 피해도 피해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의 멸망,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어떤 예술적 감각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독일의 아동문학가인 구드룬 파우제방이 쓴 소설인 ‘핵전쟁 뒤의 최후의 아이들’은 핵전쟁 직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비참한 환경에 내몰리는 내용의 이야기다. 반면 PC용 롤플레잉 게임인 ‘폴아웃 시리즈’는 지구적 규모의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신들만의 문명을 재건한 상황을 소재로 한다.


▲ 폴아웃2의 한 장면. 핵전쟁 이후 절망적인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핵전쟁 이후의 상황이 ‘무법천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문명의 붕괴로 공권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쟁탈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려면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세계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영화 ‘매드맥스 시리즈’는 문명이 붕괴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상황에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만화 ‘북두의 권’은 여기에 동양 특유의 ‘무술고수 판타지’를 적용시켜 무법천지를 고류(古流)무술로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끝나지 않는 투쟁기를 그리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그 와중에 등장하는 ‘아이러니’다. 모든 것이 절망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생활이 유지된다면 거기에도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등이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끝에 있는 것은 오직 절망이기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갖는 인간의 감정이란 결국 아이러니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러니적 표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PC용 롤플레잉 게임인 ‘폴아웃 시리즈’일 것이다.

절망 속에서의 아이러니

폴아웃은 핵전쟁 이후 멸망한 미국에서 각자 다른 정치적·군사적 목표를 갖고 각개약진하는 세력들이 다툼을 벌이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민주국가 건설에 힘쓰고 있는 ‘뉴 캘리포니아 공화국(NCR)’, 문명이 남긴 ‘기술’을 보전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하는 군사조직 ‘강철의 형제단’, 과거 미국 정부의 후예로 세계의 재장악을 노리는 ‘엔클레이브’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미 세계는 핵전쟁에 의해 생겨난 수많은 돌연변이 생물들로 매우 위험한 상태다.
그야말로 ‘절망’ 밖에 없는 세계지만 이 와중에도 끊임없는 아이러니가 표현된다. 멤버 전원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 있는 갱단의 등장이나 세계가 멸망한 상황에서 당신은 군인이니 군복을 입고 오라고 윽박지르는 ‘행보관’의 등장,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 살아남은 작은 마을을 ‘데이브 공화국’이라 이름 짓고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는 데이브의 존재 등은 세계의 멸망 때문에 우울한 와중에도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일본 게임인 콘솔용 롤플레잉 ‘메탈맥스’에도 등장한다. ‘데스크루즈’라는 지역은 출입이 극도로 통제돼 있는데 그 이유는 외부의 돌연변이 등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며 내부는 유토피아 그 자체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들어가 보면 가구를 만들기 위해 강제노역을 시키는 거대한 수용소이다. 데스크루즈 측에 속아 강제노역을 하게 된 주인공 일행은 수많은 드럼통들을 우측으로 옮겼다 다시 좌측으로 옮기는 무의미한 노동을 직접 조작을 통해 수행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직장에서 겪게 되는 ‘쓸모없는 잡무 처리’에 대한 일종의 풍자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일본의 대표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롤플레잉 게임인 메탈맥스2.

이 외에도 메탈맥스에는 ‘백경’을 패러디해서 (에이해브가 아닌) 비해브 선장(그의 동생은 씨해브이다)을 등장시킨다던지, 버스가 방사능의 영향을 생물화 돼 ‘야생버스’가 된다던지 하는 블랙코미디들이 연속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사람은 살아가게 된다는 위안을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어떤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클리셰들

메탈맥스를 말할 때 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전차’다. 게임 중에 획득한 전차로 더욱 강화된 적들을 상대하며, 이들과 더 잘 싸우기 위해 각종 부품을 이용해 전차를 개조하는 재미는 메탈맥스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는 영화 ‘매드맥스’에서 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메탈맥스’라는 이름 자체가 매드맥스의 오마쥬이다. 메드맥스에서는 주인공 맥스가 강력하게 개조된 자동차를 타고 바이크 갱단을 혼내주는 등의 활약을 펼치는데, 다른 등장인물들도 아무렇게나 개조된 탈 것들을 이용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메탈맥스의 전차 개조는 바로 이것을 반영한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디자인적 요소의 시초가 된 매드맥스. 주인공이 데리고 다니는 개 역시 이 요소의 하나다.

등장인물들의 복식이나 스타일 등의 요소도 매드맥스로부터 이어진 것이 많다. 이는 폴아웃 시리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모히칸 컷 등 펑크록커 스타일의 머리모양과 가죽, 체인 등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의상 등은 매드맥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다시피 한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만화 ‘북두의 권’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북두의 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헤어스타일이과 복장의 상당 부분은 매드맥스, 폴아웃의 그것과 꼭 닮았다. 이렇게 보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스타일의 선조가 매드맥스 시리즈라는 해석을 붙이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폴아웃 시리즈의 전신이 되는 ‘웨이스트랜드’를 1988년 개발한 브라이언 파고는 최근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한 자금을 갖고 ‘웨이스트랜드2’를 제작하고 있다. 출시 예정일은 올해 말로 알려졌는데, 이 게임에서도 매드맥스로부터 이어진 ‘스타일’이 반복해서 차용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매드맥스의 첫 번째 시리즈가 1979년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35년 동안이나 같은 ‘클리셰’가 반복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